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41분 중 20분
2022
시즌 4개, 그리고 영화
시즌 1: 1화 “연상녀에게 혼쭐나는 어이없는 삶”
출연: 어의, 최일, 이조판서
장르: 실험극
프로그램 특징: 어이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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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태그필드 스쿨 기숙사 학칙 제 9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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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학교 설립자가 미쳤다는 소문, 들어봤나?"
 
소문과는 다르게, 위악적인 태도는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친절하다고까지 느껴지는 태도로 그가 말을 걸어옵니다.
 
이곳은 스태그필드.
 
모두가 판에 박힌 듯 고루하기 짝이 없는, 그리고 그것을 자랑으로 여기는 기숙사제 명문 학교.
 
물론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곳이 지루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만, 모두의 의견은 다른 법이니까요.
 
그 중 유일하게 돌출된 존재라고도 할 수 있는 아그네스가 당신의 룸메이트가 된 것은 고작 세 시간 전입니다.
 
룸메이트가 발표된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이졸데가 짐을 전부 정리한 지금에야 방문을 벌컥 열더니...
 
반갑다, 잘 부탁한다는 인사치레 대신 저런 말을 대뜸 건네는 것입니다.
 
이 학교 설립자가 미친놈이라?
 
처음 듣는 이야기지만, 놀라울 것도 없습니다.
 
감옥과 흡사한 구조의 이 기숙사 학교는, 학생들을 보호한다기보다는 되레 가두기 위한 목적으로 설계된 것 같습니다.
 
학교의 테두리를 감싸고 있는 철창 울타리는 조금안쪽으로 굽어있는데다가
 
끄트머리는 살벌할 정도로 뾰족합니다.
 
자살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좁게 짜인 창문으로는 햇빛조차 제대로 들지 않아,
 
어떤 구석은 이 건물이 세워진 이래 한 번도 그림자가 벗겨진 적이 없습니다.
 
오래된 석조 건물 외벽에 달라붙은 이끼들은 종종 구더기가 우글거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죠.
 
...
 
남쪽 바다와 마주하고 있는 절벽 위.
 
우리의 스태그필드는 그곳에 있습니다.
 
이곳은 바람이 잠드는 무덤.
 
밤이 되면 솜누스의 손길이 왔다 간 것처럼 침묵이 감도는 장소...
 
대륙에서 시작된 온갖 바람들이 소금기 묻은 살점을 떨어트리고 마침내 죽는 곳.
 
매일 밤 살벌한 바람 소리가 창을 뒤흔듭니다.
 
이런 척박한 곳에 학교를 세운 설립자가 제대로 된 사람일 리 없잖습니까?
 
이졸데가 가만히 아그네스를 바라보기만 하면, 한 눈에 아그네스의 행색이 들어옵니다.
 
관찰력을 판정합니다.
 
이졸데:(그런데 그게 뭐? 설립자가 미쳤든말든, 병력을 물려줄 조상님도 아닌데 무슨 상관이람...) ...네 인사도 그다지 상식적이진 않은데?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95
판정결과: 실패
 
이불과 옷가지, 세면도구를 비롯한 어떤 물건도 챙긴 것 같지가 않군요.
 
대신 책 한 권을 덜렁 손에 들고 있습니다.
 
기숙사 방을 옮긴 사람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단촐한데...
 
뭐, 그 외에도 학칙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듯한 옷차림도 말이죠.
 
이졸데:oO(왜 아직 퇴학 안 당한 거지?)
 
분명 쓰리피스 수트였던 교복은 와이셔츠와 재킷으로만 구성되어 있고,
 
넥타이는 또 어디 간건지, 학교의 상징인 백합 교표도...
 
앞으로의 3개월이 막막하군요.
 
아그네스:상식이 통하지 않는 학교니까. 이제 와서 인삿말에 신경 쓰는 것도 이상하지. (몇 걸음 다가와 한 손을 내민다) 하지만 자네가 원한다면 정식으로 소개를 할까?
내 이름은 아그네스 로페즈일세.
 
이졸데:(하기사 얘가 인삿말에 신경 쓸 여력이 있으면...) 단추라도 잠그지 그래? (그걸로 해결될 복장불량은 아니긴 함.)
(가볍게 손을 맞잡는다. 3개월 뒤로 타임워프 하게 해줘.) 이졸데 데미우스. ...짐은 다 어디로 간 거야?
 
아그네스:목을 옥죄는 건 답답해서 말이야. 자네가 이해하게, 사람마다 개성이라는 게 있는 것 아닌가. (맞잡은 손을 가볍게 흔들지만, 이졸데가 바라는 마법같은 일은 딱히 일어나지 않는다.)
난 원래부터 이 방을 썼거든. 굳이 짐을 옮길 필요가 없지. (까딱 턱짓으로 이졸데의 침대 반대편을 가리킨다.)
 
이졸데:(아하, 그럼 세면도구를 빌려줄 필요는 없단 말이군... 맞은편 침대를 유심히 살펴본다.)(약간 안도함)
 
아그네스의 말대로. 맞은편에 있는 침대와 협탁에는 생활감이 보이는 잡동사니들이 놓여 있습니다.
 
몇몇 학생들은 전 학기에 이어서 같은 방을 쓰는 경우도 있었죠, 운이 좋다면요.
 
아그네스도 그 행운아 중 한 명인 것 같습니다.
 
들어올 때는 분명 휑했던 것 같은데...
 
이졸데:(부럽다... 나는 이 녀석이 도착하기까지 꼬박 3시간을 짐을 챙기고 옮기고 풀어놓고 정리하는 데에 바쳤거늘... 하는 억울함에 잠겨있느라 무심코 넘어간다.)
 
아그네스:자네를 만나는 걸 꽤 기대했다네. (맞잡았던 손을 놓으며 빙그레 웃어보인다)
 
이졸데:(평범하고 상식적인 질문을 이어가려다 눈썹을 까딱인다.) 날 알아? (이상하네.) 눈에 띌만한 짓은 한 적 없는데.
 
아그네스:난 의도적으로 날 피하는 학생들이 누군지 알고 있거든. 자네도 그 중 하나였고...그렇지 않나?
 
이졸데:(와, 이걸 대놓고 말하네.) ...그렇지?
 
아무리 생각해도 쉬운 놈은 아닐 것 같습니다.
 
이졸데:이걸 굳이 찔러주는 이유가 있나? 피할 이유 하나 더 챙기라는 배려? (조금 얼떨떨한 표정이다.)
 
아그네스:그럴리가. 난 사람에게 미움받는 건 그리 반기지 않는다네. 자네가 들은 수 많은 소문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에게는 폐를 끼치지 않은 것처럼 말이야.
 
이졸데:(그럼 왜 어색할 이유를 하나 더해주냔 말이야... 하는 항의는 잠시 접어둔다.) 소문이 있는 줄 알면 조심하는 척이라도 하지 그래. (투덜투덜)
 
아그네스:조언 고맙군. 하지만 난 정말로 자네에게 관심이 많아. (뻔뻔하게 이졸데의 침대 위에 걸터앉는다)
자네라면 이런 것에 관심을 보일 것 같았거든. (검지와 중지손가락 사이에 접은 종이를 하나 끼워 척 내민다)
 
이졸데:내가 상식적이고 친절한 이야기를 할 기회도 좀 주고?? (나름 사과 비슷한 걸 해보려다 타이밍을 놓쳤다. 울컥...)
(여하간 종이를 낚아채듯 가져간다. 펼쳐나보자.)
 
정말 제멋대로인 인간입니다.
 
아그네스가 내민 종이는 어디에서 찢겨 나온 듯한 조각입니다.
 
첫 줄에는...
 
"사감용 학칙 제 4항" 이라고 적혀있군요.
 
핸드아웃 '사감용 학칙'이 공개됩니다.
 
아그네스:오늘 얻은 수확이지. 가끔은 도서관에 가는 것도 제법 도움이 돼. (들고 온 책을 손가락으로 타다닥 두드리며 웃는다)
 
이졸데:...이런 건 언제부터 찾아다닌 거야? 계속? (찜찜하긴 한데, 기숙사제 학교의 괴담이야 흔한 거 아닌가. 종이를 가까이서 봤다 멀리서 봤다가 한다.)
 
아그네스:이 학교는 수상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니까. (이졸데가 종이를 이리저리 움직일 때마다 종이 뒤편을 툭툭 친다) 누군가가 휘갈겨 썼다기엔 정갈한 타자기 글씨 하며, 급조했다기엔 낡은 종이에,
그것이라는 건 대체 뭘까?
데미안 감상문보다 만 배는 흥미로워.
 
이졸데:...감상문 제출 안 했지? (확신에 찬 질문)
 
아그네스:과제 제출이 연장 됐다더군.
(안했다는 소리)
 
이졸데:(요령은 좋구만.)(투덜투덜)
 
아그네스:아, 성실하게 밤을 새워 데미안을 읽은 데미우스 댁 막내의 불만이 여기까지 들리는군.
 
이졸데:내가 막내인 건 또 어떻게 oO(숙제는 원래 성실하게 해야하는 거라고)
 
아그네스:자네 언니도 이 학교를 나왔더군. 그런데 졸업한 지 꽤 됐길래, 자네는 늦둥이 막내겠구나 싶었다네.
 
이졸데:(이 자식...)
 
뒷조사를...?
 
이졸데:.....(나쁜 놈은 아닐지 몰라도 재수없다... 머리 굴리는 속도가 빠른 녀석들은 하여간 질투나고 아니꼽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래서? (쪽지는 도로 접어서 돌려준다. 일탈의 증거물은 갖고 있기 싫다.) 탐정 놀이에 동참이라도 해달라고?
 
아그네스는 '뭐어.' 하고 의미없는 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침대 옆 창문을 열고 손에 들고있던 책을 창 밖으로 던져 버립니다.
 
아그네스:(창 밖을 잠시 내려다보다가, 창문을 닫고 이졸데를 다시 바라본다) 자네가 내킨다면.
 
이졸데:(저저저 무단투기까지... 눈을 가늘게 뜨고 보다가 고개를 젓는다.) 나는 퇴학 면죄부로 쓸 정도의 인맥은 없어서.
 
아아...도서관 재산이...
 
이졸데:상식적인 부탁이라면 들어주지. 룸메이트니까. (짐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손본다.) 몇 시에는 불을 껐으면 좋겠다든지 뭐 그런 것들.
 
아그네스:그거 괜찮군. 취침 시간이라... (고개를 갸우뚱하며 잠시 생각하다가)
난 아침잠이 많은 편이거든. 그러니까 새벽 2시까지는 자네도 꼭 잠에 들어주게.
적어도 그 때는 자리에 누워야 눈을 뜰 수 있어서.
그 외엔 전부 자네 자유야. 자네가 침대를 이상하게 개조해도 말리지 않을테니 걱정 말게.
 
이졸데:oO(생각보다 순순하네...?)(하는 표정을 감추지 않음) 2시 정도야. (끄덕인다.)
난 네가 침대를 마개조하면 사감님께 고발할테니 자제하고. (경고도 잊지 않음)
 
아그네스:그래? 곤란한 룸메이트가 걸렸군. (그런 것 치고는 상쾌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그 순간,
 
누군가가 기숙사 문을 두드립니다.
 
이졸데:(지금이 몇 시지? 시계부터 본다.)
 
문 위에 걸린 시계는 11시 49분을 가리키고 있는데...대체 누가 이 시간까지 돌아다니는거죠?
 
이졸데:(학칙 내용을 되짚어본다. 아직 자정은 아니긴 한데...) 누구야?
 
문 밖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아그네스 "버니스" 아, 안자고 있었구나! 나 버니스야!
 
에?
 
잠만
 
이졸데:(룸메이트 잠시봄)
 
버니스: 아, 안자고 있었구나! 나 버니스야!
 
휴! ^^
 
버니스는 이졸데의 직전 룸메이트입니다.
 
오컬트에 좀 빠져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성실하고 좋은 학생이죠.
 
이졸데:(걔가 좀 이상하기는 한데 괜찮아. 의 걔 목소리군. 아그네스에게 괜찮냐는 듯 흘끗 눈짓하고 문으로 다가간다.) 이 시간에 무슨 일이야?
조금 있으면 자정이라고. 벌점 받고 싶어? (협박이 아니다. 걱정이다.)
 
아그네스:열어주지 그래? 곤란해 보이는데. (어깨를 으쓱인다)
 
이졸데:(허 참, 허락 받았으니 문은 열어준다.)
 
문을 열면, 버니스가 아주 초조한 얼굴을 하고 서 있습니다.
 
버니스: 아아, 이졸데. 혹시...짐 풀면서 모르는 책 한 권 못봤니?
 
이졸데:...모르는 책? (그런 게 있었나? 내 기억력에게 물어보자.)
 
버니스: 내가 책을 하나 잃어버렸는데... ...아무리 방을 뒤져봐도 없어. 그래서 혹시 네 짐에 섞여들어갔나 하고...
 
흠...그런 게...있었던가?
 
하지만 짐을 풀면서 이졸데가 발견한 낯선 물건 같은 것은 없습니다.
 
이졸데:(기억을 되짚어보다... 고개를 젓는다.) 아니? 못 봤는데.
일단 네 방으로 돌아가지 그래. 어떻게 생겼는지 알려주면 내일 찾아볼테니까.
 
버니스: 아아아...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며 마른세수를 하더니) 정말? 어쩌지...엄...그게...그냥 좀, 두껍고...두꺼운 양장본 책이야.
 
이졸데:(두꺼운 양장본이 한 둘이냐구)(하는 표정으로 봄)
색이나 제목이나 뭐 그런 건?
 
버니스: 약간 누렇고...오래됐거든...
아! 맥베스, 그거인 것 같아. 내가 아직 맥베스 과제를 못했어.
 
이졸데:아하. (맥베스... 이름만 들어도 조금 지긋지긋하다는 표정이다.) 내일 찾아보면 나오겠지. 정 없으면 도서관에서라도 빌리면 되고...
이렇게 돌아다니다가 벌점도 받고 과제도 못하면 어쩌게. (겁주는 게 아니다. 걱정이다.)
 
아그네스:(이졸데의 뒤에서 얼굴을 쑥 내민다) 자네 방 창틀에 올려져 있는 그 책 아닌가? 아까 자네들 방 구경 갔다가 본 것 같은데.
 
이졸데:oO(거긴 또 언제 간 거야)
 
버니스: (화들짝 놀라 약간 튀어오르며) 부, 분명 없었는데... ...음, 찾아볼게...고마워.
 
아그네스:그리고 정말로 곧 12시니까, 방으로 돌아가는 게 좋겠군. (이쪽은 겁주려는 말투다)
 
이졸데:(아그네스를 슬금슬금 제 뒤로 밀어낸다... 키 크고 무서운 애는 하나로 족하다.) 안 늦게 뛰어가. 새 룸메이트랑도 잘 지내고. (나름 친절한 작별인사까지 해줌)
 
아그네스:(뒤로 밀려난다) 벌점 안 받게 조심하게!
 
버니스: 당장 가야겠다, 어쨌든 진짜 고마워 이졸데! 아, 맞다. 내 방은 네 방 바로 아래층이야! 201호! 나중에 꼭 놀러와!
 
버니스는 정신없이 복도를 내달려 내려갑니다.
 
뭐어...걸리지 않고 잘 들어갔겠죠?
 
이졸데:어어 (달려가는 뒷모습에 대충 대답해주고 문을 닫는다...)
쟤 방은 또 언제 놀러갔다 온 거야? (밀려난 아그네스 봄) 버니스랑 친했던가?
 
아그네스:아니, 사실 놀러간 게 아니고 층 수를 착각해서 잘못 들어간걸세. (대박 뻔뻔하게)
 
이졸데:너 바보지? (대박 너무하게)
 
아그네스:침대에 누웠을 때 쯤에 깨달았지.
다 똑같이 생긴 학교니까, 헷갈릴 수도 있지 않나. 판에 박은 듯이. (손바닥에 도장을 찍는 시늉을 하며 제 침대에 벌렁 드러눕는다)
 
이졸데:(허참 부럽구만... 짐정리를 안 해도 된다는 건...)
 
이졸데는 언제쯤 행운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이졸데:그래, 4층에 기어들어가서도 그 변명이 통하는지 꼭 전해줘라. (언제쯤 은화 100개가 쏟아지는 듯한 행운이 내게 찾아올런지...)
 
어떤 생에서는 분명 도박에 재능이 있었을텐데... ... ...손을 대는 일마다 만사형통...그야말로 인싸재질의 삶...
 
이졸데:(짐가방을 뒤적여 잠옷을 꺼낸다... 내 교복은 입은 채로 침대에 누울 수 없다)(그야 쓰리피스니까)
 
이졸데는 짐가방에서 잠옷을 꺼냅니다.
 
이졸데가 엄선해서 고른...'과하지 않으면서도' '쿨하고' '유니크한' 잠옷이죠.
 
이졸데:(고급스러우면서도 튀지않고 개성적이며 깔끔한 디자인의 잠옷으로 갈아입는다.)
(만족스럽게 누움.)
 
언제 입어도 만족스러운 재질이에요.
 
아그네스는 자기 전 창 밖을 잠시 보는 듯 했다가, 이졸데에게 인사를 건넵니다.
 
아그네스:그러고보니 자네는 짐을 푸느라 꽤 힘들었겠군. 잘 자게.
 
이졸데:(거참 상식적인 건지 친절한 건지 이상한 건지...) 잘 자라. 내일은 좀 진부한 인간이 되어주면 더 좋겠고.
(돌아누워서 눈을 감는다. 드르렁...)
 
이졸데는 피곤에 잠겨 금세 잠이 듭니다.
 
오늘따라 빛 차단이 잘 되는 걸...하고 생각을 하며 잠에 빠져드는 기분이 조금 이상하네요.
 
방은 캄캄합니다.
 
