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41분 중 20분
2022
시즌 4개, 그리고 영화
시즌 1: 1화 “연상녀에게 혼쭐나는 어이없는 삶”
출연: 어의, 최일, 이조판서
장르: 실험극
프로그램 특징: 어이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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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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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CENE 01# My Bittersweet home
 
2022년 3월 5일.
 
봄이라지만 아직은 쌀쌀한 뉴욕의 아침입니다.
 
잠에서 깨어날 준비를 하는 도시의 풍경엔 활력 대신 고요한 여유가 흐르는군요.
 
코드네임 : 후크,
 
한 때는 캡틴으로 불렸던 빌런.
 
혼란을 몰고다니는 선장인 당신이라고 해도, 막간의 여유까지 마다할 필요는 없겠죠.
 
하지만 슬슬 기지개를 켜볼까요?
 
오늘은 당신이 범행을 예고했던 날이니까요!
 
지금부터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습니다. 그 전에!
 
Q. 아그네스는 어디서 깨어났을까?
 
아그네스:(나는...오늘...이런저런 (빌런의) 이유로 빌린 호텔 스위트룸에서 깨어났다)
 
음~ 베개에서 달러화의 냄새가 나는 것 같습니다.
 
뽀송뽀송하고 향기롭군요. 이제 슬슬 자금도 떨어져가서 더 그럴까요?
 
Q. 조식뷔페 먹고 갈거야?
 
아그네스:(아무래도 슬슬 주문을 시작하려면 자금이 필요하려나. 그런 생각을 일어난 후에야 한다. 그리고...침대 옆의 수화기를 들고) 바싹 구운 토스트 두 쪽, 버터를 올려서 굽고 설탕만 뿌려서. 해쉬브라운, 아주 바삭하게 익히고. 야채...먹기 좋게 꼬치에 꽂아주게. 그리고 음료는...커피가 좋겠어. 그건 잘 모르니까 알아서 해주게.
 
전화기 너머의 직원이 상냥한 목소리로 응대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띵동!
 
룸서비스로 요청한 아침 메뉴가 올라옵니다. 트레이에는 오늘자 소식이 적힌 [신문]도 한 부 놓여있어요.
 
느긋하게 갑시다, 느긋하게.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 아니겠어요?
 
물론 네스는 먹고살자고 하는 게 아니지만...
 
아그네스:(물론 난 오직 개인의 만족을 위해...)
(오늘도 사리사욕이 가득 담긴 아침을 먹는다)
(그러면서 신문을 펼쳐보자. 요즘은 어떤 히어로들이 활개를 치나...)
 
요즘은 어떤 히어로들이 당신을 재미나게 해주려나...
 
하고 펼쳐본 신문의 1면에는, 어이쿠.
 
모자이크가 잔뜩 들어가, 형체를 알아보기도 어려운 괴생명체의 사진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제목은 [빌런을 앞서는 공포, 정체불명의 크리처]... 이런 식이로군요.
 
배경지식을 떠올려볼까? *아이디어!
 
아그네스: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91
판정결과: 실패
(우물...우물...) 모자이크를 이렇게 해 놓으면 비공식 히어로(나)들이 못 찾아가는데.
 
나참, 이렇게 모자이크를 덕지덕지 붙여둬서야...
 
그래도 이것의 꼬리가 뱀을, 허리께에 달린 날개는 박쥐를 닮았다는 것 정도는 알아볼 수 있습니다.
 
크리처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 괴생명체들이 출몰하기 시작한 것은 약 일주일 전.
 
일그러진 도마뱀을 닮은 형상에, 일반적인 무기로는 유효타가 거의 들어가지 않는 단단한 몸까지.
 
덕분에 뉴욕의 신문은 연일 크리처의 출몰 소식으로 엉망이었죠.
 
하지만 아그네스는 두 발로 서지 못하는 것들에게는 크게 관심이 없는데다...
 
이 토스트, 끝내주게 맛있습니다.
 
나갈 때 좀 싸달라고 하는 게 좋을지도.
 
아그네스:(먹던 토스트를 들여다본다) 이거 괜찮은데. 좀 챙겨달라고 할까... (그렇게 중얼거리며 모자이크 된 사진을 보다가) 뚫리지 않는 방패 두 개가 부딪히면 뭐가 먼저 부서질 지 궁금하긴 하군.
(그렇게 중얼거리며 신문을 건성건성 넘긴다)
 
건성건성, 남은 페이지를 넘겨봅니다. 쓸만한 정보는 더 없을까요?
 
*자료조사 로 간단히 내용을 훑어볼 수 있습니다.
 
아그네스:
자료조사
기준치: 60/30/12
굴림: 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아 어라?)
(왠지...도시여자인 나에게 심취함)
 
커피를 마시며 아침신문을 넘기는 뉴욕의 여자...
 
그게 바로 나...
 
더구나 솜누스에서 두뇌과학 책자를 넘기던 짬밥은 어디로 사라지지 않습니다.
 
몇 장을 더 넘겨봅니다. 크리쳐가 자주 출몰하는 지역으로는 철도 운행을 당분간 운행 중지한다는 소식,
 
범죄자를 제압하기 위해 이능력을 제어하는 새로운 구속구를 개발했다는 소식,
 
시민들은 안전을 위해 외출을 자제해달라는 대통령의 촉구...
 
흥미로운 것도, 그렇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만, 크리처라는 생물의 위험성에 비해 사상자 소식이 적다는 느낌이 드네요.
 
피해 범위를 축소해야할 정도의 사정이 있는 걸까요?
 
아그네스:이렇게 잡힐 정도면 상당한 규모일텐데. (그간 방어형 히어로가 그렇게 많이 늘었을 리는 없지...라고 생각하다가 내가 신경 쓸 바 아닌 것 같아 금세 그만두었다. 맞다맞다, 나는 빌런!)
(그럼...이렇게 평화로운(?) 도시에 한 줄기 사건을 내려줄까. 지도 어플을 뒤적여 히어로 협회를 후원하는 IT 업체 본사를 찾아놓는다)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히어로 협회의 후원자란 사실은 기업 이미지에 제법 도움이 되거든요.
 
지도상의 위치는 여타 거대 회사들과 마찬가지로, 뉴욕의 번화가.
 
오늘의 사건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아그네스:(우선 지금부터...본사 컨택 이메일로 방문하겠다는 친절한! 예고 메일을 보내놓고, 호텔 택시를 이용해 본사로 갔다가... ...그 다음은 평소처럼 누가 오는지 구경이나 좀 해보실까!)
 
멋진 계획입니다!
 
도착해서는 사장과 셀카를 찍어 회사 홍보 계정에 올리고, 후원을 끊는다/유지한다로 투표를 RT 태우는 것도 좋겠어요.
 
그리고 누가 오는지 느긋하게 지켜보면 될 일입니다.
 
출발해볼까요, 후크 선장님?
 
아그네스:(아, 정말 괜찮은데... ...이런저런 상상을 해보며 프론트에 연락을 해서 택시를 부른다. 두터운 코트를 챙겨입고 나면...출발이다!)
 
봄이라지만 아직은 쌀쌀한 날씨.
 
그리고 빌런은 원래 펄럭이는 라인이 중요한 법이니까요.
 
중년의 택시기사가 넉살 좋게 손님에게 인사합니다.
 
"어디로 모실까요?"
 
아그네스:(택시 기사에게 지도를 보여준다.) 여기로. 빠르게 가지 않아도 상관 없으니, 느긋하게 가 주게.
 
사람 좋은 택시기사는 당신의 얼굴을 알아본 듯 합니다만,
 
별로 중요한 문제는 아닙니다.
 
그렇게 만들 거죠, 아그네스?
 
아그네스:(마찬가지로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 있다.) 자네는 오늘 날 모시게 되어 정말로 영광이겠군. 그렇지 않나?
 
기사는 어렵잖게 이 흐름에 수긍합니다.
"물론입니다, 손님. 저희 OO 호텔은 항상 고객님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러고는 웃는 얼굴로 핸들을 잡습니다. 아까보다 동작에 격식이 생긴 것도 같아요.
 
아그네스:(그래, 보통은 이런 식으로 해결이 되니까 말이야. 생각하며 편히 등받이에 기댄다.)
 
그럼요, 정확히는 해결이랄 것도 없죠.
 
사람들은 맺어진 매듭을 푸는 것을 해결이라 하지,
 
바닷가의 모래성을 휩쓰는 것을 해결이라 부르지는 않습니다.
 
아그네스:.,.,.,.,
 
창 밖으로는 뉴욕의 풍경이 빠르게 스쳐갑니다.
 
번화한 도시 속, 각자의 물살을 타고 흘러가는 사람들의 모습.
 
아그네스:정말 멋진 풍경이야. 그렇지 않나.
피와 열기의 도시.
 
그 박동하는 혈관을 타고, 택시는 뉴욕의 대로를 달립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택시가 멈춰섭니다.
 
IT 회사, '오카수스'의 정문이 눈 앞에 보여요.
 
아그네스의 메일을 받았으므로, 당연히 셔터가 굳게 내려와 닫혀있는 상태입니다.
 
그들도 이제 경비원을 세우는 것은 별로 효과가 없다는 걸 압니다.
 
아그네스:(창 밖을 잠시 내다보더니) 오늘은 환대인원이 없군. (거울에 반사된 기사를 바라보며 미소짓는다.) 오늘은 수고했어. 정산은 평소처럼 호텔 측과 협의하게.
(그렇게 말하고 나면...마치 방문할 예정이 있었던 것처럼...아니, 이 회사의 오너라도 되는 것처럼. 한 쪽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 정문을 통과한다.)
 
택시 기사가 밝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고, 아그네스는 정문을 통과해 들어갑니다.
 
사람들이 바쁘게 오가야할 1층은 한산합니다.
 
그러나... 사고의 흐름을 읽을 줄 아는 아그네스에게는,
 
곳곳에 숨죽이고 있는 경비원들의 존재가 느껴져요.
 
경계, 불안, '그래도 사람을 해치지는 않잖아.' 하는 일말의 안도감.
 
아그네스:(뚜벅, 뚜벅. 마치 일부러 존재를 알리는 듯한 소리를 내며 로비를 통과하다가 정문에 우뚝 멈춘다. 엘리베이터 인근에 서 있는 -애써 태연한 척을 하는- 경비에게 눈짓을 보낸다. 그 정도로 안도한다면, 나를 최고 관리자에게 곧장 보내는 것이 안전할 거라는 것도 알고 있겠지. 눈을 접어 미소짓더니) 안내해.
 
사고는 거침없이 가장 안이한 방향으로 흐릅니다.
 
'그럼, 나를 여기에 세워둔 것은 안내를 맡기기 위함이겠지.'
 
'경비원이 소용없다는 걸 알면서 놔둔 게 무슨 이유겠어?'
 
'애초에, 내가 뭘 할 수 있겠어?'
 
경비원이 자연스레 입을 엽니다.
"죄송하지만, 현재 엘리베이터는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 손님이 오신다는 소식을 듣고 전력을 내렸거든요."
 
:"계단으로 모시겠습니다."
 
건물이 좀 높긴 하지만... 그것까지는 별 수 없는 일이겠죠.
 
아그네스:이것 참, 직원들의 퇴근 따위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 거군.
그래, 그 정도 수고는. (하며 앞장서는 경비원들의 사이를 따라간다)
 
경비원들은 착한 장난감 병정처럼 계단으로 앞장섭니다.
 
1층, 2층, 3층, 4층...
 
셔터가 닫힌 곳 앞에서는 무전을 켜고, 자연스레 아그네스에게 넘겨줍니다.
 
사람에게 목소리가 닿는 이상 그곳은 닫힌 문이 아닙니다.
 
'계단을 오르는 정도의 수고'만 감내하고 나면, 아그네스는 어느새 화려한 목제 문 앞에 서 있습니다.
 
경영자들의 인테리어 취향이란 참 일관적이네요.
 
아그네스:다음에는 이런 수고는 할 필요 없다고 할까봐. 서로 피곤하게... (고개를 숙여 목 뒤를 가볍게 긁고나면, 손가락을 까닥인다. 안내한 경비원들이 목제 문을 엶과 동시에 안으로 들어선다.)
아, 나의 오랜 친우, 챈들러! 한 번도 본 적은 없지만. 나를 기다리고 있었겠군.
 
의자에 앉아있던 중년인이 미간을 꿈틀거립니다.
 
챈들러:친우?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챈들러:대체 메일 하나로 방문 의사를 밝히는 법이 어디있지? 나는 바쁜 사람이란 말일세.
 
불만의 내용이 달라집니다. 이제 이 방 안에 당신을 공격하는 사람은 없어요.
 
무엇을 준비했나요, 아그네스?
 
아그네스:세상 사람 중 어디 자네만 바쁘겠나. 나도 이 세상을 바로잡느라 아주 정신이 없단 말이지. (경영자에게 손을 내밀면, 곧장 상대방의 핸드폰이 손 위로 올라온다. 그 핸드폰으로 방송사에 전화를 걸어 말하기를...) 전파 전환하게. 오늘의 쇼타임이야.
(그 후에는 핸드폰을 잘 세워서 맞은편에 있는 경비원에게 들려놓고 책상에 걸터앉는다)
 
챈들러:잊지 말라고, 자네. 아무리 손님이라지만 여긴 내 일터란 말일세. (그렇게 말하는 투는, 꼭 눈치없이 가게에 찾아든 친구를 탓하는 중년의 것이다.)
 
코트가 구겨지지 않았나 체크하는 것도 좋겠어요, 아그네스!
 
경비원이 손으로 신호를 줍니다. 연결되었다는 뜻이에요.
 
아그네스:(그 타박에 눈을 휘어 웃는다.) 알아, 알아. 그래서 바로 여기로 올라왔잖나. 자네의 소중한 일터를 해치지 않기 위해서. 금방 해결하고 갈 테니까... (비키게, 하고 가볍게 손짓을 하더니 경영자가 앉아있던 의자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카메라를 바라보며) 좋은 아침일세, 제군들. 다들 무료한 평일을 보내고 있나.
오늘은 오카수스일세. 자네들도 익히 알듯이, 전미...아니, 전 세계 직장인들의 생체 정보를 수집하는 곳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지. (가볍게 뻗은 두 발을 책상 위로 올려둔다.)
하지만 어째 회사를 지키려는 자가 하나 없으니 아주 고민이야. 이런 해이한 정신을 가져서야...내가 자칫 나쁜 마음이라도 먹어서 정보를 유출했으면 어쩌려고 이러나?
 
물론, 화면 너머에서는 대답이 돌아오지 않습니다.
 
일방향 소통, 한 방향으로 휩쓰는 물살에 답변이 돌아오는 것도 이상한 일이겠지요.
 
단지 중년의 기업가가 문득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을 뿐입니다.
 
챈들러:이보게, 아그네스. 바쁜 건 알지만 일찍 끝내야할걸. 내가 부른 손님이 하나 더 있었단 말일세.
 
아그네스:(마치 상대방의 답을 기다리듯, 올려놓은 손가락을 순차적으로 두드리다가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묻는다) 솜누스인가?
 
챈들러:매번 자네를 놓치기나 하는? (본래 그렇게 생각했는지, 조장된 불신에 휩쓸린 것인지.) 아니, 내가 불러두었던 것은...
 
그리고 그 때,
 
잠깐의 정적. 다음 순간, 군복을 입은 사람들이 문을 부술 듯 박차고 들어옵니다.
 
16명의 무장 군인이 순식간에 입구를 가로막고 섭니다.
 
행색을 보아하니 정부군 소속 이능력자 제압 부대원들이군요.
 
사장은 솜누스가 아닌, 국방부 측에 연락을 넣었던 모양입니다.
 
"방심하지마! 상대는 A등급 빌런, 후크다! 이능력에 대비해 전투 의지를 확고히 하도록!"
 
“제압 도중 사망해도 죄를 묻지 않겠다. 신변 확보를 최우선으로 해라!”
 
더구나 저렇게 과격한 명령이라니. 제압만을 원칙으로 하는 히어로들과는 차이가 두드러지는군요.
 
당신을 위협하는 군인들이 한 발짝, 그리고 한 발짝. 안쪽으로 밀고 들어옵니다.
 
아그네스:(들어온 자들의 행색을 보곤 눈썹을 살짝 들어올린다.) 난 안그래도 머리가 빨개서 피는 싫어하는데.
 
경계하되, 긴장하지는 맙시다. 인간이 상대인 이상 키는 늘 당신의 손에 있으니까요.
 
아그네스:카메라맨, 저들도 방송에 내보내줄까.
 
경비원이 순순히 방 한 쪽으로 물러납니다.
 
이제 방 안의 풍경이 화면에 넓게 들어올 겁니다.
 
아그네스:그리고 자네들은... ... (침음을 내며 천천히 포위를 좁혀오는 군인들을 바라본다. 이윽고... ...거대한 물결이 그들의 머릿속을 휩쓸어냄과 동시에 동공이 수축한다.) 멈춰.
 
출항의 시간입니다, 캡틴!
 
이능력 다이스를 굴려주세요!
 
아그네스:
캡틴 Roll
기준치: 90/45/18
굴림: 7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아무리 험악한 의지라 해도, 밀려드는 파도 앞에서는 속절없이 허물어집니다.
 
당장이라도 방아쇠를 당길 것 같던 16명의 군인이 동작을 멈춥니다.
 
그 모습이 한편의 부조리극처럼 보이기도 해요.
 
아그네스, 이후 군인들을 상대로 한 모든 판정에 2개의 보너스 다이스를 받습니다.
 
공격하겠어요? 아니면 탈출할 길을 찾아볼까요?
 
아그네스:날 붙잡아두고 싶다면 조금 더 내가 혹할만한 게스트를 부르게. 이래서야 자네들의 나약한 의지를 세계에 보이는 꼴 밖에 더 되나? (생방송 중에 공격은 지나치지. 하지만... ...) 오늘은 헬기 좀 빌릴까. (그 발언을 내뱉음과 동시에, 경영진이 이용하는 옥상 헬기장 엘리베이터로 향한다.)
 
그럼요. 빌런의 악행이 컨텐츠가 되는 시대,
 
무해한 이미지를 유지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당신은 알고 있습니다.
 
옥상으로 향합니다. 고층 빌딩의 꼭대기답게 세찬 바람이 불어오네요.
 
...
 
아니, 이건 이미 옥상에 근접해 있는 헬기에서 불어오는 바람입니다.
 
그 헬기의 문을 열고 거침없이 뛰어내리는 인영이 하나.
 
SCENE 02# Special necklace
 
이졸데:사살? 미쳤어?
내가 댁들 실적 세우라고 그 개고생을 한 줄 알아???
 
오늘의 특별 게스트가 등장했습니다.
 
아그네스:(유려하게 미소를 짓던 낯에 찰나의 열기가 스쳐간다. 그와 동시에 걸음을 멈추며 상대방을 마주하더니) 이졸데 데미우스.
 
이졸데:그렇게 부르면 좀 봐줄 것 같냐? (이를 꽉 깨물고 장갑 낀 주먹을 털어낸다. 다른 임무 중 급하게 뛰어온 것마냥 벌써부터 옷이 지저분하다.) 후...
그래... 솜누스를 한 번 파산시켜보시겠다...
 
이졸데가 옥상의 돌멩이 하나를 발로 쳐올립니다.
 
귓가를 아슬아슬하게 스쳐나가는 소리가 총알 못지 않게 위협적이네요.
 
이졸데:넌 뒤졌어, 아그네스!!!
근데 쟤들한테 쟤들한테 뒤지면 안 되지!!!!!
 
라는 말처럼, 어이쿠.
 
간신히 이능력에서 벗어난 무장군인들이 엘리베이터를 통해 올라옵니다.
 
앞에는 히어로, 뒤에는 총을 든 군부대.
 
아그네스:(귓바퀴를 베어버리듯 스치는 위협적인 소리에 잠깐 고개를 비틀었다가, 앞뒤를 둘러싼 포위망에 크게 소리내어 웃는다) 이거 너무하군. 나는 전투로 따지자면 일반인인데.
전문가가 열 아홉이나 덤빈다 이거지.
 
이졸데:저 자식은 개소리가 능력이라 개소리 말라고도 못하고, ...
 
아그네스:(헤죽)
 
먼저 행동에 나서는 것은, 자존심이 잔뜩 상한 듯한 군인들.
 
방아쇠를 당기는 소리가 동시다발적으로 울립니다.
 
*회피!
 
아그네스:
회피
기준치: 40/20/8
굴림: 308923
+2: 보통 성공
+1: 보통 성공
  0: 보통 성공
-1: 실패
-2: 실패
(군인들이 사격 자세를 일제히 취하는 것을 확인한다. 이래서 군인들은 안된다니까. 각이 너무 잘 잡혀있잖아. 아예 이졸데에게서 등을 돌린 채 군인들에게 선포한다.) 일반인을 쏘다니 제압이 지나치군.
 
군인들의 손이 움찔, 떨리며 빗나간 궤적을 그립니다.
 
16발의 총알은 아그네스를 지나쳐,
 
몇 발은 허공으로, 몇 발은 이졸데에게로 향하는군요.
 
이졸데는 피하지도 않고 그 자리에 서있습니다.
 
이졸데:도움 안 되는 건 이해하겠는데,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손을 대강 휘두른다. 사람의 살이 아니라 철골에 부딪히는 듯한 소리와 함께 총탄이 비산한다.)
적어도 빌런이 아니라 히어로한테 총을 쏘는 사태는? 피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그 꼬라지로 사살은, 지랄한다... (히어로 0점 대사.)
 
아그네스:히어로로선 0점 대사인데, 자네는 항상 인기가 많더라고.
 
이졸데:제발입좀다물어...
 
그러나, 군인들에게도 마지노선이 있습니다.
 
아그네스:그럼 자네가 좀 예쁘게 봐 주나?
 
총알은 빗겨나갈지언정, 16명은 빈틈없이 출구를 막고 도열한 상태.
 
그것을 보고 있으므로 이졸데도 그리 급하지 않습니다.
 
아그네스:(흠잡을 곳 없군, 저걸 처리하다간 앞에 있는 이졸데가 문제다. 그럼 바깥으로...? 하지만 나를 잡을 정도로 날아오르기엔 충분치 않겠군. 눈을 천천히 굴리며 상황을 재다가)
자네가 왔다는 건...
나를 죽이고 싶지는 않다는 뜻이군.
 
이졸데:그래.
쟤들은(군인을 턱짓한다.) 죽이는 게 꿈인 모양인데, 존나 당연하지만, 내가 먼저거든.
진짜로 죽을래, 죽도록 맞을래.
골라.
 
아그네스:(천천히 뒤로 물러난다. 난간 방향으로.) 만약 내가 먼저라면?
 
이졸데:...(잠시 고개를 들어 푸르른 하늘을 본다. 존나 맑네, 빡치게...)
그럼 죽어보셔야지.
 
그러곤, 당신에게로 순식간에 도약합니다.
 
