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41분 중 20분
2022
시즌 4개, 그리고 영화
시즌 1: 1화 “연상녀에게 혼쭐나는 어이없는 삶”
출연: 어의, 최일, 이조판서
장르: 실험극
프로그램 특징: 어이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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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シキ世界」
 
KPC : Isolde
 
PC : Agnes
 
WARNING!
 
시나리오에 부정한 개변이 확인되었습니다.
 
현재 자세한 상황을 조사함과 동시에 데이터 복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복구되기 전까지는 시나리오 열람을■■■■■&’%`0);
 
 
 
 
[데이터 복구가 완료되었습니다.]
 
「アウター・プロトコル」
 
깜빡.
 
당신은 평범한 1인용 침대 위에서 눈을 뜹니다.
 
시야에 들어오는 천장은 몹시 낯설게 느껴지고,
 
KP (GM):머릿속은 파도가 휩쓸어 간 것처럼 텅 비어있습니다.
 
머릿속은 파도가 휩쓸어 간 것처럼 텅 비어있습니다.
 
아그네스 로페즈.
 
영어와 프랑스어를 구사할 수 있고, 미국의 수도는 워싱턴, 물은 섭씨 100도가 되어야 끓어오르죠.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을 비롯한 사회 기본 상식은 쉽게 떠올릴 수 있지만,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정보는 이름을 제외하면 전혀 기억나지 않습니다.
 
SAN 1/1d2.
 
아그네스:
SAN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6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1. 시트에서 차감해주세요.
 
아그네스:... ... (미간을 찌푸린 채 주변을 둘러본다)
 
지금부터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습니다.
 
아그네스:(내 이름은 아그네스 로페즈, 그리고 나는... ... ...나는?)
(침대에서 상체를 일으켜 주변을 둘러본다)
 
당신이 눈을 뜬 곳은 깔끔하게 정리된 원룸입니다.
 
먼지 한 톨도 보이지 않는데다, 모든 물건은 각도가 반듯하게 잡혀있네요.
 
단 한 번도 어지럽혀진 적 없는 듯한 방입니다.
 
방 안에는 [침대], [책장], [옷장], [테이블], [텔레비전] 같은 것들이 놓여있습니다.
 
아그네스:...깨끗하군. (기묘하게도 자신의 목소리조차 낯설게 느껴진다. 내가 해 놓은 건가? 나는 깔끔한 사람?)
 
나는 강박적이도록 깔끔한 신사님?
 
그랬던 것 같나요, 아그네스?
 
아그네스:(침대에서 느릿하게 내려와서 자신이 일어난 침상을 본다. 아니...정리는 잘 못하는 편이지...)
병원...? 집?
 
침상을 살펴봅니다. 아그네스가 눈을 뜬 장소입니다.
 
얇고 깨끗한 하늘색 이불이 구겨진 채 널부러져 있어요.
 
이 풍경이 별로 불쾌하지 않은 걸 보면, 정리는 안 하는 편일지도...
 
이불의 두께로 미루어보아, 지금은 봄이나 가을인가 봅니다.
 
병원에서 으레 쓸 법한 바퀴달린 물건이 아니고, 링거 같은 것도 보이지 않아요.
 
아마도 집일 겁니다. 당신의 집일까요?
 
아그네스:...춥지 않군. (컨디션이 나쁘지 않은 집. 나는... ...그럭저럭 지내나...)
(가만히 서서 발...문득 자신의 옷차림을 내려다본다.)
 
맨발입니다. 편안한 셔츠에 바지 차림으로, 이대로 외출을 해도 문제는 없을 것 같아요.
 
옷은 당신의 몸에 딱 맞는 크기입니다.
 
아그네스:(맨발을 바닥에 의미없이 슥슥 문지른다. 아마도 내 옷. 나는 아마도 키가 좀 큰 편.)
...적막한데? 혼잣말이라도 해야겠어.
(이 공간이 자신의 것...이라는 인식을 하고 나면 비교적 어색한 티가 좀 덜어진다. 책장으로 다가가 책들을 훑는다.)
책장. 책장에는 보통 책을 꽂지. 잡동사니를 올려두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글쎄? 어느 쪽인지 모르겠군.
 
아마도, 아마도. 가정형으로 가득한 혼잣말을 이어봅시다.
 
두꺼운 책이 한가득 꽂혀있는 책장입니다.
 
책등에 적힌 글씨는 모두 영어, 혹은 프랑스어라 어렵잖게 읽을 수 있습니다.
 
당신은 미국인일까요? 영국인? 프랑스인?
 
책등을 훑어보면, 「러브크래프트 전집」이라는 제목이 크게 박힌 소설 연작들이네요.
 
아그네스:(마음 한 구석이 묘하게 비틀린다. 나는 가정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군...아마도. 그래, 이런 거.)
(눈을 지끈 감고 맨 발로 탁탁탁탁, 바닥을 치다가 별 수 없지.라고 중얼거리며 소설 연작들을 손으로 쭉 훑다가...무작위로 한 권을 뽑는다)
 
별 수 없지. 음침한 제목의 소설들을 쭉 훑다가 한 권을 뽑아듭니다.
 
표지를 보면... 꿈틀거리는 촉수를 가진, 곤충인지 갑각류인지 모를 생명체가 그려져있어요.
 
이게 대체 무슨 취향이람?
 
아그네스:으음...문어...아니..음...바퀴벌레...흐음.
자네랑 나는 아무래도 초면인 것 같아.
(책을 깔끔하게 책장에 도로 넣어두고 테이블을 둘러본다. 삶의 흔적?)
 
문어벌레 씨는 의견이 다를지도 모르지만, 대답이 돌아오지는 않습니다. (아쉽게도)
 
현대인의 삶의 흔적이 가장 많이 녹아있는 물건은 뭘까?
 
낮은 원목 테이블 위, 새 [스마트폰]이 하나 놓여있습니다.
 
개통한지 얼마 되지 않은 듯 반질반질하고, 지문 인식으로 잠금이 걸려있어요.
 
아그네스:누가 식사를 차려놓은 것도 아니고... ... (매끈한 것이 아무리 봐도 새 것인 스마트폰을 집어들어 지문 인식을 해제해 본다.)
이런 걸 잘 하는 걸 보면 아주 문명과 단절된 사람은 아닌가 본데.
 
참고 : 아이폰입니다.
 
지문 인식을 해보면, 잠금은 쉽게 풀립니다.
 
기본 바탕화면에는 아이폰의 내장 어플리케이션만 깔려있어 휑하네요.
 
다만, [연락처]어플이 3개나 줄지어 놓여있다는 것이 조금 눈에 띕니다.
 
아그네스:...내 건가... (이리저리 핸드폰을 뒤집어보다가...첫 번째 연락처 어플을 열어본다)
 
연락처에는 단 한 명의 번호만 저장되어 있습니다.
 
Isolde Demius : xxx-xxxx-xxxx
 
모르는 이름, 처음보는 전화번호네요.
 
아그네스:이졸데 데미우스.
(전화를 걸기 전에...두 번째 연락처 어플도 열어본다)
 
두번째 어플을 열어봐도 결과는 똑같습니다.
 
'연락처 바로가기'가 세 개 있는 것이지, 연락처가 세 폴더로 분할된 것은 아니니까요.
 
아그네스:아, 이건... ... (눈썹을 비대칭으로 뒤튼다)
 
전화번호 하나 밖에 없는 연락처를, 세 개씩 깔아가며 강조해둔 이유는 모를 노릇입니다.
 
아그네스:(잠깐 생각 중. 나는...바보인가?)
 
A. 자고 일어나니 세상에 대한 기억을 모두 잊어버린 지금은 바보가 아닐까?
 
아그네스:논리적으로는 맞는 말이야.
(연락처에 저장된 번호로 전화를 건다.)
 
전화를 걸어봅니다. 수신인은 '이졸데 데미우스'.
 
뚜르르르르...
 
...
 
...
 
달칵.
 
이졸데:[여보세요?]
 
아그네스:이졸데 데미우스?
 
이졸데:[그럼 이졸데 데미우스지 트리스탄 왈츠 씨겠냐?]
 
아그네스:...트리스탄 왈츠인가?
 
이졸데:[이름은 또 왜 그런 식으로 불러. 가는 중... ]
[...]
[야,  잊어버렸어?]
[여보세요? (핸드폰을 탁탁 치는 소리.)]
 
