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41분 중 20분
2022
시즌 4개, 그리고 영화
시즌 1: 1화 “연상녀에게 혼쭐나는 어이없는 삶”
출연: 어의, 최일, 이조판서
장르: 실험극
프로그램 특징: 어이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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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01# An Unidentified Bartender
 
뉴욕의 밤, 자정에 가까운 시각.
 
무효화 능력을 지닌 바텐더가 근무하는 이 바는 뒷세계에 몸담은 이들의 휴전지대이자 정보통입니다.
 
아마 당신도 닻을 내리고 짧은 휴식을 취하기 위해, 혹은 누군가의 동향을 듣기 위해 이곳을 찾았겠죠.
 
Q. 네스는 다른 빌런들의 시선을 즐기는 편?
 
아그네스:(나는 정말 얌전히, 조용히 쉬다 가고 싶은데. 그럴 곳이 마땅치 않단 말이지. 이런 공간 하나하나가 아주 귀중해...)
(아무래도 귀찮음.)
 
아그네스가 후크로 전향한 이래...
 
아그네스:(금방 히어로 절멸 같은 걸 외치잖아...)
 
저를 당신의 부하로 삼아주세요! 라며 찾아온 조무래기들은 무려 26명.
 
인구가 줄어드는 21세기, 이 정도면 고등학교 한 반도 만들 수 있습니다.
 
누굴 빌런의 담임 선생으로 앉히려고!
 
아그네스:(상대도 않고 바텐더에게 빈 잔을 내민다) 위스키를 한 잔 더. 그리고 '조용히 하세요' 스티커도 30장만 부탁하지.
 
잔을 깨끗하게 닦던 바텐더는 '조용히 하세요' 스티커 대신, 아그네스에게서 제 능력을 약간 거둬줍니다.
 
그리고 타인의 관심을 꺼트리는 데엔 그 '약간'의 능력으로도 충분할 거예요, 그렇죠?
 
아그네스:(귀에 명징하게 박히는 소리에 귀에 들어간 물을 빼내듯 고개를 몇 번 흔들었다가, 주변에 늘어선 빌런들에게 가볍게 손짓을 한다.) 난 지금 쉬는 중일세.
담소는 파티에서 하자고.
 
파도가 밀려가듯이, 빌런들은 아쉬워하거나 분개하면서도 순순히 자리로 돌아가 앉습니다.
 
새 위스키가 나올 때 쯤에는 다시 거칠고 진부한 대화가 바를 가득 채우네요.
 
그 중 유독 목소리가 큰 테이블이 하나 있습니다.
 
아그네스:잘 썼다네, 스티커. (위스키를 한 모금, 프레첼을 한 입 먹는다.)
 
바텐더의 미소를 배경으로 *듣기?
 
아그네스:
듣기
기준치: 50/25/10
굴림: 81
판정결과: 실패
(먹먹...)
오늘은 꽤 시끄럽군.
 
빌런은 남의 얘기 같은 거 듣지 않는다네
 
어이쿠, 거기다 얼굴과 내심이 얼마나 따로들 노시는지.
 
아그네스는 왼쪽 구석자리에 앉은 녀석이 자켓의 비밀주머니에 횡령한 마약을 잔뜩 숨기고 있다는 tmi를 입수합니다.
 
아그네스:하나만 하지, 하나만... (관자놀이를 누르며 위스키를 한 모금 더 입에 머금고, 귓가에 들리는 주제를 하나 하나 걷어낸다.)
(쓸데없는 정보, 말도 안되는 계획, 헛소문을 걷어내고 나면... ...남는 주제는 뭐지?)
(천천히 눈을 감고 그쪽으로 정신을 기울인다.)
 
듣기 대신 *이능력으로 재판정할 수 있습니다.
 
아그네스:
캡틴 Roll
기준치: 90/45/18
굴림: 3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쓸데없는 정보, 불필요한 악의, 시시한 계획들을 모두 걷어내고 나면...
 
테이블에서 나누는 공통 주제가 비로소 귀에 들어옵니다. 머리에 직접 닿은 것 같기도 하고요.
 
“빌어먹을, 또야. 완전히 사라졌다니까?”
 
"받아내야 할 돈이 한두 푼이 아니었을 텐데. 저 자식, 조만간 보스에게 정리당하겠군."
 
"이쪽 구역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니 면피는 될 거야. 음식물 쓰레기통에 넣어둬도 이렇게 감쪽같이 없어질 수가 없다고.”
 
"젠장. 세척이나 배달 쪽 자식들이 딴 짓거릴 하는 건..."
 
아그네스:(없어져? 돈 얘긴가?)
 
돈 얘긴가? 싶었지만,
 
'세척'이나 '배달'은 뒷세계에서 신분 세탁과 밀입국을 뜻하는 은어였죠.
 
돈보다 악랄한, 돈을 떼어먹고 튄 사람의 이야기인가봅니다.
 
아그네스:(그렇다면 없어진 건... ...사람이군. 사람? 도망치기 쉽지 않을텐데.)
(한가롭게 한 쪽 발을 앞 좌석에 걸치고 있다가 고개를 까닥인다. 빌런으로 사는 것도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군 그래.)
 
그러게나 말입니다.
 
내키는 대로 죽이고 훔치는, 거리낄 것 없는 범법자!
 
...의 환상을 품은 신입은 끊임없이 들어옵니다만,
 
사람이 모이고, 조직이 커지면 그 때부터는 시시콜콜한 행정의 문제가 된단 말이에요.
 
아그네스:여기도 다 사람 사는 곳이란 말이지.
 
거기다, 돈 떼어먹혔을 때 경찰에 신고도 할 수 없는 사람들의 세계지요.
 
*지능?
 
아그네스: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wow)
 
그러고보면, 최근 활동이 활발하던 몇몇 빌런의 소식이 부자연스럽게 뚝 끊겼던 것 같습니다.
 
신문에도 실종된 일반인을 찾는 기사가 부쩍 늘어났고요.
 
어딘가 석연치 않은 느낌이 듭니다.
 
아그네스:빌런 돈 떼먹은 놈들만 없어지면 이 세상이 얼마나 아름답고 화창한 봄날이겠어. (중얼거리며 머릿속의 단서들을 하나하나 떠올렸다가...)
솜누스에서 빌런을 잡아다 실험체로 쓰나? (혼잣말을 하며 웃는다)
 
하핫~ 농담도 참
 
하는 듯한 표정으로 바텐더가 잔을 하나 더 밀어줍니다.
 
위스키는 아니고, 가벼운 도수의 칵테일인 것 같네요.
 
바텐더:요즘 들어 재미있는 소식이 제법 들리는 것 같네요. 그 잔은 서비스입니다.
관심이 있으신가요?
 
아그네스:칵테일? 고맙네. 이건 안 시켰는데. (은은한 간접등에 칵테일 잔을 비춰보곤 한 모금 마신다.)
관심이라고 하나. 궁금하기는 하군. (눈썹을 들썩이며 바텐더를 본다) 자네 단골들은 무사해?
 
바텐더:일단 한 분은 그렇군요. (그러면서 호의적으로 눈썹을 찡긋한다.) 하하, 이 업계는 없어지시는 만큼 또 금방 늘어나는 곳이기도 하고.
이런저런 실종 소식이나... 이상한 소문 때문에 다들 긴장하신 것 같긴 하지만요.
 
아그네스:이상한 소문?
실종 말고 다른 얘긴가. (이거 조합이 괜찮은데, 하면서 프레첼과 칵테일을 같이 먹는 중)
 
흠, 단짠의 조화가 제법 괜찮은데? 싸달라고 할까...
 
이 비슷한 생각을 전에도 했던 것 같은데요...
 
아그네스:(난 뭔가 단짠...같은 걸 좋아했던 것 같기도.)
(이상하리만큼 매운 것들 말이야...먹어본 적은 없지만.)
 
바텐더:일반인들을 중심으로 도는 괴담 비슷한 겁니다.
'이능력은 절대 자의로 제어할 수 없고, 예견 없이 발현되거나 반대로 하루아침에 소멸하기도 한다’... 던가요? (그러면서 손가락을 들어올린다.)
덕분에 이능력자에 대한 여론이 썩, 전반적으로 좋진 않더군요.
 
아그네스:소멸이라...그런 건 아직 못 본 것 같은데. (그 전의 두 마디는 굳이 부정하지 않고 넘어간다.)
규명되지 않은 힘을 가진 녀석들을 무작정 호의적으로 봐주진 않겠지. 아무렴.
하지만 괴담 정도로 나쁘단 말이지. (그건 안 좋군, 하고 중얼거리며 턱을 괸다)
 
바텐더:하하, 이번 신문은 보셨나요? 일반인 이능력자가 일으킨 국회 테러 소식 말이에요.
 
아그네스:(오늘 조간신문에서 봤던 것 같기도. 남의 호텔방에서 읽은 남의 신문이지만...)
 
어디보자, 남의 룸서비스로 온 남의 커피를 마시면서 읽었던가요?
 
아그네스:미확인 이능력자 말이지.
 
처벌 수위에 관해 지난 며칠간 공방이 이어지다가, 조간 신문에는 결국 심신미약으로 풀려났다는 소식이 실려있었죠.
 
바텐더:덕분에 국회가 추진하던 이능력자 차별 법안이- 가결 직전에 철회되었죠. 하하.
역시 적절한 폭력이야말로 의사를 표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
 
아그네스:일부러 국회는 놔뒀었는데. (기대했거든, 하고 짧게 웃는다.) 그게 평화라고 여기는군, 자네는.
틀린 말은 아니야... (가만히 허공을 바라보며 중얼거린다) 어쩌면 그 말이 정말 맞는 말일지도 모르지.
 
바텐더:평화는 허상이죠. (담백하고 친절한 어조다.) '다음'을 기약하는 말이 그렇게 종류가 많은 건, 거짓말이기 때문이고.
 
요즘은 시가지를 걸을 때에도, 사람들의 긴장감 어린 사고가 흘러들어옵니다.
 
불신, 불안, 두려움, 위기감...
 
겉을 아무리 부풀리고, 옷 안에 총기를 숨겨도, 그런 종류의 불안을 느끼는 것은 빌런들도 마찬가지고요.
 
아그네스:(마치 터지기 직전의 풍선처럼 말이야.)
 
그런고로, 오늘의 날씨는 '흐림'입니다, 선장님!
 
마침내 비가 내렸을 때는 흠뻑 젖을 사람이 적지 않을 거예요.
 
아그네스:하늘에서 천둥 치는 소리가 들리는군. (그건 물론 키를 잡고 있는 선장도 마찬가지다.)
 
바텐더:오, 저는 종이 울리는 소리가 들리는데요.
 
종말의 비유가 아니라, 정말로 거나하게 취한 손님들이 우루루 밀려들어옵니다.
 
딸랑, 딸랑, 딸랑...
 
아그네스:요즘은 천둥소리가 좀 경박하군?
 
바텐더:흠, 잔이 남아나질 않겠네요.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어준다.)
오늘은 말동무가 되어주신 서비스라고 생각하세요. 계산은 됐습니다.
 
바텐더는 찡긋, 인사를 남기고 손님들을 맞이하러 자리를 옮깁니다.
 
아그네스:다음에도 자네가 심심할 즈음에 찾아오지. (바텐더에게 씩 웃어보이더니, 취객들을 한 쪽으로 몰아넣으며 바를 나선다)
 
우루루루루, 세상에서 가장 경박한 파도소리가 있다면 꼭 취객의 발걸음 소리 같을 거예요...
 
비교적 한산하던 바는 어느새 사람들로 가득 찼고,
 
내부는 사념과 대화로 소란스럽습니다.
 
추악하고 무자비하며, 자신의 이익밖에 모르는 진부한 눈빛들이 술잔과 총기 위를 오갑니다.
 
저들 중 사분지 일 이상은 다음 달까지 자리를 보전하지 못하겠죠.
 
아그네스:(원래 지뢰가 가장 많이 묻혀있는 건 전쟁터가 아니라 비무장지대거든.)
 
평화는 허상이고, 표리는 부동합니다.
 
저들이 시커먼 속내를 게워내기 전에 얼른 자리를 떠나자고요.
 
아그네스:세상을 다 가져봐야 쥘 수 있는 건 한 줌 모래 뿐이야. (종소리가 잦아들 때까지 따라붙는 진득한 오염 속에서 빠져나온다)
 
세상을 다 가져봐야 누울 수 있는 건 6피트 흙 속이고 말이에요.
 
딸랑, 풍경 소리가 경쾌하게 당신을 배웅합니다...
 
SCENE 02# Did you see the Devil?
 
Q. 아그네스는 바까지 어떻게 이동했을까?
 
그리고 더 중요하게...
 
Q. 집은.. 있어?
 
아그네스:(집...없음)
(택시...탔음)
(집은 매일 내 발이 닿는 곳...물론 도시가 도시인지라 대부분은 호텔이지만.)
 
네 방은 내 방, 네 밥은 내 밥.
 
라임은 있지만 집은 없는 아그네스, 택시를 타기 위해 큰길로 나서야겠군요.
 
아그네스:이렇게 정이 넘치는 도시를 누가 삭막하다고 했단 말인가. (가벼운 발걸음을 옮겨 눅눅한 골목을 나선다.)
 
눅눅한 골목을 나서면, 삭막한 골목에 습기가 부족해보였던 걸까?
 
빗방울이 가열차게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화려한 네온사인 불빛이 물기 어린 바닥에 이지러지고,
 
밤의 거리는 인간 말종들이 떠들고 웃는 소리로 소란스럽네요.
 
아그네스:이거, 내 예상이 틀리질 않는군.
 
아직 오늘의 선실은 찾지도 못했는데!
 
아그네스:(주변을 둘러본다. 노상 상점이나 우산을 가지고 가는 사람이 있으려나.)
 
이 알록달록한 시궁창, 은거자들의 천국인 폐건물지구에는...
 
물론 노상 상점이 없습니다. 이런 동네에서 어떻게 카운터를 눈에 보이는 곳에 두겠어요?
 
곧장 큰길 끝자락으로 이어지는 지름길을 고르는 게 좋을까?
 
그렇게 주위를 살펴보고 있자면...
 
관찰, 혹은 듣기 판정
 
아그네스:마음에 드는 옷이었는데. 사흘은 맡겨둬야겠군.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76
판정결과: 실패
 
좁은 골목과 샛길, 법망의 틈새마다, 네온사인도 밝히지 못한 어두운 불빛이 가라앉아있습니다.
 
무언가 기척이 느껴진 것 같지만, ... 기분 탓일까요? 최소한 당신의 눈에 걸리는 것은 없습니다.
 
아그네스:... ... (가만히 자리에 서서 빗방울이 떨어지는 하늘을 잠시 올려다본다.)
(모습을 숨기기에도, 기척을 숨기기에도 좋은 날이지.)
(차박, 차박, 하고 구두가 물과 바닥을 튀기며 옮겨진다)
 
나무를 숨기려면 숲 속을, 사람을 숨기려면 물 속을... 이게 아닌가?
 
아그네스:(내 경우에는 맞는 것 같지만.)
 
아오옹
 
여하튼, 이렇게 비가 내리는 날에는 기척을 명확하게 포착하기 쉽지 않습니다.
 
안그래도, 여긴 아침이면 골목 사이사이 시신이나 시신같은 사람이 널부러져있는 동네고요.
 
물을 튀기며 밤의 거리를 걷다보면...
 
*민첩?
 
아그네스:
민첩
기준치: 80/40/16
굴림: 85
판정결과: 실패
 
...이상한 기분이 듭니다.
 
이 앞이 원래 막힌 골목이었던가?
 
슬슬 골목 끝자락에서 번화가의 불빛이 보여야할텐데, 눈 앞은 온통 새카맣기만 해요.
 
막다른 골목인 것처럼.
 
아그네스:(우뚝, 걸음이 멈춘다. 이 길은 몇 번이나 통과했었지. 아니라는 건...)
방랑객이 있군.
 
혹은 불청객이.
 
사방에서 묵직한 발소리들이 들려옵니다.
 
어둠에 시야가 적응하고 나면, 아그네스는 저 멀리 골목 끝자락을 막은 게 무엇인지 알 수 있습니다.
 
높게 쌓은 바리케이드.
 
결코 한 두 사람이, 단시간 내로 준비할 수 없는 구조물이군요.
 
그와 동시에, 어두운 골목 안쪽에서 27 명의 무장 전투원들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아그네스:(천천히 올라가던 시선이 바리케이트 끝, 그리고 아래에 닿는다.)
이거, 사람이 다니는 골목을 이렇게 막아두면 어떡하나?
 
"오퍼레이션 엡실론 4."
 
"무조건 생포해야 한다. 사망하는 순간 쓸모없어지니 주의하도록.”
 
아그네스:어려운 과제를 들고왔군. 죽이는 게 더 빠를 걸.
 
하여튼, 하나같이 욕심이 많습니다.
 
아그네스:(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주변을 둘러본다. 애초에 여느 히어로나 빌런처럼 벽을 박차고 올라가 건물 위를 뛰어다닌다거나...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불필요하게 움직이지도 않는다.)
 
적은 서서히, 긴장을 늦추지 않으며 포위망을 좁혀옵니다.
 
아그네스:이 인원 수에, 무장에, 오퍼레이션...
국가의 머저리들께선 무슨 용무신지 모르겠군.
 
침묵.
 
이런 종류의 침묵은 오히려 반박보다 시끄럽기 마련이죠.
 
소속된 곳의 마크를 지운, 검기만한 군복이 서서히 사방을 메웁니다.
 
아그네스:(눈을 지그시 내리감은 채 눈썹을 비틀더니, 시끄러운 잡념을 음미한다.) 자네들처럼 단련된 군인들은 일반인보다 낫다고 생각하겠지만...
아주 작은 요소로 한 번 집중이 흐트러지면, (한 발을 크게 휘둘러 옆에 있던 철제 쓰레기통을 찬다.)
별 수 없지. (동시에 양쪽으로 가볍게 손짓한다. 2열 종대로 정렬!)
 
자, 풍랑에 주의할 것!
 
난파되기까지는 닻을 내릴 수 없으니까요.
 
전투를 개시합니다. *이능력!
 
아그네스:
캡틴 Roll
기준치: 90/45/18
굴림: 17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일동 정렬!
 
군인들은 파도에 휩쓸리는 와중에도 칼 같이 각도를 맞추어, 한 몸처럼 움직입니다.
 
저들도 이 정도의 사태는 예상했을텐데, 무슨 수를 쓰려는 걸까요?
 
람람 (GM):아그네스, 이번 전투의 모든 판정에 +2의 보너스 다이스를 받습니다.
 
1라운드. 아그네스의 선공입니다!
 
아그네스:(무슨 방법을 준비했지? 깔끔하게 정리된 주변을 살피는 눈이 골목 주변을 이리저리 구른다)
 
우선, 가장 정직한 한 수.
 
선장님께서도 암초를 치울 수는 없다는 점에 주목했군요.
 
눈 닿는 길목마다 높은 바리케이드가 쌓여있습니다. 전원을 노동력으로 동원하지 않는 이상 단기간에 치울 수 없겠어요.
 
아그네스:(체력전이라. 좋은 생각이야. 나 또한 인간이라는 점을 이용할 수 있지.)
 
하지만 이것만으로?
 
아그네스:(구속구...그 쪽인가. 하지만 솜누스에서 내주지 않았겠지. 이졸데가 하나 부숴먹은 걸로 엄청나게 열을 냈으니.)
마취총인가...그건 곤란한데. (바르게 선 군인들에게 까닥 고갯짓을 한다) 자, 다들 바쁘게 움직여보자고!
이 앞에 있는 것부터 치우지!
 
아그네스의 선언에, 후미에 선 6명의 군인이 자리를 이탈합니다.
 
2열 종대가 세 줄 줄었군요! 이탈한 군인들은 3개조로 흩어져 바리케이드를 치우기 시작합니다.
 
무전으로 소통 중인 듯한 지휘관이 크게 소리를 칩니다. 그 결과...
 
전투원 1의 턴.
 
전투원:
테이저건
기준치: 60/30/12
굴림: 64
판정결과: 실패
피해: 2
 
탕!
 
궤적은 빗나가는 선을 그리지만,
 
...한 갈래가 아니군요.
 
한 번의 발포에, 여러 갈래의 탄환이 불규칙하게 터져나오는 개량형 무기입니다.
 
아그네스:아, 정말이지. 치사하지 않나? 몇 번이나 말하지만...
내 신체능력은 일반인 수준이란 말일세. 죽는다고?
 
걱정하지 마세요, 한 번 맞는 것으로는 죽지 않을 겁니다.
 
아그네스:근데 그거 멋지긴 하군.
 
두번째 수.
 
군인들이 능력에 휩쓸리더라도, 최소한 '난사'로 이어가기만 하면 잡을 수 있다고 판단했나보군요.
 
그 과정에서 본인들도 좀 맞겠지만...
 
아그네스한테만 방탄조끼를 나눠주지 않았으니까요.
 
전투원 2의 턴.
 
전투원:
테이저건
기준치: 60/30/12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피해: 1
 
오, 저거 아프겠는데.
 
튕겨나온 탄환이 최전방 군인의 허벅지를 스칩니다.
 
아그네스:보기만 해도 진저리가 쳐지는군. 자네들이 잘 쏘기만 했으면 말이야.
 
그러게나 말이에요.
 
아그네스:(조금씩 몸을 돌려 피하고는 있지만, 군인들의 움직임을 제한했을 뿐. 아마 제대로 쏘면 맞는다.)
 
아무리 선장님이라고 해도, 눈 먼 총알까지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총알을 파리처럼 휘둘러 잡는 누구누구였다면 다르겠지만.
 
다시 아그네스의 턴입니다.
 
아그네스:나도 금강불괴 같은 거 했으면 좋았을텐데 말이야. (이번에는 반대쪽에서 인원을 좀 뺀다.) 거기 자네들! 자네들도 바리케이트 치우는 걸 돕게! 동료들이 힘들어 하잖나!
 
이번에도, 후미에서 6명의 군인이 자리를 이탈합니다.
 
정확히는 이탈자가 3명, 이탈한 군인들에게 마취총을 쏘는 사람이 3명이군요.
 
어찌되었든, 상대할 숫자가 줄어들었다는 점은 긍정적입니다만...
 
전투원:
테이저건
기준치: 60/30/12
굴림: 67
판정결과: 실패
피해: 2
 
아그네스:아무래도 무기 검증이 덜 된 것 같은데.
 
이건 설마...
 
그 유명한 방산비리?
 
제법 가능성 있는 스토리인데, 유전자학의 비리도 저지르는 녀석들이 예산이라고 가만 놔뒀을까?
 
다음 깜짝쇼의 주제가 정해진 것 같기도.
 
그런 관계로, 이번에는 고전적인 무기가 날아옵니다.
 
아그네스:(다음 방송 주제는 이거지. 내가 국가 체면을 생각해서 국방부는 털지 않으려고 했는데...)
 
전투원:
마취총
기준치: 60/30/12
굴림: 54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0
 
절차가 어쩌고, 원칙이 저쩌고,
 
잔뜩 성을 냈을 누구누구에게도 긍정적인 몇개월이었죠.
 
애석하게도 이번 무기는 방산비리의 희생자가 아닌가봅니다.
 
날카롭게 쏘아진 주삿바늘이 목 언저리에 박히면,
 
세상이 기울고,
 
어느새 물고인 바닥이 머리 위에 있어요.
 
아그네스:(그래, 아무리 발버둥쳐도 결국 고전이 최고라니까. 그래도 마취총의 좋은 점은...)
(팔과 다리가, 그 다음 몸통이, 그리고...) 조심해서 들고 가도록. (제일 마지막으로 정신이 꺼진다는 점이지.)
 
그리고 아그네스는 침묵을 사양하는 사람이 아니고요.
 
물 먹은 옷과 함께 정신이 바닥으로 꺼지고 나면,
 
기대만큼 조심스러운 손이 당신을 어딘가로 옮기는 것 같아요.
 
...
 
...
 
SCENE 03# This Operating Room Looks Sanitary
 
...
 
그리고 시야가 시리도록 밝아집니다.
 
소독약 냄새가 나는 공기, 결벽적으로 조용한 사방.
 
머리가 어지럽고 속이 울렁거립니다.
 
아그네스는 철제 수술대에 단단히 묶인 채 눈을 뜹니다.
 
이상할 정도로 주위가 고요한 건, 목을 옥죄고 있는 익숙한 모양의 구속구 덕분이군요.
 
아그네스:(차츰 정신이 돌아온다. 아니...절반 뿐이군. 눈부신 주변에 미간을 찌푸리며 머리를 쓸어내리려다가, 단단히 구속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기울인다.)
 
좋은 소식.
 
묶여있다는 것과 마취총의 부작용을 제외하면, 몸 상태는 놀라울 정도로 좋습니다.
 
쿡쿡 쑤시던 관절마디까지 말끔하게 고쳐놓은 것 같아요.
 
자선적 치료라기보다, 실험체를 대하는 강박적인 통제로 느껴진다는 게 문제겠지만.
 
아그네스:(최상의 상태. 그러니까... ...나에게 뭔가 하고 싶어한다는 거?)
 
응!
 
아그네스:(하, 하고 목에 힘을 빼고 머리를 늘어트린다. 이건 좀 그런데.)
(나는 지금 뚫린 입인가?)
 
그렇습니다.
 
뚫린 입을 써먹으려면 서둘러야할 거예요, 아그네스.
 
실험대나 컴퓨터 앞에 흩어져있던 연구원들이 주위로 모이기 시작했거든요.
 
의료용 고글과 마스크 때문에 얼굴은 가려져 있지만,
 
아그네스:좋은 아침이군, 아니면 좋은 저녁인가?
 
손에 들고 있는 주사기는 도저히 오인할 수가 없는 모양이네요.
 
당신이 목에 꽂았던 것과 같은 모양. 안에 든 시약이 수상한 보라색이라는 것만이 다릅니다.
 
아그네스:(국방부의 지원을 받는 연구기관.)
손님한테 음식 대접을 할 때에는 소개 같은 걸 하지 않나?
 
연구원:의식이 돌아왔으니 실험을 속행하지. (무리의 대장격으로 보이는 사람. 깔끔하게 무시한다.)
실험번호 엡실론 4. 바이탈 체크하고 시약 확인해.
 
저것도 소개라면 소개일지도?
 
아그네스:내 이름은 아그네스 로페즈인데.
(시선이 주사기에 고정되어 있다가, 천천히 구속구를 바라보고, 그 다음은 주변에 널려있는 모니터와 기계들로 향한다.)
 
연구원:이번 실험에 자원한 용기는 높게 사도록 하지.
 
아그네스:내가? (눈을 둥그렇게 뜬다)
자네 공부를 좀 덜 한거 아닌가.
 
연구원:(비아냥이었는데, 역으로 한 대 먹어서 인상이 찌푸려진다.)
(그 다음에는 쯧 소리를 낸다.) 정보는 조금도 유출되어선 안 된다. 쓸데없이 둘러보기 전에 속행해.
 
