한탄하듯 말한 샤오샤오는 시원의 눈을 감겨주곤 시체를 바닥에 눕힙니다. "푹 쉬어. 가장 중요한 일은 끝났으니까." 라고 말하면서요.
이변은 잠시 후에 발생합니다. 분명 죽었을 터인 시원의 몸이 두어 번 움찔거립니다.
시원:...?
샤오샤오가 생존자들의 신원을 체크하느라 여념이 없을 때, 늘어져 있던 시신이 비척비척 일어섭니다.
끈에 매달린 인형처럼 흔들거리는 시원을 발견한 생존자 하나가 의문을 표합니다. 이상한 기미에 고개를 돌린 샤오샤오의 표정이 경악에 물듭니다.
"시원? 벌써 회복한 거야?"
시민들이 웅성거립니다. "이상하네요, 방금 목숨이 끊어진 게 아니었나요?" "어떻게 되살아날 수 있는 거지?"
그때, 시원이 팽팽하게 웅크리고 있던 몸이 용수철처럼 튀어나와 그들의 틈에 파고듭니다.
완전히 방심했던 샤오샤오는 시원의 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했기에, 방어하지 못하고 시원에게 걷어차입니다.
우득, 갈비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샤오샤오는 마른 땅바닥을 뒹굽니다.
시원은 샤오샤오에게 눈길을 주지 않고 이를 세워 시민을 공격하지만, 몇 초 뒤 달려든 샤오샤오에 의해 저지됩니다.
여기저기서 비명이 울리고, 내동댕이치고, 엉겨 붙어 목을 조르고, 끔찍한 파열음이 들리는…….
그 모습은 완전히 아수라장이었습니다.
이성을 판정합니다.
시원:(무언가 게워낼것 같은 기분에 손으로 입을 막는다)
SAN Roll
기준치:
59/29/11
굴림:
76
판정결과:
실패
2의 이성을 잃습니다.
시원과 컴퓨터 사이에 손이 불쑥 들어와 영상을 정지합니다.
시원:.... ....이게 뭐야?
샤오샤오:... ... ...나중에 얘기하자.
시원:전에도 이런적이 있었어?
샤오샤오:이번이 처음이야.
시원:기억에 없어, 하나도..
(불안한 기분에 휩싸인다. 정말로 지금 내게 필요한건 정말검사일지도 몰라.)
샤오샤오:...그냥 단순한 폭주야. 돌아가서 검진을 받으면 돼.
시원:...어떻게 확신해? 이런 사례가 또 있진 않았을거 아냐.
샤오샤오:아직 크리쳐에 대한 연구가 충분히 진행되지 않은거야. 불안해 할 시간이 없어. 시원.
시원:....알겠어.
내부 카메라는 작동이 안되는 상태야
외부에는 크게 이상은 없는것 같아, 현재까지는.
샤오샤오:이쪽에서 스위치를 찾았어. 이제 지하로 가는 문이 열렸을거야.
(시원의 등을 두어번 두드리곤 계단으로 향한다)
시원:...(계단을 향해 따라간다)
시원과 샤오샤오는 지하로 내려갑니다.
신호의 깊이를 따라 조금씩 내려가면, 지하 4층 제약 연구실에 도착합니다.
시원:(주변을 둘러본다)
연구실 안으로 들어가면, 황량한 내부의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한 남자가 테이블 위에 엎어져 있습니다.
시원:(남자를 향해 천천히 다가간다)(관찰해볼래요)
새하얀 가운을 입은 남자는 40~50대로 보입니다.
한 발 늦었군요. 남자는 몇 시간 전에 이미 숨이 끊어진 것 같습니다.
손에 들린 핸드폰에는 구조신호를 보냈던 흔적이 있네요.
관찰력을 판정합니다.
시원:..늦었어.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88
판정결과:
실패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93
판정결과:
실패
(샤오 데려옴)
눈 좀 뜨고 봐봐
샤오샤오:...그렇네. (남자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사후경직이 오는 것을 바닥에 눕혀놓는다)
샤오샤오가 시신을 옮기면, 가운 주머니에 들어있던 열쇠가 바닥에 떨어집니다.