아그네스:?
(상대방의 말에 잠깐 멍하니 눈을 굴린다.)
또? (다시 물어봄)
 
이졸데:[아오, 진짜... (한숨 소리.) 또! ]
[기다려, 지금 가는 중이니까. 어디 뛰쳐나가지 말고!]
 
아그네스:(눈을 끔벅거린다. 마치 상대방이 전화기 너머에 있는 것을 잊은 것처럼...) 아, 내가 있는 곳은...
... ...흠, 여기가 어디지?
 
이졸데:[미국이다, 이 자식아!!!!]
 
아그네스:미국.
 
보도를 달려나가는 소리.
 
그리고 전화가 뚝 끊깁니다.
 
아그네스:그런데 자네는 왜 그렇게 급...
 
아무래도... 전력질주에 방해가 되어서 끊어버렸나봐요.
 
아그네스:(전화가 끊긴 핸드폰을 멀거니 바라보다가)
이졸데 데미우스. 그렇단 말이지.
 
간병인인지, 가족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당신을 '담당하는' 사람이 있기는 한가봅니다.
 
성격은 무지 급해보이지만요...
 
Q. 아그네스는 부탁받은대로 착하게 기다려줄까?
 
아그네스:...나는 환자인가...
(착하게 기다려준다. 보아하니 성깔머리 장난 아닌 듯.)
(집 안에만 있으면 착한 것에 속하는 것 같기 때문에...텔레비전도 켜 본다)
 
거기다 발소리 들어보니 체격이 좋을 가능성도 상당함.
 
아그네스는 집 안에서 얌전히 기다려봅니다.
 
텔레비전은 뉴스 채널에 맞춰져 있어요.
 
최근 화제가 되고 있다는, 연속 엽기 살인 사건에 대한 소식이 흘러나오고 있네요.
 
이런 소식에 관심이 있는 편?
 
아그네스:(별로 심장이 동하지 않는다. 그 말은...채널을 넘겼다는 뜻.)
 
[...어제 저녁 신고된 사건을 포함해, 일주일 사이 총 세 건의 살인이 일어났으며…]
 
하는 멘트와 함께, 채널이 휙 넘어갑니다.
 
아무래도 빈 속에 듣기에 유쾌한 소식은 아니지요.
 
화면 구석에 뜬 날짜를 보니 오늘은 3월의 평일.
 
낮이라 본방송이 나오기는 이른 시각입니다.
 
아그네스:세상은 참 흉흉하군. (그 정도는 알아, 와 비슷한 톤으로 중얼거린다)
 
인기 음악방송의 재방영분, 인기 드라마의 재방영분, 요리 프로그램의 재방영분...
 
아그네스:평일 낮... ...출근은 안하는 사람인가.
이졸데 데이..데미..데미우스라는 사람도.
 
둘 다 백수이거나, 학생이거나?
 
아그네스:학생? 재택근무자? 백수?
백수... (어쩐지 익숙하게 입에 붙는 어감.)
 
똑똑.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납니다.
 
아그네스의 궁금증을 풀어줄 백수일까?
 
아그네스:(노크 소리가 나면 터벅터벅 걸어가 의심 없이 문을 연다.)
 
이졸데:문 열기 전에 밖에 누가 있는지 확인하라 했다, 내가(벌컥 열리는 거 봄)
 
전화로 들었던 것과 같은 목소리.
 
커다란 운동용 가방을 든, 키가 큰 여자가 문 앞에 서 있습니다.
 
입을 길게 가로지르는 흉터가 인상적인 얼굴이네요.
 
아그네스:자네가...
이졸데 데미우스?
 
이졸데:그래. 나다. (뭔가 김이 샌 듯한 표정으로 쑥 들어오며...)
(핸드폰의 수신 이력을 보여준다. '아그네스 로페즈'와의 통화이력이 남아있다.)
 
아그네스:이 방에서 일어난 지 1시간 정도 됐다네. 여기가 내 집인가? (그런 거 안 보여줘도 믿는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이졸데:어. 학기 중에 묵으려고 구해둔 방. (가방도 내려놓고 자기 집처럼 털썩 앉는다.) 지금은 물론 휴학 중이시지, 문제가 생겼거든.
자.. (한숨.) 어디까지 기억해?
 
아그네스:내 이름은 아그네스 로페즈, 자네 이름은 이졸데 데미우스...
...물은 섭씨 100도에서 끓고 미국의 수도는 워싱턴?
아, 나는 프랑스어를 할 줄 알지. (이 부분만 불어로 얘기한다)
그렇다면 나는 학생이군.
문제? (자기 머리를 가리키며)
 
이졸데:(프랑스어는 봉쥬르 밖에 모르지만, 대충 짬밥으로 이해한다. 늘 이랬다는 듯한 반응.)
문제. (머리를 가리키며)
 
아그네스:구체적으로 어떤 문제지?
 
이졸데:처음부터 설명해야되나. (한 손으로 턱을 괸다.) ...한 2주일쯤 전부터, 네 머리에 문제가 생겼어. 며칠 간격으로 본인에 대한 기억이 싹 날아가는 문제지.
사흘쯤 기억하다가 자고 일어나면 홀랑 까먹고. 이틀쯤 잘 기억하다가 또 홀랑 까먹고.
 
아그네스:(눈을 천천히 끔벅인다.) 신기하군. 이건 병인가.
아, 혹시 나는 원래 이런 성격인가? 지금 충격적인 사실을 들은 것 같은데 별로 충격적이지가 않군.
 
이졸데:......
(침묵으로 긍정함.)
 
아그네스:자네는 성깔이 좀 있나?
 
이졸데:네 신경줄 끊어지는 소리 같은 건 한 번도 못 들어봤다. (그것도 모자라서 말로도 긍정함.)
그래. (긍정 세번째)
 
아그네스:아, 혹시 날 좀 때리기도 하고?
 
이졸데:내가 머리라도 때렸는지 물어보려고?
 
아그네스:응.
 
이졸데:안 때렸다, 안 때렸다고. (등짝 한 대 팡)
 
아그네스:윽.
등만 때리는군.
 
이졸데:외상이나 질환의 문제는 아냐. 병원도 2주 동안 네 번은 다녀왔다고. (혀를 찬다.) 원인은 완전히 불명. 일단 병든 구석이 없으니 약물이나 수술도 의미 없고.
소견서는 '안정을 취하시오'로 요약이지 뭐. 그래도 어제는 상태가 꽤 괜찮아서 외식도 했었는데. (기억 안 나냐는 듯 눈썹을 까딱인다.)
 
아그네스:(전혀, 하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아, 뭘 먹었는데?
 
이졸데:고기 썰었지. (내가 쐈다고 얼굴에 적혀있음.) 화덕피자에 리코타치즈샐러드 곁들여서.
머리 더 나빠질까봐 술도 안 먹였는데. (쯧쯧, 또 혀를 찬다.)
 
아그네스:그럼 질문 하나 더.
 
이졸데:해라.
 
아그네스:자네랑 내가 연인인가?
 
이졸데:(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
 
아그네스:아니면 내가 자네에게 돈을 지불하고 있나?
 
이졸데:대학 친구. (이마에 딱밤을 먹인다.) 돈은, 글쎄, 굳이 따지면 내가 주고 있는 쪽인데.
네 가족들은 지금 죄다 해외에 있거든? 돌아올 때까지만 돌봐주기로 한 거야.
 
아그네스:아야. (이마 문지른다. 두 번 맞았군...)
그럼 나는 빚쟁이로군.
 
이졸데:그렇지. (피식 웃는다.) 기억 있을 때라고 양심을 챙기시진 않았지만.
 
아그네스:자네는 나를 얄미워하는데, 싫어하지는 않나봐.
한 달음에 달려와줬잖나.
 
이졸데:180cm짜리 미아는 길거리에 풀어둬도 동정 못 받는다. (얄미워하지만 싫어하지는 않는 사람 특유의 미운 말투.)
안 그래도 이 시간에 오겠다고 했었어. 네가 기억을 못하는 거지. 참...
편지가 왔던데. 우편함에.
 
아그네스:(커다란 가방을 가리키며) 이게 나랑 한 약속인가?
아, 편지... ...편지? (요즘 세상에? 라는 말이 나오려다가 뭐, 내가 모르는 내 인생인데 뭐가 있어도 있겠거니...생각하며 손을 내민다)
 
이졸데:바보를 화기 앞에 둘 수는 없지.
 