아그네스:(쓸데없이 둘러보는 중)
 
연구원들은, 물론, 혼나기 싫은 티를 내며 몸으로라도 모니터를 가립니다.
 
수상한 주삿바늘이 목에 꽂히기 직전,
 
마지막으로 무슨 말을 했나요?
 
아그네스:이번에는 부디 지난 번처럼 실수하지 않길 바라지.
 
푸욱.
 
이물을 밀어내는 살갗의 저항을 무시하고, 예리한 주삿바늘이 목에 깊숙히 꽂힙니다.
 
울컥대며 혈관 안으로 밀려 들어가는 차갑고 이질적인 액체. 그리고...
 
반발처럼, 사지에 이는 발작적인 경련.
 
람람 (GM):아그네스, 일시적으로 근력과 민첩이 2배로 증가합니다. 이 효과는 종료를 선언할 때까지 지속됩니다.
 
*근력!
 
아그네스:
근력
기준치: 140/70/28
굴림: 17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콰드득!
 
거친 파열음과 함께, 완력을 견디지 못한 구속구들이 연결부째로 뜯겨나갑니다.
 
목에 꽂혀 있던 주사기가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 나고,
 
다 주사되지 못한 약물이 바닥에 지저분하게 흩뿌려집니다.
 
연구원들이 당황과 공포로 비명을 지르며 물러섭니다.
 
아그네스:(흐억, 하고 숨을 들이킨 것이 온 몸을 터질듯이 채웠다가 콜록이는 소리를 내며 빠져나간다. 핏발 선 눈이 허공을 노려보다가, 목에 달린 귀마개를 쥔다.)
내가, (그대로 손 끝에 힘을 주면, 귓가가 시끄럽게 울리기 시작한다.)
조심하라지 않았나.
 
콰드득.
 
철판이 종잇장처럼 뜯겨나가면, 그와 동시에...
 
시야갸 세 조각. 아니 일곱 조각.
 
마치 만화경을 눈앞에 댄 것처럼 화려하고 어지럽게 분화합니다.
 
단순히 이능력이 '증폭'되는 게 아니라,
 
불안정하게 요동치는 것이 느껴져요.
 
강을 막았다가, 수문을 터트리고, 풍랑이 일었다가, 물 한 방울마저 손 안에서 빠져나가는...
 
아그네스:(숨이 몸 안으로 지나치게 많이 들어왔다가 폐를 말려버릴 듯이 빠지기를 반복한다. 피가 너무 빨리 돈다. 눈 앞이 어지러워지고, 귓속을 파고드는 문장들은 형태소 단위로 분리되어 온 몸을 휩쓴다.)
 
연구원은 대부분 여파를 견디지 못하고 바닥으로 쓰러져있습니다.
 
다시 한번 온몸을 강타하는 고통이 찾아듭니다.
 
이것이 E.M.D와는 다른 효과를 목적으로 둔 약물이라는 것이 직감적으로 느껴집니다.
 
*건강
 
아그네스:
건강
기준치: 80/40/16
굴림: 95
판정결과: 실패
 
전신에서 힘이 풀리고, 호흡이 짧게 끊깁니다.
 
연구원들의 공포가 꼭 당신의 것처럼 생생하다가,
 
다음 순간에는, 그런 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어요.
 
지금껏 이렇게까지 최악이었던 적이 없습니다. 체력 -1.
 
아그네스:(턱, 하고 숨이 막힌다. 힘 없이 무너진 몸을 머리가 지탱하며 억지로 숨을 쉰다.)
(정신을 잡아, 정신을. 이치를 분간하고, 휩쓸리면 안돼. 그런 중얼거림이 무색하게 바깥으로 흘러나오는 의지가 주변을 물들이기 시작한다.)
(입술이 한참 달싹이다가, 쥐어짜듯이 언어가 흘러나온다. 마치 자신에게 명령하듯이.) 도망가...
(출구가 어디지? 천 개로 갈라진 시야 사이에서 바늘구멍 같은 한 지점을 찾는다.)
 
도망가.
 
의지에 휩쓸린 연구원들이 힘없이 바닥을 기며 사방으로 흩어집니다.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는. CCTV 너머의 누군가가 경보를 울립니다.
 
“오퍼레이션 넘버 엡실론 4. 실험체가 구속구를 벗어났다!”
 
“제압팀을 신속히 파견하라!"
 
서둘러야해요.
 
아그네스:(도망가. 이쪽으로 오지 마. 아니...아니지. 죽고 싶다면 와도 좋아. 비척대는 다리가 딛는 힘을 가늠하지 못하고 단단한 바닥을 내리 찍을 것처럼 움직이다가, 성급한 근육이 먼저 최단루트로 나아가고 만다. 결과적으로는...마치 넘어질 것처럼 기이하게 달리는 모양새가 된다.)
 
쾅, 비틀거리는 발에 채인 실험대가 그대로 구겨집니다.
 
탈출로를 확인하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면,
 
수술대 주변으로 어지럽게 늘어서 있는 [측정 모니터]들.
 
작은 시약장과 서류들이 놓여 있는 [테이블] 너머로,
 
공간의 유일한 출입구인 [철제 문]이 보입니다.
 
아그네스:정신차려. 정신차려. 뭔가... (방향을 잘못 잡은 몸이 연구실 벽에 거세게 부딪히고, 그 순간 퍼뜩 시야가 돌아온 듯 고개를 들고 희번득하게 주변을 바라본다. 대체 뭘 놓은거야. 불길같은 시선이 모니터로 향한다.)
 
이런, 시야의 서른 네번째 조각에선 분명 이 쪽이 길이었는데요.
 
모니터에는 솟고 꺼지기를 반복하는 불규칙한 파형과 함께, 일련의 글자가 떠올라있습니다.
 
*관찰?
 
아그네스: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2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당신의 신체를 스캔한 이미지 옆에 ‘엡실론 04’라는 문구가 띄워져 있습니다.
 
난폭한 이능력 파형 아래로 적힌 글자들은, 단자를 통해 읽어낸 당신의 몸 상태겠고요.
 
[E.S.D] Prototype 주사.
 
.. .. .. 유효한 정보값 추출 중.. .. ..
 
[Esper Multiply Drug] 약물의 잔여반응 확인.
 
[E.S.D]와 [E.M.D]의 충돌 반응. 경위 확인 바람.
 
임상 결과 : 실패.
 
실험체의 부작용 관리 후 재실험 요망.
 
그 뒤로 커서가 깜빡, 깜빡, 점멸하고 있습니다.
 
아그네스:S... ...
(활자를 읽는다. 머리에 담는다. 그래, 좋아. 그렇게 모든 걸 문장화하는거다. 그래...)
(귀에 울리는 이명이 끊이지 않는다. 한 곳에 집중하자면 다른 한 곳의 긴장이 풀려 주저앉기 마련이다. 간신히 테이블까지 기어가 딛고 일어선다.)
 
조심합시다, 방의 모서리란 모서리는 모두 울고 있는 연구원들이 차지했으니까요.
 
테이블에 손을 짚으면, 빈 주사기와 시약병 옆에 놓인 몇 장의 [보고서]가 눈에 들어옵니다.
 
챙겨둔다면 도움이 될지도 몰라요. - 이 곳을 나간 다음에!
 
아그네스:(떨리는 손이 시약병을 마구 뒤집어보다가, 보고서까지 손길이 미친다. 잔뜩 줄어든 동공이 재빠르게 글자를 읽어내린다.)
 
저벅, 저벅, 저벅.
 
멀리서 들려오는 발소리가 환청인지, 진짜인지.
 
흔들리는 동공은 평소보다 빠르게 일을 마칩니다.
 
핸드아웃, [보고서]를 공개합니다.
 
아그네스:ESD. ESD. 이름 한 번 거지같군. (중얼거리는 소리가 낮게 깔리다가, 퍼뜩 발자국 소리가 인식 범위에 들어온 것처럼 보고서로 시약과 주사기를 뭉치로 싸 우겨넣은 채 철제 문을...)
(잡아 뜯는다. 어디에서 많이 보던 것처럼.)
 
끼이이익...
 
철제 문을 맨손으로 구길 때는 이런 촉감이 느껴지는군요.
 
손자국이 너절하게 남은 문을 박차고 나오면, 문에 새겨진 국방부 로고와,
 
소독약 냄새가 나는 흰 복도.
 
그리고 멀리서 들려오는 발소리가 동시에 감각을 자극합니다.
 
아그네스:(발소리의 반대. 복도 끝을 바라본다. 비상구는 어디?)
 
짐작한대로, 이 곳은 아그네스가 방문한 적 없는 어느 국가기관이고...
 
솜누스가 그렇듯,
 
어딘가에는 이동용 장비를 모아 두는 곳이 있을 거에요.
 
*관찰?
 
아그네스: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10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복도 저편에서 19 명의 전투원이 모습을 드러내는 것과 동시에,
 
[이동장비실]이라는 팻말이 걸린 문이 눈에 들어옵니다.
 
아그네스:(글자가 의식에 들어오기도 전에 의미가 해석되어 다리가 먼저 움직인다. 가히 본능. 파도에 휩쓸린 인간이라면 발버둥을 치겠지만. 바다에서 태어나 바다로 돌아가는 것들은 그 흐름에 몸을 맡기는 것이 살아남는 방법이라는 걸 안다.)
 
어디선가 소금 냄새가 나기 시작한 건, 목 안에서 핏물이 올라올 것 같기 때문인가요?
 
이동장비실로 뛰어들면, 30평 남짓한 공간 안에 온갖 첨단장비들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이 안에서 쓸만한,
 
혹은 낯익은 물건을 발견하려면 다소의 운이 필요하겠는걸요.
 
*행운?
 
아그네스:
기준치: 55/27/11
굴림: 61
판정결과: 실패
(거친 손길이 장비들을 헤집기 시작한다. 본능이 알아챌 수 있는 것을 찾을 때까지...)
 
그 혼란한 과정에서 몇몇 장비들이 깨지고, 부서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요.
 
아그네스는 오래 지나지 않아, 물처럼 일렁이는 표면의 '좌표이동기' 앞에 섭니다.
 
아그네스:찾았다.
 
그리고 5명의 군인이 문을 박차고 들어옵니다.
 
“사살해라! 실험체가 외부와 접촉해서는 안 된다!”
 
아그네스:(홱, 고개를 돌리면 희번득한 눈길이 그쪽을 향한다.) 죽기 싫으면 나가.
 
탕, 타앙!
 
이번 명령은 다소 과격했나요?
 
몸을 돌리는 것과 동시에 발포된 탄환이 옆에 선 군인의 옆구리를, 장비실의 기계를, 천장의 전등을...
 
그렇게 수십 발의 눈 먼 총알이 사방을 헤집습니다.
 
본래는 좌표를 입력해서 쓰는 물건이지만, 이 난사 속에서 시간을 끌기는 어렵겠어요.
 
행운을 믿는 편인가요, 아그네스?
 
아그네스:(그 후에는 일렁이는 좌표이동기로 몸을 던진다. 눈 앞으로 다가오는 이 풍경이 익숙한 것 같기도.)
(바다에 가라앉았을 때는... ...오직 하늘만을 믿어야지. 부디 빛이 산란하지 않기를.)
 
차가운 액체를 통과하는 듯한 느낌,
 
막막한 부유감과 함께, 오늘의 항해는 난파로 막을 내립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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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04# Can Villain Be Trusted?
 
차가운 액체를 통과하는 감각, 그리고 눈을 뜨면...
 
...
 
당신은 어느샌가 도심의 번화가 한 가운데에 서 있습니다.
 
다행히 어디 한 군데 놓고 온 몸은 없군요.
 
수상한 기관에 갇혀있는 사이 어느덧 아침이 온 모양이에요.
 
비가 그친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화창합니다.
 
아그네스:(거친 숨을 몰아쉬며 하늘을 바라본다. 여긴...)
 
의도치 않게, 솜누스 본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길목이네요.
 
눈부신 햇살이 가로수 위로 쏟아지고, 부드러운 바람이 머리카락을 흩날리지만…
 
이 완벽한 날씨를 즐길 여유는 없습니다.
 
몸에 깃들었던 힘은 물에 씻겨나간 것처럼 사라지고, 이능력은 여전히 불안정하게 요동칩니다.
 
람람 (GM):아그네스, 근력과 민첩이 본래 수치로 감소합니다.
 
아그네스:(천천히 손을 움직여본다. 실수로라도 사람 머리를 터트릴 일은 없겠군. 적어도...물리적으로는.)
 
간헐적인 두통으로 미루어볼 때...
 
터지는 건 아마도 내 머리?
 
폭탄을 삼켜도 이것보단 컨디션이 좋을 것 같습니다. 빌런은 의료보험 혜택도 못받는데요!
 
아그네스:컨디션이 안 좋아... (탄식하듯이 중얼거리다가 덜 마른 식은땀을 훔친다.)
(우선 몸 뉘일 곳 좀 찾아야겠어. 그 다음에 들고 온 것들을 제대로 들여다보고...맡길 만한 사람을 알아봐야겠군.)
(조금씩 발을 끌며 걷는다)
 
...
 
지나쳐가는 행인들의 웃음소리가 머리를 어지럽게 울립니다.
 
폐부가 비정상적인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고, 시야가 간헐적으로 점멸합니다.
 
요동치는 능력을 따라 온정어린 시선이 모였다가, 흩어지기를 반복합니다.
 
그 사념의 간조와 만조가 백사장 같은 정신을 갉아먹고 있어요.
 
어디로 향할까요, 아그네스?
 
아그네스:(솜누스 본부 근처라면 손바닥 들여다보듯 훤하다. 광장에 괜찮은 비즈니스 호텔이 있었지.)
(잠시 머무를 거니까 호화로울 필요는 없어.)
 
그럼요, 무엇보다 여유를 부렸다간...
 
유일하게 '살아남은' 실험체를 확보하기 위해 무슨 짓을 할지 어떻게 알겠어요.
 
아그네스:(상대는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조금 절박해도 그들과 비슷한 위치까지는 떨어질 수 없다는 쪽의 사람이지. 아무래도 쪽수로 밀어붙이는 건 모양이 빠지잖아.) 이거, 다른 부작용이나 없었으면 좋겠군. (뒷머리를 긁적이며 몸을 여기저기 살펴보지만...되려 잡혀가기 전보다 몸 상태는 좋은듯.)
(머리 상태는 안좋음.)
 
갓 태어났을 때를 제외하고 지금이 가장 흠집이 없는 상태일 듯.
 
약물 부작용만 빼면요!
 
여하간, 아그네스는 발을 끌며 번화가의 비즈니스의 호텔로 향합니다.
 
프론트맨은 당신을 어떻게 대해야할지 조금 혼란스러운 것 같아요.
 
람람 (GM):이능력 불안정으로, 회유를 위해서는 *이능력 판정의 성공이 필요합니다.
 
아그네스:(코르크 마개를 붙잡느라 아무 생각도 없이 발부터 들였다. 조금 피곤한 눈으로 프론트맨을 바라보다가...)
캡틴 Roll
기준치: 90/45/18
굴림: 2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아주 부드러운 목소리로 요청한다.) 빈 방을 하나 부탁하지. 아무데나 상관 없어. 금연실이기만 하면.
 
잠시 후, 프론트맨이 자세를 가다듬고 몸을 바로 세웁니다.
 
"506호실 열쇠입니다, 손님. 몸상태가 좋지 않으시면 의약품을 가져다드릴까요?"
 
아그네스:(열쇠를 받아들더니, 잠시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았다가 미소를 지으며 엘리베이터로 향한다.) 아니, 괜찮아. 신경을 둔하게 만드는 약은 자네들에게 독이 될테니까.
 
"체크아웃은 익일 12시까지입니다. 좋은 시간 되세요."
 
그나마 다행인 사실. 평일 낮인만큼 호텔은 한산한 편입니다.
 
띵,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에 다다르면...
 
Q. 네스는 잠과 밥 중에 무엇이 더 급한 편?
 
아그네스:(잠.)
(이졸데가 들으면 당연히 밥이지 임마-! 했겠지만.)
 
먹어야 나을 거 아니냐고 임마ㅡ!
 
했겠지만.
 
아그네스:(거의 문에 몸을 기대듯이 카드키를 찍고 들어가, 겨우 현관 옆에 카드키를 딱 끼워놓고...)
피곤하군... (쏟아지듯 침대에 엎어진다)
 
사실, 자정 언저리에 납치 되어서, 아침에 풀려났다면 일곱 시간은 잤을텐데요.
 
대체 뭘 투약한 건지 끔찍하게 피곤하고 졸립니다.
 
보고서에 적힌 내용에 따르면,
 
당신 앞의 '자원자'들은 모두 죽은 듯하니, 이 정도로 만족해야할지도 모르지만...
 
...
 
...
 
아그네스가 깨어난 것은..
 
다행히 20년 후는 아닙니다.
 
그대로 6시간 정도 잠들어있었던 것 같아요.
 
아그네스:(누운 자세 그대로 눈을 뜬다. 그러니까 시선이 침대에 반쯤 파묻힌 채로... ...)
(끄으응, 소리를 내며 천천히 몸을 구부려 일어난다. 몇 시지...)
 
어디보자, 호텔에 체크인했을 때가 오전 9시 정도였죠.
 
반쯤 가려진 시야에 디지털 시계가 들어옵니다. 지금은 3시 12분이네요.
 
창 밖의 햇살은 어느덧 따사로운 오후빛입니다.
 
아그네스:(아직 낮이군. 손바닥으로 눈두덩을 꾹 누르며 TV를 켠다. 이 소란이 과연 묻혔을지...묻히지 않았을지.)
 
텔레비전을 켜보면, 가장 먼저 흘러나오는 소식은...
 
이능력자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엽기 살인사건 이야기네요.
 
아마 저것 때문에 이능력자 차별 법안 여론에 불이 붙었었죠?
 
탈출한 실험체에 대한 이야기나, 어느 조직의 비밀실험실 같은 소식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아그네스:(이능력자들을 통제한다고 했었나... ...히어로 만화 안 봤나? 그러다가 전쟁 난 거.)
(리모컨으로 뉴스 채널들을 넘기다가, 안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종이와 시약들을 꺼낸다.)
 
보고서에 싸인 시약은 익숙한 색깔입니다. 노란색 한 병, 보라색이 한 병이군요.
 
잠들기 전에 읽었던 보고서와 달리, 남은 종이들에는 알아들을 수 없는 의학용어가 가득하고요.
 
아그네스:EMD, 그리고 ESD인가...
의료
기준치: 1/0/0
굴림: 38
판정결과: 실패
 
과학자들의 문제.
 
아그네스:하여튼 과학자들의 문제는... ...
 
알아들을 수 없는 필기를 해놓고 회의를 끝낸다.
 
아그네스:(귓가에서 회의 끝냈네? 나 두고? 라는 음성이 울린다)
 
이건 환청? 아니면...
 
"쾅!"
 
오, 아닐지도.
 
아그네스:( 쾅? )
 
창 밖에서 둔탁한 굉음이 들리는 것과 동시에, 땅이 미약하게 흔들립니다.
 
이건... 호텔 인근의 광장 방향이군요.
 
꼭 맨손으로 보도블럭을 깨부수는 것 같은 소리인걸.
 
구경꾼이 몰리는 듯 웅성이는 행인들의 목소리, 셔터 소리 같은 것도 들리기 시작합니다.
 
아그네스:(창문을 가린 커튼을 걷고 바깥을 내다본다.)
 
오후의 햇살이 따사롭게 방 안을 비춥니다.
 
가로수는 녹색 잎을 뽐내고, 광장의 분수는 맑은 물을 퐁퐁...
 
...
 
아니... 철철철.
 
반쯤 깨진 분수대에 사람 하나가 거꾸로 처박혀있습니다.
 
다행히 물색이 맑은 걸 보면 죽진 않은 모양인데요.
 
아그네스:...사람? (미간을 찌푸리고 그쪽을 자세히 본다. 피가...아닌데.)
 
물에 담근지 얼마 되지도 않은 듯한 사람을, 도로 빼서 질질 끌고가는 건...
 
이졸데:넵, 연쇄살인범 체포 완료했습니다.
근데 이거 이능력자가 아닌데요?
 
아하, 체포 현장이었군요.
 
아그네스:아, (이졸데의 모습을 확인하자 얼굴이 밝아진다. 마치 언제 컨디션이 안 좋았냐는 듯한.)
 
목소리가 어찌나 쩌렁쩌렁한지 여기까지도 들립니다.
 
이졸데:시민 여러분께서는 안전을 위해 30보 밖으로 물러나주시기 바랍니다!!!!!!! (지하철안내문마냥)
예, 기자 여러분도 마찬가지고요!!!
 
아그네스:(아예 테라스에 팔을 기대고 그 위로 얼굴을 턱 올린 채 구경한다. 열심히 하는군.)
 
이능력 범죄자였다면 이졸데가 직접 이송했겠지만,
 
들리는 말에 따르면 아마 무기를 든 일반인이었던 모양이니까요.
 
아그네스:힘 조절이 능숙하지. (나도 안 죽었으니까.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신변을 인도하고, 기자들을 휘휘 내쫓고, 좀 더 시간을 들여 구경꾼까지 물리고 나면...
 
휘적휘적, 드디어 식사를 하러 가나봅니다.
 
광장 앞에 있는 수제버거집으로 들어가네요.
 
아그네스:(당연히 따라가겠다는 듯이, 도로 안주머니에 시약을 집어넣고 방 밖으로 나선다.)
 
이능력은 여전히 불안하게 흔들리고,
 
프론트맨은 가만히 있으면서도 자신이 왜 이러고 있는지 모르겠는 표정입니다.
 
곧바로 식당으로 들어갈까요?
 
아그네스:(최대한 생각을 아낀다. 이미 넘실대는 파도가 발목에 찰랑이는 것을 알기에.)
(곧장 수제버거 집으로 들어가서...이졸데가 어디에 앉아있는지 볼까?)
 
적당히 외식 느낌이 나는, 이 싸고 양많은 버거집은 이졸데의 단골 음식점이었죠.
 
벌써 메뉴가 나왔는지 구석 창가자리를 점거하고 앉아있네요.
 
아그네스:(어린이들이 좋아하는 패밀리 레스토랑 정도의 프랜차이즈지. 어쩐다 말도 없이 이졸데의 옆자리에 바싹 앉아 감자튀김을 하나 집어먹는다.)
 
이졸데:(이 휘적거리는 발소리는... ... 입구에서부터 포착했지만 꿋꿋하게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난 지금 밥 먹는 중이다. 설마 밥 먹는 사람 건드릴거냐. 하고 등으로 말해왔지만...)
(별로 효과는 없었던 듯.) 밥도 못 먹고 다니냐, 진짜?
 
아그네스:(그러더니 여기서 만나기로 약속이라도 되어 있었던 것처럼...가만히 창 밖을 바라보며 턱을 괸다.) 좀 오래 잤거든. 그런데도 아주 피곤해.
방금 막 탈출한 참이라... (작게 하품을 하며 눈가를 쓸어내린다) 아니...방금은 아니군. 6시간 정도 전인가...
 
이졸데:(그제서야 고개를 돌려서 쳐다본다. 물에 한 번 담갔다가 뺀 것 같은 정장에, 이거, 한 눈에 봐도 안색이...)
야.
어디 거꾸로 매달렸다가 왔어?
 
오, 익숙한 표정.
 
아그네스:(오, 익숙한 표정. 하는 표정을 짓는다)
 
전매특허, "아니 이게 또 어디서 무슨 사고를 치고 온 거야" 표정입니다.
 
이졸데:니가 버거집 저격질하려고 온 건 아닐테고. 빨리 자수해. 자수하면 살려준다.
 
아그네스:내가 뭐 한 거 아닐세. (안주머니에서 꼬깃한 종이-과학자들의 문제가 여실하게 드러나는-를 꺼내 보여준다.)
증거 1. 절대 내가 작성했을 리 없는 이상한 유사 문장이 적힌 종이.
증거 2... (시약을 주머니에서 약간 꺼내서 보여주기만 하고 다시 집어넣는다. 이런 건 어디 카메라에 찍혀봐야 좋을 거 없지.)
 
이졸데:......(노란색 약물은 잠시 일별한 것만으로도 알아봤다. 문제는... 색깔이 하나 더 있다는 점.)
그 환장할 실험이 아직도 안 끝났다고. (꼬깃한 종이를 빠르게 낚아챈다. 그동안 이거나 먹어라는 것처럼 감자튀김이 담긴 접시를 밀어준 건 거의 무의식적인 동작이다.)
질문 2. 얼굴은 왜 허여멀겋냐?
 
아그네스: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지.
일단 멜라닌 색소가 좀 적은 인종이라 그렇고,
약이 몸에 잘 안맞았어.
 
이졸데:.............................
분노 참기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40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니 잘못이 아닌데...
왜 이렇게 빡이 치는지 모르겠다... (그러게내가작작돌아다니랬지... 표정)
 
아그네스:그래? 내 얼굴이 좀 열받는 얼굴인가?
그럼 다음 말은 하지 말아야겠군.
 
이졸데:해.
 
아그네스:오. 그래. 화끈하군.
 
이졸데:(감자튀김을 입에 한움큼 밀어넣으며...)
(기다림.)
 
아그네스:(내 감자...)
(내 감자가...내 감자를 먹었다...)
국방부가 아직 포기를 안 했어.
 
이졸데:그러겠지, 이 빌어쳐먹을 약물 2탄까지 만들었으면...! (음파만으로 버거집 천장을 뚫기 직전... 가까스로 목소리를 낮춘다. 이졸데는 성대도 금강불괴인가?)
 
아그네스:자네 방금 목 안찢어졌나?
 
이졸데:넌 용케 안 찢어졌냐? 그런 걸 종류별로 맞고??
 
아그네스:그거 말인데.
새 컬러의 효과는 이능력 억제일세. (어깨를 으쓱인다) 약칭이 좀 직관적이었거든.
그런데 내가 전에 이미 뭘 하나 맞았잖나. 그게 문제였던 모양이야.
내가 자네처럼 문을 뜯었다니까. (이렇게, 하면서 손으로 뭘 잡는 시늉을 한다.)
 
이졸데:-----------!! (문자화하면 대략 아오오어으으아어어어오오오오 정도의 괴성.)
 
아그네스:이건 재밌는 얘기였는데. (안 재밌었나? 하고 쳐다본다)
그런데 아직 출시 안 된 컬러가 하나 더 있어.
 
이졸데:아오, 하, 진짜. 웃기겠냐? (웃기겠냐고? 거의 점심 먹다가 시한부 고백 당한 사람처럼 반응함)
 
아그네스:(감자튀김 집어먹으면서 빤히 보는 중...)
 
이졸데:일어나. (안 일어나면 어깨에 들쳐멜 거 같음.)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제대로 설명을...
 
