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만 해가 떠 있는 동안은 나갈 수도 없고, 나갈 수 있더라도 이렇게 뜨거운 햇빛 아래에 몸을 맡기는 것은 그야말로 자학이나 다름없습니다.
한시원:밤에 움직이려면 좀 더 자둬야하는데..
(꺼끌거리는 입 안을 혀로 쓸어보지만 마른침 때문에 통증밖에 느껴지지 않아 인상을 쓴다)
(남은 물이 없나 집 안을 살펴본다)
집을 둘러보면, 부엌의 구석진 곳에 물이 담긴 페트병이 남아있는 것이 보입니다.
지난번 배급으로 받았던 식수박스에는 페트병이 가득 차 있었지만...
이제는 고작 2병 밖에 남지 않았네요.
한시원:얼마 안남았네. (펜으로 꼼꼼하게 눈금을 그어둔 페트병을 들어 뚜껑에 소량의 물을 따라 마신다.)
바싹 마르던 목에 조금의 수분을 공급하자, 그나마 정신이 깨이는 것 같습니다.
한시원:다음 배급일까지 이걸로 될런지 모르겠어. (혼자 오랜 시간 있었던탓에 혼잣말도 많이 늘었다. 자각하고나니 주변이 더 고요한것 같아 라디오를 작동시켜본다)
그렇습니다. 이러지 않고서야 말을 까먹게 될 것만 같으니까요.
치익...
라디오를 작동시켜보면,
별다른 안내는 나오지 않고 화이트 노이즈만 계속 될 뿐입니다.
한시원:(자리를 잡고 앉아 주파수를 조정해본다)
이리저리 버튼을 돌려 주파수를 맞춰보아도, 클래식 음악이 채널 말고는 나오는 것이 없습니다.
아직 보급일은 먼 걸까요?
처음엔 3주에 한 번씩 꼬박꼬박 오던 보급도, 최근 들어서는 갈수록 불규칙적입니다.
한시원:이러다 바싹 말라서 꽃무리들이 먹을것도 없겠는데..(결국 클래식 음악이라도 작게 틀어두곤 방을 둘러본다)
(난.. 배고플까?)
시원의 공복도는... 87%.
한시원:배고파
상당히 배가 고픕니다.
그래도 다행히 식량은 아직 꽤 남아있습니다.
배를 조금 채우고 나면 금방 물리는 비상식들 뿐이지만요.
한시원:(식량을 보관해둔 곳 앞을 서성거리다 결국 비상식을 하나 집어든다) 건빵은 먹기 싫어. 목마르고..
부엌의 찬장과 그 밑에 달린 서랍, 그리고 옆에 걸어놓은 달력...
찬장을 열어보면, 컵 두 개와 수프 통조림. 그리고 군용 식량팩들이 보입니다.
한시원:포장지 열면 바로 조리되는 볶음밥. (군용 식량팩을 차곡차곡 모아놓은곳에서 팩을 하나 꺼내들곤 찬장 아래쪽 서랍을 열어본다)
(포장지 지익)
(김 폴폴..)
김이 폴폴 오르는 볶음밥입니다.
한시원:숟가락 어디있지?
이전에 심심해서 팩을 분해해봤더니, 발열팩이 들어있어 겨울에 요긴하게 썼었죠.
싱크대 옆에 숟가락이 꽂혀이
꽂혀있습니다.
3개...무엇하러 식기를 이렇게 많이 두고 사는 걸까요?
한시원:물이 모자라서 설거지도 제대로 못했는데.. (개중 그나마 깨끗한것을 꺼낸다)
두개는 슬슬 버릴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볶음밥을 퍼 입에 넣으면서 달력을 살펴본다)
혹시라도, 나중에 잠금쇠 대용으로 쓰거나...
오늘도 이런저런 가정을 해봅니다.
한시원:정말 우연히 가족을 만나거나.. 숟가락이 너무너무 필요한 사람을 만나거나..
손님이 오거나..
등등등..
달력에는 식량 지급일이 표시되어 있고, 잃어버리지 않도록 달력에 매직을 끈으로 연결해두었습니다.
혹시라도 식수를 가진 가족들이 이 집으로 피난을 온다면...수저가 필요할거에요.
잘 하면 수저와 괜찮은 품질의 음식재료를 교환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한시원:아무나 집에 들일수는 없지만.
위험하니까..(펜을 만지작거리며 달력을 팔락팔락 넘긴다)
믿을 수 없는 세상이니까요.
한시원:(오늘이 며칠이더라.. 오늘 날짜에 동그라미를 친다)
신년 선물이라며 누군가에게 받았던 5개년 달력. 덕분에 다행히 오늘이 몇 일 인지 정도는 알 수 있습니다.
오늘은 8월 4일입니다.
그래도 여름은 겨울보다는 형편이 낫습니다.
더워죽는 것보다 얼어죽는 사람이 많으니까요.
대단히 많은 수의 공장이 가동 중단된 후로는, 전처럼 여름이 덥지만도 않습니다.
