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원:(뭘 의심하지 말라는거지...? ??)(샤오는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 확인해본다)
샤오샤오는 무언가 죄책감을 느끼는 듯이, 또는 이 상황을 무마해보려는 듯이...
샤오샤오:(곧, 다시 시선을 마주치고 쓱 웃어보인다) 서점 갈까?
한시원:.....? (미묘한 표정으로 네 얼굴을 본다) 왜...?
샤오샤오:...책 산다며. 한 권.
한시원:왜... 키스 한거야....?
...아까 그건 뭐야?
샤오샤오:... ...아... (천천히 시선을 굴리더니)
...갑자기...예뻐 보여서.
한시원:혹시 날 가지고 노는건...? (아니겠지.....)(혼란)
샤오샤오:설마. 그래서 용서하라고 했잖아. (농담스레 받아치며 앞장선다)
한시원:(멀거니 서있다가 결국 쭐쭐 따라간다) 나.. 처음인데..
갑작스러운 입맞춤에, 대체 그 짐승들은 무엇이었을까요?
그리고 그것을 본 샤오샤오의 반응도요.
한시원:(뭐부터 따져물어야할지 혼동되서 한개도 못물어보는 상태)
(와중에 뭔가... 억울함)
그 기괴한 것을 처음 보는 자의 생경함보다는, 아는 공포를 맞닥트린 인간의 모습이었습니다.
첫 키스가 이렇게 얼렁뚱땅 넘어가다니.
한시원:(씩..씩..) (눈물 고임)
(뭐야 뭔데.. 무슨 이유로 한건데..용서고자시고 왜한건데..)
좋아하지도 않는데 키스를 해서?
아니면...그냥 이 행위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느껴서?
어느 쪽이건, 시원에게 입을 열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괘씸하긴 합니다.
한시원:(얼렁뚱땅 넘어갔으니 더 물어보기도 애매해졌다... 약간 뒤쪽에서 걸으면서 눈가를 슥슥 닦아내곤 아무렇지 않은척 서점으로 따라간다)
...
두 사람은 서점에 도착합니다.
광장에 갔을 때와는 다르게, 조금 떨어진 상태로 말이에요.
음반이나 문구까지 취급하는 대형 서점.
베스트 셀러 코너, 신간 코너 등 다양한 서적이 있습니다.
한시원:(아까 일을 생각하면 안 돼. 곱씹으면 독이 된다..)
(난 취향이.. 좀....대중을 따라가는 편이므로)
(베스트셀러 코너로 가서 적당히 눈에 띄는걸 찾아본다)
베스트셀러 코너에는...
'소설 서가', '역사 서가', 그리고 '수험 문제집 서가' 등이 보이네요.
한시원:(소설 서기를 읽어본다)
소설 서가에는 최근 베스트셀러가 된 유명작
'어쩌면 그 육회비빔밥도 사실은'이 산처럼 쌓여 있습니다.
한시원:(이름 특이하다..)
(팔락팔락 대충 읽어본다)
음...
우연히 유명 육회비빔밥 식당에서 만난 두 남자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액션 서스펜스 활극 드라마 멜로망스입니다.
마지막에 사실은 육회비빔밥 식당 주인이 배후였다는 반전이 있는 소설이었네요. 생각보다 재밌습니다.
한시원:(책을 덮는다. 크윽.....난.. 오늘은 로맨스를 보고싶지 않았는데..)
(로맨스가 없을것 같은 역사 서가로 간다)
역사 서가에는 '한국의 역사서' 특별 코너가 있습니다.
자료조사를 판정합니다.
한시원:
자료조사
기준치:
65/32/13
굴림:
3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시원은 <환단고기>를 발견합니다.
상고 시대 한반도에서 출발해 유라시아 대륙 전역을 재패했다는 '수밀이국'에 대한 이야기... ...
뭐 이딴 고증 없는 사이비 역사서를 베스트셀러 서가에 둔담?
관찰력을 판정합니다.
한시원: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2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환단고기 따위를 진열해 둔 서점에 실망할 무렵...