물건의 윤곽이 조금도 보이지 않습니다. 이졸데의 손이나 발조차 찾을 수 없는, 한없이 확장되기만 하는 어둠이 공간을 뒤덮습니다.
 
내가 지금 눈을 뜬 건가? 감은 건가? 꿈인가? 현실인가?
 
이 어둠은 수 억 년을 존재해왔지만 동시에 아주 갓난 것입니다. 빛이 들지 않으니 아마 단 하루도 나이를 먹지 않았겠지요.
 
이렇게 비현실적인 어둠은...아마도 이것이 꿈이기 때문이겠죠.
 
듣기를 판정합니다.
 
이졸데: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5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머리 위에서 무언가가 쿵, 쿵, 하고 울리는 소리...
 
그리고 비명소리, 무엇인가가 방 안에 들어오는 소리,
 
오도독, 오도독, 부러지는 듯한...아니, 무엇인가를 씹는 듯한 소리.
 
관찰력을 판정합니다.
 
이졸데: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76
판정결과: 실패
 
눈을 뜬 것 같은데,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끔찍한 소리가 점점 가까워집니다.
 
도무지 인간의 것이라고는 할 수 없는 손...아니, 손일 수도 없는 것이 이졸데의 눈꺼풀을 차갑게 덮습니다.
 
온 몸에 오한이 끼칩니다.
 
귓가에 낯선 목소리가 웅웅 울립니다.
 
"자야지?"
 
이윽고, '그것'이 자장가같은 웅얼거림을 냅니다.
 
이졸데는 다시 눈을 감습니다. 이것이 어둠인지, 저것이 어둠인지... ...
 
이런 것을 눈 앞에 두고 자도 되는걸까요, 하지만... ...
 
몸 안에 고인 한기가 서서히 퍼져나가며 이졸데를 수마에 빠지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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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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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것이 목젖을 짓누르고 있는 듯한 고통과 함께 눈을 뜨면...
 
아침입니다.
 
좁은 창문으로 한 줄기 햇살이 투명하게 내리치고 있고, 숲에서는 새 소리가 낭랑합니다.
 
방을 옮기자마자 지독한 악몽을 꿨군요.
 
이졸데:(상태가 왜 이래? 목을 매만지면서 기침해본다.) 아아. (목소리 테스트.)
 
아아, 목소리는 잘 나오는군요.
 
옆이 조용한 것을 보니...아그네스는 악몽도 꾸지 않는지 세상 모르고 자고 있습니다.
 
이졸데:... (얄밉다...)
(왜 나만? 왜? 베개나 한 번 발로 차고 침대에서 일어난다. 목에 별 건 없는지 거울을 확인해보자.)
 
이졸데가 일어나서 거울을 확인하면, 약간 식은땀을 흘린 것 말고는 아주 말짱합니다.
 
이졸데:oO(천만다행이다... 룸메이트 둘째날부터 GAO를 잃을 수는 없는 노릇이므로)
(시계를 확인하고 얼른 씻도록 하자.)
 
휴...꼴 사납지 않아서 다행이다.
 
이졸데는 아그네스가 깨기 전에 완벽한 모습으로 씻습니다.
 
이졸데:(그야말로 완벽... 판에 박힌 모범생 of 모범생의 복장으로 교복까지 착용한다.)
(첫 수업까지는 얼마나 남았지?)
 
이졸데가 교복을 착용하고 나면, 마침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할 시간입니다.
 
이졸데:oO(아침잠이 밥보다 중해보이니까... 깨우진 않아도 되려나?)
식사 놓치기 싫으면 일어나. (한 마디 정도는 해줌)
 
이졸데는 친절하게 아그네스를 깨워봅니다.
 
아그네스:
정신
기준치: 60/30/12
굴림: 95
판정결과: 실패
아아... (푹 잠긴 목소리로 긴 침음을 내더니, 눈을 가늘게 뜨는 듯 했다가...다시 베개에 얼굴을 처박는다)
... ... ... ...잘 먹게...
 
이졸데:.....................(놀랍도록 조용하잖아)
(조금 감탄하는 마음으로 방을 나선다...) 어어... 자주 졸려하고.... (??)
 
조용하니까 보기 좋군요.
 
이졸데는 잠에 빠진 아그네스를 뒤로 하고 식당으로 향합니다.
 
이졸데:(잠 잘 때는 천사같다의 표본이구만)
 
식당에는 이미 학생들이 바글거리네요. 잠에 빠져 스프에 얼굴을 처박고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침에도 라틴어를 암기하는 모범생들도 있습니다.
 
이졸데:(물론 처절히 공부해야하는 범생이 중 1인이므로... 라틴어 단어장을 꺼내들고 밥을 먹는다.)
(친구는... 찾지 않고 씩씩하게 혼자 먹는다. 친구 없으니까.)
 
보통은 룸메이트들끼리 짝을 지어 먹곤 하지만...
 
고독한 늑대는 혼자일 때 더욱 빛나는 법입니다.
 
라틴어 단어장을 펼치는 이졸데의 시선 너머로, 묘하게 주위가 비어있는 자리가 있군요.
 
이졸데:(어디?)(친구는 없어도 학생 관계도에는 관심 많다)
 
이졸데가 시선을 들어보면...
 
게이만?
 
게이먼?
 
버니스의 새 룸메이트입니다.
 
이졸데:(버니스는 옆에 없나? 고개를 빼고 기웃거린다.)
 
버니스는 어디가고...게이먼은 받아온 음식에 손도 대지 않은 채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며 연신 입을 우물거리고 있네요.
 
이졸데:oO(버니스는 밥보다 잠을 중시하는 타입이었나?)(곰곰)
 
버니스는...누구보다 밥을 중시하는 사람이었죠.
 
기력이 떨어지면 할 일도 못한다면서요.
 
이졸데:(그랬지... 오컬트의 기본은 영혼... 그리고 강건한 영력은 체력에서 온다고 주장하곤 했다.)
 
게이먼은 누군가가 그를 스쳐지나가도 피하거나 웅크리는 기색이 없습니다. ...왜 저렇게 정신이 빠져있지?
 
그 중에서도 특히 영적인 것을 중요하게 여기긴 했지만...그래요, 강한 몸에 강한 정신이 깃든다고 하니까.
 
이졸데:(단어장을 접어놓고 게이먼에게 다가간다. 테이블을 너무 소란스럽지 않게 두드린다.) 버니스는 어디 가고 너만 있냐?
 
이졸데가 게이먼을 두드리면, 게이먼은 미는 대로 조금씩 흔들리기만 할 뿐...
 
게이먼이 정신을 차릴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협박이라던가, 회유, 물리적 계몽...같은 것들이죠.
 
이졸데:......(소동을 일으키지 않는 학생이 되겠다고 오필리어 언니 -학교 선배 친언니다-에게 맹세했는데...)
(협박부터 해보자. 소곤...) 이게 아침부터 정신이 빠져가지고... (꼰대톤)
위협
기준치: 40/20/8
굴림: 77
판정결과: 실패
 
이게 빠져가지고... ...
 
하지만...오필리어 데미우스의 이름에 건 약속이 너무 강했기 때문일까요?
 
게이먼은 들은체도 하지 않습니다.
 
이졸데:(이것참... 내 안의 모범생의 본능을 주체할 수가 없군...)
(회유에는 재능이 없으니 뺨을 주욱 꼬집어 당겨보도록 하자. 이만하면 소동은 아니다. 장난 ^^)
 
이 정도면 정신 차릴 만 하지.
 
근력 판정 해볼까요?
 
이졸데:(살...살살?)
근력
기준치: 75/37/15
굴림: 5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살살...보다는 조금 세게. 꼬집었습니다.
 
이졸데가 '고독한 늑대'로 지내며 익힌 것은 혼자라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모습 뿐 만이 아니라...
 
수업시간에 꼴사납게 졸지 않기 위해 아주 적당한 강도로 본인의 팔 안쪽을 '티나지 않게' 꼬집는 방법도 있었죠.
 
게이먼은 그것에 반응하듯 번쩍 고개를 듭니다.
 
게이먼:나.
난 봤어.
 
이졸데:(아야, 소리보다 잠꼬대가 먼저 나오자 당황한다.) 뭘?
 
게이먼:난...난 봤어. 난 봤다고. 이런 썅. 대체 왜 아무도 안 일어났던거야? (양 손을 천천히 들어올려 본인의 머리를 움켜잡는다)
내가 그렇게 소리를 질렀는데 아무도 안 깼어. 염병할, 다닥다닥 붙은 기숙사가 언제부터 그렇게 방음이 잘 됐어?
난...나는, 내가... ...
버니스가 책을 찾았어... ... ...
 
이졸데:(상태가 왜 이래? 잠을 못잔 정도가 아닌데?) 야, 진정, 진정하고. (머리채를 쥔 손을 슬슬 잡아당겨 풀어낸다.)
악몽이라도 꾼 거야? 버니스는 또 어디갔는데?
 
게이먼:(이졸데가 당기는대로, 손은 힘없이 풀어진다) ...책이...있었는데,
창문 밖에...나무에. 씨발. 팔만 뻗으면 손이 닿을 것 같다고 했는데... ...
나무에...그 책이 걸려있어서, 썅. 책이...위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나무에.
나무에 책이... ...
버니스가, 그걸 꺼낸다고, 그런데 버니스가.
 
이졸데:...(또 머리채를 쥐어뜯을까봐 손을 꽉 잡아놓는다. 그 책인가? 설마?) 그래, 버니스가?
그 좁은 창문으로 떨어지지는 않았을 거 아냐.
 
게이먼:(쉬지도 않고 말을 중얼거린다) 버니스가 창문 밖으로 몸을 뺐어. 허리까지만, 딱. 손으로 창틀을 짚었어. 그런데 검은 사슴이 걸어왔고, 난... ...
버니스의 손이 툭툭, 다리가 툭, 난, 씨발... ...
난... ...다리만 남은 버니스랑 하룻밤을 샜어, 밤새, 밤새, 소리를 질렀는데, 아무도, 아무도 안 일어났어. 손이... ...
 
게이먼은 천천히 고개를 내리곤 한 손을 펼칩니다.
 
그러더니, 손에 쥐고 있던 피 묻은 쪽지를 이졸데의 손에 구겨넣듯이 쥐어줍니다.
 
아니, 그보다. 버니스가 죽었다니요? 하반신만 남은 버니스라니?
 
이졸데는 이성을 판정합니다.
 
이졸데:
SAN Roll
기준치: 65/32/13
굴림: 68
판정결과: 실패
 
이성을 4 잃습니다.
 
이졸데:그런, (손에 들어온 피묻은 쪽지를 꽉 쥔다. 무슨 소리야? 죽었다고? 버니스가?) ...그런...
씨발, 사람이 그런 식으로 죽을리가 없잖아. (작게 소곤거린다. 얘가 악몽을 꾼 거 아냐? 하지만 쪽지에 피가.) 사감 선생님께는? 말 안 했어?
 
게이먼:사람이 죽었다니까!!
 
게이먼은 별안간 크게 소리를 지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점점 더 크게, 째지는 비명을 지르기 시작합니다.
 
몇몇 학생들이 그것을 보고 게이먼을 진정시키기 위해 달려왔다가, 게이먼이 휘두른 팔에 맞기도 합니다.
 
그 중 건장한 학생들이 게이먼을 제압하는군요.
 
이졸데가 손에 쥔 쪽지에는 누가봐도 갈색으로 변색된 피가 분명한 것이 튀어 있습니다.
 
그리고 쪽지에 쓰인 것은... ...
 
'사감용 학칙 제 5항'
 
핸드아웃이 추가됩니다.
 
학생들이 게이먼의 고함을 듣고 벌떼처럼 몰려듭니다. 게이먼의 비명이 잦아들자,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는군요.
 
듣기를 판정합니다.
 
이졸데:(쪽지를 다급하게 주머니에 쑤셔넣고, 귀를 세워본다.)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10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어제 봤어? 창문 밖에 새까만 게 휙 지나가더니...그게 입을 벌려서 버니스를 먹었대."
 
"나도 봤어. ... ... ...버니스는 왜 교표를 안 찬 거야?"
 
"그게 꿈이 아니었다고? 거짓말, 이건 단체 PTSD 라는거야."
 
"그래도 12시가 넘었었잖아..."
 
... ...정말로 '그것'을 목격한 사람이 있단 말인가요?
 
이졸데:(소곤거리는 사람 중 하나를 슬그머니 붙잡아본다.) 뭘 본 거야? 어떻게 생겼었는데?
 
학생:난 못봤어. 내 방은 바다 쪽으로 나 있단 말이야. 곰이라는 애도 있고....그런데 그렇게 큰 곰이 있어? 그냥 게이먼이 미친 거 아냐?
 
학생들이 갖가지 주장을 하며 웅성거림이 소란으로 변질될 무렵, 사감 선생님이 식당 입구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조용히 하라는 한 마디에 학생들의 소란이 점차 잦아듭니다.
 
이졸데:이상한 꿈이라면 나도 꿨거든. 비명소리 같은 것도 들었고. (찝찝한 얼굴로 학생을 놓아주고... 선생님이 어떻게 하는지 본다.)
 
사감 선생님:다들 조용! 게이먼은 학업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병이 발병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게이먼은 학교 측에서 즉시 조치를 취해 병원으로 이송하고 있으니, 학내 면학 분위기를 흐리는 소문은 발언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게이먼이 쾌차하여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다립시다. 그동안 학업에 열중하여 스태그필드의 명예를 드높이는 것이 여러분이 할 일이겠죠.
 
학업 스트레스?
 
게이먼의 안녕을 위해 공부를 해?
 
저 말도 안되는 연설을 대체 누가 믿나요?
 
그러나 그 때, 기묘한 위화감이 이졸데를 덮쳐옵니다.
 
주변의 풍광이 눈에 들어옵니다.
 
차갑고 선뜩한 감각이 등을 타고 기어오릅니다.
 
모든 학생들이 똑같은 표정과 똑같은 속도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습니다.
 
누구도 의심하지 않고, 자아나 총기 같은 것은 없다는 듯이... ... ...
 
정신력을 판정합니다.
 
이졸데:
정신
기준치: 65/32/13
굴림: 1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졸데는 떠올립니다.
 
...이런 궤변을 들은 것이 한 두번이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이졸데 또한 그들처럼 고개를 끄덕였었다는 것을.
 
그리고 지금도, 이졸데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 있습니다...
 
이졸데:(소름이 끼쳐 고개를 푹 숙인다. 몇 번 기침하는 시늉을 한다. 사레 들린 것처럼.)
 
온 몸이 굳는 듯한 감각 사이에서 누군가가 이졸데의 어깨를 붙잡습니다.
 
아그네스:정신 차리게.
 
이졸데:(슬그머니 고개를 돌려 쳐다본다. 이렇게 티나게 튀어도 괜찮은 거야?)
 
아그네스는 마뜩잖은 표정으로 주변을 한 번 훝습니다.
 
관찰력을 판정합니다.
 
이졸데: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95
판정결과: 실패
 
아그네스는 평소와는 다르게, 모범적인 교복 차림을 하고 있습니다. 조끼도 갖춰입고, 넥타이도 맸군요.
 
그는 사감과 학생들을 노려보듯 하다가, 이내 이졸데에게 미소를 지어보입니다.
 
아그네스:(이졸데의 셔츠 깃에 달린 백합 교표를 툭툭 건드린다)
저들처럼 되고 싶지 않으면, 이건 빼 두는게 좋을 걸세.
 
이졸데:빼뒀다가, (벌점... ...아니, 지금 벌점이 중요한가?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 선생님의 눈에 띄지 않도록 고개를 돌린다.)
(교표를 빼본다.)
 
이졸데는 백합 교표를 빼냅니다.
 
항상 교복에 달고 다녔던 건데, 어쩐지 허전한 것 같기도 하고...이게 일탈이라는 걸까요?
 
아그네스:이제 자네도 알겠지? (안심한 듯 평소처럼 주머니에 손을 꽂는다) 이상한 건 내가 아니라는 걸.
 
이졸데:(너무 튀지 않는 속도로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난다. 입맛은 진작 뚝 떨어졌다.) ...버니스가 죽었다고 했어.
나무에 걸린 책을 집으려다가. (아그네스의 얼굴을 유심히 쳐다본다.) ...어제 네가 던진 책 제목이 뭔지 기억해?
 
아그네스:(고개를 끄덕이다가, 이어진 질문에 눈썹을 비튼다) 책 제목 같은 걸 일일히 기억하고 다니진 않는다네. 짧은 제목이었는데, (흠...하고 침음을 낸다)
 
어제 아그네스가 던진 책의 제목... ...뭐였더라?
 
아이디어를 판정 해볼까요?
 
이졸데: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3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졸데는 어젯밤의 풍경을 천천히 머릿속에 그려냅니다.
 
아그네스가 바깥으로 던진 책의 제목은 '신곡'이었습니다.
 
아그네스:성서였던가?
 
이졸데:표지조차 안 읽었군. (그럼 버니스가 찾던 책은 아닌데... 이게 다 무슨 소용이람. 미간을 꾹꾹 누른다.) 신곡.
(첫 수업까지 얼마나 남았지? 201호에 들를 시간이 있을까?)
 
아그네스:두 글자라는 점에서 비슷했군.
 
이졸데가 시계를 보면 마침 1교시 수업을 알리는 종이 칩니다.
 
학생들은 모두 저마다 수다를 떨며 식당을 나서기 시작하는군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요.
 
기숙사에 들러보려면 수업이 끝난 이후에나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졸데:(인상을 잔뜩 쓴 채로 아그네스의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는다. 피 묻은 쪽지를 쑤셔넣어준다.) 네가 좋아할만한 거.
 
아그네스:(주머니에 쑤셔넣어진 쪽지를 곧장 펼쳐보곤, 눈썹을 찡그리며 한 쪽 입꼬리를 올린다) 내용은 관심 있지만, 피 묻은 걸 좋아하진 않는데.
 