한시원:오늘도 열심히 하자. 아직 날도 따뜻하고 물도 두병이나 남았고 식량도 넉넉해. (입에 넣은 볶음밥이 더이상 분해되지 못할때까지 씹고 또 씹다가 겨우 삼킨 뒤 숟가락을 움직인다) 잘하고있어.
시원은 스스로를 격려합니다.
그럼요, 아직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았는걸요.
시원의 방과 화장실, 부엌만이 있는 작은 집이지만...
지금은 시원의 안식처입니다.
한시원:이런 세기말이 시작되면 제일 먼저 죽을거라 생각했는데, 잘버티고 있어. 집이 있어서 다행이야. (너덜거리는 커튼 틈새로 창 밖을 살펴본다)
커튼의 틈새로 밖을 살펴보면, 먼지로 얼룩덜룩해진 창문이 보입니다.
그리고 빛에 시야가 익숙해지자...
집 아래로 지나다니는 '꽃 무리'.
머리 대신 다섯 갈래로 갈라진 고깃덩이가 흔들거리고 있습니다.
한시원:...
얼마 전부터 이곳으로 무리가 모이기 시작했다더니,
이렇게 많을 줄이야.
한시원:(안식처에 있다는 느낌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리자 혼잣말을 중얼이던 입도 꾹 다물린다. 창가에서 조금 떨어진다.)
(집안 산책을 하자. 어디로 갈거냐면 내 방으로 간다)
시원이 창가에서 떨어지면
무언가 퉁...
한시원:?
하고 창가에 부딪히는 소리가 납니다.
한시원:...?(슬쩍 밖을 본다)
바깥을 보면...무언가 반짝이는 빛이 시원의 눈가 근처를 이리저리 배회합니다.
한시원:...? 반사시키는건가..?
밖에 누군가가 있는 걸까요?
한시원:(창문에 얼굴을 붙이고 눈을 데굴데굴 굴린다 누가 있나?)
바깥을 보자,
건너편 건물의 창가에 누군가가 서 있는 것이 보입니다.
한 손에는 커튼을 잡고, 한 손으로는 거울을 들어 당신을 향한 채네요.
눈이 마주치자, 상대방은 급하게 거울을 내려둡니다.
한시원:....?
사람이다..
저기에 원래 사람이 살았던가요?
리 샤오샤오:(미소지으며 손을 흔든다)
한시원:(얼떨떨한 얼굴로 마주 손을 흔든다)
진짜 사람이잖아.
그렇습니다.
놀랍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지만...
한 편으로는 의아하기도 하네요.
이런 세상에, 남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란 쉽지 않은 결정입니다.
리 샤오샤오:(급하게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어디선가 노트와 펜을 꺼내와 글씨를 쓰기 시작한다)
한시원:(오랜만에 보는 사람에 반가웠던것도 잠시, 밀려드는 생각이 곧바로 불안해진다.)
..뭐하는 사람이지 (지금 고민해봤자 소용 없겠지. 무언가 적고있는 모습을 보며 가만히 기다린다.)
리 샤오샤오:(글씨를 적은 노트를 들어보인다)
[많이 놀랐다면 미안해요.]
[제 이름은 리 샤오샤오에요.]
한시원:(멍하니 노트를 쳐다보고있다가 갑자기 튀어오르더니 허둥지둥 종이를 찾아본다)
(달력에 묶여있던 펜도 꺼낸다!)
시원은 분주하게 종이를 찾기 시작합니다.
한시원:종이 있나? 어딘가 둔 것 같긴한데..
옷장 근처에 노트를 처박아뒀던 것 같은데...
한시원:(옷장 후다닥)
(뒤적뒤적)
시원이 옷장을 열어 뒤져보면,
옷과 양말, 모자들 사이에서
손거울과 낡은 노트 한 권을 발견합니다.
한시원:어
(손거울을 주머니에 넣는다. 나도 빛반사할래.)
(노트와 펜을 들고 창문 앞으로 뛰어간다)
시원은 사각형 손거울을 주머니에 넣어둡니다.
달력에 걸어둔 매직과 노트를 들고 창문으로 가보면
창문 앞에서 초조하게 서성거리던 상대방이 안도한 듯 다시 손을 흔드네요.
한시원:(큼직큼직하게 글씨를 써 창문에 노트를 붙인다)
[도움이 필요하신가요?]
리 샤오샤오:(창문을 물끄러미 보고 있다가, 금세 내용을 적어 보여준다)
[초면에 도움부터 요청하자니 민망하지만]
[식량이 많이 부족해요.]
(노트를 내리는 얼굴은 조금 쳐진 것 같기도 하고, 불안한 것 같기도 한 빛을 띄고 있다)
한시원:식량.. (이럴땐 모른척 해야하는데. 괜히 사람을 집에 들였다가 화를 입는 영화가 떠오른다.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지말란 말도..)
상대방이 누군지도 모르니까요.
한시원:(하지만.. 식량도 넉넉하고..)
(나쁜 사람 같지도않고.. 난 많이 먹진 않으니까..)