베스트셀러 옆, 특별 코너에서 눈에 잘 띄지 않는 책장을 발견합니다.
한시원:(터덜터덜 가까이 가본다)
어쩐지 기둥 사이의 틈이 좁아서...사람들이 잘 안 올 것 같긴 하네요.
그곳에는 <세계야담집>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세계 각지의 야사, 구전 등을 모은 책이네요.
총 12챕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한시원:(살짝 흥미 생겨서.. 이번엔 좀 천천히 읽어본다)
시원의 눈길을 이끄는 챕터는 2챕터입니다.
제목이 '푸른 눈의 사내' 거든요.
샤오샤오는 베스트셀러 서가 근처에서 서성거리며 책을 구경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시간을 들여 책을 좀 읽어볼까요?
한시원:(내가 아는 어떤분이랑 눈 색이 똑같네)
(평소에도 이런식으로 자주 서서 읽었으니.. 아마 샤오는 알고있겠지. 천천히 읽는다)
고대부터 근대까지 수많은 지방에서 구전된 어떤 남성의 이야기입니다.
이 남자는 시기와 장소를 막론하고 나타나는 기록마다 항상 비슷한 특징으로 묘사되었는데, 본래 파편처럼 흩어진 목격담이라 당연히 전부 다른 사람의 이야기라고 여겨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와중 졸업논문을 쓰면서 자료를 모으던 캐나다의 고고학 박사과정생들이, 비슷한 특징을 가진 인물에 대해 기술한 사료들이 시대도 지역도 다른 곳에서 어떤 패턴을 가지고 등장한다는 것을 발견하여 연결성을 찾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발견자들이 이 남성에게 주목하게 된 최초의 계기는 기원전 4세기경 메소포타미아의 기록입니다. 2036년 티그리스 강 유역에서 새로운 발굴 조사가 시행되었는데, 발굴된 사료 중 ‘흰 머리, 푸른 눈, 어두운 피부를 지닌 다른 인종의 사내’에 대해 언급한 유물이 있었습니다. 당대 메소포타미아 지방에서는 보기 드물었던 몽골로이드적 특징으로 묘사된 남성의 정체를 두고 갑론을박이 있었으나 기록상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고, 사료가 너무나 부족하여 자세한 조사가 불가능했다고 합니다.
전승된 기록 중 비슷한 남성이 등장한 다음 시기는 작성년도 110년대로 추정되는 로마인의 편지글입니다. 마찬가지로 동일한 외양의 동양인 남성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이후로도 이 남성은 수 차례 전세계의 기록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특히 후대로 내려와 사료의 양이 풍부해질수록, 동일인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을지언정 최소한 비슷한 인물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가 추측할 수 있는 문장의 개수가 늘어났습니다. 아시아 권역에서는 그다지 두드러지는 외모가 아닌 탓에 특이한 일화가 보이지 않지만, 연구자들은 그가 역사에서 가장 길게 자취를 감추었던 4세기부터 9세기 사이 중국과 베트남, 몽골 기록에서 네 차례 보였던 ‘푸른 눈을 가진 남자’가 바로 이 남성이 아닐지 증명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각종 묘사를 종합해 보면 이 인물은 보기 드물게 완전한 흰 머리에 흙빛 피부결, 옅은 푸른빛 눈동자, 선한 인상을 지녔으며 키가 큰 남성으로, 여러 언어와 의료 지식에 통달했다고 합니다. 대체 이 남성은 누구일까요? 세계 역사 곳곳에 흩뿌려진 이 언급들이 정말로 동일인을 가리킨 것일까요?
그렇다면, 어쩌면 이 인물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혹 지금도 우리 곁에서 살아가고 있지는 않을까요?
(흔치 않은 외모인데..)
(시선이 샤오한테 잠깐 닿았다가...)
(책으로 돌아온다)
(저자가 누구지? 샤오를 보고 감명받아서 쓴 픽션일거라는 상상을 잠깐 해본다)
한시원:(잠깐만 여기 역사코너잖아)
그렇습니다. 이곳은 역사코너 구석...