이졸데:그럼 편지지에 베껴적든가. (나참, 하고 작게 투덜거린다.) 룸메이트가 짐승 밥이 되는 건 사양이거든? 알아서 조심해.
 
아그네스:자네야말로. (이졸데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함께 식당을 빠져나가서...혼자 학생들과는 반대쪽으로 향한다)
 
이졸데:(저 녀석... 수업을 째는군... 그것은 방종을 좋아한다던데 어떻게 살아있는 거지?)
(여하간 1교시 수업을 들으러 간다. 지각은 금물.)
 
저런 방종하곤 좀 다른가?
 
아그네스는 학교에 반항을 하러, 이졸데는 평소처럼 수업을 들으러 향합니다.
 
이졸데:oO(음주 약물 흡연 연애만 아니면 괜찮은 건가?)
 
서로 지향하는 바가 다른 건 어쩔 수 없죠.
 
수업을 째는 정도는... ...
 
이졸데의 입장에서는 그것도 대단한 방종이지만요.
 
그렇게 두 사람은 우선 각자의 길로 향합니다.
 
-
 
그 날, 이졸데는 수업이 끝나자마자 버니스의 방으로 가보려고 했습니다만...
 
왜 꼭 계획한 일이 있을 때만 여러 일이 몰아치는건지.
 
이졸데는 수 많은 과제와 동아리 일정에 시간을 쏟느라 사흘이 흐른 지금에서야 시간을 낼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동아리가 정기적으로 쉬는 날이거든요.
 
이졸데:(이 학교 일정은 미쳤어.)
 
학생들은 간만의 자유시간을 즐기기 위해 외출을 하거나, 남은 과제를 하기 위해 저마다 방, 또는 도서관에 박혀 있을 것입니다.
 
이졸데:(루틴 밖에서 돌아다닐 시간이? 전혀 없다는 게? 말이 되는 일인가? 속으로 욕지거리를 하면서 척척척척 걸어간다. 빌어먹을 기계식 교육!)
 
그리고 사흘 내내, 공사 중이라는 4층에서는 밤마다 쿵, 쿵 하고 돌로 바닥을 짓찧는 소리가 울렸죠.
 
이 학교에 대해 알아보려면 역시 시작은 기숙사가 좋겠습니다.
 
이졸데:oO(이러다간 불면증으로 나까지 미칠지도 몰라)
 
이졸데는 기숙가 계단을 콱콱 밟아 오릅니다.
 
기숙사 내부 지도를 공개합니다.
 
이졸데:(콱 콱 콱 콱)
 
오늘 이졸데의 교복 상태는 어떤가요?
 
이졸데:(넥타이, 조끼, 타이에 교표까지 단정하게... 착용했다가,)
(수업이 끝나자 교표는 몰래 빼놓았다. 와이셔츠 칼라가 조금이나마 가려지게 겉옷을 잘 여민다.)(꼼수부림)
 
이졸데는 적당히 꼼수를 부려서...
 
'티 나지 않는 정도'로 교표를 빼놓았습니다.
 
이졸데:(만족.)
 
모든 준비는 끝났습니다. 학교에 대해 같이 알아보자던 룸메이트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지만...
 
혼자라도 출발해야죠.
 
이졸데:(뭐... 어디선가 외로운 바다늑대의 싸움을 이어가고 있겠거니 생각한다.)
(정보 공유 정도는 해주겠지)(씩씩하게 201호로 출발하자.)
 
왠지 바다가 잘 어울리는 사람이에요.
 
이졸데는 201호로 향합니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군요.
 
이졸데:(똑똑똑, 두드려본다. 예의상.)
 
똑똑똑,
 
... ... ...
 
안에서는 대답이 없습니다.
 
그렇겠죠. 버니스는 죽었고, 게이먼은 병원에 갔으니...
 
이졸데:(학교 측에서는 버니스의 행방에 대해 변명이라도 한 게 있나?)
 
학교에서는 그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더 이상한 것은, 학생들조차 버니스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는 것이죠.
 
이졸데:(조치를 취할 필요가 없었다는 거지... 속으로 투덜거린다.)
(문을 열어보자.)
 
문은 쉽게 열립니다.
 
내부는 평범한 2인용 기숙사군요.
 
현관 바로 옆에는 화장실이 있으며, 내부에는 침대와 옷장이 양쪽에 하나씩 놓여 있습니다.
 
침대 머리맡에는 간신히 몸을 내밀 수 있을 정도의 좁은 창문이 있고요.
 
창문 위에는, 여느 방과 마찬가지로 백합 액자가 걸려 있습니다.
 
이졸데:(핏자국 같은 건 보이지 않나? 주위를 둘러보며... 일단 화장실 문을 열어본다.)
 
핏자국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사고가 진짜라면...청소를 아주 꼼꼼하게 한 것 같군요.
 
화장실은 깔끔합니다. 다만 칫솔이 하나, 샤워타올도 하나만 걸려 있네요.
 
이졸데:(언제 치운 거지? 이번에는 옷장문을 모두 열어본다.)
 
왼쪽 침대는 이불에도 사용감이 있고, 잠옷이 널브러져 있는 반면...오른쪽 침대와 옷장은 사용의 흔적이 없습니다.
 
이졸데가 열어본 왼쪽 옷장에는 게이먼의 이름이 새겨진 옷들이 걸려 있습니다.
 
하지만 오른쪽 옷장은 텅 비어있군요.
 
이졸데:...(이렇게 아무도 없었던 것처럼 치울 수가 있나?)
(창가로 다가가본다. 나무에 걸렸다던 책은 그대로 있나?)
 
정말, 정말로...이상합니다. 마치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버니스의 흔적을 지워버린 것 같아요.
 
사흘 안에 유품을 몽땅 정리한다?
 
심지어 버니스의 부모님마저 학교에 찾아온 적이 없습니다.
 
자식이 사라졌는데, 죽었다는데도요.
 
창가로 다가가보면, 창틀에 걸쳐져 있는 나뭇가지 위에 책이 한 권 걸려 있습니다.
 
정말 손을 내밀면 닿을 위치군요.
 
이졸데:...(지금은 자정이 아니니까. 창문을 열고 바깥으로 몸을 빼내본다. 손이 닿을까?)
 
충분히 손이 닿습니다.
 
그리고 창문을 열면, 창틀에 말라 붙은 피가 묻어 있는 것이 보입니다.
 
이졸데:(마른 핏자국을 손으로 쓸어보다가, 나무에 걸린 책을 집어든다. 제목은?)
 
이졸데가 집어든 책은 누런 장정의 표지가 달린 양장본입니다.
 
색도 기묘하고, 이상하게 누린내가 나서 조금 역겹네요.
 
책의 제목은 '맥베스' 입니다.
 
이졸데:(그럼 아그네스가 던진 책은 아닌데. 책이 왜 난데없이 나무 위에...)
(책을 팔랑팔랑 넘겨나본다.)
 
책에는 책갈피가 한 장 꽂혀
 
있습니다...
 
이졸데가 책을 펼치자 바닥으로 힘없이 떨어지네요.
 
이졸데:(책갈피를 집어든다. 특별한 점은 없나?)
 
사용감이 조금 있는 책갈피입니다.
 
책갈피에는 짧은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이졸데:(이것 참, 기분 나쁘고 으스스한 게... 버니스 취향이네.)
(우울해짐.)
 
버니스... ...
 
교육을 판정합니다.
 
이졸데:
교육
기준치: 70/35/14
굴림: 62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졸데는 이 문구가 낯이 익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분명... ...
 
이졸데가 과제를 할 때 인용했던 <맥베스>의 4막 1장 대사입니다.
 
이졸데:(어떤 상황에서 나오는 대사였지? 기억해볼 수 있을까?)
 
새 막이 열렸을 때, 4막 전체의 분위기를 암시하며 읊는 대사입니다.
 
어두침침한 분위기긴 하죠.
 
그리고 이졸데는 이내, 책갈피가 반으로 접혀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안쪽에도 뭔가 적혀있는 것 같은데...
 
이졸데:(버니스... 보고 싶다.)(추억에 잠겨 있다가 책갈피를 펼쳐본다.)
 
'사감용 학칙 제 3항'이 핸드아웃에 추가됩니다.
 
이졸데:이런 씨발... (앞머리를 쥐어뜯는다.)
왜 이딴 곳에 학교가 있는 거야?
 
이 학교는 대체 무슨 비밀을 숨기고 있는 거죠? 이런 괴담같은 사감용 학칙은 대체 뭐고요?
 
이졸데:(책갈피를 주머니에 쑤셔넣고, 백합 교표가 그려진 액자를 내려본다. 특별히 눈에 띄는 점은 없나?)
 
그 외에 201호에서 눈에 띄는 것은 없습니다.
 
이졸데:(누런 표지의 맥베스와 책갈피만 챙겨 밖으로 나선다. 지금 시간은?)
 
현재 시간은 5시 20분. 아직 시간은 꽤 남아있습니다.
 
이졸데가 201호를 벗어나는 순간...
 
세상이 옆으로 핑 기울어지는 듯 합니다.
 
정신력을 판정합니다.
 
이졸데:
정신
기준치: 65/32/13
굴림: 43
판정결과: 보통 성공
 
무언가가 이졸데의 등을 타고 기어오릅니다.
 
이것은 손입니다. 아니, 기분입니다.
 
섬뜩한 기분이 이졸데의 머리칼을 파고들어, 머릿속으로 들어옵니다.
 
그것은 이졸데의 기억을 마구 헤집어 그 중 몇 가지를 골라냅니다.
 
손이 천천히 기억을 쥡니다.
 
...잠깐, 내가 왜 여기 있더라? 내 방은 301호인데...
 
이졸데는 남의 방에 함부로 들어올만한 사람이 아니죠.
 
그나저나 게이먼은 혼자서 방을 쓰게 된 걸까요? 부러운데요.
 
그 순간, 이졸데는 기울어지던 몸을 지탱하고 바로 섭니다.
 
기억을 휘어잡았던 손이 파스슥 녹아내립니다.
 
"앤 버니스."
 
그것이 가져가던 기억을 놓칩니다.
 
게이먼은 방을 혼자 쓰지 않았습니다, 게이먼의 새 룸메이트는 앤 버니스.
 
그는 당신의 전 룸메이트였습니다.
 
버니스는 책을 한 권 잃어버렸습니다. 그것은 지금 이졸데가 가지고 있습니다.
 
버니스는 죽었고, 이졸데는 그의 죽음을. 더 나아가 학교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이 자리에 있습니다.
 
당신은 그 무엇도 잊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어쩌면... ...
 
잊을 뻔 했지만요.
 
온 몸을 휘감던 기분이 사라집니다.
 
이졸데:(하얗게 질린 얼굴로 뺨을 세게 내리친다.) 미쳤어.
 
무언가가 이졸데의 발에 바스락, 하고 잡힙니다.
 
이졸데:돌았다고. (한 대 더 내리친다. 뺨이 얼얼해지니 기분나쁜 관념상의 손이 잊혀지는 것도 같고.)
(발에 걸린 것을 집어본다.)
 
얼얼한 뺨이 현실감을 일깨워주는 것 같습니다.
 
잠을 깨는데는 따가운 정도면 괜찮습니다만,
 
정신을 깨어있도록 유지하는 것에는 좀 더 매운 약이 필요한 법이죠.
 
핸드아웃에 '사감용 학칙 제 6항'이 추가됩니다.
 
이졸데:...배지를 받은 학생? (반장, 기숙사장, 동아리장이었지? 왜?)
 
...어째서? 그리고 이런 것은 왜 학생들에게 공개되지 않은 거죠?
 
이졸데:(그야 다들 알았다면...)
(이딴 미친 학교에 입학하는 사람은 없었을테니까... 아니, 왜 이렇게까지 학생을 유치해야하는 건데?)
(머리를 쥐어뜯는다. 와중에도 쪽지는 잘 챙김.)
 
이렇게 위험한 곳이라면, 학생들을 수용해서는 안 될텐데.
 
이졸데는 쪽지를 잘 챙겨둡니다.
 
이번엔 어디로 갈까요?
 
이졸데:(일단... 301호로 돌아가보자. 룸메이트가 있으면 이야기할 거리가 있을지도?)
 
이졸데는 301호로 향합니다.
 
이졸데가 301호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창문 위에 달린 것입니다.
 
당연히 백합 액자가 걸려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
 
이상하네요. 이 방에는 백합 액자 대신 헌팅 트로피가 걸려 있습니다.
 
좁다란 두개골에서 두 갈래로 뻗어나온 사슴뿔.
 
게다가 정상적인 사슴이라면 결코 가질 수 없는 구조의 기형적인 뿔 모양입니다.
 
복잡하게 얽히고 구부러지고, 심지어는 맞닿아 이어진 부분도 있는 뿔은 이상하리만치 무도해 보입니다.
 
그 외에는 모두 다른 기숙사 방과 같습니다.
 
이졸데의 침대와 옷장, 그리고 아그네스의 침대와 옷장.
 
이졸데:왜 하필? (왜 하필 사슴이냐고?)
 
아그네스는 아직 들어오지 않았나 보네요.
 
이졸데:(잔뜩 기분이 나빠진다. 룸메이트의 침대를 뒤적이는 무뢰한이 되어버린다.
 
흥, 오늘 정도는.
 
이불이 마구 흐트러진 아그네스의 침대를 뒤적거리다 보면, 침대 밑에서 검은 액체가 담긴 유리병이 하나 나옵니다.
 
이졸데:(이게 뭐람?)
(뚜껑을 열어 냄새를 맡아본다.)
 
킁킁.
 
유리병에서는 늪의 냄새가 납니다.
 
썩어가는 나뭇잎, 진흙 속에 잠기는 새의 뼈, 바닥을 기는 덩굴... ...
 
오래 묵은 진흙 같은 냄새네요.
 
이졸데:(왜 이런 걸 가지고 다녀? 먹으면 죽는 거 아냐?)
(뚜껑을 잘 닫아서 원위치 해둔다. 남의 침대는 뒤졌지만 도둑질은 하지 않음.)
(옷장도 열어본당)
 
취향도 기묘하네요. 이졸데는 다시 얌전히 유리병을 넣어둡니다.
 
옷장에는 아그네스의 여벌 교복이 가지런히 걸려 있습니다.
 
제대로 입진 않아도 제대로 구비는 하고 있었네요.
 
이졸데:(놀라운 정보다... ...근데 정말 왜 아직까지 퇴학 안 됐지?)
(내가 내기에 건 은화는 어떻게 되는가?)(옷장을 도로 닫는다.)
 
없는 은화인 셈 쳐야하나?
 
이졸데:(하긴 목숨이 중하지 은화가 중한가...)
(배지를 갖고 있는 학생이 누구누구였는지나 한 번 고민해본다. 대화가 통할만한 애들인가?)
 
맞는 말입니다... ...은화 한 닢에 목숨 하나라면 좀 싼 편이죠.
 
보통 반장이나 동아리장 등은...이 학교에서 특출날 뿐만 아니라 성실하기까지 한 학생들입니다.
 
이성적인 대화가 통할 정도는 되겠군요.
 
이졸데:(그러면 반장을 찾아가보도록 하자. 총총총...)
 
이졸데는 반장인 퀸스의 방으로 향합니다.
 
503호로
 
?
 
503호로 향하는 이졸데. 부디 반장이 방에 있어야 할 텐데요.
 
이졸데:oO(자습하지 말고 방에나 있어라)
 
5층에도 사람은 거의 없네요.
 
이졸데는 503호 문 앞에 서 있습니다.
 
이졸데:(이번에는 받아주는 사람이 있어야할텐데... 똑똑똑!)
 
똑똑똑!
 
잠시 기다리자, 누군가가 문을 엽니다.
 
퀸스:이졸데, 너구나! 난 또 누가 문을 두드리나 했어. 무슨 일이야?
아~...잠깐, 혹시 다음 주 시 문학 과제에 참고할 레퍼런스를 써 달라고 요청하는 거라면 그건 어려워. (양 손가락을 척 든다)
 
이졸데:oO(무대뽀로 쳐들어오긴 했는데)(잠시 깊.생에 빠진다. 이상해보이지 않게 배지를 구경하는 기가 막힌 방법...)
(우주에게 재밌는 아이디어를 요청해볼까?)
 
그래볼까요? 우주야 들어줘!
 
이졸데:(지이잉...)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40
판정결과: 보통 성공
 
반장 퀸스는 학생들의 어이없는 부탁도 대부분 들어 줄 정도로 친절한 사람입니다. 이타심을 그대로 빚어 만들었다고나 할까요.
 
붉은 뱃지를 당장 보여달라고 해도 당연히 보여주겠지만... ...그보다는 이졸데가 교표를 달고 있지 않다는 것을 잃어버렸다고 둘러대며 학교의 다른 일에 대해서도 물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졸데:(그렇다면야... 큼큼, 헛기침하고는) 야, 설마 그런 염치없는 부탁을 하겠어?
(어이없는 부탁은 할 예정임)
 
퀸스:정말? 다행이다. 사실 이번 시 문학 과제 때 역대 최고 수준의 다작을 해 볼 생각이었거든. 그래서 평소에 레퍼런스로 나눠주던 시들도 다 과제로 제출할 거라서... (안심하며 가슴을 쓸어내리곤 고개를 기울인다) 그럼 무슨 일이야? 혹시 심심했니?
 
이졸데:아니, 아니. 그런 실없는 용건일리가. (어이없는 용건이긴 함. 교표가 없는 와이셔츠 칼라를 보여준다.) 교표를 잃어버렸거든. 안 그래도 이음새가 좀 헐거워진 것 같았는데... 네 건 멀쩡해?
 