당연스레 뒤쫓아온 것은, 당연할 정도로 올바른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당신이 믿을 수 있고, 더 중요하게는, 당신을 믿을만한 사람이 도시에 여럿 있지는 않을테니까.
 
그러나 다음 순간.
 
아그네스:(이 일을 해결할 수 있으면서, 내 말을 들을만한 사람은 많지 않지.)
 
육체가 당신을 배반합니다.
 
주삿바늘이 꽂혔던 목덜미에서부터 기묘한 전류가 흐르고,
 
심장 박동이 거세지면서, 시야가 수만 갈래로 분화합니다.
 
이건... 물살에 휩쓸리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에요.
 
누가 당신의 목에, 뇌에, 귀의 신경에 들어앉아서,
 
기이한 말을 속삭이는 듯한...
 
"죽이자."
 
*정신 판정.
 
아그네스:아... ... (입 밖으로 소리를 냈나? 생각만 한 건가? 형태소 단위로 분리된 건가?)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94
판정결과: 실패
(몸이 움찔, 움찔거린다. 마치 전류를 뇌에 꽂아넣은 것처럼, 그리고 반사적으로 움직이려는 몸을 막듯이. 그러나...)
 
문단에서 발췌한 문장이 쉽게 맥락을 잃어버리듯,
 
형태소 단위로 분절된 의지가 바닥으로 가라앉습니다.
 
그 자리에 남은 것은, 본능에 가까운 폭력.
 
아그네스:
근접전(격투)
기준치: 50/25/10
굴림: 80
판정결과: 실패
(수 십년간 잡아온 키가.)
 
돛이, 그리고 닻이.
 
손에 무언가를 후려친 듯한 감각만을 남기고,
 
몸을 가누기가 힘들 정도의 고통과 함께 시야가 새하얗게 닫힙니다.
 
아그네스:(안돼, 휩쓸린다. 내 배는 저기에 있고 내 몸은 여기에 있다.)
(내 배가... ... ...)
 
...
 
아그네스:(...나를 두고 떠나간다.)
 
...
 
SCENE 05# Hero wants to be With You
 
...
 
그리고, 아그네스는 오늘만 '세번째'로 눈을 뜹니다.
 
통제권을 되찾은 폐로 깊게 숨이 들이켜지고, 몸을 장악했던 고통은 온데간데 없군요.
 
눈에 들어오는 천장은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듭니다.
 
아그네스:(또 헛숨을 잔뜩 들이키며 일어난다. 세 번째로군...)
(목 뒤로 넘어간 몇 방울 침에 가볍게 콜록이며 몸을 일으킨다. 여긴 어디지?)
 
몸을 일으켜보면, 아그네스는 자신이 생활감이 묻어나는 소파 위에 누워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마에서 덜마른 물수건이 툭 떨어지고, 방 안은 옷장이나 책상 같은 간단한 가구들이 놓여있네요.
 
1층인 모양인지 창문 너머로 행인들의 모습과 길거리의 풍경이 보입니다.
 
아그네스:(천천히 정신을 잃기 전까지의 기억을 더듬어본다. 그래, 갑자기 키를 놓쳤고. 뭔가 후려패려는...시도를 한 것 같군. 그 다음엔...?)
 
그리고 높은 확률로 후려팬 대상은...
 
일단 아그네스의 손뼈는 멀쩡한 것 같은데 말이에요.
 
이 곳은 히어로 본부 개인실 안.
 
그리고 1층에 위치한 개인실은 누구의 것이었더라?
 
벌컥, 문이 열립니다.
 
이졸데:살았네? (허이고...)
 
아그네스:자네 뭔가 바꿔서 말했어.
 
이졸데:뭐.
 
아그네스:(소파에 모로 몸을 기대고 관자놀이를 문지르다가...)
(별안간 눈을 번쩍 뜬다)
혹시 내 주먹이 자네 털끝에라도 스쳤나?
 
이졸데:야... 내가 너한테 유효타를 먹을 정도면 은퇴해야지.
 
아그네스:(쩝, 하고 입맛을 다신다) 실패했군.
 
이졸데:(주먹은 커녕 손톱 끝도 안 스친 것 같다. 옷에 실밥도 한 올 안 나왔음.)
그게 때리려던 건 줄도 지금 알았는데. (털레털레 걸어와서 옆자리에 풀썩 앉는다. 손에 든 봉투에서 뭘 주섬주섬 꺼내놓기 시작한다. 두유, 바나나, 빈 속에도 편해요! 드링킹 요거트...)
설명은?
 
아그네스:그냥 휘적였나? (하긴. 주먹 쓸 일이 없지.)
(바나나를 까면서 대답한다) 뭔가 찌릿하더군. 전기총이라도 맞은 것처럼.
그리고... ...
누가 내 몸을 움직였어.
 
이졸데:...(입가를 문지른다.)
네가 하듯이?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아그네스:정확히 내가 하는 방식일세. 왜냐면... ...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뜬다.)
그 느낌을 아주 잘 알거든.
 
이졸데:그럼... 그 자리에 다른 이능력자가 있었던 건 아닐테고. (물 먹고 먹어라, 하면서 500ml 생수병을 열어준다.) 이능력이 폭주했을 가능성이 높겠는데.
...그런 것치곤 조용했지만. 카운터 알바도, 행인들도 멀쩡하더라고. 손님이 기절해서 기겁한 거 빼면.
 
아그네스:그런데 그 반동이 나한테 돌아온 건 처음이거든. 폐허에서 느꼈던 거랑은 다른 느낌일세.
자네가 알아서 잘 대처해줬겠지. (요거트를 마시다가...)
내가 지금 솜누스 안에 있는 거 맞나?
 
이졸데:물 먹고 먹으라고. (생수병 짤짤) 새 약이니까 부작용도 브랜드 뉴인가보지, 가지가지 한다 진짜!
 
아그네스:아니, 빈 속에도 편안하다고 적혀 있는데.
(결국 시키는 대로 물 마신다)
 
이졸데:(약간 누그러짐.) 그래, 내 개인실. 널 일반 병원으로 끌고 갈 수는 없잖아.
 
아그네스:코르크 병이 아니라 그냥 깜짝상자가 됐군.
큰일이야. (그런 것 치곤 태평하게 말한다)
 
이졸데:(지금 꿀밤을 때리지 않은 것은 순전히 먹는 중이기 때문이다.)
 
아그네스:(냠냠...)
 
이졸데:하... 이능력 쪽 문제는 솜누스 의료반이 제일 확실한데, (미간을 꾹꾹 누른다.) 그렇다고 다짜고짜 거기 넣을 수도 없잖아. 뭐라고 변명하라고??
그래서 일단 여기로 온 거야. 쓰러진 지는 이제 20분쯤 됐네.
 
아그네스:이 자식 치료하고 감옥에 처넣어 주세요? (오트밀 칼로리바를 까며 어깨를 으쓱인다.)
금방 일어났군. 내가 또 숙면한 줄 알았어.
 
이졸데:30분까지 안 일어나면 그러려고 했지. 이 자식 제가 길에서 우연히 주웠는데 치료하고 감옥에 넣어주세요. (농담일까?)
 
아그네스:(아닌듯.)
 
이졸데:...또 기절할 거 같냐? 그럼 설명은 좀 나중에 하고.
 
아그네스:아니, 지금은 괜찮아. 계속 해보게.
 
이졸데:그렇다면야. (눈썹을 늘어뜨린다. 아픈 사람 상대라 좀 누그러짐.)
 
아그네스:(얌전히 이졸데가 사온 식사를 먹는 중. 왜냐면 이게 오늘 첫 끼니까.)
 
이졸데:지난 두 달 동안 이 쪽에서는... 솔직히 별로 진전은 없었어. (바나나를 전투적으로 까기 시작한다.)
우리가 국방부에서 그럴 듯한 증거물을 가져온 것도 아니니까. 무턱대고 추궁하긴 무리가 있었지.
해킹이나 도청에도 별로 걸린 게 없고. (증거 수집을 위해 이래저래 노력했나봄.) 알고 있으니 조심하라는 메시지는 제법 보냈지만.
 
아그네스:어쨌든 솜누스 쪽... (정정한다.) 자네도 국방부를 족치고 싶었다 이거로군. (어휘 선택이 옮았음)
 
이졸데:한 번 더 정정해라, 솜누스 쪽 맞아.
본부장님께는 보고 드리면서 말했으니까. 국방부에서 무슨 개짓거리를 했는지. (툴툴툴)
 
아그네스:국장님까지? 단단히 열받으셨군.
온건파신데.
 
이졸데:쓸데없는 정치싸움에 엮지 말아달라는 쪽이셨지. 솜누스는 어디까지나 치안 유지 기관이니까. (또 미간을 꾹꾹 누른다.) 할 일만 할 수 있으면 된다고.
하지만 이 일은... 경우가 달라. 크리처 사태 때는 사상자만 세 자릿수였어.
 
아그네스:정치싸움에 민간인을 끌어들였다는 점이 문제로군.
하긴. (어쩌면 현재 나의 행보는...국장이 한 교육의 결과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눈썹을 비튼다.)
 
이졸데:장담하는데, 제대로 된 증거만 있었어도 벌써 국방부 장관을 반으로 접어두셨을걸.
 
tmi : 솜누스 본부장도 이졸데처럼 괴력계 히어로임
 
아그네스:(때때로 포크를 구기며 하던 연설이 떠올라.)
내가 가지고 온 건 증거가 못 되나?
 
이졸데:(< 그리고 당연히 그 연설을 보며 본부장님을 롤모델로 삼은 애)
 
아그네스:(자네가 그래서...)
 
이졸데:(그렇게 무럭무럭 자라 포크로 리본공예도 할 수 있게 됨.)
이것들, 연구소 하나 잃어버리고 나니 서류에 로고를 안 박았더라고. (가져온 서류들을 팔랑인다.) 시약 실물은 상당히 도움이 되겠지만.
 
아그네스:그러고 보니 그 연구실에서도 복도로 나오고서야 로고가 보이더군. 연구진이 입고 있던 가운도. (그 말에 씩 웃어보인다.) 고맙지?
다행히 내가 잡혀가서 좋은 샘플을 구해다가 자네한테 전달까지 해 준 거 아닌가. (당근 모든게 우연임)
 
이졸데:(아그네스는 식사를 마쳤나?)
 
아그네스:(마...마쳣다)
(참기한번만굴려줘)
 
이졸데:
꿀밤 참기 Roll
기준치: 10/5/2
굴림: 64
판정결과: 실패
 
아그네스:(ㅋ)
 
이졸데:일을(꽝)
 
아그네스:
건강
기준치: 80/40/16
굴림: 94
판정결과: 실패
 
이졸데:할거면(꽝)
 
아그네스:
건강
기준치: 80/40/16
굴림: 91
판정결과: 실패
 
이졸데:법의(꽝)
 
아그네스:
건강
기준치: 80/40/16
굴림: 8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졸데:보호를(꽝) 받으면서(꽝) 하라고!!!!!
 
아그네스:
건강
기준치: 80/40/16
굴림: 7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건강
기준치: 80/40/16
굴림: 99
판정결과: 실패
(3death)
 
목숨이 아홉 개라는 고양이였어도 지금쯤이면 여섯 밖에 안 남았을 듯.
 
어질... 어질... 어라... 여기는 어디?
 
영어와 프랑스어를 제외한 모든 기억을 잊어버릴 듯한 기분이 들어.
 
아그네스:(여긴...어디? 나는...누구?)
(그래...나는 분명 주인공 박스의...)
핫. (초점이 돌아온다)
 
이졸데:정신 안 차리지? (허이고... 이마에 물수건 철썩 붙여줌)
 
아그네스:제 4의 벽을 넘을 뻔 했던 것 같은데.
 
이졸데:그렇게 샴페인 병처럼 언제 머리 터질까 이성 끊길까 조마조마 하시면, 어? 몸을 사려야 될 거 아니냐고. (서류로 목 언저리를 찰싹찰싹 때린다.)
여하튼, 제일 큰 문제는 그게 아냐.
 
아그네스:그런데 자네가 방금 샴페인 병 바닥에 두드렸잖나.
 
이졸데:어, 7층 옥상에서도 떨어트려봤는데 안 깨지더라고.
 
아그네스:(정수리를 긁적거린다) 하얀 부분이 점점 늘어나는 것 같아.
이것보다 큰 문제가 있나?
 
이졸데:집도 절도 없이 떠돌아다니니까 그 모양이지. (일찍 늙어서 안타깝다는 투)
...중요한 건 위치야, 위치. (그리고 깊은 한숨.)
 
아그네스:아아.
 
이졸데:네가 잡혀갔다는, 본거지가 어디있는지를 모르면, 무작정 터트려봤자 그대로 튀어버릴 거 아냐.
아니면 장관만 갈아치우고 실험 계속하든가.
 
아그네스:음,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군. 탈출할 땐 그걸 썼거든.
어디로든 문.
 
이졸데:좌표이동기, 좌표이동기!
 
아그네스:그게 그거 아닌가?
 
이졸데:말을 말자, 진짜.
어쨌든 우리끼리 해결할 일은 아냐. 본부장님이나, 필요하다면 기술팀과도 정보를 공유해서...
 
그 때,
 
*듣기 판정.
 
아그네스:
듣기
기준치: 50/25/10
굴림: 2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여전히 일렁이는 이능력 대신, 두 귀가 이상을 감지합니다.
 
무거운 발소리들, 무전이 오가는 소리, 실랑이 하는 소리,
 
본부의 로비에서부터 한무리의 사람들이 들어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커튼으로 가린 창 밖에서도, 소식의 냄새를 맡은 기자들의 플래시가 터지기 시작했어요.
 
이졸데도 그 사실을 눈치챈 것 같습니다.
 
아그네스:솜누스가 자네한테나 집이지, 안 그런가.
 
이졸데:야, 일어나! (그러면서 대답도 전에 뒷목을 잡아 대롱대롱 든다.)
(그대로 황급히 걸어가는 곳은...)
 
안녕? 나는 인권유린 캐비닛!
 
이졸데는 그대로 방구석에 있던 캐비닛에 아그네스를 집어넣습니다.
 
아그네스:(아 ㅋ)
윽, 자네 또
 
물론 이졸데까지 들어가진 않았으니...
 
아그네스의 얼굴에 닿는 것은 유린된 인권 대신 계절에 안 맞아 처박힌 겨울 코트입니다.
 
아그네스:(포근..)
 
이졸데:(문을 탕 소리나게 닫는다. 무언가 예감한 듯한 표정으로 눈썹을 찌푸린다.) 야.
어설프게 능력 쓸 생각하지말고, 얌전히 숨어있어.
무슨 일이 있어도.
 
아그네스:무슨 일이 있어도?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눈썹을 비튼다)
 
이졸데:하나는 남아있어야 일이 될 거 아냐. (신경질적으로 속삭인다. 본래 솜누스 본부에 군인이 들어오는 일은 없다. 절대로.)
(단 한 가지 경우를 제외하면.)
 
이졸데가 캐비닛에서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아그네스:... ... (눈을 지그시 감았다가 뜬다.) 내가 찾아가지.
 
사무실 문을 걷어차는 요란한 소리가 울립니다.
 
무장한 군인 여럿이 일사불란하게 방 안을 메웁니다.
 
캐비닛의 좁은 틈새로도, 족히 열 명이 넘는 인원이라는 걸 알아볼 수 있네요.
 
이졸데:허가 없이 히어로본부 관저에 진입하는 것은 불가합니다.
명백한 월권이고, 충분히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만.
 
그 말에, 선두에 선 군인이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보입니다.
 
군인:히어로 스카. 당신을 S.D.E 연구소 테러와 연구진 살해 혐의로 긴급 구속합니다.
B등급 이상의 이능력을 보유한 중범죄 용의자로 지목될 경우,
그 신변은 국방부에서 담당하며, 필요할 경우 히어로기관 관저에 진입할 권한이 주어집니다.
 
이졸데:허, 성질도 급하네.
구속? 재판에 회부하는 것도 아니고, 곧바로?
 
군인:이졸데 데미우스, 폭력을 사용한 저항은 범법이며 공법질서에 대한 반기로 해석됩니다.
넷 블랑으로 연행하겠습니다. 절차에 협조하십시오.
 
아그네스:(바닷속.)
 
군인들이 수갑과 이능력 구속구를 들고 천천히 다가섭니다.
 
넷 블랑.
 
해저 3000M에 위치한 이능력자 수감소. 바닷속.
 
"자네들, 지금 공무 중인 히어로에게 무슨 짓을 하는 겐가!"
 
아그네스:(그 아래는 정말 질렸는데 말이야, 이졸데. 자네도, 나도.)
(새어나오려는 코르크 마개를 온 힘으로 누른다. 아직 아냐.)
 
대신 터져나오는 것은, 군인들에게 득달같이 달려든 솜누스 본부장의 호령입니다.
 
억세고 강인한 손이 수갑을 든 군인의 멱살을 잡아올리면, 종이인형처럼 허우적거리는군요.
 
그 등 뒤로 애써 비집고 들어온 기자들이 플래시를 터트립니다.
 
군인:지금 범죄자 호송을 방해하시는 겁니까?
직위와 체면을 생각하십시오. 공법집행에 예외는 없으며, 솜누스의 본부장이라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아그네스:(말은 잘 하는군. 이래서 준법은 안된다니까.)
 
까드득. 본부장의 손아귀에서 군인의 목에 달린 무전기가 박살날 즈음...
 
이졸데가 본부장을 말리듯 다가가, 짧게 몇마디를 속삭입니다.
 
...
 
그것도 잠시입니다.
 
군인은 본부장의 손에서 풀려나고, 이졸데의 손에는 수갑이, 목에는 이능력 구속구가 채워집니다.
 
군인과 기자들은 들어오던 때와 마찬가지로 물밀듯 빠져나갑니다.
 
아그네스:(기분이 착 가라앉는다. 아무래도 친우를 해저로 보내는 건 이런 기분이군, 이졸데.)
 
이졸데도 '이런 식으로' 복수를 하려던 건 아닐텐데 말이에요.
 
범죄자 호송용 차량이 출발하는 엔진 소리와 함께,
 
드디어 주변이 조용해집니다.
 
...
 
지금은 나가도 괜찮은 걸까요?
 
SCENE 06# Short Date with Super hero
 
그 순간,
 
느닷없이 캐비닛 문이 벌컥 열립니다.
 
갑자기 밝아진 시야에 눈을 깜빡이고 나면, ...
 
분개한 표정의 본부장이 팔짱을 낀 채 당신을 바라보고 있네요.
 
Q. 전 직장 상사를 다시 보는 건 어떤 기분?
 
아그네스:(입꼬리가 내려갔던 것을 활짝 끌어올리며 웃어보인다)
(나야 반갑지만.)
오랜만입니다.
 
본부장:하!
무슨 염치로 히어로한테 식사를 얻어먹고 있나, 아그네스 로페즈. (그러면서 나오라는 듯 고개를 까딱한다.)
 
아그네스:귀사의 히어로가 온정을 베풀어줬죠. (겨울코트에게 슬픈 이별을 고하고 바깥으로 나온다)
마음에 안 드시겠죠.
 
본부장:그걸 말이라고 하나? 내참, 30년간 이 일을 하면서 '캐비닛에 빌런 하나 넣어뒀으니 이야기해보라'는 말은 처음일세, 처음!!
 
잔뜩 화가 난 본부장은 품에서 담배를 꺼내물고는, 그대로 불을 붙입니다.
 
아그네스:하지만 그 빌런이 저라서 다행이기도 하고요?
 
Good Bye, 아그네스의 호흡기 건강...
 
아그네스:(전자담배로 안 바꾸셨군.)
 
본부장:(연기 섞인 숨을 길게 내쉬고서야 겨우 분노를 가라앉힌 듯하다. 소파를 차지하고 앉는다.) 자네가 지난 연구소 사건에 기여한 바가 있다는 것은, 들었지.
그 뒤로 장난 상대가 바뀐 것도 보았으니, 무슨 정보를 입수했는지도 알아. (재를 한 번 털어낸다.)
내게 새로 전할 것이 생겼나?
 
아그네스:장난이라기엔 규모가 좀 크지만 말입니다. (반대쪽 소파에 앉아서 양 손을 깍지 끼운 채 무릎 위에 올려두었다가)
이능력 시약 3종 세트랑, 실종된 사람들 같은 거 말입니까?
 
본부장:장난이지. 본인이 전혀 진지하지 못하잖나.
본론이 빨라서 좋군. (빠르게 전달하라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아그네스:저는 항상 진지합니다. 아시다시피. (슬쩍 미소를 지어보이더니)
아~ 그럼. 옛날 식으로, 브리핑.
국방부에서 이능력 증폭 시약 E.M.D에 이어 두 번째 시약을 만들고 있습니다.
E.S.D. 당연히 짐작하시다시피 이능력 억제 시약입니다. 그리고 이 시약이 완성되고 나면, 예정된 세 번째가 이능력 각성 시약. 아직 이름은 안 정한 것 같고.
최근 몇몇 빌런들이 종적을 감추곤 했는데, 실적이 영 좋지 않았던지 이능력 등급이 높은 녀석들을 납치하기 시작했죠. 그리고 운 나쁘게도 그 중 하나가 저였는데... ... (흠? 하고 눈썹을 비튼다)
그 폐허에서 제가 약 먹은 것도 들으셨는지 모르겠군요. 하여튼 그렇게 됐습니다. 덕분에 억제 시약이 말을 듣지 않았고, 문 뜯고 나와서 좀 자고, 이졸데 감자튀김 뺏어먹었더니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는군요.
 
아그네스의 브리핑이 이어지는 동안...
 
본부장님은 분노를 가라앉히려는 듯 남은 생수도 들이켜고,
 
담배도 한 개비 더 꺼냈습니다.
 
본부장:쯧, 하여튼 물러가지고. (아마 이졸데에게 하는 말인 듯.)
 
아그네스:(쩝...하고 담배를 보고 있다가 본부장 입에 바나나 물려준다)
 
본부장:(졸지에 바나나 먹여진 50대 중년)
 
아그네스:(헤죽)
 
본부장:
꿀밤 참기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1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후우... 인내한다.)
 
아그네스:(50대라 그런지 10+50인가봄)
 
본부장:(그렇다. 연륜이란 중요한 것이다.)
 
아그네스:그리고 이제... ...
 
본부장:그래. (입에 들어온 걸 뱉을 수는 없으니 먹긴 먹음.)
자네가 연구소에서 탈출한데다, 서류와 시약을 도난당했으니, 언제 폭로당할지 모른다고 생각하게 됐겠지.
그러니 우선 연구소 사건을 알고 있는 이졸데를 잡아갔군. ... ... 아마 실험체로서의 역할도 겸해서.
 
아그네스:해저 3000m 까지 단숨에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같은 거라도 빌립시다.
이 건물에서 법을 어길 수 있는 건 캡틴 뿐이니까요. (눈을 접어 웃어보인다)
 
본부장:우리 홍보팀이 빌런의 활약에 쓰라고 코드네임을 쥐어짠 줄 아나? (눈썹을 까딱이면서도, 반박하지는 않는다.)
확실한 증거를 확보한 후에 터트릴 예정이었지만... 어쩔 수 없군.
아그네스 로페즈.
...자네는 왜 빌런이 되기로 했지?
 
아그네스:(그럼 얘기 다 된 겁니다, 하듯이 자리에서 일어나다가...그 말에 가만히 본부장을 바라본다)
지뢰는 허허벌판에 묻어아죠.
도시는 너무 붐빕니다.
 
본부장:자네,
처음 이능력을 자각하고, 그걸 제대로 다루지 못해서 스스로를 두려워하는 청소년 비율이 몇인 줄 아나? (썩 심각하지 않은, 오히려 골치아파하는 것에 가까운 표정이다.)
 
아그네스:100퍼센트?
과학자가 조사했다면 99.9퍼센트?
 
본부장:최소한 그런 경험이 있다고 답변한 비율이 90퍼센트 이상이지.
솜누스는 그런 녀석들이 자신을 무서워하지 않고, 주변에서도 두려움의 대상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지탱하는 곳일세.
지뢰 행세하며 땅파고 들어가는, 철없는 놈들도 모조리 우리 책임을 벗어나지 않아. 알겠나?
여기까지만 하지. (자리에서 일어난다.) 자네가 어디 E등급을 A등급으로 끌어올린 히어로보다 끈질길지 두고보겠네.
 
그러고는 캐비닛으로 다가가...
 
아그네스:안끈질긴데.
 
캡모자와 야구잠바, 운동화 같은 것을 꺼내 아그네스에게 뒤집어씌웁니다.
 
본부장:그럼 자네가 지겠군.
작전은 가면서 설명하지.
 
아그네스:게다가 청소년이라기엔 너무, (마구 뒤집어 씌워진다)
승패는 이미 15년 전에 결착이 났습니다.
 
본부장:나랑 말장난하고 싶나? 승복이나 하고 말하도록.
머리는 최대한 모자 속으로 집어넣고. 특히 그 흰 부분.
 
아그네스:(쩝, 입맛을 다시며 머리를 쓸어올려 모자 안으로 숨겨넣는다.)
 
본부장은 그대로 문을 열고 나가, 로비 방향으로 앞장섭니다.
 
로비에는 아직도 군화 밑창 모양의 발자국들이 남아있습니다.
 
아그네스:한 번 히어로는 영원한 솜누스의 아픈 손가락이다, 그런 신조신가요.
 
본부장:철이 든 것처럼 굴어야 어른 취급을 해주지, 이 상태로는 영원히 꼬맹이일세.
 
아그네스:사회성이 너무 좋아서 빌런 연합 같은 걸 조직하는 것보단 낫다고 생각했는데.
 
본부장:
꿀밤 참기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5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잘 들어. 넷 블랑의 설계도면은 솜누스 측에도 극비에 붙여져있네. 하지만 어디에 수감되어 있을지는 예상해볼 수 있지.
 
아그네스:(방금 꿀밤 참았다 저 사람)
벽이 가장 두꺼운 곳?
 
본부장:그래. 섹터 12.
죄질이 가장 악랄하거나, 강력한 이능력자들을 수감하는 곳이지.
자네는 이제부터 내가 호송하는 빌런이 되어 넷 블랑으로 잠입하는 걸세. (계단을 오르기 시작한다.)
 
아그네스:이야, 캡틴을 잡다니 실력 좋으신데요. 본부장님. (상황극 해준다)
 
본부장:(꿀밤 참음.)
 
아그네스:(헤헤)
 
본부장:오늘 이졸데가 잡은 조무래기가 하나 있지. 이능력은 E등급, 거의 티도 안 날 정도지만 죄질이 나빠. 연쇄살인범.
 
아그네스:아, 분수에 박힌.
 
본부장:그걸 또 봤나? (허참...)
여하튼, '간단한' 부상을 치료한 뒤 넷 블랑으로 이송할 예정이었고... 아직 의무실에 있다네.
 
아그네스:(경추골절인가..)
 
본부장:나는 자네를 그 녀석 대신 넷 블랑에 들여보낼 생각이야.
 