시원:(열쇠를 주워본다. 쓰임새를 짐작할수 있을까?)
열쇠는 크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서랍 따위에 쓰는 것 같네요.
시원:(닫혀있는 서랍이 있는지 살펴본다)
시원은 먼저 눈에 들어온 테이블을 살펴보지만...
테이블에는 서랍이 없습니다. 대신 연구 일지를 정리한 것 같은 종이가 늘어져 있군요.
시원:(종이를 읽어본다)
...뭔가.....(나랑 비슷한데..)
(연구일지를 샤오에게 보여준다) 여기 제약회사라고 하지 않았어?
샤오샤오:내가 알기로도 제약회사인데...
(시원이 건넨 종이를 읽는다)
...
시원의 머릿속에 무언가가 스쳐지나갑니다.
나는 어디서 태어났지?
시원:(나는.. 연구소에서..)
나의 이름은, 나의 행적은, 나의 기억은... ...
그리고 불현듯 어떤 것을 기억해냅니다.
당신은 최강의 인류라 불리던 자.
인류를 크리쳐로부터 수호하는, AOC의 자랑스러운 군인이었습니다.
당신의 강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고,
AOC에서도 당신의 공로를 인정해 특별한 포상 휴가를 지급했죠.
포상휴가를 떠나기 전 날, 상부에서는 당신을 호출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높은 AOC 건물의 꼭대기까지 도달했던 것이 당신의 마지막 기억입니다.
시원:....뭐지?
당신은 C.V의 첫 실험체입니다.
이전의 기억이 머릿속에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크리스마스를 보내던 나날, 그래. 파티에 간 적도 있습니다.
학교에 다닌 적도 있었고,
심한 감기에 걸려 고생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것들이 이제서야 기억나는 이유는...
시원이 갑작스레 폭주를 했던 이유는,
점차 재생 속도가 느려지던 이유는,
평범한 실험생물로 돌아간 알파처럼...
당신이 사람으로 되돌아왔기 때문입니다.
샤오샤오:
이성을 판정합니다.
시원:
SAN Roll
기준치:
57/28/11
굴림:
100
판정결과:
대실패
?
:
(To GM)rolling 1d4
(
4
)
=
4
펌블로 인해 판정 최대 수치의 이성을 잃습니다.
이성 -5
단기광기 '인간불신' 효과를 받습니다.
시원은 곁에 존재하는 모든 인류에게 신뢰를 잃습니다. 이후 정신력, 대인기능판정에 패널티 다이스가 지급됩니다.
이 광기 효과는 37분간 지속됩니다.
혼란스럽게 고개를 돌리던 시원은, 연구실 벽면의 서랍을 발견합니다.
시원:(바로 옆에 있는 샤오를 본다. 연구소에서 나온 이후에서부터 날 알았다고 했지만 거기에 쭉 소속되어있던 군인이 정말 몰랐을까? 정말로? 내가 인간으로 돌아온게 상부에 알려진다면 어떻게 되는거지..)(샤오가 종이를 읽는 동안 소리없이 서랍쪽으로 이동해 열쇠를 사용한다)
잠긴 서랍을 열쇠로 열자, 안에서 편지꾸러미가 나옵니다.
눈에 띄는 두 장의 편지가 있군요.
시원:(편지를 읽어본다)
(편지2를 반복해서 읽는다)....(이게 무슨 소리지..?)
도심지?
적당한 위기감?
민간인을 통제?
추가공급?
시원:(설마 크리쳐 얘긴가)
뭔가 이상합니다.
시 전체를 폭파하겠다는 극단적인 선택.
여태껏 안전지대는 유지되며 한 번도 시 전체가 점령된 적이 없었습니다.
시내에 지나치게 많은 크리쳐들.
당신에게 살려달라고 말하던 상급 크리쳐...
지능을 판정합니다.
시원: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51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렇습니다.
인공적으로 크리쳐를 만드는 C.V라는 바이러스가 A시에 퍼져 시민들이 생체형 크리쳐로 변이했으며,
벙커 안에 숨어있던 사람들만이 공기 중에 퍼진 바이러스를 피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여기까지 오면서 얼마나 많은 생체형 크리쳐를 죽였더라?