실제로 사람들이 집으로 들어와 창문을 부순다거나, 소란을 피운 적도 있습니다.
한시원:으음...(고민이 길어지면 저 사람이 불안해할텐데.)
리 샤오샤오:(네가 고민하는 모습을 보다가, 휘갈긴 글씨를 다시 보여준다)
한시원:머리가 하얀 사람이니까 괜찮을지도..
리 샤오샤오:[강요하는 건 아니에요.]
한시원:엇
리 샤오샤오:[혹시 식수가 필요하다면]
[제 걸 드릴게요]
한시원:(한참 펜을 들고 망설이다가 느릿느릿 노트에 글씨를 적는다)
[교환은 어떻게 할건가요?]
[밤에?]
리 샤오샤오:(네가 교환을 수락하는 듯한 글을 보이자 안도한 얼굴로 다시 또박또박 글씨를 쓴다)
[괜찮다면 오늘 밤에 그쪽으로 갈게요.]
[혼자인가요?]
한시원:(고민고민..)
[한 명 더 있어요.]
리 샤오샤오:(잠시 망설이는 듯 하다가)
[그렇군요. 전 혼자에요.]
[믿을만한 동료인가요?]
한시원:[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나.. 혼자니까....)
이 정도 거짓말은 생존에 필수적입니다.
한시원:(혹시 나쁜 마음을 먹기라도 하면 안되니까.)
(착해보이긴 하지만 외모로 믿어선 안돼.)
[꽃들이 봉오리를 만들면 이쪽으로 오세요.]
리 샤오샤오:[그럼 오늘 밤, 괜찮나요?]
[전 돌아다니는 데에 익숙하니, 안전하게 갈 수 있을거에요.]
한시원:(오랜만에 이루어진 평화로운 대화에 쓸데없는 사족을 붙이고싶은것을 꾹꾹 눌러참으며 짧은 글을 써넣는다.)
[조심하세요.]
리 샤오샤오:(그 말에 빙긋 웃어보이더니, 손을 흔들어보인다)
[이따 봐요.]
밤에, 그가 찾아오면 때맞춰 문만 열어주면 되겠어요.
리 샤오샤오:(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해보이더니, 다시 어두운 색의 커튼을 쳐둔다)
한시원:(노트를 덮는체 하며 상대방이 커튼 너머로 사라질때까지 건너편을 힐끔거린다.) 근데 되게 잘생겼다.
수상하지 않은 외모라니.. 수상해.
멀끔하네요. 이런 세상에서 멀끔하기 쉽지 않은데 말이에요.
한시원:물을 잘 안마시나?
(뽀득뽀득 씻고다니는건가?)
혹시 모르니까 무기를..
(우리집에 무기가 될만한게 있을까?)
부엌 서랍에 공구를 몇 개 넣어두긴 했었네요.
한시원:만약, 다른것까지 훔쳐가려하거나.. 공격하려고 하면...
머리를...(몽키스패너 있는가?)
시원이 서랍을 열어보려고 하면...
녹이 슬어 서랍이 영 뻑뻑합니다.
한시원:안열어버릇 했더니.. (힘으로 해결하려해본다)
끄응...
근력을 판정합니다!
한시원:
근력
기준치:
70/35/14
굴림:
50
판정결과:
보통 성공
빠샤
빠샤!
서랍은 덜컹이는 소리를 내며 끌려나옵니다.
여러가지 공구가 들어있긴 하지만,
대부분 녹이 슬거나 드라이버 같은 잡동사니 뿐...
관찰력을 판정합니다.
한시원: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3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뭐 쓸만한 거 없나, 하고 속을 뒤져보면
손바닥에 쏙 들어오는 크기인 잭나이프를 발견합니다.
한시원:직접 뭘 고치거나 할 일이 별로 없긴했지. 엇, (잭나이프를 집어든다.)
호신용으로 딱이네.
이거...꽤 쓸만하겠네요.
잭나이프 : 근접격투로 판정, 1D4+피해보너스
시원의 무기란에 추가됩니다.
한시원:사실 사람을 찔러본적은 없으니까 위협용으로 쓸만하기만 하면 돼.
아무리 세상이 망해도, 성격은 변하지 않는가 봅니다.
한시원:하루 아침에 갑자기 살인마가 되기는 어렵지. 계기도 없고.. (미뤄뒀던 집안 산책이나 할까. 방으로 간다.)
시원의 방에는 이런저런 물품들이 늘어져 있지만, 대부분 낡고 헤졌습니다.
가구라고 부를법한 것은 침대, 옷장, 창문 뿐이네요.
한시원:(창문은.. 아까 그 사람이랑 마주했던 그 창문이겠지?)
그렇습니다!
한시원:(옷장도 봤고..)
(침대를 살펴본다!)
침대에는 약간 먼지가 내려앉아있습니다.
스프링이 삐그덕거리는 소리가 나긴 하지만, 여전히 자기에는 딱 좋습니다.
한시원:(이불을 삭삭 걷어낸다. 오늘 밤에 한 번 털어야지.)