퀸스:(세상에, 하고 탄식하며 뱃지 자국만 남은 이졸데의 칼라를 쓸어보더니) 맙소사, 어쩌다가? 넌 여태 한 번도 벌점 받은 적 없잖아.
그런데도 이렇게 의연한 태도로 날 찾아오다니, 네가 정말 존경스러워. 이졸데. (자신의 교복 칼라를 내보여준다) 내 건 아직 괜찮은 것 같아. 혹시 내 것도 좀 헐거워 보이니?
 
이졸데:그러니까. 전에 넘어지면서 잘못 부딪혔나? (제법 그럴 듯하게 투덜거린다. 앗... 찬스. 칼라에 달린 교표와 뱃지를 유우우심히 살펴본다.) 새로 지급받기 전에 하소연이나 좀 할까하고 왔어.
 
물끄러미... ... ...
 
이졸데는 퀸스의 붉은 백합 뱃지를 확인하지만, 딱히 이렇다 할 특징을 찾아내지는 못했습니다.
 
이졸데:오, 걱정마. 햄릿 목보다도 튼튼하게 붙어있어. (농담.)
 
퀸스:정말? 다행이다. 한 순간에 떨어질 일은 없겠어. (작게 웃는다) 나라면 뱃지를 잃어버린 순간 패닉에 빠져서 울어버렸을거야. 사감 선생님한테 꼭 새로 발급해달라고 해, 이졸데.
 
이졸데:그래. 바로 가봐야겠어. (까딱 고갯짓하고 뒤로 물러난다. 대체 왜지? ...배지가 아니라 학생이 문제인가? 곰곰.)
세기의 다작을 위해 할애할 시간을 뺏어선 안 되지. (슬그머니 손 흔들어주면서... 방을 나선다. 오늘치 사회성을 모두 소진함.)
 
퀸스는 이졸데를 환히 웃으며 배웅해줍니다.
 
이졸데:(사회성의 화신... 두렵도다.)
 
아무래도 배지의 색은 별 문제가 없는 것 같은데...
 
이졸데:(뭐,,, 방종하지 않은 학생 자체가 토템이라도 되어주나?)(사회 생활에 지쳐 아무 생각이나 한다.)
 
하지만 배지는 모든 학생이 차고 있으니까요
 
이졸데:(시간을 확인해보자.)
 
배지를 차지 않은 학생은 외박을 해도 괜찮다는 말인가? 그것도 상당히 이상하네요.
 
현재 시간은 6시입니다. 아직 조금은 더 돌아다녀도 괜찮겠네요.
 
이졸데:(그러면... 정문으로 가보자.)
 
기숙사 건물 정문으로 향합니다. 정문 옆에는 바로 사감실이 붙어있습니다.
 
정문 밖으로는 뉘엿뉘엿 지는 해가 보입니다. 동아리 활동을 쉬기 때문인지, 오늘은 바깥에도 학생들이 별로 보이지 않네요.
 
관찰력을 판정합니다.
 
이졸데: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76
판정결과: 실패
 
어째서
 
이졸데:(안경을 맞춰야할지도)
 
어쩌면 나 눈이 안좋은걸지도
 
이졸데:(심각한 근시인지도... ...다시해볼 수 있나?)
 
너무 슬프니까...한 번 더 해봅시다. 운명을 이겨봐요.
 
이졸데:(눈에 힘 빡줌... 이겨낸다 !)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5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아자ㅠㅠ!!!!!
 
이졸데는 문 근처를 둘러보다가, 문득 사감실 문이 살짝 열려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지금은 저녁 시간이라 선생님들도 식사를 하러 갔을텐데...
 
문단속을 깜빡하신 모양이네요.
 
이졸데:(오... ...마침 나는 적절한 "핑계"도 있다. 교표를 잃어버렸다는 핑계.)
(사감실로 살금살금 다가간다.)
 
그렇습니다. 누군가가 추궁해도 대답할 여지가 있죠.
 
이졸데는 사감실로 다가갑니다.
 
문을...열어볼까요?
 
이졸데:(그렇다. 나는 용감하다.) 사감님, 계세요? (혹시 안에 있을 때를 대비해 부르는 것도 잊지 않음)
 
끼이이...
 
사감실은 비어있습니다.
 
한 쪽 벽면에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온 우편물을 보관하는 선반이 자리해 있습니다.
 
학생들이 편지를 보내는 등 볼일을 처리할 수 있도록 작은 책상이 벽면에 바싹 붙어 있죠.
 
그 맞은편에는 사감들이 쓰는 사무용 책상이 놓여 있습니다.
 
학생들이 안을 엿보지 못하도록 칸막이가 높게 설치되어 있습니다만... ...
 
이런 행운이. 오늘 사감실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이졸데:(아무래도 룸메이트 배정운을 몰아 쓰는 것 같다.)(아그네스에게 너무한 생각을 함)
(우편물 선반을 먼저 확인해보자. "버니스"에서 온 것이 있나?)
 
아그네스를 견딘 보상을 이렇게 받는군요.
 
자료조사를 판정합니다!
 
이졸데:
자료조사
기준치: 56/28/11
굴림: 79
판정결과: 실패
 
우편물은 중구난방으로 쌓여있습니다.
 
도저히...버니스의 이름을 찾아볼 수 없네요.
 
어쩌면 없는 걸지도.
 
이졸데:(버니스의 부모님들도 기억이 찢겨나갔는지 모를 일이지... 우편물을 뒤진 티가 나지 않게 도로 흐트려둔다.)
(그럼 학생용 작은 책상을 살펴보자.)
 
이졸데는 우편물을 다시 엉망진창의 모습으로 돌려놓습니다.
 
학생용 작은 책상은 서류 따위를 작성하는 곳으로, 펜이 놓여있는 것 이외에는 특별할 것이 없습니다.
 
이졸데:(그렇다면 학생에게 금지된 구역..)
(사감용 책상으로 성큼성큼 걸어간다. 얼른 봐야한다.)
 
사감용 책상에는 몇 가지 서류들이 놓여있습니다.
 
'기숙사 학생 명부' , '학생 관리 지침' , 그리고 칸막이 안쪽에 걸린 열쇠 뭉치가 보이네요.
 
이졸데:(기숙사 학생 명부 부터 펼쳐본다.)
 
자료조사를 판정합니다.
 
이졸데:
자료조사
기준치: 56/28/11
굴림: 83
판정결과: 실패
 
이졸데는 가장 최근의 기숙사 학생 명부를 확인합니다.
 
201호에는 게이먼의 이름만 적혀 있습니다.
 
그 밑에는 누군가의 이름이 적혀 있었던 것 같기는 한데, 화이트로 지워져서 알아보기 힘드네요.
 
301호에는 아그네스와 이졸데의 이름이 정상적으로 적혀 있습니다.
 
이졸데:(투덜거린다. 역시 안경을 맞춰야겠어.)
(이번에는 학생 관리 지침을 펼쳐보자.)
 
페이지를 좀 더 넘겨서...3개월 전의 학생 명부를 확인해보면
 
301호에는 아그네스의 이름이 제대로 적혀 있는데, 룸메이트의 이름은 또 화이트로 지워져 있습니다.
 
이졸데:(이건... 얘한테 물어봐야겠네. 쯧쯧 소리를 낸다.)
 
학생 관리 지침은 사용한 지 오래된 듯 일부가 찢겨 있습니다. 이졸데가 확인할 수 있는 조항은 기껏해야...3개 뿐이네요.
 
핸드아웃에 사감용 학칙 1항, 2항, 그리고 7항이 추가됩니다.
 
이졸데:(지금까지 알아낸 사감용 학칙과 남은 학칙들을 차근차근 비교해본다. 남은 건 8, 9, 10항인가?)
 
그렇네요. 이 정도면 상당한 수확입니다.
 
이졸데:(왜 이딴 곳에 학교를 세운 거야? 정말로? 열쇠뭉치를 확인해본다.)
 
열쇠뭉치를 확인한다면 관찰력을 판정합니다!
 
이졸데: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98
판정결과: 실패
(진짜 안경 맞출래)
 
그러자 난 안경 쓴 이졸데가 좋더라
 
안경맞췃습니다 재도전의 기회가 주어지는
 
이졸데:(안경 고쳐 쓰고 다시 한 번 본다. 그래... 나는 안경캐였다. 잠시 잊었지만.)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62
판정결과: 보통 성공
 
?
 
아 역시
 
안경을 맞추니까 잘보이네요
 
열쇠뭉치를 뒤적거려보면, 열쇠에 작게 붙어있는 라벨들이 보입니다.
 
그런데...옥상 열쇠와 4층 출입구 열쇠는 없네요.
 
이졸데:(그러면 가져가봤자 별 메리트가 없겠네... 들키기도 쉽고.)(투덜거리며 몸을 일으킨다.)
(사감 선생님이 들어오기 전에 얼른 나가자. 슬슬 자습시간이니까.)
 
이졸데가 사감실을 빠져나가며 시간을 확인하면... ...
 
아.
 
7시 5분입니다.
 
원래 7시부터는 자습 시간인데...학칙을 어기고 말았군요.
 
이졸데가 잠시 눈을 믿지 못하는 순간, 사감실로 다급하게 들어온 사감 선생님과 맞닥뜨립니다.
 
사감 선생님:맙소사, 이졸데 데미우스!
(숨을 몰아쉬다가, 이졸데를 발견하곤 눈에 띄게 안심한 표정으로 한숨을 쉰다)
 
이졸데:아, 사감님. (한껏 죄책감 어린 학생 얼굴로 공손하게 인사한다.) 죄송합니다. 교표를 분실해서 받으러 왔는데...
 
사감 선생님:7시부터는 자습 시간인 걸... ... (얕게 고개를 젓더니) 벌점 1점입니다, 데미우스 양. 다음부터는 학칙을 어기는 일이 없도록 주의하세요.
 
이졸데:죄송합니다. (이렇게까지 놀라는 이유가 뭔지 알고 나니, 이것 참... 작게 한숨을 쉰다. 첫 벌점이네.) 지금 바로 자습실로 가면 될까요?
 
사감 선생님:7시부터 10시까지 학생들은 학교 내를 돌아다닐 수 없어요. 자습실까지는 제가 동행해드리겠습니다.
 
사감 선생님은 이졸데를 자습실로 데려갑니다.
 
이졸데:(착한 학생 모드로 졸졸 따라간다...)
 
자습실에 가서 버니스의 책을 천천히 읽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여러가지로 생각할 일이 많군요.
 
이졸데는 얌전히 자습실로 들어섭니다.
 
이졸데:(인생 첫 벌점과 무단지각 업적을 얻어낸 채로 등장... 자리에 앉는다. 나의 명예는 어디로 가는가.)
(버니스가 남긴 맥베스를 펼쳐보자.)
 
이졸데는 맥베스를 펼칩니다.
 
이미 과제는 끝낸 지 오래지만... ...
 
별안간 바깥이 어두워집니다.
 
자갈이 쏟아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고, 천둥이 치고, 번개가 꽂힙니다.
 
아마도...평범한 소나기겠죠.
 
이졸데는 맥베스의 첫 대사를 읽습니다.
 
When shall we three meet again? In thunder, lightning, or in rain?
 
그리고 그 순간, 이졸데는 무언가가 단단히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낍니다.
 
이것은 정말로 맥베스인가요?
 
이것은 신곡이 아닌가요?
 
우리가 이것을 '맥베스'라고 믿기 때문에 그렇게 읽히는 것은 아닐까요?
 
자, 집중해봅시다.
 
이것을 다시 한 번 읽어보는 겁니다.
 
그 어떤 편견도 가지지 않고, 여태까지 당신이 알던 상식에서 벗어난 채로... ...
 
그러면 글자가 우그러집니다.
 
다시 말하느니, 물리칠 수 없는 것을 불러내지 마라.
 
이졸데의 직감은 이렇게 외쳤을지도 모릅니다.
 
'지금 내가 대체 뭘 하고 있는거지?'
 
'애초에 이 문제는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건가?'
 
'검은 사슴 괴물이 진짜 있는 거라면,'
 
이졸데는 그것을 이길 수 있나요?
 
이졸데:(미쳤어?)
 
당신은 실수로 (고의로?)
 
신화서 '프나코티카'를 초독합니다.
 
------------------
 
둘,
 
검은 사슴 괴물
 
-------------------
 
... ... ...
 
이졸데는 정신을 차립니다.
 
이것이 당신의 마지막 기억이었습니다.
 
쏟아지는 소나기 소리를 들으며 맥베스, 아니지. 프나코티카를 읽던 것이요.
 
또렷해진 이졸데의 시야에 잡힌 것은 프나코티카의 마지막 책장을 덮는 손입니다.
 
손톱은 비죽하게 길어져 있습니다.
 
어쩐지 온 몸이 뻐근하고,
 
산발로 풀려 내려온 머리카락은 잔뜩 엉켜 있습니다.
 
손목에 보이는 셔츠는 누렇게 바래 있습니다.
 
스산한 바람이 창문을 뒤흔듭니다.
 
천천히 이졸데의 머릿속으로 기억이 흘러들어옵니다.
 
이졸데는 지난 7주간 책에 매달려 살았습니다.
 
제대로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밤이 되면 4층에서는 쿵, 쿵 하는 소리가 불길하게 울렸고, 미친듯이 책을 읽어내리다 까무라칠 때면 누군가가 당신의 옆에 서서 군침을 다시던 것 같습니다.
 
불길한 기억 틈에는 아그네스가 끼어있습니다.
 
"이만 일어나게, 방으로 가야지."
 
"밥도 안 먹을 셈인가? 자네 아주 정신이 나갔군."
 
"수업에 못 나가는 건 대강 둘러대고는 있네만, 나도 이대로 한평생 자네만 돌볼 순 없잖나?"
 
"이보게, 내 말이 들리기는 하나?"
 
믿기 힘들지만, 그 동안 아그네스가 이졸데를 보살핀 것 같습니다.
 
매 끼니마다 식사를 챙겨주고, 지나치게 잠을 자지 않으면 억지로 눕히기도 했고요.
 
누군가를 돌본 적 없는 이의 투박한 친절이기는 했지만, 그것이 이졸데를 연명시켰음은 틀림 없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아그네스가 그저 호의를 베푼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그런 사람이 있지 않나요.
 
분명히 웃고 있는데, 저 뒤에 어떤 거대한 음모가 도사리고 있는 것 같은 그런 사람.
 
지난 몇 주간 정상이 아닌 이졸데를 직접 돌보면서도, 병원에 가라는 말을 꺼내지 않은 사람.
 
어쩌면 아그네스는 위험한 연구를 부추긴 것일지도 모릅니다.
 
...착각에 불과하겠지만...
 
그래도 몇 주간의 연구가 무의미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꽤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얻었거든요.
 
누군가가 선행 연구를 완벽하게 수행한 덕에, 이졸데는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정보를 습득할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지나치게 난해한 내용이라 대부분은 여전히 미지의 영역입니다.
 
이졸데는 "프린의 크룩스 안사타"라는 주문을 습득했습니다.
 
핸드아웃이 공개됩니다.
 
그리고 선행 연구자의 기록도 찾았죠.
 
핸드아웃 '???의 기록'이 공개됩니다.
 
핸드아웃을 모두 읽은 후, 지능 판정을 합니다.
 
이졸데: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4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졸데는 천천히 생각해봅니다.
 
만약 이 괴물이, 정말로 전 영국을 통틀어 단 하나밖에 없었다면... ...
 
그것은 무엇을 갈구하는 걸까, 하고요.
 
아마도 자신과 함께 해 줄 존재, 또는... ...유희거리겠죠.
 
이졸데가 거기까지 생각을 마치면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아그네스:원래 저녁 빵은 5개씩 못 가지고 오나? 학생들이 다 먹기에는 양이 턱없이 적던데. 이러니까 계속 신문에 청소년 발육에 관한 문제가... (방에 들어서며 혼잣말을 하다가, 의자에 앉아있는 이졸데를 보고 눈을 둥그렇게 뜬다)
어째 오늘은 눈에 총기가 도는군. (이졸데의 눈 앞에 손가락을 딱 튕긴다)
 
이졸데:(산발이 된 머리카락을 손으로 대충 잡아묶는다. 미친 거지, 미친 거 아냐? 어떻게 49일을 이러고 있을 수가?) 너는, 야,
이러고 앉아있는데 뺨 한대를 안 쳐봐? (성대를 오랜만에 써서 목소리가 거칠다.)
 
오랜만에 목을 타고 나오는 목소리는 푹 잠겨 거칠어져 있습니다.
 
아그네스:책을 다 읽은건가? 난 자네가 정말 몇 년은 그러고 있으면 어쩌나 했어. (능청스럽게 책상 위에 스프와 빵이 담긴 쟁반을 내려놓는다)
하지만 자넬 방해하고 싶진 않았다네. 거기서 뭐가 나올 지 모를 일이잖나. 연구에는 좀 성과가 있었나? (바로 옆 침대에 걸터앉는다)
 
이졸데:이 손으로 뭘 쳐먹고 싶겠어?? (손톱이 비죽 자라난 손을 흔들어보인다. 그동안 안 부러진 게 기적이지. 이마를 꾹꾹 문지른다.)
...저거 네가 던진 책이잖아. 언제까지 시치미를 뗄 셈이야?
 
아그네스:자넬 씻기는 거 빼곤 다 했는데. (손톱까진 생각 못했군, 하며 중얼거리더니 눈썹을 뒤튼다) 내가? 내가 던진 건 신곡이라고 하지 않았나, 자네가.
 
이졸데:직접 확인해보든가. (진절머리 난다는 얼굴로 신화서를 던져준다.)
 
아그네스:(날아온 신화서를 양 손으로 텁 잡더니 도로 책상에 덮어둔다) 잘못 펼쳤다가 나도 몇 주 동안 꼼짝 못할까 무섭군. 일단 자네 행색부터 좀 정비해야겠어. 꼴이 말이 아니군.
 
이졸데:정비할 필요가 있냐? 씨발... (뒤로 욕설이 몇 마디 더 이어진다.) 퇴학이나 당했어야하는데...
그래야 이 미친 학교에서 나갈 거 아냐... (손톱 때문에 마른 세수를 하려다 만다. 손톱깎이부터 찾자.)
 