나름 많은 전문가들이 모여서 쓴 500페이지짜리 야담집을 읽고 있죠.
한시원:(책을 들고 샤오 근처로 간다)
어쩐지...찜찜한 기분으로 책을 덮게 됐네요.
한시원:나 이거 사려고. 책 골랐어?
샤오샤오 근처로 가면, 샤오샤오는 소설책 한 권을 뒤적거리다 시원을 바라봅니다.
샤오샤오:난 별로 관심가는 게 없어서. 괜찮아. 책을 잘 읽는 것도 아니라. (네가 든 책을 보곤) 금방 골랐네.
한시원:재밌어 보이는걸 발견해서.
(꽤 두꺼운 책을 만지작거린다) 집가서 천천히 읽어볼래.
샤오샤오:또 한동안 그 책에 빠져 살겠네. (쓱 웃어보이더니) 그래. 마침 해도 지려고 하고. 그거 사고 가면 되겠다.
한시원:(아무렇지도 않아보이는 태도에 가만히 웃었다가 책을 계산하러 간다)
(결국 아까 그 일은 뭐였을까.. 주섬주섬 봉투에 담겨나온 책을 받아 서점을 나온다)
이제 집에 갈거지?
샤오샤오:(계산대 줄 너머에서 시원을 기다리다가, 함께 서점을 나오며) 응. 시원 들어가는 거 보고.
한시원:오늘은... 안데려다줘도 돼.
나 요 앞에(대충 건물 뒤쪽을 손으로 가리킨다) 들렀다갈데가 있어서 먼저 가.
샤오샤오:...그래? 그냥 늦어서 데려다줄까 싶었는데.
(뒷목을 긁적이다가, 몇 걸음 물러난다) 괜히 안 그래도 돼. 따로 가고 싶으면...
한시원:(이.. 이..나 나를 너무 잘알아서...)
너는...
몇 번 해봤는지 어쨌는지 좀 예뻐보인다고 그럴수있겠지만...
나는 아니라서.. 오늘은 따로 갈거야.
나는 여기로 갈테니까 넌 저기로 가. (대충 한정거장정도 차이로 정류장이 있는곳을 각각 가리킨다)
샤오샤오:...그래... ...잘 가. 내일 보자, 시원.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곤 잠시 멈칫거리다가 뒤를 돌아 걸어간다)
한시원:(별다른 변명이 돌아오지 않는걸 보곤 몸을 돌려 반대방향으로 간다)
(진짜 많이 해봐서 따로 말 안하는건가..)
설마 아무한테나 이러나?
한시원:(정류장에 도착해서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간다)
(예뻐보여서 키스를 한다니 진짜 이게 무슨...)
시원은 집에 도착해서, 뽀송하게 씻었습니다.
지능을 판정합니다.
한시원: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63
판정결과:
보통 성공
...학교 선생님 중에, 오컬트 같은 데에 관심이 많은 분이 있었죠.
그 선생님이라면 오늘 있던 혼란스러운 일들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계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무언가 허전해서 보면
아뿔싸, 지갑을 놓고 왔네요!
한시원:어!?
아마 서점 계산대에 놓고 온 것 같은데...
한시원:(일단 서점에 전화해본다)
시원은 서점에 전화를 겁니다.
... ... ...
'죄송합니다. 현재는 영업이 종료되었으니...'
한시원:안 돼..
아무래도 이미 닫은 것 같네요. 내일이라도 가 봐야겠어요.
한시원:오늘 진짜 최악이다..
(선생님한테라도 연락해볼까.. 고민고민하다가 메세지라도 넣어본다)
(오늘 본.. 이상한 연기랑 푸른눈의 어쩌구 같은것들에 대해..)
뭐라고 메시지를 넣어볼까요?
한시원:[선생님, 늦은 밤에 실례합니다. 저는 -학년 -반 한시원이라고 하는데요 여쭤볼게 있어서 연락 드렸어요. 오늘 이상한걸 봤는데 처음엔 검은 연기였다가 나중엔 파랗고 미끈거리는 피부에 등이 굽은 짐승처럼 생긴걸로 바뀌는 무언가..? 를 봤는데요 혹시 뭔가 알고 계시다면 답장 부탁드려요.]