이졸데:좀 튼튼하게 태어나지 그랬냐?
그래야 안심하고 죽여보는 건데...
근접전(격투)
기준치: 85/42/17
굴림: 5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아그네스:(하늘 위로 솟구치는 듯한 이졸데를 바라보는 순간이 느려보이던 순간, 뜻 모를 미소를 짓는다.) 그래야 자네랑 내 반칙이 맞지.
 
뻗어온 손은, 어라.
 
아그네스를 타격하는 대신, 멱살을 잡아채어...
 
...그대로 난간 밖으로 이끕니다.
 
지금 본인은 튼튼하다고 같이 떨어질 속셈인건가요?
 
이 미친 상황을 피하고 싶다면 *회피(보너스 다이스는 없습니다)
 
아그네스:(몸이 훙, 공중으로 날아오르더니... ...) 난 정말로 떨어질 생각은 없었는데.
(그러나...이졸데를 딱히 피하진 않았습니다)
 
이졸데:내가 31년 내내 너한테 가르치고 싶었던 게 있는데 말이다... (훙, 불어오는 바람이 머리카락을 사정없이 흔든다. 팔로 목을 콱 감아쥔다.)
인생은 원래 생각대로 안 돼.
 
올라갈 때는 그렇게 힘들었는데,
 
내려가는 것은 순식간입니다.
 
데미지를 좀 줄여보려면 *도약
 
아그네스:
도약
기준치: 20/10/4
굴림: 80
판정결과: 실패
 
그리고 무시무시한 충격.
 
이졸데는, 딱 도자기 인형같은 아그네스가 버틸 수 있을 정도로만 충격을 흡수해준 게 분명하군요.
 
언제 이렇게 불친절한 기사가 됐는지 모를 노릇입니다.
 
아그네스:윽, (뼈 안쪽을 울리는 충격에 눈 앞에 까맣게 모였다가 천천히 흩어진다.) 중추가 부러진 것 같은, 데...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잠깐, 이마에서 피나는 것 같은데요?
 
그러나 히어로는 사정을 봐주지 않습니다.
 
이졸데:네가 그렇게 나가고서 괜찮은 힐러가 들어왔거든?
없는 중추도 만들어줄 거다.
 
아그네스:아, 그렇게... ... (정신도 생각처럼 돌아오지 않는군, 영 방향감각이 돌아오지 않는 시야를 치뜬다)
 
이졸데는 그대로 당신의 목을 잡아채 바닥으로 내리누릅니다.
 
아그네스:컥,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두 사람을 둘러싸고, 당황한 시민들이 웅성웅성...
 
사진 찍는 기자들의 플래시 소리가 찰칵찰칵...
 
내일자 신문 1면은 따놓은 당상입니다.
 
이졸데에게 납작꿍 깔린 사진이겠지만...
 
아그네스:... ..자네...또 까먹은 게 있는 모양인데... ...
 
이졸데:뭐.
 
아그네스:내 신체 능력은... ...정말로, 일반인 수준이거든... ... (연이은 충격으로 정신이 아득해지는 와중에도 끝까지 말을 잇다가, 묵을 짓누른 이졸데의 팔을 잡고 있던 손에 서서히 힘이 풀리기 시작한다.)
 
이졸데:(아주 오랜만에, 어쩌면 돌아온 이래 처음으로, 웃는 것 비슷한 표정이 된다. 입가만 비틀려 올라가는 것도 웃음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내가 그걸 잊었으면 7층에서 떨어지고도 이렇게 멀쩡한 꼴이었을 것 같냐?
 
철컥.
 
손목 대신, 목 언저리에서 차가운 금속성 소음이 울립니다.
 
목을 죄는 서늘한 냉기와 함께, 당신에게서 흘러나가던 물살이...
 
어쩌면 의지가, 단단한 벽에 가로막히듯 갇히는 것이 느껴져요.
 
어라, 이거 설마... 아침에 읽었던?
 
이졸데:이능력 구속구의 1번 사용자가 되신 소감이 어때?
 
아그네스:(일순간에 찾아온 정적. 이게 정적인가? 웅성거리던 소음이 잦고 이졸데의 음성만이 명징하게 귀에 때려박힌다. 뒤이은 표정은 비탄이나 분노가 아닌 놀라움.) ... ...조용해.
(그 말을 끝으로, 버티고 있던 시야마저 아득해진다.)
 
완전한 정적.
 
그리고 어떤 종류의 적막은 잠을 불러오기 마련입니다.
 
아득한 고통, 시끄럽지 않은 어둠 속으로 시야가 잠겨듭니다...
 
람람 (GM):지금부터 구속구에서 벗어날 때까지, 아그네스는 일반인보다 전투에 숙련되었을 뿐인 비능력자입니다.
구속구를 해제할 때까지 이능력 다이스 및 이능력 특수 룰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
 
...
 
SCENE 03# Creature?
 
깜빡.
 
그리고 눈을 떠보면, 이곳은 솜누스 내부의 '취조실' 입니다.
 
아그네스는 이능력 특성상 자주 방문했던 장소일지도 모르겠어요.
 
철제 테이블에 연결된 수갑이 한 쪽 손목을,
 
손목 없이 비어있는 팔은 등 뒤로 돌아가 고정되어있습니다.
 
거기다 당신의 목을 옥죈 초커 형식의 구속구도 여전합니다.
 
취조실은 원래 삭막한 곳이었죠. 주변을 둘러보아도 [취조실 창문]과 테이블 위에 놓인 [서류철] 정도가 전부입니다.
 
손을 잘 뻗어보면 서류에 닿을 것도 같은데요.
 
아그네스:(천천히 정신이 들기 시작하지만, 아무래도 또렷하지는 않다. 조용해서인가? 계속해서 잠이 밀려오는 듯한...그럼에 도 눈을 끔벅인다.) 의수까지 가져가다니. 그건 내 보조기구인데 말이야.
(테이블과 연결된 손을 움직여 서류철을 슥 끌어다본다)
 
그래도 좋은 소식. 경추 골절(골절이었다면)은 말끔히 치료해준 것 같습니다.
 
서류철을 슥 끌어와 살펴봅니다. 표지에 이라는 도장이 큼직하게 찍혀있네요.
 
표지에 [TOP Secret]이라는 도장이 큼직하게 찍혀있네요 ^^);
 
이러면 열어볼 수 밖에 없지. (그렇지?)
 
아그네스:(이러면 열어볼 수 밖에 없지. 게다가... ...나는 6년 전만 해도 이런 걸 전문으로 다뤘다고.)
(애초에 그 어떤 의문도 없이 열어봤다)
 
팔락. 거의 직업적인 손길로 서류철을 열어봅니다.
 
맨 윗줄부터 [크리처]에 관한 정보가 적혀있네요.
 
[최초 출몰은 7일 전. 출현 경위 미상. 현재까지 파악된 유효한 약점 없음.]
 
[도시 외곽의 폐건물을 근거지로 추정.]
 
...
 
이 짧은 세 줄이 전부입니다.
 
기밀문서라고 하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적혀있는 내용이 빈약하기 짝이 없네요.
 
아그네스:신문과 다를 바가 없군. 도장 찍기엔 좀 민망하지 않나? 아무리 미리 찍은거라 한들. (서류철을 탁, 덮으며 취조실 창문을 바라본다.) 다 봤는데.
 
다 봤는데. 언제까지 아그네스를 혼자 둘 셈인 걸까요?
 
창 밖에서는 나이가 지긋한 중년의 히어로와, 이졸데가 심각한 얼굴로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취조실 창문은 두꺼운 편이라 내용이 잘 들리지는 않아요.
 
*듣기?
 
아그네스:
듣기
기준치: 50/25/10
굴림: 91
판정결과: 실패
(먹먹...)
(조용한거 조아)
 
조용한 거 조아.
 
대부분의 사람은 입보다 마음이 더 시끄럽기 마련이거든요.
 
취조실은 아주 적막하고 좋습니다. 간간이 '정부에서, 지원은, 혼자'...
 
그런 단어들만 얼핏얼핏 들리는 정도네요.
 
아그네스:(헤죽, 하고 웃어뵈기만 한다)
 
두 사람이 시선을(어쩌면 미소를!) 느낀 듯 이 쪽을 돌아보고,
 
곧 취조실 안으로 들어섭니다.
 
이졸데는 문간을 지키듯이 서고, 옷매무새를 가다듬은 중년 여성이 당신의 맞은편에 앉는군요.
 
한 때 당신의 상관이었던 솜누스의 본부장임을 알아볼 수 있습니다.
 
본부장:오랜만이지, 아그네스 로페즈.
방송인 생활은 할만하던가?
 
아그네스:후원이 좀 적은 것 말곤 괜찮다네. 이거야 원, 벌어먹고 살기 힘든 케이블을 해킹할 수도 없고 말일세.
 
본부장:(쯧, 혀를 차며 담배에 불을 붙인다.) 남의 살림 신경쓸 줄 아는 놈이 솜누스로 들어오는 후원을 죄다 끊어버리려고 드나?
지금 연구부에서 자네 뼈를 갈아마시려고 얼마나 벼르는지 모를거야. 그 쪽 예산이 제일 먼저 줄었거든. 뭐...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네.
크리쳐 사태에 대해 아는 것이 있나?
 
아그네스:그러게 평소에 행동거지를 잘 했어야지... (짧게 하품을 하더니) 음, 그거?
(씨익 웃어보인다)
 
본부장:내 부하들은 빌런에게 행동거지를 지적받을 정도로 허투루 살지 않았네만. (무뚝뚝하다.)
아그네스 로페즈. 자네는 위험성이 지나치게 높은 빌런이지. 법정에서 그 능력을 쓸 수 있었던 시절이면 모를까, 구속구가 개발된 지금 자네를 햇빛 아래 두고 싶은 기업인은 별로 없을 거야.
넷블랑에 대해선 들어봤겠지. 해저 3000M에 위치한 이능력자 수감소.
거기서 인생을 종결하고 싶지 않다면 순순히 아는대로 불게. 감형 정도는 시켜줄테니.
 
이졸데:(해저, 라는 단어에 티나지 않게 미간을 찌푸린다. 묵묵히 지켜본다.)
 
아그네스:거긴 보수를 주기적으로 해서 시설이 아주 좋다던데...
(사실 아는 것은 없지만, 몇몇 빌런들을 만났을 적에 들은 얘기가 있을까?)
 
빌런들을 만나서 들은 이야기에 의하면...
 
그 쪽도 별다른 소득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빌런들이 돌아다니는 뒷골목 쪽이 더 피해가 큰 편이었죠.
 
대로는 히어로들의 보호를 받지만, 빌런의 영역에서는 공권력에 호소하는 사람도 없으니까요.
 
크리처의 습격으로 자주가던 술집 하나가 무너졌던 것 정도나 기억이 납니다.
 
아그네스:함께 일했던 정이 있으니, 내가 솔직하게 말해주지.
(천천히 등받이에 몸을 기댄다)
몰라.
 
본부장:......
 
아그네스:진짤세.
 
본부장:체면치레는 않도록 하지. 우리가 괜히, 크리처 진압만으로도 버거운 와중에 자네 쪽으로 A급 히어로를 파견했겠나?
남의 머리를 헤집을 수 있는 빌런은 자네가 유일하니까. 그 입에서 나올만한 정보가 있을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일세.
다시 묻지. 정말로?
 
아그네스:(눈을 끔벅, 끔벅...느리게 감았다 뜨더니 말을 잇는다)
자네들도 알겠지만... ...
빌런들의 욕망은 투명하고 진부해.
그런 건 굳이 읽을 필요도 없고, 재미도 없고...
정말일세. 적어도 그런 크리쳐를 조종할 수 있는 단독 활동 빌런은 없어.
 
본부장:......
 
본부장은 테이블에 담배를 거칠게 비벼 끄고는,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본부장:그래. 내가 시간낭비를 했군.
빌런을 수감소로 이송하도록 하게. 이후에는 곧바로 임무를 수행해주도록.
 
뒷말은 물론, 이졸데를 향한 것입니다.
 
본부장이 취조실을 나서고 나면,
 
방 안에는 두 사람만이 남아있습니다.
 
이졸데:...... (뒷짐을 진 자세 그대로 내려다본다.)
(할 말이 있으면 해보라는 듯.)
 
아그네스:거기 가면 1인실 주나?
 
이졸데:그래. 네가 6인실 쓰고 싶다고 뒤집어자빠져도.
누가 정신계 빌런을 다인실에 가두겠냐?
(그리고 다시 침묵.)
 
아그네스:그럼 자네 혼자 그 크리쳐를 상대하러 가겠군. 그런가?
 
이졸데:(긴 한숨을 쉰다. 낯은 무뚝뚝해도 속이 복잡한지...)
야.
나한테 할 말이 그것 밖에 없어?
 
아그네스:(쓱 미소만 지었다가) 잘 지냈냐는 말은 이미 자주 물었잖나.
 
이졸데:난 개소리는 말로 안 쳐준다고 했을텐데. (거의 꽉다문 잇새로 내는 소리다.)
뭘 말해줄까, 네 장례식에 몇 명이나 왔는지?
 
아그네스:그보다는... ...아, 그래. A급 된 거 축하하네.
자넬 단독으로 만날 수 있어서 얼마나 기뻤는지.
 
이졸데:...아그네스 로페즈.
넷블랑에 수감하겠다는 게 빈말 같냐, 너는? 본부장님은 형량 부풀려 말해서 잔챙이 겁주는 부류가 아니야.
(철제 테이블, 종이, 카메라. 그것만 놓인 취조실에서 소금냄새가 나는 것 같다. 표정이 구겨지지 않게 이를 깨문다.) 아는 게 있으면 지금이라도 불어.
 
아그네스:바다 밑이라면 질리도록 돌아다녔다네, 이졸데,
배에 올라타 바다의 피부를 보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지.
 
이졸데:그래서.
아예 집짓고 사시겠다?
 
아그네스:방법이 있겠지.
하지만 나는 자네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
빌런들을 이끌고 있지도 않고, 내가 통제할 수도 없는 수상쩍은 생물에는 더더욱 관심이 없다네.
 
이졸데:그건 알아. (철제 테이블에 손을 짚는다. 정확히는, '짚으려다가' 힘조절에 조금 실패한 듯...)
 
아그네스:(구겨지는 거 본다)
 
이졸데:...(아차한 티를 내지 않으려 애쓴다. 비품비 어쩌지.)
관심없어도 귀에 들어오는 게 있지 않을까 했던 거지. 그보다 넌,
진짜, 인간이란 게 나한테 할 말이...
 
이졸데는 말을 잇다 말고, 벽에 걸린 시계에 잠시 시선을 둡니다.
 
실랑이를 하는 새에 제법 시간이 흘렀군요.
 
무뚝뚝한 낯에 짧은 고민이 스치고, 이졸데가 방을 걸어나갑니다.
 
...
 
그리곤 창문 너머에서 버튼 몇 개를 조작하고,
 
다시 안으로 들어와 문을 닫습니다.
 
이졸데:...(천장을 본다. 지랄맞다, 내 신세. 친구라는 것도 이 모양이고, 숙적이라는 것도 이 모양이고.)
...그래, 됐다.
어차피 감옥에 가면 남아도는 게 시간일텐데.
...그 중에 몇 시간만 나한테 버려.
 
SCENE 04# Secret proposal
 
아그네스:몇 시간? (의외의 말에 눈을 끔벅인다)
 
이졸데:뭐... 가서 뒤지면 평생이 되겠지. (험악한 단어지만, 과장이 없는 어조다.)
 
아그네스:가서?
 
이졸데:빌런 자칭하는 놈한테 하긴 웃긴 소린 거 아는데.
나한테 협조해라. 지금 세계가 위험해.
(그러곤 의자를 끌어다 앉는다. 본부장이 앉았던 그 자리.)
 
그렇게 마주 앉으면, 아그네스는 기억해낼 수 있습니다.
 
취조실의 바깥에는 내부 CCTV를 다루는 기기판이 있다는 걸요.
 
방금 전의 이졸데는 이 방의 CCTV를 끄고 돌아온 모양입니다.
 
이졸데:참고로 제안이 아니라 협박이다.
 
아그네스:(히어로로서는 용납되지 않는 말일텐데. 그렇게 생각하면 이졸데가 밖에서 무엇을 하고 왔는지 알겠다. 눈썹을 살짝 비대칭으로 비틀며) 나의 안위는 자네가 보장해주나?
 
이졸데:찰흙 인형 다루듯이 해주지. (비슷한 모양새로 눈썹을 까딱인다. 오래 지내다보니 옮은 습관이다. 자각은 못해도.) 위험한 곳이라 장담은 못하지만.
 
아그네스:그럼 자네의 안위는?
 
이졸데:그거 챙겨보겠다고 머리 굴리고 있잖아.
...내 임무는 널 넷 블랑으로 이송하고, 어떤 건물을 탐사하는 거야. 다들 크리처 진압에 차출되어서 파견 인원은 나 혼자. 애초에 본부장님이랑 국방부, 나 정도만 알고 있는 극비 임무지.
 
아그네스:(그 말에 빙그레 웃는다. 딱히 대책도 없는 돌발행동. 이것조차 옮은건가, 생각해도 영 그답지가 않다.) 그래, 자넬 도와주지. 일일 간수 씨.
 
이졸데:보상이니 뭐니 귀찮게 굴 줄 알았는데? (눈썹을 까딱인다.)
빼돌려주겠다는 건 아냐. 탐사하고, 다시 목걸이 차고, 여기로 돌아온다. 이송 전에 산책이나 한다고 생각해. 대신...
...본부장님께는 내가 말씀드려주지. 나가신 후에 뒤늦게 쓸만한 정보를 내놓았다고. 그럼 넷블랑 정도는 피할 수 있을걸.
 
아그네스:보상 같은 건 내가 알아서 챙기지. 이미 생각해 놓은 참이거든.
자넬 돕는 이유는... ... (흐음, 하고 고개를 기우뚱 기울인다)
...자네랑 오랜만에 산책을 하고 싶어서인 것 같아.
위험천만한 산책?
 
이졸데:그래라, 진짜. 철이라곤 서른먹도록 하나도 안들어가지고... (그러면 이건 내 몫의 보상인가보지. 뒷말은 짜증난 표정으로 내리누른다.)
(이졸데는 자기인식이 잘 되는 축의 사람이라, 이 얼굴을 두 번 해저에 처박진 못하겠다는 발악이 어느 정도의 비중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 자리에서 일어난다.)
 
아그네스:이졸데. (그를 잠시 부른다)
 
이졸데는 그대로 테이블에 연결된 수갑과, 왼팔을 돌려묶은 밧줄을 장난감처럼 뜯어냅니다.
 
이졸데:뭐.
 
아그네스:내가 해저에서 3년 옥살이 하고 나오기 vs 지상 감옥에서 종신형 살기.
 
이졸데:낙관적인 거 봐라...
네가 3년형 정도로 나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이 근거없는 자신감을 어쩌지? 하는 표정으로 손목을 꽉 잡는다.)
더 지체할 시간 없으니까 바로 움직이자고. 원래 넌 지하를 통해서 국방부 관할 수용소로 이송되어야하지만,
 
아그네스:아, 혹시 내 의수도 가져와주나?
 
이졸데:작전지로 가려면 4층을 통해야해. 취조실이 2층인 건 기억하냐?
...
 
아그네스:떨어트렸는지, 뺏겼는지.
 
이졸데:(꿀밤꽝)
 
아그네스:(건강굴릴게요)
건강
기준치: 80/40/16
굴림: 3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찰흙인형은 견뎌낸다
 
아그네스:(과장되게 테이블에 머리를 박는다)
 
이졸데:빡치는 소리 좀 하지마...
그럴수록 네 목숨만 위기인 걸 아직도 모르나본데... (질질 끌고감)
여하튼, 3층에서부턴 사람들 눈에 안 띄는 게 좋아. 임무에 대해선 가면서 설명하지.
 
SCENE 05# Sneak Out
 
아그네스:그래, 그래, 귀기울여 듣지. (질질 끌려가며 휘청휘청...겨우 중심을 잡은 채로 따라간다)
 
바야흐로, 히어로 본부 탈출작전의 개막입니다.
 
2층
 
취조실 문을 열자마자 곧장 말끔한 복도가 이어지는군요.
 
이졸데와 함께 임시수감실, 행정실, 보안실, 통제실 등의 팻말이 붙은 문들을 지나칩니다.
 
이 또한 아그네스에게는 그리 낯선 풍경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인원이 차출되었다는 게 정말인듯, 복도는 한산합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요.
 
이졸데:뭐부터 물어볼래. 한 번에 하나. (주위를 적당히 경계하며 걷는다.)
 
아그네스:좋아, 그럼 첫 번째.
확인된 괴물의 위력은 어느 정도지?
내 기준으로.
 
이졸데:(질문을 받고...)
(노골적으로 위아래로 훝어본다. 근력의 증감을 가늠해보듯...)
 
아그네스:(히어로 때보다 조금 더 말랐음)
 
이졸데:네 시원찮은 내구도로는 상당히 위험하지.
개체별로 크기 편차가 제법 큰 편이고. 몸이 단단하니 대충 꼬리로 후려치기만 해도 피해가 커.
 
아그네스:자아가 있는 걸로 보이나? 혹은 조종자가 있을 거라는 근거 있는 추측이 나온 전적은?
 
이졸데:TOP screat 파일 읽는 거 다 봤거든? 여기서도 정보가 많은 편은 아냐. (쯧, 소리를 내며 앞머리를 쓸어올린다.)
정신계통 능력자의 증언에 따르면, 일단 능력 자체는 먹히는 걸로 추정. 그러니까 널 잡아가고 있겠지.
 
아그네스:난 또, 나한테 보여주려고 놔뒀다가 뭔가 숨기는 줄 알았지. (장난스레 웃더니 금세 정신이 바짝 차려진 듯 이졸데 옆을 나란히 걸어간다) 하지만 인간에 비해 힘은 들겠군.
(살짝 턱을 들어올린다. 목에 채인 구속구를 보이듯.) 이걸 푸는 방법은?
 
이졸데:특수제작된 해제용 키가 따로 있지. (눈썹을 까딱한다.) 내가 솜누스 내에서 풀어주는 건 기대도 하지마라.
인간이 이렇게 많은 곳에서 무슨 사단을 내려고. 작전지에 도착하면 풀어주지. 임무 수행하는 동안에만.
 
아그네스:자네 말은 잘 듣는 얌전한 가 되려고 했는데. (우리가 예전에 했던 농담처럼...하는 말은 붙일까? 하다가 말았다)
그럼 마지막 질문.
자네의 작전은?
 
이졸데:내가 하달받은 임무는, (손목을 움켜쥐지 않은 쪽 손을 들어올린다. 손가락을 접는다.) 하나, 크리처의 근거지로 추정되는 폐건물까지 이동한다.
둘, 최대한 다수의 크리처를 섬멸한다.
셋, 수집할 수 있는 정보가 있다면 가져올 것.
작전은, (다시 손가락을 편다.) 하나, 작전지까지 간다.
둘, 내가 크리처를 쥐어터트린다.
셋, 니가 정보를 수집한다.
 
이졸데:넷, 임무 끝나면 널 적당한 지상감옥에 집어넣는다.
(질문? 하듯이 눈썹을 까딱인다.)
 