이졸데는 가방에서 큼직한 비닐봉투를 하나,
 
그리고 밀봉된 [편지 봉투]를 하나 꺼내듭니다.
 
아그네스의 손에 올라온 편지 봉투에는 보낸 사람의 이름도, 주소도, 우체국의 소인조차 보이지 않네요.
 
우체국을 거쳐서 도착한 편지가 아니라는 것은...
 
누군가 당신의 집에 찾아와, 우편함에 넣고 갔다는 뜻일 겁니다.
 
핸드아웃, [편지]를 공개합니다.
 
이졸데:읽고 있어. (부스럭... 봉투를 풀어서 테이블 위에 세팅해둔다. 맛있는 빵 냄새 같은 게 나는 걸 보니 점심거리인 듯.)
 
아그네스:신세계 사건.
(발언하고 이졸데의 반응을 본다.)
 
이졸데:뭐야. (의외라는 듯 돌아본다.)
그런 것도 사회 상식에 들어가나? 대통령 피살 사건처럼?
 
아그네스:... ...그게 뭔데?
(바보 표정)
 
이졸데:이 근처에서 일어나고 있는 연쇄살인사건. 180cm 미아가 혼자 돌아다니면 안 되는 이유지. (얄밉게 말하지만 어쨌든 걱정했다는 뜻.)
뭔지도 모르면서 사건 이름은 어떻게 알아? (그러다가 편지를 유심히 본다.) ...연애 편지 아녔어? (;)
 
아그네스:... ...요즘도 연애 편지 같은 걸 보내는 사람이 있나?
 
이졸데:너한테는 와도 별로 이상하지 않지...
 
아그네스:(아무리 봐도 이 방도 편지를 쓰는 사람의 방 같지는 않은데.) 아까 뉴스에서 보긴 했는데... ...
자네 오늘 뭐 하나?
(상대방의 말투에 묻은 진심을 제법 제대로 캐치하고 있는 것 같다. 나는...기민힌 사람인가...)
 
이졸데:(뭔가 목록을 읽는 시늉...)
1. 기억 없는 놈 점심 먹이기
2. 머리 때린 거 아니냐고 추궁당하기
3. 기억 없는 놈 저녁 먹이기
4. 집에 가기
이상. (뭐 끼워넣을 거 있냐는 눈)
 
아그네스:그럼 4번을 지우고...
아니지, 번호만 남기고 지우고...
거기에 이렇게 적게.
N대학의 앤더슨 교수 찾아가기
 
이졸데:... (옆으로 걸어와 편지를 들여다본다. 눈이 넘넘 가늘어진다.) 와.
차라리 행운의 편지가 덜 수상하겠어.
 
아그네스:하지만 흥미롭잖나.
 
이졸데:이제 네가 어떤 사람인지 좀 알겠냐?
 
아그네스:방금 발언으로 이해했다네.
 
이졸데:(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 2탄.)
 
아그네스:(자기 입을 탁탁 친다)
 
이졸데:오냐, 자아성찰 빨라서 좋겠다. (어쨌든 그 덕에 걱정을 덜하고 있는 것도 맞고.)
 
아그네스:내가 자네를 많이 힘들게 하나 봐.
 
이졸데:말에 필터가 없어져서 두 배로 짜증난다는 게 제일 힘들지. (아이고 화상아)
 
아그네스:그래도 자네는... ...
...내가 자네랑 많이 친하긴 했나본데. 자네가 대충 무슨 얘길 하는지 알겠어.
(아닌가? 하고 잠깐 생각한다)
아니면 내가 원래 눈치가 빠른데 눈치 없는 척을 하는 사람이라서 자네 분통을 터트리고 있거나...
(금방 여상스러운 표정으로 활짝 웃는다) 후자겠군. 이해했어.
 
이졸데:진짜 존나 간절하게 네 기억상실의 원인이 되고 싶다. (주먹 꽉 쥠.)
(하지만 잘 참았음.)
 
아그네스:(잘 참았군.이라고 발언하는 것을 참는다)
 
이졸데:(많은 것을 참는 여자들. 그 사이에 우편 봉투를 살펴본다.) 집주소에, 실명까지 털린 마당에 이걸 혼자 두고 갈 수도 없고...
됐다. (그러곤 핸드폰으로 '신세계 사건'을 검색한다.) 일단 신세계 사건이 뭔지는 알고 가야할 거 아냐.
 
아그네스:(그새 이졸데가 사 온 빵에 버터 바르는 중)
 
이졸데:야, 야. 먹기 전에 봐.
비위 떨어지는 이야기니까.
 
아그네스:...밥부터 먹고 가면? (이어진 말에 아, 그래. 하고 접시에 빵을 툭 떨구며 핸드폰을 옆에서 들여다본다)
 
화면에는 아까 텔레비전에서 나오던 뉴스 클립, 그리고 요약본이 올라와있습니다.
 
[살해 방식은 매번 차이가 있으나, 잔인하고 기괴한 수법을 고수해 시민들이 불안에...]
 
범인이 항상 현장에 남겨두는, 『신세계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라고 적힌 메모에 착안해서,
 
이 연쇄살인을 '신세계 사건'이라고 부르는 모양입니다.
 
핸드아웃 [신세계 사건], 그리고 [범행 위치]를 공개합니다.
 
이졸데:먹기 전에 보는 게 낫댔지? (쨈 바르는 중)
 
아그네스:지금 하나 더 알았다네.
자네 말은 잘 듣는 게 낫다...
 
이졸데:(픽 웃는다.)
 
아그네스:(그런데 뭐지? 이 가슴 깊은 곳에서 피어오르는...반항?)
 
가슴 깊은 곳에서 피어오르는...
 
아그네스:대학이랑 안 멀군.
 
항해자의 본능?
 
아그네스:...혹시 여기가 내가 다니는 곳인가?
 
이졸데:우리가 다니는 곳이지. (잼 나이프로 아그네스와 자신을 번갈아 가리킨다.)
너는 불어불문학과, 나는 스포츠문화학과.
 
아그네스:아하. (스포츠 가방의 출처 이해)
그럼 앤더슨 교수는?
자네가 아는 사람인가?
 
이졸데:물리학 교수? 일걸. 일단 이공계쪽인 건 확실해.
솜브리타임에 악명이 자자해서 알고 있지.
 
아그네스:솜브리타임.
(나는 솜브리타임까진 알고있나?)
(이건 사회상식?)
 
컴퓨터 운영체제가 윈도우란 걸 알듯이... 사회 상식으로 칩시다.
 
아그네스:(끄덕끄덕)
 
출발하기 전에 그 자자하다는 악명을 좀 찾아보는 것도 재밌겠어요.
 
아그네스:(내 핸드폰을 켜서...아무것도 없군. 그래. 솜브라타임을 찾아서 깐다)
 
그러는 사이 이졸데는 브런치 테이크아웃을 야무지게 해치우고 있습니다.
 
솜브리타임을 찾아서 깔고, 로그인을...
 
...
 
아그네스:... ... ...
 
아그네스, 학번은 기억해요?
 
아그네스:내 학번이 뭐지?
 
이졸데:화상아. (버터 바른 빵과 해쉬브라운, 베이컨이 올라간 접시를 쭉 밀어준다.)
(남은 손으로는 솜브리타임에 로그인한 본인 핸드폰.)
 
아그네스:내 핸드폰은 최근에 바꿨나? 아무것도 안 깔려있어.
자네 번호 밖에 없고.
(이졸데의 솜브리타임에서 앤더슨 교수의 이름을 검색해본다)
 
이졸데:어. 닷새쯤 전에?
어디서 잃어버리고 와서는, 그런데 나한테 핸드폰이 있었나? 소리를 하길래 새로 바꿨지. (에휴... 한숨을 쉬며 빵이나 먹는다.)
 
앤더슨 교수의 이름을 검색해봅니다.
 
N대학 소속의 물리학 교수.
 
이공계학부의 전공수업 몇가지, 교양물리 수업 몇가지를 진행 중인 이 교수의 평판은...
 
그야말로 최악입니다!
 
아그네스:(이 편지를 보낸 사람은 내 핸드폰을 주운 사람일지도...)
 
'수업은 안 하고 오컬트 이야기만 해요'
 
'수업자료 대신 별 괴상한 우주사진을 들고와요'
 
'과제 채점 제대로 안 해줌'
 
아그네스:(교수로서는 최악이고 나로서는... ... ... ... ... ...)
(완전 흥미로워.)
 