[그리고 혹시 세계야담집이라는거 읽어보신적 있으세요?]
(까지 보내고 휴대폰만 한참 들여다본다)
... ...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자니, 곧 답장이 도착합니다.
[ 안녕 시원아! A 선생님이야. 짐승 같은 거라면 들어본 적이 있네. 책 이름은 처음 듣는데, 요즘 또 시험기간이라서 너무 바쁘더라. 직접 도와주고 싶은데 그러긴 힘들 것 같네. 내일 점심시간 끝날 즈음에 사회과 창고로 오면 책을 하나 빌려줄게. 괜찮지? ]
...시원이 예전에 서점에서 읽어 보았던 <푸른 눈을 가진 사내> 챕터만 채워진 채입니다.
흐름은 대충 기억하던 것과 같은데...
명확한 문장이 쓰여있는 게 아니라, 시원의 기억을 대충 받아적은 듯 흐리멍텅한 내용입니다.
샤오샤오는 여전히 책을 쳐다보고 있네요. 갖고 싶은 걸까요?
한시원:(뭔가 읽어주기엔 완성되지 않은 문장들이랑....어두운 피부색, 푸른 눈, 백발, 동양인 같은 키워드들이 그럴싸하게 섞여있는걸 보며 애매한 표정을 짓는다)
...이거 줄까?
별거 안적혀있지만.. 네 얘기들이야. (책을 샤오의 손에 쥐어줘본다..안되나)
시원이 책을 건네자, 샤오샤오가 책을 받아듭니다.
아까와는 달리, 샤오샤오도 책을 잡을 수 있네요.
한시원:(무슨 차이지..)
샤오샤오:(책을 쥔 채 눈을 깜빡이다가 어느 순간, 호흡을 할 줄 알게 된 것처럼 깊게 숨을 토해낸다
...아.
한시원:(내가.. 건네줘서? 아니면 샤오가 읽어서? 그것도 아니면...)
(한참 생각에 잠겨있다가 처음으로 들은 목소리에 번쩍 고개를 든다)
아?
샤오샤오:(아, 그렇게 한 마디를 하고 난 뒤에는 시원에게 시선을 고정시킨다.) ... ...
한시원:(반짝반짝..)
(뭔가 기대하는 얼굴로 쳐다봄)
샤오샤오:... ... (확실히 시선 자체는 너를 바라보고 있으나, 그 이상의 제스처는 없다. 배터리가 다 된 것 마냥.)
한시원:...아직 아닌가?
(책을 주는것만으로는 환심을 살 수 없는 모양... 수납함도 열어본다)
샤오샤오:... (그렇게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로 서 있다가, 복도 쪽을 본다.)
한시원:?
수납함은 텅 비어있습니다.
샤오샤오:...저기.
한시원:(스크린은?! 이리저리 고개가 돌아가느라 바쁘다가 부르는 소리에 샤오쪽을 본다) 어?!
샤오샤오:(복도 너머, 연구소 쪽을 가리킨다)
한시원:...저기 가자고?
스크린은 꺼져있는 상태네요. 보통은 영화를 틀어놓고 보곤 했지만...
샤오샤오:저기, 가. (여전히 복도 앞에 선 채로 앞부분을 가리킨다)
한시원:(5살배기처럼 말하네.. 중간중간 샤오를 돌아보며 연구소로 들어간다)
그러게 말이에요. 샤오샤오는 시원과 나란히 걸어 연구소까지 향합니다.
연구소도 마찬가지로, 시원이 알던 것과는 미묘하게 모양이 다릅니다.
벽면에 붙은 시계, 선반, 그리고 서류함이 눈에 들어옵니다.
한시원:(시계를 확인해본다)
아날로그 시계는 2시 4분에 고정되어 있습니다.
... ...잠깐, 여기 있던 시계는 디지털 아니었던가요?
이상하네요.
한시원:(내 회중시계는 몇시지?)