아그네스:명료하군. 없어. (이런 작전이 잘 먹히는 편.)
…흠, 아니. 하나 더.
자네가 위험에 처하면?
거대 개체를 만나게 된다거나.
 
이졸데:(잘 먹히는 것을 안다. 히어로였을 시절에 둘이 세우던 작전도 죄다 이 모양이었을 것이므로.)
...지원은 기대 못해. 언론에는 안 나갔겠지만. (이 대목에서는 시선을 돌린다. 표정이 가라앉는다.) ...이 인력난이란 게 보통 수준이 아니거든.
최선을 다해보자고. (계획을 세울 수 없는 종류의 일이므로, 결국 남는 것은 각오뿐이다.)
 
두 사람은 어느덧 2층 비상구 앞에 다다릅니다.
 
본부를 몰래 빠져나가는 와중에 엘리베이터를 사용할 수 없는 건 당연한 일이죠.
 
아그네스:(작전 하나, 이졸데를 돕는다. 끝. 간단하군. 이런 생각을 하며 비상구 앞에서 살짝 귀를 기울인다.)
 
...
 
계단을 오가는 발소리는 없습니다.
 
그러나 윗층에서부터 희미한 대화소리 같은 게 들려요.
 
이 위부터는 사람이 있는 층. 조심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아그네스:누가 비상계단에서 은밀한 회담이라도 하지 않도록 신속하게 가야겠군.
포착하면 포착하는대로 좋지만.
 
이졸데:인생에 재밌을 게 많아서 좋겠다, 진짜! (목소리를 잔뜩 낮춰서 짜증낸다)
 
3층
 
아그네스:자네도 재밌는 걸 많이 찾을 수 있을걸세. (진심인 목소리)
 
히어로들을 위한 휴게공간이나 상담실, 의무실 등. 복지와 치료에 관한 시설이 모여있는 곳입니다.
 
이곳에서는 간간이 사람이 오가는 발소리가 들리는군요.
 
이졸데:내 인생의 재미는, (절반 정도는 니가 바다 밑에 처박았을걸. 말하려다가 만다. 이런 건 농담조로 말해야지, 진짜 울분이 실리면 분위기 싸해진다.)
안 걸리게 조심이나 해. 여기까진 대충 둘러댈 수 있겠지만...
 
아그네스:그러게 내가 햇빛도 좀 쐬고, 사람도 좀 만나라고 했잖나? 아, 그래.
(잘못한 표정을 짓는다)
이러면 좀 반성하고 끌려가는 것처럼 보이나?
 
이졸데:......
(왜 잘하지? 빡치네...)
 
혼자 씅이 난 이졸데와 함께 조심조심, 복도를 가로지릅니다.
 
아그네스:(시무룩…)
(한 척만한다)
 
긴 복도를 절반쯤 지나왔을까요?
 
반대편에서부터 두엇 정도의 발소리가 들립니다. 이런, 숨어야해요!
 
*민첩?
 
아그네스:
민첩
기준치: 80/40/16
굴림: 3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졸데:
민첩
기준치: 80/40/16
굴림: 1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아그네스:(크지만, 민첩했다.)
(자네는 진짜 쩌네)
 
이졸데:(이능력 쓴 것 같은 몸짓)
 
크지만, 민첩하게!
 
아그네스는 활짝 열려 있던 상담실 문 뒤의 공간에 재빠르게 숨었습니다.
 
이졸데는 그보다 빠르게 화장실 안 쪽으로 몸을 숨기는군요.
 
몸을 숨긴 채로 사람들이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자면, 걱정스런 대화소리가 들려옵니다.
 
아그네스:(문에 몸을 바짝 붙이고 사람이 지나가는 소리를 듣는다)
 
"어제 광장 쪽에 출몰한 크리쳐를 막다가 히어로 M씨와 J씨가 순직했다고 했지."
 
"사상자도 벌써 두자릿수인데, 보도를 언제까지 통제할 수 있을런지...”
 
“...이젠 사이드킥을 일선에 투입하는 방안도 고려해봐야....”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복도 저편으로 멀어져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졸데가 다가와 다시 손목을 잡아끕니다.
 
아그네스:… (눈썹을 살짝 비틀고…소리가 멀어지자마자 이졸데에게 바짝 붙어가며 속삭인다.) 두 자릿 수? 그런 말은 없었잖나.
 
이졸데:...대부분은 히어로, 아니면 사이드킥이지. (순순히 따라오고 있는 걸 알면서도 부러 앞장서서 걷는다. 표정이 어두워지니 자존심이라도 챙기자.)
내가 인력난이라고 말했잖아. 태평한 상황이 아냐. ...이능력을 통한 공격이나 간신히 먹히는 상대인데, 히어로가 이 정도 속도로 줄어들면 끝은 뻔하지.
 
아그네스:(상황이 이렇게 심각하면…하고 운을 떼려다가 뒤에 덧붙일 말을 찾지 못해서 그만둔다. 날 찾아왔어야지? 그런 말을 할 수 있을리가 없지.) 뺀질대며 뻗댄 게 조금 성과가 있었군.
자네를 혼자 사지에 보내지 않는다는 점일까.
 
이졸데:...(고개 돌린지 얼마나 됐다고 다시 빤히 쳐다본다. 기가 막힌다는 표정.)
상황이 이 모양인데 전직 히어로라는 인간이 솜누스 밥줄 끊을 궁리나 하고 있고. (물론 기가 막혔던 부분은 이게 아니지만.)
 
아그네스:(왜? 하듯이 눈썹을 들어올린다)
자네들이 뭘 좀 알려줘야 말이지.
 
이졸데:...시민들이 불안해하니까.
(아직 보도도 제대로 되지 못한 순직. 두 명의 히어로를 생각하며 다시 걷는다.)
 
아그네스:그래서 시민에 속하는 후원자들에게도 별 다른 말이 없었던거군.
솜누스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기 전에 일을 처리하자… … (그러더니 뭔가 건수를 잡은 표정으로 괜히 이졸데에게 붙어본다)
 
이졸데:이제 좀 상황의 심각성을... (말하다 말고 고개를 돌려 쳐다본다. 약속이나 한듯 이번엔 이쪽이 눈썹을 까딱인다.) 왜?
 
아그네스:아그네스 로페즈에게 솜누스의 존속을 맡긴다?
(씨익…)
 
이졸데:..................
.....................................
꿀밤 참기 Roll
기준치: 10/5/2
굴림: 77
판정결과: 실패
 
아그네스:(아 ㅋ)
 
이졸데:(꽝!)
 
아그네스:(건강해볼게요)
건강
기준치: 80/40/16
굴림: 4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삶은 그리 쉽게 기절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아그네스:(또 과장되게 넘어지는 척 한다)
 
이졸데:적당히 까불어라, 적당히. (말버릇.)
 
아그네스:그게 됐으면 자네가 꿀밤을 단련할 일도 없었겠지.
내가 유난히 정수리만 발달한 것도…
 
이졸데:정수리로 꽂아버렸으면 7층에서도 무사했을지 모르겠는데...
 
아그네스:아무리 그래도 그건 죽어.
죽는다네, 이졸데.
 
막간의 대화를 나누며 두 사람은 다시 비상계단 앞에 섭니다.
 
이졸데:해봐야 할지.
사람이란 게 어지간해선 안 죽더라고.
 
4층
 
솜누스의 연구시설이 밀집되어있는 층입니다.
 
적체된 물건이 많아, 천장까지 닿는 높이의 캐비닛이 복도를 따라 늘어서있군요.
 
여기저기서 기계음과 공구가 돌아가는 모터 소리. 찰칵거리는 키보드 소리가 들립니다.
 
아그네스:가장 먼저 예산이 줄어든 게 연구 파트라던데, 그런데에 비해선 구속구가 상당히 일찍 만들어졌군 그래.
 
이졸데:그야...
연구부에서 누굴 가장 잡아족치고 싶어했을지 생각을 해봐라, 제발...
 
연구기계실, 특수장비실, 수리실, 프로그램실… 복도를 따라 늘어선 명패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아그네스:(헤죽)
 
이졸데:웃어라, 웃어. (깊은 한숨.) 여기부턴 시무룩한 척도 별 소용없으니까.
걸리면 존나 끝이란 소리지.
 
그리고 플래그는 사고를 부르기 마련.
 
복도 끝에 위치한 문이 벌컥, 열립니다.
 
아그네스:자네가 그런 말을 하면 꼭 일이 생기더라고.
 
*민첩!
 
아그네스:
민첩
기준치: 80/40/16
굴림: 11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이졸데:
민첩
기준치: 80/40/16
굴림: 83
판정결과: 실패
 
아그네스:(어이어이 자네)
(하지만 난 숨었음)
 
이졸데가 다급히 아그네스를 캐비닛에 밀어넣고,
 
...본인은 그 앞에 태평하게 섭니다.
 
이졸데:......(난 존나 떳떳하다 난 아무문제 없다 난 솜누스에 반하는 일을 하지 않았다)
 
아그네스:(이거 참 나는 두 명 정도는 들어갈 수 있는 인권유린박스인 줄 알았네만…)
 
이졸데:(인권유린도 충분히 민첩한 자나 당할 수 있는 것)
 
복도를 지나가던 연구부 팀원이 쾌활하게 말을 거네요.
 
"어? 스카님? 벌써 이송이 끝났나보네요!"
 
이졸데:...뭐 그렇지. (태연. 하다. 나를 무표정으로 낳아주신 부모님께 마음속으로 감사인사를. 올림.)
구속구는 잘 썼어. 실험한 보람이 있더라고.
 
아그네스:(캐비닛 안에서 ㅇㅇ 하는 중)
 
"아~ 그럼요, 직접 실험도 도와주셨는데 당연히 결과를 내야죠!"
 
"또 나가실 거죠? 조심히 다녀오세요."
 
타박타박...
 
복도 저편으로 발소리가 멀어지고,
 
이졸데가 덜컹, 문을 열어줍니다.
 
이졸데:(뽈칵)
별점이나 남겨주지 그래? (이용후기 부탁드립니다.)
 
아그네스:0.5점. 기사님이 맛있고 캐비닛이 불친절합니다.
머리를 처박는 게 어딨나?
 
이졸데:너한테 박힐 총알 대신 맞아준 값으로 치든가.
(지금은 말끔한 새옷이지만)
 
아그네스:자네 몸에서 신기한 소리 나더라.
(이졸데 피부에 대고 검지랑 엄지 튕겨본다)
 
틱...
 
그냥 사람에게 딱밤 놓을 때 날 법한 소리네요.
 
이졸데:(뭘 기대했냐는 눈빛.)
 
아그네스:
좀 더 단단해지면…
띵 소리가 나는 게 아니었나?
금강불괴들은 그렇던데.
 
이졸데:그렇지.
근데 너 끌고 가는데에 이능력까지 쓸 필욘 없거든... (24시간 서비스가 아닙니다.)
 
아그네스:(극도로 아쉬운 표정)
 
이졸데:(무시함! 손목을 잡아끌며 걷는다.) 이동장비실로 갈 거야. 너 나가고 발명된 좋은 게 있거든.
 
아그네스:왜 모든 좋은 장비들은 항상 가 나간 뒤에 생기는 건가?
 
이졸데:좌표이동기라고, 순간이동을 흉내낼 수 있는 물건이지.
 
아그네스:아, 스포일러.
 
이졸데:...
 
아그네스:(딱밤 피할 준비)
 
이졸데:(내가 살려준다 표정으로 다시 끌고감)
 
뽈칵. 둘은 이동장비실로 들어섭니다.
 
취조실만큼이나 널찍한 공간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기계가 설치되어있네요.
 
얼핏 보면 타원형의 거대한 거울처럼 보이지만, 유리가 위치해야 하는 곳이 뻥 뚫려 있습니다.
 
그 너머로 불투명한 막같은 것이 일렁거려요.
 
아그네스:이거 혹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 같은 것도 대답해주나?
 
이졸데:물어보든가...
 
아그네스:아냐, 진실을 알고싶지 않다네.
직접 알아보는 재미가 있으니까.
 
이졸데:(그러고는 잡동사니가 가득 쌓인 테이블을 뒤적거린다. 어디보자...)
농담은 그 정도로 하고. 적당한 거 없나 찾아봐.
맨몸으로 크리처 소굴에 들어가고 싶지 않으면.
(물론 나는 맨몸으로 가지만...)
 
두 사람은 *행운
 
아그네스:
기준치: 45/22/9
굴림: 3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와우)
 
찾았다!
 
잡동사니로부터 .32구경 오토매틱이 끌려나옵니다.
 
모양만 권총일 뿐, 빌런을 상대하는 용도로 화력과 연사력을 개량한 모델이죠.
 
피해량 1D8. 장탄수는 무시합니다. 무기란에 착용할 수 있습니다.
 
아그네스:난 자네처럼 무기를 다루는 훈련을 중심으로 받지 않아서…아하! (그러면서도 오토매틱 권총을 발견하자 씩 웃으며 가리킨다.)
머리에 대고 발사하면 한 방이지.
 
이졸데:머리에 갖다댈 정도로 근접하지는 말고. (헛웃음 짓는다.)
(무기를 찾았으니 됐다는 듯 좌표이동기 앞에 선다. 따라오라고 눈짓한다.) 각오는?
 
아그네스:그런 건 언제나 되어있지. 오래 전 부터. (이렇게 서는 거 맞나? 하며 이졸데 옆에 자리해서 선다)
(오토매틱은…자켓 안주머니에 제대로 매어 착용해놓는다)
 
확인. 무기란에 오토매틱이 추가됩니다.
 
이졸데가 속모를 시선을 준 것도 잠시, 불투명한 장막을 통과하면...
 
차가운 액체 속을 지나가는 듯한 감각과 함께,
 
주변의 풍경이 뒤바뀝니다.
 
아그네스:(온 몸을 훑는 차가운 감각에 으, 하고 잠시 어깨를 움츠렸다가… …눈을 둥그렇게 뜬다)
 
람람 (GM):마이크 테스트 하나둘하나둘
 
어의:야호~~준비완.준비완.
너무너무신나.
 
람람 (GM):와~! 배우님 대본 확인하셨죠
오늘부터 본편입니다
 
어의:네네 오늘 촬영잘부탁드립니다 감독님
 
람람 (GM):쭉쭉~ 페이스 밀고 엔딩까지 가봅시다 ^^)9
그러면 탈을 써주세욧
 
어의:가보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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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06# MISSION IMPOSSIBLE
 
눈을 떠보면, 두 사람이 도착한 곳은 도시의 외곽 지역입니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버려진 부지.
 
60만 평방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땅이지만, 개발되지 않은 지 오래인 데다 교통도 불편한 곳에 있어 누구도 찾지 않는 장소입니다.
 
사방에 잡풀이 무성하게 자라나 있고, 높게 솟아오른 나무들 탓에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근방이 어둡습니다.
 
아그네스:실종의 땅이군.
 
둘의 등 뒤에는 최첨단 좌표이동기가 풍경에 어우러지지 못하고 덩그러니 서 있습니다.
 
복귀할 때는 저걸 이용하면 되는 모양이에요.
 
부지 주위로 고압 전류가 흐르는 철제 펜스가 설치되어 있지만,
 
크리쳐들이 들이받아 무력화시킨 듯 한 쪽 구석이 처참하게 무너져 있습니다.
 
주변에 크리처의 시체 몇 구가 나뒹굴고 있습니다.
 
이졸데:긴장해. 여기부턴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니까. (눈짓하며 철제 펜스의 뚫린 구석으로 앞장서다가...)
(목 언저리를 보며 뭔가 고민함)
 
아그네스:약속한 거. (하고 씩 웃으며 제자리에 서서 고개를 들어올려보인다)
 
이졸데:이게 이걸 풀어주자마자 좌표이동기로 뛰어들 확률이 얼마나 되나... (라고 소리내서 말함.)
(별로 고민이 길지는 않다. 작은 칩 같은 것을 꺼내 목의 인식 태그에 가져다 댄다.)
 
툭, 맥없는 소리와 함께 목의 구속구가 풀려나갑니다.
 
이졸데는 ~비쌀 것이 분명한~ 장비를 주머니에 잘 챙겨넣었어요.
 
아그네스:(신 기술 장비니까 장난 아니겠지, 생각하며 깨끗해진 목을 어루만진다. 능력은 확실히 돌아온 것 같다. 시험 해 볼 사람은 없지만...그런 생각을 하며 이졸데를 향해 샐쭉 웃어보인다)
내가 자넬 두고 어딜 가겠어.
 
이졸데:그런 것치곤 6년쯤 잘 돌아다니던데. (먹금.)
 
페널티가 회복됩니다. 이능력 다이스 및 이능력 특수 룰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아그네스:조금 돌아왔을 뿐이지, 결국 자네에게 잡혀줬잖나.
 
이졸데:두 번 돌았다간 흰머리가 빨간머리보다 많으시겠어.
 
아그네스:(으하학, 하고 소리내어 웃더니) 그 때까지 나랑 함께 해주겠다는 뜻인가?
 
이졸데:사식 정도는 넣으러 가준다. 메뉴 하나에 성실한 답변 하나씩. (그러곤 잠시 시선을 먼 곳에 둔다.) ...건물이 생각보다 큰데.
여기서도 보이는걸.
 
아그네스:협상을 잘 하는군.
(졸데의 시선이 향하는 곳을 바라본다._
 
시선을 많이 돌릴 필요도 없습니다. 폐부지 한 가운데 위치한 건물이 곧바로 눈에 들어옵니다.
 
수십 톤의 콘크리트와 철근을 박아넣어 세운 듯 거대한 모습.
 
먼 거리에서도 사람 키를 훌쩍 넘는 크기의 육중한 철제문이 보이네요.
 
어느 한 곳을 뚫거나 부수고 들어가는 것은 완전히 불가능해 보여요.
 
...
 
물론, 옆에 있는 게 이졸데가 아니었다면?
 
아그네스:(자연스럽게 이졸데의 어깨를 턱 잡는다)
 
이졸데:(흘끔 보면서 마저 걷는다. 이건 찰흙인형이다. 내가 때리면 안 된다. 진정하라 이졸데 데미우스.)
넌, (하늘 봄.)
할 말 째깍째깍 안 하고 옆 사람이 왜? 뭔데? 할 때까지 기다리는 버릇 좀 고쳐라.
 
아그네스:(옆에서 또박또박 걷는 찰흙인형) 하지만 말일세, 자네라면 묻지 않을테니까.
 
이졸데:어릴 땐 똘똘했는데.
 
아그네스:똘똘하다?
덕분에 지금도 이렇게 자네를 돕고 있지.
이게 낫나? (아무래도 어깨에 손을 얹는 건 모자른가 싶어서 목에 팔 감는다)
 
이졸데:(어디에 모자란가, 폭력 행사를 참기에?)
꿀밤 참기 Roll
기준치: 10/5/2
굴림: 43
판정결과: 실패
(꽝!)
 
아그네스:
머리 다 빠지겠어.
나중에 자네 머리카락으로 이식 좀 해주게.
 
이졸데:그 때는 삼색 헤어를 온 뉴욕에 유행시키시려고? (상상해보다가... 진저리친다.)
(어느새 문 앞이다. 안쪽에서 낮은 그르릉 거리는 소리가 울린다. 힘조절을 잘해야겠는데, 들키지 않으려면...) ...난 네가 대체 뭘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
너한텐 빌런이 되는 게 소꿉놀이 배역 바꾸는 정도로 밖에 안 느껴지나보지. (그러곤 문을 우그러뜨려 양 옆으로 열어젖힌다.)
이능력(신체강화) Roll
기준치: 90/45/18
굴림: 97
판정결과: 실패
 
끼이이이익...
 
아그네스:(에?)
 
음산한 소음이 건물 내부에 울려퍼집니다.
 
아그네스:나도 부서지는 문을 피할 정도는 된단 말일세.
 
아무래도 '감정적' 문제로 힘을 과하게 준 모양이에요.
 
아그네스:(그러나 졸데가 왜 힘을 조절했는지 알기 때문에...두 발 정도 뒤로 더 물러선다)
(ㅋㅋ)
(that's me)
 
of course, you...
 
신속하게 움직입시다. 이 소리는 분명히 '들렸을' 테니까요.
 
아그네스:자네 화났나? 그래보이는데. (소곤거리며 건물 안으로 들어선다)
 
이졸데:그럼 안 나겠냐? 너 같으면?
미안한 척이라도 해보시지? (속닥대며 건물 안으로 들어선다.)
 
아그네스:물론 자네에게 일언반구도 없었던 건 몹시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하지만 나한테도 이래저래 고민을 좀 할 시간이 필요했거든.
 
이졸데:3년씩이나 고민해서 내린 결론이 그 모양이면. (짓씹듯이 내뱉는다. 그와 별개로 걸음은 자연스레 앞장서고 있다. 보호하는 역할임을 몸이 먼저 안다.)
넌 머리라는 걸 안 쓰고 사는 게 낫겠다.
 
건물 내부의 전력이 완전히 나가버리진 않은 것인지 드문드문 전등이 켜져 있습니다.
 
조명이 밝지도 않고, 불안정하게 깜박이는 것들도 많아 시야가 완전히 확보되진 않지만...
 
저편의 어둠 속까지 긴 철제 복도가 이어져있는 것 같아요.
 
내부로 완전히 진입하면, 바닥에 늘어진 [시체]들과 [평면도] 한 장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아그네스:(가까운 간격을 유지하며 이졸데의 뒤를 따라간다) 조금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볼 뿐일세, 이졸데. 내겐 이쪽이 좀 더 상쾌해.
뭐, 악이라는 것들이 다 이런 하찮고 쓸데없는 빌미를 가지고 움직이는 것 아니겠나. (곧장 평면도로 다가간다. 이 건물의 평면도인가...)
 
이 건물의 안내도로 추정되는 종이가 바닥에 떨어져 있습니다.
 
귀퉁이에는 [S.D.E 연구소] 라는 글자와 로고가 인쇄되어 있네요.
 
곳곳이 썩은 피로 젖어버렸지만, 간신히 알아볼 수 있을 듯합니다.
 
핸드아웃, [연구소 지도]를 공개합니다.
 
이졸데:(시신 쪽을 곁눈질하다가 뒤늦게 옆으로 온다. 지도를 집어들어 함께 들여다본다.) .....
존나 넓네...
 
아그네스:이곳에서 인위적으로 크리쳐를 만들었나? 아니면 저것들이 실패작인건지...
어쨌든 자기 꾀에 잡아먹힌 셈이 됐군. (아마도 그 주인공일 시체들을 발 끝으로 뒤적인다)
 
이졸데:그것까지는... 모르지. 난 여기가 연구소 부지라는 것도 전달 못받았거든.
단순히 실험 실패작일 수도, 이미 망한 연구소에 둥지를 튼 걸 수도.
 
아그네스:S.D.E...
 
바닥에 널브러진 시신들은, 인간군상을 가장 처참한 방식으로 옮겨놓은 그림 같습니다.
 