아그네스:내가? 아니면 자네가? (욕지거리를 예상은 했는지 그저 히죽인다) 너무 그러지 말게. 자네가 책에 빠져있는 동안 나도 나름대로 조사를 꽤 했어.
성미에도 안 맞는 도서관에 가서 말이지.
 
이졸데는 손쉽게 손톱깎이 세트를 찾아냅니다.
 
온 몸이 뿌득거리긴 하지만요.
 
이졸데:(하... 근손실...)
(눈물이 난다... 7주 동안 영양부족 운동부족 수면부족으로 지냈다니...)
 
희망찬 체육계 나의 인생에...
 
이졸데:씻고서 말해. 씻고서. (손톱부터 와다닥 깎아내고, 봉두난발을 정리하기 위해 욕실로 간다. 씻는 데에만 1시간은 족히 걸릴 듯.)
 
이졸데는 손톱도 깎고, 1시간에 걸친 목욕 끝에 마침내 청결한 인간의 모습을 되찾았습니다.
 
아그네스는 제법 참을성 있게 발을 까닥이며 이졸데를 기다렸죠.
 
이졸데:(저 자식이 무슨 꿍꿍이가 있는지, 정말, 정말 빡치기는 하지만... 어쨌거나 50일간 목욕 하지 않는 룸메이트를 참아줬다는 건 사실이다...)
 
청결에 신경을 쓰질 않는 건지...아니면 그것조차 즐겼는지.
 
이졸데:(이를 갈면서 밖으로 나온다. 머리빗으로 봉두난발 빡빡 빗는 중.) 그래서? 성과라는 건?
 
속 모를 사람입니다.
 
아그네스:물 먹은 보리같군, 자네.
(딴소리 했다가 아, 하며 주머니에서 종이를 내민다) 사감용 학칙 제 10항.
 
이졸데:사람한테 보리가 뭐냐, 보리가. (구수해져버렸다. 학칙 10항을 확인해본다.)
 
사감용 학칙 제 10항이 핸드아웃에 추가됩니다.
 
아그네스:(이졸데에게 종이를 넘기고, 잠시 벽에 기대 주변을 천천히 살펴보다가 일어난다.) 아직 10시 30분이군, 시간은 넉넉하니 바람 좀 쐴까. (문 밖으로 고개를 까닥인다)
 
이졸데:(종이를 찬찬히 읽어보고, 방금 전의 벌점 누적으로 인한 퇴학 소리가 얼마나 멍청한 이야기였는지 깨닫는다. 손톱이 짧아진 손으로 마른세수한다.) 하...
 
아그네스:자네가 퇴학당하면 안되지. 나한텐 자네 뿐인데.
 
이졸데:진짜, 진짜 빡치는데, 7주간은 나한테도 너밖에 없긴 했다. (인정할 건 인정함.)
 
아그네스:기분 좋은데, 그럼 내가 자네의 유일한 친구인가?
(이졸데를 달래듯 등을 툭툭 치더니 방문을 연다) 가면서 얘기하지. 자네한테 보여줄 게 있어.
 
이졸데:(눈을 가늘게 뜬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 건지.) ...유일한 친구 후보 정도로 해두지. 친구가 되려면 일단 제정신이어야할 거 아니냐고...
(미친놈 소굴의 가엾은 나와 속 모를 쟤 정도로 상황을 받아들였다. 문 밖으로 나선다.) 그것도 "성과"인가?
 
아그네스:그렇다고 볼 수 있지. 난 그보다는 선물이라고 부르고 싶군.
 
아그네스는 계단을 올라 옥상으로 향합니다.
 
아그네스:게다가 나 정도면 꽤 제정신일세. 사실대로 말하면, 이 학교에 제정신이 학생은 자네와 나 뿐인 셈이지.
 
이졸데:(옥상에 가도 괜찮은 건가? 하나같이 열받는 학칙 뿐이지만, 어겨서 좋을 건 없을텐데. 옥상으로 가는 옷자락을 잡아당긴다.) 네 선물이 "죽을 기회"나 뭐 그런 미친 건 아니면 좋겠거든? (;)
 
아그네스:(옥상 문을 잡았다가, 이졸데가 당기는 손에 죽 끌려가며 웃음을 터트린다.) 그럴리가. 죽을 기회를 잡고 싶었으면 옥상을 여는 것보다 창 밖으로 몸을 내미는게 빠를텐데.
 
아그네스는 매우 희곡적인 동작으로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옥상의 문을 엽니다.
 
녹이 슨 손잡이가 돌아가며 붉은 철가루가 아래로 흩날리고,
 
아그네스는 먼저 옥상으로 들어서 과장된 연극체 인사를 해 보입니다.
 
아그네스:자네에게 가장 먼저 보여주는 걸세. 옥상에서 보는 풍경은 처음이지 않나?
 
이졸데:당연하지. 벌점 3점이라고. (7주새 낡아버린 셈법이다. ...그동안 벌점이 얼마나 쌓였을까?)
(짧은 고민을 마치고 옥상으로 들어선다.)
 
이졸데는 아그네스를 따라 옥상으로 들어섭니다.
 
아그네스의 몸짓은 더 없이 흥겨워 보입니다.
 
그러나 그 뒤에 펼쳐지는 풍경은...
 
절벽으로 꿈틀거리며 다가오는 검은 파도들,
 
메마른 뼈처럼 어둠 속에서 허옇게 번뜩이는 포말들.
 
멀리서 달려와 이곳에서 살점을 털어내는 바람들,
 
일제히 한 손을 흔드는 잎사귀들,
 
등을 돌린 채로 하늘을 향해 양 팔을 벌리고 있는 아그네스.
 
이토록 척박하고 절망적이며 새 생명의 징조라곤 찾아볼 수 없는 낭만적인 장소에,
 
우리의 스태그필드가 있습니다.
 
그 모습은 궁흉하기 짝이 없게만 느껴집니다.
 
크툴루 신화를 판정합니다.
 
이졸데:
크툴루 신화
기준치: 7/3/1
굴림: 24
판정결과: 실패
 
도대체 어떤 괴물이 이졸데를 노리고 있는 걸까요?
 
곧 폭풍이 불어닥칠 것만 같습니다.
 
아그네스:(곧 팔을 내리고 이졸데를 향해 돌아선다) 나오니까 좋군. 이런 풍경은 쉽게 볼 수 있는 게 아니지.
자네가 그 책에 빠져있는 동안 이 학교의 역사에 대해 조사했다네.
이곳의 설립자는 그냥 미친 게 아니라, 완전히 돌아버린 사교도였어. 이곳의 사감과 교사들은 이 자의 유지를 이어 학생들을 제물로 바치고 있고...
자네가 일찍이 떼어놓은 그 백합 교표. 그게 학생들을 세뇌하는 도구일세.
다른 사람이 들었더라면 날 미쳤다고 했겠지만, 자네는 이해하겠지.
 
이졸데:...(연출을 좋아하는군. 나는 연극 무대에 서기에는 고루하고 진부한 인간인데. 아그네스를 가만히 쳐다본다.) 그래, 이해해.
그런데 납득이 되는 건 아냐. 왜 7주동안 냄새나고 성가신 룸메이트를 그대로 두고 있었지?
 
아그네스:(그 말에 잠시 입을 다문다. 여상스러운 미소가 이졸데를 향한 채로 있다가) 자네의 직전 룸메이트를 기억해?
 
이졸데:앤 버니스. (담담하게 이름을 꺼낸다.)
 
아그네스:다행이군. 자네가 그 이름을 잊지 않았으니... (어깨를 으쓱인다.)
(무언가 고민하는 듯 하다가, 시선을 내린 채 입을 연다.) 내 전 룸메이트의 이름은 로즈일세.
로즈 앤더슨.
 
로즈 앤더슨... ...
 
이졸데:(...기억에 있는 이름인가?)
 
처음 듣는 이름입니다.
 
그런 사람이 있었던가?
 
아그네스:생각해보게, 이졸데 데미우스.
이렇게 잊은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로즈 앤더슨을 기억하고 있는 건 나 혼자, 앤 버니스를 기억하고 있는 건 자네와 나.
어쩌면 망각은 축복일지도 몰라. 하지만 자네가 그것을 거부하고 내 말을 들어주었기 때문에, 나도 할 수 있을 때까진 자넬 책임지기로 했다네.
 
이졸데:...셀 수도 없겠지. (우울하게 중얼거린다.)
전교생이 교칙 한 번 안 어겨본 범생이로만 구성된다고. 말도 안 되지.
(밤산책을 나갔다가 먹혔을 것이다. 하루쯤 자습하기 싫어 식당을 배회하다 먹혔을 것이다.)
(밤에 바람을 쐬려고 창문을 열었다가, 공사하는 층이 어딘지 깜빡 잊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가...)
(미간을 세게 누른다.) ...질문이 더 있어. 너는 왜 아직까지 살아있지?
벌점 10점만은 아슬아슬하게 피했다고? (눈을 가늘게 뜨고 쳐다본다.)
 
아그네스:모든 법에 구멍이 있듯이, 교칙에도 구멍은 있다네. 자, 가령 예를 들어볼까.
자네가 내 말을 듣고 교표를 빼고 다닌 후로, 백합 교표를 달지 않았다는 이유로 벌점을 받은 적 있나?
 
이졸데:(...아마 없었지? 고개를 느리게 젓는다.)
 
아그네스:옥상에 올라오면 안된다고 하지만, 발각되지 않으면 아무도 벌점을 매기지 못하지.
그리고 난 누구랑 연애를 한 적도 없고, 소문과는 달리 문란하게 논 적도 없다네. 이 정도면 설명이 될까?
 
이졸데:오. (그건 정말 의외라는 듯한 추임새를 넣는다.)
내가 교복 챙겨입고 아득바득 과제하는 동안 너는 약삭빠르고 똑똑하게 살아왔다는 거지. 이해했다. (반쯤 농담이다.)
 
아그네스:다른 방식으로 생존한거지. 아슬아슬한 게 더 재밌잖나. (농담을 이해했다는 듯이 웃더니) 어쨌든... ...자네에게 여러모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
이런 대화를, 무사히, 살아서 나눌 수 있어서 말일세, (몇 걸음 다가와 한 손을 내민다) 다시 악수할까?
 
이졸데:...(하여간 속을 모르겠단 말이지.)
(이해도 됐고, 어느정도는 납득도 했는데, 역시 믿지는 못하겠다. 아직도 내가 확인하지 못한 게 있는 듯한 찝찝한 불안감.)
(그런데... 어쨌든 의지할 인간이 얘밖에 없다는 게 제일 골 때리는 점이지. 손을 대충 맞잡는다.) 새삼스럽게.
 
아그네스: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지? (손을 한 번 꾹 잡았다가 놓는다) 나도 마른 보리 한 줌 잡아보는 기분일세.
앞으로는 어떻게 할 생각인가? 아직 그 책에서 뭘 발견했는지 못 들은 것 같은데.
 
이졸데:지푸라기보다는 보리가 내실이 있지. 적절한 비유야. (결국 내가 낫다는 소리.)
그거 말이지. (잡았던 손으로 이마를 꾹꾹 누른다. ...진짜 골 때리네. 영웅놀이에는 관심 없는데.)
괴물 한 가지를 일시적으로, 혹은 영구적으로 추방하는 방법을 알아냈어. 대가가 크지만. (그러고는 프란의 크룩스 안사타를 대략적으로 설명해준다.)
 
연극의 관객인 줄 알았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무대 한 가운데에 서 있게 되었군요.
 
이런 영웅 서사의 주인공이라니.
 
이졸데:(성공해봤자 아무도 몰라주고 빈약해진 정신머리로 빌빌대며 살아갈텐데 말이지...)
 
아그네스:생각보다 성공 확률이 낮군.
뭐, 어쩌겠어. 그것밖에 방법이 없다면 해 봐야지. (어깨를 으쓱인다)
 
이졸데:...너는 이런 일에 구미가 당기냐? (진심으로 궁금하다는 듯이 묻는다.)
네 한 몸 챙겨 나가는 데에는 무리가 없는데도?
 
아그네스:이대로 스태그필드를 얌전히 졸업해서 옥스포드에 진학하고, 1세계 권위자가 되는 것보다 이렇게 불확실한 주문 따위에 목숨을 거는 게 낫냐고 묻는 건가?
 
이졸데:옥스포드 진학이고, 1세계 권위자까지 갈 것도 없어.
학칙을 정확하게 아는 너는 미친 척 버티기만 하면 살아나갈 수 있는데, 굳이 목숨을 걸어보고 싶냐고.
그 정도로 이타적인 인간이야, 네가?
 
아그네스:(이번에는 조금 더 오래 고민한다. 기억을 더듬듯이 눈썹을 비튼다.)
아니, 절대 범인류적으로 이타적인 사람은 아닐세.
아그네스 로페즈는 원래 무모한 인간이니까?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군. 그럼 자네는?
자넨 정말로 그 주문을 쓸 건가?
 
이졸데:솔직히? (입을 다물고 고민에 빠진다. 이쪽도 만만찮게 오래 걸린다.)
어렸을 때부터 알고 있었어. 내 인생은 아주, 아주 노력해봐야...
노력해봐야 보통일 거고, 눈에 띄지도 않을 거고, 내가 얻을 수 있는 제일 큰 명예는 성실성 정도라는 거.
지금도 알아. 뼈저리게 잘 알지. 그냥 깜냥에 맞게 집에나 가서, 내 자식이나 조카들은 스태그필드 쪽으로 눈길도 안 주는 정도로 만족하자 싶기도 해.
...이런 식으로 시작한 글은 뒤에 반전이 있지. (그나마 작문은 제법 배웠다.) 모르겠네. 내가 언제까지 베갯속에 든 돌멩이를 피하겠다고 뒤척여야하지?
내가 왜? 짜증이 나기도 해. 여기서 돌아버리지 않고 졸업할 수나 있겠냐고 하면, (숨을 들이쉰다.) 빡치는데, 그것도 자신이 없어. 난 그럴 자신도 없을만큼 평범한 인간이라고.
 
이졸데:그렇다면 엿이나 먹여볼까 싶어지는 거지. ...아직 정한 건 아니다. (눈 가늘게 뜨고 덧붙인다.) 내 감상은 끝이야.
 
아그네스:(이졸데의 대답을 전부 듣곤, 만족스럽게 미소짓는다.) 자네가 이 무대에 오른 건 나 때문이 아닐세. 자네가 빛나기 때문이지.
인간은 언제나 남을 시기하고, 남들보다 조금 더 많은 재물을 손에 넣고 싶어하고, 나보다 잘난 그 놈이 시궁창에 빠지길 원해.
본인이 평범하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으니까, 조금씩 추잡하게 위로 올라가고 싶어해. 조금 더 특별한 곳으로.
하지만 볼까, 그런 관중들 사이에서 올곧게 무대를 바라만 보면서, 절대 이쪽으로 다가오지 않으려는 사람이 있어.
모든 사람이 아득바득 무대로 올라오고, 관중석에 그 사람 하나만 남고 나면. (한 손을 펼치며 너를 가리킨다) 이젠 그곳이 무대가 되겠지.
자넬 보면서 내가 느낀 감상일세. 남들보다 아주 약간 특출난 점이 하나쯤 있는 평범한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은 자신이 평범하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고, 특별함을 가장하면서도, 결코 특별해지려고 하지 않는걸세.
 
아그네스:세상에 그것보다 유별난 특별함이 있을까?
 
이졸데:(생전 처음 들어보는 평가에 눈을 깜빡이기만 한다. 아마 룸메이트가 된 후 처음으로, 바람빠지듯 웃는 소리를 낸다.)
깜냥을 안다는 것도 재능인가? 내 주변은 온통 특출난 인간 뿐이었어서, 그거 하난 잘 배웠지.
(그러고는 잠시 입을 다문다.) ...그럼 너는 어디쯤 서있다고 느끼냐?
나레이터의 자리인가?
 
아그네스:나레이터라. 과분한데.
하지만 괜찮군. 난 딱히 잘난 점이 없지만 어딜 가든 눈에 띄니까, 아주 잘 어울려. 그런 걸로 할까?
 
이졸데:아... 짜증나... (대뜸 앞머리를 쥐고 투덜거린다.)
이런 소리까지 해놓고 못하겠다고 빼면 웃기잖아. 컨텍스트적으로다가. (중얼중얼...)
 
아그네스:이게 바로 나레이터의 자질인가본데. (능청스레 이졸데의 어깨에 턱 팔을 걸치곤 다시 건물 안으로 향한다) 자, 들어가지. 곧 자정이야.
 
이졸데:그래... 이게 네 자질이지... 마른 보릿자루에 금칠 좀 해서 영웅 행세 시키려고 그렇게 공을 들이셨겠다...
(투덜거리지만, 그리고 상당부분 아그네스의 의도였다고 확신도 하지만, 팔을 떼어내지는 않는다. 어깨에 팔을 걸친 채 301호로 향한다.)
 
두 사람이 방으로 돌아오면, 마침 점호 시간입니다.
 
어쩌다보니 상황이 이렇게 흐르기는 했습니다만, 아직도 준비할 것이 많으니까요.
 
내일은 마침내, 토요일입니다.
 
학교를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몇 안되는 날 중 하나죠.
 
두 사람은 방으로 돌아와 눈을 감습니다.
 
관찰력을 판정합니다.
 
이졸데: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1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졸데는 문득, 신화서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이졸데:...책이 없어졌어.
 
아그네스:(거의 잠에 들려다가, 이졸데의 말에 스르륵 일어난다) 그럴리가.
 
이졸데:(책에 대한 마지막 기억을 되짚어본다. 분명 아그네스에게 집어던졌었는데 말이지...)
도둑이 들었나? (문단속을 안했었는지 되짚어본다)
 
그리고 아그네스는 다시 그걸 책상에 올려놓고... ...
 