회중시계는 원래대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11시 10분이라고 적혀있긴 하지만...지구를 지나 우주를 여행하고 있으니, 정확하진 않겠죠.
한시원:2시 4분...(선반을 열어본다)
선반에는 시약과 플라스크 따위를 두곤 하는데...
지금은 텅 비었네요.
한시원:(서류함을 열어본다)
서류함에는 연구기록 등을 적어 넣어둡니다.
열어보면...지금은 텅 비었네요. 아니, 자세히 보니 맨 밑에 무언가가 깔려 있습니다.
한시원:(깔려있는걸 꺼내본다)
샤오샤오:(어느 새, 옆으로 와서 같이 서류함 안을 들여다본다.)
그거.
꽤 오래 된 것처럼 보이는 종이입니다.
이건...
샤오샤오의 초상화네요.
한시원:와
시원이 항상 소중하게 보관하던 건데, 왜 이게 여기에 들어있을까요?
한시원:(집에 보관되어 있다보니 일하는 동안은 전혀 보질 못했던지라 반가운 기분으로 꺼내 살펴본다) 이게 왜 여기있지?
(한참 감상하다가 샤오를 본다) 이거 갖고싶어?
그렇습니다. 거의 몇 달 간이나 보지 못했는데...
실물이 앞에 있긴 해도, 반갑네요.
샤오샤오:응, 그거.
한시원:(지금 봐도 똑같이 잘그렸다..)
자. (샤오에게 건네준다)
샤오샤오가 그림을 받아들자
손 끝에 닿은 체온이 아주 조금 따뜻해 진 것 같다는 감각이 느껴집니다.
한시원:(초상화를 들고 있는 손을 살짝 잡아본다)
샤오샤오가 그것을 쥐면, 불이 꺼진 듯 냉막하던 눈동자 너머에 비로소 '이 사람이 살아 있구나' 싶은 생기가 돕니다.
샤오샤오:(가만히 손을 잡힌 채, 초상화를 잠시 들여다보다가)
... ...시원.
한시원:(이름이 불리자마자 눈을 휘둥그레 뜬다) 나, 나.. 나, 기억해?
(손으로 제 얼굴을 가리킨다) 한시원이야.
샤오샤오:...알아. 시원. (천천히 얼굴에 미소가 번지다가 어깨를 약간 떨더니 네 옆으로 붙는다) ...추워.
아직 멍하고, 평소처럼 명확하게 말하진 않지만...
확실히 상태가 나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시원:추워? (입고있던 재킷을 벗어 네 어깨에 걸쳐주곤 가까이 붙는다.)
(기억하고 있구나..)
샤오샤오:응...추워. (제 어깨에 걸치기에도 한참 작은 재킷을 받았다가, 조금씩 웃는다) 작잖아.
한시원:큰게 없는데 어떡해? (작게 투덜거린다) 이것도 한치수 큰걸로 배급받은거야.
저기, 근데.. 어디부터 어디까지 기억하는거야?
다 기억하는건가..
샤오샤오:그렇구나... ... (네 옆에 잠시 기대는 듯 하다가, 질문을 들으면 천천히 고개를 젓는다.) ...몰라. 기억... ...
안 나.
한시원:ㅡ그래? (이름만 아는건가..)
샤오샤오:...나, 저쪽으로. (조금 힘 없이, 또 복도를 가리킨다)
한시원:..좋아, 필요한게 있다 이거지.
(샤오가 가리킨 방향으로 간다)
샤오샤오가 가리키는 곳은 화물실입니다.
이질감이 드는 화물실로 들어서면, 벽장과 식품 보관장, 응급함, 선반 등이 눈에 띄네요.
한시원:(벽장을 열어본다)
벽장에는 낡은 라디오가 하나 있습니다.
... ...듣기를 판정합니다.
한시원:(꿈뻑..)
듣기
기준치:
65/32/13
굴림:
84
판정결과:
실패
듣기
기준치:
65/32/13
굴림:
11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끼릭끼릭.. 주파수를 조절해본다)
시원이 라디오를 만져보면
어느 순간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 나를 만나러 와. "
샤오샤오:나를 만나러 와... ... (조용히 중얼거린다)
한시원:(내 목소리인가..?)