도망치려는 듯 몸을 출입구 방향으로 돌린 시신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끝까지 총을 쥐고 대적하려고 했던 듯해 보이는 시신,
 
그 방향을 짐작할 수 없도록 많은 부분이 잡아먹힌 시신까지.
 
특이한 점은, 하나같이 군복을 입고 있다는 것정도지만...
 
두 사람은 *관찰
 
이졸데: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5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아그네스:연구소에서 보통 사설 군인을 두나.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3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사설? 하고 의문을 품는다)
 
이졸데:... (입가를 매만진다. 시신 중 하나를 반듯하게 눕혀 군복의 로고가 잘 보이도록 두었다.)
 
'정부군' 소속을 뜻하는 국방부의 로고가 그려져있습니다.
 
시신의 부패 상태는 천차만별이지만, 그 중에는 족히 2주가 넘어보이는 것들도 섞여있어요.
 
이졸데도 그 사실을 눈치챈듯 잠시 말이 없습니다.
 
아그네스:(정부군, 게다가 한 시에 죽은 것이 아닌 시체? 턱을 매만지다가)
(위를 바라본다.)
 
어두컴컴한 천장 속에서 희미한 전등 불빛이 흔들립니다.
 
천장은 한 눈에 보아도 까마득하도록 높아요.
 
크리처들이 좁은 공간에 고전하리란 기대는 접어두는 게 좋겠습니다.
 
이졸데:...뭐. 이런 건 나중에 생각하고. (단순하게 접어둔다.) 히어로 본부의 추산에 따르면, 이곳에 있는 크리쳐는 최소 55마리 이상이야.
섬멸이 목적이라지만 동선은 최대한 짧을수록 좋을텐데. (그러면서 지도를 들여다본다. 어디보자.)
 
지적인 제안을 해보고 싶다면 *지능
 
아그네스:환풍구를 타고 질척하게 뛰어다니는 종이 아니기만을 바랄 뿐일세.
 
물론 이졸데가 열일하게 놔두어도 됩니다.
 
아그네스: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93
판정결과: 실패
 
이졸데:환풍구에 들어갈만한 사이즈는 아냐. (걱정마라.)
 
아그네스:연구소장실까지 단 번에 가는 건?
괜히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다간 자네가 먼저 시뻘겋게 젖겠어.
 
이졸데:그게 다 내 피는 아니겠지만. (습관적 허세!) 연구소장실이 목적지여야한다는 건 동감. 가져갈 자료란 게 있다면 거기나... 기록 보관실 정도겠지.
 
아그네스:물론 전부 자네 피가 아닐 거라는 가정 하에.
(잠깐 눈을 감고...웅웅대는 소리를 들어보자. 절박한 사람이 있나? 아니면 절박하지 않지만 일차적 욕구로 가득 찬 생명체는?)
(이능력을 써서...주변 생물의 의지를 탐색해보겠어요)
 
*이능력 판정?
 
아그네스:
캡틴 Roll
기준치: 90/45/18
굴림: 3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인간의 마음이 작은 시냇물이나 연못, 모래성 같은 것이라면,
 
이 건물 내부에 흐르는 의지는 끈적한 타르를 닮았습니다.
 
새카맣고, 진득거리고, 일차원적인 포식과 전투에 대한 갈망.
 
...그러나 분명히 '흐름'이랄 것이 존재하는군요.
 
이능력을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순조롭기만한 항해가 항해인가요?
 
다만 아직 정확한 숫자나 위치를 가늠하기는 어렵습니다. 이 곳에 적응하면 더 많은 것을 읽을 수 있을지도요.
 
아그네스:(불쾌한데. 눈을 감은 채 주변을 탐색하다가 눈썹을 비튼다. 겉으로 보기에는 타르라도 겉 마른 용암일 지 누가 아나. 삐끗하면 터질 수도 있는데다 인간 같은 섬세한 구분이 없어 얼마나 넓은 범위에 그것이 분포해 있는지 파악하기가 영 힘들다.)
 
이졸데:(그 동안 옆에서 혼자 중얼중얼하며 지도에 선을 긋는다. 뭘하는지 아는 듯 태연한 태도.) 복도를 가로지르다 크리처 다수를 한 번에 마주치면 위험하고. 그러면... 벽을 뚫으면서... (< ?)
이 정도 루트면 되겠어.
 
핸드아웃, [지도 - 이졸데 에디션]을 공개합니다.
 
아그네스:자네... ... ...
 
이졸데:왜?
 
아그네스:미술 공부는 안했군?
 
이졸데:해봤자지. 내가 손 나가는 게 하루이틀이야?
(그러곤 어깨를 툭 친다.) 저것들, 읽을 수는 있고?
 
아그네스:자네가 매직으로 사인판을 부술 때부터 알아보기는 했다만... (고개를 젓는다)
도망치거나, 회유하는 건 소용없어. 마주치면 최대한 빠르게 처리하는 게 묘책일세.
단순해서 좋지만, 단순해서 위험하지.
어떻게 생겼는지는 몰라도 입을 조심하게. 부수는 것보다 먹는 걸 좋아하는 놈들이야.
(잠깐 동안 생각을 이어가는 듯 하더니) 내겐 오히려 좋아. 한 방향으로 뻗는 힘은 약간의 반동만으로도 크게 꺾여버리니까. 좋은 수를 생각해 놓았네.
 
이졸데:테이밍 계열 이능력은 신통치 않았다고 들었지. 마인드 리딩 정도나 먹힐까말까라던가? (주머니에서 반장갑을 꺼내 착용한다. 마디에 금속판을 덧댄 디자인.)
정신 바짝 차려. 위험하다 싶으면 일단 내 쪽으로 돌리고봐도 용서해준다. (농담아님)
(그러곤 앞장서서 걷는다. 세포배양실이 아마 이쪽일텐데...)
 
아그네스:(그 말에 씩 웃으며 뒤를 따라간다) 나야 언제나 자네에게 돌리지.
 
타박, 타박.
 
숨죽인 발소리가 복도에 울려퍼지고, [세포배양실]이라고 적힌 문 앞에 다다릅니다. 생각보다 빠른걸요.
 
그러나 세상 일이 그리 순조롭게 풀리지는 않는 법이라.
 
타르 냄새가 훅 끼쳐옵니다.
 
아그네스, *행운!
 
아그네스:
기준치: 45/22/9
굴림: 53
판정결과: 실패
 
형체보다 그 의지가 먼저 느껴집니다.
 
복도 끝에서 검고 거대한 형체가 이 쪽으로 다가오고 있어요.
 
거대한 몸체가 바닥에 쓸리는 불길한 소리가 들리고,
 
아그네스:(냄새. 꾸물거리는 의지가 뭉쳐진 듯, 혼돈 비슷하게 생긴 것이 이쪽으로 향하는 것을 본다.)
 
...
 
살아있는 것의 기척을 느낀 크리쳐 9 마리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듭니다.
 
기형적으로 큰 뱀, 혹은 박쥐, 혹은 흉포한 악어를 내키는대로 뒤섞어놓은 듯한 생명체입니다.
 
아그네스:이거, 영 미감은 떨어지는군.
 
기분나쁘게 하얀 비늘 가운데 벌어진 아가리만이 기형적으로 붉습니다.
 
아그네스:이래서 과학자들은...
 
이졸데:아직 모른다고 했을텐데, 아그네스 로페즈. 속단하지는 말자고...
(손을 한 번 단단히 쥐었다가 편다.)
 
전투 개시.
 
크리쳐 9마리와 전투를 개시합니다.
 
아그네스와 이졸데는 민첩이 같으므로, 전투시 2로 선공을 결정합니다.
 
이번에는 아그네스의 선공.
 
라운드 개시합니다. 이능력 판정?
 
아그네스:과학자들의 미감에 대해서 말인가? (고개를 내젓는다)
캡틴 Roll
기준치: 90/45/18
굴림: 2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졸데:과학자가 만든 건지, 태어나길 저렇게 생겨먹었는지! (짜증내면서도 시선은 전방에 고정한다.)
 
아그네스:(거대한 타르의 집합체들. 오늘은 섬세하기보다는 강한 쓰나미로 떠밀어버리는 것이 적절하다. 눈을 부릅뜨고 크리쳐들을 바라본다. 옆을 봐라. 고작 이만한 것들보다 더 물어뜯기 좋은 사냥감들이 있지. 자, 너희들 중 누가 제일 강한가?싸워.
 
끈적거리는 물결이 서로를 향해 충돌합니다.
 
처음부터 쩍 벌리고 있던 입이 서로를 향하는 데에는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둘을 향해 달려오던 크리처들 중, 3 개체의 크리처들이 서로를 잡아먹고 자발적으로 탈락합니다.
 
잔여 크리처는 6마리. 혼란의 여파가 남아있으므로 보너스 다이스도 정상적으로 적용됩니다.
 
사격할 시간이에요, 캡틴!
 
아그네스:(재킷 안주머니에서 오토매틱을 꺼내들어 겨눈다.) 아무래도 이런 물건은 잘 안쓰게 된단 말이지.
 
이졸데:물건은 안 쓰시지. (사람이 있는데.)
이 참에 연습이나 해라.
 
아그네스:그래도 과녁이 꽤 커서...
32구경 오토매틱
기준치: 40/20/8
굴림: 712836
+2: 보통 성공
+1: 보통 성공
  0: 실패
-1: 실패
-2: 실패
피해: 8
 
성공. 1d8 굴려주세요!
 
아그네스:아하. (봤나? 하는 표정으로 이졸데를 쳐다본다)
8
(헤?)
 
생김새는 평범한 오토매틱이지만,
 
솜누스에서 발명된 화기는 8발의 연사를 가볍게 허용합니다.
 
벌린 입을 서로에게 돌려야할지, 앞으로 향해야할지 망설이던 짐승 몇마리 정도는 가볍게 무너뜨릴 수 있어요.
 
반동으로 밀려나는 발을 바로 세우고 나면, 복도는 고요합니다.
 
아그네스:(놀란 눈으로 오토매틱을 바라본다.) 이거 진짜 좋은데.
내가 가져도 되나?
 
이졸데:잘하네. (뒷목을 꽉 잡아서 반듯하게 세운다.)
(그리고,) 되겠냐?
 
아그네스:(찰흙인형처럼 바로 세워진다)
 
이졸데:방금 나온 것들은 크기가 작은 축이었어. 안의 다른 놈들도 마찬가지라면 좋겠지만... (괜한 기대는 않겠다는 듯 고개를 젓는다.)
소란을 피웠으니 자리를 떠야해. (그리고 곧바로 세포배양실 문을 연다. 아그네스부터 밀어넣었다.)
 
아그네스:나는 작은 놈들 잡았으니 만족해. (꼭 어릴 적 자네가 먹어, 하는 듯한 말투로 말하곤 새포배양실로 떠밀려 들어간다)
 
이졸데:(무심코 바람빠지듯 웃는다. 소리나지 않게 문을 닫았다.)
 
세포배양실
 
불길할 정도로 적막이 감도는 공간입니다.
 
유리로 사면이 막힌 형태의 [배양기],
 
무엇을 키운 것인지 알 수 없는 [인큐베이터]와 보고서가 놓인 [테이블], 의자, 현미경 등이 어두운 방 안에 놓여있어요.
 
이졸데:...진짜 '여기에서' 만들었을지도? (배양기를 보며 으, 하는 표정을 짓는다.)
 
아그네스:(잠깐 중심을 잡느라 휘청거리는 동시에, 배양기를 들여다본다.) 이야, 시설 좋은데.
이런 놈들을 왜 이제까지 못 봤는지.
 
'이런' 놈들이야말로 아그네스를 가장 두려워하지 않았을까요?
 
배양기 안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살덩이들이 말라붙어 있습니다.
 
생명 반응을 보이지는 않습니다만, 그래도 뚜껑을 열지는 않는 편이 좋겠어요.
 
배양기에는 얼룩덜룩한 경고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아그네스:관리가 안 된 배양세포들 몇 점. (경고 문구를 읽어내려간다)
 
※성숙하기 전의 개체도 성체 못지않게 공격성이 상당하므로 주의 바람※
 
간결합니다.
 
이졸데:수상한 과학실험의 흔적, 빌어먹게 많음... (마음 속으로 메모 중.)
 
아그네스:성숙하기 전의 개체... (과장된 모양새로 배양기에서 손을 떼고, 그렇다면 저것은...하면서 인큐베이터로 몸을 돌린다)
 
똑같은 명패가 붙은 일련의 기계들이 나란히 놓여있습니다.
 
명패에는 [I.X의 복제품 - Experiment X 전용 임상 인큐베이터]라고 적혀있네요.
 
*관찰?
 
아그네스: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64
판정결과: 보통 성공
Experiment X 전용?
 
인큐베이터들은 한쪽 면이 심하게 파손되어 있습니다.
 
유리파편의 흔적으로 보아, '안에서부터 바깥으로' 깨져나간 것 같아요.
 
찬찬히 살펴보면, 그 틈새에 [서류] 한 장이 끼어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아그네스:이거 제법 큰 문제인데.
(나갔어, 하고 덧붙이면서 서류를 빼본다)
 
이졸데:'나갔'다고? (하면서 옆에서 흔적을 살피다가, 미간을 찌푸린다. 감당 못할 짓 벌이는 놈은 어디에나 있지만.)
 
서류는 조금 구깃구깃하기는 해도, 내용을 알아보기 어렵지 않습니다.
 
일지의 일부 같네요.
 
아그네스:(서류의 내용을 찬찬히 읽어본다.)
 
[그것은 뱀 같기도, 혹은 거대한 박쥐 같기도 하다.
 
날개와 발톱이 달려 있었던 것 같지만 완전한 본체를 본 적이 없으니 진실은 알 수 없다.
 
그것을 마주한 순간, 우리는 살면서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처절한 공포를 느꼈다.
 
그것을 불러내려 시도할 때마다 수많은 장병들이 희생되었다.
 
...
 
우리는 도무지 알 수 없는 그 존재를 X라고 부르기로 했다.]
 
I.X, E,X의 'X'는 여기에서 파생된 걸까요?
 
이졸데:(옆에서 서류를 들여다보다가,) 불러내려고 시도했다.
 
아그네스:불러내?
보통은 만든다고 하지 않나.
 
이졸데:이미 어디 살고 있었던 야생동물 잡아오듯이 말하는데.
매드 사이언티스트가 아니라 매드 오컬티스트인가? (입가를 매만진다.)
 
아그네스:그럼 저것들은 원래 불러내려고 했던 것에서 파생된 무언가이거나... ...
그럼 세포 연구는 왜 한거지? (중얼거리면서 테이블 위에서 추가적인 보고서를 찾아본다)
 
이졸데:...만족할 수 없어서? (무엇에? 그 옆에서 보고서를 들여다본다.)
 
말라붙은 피가 얼룩덜룩한 종이들이 난잡하게 널려있습니다.
 
이 안에서 읽을만한 것을 찾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이 될 거예요.
 
*자료조사?
 
아그네스:
자료조사
기준치: 60/30/12
굴림: 91
판정결과: 실패
이거 원, 종이를 이렇게 늘어놓으면 어떡하나?
자료정리의 기본이 안되어있군.
 
이졸데:머리 쓰라고 데려왔으면 일을 해야지. (최선을 다해 뒤적여봄.)
자료조사
기준치: 30/15/6
굴림: 73
판정결과: 실패
(음~ 핏자국이 액션페인팅처럼)
 
두 사람은 난항 끝에 간신히 '읽을만한' 종이 한 장을 찾아냈습니다.
 
아그네스:(일단 글자를 읽을 수 있는 것들만 분리해놓는데에 그쳤다)
 
이것은 아그네스가 분류해놓은 것 중 가장 중요해보이고, '그나마' 오염이 덜한 종이예요.
[X001 ~ X0-- 에서 조직 추출 --. -- --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 -- --- --. 다른 -- 샘플- ----- 필요- --.
실효- 있는 샘플- -- -- 난항- -고 있음.]
[구현 성공. 그러나 본-- 비해서는 --- 열등- 개체-- --.]
[처음으로 성공치에 가깝게 --- 모조품을 imitation X. -칭 I.X 라고 지칭.
I.X의 세포- --- 보다 더 -벽한 모조- E.X을 만들- -- -- 연-- 착수. ]
 
아그네스:구현. 불러내는 것에 실패해서 결국 만들기로 작정한건가.
 
상태가 좋은 것이 이 정도이니, 나머지는 살펴볼 필요가 없을 듯합니다.
 
아그네스:(슬쩍 이졸데를 돌아본다) 자네들 정부랑 사이 많이 안좋나? 나 있을 땐 그 정돈 아니었는데.
 
이졸데:점점 나빠지지. 네가 솜누스 욕먹이는 것도 은근히 좋아한다는 데에 내 월급을 건다. (숙적에게 으르렁대는 게 아니라, 사고친 동료 불평하는 투에 가깝다.)
 
아그네스:그럼 이제 자네 월급은 내 거군.
 
이졸데:뭐. (서류를 접어서 챙긴다.) ...정부에서 주도했을 거라고 믿고 싶진 않은데, 아직.
 
아그네스:주도하지는 않았더라도 이 내용을 알고 있거나 지원했을 가능성은 높을지도.
이렇게 정체를 알 수 없는 수상한 실험에 정부군을 보내다니.
이러니까 CIA가 욕을 먹는 거라는 걸 모르는건가? (어깨를 으쓱이며 반대편 벽에 달린 문을 가리킨다) 저쪽이 창고인가본데.
 
이졸데:...입구. 분명히 2주는 넘어보이는 시신이 섞여있었지. (목소리가 낮아진다.)
우리가 크리처의 존재를 확인한 건 이제 고작 일주일이야. 하지만 정부군이 2주 전에 이미 이것들을 목격한 적이 있다면...
(왜 가르쳐주지 않았을까? 우리가 광장에서 죽어나가도록. 문틀이 뒤틀려 제대로 열리지 않는 창고 쪽 문을 뜯어낸다. 진입한다.)
 
아그네스:히어로 협회가 개입하면 판단할 게 많아지지. 정부는 이익을 위해 움직이지만 솜누스는
솜누스는 비영리 조직이라. 수상쩍은 실험을 하는데 위험해 보이니까 도와주세요~라는 말이 나올 리 없지. (재미있다는 듯 웃으며 창고 안쪽으로 들어간다)
이참에 실체가 밝혀지면 히어로 협회가 주 정부를 먹는 건 어때. 사람들도 환영할텐데.
 
이졸데:그래서, 지 앞가림도 못하는 (비영리조직같은 점잖은 표현을 쓰지 않음.) 인간들 방송 저격하니 살맛 났냐? (옆구리를 꽉 꼬집는다...)
 
창고
 
아그네스:아야, (몸을 살짝 비틀더니) 일종의 정화 작업이라고 할 수 있지.
 
안으로 들어서면, 차가운 공기가 훅 끼쳐옵니다.
 
이 방에는 벽면을 따라 거대한 냉장고들이 늘어서 있군요.
 
군데군데 전력이 차단되어 어둑한 복도와는 달리 이곳은 사방이 환합니다.
 
비상 전력으로 냉방까지 가동되는 듯, 냉기마저 느껴지네요.
 
가장 먼저 보인 문에는 [저온 창고]라는 명패가, 그 옆쪽 벽으로는 [냉동창고]의 문이 보입니다.
 
일반실험실 방향에는 문 대신 벽이 자리하고 있네요. 다음은 벽을 뚫어야할 모양이에요.
 
아그네스:내가 열어볼까? 자네가 열어볼래? (저온 창고를 가리킨다)
 
아그네스는 *이능력?
 
아그네스:
캡틴 Roll
기준치: 90/45/18
굴림: 2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
 
저온 창고 내부에서 기괴한 소리가 들려옵니다.
 
쇠를 못으로 긁어내는 듯, 벽을 손으로 긁어내리는 듯 기분나쁘고 음울한 소리...
 
포식에 대한 끈적한 갈망.
 
당신에게만 들리는 소리입니다. 누군가 창고에 괴물 일부를 가두는 데에 성공했나보군요.
 
이졸데:저걸? (까딱 눈짓한다.)
 
아그네스:아니, 안 여는 게 낫겠군.
살아있어.
 
이졸데:사람은 아니겠고. 도마뱀?
 
아그네스:작은 놈이겠지. (저온 창고에서는 느릿하게 손을 떼고, 냉동창고를 둘러본다. 이거 안이 보이는 형태인가?)
 
냉동창고들이 으레 그렇듯, 벽면 하나를 통째로 차지하는 크기의 거대한 문이 아그네스를 반깁니다.
 
냉기가 빠져나가는 걸 막기 위해 두텁게 제작한 문은 내부가 보이지 않아요.
 
...
 
이 안에서는 기분나쁜 소음이 들리진 않습니다.
 
이졸데:열어? 말아? (손잡이에 손을 올리고 묻는다.)
 
아그네스:아직 뭔가 들리진 않아. 열어봐도 괜찮겠군.
춥긴 할 것 같지만.
 
이졸데:그렇다면야. (별 고민없이 문을 열어젖힌다. 철문이 받침을 따라 굴러가는 육중한 소리가 난다...)
 
창고 안쪽으로부터 서늘한 냉기가 흘러나옵니다.
 
창백한 푸른 빛에 잠긴 벽면에는 성에가 잔뜩 끼어 있고,
 
선반 위에는 정체 모를 살덩이들이 냉동된 채 진열되어 있습니다.
 
*관찰?
 
이졸데:별로... 냉장고 용도였던 것 같진 않은데. (살덩이 하나를 집어보며 인상을 쓴다.)
 
아그네스: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4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샘플들?
 
정확합니다.
 
거대한 피막 날개의 끄트머리, 뱀의 꼬리처럼도 보이는 촉수,
 
거대한 힘줄의 절단면...
 
한 생명체의 몸에서 떨어져나온 부위들처럼 보입니다.
 
이것을 모두 갖춘 '무언가'를 일반적인 생명으로 볼 수 있다면요.
 
하나같이 지구상의 존재하는 생물체의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형태입니다.
 
조각 하나하나마다 [X001], [X002], [X003], 하는 식의 라벨이 붙어있습니다.
 
아그네스:(아까 보고서에서 봤던 이름들... ...)
연구자들은 참 이상하단 말이지.
왜 미지의 것을 자신들이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이졸데:... (고개를 돌려서 쳐다본다.)
그러게나 말이다.
다들 좀 상식적인 선에서 지들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일만 벌이고 건실하게 살면 얼마나 좋냐.
안 그래?
 
아그네스:그래도 난 대 인간 살상용 크리쳐 같은 걸 개발하진 않았는데.
 
이졸데:말은잘하지말은
말은!!!!!!(뒤통수 딱)
 
아그네스:(근력판정해줘)
 
이졸데:(나는 힘조절을 잘)
근력
기준치: 80/40/16
굴림: 49
판정결과: 보통 성공
(했다.)
 
아그네스:
건강
기준치: 80/40/16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어?
 
아그네스:(머리가 뻑하고 앞으로 쏠렸다)
 
이번에야말로 현기증이 나는 것 같기도.
 