관찰력을 판정합니다.
한시원: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이불 안에서 무언가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이불을 걷어보면...
손바닥만한 약통이 보이네요.
한시원:오늘 운이 좋을 예정인가?
아니면 오늘 저녁에 큰 화를 입을거라 신이 미리 온정을 베풀어주는건가? (무슨 약이지?)
병에는 '진통제'라고 쓰여있네요.
두 알 밖에 들어있지 않지만, 이거라도 어딘가요?
한시원:쓸 일이 없었으면 좋겠지만. (잘 챙겨둔다)
진통제가 소지품에 추가됩니다/
한시원:(화장실로 가본다)
시원이 가능하면 깨끗하게 관리하려는 화장실.
한시원:화장실은 깨끗해야해. 내 삶의 질을 위해서.
다행히, 화장실은 여전히 깨끗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수압이 많이 약해지긴 했지만...아직 생활에 지장은 없네요.
한시원:물 안내려가면..
탈출을 고민해봐야해.
(선반 같은데에 놔둔거 없나. 더듬더듬 살펴본다)
물탱크 설비가 괜찮은 집으로 옮겨가야겠죠.
보급품으로 받은 위생용품들이 쌓여있습니다.
특별한 것은 없네요.
한시원:집안 산책도 끝. (기지개를 쭉 켜며 방으로 돌아온다) 저녁까지 잠이나 잘까
(벌러덩)
이렇게 오늘도 괜찮은 생존을 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러는 게 좋겠네요. 낮에는 나갈 수도 없는 일이니까요.
한시원:잠깐 움직였을뿐인데 조금 피곤한 기분도 들고. 움직이면 배고프니까.. (그대로 눈을 감고 몸을 웅크린다)
시원은 이불 속에서 웅크린 채 잠을 청합니다.
.
.
.
.
.
눈을 뜨면, 어느덧 붉은 노을이 지고
어둠이 하늘을 덮습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마을은 어두컴컴하네요.
한시원:(졸음이 묻은 눈을 비비며 창밖을 살핀다)
창 밖에는 더 이상 발소리가 이어지지 않습니다.
아마도 꽃들이 활동을 멈춘 거겠죠.
잠시 창문 밖을 보며 어둠에 눈이 익숙해지면...
건너편 건물의 문이 열리며, 안에서 흐릿한 인영이 빠져나오는 것이 보이네요.
인영은 곧 천천히, 꽃들의 사이를 피하며 시원의 집으로 다가오기 시작합니다.
한시원:오나보다. (인영이 움직이는것을 목을 빼고 살펴보면서 문 앞으로 갈 준비를한다. 한 손에는 잭나이프를 꽉 쥔다.)
혹시 나쁜 사람일지도 모르니까요.
문은 바리케이트처럼 갖가지 가구로 막아놓은 상태입니다.
한시원:티내지는 말고.. 혹시 수상한 행동을 하면 그 때 꺼내는거야.
오랜만에 1층에 내려가야겠네요.
한시원:(인영이 집 근처로 다가오면 저도 살금살금 1층으로 내려간다)
리 샤오샤오:
(To GM)rolling 1d3
(
3
)
=
3
한시원:(문을 막아놓은것들을 조심조심 치워보자)
리 샤오샤오:
(To GM)rolling 1d100<50
(
43
)
=
1 Success
리 샤오샤오:
(To GM)rolling 1d100<50
(
94
)
=
0 Successes
리 샤오샤오:
(To GM)rolling 1d100<50
(
76
)
=
0 Successes
시원은 나무판자와 무거운 의자,
화분 따위를 분주하게 치워냅니다.
그리고 시원이 문에 다가가자...
문 너머에서 다급한 속삭임이 들려옵니다.
리 샤오샤오:...저에요.
한시원:아, 바로 열어드릴게요. (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심하며 사람이 하나 들어올 수 있을 정도로만 문을 연다.)
(같이 온 사람은 없겠지? 틈새로 바깥도 한 번 봐준다.)
시원이 문을 열자,
샤오샤오가 틈새로 들어옵니다.
일행은 없는 것 같네요.
대신...바깥 여기저기에 우뚝 선 꽃들만이 보입니다.
한시원:(들어오라는듯 손짓을 한다)
(들어왔구나)(문을 닫는다)
리 샤오샤오:아...반가워요. 이거, 물... (집 안으로 들어서며 품에 안고 있던 대형 물통을 내민다)
한시원:(이렇게 많이요?)
샤오샤오가 가지고 온 것은 커다란 손잡이가 달린 대형 물통입니다.
한시원:저, 식량은 2층에 있어요. 따라오세요. (물통을 품에 안고 살금살금 위로 올라간다.)
(정말 물을 안드시나?)
리 샤오샤오:문은 다시 안 막아도 괜찮나요? (주위에 늘어진 가구들을 가리킨다)
한시원:바로 돌아가셔야 하는거 아니예요? 금방 드릴 수 있으니까 아마 괜찮을..(말하면서도 왠지 걱정되는지 문을 빤히 본다)
막아놓을까요..?