아마도, 샤오샤오가 들었던 그 목소리겠지요.
시원의 목소리입니다. 물론, 녹음된 목소리는 자신이 기억하는 것과는 언제나 조금 다르지만요.
그리고 곧 샤오샤오가 한 번 더 길게 숨을 내쉽니다.
한시원:(샤오를 돌아본다) 지금은 좀 어때?
샤오샤오의 얼굴에는 좀 더 혈색이 돌고
시원을 명료하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곧, 그 시선이 혼란에 휩싸입니다.
한시원:...(깜빡.)
샤오샤오:... ... ...뭐야? (마치 지금 막 잠에서 깬 사람처럼, 너를 가만히 바라본다.)
한시원:....어?
뭐가..
왜..? (네 눈 앞에 손을 흔든다)
샤오샤오:...뭐야? 시원, 너야? 날 알아? 내가 본 그 시원이야? 전보다 큰 것 같아. 대충 눈대중으로 따지자면 20대 중후반 정도... ... (네 어깨를 붙잡은 채 정신없이 시선을 옮겨가며 중얼거린다)
한시원:어, 에, 으응? (네 눈이 이리저리 구르며 저를 살피는것을 보다가 얼떨떨한 얼굴로 웃는다) ㅡ나야, 그 때부터 벌써 10년이나 지났으니까..
이제 기억나?
샤오샤오:10년... ...그럼 내가 왜 여기에 있어? 여긴 어딘데?
한시원:어떻게 찾은건진 아직 모르겠지만... (옷 안쪽에 들어있던 회중시계를 꺼내 보여준다)
여긴 화성으로 향하는 우주선 안인데.... 지금은 거기가 맞는지 모르겠어. 내가 꿈을 꾸는건 아닌것 같은데.
샤오샤오:가지고 있었구나, 그거. (눈썹을 내리트리며 웃어보인다. 사무치도록 그리운 것을 본, 바로 그 감정으로.)
널... ...다시 볼 수 있을 줄 몰랐어.
한시원:내가 찾아간다고 했잖아. (작게 웃는다) 안믿었어?
샤오샤오:아니, 믿었는데... ...이렇게 보니까 실감이 안나서.
그 때, 옥상에서 사라진 이후로...의식이 끊겼어. 죽은 것처럼. 그런데 방금 갑자기 정신을 차려보니까 네가 있는 거야.
한시원:이 우주선 휴게실 침대에서 자고있었어.
처음부터 있었던건 아니지만...
이상한 빛을 따라온 다음부터..
샤오샤오:... ... (가만히 고개를 기울인 채 너를 바라본다. 말을 고르는 것처럼, 또는 어떤 감정적인 폭발을 막는 것 같기도 하고.) ...정말...찰나에, 크는구나.
화성으로 가는 중이면...우주비행사가 된 거야? 네가 운전해?
한시원:조종을 배우기는 했어. 내가 도맡아 하는건 아니지만.
이쪽이 너랑 만날 방법을 찾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이렇게 갑자기 만날줄은 몰랐지만. (제가 크게 변한게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쩐지 멋적은 기분에 괜히 머리카락을 매만진다)
넌 하나도 안변했네.
아직 18살인건가?
샤오샤오:그렇구나. 약속을 지키려고... ...내가 또 망쳤네. 너도 좋아하는 게 더 있었을텐데.
(그 말에 제 볼을 한 번 쓸어내리더니) 옛날 사람들의 나이로 치면 어느 정도인지 잘 모르겠어. 그냥 청년인 정도, 라고만 생각하니까...
한시원:널 좋아해! ('망쳤다' 라는 말에 발끈함과 동시에 말이 튀어나온다. 네 손을 꽉 붙잡은채 눈을 똑바로 본다)
그러니까 앞으로 한시원 안찾을거면 나까지만 해.
.....근데 제가 18살이면... 미성년자랑 교제하는건데.