본부장은 2층 연구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 필요한 장비를 찾는 듯 서랍을 뒤적이기 시작합니다.
 
아그네스:(렌즈도 껴야 하나, 하고 소화전에 눈을 비춰보다가 뒤에서 기웃거린다)
그 이후는 알아서?
 
본부장:알아서, 죄수들을 제압하고 이졸데를 빼돌리도록.
사람 다루는 법이야 자네가 더 잘 알지 않나? 필요한 무기 정도는 지원해주지.
 
아그네스:(계획 하나, 죄수들을 제압한다. 계획 둘, 이졸데를 빼낸다. 뭐 이런 거랑 다를 바가 없군.)
아, 지난 번에 썼던 좋은 거 있었는데.
작고 잘 나가는 총.
 
본부장:......
(직원이 법인카드로 친구 파르페 사먹였다는 소식 들은 것처럼 떨떠름한 표정 됨.)
(이졸데 이자식...) 알았네.
 
아그네스:이건 몰랐군요. (유감일세 이졸데. 이런 느낌으로 고개 끄덕거린다)
 
본부장:자네를 호송하고 나면, 나는 국제 기자회견을 긴급 소집할 걸세. 이졸데의 무고를 주장하고 국방부가 자행한 인체 실험을 폭로하기 위해서.
(모양만 그럴듯한, 가짜 이능력 구속구를 목에 철컥 채워준다. 사위가 고요해지는 느낌 같은 것은 전혀 없다.)
하지만 국방부의 소행이라는 결정적인 증거가 없어. 이대로는 지지부진한 공방이 되거나 꼬리를 자르고 도망칠 가능성이 높네.
 
아그네스:(잘 만든 사이버 초커를 매만지다가 귀를 한 번 털어낸다.)
혹시 기자회견이 뜻대로 안 풀리면 전화하세요.
그 다음주로 미뤄드리죠.
 
본부장:(이번엔 꿀밤 안 참음.)
(꽝!)
 
아그네스:
건강
기준치: 80/40/16
굴림: 88
판정결과: 실패
아얏.
 
본부장:(아무래도 이졸데가 보고 배운 게 맞는 듯함)
 
아그네스:어떻게 귀신같이 똑같은 자리를...
 
본부장:그러니 그를 빼돌리는 와중, 수집할 수 있는 증거가 있다면 챙겨오도록. (아그네스가 아무말도 하지 않은 것처럼 이야기를 이어간다...)
지금도 갖고 있는 게 있다면 전달하고.
 
아그네스:(안주머니 뒤적인다)
 
뒤적뒤적.
 
테이블 위의 서류는 본부장님이 챙겼고, 아마 시약이 든 병 두 개가 아그네스의 손에 잡힙니다.
 
아그네스:이거. (본부장에게 두 개의 시약을 보여줬다가...)
(ESD만 준다)
 
본부장:(도끼눈)
 
아그네스:비상탈출버튼 같은 거라.
 
본부장:허무맹랑한 소리 하지 말고 이리 주게.
 
아그네스:이거, 소중한 아이에게 심부름값 75센트도 안 주다니. (결국 둘 다 본부장의 손에 올려놓는다)
매정하십니다.
 
본부장:자네가 빌려갈 솜누스 기술팀의 정수들을 보면 그런 소리는 못할텐데. (시약을 안주머니에, 반대편 주머니에는 필요한 물건들을 모두 챙겨넣는다. 사무실을 나서 엘리베이터로 향한다.)
출발하지.
 
SCENE 07# To the PRISON
 
본부장은 승강기에 올라타, 지하로 내려가는 버튼을 누릅니다.
 
솜누스의 지하에는 범죄자를 호송하기 위한 좌표이동기가 설치되어있다면서요.
 
본부장:자네에게 빌려줄 물건은 총 4개일세.
스텔스 장치와 간이 좌표이동기, 구속구 해제 칩,
개량형 오토매틱. (아마 이졸데가 빌려준 그 총인 듯.)
 
아그네스:(와~)
 
본부장:하나씩 설명해주지. (설명이 필요없는 오토매틱은 그냥 주머니에 쑤셔넣는다.)
 
아그네스:(그새 연구팀이 뼈를 갈았나 보군요.)
(에에이. 오토매틱 멋지게 찬다.)
 
람람 (GM):아그네스, 32 오토매틱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장탄수 제한 없음, 데미지는 1D8입니다.
이능력을 사용할 경우 출력값은 해치운 에너미의 숫자로, 사용하지 않을 경우 일반 공격의 데미지로 카운트됩니다. 무기란에 추가해주세요!
 
아그네스:(총도 안 들고 다니면서 건 벨트를 하고 다니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착착.)
 
본부장:스텔스 기기. (작은 단추 형태로 생긴 기계를 건넨다.) 간수들을 쓰러트리고 본격적인 행동을 시작할 때 사용하게나. 같은 전기 회로를 공유하는 보안 장비들을 다운시킨다고 하더군.
CCTV를 무력화시키는 용도일세.
 
아그네스:솜누스에 불리할 증거는 다 지우고 오죠.
재판이란 그런 거니까.
 
본부장:(뺨을 좌아악 꼬집어늘린다)
 
아그네스:으으으.
 
본부장:간이 좌표이동기! (화내느라 목소리 커진 거 아님. 아무튼 아님. 아그네스의 손목에 손목시계 형태의 기기를 채워준다.)
 
아그네스:즌스민대.
 
본부장:착용한 사람과 동행 1인. 즉 최대 2명까지만을 이동시킬 수 있네. (꼬집던 손을 탁 놓아준다.) 지정 좌표는 솜누스 본부 입구.
일회용이고, 좌표를 변경할 수 없는 대신 발동시키는 즉시 작동하지. 편리한 물건이야.
 
아그네스:(고개를 끄덕이면서 볼을 문질거린다.)
(따끈..)
 
본부장:본래는 재난지역 구호에 나서는 히어로에게 착용시키는 물건이지만...(못마땅!)
 
아그네스:여기도 재난은 재난이니까.
(멀리 피한다)
 
본부장:부정하지는 않겠네.
마지막으로, 마이크로 칩. 이능력 구속구를 해제하는 열쇠일세.
자네 것이야 모양만 낸 가짜라지만, 이졸데가 착용한 것은 실사용 테스트까지 마친 진짜지않나. 구속구의 뒷목 쪽에 칩을 삽입하는 홈이 있으니 인식시키도록.
 
아그네스:(여태 부수기만 했는데...)
 
본부장:(물론 알고 있으므로 그저 노려봄.)
 
아그네스:(마이크로칩은 작은 케이스에 잘 넣어둔다.)
(암것두 안한 척)
 
본부장:(손목을 휙 당기면 풀려나는 가짜 수갑을 채우는 것으로 준비를 마치면,)
 
느릿느릿 내려가던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문이 열립니다.
 
본부장:앞장서게. 여기서부턴 호송인이 범죄자 뒤에 서는 것이 원칙이거든.
 
아그네스:(얌전히 호송되는 것처럼 걷는다. 마치 이졸데와 솜누스에서 이동했던 것처럼...)
 
복도 끝, 거대한 게이트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환한 조명 아래로 이어진 회색 복도 전체에 붉은 레이저 보안망이 펼쳐져 있습니다.
 
아그네스:(이거 분위기 나는데.)
 
복도의 눈 닿는 곳마다 CCTV가 깔려있고,
 
게이트 앞에는 첨단 생체 판독기까지 장치되어있군요.
 
본부장의 홍채와 지문 정보를 인식한 생체 판독기가 초록색으로 빛납니다.
 
간수장이 경례합니다.
 
아그네스:(인사할 뻔 했다가 참았다.)
 
“범죄자 이송 건입니까, 본부장님?”
 
본부장:그래. 오후 중 이송하기로 한 연쇄살인범이지. 열 받아도 할 일은 해야할 것 아닌가.
 
"확인하였습니다. 넷 블랑 교도소 진입을 허가합니다.“
 
간수가 게이트에 교도소의 좌표를 입력하고 나면,
 
표면은 이제 익숙한 물빛으로 일렁이기 시작합니다.
 
입구를 가로막은 레이저 포인터가 거둬지고, 본부장이 당신의 뒷목을 붙잡은 채 앞으로 걷습니다.
 
아그네스:(이번엔 진짜 바다로 가 볼까. 깊게 숨을 들이쉬고 발을 옮긴다.)
 
눈 앞으로 훅 다가오는 수면, 아니. 게이트의 표면을 마주하고 나면...
 
풍경이 순식간에 뒤바뀝니다.
 
SCENE 08# PRISON BREAK
 
환한 조명은 온데간데 없고, 총알 자국이 선명한 검은색 콘크리트 벽에 알 수 없는 얼룩이 말라붙어 있습니다.
 
사람이 갇힌 교도소가 아니라, 사회의 재고를 수용하는 물류창고 같다는 느낌마저 들어요.
 
해저 3000M.
 
바다 한가운데에 위치했다는 말이 거짓이 아닌 듯,
 
아그네스:(그리고 여긴...내 생각보다 살벌하군.)
 
건물 틈으로 새어나오는 햇볕 한 점 없고,
 
습한 공기 중에는 소금 냄새가 감돕니다.
 
대기하고 있던 4명의 이송팀이 당신과 본부장에게로 다가옵니다.
 
*관찰?
 
아그네스: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8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번뜩.)
 
실탄이 장전된 것이 확실한 총기류와 제압봉, 전기충격기.
 
일반 교도소의 간수치고는 무장이 과할 뿐더러...
 
...
 
그들이 서 있는 자세가 어딘가 익숙하게 느껴집니다.
 
강박적으로 곧고 각이 잡힌 모습. 간수보다 군인에 가까워보이는군요.
 
아그네스:(필요 시 사살이라는 문장을 사살 권장 쯤으로 알아듣는 놈들이군.)
 
정확합니다.
 
그 가운데, 간수장처럼 보이는 한 명은 허리띠에 단말기 같은 것을 달고 있네요.
 
교도소의 구조를 파악할 때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그네스:(재빠르게 눈을 굴려 네 명의 복장과 무장 상태를 살피고, 패널이 달린 단말기까지 눈이 간다. 1차 목표 확보.)
 
간수:범죄자 호송 건으로는 아주 간만에 뵙는군요. 수고가 많으십니다. 본부장님.
 
본부장:평소라면 스카에게 맡기지 않았겠나. 자네들 덕분일세.
 
간수:유감입니다. 그럼, 범죄자의 인도를 확인하였으니 돌아가셔도 됩니다.
 
본부장:오래 머무를 생각도 없어. 수고들 하도록.
 
아그네스:(의식적으로 자세를 구부정하게 만든다.)
 
당신을 일별한 본부장이 게이트 너머로 사라지면,
 
간수가 우악스레, 구부린 어깨를 움켜쥐고 이동하기 시작합니다.
 
그들이 향하는 것은 전류가 흐르는 철창과 강철판이 가득한, 범죄자 구속 섹터 쪽입니다.
 
아그네스:(윽, 하고 절로 나오는 소리를 입 안으로 삼킨다. 아주 잠깐 동안 잊고 있었는데... ...)
(발길질이나 안했으면 좋겠군.)
 
일단 발길질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성격이 나빠보이긴 합니다.
 
간수장이 단말기에 대고 무뚝뚝한 어조로 보고를 올립니다.
 
간수:E등급, 엡실론 5 확보. 섹터 14에 임시 수감 후 화이트 에리어로 이송.
 
"라져."
 
오, 어디서 많이 듣던 암구호인데요.
 
아그네스:(엡실론이라.)
(엡실론 4와 엡실론 5가 동일인물이면 적잖이 놀랄텐데.)
 
혹시 알아요, 당장 이 모자만 벗겨도 적지 않게 놀랄텐데요.
 
아그네스:(놀라기 전에 잘 안정시켜줘야겠어.)
 
발걸음이 느려지지 않았는데도, 간수는 제 풀에 성질을 내며...
 
----------------------------------------------
 
퍽!
 
험상궂은 얼굴의 간수가 제압봉으로 허리께를 후려칩니다.
 
그렇게 걸음을 늦춘 것도 아니었는데요!
 
아그네스:윽, (꽉 다문 이빨 사이로 절로 짧은 신음이 터져나온다. 너무하는군. 나는 간수들을 죽이지 않기 위하 아주 노력하고 있는데.)
 
지금 이 파충류만한 뇌들을 터트리지 않으려고 얼마나 노력하는지, 알긴 하는 걸까요?
 
자,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기에 앞서,
 
아그네스:(조금만 참자. 이졸데를 위해서. 조금만.)
 
주변을 파악해봅시다.
 
*관찰?
 
아그네스: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52
판정결과: 보통 성공
 
지금 위치한 곳은 섹터 14.
 
저 앞 쪽 벽면에 [섹터 12 방면]이라고 적힌 화살표가 그려져 있습니다.
 
네 명의 간수가 위치한 곳은 각각 양 옆에 두 명, 그리고 뒤에 두 명.
 
복도에 설치된 적외선 CCTV 4대.
 
아그네스:(저쪽이로군. 갈 길은 찾았다.)
 
구경꾼으로는 철창 안의 14번 섹터 죄수들.
 
무대장치는 이 정도군요, 캡틴!
 
아그네스:(스텔스 기기와 캡틴이 활약할 때가 됐군.)
 
이능력에도 어느 정도 여유가 돌아온 듯하니, 작업을 개시해도 될 것 같습니다.
 
원하는 때에, 원하는 방식으로 시작하자고요.
 
아그네스:(어느새 안정을 찾은 바다는 고요한 장판이다. 허리를 맞은 뒤 과장되게 비틀거리며 몇 걸음 더 걷다가, 천천히 발걸음을 멈추더니 허리를 곧게 펴고 선다.)
 
간수:순순히 따라오도록!
한 번으로는 부족했나?
 
아그네스:그럴리가. 나만 좋은 곳 가자니 미안해서 그래. (얌전히 뒷짐을 지고 있던 손목을 죽 잡아당기면 장난감 같은 수갑이 맥 없이 풀려 바닥으로 후두둑, 떨어진다.)
들어가. (간수들에게 철창 안을 가리킨다. 진짜 큰 파도는 3분 정도 간격을 두고 찾아오지.)
(그렇게 명령하며 모자 챙을 잡고 가볍게 들어냄과 동시에 스텔스 기기의 단추를 누른다.)
 
리더십을 발휘해봅시다, 캡틴!
 
*이능력 판정!
 
아그네스:
캡틴 Roll
기준치: 90/45/18
굴림: 88
판정결과: 보통 성공
 
높게 올라왔던 제압봉이 맥없이 아래로 떨어지고,
 
순식간에, 죄수처럼 어깨를 옹송그린 간수들이 일렬로 나란히 섭니다.
 
간수장이 단말기의 개폐버튼을 조작해 빈 철창의 문을 엽니다.
 
아하, 저런 기능도 있었군요?
 
아그네스:(모자 안에 말려있던 머리카락이 후두둑 어깨 위로 쏟아지고, 솜이 다 죽은 야구점퍼까지 벗어서 바닥에 떨어트린다. 마치 주변의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듯 양 팔을 펼쳐보이며) 굿 이브닝.
 
스텔스 기기가 작동을 시작하면, CCTV 옆의 스피커가 맥없이 잡음을 쏟아냅니다.
 
“엡실론 4의 침입을 확인했다, 현재 위치는-...!"
 
그 뒤로는 긴 노이즈와,
 
철창에 갇힌 악당들의 환호성, 그리고 아우성이 가득합니다.
 
"이야, 죽여버려! 머리통을 으깨라고 시켜버리는 건 어때!"
 
"닥치고 구경이나 해! 저것도 금방 잡혀서 뒤질걸!”
 
“너처럼 미친 인간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
 
아그네스:흠, 이쪽으로 왔으니까. 저쪽으로 가야지. (온 방향을 한 번,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을 한 번 가리키더니 걸음을 옮긴다) 프로레슬링 하러 온 거 아니야. 아무렴 자네들 만큼 미쳤을까.
 
"어이, 이, 이봐!"
 
"잠깐, 그냥 간다고?"
 
"이 넷 블랑에 고작 산책이나 하러 온 건 아니잖아? 어이!"
 
"열어줘! 열어달라고, 젠장!"
 
아그네스:(하, 하고 멈추더니 다시 간수들이 들어간 철창 쪽으로 향해 손을 내민다.)
간수장. 단말기.
엉덩이턱, 무전기.
 
"여기 있습니다."
 
"전 엉덩이턱이 아니라 두갈래턱입니다."
 
뭐 사족이야 어쨌든.
 
단말기, 그리고 무전기가 손 안에 턱턱 들어옵니다.
 
아그네스:그래, 두갈래턱. 서로 엉덩이에 얼굴 박고 있게. 바지는 벗기지 말고. (무전기는 허리춤에 차고, 다시 가던 길로 가면서 단말기를 켜본다)
 
이번 명령이 죄수들을 자유롭게 해주진 못했지만...
 
적어도 허파가 터지도록 웃게 만들긴 한 것 같아요.
 
경박한 웃음소리, 분노에 찬 원성, 급하게 내달리는 발소리가 골을 울리는 복도를 걷습니다.
 
단말기의 화면에는 섹터별 감옥의 위치들과 개폐 상태가 표시되어있고,
 
옆면에 있는 것은 철창의 개폐 버튼이군요.
 
단말기의 현재 위치에 따라 자동으로 주변에 있는 시설 지도를 띄워주는 것 같습니다.
 
섹터 12는 이 앞에서 오른쪽으로 꺾으면 금방이군요.
 
아그네스:이거 좋군. 열림, 닫힘. 아주 쉽고...
(지도대로 걷다가 오른쪽으로 꺾는다)
 
치직, 무전기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울립니다.
 
“엡실론 4, 엡실론 4의 침입을 확인!"
 
아그네스:(무전기에 대고 응답한다) 이름을 불러줘야 정이 붙지. 캡틴.
 
"현재 섹터 10-15의 CCTV가 무력화되었다. 속히 셔터를 내리고 제압팀을 파견하라!"
 
그럼요, 적절한 호칭에서 존경심이 피어나는 게 아니겠어요?
 
이후로도 무전기에서는 다급한 명령이 이어지고,
 
먼 복도는 무장한 군인의 발소리가 울립니다.
 
서두르는 게 좋겠어요.
 
...
 
아그네스:(뚜벅 뚜벅 뚜벅 뚜벅...) 언제쯤 오려나? 엄청 넓긴 넓나보군.
 
넓은 탓일까요? 아니면...
 
추측에 마침표가 붙기 전,
 
아그네스는 섹터 12에 다다릅니다.
 
아그네스:다른 곳에 집결했던가.
 
고압 전류가 흐르는 두꺼운 철창에서는 열시가 느껴지고,
 
흉악 범죄자'들'을 가둔 곳이라는 말과 달리, 안에는 딱 한 사람만 모로 드러누워 있네요.
 
어쩌면 먼저 와있던 범죄자들이 엡실론 1부터 3까지를 차지했는지도 모를 일이죠.
 
아그네스:(하지만 내가 엡실론 4이자 엡실론 5인걸 보면, 이졸데는 아직 실험체로 쓰이지는 않았나봐.)
스위트룸이로군.
 
이졸데:(내가 이 감옥 꼴 더러워서 안 본다 더러워서... 하듯이 벽 쪽으로 길게 누워있다가,) ...
(벌떡 일어난다.) 허이고.
 
아그네스:나 오는 거 알고 있었던 거 아닌가? (눈을 둥그렇게 뜨고 철창 앞에서 손을 흔든다)
 
이졸데:니가 오려고 할 줄은 알았지. (눈썹을 까딱한다.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
 
아그네스:어쩌다보니 얘기가 잘 됐어. (단말기를 이리저리 조작하더니 철창 개방 버튼을 누른다)
 
이졸데:본부장님이 적당히 어디 의무실 비슷한 데에 묶어주실 줄 알았는데.
(신뢰를 배반당함.)
 
철컹.
 
아그네스:본부장님 입에 내가 바나나를 집어넣었는데...
아, 열렸다.
 
음산한 금속성 소음과 함께 문이 열립니다.
 
이졸데:아하. 그럼 앞뒤가 맞지.
 
아그네스:앞뒤로 맞았다고?
 
이졸데:아니, 상사한테 찍혀서 사지로 보내진 소감은? (<유경험자!)
 
아그네스:아아. 일단... ...
본부장님이 나를 아주 아끼고 있더군.
그리고 자네의 혈통을 의심했어.
(나오게, 하듯 까닥 턱짓을 한다)
원래는 자네를 나오자마자 빠져나가려고 했는데...
 
이졸데:(지체할 것 없이 잽싸게 빠져나온다. 악법도 법이오 타입은 못 되는 폭력히어로.)
했는데?
 
아그네스:국방부를 절멸시킬 증거가 부족해서.
지도를 뺏...챙겨왔다네. (씩 웃으며 단말기를 보여준다)
깔끔하게 뭘 해가야 내 체면이 서잖나.
 
이졸데:오냐, 감형도 받고 말이지. (단말기를 들여다본다. 유용해보인다는 오, 소리도 감추지 않았다.)
근데 그 전에. (목에 건 구속구를 탕탕.)
열쇠 없어?
 
아그네스:이 감옥에 다시 내려올 일도 없고. (코 끝에서 짠내가 도는지 하, 하고 숨을 내쉬었다가 작은 케이스를 꺼낸다)
키가 있다는 걸 이번에 알았지 뭔가. (마이크로 칩을 구속구 뒤에 가져다댄다)
 
철컹.
 
다행히 이번 구속구는 구겨진 빵끈 신세를 면했습니다.
 
이졸데는 이것도 다 돈이다, 하는 표정으로 구속구를 주머니에 잘 챙겨넣는군요.
 
이졸데:내가 기술팀한테 욕을 얼마나 처먹었는지 모를 거다, 너. (과장 반 진심 반)
 
아그네스:(히어로의 자질은 다른 게 아니지. 국가재산을 소중히 하는 거라고나 할까...)
그래? 팀장이 뒷목 잡고 쓰러지던가?
 
이졸데:어어, 철야용 라꾸라꾸 위로.
 
아그네스:저런.
 
이졸데:날 때려봤자 자기 손이나 무러질텐데 어쩌냐.
 
아그네스:아, 이졸데. 안그래도 내가 궁금한 게 하나 생겼는데... ...
자네 단단해지면 부도체가 되나?
 
이졸데:?
전기적인 충격도 어느 정도는, 막긴 하지.
 
아그네스:그렇군. 잘 됐어.
 
이졸데:뭘 시키려고? (이 자식...)
 
아그네스:국방부에서 대 캡틴용 무기를 몇 개 들고 왔는데.
고압 전류 폭죽 발사 장치가 있다네.
 
이졸데:허.
 
아그네스:얼마나 센 지는 안 맞아봐서 몰라. (다 피했다, 라는 표정 한다)
 
이졸데:실험체로 쓰는 게 목적이면, 살상력이 그렇게 높진 않을테고... (턱을 슬슬 문지른다.)
뭐, 총이란 게 약해봤자 총알이지. 맞으면 죽는다고 생각해라.
 
아그네스:벌벌 떨면서 쓰러질 정도는 되는 것 같더군.
 
이졸데:(용케 그걸 다 피했다 화상아 표정)
 
아그네스:(그러면서 단말기로 지도를 이리저리 움직여본다. 어디로 가면 자료가 모여 있을까...)
 
이졸데:(단말기를 들여다보는 대신에, 주변을 슥슥 살펴본다.) 야, 지도에 승강기 있으면 말해봐.
 
아그네스:아, 군인들 발 소리는 들렸는데 아직 여기까지 안 온 걸 보면. 내가 이 구역으로 향하는 걸 예상하고 이 주변을 둘러쌌을 것 같아. 그것도 염두에 두게.
(승강기도 있나?)
 
이졸데:내가 간수놈들 말하는 걸 들었는데, (여전히 두리번.)
잠깐 가뒀다가 화이트 애리어로 내려보내라고 하더라고.
 
아그네스:아, 나도 그 말 들었는데. 거기가 아마 연구...실험실일 걸세.
 
이리저리, 이 층의 지도를 움직이다 보면...
 
아그네스:엄청 하얗거든. 하여간 작명 센스 하고는.
 
가까운 곳이군요. 모퉁이를 돌아, 섹터 15의 구석에 승강기 아이콘이 그려져 있습니다.
 
아그네스:근처에 승강기도 있군. 나가서 모퉁이를 돌면, 섹터 15 구석에.
 
"치직..."
 
아그네스:준비 끝났나?
(무전기를 내려다본다)
 
"화이트 에리어에서 추가 지원 병력 파견. 블랙 에리어로 이동 중.”
 
"제타 1의 신변을 가장 먼저 확보하라.”
 
“ ..치직. ... .직. .. 라져. 현재 섹터 12에 근접.”
 
아그네스:제타 1... ... (허공에서 돌던 손가락이 이졸데를 가리킨다)
 
이졸데:그렇게 부르긴 했지. (작명센스 하고는.)
뛰기나 해, 이 쪽으로 온다는 소리잖아.
(그냥 들고 갈까? 들고 가자.)
(빠르게 고민 끝내고 뒷목 잡아올림)
 
아그네스:뛰는 거 싫은데. (작게 한숨을 쉼과 동시에...들린다)
발 끌리는데.
 
이졸데:상전이냐? 상전이야?
 
아그네스:(무릎 굽히고...아예 허공에서 다리를 꼰다)
(이졸데가 자길 놓칠 상황은 전혀 생각 안하는 듯한 느낌으로)
 
이졸데는 자세를 좀 편하게 고쳐주려다가...
 
허공 사장님 포즈를 보더니 그냥 그만둡니다.
 
아그네스:(단말기를 들여다보며 네비게이션의 역할을 수행하기로 함)
 
심리학 판정 없이도 '내가 누구를 걱정하는 거람 진짜'라는 표정임을 알 수 있군요.
 
아그네스:(헤죽.)
 
이 앞 모퉁이에서 왼쪽, 짧은 내리막길, 그 뒤에는 곧바로 승강기입니다.
 
아그네스:왼쪽. 내리막을 지나면 바로일세.
그리고 그 승강기에 병력이 타 있을 가능성도 매우 높아.
 
이졸데:아마 여기가 블랙 애리어일테고. (텅, 텅, 철판을 울리는 소리를 내며 빠르게 달린다.)
화이트 애리어로 병력을 보낸댔으니까, 그럴 가능성이 높지. 리프트 한 대 분량은 별 거 아니지만...
 
아그네스:대충 얼버무리면 다 멋지다고 생각하는 거, 그게 군인들의 문제라 할 수 있지.
내 생각에 군인과 과학자들이 적대하는 건 동족 혐오에 가까워.
 
이졸데:공통 문제, 대충 못 알아듣겠는 단어 잔뜩 쓰고 회의 끝내기. (동감.)
다시 올라올 필요가 없으면 승강기를 끊어버리는 것도 괜찮을텐데. (그러면서 쯧, 소리를 낸다.)
 