자유게시판까지 범람한 아우성들을 보니,
 
그래도 젊었을 적에는 다양한 이론을 수립한 연구자로 이름을 날렸던 모양입니다.
 
몇 년 전부터는 다른 세계의 존재니 어쩌니 하는 오컬트에 정신이 팔려버렸지만요.
 
수업도 대충, 시험도 대충, 과제도 대충.
 
아그네스:(정교수 안 짤리는 게 대단하군...)
 
알고보면 어마어마한 빽이 있나?
 
이졸데:(그새 자기 빵 다 먹었음)
물리학 교수 맞대? (념념...)
 
아그네스:(우물...우물...우물...)
그런데 하는 일은 물리학이랑 별로 관련이 없어 보이는군.
(해쉬브라운도 콕 찝어먹는다)
오늘부터 자네가 차려준 음식을 내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지정해야겠군.
맛있어.
 
이졸데:(냠냠... 후식으로 사온 커피도 호로록)
얼마나 얻어먹었으면 이런 걸 다 꿰차고 있겠냐, 내가. (솔직하지 못한 우리네 아버지 특유의 그 말투)
 
아그네스:(그래그래. 자네 마음 다 알아...하는 표정이 된다)
 
이졸데:oO(뭐지... 얄밉네...)
 
아그네스:(맨발에 양말만 챙겨신으며) 난 나갈 준비 끝났는데.
혹시 내가 더 챙겨야 할 거라도?
정신머리 빼고.
 
이졸데:진짜 가보게? (스포츠가방을 둘러맨다.)
정신머리, 없음. 옷, 입었음. 핸드폰, 챙겼음.
지갑, 어차피 내가 살 거고.
그럼 됐네.
 
아그네스:응. 자네가 휴학 중이라고 했으니 마땅히 할 일도 없고...
아마 자네가 없으면 집도 못 찾아올 것 같아서.
 
이졸데:동정심 자극 안 해도 데려다줄 거야. (흉흉하다, 이 세상.)
그럼 가지.
 
아그네스:자넨 정말 좋은 친구야.
(문을 나서다가 말고) 자네는...아냐, 가지.
 
이졸데:(...왜 말을 하다말지? 꿀밤 때릴까?)
(뒤통수를 유심히 보다가 주먹을 내린다. 어쩐지 본인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문단속도 함.)
 
아그네스:(핸드폰만 챙긴 맨 몸으로 터벅터벅 걷는다. 길도 모르면서 앞장서고 있음.)
 
이졸데:(저러다 지구 끝까지 가겠네. 어깨 잡아서 맞는 방향으로 돌려세운다.) 아.
 
아그네스:이쪽이 아니군?
 
이졸데:그리고 사람 확인도 안 하고서 문 벌컥벌컥 열어주지 말고. (하나부터열까지다널위한소리)
 
아그네스:(뻔한잔소리)
 
이졸데:(들어라 좀)
 
아그네스:왠지 자네라는 확신이 있었어.
 
이졸데:기억 대신 신기를 얻었다고 팻말이라도 걸지 그러냐, 어?? (등짝 팡) 샤먼될래?? 니가 점쟁이야???
길바닥이 흉흉하면 정신이라도 차리라고(하나부터열까지다널위한)
 
아그네스:앗, 저기.
 
이졸데:저기 뭐.
 
아그네스:자네의 신경을 돌리기 위한 뻔한 거짓말일세. (히죽거리면서 방향을 제대로 꺾어 간다)
 
이졸데:진짜 네 기억상실의 원인이 되고 싶다...
 
시답잖은 이야기를 하며 N 대학으로 향합니다.
 
학기 중의 평일, 낮 시간의 대학에는 오가는 사람이 제법 많군요.
 
두 사람이 향하는 곳은 이공계 건물이라, 알아보고 다가오는 친구는 없습니다.
 
아그네스:(난 휴학생이지만...) (오며가며 틈틈히 학교 지도를 확인한다. 지도에 따르면 이 층에 교수 연구실이 있는데...)
 
물리학 교수 연구실, 이 건물의 228호입니다.
 
엘리베이터를 쓸 것도 없이 계단으로 올라가도 될 것 같아요.
 
이졸데:야. (터벅터벅 걷다가 문득)
 
아그네스:음?
 
이졸데:근데.. 가면 뭐라고 하게?
(터벅터벅)
 
아그네스:신세계 사건에 대한 교수님의 견해를 들려달라고 하려고.
 
이졸데:...
발신인 불명의 편지에서 그러라고 시켰다면서? (얘 앞장세워야지... 난 모르는 척 해야지... 다짐함)
 
아그네스:...뭐, 그렇긴 한데...보니까 항상 뭐에 심취해 있는 사람들은 그렇기 마련이잖나.
한 번 물꼬가 트이면 말을 많이 하는...
(똑똑, 교수 연구실을 두드린다.)
 
이졸데:하긴...
좀 아니꼬워도 우리 학부 교수 아닌데 뭐 어쩔 거야. (언문과 체육전공생은 신경쓰지 않기로 한다.)
 
똑똑.
 
창문에 불이 켜져 있는 걸 보니, 안에 사람이 있는 것 같지만...
 
...
 
반응이 없습니다.
 
아그네스:...흠?
(문고리를 돌려 연다)
 
이졸데:...자나?
 
문고리를 돌리면 문은 부드럽게 열립니다.
 
연구실 문을 천천히 열어젖히면...
 
...
 
아그네스:계십니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끔찍한 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소금기보다 먼저 닿아오는 비릿한 쇠냄새,
 
상온에 방치한 고깃덩이의 냄새가 확 끼칩니다.
 
아그네스:(갑자기 풍긴 냄새에 미간을 팍 찌푸린다) 윽,
 
끈적하게 마른 핏물이 번진 연구실 바닥에, 흰 가운을 입은 남자가 엎드려있습니다.
 
아그네스:... ... (설마...)
 
피웅덩이의 한가운데에 누운 남자는…
 
설마. 그리고 혹시.
 
...후두부의 일부가 절개된 채 죽어있습니다.
 
언뜻 보인 머릿속이 끔찍하도록 텅 비어있어요.
 
아그네스:... ...죽었어.
 
아그네스, 이성 판정 0/1d3.
 
아그네스:
SAN Roll
기준치: 69/34/13
굴림: 96
판정결과: 실패
 
아그네스, 이성 -3
 
방 안쪽의 탁자 위에는 [노트북] 한 대, 그리고 기묘한 [금속 용기]가 나란히 놓여있습니다.
 
이졸데:(입을 틀어막는다. 반사적으로.) ...뒤로, 뒤로 나와.
 
아그네스:(잠깐 자리에 못박힌 듯 서 있다가, 한 발짝 들어선다.) ...왜지?
(금속 용기를 바라본다. 범인의 흔적?)
 
이졸데:아그네스 로페즈! (당황한 듯 손목을 꽉 잡는다. 당장 밖으로 빼내지 않는 것은 순전히 다칠까봐.)
 
재질을 알 수 없는 금속으로 만들어진, 원통형 용기입니다.
 
그것의 덮개로 추정되는 부분에서 핏물이 조금씩 흐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저 안에는 무엇이 들어있는 걸까요?
 
그 때,
 
아그네스:...저 통...
 
기묘한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아그네스가 바라보고 있는 통에서부터요.
 
전자음을 닮은 고저 없는 목소리는 어딘가 불쾌감을 자극하는 구석이 있습니다.
 
"잘 와 주었네."
 
"자네들은 궁금했던 적이 있나?"
 
"어째서 이 세계의 법칙은 이토록 정교하고, 또 합리적인지."
 
"이것이 신이라는 예술가의 작품이기 때문에? 나는 그런 순진한 가설을 믿지 않았지."
 
"그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아그네스:... ...앤더슨 교수? (이번에는 이쪽이 반대로 이졸데를 살짝 끌어당긴다.)
 
"이 세계를 마음대로 주무르는 고차원의 존재 앞에 우리는 무력할 뿐이야."
 
"하지만 그 분은 모종의 방정식을 활용해, 차원의 경계를 넘어 바깥 세계까지도 지배하려 하신다."
 
"멋진 일이지. 세계의 규칙을 다시 써서,"
 
"우리가 바로 '신'이 될 수 있다면...."
 
...
 
...
 
목소리는 거기서 끊어집니다.
 
아그네스는 *지능 판정.
 
아그네스: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64
판정결과: 실패
...들었나, 이졸데? 저 통이 말을 했어.
 