(네가...아무튼 고민한다)
샤오샤오:... ... ... (갑자기 튀어나온 말에 눈을 휘둥그레 뜨고 끔벅이다가, 벅차게 미소지으며 손을 뒤로 둘러 끌어안는다)
몇 천 년이나 살았으니 할아버지랑 교제하는 셈이지.
한시원:(2년 기다리자니 30살이 되는거고.. 골똘히 생각하다가 정신을 차리면 품 안에 끌어안긴채라 네 등 뒤로 팔을 둘러 토닥토닥 오랜만에 느끼는 따뜻함을 기분좋게 느낀다) 안어울려.
샤오샤오:항상 이 얼굴이었으니까.
한시원:그럼 앞으로도 계속 그 얼굴이야?
(심란..)
샤오샤오:그렇지 않을까. 내 시대 사람들은 다들 이렇고... ...
(심란한 표정을 가만히 쳐다보다가) 뜬금 없는데,
키스해도 돼?
한시원:? (귀를 의심한다)
......지금?
샤오샤오:... ...오랜만에 만난거니까...
싫으면 나중에 할게.
한시원:입술 좀 대는게 뭐라고.. 싫은거 아냐. (사실 이쪽은 아까 전에 먼저 했지만.. 굳이 말하지 않은채 웃어 넘기곤 가만히 눈을 감는다)
해도 돼.
샤오샤오:좋아한다면서 거절하면 상처받을 뻔 했네. (고개를 푹 수그려 입술을 겹친다. 차갑지 않고, 따뜻한 온기. 생생하게 살아익은 맥이 동한다.)
한시원:(죽은 사람에게 하는것 같았던 아까 전의 입맞춤과 달리 따스한 체온이 전달되어 오는것에 저도 모르게 긴장해있던 몸에서 쭉 힘이 빠진다. 지난 10년간을 보상받는듯한 기분에 속이 간질거린다)
샤오샤오:(천천히 입술을 떼었다가, 그대로 이마를 맞댄 채 가만히 눈을 내리감는다.) 널 다시 만나서 기뻐, 시원.
한시원:(눈을 떠 가까이에 있는 얼굴을 찬찬히 살핀다) 만난건 좋은데..
여기서 어떻게 나가야할지 전혀 모르겠어.
샤오샤오:(다시 고개를 들고는) 여기는 어떻게 온 건데?
네가 살 만한 정상적인 공간은 아닌 것처럼 보이긴 해.
한시원:(여기 오기까지의 일을 차근차근 생각한다) ....회중시계의 태엽을 돌렸는데, 갑자기 주변 사람들이 다 사라졌어. ....동료들을 찾으려고 조종실까지 갔었는데 거기서 이상한 빛이 우주선 바깥에서부터 창문을 넘어 들어왔고, 그 빛을 따라 휴게실로 돌아왔더니 네가 있었어.
태엽을 다시 돌려볼까..? (애매한 얼굴로 회중시계를 내려다본다)
샤오샤오:빛... ...빛? (눈썹을 비틀더니)
...별 일이네. 혹시 누가 말도 걸었어?
신 같은 느낌으로.
한시원:태초의 것이 이끄는 대로 따르라.
이랬어.
그게 내 인도자가 될거라고..
신 같기는 했지.. 성서에서 천지창조 할 때 나올법한 말이 들렸거든.
빛이 있으라ㅡ 이러면서.
샤오샤오:(아, 하고 무언가 알겠다는 듯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구나. 뭔지 대강은 알겠다.
한시원:뭔데?
샤오샤오:내가 생각한 게 맞다면, 여긴 네 가상 우주야.
한시원:......여길 내가 만들었다고..?
샤오샤오:나까지 있는 걸 보면...너랑 내 무의식에서 창조된 가상 우주겠지. (네 뒤쪽의 선반을 보더니) 네 뒤에.
한시원:? (선반을 돌아본다)
선반에는 우주선에 있을 리가 만무한 물건들이 몇 가지 놓여 있습니다.