어쩌면 사감이 순찰을 돌다가 도서관에 책을 돌려놓기 위해 가져간 걸지도요.
 
책을 다 읽었다는 걸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졸데:(하긴, 그걸 제대로 읽어보는 순간 정신이 나갈테니...)
(맥베스 취급하고 가져다뒀으면 그나마 다행이기는 한데, 영 찝찝하지만 그걸 오래 생각하기에는)
(너무 오랫동안 수면부족이었다. 기절한다.)
 
아그네스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은 잠에 빠져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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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아침이 밝습니다.
 
아그네스가 거절하기 힘든 분위기를 만들기는 했습니다만, 가라앉은 머리로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아그네스는 쉽게 믿기 어려운 사람입니다.
 
적어도 조금 더 확신을 얻기 위해, 직접 학교를 돌아다녀보는 것도 괜찮겠죠.
 
이졸데:(그럼, 미친 짓이다 싶으면 컨텍스트고 뭐고 튀어야할 거 아냐...)
(일단 학교 본관으로 가볼까?)
 
스태그필드에서 비밀을 숨겨둘 만한 곳이라면...도서관이나 교무실이겠죠. 이졸데는 먼저 본관으로 가보기로 합니다.
토큰움직여두대요왜?기여우니까
 
이졸데:(위풍당당하게 본관으로 감)
 
뚜벅뚜벅...
 
본관에는 각종 교실들과 교무실이 자리해 있습니다.
 
가보고 싶은 곳이 있나요?
 
이졸데:(수상쩍은 곳이라면 역시 교무실이지만... 일단 교실한 군데 먼저 들러볼까?)
 
이졸데는 먼저 교실들을 기웃거립니다.
 
스태그필드에는 각 과목의 수업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전문성을 갖춘 교실들을 마련해 놓았죠.
 
지능을 판정합니다.
 
이졸데: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67
판정결과: 실패
 
스태그필드의 학생들은 12학년과 13학년을 합해도 300명을 넘지 않습니다.
 
명문이라는 이름에는 으레 '소수정예'도 따라붙기 마련이니까요.
 
스태그필드 또한 우수한 학생들을 모아 옥스포드, 케임브릿지, 러셀 그룹, 아이비리그 외의 대학교에는 학생들 보내지 않겠다는 것이 그들의 자랑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각 교실에는 과목 특기생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경우도 많고, 학생들의 시험 기록을 몇 십년이나 보관해놓고는 하죠.
 
이졸데:(대학에 가지 못할까봐 죽어라 공부하던 지난 나날...)
 
모두가 그 영예를 쥐기 위해 치열하게 공부를 하곤 했습니다.
 
약간의 위화감이 듭니다.
 
이런 학생들이 모인 학교에서 아그네스는 단연 눈에 띌 것이 분명합니다.
 
그런데도, 딱히... ...
 
수업에서 그가 튀는 행동을 한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아니, 애초에 수업에서 아그네스를 본 적은 있던가?
 
아무리 불량학생이라고 해도 말이죠.
 
몇몇 교실에는 남아서 공부를 하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이졸데:(슬금슬금... 섞여들어가본다. 그러고보니 수업에 7주나 나가지 못하는 걸 어떻게 둘러댔는지도 못 물어봤잖아?)
(이야기를 휙휙 넘긴단 말이지...)(수상한 룸메이트를 떠올리며 그나마 낯익은 학생의 어깨를 톡톡 건드려본다. 퀸스라면 좋겠다.)
 
이졸데는 미술 수업을 진행하는 교실에 들어가 봅니다. 남아서 작품을 완성하고 있던 한 학생이 이졸데를 돌아보는데...
 
행운을 판정해볼까요?
 
이졸데:
행운
기준치: 45/22/9
굴림: 93
판정결과: 실패
(아~!)
 
베리:내가 소묘할 때는 건들지 말라고... (눈살을 찌푸리며 돌아봤다가, 곧 미간을 편다) 뭐야, 안녕. 이졸데.
웬일이야? 너도 추가 작품 만들려고?
 
이졸데:아니, 구경이나 하려고. (...생각보다 반응이 태연한데? 눈을 깜빡이다가,) 좀 오랜만인 것 같아서. (슬쩍 던져본다)
 
베리:너라면 당연히 운동장에서 훈련이라도 하고 있을 줄 알았어. (김빠지는 소리로 웃더니...잠깐 고개를 갸우뚱한다) 그래? 그런가?
그래도 우리 목요일에 겹치는 수업 있잖아. 48시간 정도면 오랜만은 아닌 것 같은데, 갑자기 사람이 그리워지기라도 한거야?
 
이졸데:가끔은 휴식하는 날이 있어야 근육이 재생하지. (체육인처럼 대답하다가 눈썹을 까딱한다.) ...아, 참. 그렇지.
그건 그런데, 요즘 수업 시간에 별로 참여를 못한 것 같아서. 새삼스럽게 허전하거나 그러진 않았나보다? (엄청 이상한데...)
 
베리:난 재생할 근육도 없는 것 같아. (자기 팔을 주물거린다) 넌 원래 좀 점잖은 편이니까, 새삼스럽지 뭐. 그냥 컨디션이 안좋나보다 생각하고 말거든. (손을 내젓는다)
너라면 피곤할만도 하지. 특히 방 바뀌고 나서 말이야.
 
이졸데:(베리의 팔을 주물거려본다. 과연.) 소묘가 아무리 좋아도 운동 정도는 해라, 참.
걔가 기운을 다 빨아먹는 것 같다니까. (마침 룸메이트에 대한 화제가 나왔으니... 이번에도 슬쩍.) ...수업시간에 사고 친 적은 없었던가? (던져본당.)
 
베리:걔? (눈을 깜빡인다) 누구? 난 네 방을 말한 건데...
음, 당사자한테 이래도 되나 모르겠는데...그냥, (어깨를 으쓱이며) 301호가 좀...그렇지 않아?
 
이졸데:...(이건 또 무슨 소리야? 마음 속으로 머리를 쥐어뜯는다.)
... 당사자 아니면 그런 얘길 누구한테 하냐? 내 방 욕은 내가 가장 잘해. (정신 꽉 잡아라 이졸데 데미우스...) 왜, 쎄해?
 
베리:그치, 아무래도...귀신 방이잖아. 앞으로도 301호는 그냥 안 쓰는 방일 줄 알았는데, 덜컥 네가 배정됐다고 해서 다들 놀랐어.
이졸데니까 귀신 같은 건 괜찮을 거라고 하는 애들도 있었고, 아무리 그래도 무리라는 애들도 있었고. 은화 건 애들도 있는데 신경쓰지 마. 못된 놈들이야.
 
이졸데:아하, 그랬단 말이지. (이를 빠득 소리나게 간다. 이런 씨발...) 괜찮을 거다 쪽에 은화 3개 걸어놔. 따게 해줄테니까.
 
베리:뭐어어어-...진짜? 너무 힘들면 그냥 방 바꿔달라고 해. 룸메이트 바꿔달라는 건 아니니까 벌점...안 먹을지도 모르잖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게이먼도 방 혼자 쓰니까 201호로 가도 되고...
 
이졸데:oO(가겠어? 버니스 침대에서 내가? 잠을? 잘 수 있겠냐?)
 
정말 모두가 버니스를 잊었나봐요.
 
이졸데:(속으로 머리를 두번째 쥐뜯는다.) 소문에는 어두워서 그런가... 아직은 제법 괜찮았는데. (필사적인 태연한 표정...) 귀신방 얘기나 좀 더 들려줘봐.
 
이졸데는 필사적으로 평정을 유지합니다.
 
이졸데:다들 뭐 그렇게 재밌게 놀았냐고. (투덜거리는 흉내를 낸다.)
 
베리:귀신방 얘기? 그냥 다 소문들이야. 거기서 사실 사람이 죽어서 여태까지 폐쇄되어 있다가 퇴마했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그냥 전산 오류인데 잘못 들어갔다고 수정하는 게 쪽팔리니까 쓰게 뒀다는 사람도 있고...
그래도 넌 괜찮은 것 같아서 다행이다.
좀 있으면 또 방 바뀌는 날이니까 그 때까지만 잘 버텨줘.
 
이졸데:(이게 다 무슨 소리래... 마음 속으로 머리를 한 번 더 쥐어뜯은 다음 대답한다.) 그래, 설마 또 운없게 똑같은 방에 걸리겠어.
아, 참. (나날이 연기만 늘어가는 것 같다. 이러다 진짜 배우되겠어.) 아그네스라는 이름 들어본 적 없어?
 
베리:아그네스? 되게 아가씨같은 이름이네. 금발에 파란 눈일 것 같아...미안, 농담이었어. 네 친구야? 난 처음 들어보는데.
 
이졸데:어어, 뭐. 전에 누구 친구라고 소개 받았는데 기억이 잘 안 나서. (대충 둘러댄다.)
 
베리:(다시 캔버스로 고개를 돌리다가...아~하는 소리를 내며 돌아본다) 아니, 알겠다. 잠깐 깜박했었나보네.
아그네스 로페즈 말하는 거 맞지?
왜, 엄청... (작게 팔로만 춤을 추는 시늉을 해보며) ...노는.
 
이졸데:아, 맞아. (춤 추는 시늉이 좀 웃기다고 생각함... 대충 따라해준다.) 좀 노는 쎄한 애. (막 뒷담화함)
몇 번 방에 있는지도 기억났어?
 
베리:그래, 그래. 그래. 기억 나. (연신 고개를 끄덕인다) 그것까진 모르겠어. 마주치기 힘든 애잖아.
혹시 뭐... ...문제 있는 거 아니지?
 
이졸데:문제? (존나 많지...)
아니? 내가 걔랑 엮일 일이 (존나 많아서 돌아버리겠지...) 뭐 있다고.
완성이나 잘해. 운동도 좀 하고. (어깨나 툭 두드려주고 교실을 나선다. 베리가 작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문을 닫아준 다음...)
 
드르륵...탁.
 
이졸데:이런 씨발 쉬운 일이 하나도 없어...
(머리 감싸고 주저앉는다)
 
하나를 해결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기는군요. 대체 뭐가 진실이고, 뭐가 잘못된거죠?
 
이졸데:(그래... 수상한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기는 했는데...)
(이렇게까지 수상하면 오히려 어이가 없어진다고!)(벽에 이마를 한 대 쾅 박고 교무실로 향한다. 딴지를 걸면 밴드 찾으러 왔다고 해야지.)
 
쾅!
 
아, 역시. 이마가 아프니까 머릿속은 안 아픈 것 같습니다.
 
통증은 옮긴다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교무실에는 빈 책상이 훨씬 많습니다.
 
아무래도 주말이라 선생님들도 외출을 했나봐요.
 
3학년 담당 선생님도 자리를 비운 상태고, 벽면에는 책상이 줄지어 서 있습니다.
 
이졸데:(어디보자... 먼저 3학년 담당 선생님의 책상으로 가보자.)
 
담당 선생님의 자리에는 13학년 전체의 명부가 놓여 있습니다.
 
이졸데:(명부를 들춰보자.)
 
이졸데는 명부를 읽어내립니다.
 
이졸데의 이름도 있고, 퀸스의 이름도, 게이먼의 이름도 있는데... ...
 
아그네스의 이름은 없네요
 
이졸데:(이마를 짚는다...)
 
그리고 '앤 버니스'.
 
그의 이름 옆에는 날짜와 Ex 라는 글자가 적혀 있습니다.
 
이졸데:(날짜는 언제지?)
 
1980.04.13 Ex
 
...식당에서 소동이 있던, 버니스가 죽은 날입니다.
 
이졸데:......(이마를 한 대 때린다. 빨개져 있으면 구급상자 찾으러 왔다고 둘러대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학생 명부 아래에는 종이조각이 놓여 있습니다.
 
이졸데:(베리가 기억하는 걸 보면 그새 집어먹힌 건 아닌데, 명부에는 또 없고...)
(종이조각을 집어든다.)
 
핸드아웃에 '사감용 학칙 제 9항'이 추가됩니다.
 
이졸데:... (이야, 쎄한데...)
(이번 룸메이트가 첫인사부터 대뜸 만나보고 싶었다고 했던 게 왜 스쳐가나 모르겠다... 인생이란 참...)
(종이조각을 주머니에 쑤셔넣고 다른 책상들을 훑어본다.)
 
다른 책상들에는 학생 출석부나 에세이 따위가 널브러져 있습니다.
 
이졸데:(남의 에세이를 훔쳐보는 취미는 없으니 출석부 정도만 대강 훑어본다. 여기도 아그네스의 이름은 보이지 않을까?)
 
출석부에서도 아그네스의 이름은 보이지 않습니다.
 
기숙사 명부에는 있었는데 말이죠.
 
다만...
 
몇몇 이름들의 옆에도 날짜와 Ex라는 글씨가 쓰여 있습니다.
 
날짜들은 3개월 주기로 이어지는군요.
 
이졸데:(그 중 기억나는 이름은 '앤 버니스' 뿐인가?)
 
그렇습니다. 그 외에는...전부 이졸데가 기억하지 못하는 이름들이네요.
 
이졸데:(로즈라는 이름도 있을까?)
 
물론 그 중에는 '로즈 앤더슨'의 이름도 있습니다.
 
Rose Anderson | 1980.01.23 Ex
 
이졸데:(버니스 직전의 희생양인가보다. 날짜를 확인하고 명부를 덮는다.)
(침대 밑의 찐득거리는 진흙이라던지, 수상쩍지만 물을 기회를 받지 못한 것들이 한 둘 스쳐가는 게 아니라서 이마만 꾹꾹 누른다. 그리고 갑작스런 한숨...) 하...
내가 부귀영화를 바랐냐... 불로불사를 바라길했냐...
학교에서 뒤질 일만 없었으면 좋겠다는데 아무것도 도와주질 않아... (신세한탄에 잠긴 18세 여성)
 
평범하게, 학교를 졸업하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나요?
 
이졸데는 잠시 자신의 처지를 한탄합니다.
 
이졸데:(터덜터덜 교무실을 나선다. 이겨낸다 싯바.)
(이번에는 도서관으로 가보자.)
 
이졸데는 도서관으로 향합니다.
 
문학 에세이를 제출하지 못한 불운한 학생들을 제외하면 도서관은 한산합니다.
 
사서 선생님은 규칙적으로 고개를 꾸벅이며 졸고 있고,
 
그 앞에는 표지가 헤진 대출 명부가 있습니다.
 
이졸데:(샤샥. 대출 명부를 조심조심 넘겨보자.)
 
벽에 붙은 흑판에는 도서 대출 연체자 목록이나 공지사항 따위가 붙여져 있군요.
 
지난 백 년간 과분할 정도로 잘 갖추어진 장서들은 책장에 빼곡하게 꽂혀 있습니다.
 
대출 명부에는 이졸데가 아는 이름들이 대부분입니다.
 
그 중에는 버니스의 이름도, 로즈의 이름도 적혀 있군요.
 
이졸데:(여기도 아그네스의 이름은 없나?)
 
이곳에도 아그네스의 이름은 없습니다.
 
원체 도서관과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사람이긴 하죠.
 
이졸데:(사람이면 좋을텐데 말이지...)(잠시 천장봄)
(이번에는 흑판 쪽을 확인해본다.)
 
흑판에는 며칠 단위로 책을 연체한 학생들의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심하게는...연 단위로 반납하지 않은 학생들도 있네요.
 
이졸데:(연 단위 연체자들의 이름을 쭈욱 훑어보자)
 
그린, 줄리아, 리우... ...
 
그 이름들을 훑어보고 있자면, 낯설면서 익숙한 얼굴들이 뇌리에 떠오릅니다.
 
덧니가 매력이라고 소개하던 사람, 시험 기간이면 초콜릿을 나눠주던 사람... ...
 
잠깐, 이 기억들이 왜 이제서야 생각나는거죠?
 
게다가 이들은 모두... ...이졸데와 제법 친했던 사람들입니다.
 
이졸데와 같은, 평범한 학생들이요. 여태까지 이 사람들을 전부 잊고 있었단 말인가요?
 
이성을 판정합니다.
 
이졸데:
SAN Roll
기준치: 61/30/12
굴림: 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이성 감소 없음.
 
이졸데는 낯선 이름들을 따라 눈을 돌립니다.
 
그들은 모두 같은 책을 빌렸고, 연체했습니다.
 
<맥베스>
 
이졸데:(잠깐만, 내가... ...내가 이 정도로 친한 사람이 많았나? 맥베스라는 제목을 손으로 한참 짚었다가 뗀다.)
(이 이름들을 출석부에서도 본 적이 있나? ...ex가 붙어있었다거나?)
 
이 이름들은 전부 Ex라는 글자가 붙어있던 학생들의 이름입니다.
 
이졸데:(도서관이라 아악! 하고 소리 한 번 못 지르고.)
(흑판 앞에 우두커니 서서 심호흡이나 한다. 침착하자... 네가 여기서 돌아버린다고 도와줄 인간 하나 없다.)
(책장으로 다가가 장서들을 눈으로 훑어본다.)
 
백년간 쌓인 장서들은 천장까지 닿아 그 위용을 뽐냅니다.
 
어떤 자료를 찾아볼까요?
 
이졸데:(맥베스?)
 
관찰력을 판정합니다.
 
이졸데:(안경 치켜올림;)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98
판정결과: 실패
 
아놔
 
이졸데:(잃어버렸어)
 
안경을 소환했습니다.
 
다시 굴려볼까요?
 
이졸데:(하놔... 스마트해졌다)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8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이졸데는 장서를 훑다가, <맥베스>로 가득 찬 책장을 발견합니다.
 
다른 유명한 희곡들도 여러 판본을 모아두긴 했지만, 맥베스는 유난하군요.
 
그리고 그 중, 소름끼치고 빛바랜 책이 한 권 있습니다.
 