이졸데:어어어어 넘어가지마라
 
아그네스:(우뚝)
 
이졸데:그렇지. (어깨 툭툭)
 
아그네스:지금 눈 앞이 까매지는데, 이거 가벼운 뇌진탕 증상인가?
 
이졸데:창고 전등도 슬슬 맛이 가나보지. (전등은 멀쩡하다. 반짝반짝.)
얼어죽기 전에 나오기나 해. (뒷목을 잡아들고 창고 밖으로 나온다. 저벅저벅.)
 
아그네스:자네 말야. 나를 너무 건강하게 생각하는 거 아닌가? (덜렁 들려서 나간다)
 
이졸데:네 이성이 수장된 건 알았는데, 바다에 건강까지 버리셨나보군...
멀쩡한 구석이 없네. (툭 내려주고 두꺼운 문 앞에 선다.)
 
아그네스:무슨 소리, 난 아주 멀쩡하다네. (내려주면 잠깐 휘청했다가 벽 옆쪽으로 살짝 물러난다)
 
이졸데:(건물 안에서 저런 것들이 날뛰고 있으니, 불필요하게 충격을 많이 주는 건 곤란하다. 복도로 이어진 벽까지 무너뜨리거나... ...그러면 굳이 벽을 뚫고다니는 보람이 없지.)
(주먹을 뒤로 당기다 말고,) 야.
손은 어디서 날려먹었어?
 
아그네스:(어깨를 살짝 으쓱인다) 영 못 써먹게 돼서 좀 깔끔하게 만들었지.
 
이졸데:언제?
그리고 누가.
 
아그네스:그건 벌써 6년 전이군. 바다에서 나오고 얼마 안됐을 때 얘기니까.
사람이 그런 건 아니니까 안심하게, 내가 만나는 사람들은 다들 좋은 사람이거든.
세상에 내 손을 맨정신으로 자를 수 있는 건 자네밖에 없어.
 
이졸데:...그래서 나만 이렇게 놔뒀다고.
그런 새끼도 하나쯤 있어야 재밌으니까?
(대답을 기다리지 않는다. 콘크리트 무너지는 소리에 묻히도록 주먹을 휘두른다.)
이능력(신체강화) Roll
기준치: 90/45/18
굴림: 1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쿠르르르르...
 
딱 한 사람이 지나갈 정도의 크기로 두터운 벽이 무너져내립니다.
 
이졸데는 먼저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가버리는군요.
 
높이가 당신에게는 좀 낮은 게 분풀이 아닌 분풀이겠지요.
 
아그네스:(살짝 고개를 기울여서 들어간다) 내가 안 한게 아닐세, 이졸데.
 
이졸데:(돌아보지도 않는다. 먼지 묻는 손을 탁탁 털어낸다.) 다들 그렇게 믿긴 하지.
너 아니었으면 나한테 A등급 명찰 달 생각은 아무도 못했을 거다.
 
아그네스:자네가 그 명찰을 단 건 그만한 자격과 실력이 있기 때문일세, 나 때문이 아니라.
아마 내가 계속 남아있었어도 자네는 이 자리까지 올라왔을거야.
 
이졸데:... (미간을 누른다.) 아니.
됐다. 너한테 인정받자고 한 소리도 아니고. 고맙다고 할 생각은 더 없으니까. (그러나, 그러면 이 화제를 왜 꺼냈는데?)
 
...먼지 냄새가 임무를 일깨웁니다.
 
일반실험실
 
방 안은 어둠과 피비린내 탓에 유독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깁니다.
 
본래 자리하고 있던 도구들을 급하게 치운 듯, 이상하게 텅 빈 느낌을 주네요.
 
[바닥]에는 메스실린더와 실험관, 샬레 등이 떨어져 산산조각 나있습니다.
 
아그네스:(매캐한 먼지 냄새에 코 앞에 손을 살짝 젓는다. 인정받다니, 그 말에 비식비식 웃음이 비어져 나오는 것을 참는다)
 
[실험 테이블] 위에는 미처 챙겨가지 못한 것들이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아그네스:(실험 테이블 위에 남아있는, 비교적 멀쩡한 것들을 확인한다.)
 
어디까지나 비교적 멀쩡할 뿐, 테이블 위에는 부서진 유리 파편과 핏자국이 가득합니다.
 
찢어지고 구겨진 서류들은 페이지가 엉망으로 뒤섞였고, 피와 정체를 알 수 없는 점액질로 뒤덮여 있군요.
 
그래도 쓸만한 것을 찾아봐야겠죠.
 
*자료조사, 혹은 관찰?
 
아그네스: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1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졸데:(이번에는 근처로 가는 대신 바닥의 잡동사니를 헤집고 다닌다. 짜증나. 괜히 끌고 왔어. 미친거지, 이졸데 데미우스...)
 
몇 장의 서류를 뒤적이며 순서를 맞춰봅니다. 이것도 일종의 '일지' 형식을 갖추고 있음을 알 수 있어요.
 
핸드아웃, [ 크리쳐 X와 I.X, E.X에 대하여 ] 를 공개합니다.
 
이졸데:(그러거나 말거나. 바닥에서 뒤적... 뒤적... 빠각... 빠각...)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유리 부스러기가 손 안에서 곱게 바스라진다. 바닥이 깨끗해졌다.)
 
아그네스:(화제를 임무로 돌린다) 우리 추측이 맞았던 것 같군.
소형 실패작이 다수, 열등 모조 개체 I.X, 우등 모조 개체 E.X.
... ...자네 바닥 청소하는건가?
(졸데가 가루로 만들어버린 바닥 본다)
 
이졸데:(날선 유리조각을 과자 부스러기마냥 툭툭 털어낸다.) 불만있냐?
내 임무 방식에 불만 있냐고?
어? (서른 먹고 삐딱선 탐.)
 
아그네스:자네...늦은 사춘기는 사람들이 안 묻어준다네.
(자, 이거 봐. 하듯이 손에 일지를 쥐어준다)
 
이졸데:여기 사람이라곤 너 밖에 더 있냐? 안 묻으면 어쩔건데. 공영방송 때려라. 이 나이에 사춘기 오는 히어로 같은 거 믿지 말게난지 뭔지(명예도 뭣도 없는 진흙탕 싸움이 되기 3초 전...)
(다행히 적절한 타이밍에 일지를 받았다. 글자를 읽으며 애국가를 부른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 제가 이 자식을... $%%@@$... 용서해야합니까 잡아족쳐야합니까...)
 
아그네스:(싱글싱글 웃는 낯으로 바닥 구경하는 중)
 
이졸데가 부스러뜨려 놓은 유리조각이 바닥 한 켠에서 반짝반짝 빛납니다.
 
얼핏보명 투명하고 예쁜 비즈같은데요.
 
그래도, 바닥은 여전히 각종 잡동사니로 난잡하게 어지럽혀져 있습니다...
 
*관찰?
 
아그네스: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49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 사이에 나동그라진 손전등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 연구소의 전력은 조금 불안정했죠.
 
아그네스:(쭈그려앉아서 손전등을 달칵여본다. 켜지나?)
 
전면부가 조금 깨져있긴 하지만, 불은 제법 안정적으로 들어옵니다.
 
원하면 챙길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졸데:원본인 X는 살덩이만 겨우 얻었고. 그 살점을 기반으로 I.X라는 걸 만들었지만... 만족하지 못했다.
그래서 인큐베이터에 배양하던 것들이 이 E.X라는 것들인 모양이고. (서류를 접어 주머니에 넣는다. 착실하게 자료수집중.)
 
아그네스:(이졸데에게 손전등을 보여준다) 이졸데, 이거 보게나. 쓸만하지?
 
이졸데:허어. (아니 내가 찾을 땐 없더니 저런 게 어디서 나왔지? 존심 상하니까 말로하진 않음.)
전등 꺼진 데선 쓸만하겠네. (그러고는 연구지원실로 이어지는 쪽의 벽을 고갯짓한다.)
피곤하다. 이번엔 니가 쳐. (?)
 
아그네스:설마 나보고 치라는 건, (내가? 하고 눈을 둥그렇게 뜬 채로 끔벅인다)
 
이졸데:니가. (반눈 동그랗게 뜸)
 
아그네스:... ... (오른손 주먹쥐고 내려다본다)
...이제 하나 밖에 없어서 소중하게 쓰려고 했는데...
 
이졸데:......
(제 머리를 쥐어뜯는다...)
존나착하게살았는데내가무슨죄를지었다고...
 
아그네스:부탁하네, 이졸데. (가볍게 이졸데의 어깨를 감싸 벽 앞으로 데려간다)
 
이졸데:대체 뭘? 믿고? 이렇게 빡치게 구는 거냐? (아오 손 하나 뿐이라 한 쪽 어깨만 감싸지는 것까지 빡침)
 
아그네스:(헤헤)
 
이졸데:(아오오)
 
아그네스:자넬 빡치게 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는 것도 알아주게.
자넨 내 하나뿐인 친구라고.
 
이졸데:... (울컥해서 한 소리 하려다가 만다.)
(그 대신 벽을 걷어찼다.)
이능력(신체강화) Roll
기준치: 90/45/18
굴림: 94
판정결과: 실패
 
어라, 이번에는 힘이 너무 약했던 것 같은데...
 
아그네스:(깜짝)
 
그런데도 불구하고, 벽은 우르르르르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무너집니다.
 
승질을 내려던 것 뿐이었던 듯, 이졸데도 잠시 놀란 표정을 짓네요.
 
원인은 금세 알 수 있습니다.
 
연구지원실
 
두 사람이 마주한 것은 조용한 내부가 아니라,
 
불온한 파괴 욕구로 가득 찬 눈동자들이었습니다.
 
연구지원실의 문이 열려 있어, 복도의 크리쳐들이 내부까지 진입한 모양이에요.
 
총 8마리의 크리쳐가 몸을 뒤틀며 몰려듭니다.
 
전투 개시. 1
 
이번 전투는 이졸데의 선공입니다.
 
아그네스는 이능력 사용을 선언할 수 있습니다.
 
아그네스:노크라도 할 걸 그랬군. (이졸데가 자세를 취하면, 즉시 근처에서 물러나 크리쳐들을 바라본다.)
엄호하지. (크리쳐들을 상대로 이능력을 사용한다)
 
이졸데:문단속 좀 잘하고 살 것이지, 진짜! (마침 화가 난 참이니 있는대로 성질을 낸다.)
 
아그네스, *이능력 판정?
 
아그네스:
캡틴 Roll
기준치: 90/45/18
굴림: 68
판정결과: 보통 성공
 
확인. 이능력의 방향을 결정해주세요.
 
아그네스:(여러 마리가 한 번에 덤비다니 비겁하기 짝이 없군. 그렇게 싸움에 자신이 없나? 저 놈을 이기고 싶다면 한 놈씩 차례대로 맛보라고. 나머지는 전부... ...) (가볍게 숨을 들이마신 뒤에 내뱉는 음성이 연구실 벽면을 타고 흐르는 듯 위에서부터 아래로 쏟아져 내려온다.) 멈춰.
 
진득한 악의가 그대로 굳어서 멈춥니다.
 
금방이라도 두 사람을 후려칠 것 같던 꼬리, 거칠게 내쉬던 숨, 길게 벌어진 아가리까지.
 
이 난폭한 흐름을 오래 멈춰두기는 어렵겠습니다만, 두 사람에게는 이 정도면 충분할 거예요.
 
이번 라운드의 두 사람은 공격에 보너스 다이스를 2개 받습니다.
 
이졸데:야, 그냥 복직해라. 짜증나게 유능하네.
이능력(신체강화)
기준치: 85/42/17
굴림: 882271
+2: 어려운 성공
+1: 어려운 성공
  0: 실패
-1: 실패
-2: 실패
피해: 12
 
아그네스:(그 말에 숨을 죽이고 있던 것도 잊고 크게 웃는다) 솜누스에서 나를 반긴다던가?
 
이졸데:(우두둑, 콘크리트가 금가는 소리와 함께 그대로 몸을 쏘아올린다. 도약한 바닥에는 스키드마크처럼 두 줄의 패인 선이 남는다.)
(그 후는, 단순하고 무식한 충돌.)
 
질긴 가죽이 터져나가는 소리.
 
꼬리를 잡아채 작은 크리처에게 집어던지고, 그 위로 뛰어오르는 일련의 동작이 부드럽게 연결됩니다.
 
연구지원실 내부는 삽시간에 잠잠해집니다.
 
전투 종료.
 
이졸데:(으, 하는 얼굴로 손과 옷에 묻은 체액을 털어낸다. 일주일째라지만 역시 기분 나쁘단 말이지.)
이 옷도 버려야겠어.
 
아그네스:오염이 되지 않는 신소재 같은 건 개발하지 않는건가? 명색이 최고의 히어로인데 그 정도는 해줘야지 않겠어. (근처에 있던 버려진 박스를 집어들어 그새 자기한테 튀는 액체들을 막았다.)
 
이졸데:(와, 저 자식 깔끔한 거 봐라? < 라고 표정에 적혀있음.)
 
아그네스:(깔끔)
 
이졸데:방염 기능 넣으면 뭐하냐. 다 찢어먹는데. (근접계 히어로의 비애랄지.)
(축축해진 소매를 만지다가, 그냥 손으로 대충 뜯어내 바닥에 버린다. 팔에 달라붙는 것보다야 이 편이 움직이기 낫겠다.)
 
터진 가죽 사이로 비어져나오는 것들에게선... 눈을 돌립시다. 별로 좋은 광경은 아니니까요.
 
전투의 여파로 처참하게 부서진 [테이블] 여러 개와, 무언가 적힌 [화이트보드]가 눈에 띕니다.
 
아그네스:(우선 화려하게 부서지고 찢어진 것들에게서는 눈을 돌리고...화이트보드를 먼저 본다.)
사람들은 그런 자네 모습을 좋아하더라고.
야생미라던가?
 
이졸데:왜 그러냐? 인터넷 많이 하는 사람처럼...
 
붉은색과 검은색의 보드마카로 어지럽게 판서가 되어 있는 화이트보드입니다.
 
얼룩덜룩한 종이 몇 장이 자석으로 고정되어 있네요.
 
관찰, 혹은 자료조사로 판독해볼 수 있습니다.
 
아그네스:히어로들 소식이라면 꿰고 있지. 모를 수 없게 떠들어대는 녀석들이 있거든.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76
판정결과: 실패
과학자의 특징, 두 번째.
판서를 알아볼 수 없게 해놓고 자기들끼리 회의를 끝낸다.
 
이졸데:첫번째는, 미감이 별로다? (그 옆에 서서 눈을 가늘게 뜨고 보드를 들여다본다. 흰 것은 종이요 검은 것은 글씨여야 할 것인즉...)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96
판정결과: 실패
회의 끝냈네? 나만 이 지랄맞은 판서 속에 두고?
 
아그네스:자네도 동의하지?
 
어쨌거나, 힘겹게 눈을 찌푸려가며 읽어본 내용은...
 
아그네스:아니, 첫 번째는...
주제넘다.
 
[크리쳐 I. X는 상당한 --- 파괴력을 지닌 --- -인됨.]
 
[-- 이능력자보다 강력한 군사력 확보- - -- --- 기대.]
 
[일반 포격이나 사격은 효과가 없으나 ------- 시 몸체의 일부 조각이 떨어지기도 함.]
 
그리고 마지막 문장은,
 
필체보다 그 지저분한 속내가 먼저 읽힙니다.
 
아그네스:(이능력자보다 강력한 군사력 확보 부분을 가리킨다) 내 말이 맞지?
 
[매번 다수의 사상자 발생. 연구진 측 피해 절감을 위해 대체 희생양 필요.]
 
아그네스:으음, 아니, 너무 많아서 어딜 가리켜야 할 지 모르겠군. (손가락을 이리저리 휘두른다)
 
이졸데:내가 네 말에 동감해야하는 날도 다 오고. (손가락을 따라 고개를 이리저리 휘두르다가... 정신차림. 고개를 고정한다.)
일단 유효타를 먹일 수단이 있긴 한가본데. (지워진 문자를 손 끝으로 쿡 찌른다.) 자료를 수집해갈 수 있다면 도움이 되겠어.
 
아그네스:자네가 부순 테이블 중에 회의록을 제대로 쓴 사람이 있기를 기대하면서? (하고 부서진 테이블 주변을 헤집어본다)
 
이졸데:그렇지. (무심코 대답하고,)
(...방금 나 꼽준건가? 쳐다봄.)
 
꼽을 좀 먹어도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테이블들은 방금 전 전투의 여파로 모조리 쓰러진데다, 절반이 부서져나갔거든요.
 
아그네스:(아닌 척)
 
덕분에 본래는 위에 놓여 있었을 것들도 전부 바닥에 널브러져 있어요. 몇 개는 테이블 밑에 깔렸을지도 모릅니다.
 
근력 판정, 혹은 졸데 동원으로 테이블들을 세워가며 살펴볼 수 있습니다.
 
아그네스:(졸데 동원)
 
이졸데:(꼽 먹어서 삐졌음)
 
아그네스:이졸데, 자네가 부순 이 테이블 밑에 뭔가 있는 것 같은데...
 
이졸데:에이씨...
 
아그네스:...자네 삐진건가?
 
이졸데:뭐.
뭐. 어쩌라고. (10대때나 쓰던 레파토리)
(그러면서 테이블을 텅, 텅, 빠르게 세운다.)
 
널브러져 있던 테이블들이 시원스레 바로세워집니다.
 
마지막 테이블을 밀어 세우자, 그 밑에 깔려 있던 시신이 모습을 드러내는군요.
 
연구실 출입문에 있었던 것보다 부패가 많이 진행되어있어요.
 
실험 가운을 입은 시신 옆에는 수상한 [파일철] 하나가 떨어져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졸데가 고인을 그만 테이블 밑에 깔아뭉갰군요.
 
이졸데:...............................
 
아그네스:저런.
최강의 히어로가...
 
이졸데:.........(묵념...)
(아무말도안함...)
(조용히함..)
 
아그네스:(묵념 안함. 서류철을 집어들어 펼쳐본다)
뭉개져도 팔자지 어쩌겠나?
그 전에 죽은 걸 다행으로 여겨야지.
 
이졸데:네가 7층에서 떨어질 때도 그런 식으로 말해봐라, 진짜... (그리고 다시 묵념함...)
 
파일철에는 단 한 장의 서류만이 끼워져 있어요.
 
[E. M. D. Prototype의 임상 보고서]
 
이능력자를 대상으로 임상 진행.
 
경동맥에 주사 후 즉각적으로 5배에 육박하는 신체능력의 향상. 이능력 강화 효과 확인.
 
그러나 ---을 동반한 기타 부작용 또한 발견.
 
추가적인 연구 지원이 있다면 향후 비능력자를 대상으로도 .. ..
 
이후로는 피에 젖어 읽을 수 없습니다.
 
아무래도, 상당히 다양하고 거창한 꿈을 추구하던 연구소인가봐요.
 
*관찰?
 
아그네스:이능력 강화까지 연구하셨다.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64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에 젖어 거의 가려진 종이 하단에,
 
국방부의 승인 도장이 찍혀있는 것을 알아챌 수 있습니다.
 
붉은 인주로 찍은 도장 위로 피가 튀어 세심히 보지 않으면 알아채기 어려워요.
 
아그네스:(이졸데에게 그 표식을 내밀어 보여준다)
 
이졸데:뭐, 쓸만한 거라도... (묵념도 적당한 선에서 멈추고, 서류를 들여다본다.) ...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95
판정결과: 실패
(도장은 못봄) 이야, 가지가지하네.
 
아그네스:(모르는 게 좋으려나...하고 잠시 생각해본다)
(아니지. 불편한 진실. 씩 웃으며 종이를 반으로 접어 피에 젖은 도장 부분을 가리킨다)
잘 보게.
누가 돈을 대 줬는지 말이야.
 
이졸데:......
이 씨발미친새끼들이... (이가 빠드득 갈리는 소리. 종이를 찢어버리지 않고 챙기는 데에는 대단한 자제력이 필요했다.)
 
아그네스:(종이를 잘 접어서 내민다.) 잘 생각하게, 이졸데.
자네들이 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말이야.
자네들이 쫓을 게 정말로 나인지도.
 
이졸데:우리라고 너한테 시간낭비하고 싶었을 것 같아? 본부장님이 무슨 생각으로, (인상을 있는대로 구긴다. 주먹을 쥐면 장갑에 덧댄 철판이 뒤틀리는 소리가 난다.)
... 그러니까 알려주지 않은 거겠지. 2주전에 알았으면서도.
지들이 한 연구라는 게 들키면 안 되니까.
(그리고, ...생각을 연장하지 않는다. 서류를 주머니에 넣고 벽을 살펴본다. 기록보관실 방향으로 문이 나 있다.)
 
아그네스:(주먹 쥔 이졸데의 손에 한 손을 부드럽게 올려놨다가 뗀다.) 그래서 이렇게 돕고 있잖나.\
다행히 이번엔 벽 부술 일은 없겠군. (긴 복도를 통과해 기록보관실 방향으로 향한다)
 
이졸데:오냐. 한 손 뿐이지만. (그 한 손은 바다에서 잃어버리고 올라왔으려나.)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한다. 이 연구소에 데려오지 말아야 했어. 왜냐면...)
 
아그네스:고양이 손이라도 필요하다 하시니.
 
이졸데:잠깐. 고양이 같은 귀여운 거에 빗대줄 생각 없다.
 
아그네스:...삵?
 
이졸데:갈라파고스 거북이. (정색함. 그리고 직진한다.)
 
아그네스:이거 상처받는걸. 한 때는 자네가 날 업고 다니기도 했는데...
 
조심스레, 기록보관실의 문을 열어보면...
 
아그네스:oO(고양이...)
(졸데 뒤통수 보면서 생각하는 중.)
 
내부는 완전히 어둠에 잠겨있습니다.
 
이곳의 전등은 파손을 피할 수 없었던 모양이에요.
 
아그네스:고양이 손이 빛을 발하는 순간. (딸깍, 하고 손전등을 켠다)
아, 갈라파고스 거북이 손.
 
이 거북이는 손에서 빛도 난다네.
 
딸깍! 손전등에 불이 들어옵니다. 서류가 난잡하게 엉킨 내부가 비로소 눈에 보여요.
 
어둠으로 인한 페널티 다이스가 무효화됩니다.
 
이졸데:oO(짜증나네... 왜 일 잘하지... 걍 복직해라...)
 
아그네스:지금 나랑 같이 일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나?
 
이졸데:아니?
사람이 양심이 있어야지. (정강이를 발로... 걷어차는 시늉만 함. 찰흙인형이므로.)
 
아그네스:아아, 아마 아그네스 로페즈가 쭉 솜누스에 있었다면 정부 인사의 음모 쯤은...
(더빙톤으로 말한다)
 
이졸데:입, 입, 입!
 
아그네스:(손전등을 입에 문다)
 
이졸데:내 손에 지금 뭐가 묻었는지 기억
(아오)
(아오오 손전등 뺏어간다)
 
아그네스:난 자네가 정말 좋아.
 
이졸데:자제해.
 