벚꽃 가지를 닮은 비녀, 검이 꽂혀있지 않은 검집, 시원의 머리칼과 꼭 닮은 둥근 보석...
샤오샤오:...이것도 다 네 거였어. 물론 지금의 너는 아니지만...
한시원:....네 기억에서 생겨난거야?
샤오샤오:나도 몇 백년 만에 봐.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선반을 훑어본다)
한시원:이쯤되면 할아버지가 아니라 신선일지도.. (식품 보관장을 열어본다)
식품 보관장에는...박스에 포장된 케이크와 마카롱 12구 세트 같은 간식들이 들어있습니다.
우주선에서는 맛볼 수 없는 음식들이네요.
한시원:(마카롱 분홍색 하나만 꺼내서 먹는다 냠냠..)
냠냠...
맛있습니다! 딸기맛 필링이 완벽하네요.
한시원:맛있다..
(초콜렛 색을 하나 꺼내서 샤오한테도 준다)
(응급함을 열어본다)
샤오샤오:잘 챙겨먹네. 보기 좋아. (마카롱을 받아 먹는다)
한시원:몇 달간 마카롱 같은건 구경도 못했어. (뒤적뒤적)
응급약품을 보관하는 상자...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없네요.
한시원:(텅 비었다..)
샤오샤오:화성에 가서 먹으면 될텐데. 아직 그 정도로 도시가 발달하지는 않았나?
한시원:(선반에 뭐 더 없나.. 뒤적거린다)
화성에 가는건 이번이 처음이야. 도착해서 며칠간 머물렀다 귀환하는게 이번 목표니까...
선반에는 시원이 기억하지 못하는 몇몇 신기한 물건 말고는 딱히 볼만한 건 없네요.
한시원:화성이 그 정도로 발달해? 그럼 이번 프로젝트도 성공적이려나?
샤오샤오:흠...그렇구나. 아직 지구에서 사는거네. (어깨를 으쓱인다) 화성도 떠나온 지 오래야. 난 화성 안 가봤어. 유령도시거든.
한시원:유령도시라니.. (제 볼을 긁적인다) 아쉽네. 여러모로 희망을 거는 중이었는데.
뭐, 다른 결과가 나올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여기가 우리 둘의 가상우주라면... 우리 마음대로 뭔가 할 수 있다거나 그런건 안되려나?
샤오샤오:네가 그렇게 얘기하니까...재밌네. 이 우주선은 여기가 끝이야? 이 앞에 더 있는건가? (복도를 기웃거리다가) 마음대로 어떤 거?
한시원:체리콕을 상상하면 체리콕이 튀어나온다던가.
이 앞은 조종실이야.
그러고보니까 그 빛도 조종실에서 봤었어.
거기로 가보자. (샤오의 손을 잡아당긴다)
샤오샤오:정수기에 대고 빌어봐. 난 가상우주에서 그런 건 안해봤지만. (네 손을 잡고 따라간다)
두 사람이 자리를 옮기면...
어라, 이 다음은 조종실이어야 하는데...
문을 열어 목격한 공간은 전혀 딴판인 장소입니다.
마치 전시실처럼 보이네요.
깨끗하고 넓은 홀 안에, 밝은 조명과 유리 진열장이 가득합니다.
샤오샤오:... ... ... (놀란 표정으로 그 안을 보더니, 갑자기 신이라도 난 것처럼 네 손을 이끌고 홀 안으로 들어선다) 이쪽이야, 시원.
한시원:체리콕 정수기라니.. 너무 과하다. (농담따먹기나 하다가 있어야할것 대신 처음 보는 장소가 등장하면 또다시 어리둥절한얼굴이 된다) ...어, 이건.....내 기억은..아닌것 같기도...
..? (얼결에 손을 잡혀 따라간다)
샤오샤오는 홀 맞은편의 유리벽으로 걸어갑니다.
한 쪽 벽면을 완전히 채운 유리 너머에 무언가가 진열되어 있습니다.
샤오샤오의 시선이 그곳으로 고정되고, 먹먹한 침묵에 잠겨 유리 위를 쓰다듬듯 손을 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