누런 가죽 장정의... ...방에서 사라졌던 '프나코티카' 입니다.
 
그 옆에는 케케묵은 종이뭉치가 엮인 책도 함께 꽂혀 있습니다. 저걸 책이라고 불러도 될 지 모르겠지만요.
 
이졸데:도둑이 아니었단 말이지... (이마를 한 대 더 친다. 찰싹.)
(오래된 종이뭉치를 꺼내 살펴보자.)
 
[학교 설립자의 기록] 핸드아웃이 공개됩니다.
 
이졸데:......(백합 모양의 교표.)
(301호에만 없고, 내 칼라 대신 주머니에 들어가 있는 것...)
 
...
 
흐릿했던 안개가 천천히 걷히는 것 같은 기분입니다.
 
책장 맨 아래에는 학교가 세워진 이래 발간된 졸업앨범이 죽 꽂혀 있습니다.
 
이졸데:(첫번째 앨범부터 차례대로 뽑아서 살펴본다.)
 
자료조사를 판정합니다.
 
이졸데:
자료조사
기준치: 56/28/11
굴림: 92
판정결과: 실패
(안경 얼룩졌어)
 
하도 책을 들여다봤더니...
 
이졸데는 앨범을 넘기다가, 아그네스의 얼굴을 발견합니다.
 
단체 사진 거의 중앙에서 다른 학생들과 왁자지껄하게 어깨동무를 하며 찍은 사진이네요.
 
이졸데:(몇년도 앨범이지?)
 
앨범을 덮어 년도를 확인해보면...
 
1921년의 졸업앨범입니다.
 
이졸데:...이건 뭐.
 
좀 더 졸업앨범을 뒤져보면, 드문드문 앨범에 출현하는 아그네스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만, 1921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졸데:선택지도 없네. (앨범 표지마다 이마를 쿵쿵 박으면서 훑어본다.)
 
그 이후로 등장하는 '아그네스 로페즈'는 단체사진 한 구석에서 조용히 서 있다는 것 뿐입니다.
 
어제도 봤던 그 미소를 지으면서요.
 
이졸데:(이제 슬슬 얼얼해지는 이마를 문지른다.) ... 이해가 안 돼.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 거지?
 
대체 아그네스는 뭘까요? 이졸데는 발간 자국이 가실 일 없는 이마를 천천히 문지릅니다.
 
이졸데:(걔가 뭔지는 몰라도, 일단 내가 *됐다는 사실만큼은 자명하다. 다음 룸메이트 변경까지 얼마나 남았더라?)
 
앞으로 남은 기간은 3주입니다.
 
이제 학교에서 돌아볼 수 있는 곳은 한 군데만이 남았네요.
 
이졸데:(3주... 3주 후에는 사슴밥이다 이거지.)
(궁상 떨지 말고 동아리실로 가보자.)
 
이졸데는 동아리실로 향합니다.
 
회화, 조각, 성악, 합창, 사격, 문예창작, 승마, 펜싱... ...
 
스태그필드는 교양 교육을 동아리의 형태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각 동아리들이 쓰는 방이 죽 늘어진 건물입니다.
 
관찰력을 판정합니다.
 
이졸데: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2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그 때, 이졸데의 눈에...
 
바닥에 찍힌 진흙 발자국이 보입니다.
 
이졸데:(진흙 발자국? 어디로 이어져있을까?)
 
그것은 복도를 가로질러,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까지 이어져 있습니다.
 
이졸데:(지하 1층과 2층에는 주로 어떤 것들이 있더라?)
(일단 발자국을 따라가본다.)
 
그곳에는 학생들이 쓸모없는 잡동사니들을 놓아두곤 했습니다.
 
...그런데 진흙 발자국을 따라가보면...
 
발자국이 끊긴 곳에, 덩그러니 낡은 철문이 놓여 있습니다.
 
저긴 빈 벽이었는데.
 
이졸데:(여기는 몇 층이지?)
 
지금까지 어째서 알아보지 못 했는지 의아할 정도로 눈에 띄는 위치입니다.
 
이곳은 지하 1층, 동아리실의 맨 아래층입니다.
 
이졸데:... (조심스럽게 철문을 당겨본다.)
 
끼이이... ...
 
철문은 소름끼치는 소리를 내며 열립니다.
 
그리고, 철문 틈에 끼어있던 무언가가 이졸데의 발치로 떨어집니다.
 
이졸데:(뭐가 떨어졌지?)
 
이졸데의 발치에 떨어진 것은 노트에서 찢어낸 듯한 종이조각입니다.
 
이졸데:(종이를 집어든다)
 
얼마나 오래 된 건지, 금방이라도 바스라질 것 같습니다.
 
종이에는 날려 쓴 필체로 짧은 글이 적혀 있습니다.
 
이 문을 발견한 사람에게 :
 
놈의 말에 현혹되지 말게.
 
자네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을 해.
 
이미 너무 멀리 온 거겠지,
 
나는 이 아래로 내려갔어.
 
- 아그네스 로페즐라
 
p.s. 주문을 잊지 마.
 
이졸데:...지금 날 돌아버리게 하는 게 누군데?
 
문 안쪽에는, 지하로 계속해서 내려가는 계단이 이어져 있습니다.
 
이졸데:(종잇조각을 주머니에 조심스럽게 집어넣고... 고민에 잠긴다. 지금 내려가는 게 현명한 일일까?)
(몇 층까지 이어졌는지도 모르고, 앙크는 만들지도 못했는데...)
 
'그것'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앙크가 필요하죠.
 
직감에 귀를 기울여봐도 좋습니다.
 
이졸데:(직감에게 도움을 요청하자)
 
아이디어를 판정합니다.
 
이졸데: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82
판정결과: 실패
(둔감하다)
 
'아그네스 로페즐라'가 이 아래로 내려가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기숙사로 돌아가서 아그네스를 마주하는 것 또한...
 
막막한 일이죠.
 
이졸데:(아주 막막하지... 남의 방에 다짜고짜 쳐들어가봤자 학칙 5항 때문에 숨겨주는 애도 없을 거고...)
 
계단 아래에서 고여있던 공기가 천천히 순환하며, 이졸데가 맡아본 적 있는 냄새가 납니다.
 
늪의 냄새, 썩어가는 나뭇잎, 바닥을 기어가는 덩굴...
 
진흙 발자국은 그 아래로 죽 이어져 있습니다.
 
이졸데:(새삼 바로 그 학칙 때문에 버니스를 방에 들이지 않았던 기억이 스친다. 그 날 잡아둘걸 그랬나.)
 
그랬다면, 버니스는 죽지 않았을까요? 둘이 사이좋게 디텐션을 받을 수 있었을지도.
 
이졸데:(교실을 빡빡 닦아내면서 네 탓이니 내 탓이니 시덥잖은 소리나 할 수 있었을지도.)
(한참만에 마음을 정한다. 조금만 내려가보자.)
 
아주 조금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더 무서운 것은...
 
어떤 일을 해야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겠죠.
 
아래로 점점 내려가면 공기가 축축해집니다.
 
진흙 발자국은 점차 짐승의 발굽 모양으로 변하는 모양으로 찍혀 있습니다.
 
이쯤에서 멈춰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 고개를 들어보면
 
한 번도 태양을 본 적이 없는 듯한 어둠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이졸데의 눈을 덮었던 그 어둠입니다.
 
사방으로 뻗쳐있는 악의가 이졸데의 온 신경을 찌르는 듯 합니다.
 
신발 끝에 무언가 질퍽이는 것이 밟힙니다.
 
지독한 늪의 냄새.
 
이 학교의 제일 아래...
 
이곳에는 늪이 웅크리고 있습니다.
 
생명의 징후 따위는 보이지 않습니다. 이졸데가 움직이지 않으면, 숨막히는 고요에 사로잡혀 있는 공간입니다.
 
이졸데:(무슨 말을 해도 입 안으로 진흙 냄새가 스며들 것 같다. 질겁한 얼굴로 조심스레 뒷걸음질 친다.) ...............
(천천히, 천천히... 움직이면 늪이 눈치채기라도 할까 걱정되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물러난다.)
 
이졸데는 천천히 뒷걸음질을 칩니다.
 
한 순간 순간이 기분 나쁜 장소입니다.
 
문학을 제법 배웠다고 생각했는데, 그 어떤 수사도 이곳을 적확하게 묘사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마치 거대한 주술 의식에 갇혀 있는 듯한 기분이... ...
 
주술 의식?
 
지능을 판정합니다.
 
이졸데:
지능
기준치: 50/25/10
굴림: 1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 늪을 주관하는 것이 어떠한 주술을 벌이고 있는 것이 틀림 없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폐쇄적인 공기를 만들어 낼 수 없죠.
 
이졸데는 프나코티카의 이해하지 못한 문장들을 천천히 되새겨봅니다.
 
이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의식은, 인류가 나타나기 이전 지구에 생명을 뿌린 백합 모양의 생명체가 만든 것입니다.
 
유일한 생명이 자신과 같은 것을 만들어내는 주술.
 
자신의 껍질을 뒤집어 씌워, 생명 아닌 것을 생명으로. 생명인 것을 다른 생명으로 만드는 주술.
 
오직 고독하며 위대한 씨앗을 위해 기술된 주술입니다.
 
그 순간, 계단의 가장 아랫부분이 이졸데의 발에 걸려 넘어집니다.
 
두 손이 반사적으로 바닥을 짚으면 끔찍한 진흙의 감촉이 느껴집니다.
 
이 악의에서 나갑시다. 나가야 한다는 직감이 머리를 강타합니다.
 
이졸데:(내 방에 뭐가 도사리고 있든 이 끔찍한 늪바닥보다는 낫겠어.)
(손을 닦을 새도 없이 몸을 일으켜서 뛰쳐나간다.)
 
이졸데는 계단을 올라갑니다.
 
무엇도 이졸데를 붙잡지 않습니다.
 
이졸데는 마침내 음습한 지하에서 나옵니다.
 
창문으로 들어온 햇살이 너울집니다.
 
간신히 숨을 고르면, 손에 쥔 황금이 햇빛에 반사되어 아름답게... ...
 
황금?
 
이졸데:(황금? 썩은 진흙 덩어리가 아니라?)
 
검은 늪의 잔해가 묻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손을 보면, 이졸데는 찬란히 빛나는 황금을 발견합니다.
 
그 어떤 불순물도 섞이지 않은 가장 순수한 금속.
 
그와 동시에 가장 가공하기 쉬운 금속.
 
태양을 지키고 어둠을 몰아낼 수 있는 유일한 비책이죠.
 
이졸데:...(내가 진짜 돌아버리고 있는 건지...)
(아니면 돌아버린 괴물딱지랑 돌아버린 인간들 사이에서 제정신 유지하려니 이런 기분이 드는 건지...)
(황금에다가도 이마를 박아본다. 진흙처럼 철퍽하고 뭉개지진 않나?)
 
이졸데는 오늘 제법 수고하고 있는 이마에게 감정을 맡겨봅니다.
 
순금이 이마에 부딪히며 딱, 하는 소리가 납니다.
 
때론 인지보다 체험이 훨씬 정확하죠. 적어도 이것은, 보는 그대로의 황금입니다.
 
이졸데:(그래, 돌대가리라면 누구나 알고 있지... 머리보다 몸으로 알아보는 게 빠를 때가 많다는 거.)
(슬슬 붓기 시작한 이마를 슬슬 문지르고 시간을 확인해본다. 몇 시?)
 
현재 시간은 오후 6시입니다.
 
외출을 나갔던 학생들이 곧 돌아오겠군요.
 
이졸데:(7시부터는 자습을 해야하니까....)
(운동장 정도는 둘러볼 수 있으려나?)
 
운동장은 고요합니다. 마음을 안정시키는 데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정보를 습득할만한 것은 없어보입니다.
 
이졸데:미쳐버리겠네 정말...
 
정말로 기숙사로 돌아갈 시간이네요.
 
이졸데:(고요한 운동장에 벌점 대상이 되지 않을 정도로만 소리치고....)
 
와악, 하고 소리치는 정도로는 괜찮죠.
 
이졸데:(스읍)
왜하필나냐고아아아악!!!!
이런좃같은이름다는게아니었어!!!
 
이렇게 소리라도 질러야 분이 풀릴 것 같습니다. 아주 조금이라도요.
 
이졸데:(후우...)
 
주인공 같은 거 되고 싶지 않았는데!
 
이졸데:(주인공도 희생양도 탐정도 체질이 아니라고!)
(다음생에는 상식 선에서 돌아가는 세상의 소시민으로 태어나게 해줘라. 하... 깊게 한숨을 쉰 다음...)
(돌아간다...)
 
이졸데는 기숙사로 돌아갑니다.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
 
어디선가 종이비행기가 날아와 이졸데의 뒤통수를 쿡 찌릅니다.
 
이졸데:(누구야? 종이비행기를 집어들고 날아온 방향을 쳐다본다.)
 
종이비행기가 날아온 방향을 바라보면, 기숙사... ...
 
옥상입니다.
 
종이비행기에는 글이 적혀 있습니다.
 
이졸데:...(옥상 출입을 하는 녀석은 하나 밖에 없는데. 읽어본다.)
 
핸드아웃에 '사감용 학칙 제 8항'이 추가됩니다.
 
옥상에는 이졸데의 예상대로, 아그네스가 서 있습니다.
 
석양을 등지고, 그림자 진 인영에서는 노란 눈동자만이 번뜩입니다.
 
이졸데:...(읽었다는 뜻으로 종이비행기를 몇 번 흔들어보인다. 그러고는 가만히 서 있다.)
 
아그네스는 그에 화답하듯 미소를 지어보입니다.
 
물론 지금까지 모아 온 단서를 정리했을 때, 저것은 인간이 아닙니다.
 
당신을 자신의 노예로, 동족으로 만들려는 끔찍한 괴물이죠.
 
그는 조용히, 당신을 기다리듯 시선을 떼지 않고 있습니다.
 
이졸데:(나한테 뭘 기대하는 거야? )
(아무것도 모르도록 놔두지 않는 이유는? 친한 척 구는 이유는? 물리칠 수 있을 것 같은 단서와 도구를 닥닥 긁어모아서 쥐어주는 이유는?)
(뭘 하자는 거야? 빠득 소리나게 이빨을 간다. 옥상으로 향한다.)
 
이졸데는 옥상으로 향합니다.
 
옥상에 다다르면, 아그네스가 천천히 이졸데를 돌아봅니다.
 
아그네스:어서오게, 보람찬 주말이 됐나?
 
이졸데:미안한데, (습관적으로 붙이는 말이다. 하나도 미안하지 않다.) 내가 이런 걸 읽고도 스몰토크가 가능할 정도로 신경줄이 굵지는 않거든..
(종이비행기를 흔들어보인다.) 대체 뭐야?
뭘 기대하는 거야?
 
아그네스:자네의 가능성. (이졸데에게 몇 걸음 다가간다)
충분한 시간과, 기회와, 동기가 주어졌을 때... (손을 펼쳐 이졸데를 가리킨다.) 평범한 인간은 어떻게 할까?
아주 작은 가능성을 믿고 도전하는 인간은 성공할 수 있을까? 그것들은 절망에 빠지면 어떻게 될까? 언제쯤 포기할까?
왜 매번, 어리석은 짓을 하면서 그것이 옳다고 믿을까.
나는 자네같은 자들에게 아주 흥미가 많아. 나를 피하지 않고 응시하려는 인간들... ... (황금을 쥔 손을 감싼다. 그것을 빼앗으려는 어떤 시도도 하지 않는다.) 자네는 어떻게 할 텐가?
 
이졸데:(단단히 잘못봤다. 이 자식은 나레이터 같은 친절한 존재가 아니다.)
(배우도 아니고, 조명도 아니고, 관중조차도 아니다.)
(내가 살아가던 세계의 뚜껑을, 여섯 개의 벽을 대뜸 열어젖히고는 이게 전부 무대였다고 선포하는 존재다. 네가 하늘이라고 믿어온 게 페인트칠한 합판이라는 걸 깨달았는데, 기분이 어때?)
(그 순간의 얼빠진 표정 하나를 보려고 눈을 크게 뜨는... 손을 쳐내고 멱살을 감아당긴다. 오늘 내내 혹사당한 이마를 세게 부딪힌다.)
어떻게 할 거냐고. (범상한 인간이 범상한 정신력으로 하루를 헤쳐온 흔적이 이마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돌아갈 거야.
네가 알려준 방법으로, 네가 준 도구로, 네가, 씨발, 네가 불어넣은 동기로 널 쫓아내고, 무사히 돌아가서,
 
이졸데:죽을 때까지 이 일은 돌아보지도 않고 평범하게 늙어뒈질 거라고. (그렇게 이 일을 나의 이야기에서 편집해낼 것이다.)
 
아그네스:(네가 이마를 부딪히면 그대로 쿵, 소리가 나며 고개가 뒤로 꺾였다가 천천히 돌아온다.) 내가 사람 하나는 정말 잘 봤어. 이것까지 찾아오다니 정말 대단해. (웃음을 참지 못하겠다는 듯이 목 안에서부터 큭큭대는 소리가 울린다.)
문까지 보여준 건 59년만이야. 영영 새로운 자가 나타나지 않을 줄로만 알았는데... ... (제 가슴께에 손을 올린다.) 나도, 이 자도. 아주 기대하고 있으니...부디 자네의 마지막을 보여주게.
 
이졸데:...'아그네스'라는 인간이 존재하긴 했나?
 
아그네스:(두 눈이 올곧게 이졸데를 향한다.) 지금 보고 있잖나.
아그네스도 지금 자넬 보고있어.
몇 십 년간, 무대에 오른 주연들을 하나하나 눈에 새겨주고 있는데 어떤가? 멋진 연출이지? (천천히 이졸데의 어깨에 팔을 두른다)
 
이졸데:고약한 연출이지. 이런 신파는 '이졸데'같은 이름이랑 비슷한 시기에 유행이 지났어. (문 아래로 내려간 아그네스는 아마 실패했던 모양이다. 황금을 세게 쥔 손으로 팔을 쳐낸다.)
개미한테 물려죽으면 쪽팔려서 어디에 말할지나 고민해두라고.
 