이졸데:뭐? (무슨 소리냐는 듯한 얼굴로, 이번에는 세게 방 밖을 향해 잡아끈다.) ...뭘 들은 거야, 너?
 
아그네스:뭐?
 
이졸데:당장 나가야해. 여긴 살인 사건 현장이라고, 그것도... (그러면서 노트북을 눈짓한다.)
 
이졸데는 아무것도 듣지 못한 듯한 반응으로, 노트북을 눈짓합니다.
 
아그네스:(이졸데가 눈짓하는 노트북을 바라본다.)
(무슨 창이 떠 있지?
 
새카만 모니터 속.
 
『신세계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문장이 희미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신세계 사건이에요, 아그네스.
 
...
 
그리고 아그네스는, 저 통의 모양이 어딘가 낯이 익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아그네스:(어디선가...)
 
집에 있던 소설책의 표지에서 보았어요.
 
아그네스:자네, 저거 본 적 없나? (핏물이 흐르는 통을 가리킨다)
 
문어와 곤충을 섞어둔 듯한 갑각류의 괴물이, 저런 용기를 소중히 안고 있었죠.
 
제목이 뭐였더라. 그것까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이졸데:봤겠냐고. (이제 아예 질질 끌어 바깥으로 방 바깥으로 나간다.)
 
아그네스:책 같은데서. 아니, (그러나 끌려나가는 것을 저항하지는 않고 이졸데를 따라 나선다)
경찰은?
 
이졸데:불러야지. 하... 설마 살인사건의 최초 목격자 같은 게 될 줄은...
(신고 안 하고 튀면 빼박이라는 둥, 그런 소리를 중얼거리며 전화기를 든다. 911.)
 
아그네스:아까 그 통이 말을 했어. (아마도 이졸데가 들으면 허무맹랑할 소리를 한다)
정확히는 통 안에서 뭔가가..
 
이졸데:...난 못들었는데. 녹음 기기라도 넣어뒀나? (여전히 의아한 얼굴로 바라보고는, 경찰에 간단한 신고를 마친다. 위치와 상황.)
 
이졸데가 연락을 넣은지 얼마 되지 않아,
 
아그네스:아니, 그 통은... ... (그 책. 책장에서 발견했던 소설집들...)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들립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온 경찰들은 둘을 에워싸고, 사건 현장을 일사불란하게 수색하기 시작합니다.
 
코트를 입은 형사 하나가 현장을 지휘하고 있습니다.
 
형사:신세계 사건이다, 이번이 벌써 네 번째야!
놓치는 것 없이 수색하도록!
 
부하들에게 지시를 마치고, 현장 지휘격의 형사가 두 사람에게 다가옵니다.
 
형사:00시 경, xxx-xxxx-xxxx 번으로부터 신고를 접수하였습니다. 신고자는 어느 분이십니까?
 
아그네스:(이졸데를 가리킨다) 목격은 둘이 같이 했고, 신고는 이쪽이.
 
이졸데:(옆을 슬쩍 쳐다보고 앞으로 나선다.) 예. 이졸데 데미우스 이름으로 신고 넣었죠, 접니다.
 
형사:(고개를 끄덕인다.) 현장의 최초 목격자로서 사정청취에 협조해주시기 바랍니다. 서까지 동행해주시겠습니까?
 
이졸데:(가야지 어떡해... 표정.)
 
아그네스:(이건 사실 질문이 아니지 않나? 하는 얼굴로 끄덕인다)
 
이졸데:(공권력의 질문이란 그런 법)
 
승낙 아닌 승낙을 받은 형사는, 몇몇 경찰을 불러 둘을 경찰차까지 안내하라고 이릅니다.
 
수갑은 안 찼다지만... 이렇게 경찰들에게 둘러싸여 이동하려니 기분이 이상할지도 모르겠어요.
 
다시 사이렌 소리가 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둘은 경찰서에 도착합니다.
 
아그네스:(오히려 안전으로 따지면 이 편이 더 안전하지 않나? 누가 죽인거지? 우리가 교수를 찾아갈 걸 알고 있었나?)
 
형사:(두 사람을 경위서 작성을 위해 마련된 공간으로 안내한다. 철제 책상을 두고 맞은편에 앉아 의자를 권한다.) 우선 앉으십시오.
 
그 생각처럼, 살인범이 길거리를 활보하는 상황에서는 경찰서만큼 안전한 곳이 없을지도요.
 
아그네스:(형사의 지시에 따라 앉으며 머리를 긁적인다)
 
이졸데:(옆자리에 앉아서 손을 가지런히 모은다.)
 
아그네스:(이졸데의 표정을 살피는 중)
 
*관찰 이나 심리학?
 
아그네스: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59
판정결과: 보통 성공
 
형사:(빈 조서와 볼펜을 들고 글씨를 쓸 준비를 마친다.) 우선, 두 분의 성함과 주소지를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아그네스:아그네스 로페즈, 주소는... ...
 
형사를 바라보고 있는 이졸데는, 어쩐지...
 
기묘할 정도로 긴장한 듯한 얼굴입니다. 내색하지 않으려 애쓰고 있지만요.
 
아그네스:(경찰서 같은 곳은 익숙하지 않나보군. 나는....)
(나는 그다지...)
집을 옮긴 지 얼마 안돼서 주소가 잘 생각이 안나는데.
 
이졸데:OO맨션 2층, 오른쪽집. (말을 가로채서 맺는다.) 최근에 단기적인 기억상실 장애를 앓고 있어서, 이 친구가 답변할 수 없는 건 제가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마 꽁 때림)
 
아그네스:아, 그래. (아야. 하고 문질거린다)
 
이졸데:경찰서에서까지 뺀질거리지 말라고. (속닥속닥속닥)
 
아그네스:자네 긴장 좀 풀어주려고. (같이 속닥인다)
 
형사:음... 예, 알겠습니다. 추후 연락해주셨던 번호로 진단서를 요청드릴 수도 있으니 미리 양해부탁드립니다. 진술의 투명성을 확보해야하거든요. (알겠다는 듯 받아적는다.)
앤더슨 교수의 사망 추정 시각은 어제 저녁 즈음입니다. 혹시 두 분은 어디에 계셨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아그네스:어제 저녁... (모르는데. 이번에도 이졸데의 답변을 기다리듯 바라본다.)
자네랑 외식 했다고 했었나?
 
이졸데:맞아. (흘끔 쳐다본다.) 바깥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오카수스의 오후'라는 양식집인데, 아마 웨이터가 저희 인상착의를 기억할 거예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이유 : 나는 흉터맨이고 얘는 투톤걸이라서)
 
아그네스:(둘 다 모델 신장이고)
 
형사는 두 사람을 번갈아 보더니... ...인상착의를 기억할 거라는 말에 납득한 것 같습니다.
 
형사:예, 그러면...
앤더슨 교수를 찾아온 이유에 대해서 말씀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목격 정황 부분을 채워야해서. (볼펜으로 책상을 톡톡 친다.) 평소 앤더슨 교수와 안면이 있으셨습니까?
 
아그네스:아뇨, 없습니다. 아마도.
평소에 오컬트적인 말을 많이 한다는 소문이 자자해서 신세계 사건에 대한 견해를 물어보려고 간 건데.
 
이졸데:예, 없습니다. 이 녀석은 불문학과 수업도 날로 먹는 중이고, 전 이공계 수업에는 전혀 관심이 없거든요. (묘하게 선 긋는 듯한 투로 진술한다.)
산책이나 시켜줄 겸 나갔다가 못볼 꼴 봤고, 신고했죠. 그게 답니다.
 
아그네스:(마치 개 처럼...)
 
형사는 이 묘한 표현도 아랑곳 않는 듯...
 
의미심장한 얼굴로 볼펜을 툭툭 두드리다가, 이번에는 아그네스만을 응시하며 말을 겁니다.
 
형사:이것참, 범행 목적을 파악하기 어려운 사건입니다.
살해 수법이 지나치게 잔인한 것은 물론이고, 앤더슨 교수의 연구결과물이 모조리 도난 당했거든요.
 
아그네스:연구 결과물
연구 결과물이?
 
형사:예. 물리학 이론보다 오컬트 소설에 가까운 자료들 말입니다.
그런 것에 관심을 둘만한 범인이 누구일지, 단순히 혼선을 위한 행동일지, 저희도 고민이 깊습니다.
 