그러고보니, 간이 좌표이동기를 아직 안 보여줬었나요?
 
아그네스:(그랬었군, 싶어져서 이졸데의 눈 앞에 별안간 불쑥 손목을 내민다)
끊어도 돼.
 
이졸데:(이 대롱대롱 바지사장이 뭘 내미는 거지? 표정으로 빤히 보다가...)
오.
 
아그네스:어디로든 문 2,0
 
이졸데:(표정이 좀 밝아진다. 마치 소소한 버킷리스트 하나를 해치울 수 있게 된 듯한 얼굴...)
 
아그네스:본부장님이 어쩐지 아주 아까운 표정을 지으시더군.
 
이졸데:(한 번쯤은 엘리베이터를 부숴보고 싶었던 걸까?)
 
아그네스:자네...
 
이졸데:아깝지, 일회용인데. 요인 구조용으로나 쓰는 물건이라고.
(밝은 얼굴~)
 
아그네스:내가 근 몇 개월간 본 것 중에 가장 밝은 얼굴인데.
와이어를 맨 손으로 끊을 생각을 해서 그런가?
 
이졸데:영화에 추락하는 엘리베이터 액션신이 꼭 하나씩 들어가는 이유가 뭐겠냐? (슬슬 승강기가 모습을 드러낸다. 바닥에 두 줄 선을 남기며 끼익 멈춰선다.)
다들 한 번쯤 끊어보고 싶다고 생각할걸? (아닐 듯...)
 
아그네스:난 그런 적 없는데.
(다시 두 다리가 바닥에 툭 닿는다)
 
이졸데:잘 생각해봐, 있을텐데.
 
둘이 실없는 농담을 하고, 이졸데가 아그네스의 앞으로 발을 옮기는 사이...
 
아그네스:난 음악이 흘러나오는 깨끗한 유리 엘리베이터를 선호한다네, 이졸데.
 
유리 엘리베이터는 아니고,
 
반쯤 녹이 슨 철제 승강기의 문이 열립니다.
 
물론, 예상한대로.
 
안에서는 11명의 무장 전투원이 쏟아져나옵니다.
 
아그네스:(이걸 중계하지 못하는 게 아쉽군. 여긴 바닷속이라.)
 
해수면에서는 안녕하신가?
 
여기는 넷 블랑, 해저 3000M에 위치한 교도소라네.
 
흠, 그런 오프닝 멘트도 괜찮았을텐데 말이에요.
 
오늘 아그네스를 향한 것은 촬영기기의 액정 대신, 붉은 레이저 포인터와 총구입니다.
 
아그네스:(참 아쉬워. 해발고도 마이너스 3000m라는 단어를 못 쓰다니.)
 
전투가 시작됩니다. 두 사람의 선공입니다.
 
라운드 개시. 아그네스는 이능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아그네스:(이마와 심장 대신 경동맥과 허벅지 대동맥에 박힌 레이저 포인터에 슥 미소를 짓는다.)
자네들도 궁금하지? 저 놈이 언제 눈물콧물 빼며 무릎을 꿇을까.
(바닷속에서 느낄 수 있는 가장 선명한 공포는 압박과 질식. 지상에서 절벽을 때리고 부서진 파도가 해류를 따라 밀려나고, 바닷물은 잔잔한 수면 아래에서 둥글게 돈다.) 머리 끝까지 물이 찼는데, 자네들 괜찮나?
 
그러게요, 작은 뇌가 뇌수 속에 푹 잠겨있는데.
 
*이능력 판정!
 
아그네스:
캡틴 Roll
기준치: 90/45/18
굴림: 100
판정결과: 대실패
 
무장 전투원들은 목을 긁어내고, 머리를 부딪히며 괴로워하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문제.
 
한계까지 눌린 풍선은 그대로 터져버리는데, 사람의 몸에는 터져나올 구석이 없어요.
 
그렇다면...
 
탕!
 
신체 일부를 대신해, 이 미칠듯한 압박감을 해소하기 위한 난사가 시작됩니다.
 
이번 라운드에서는 매 공격 판정마다 추가로 회피 판정을 합니다. 실패시 HP를 1점 잃습니다.
 
이졸데:너무 거칠게 다룬 거 아냐? (날아드는 총알을 손으로 쳐낸다.)
 
아그네스:... ... (잠깐 자기 턱을 매만진다.) 내가 방금 좀 화났나? 그랬을 수도 있겠어.
 
이졸데:바다는 질릴 때도 됐지.
나도 존나 질렸거든.
 
1 아그네스1 이졸데2
 
아그네스가 먼저 행동을 개시합니다.
 
이능력의 사용이 자유로우므로, 추가 다이스는 없지만 데미지는 해치운 적의 숫자로 간주합니다.
 
아그네스:다음 감옥은 꼭 상공 3000M의 라퓨타로 하지. 거기도 산소가 희박하긴 마찬가지니까 말이야.
(꺽꺽거리는 군인들 중 몇을 제 앞에 일렬로 세운다. 마치 축구의 패널티킥을 연상시키는 장면.) 자네들이 좀 막아. 난 잠시 혼자 있을 시간이 필요하거든.
 
이졸데:팔자도 좋다, 진짜.
 
"컥, 커헉..."
 
아그네스:자네가 불필요하게 움직일 동선을 줄여주려고 말이야.
 
"나 수, 수영 못해..."
 
아그네스:나도. (그 말에 슥 입꼬리를 올린다.)
 
공격을 하는 대신, 휘청이는 전투원들을 일렬로 예쁘게 정렬합니다.
 
이번 라운드, 아그네스를 대상으로 한 공격은 전투원에게 적중합니다.
 
이졸데의 차례.
 
이졸데:씁... 이걸 어떻게 쳐야 안 죽이고 보내나...
(주먹을 말아쥐며 을 재본다. 어디보자...)
이능력(신체강화)
기준치: 90/45/18
굴림: 97
판정결과: 실패
피해: 10
 
저 주먹에 수없이 맞아본 아그네스는 직감할 수 있습니다.
 
저거 너무 봐줬는데?
 
아그네스:(한동안 나한테 꿀밤만 때려서...)
 
우수수, 뒤로 밀려난 전투원들은 여전히 총을 놓치지 않았군요.
 
아그네스:자네도 여기 올래?
 
이졸데:(그러게 왜 빠져죽는 시늉을 시키냔 말이야. 째려본다.)
 
아그네스:(전투원들 뒤를 가리키다가 어깨를 으쓱인다)
 
이졸데:눈 먼 총이라도 가슴께에 맞으면 죽어.
(사람에게 다가오는 총알을 쳐내기 위해 앞으로 나선다.)
 
이졸데, 페널티 효과로 회피 판정!
 
아그네스:자네는 사람이 너무 물러.
그래서 좋은 히어로인거지만.
 
이졸데:(피하는 대신 팔의 경도를 올린다.)
이능력(신체강화) Roll
기준치: 90/45/18
굴림: 62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게 물러보이냐, 너는?
 
아닌 게 아니라, 팔에서 불티가 튀고 있는데요.
 
아그네스:뜨거워 보이는데.
 
팅, 탕, 팅...
 
철과 살(정말?)이 부딪히며 금속성 소음이 울려퍼집니다.
 
전투원들의 턴. 수적 우세로 사격 판정에 보너스 다이스가 붙습니다.
 
적중한 총탄은 1d10으로 산출합니다.
 
람람 (GM):
테이저건
기준치: 60/30/12
굴림: 291492
+2: 어려운 성공
+1: 어려운 성공
  0: 어려운 성공
-1: 어려운 성공
-2: 실패
피해: 3
 
아그네스:(이졸데가 함께 있으니 죽이는 건 안 되겠고, 안 그래도 벼르고 있는데 흠결이 생기면 안되지. 그럼...)
 
5 발의 총알이 2에게.
 
이졸데에게 날아갑니다.
 
이졸데:씁, 진짜.
이능력(신체강화) Roll
기준치: 90/45/18
굴림: 75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리고 그대로 다섯발의 불티가 됩니다.
 
아깝다, 아그네스에게 왔으면 손 안대고 코 풀었을텐데요.
 
아그네스:(대놓고 아쉽다는 표정을 짓는다.)
 
이졸데:씁. (벌써 세 번째임.)
 
아그네스:하지만.
 
2라운드 개시. 다시 이능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아그네스:(더 깊게 잠수한다. 더 깊게. 바닥까지. 무의식 속으로.) 깨어있는 게 괴롭다면, 잠드는 수 밖에.
(제 앞에 선 군인들부터 머리를 툭 민다)
 
*이능력 판정!
 
아그네스:
캡틴 Roll
기준치: 90/45/18
굴림: 61
판정결과: 보통 성공
 
하나, 둘, 고통으로 일그러졌던 눈가가 이완되기 시작합니다.
 
긴장을 당기는 것은 격발로 이어지지만, 이완시키는 건 안전하죠. 좋은 선택이에요.
 
두 사람은 이번 라운드의 모든 판정에 2개의 보너스 다이스를 받습니다.
 
아그네스:(이번엔 잘 했지? 하는 표정으로 이졸데를 바라본다)
 
이졸데:(허이구 잘했다 잘했어 표정으로 마주본다)
 
람람 (GM):1
 
이번 라운드도 아그네스의 선공입니다. 선언해주세요!
 
아그네스:(긴장이 풀려 총구가 아래로 내려간 사이에, 군인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몇 명의 머리를 툭툭 민다.) 서서 졸지 말고 푹 자두게나.
(손가락도 공격일까.)
 
물론이죠, 그렇다면 몇 명을 재울 수 있었을까?
 
여기부터는 민첩함의 문제입니다. 2d4 다이스를 굴려주세요!
 
아그네스:4
(유치원 선생님처럼 돌아다님)
 
네 명의 군인이 수마를 이기지 못하고 푹, 푹.
 
그대로 바닥에 쓰러집니다.
 
남은 사람은 일곱. 행운의 숫자예요!
 
이졸데:촐랑촐랑 돌아다니지 말고 뒤로 나와. (주먹 당기는 중)
 
아그네스:어이구.
 
이졸데:하나, 둘...
 
아그네스:(옆으로 성큼성큼 걸어 벽에 붙는다)
 
이졸데:
이능력(신체강화)
기준치: 90/45/18
굴림: 91513
+2: 극단적 성공
+1: 극단적 성공
  0: 극단적 성공
-1: 극단적 성공
-2: 극단적 성공
피해: 9
 
셋.
 
한차례 풍압에 밀린 군인들이 차례대로 뒷목을 얻어맞고,
 
바닥으로 쓰러집니다.
 
아그네스의 공격과는 달리 무릎과 이마를 부딪히는 소음이 이어지는군요.
 
이졸데:(막간의 여유로 손을 두 번 탁탁 턴다)
 
아그네스:난 살살 재웠는데.
 
이졸데:뇌진탕까진 지들이 알아서 하겠지.
 
아그네스:자네가 안 죽인다고 해서.
 
이졸데:안 죽였잖아.
 
아그네스:(승강기 앞에 쓰러진 사람들을 발로 툭툭 밀어서 치워둔다)
 
이졸데:(대충 둘둘 밀어놓음)
 
아그네스:합병증은 안 치는 거였군, 좋아.
 
전투 종료.
 
이졸데:어디보자...
(승강기 앞에 서서 혼자 팔짱을 낀 채로)
1번, 떨어지는 엘리베이터 안에 탄다.
2번, 엘리베이터는 미리 떨어트려 놓고 빈 통로로 낙하한다.
골라라. (선심쓴다!)
 
아그네스:(3번을 기다리다가)
3번은?
 
이졸데:3번?
흠, 떨어지는 엘리베이터 뚜껑에 탄다. (하나 더 생각해냄.)
 
아그네스:2번.
 
이졸데:사유는?
 
아그네스:아무래도 해 본 게 나을 것 같아서 말일세.
 
이졸데:오냐.
(그대로 성큼성큼 걸어가, 멀쩡한 엘리베이터에 들어가서는...)
 
끼이익...
 
이졸데는 가엾은 전등을 깨부수고 멀쩡한 엘리베이터 천장을 뜯어내버립니다...
 
아그네스:(얌전히 내 운명을 기다린다)
 
대롱, 대롱,
 
그러곤 열린 천장의 틈으로 잠시 사라지더니,
 
...
 
끼이이이이익...
 
아그네스:먼지 날리겠군. (세 걸음 물러선다)
 
인간의 이성이 끊어지는 소리을 형상화하면 이런 소음이 날까?
 
와이어가 끊긴 엘리베이터는, 문이 열린 채 그대로 바닥으로 추락합니다...
 
...
 
쾅!
 
선배님의 단말마가 들려와요.
 
아그네스:(저도 곧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이졸데:(대체 어디에 매달려있던 것인지, 이제는 텅 빈 엘리베이터 통로의 위쪽에서 쏙 내려온다. 버킷리스트 달성!)
와라, 찰흙인형. (택시가 도착했어요!)
 
아그네스:거기 매달릴 곳이 있기는 한가? (감사합니다 기사님~)
 
이졸데:벽에 손을 박아넣으면 되지. (생활 팁처럼 전해줌)
(한 팔로 곱게 안아들어준당)
 
아그네스:(안전벨트 했어요)
뉴욕 택시를 다 타보는군, 내가.
 
우리 열차 종점, 종점가는 열차입니다...
 
잘 매달려있는지 두어 번 확인하는 절차가 끝나면,
 
이번에는 안전하게.
 
그러나... 체공시간을 통해 직감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7층의 두 배는 될 것 같은데요?
 
쾅!
 
두 사람은 선배 엘리베이터를 반쯤 누르며 지하에 도착합니다.
 
아그네스:(어라? 아직도 떨어지고 있어? 를 세 번쯤 반복하자...온 몸에 진동-그나마 이졸데가 흡수해준-이 울린다)
윽,
 
*건강?
 
아그네스:
건강
기준치: 80/40/16
굴림: 16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그나마 겪어본 루트를 골랐던 게 현명한 선택이었던 걸까?
 
징, 지잉... 울리는 진동은 생각보다 빠르게 잦아듭니다.
 
아그네스의 허리춤에 달려있던 단말기와 무전기는 생각이 좀 다를지도 모르겠지만요.
 
아그네스:(이거 골까지 울리... ...안 울리네?)
어라.
 
이졸데:(구겨진 철판에 발이 찔릴까봐 그대로 대롱대롱 들고 통로 밖으로 나온다.)
 
치직, 치지직...
 
무전기에서는 당황한 사람들의 교신이, 단말기에서는 지도를 갱신하는 비프음이 울립니다.
 
*듣기 판정.
 
아그네스:
듣기
기준치: 50/25/10
굴림: 1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잠깐, 민원이 들어오는군. (대롱대롱 매달린 채로 무전기 내용을 듣는다)
 
이졸데:아직 별점도 못 받았는데 말이지. (대롱대롱 든 채로 같이 소리에 귀기울인다.)
 
“알파. 섹터 1~5의 사태 진압 중.”
 
베타, 구속구에서 벗어난 죄수로 인해 교전 발생! 섹터 8로 지원 바란다!”
 
“이능력 사용 정황 확인. 연구원과 장병들에게 약물의 사용을 허가한다.”
 
“통제 프로그램 다운. 죄수들이 게이트를 통해 탈옥하고 있습니다!”
 
“섹터 8 지원 바란다! [E.S.D]에 노출된 죄수들이. ... .. ”
 
”알파 소대. 현 위치 보고와 응답 바란다.“
 
아그네스:5.0점. 기사님이 친절하고 엘리베이터가 푹신합니다.
택시를 놓친 손님들의 고성이 감미롭군.
 
“... ...D]를 투여한 대원들이... .... . .. .”
 
“베타, 섹터 1쪽으로 퇴각한다! 신원 불명의 괴생명.. 포.. .. 치직.....”
 
아그네스:이거 상황이 심각해 보이는데.
 
그 뒤로는 노이즈만 이어지네요.
 
이졸데:이거 아무래도...
 
아그네스:그 때랑 비슷하군.
 
이졸데:그래, 일반 철창에 넣은 죄수들한테도 뭘 주사한 모양인데.
(5점짜리 별점에 알맞게 살포시 내려준다.)
 
두 사람이 도착한 곳은, 새하얀 복도.
 
아그네스에게는 낯익을 장소네요.
 
아그네스:아마도 이능력 억제 시약이겠군. 부작용이 있나? (제 손을 쥐었다 편다. 지금까지 몇 번이나 쓰러졌다 일어났지만...)
아, 여기.
 
어둡고 축축하며 곰팡이 냄새가 나던 상층과는 다르게,
 
이곳은 소독약 냄새로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입니다.
 
삐빅, 단말기의 화면에 갱신된 지도가 떠오릅니다.
 
상층인 블랙 에리어보다는 작지만,
 
아그네스:(단말기 지도를 들여다보다가...이졸데에게도 보여준다)
 
정부 청사에 맞먹을 정도로 상당히 면적이 넓어보입니다.
 
아그네스:상당히 넓군. 우리가 이전에 갔던 곳보다도.
 
이졸데:(지도를 들여다본다. 부작용이라.)
여기서 연구한 약물이면 해독제 비슷한 게 있을지도 모르지.
 
아그네스:일단 연구자료가 있을만한 곳은 열려있다는 걸 다행으로 생각할까. (잠시 서서 몸 상태를 점검한다.)
(손을 쥐락, 펴락. 의지를 흘려보냈다가 거두기도 하면서...)
 
이졸데:야.
머리 터졌을 때 써먹으려고 갖다둔 거 아니었어? (=쓸데없이 걱정하지마 친구야)
 
아그네스:처음엔 머리만 터지진 않았거든.
꼭 자네 들고 나가던 때 같았어.
 
이졸데:무식하게 힘이 세졌다? (흠...)
 
아그네스:(별 요동이 느껴지지 않으면 앞장서서 발걸음을 옮긴다. 긴 복도를 걸어서 오른쪽.)
실수로 사람 머리를 부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그 때 처음했지.
모든 걸 손 끝으로 잡듯이 조심조심 다루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를걸세.
 
이졸데:ㅡㅡ)
 
아그네스: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약해 빠진 찰흙 인형으로... (이졸데 돌아보고 웃는다)
 
이졸데:(주머니에 손 꽂아넣고 껄렁껄렁 따라간다.)
어디부터 보려고?
 
아그네스:마음 같아서는 자네한테 여길, (네 구역으로 나뉜 곳을 가리키며) 광장으로 만들어 달라고 하고 싶지만.
해저에 지은 건물 벽의 두께가 얼마나 되는지 몰라서 말일세.
일단 임상실과 연구지원실부터 가 볼 생각일세.
 
이졸데:그래라, 차단셔터는 뜯기 귀찮으니까 좀 미루고. (방청소 미루는 듯한 말투로 연구소장실을 눈짓한다.)
(그 다음에는 알아서 고르라는 듯 고개만 까딱.)
 
아그네스:그럼 거긴 맨 마지막으로 하지.
(임상실로 먼저 발을 옮긴다. 마치 연구원 같은 자연스러운 몸짓...)
(여긴 내가 탈출한 그 곳과 흡사...아니...똑같이 생겼나?)
 
이졸데:(어슬렁어슬렁...)
 
임상실
 
거대하고 육중한 문에 국방부의 로고가 음각되어 있습니다.
 
아그네스가 뜯었던 것과 크기가 비슷한 걸로 보아, 이 곳이 맞는 듯한데...
 
아그네스:아, 꼭 이렇게 생긴 문을 뜯었었는데...
 
문 위 쪽에 빨간색 안내등이 빛을 발하고 있군요.
 
[차단셔터 작동중]
 
이졸데:씁... 귀찮게.
 
아그네스:(비켜준다)
 
이졸데:(앞으로 나서서 문을 퉁퉁, 두드려보다가..)
(무언가 발견하고는 옆으로 빠진다. 임상준비실 방향이다.)
 
아그네스:(이졸데의 시선을 따라가다가...) 그쪽 벽이 더 낫겠나?
 
이졸데:야, 여기 창문 있는데? 붙어있는 방인가봐. (임상준비실 안에 서서, 임상실 방향으로 난 창을 가리킨다.)
창문만 깨도 되면 나야 편하지.
 
어쩌면 '별도로' 셔터가 내려간 이유가 있을지도 모르고 말이에요.
 
아그네스:저 안에만 뭔가 있을지도 모르겠군. (임상 준비실로 빙 돌아간다.)
(자박자박)
 
임상 준비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화학 약품 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무언가 잔뜩 놓여 있는 [테이블]과 벽면에 붙어 있는 [매뉴얼]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고,
 
임상실 방향으로는 제법 큰 [유리창]이 나있는 게 보이네요.
 
아그네스:(테이블 위를 쭉 훑어본다. 시약의 재료들...인가?)
 
재료는 아니지만, 그만큼 중요한 실험도구들이군요.
 
실험체를 수술대에 고정하는 데에 사용하는 쇠사슬과 구속복이 보입니다.
 
핏자국이 묻은 이능력 제어 구속구나, 사용이 끝난 주사기 같은 것도 있네요.
 
*관찰?
 
아그네스: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36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 사이에 두 사람에게 딱 맞을 법한 사이즈의 구속복도 두 벌 놓여있습니다.
 
이것참, 준비가 철저하군요.
 
아그네스:(약간 크기가 다른 구속복을 들어 이졸데에게 대어본다)
오, 딱이군.
 
이졸데:으.
 
아그네스:기념으로 가져가게.
 
이졸데:(종이 찢듯이 좍좍 찢음)
 
아그네스:저런.
 
이대로 막대 끝에 붙이면 예쁜 마대걸레가 완성됩니다.
 
아그네스:구속복은 아무런 쓸모가 없다는 것만 한 번 더 증명했군. (그리고 매뉴얼을 바라본다. 핏자국이 묻었다는 건...)
 
코팅된 종이 위로 빽빽한 글자가 잔뜩 적혀있습니다.
 
임상준비실에서 벌어진 일들이 자세히 적혀있겠죠.
 
그러나 과학자들의 고질적인 문제.
 
알아볼 수 없는 글씨로 판서를 적는다.
 
아그네스:이건...영어인가? 러시아 어 같은데.
 
*자료조사, 혹은 모국어로 이 휘갈긴 글씨를 해독해낼 수 있습니다.
 
아그네스:
언어(모국어)
기준치: 60/30/12
굴림: 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아)
 
이졸데:...아랍어인가?
 
아그네스:(아이러브마이컨트리)
 
이졸데:
언어(모국어)
기준치: 50/25/10
굴림: 1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메이비 미 투)
 
아그네스:아니... ... (미간을 찌푸린다.) 요즘 과학자들하고 긴밀하게 지냈더니 좀 낫군.
 
과학자들의 열렬한 러브콜을 받은 이졸데도 마찬가지인가봅니다.
 
어지러운 글자들 사이, 그나마 간결하게 적힌 실험 매뉴얼 한 페이지를 해독해냅니다.
 
아그네스:이 부분은 읽을 수 있겠어.
 
이졸데:......
 
아그네스:부패 증상?
 
이졸데:이것들이 이딴 걸 약이라고...
 
아그네스:이건 실험 매뉴얼이 아니라 화장 절차 같군.
 
이졸데:(그러면서 아그네스의 손끝을 유심히 본다. 이 자식... 어디 안 썩었나?)
 
아그네스:(그러고나면, 시선이 자연스럽게 유리창으로 향한다.)
 
두께가 상당한 유리창 너머로 임상실 내부가 보입니다.
 
아그네스에게는 익숙할 수술대와 모니터, 책상 같은 것들이 눈에 들어오네요.
 
그러나 그보다 먼저 시선을 잡아끄는 것은...
 
...의식을 잃은 채 바닥에 널부러진 수많은 [연구원들]입니다.
 
저 방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관찰
 
아그네스: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78
판정결과: 실패
저기 좀 보게.
연구원들이 있는데.
 
이졸데:어우, 뭐야.
관찰력
기준치: 66/33/13
굴림: 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아그네스:(와)
(자네 라식 잘됐군)
 
이졸데:(응 이제 안경 없어도 돼)
 
연구원들을 유심히 바라보던 이졸데가, 문득 질렸다는 듯 고개를 젓습니다.
 
아그네스:왜?
 
이졸데:정신이 나갔군. 야, 아까 무전 기억하지.
연구원들에게'도' 약물 사용을 허가한다.
 
아그네스:아, 저런.
 
이졸데:주변 바닥 쪽에 집중해서 봐.
 
아그네스:(이졸데가 가리킨 바닥을 바라본다)
 
이곳에서 잔악한 인체 실험을 진행했을 수십명의 연구원들이 쓰러진 채 경련하고 있습니다.
 
거무죽죽한 피부색. 뒤집힌 눈꺼풀 뒤로 허연 흰자위가 보이고, 입에서는 거품이 흘러나오네요.
 
그리고 그들의 주변에는...
 
산산조각난 시약병 파편들과 실린더가 빈 주사기들이 떨어져 있습니다.
 
깨진 파편들 사이로 언뜻 보이는 약물은 '검은색'.
 
대체 무엇을, 무슨 효과를 기대하고 주사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임상실에 들어가서 좋을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아그네스:(검은색. 저건 아마도... ...)
세 번째 컬러로군.
 
이졸데:가지가지 한다.
 
아그네스:개발을 안 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은 안 했는데. (기적을 믿은 건가? 아니면 과학을? 눈 아래를 살짝 좁히며 후처리실로 향한다.) 저 매뉴얼에 따르면 후처리실도 볼 만 하겠어.
 
이졸데:(가만히 뒤따라가다가, 복도 중간쯤에서 대뜸) 야, 손 내놔봐.
 
아그네스:흠? (이졸데에게 손을 내민다)
썩어들어가기라도 할까봐?
 
이졸데:(손을 유심히 들여다본다. 흠...)
 
뽀송.
 
아그네스:썩었을 거라면 이미 솜누스에 있을 때 썩었을 걸세.
 
썩기는 커녕, 곰팡이 한 점 없이 깨끗합니다.
 
이졸데:사람이 볼링핀처럼 픽픽 쓰러지는데 무슨 부작용이 더 있을 줄 알고.
이상 있으면 바로 말해라. (I see you.. 제스처.)
 
아그네스:물론, 내가 자네한테 엄살 잘 부리는 거 알잖나.
(이졸데가 들여다 본 손으로 등을 가볍게 두드린다)
 
이졸데:말은 잘한다, 말은.
(뒷머리를 아프지 않게 툭툭 두드리고 앞장선다. 후처리실로 들어가자.)
 
아그네스:그거라도 잘 해야지. (이졸데와 함께 들어간다)
 
후처리실
 
면적이 넓지는 않지만, 천장이 높아서인지 유독 황량하게 느껴지는 공간입니다.
 
...
 
어쩌면 '후처리'라는 삭막한 단어가 원인일지도 모르고요.
 
아그네스:(뭘 처리하는건지.)
 