아그네스:(방긋)
(그럼 이졸데가 비추는 곳을...나는 둘러보기 시작한다)
 
기록보관실의 안쪽에는 [책장]들이 빼곡히 늘어서 있습니다.
 
수많은 서류철과 노트, 보고서와 일지...
 
...그것들 대부분은 진동에 의한 것인지 바닥에 떨어져있지만요.
 
쓸만한 것을 찾기 위해서는, 이번에도 품을 들여야할 것 같습니다.
 
*자료조사?
 
아그네스:
자료조사
기준치: 60/30/12
굴림: 3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책장을 하나씩 들여다본다. 분명 관련된 자료들은 한 번에...)
연구 데이터는 많겠지만 최근에 시작한 연구는 비교적 잘 보이는 곳에 뒀겠지...
 
그랬겠지만, 아그네스는 책장 구석에서 종이를 태운 듯한 흔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자신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었는지, 그리고 들켜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인지했던 모양이죠.
 
발치에 채이는 것은 또다시 [일지] 형태의 문서입니다.
 
아그네스:증거 인멸의 흔적도 있고... (탄 자료들에 약간의 아쉬움을 비추면서 일지를 넘겨본다)
 
이졸데:(비로소 무언가 깨달은 표정으로,)
사진기를 가져와야했는데.
(내 머리 꽝 때리고 싶음)
 
일지를 넘겨봅니다. 표지에는 Code: Zero 라는 제목이 적혀있어요.
 
핸드아웃을 공개합니다.
 
아그네스:나를 증인으로 쓰게.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
 
이졸데:그래, 빌런을 법정에 세워서 국방부 저격시키고 나는 히어로 공무에 빌런을 동원했습니다 떠들고 짤리고 감옥가고...
 
아그네스:아쉽게도 처벌할 사람은 전부 죽은 것 같은데.
 
이졸데:(옆에 와서 손전등으로 일지를 비춰본다. 아그네스보다는 확연히 느린 속도로 일지를 읽는다.)
 
아그네스:(그 말에 짧게 웃는다) 법적 절차를 거치는 건 피곤하지.
하지만 나라면 얼마든지... (손전등을 톡톡 두드리며 일지를 내민다.)
중앙 통제실에서 비상 전력을 올리면 크리쳐들이 잠시 무력화 될 걸세.
 
이졸데:...(묵묵히 일지를 읽는다. 손전등을 쥔 손에는 미동도 없다.)
...우리가 피곤하고 멍청하게 살고 싶어서 이러는 거겠냐?
뭐가 그렇게 불만이야, 대체. (시선은 여전히 서류에 떨어져있다.) 뭐가.
 
아그네스:불만? (예상치 못한 단어인지 눈을 끔벅인다)
 
이졸데:불만.
 
아그네스:난 자넬 돕고싶은 거야.
 
이졸데:오늘만을 말하는 게 아냐. (비로소 고개를 돌려 쳐다본다.)
대체 무슨, 빌어먹을 종류의 심경의 변화가 있으셨는지 말이나 해보라고.
 
아그네스:(이졸데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자네가 그렇게 슬퍼할 줄은 몰랐어.
다른 사람들은 그닥 슬퍼하지 않았겠지.
 
이졸데:몰랐다고.
그래도 본 이후에는 알았어야지.
내가, 솜누스 사람들이 네 소꿉장난에 무슨 심정으로 어울려주는지.
 
아그네스:(소꿉장난. 그 말을 되뇌이듯이 눈을 한 번 굴린다.)
난 세상 일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게 좋아.
그리고 그걸 만들 수 있는 건 자네 밖에 없어.
생각해보게, 이졸데.
만약 내가 그 날...
날 잊으라고 했다면 어땠을까. 슬퍼하지 마,가 아니라.
 
아그네스:날 잊어. 라고 했다면. 그런데 어느 순간 눈을 떠 보니 해안가를 떠다니고 있었다면.
 
이졸데:(6년이 지나서야, 그 장례식에서의 고독을 설명할 단초를 얻는다. 슬퍼하지마.)
...내가 너한테 지독하게 배운 게, 둘 있거든. 아그네스 로페즈.
하나. 바다 밑에 처박히는 기분. 그건 내가 너보다 잘 알 거야.
둘. ...바닷물에 불어터진 시체가 어떻게 생겼는지.
그런데도 '날 돕는다'고 말할 수 있으면, 그래. 됐다. 나도 날 돕는 거야. 이젠 소금물 근처에도 가기 싫어. 그게 범죄자 이송 목적이든 뭐든 간에.
넌 바닷속에는 못 처박혀. 그러고 싶다고 기도하든 말든.
 
그러곤 지도를 꺼내 펼쳐듭니다.
 
행정실까지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복도를 한 번 가로질러야해요.
 
...바깥에서는 음산한 울음소리가 울려퍼집니다.
 
이졸데:작전. 내가 시선을 끈다. 니가 뛰어서 행정실에 들어간다. 내가 대강 해치우고 따라간다.
불만 안 받는다. 질문?
 
아그네스:자네한테 불만이 어딨겠나. (없어, 하듯이 웃어보인다)
 
이졸데:데려오지 말아야 했는데.
(그랬으면 아마 아그네스에게는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결과가 되었을 것이므로. 문을 열어젖힌다.)
 
아그네스:(난 왜 자네가 이 가는 걸 보는 게 좋을까, 뭐가 기대돼서? 생각하며 바깥의 상황을 빠르게 훑는다)
 
끼이익…
 
방치되어 녹슨 경첩소리가 연구소 복도에 울려 퍼집니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어슴푸레한 통로 속 번뜩이는 눈동자 수십 쌍이 이쪽을 향합니다.
 
죽어가는 사람이 내지르는 단발마처럼 기괴하게 이어지는 울음소리가 들려와요.
 
크리쳐 12마리가 철제 복도 이곳저곳에 거대한 몸뚱아리를 부딪히며 달려듭니다.
 
초반에 보았던 것들보다, 그 크기가 확연하게 큽니다.
 
이졸데:뛰어! (간결한 명령조.)
 
아그네스:(수도 많고, 크기도 크군. 별다른 대답 없이 곧장 행정실로 직행한다.)
 
크리쳐 한 마리가 이졸데에게 꼬리를 잡혀, 그대로 복도를 가르고 날아갑니다.
 
복도의 파편을 뛰어넘어가며 행정실로 향합니다.
 
무언가 거대한 것이 한 차례 쓸고 지나간 듯,
 
이 다음 공간인 '연락실', '시약 보관실'로 이어지는 벽들은 모두 무너져있네요.
 
힘을 쓸 필요가 없어 다행인가요?
 
행정실에서 사용했을 컴퓨터 [모니터]와 본체들이 바닥에 어지럽게 널려 있습니다.
 
아그네스:아주 다행이군. 크리쳐에게 고마워하긴 처음인데. (무너진 벽을 훌쩍 뛰어 넘어간다.)
이거 켜지나. (모니터와 본체가 연결되어 있는지 확인했다가, 모니터를 켜 본다)
 
모니터 옆에는, 시약 보관실에서 날려온 것인지...
 
완전히 파손된 [시약장]에서 무언가 흘러나와 바닥을 적시고 있군요.
 
모니터 액정에는 선명한 금이 가 있습니다. 용케 전선이 끊기지 않은 채 본체에 연결되어 있네요.
 
이거, 켜지기는 할까요?
 
*행운?
 
아그네스:
기준치: 45/22/9
굴림: 1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걸?)
 
파지직.
 
잡음과 함께 모니터에 전원이 들어옵니다.
 
비록 구석이 깨져나가 해상도가 좋지는 않습니다만,
 
[국가 기밀 프로젝트 - 크리쳐 X]
 
브리핑을 목적으로 제작된 문서의 첫 페이지 같네요.
 
배경 페이지에 국방부의 로고가 흐릿하게 깔려있습니다.
 
...
 
화면은 이내 완전히 나가버립니다.
 
바깥에서는 무언가 터지는 소리, 부서지는 소리, 짓이겨지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아그네스:아, 이런... (본체라도 들고갈까, 했다가 금세 말도 안되는 전략은 치워버린다)
좋은 증거지만, 다 끝나고도 남아있으면 가져가자고. (중얼거리며 잠깐 바깥에 시선을 두었다가, 바닥을 밟지 않도록 조심하며 시약장을 둘러본다)
 
전면부의 유리가 깨져나간 시약장입니다.
 
철로 만들어졌지만, 강한 힘으로 들이받힌 것인지 지금은 원형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찌그러졌네요.
 
내부에 있던 시약병들이 바닥에 떨어져 깨져 있습니다.
 
*관찰?
 
아그네스: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1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바닥에는 시약에 젖어 번진 라벨이 볼품없이 떨어져 있어요.
 
람람 (GM) [E.M.D] Prototype.
 
지금은 전부 깨져버렸습니다만,
 
아그네스:그거군.
 
시약장에 채워넣을 만한 물량이 있었다는 것은, 연구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단 뜻이겠죠.
 
아그네스:(잠시 생각한다. 이걸 주입하면 이졸데도 움직일까? 고개를 갸우뚱.)
이건 일단 나중 이야기.
 
일단 나중 이야기. 적어도 지금은 시약이 없으니까요.
 
벌컥.
 
행정실 문을 열고, 체액으로 엉망이 된 이졸데가 들어옵니다.
 
발소리가 아까보다 확연히 무거워졌네요.
 
아그네스:(파손된 시약장을 겅중겅중 지나가다가 고개를 돌린다) 고전했나?
 
이졸데:적당히. (주먹을 쥐었다가, 폈다가. 발을 딛었다가, 뗐다가. 무게를 가늠해본다.)
(움직일 수 있는 수준이라면 상관없다. 질량은 힘이니까. 아직은 여유가 남았다는 계산이 섰다.) 볼만한 건?
 
아그네스:모니터가 잠깐 켜졌다가 꺼져버렸다네, 시약은 전부 파손됐고.
제법 연구할 가치가 있는 약 같았는데, 아쉽군. 바로 갈까? (수술실 쪽을 턱짓한다)
 
이졸데:연구는 주제넘는 일이라고 하지 않았나? (서류만 챙기고, 코트는 벗어서 내팽개친다. 사실 이제 코트라기보단 거죽에 가까운 몰골...)
그래도 샘플이 있으면 증거삼기 좋았을텐데. (작은 한숨.) 가보자고.
 
아그네스:누가 연구를 하느냐에 따라 다르지. 궁금하긴 하잖나.
아, 그래. 나중에 행정실에 있는 본체를 가져가게. 거기 브리핑 자료 강ㅌ은 게 들어있더군.
 
이졸데:브리핑 자료라. (눈썹을 까딱인다.) 국방부 로고?
 
아그네스:(고개를 끄덕인다.)
대문짝만하게 박혀있지.
 
이졸데:확인. 챙겨야겠는데. ...
(뭔가 추가적인, 아그네스를 향한 것은 아닌 듯한 불만이 낯을 스쳐간다...)
 
아그네스:왜?
 
이졸데:......
빌런한테 말해주긴 아니꼬워.
(저벅저벅 걸어감.)
 
무너진 벽 네다섯 개 너머로 수술실의 문이 보입니다.
 
아그네스:에이, 궁금한데.
6년 전이라 치고 말해주게.
 
우그러진 바닥에는 핏자국으로 추정되는 검은 얼룩들이 번져 있습니다.
 
안 쪽으로 들어갈수록 연구소 내부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는 것만 같습니다.
 
이졸데가 수술실의 문을 엽니다.
 
수술실
 
이졸데:6년 전이라 치고.
그게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놈한테는 말 안해.
 
다른 곳에 비해 양호한 밝기의 전등이 수술실 내부를 비추고 있습니다.
 
검은 인영이 누워 있는 [수술대],
 
아그네스:난 자네 친구잖나.
 
수술 도구들이 일렬로 놓여 있는 [트레이]가 눈에 들어오는군요.
 
그 주변을 온갖 기계들이 에워싸고 있습니다.
 
아그네스:(이런 순간에도 수술대에 누가 있다니...아마도 시신일 것을 들여다본다.)
 
이졸데:그럼 '친구로서' 대답해봐.
3년 동안 해온 짓이 다 뭘 위한 거였는지.
그냥 네 맞은편에서 뛰어오는 인간이 필요했던 거면, 여기서 죽이고 갈 줄 알아. (그러진 못한다.)
 
아니나 다를까.
 
손목과 발목이 수술대에 고정된 채 심각하게 부패한 시체가 놓여있습니다.
 
특별한 상해의 흔적이 없는 것을 보니, 아마 구속된 채로 굶어 죽은 듯해요.
 
대피하는 와중 아무도 이 사람을 풀어주지 않았나봅니다.
 
아그네스:최악의 최후를 맞았군. (잠시 중얼거리다가)
 
그보다, 이목구비가 묘하게 익숙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지능?
 
아그네스: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3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아하, 아그네스가 뒷골목에서 몇 번 마주친 적이 있던 빌런입니다.
 
사탕발림에 잘 넘어오는 성격으로, 그 허술함이 독이 되어 결국 히어로들에게 체포당했었죠.
 
아마 4개월 가량 전의 일입니다.
 
그 이송을 맡았던 히어로도 지금 옆에 있군요.
 
이졸데:... 야.
(설마? 하는 얼굴로 돌아본다.)
 
아그네스:아~!
(시신을 알아보는 표정으로 박수를 짝, 친다.)
하?
(눈썹을 들어올리며 이졸데를 바라본다.)
 
이졸데:허어?
아니...
이 새끼들이...
기껏 신변 인도 해준 빌런을 인체실험에 쓰셨다?
(가관이라는 듯 인상을 쓴다.)
 
아그네스:어째 조사할 수록 이 나라를...아니, 지구를? 떠야겠다는 생각만 드는 걸.
아, 물론 자네랑 같이... (맞을 말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수술대 반대편으로 물러난다)
 
이졸데:세상이 이 모양? 이 꼬라지인데?
이 참에 사회불신을 조장하는 범죄행위도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은?
안 드냐?
 
아그네스:흠, 글쎄. 타겟을 좀 바꿔보면 좋겠다는 생각 정도?
 
이졸데:...데려오지 말걸. (아마 세번째로 후회함)
 
아그네스:3년 동안 뭘 했냐고 물었지.
 
이졸데:(말없이 눈썹만 까딱인다.)
 
아그네스:첫 번째는 나를 위해서, 그리고 두 번째는 세계를 위해서.
히어로도 인간일세. 죽는 건 한 순간이지.
히어로로서 죽음을 맞이하면서, 나는... ...
살고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 몸부림쳐야했다네.
거기 모인 수 천, 수 만 명의 사람이 자진해서 바다로 뛰어드는 건 보고싶지 않았으니까.
그래도 나름 솜누스 최고의 히어로였는데 말일세, 돌조각 하나에 생사를 오락가락하다니 허무하지 않나? 그리고 그건... (이졸데의 가슴께를 쿡 찌른다.) 자네도 마찬가지야.
 
아그네스:내가 죽었다고 알려졌을 때 자네가 분노하고 슬퍼했듯이, 온 바다를 이 잡듯이 뒤지고 다녔듯이.
나 또한 자네가 위기에 처하면 무슨 짓이라도 할 걸세. 이졸데, 무슨 말인지 알겠나?
무슨 짓이라도.
내가 나의 통제를 벗어났을 때 대체 뭘 할 수 있을 지 상상조차 되지 않아. 그렇다면 내가 해야 할 일은 자네를 현장마다 따라다니며 보호하는 게 아니라... ...
자네를 해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되는거야.
이졸데 데미우스. 나는 그런 방식으로 줄타기를 하고 있다네. 오발탄을 막을 코르크로 자네를 써가면서 말이야.
 
이졸데:(무뚝뚝한 낯에 무슨 생각이 스치는지. 그렇게 원하던 답을 듣는 내내 표정에는 큰 변화가 없다.)
이제야... ...그래. 이해가 되네.
그러니까 네 대가리는 터지기 직전의 샴페인병 같은 거라고. (헛웃음 짓는다.)
받아쳐줄 인간이 없으면 그대로 터져서 줄줄 새버리는 상태다, 이 말씀이시지. 그래서 날 코르크로 쓰셨다... ...
(체액이 얼룩져 지저분한 손으로 대번에 멱살을 잡는다. 그대로 이마를 거세게 부딪힌다. 뇌진탕이 오지 않게 조절할 정도로는 이성이 남아있어서 망정이지.)
누구 마음대로?
 
이졸데:내가 언제 죽어나자빠지지 않게 도와달라고 빌었지? 그 자리의 누가, 너랑 빠져죽는 대신 슬픔이 말라붙은 천치처럼 굴고 싶다고 빌었지?
누가? (이를 빠드득 갈아낸다.) 난 네 보호나 받으려고 히어로가 된 게 아냐. 도움이, 보호가, ...
(자존심의 밑바닥까지 완전히 부서져나가는 기분. 그러나 분노보다 비탄이 앞선다. 빌어먹을 15년이라는 게 사람을 그렇게 만든다.)
...그것들이 필요한 건 너야.
그리고 솜누스 인간들은 다들 기꺼이 그렇게 해줬겠지.
네가 위에서 내려다보느라 3년을 허비하지 않았으면. 진작에... ... 돌아왔으면.
 
아그네스:(순식간에 부딪혀 얼얼한 이마를 한 손으로 문지르며 눈을 천천히 끔벅인다.)
(조금 얼빵한가, 싶기도 한 얼굴로 어설픈 미소가 지어진다. 뭔가 비틀린 것 같기도 하고, 정신이 빠져서 실소가 흘러나오는 것 같기도 한 표정.) 3년 동안 자넬 잊으려고 했어.
그런데 잘 안됐지.
 
이졸데:그런다고 용서해줄 것 같냐?
 
아그네스:안 할 수록 좋아, 이졸데.
자네가 날 붙잡아주기만 한다면.
자네 말마따나 나는 정신 나간 미친놈이고 통제 안되는 또라이니까 자네가 잡아줘야지.
 
이졸데:그래. 근데 네가 원하는 방식으론 안 잡아.
이제 내 목표는 네가 바다에 빠지든 말든 사람이 몇이나 있든 속 편하게 살려달라고 할 수 있도록 이능력 구속 문신 같은 걸 개발하는 거거든? (농담일까?)
 
아그네스:(빨개진 이마를 한 번 소매로 닦아낸다) 이래서 자네가 정말 좋아.
 
이졸데:(이마의 붉어진 자리를 검지로 밀어낸다.) 주제넘게 굴지마.
 
아그네스:진짜야.
 
이졸데:이게 믿음이 간다는 게 진짜 빡친다....
 
아그네스:왜냐면 자넨 날 잘 아니까.
 
이졸데:넌 내 인생에서 제일 제정신아니고 빡치고 복잡한 인간이야...
 
아그네스:너무 좋아. (활짝)
 
이졸데:이 시끄러운 생각이 좀 안 들리게 되면, 너도 제정신이란 걸 차리겠지. (그래. 이능력 구속 문신. 괜찮은 것 같다. 연구부에 월급 털어넣어서 의뢰할래.)
 
두 사람이 그렇게 실랑이를 하는 사이...
 
수술대 옆의 [트레이]는 쓸쓸히 버려져있습니다.
 
아그네스:(아차...한 때는 메스를 담는 간지용품이었을텐데...)
(간지용품을 들여다본다. 혹시 여기 시약이 있나?)
 
한 때는 이 녀석에게도 맡은 바 역할과 꿈이 있었을 것입니다.
 
메스는 은빛으로 빛나고, 건성으로 마취당한 빌런은 아름다운 세레나데를 불러주었겠죠.
 
지금도 수술용 톱, 석션, 메스, 그리고 이름을 다 알지 못하는 수술도구들이 가지런히 정렬되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주사기]가 하나 있네요.
 
아그네스:(주사기를 들어본다. 이건...?)
 
선명한 노란색의 시약이 담긴 주사기입니다.
 
고무 패킹도 문제없어 보이고, 바늘마개도 끼워져 있는 것을 보아 아직 사용하지 않은 것인 듯합니다.
 
[E.M.D] - 1st completion 이라고 적힌 라벨이 붙어있네요.
 
시약장의 상태를 생각해보면, 아마 이 연구소에 남은 마지막 샘플일 것입니다.
 
아그네스:... ... ...
(들여다보다가...상쾌한 얼굴로 제 재킷 주머니에 쏙! 넣는다)
압수.
 
이졸데:정지. (어이.)
 
아그네스:흠?
 
이졸데:그걸 왜 네가 챙기지?
 
아그네스:혹시 몰라서?
자네는 쭉 크리쳐들하고 싸울텐데 깨지면 어떡하나.
 
이졸데:... (일단 맡겨두지만 의심스럽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간수 잘해라.
엄한데다 꽂지 말고.
 
아그네스:엄한데가 뭔지 잘 생각해보지.
 
이졸데:(I see you 제스처 하고는...)
(복도로 이어진 문고리를 잡는다. 연구소장실까지는 다시 복도를 가로질러야 한다.)
작전. 내가 시선을 끈다. 니가 존나 뛴다. 내가 해치우고 따라간다.
불만 안 받고. 각오는?
 
아그네스:이의있음.
 
이졸데:기각.
 
아그네스:왜?
 
이졸데:네가 있으면 빡쳐서 힘조절이 안 돼.
들어가.
 
아그네스:도와주려고 한 건데...
(어쨌든 뛸 준비 했다.)
 
이졸데:말했지.
도움이 필요한 건 내가 아니라 너라고.
(너절해진 장갑을 점검하고, 문고리에 손을 얹는다. 그리고...)
 
수술실의 문을 여는 순간,
 
복도에 몰려 있던 16마리의 크리쳐가 소름끼치는 괴성을 지릅니다.
 
발치, 아니... 연구소 복도 전체가 불길하게 진동합니다.
 
한눈에 보아도 연구소의 초입에 있던 것들보다도 훨씬 더 몸집이 크고,
 
피막 날개가 요란하게 퍼덕이는 소리가 고막을 긁어내립니다.
 
일반인이라면 이미 바닥에 주저앉았을만한 풍경.
 
두 사람은 그 안으로 뛰어들어갑니다.
 
아그네스:(문이 열리자마자 괴물들을 노려본다. 이졸데는 하지 말라고 했지만, 뭐.)
 
이졸데:딴 길로 새지... (이 자식이? 표정.)
 
아그네스:(크리쳐들에게 이능력을 사용합니다~!~!)
 
이졸데:아그네스 로페즈!!!
 
사용~~!
 
이능력 판정!
 
아그네스:
캡틴 Roll
기준치: 90/45/18
굴림: 62
판정결과: 보통 성공
 
확인! 효과를 지정해주세요!
 
아그네스:(크기가 커질 수록 달라지는 것은 욕망의 과격함 뿐. 힘으로 나온다면 이쪽도 힘으로 비틀어 꺾는 수 밖에. 연구소장실로 뛰는 동안 희번득하게 빛나는 노란 눈이 크리쳐의 의지를 꺾어내린다.) 손 끝 하나라도 대면 스스로 머리를 찢게 해주지.
 
검고 낮게 흐르는 의지가, 세찬 물살처럼 휩쓰는 명령에 고개를 꺾습니다.
 