아그네스:다른 사건들에서도 이런 도난이 있었습니까?
피해자들이 공통적으로 관심을 두고 있던 분야가 있다거나.
 
형사:하하, 이 호기심이 저희의 수사를 순조롭게 해주는군요.
 
딱.
 
볼펜이 책상에 부딪히는 소리.
 
형사:아그네스 로페즈씨.
 
아그네스:(눈을 끔벅이며 형사를 바라본다)
 
형사:저희 서 내부에서는 이미 당신을 범인으로 확정지었습니다.
 
아그네스:저를?
 
형사:즉결 처분이 필요한 수준의 흉악 범죄자. 엽기 연쇄 살인 사건의 진범말입니다.
저희는 그런 종류의 변명을 용인하지 않습니다.
 
아그네스:그런?
 
그런.
 
형사가 받아적고 있던 종이 위의 문장들,
 
'그런' 변명을 뜻하는 표지가 시선을 빨아들입니다.
 
...조서 위의 잉크가 흘러넘치듯 번져나와 종이를 모조리 뒤덮습니다.
 
새카만 액체는 판면을 벗어나도록 넘쳐흘러,
 
아그네스:... ...종이가...
 
순식간에 책상을, 신발을,
 
가슴을, 이윽고 머리 끝까지 집어삼킵니다.
 
아그네스:아니, 잉크...?
 
어쩌면 파도.
 
숨이 막혀오는 감각.
 
소금기 어린 물이 입 안으로 밀려들고,
 
눈 앞에 검은 점들이 번져가기 시작합니다.
 
질식 판정, 1라운드.
 
피해 1d6 점 굴려주세요.
 
아그네스:5
 
아그네스, HP -5.
 
아그네스:-숨이.
 
잉크인지, 파도인지,
 
아그네스:(이게 뭐야? 질식? 파도? 잉크? 신무기?)
 
악의가 어린 시커먼 액체는 문장의 완결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곁에 있던 이졸데도 그 물살에 휩쓸렸는지 보이지 않아요.
 
흐린 시야 사이로 형사의 기괴한 웃음이 스치면,
 
아그네스:(바다에 휩쓸리듯이 입이 벌어졌다 다물리기를 반복한다) -졸데,
 
아, 파도 소리가 들립니다...
 
...
 
...
 
아그네스:... ...
 
깜빡.
 
형사:원칙상 민간인에게 수사 내용을 유출할 수는 없으니 양해부탁드립니다. (미안한 듯 웃으며 조서를 정리한다.)
 
아그네스:... ... ... ... (형사를 바라본다)
 
형사:다만... 그간 특별한 도난품이 없었다는 것 정도는 말씀드릴 수 있겠군요.
 
눈을 떠보면, 아그네스는 여전히 경찰서의 책상 앞에 앉아있습니다.
 
조서에서는 잉크 한 방울 흘러넘치지 않았고,
 
아그네스:...당신이 방금... (무언가 말하려다가 뒷말을 삼키고 제 손을 내려다본다.)
 
이졸데는 옆에서 제 몫의 경위서를 들여다보는 중이고,
 
아그네스의 손은 젖은 적 없는 것처럼 깨끗합니다.
 
아그네스:(형사, 이졸데, ...잉크와 파도...)
 
체력을 모두 회복합니다. 이성 1/1d2
 
아그네스:
SAN Roll
기준치: 66/33/13
굴림: 4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아그네스, 이성 -1.
 
아그네스:(멍하니 눈을 끔벅인다.)
 
이졸데:...? (옆구리를 팔꿈치로 툭 친다.) 야, 야. 쫄지마. 집에 가도 된다잖아.
 
아그네스:...아까 잉크가 넘치지 않았었나?
 
형사:예. 나눠드린 경위서를 간략히 채우고 나면 돌아가셔도 됩니다. (그러고는 아그네스를 안쓰러운 듯 바라보며...)
심리적 충격이 크셨을테니 충분한 휴식을 취하시기 바랍니다.
 
그러고는 정리한 조서를 들고 바깥으로 나갑니다.
 
이졸데는 어느새 볼펜을 들고 끼적끼적 글자를 채워나가고 있네요.
 
아그네스:(마찬가지로 볼펜을 들고...경위서 위에서 손을 까닥거린다)
...이졸데, 혹시 내가 환청을 듣거나 환각이 보인다는 말은 한 번도 안 했었나?
 
이졸데:...지금까지는? (눈썹을 까딱인다.)
들은 건 그렇다치고. (내가 못 들은 걸 수도 있지, 하는 투다.) 뭘 봤는데.
 
아그네스:그럼 지금부터 말해둬야겠군.
(눈을 가늘게 뜨고 경위서를 노려본다. 어쨌든 칸은 채우는 중.)
형사가 나를 범인으로 확정짓고, 잉크가 넘쳐서 온 몸을 뒤덮는 거.
...파도? 파도에 휩쓸리는 거?
 
이졸데:파도? ...잉크 파도? (상상해본다. 냄새가 썩 좋지 않을 것 같다...)
 
아그네스:소금물 냄새가 났거든.
(기억하는 것이 많지 않아 대충 끝낸 경위서를 놓는다)
 
이졸데:불안이 영향을 준 걸 수도 있지. 빈말로라도 좋은 상태는 아니니까.
야, 잡아갈까봐 쫄았냐? (옆구리 툭. 말해도 안 놀리겠다는 톤이다.)
 
아그네스:자네만큼 긴장하지는 않았지. (금방 가벼운 톤으로 웃어보인다)
 
이졸데:나참. 여하간 이상한 징후 보이면 째깍째깍 보고해. '다음' 안내 때 참조해야하니까. (너는 기억을 잃었다 나는 네 2주차 돌보미다 가끔 이상한 게 보일 수 있다 까지 길어진 안내사항 상상해봄...)
(제 몫의 경위서도 휘갈겨내고는,) 일어나자.
 
아그네스:이러다가 자네가 안내서 같은 걸 프린트 해오는 거 아닌가 몰라.
(이졸데를 따라 일어난다) 오늘은 독서의 밤을 보내야겠어.
 
이졸데:어쩐 일로? 불문과 수업도 벼락치기시면서. (옆구리를 또 툭 친다. 앞장서서 경찰서를 나선다.)
 
아그네스:읽어야 되는 소설이 생겼거든. 이렇게 된 김에 자네 자고 갈래?
내 집에 뭐가 있는진 나도 모르지만.
 
이졸데:너네 집에는 여분 이불도 없을걸. 독서하다 밤 새게? (침대 나 주면 가겠다)
...아냐, 밤 새지 마. 머리 나빠져. (심각...)
 
아그네스:... ...
밤 새면 자고 일어난 게 아니니까 기억이 사라지지 않을지도?
(가설 제시, 침대 너 주겠다)
 
이졸데:흠...
가는 길에 먹을 거 좀 사가자. (수락.)
근데 적당히 읽고 자라, '아그네스 로페즈'까지 까먹으면 그건 또 내 몫이라고...
 
아그네스:그런 적도 있나?
 
이졸데:아직은 없었지.
환각도 아직까진 없었잖아? (뭔일인들 못일어나겠냐는 눈)
 
아그네스:...뭐, 그렇기야 하다만...
내가 처음 기억을 잃었을 때는 어떤 기분이었나?
 
이졸데:이 자식이 하다하다 이제 이런 장난을 치나...
그 다음에는, 뭐, 이 자식 이제 누가 책임져주냐...
그랬지.
 
아그네스:장난이 아니라 진짜로 궁금해서.
자네랑 나는 얼마나 오래 알고 지냈지?
 
이졸데:이제 4년... ...5년 정도? (인근의 대형마트 쪽으로 걸어간다.) 대학교 1학년 때 만났으니까.
별로 길진 않나? 네가 느끼기에는.
 
아그네스:졸업을 앞두고 아주 비극적인 병에 걸렸군.
내가 아는 건 오늘 하루 뿐이니까. 그런데 자네랑 지내다보니 신기해서 물어본 거야.
사실상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 말곤 전부 잊은 거나 다름없는데, 그 와중에 굳이 이런 수고로움을 감수하면서까지 나를 돕는 게 신기해서.
 
이졸데:그야, 네가 기억을 못하기 때문에 의아하게 느껴지는 건데. (그러면서 손가락을 두 개 편다.)
첫째, 넌 원래도 별로 졸업에 목매는 학생 아니었어. 안심해라. (...)
둘째, 넌 원래도 엄청나게 수고롭고 성가신 친구였어. 별로 다를 것도 없다.
납득이 돼?
 