리 샤오샤오:(잠시 네 말을 이해하려는 듯 가만히 서 있다가 이내 민망한 얼굴로 고개를 숙인다) 아, 죄송해요. 저는 며칠 묵다 갈 생각을... ...
일행 분이 있으니까 힘들겠죠. 미안합니다.
한시원:아, 괜찮아요. (눈을 둥그렇게 뜨곤 손사래를 친다) 묵다 가셔도 괜찮아요.
그럼 식수는 가지고 있던걸 전부 가져오신거예요?
(물을 한쪽에 내려두고 문을 다시 착착 막아두기 시작한다)
리 샤오샤오:괜찮나요? 그럼 이것부터... (무거운 가구들을 들어 문 앞으로 도로 옮겨놓는다)
네. 남은 건 저게 전부에요.
한시원:제가 나쁜 사람이면 어쩌려고 다가져오셨어요..? 어쩐지 양이 많더라니.
리 샤오샤오:그게...오랜만에 사람을 보니까 반가워서요.
들여보내줘서 고마워요.
한시원:(문 앞을 꼼꼼하게 막은 뒤에 다시 물을 품에 안고 2층으로 향한다.) 어, 음.... 저도 사실 사람을 본건 오랜만이에요.
리 샤오샤오:(조금 안심한 듯 미소를 지으며 네 뒤를 따라 들어간다) 좋은 집이네요.
한시원:세상이 이렇다보니 걱정이 앞서서 거짓말을 하긴 했지만.. (좁은 집이니 일행이 없다는건 어느정도 눈치가 있으면 알겠지. 뒤따라오는 당신을 힐끔 보곤 부엌 찬장을 열어 군용식량을 꺼낸다.) 혼자 살기에나 좋지 같이 있다보면 좁아서 힘드실지도 몰라요.
리 샤오샤오:거짓말이요? (눈을 둥그렇게 뜨며 시원을 쳐다본다)
혹시 방 때문에 그러시는거면 ...저는 아무데서나 잘 누워있어서, 괜찮아요.
한시원:그, 저..(눈치가.. 없으신가?)
리 샤오샤오:그러고보니 일행 분은 어디에... (집을 휘 둘러본다)
한시원:일행이 있다고 한거, 혹시 나쁜 맘 먹은 사람일까봐 거짓말한거라서..
(잭나이프, 주머니 깊숙한 곳에 잘 있지?)
그렇습니다. 아주 잘 있어요.
한시원:(고개 내밀지말아라)
리 샤오샤오:혼자신건가요? (우뚝 멈춰섰다가 중얼거리듯 흘려말한다) 다행이다...
한시원:침대가 하나이긴한데 번갈아가면서 자면 괜찮을거예요. (네가 중얼이는 말에 웃곤) 걱정하셨나봐요.
리 샤오샤오:네. 정말 믿을 사람 하나 없으니까요. 혹시라도 그쪽이 이상한 사람에게 걸렸으면 어쩌나 하고...
...그러고보니 이름이. (시원을 가리킨다)
한시원:이상한 사람한테 걸리다니..
아, 전 한시원이라고해요. 그러고보니 저만 일방적으로 알고있었네요.
또래인것 같은데 만나서 반가워요.
리 샤오샤오:전 도시에서 왔는데, 도시엔 더 질이 나쁜 사람들이 많거든요. 잘 부탁해요, 시원 씨. (네게 손을 내민다)
한시원:(손이 꽤 크네.)(제 손을 내밀어 맞잡곤 두어번 흔든다) 잘부탁해요, 샤오샤오 씨. 편하게 말씀하셔도 괜찮아요.
도시에서 사기 좀 당하셨나보네요.
리 샤오샤오:이것저것... ...그래도 몸은 성하니까 괜찮아요. (어디엔가 긁혔는지 상처가 남은 팔을 옷깃으로 닦아낸다) 그럼 그럴까요. 시원이라고 부르면 되나?
한시원:그렇게해. (맘대로 말놔버림) 다쳤어?
리 샤오샤오:(이렇게 빨리...하고 조금 놀란 눈으로 쳐다본다) 조금요... ...조금. 집 대문을 꽃들이 막고 있어서 담을 넘어왔거든.
(여유가 생기자 천천히 집을 둘러본다) 여긴 정말 사람 사는 집 같다.
한시원:상처치료할게 없긴한데... 아프면 진통제 정돈 있어. 옷을 찢어서 두를 수도 있고. (집주인이면서 네 뒤를 따라다닌다) 네 집이라고 다르간?
리 샤오샤오:괜찮아. 그냥 생채기니까. (멈춰서서 돌아보곤) 난 정리를 잘 못해서...
집이 영 말이 아니거든.
그리고 건강해보여서 다행이다. 마침 물도 부족했던 것 같고. (부엌을 턱짓한다)
한시원:괜찮으면 여기 오래 있다가 가도 돼. 안그래도 엉망인 집에 먼지가 쌓이겠지만. (그러고보니 아직 먹을것도 안줬다. 들고있던 식량팩을 뜯어 네게 내민다.) 넌 안색이 좀 어두운것 같아. 배고파서그래?