게다가 C.V에 노출된 사람은 크리쳐가 됩니다.
그 기간은 시원으로서는 짐작할 수 없습니다만,
최소한 사흘 이상 노출되었던 샤오샤오는?
시원:.....?
(샤오를 돌아본다)
샤오샤오의 뺨이 상기되어 있습니다.
이마에 감겨있던 붕대가 느슨하게 내려옵니다.
머리의 상처는 어느덧 사라졌습니다.
아뇨, 오히려 컨디션은 아주 좋아 보입니다.
시원:...너..
샤오샤오:... ...상쾌해.
어, 갑자기 머리가 막 돌아가고 있어.
시원:....몸이 변할거야.
샤오샤오의 얼굴 위로 다양한 표정이 교차합니다.
대충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당신 다음으로 '최강의 인류'라고 불리던 샤오샤오는
어차피 언젠간 당신처럼 크리쳐로 개조당할 예정이었겠죠.
그러니까 당신의 페어는...
두 사람의 정보가 업데이트됩니다.
시원:....
(샤오의 상태를 확인한다)
어느 순간, 샤오샤오의 눈에서 빛이 꺼집니다.
찰나의 순간입니다.
시원이 느리고 무거운 몸에 채 적응하기도 전,
샤오샤오가 시원의 가슴팍을 걷어찹니다.
시원은 속절없이 휘둘려 벽에 머리를 박고 바닥으로 미끄러집니다.
시원:윽..!!(벽에 부딪힌 머리 때문인지 속이 울렁거리고 시야가 뒤집힌다. 얼마나 세게 찬건지 흉부가 욱신거리는 통증에 밭은 기침을 내뱉는다.)
(곧장 몸을 일으켜 샤오에게 총을 겨눈다)
시원이 샤오샤오에게 총을 겨누면, 샤오샤오는 재빠르게 시원의 팔을 밟았다가 목을 붙잡고 허공으로 들어올립니다.
시원의 눈에, 아무런 감정도 없이 당신을 바라보는 샤오샤오의 얼굴이 비칩니다.
시원:케, ...흑..(목이 졸린 채로 허공에 들려올려지면 묵직한 장비들탓에 압박감은 점점 더 심해진다. 숨을 쉬는게 어려워질수록 버둥거리는 움직임도 둔해진다. 한 손으로 네 팔을 붙잡고 나이프가 꽂혀있는 허리춤을 더듬는다)
살기 위해 발버둥쳐야합니다. 인간은 그런 것이죠.
소생이 없는 몸에서 의식을 놓았다간, 그걸로 끝입니다.
시원이 겨우 샤오샤오의 나이프를 잡았을 때
샤오샤오는 무언가에 정신이 팔린 듯 시원을 내동댕이 칩니다.
강한 충격.
시원의 시야가 마구 흔들립니다.
머릿속에 째지는 이명이 울리며, 코에서 뜨거운 피가 흘러내립니다.
쿵, 쿵, 쿵.
어느 순간, 위에서부터 규칙적으로 묵직한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시원:(몸을 일으키려한다)
시원은 겨우겨우 몸을 일으킵니다.
시원:(시간을 확인한다)
제대로 사고하는 것조차 힘든 상태지만, 샤오샤오가 계단을 타고 올라가며 손에 잡히는 것은 전부 부수고 있다는 것 정도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시원:(소리가 들리는쪽으로 어떻게든 몸을 움직여 따라간다)
시원은 간신히 다리를 움직여 계단을 올라갑니다.
후들거리는 다리는 시원이 옥상으로 향하는 도중 몇 번이고 풀려버립니다.
멈출 기미가 없는 코피를 닦아내며, 그제야 깨닫습니다.
인간의 몸은 너무 유약하고, 부드러우며, 한 번 뿐인 삶은 부족하다는 사실을요.
벽과 계단은 움푹 패여 부스러기를 흘리고 있습니다.
위로, 위로, 더 위로.
샤오샤오의 빠른 발을 따라잡지 못한 시원은 한참 뒤에야 옥상에 도착합니다.
옥상의 철문은 흉한 형태로 휘어져 있습니다.