아그네스:(첫 번째에는 그렇군, 하고 맞장구를 쳤다가 두 번째에는 고개를 기우뚱한다)
자넨 어쩌다 나 같은 성가신 놈하고 친구가 됐어?
 
이졸데:그러게나 말이다. (마트의 문을 열고 들어간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늦은 오후.) 네가 농구하자고 해서?
과자 먹고 싶은 거 있으면 골라.
 
아그네스:자네가 이겼지?
(과자 매대에 멀뚱하게 서 있다가...뭔가 포장지가 강렬한 것들로 골라담는다)
 
강렬한 포장지.
 
이를테면 극도의 매운맛을 표방하는 과자라거나, 사워크림맛 감자칩, 와사비맛 아몬드...
 
아그네스:(재밌는 조합이다. 하면서 자기가 먹을 건 생각 안하고 신나게 담았음)
 
이졸데:...(식사용 빵이나 과일 주스, 우유, 단 비스킷류를 주섬주섬 담는다.)
이건... 쇼핑카트다, 아그네스 로페즈.
팔레트가 아니야. (이걸로 색칠할 거 아니다 듣고 있는 거냐)
 
아그네스:그건 아는데?
 
이졸데:다 먹을 생각으로 담고 있다는 말?
 
아그네스:와사비 나쵸. 난 와사비를 좋아해. (아니다. 그런지 아닌지도 모른다.)
알겠네. 그럼 자네를 위해서... (닭이 불을 뿜고 있는 그림이 그려진 과자를 담는다)
핫-치킨 칩....코리안 맛?
 
이졸데:그래, 그래. 모르겠으면 시도나 해봐라. (건포도가 든 빵과 민트초코 포키 같은 것도 하나씩 담는다. 이졸데는 둘다 잘 먹으므로 손해가 아님.)
...코리안 맛? (불길한데.)
 
어디보자, Buldark-bokkeumeun Flavor...
 
아그네스:불...불닥.
 
어떻게 읽는 걸까요, 이거?
 
아그네스:불닥-보큼...
불닥보큼멘맛.
 
이졸데:불닥-보큼...
엄마가 이런 발음의 음식은 사는 게 아니랬는데.
 
아그네스:한국어인가?
(넣음)
(두 개 넣었다)
 
이졸데:(무언가의 생존본능으로 우유를 한 팩 더 넣는다.)
더 살 거 있어, 없어.
 
아그네스:다 샀다네.
 
이졸데:진심?
너 과자 밖에 안 담았는데?
 
아그네스:자네가 다른 걸 담았으니까.
(활짝)
 
이졸데:불-닥-보큼멘이랑 와사비아몬드는 꼭! 니가 다 먹어라.
(계산대로 카트를 끌고 간다. 돌돌돌돌...)
 
아그네스:자네한테도 조금씩 먹여줄게.
(가는 길에 젤리도 몇 개 담았다)
 
몇 종류의 젤리, 갖가지 과자, 식사용 빵과 과일이 잔뜩 든 카트는 계산대로 이동합니다...
 
이졸데는 산 것들을 두 봉지로 나눠담아, 하나는 아그네스의 품에 덜렁 안겨줍니다.
 
그래도 좀 더 가벼운 거 준 듯?
 
이졸데:가자. (우유팩이랑 과일 들어있는 건 자기가 들었음.)
집주소는 외웠어?
 
아그네스:OO맨션 2층, 오른쪽.
 
이졸데:그렇지. (굿 보이, 굿 보이...)
 
아그네스:(의기양양해짐)
 
이졸데:(의기양양한 김에 집 잘 찾아가나 앞세워봄)
 
아그네스:(갈림길에서 반대로 간다)
 
이졸데:스톱. (뒷덜미를 잡아끌어 바른 길로 보낸다...)
역시 아직 혼자 귀가는 안 되겠다.
 
아그네스:반대쪽인가?
반반 확률이었는데...
 
이졸데:집에 갈 수 있을지 말지로 도박하지 말고...
모르겠으면 물어봐라, 물어봐. (물건 들고 있으니 때리진 않았음. 이젠 본인이 앞장선다.)
 
아그네스:(이졸데를 얌전히 쫄래쫄래 따라간다)
 
겅중겅중 걷는 두 여자는 금세 집 앞에 다다릅니다.
 
어느새 해가 다 저물어, 저녁보다 밤이 가까운 시각이 되었어요.
 
간단히 식사를 하거나 간식을 먹고, 잠자리에 드는 게 좋겠습니다.
 
물론 불타는 독서를 해도 됩니다.
 
이졸데:(문단속 할 때처럼 자기가 열쇠로 문을 연다...)
 
아그네스:혹시 나는 열쇠가 없나?
자네가 압수?
 
이졸데:예비용이 집에 있기는 한데. (옷장 속에, 하고 덧붙인다.)
그거 위치 기억 못할 정도면 안 나가는 게 낫지.
 
아그네스:아하.
하지만 이제 알았군.
 
이졸데:이것 봐라, 내가 맡아둬야 속 편하지.
(하나부터 열까지 다 널 위한... 어쩌고 잔소리하며 안으로 들어선다.)
 
아그네스:(이졸데와...이졸데가 사 온 과자나 요깃거리를 테이블에 죽 늘어놓는다)
자네도 책 읽을래?
아주 수상쩍고 의미심장한 괴물들이 나오는 것 같던데...
 
이졸데:내가 말 안 했나...?
난 다섯 페이지 이상의 책을 읽으면 반드시 잠드는 병이 있는데.
(과자 봉투를 박력있게 뜯으며... 곧바로 취식에 돌입함)
 
아그네스:그건... ... ...
체육학도들만 걸리는 병 같군.
(나는 아까 책장에서...무작위로 뽑았던 책을 들고 와서 슬쩍슬쩍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한다)
 
이졸데:(페이지 넘기는 뒤통수에 와사비 아몬드도 던져줌)
투척
기준치: 75/37/15
굴림: 2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3점슛!
 
아그네스:(잡았나?!)
(나도나도)
 
*민첩 하게 잡아채 볼까?
 
아그네스:
민첩
기준치: 80/40/16
굴림: 3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빠샤)
 
타-악
 
아그네스:던지는 건 못해도 패스는 아주 잘 받겠어.
 
아름다운 궤적, 아름다운 캐치입니다.
 
와사비 아몬드를 먹으며 읽어볼까요?
 
이졸데:동아리 들었으면 잘했을텐데. (턱 괴고 과자나 까먹는 중)
 
아그네스:나는 동아리 같은 건 없나?
자네 말을 들어보니까 학과 생활도 그리 열심히 하는 것 같진 않던데.
 
이졸데:맞춰봐. (자아성찰 잘되는 아그네스 봄)
 
아그네스:설령 그렇다고 해도 마땅히 고칠 생각이 들지 않는 걸 보니 이대로 살아야겠군.
 
이졸데:태평해서 좋겠다. (건포도 든 빵도 죽 찢어서 입에 넣는다. 맛있군...)
 
아그네스:(와사비 아몬드 먹어보는 중...)
(짜릿!)
 
이졸데:뭐... 그래도 성적이 나쁘진 않았을걸. 넌 입학할 때부터 프랑스어 할 줄 알았거든.
 
아그네스:(이졸데 입에도 대준다)
 
이졸데:(반응 지켜보다가)
 
아그네스:날로 먹었군.
 
이졸데:(짜릿!)
니가 다 먹어. (불호!)
 
아그네스:건포도도 먹으면서.
(쩝쩝...)
 
이졸데:단 건 다르지, 단 거는.
(건포도빵 죽 찢어서 입에 대봄)
 
아그네스:(냠냠. 받아먹는다.)
(우물...우물...)
맛있는데.
만약 내 기억상실증이 고쳐지지 않는다면 무슨 직업을 가지는 게 좋겠나?
바텐더?
 
이졸데:(괜찮은 듯?)
먹고 살길 하난 진짜 기가 막히게 찾는다. (괜찮은 듯? 이라는 뜻) 넌 어디서든 굶어죽을 것 같진 않은 인간이었지...
 
아그네스:오, 내 선택이 웬일로 괜찮았군.
 
이졸데:(웬일로)
 
아그네스:비밀을 들어주는 전용 바로.
어차피 며칠 뒤면 잊으니까. 나를 트위터처럼 쓰는거지.
 