리 샤오샤오:(작게 웃는다) 그건 농담이지? 아, 식량은...괜찮아. 아직 버틸 만 하거든. 나중에 먹을게.
안색? (제 얼굴을 만져보더니) 아니, 원래 어두운 색 얼굴이야.
한시원:아까 창 앞에 서있을땐 좀 많이 안좋아보였는데. (조금 가까이 붙어 네 얼굴을 빤히 보다가 떨어진다.) 그럼 이거 찬장에 넣어둘테니까 배고플때 꺼내먹어. (다행히 지퍼백 용기다. 나중엔 식어있긴 하겠지만 옷가지 좀 태워서 데워줄수도 있고. 사람이 한 명 더 늘어난것 만으로 기분이 좋아졌는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찬장에 식량을 넣어둔다.)
오래 있다가도 된다는건 농담 아냐. 음, 네가 나쁜사람이 아니라면.
리 샤오샤오:그럴게. 배고프면 너 먼저 먹어도 돼. (네가 부엌에 다녀오는 것을 보며 미소짓고 있다가)
많이 외로웠나봐.
한시원:난 아침에 먹었어. (배야 언제나 고프긴 하지만 죽을정도는 아니니 뭐.)
조금. 넌 어때.
리 샤오샤오:그럭저럭... ...
(망설이는 듯 시선을 내리깔고 있다가 입을 뗀다)
...시원은, 여기서 생활하는 게 만족스러워?
한시원:...? (제 말에 눈을 꿈뻑인다) 만족스럽진 않지. 그냥 여기 갇혀사는거니까.
하지만 이런 세상인데 살아있는걸로 감지덕지해야지 어쩌겠어. 아직 보금물자도 나오고있고. 뜸해졌지만..
리 샤오샤오:아, 그렇지. 그렇네. 질문이 좀 이상했어. 이런 세상에 만족이란 건 없기 마련이지. (머쓱하게 입꼬리를 올려보이곤)
...사실, 내가 도시에서 내려온 건...
'안식처'에 가기 위해서야.
한시원:안식처..?
거긴 뭐하는 곳인데..?
리 샤오샤오:들어 본 적 없구나.
물론 들어본 적 없습니다.
신흥 종교같기도 하고...
아니면 정부에서 만든 안전가옥인가?
그렇지만 꼬박꼬박 챙겨듣던 라디오에서도 그런 소식은 들은 적이 없습니다.
한시원:한 번도 들어본적 없어. ...생존자들이 모여있는 그런곳이야?
리 샤오샤오:이상한 건 아니고, 말 그대로야. 응.
대피소 같은...안전한 장소.
여러 사람하고 모여서 지낼 수 있대.
한시원:거기 가면.. 뭔가 달라지는게 있을까?
리 샤오샤오:외롭지 않고, 혼자서...아무런 목적도 없는 하루를 보내는 것보단 나으니까.
한시원:하지만 사람이 모여 있으면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잖아. 뭔가 잘못하거나 트집을 잡혀서 쫒겨나면 더이상 갈 곳도 없어지고..
(가만히 시선을 내려 바닥을 본다. 오랜기간 혼자 지내서인지 갑작스럽게 무리를 짓게 될 생각에 불안해진다. 그곳으로 가는 여정도.) 거기 간다고 만족할 수 있을까?
리 샤오샤오:... ...만족은 모르지만, 그래도 안전하잖아.
좀 더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 할 수 있고, 식량도 넉넉할테고...
한시원:...그 '안식처' 라는 곳은 어디에 있는지 알아?
리 샤오샤오:바다 끝자락.
정확하게 위치가 알려지진 않았어. 그냥, 바다 끝자락에 다다르면 닿게 된대.
한시원:...며칠 뒤에 떠날 생각이야?
리 샤오샤오:다른 길들은 모두 통행금지상태고, 이 마을을 거치는 길 밖에 안남았어.
빠르면 당장 내일이라도.
한시원:그렇구나..
늦으면?
리 샤오샤오:사흘 정도 뒤.
(네게 낡은 종이를 하나 내민다)
안식처에 관련된 문서야.
나도 어딘가에서 주운 것 뿐이지만...
한시원:(며칠 뒤면 다시 혼자겠네. 상대는 잠시 머물러 간다고 했을뿐인데 저도 모르게 함께 지내는 상상을 했던것 같다.) (네가 종이를 내밀면 머뭇대며 받아 내용을 본다.)
내가 같이 갔으면 해서 보여주는거야?
종이에는 아까 샤오샤오가 말한 바다 끝자락에 관련된 말이 쓰여 있습니다.
그런데...종이가 반쪽 뿐이네요.
리 샤오샤오:응.
안내문에 나와있는 게 이 마을까지 뿐이라서, 잠시 체류하고 있었어.
...그렇지만 일단 길을 나서면, 안식처의 사람들이 남긴 힌트가 더 있을지도 몰라.