이번 라운드의 이졸데와 아그네스는 판정에 보너스 다이스를 2개 받습니다.
 
-아그네스는 연구소장실로 달릴 예정이지만!
 
이졸데:성질머리봐라. (저거저거, 명령조가 아주 몸에 배어서, 이제보니 생각하는 게 아주 위험한 놈이야. 어디 잡아다놓고 죽도록 대화를 해야...)
 
아그네스:파이팅~ (상쾌하게 말하며 연구소장실로 훌쩍 들어간다)
 
이졸데:쓸만한 거 있는대로 찾아놔!
이능력(신체강화)
기준치: 85/42/17
굴림: 141813
+2: 극단적 성공
+1: 극단적 성공
  0: 극단적 성공
-1: 어려운 성공
-2: 어려운 성공
피해: 8
 
아그네스:(졸데야)
 
우두둑.
 
자리에 붙박힌 크리처는 손에 잡히는대로 터지고, 뭉개지고, 으스러져 무너집니다.
 
저 쪽을 걱정할 필요는 없겠어요. 우리는 우리의 일에 집중합시다.
 
SCENE 07# Expected Decision
 
연구소장실
 
넓은 연구소장실 내부로 들어서면, 거대한 [원목 책상]이 가장 먼저 눈에 띕니다.
 
바닥에는 어지럽게 핏자국이 검게 말라붙어 있고, 깨진 안경알 조각이 흩어져 있어요.
 
콘크리트 벽 너머로 거대한 충격음과 크리쳐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들립니다.
 
물론, 크리쳐들이 울부짖는 소리만.
 
아그네스:자, 그럼... (소장 의자에 털썩 앉아서 책상을 둘러본다.)
비밀 버튼, 서랍, 개인적인 자료...남김없이 뒤져주지.
 
자연스레 의자에 앉습니다. 그야, 아그네스는 오늘 아침에도 꼭 이런 자리에 앉았었는걸요!
 
푹신함을 간직한 의자에 비해, 책상의 상태는 썩 좋지 못합니다.
 
거대하고 날카로운 무언가가 책상을 내리친 듯 균열이 가 있고,
 
책상 위부터 근방의 바닥이 온통 피로 물들어 있네요.
 
책상에 걸쳐진 검붉은 천 조각은, 아래에 무언가 놓여있는 듯 불룩합니다.
 
아그네스:(검지와 엄지 끝으로 천 조각을 들어올린다.)
흐으음.
 
천 조각 아래에는 타원형의 기계가 놓여 있었습니다.
 
떨어져 있었다고 하는 것이 조금 더 정확한 표현일까요?
 
무엇인지 확인해보기도 전,
 
삑- 하는 비프음과 함께 그것이 멋대로 작동합니다.
 
허공에 수놓여지는 섬세한 레이저들.
 
그것들이 점차 하나의 홀로그램 인영을 만들어내기 시작합니다.
 
안경을 쓴, 나이 지긋한 모습의 남성이 숨을 몰아쉬고 있네요.
 
검붉은 핏자국이 점점이 묻은 실험가운에 ‘연구소장’이라는 직책이 적혀있습니다.
 
아그네스:...오호?
어이, 이졸데. 이건 봐야할 것 같은데. ...바쁜가? 일단 혼자 볼까?
그래.
 
이졸데?
 
이졸데:
이능력(신체강화)
기준치: 85/42/17
굴림: 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피해: 8
(바빠!)
 
아그네스:(와)
 
우두둑.
 
음, 바쁜가봅니다.
 
아그네스:(긁적) 그래, 오케이.
연구소장은 죽었다던데. (하고 생경하게 홀로그램을 바라본다.)
 
크리쳐들의 단말마가 이졸데의 대답 대신 들려오네요...
 
그렇다면, 이것은 아그네스가 그간 읽어온 숱한 일지들의 최종본이겠군요.
 
남자가 공포에 질린 얼굴로 입을 엽니다. 목소리가 공허한 방 안을 울리기 시작합니다...
 
연구소장:...크리쳐 X와 I.X, 그리고 E.X 에 대한 연구는 완전히 실패했습니다.
그들은 통제되지 않으며, 이곳은 완전히 점거당했습니다.
크리쳐를 제압하는 방법은 단 하나뿐입니다. 바로 강한 빛에 노출시키는 것입니다.
...중앙통제실의 비상 전력등 버튼은 크리쳐에 의해 파손되었습니다만,
그러나 중앙실험실 너머에 연구소 전체의 전력을 컨트롤 할 수 있는 전기회로실이 있습니다.
그곳의 비상단자함을 이용해 연구소의 조도를 최대로 높이십시오.
 
연구소장:저희는 그곳까지 도달할 수 없으니, 사실상 이것은 유언입니다. 면목이 없습니다만 이 메세지가 장관님의 수중에 들어가길, 크리쳐 섬멸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연구는 실패했으나 우리 연구진은 국가와 국방에 기여하고자 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다음 순간,
 
남자의 측면에서 달려드는 크리쳐의 형상을 마지막으로 영상이 끝납니다.
 
아그네스:으, (비위가 상한 표정으로 손을 내젓는다) 마지막 말은 안하는 게 나았을텐데.
 
불안정하게 금이 가 있던 기계는 회로가 타버린듯 망가져버리고 말았으나...
 
아그네스는, 기계가 꺼지기 전 '메시지 전송에 성공'했다는 기록을 볼 수 있었어요.
 
국방부 장관은 이미 크리처의 약점을 알고 있었던 거예요.
 
그러나 이 곳에 파견될 단 한 명의 히어로에게 전달하지 않았습니다.
 
...
 
그가 이곳의 비밀과 함께 순직하기를 바랐으므로.
 
크리쳐들은 어디선가 ‘나타난’ 것이 아니리 '만들어진' 존재라는 것쯤은 이미 짐작하고 있었지만요.
 
아그네스:... ... (천천히 등받이에 몸을 기댄다. 끼익, 하고 불안정한 소리가 울리고...)
내가 너무 얕보였나...?
(아님 죽고 싶었나? 막 삶이...아무 의미도 없는 거 같아서? 모르겠네. 머리를 기우뚱하게 기울여놓고 벅벅 긁는다. 습, 왜 그랬지...?)
너무 오래 고민하면 건강에 안좋나...?
 
아그네스가 깜찍하게 갸웃갸웃 하는 동안, 바깥을 정리한 이졸데가 안으로 들어옵니다.
 
이졸데:고생했다. (아그네스가 아니라 장갑에게 하는 소리. 철판이 다 떨어져 나간 장갑도 바닥에 툭 내다버린다.)
(그리고 의자에 앉아있는 꼬라지를 보며...)
(기막혀하는 시간 10초 가짐.) ..........
 
아그네스:아, 어서오게.
나도 고생했는데.
 
이졸데:그렇게 최종보스처럼 앉아있지마라.
내가 오해하고 때려잡으면 어쩌려고. (쿵, 발소리가 한층 묵직해졌다.)
 
아그네스:뭐? 아닐세. 그런 걸 연출하려고 한 건 아닌데.
방금 연구소장의 메시지를 들었다네.
 
이졸데:(안 믿어)
뭐라든?
 
아그네스:중앙통제실의 비상전력등은 이미 파손되었고, 중앙실험실 뒤쪽의 전자회로실로 가서 조도를 최대로 높이라더군.
곧장 그쪽으로 가면 될 것 같아. 그런데... ...
 
이졸데:그래도 쓸만한 이야기 하난 있네.
그리고? (눈썹을 까딱인다.)
 
아그네스:그 메시지를 국방부에 보냈더군.
 
이졸데:아하.
(더 말해보라는 듯 어깨만 으쓱한다.)
 
아그네스:그런데 자네한테 전달을 안했어.
 
이졸데:그랬지.
 
아그네스:내 생각엔 간이 배 밖으로 나온 것 같은데.
 
이졸데:뭐... 앙심도 좀 있었겠지.
 
아그네스:자네 국방부랑 뭐 척졌나?
홍보영상 촬영장을 깽판치고 나왔다거나.
 
이졸데:별 거 아냐.
걔들이 신체검사 한 번 시켜달라던 걸 걷어찼거든. (새로울 것도 없다는 듯 으쓱인다.) 국방부가 신체강화계 능력자한테 관심 존나 많은 거 누가 몰라. 미쳤다고 피를 뽑아줘?
 
아그네스:자네 피로 혈청을 만들었을 걸. (그 말에 크게 웃는다)
(국방부 테러해야지~)
(속으로만 생각했다)
 
이졸데:(뭐... 사지로 보내졌다는 것도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던 듯.)
미리 말해두는 건데...
멋대로 사고치지 마. 네가 갈 건 국방부 청사가 아니라 수감소야. (눈 부릅뜸...)
 
아그네스:물론 잘 알고있지. (아차)
(그러면서 중앙통제실로 나가는 문에 시선을 둔다. 저 너머에도 뭔가 있나?)
 
이졸데:전달만 드리면, 장담하는데, 본부장님이 국방부를 씹어먹고 싶어하실걸. (다 절차가 있단 말이다, 절차가. 인간아! 표정.)
 
그야말로 동상이몽을 꾸는 중인 두 사람이, 중앙통제실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면...
 
SCENE 08# Set Free
 
아그네스:그럼 절차를 거치고 세계 최고의 빌런을 국방부 쿠데타에 쓴다?
 
이졸데:아 진짜 개소리 좀 하지마!
 
쿠구궁...
 
무언가가 연구소장실 벽에 강하게 부딪히며 거대한 충돌음을 냅니다.
 
물리쳐도, 물리쳐도 끝이 없는 것을 보면, 국방부 측의 크리처 추산은 축소되었을 가능성이 높군요.
 
사방에서 크리쳐들이 몸을 부딪혀오는 듯,
 
소장실 전체가 거세게 흔들리며 벽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파편 하나를 쳐낸 이졸데가 당신과 시선을 마주칩니다.
 
아그네스:(이졸데와 눈이 마주친다.)
 
이졸데:...진짜 개소리할 시간도 없네. (손목을 잡아채 그대로 달린다.)
 
달려나간 곳은, 당장 몸을 숨길 수 있을 중앙통제실 방향.
 
그와 동시에 두 사람의 뒤로 벽이 무너집니다.
 
한꺼번에 밀려드는 것들에 의해 전등이 깨져나가고, 소름끼치는 괴성이 울려퍼집니다.
 
그러나 이졸데의 주먹이 통제실에 닿기도 전에,
 
아그네스:뒤쪽, (경고나 이능력보다 충격이 더 빨랐던 것 같기도.)
 
...아그네스에게는 한 겹 장막 너머로부터 흐르는 악의가 느껴져요.
 
뒤쪽, 그리고 앞쪽.
 
눈 앞의 벽이 우르르 무너져내리며, 폐허가 된 중앙통제실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피할 겨를도 없이 크리쳐 8 마리가 눈앞에서 달려듭니다.
 
아그네스:이래서야 원, 작전도 영 쓸모가 없잖아.
 
이번에는 두 사람의 사고보다, 긴 꼬리가 달려드는 게 더 빨랐다는 것만이 차이일까요?
 
...
 
넘어지기 전, 이제 넘어진다는 감각.
 
사다리를 스스로 놓았을 때의 막막한 부유감을 기억하나요?
 
전신을 강타하는 통증과 숨이 막힐 듯한 무게감이 느껴집니다.
 
숨과 의식을 짓눌러 빼내는 압박감은 언뜻 수압을 닮은 것 같기도 해요.
 
눈 앞이 먹먹하게 잠겨듭니다.
 
...
 
아그네스:(폐부가 압박되는 느낌, 등이 부딪힘과 동시에 몸 속의 공기가 빨려나가며 들숨이 작동하지 않는다. 벌어진 잎에서 억 소리가 나기도 전에 머리가 먼저 떨어지며 시야가 아득해진다. 정신을 잃으면 안돼...정신을 잃으면...)
 
정신을 잃으면.
 
핑그르르, 손에서 빠져나간 키가 회전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
 
...
 
...
 
이졸데:...차려, 야!
정신 차려, 아그네스!
 
눈꺼풀을 간신히 들어올려 보면,
 
이졸데가 다급한 얼굴로 당신을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정신을 잃기 직전의 풍경이 비로소 머릿속에서 퍼즐처럼 맞춰집니다.
 
크리처와 당신의 사이로 뻗어나오던 몸이나, 숨을 쉬지 못할 정도로 강하게 조여오는 팔 같은 것들이요.
 
충격을 상당부분 흡수해준 것 같긴 하지만...
 
아그네스:(아, 이 기분...오랜만인데. 초점이 조여지듯 서서히 돌아오는 시야에 이졸데가 들어오면 입꼬리를 올려보인다. 뒤이어서 숨이 제대로 들어오며 콜록거리는 소리가 이어지다가) 덕분에 살았군.
항상 그렇기는 하지만.
 
...완전하지는 않았습니다. 갈비뼈가 한 두대쯤 나간 것 같아요.
 
두 사람이 있는 것은, 거대한 콘크리트 벽의 파편 뒤입니다.
 
폐허가 된 중앙통제실에서 새어나온 푸르스름한 빛이 두 사람의 옆얼굴을 비추고,
 
이졸데는 아그네스가 질식하지 않게 반듯하게 눕혀두었나봐요.
 
바깥에서는 여전히 크리처들이 돌아다니는 소리가 들립니다.
 
아그네스:(내쉬는 숨에서 씨근거리는 소리가 섞인다. 피가 찼나...)
뛰어야겠군.
 
이졸데:죽지는 말고. (농담조가 아니다.)
이정도로 위험천만한 산책이 될 줄은 몰랐을텐데, 어때.
지금이라도 내보내줘? (그러면서 구속구를 들어보인다.)
 
아그네스:이래서 일을 미뤘다 하면 안된다니까. 산책이 필요할 때는 제때제때... (끄응, 하고 몸을 일으켜 앉는다.)
 
이졸데:이 자식이 아까부터...
개나 고양이 같은 귀여운 거에 비비려고 하네. (이마를 검지로 툭툭 민다.)
나갈 거냐고, 말 거냐고.
 
아그네스:갑자기 이상한 소릴 하는군. 방임주의 육아 같은 거 하는 편이었나?
 
이졸데:난 너같은 자식 들일 생각 없다.
친구로 삼는 것만으로도 과해.
 
아그네스:하, 이것 참. 고령화 사회를 해결할 생각은 전혀 없군. 히어로가 모범을 보여야지.
 
이졸데:입, 입, 입. 진짜. (하지만 이제 때리지 않는다. 다른 부상이 없나 면밀하게 살핀다.)
 
아그네스:(고개를 몇 번 흔들면 시야가 제대로 돌아온다.) 시간을 좀 벌었으니 다시 가볼까.
 
이졸데:...
야.
형 다 살면 복직해라. 사회봉사형으로 죽을 때까지 굴리라고 할테니까.
누가 죽는 게 무서우면 같이 싸워. 똑바로 도와. 오늘은 잘했잖아. (미간을 찌푸린다.) 이상한 역할극으로 내가 네 적입네 뭐네 하지 말고.
쓸데없이 생각 많이 하지마.
 
아그네스:난 그냥 나와서 얌전히 살고 싶은데.
지금처럼.
 
이졸데:(이거 진짜 입 한 대만... 때리려다가 참는다.)
이게 얌전해?
 
아그네스:그럼, 얌전하지.
힘드니까 회로실까지는 걸어가자고. (후, 하고 고개를 꺾어서 몸을 푸는 시늉을 한다)
 
이졸데:인간아, 진짜...
(한숨을 쉰다. 친구 잘못 사귄 죄라고 생각하자! 그래, 그래도 사람 안 잡는 게 어디냐. 솜누스 저격 방송하는 BJ 정도로 생각... )
준비됐으면, 작전 안내가 있을 예정인데.
일단 몸상태는?
 
아그네스:평소에 하던 건 다 할 수 있는데 웃는 건 힘드니까 웃기지는 말게.
 
이졸데:갈비뼈가 나가셨다. 접수. (그걸 알아듣는다.)
그럼 저쪽부터 확인해.
 
이졸데가 고갯짓하는 방향,
 
중앙통제실의 CCTV 화면에서 환한 빛이 새어나오고 있습니다.
 
화면이 비추고 있는 것은 '중앙실험실'의 내부.
 
무수한 생명체 반응 사이,
 
다른 크리쳐들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거대한 존재가 웅크리고 있습니다.
 
아그네스:저게 EX인가.
 
아마 저것이, 이 모든 것들의 모체격인 존재겠죠.
 
이졸데:아마도... I.X 쪽. 저건 인큐베이터에 들어갈 수 있을만한 사이즈가 아니니까.
열화판이라고 그렇게 불만을 늘어놓더니... 저정도로도 만족을 못하셨다는 뜻이지.
전기회로실이 중앙실험실 너머에 있다고 했지? 단자함까지 저걸 꼬리에 달고 갈 순 없어.
저게 날뛰다 전력회로를 파손시키면 답도 없고.
 
아그네스:멈춰놓을까?
통할지는 모르겠군. 저 정도 사이즈에...
 
이졸데:...갈비뼈는 나갔어도, 다리는 멀쩡하지? 난 이제 묵직해서 속도를 내는 어려워.
작전. 내가 시선을 끈다. 니가 전기회로실로 뛴다. 비상단자함을 켜서 저것들을 싹 조진다.
질문?
 
아그네스:날아오는 크리쳐가 있으면 구르기도 하고 해서 좀 피하게.
(몸이 어떻게 무거운 지 경험 안해봐서 하는 소리)
 
이졸데:(가벼워서 좋겠다, 하듯이 헛웃음 짓는다.)
어차피 저걸 물리력으로 해치우는 건 무리야. 사이즈에 비례해서 단단해지는 경향이 있으니...
이능력은 있는대로 방어에 돌리면서 버틸테니까, 넌 존나 뛰기만 해.
한눈 팔지말고.
 
아그네스:걱정 말게. 자네가 엮인 일이니까... (벽에 몸을 기댄 채로 구부정하게 일어났다가 후아, 하며 벽을 나갈 준비를 한다.)
신호?
 
이졸데:이걸 진짜 죽이냐, 살리냐... (물론 살려야지.)
(서른살이나 먹고, 둘다 한다는 짓이 친구 살려보겠다고 합법적 불법적으로 난리치는 거라니. 오랜만에 아주 유치한 방식으로 웃는다.)
신호. (동시에 엄폐물로 쓰던 콘크리트를 걷어차 날린다.)
 
크리쳐의 울부짖음이 연구소 전체를 뒤흔듭니다.
 
그것을 신호로 삼아, 당신에게 눈짓한 이졸데가 곧바로 중앙실험실을 향해 달려나갑니다.
 
같은 방향으로 달리는 것은 6년만이군요, 아그네스.
 
아그네스:(울부짖음이 신호탄으로, 짝다리를 짚고 서 있던 다리가 언제 그랬냐는 듯 재빠르게 앞으로 튀어나간다. 곧장 전기회로실로. 순간 이 모습이 기묘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헛웃음을 지었다가 몸통을 부여잡고 달리는 꼴이 된다.)
 
조심합시다, 아그네스.
 
지금은 웃음이 폐부를 찌르는 시간이니까요.
 
SCENE #09 Creature ‘Imitation. X’
 
중앙실험실 안에 들어서자마자 보인 것은,
 
고개를 한껏 젖혀도 한 눈에 다 담기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크리쳐입니다.
 
주변에는 뜯어먹고 남은 인간들의 손, 발, 연구 가운, 신발 등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습니다.
 
거대한 뱀의 형상을 닮은 그것이 끊임없이 몸을 비틀며, 거대한 눈동자로 두 사람을 노려봅니다.
 
그리고 아그네스에게는 시각 외의 감각이 하나 더.
 
이것은 너무나 거대하고, 단단히 굳어서,
 
흐르는 대신 육중하게 굴러나가는...
 
한 방울의 검은 구슬같은 의지를 지녔군요.
 
이 악의는 흐름 대신 육중한 무게를 지녔습니다. 무리하게 방향을 틀기는 어려울 거예요.
 
사실,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아그네스:(응축된 욕망의 집합.)
 
크리쳐 I.X가 괴성을 지르며 피막 날개를 활짝 펼치자, 그 충격에 사방의 벽이 부서져 나갑니다.
 
이졸데는 그 한복판으로 뛰어들어, 건물의 철골을 날개에 잡아꽂습니다.
 
이졸데:뛰어, 아그네스!
 
아그네스:(하지만 놀랄 시간은 없다. 몸을 날려 크리쳐를 지나치고, 전기회로실로 향하는 문으로 다이빙하듯이 뛰어들어간다.)
 
한 차례 몸을 뒤튼 크리쳐 I.X가 이졸데를 향해 거대한 꼬리를 휘둘러 내리칩니다.
 
이졸데는 그것을 피하는 대신, 무거운 발을 지면에 꽂아 버티고 섭니다.
 
진동이 새로운 크리처를 부르고, 다시 부르고.
 
이제 수십마리의 크리처가 한 곳만을 바라보고 있군요.
 
그 모습이 언뜻 도열한 군인의 행렬을 보는 것 같기도 해요.
 
이졸데:(전기회로실로 따라붙는 녀석이 없는 것을 확인한다.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여력이 얼마나 남았나.)
이능력(방어강화)
기준치: 90/45/18
굴림: 4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8
 
살갗이 터져나가는 소리 대신,
 
산과 산이 충돌하는 듯한 굉음이 터져나옵니다.
 
달려나가던 아그네스의 머리카락을 뒤집어놓는 바람. 파공음. 단말마와 괴성...
 
그 속에서 눈 먼 꼬리 하나가 이 쪽으로 날아오고 있어요.
 
*민첩?
 
아그네스:
민첩
기준치: 80/40/16
굴림: 61
판정결과: 보통 성공
 
날렵하게 자세를 낮추어 바닥을 구릅니다.
 
머리 위로 스치는 파공음은, 꼬리라기보다 차라리 헬리콥터의 날개가 지나간 것 같아요.
 
멀리서는 이졸데가 내지르는 기합소리가 들려옵니다.
 
아그네스:(온다, 그런 기운이 들자마자 거의 몸을 눕다시피 날렸다. 시야 바로 위로 날아가는 꼬리...아니, 저런 걸 맞으면 누구라도 죽지. 이졸데가 아니라면.)
 
그럼요, 이졸데가 아니라면.
 
그래서 저것이 시선을 끌기 위한 소리라는 걸 당신은 알아요.
 
아그네스:(동시에 몸을 일으키자 폐를 찌르는 격통이 느껴진다. 입술을 비집고 나오는 소리를 목 뒤로 씹어 삼키고, 각종 잔해들로 가로막힌 문을 연다.)
 
덕분에 히어로의 과묵함은 당신의 몫이 되었는지.
 
소리를 씹어삼키고, 잔해가 지저분하게 널린 길을 따라 달려나갑니다.
 
아그네스는 전기회로실로 뛰어듭니다.
 
전기회로실
 
이 곳에는 온갖 기계가 늘어서 있습니다.
 