구속구가 달린 [회복용 침대]와, 거대한 [기계] 같은 것이 새하얀 방 안에 놓여 있습니다.
 
아그네스:제법 깔끔하군, 여긴. (회복용 침대로 다가가 들여다본다.)
 
의식을 잃었거나, 부작용이 진행되는 실험체를 눕혀두는 곳이었던 걸까요?
 
침대와 일체형인 구속구에는 실험체에게 맞출 수 있는 사이즈 조절 기능이 달려있습니다.
 
...피가 묻은 시트 위에 파란색 [파일철]이 하나 놓여있습니다.
 
아그네스:(그리고 처리를 하는 건가. 손 끝으로 파일철을 끌어당겨 펼친다.)
 
이졸데:(옆에서 함께 파일을 들여다본다.)
 
이것은 ‘실험체들의 정보’가 정리된 두툼한 문서입니다.
 
실험체들의 수집 경로와 일자, 대략적인 출신, 이능력 보유 여부,
 
투여된 약물의 종류, 폐기 여부...
 
대부분의 실험체들은 납치된 빌런, 혹은 신원이 없는 노숙자로 구성되어 있군요.
 
...
 
파일의 가장 뒤 쪽,
 
아그네스:아, 이 친구. 여기 와 있었군. (아는 얼굴이 나올 때마다 고개를 끄덕인다. 친분은 전혀 없지만.)
 
물론, '엡실론 4' 라는 태그가 붙은 페이지에는 가장 잘 아는 얼굴이 들어있습니다.
 
의식을 잃은 채 눈을 감고 있는 아그네스의 사진이 붙어있네요.
 
아그네스:(짠, 하듯이 이졸데에게 보여준다.)
구글에 내 이름 치면 증명사진 안 나오나?
 
이졸데:(이걸찢으면안된다이건중요한증거품이다최근실종자목록과대조할수있는핵심증거품이다)
 
아그네스:본부장님이 보면 좋아하시겠군. (이졸데가 찢기 전에 파일철을 텁 덮어서 안겨준다)
 
이졸데:(인내에 성공한다. 긴 숨을 내쉬며 파일을 챙긴다.) 이 미친 새끼들... 민간인도 적잖게 끌어들였어.
 
아그네스:안그래도 별 괴담이 다 돌더군.
빌런만 납치했으면 좋은 청소부가 될 뻔했어.
(이번엔 기계로 다가가본다. 대체 뭘 위해서 이렇게 큰 기계가 준비되어 있지?)
 
이졸데:빌런을 가져다 쓴 건, 단순히...
...실종돼도 찾는 인간이 없어서겠지. 교도소랑 붙어있으니 융통하기도 쉽고.
 
...
 
쓰레기장에서나 볼법한 대형 분쇄기와 소각로가 배치되어 있습니다.
 
아그네스:이게... 처리로군.
 
무언가 썩은 듯한 악취가 옅게 공기 중에 맴돕니다.
 
원한다면 자세히 살펴볼 수 있습니다.
 
아그네스:(그걸 또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다.)
 
*관찰?
 
아그네스: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침침...)
 
거무죽죽한 덩어리들, 희끗한 조각들,
 
불에 그을린 천조각, 반쯤 녹아내린 안경알 따위의 부산물들.
 
아그네스:위생적이진 않군.
 
인도적이지도 않고요.
 
아그네스:이거 사진 찍어 갈 건가?
 
만약 그때 구속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면, 아마 아그네스도...
 
이졸데:지금 사진기가 어디있다고.
 
아그네스:(정신을 차리는 게 조금만 늦었어도 한 줌 재가 될 뻔 했군.)
 
이졸데:(잔뜩 인상을 쓴다.) 이 자식들이 '연구소 폭파 버튼' 같은 것만 안 누르면 돼. 위치는 알아냈으니까.
 
아그네스:그럼 넷블랑이 전부 무너질텐데. 그건 사양하고 싶군.
(이번에는 연구지원실로 가 본다.)
 
연구지원실
 
이곳에서는, 경고 방송이 울리기 전까지만 해도 연구원들이 일하고 있었나봅니다.
 
급하게 도망치면서 흩어진 듯 온갖 서류들이 바닥에 널려있네요.
 
요란한 비프음을 내는 [파쇄기]와, 한쪽 벽면에 붙어 있는 거대한 [포스터]같은 것들이 눈에 띕니다.
 
아그네스:여긴 시체가 없어서 다행이군. (서류가 걸렸나? 파쇄기로 다가가 들여다본다.)
 
탈옥으로 블랙 에리어가 시끄러운 와중에도 급하게 폐기해야 하는 서류들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런 것들이 꼭 핵심적인 증거물이 되곤 하죠?
 
파쇄되었어야 하는 서류 한 장이 기계에 걸려 오작동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아그네스:그런 것들을 급하게 쑤셔넣다간 덜미가 잡히는 법이고. (파쇄기를 꺼버리고, 서류를 잡아 빼낸다.)
 
이졸데:본부장님이 좋아하실만한 거여야할텐데. 어디보자...
 
‘연구 제안서 반려 통지’ 라는 제목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네요.
 
아그네스:연구 제안서 반려 통지.
좋아하실 것 같은데.
(내용도 읽어볼까?)
 
와 의 연구 제안은 긍정적으로 검토했으나,
 
공무원들의 서류답게 서론이 긴 글이로군요.
 
서류의 후반부는 파쇄기에 반쯤 갈려 너덜거리지만,
 
끄트머리에 남은 날인을 알아볼 수 있습니다.
 
아그네스:(천천히 시선이 내려간다.)
 
...대통령실에서 사용하는 직인이 확실하네요.
 
이졸데:오...
 
아그네스:(이졸데에게 내민다) 이길 수 있겠나?
 
이졸데:결국 탄핵까지 해야되나...
 
아그네스:안그래도 본부장님한테는 청문회가 마음대로 진행이 안 되면 연락하라고 했는데.
일 이주 정도는 늦춰줄 수 있거든.
 
이졸데:이길 수 있고 없고를 떠나서, (앞머리를 신경질적으로 털어낸다.)
 
아그네스:대통령이 어디까지 알고 있었는지 궁금하군.
 
이졸데:이 나라 대통령도 그 망할 연구소를 알고 있었다면, (그런데도 크리처 사태 때 입을 닦았으면.)
 
아그네스:(어쩐지 씩...웃으면서 이졸데를 바라본다)
 
이졸데:백악관에서 머리채 잡고 끌고나와야지...
 
아그네스:대통령으로 인형놀이 해 보고 싶었는데.
 
이졸데:입, 입.
 
아그네스:그게 가장 빠른 해결책인데.
 
이졸데:사상자가 세자릿수야, 세자릿수. 파손된 도로며 시설 복구에는 또 얼마나 들었는 줄 아냐?
네가 대통령을 바비 인형으로 만들지 않아도 조용히는 못 넘어갈거라고.
(어쨌든, 이 서류도 파일철에 추가로 끼워넣는다. 소중한 증거품 +1.)
 
아그네스:(물론 솜누스의 허락을 받고 일을 벌이지는 않을 거지만. 빌런이란 그런 거 아닌가. 옳지 않음을 모두가 알지만 때때로 궁금해하는 지름길 같은 거.)
 
이졸데:(도끼눈)
 
아그네스:아무 생각도 안 했는데.
(휘파람을 불며 포스터로 고개를 돌린다)
 
연구원들을 격려하려는 목적으로 붙여놓은 걸까요?
 
‘이능력이라는 혼란 속의 영웅, 과학의 구원’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큰 글씨로 적혀있습니다.
 
그 밑으로도 뭔가가 더 쓰여있어요.
 
프로파간다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 읽어보는 것도.
 
아그네스:유사 실리콘밸리 같은 짓을... (포스터 내용을 읽어본다)
 
여러분의 가족과 친구들을 향해, 언제든 격발될 수 있는 이능력이라는 무기를 구속해야한다.
 
우리는 이능력이라는 특권을 인류 모두에게 평등히 나눠주고자 하는 사명감을 지니고 연구에 임한다.
 
생명공학으로 0.1%의 확률을 극복하라!
 
대략 이런 문장들입니다.
 
이졸데:(으... 표정.)
 
아그네스:전형적인... ...
우생학자들의 발언 아닌가?
이거, 단어만 조금 바꿨지 표절이로군.
 
이졸데:여기서는 시한폭탄이고. (첫번째 문장 툭툭.)
여기서는 또 특권이고. (두번째 문장 툭툭.)
일관성이 죽었는데, 이거. 내가 봐도 심각할 정도면 이건 에세이 과제 F급이다.
 
아그네스:게다가 운율이 맞지도 않기까지. 시 문학이라도 F일세.
이 포스터도 가져갈 건가?
좀 큰데.
 
이졸데:홍보 문구까지 가져갈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ㅡㅡ... 표정으로 포스터를 바라본다.)
나중에 조사대에서 찍어가든가 하겠지. 중요한 것만 챙기자고.
 
아그네스:좋아, 그럼 이건 패스.
다음은 좀 챙길 게 많은 곳으로 가 볼까. 시약실이랑 약물 연구실일세.
지도 상으로 보면 두 개가 같은 섹터인데... (하면서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이졸데:그러고보니, (어슬렁어슬렁 뒤따라간다.)
갖고 있던 약병 두 개는? 본부장님께 넘겼냐?
 
아그네스:(고개를 끄덕인다) 하나는 도시락 할 겸 챙겨오려고 했는데...
 
이졸데:...
했는데?
 
아그네스:둘 다 가져가셨지.
 
이졸데:(본부장님, 전 당신을 믿었어요.)
(개비스콘처럼 개운해함)
 
아그네스:(여기만 시무룩 상태)
 
이졸데:얼른 가자고. (개운~)
어디부터?
 
아그네스:그리고 본부장님이 때리는 자리가 자네랑 아주 똑같더라고.
(시약실로 터벅터벅 걸어간다)
 
시약실
 
다른 어떤 곳보다도 많은 보안 장치가 주렁주렁 달려있습니다.
 
쉽게 진입이 가능했던 다른 곳들과 달리, 개폐버튼 같은 것은 보이지도 않네요.
 
두께를 가늠할 수조차 없는 문 옆에는 [생체 인식 패널]이 부착되어 있습니다.
 
아그네스:여긴...엄청나군.
(약물 연구실로 돌아갈 수 있는지 벽을 빙 돈다)
 
약물연구실의 문은 별 문제 없이 열립니다.
 
그러나 임상실과 달리, 시약실 쪽으로 난 유리창 같은 것은 보이지 않네요.
 
어느 쪽을 먼저 살펴볼까요?
 
아그네스:(연구실부터 살펴보자!)
저 벽 너머가 시약실인데, 보안이 엄청나게 엄중해.
 
이졸데:(자아없이 따라감)
정 안 되면 부수면 되겠지. (유일한 문제 : 해저 3천미터에서 우리를 지켜주는 소중한 외벽까지 부서질 가능성)
 
약물 연구실
 
아그네스:(구멍만 뚫리면 너무너무 좋겠지만.)
 
무전기에서는 또다시 알아들을 수 없는 비명과 고성이 오갑니다.
 
노이즈가 심하게 섞여있을 뿐더러, 우리에게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니지만요.
 
거대한 [홀로그램 패널]과 온갖 보고서가 꽂혀 있는 [파일함]이 보입니다.
 
아그네스:위쪽은 아직도 난리로군.
(홀로그램 패널을 건드려본다)
 
이졸데:...(천장 쪽을 잠시 쳐다본다.) 이걸 자업자득이라고 봐야되나.
 
아그네스:누구의?
국방부의?
 
이졸데:뭐, 그렇지.
군인들까지 팔자 꼬여서 무슨 고생인가 싶긴 하네.
 
아그네스:국방부에서 어떤 변명을 할 지 궁금하긴 하군.
그 자리에 증인으로 나설 수 없다는 게 한스러울 뿐이야.
 
이졸데:자수하고 구속구 하나만 차면 너만한 증인도 없을텐데. (고려해봐라. 홀로그램 패널을 들여다본다.)
 
최첨단 홀로그램 패널에 약물들의 종류와 연구 진척도 같은 것들이 띄워져 있습니다.
 
아그네스:그럼 무슨 재미인가. 자네들이 청문회 할 때 근처 어디에서 편하게 구경할걸세.
 
전력이 불안정한 탓인지, 간헐적으로 화면이 깜빡이고 있지만요.
 
아그네스:(이런 말을 하는 것까지 본부장님하고 똑같군.)
(진척도는...어떻지?)
 
...글자는 글리치를 튀기며 지직거립니다.
 
*관찰?
 
아그네스: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6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증폭 [Multiply] 연구 진척도 100%
 
[E.M.D] : 이능력 에너지의 5배 증폭
 
...
 
억제 [Suppression] 연구 진척도 47%
 
[E.S.D] : 이능력 에너지의 완전한 억제
 
...
 
양산 [Awaken] 연구 진척도 13%
 
[E.A.D] : 이능력 에너지의 인공적 발현
 
아그네스:확률 13퍼센트도 아니고, 진척도 13퍼센트에 목숨을 걸었다 이 말이군.
 
노란색과 보라색, 그리고 검은색의 시약병의 이미지가 차례로 화면에 떠오릅니다.
 
이졸데:그렇게나... (깊은 생각...)
죽일 것 같았나, 내가...?
(그래도 히어론데? 왜 그렇게...)
(자아성찰...)
 
아그네스:그들에게는 당장 눈 앞에 다가올 주먹보다...
그 뒤가 더 무서웠을걸.
한 가지 거짓말을 덮기 위한 백 가지 거짓말들 같은거지.
(자네 탓이 아니야. 하듯이 등 쓸어주는 중)
 
이졸데:모래에 얼굴만 처박고 다 숨은 줄 아는 새도 아니고. (그 새가 뭐더라, 꿩이었나? 타존가? 공작? 공작은 아닌데.)
 
아그네스:(근데 의수라서 별로 위안은 안 되는 것 같다.)
 
이졸데:(딱딱한 의수가 등에 닿는다. 분노도 심란함을 떨치는 데엔 제법 도움이 됨.)
오냐, 일이나 하자고. (어깨를 쭉쭉 밀면서 파일함으로 데려간다. 시리야, 문서 읽어줘.)
 
아그네스:(내 문서를 읽습니다.) 자네랑 일하니까 자꾸 히어로처럼 생각하게 돼.
(뒤적인다)
 
이졸데:네가 언제 제대로 된 빌런처럼 군 적은 있고? (코웃음친다.)
 
실험체 입수 계획, 임상 시뮬레이션 데이터, 실패 원인 분석, 실험체 해부 보고서...
 
등등. 수많은 서류들이 담긴 파일함입니다.
 
모두 심상치 않은 제목이지만, 전부를 열람할 여유는 없을 거예요.
 
*자료조사?
 
아그네스:
자료조사
기준치: 60/30/12
굴림: 11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아너무시리엿음)
 
네, 문서를 읽습니다.
 
아그네스:과학자들이 중요한 문서를 넣어둘 때는 순서가 있다네.
 
이졸데:어떤 순선데? (말이나 해봐라 톤)
 
아그네스:더러운 게 제일 중요한 걸세.
 
오, 정답.
 
그 말처럼, 가장 낡고 너덜너덜한 문서 위에서 손에 멈춥니다.
 
표지에는... '[Project : Esper Mass production] 제안서'라고 적혀있네요.
 
아그네스:그리고... 제안서, 기획서 같은 이름이 붙어있는 게 제일 좋지.
(너덜너덜한 문서를 꺼낸다)
 
이졸데:이게 진짜 통한다고? (이게 진짜 통한다고?)
 
핸드아웃을 공개합니다.
 
아그네스:으음...
 
이졸데:(옆에서 좀 더 느릿느릿 들여다봄)
 
아그네스:자, 여기. 자원봉사자들을 이해 못하는 이익집단의 꿍꿍이속 받게.
 
이졸데:자원봉사자라니, 월급도 상품 로열티도 받는다고. (눈썹 까딱함.)
 
아그네스:(정당한 임금을 받는다는 점에서...라고 생각하다 만다) 국방부가 빠져나갈 구멍이 하나 둘 막히는 셈이군. 크리쳐 사태만 놓고 불렀다면 그 크리쳐는 자연발생 했으며, 후속 연구를 통해 대처 방법을 물색하는 중이었다고 했을테고.
반대로 이번 실험만 놓고 불렀다면 그래 했다 어쩔래? 근데 빌런 썼다? 너네도 못 잡지 않았냐? 이거 솜누스도 상당 부분 책임이 있다? 했을테고.
 
이졸데:(와, 이거 레퍼토리 상상해볼수록 짜증나네? 상태로 인상을 잔뜩 쓴다.)
 
아그네스:하지만 진실은 이런거지. 실제로는 히어로가 대처하지 못할 크리쳐도, 대단한 중상모략을 꾸미는 빌런 (자길 가리킨다) 조직 따위도 없었지만...
강력한 패권을 쥠으로써 정체 모를 기분 나쁜 자식들을 찍어내리고 정의를 다시 규명하겠다는 졸렬하고 뻔한 의지. (그런데 이제 국가 단위인. 하고 덧붙인다)
솜누스가 국가를 상대로 이길 수 있을까?
 
이졸데:거기다 빌런 뿐만이 아니고, (품에 넣었던 실험체 프로파일을 슬쩍 꺼냈다가, 다시 넣는다. 이번에는 제안서까지 포개서.)
이능력을 보유한, 혹은 그렇지 않은, 사회적 안전망 바깥에 있는 일반 시민도 가져다 썼다.
...확실하게 보도만 된다면. (턱을 쓸어내린다.) 이 정도로 증거가 확실한 상황이라면, 가능성은 있어. 기본적으로 여론이 좋은 편이고. 크리처 사태 때...
...가장 순직자가 많기도 했으니까.
 
아그네스:인종주의에 이은 새로운 우생학자들의 입놀림에 백악관마저 놀아난 꼴이 되는데.
많은 준비가 필요할 거고, 긴 싸움이 되겠지.
법정 공방이 수 없이 오갈거고 자네도, 본부장님도. 관련된 히어로들은 이 일로 전 세계를 날아다녀야 할텐데...
그러다보면 으레 해왔던 히어로의 치안 업무 비중은 줄어들테고. 자네 같은 사람들은 또 고민에 빠지겠지.
그깟 재판 한 번 나가겠다고 사람들을 죽게 둬야하나? (어깨를 으쓱인다.)
 
이졸데:야.
본론만 말해.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데?
 
아그네스:귀찮게 청문회까지 갈 필요 없이 쓸어버리고 가면 안 되나?
그게 빠른데.
망태기에 책임자들 넣고 백악관까지 가서, 분수대 앞에 엉덩이 깐 채로 한 명씩 앉혀놓으면서 자네 내가 여기 왜 왔는지 알지? 하고 바비인형 놀이 하는거지.
 
이졸데:(천장을 올려다본다. 막막함이나 자괴감이나, 뭐 그런 멜랑콜리한 감성 때문은 아니고.)
넌 말이다, 종종, 내가 뭐 대단히 반듯하고 올바르고 융통성 없는 인간인 것처럼 말하는데.
내가 절차 운운하는 건 준법정신 같은 거 고수하자는 게 아냐. 내가 멋대로 책임자를 무덤 자리에 차넣을 자격이 없어서지.
 
아그네스:자격?
 
이졸데:그래, 자격.
말 안 했냐? 날 고아원에 집어넣은 빌런은 뒷골목에서 힘싸움하다 멋대로 뒈졌어.
사이드킥 되자마자 찾아봤더니 이미 몇 년 전에 가셨더라고. (앞머리를 신경질적으로 쓸어올린다.)
그럼 난 누구한테 화를 내면 되냐.
 
아그네스:누구한테 화를 냈는데? (물끄러미 이졸데를 들여다본다.)
 
이졸데:못 냈지.
죽은 놈은 이미 편하게 누웠는데, 따져서 무슨 소용이 있냐.
네가 엉덩이 까고 바비인형처럼 자수를 시키든, 내가 그 자식들이 사실대로 안 불 때마다 손가락을 꺾든...
그렇게 빠르게 해결했다고 치자. 그러다 뭐, 한 둘쯤 백치로 만들든가 죽일 수도 있지.
...그럼 남은 인간들은 화낼 곳이 없다고.
 
아그네스:그런 놈들이 욕을 먹기 위해서라도 살아서, 자격이 있는 기관에서 심판을 받아야 한다. (그런가? 하듯이 눈썹을 들어올린다.)
 
이졸데:세상이 납득할 수 있는 방법으로, 긴 시간을 들여서.
그 자식들한테 피해를 본 사람들이 실컷 울고불고 악쓸 수 있게.
(그냥 그것 뿐이야, 하듯이 눈썹을 까딱인다.)
 
아그네스:난 자네 방식이나, 솜누스가 취하는 해결이 근본적으로는 옳다고 생각하네.
근본적으로는. 사회적으로는. (부정할 바 없지, 하고 덧붙이며 홀로그램을 바라본다.)
하지만 이졸데, 만약 내가 조금 늦게 눈을 떴다면.
또는 여기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중간에 붙잡혀 도로 끌려 들어갔다면. 그리고 저 소각장에서 타다 만 내 머리카락이 발견됐다면.
자넨 조금 참기 힘들어질 수도 있겠지.
 
이졸데:(다시 천장을 올려다본다. 깊은 한숨, 그 뒤로는...)
이게 대체 어쩌다 이렇게 삐딱한 인간으로 커가지고...
 
아그네스:공을 들인 좋은 처방 대신, 조금 어이없는 극약 처방이 필요할 때도 있다는 거지.
 
이졸데:야. 넌 처음부터 선장님이셨어서 잘 모르는 모양인데. (가슴께를 검지로 툭툭 민다.)
네가 그렇게 똑똑해? 넌 투표권 열 장씩 쓰냐? (툭, 툭, 어느 순간 퉁, 퉁...)
(어라? 주먹을 말았다.) 네가 뭐라고 그런 결정을, 네 멋대로 내리는데?
 
아그네스:잠깐, 이졸데. 나 넘어지겠는데.
 
이졸데:그럼 자빠지든가!!!
근접전(격투)
기준치: 85/42/17
굴림: 77
판정결과: 보통 성공
 
*회피?
 
아그네스:
회피
기준치: 44/22/8
굴림: 25
판정결과: 보통 성공
 
후웅.
 
...이능력을 사용한 공격은 아니었지만,
 
이야, 주먹이 허공을 스치는 소리가 심상치 않습니다.
 
아그네스:(눈 앞으로 주먹이 날아가면서 머리카락이 날린다.) 자네 이거 진심으로 친 거지?
 
이졸데:내가 생각하기엔 이 정도 극약 처방이 필요해서.
(이리 오라는 듯 손을 까딱까딱 한다.)
 
아그네스:병원에서 탈출해서 정말 다행이군.
자네랑 본부장님이 생각하기엔 내가 그 몇 년 새에 좀 훼까닥하는 바람에 비뚤어져가지고 뒤늦은 사춘기를 인간 재해 급으로 겪고 있는 거로군.
 
이졸데:야. (여전히 손을 까딱까딱한다. 순순히 와라.)
 
아그네스:(운명을 받아들이며 간다)
 
이졸데:집도 의료 보험도 고용 보험도 신용카드도 없는 빌런 주제에, (무슨 자신감이지? 표정.)
사회에 속한 모든 유족을 대변할 수 있을 거라고 착각하지마.
(말았던 주먹을 펴고, 손바닥으로 등을 철썩 후려친다. 그대로 뒤돌아 시약실 방향으로 걷는다.)
 
아그네스:아야. (몸이 앞으로 쏠렸다가 돌아오며 이졸데를 따라간다)
 
이졸데:왜 못 참겠냐?
네 장례식 상주가 누구였는지나 기억하라고.
 
----------------------------------
 
2022.07.17
 
...
 
시약실
 
두 사람은 보안장치가 잔뜩 걸린 육중한 문 앞에 섭니다.
 
문 옆에는 개폐용 [생체 인식 패널]이 달려있지만,
 
임상실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적절한 자격을 지닌 사람은 더 이상 살아있지 않은 것 같아요.
 
어떻게 할까?
 
아그네스:훔칠 지문도 없군. (이졸데를 바라본다)
 
이졸데:이거 영, 색깔이... (문을 구성하는 금속을 손등으로 슬슬 쓸어본다. 기분나쁘게 낯익단 말이지.)
아하.
 
아그네스:낯익어? (그 말에 이졸데가 쓸어본 금속을 들여다본다)
 
대답 대신, 이졸데가 문 위로 손을 가져다 댑니다.
 
평범한 금속이라면 그대로 종잇장처럼 구겨져야겠지만...
 
...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아그네스:강철 따위가 아니군.
 
이졸데:세금을 싹 처바른 모양인데? (그러면서 주머니에 넣어둔 구속구를 꺼내보여준다. 특유의 독특한 반사광이 문과 동일하다.)
 
아그네스:(구속구를 한 번 보고, 문을 한 번 보고..,.아하, 하는 소리를 낸다.)
 
이졸데:이능력 제어용으로 특별하게 배합한, 어마어마하게 비싼 합금이란 말이지, 이거.
단순 근력으로만 승부해야돼.
 
아그네스:돈이 쏟아부어진 곳의 꽃말은...
들키면 뭐 되는 곳이지.
 
이졸데:그럼.
 
아그네스:자네만 믿겠네.
 
문을 열기 위해선 '어려움' 수준 이상의 근력 판정에 성공해야합니다.
 
강행 판정까지 실패할 경우, 시약실 자체 보안시스템에 의해 내용물이 모두 파괴됩니다.
 
이졸데:ㅡㅡ)
 
아그네스:(이졸데의 등을 툭툭, 두드리곤 멀찍이 물러난다)
 
이졸데:이게 시늉으로라도 내가 해볼까? 같은 소리를 안 하네?
 
아그네스:나 자네가 걱정할 만한 소리를 하는 건 자제하기로 했거든.
(시계를 들여다보고) 결심한 지 15초 지났다네.
 
이졸데:(꿀밤 참음.)
(대신 문에 손을 올려본다. 안 돼도 뭐, 이 자식이 털어온 약이 있으니...)
근력
기준치: 80/40/16
굴림: 72
판정결과: 보통 성공
 
끼이이이이-...
 
...
 
틈이 약간 벌어지기는 했지만, 그 뿐입니다.
 
이졸데:쓰읍, (손을 탈탈 턴다.)
 
아그네스:... ... (이졸데가 손을 터는 것을 보다가 잠깐, 하고 잠시 허공에 시선을 둔다.)
 
이졸데:왜?
(습관적인 손목 관절 스트레칭 ON)
 
아그네스:(틈이 벌어진 안쪽을 한 번, 문 위쪽 천장의 형태를 한 번 올려다본다)
자네의 책임이 생각보다 막중한 것 같아서. (이리저리 걷기 시작하며 손가락을 빙빙 돌리더니) 물리적인 파괴를 지속적으로 감지하면 이 문 안의 내용물이 폭파하거나, 자동으로 폐기 처분 될 걸세.
공학계 빌런들이 많이 쓰는데, 머리가 좋으면 실수로 연구 성과를 날릴 수도 있다는 걸 알고 있으니 보통은 도입하지 않지.
여기에 사활을 걸었나보군.
 