(종이를 쥔 네 손을 감싸고 꼭 쥔다) ...같이 가자, 시원.
한시원:그랬구나. (종이의 모서리를 만지작거리며 고민에 빠진다. 불확실한 길로 가야하는구나.)
리 샤오샤오:...오늘 밤은 그냥 돌아갈게.
생각해보고...
노트에 적어서 알려줘.
한시원:(고개를 저으려던 찰나에 네가 손을 잡아와서 표정이 더욱 복잡해진다.) ...날 데려가도 짐만 될거야. 난 생존법도 잘 모르고..
돌아갈거야? 자고 가도 괜찮아.
리 샤오샤오:(슬쩍 웃으며 고개를 젓는다) 혼자 생각할 시간도 필요한 법이잖아.
...너무 기대를 많이 하진 않을게.
그래도...난 떠나면 네가 계속 눈에 밟힐 것 같아.
한시원:(아쉬운 마음이 들긴 했지만 더 붙잡지 않고 고개를 끄덕인다.) 식량 좀 나눠줄게. 물도 다시 가져가고.
(찬장을 뒤져 남은 음식의 절반을 꺼내온다. 나중에 후회할지도 모르지만..)
리 샤오샤오:아, 조금만 줘. 이 정도면 충분해. (군용식량 2개를 빼간다)
물은 아직 페트병에 조금 있어.
한시원:가져가. (네가 가져온 물통을 고스란히 품에 안겨준다.)
만나서 반가웠어. 제안은.. 고마워. 진지하게 생각해볼게.
리 샤오샤오:...물이 부족하잖아. (너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보다가)
내가 필요하면...언제든 불러.
한시원:ㅡ답은 최대한 빨리 줄게.
갈 때 조심하고.
리 샤오샤오:(그러더니 금방 손을 휘휘 젓는다) 내가 분위기를 너무 망친 것 같아. 간만에 만난 사람이니까 얘기나 하다가 갈까?
답은...그래. 네가 원할 때 줘.
한시원:(얼핏 시무룩해보이던 얼굴이 미미하게 펴진다.) ...네가 괜찮다면 나도 좋아.
꽃들이 깨어나기 전에만 가면 될테고, 혹시 시간이 너무 늦어진다면 그냥 여기 있다가 가도 괜찮잖아.
리 샤오샤오:그래, 그럴게.
해가 뜨기 전까지만 가면 되니까.
한시원:(안간다는 말은 안하네. 짧게 입을 비죽였다가 이내 웃어보이곤) 방으로 갈래? 침대 써.
정리가 안되어있다는데, 그래도 집이 좋은가봐요.
한시원:(집에 뭐 숨겨둔거라도 있나봐.)
리 샤오샤오:누워있으려고? (너를 따라 방으로 향한다)
금송아지라거나...
한시원:앉아있든 누워있든 푹신한곳이 좋잖아. (사실 얘한테 일행이 있는거 아냐?)
(식량도 두개 챙긴거보면..)(곰곰)
리 샤오샤오:방도 깔끔하다. (시원의 방을 둘러보며 조금 감탄한다)
설마 경계를 풀고 속이려고?
한시원:아, (빼놨던 이불을 창 밖으로 살살 털고는 침대에 올려둔다.) 앉아.
(선량하게 생겼는데.. 설마?)
리 샤오샤오:(사양않고 침대에 걸터앉는다) ..왜 그렇게 봐?
한시원:잭나이프, 주머니에 있지?
아아니
아무것도.. (서성서성..)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는다..)
리 샤오샤오:잭나이프?
(제 주머니를 슬적 만져본다...) 아니, 아무것도 없는데...
어디 아파?
한시원:아니아니 아프긴 어디가 아프다고..
리 샤오샤오:잭나이프는 왜? 필요한거야?
찾아보는 거 도와줄까?
한시원:아니 잭나이프가 왜 필요하겠어.. (넉넉한 후드를 티나지 않게 아래로 내려 불룩한 주머니를 가린다) 나이프 쓸 일 별로 없어. 요리도 많이 안하게됐고.. 칼 쓸 일이 없지.
곧 떠나려면 짐 싸야겠네?
리 샤오샤오:요리? 원래 요리를 해?
(잠깐 생각한다) 짐은 항상 싸두고 있어. 이 마을에 올 때 들고왔던 가방이 있으니까.
한시원:어, 원래 직업이 요리사였어. 이젠 비상식량만 먹으니까 음식 데울때 제외하곤 불 피울일도 없지만.
아, 그럼 가방 가지러 가야해서..
(금송아지가 아니라 가방이었던듯)
리 샤오샤오:그렇구나...만약 같이 떠나게 되면, 음식 재료를 찾아봐도 좋겠다.
샤오샤오는 태평한 얼굴로 웃어보입니다.
한시원:너 은근 정을 빨리 주는구나. 아픈 동물 만나면 슥 집어오고 그래?
리 샤오샤오:동물? 키워본 적 없는데... ...