아그네스:(유감이라는 표정으로 몇 걸음 물러난다) 기대하지, 이졸데 데미우스.
 
석양에 진 그림자가 천천히 늘어납니다.
 
이졸데의 발치에 닿은 그림자는 덩굴처럼 이졸데의 다리를 타고 올라옵니다.
 
아그네스:앞으로 열흘.
자네에게 시간을 주지.
 
그림자는 곧 이졸데의 몸을 움켜쥐는 덩굴로 변화합니다.
 
덩굴은 아주 부드럽게 목을 죄여옵니다. 하지만 이졸데는 알고 있습니다. 이 괴물은 아직 이졸데를 죽이지 않을 것이라는 걸.
 
괴물의 손이 이졸데의 눈을 가립니다.
 
눈 앞이 까무라지고, 그것은 이졸데를 소중한 도자기처럼 품에 넣어 자장가를 흥얼거립니다.
 
입 안으로 서늘한 늪이 흘러들어옵니다.
 
아그네스:(덩굴같은 손이 이졸데의 어깨를 감싼다.) 자네에게 주는 내 피일세.
이 몸에 흐르는 피가 모두 내 것이 된다면, 자네의 심장을 가져가지.
하지만 자네가 성공한다면, 그래. 원하던대로 돌아가게 될 거야.
애써보게.
 
통보에 가까운 말이 끝나면 다시금 의식이 흩어집니다.
 
아, 어리석은 괴물.
 
감히 도량을 베풀어주니 고맙기 짝이 없습니다.
 
자만에 가득 찬 유예가 제 목을 치게 될 것이라는 것도 모르고... ...
 
--------------------------------------
 
넷,
 
나는 오랫동안 너를 생각해왔어.
 
------------------------------
 
그리하여, 10일이 흘렀습니다.
 
건실한 나날들이었습니다.
 
아그네스는 그간 평범한 학생처럼 아침이면 늦잠을 자고, 때로는 학생들 사이에 섞여 있었습니다.
 
이졸데를 데리고 재미있는 것을 보여주겠다며 산책을 시켜주기도 했죠.
 
아그네스와 함께 나선 산책에서 본 것은 끔찍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이 세상의 것 같지 않은 숲의 광경들...
 
그림자는 스스로 의지를 가진듯이 일렁이고
 
눈을 가진 안개들이 이졸데를 좇았습니다.
 
이 세상의 어떤 것과도 닮지 않은 짐승들이 서소를 잡아먹었습니다.
 
아그네스에게 심장을 빼앗긴다면, 저런 것들과 함께 영생을 살아야 합니다.
 
물론 이졸데도 당하기만 하지는 않았습니다.
 
이졸데는 10일간 무엇을 준비했나요?
 
이졸데:(아그네스가 만만해보일 때, 그러니까 학생들과 섞여 아침을 먹는 것 같은 평범한 생활을 할 때 어깨를 한 대씩 치며 작은 스트레스를 풀어두었다. 그거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 돌아버릴 것 같았으므로...)
(물론 늪에서 가여온 금으로 앙크도 만들었다. 중요한 이야기가 뒤에 나왔지만.)
 
이졸데는 소소한 복수를 하며 앙크를 제작했습니다.
 
10일째가 되는 날.
 
내내 이졸데를 따라다니던 아그네스는 오후 3시쯤 어디론가 자취를 감춥니다.
 
그리고 오늘 밤도 어김없이 4층에서 쿵, 쿵, 하고 무언가를 짓찧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졸데:(금으로 빚은 앙크를 손에 들고 일어난다. 백합 표지도 없는 기숙사에 들어앉아있어봤자 소용 없겠지.)
(4층이 지하 3층보다는 가기 수월하려나?)
 
'그것'이 기다리는 곳으로 가야겠죠.
 
모든 통로가 그곳으로 통하니, 가기 편한 곳으로 가도 좋겠습니다.
 
이졸데:(안 가면 찾아올테니 죽치고 있어도 상관은 없지 싶은데, 그래도 주인공 답게 구는 편이 마음 잡기엔 낫겠다.)
(4층으로 향한다.)
 
이졸데는 엘리베이터에 탑니다.
 
평소에는 눌려도 반응이 없었으나, 엘리베이터는 유연하게 4층에서 멈춰섭니다.
 
철커덕,
 
엘리베이터의 바깥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입니다.
 
이졸데:(발소리를 줄이지 않고 걷는다. 나는 숨어들어가는 게 아니니까.)
 
이졸데는 어둠으로 발을 내딛습니다.
 
차가운 늪의 냄새가 납니다.
 
어둠 속에서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아그네스:어서오게.
 
이졸데:오냐. (불퉁한 목소리로 답한다. 앙크를 세게 쥔다.)
 
아그네스:(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금빛 눈, 붉은 머리카락, 그 다음은 전신.)
자네가 포기하지 않아서 기쁘군. 결심을 한 모양이야.
 
이졸데:떠먹여주는 스프까지 뱉을 필요는 없지. (앙크를 세게 쥔다.)
그리고 안개는 딱 질색이야. (지난 며칠간 나선 산책을 회상하며 인상을 쓴다.)
 
아그네스:나를 취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부와, 명예, 지식들... (뚜벅, 뚜벅 하고 걸어오는 소리는 곧 동물의 발굽 소리로 변질된다.) 그 모든 것을 포기했단 말이지.
나를 끔찍하게 싫어하는군. (큭큭대며 웃는다.) 하지만 괜찮아, 자네는 절대로 나를 완전히 잘라낼 수 없을테니까.
자네에게 영원토록 증오를 받는 것조차 기꺼워. (마침내 이졸데의 지척에 다가와 선다. 날카로운 손톱이 이졸데의 심장께를 두드린다.) 자네는 그만큼 나를 생각하게 될 테니까.
 
이졸데는 '그것'과 대치합니다.
 
'프란의 크룩스 안사타' 주문을 읊기 위해서는 3턴간 그것으로부터 도망쳐야 합니다.
 
이졸데: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 (뒤로 물러난다. 내 다리가 7주간 방치되는 동안 녹슬지나 않았어야하는데.)
나는 감당할 깜냥이 안 된다고. 부든, 명예든, 지식이든, 너든.
 
정신력 25를 소비해 보상으로 공짜 마력 5를 사용할 수 있으며, 대상의 정신력의 5분의 1('그것'의 경우 10)보다 많은 마력을 사용할 경우 보너스 주사위를 하나 얻습니다.
 
그 후 '그것'과 정신력의 대항 판정을 진행해 성공할 경우 주문은 효과를 발휘합니다.
 
이졸데:세 배쯤 커다란 옷을 입고 전력질주 하는거나 마찬가지지. 알아서 떨어져나갈 거야. (...물론 내가 살아남는다면.)
 
아그네스와의 전투를 진행합니다.
 
이졸데가 먼저 행동합니다.
 
이졸데:(달음박질 하면서 주문의 대가를 먼저 지불한다. 가능할까?)
 
이졸데는 아그네스와 멀리 떨어지며 주문을 읊기 시작합니다.
 
정신력 25를 소모합니다.
 
이졸데:(살아나가도 신경쇠약은 확정이겠다는 강한 예감이 든다. 이런 @#$@...)
 
공짜 마력을 5 얻습니다.
 
마력을 얼마나 소모할까요?
 
이졸데:(전체 마력은... 감산된 정신력 기준의 8+공짜 5인가?)
 
(그렇습니다!)
 
뛰어가는 이졸데의 팔 근처에 따뜻한 기운이 스며듭니다.
 
그와 동시에, 익숙한 목소리가 귓가에 흘러들어옵니다.
 
이졸데:(그럼 딱 기절하지 않을 정도로 소비하자... 12점 사용한다.)
 
"만나서 반갑군, 이졸데 데미우스."
 
"안타깝게도 자넬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몇 없어. 자네가 몇 십년만 더 일찍 왔어도 좋았을텐데."
 
"내 힘이 닿는 데까지는 도와주겠네."
 
목소리는 이내 공중에 퍼져 사라집니다.
 
이졸데:몇... 뭐? (얼떨떨한 얼굴로 소리가 들리는 곳을 바라본다. ...아그네스?)
 
이졸데는 마력을 12 사용합니다.
 
이후 정신력 판정에 보너스 주사위를 하나 얻습니다.
 
'그것'은 천천히 발굽을 움직여 이졸데를 따라옵니다.
 
그것에게서 인간의 껍질이 벗겨지려는 순간, 그것의 움직임이 덜컥이며 멈춰섭니다.
 
'돕는다'는 게 이런 걸까요?
 
그것은 1라운드간 이졸데를 뒤쫓지 못합니다.
 
덕분에 주문을 좀 더 빠르게 읊을 수 있겠네요.
 
이졸데:(입으로는 주문이 끊이지 않게 하느라 인사를 전하지 못한다. 기운이 느껴졌던 허공에 목례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주문의 거의 완성됩니다.
 
'그것'은 곧 소름끼치는 뿔을 가진 사슴의 모습으로 변모합니다.
 
흉악한 괴물이 이졸데를 향해 걸어옵니다.
 
긴 덩굴이 이졸데의 발목을 자를 듯 휘날립니다.
 
피하려면 민첩을 판정합니다.
 
이졸데:
민첩
기준치: 75/37/15
굴림: 2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다행히 단련한 다리는 7주간의 폐인 생활에도 이졸데를 배신하지 않았습니다.
 
이졸데는 재빨리 덩굴을 피해냅니다.
 
그리고 동시에 주문이 완성됩니다.
 
마침내, 종막입니다.
 
이졸데는 정신력을 판정합니다. (보라색 버튼)
 
이졸데:(이를 꽉 깨문다. 이런 중요한 분기의 행운에는 쥐약인데.)
(희극이냐, 비극이냐...)
정신
기준치: 40/20/8
굴림: 446075
+2: 실패
+1: 실패
  0: 실패
-1: 실패
-2: 실패
 
아그네스:
정신
기준치: 50/25/10
굴림: 8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이졸데는 앙크를 들고 주문을 읊습니다.
 
그와 동시에 괴물의 덩굴이 당신의 심장을 향해 돌진합니다.
 
이졸데가 아찔한 두통에 휘청인 순간, 괴물이 그것을 놓치지 않고 덩굴로 손목을 내리칩니다.
 
황금색으로 빛나는 앙크가 저 멀리 굴러 떨어집니다.
 
최후의 수단을 잃은 당신에게 그것이 다가옵니다.
 
아그네스:안타깝군.
 
괴물의 덩굴이 이졸데를 단단히 감쌉니다.
 
그것의 눈을 바라보고 있자면,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만 같습니다.
 
아그네스:(이졸데에게 얼굴을 바싹 들이댄 채 미소짓는다.) 기분이 어떤가, 이졸데 데미우스.
 
이졸데:기분? (한가하게? 라고 대답하려다 만다. 사람으로서 감상을 남길 수 있는 마지막 순간이라면 귀하니까.)
...이름이 이 모양이 아니면 달랐으려나 싶군.
 
이졸데가 대답을 하는 동안, 천천히 덩굴이 살갗을 쪼개고 파고듭니다.
 
그럼에도 고통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괴물의 덩굴이 펄떡이는 심장을 눈 앞에 꺼내는 순간까지도... ...
 
옥상에서 읊조리던 말들이 떠오릅니다.
 
그래요, 이 괴물이 말한대로 그에겐 당신 뿐이었을 겁니다.
 
당신을 어떠한 유일로 삼아 지루한 일상을 해소시킬 생각이었겠죠.
 
이졸데는 불운하게도, 그의 구미를 당기는 인간이었고...
 
그것이 심장을 삼킵니다.
 
당신은 앞으로의 세월을 내내, 이 괴물의 곁에서 보내야만 합니다.
 
노란 눈이 이졸데를 바라봅니다. 생명의 빛이 꺼져가는 당신을.
 
두 눈에서 한 줄기 눈물이 배어나옵니다.
 
아, 정년 징그러운 로맨스입니다... ...
 
END C. Isolde Demius : 1980.05.23 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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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 다른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153p로.
 
154p. "이졸데가 승리했을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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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졸데가 앙크를 들고 주문을 마칩니다.
 
괴물의 덩굴이 이졸데의 심장을 향해 곧게 뻗어옵니다.
 
그 순간, 앙크로부터 밝은 빛이 나옵니다.
 
어둠을 살라먹고, 드러난 풍경은 역겹기 짝이 없는 것입니다.
 
그것의 피로 그려진 마법진에는 알 수 없는 짐승의 유해가 흐트러져 있습니다.
 
사람과 아주 흡사한 시신도 보입니다.
 
괴물은 빛을 받음과 동시에 몸을 웅크립니다.
 
덩굴은 당신의 코 앞에서 멈춰섰고, 그 뒤로 길게 공간이 갈라지더니...
 
광막한 우주가 그 뒤로 펼쳐집니다.
 
우주를 본 적 있나요?
 
블랙홀 주변으로 으스러지는 행성의 조각들, 스스로 불타는 별들, 막막할 정도로 느려지는 시간... ...
 
괴물이 당신을 바라봅니다.
 
아그네스:...마침내.
 
그것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습니다.
 
그것이 빨려들어가고 나면, 공간이 완전히 닫힙니다.
 
이졸데에게로 직감이 찾아듭니다.
 
언제라도, 그것은 다시 당신에게로 돌아올 것이라는 걸.
 
괴물이 당신에게 보이는 집착은 결코 가볍지 않으니까요.
 
4층의 창문으로 동 트는 햇살이 비춰 들어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감상에 젖어있을 수 없겠군요.
 
당신의 앞에 누워 있는, 60년 묵은 동문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고민해야 할 테니까요.
 
END B. 아그네스 로페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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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의 (GM):이렇게....끝이났습니다
고생하셧습니다....
 
람람:,,,,,,,,,,,,,,,,,,,,,,,,,,,,,,,,,,,,,,,,,,,,,,,,,,,,,,,,,,,,,,,,,,,,,,,,,,,,,,,,,,,,,,,,,,,,,,,,,,,,,,,,,,,,,,,,,,,,,,,,,,,,,,,,,,,,,
아그네스야,,,,,,,,,,,,,,,,,,,,,,,,,,,,,,,,,,,,,,,,,,,,,,,,
 
어의 (GM):아니너무
얼척없는게
벤자민도.....엔딩c를 봣는데요
 
람람:
 
어의 (GM):그때도 아그네스가 극단적성공을 띄웟어요
 
람람:벤지두?
 
어의 (GM):죽여버리고십어요
 
람람:나두@
아니 우리애가
뇌에 힘을 빡 줄 수도 잇지
 
어의 (GM):하,,...,,정말어이없어
 
람람:물론 아그네스는 아니고 아그네스의 옷을 입은 사슴이지만
 
어의 (GM):그치만..,,.....너무 재밋엇어요
 
람람:저두요 진자,,,
너무너무 재밋엇어요,,,,,,,
아그네스는,,,,
젤 처음,,, 괴물한테 먹힌 학생ㅇ인거죠?
 
어의 (GM):젤처음ㅁ 먹힌건 아니고
학교가 세워졋을 때부터 먹히고 있었는데
아그네스가 제일 처음으로 학교의 비밀을 밝혀내는 시도를 한 학생이엇어요
 
람람:
 
어의 (GM):이졸데와 똑같은 수순을 밟아서 괴물의 앞까지 당도했고....
이 전투에서 아그네스는 실패했다는 설정이에요
 
람람:아그네스야,,,
 
어의 (GM):그 후로 괴물은 아그네스의 두겁을 쓰고,,.대든 인간에게 다른 인간들의 죽음을 보여주기로해요 그래서 아그네스의 모습을 하고잇다는 설정이엇고...,,..
 
람람:,,,,,,,,,,,,,,,,,,,,,,,,,,,,,,,,,,,,,,,,,,,,,,,,,,,
 
어의 (GM):그렇습니다,.............재밋어
 
람람:아그네스의 영혼,,,
너는,,, 최고의 서포터엿어,,,
 
어의 (GM):이제 이졸데는
괴물로써의 삶을
새롭게 (ㅠ ㅋ) 열어나가게됏지만
 
람람:
아 브금
감동적이고 웅장해서
더 웃겨요 아
새출발~!
 
어의 (GM):앞으로는 괴물로 살아가는거야!!
우리의 모험은 지금부터다!
 
람람:와~~!!!
 
어의 (GM):하여특ㄴ그렇게 괴물이 되어서 아그네스와 소통이 가능해지먼 줠라뭐라고할거에요
 
람람:헐,,, 진짜네스인가요
 
어의 (GM):둘 다 권속이 되엇으니...
약간 노예친구같은거아닐지
 
람람:노예친구
ㅋㅌ
 
 
어의 (GM):그러면 우리 둘 다
사교도로 살아가는건ㄱ?
좋다
 
람람:
뭐 이대로 한
 
어의 (GM):"진짜" 사교도에요
 
람람:또 60년 정도 존버하면
띠동갑 영웅이 나타나서
대감님을 쫓아내줄지도
모르는 일이야
 
어의 (GM):d zxzx아 ㅋㅌㅋㅌ맞아맞아
다음...
레미니스의 결과를
기다려봅시다
 
람람:
솜누스 210402_스태그필드 스쿨 기숙사 학칙 제 9항_졸데네스
낮음 보통 다소높음 높음 매우높음
낮음 보통 다소높음 높음 매우높음
낮음 보통 다소높음 높음 매우높음
낮음 보통 다소높음 높음 매우높음
낮음 보통 다소높음 높음 매우높음
낮음 보통 다소높음 높음 매우높음
낮음 보통 다소높음 높음 매우높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