이졸데:허, 그렇게 말하니 죽도록 따버리고 싶은데... (문을? 목을?)
 
아그네스:목을?
 
이졸데:그것도 나쁘지 않지. (all...)
지금 열어젖힐 필요는 없어. 조사팀을 파견할 때까지 이 연구소가 멀쩡하기만 하면.
(그럴 가능성이 몇이나 되나 네가 생각해보란 표정)
 
아그네스:자네에게 붉은 과실이 있기를 빌지. (확실히, 잡혀갈 놈들은 이졸데의 눈초리에 뒤통수가 타긴 하겠군.)
(그 말을 듣고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뜬다) 노력해보겠지만, 장담할 순 없군.
장담할 수 없는 정도가 아니라 단 몇 퍼센트의 가능성도 확신할 수 없는 정도일세.
 
이졸데:그렇다면야.
셀프로 폐기하는 것보단 내가 부수는 게 낫지. (정말로?)
(적어도 이졸데에게는 그런 모양이다.)
근력
기준치: 80/40/16
굴림: 4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약간의 행운을 지불하자!)
 
삐-...
 
불안한 경보음이 시작되려는 찰나, 문틈에 밀어넣은 손아귀에서 기이한 소음이 들립니다.
 
까드드득...
 
...
 
아그네스:자네의 손으로 만든 재앙은 감당할 수 있다는거지... (그렇게 말하면서도 이졸데가 실패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는지, 아까보다 근처에 서서 내부를 들여다본다.)
 
육중한 문이 서서히, 사람이 들어갈만한 공간을 내며 밀려납니다.
 
이졸데:(그리고 마무리로, 아그네스가 확인한 폭약을 뜯어내 손아귀에 넣는다. 압박으로 터진 폭탄이 손 안에서 검은 연기를 낸다.)
(그리고 끝. 시커매진 손을 탈탈 털어낸다.) 빌런 팔자가 상팔자다, 상팔자야.
 
아그네스:(핫, 하고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웃는 소리를 낸다.)
내 생각엔... ...
그 건물에 깔려도 자넨 무사했을 것 같아. (지났으니까 할 수 있는 농담을 하며 까매진 이졸데의 손바닥을 탁탁 털어주다가 앗 뜨거, 하며 손을 뗀다)
 
이졸데:오냐, 콘크리트 한 방으로도 훅 갔을 자식이 고집이나 부리고. (반장갑도 깔끔하게 타서 쿼터 장갑이 되었다. 손등 부분만 남았다는 뜻이다.)
(팔랑... 떨어지는 쿼터 장갑에게 애도를 표하며... 뜨끈한 손바닥 대신 팔꿈치로 툭 민다.) 살펴나보셔.
 
아그네스:(엄지와 검지로 쿼터 장갑의 남은 부분을 삭 떼어준다)
자네 그거 껴. 철컥철컥 소리 나는 장갑. 히어로 페어 가니까 그 장갑이 인기가 아주 많더라고.
(아직도 얼얼한 손을 탈탈 털며 시약실 안으로 들어간다)
 
이졸데:oO(수갑을 끼란 건가?)(뭔지 모름)
 
아그네스:(철판 덧댄 장갑 생각하는 중)
 
시약실 내부는 단정하고, 단촐합니다.
 
달리 말해, 이 연구소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만을 모아둔 곳입니다.
 
노란색, 보라색, 검은색 약물이 칸칸이 든 시약장,
 
...세 약물의 재료와 배합비가 기록된 서류,
 
아그네스:개장 전의 백화점을 쇼핑하는 기분이군.
 
그리고 저건... '생체 인식 패널'에 등록된 자격자 명단으로 보이네요.
 
원하는 것을 원하는 만큼 챙길 수 있습니다.
 
이졸데:잠겨 있는 백화점 문 따고 들어와서? (손바닥 후후 불어서 식히는 중)
 
아그네스:보통 그걸 세간에서 뭐라고 부르지?\
 
이졸데:내가 만지면 탄다. 알아서 챙겨봐.
강도질이지...
 
아그네스:(노란색, 보라색, 검은색 시약을 두 개씩 챙긴다. 일렬로 시약을 놓는 납작한 함에 예쁘게 챙겨 담는 중.)
 
이졸데:(옳지 옳지 잘한다 mood로 혼자 팔짱 끼고 서있음)
 
아그네스:(마치 자기 사무실 정리하듯이 배합 서류를 뒤적이더니 예쁘게 새 분철 파일에 끼워넣고, 자격자 명단을 쭉 훑는다.)
좀 더 낭만적인 이름이 있잖나. 괴도라고.
 
이졸데:넌 괴도 못해, 망토 없어서. ㅡㅡ)
 
특별히 낯익은 이름이 있지는 않습니다.
 
S.D.E 연구진의 이름을 본 적이 있다면 모를까, 연구자 목록을 훑어보는 건 처음이니까요.
 
하단에 들어간 국방부의 날인은 알아보기 쉽지만 말이에요.
 
아그네스:전결 도장 확인했고. (망토라는 말에 에에, 하고 아쉬운 소리를 내더니 이졸데를 돌아본다) 망토는 1970년대나 유행하던 거 아닌가. 거치적거리기만 하고, 멋지지도 않은데.
그보다는 이탈리아 장인의 수트를 괴도의 상징으로 만들어야... (여깄군, 하고 또 새 파일집을 꺼내서 명단을 소중하게 넣는다.) 21세기형 괴도지.
이거 뭐, 핸드백이라도 하나 팔았으면 좋겠는데. (선반에 올려진 납작한 금속제 서류 가방들을 하나하나 열어보다가, 내부가 서류로 가득 찬 가방을 쏟아버리고 챙긴 것을 가지런히 담는다)
이 정도면 퀵 서비스 보낼 때 받아주겠나?
 
이졸데:...니가 망토에 로망이 없을 거라곤 생각 못했는데... (당연히... 있을 줄 알았음. 왜냐면 후트 선장이니까.)
 
아그네스:(ㅋ)
 
이졸데:(당연히 있을 줄 알았음. 어깨에만 걸쳐 입는 코트랑 망토는 솔직히 동족 아닌가?)
 
아그네스:망토는 괴도 망토처럼 가벼우면 영 본새가 안 나. 할 거라면 아주 고래 가죽으로 만들어 무겁게 떨어져야 하는데, 어디 미국에서 그런 가죽을 걸치고 다니기가 쉽지 않잖나.
서부는 건조하고, 동부는 번잡하고, 남부는 덥고, 그나마 입는다면 북부인데 거긴 사람이 안 살지.
 
이졸데:기후가 로망을 충족시키질 못한다, 이 소리네. (개운해짐. 그러니까 북부면 입긴 입겠단 말씀이군!)
 
아그네스:바다면 모를까.
 
이졸데:(마침 손이 다 식었는데, 나...)
꿀밤 참기 Roll
기준치: 10/5/2
굴림: 43
판정결과: 실패
(꽝!)
 
아그네스:(머리에 서류가방올린
(올리기 전에 맞음)
 
이졸데:(빛처럼 빠르게)
 
아그네스:윽.
 
이졸데:일단 니가 들고 있어. (그러니까 이건... 먹금이라는 것이다.)
시약 같은 건 깨지기 쉬우니까. (방금도 깰 뻔했고...)
 
아그네스:머리에 올리고 다니지.
(꿀밤 방지)
 
이졸데:어허, 콘크리트 같은 게 떨어지면 어쩌려고.
(쓰으읍... 일러놓고 시약실 밖으로 나간다. 쇼핑을 끝낸 VIP 손님의 걸음으로...)
 
아그네스:자네가 모래로 만들어 줄 거니까 괜찮아.
(하지만 007마냥 한 손에 들고, 한 손은 주머니에 꽂고 나간다)
 
이졸데:(굿, 굿.)
그럼 이제...
귀찮은 일만 남았네. (물론 차단 셔터를 말하는 것이다. 통제실 입구로 다가간다.)
 
통제실
 
그러고보니, 아그네스.
 
...
 
아그네스:아무렴 특제 금속보다 귀찮겠나.
 
이상할 정도로 조용하지 않나요?
 
어느 순간부터 허리춤에 달린 무전기가 조용합니다.
 
통제실 내부로 들어가면, 거대한 벽면을 가득히 메운 [녹화 장비]가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아래로는 [통제 단자함]이 있군요.
 
아그네스:그 구속구는 철판이 얇아서 그런가, 이전에는 조금만 힘을... ...줘도... (머릿속만 조용한 게 아냐. 그것을 눈치채자마자 천천히 무전기를 들어올리고, 버튼을 누른다. 삐롱, 삐릭. 망가진 건 아니다.)
 
삐롱, 삐릭.
 
아그네스:(무전기를 바라보다가 시선을 올려 녹화장비로 눈을 돌린다.)
 
...............
 
그 침묵을 배경으로 녹화장비를 살펴봅니다.
 
대부분의 CCTV 화면은 노이즈로 뒤덮여 알아보기가 어렵네요.
 
아마 누군가 터트린 스텔스 기기의 영향이겠죠.
 
그나마 작동하는 것들은 적외선 기능으로 전환되어, 정확히 인영을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치열한 격전이 일어나고 있는 와중,
 
아그네스:(성능 좋군. 이 정도로 범위가 넓을 줄은 몰랐는데...그럼 위는 소등상태인가? 메인 시스템이 나갔어? 비단 엘리베이터 때문은 아닐텐데.)
 
확연히 숫자가 줄어든 군인들의 방어선을 뚫고, 죄수들이 게이트 너머로 도주하고 있습니다.
 
*관찰 판정?
 
아그네스: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96
판정결과: 실패
죄수들이 풀려났군.
다른 군인들은 다 죽은건가?
 
눈 여겨볼 만한 것은, 섹터 3과 8 근처를 비추는 화면입니다.
 
몇몇 이들이 너덜해진 팔다리를 휘적이며 대치 중인 군인들에게 달려들고 있습니다.
 
아무리 이능력자라고 해도, 저 정도의 타격을 입고도 움직이는 게 가능한 일인가요?
 
썩 석연치않은 느낌이 듭니다.
 
이졸데:그럴 가능성이 높겠지. 아니면 보고를 올리러 갔다거나... (눈을 가늘게 뜨고 화면을 살펴본다.)
규모를 봐선 튀는 것도 여의치 않았을 것 같지만.
 
아그네스:으음, 이 쪽은 워킹 데드 상영 중이군.
 
이졸데:
관찰력
기준치: 66/33/13
굴림: 58
판정결과: 보통 성공
......
피부가 썩어있어.
(섹터 3과 8 방향의 화면을 툭툭 두드린다.) 거기다 이 자식은 머리도 날아갔는데 움직이고 있다고.
 
아그네스:머리? (그 말에 눈을 가늘게 뜨고 화면을 들여다본다. 사지가 불분명하거나 두 다리, 두 팔만 있는 인영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취소, 좀비보다 더하군.
이게 대체 뭔가?
 
이졸데:거기다... (이것들, 지금도 형체가 변하고 있는 것 같은데. 하지만 확신하기에는 화면이 너무 작고, 너무 붉다.)
아니, 됐다.
저것들도 주사 한 방씩 맞아봤을 가능성이 높단 거겠지.
 
아그네스:부패 증상이군.
하지만 이런 부패일 줄은 몰랐어. 기껏해야 손발 정도 떨어지는 줄 알았는데.
 
이졸데:너도 갑자기 모음만으로 말하고 싶어지면 꼭 언질 줘라. (좀비 특유의 어으어어어를 말하는 듯.)
 
아그네스:(부패 증상으로 사망. 하지만 사망하지 않은 건...부작용인가? 소각을 시켜야 사라지는 건가. 화면에서 물러나 통제 단자함을 들여다본다)
어어.
 
이졸데:(딱콩!)
 
빨간색, 초록색, 파란색, 알록달록한 버튼과 레버들이 가득합니다.
 
그 가운데 ‘셔터 통제 버튼’이 존재감을 뽐내고 있군요.
 
굳이 셔터를 '찢어서' 열 필요는 없다는 뜻이에요.
 
아그네스:아야. (어라? 어쩌다보니 이것도.)
이게 도움이 되려나? (셔터 통제 버튼을 가리킨다)
 
이졸데:힘 덜 쓰는데는. (주먹 옆면으로 버튼을 꽝!)
 
꽝!
 
셔터 통제 버튼이 아그네스의 정수리처럼 얻어맞고 나면...
 
복도 쪽에서 기계음과,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립니다.
 
아그네스:버튼에게 상냥하게 대해주게.
 
버튼의 희생으로 차단셔처가 해제된 모양이에요.
 
지금부터 연구소장실로 진입할 수 있습니다.
 
이졸데:이 이상 어떻게 더 잘해주냐?
 
아그네스:부드럽게. 손가락으로. 다회용품 대하듯이 말일세. (버튼을 토닥여주며 연구소장실로 향한다.)
(여전히 조용하다...저런 상황인데도.)
 
그 토닥임에 위로를 받은걸까?
 
두 사람, *행운 판정.
 
이졸데:
기준치: 40/20/8
굴림: 2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아그네스:
기준치: 55/27/11
굴림: 2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우와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태양 전법은 언제나 빛을 발하는 법입니다.
 
두 사람이 통제실을 막 나가려던 때,
 
꺼져있던 화면 중 한 곳에 빛이 들어옵니다.
 
이건... 연구소장실을 비추는 카메라 같아요.
 
하단의 녹화일 기록은 지금으로부터 약 2개월 전.
 
화면 속에는 세 남자가 찍혀 있습니다.
 
아그네스:(뒤통수를 때리는 빛에 고개를 돌린다. 자동 재생?)
 
이졸데:허? (나가다 말고 삑 멈춤)
 
정체불명의 남자와 국방부 장관, 그리고 연구소장이군요.
 
연결된 스피커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합니다.
 
아그네스:스페셜 게스트가 계시는군. (이걸 뭐라고 부르나, 넷블랑 게이트? 하며 소리를 듣는다)
 
국방부 장관:...크나큰 지원에 감사드립니다. 귀하의 결단은 분명 인류의 위대한 도약으로...
 
정체불명의 남자:그런 거창한 명분은 됐습니다. 당신처럼, 이 일에 개인적인 흥미가 있을 뿐이니까요.
 
연구소장:...하지만 이런 거금을 지원하는 조건 정도야 있으시겠죠?
 
정체불명의 남자:이곳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권한 정도면 되겠군요. 아, 연구 참여 권한도.
 
국방부 장관:그 쯤이야, 당연히 해드려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거물급 인사 두 명을 대면하면서도 신원 불명의 남자는 시종일관 여유 넘치는 태도입니다.
 
동시에...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듭니다.
 
저런 목소리를 어디서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요.
 
아그네스:...저 남자...
(대체 어디였지?)
 
CCTV 화면은 맥없이 꺼지고, 이제는 노이즈만이 가득합니다.
 
생각해보려면 *아이디어?
 
아그네스: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95
판정결과: 실패
...
(아무래도 남자를 기억하기가 쉽지 않군...)
저 사람 어디서 만난 적 있는데.
 
아무래도... 남자를 기억하기란 쉽지 않지.
 
어쩌면 유들유들한 말투가 아그네스를 닮아서 익숙하게 느껴진 건 아닐까?
 
아그네스:(아아~ 동족끼리 알아보는?)
(불쾌)
 
이졸데:흠... (이 쪽도 열심히 머리를 굴려보고 있지만...)
...스쳐가면서도 본 적 없는 얼굴인데, 난. (남자도 나름 공정히 기억해줌.)
솜누스 쪽 인선은 아니란 뜻이겠지.
생각나면 말하라고. (나가자는 듯 등을 툭툭 떠민다.)
 
아그네스:(역시 히어로는 뭔가 다르군)
길게 생각은 안 하겠지만. (그러면서 연구소장실로 향한다)
 
연구소장실
 
두 사람의 시야에 들어온 풍경은, 제법 충격적입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바닥에 쓰러진 [연구소장]의 모습입니다.
 
그의 뒤로는 접견용 소파와 테이블, 거대한 [원목 책상]과 책장 같은 것이 늘어서 있습니다.
 
아그네스:빈집털이는 실패로군. (죽었나? 저벅저벅 다가가 연구소장의 맥을 짚어본다)
 
이곳의 총책임자이자, 모든 실험을 지시한 국방부 장관의 최측근입니다.
 
하지만 어째서일까요?
 
그는 바닥에 볼품없이 쓰러진 채 경련하고 있습니다.
 
맥은 불안하게 빠르고, 끊겼다가 이어지기를 반복합니다.
 
아그네스:이봐, 정신 차리게. (약을 주사했나?)
 
아마도.
 
거칠게 호흡하는 그의 옆에는 피스톤이 끝까지 눌린 주사기가 떨어져 있습니다.
 
꽉 쥔 손가락 사이로 비어 있는 시약병이 눈에 띄는군요.
 
아그네스:(연구소장의 머리에 손을 대고 의식의 흐름을 읽기 시작한다. 잡음이 심하겠지만.)
 
이졸데:아니, 내가 언제 죽인댔냐고?
 
아그네스:(얼마나 안 좋은 상태인지는 진단을 해 줘야겠지?)
 
이졸데:(옆에 앉아 상태를 살펴보며 혀를 찬다.)
 
*이능력 판정?
 
아그네스:
캡틴 Roll
기준치: 90/45/18
굴림: 4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음질이 나쁜 스피커처럼, 감정과 기억의 흔적 같은 것들이 탁탁 튀어오릅니다.
 
분노, 열패감, 좌절감,
 
골목의 끝까지 몰린 자의 절박한 심경...
 
그리고... ... 배신감?
 
불안하게 흔들리는 시야 속, '통신 기기' 같은 것의 모습이 언뜻 비치다가...
 
그대로 뚝 끊깁니다.
 
...
 
아그네스:아.
 
그에게는 더이상 의사가 필요치 않습니다.
 
경련이 끝난 손아귀가 축 늘어집니다.
 
아그네스:(전축의 침이 떨어지듯이 소리가 끊기면 눈을 번쩍 뜬다.)
 
이졸데:......(연구소장의 머리에 얹힌 손을 떼어낸다.)
 
아그네스:... ...속았다? 누구에게 속았다는거지?
 
이졸데:속았다고? ...
...이만한 인사를 뒤통수 칠 수 있는 놈이야, 많지 않지.
 
아그네스:연구소장에게 약의 효능을 확언한 누군가가 있군. 이들만의 기술력으로 만든 게 아닐걸세.
(벌떡 일어나 원목 책상을 분주하게 뒤지기 시작한다.)
 
이졸데:장관이야 수준이 비슷비슷할 거고.
 
아그네스:국방부 장관과 그 남자. 그 남자... ...대체 어디서 들었지?
 
이졸데:난 그 모나미 정장남한테 건다. (CCTV의 신원불명남을 일컫는 듯.)
 
아그네스의 손이 닿기 전에도, 거대한 원목 책상 위는 이미 난장판입니다.
 
부서진 명패, 볼펜, 화를 못 이겨 마구잡이로 구긴 서류, 쓰러질 때 흐트러진 천...
 
그 사이, 낯선 형태의 [통신 기기]가 하나 놓여있습니다.
 
3000M 두께의 물을 뚫기 위함인지, 우리가 익히 아는 모양이 아닌데...
 
*행운 판정. 소장의 기억을 읽었으므로 보너스 다이스를 받습니다.
 
아그네스:(이거다, 잠깐 보인 건. 전혀 익숙하지 않은 모양이지만...통신 기기를 집어든다.)
기준치: 55/27/11
굴림: 2030100
+2: 어려운 성공
+1: 어려운 성공
  0: 어려운 성공
-1: 보통 성공
-2: 대실패
8
(wow)
 
이졸데:(너... 수상할 정도로 잘 다룬다?)
 
삑, 삑, 삑.
 
수없이 다뤄본 물건을 만지듯 손가락이 자연스레 움직이고 나면,
 
홀로그램 화면 하나가 팝업됩니다.
 
아그네스:됐다.
 
...하단의 시간기록은, 지금으로부터 고작 30분 전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아그네스:소장이 이걸 알고 있더군.
 
이졸데:......그새 그걸 잘도 읽었다, 너.
 
아그네스:(이졸데를 구출하기 얼마 전, 혹은 직후...)
 
그 시각,
 
연구소장은, 다급하게 국방부 장관에게 연락을 취했던 모양입니다.
 
아그네스:오히려 뒤집히는 물에서 잃어버린 목걸이를 찾는 게 쉬울 때도 있으니...
 
목소리를 들어볼까요?
 
아그네스:(재생 버튼을 누른다.)
 
연구소장:장관님, 지원병력이 필요합니다!
승강기 방어팀이 돌파당했다는 보고가 있었습니다. 곧 히어로 스카와 캡틴이 이곳에 도달할 겁니다!
 
국방부 장관:...하, 이렇게 무능할 수가 있나!
이 이상 군 병력에 소실이 있으면 의심을 피할 수 없단 말일세!
 
연구소장:죄수들이 게이트를 통해 도주하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저들을 놓친 책임까지 물게 될 겁니다, 장관님!
 
국방부 장관:......
이제 나는 모르는 일일세.
 
연구소장:예?
 
국방부 장관:[E.A.D]라도 쓰던가, 알아서 하게.
그 프로젝트가 유출되는 순간 자네들부터 죽게되리란 사실은, 알고 있겠지?
 
연구소장:뭐.. 뭐..?!
그동안 당신이 지시한 내용이 다 남아 있다고. 나만 끝장날 줄 알아?!
 
국방부 장관:멍청한 자식. 내가 이런 일을 대비해두지 않았을 것 같나?
망명 신청은 진작에 해뒀고, 너 따위를 대체할 인간은 널리고 널렸어.
수고했다는 말 정도는 해주도록 하지.
 
국방부 장관의 말을 끝으로 통신이 꺼집니다.
 
분노를 가라앉히지 못한 연구소장이 원목 책상 위를 뒤집어 엎어버리고,
 
기기가 쓰러지면서, 기록이 끝납니다.
 
이졸데:가관이다, 가관.
 
아그네스:빌런들을 한 데 모은 기관이 없는 이유는 사실, 그 놈들이 제대로 협력을 하지 않기 때문인데...
나라꼴도 이렇게 돌아가는군.
 
이졸데:서로 못 믿는 놈들끼리 모아봐야 1 : 1 : 1 밖에 더 되냔 말이지.
 
아그네스:그럼 이 도 그렇게... ... (뿔뿔이 흩어진건가? 하지만 그 남자에겐 연락을 하지 않은 것 같은데. 그 놈은 누구지?)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84
판정결과: 실패
 
...
 
흐릿한 기억 속에서, 언뜻 누군가의 목소리가 스쳐갑니다.
 
"그렇게 경계할 필요 없어."
 
"나는 네 편이다, 아그네스 로페즈."
 
...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나요?
 
아그네스:... ... ...
(누구지? 미간을 천천히 찌푸린다.)
 
어쩐지, 그를 만난 것은 최근의 일이 아니리란 느낌만이 남습니다.
 
아주 오래 전, 오래...
 
*듣기 판정?
 
아그네스:그 목소리...
듣기
기준치: 50/25/10
굴림: 29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 때,
 
잊고 있던 단말기로부터 희미한 무전이 흘러나옵니다.
 
"..헬기가 준.. . 치직.. 니다. 장관님."
 
".지지직.."
 
아그네스:(아, 하고 무전기를 바라본다.)
 
"...방부, 옥상으로... ...시러, 가겠습니다."
 
아그네스:(무전기를 귓가에 올리고 선명한 신호를 기다리듯이...)
국방부 장관이 먼저 튀는군.
 
어딘가와 일시적으로 혼선되었던 걸까요?
 
다른 채널에서 송신되던 무전이 부자연스레 끊깁니다.
 
이졸데:정황상...
망명 준비, 끝났고. (통신 기기를 가리킨다.)
지금 막 헬기가 가는 중이고.
손님 태우는 곳은 국방부 옥상이다.
 
아그네스:그리고 우린 해저 3000미터에 있지.
 
이졸데:(그러곤 앞머리를 팍팍 헝클어트린다. 정신이 하나도 없네.)
네가 이동 기기 가져왔다며. 국방부 청사는 솜누스에서도 멀지 않아. 죽도록 뛰기만 하면...
 
아그네스:이곳에서 챙길 것도 다 챙기긴 했지. 다만 내가 염려하는 건...
 
말을 듣지도 않고, 이졸데가 다급하게 아그네스를 잡아당깁니다.
 
경고보다 빠른 대응, 그게 의미하는 건 보통...
 
...
 
아그네스:(뭔가 온다. 그렇다는 건...시선을 곧장 이졸데의 머리가 향하는 방향으로 돌린다.)
 
그렇게 같은 방향을 바라보면,
 
바닥에 쓰러져 있던 연구소장이 느리게 몸을 일으키는 것이 보입니다.
 
하지만, 저것은 도저히 일반적인 사람이 일어나는 모습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뼈가 돌아가며 재조립되는 괴기한 소리와 함께 살점이 썩어들어갑니다.
 
거무죽죽하게 변하다가 부풀어 오르는 피부.
 
아그네스:부패가 아니라 좀비화로 보고서를 수정해야겠는데.
 
몸 곳곳의 종기가 터져나가며 지독한 악취를 내뿜습니다.
 
'좀비화'라는 이름이 붙지 않은 이유를 어렵잖게 짐작할 수 있어요.
 
한겹 천 너머의 조악한 분장과, 직접 목도한 저것에게 도저히 같은 이름을 붙이지 못한 거겠죠.
 
쨍그랑!
 
아그네스:(으, 하고 미간을 찌푸린다. 확실히 부패로군.)
 
복도 저 멀리서 유리창이 깨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무엇을 뜻하는 소음인지 짐작할 수 있나요?
 
아그네스:병력이 추가됐군.
화장터를 24시간 기동했어야 했어. (아무렴 죽었다 깨어난 사람을 상대하는 건 처음이다. 어쩌면 내가 아무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지. 살아 움직인다는 건 썩어 빠진 중추라도 작동한다는 것. 물 밀듯이 다가오는 것들의 의식을 가늠해본다.)
 
...
 
그럼요, 유기물에게는 언제나 욕망이 있기 마련입니다.
 
다가오는 난잡한 의식들은, 사람의 것보다는 연구소의 크리처들과 유사합니다.
 
파괴와 포식에 대한 단순한 갈망.
 
그러나, 크리처들의 것과는 다르게...
 
크리처의 포식이 생존 욕구의 일부라면, 저들이 바라는 것은 온 세상을 끌어들여 함께 죽는 것입니다.
 
이졸데:앞으로 나오지 마.
 