오랜만에 만나니까 반가워서. (쓱 웃어보인다)
한시원:사기 잘 당할것 같은 성격이야. 오히려 너 같은 타입이 잘 안당하던가..
혼자 보내긴 좀 불안하긴하네.
리 샤오샤오:날 혼자 보내기 불안한거야? 그러면서 너도 금세 정을 주네.
그렇게 언제까지 이야기를 나누었을까요,
문득 밖을 바라본 샤오샤오는 급히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리 샤오샤오:하늘이 조금 밝아졌어. 슬슬 가야겠다.
한시원:아, 벌써..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배웅해줄게.
(물건을 치우러 후다닥 1층으로 내려간다)
리 샤오샤오:(너를 따라 1층으로 내려가, 문을 막아둔 것들을 치운다)
나 때문에 고생이네, 고마워.
한시원:하룻밤 좋은 시간 보냈으니까 보답으로.
놀아줘서 고마워.
리 샤오샤오:결정하면 불러, 시원. (고개를 끄덕이곤 문 밖으로 나선다)
샤오샤오가 집을 나가고, 문을 다시 막아두고나면...
어느새 집 안은 적막에 휩싸입니다.
한시원:...
조용하다..
(가구들을 한참 옮겨 다시 문을 막는다)
혼자 있을 땐 이 고요함이 익숙했는데,
누군가의 방문만으로 이렇게 낯설어지던가요.
한시원:들여보내주지 말걸. 계속 이 근처에 사는줄 알고 친해져보려 했던건데.
(터덜터덜 방으로 올라가 침대에 눕는다)
그러게 말이에요. 이렇게 금방 떠날 사람이었다니.
시원에게 함께 가자는 제안도 했지만...
아직은 잘 모르겠네요.
시원은 침대에 눕습니다.
바깥은 어스름이 걷히고 점차 밝아오고...
사람들은 잠에 들 시간이에요.
한시원:(퀭..)
리 샤오샤오:AM 12:21
AM 12:21
PM 11:12
... ...
시원은 눈 위로 쏟아지는 햇빛을 느끼며 눈을 뜹니다.
이상하군요, 분명 언제나 커튼을 쳐두고 자는 시원인데 말이에요.
한시원:깜빡하고 안닫았었나..? (비척비척 자리에서 일어나 창 밖을 본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어제 샤오샤오가 집에 잘 들어가는지,
감시 겸 마중을 하느라 잠시 열어두었던 것 같습니다.
덕분에 낮에 잘 잠은 다 날아가버렸네요.
한시원:...그 사람은 괜히 잠자리 뒤숭숭하게나 만들고 (궁시렁거리며 커튼을 닫다가 틈새로 건너편의 집을 살펴본다)
그러게 말이에요. 괜히 집에 들였나?
건너편 집을 바라보면, 그쪽도 커튼이 약간 열려있습니다.
아마 당신이 거울로 부를 때를 대비한 것이겠죠.
한시원:대답을 주긴 해야하는데..
그렇습니다. 아마도 남자는 금방 떠날테니까요.
한시원:(침대에 걸터앉아 라디오의 주파수를 맞춰본다.)
치직, 칙...
... ...
'A구역에 꽃 무리가 다수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주민 여러분께 가급적 안전한 가옥 안에서 머무르는 것을 추천하는 바입니다...'
진부한 상황설명 외에는 별다른 소식이 들리지 않네요.
이번 주도 보급은 물 건너간 걸까요?
한시원:보급품에 대한 얘기는 일절 없네.
답지않게 계획도 없이 음식을 더 얹어줬고.. (이대로 집안에서 굶어죽는건 옳은 선택이 아니겠지.)
그 음식이면 이틀은 버틸 수 있었을텐데 말이에요.
시원이 방을 둘러보면, 어제 바닥에 아무렇게나 놓았던 종이가 눈에 띕니다.
어제 샤오샤오가 주고 간 그것이네요.
한시원:공포영화에서도 계속 움직이는 애들이 생존하기도하고.. 물론 예외도 있지만, 그럼.. 그럼... (중얼거리며 방 안을 돌아다니다 문득 종이를 발견하곤 집어 펼쳐본다)
어쩌면 종이에 적힌 내용을 되풀이해서 읽다보면, 사고에 도움이 될 지도 모릅니다.
관찰력을 판정합니다.
한시원:안식처에 관련된 문서라고 했지..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5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샤오샤오가 주고 간 쪽지의 아랫부분에는 이렇게 쓰여있습니다.
이 마을로 오는 길을 표현했다는 문구가 이걸까요?
그렇지만...확실히, 이 다음의 문장은 읽기 어렵네요.
통행이 금지된 다른 길...유일하게 열려있다던 길목에 있는 이 마을...그리고 바다 끝자락...
시원이 해독할 수 있는 것도 여기까지인 것 같습니다.
한시원:닿기위한 자는...고통이....잠긴? 남긴..? 현실에 눈이.. 멀지 않아야 하며...으음...(대충 예상되는 글자들이라도 조금씩 끼워맞춰보지만 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