수많은 조작 패널들 사이, 연구소장이 말했던 [비상 전력등 버튼]이 보여요.
 
닫을 겨를 없어 열린 문 너머로는 살점이 찢어지고, 뭉개져나가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이번만큼은 누구의 것인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캡틴, 키를 잡아주세요.
 
아그네스:(버튼 캡을 올릴 겨를도 없이, 왼 팔로 벽을 짚은 채 오른손은 주먹을 쥐고...전력 버튼을 향해 내지른다. 와작, 하고 부서지는 소리. 누가 누굴 돕는지 모르겠다니까.)
 
누가 누굴 돕는지 모르겠는 관계.
 
글쎄요, 적어도 그걸 '숙적'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있는 힘껏 버튼을 내리치고나면,
 
빛보다 먼저 밀려드는 것은, 일종의 정적입니다.
 
마지막을 예감한 크리처의 의지가 거칠게 요동치고,
 
당신의 등 뒤로도, 25마리의 짐승이 달려드는 게 느껴져요.
 
아그네스:(아, 온다. 검은 껍질이 쥐어뜯기며 재빠른 속도로 산을 타고 내려오는 용암. 뒤를 돌아본다.)
 
그 거대한 몸집으로, 어쩌면 단순한 욕망들로.
 
시야가 검게 좁혀들었다가,
 
기이이이잉ㅡ
 
기계음이 연구소 건물 전체를 뒤흔들고,
 
건물 전체의 비상 전등이 작렬합니다.
 
천장의 전구와 바닥의 유도 조명, 벽과 벽을 이어놓은 틈새.
 
이건 차라리 빛의 범람이라고 하는 게 옳을 거예요.
 
아그네스:미안하지만 한 발 늦었어, 친구들. (바깥에서 터져나오는 강렬한 섬광에 기묘한 기시감을 느낀다. 어쩌면 달려드는 크리쳐 사이에서 본 인영과 저 빛은 닮아있다. 감히 쳐다보지도 못할 정도로 빛나는 무언가. 조명이 아닌 섬광, 그보다는 태양에 가까운 것.) 그런데 왠지 항상 내가 지는 것 같지?
 
조명이 아닌 섬광, 그보다는 태양.
 
흐르는 대신 부딪히고, 깨트리고, 내리누르고, 버티고 서는 것들.
 
빛이 걷는 자리마다 어두운 욕망이 부스러기처럼 무너져내립니다.
 
시리도록 강한 빛에 눈꺼풀이 저절로 감겨드는 게...
 
어쩐지 지는 것 같은 기분인 건 착각인가요?
 
…. … .. .
 
그리고, 이내. 사방이 쥐 죽은 듯 조용해집니다.
 
고작 몇 분간.
 
그러나 아주 긴 것처럼 느껴지는 시간 동안 켜져 있던 비상 전력등의 빛이 잦아듭니다.
 
연구소 안의 크리쳐는 모두 바싹 마른 먼지가 되어 바닥으로 내려앉았고,
 
어슴푸레한 전등 아래, 숨 막힐 정도의 적막과 어둠만이 허공을 떠돌고 있습니다.
 
이건... 작전 성공이군요, 캡틴!
 
아그네스:(적막. 천천히 숨을 몰아쉰다. 잔해가 된 크리쳐들을 헤치고 비척비척 바깥으로 나간다.) 이거, 이러니까 꼭 은총으로 죽인 것 같지 않나.
 
위에서 아래로 내리꽂히는 힘은 취향이 아닌가요?
 
바깥으로 나가보면, 이번에는 이졸데가 달려오지 않은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이졸데는 희게 바스라져가는 크리쳐 I.X 의 사체 옆에 드러누워 있습니다.
 
자세만 반듯하지, 부상이 큰 듯 옷이 이전과 다른 색으로 물들어있어요.
 
그 와중에도 눈인사는 합니다.
 
이졸데:밥값했네.
 
아그네스:내가 그렇게 비싼 밥을 먹었던가? (중얼거리면서 드러누운 이졸데의 옆으로 가서 주저앉는다.)
자네 지금 얼마나 무거워?
 
이졸데:(드러누워있는 쪽에게 먼저 느껴지는 것이 있다.)
(한계를 다한 건물이, 이제는 못해먹겠다고 내지르는 비명. 붕괴 직전의 진동같은 것.)
(대답 대신 손을 아주 조금 들어올렸다가, 바닥으로 툭 떨어트린다. 철골을 떨어트린 듯한 진동이 울린다.) 일단 너는 못 들어.
 
SCENE #10 Crumbling sin
 
그리고 이졸데가 더한 진동이 신호탄이라도 된 것처럼,
 
연구실 전체가 울리기 시작합니다.
 
바닥과 천장을 떠받치는 기둥들에 균열이 가기 시작해요.
 
저 멀리, 중심부에서부터 쿵, 쿠궁... 건물이 붕괴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다년간 보아온 아그네스는 짐작할 수 있습니다. 신체강화의 반동이 한계치를 넘어섰어요.
 
아그네스:어째 한 시도 쉬질 못하게 하는군.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소리에 약하게 한숨을 내쉰다.)
 
이럴 때 움직일 수 있으려면 얼마나 걸렸더라. 한시간 반 정도인가요?
 
이졸데:먼저 뛰어. (아, 팔자 사납다. 대충 그런 표정.)
 
아그네스:(이졸데는 꼼짝도 못한다. 기다렸다간 이 건물 잔해에 깔려서 둘 다 죽는 길 뿐.) 자넨 앞으로 100분은 못 움직여.
아무리 자네라고 해도... (끄응, 하고 일어난다.) 죽을 걸.
 
이졸데:그렇겠지. 국방부 소원수리를 왜 내가 해주는진 모르겠다만.
뛰라니까.
 
천장으로부터 무거운 파편이 떨어지는 소리.
 
선장에게 다가온 죽음이 바다에 잠기는 것이었다면,
 
아그네스:(이졸데의 말은 들은체 만체 하고 머릿속에서 여러가지를 계산한다. 이졸데가 움직이지 못하는 시간, 무게. 내가 할 수 있는 것...허공을 응시하는 눈이 가능성의 갈래를 본다.)
 
벽을 닮은 히어로의 무덤은 암석과 철골로 쌓은 것이 될 모양입니다.
 
당신이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그렇게 되었겠죠.
 
진동을 이기지 못한 천장의 전등이 깨져나가며 번쩍이는 스파크를 튀깁니다.
 
불길한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이 있는 연구실의 벽에도 균열이 생깁니다.
 
밖으로 빠져나가는 통로의 문틀이 요란한 파열음을 내며 일그러지기 시작합니다.
 
아그네스:그게 있잖아. (문득 자켓에 넣어두었던 주사기를 꺼낸다. 아직 멀쩡한가?)
 
E.M.D Prototype.
 
당신의 손에 쥐어져 있는 것은, 그 시행착오들을 거쳐 만들어진 '1st completion'입니다.
 
바늘마개는 단정하게 닫혀있고, 안에서는 노란색 시약이 태평하게 흔들리고 있네요.
 
일시적으로 신체능력을 다섯배 강화.
 
하지만 부작용을 미처 알지 못하잖아요, 아그네스.
 
아그네스:(모르지. 그러니 이졸데에게는 쓸 수 없다.)
 
그것이 하나 남은 손이 될지,
 
당신의 고삐를 쥐어주고 있는 이지가 될지.
 
아무것도 알 수 없습니다.
 
아그네스:(주사기의 바늘마개를 뽑는다. 내가 탈선하면 자네가 막아줄테니 안심이야. 몇 번이고 절벽에서 떨어져도 결코 바다로는 잠수할 수 없을테니.)
 
이졸데:야.
신중하게 생각해.
 
아그네스:(손으로 경동맥을 짚는다. 맥이 뛰는 곳에서 한 치 아래.)
 
이졸데:여기서 더 제정신 아닌 인간은 감당할 자신 없거든?
야?
 
아그네스:어느 때보다 신중하다네. 진심이야.
 
이졸데:그러시겠지, 지금 문틀 우그러지는 것도 무시하고 계신데.
(손가락을 까딱해보다, 다시 무거운 소리와 함께 바닥으로 떨어트린다. 내 반동은 왜 이런 종류라서.) ...많이 안 바랄테니까, 제발, 좀.
상식선에서 살아라.
 
아그네스:결정은 빠를 수록 좋지. 안 그런가? (씩 웃으며 목에 주사를 꽂아넣는다.) 고삐 잘 부탁하네, 땡큐.
 
이졸데:(빡친다, 진짜. S등급 히어로 시켜줘.)
 
어떤 선택을 하든, 이졸데는 원망하지 않았을 겁니다.
 
어떤 선택을 하든, 화를 냈을 거고요.
 
그리고 당신이 어떤 선택을 하든,
 
그 책임을 지기 위해 온 바다 헤집고 다니리란 것을 압니다.
 
목에 주삿바늘을 찔러넣고 피스톤을 끝까지 누르자...
 
극심한 어지러움과 함께 시야가 아득하게 멀어집니다.
 
이것이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최상의 컨디션을 끌어내는 위험한 약물임을 직감할 수 있습니다.
 
*건강 판정.
 
아그네스:
건강
기준치: 80/40/16
굴림: 84
판정결과: 실패
 
...점차 심장 박동이 거세지고, 호흡이 가빠집니다.
 
잘못하면 정신을 잃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동시에,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활력이 치솟아요.
 
두 방향의 파도가 당신의 안에서 격돌하는 듯이.
 
HP-2. 약물의 효과가 발동됩니다.
 
아그네스, 근력, 건강, 민첩이 일시적으로 5배 상승합니다.
 
이능력 기능치가 일시적으로 2배 상승합니다.
 
이 효과는 약물의 효과가 종료되었음을 안내할 때까지 유지됩니다.
 
아그네스:(심장이 부풀어 오른 듯 뛰기 시작한다. 갈비뼈가 팽창된 폐를 찌름에도 고통이 느껴지지 않는다. 정신이 아득한 것 같으면서도 징그러울 정도로 또렷하다. 온 몸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린다. 아, 시끄러워. 시끄러워졌다. 태양과 잎사귀, 바람과 새, 벌레, 공기의 외침이 뇌를 뚫고 들어온다.)
(내딛는 발걸음이 지독하게 무겁지만 동시에 잘못 딛으면 날아갈 듯 땅에서 뜬다.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 호흡이 커진다. 들이쉬고, 내쉬고. 이졸데의 팔을 끌어다가 어깨에 얹는다.)
 
온통 흘러가고, 박동하고, 부딪히는 흐름들 사이.
 
유달리 조용한 것 하나가 어깨에 얹힙니다.
 
형식상의 *근력 판정?
 
아그네스:
근력
기준치: 350/175/70
굴림: 9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본래 상태였다면 도저히 들어올릴 수 없었겠지만,
 
지금은 베개 하나쯤 어깨에 얹은 듯한 무게네요.
 
이졸데:야, 야.
이거 눈알이 심상찮은데?
구속구 채워줘? 제정신이야?
 
아그네스:아니...미치기 일보 직전일세. 자네가 있으니까 견디는거야. (동공이 커졌다 줄어들기를 반복한다. 소음은 점차 익숙해지고 호흡이 순환이 된다. 숨 쉬는 걸 잊지마, 눈에 힘을 주고 정신을 놓지 마. 방향키를 뺏기지 마. 배를 조종해. 속으로 뇌까리는 주문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는지, 어쨌는지 확인할 겨를이 없다. 그저 이졸데를 안전한 곳에 데려다두는 것. 오직 그것만을...)
 
이졸데:그래. 제정신이 아니네, 이거... (이제야 코르크라는 게 무슨 말인지 감이 온다. 내 이능력이 두 배가 된다고 이런 상태가 되진 않겠지.)
이능력(신체강화) Roll
기준치: 90/45/18
굴림: 49
판정결과: 보통 성공
(마지막으로, 이 인생에 깃든 유일한 이적의 바닥까지 긁어내 힘을 길어올린다. 너절한 주머니에 든 이능력 구속구를 꺼내 목에 채운다. 팔이 끔찍하게 무겁다. 행성을 떠받치는 것도 아닌데.)
(이번에는 구속을 위해서가 아니라, 보호를 위해서. 일말의 적막을 주기 위해...)
 
지금이라면 이 가는 철판 정도는 가볍게 뜯어낼 수 있겠지만,
 
...삽시간에 사위가 고요하게 가라앉습니다.
 
구속구가 해제될 때까지, 혹은 '스스로' 해제할 때까지 이능력 특수룰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이졸데:(그걸로 할 일을 다했다는 듯, 조금 더 무거워진 채로 축 늘어진다. 이제 진짜 기절할 것 같은데, 나...)
 
아그네스:(귀에 울려퍼지던 속삭임들이 훅 가라앉는다. 여전히 심장 뛰는 소리가 귀청을 울리지만, 순식간에 몸이 적절한 무게를 가지고 땅을 딛는 것이 느껴진다.) ...아, 그래. 정말 좋군. 한결 나아...
(이졸데를 한 팔로 고쳐들고 조금 빠른 걸음으로 건물을 빠져나간다.)
 
비로소 몸의 균형을 되찾은 듯한 기분.
 
중앙연구실을 빠져나오자, 간신히 버티고 있던 문틀과 벽이 굉음을 내며 무너집니다.
 
죄를 안은 것들이 부서지고 깨져나가는 지옥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이곳에서 살아나가는 것뿐입니다.
 
불티가 튄 서류, 모니터에 연결되었던 본체, 주사기에 들어있던 시약.
 
그 모든 것이 건물의 입 속으로 사라지고,
 
앞길을 막는 콘크리트와 철골을 뛰어넘어 거대한 개폐식 문을 빠져나오는 순간.
 
아그네스의 뒤편에서 모든 것을 날려버릴 듯한 강풍이 불어오고...
 
이 모든 일의 종지부를 찍는 섬광과 폭발음이 터져 나옵니다.
 
폭발의 충격과 열기에 밀려 당신의 몸마저 휘청거려요.
 
이졸데:...좌표이동기.
그 쪽으로. (이제 진짜 기절이 목전인 듯.)
 
아그네스:아, 그래. 그게 있었지. 자네 아직도 기절 안했나? (대단한데, 하고 빈 팔목으로 졸데의 머리를 툭툭 두드리며 좌표이동기로 향한다. 우리가 나왔던 그곳으로.)
 
이졸데:(근력 판정해)
 
아그네스, 근력 판정 ^^)9
 
아그네스:
근력
기준치: 350/175/70
굴림: 68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
 
이졸데:죽이겠
 
방금 그게 단말마군요.
 
아그네스:죽이겠다라. 좋은데.
 
이졸데는 대롱대롱 늘어져 완전히 의식을 잃습니다.
 
원래도 대롱대롱 늘어져있었으니 딱히 큰 변화는 아닙니다.
 
좌표 이동기의 차가운 장막을 통과하고나면,
 
두 사람은 히어로 본부의 4층. 이동장비실로 되돌아온 상태입니다.
 
그리고 이 곳은 빌런의 침입을 반기는 장소가 아니죠.
 
"경보! 경보!"
 
아그네스:(하아, 그제서야 숨을 길게 내쉬며 이졸데를 바닥에 천천히 내려놓는다.)
아차차. 내 집이 아니지.
 
"섹터 04, 이동장비실에서 신고되지 않은 좌표이동기록 확인!"
 
아그네스:이게 참, 습관이 무섭다니까.
 
"기관 내부 인원은 조속히 4층으로 향할 것!"
 
아그네스:(이졸데를 바닥에 곧게 내려놓고 나면, 목에 감긴 구속구를 쥐고 가볍게 힘을 준다.)
 
우두둑, 얇은 철판이 가볍게 뜯겨나갑니다.
 
동시에 이 건물의 모든 사고와 흐름이 해일처럼 밀려들어와요.
 
얼마나 유지될지 모르는 불안정한 능력입니다만,
 
건물을 빠져나가는 데에는 충분하고도 남아요.
 
일단 달려오는 발소리부터 멈춰볼까요, 선장님?
 
너무 강하게 휩쓸지 않도록 조심합시다.
 
지금 잘못 능력을 썼다간 선원이 전부 백치가 될 수도 있어요. (진짜!)
 
아그네스:(진짜로.)
(자, 평소의 10분의 1로. 아니, 말도 하지 말자. 생각만 하면 된다. 아직 아냐. 좀 더 고요하게... ...지금. 전부 멈춰.)
 
말도 없이, 몸짓도 없이, 표정도 없이.
 
오로지 사고로만 전하는 명령입니다.
 
다른 사람보다 미미하게 반발력이 강한 선원은 아마 본부장일 것이고,
 
느껴지지도 않을 정도로 순순히 지시에 따르는 건 피로로 정신이 흐릿해진 연구부 직원이겠죠.
 
차이는 있으나, 빗방울의 크기를 재는 사람이 어디 있던가요?
 
모두가 멈춰섭니다.
 
아그네스:(아무리 단단한 바위라 한들 바닷속에 있으면 그것이 무슨 소용인가? 그것이...태양을 등진 바위산이 아닌 이상에야.)
(이졸데를 도로 안아들고, 유유히 복도를 걸어나간다. 별다른 생각없이도 요원들이 좌우로 비켜선다. 누구도 움직이지 않는 본부. 이졸데를 익숙하게 히어로 휴게실에 얹어둔다.) 다음에 또 보지. 이졸데.
(그리고 마치 이곳에 초대받았던 귀빈처럼, 주머니에 손을 꽂고 정문으로 걸어나간다. 언제나처럼 준비된 차를 타고, 바삐 돌아가는 도심 속으로 가자.)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굳게 각이 잡힌 본부에서,
 
정신 잃은 히어로 하나만 무어라 중얼중얼 대꾸하기 바쁩니다.
 
가만 안둔다, 죽인다, 두고보자, 뭐 그런 내용인 것 같아요
 
하지만 오늘의 아그네스는 솜누스의 귀빈인 걸요.
 
준비된 차를 타고, 박동하는 도시의 혈관 속으로 몸을 숨깁시다.
 
흐름을 타는 것은 당신이 가장 잘하는 일이잖아요.
 
...
 
...
 
...
 
그리고 이것은,
 
그 모든 일을 겪고 나서 며칠 후의 일입니다.
 
그 짧은 며칠 사이, 당신의 유명세는 한층 더해졌습니다.
 
당연하죠. 신문 1면을 체포소식으로 차지했다가, 그 다음날은 탈옥소식으로 채우는 빌런이 어디있겠어요?
 
당신을 잡기 위해, 정부와 히어로 본부가 눈에 핏발을 세우고 있습니다만...
 
아마 히어로 본부 쪽은, 잡아족치고 싶은 상대가 하나 더 있을 것입니다.
 
국방부에 얽힌 범죄를 해결하기 위해 숨을 죽이는 듯, 조용하던 것이 최근 며칠의 일.
 
그리고...
 
아그네스가, 따로 '나도 같이 했어요!'라고 주장하지 않았다면 ^^)9
 
오늘은 이졸데가 크리쳐를 섬멸해 미국을 구한 공적으로 훈장을 받는 날입니다.
 
덕분에 오늘자 신문 1면이 아주 떠들썩했죠. 재난이 지나간 자리에는. 사람들을 안심시킬 동상이 필요한 법이니까요.
 
훈장 수여식이 진행될 곳은 뉴욕 중심가의 광장.
 
물론, TV로도 실시간 중계될 예정입니다만...
 
직접 가볼 수도 있습니다 ^^)
 
어떻게 할까?
 
아그네스:(당연히~~직접 간다)
 
당연히~~~ 직접 갑니다.
 
광장의 인파 사이에 자연스레 끼어들면, 일찍 왔는지 미리 마련된 의자에 앉아있던 시민이 자리까지 양보해주네요.
 
수여식 진행용으로 마련된 단상 위에 사람들이 바쁘게 오가고...
 
아그네스:(감사, 하고 짧은 인사를 하며 척 다리를 꼬고 앉는다)
 
옆자리 사람이 건네주는 귤도 세개쯤 까먹고 나면.
 
이졸데가 단상 위로 올라옵니다.
 
부러진 다리가 덜 붙었는지 깁스를 하고 있긴 한데, 그 외의 상처는 거의 다 아문 것 같아요.
 
무뚝뚝한 낯을 가장하고는 있습니다만...
 
아그네스는 저 얼굴 밑에 숨은 빡침을 금세 읽어낼 수 있습니다.
 
이졸데:......
 
방금 눈이 마주친 것 같은데, 착각인가?
 
아그네스:(싱긋! 미소를 지어보여준다)
 
아그네스의 미소를 보았는지, 못봤는지, 무시했는지.
 
돌아선 이졸데에게 진행자가 훈장을 달아줍니다.
 
금빛으로 번쩍이는 훈장을 단 이졸데는 곧, 소감 발표 차례를 위해 마이크 앞에 서는군요.
 
이졸데:아, 아. (마이크 테스트, 하나둘하나둘.)
감사하다는 말보다 이런 이야기를 먼저 꺼내는 걸 용서해주시기 바라며.
저로서는 과분한 훈장을 받게 되어 막중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객석의 빨간머리를 쏘아본다. 아주 잠깐만.)
저 혼자서는 분명히, 전미를 위협하는 재앙을 걷어내지 못했을 겁니다. (또 노려본다.)
 
아그네스:(그 때마다 나 여깄어~ 하듯이 손 들어서 인사해준다0
 
이졸데:곳곳의 보이지 않는 조력이 제 발을 받쳐주고, 이끌어주신 덕분에,
(이를 갈면 안 된다. 참아라. 나 지금 입에 마이크 있다.)
제가 이 자리에 무사히 설 수 있었습니다...
 
쟤 방금 한숨 쉰 것 같아요.
 
이졸데:이 빛나는 훈장보다, 뉴욕의 평화가 더욱 귀중한 보상이라는 건...
결코.
단 한치도.
빈말이 아니기 때문에.
불의의 사고가 없는 날이 하루라도 더 이어졌으면 (제발.)
그것만이 저의 소원입니다. (사고치지마라.) 감사합니다.
 
아그네스:이거 참, 세계 최고의 히어로라는 사람이 한숨을 푹푹 쉬어서야 되나.
 
아그네스를 쏘아보는 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투박하고 진심어린, 훌륭한 소감문이었을 거예요.
 
한숨을 푹푹 쉬는 이졸데가 단상에서 내려가고, 구경이 끝난 사람들은 하나둘 거리로 흘러나가요.
 
아그네스:(이졸데를 향해 손키스를 날려준다. 별 말씀을.)
 
방금 뒷목잡은 것 같은데.
 
그 흘러나가는 물살을 따라, 다시 걸음을 옮겨봅시다.
 
아그네스:(사람들 사이에 섞여 유유히 빠져나간다. 멀쩡한 거 보니까 기분이 좋군!)
 
산뜻한 걸음!
 
누가 그 앞을 가로막겠어요?
 
당신은 사람의 물결을 타는 선장, 마음을 꿰는 갈고리를 손으로 삼은 이.
 
비밀스러운 조력자이자...
 
사상 최악의 빌런인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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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누스 220305_Unexpected Villain!_졸데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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