아그네스:(오로지 파괴. 일말의 생존욕구도 없는...이것은 물살이라기보단 흘러내리는 용암에 가깝다.)
(단단히 굳어 문명을 폐허로 만들겠지. 이졸데의 뒤로 두 걸음 물러난다) 해 볼만 하겠어.
이렇게 매번 도전을 하게 해주니 미합중국에 감사패라도 전달할까 싶군.
 
이졸데:시간을 오래 끌 순 없어. 장관 놈 머리채도 잡으러 가야 된다고.
1, 이 자식들만 족치고, 2, 좌표이동기 작동시킨다.
이견은?
 
아그네스:없어. 그대로 하지.
 
까드득.
 
13 마리의, 연구진이었던 것이 내부로 진입합니다.
 
연구소장의 뒤로 모여드는 그들에게선 썩은 지성의 악취가 납니다.
 
전투 시작.
 
1라운드. 아그네스, 이능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아그네스:(굳어가는 용암을 터트리는 말뚝을 박기 시작한다. 되돌릴 흐름이 없다면, 잊고 있던 것을 자각시켜 주는 수 밖에. 단순한 사고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불씨를 도로 끌어올리는 바람이 휘몰아친다. 공포와 고통. 신체 결손에 대한 두려움. 생살이 찢기고 부풀어 터지는 그 생생한 감각.)\
미안하지만 자네들에게 줄 진통제가 떨어졌군.
 
람람 (GM):사용 확인. 두 사람은 이번 라운드의 공격에 +2개의 보너스 다이스를 받습니다.
 
아, 아아아...
 
사람의 형상을 한 것들이, 사람의 고통을 되새기며 비명을 지르기 시작합니다.
 
이미 떨어져나간 손을 부여잡는 자,
 
움푹 패인 눈을 감싸고 웅크리는 자, 살점을 그러모으려 애쓰는 자...
 
그 비명 가운데 두 사람이 행동을 취합니다.
 
1 아그네스 / 이졸데
 
아그네스의 턴입니다.
 
아그네스:부패 속도를 보니 자네들이 회복할 가능성은 전혀 없어. 스스로 이 고통을 끝내게. (서늘한 눈빛이 비명을 지르는 연구원들에게 박히고, 그 옆으로 식은땀이 한 줄기 흐른다. 창작의 고통이 있다면 이런 건가?)
 
우리가 죽음을 두려워하면서도,
 
오랜 시간 그것을 자비와, 물처럼 밀려드는 수마와 연관지은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6마리가 느리게 괴성을 멈추고 바닥으로 무너져내립니다.
 
남은 것은 여전히 악의를 거두지 않은 일곱명.
 
이졸데의 차례입니다.
 
이졸데:(참, 여기저기 갖다붙는 말을 잘도 지어낸단 말이지. 내 생각에 이 자식이 성격을 망친 건 이런 고압적인 멘트만 365일 내내 짜내느라...)
이능력(신체강화)
기준치: 90/45/18
굴림: 1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피해: 10
(자비를 가장하지는 않기로 하자. 그저 끝나야 하므로 끝내는 것이다. 더는 일어나지 못하도록 형체를 부족함없이 부숴버린다.)
 
전투 종료.
 
아그네스:(하, 하고 숨을 내쉬며 몸이 가라앉는다.)
 
연구소장실 바닥은 온통 썩은 피가 튀어 지저분합니다.
 
하지만 지체할 시간은 없겠죠.
 
이졸데:(라고 말하는 대신, 가라앉는 몸을 바로 잡아 세운다.)
서둘러야 돼. 이거, 내 짐작이 맞다면...
 
아그네스:자네 짐작이 맞다면? (두 발로 땅을 딛고 서서 팔목을 걷는다)
 
이졸데:......
이게 끝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거지.
말할 시간 없다, 얼른.
 
아그네스:그거 참, 오늘 들은 말 중에 가장 반갑지 않은 발언인데. (그런 것 치고는 씩 웃으며 이동기기를 작동시킨다)
 
차가운 액체를 통과하는 듯한 감각.
 
이제는 제법 익숙한 느낌과 함께, 시야가 일렁이다가...
 
SCENE 09# BUT Still You Are a HERO
 
고층 건물이 늘어선, 대도시의 저녁 풍경이 나타납니다.
 
...그러나 평소와 같은 평화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사람들의 웅성거림과 불길한 기류가 공기 중에 짙게 깔려 있습니다.
 
고개를 들어보면, 하늘 저편에서 몰려오고 있는 먹구름과...
 
히어로 본부 건물의 [대형 전광판]이 눈에 들어옵니다.
 
아그네스:(공기가 좋지 않군. 시야가 돌아오자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대형 전광판.)
 
거대한 전광판에서 송출되고 있는 것은,
 
수많은 기자에게 둘러싸여 회견을 진행하고 있는 히어로 본부장의 모습입니다.
 
히어로, '스카'의 무고와 국방부의 잔악한 실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군요.
 
전광판을 올려다보고 있는 시민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습니다.
 
확실한 증거가 주어지지 않은 만큼, 본부장의 말이 진실인지 의견이 분분한 모양이에요.
 
...
 
국방부와 솜누스,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둘 중 하나는 반드시 배신자라는 것 또한 충격적일테고요.
 
아그네스:긴 싸움이 될거라고 했었지.
 
이졸데:길어야 한다고도 했지, 내가?
하, 이거 정문 말고 로비로 좌표 좀 옮기라고 말해야겠어.
 
아그네스:(어깨를 으쓱이며 입꼬리만 올린다.) 헬기를 잡으러 갈 건가?
아니면 협회로?
 
이졸데:헬기부터.
일단 여기선 벗어나야돼.
 
그렇게 말한 이유는, 아차...
 
몇몇 시민들이 두 사람을 발견하고 비명을 지릅니다.
 
"저, 저 사람... '스카' 아냐?"
 
"옆에 있는 건 캡틴이잖아!"
 
"저, 저, 저거, 저, 피가...!!"
 
아그네스:그럼 국방부로. (누군가의 비명을 신호탄 삼아 그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많은 힘이 필요치 않다. 그저 주문할 뿐.) 펜타곤으로 가는 택시 하나 불러주겠나. 바빠서.
 
비명을 지르던 사람 중 하나가 온순한 양처럼 둘에게 다가옵니다.
 
썩 개의치 않는 표정의 이졸데가 어깨를 으쓱하다가,
 
행인을 확 잡아당깁니다.
 
그 순간.
 
솜누스의 로비로 통하는 정문이 부서지고,
 
깨진 유리문 너머로 크리쳐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이졸데:쯧.
 
아그네스:이런.
 
이졸데:여간한 국가기관엔, 더구나 넷 블랑같은 해저 시설이라면.
게이트가 설치되어있으니까. 배치된 군인들만으론 다 못 막았을 게 뻔하고.
 
그리고, 지하의 범죄자 이송 게이트가 뚫린 모양이에요.
 
지독한 악취와 함께 바닥으로 떨어지는 살점들.
 
광기에 미쳐 날뛰는 시체들이 살아 있는 사람들을 향해 달려듭니다.
 
아그네스:로비가 아니라 정문이길 천만다행이지. 안 그런가, 이졸데. (장난스레 웃어보였던 미소를 유지한 채, 다시 거대한 말뚝을 내리꽂는다.)
진통제는 없다니까.
 
아, 아아...
 
숫자가 늘었을 뿐, 너절한 죄수복을 걸친 시체들이 비명을 내지릅니다.
 
본부에서 뛰쳐나온 히어로들이 다급하게 크리처들을 제압해나가지만,
 
...
 
수가 많아요.
 
사이렌 소리가 떠나가라 도시를 울립니다.
 
기자회견이 방송되던 전광판 화면이 급하게 바뀌며, 공격받기 시작한 도심을 비춥니다.
 
아그네스:(그러니까, 오랜 싸움은 자네들마저 좀먹을 뿐이라니까.)
 
이졸데:야, 받아! (행인을 가까운 히어로에게 토스해두고,)
(무슨 생각인지 모를 옆자리 빌런을 냉큼 들쳐멘다.)
택시 못 타. 뛰어서 가보자고.
 
아그네스:머리 좀 묶어도 되나?
 
이졸데:머리끈도 갖고 계셔?
 
아그네스:방금 막 빌렸지. (히어로에게 들려가던 행인에게서 자연스럽게 머리끈을 넘겨받고, 이리저리 흩어진 머리카락을 위로 올려모아 둥글게 묶는다)
 
이졸데:팔자도 좋지, 진짜.
(머리끈을 묶은 걸 확인하고 나면,)
(그대로 아스팔트에 발자국을 남기며 도약한다. 일직선거리를 관통해야한다.)
 
급정거한 차들이 충돌하는 소리,
 
크리처에게 공격당한 시민들의 비명, 아우성.
 
소중한 사람을 잃은 이들의 절규가, 어지러운 시야를 뚫고 울려퍼집니다.
 
아그네스:(그대로 아래를 내려다본다. 국방부는 곧 개박살이 날테니, 저 화살은 솜누스로 고스란히 되돌아오겠어.)
 
어느 곳에 시야를 두어도 눈앞에 보이는 풍경은 처참할 따름입니다.
 
그리고 누군가는 부서진 것들을 책임져야만 하겠죠.
 
사이사이, 길을 가로막는 크리처를 잡아찢고,
 
길 잃은 시민을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던지고,
 
다시 도약하고, 그러다가...
 
...
 
국방부 청사를 조금 앞두고, 이졸데의 걸음이 멈춥니다.
 
이졸데:먼저 가 있어.
이 주변만 좀 치우고, (달려드는 크리처에게 아스팔트 조각을 집어던진다.) 뒤따라갈테니까.
 
아그네스:잡아두지. (그러나 그 찰나에도 말뚝 몇 개를 꽂아놓는 것을 잊지 않는다. 관성적인 행동이기도 하고...)
(먼저 환하게 터진 길을 통해 국방부 청사로 향한다.)
 
이졸데:그래, 잡아두기만.
난 말로만 뭐라뭐라 하는 놈은 안 믿으니까.
네가 진짜로, (뒷모습에 대고 소리친다.) 머리가 터질 거 같아서 잠도 못자게 무서우시면,
도움받으려는 사람의 태도를 취하라고, 알았어?
감당 못할 짓에 손벌리지말고!!! 잡아만 놔!!!
 
아그네스:(하하, 하고 목에서 터진 웃음이 흘러나온다. 걷던 걸음을 휙, 뒤로 걸으며 이졸데를 향해 새끼손가락을 든 손을 흔들고 외치기를...)
약속도 말로 하곤 하는데, 믿음이 안 간다니 미안하게 됐군! 새끼손가락이라도 걸지!
(다시 몸을 앞으로 돌려 간다)
 
뭔가 씩씩대면서 대답한 것 같은데,
 
맨손으로 콘크리트를 부숴대는 소음 속에선 잘 들리지 않습니다.
 
홀로, 당신이 청사의 옥상에 다다랐을 때는...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던 빗방울은 어느샌가 폭우가 되어 있습니다.
 
SCENE 10# Stop Him!
 
아그네스:(미리 묶어두길 잘했군. 빌린 옷이 젖는 것은 신경쓰지 않은 채 옥상을 열고 나간다)
 
지옥도 같은 야경을,
 
당신을, 그리고 맞은편에 선 진부한 악인을,
 
그대로 물 속에 잠기게 하려는 것처럼 비가 쏟아져내립니다.
 
머리 위로 전파탑을 향해 떨어지는 낙뢰가 빛을 발하고나면...
 
국방부 장관:하. 이것 참 의외로군.
히어로가 오지 않을까 했는데.
뒤늦게 영웅 노릇에 복직하고 싶어졌나?
 
국방부 장관이 당신을 보며 입꼬리를 일그러 뜨립니다.
 
손에 들린 권총은 당신을 겨누고 있군요.
 
아그네스:오, 착각 말게. 자넨 아주 운이 안 좋은 상황에 놓인 거니까.
조언 하나 하자면, 총은 버리는 게 좋을걸세.
(한 손을 주머니에 꽂은 채 천천히 앞으로 걸어나온다.)
 
아마, 총만이 그가 믿는 구석은 아닌 것 같아요.
 
건물의 옥상으로 검은 헬기가 근접해옵니다.
 
프로펠러가 만들어내는 거센 풍압에 비바람이 몰아닥칩니다.
 
국방부 장관:이봐, 갱생하기엔 늦었으니 평소에 하던 짓거리나 하시지.
 
아그네스:그럴까? 자네랑 대화를 좀 해볼까 했는데...
 
국방부 장관:떠나는 마당에 그 우스갯거리에 한 번 못 어울려줄까. 사진이라도 원하나?
 
아그네스:싫다니 그만두지. (목소리가 빗방울을 타고 선명하게 번진다.) 총 버려.
 
아무리 잔인한 짓을 일삼아 왔다고 해도, 본질적으로 일반인에 속합니다.
 
장관의 손아귀가 한 차례 뒤틀리며 총을 바닥에 떨어트립니다.
 
...아니면 프로펠러의 풍압 탓인가요?
 
아그네스:난 지금 자넬 보호하고 있는걸세. 내 친구가 특별히 부탁했거든.
내 방식? (눈썹을 찌푸리며 장관에게 턱짓을 한다. 난간 앞으로 가서 서.)
 
국방부 장관:하, 하...
 
장관은, 순순히 난간 앞에 서면서도 입을 멈추지 않습니다.
 
사실은 어른의 말을 믿지 않는 어린애라도 되는 것처럼,
 
반항심과 발악이 섞인 어조로군요.
 
국방부 장관:나는 알아, 알고 있다, 너희가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너희 속의 그 불온한 파괴 욕구를 언제까지 억누를 수 있을 것 같나? 하, 하...
 
아그네스:그렇군. 아니라면?
 
국방부 장관:아닐 이유가 있나?
인간을 다루면서 한 순간도 기쁨을 느끼지 않았나?
남들보다 손이, 다리가, 눈이...
천갈래씩 더 있는 인종으로 태어난 게 달갑지 않고서야, 그렇게 아낌없이 썼을까!
 
아그네스:백십구억구천구백구십구만구천구백구십팔 개의 손과, 다리와, 눈이 있는 기분 말이지.
자네라면 기쁜가? 자네 손에 핵폭탄이 들려있는데, 사람들이 그래서 자넬 무서워 해.
어딜 가나 자네에게 친절함을 잃지 않지. 왜냐면 자네가 언제 핵폭탄을 떨어트려 이 나라를 멸망시킬지 모르니까.
자네는 자네 권력의 근원과도 같은 핵폭탄을 안고, 때때로 이런 생각을 해.
이걸 손에서 놓은 나를 사람들이 기억은 할까?
하지만 그건 결코, 절대로, (희번득한 눈길, 우악스러운 손이 장관의 멱살을 잡고 난간으로 밀어붙인다.) 입 밖으로 낼 수 없어. 그걸 말해버리면, 손이 떨리거든.
 
아그네스:손이 떨리면, 폭탄을 놓치고, 자네들은 내 악몽 때문에 단체로 고층빌딩에서 떨어져 삶을 마감하게 될 걸세.
기뻐? 기쁜가?
(잡아만 둬. 손이 난간 반대쪽으로 휘어지며 빗물이 고여가는 바닥에 장관을 내동댕이친다.)
...아니지. 자네들은... ...내 친구들에게 아주 고마워해야 해.
그 친구들은 단 하나의 위험요소를 손쉽게 제거하는 대신...
아주 튼튼한 보관함에 폭탄을 보관하게 해 줬으니까. 아주 많은 시간과, 돈과, 노력과, 정을 들여서.
 
아그네스:... ... (천천히 가쁜 숨을 내쉬며 장관에게서 멀어진다) ...고마워해야 해...
 
감정의 격류에 휩쓸린 헬기는, 옥상에 착륙하지 못하고 거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장관의 다리는 절대 바닥을 박차고 일어날 수 없을 것이고,
 
그는 여기에서 끝났어요.
 
그 사실을 아는 장관이 마지막으로 발악합니다.
 
쿵, 쿵, 쿵...
 
...계단을 울리는, 누군가의 육중한 걸음소리를 배경으로 삼아.
 
국방부 장관:...그래, 기쁘군, 이렇게 기쁠 수가 있나.
자네의 그 불안정한 정신머리와 자기연민에 전 국민의 목숨이 달려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는데! 하, 카메라가 없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로군.
이봐. 제타 1이 자네와 같은 종류의 실험체로 쓰일 예정이었다고 믿나?
그 귀중한 재료를 푹 썩은 살점으로 만들 생각이었다고! (번들거리는 눈 안에 불온한 욕망이 일렁인다.)
(그것이 들린다. 나를 죽여라.)
(죽이고, 네가 영원히 사회의 울타리 속에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증명해라.)
 
아그네스:(죽여라. 스스로 입을 찢게 만들어라. 공포에 떨게 만들어라. 사람들이 네 앞에 머리를 조아리게 해라. 네 이름이 역사에 피로 쓰이도록. 네 이름을 발음하는 것만으로 눈물 흘리며 경배를 취하도록. 기압에 눌려 죽게 만들어라. 그 누구에게도 너를 욕보이지 말아라.)
...생각을... ...생각을 그만 해.
입 밖으로 말하지 마...생각을 그만 해.
(괜찮아, 아그네스. 할 수 있어. 내가 보이지? 내가 보이는 거 맞지? 자, 봐. 이건 젤리 한 봉지야. 난 너한테 이걸 주지 않을 거야. 너도 이걸 강제로 뺏지 않을 거고. 우리가 이걸 나눠 먹을 수 있을테니까...)
할 수 있어...할 수 있어. 할 수 있어...
 
장관의 경련하는 듯한 발이, 떨어진 권총을 당신 쪽으로 차보냅니다.
 
동시에, 사람의 것이라기에는 너무 무거운 걸음소리가 옥상에 근접한 게 느껴져요.
 
간결한 문제입니다, 아그네스.
 
쏘거나,
 
손을 잡거나.
 
아그네스:(잡아만 둬. 할 수 있어. 돌아와. 사람들이 널 기다리고 있어. 친구들에게 가 보렴, 아그네스. 넌 여기 처음 왔으니까 네 침대부터 알아둬. 넌 왜 내 말을 듣지 않지? 괜찮아, 아그네스. 슬퍼하지 마.)
생각을... ... ...그만! (빗 속에 대고 고함을 내지르더니, 발치로 굴러온 총을 잽싸게 집어들어 제 이마 중앙에 가져다 댄다. 거친 숨이 이어진다.)
그만 해. (최악의 경우에는... 차가운 총신을 따라 온 몸에 냉기가 퍼진다. 이 방법을 써서... 머리가 차갑게 가라앉는다. 최후통첩이다. 생각을 그만 둬.) ...하. (천천히 어깨가 가라앉으며 호흡이 돌아오고, 총을 든 손을 내린다.)
이제 좀 말을 듣는군. (눈썹을 비틀며 관자놀이를 둥글게 문지르더니, 반대쪽 어깨의 벨트에 집어넣어 마치 자기 것처럼 찬다.)
(이윽고 평소의 미소 지은 낯으로 돌아와, 바닥에 무릎 꿇은 장관에게 손을 내민다.) 최강의 히어로를 맞이하게 될 텐데. 예를 갖추게. 누워있는 건 좀 아니지.
 
생각을 그만 둬.
 
구속구와 같은 빛의 금속은 아니지만,
 
영원한 침묵을 연상시키는 물건이라는 점에서, 이것도 나쁘지 않게 기능했습니다.
 
마지막 도발까지 수포로 돌아가자, 장관의 희미한 의지가 결국에는 끊겨버리고 맙니다.
 
그가 손을 잡습니다.
 
그리고, 거칠게 문이 열립니다.
 
#BONUS SCENE : What Are you Going to Do,
 
그새 무거워진 듯한 이졸데가 빠르게 옥상을 가르고 뛰어옵니다.
 
'잡아만 두랬더니, 진짜 손을 잡고 있을 줄은 몰랐다...'
 
대략 그런 표정이네요.
 
이졸데:잘 참았네. (이마에 가볍게 딱밤을 먹인다.)
 
아그네스:아야. (눈썹을 한껏 비대칭으로 비튼다) 이번엔 잘 참았는데 왜?
 
이졸데:칭찬이지, 칭찬.
 
아그네스:자네 칭찬이 이래? 뭘 좀 잘못 배운 거 아닌가? (불만스럽게 이마를 문지르며 장관을 이졸데에게 툭 민다)
 
이졸데:(헬기를 향해 지금 내려오면 그 프로펠러로 종이학을 접어주겠다는 뜻의 수신호를 보내고...)
(수갑을 꺼낸다.) 이봐, 미국 국방부 장관 씨.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고,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도 있으시고,
(고리타분한 절차를 하나씩 밟는다.) 이후 모든 발언은 법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아그네스:(저렇게 긴 수신호가 있었다니. 하지만 이졸데가 한 번 손을 모았다 펴자마자 알아듣고 고도를 유지하는 헬기를 보며 감탄한다.)
 
이졸데:(그 뒤에 철컹, 팔을 등 뒤로 수갑을 채운다. 적절한 기절 조치가 따라온 것은 물론이다.)
그럼 뭘 상으로 줄까, 지상 감옥에서 보내는 짜릿한 몇 년?
고용보험이랑 신용카드를 꿈꿀 수 있는 건실한 인생? (눈썹을 까딱인다.)
 
아그네스:어... (평소보다 좀 둔한 반응으로 말 끝을 늘이다가 눈가를 천천히 문지른다) 졸려.
어디 편안한 곳에서 좀 자고 싶군.
 
이졸데:(혼자 팔짱을 끼고 뚱한 얼굴로 쳐다본다.)
일 좀 하면 졸리고, 일 좀 하면 기력 다 쓰고,
솔직히 일하는 거 별로 좋아하지도 않지?
다 귀찮지? 드러누워서 살고 싶지, 그냥?
 
아그네스:(큭큭거리는 소릴 내며 웃는다.) 오늘은 정말로 힘들었다네, 이졸데. 평소에도 그렇긴 한데.
대중의 비난과 빌런의 재입사를 솜누스가 동시에 견딜 수 있을 지 모르겠군.
 
이졸데:동시에라니, 사람이 양심이 있어야지.
감형 팍팍 먹여도 집행유예나 지상 감옥 구경정도는 다녀와야된다, 너.
니가 벌금으로 대신 낼 돈이 있진 않을 거 아냐...
 
아그네스:모금이라도 할까?
 
이졸데:됐다, 됐어.
속 터져서 그냥 내가 내고 말지.
손목 대. (그러면서 수갑을 하나 더 꺼낸다.)
 
아그네스:그런데, 자네...
나도 뭐 하나만 물어봐도 되나?
 
이졸데:지금까지는 질문 없었던 것 마냥?
(해보라는 듯 눈썹을 까딱인다.)
 
아그네스:나는 국방부 장관이나 연구소장쯤은 눈썹 하나 까딱 안하고 부려먹을 수 있는데...
왜 나는 의심하지 않지?
내가 만약 자네라면, 나를 가장 먼저 의심했을텐데.
 
이졸데:허이고.
이게 내가 사람 머리뚜껑 열어볼 줄 모른다고 지금 편파 수사 의혹을 들이대? (수갑을 들지 않은 손으로 머리를 쥐어박는다.)
 
아그네스:아야.
 
이졸데:니가 뭣하러? 무슨 재미로?
 
아그네스:자네 법정에서도 그렇게 증언해줄거야?
법정모독죄일세.
 
이졸데:야, 니가 그간 나랑 주먹다짐 하는 게 유일한 낙이었단 건 알지.
근데 거기 다른 놈 부려먹은 적이 있냐?
맨날 털레털레 빈 손으로 와서 시비 걸어놓고, 퍽이나 누굴 부려먹으시겠다.
 
아그네스:(일방적으로 쥐어박힌 거라고 말하려다가 정수리가 좀 따끈한 것 같아서 말 안한다)
심증은 확실하군. 그래서 좋아.
(달랑거리는 수갑에 제 손목을 찰칵 밀어넣는다.)
 
이졸데:당신은 묵비권을 행사... (말하다 생각해보니...) 하지마, 곧이곧대로 싹 불어, 이게 어딜 입을 싹 씻으려고.
그 외엔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고, 향후 모든 발언은 법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지만,
그냥 싹 불어. 너 같은 인간이 혼자 죽어라 생각하다 머리 터지는 거야.
 
아그네스:선서 제대로 안했다고 소송 걸 걸세.
내가 미국인처럼 살길 원하니까, 자네가...
 
이졸데:그래. 의료 보험 가입 안 돼서 전전긍긍하는 인생 말이지.
허이고, 참.
 
아그네스:이래서 안하려고 한 건데.
 
이졸데:내가 네 영원한 친구를 잊을 뻔했어.
(그러면서 주머니에서 꺼내드는 것은...)
(물론, 이능력 구속구다.)
환영 선물로 칠까? (목 갖다대라는 듯 손 휘적인다.)
 
아그네스:이런 선물은 없어도 되고 말이야. 신입사원 설문조사 다시 해 주게. (하, 하고 한숨을 짧게 쉬며 고개를 까닥 비튼 목을 내민다)
 
찰칵,
 
목에 감긴 구속구가 경쾌한 소리를 내면,
 
이졸데가 환영 인사처럼 가볍게 어깨를 끌어안습니다.
 
잦아드는 빗소리와 경찰차 사이렌 사이로,
 
잘 왔어, 하는 목소리가 들린 것 같아요.
 
...
 
그렇게, 두 사람이 어둠을 등지고 걷습니다.
 
.. 이것은 그로부터 며칠 후의 이야기입니다.
 
당신은 결국 히어로를 구해냈습니다.
 
물론, 이 도시, 그리고 나아가 이 세계까지 지켜낸 것이나 다름없죠.
 
귀중한 법적 증거물, 망명하려던 국방부 장관까지 확보한 후,
 
극적으로 자수한 '캡틴 후크'의 현재 거취는...
 
솜누스 내부의 입원실입니다.
 
약물의 부작용이 완전히 빠져나갔는지 확인하기 위한 검사가 이어졌기 때문이죠.
 
약물로 인한 이능력의 부작용은 천천히 사그라들어, 오늘은 몸에서 여파가 완전히 빠져나갔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크리처는 모두 제압했지만,
 
혼란을 틈타 함께 탈출한 빌런들의 체포, 파괴된 도심의 복구같은 것은 아직 진행 중입니다.
 
어쩌면 그 덕분에, 당신의 자수가 한층 호의적으로 받아들여졌는지 모르죠.
 
히어로 기관은 언제나 인력난이고,
 
세상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을 필요로 하니까요.
 
그렇게 된 관계로, 국방부 장관의 지위는 급속히 해제되었고,
 
솜누스의 국장이 연일 재판에 출석하는 요즈음.
 
당신의 '임시' 감시자를 맡은 게 최강의 히어로가 된 것도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달칵,
 
병실의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이야기의 한 장이 닫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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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누스 220704_Unexpected Hero!_졸데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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