불안한 마음으로 발을 디디면, 샤오샤오가 있습니다.
시원:..샤, ..오...
야..!
그는 불완전했던 정신을 어느 정도 추슬렀는지.
시선을 건물 아래의 야경에 꽂은 채 눈을 떼지 못합니다.
시원:...왜그래..
주먹을 감싸고 있던 장갑은 힘을 이기지 못하고 너덜하게 찢어졌습니다.
시원:(옥상 난간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본다)
그는 때로 당신과 자신을 구분하곤 했습니다.
크리쳐는 그렇지,
인간은 그래,
하지만 우리가 내려다보는 저 난간 아래...
길거리를 배회하는 크리쳐들과 우리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샤오샤오:가까이 오면 안돼...
시원:뒤져라 패놓고...(끊어지는 호흡을 천천히, 크게 들이켰다가 내뱉는다) 이제와서 뭐래
샤오샤오:(천천히 피로 범벅이 된 손을 들어 얼굴을 쓸어내린다.)
아이러니합니다.
샤오샤오는 한 번도 크리쳐가 되어 본 적이 없었기에,
시원에게 좋을대로 말을 내뱉었습니다.
그런데도 지금은,
샤오샤오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시원 뿐이겠죠.
샤오샤오:곧 헬기가 도착할거야.
시원:하고싶은 말이 뭐야
샤오샤오:돌아가면 들키겠지. (눈만 돌려 시원을 바라본다)
시원:....그렇겠지. 너도, 나도.
샤오샤오:들키면... ... (상상도 할 수 없다는 듯이 눈가를 찌푸린다. 인간을 서슴없이 크리쳐로 개조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두 사람은 결정을 해야 합니다.
이대로 탈영병이 될 수도, 또는 여전히 AOC에 순응할 수도...
아니면 전혀 다른 방법을 생각해 낼 수도 있겠죠.
시원:크리스마스가 2주 남았다고 했나..
너라도 도망가는게 어때.
난 목걸이 때문에 같이 이동하는건 어려울거야.
샤오샤오:... ...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리모콘 하나를 꺼내 버튼을 누른다.)
샤오샤오가 버튼을 누르자,
시원의 목에 걸려있던 목걸이가 작은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시원:.... .... ....?
... ..?? ... ? ...어?
샤오샤오:널 관리한다고 했잖아.
시원:...허탈하네..
여기서 도망치는데 성공하면, 마을로 돌아갈거야?
샤오샤오:매번 누를까 말까 고민했지. (다시 시선을 아래로 내린다.)
... ...글쎄.
그 사람들 눈이 닿는 곳에선 못살아. 돌아가서 죽거나, 평생 도망자로 살거나.
시원:(내가 원래 지냈던곳은... 한국일까?)
난 도망자처럼 사는것도... 나쁘지 않아.
넌 어때
AOC는 세계 기관입니다. 이곳은 적어도 한국이 아니니... ...그렇네요, 시원은 아마도 한국 지부에서 왔을 겁니다.
샤오샤오:(하아, 하고 허공으로 입김을 흩어내며 고개를 든다.) 크리쳐도 좋은 게 아니었네.
시원:목숨 여러개라고 좋을리가.
샤오샤오:속이 허해진 기분이야. (주먹을 몇 번 쥐었다 펴곤 시원에게 다가온다)
같이 갈 거야?
시원:같이 가자고 하면.
샤오샤오:내가 폭주하면 막아야 할 텐데.
시원:(앞까지 다가온 네 눈을 가만히 바라본다) 이 몸에 좀 더 익숙해져야 할것 같아. 인간으로 돌아오는것도 썩 달갑지 않네. 자신만만하게 대답을 못하게 되니까.
그래도 할 수 있어.
샤오샤오:그럼 같이 가자.
혼자 도망가는 건 좀,
(어깨를 으쓱인다.)
시원:외로워?
샤오샤오:네 생사가 자꾸 궁금해질 것 같아.
시원:나한테 관심있어?
샤오샤오:뭘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물어봐?
내려갈 때 안 받아준다.
시원:나한테 단단히 감겼네. (어깨를 으쓱이다가 이어지는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뜬다) ...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