이졸데:넌 트위터가 되기엔 너무 빨간데.
 
아그네스:빨간 새인 셈 치지.
뭐가 있지? 붉은딱따구리?
 
트위터 꿈나무, 딱따구리네스는 뽑아들었던 책을 읽어봅니다...
 
이 소설은 모독적인 괴물이나 그것들에 대한 신앙, 주문, 의식 같은 것을 주요 소재로 삼고 있군요.
 
아마 연작으로 쓰인 모든 소설의 공통점이리란 생각이 듭니다.
 
그 가운데서도 아그네스가 집어든 책의 주인공은...
 
아그네스:(팔락...팔락...)
 
유고스에서 온 균체, 미고.
 
인간의 뇌를 원통형 용기 안에 보관하는 외계 생물.
 
아그네스:아, (이거다, 싶은 생각이 들었는지 소설 속의 내용에 좀 집중한다)
 
...어쩌면, 범인은 이 소설 시리즈의 괴물들을 모방하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인간들이 차마 대항할 수 없는 공포에 휘둘리다가, 저마다의 결말을 맞는 내용의 소설이에요.
 
Q. 아그네스는 코스믹 호러가 감성에 맞았나?
 
아그네스:(그럼 내가 목소리를 들은 건...정말 환청일지도.)
(제법 흥미롭기는 하다. 일단 인간들이 이기지 않는 내용이라는 점에서...)
 
책장에 줄지어 꽂힌 소설들 가운데에도, 다른 사건과 유사점을 지닌 책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나저나...
 
불문학과 학생이라더니... 책장에 프랑스 순문학은 한 권도 없어요!
 
이졸데:(혼자 거의 Mukk-Bang 찍는 중)
 
아그네스:(난 오컬트 마니아??)
 
어쩌면 앤더슨의 추종자??
 
아그네스:(이졸데한테 뭐 물어보려다가 먹는 과자 사이에 와사비 아몬드 몇 개씩 숨겨놓음)
 
이졸데:(먹 -짜릿!- 다가 고개 번쩍 들고 쳐다봄)
먹을 걸로 장난치지 말랬을텐데(발로 무릎을 툭툭 친다)
 
아그네스:눈치가 빠르군.
(아몬드 회수)
 
이졸데:(우유를 한 잔 따라마시고...)
(불닥-보큼멘맛 과자를 휙 던져준다.)
 
아그네스:아, 이것도 있었지.
 
이졸데:독서는 언제까지 할 생각인데?
 
아그네스:(닭이랑 한 번 더 아이컨택하고 과자 까먹는다)
지금 거의 다 했는데...
난 오컬트를 좋아했었나?
 
*정신?(joke
 
아그네스:(I'm real)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2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맛있다!)
 
수용할 수 있는 범위의 적절한 매움!
 
아그네스:난 한국인들하고 감각이 맞는 것 같군.
 
포장지에 그려진 닭의 고통은 과장이었나봅니다. 아니면 영혼은 한국인의 파장이거나...
 
이졸데:오컬트를 좋아했냐면...
...
......
솔직하게 말해?
 
아그네스:...응.
(이 공백은...)
 
이졸데:딱히 내 앞에서 오컬트 얘기 한 적은 없긴 한데...
넌...
존나 뭘 좋아했어도 이상하지 않은 인간이라 단언을 못하겠다...
 
아그네스:나는 수용의 폭이 넓군.
이런 소설을 전집으로 사 두기도 하고.
 
이졸데:불문학 빼고는 대체로 수용하시지. (손을 씻으러 가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난다.)
진짜 밤새게? 난 잔다. (바른생활체육인.)
 
아그네스:자네가 침대 차지해도 돼. 나는... (불문학 없는 책장 보며)
조금 더 읽다가 잘테니까.
 
이졸데:그래라. 너무 늦게 자지 말고. 머리 나빠지니까... (아마도 이것으로 세번째 말함... 어지간히 걱정되는 듯)
 
이졸데는 자연스럽게 옷장을 열어...
 
아그네스:(나는 머리 나빠지는 걸 걱정해야 할 정도의 인간인건가...생각하는 중)
 
대충 실내복으로 입어도 될 법한 것을 한 벌 골라냅니다.
 
아그네스의 옷을 강탈하고 침대에 눕자마자 곯아떨어지네요.
 
바른생활 체육인.
 
아그네스는 좀 더 읽다가 자볼까?
 
아그네스:잘 자게, 이졸데.
(좀 더 읽다가 눈이 감길 때 쯤 자겠다!)
 
그래!
 
책장에 꽂힌 책들은 하나같이 괴상하고, 어두워보이는 표지들이라 역설적으로 수상한 걸 잡아내기가 어려워요.
 
잠들기 전까지 그 중 몇 권이나 읽을 수 있었을까?
 
아그네스:(과연)
 
지금부터 1d100을 다섯 개 굴립니다.
 
아그네스:54 12 98 81 69
 
아그네스의 [자료조사]는 60.
 
가물가물, 흰 것이 종이고 검은 것이 글씨로다... 하기 까지,
 
두 권의 책을 읽어낼 수 있었습니다.
 
아그네스:(이쯤되니 피곤...)
 
비늘이 얼룩덜룩한 심해인이 나오는 소설 하나,
 
괴상한 무덤을 만드는 고대의 종족에 대한 소설 하나...
 
...까지 읽고 나면,
 
이제 하품이 나와요.
 
여러모로 피곤한 하루였으니까요, 아그네스.
 
아그네스:(하품... ...하면서 바닥에 늘어진다)
시체도 다 보고...
 
기억도 다 잃고...
 
환각도 다 보고...
 
평생 걸쳐 한 번 겪기도 어려운 일들 뿐이네요.
 
바닥에 널브러지면, 닫힌 창 밖에서 잔잔한 바람 소리가 들려옵니다.
 
잘자요, 아그네스.
 
...
 
...
 
------------------------------------------
 
KP (GM):이렇게~
1일차가 끝납니다
 
어의:...
내일
기억다시익ㄱ으면어덕해?!?!?!
 
KP (GM):
 
어의:이졸데가진짜안내문뽑아오는거아ㅏ냐!?!?!?!??!?!
 
KP (GM):두려움에 떠는 PL
 
어의:...................................
 
KP (GM):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의:하 아니 설렐요 저 중간중간
Q 뜰때마다
미심쩍은 눈으로보면서 답변중
 
KP (GM):
 
어의:어이....이 시나리오
어떤 불법개변이 잇엇던거냐
나는,,...,
,,,..
 
KP (GM):자꾸만 플레이어 두렵게 하는 시날
이죠
 
어의:이 신세계에서 멀하는건지. 내가. 나는.
하지만 동시에 짜릿해요 약간 그
애니메이션에서...나는 평범하게 살아가고잇는데
 
KP (GM):아그네스 완전 의심 한 점 없이 순하게 따라와줘서
어라? 미안한데 귀여워
 
어의:그 행동이 막 계산되는 그런ㄴ 도입부 보는기분
 
KP (GM):
그거 잇지
 
어의:아그네스의 지금상태
'내가 뭘 알겟어...'
 
KP (GM):오늘도 그런. 평범한 하루였어야 할텐데ㅡ
라는 나레이션
 
어의:'그치만 이건하고십군!'
 
KP (GM):
 
어의:더블크로스아냐이거?
 
KP (GM):그치만 이건 하고 싶군!
 
어의:그 때, 당신들의 눈 앞에 기이한 광경이 펼쳐집니다-
 
KP (GM):일상을 배신해볼까? (배신하고 잇는 거같긴해)
 
어의:저도
졸데를 실시간으로
배신하고잇느거같긴함
 
KP (GM):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의:.,.,이거오ㅑㅐㄹ게재밋나
진짜 이
아그네스는 평온하고
저는 주변 잽싸게 살피는 상태가
너무즐거워요
 
KP (GM):
아아 이 괴리
 
어의:나와 캐릭터가동시에세션참여하는기분
 
KP (GM):아주 좋습니다
 
어의:나 : 정신차렷 ㅠ
아그네스 : 헤헤 불닭보금면
 
KP (GM):큭... 크큭
내일은 아마 오늘보다는 조금 더
길어질 거 같구요
 
어의:...............................좋아요
두근
 
KP (GM):엔딩을 향해 달려갈 예정이고요(어이 : 아직 아무것도 안 밝혀졋잔아)
 
어의:아니? 핮미나 원래
현실은
아 아니 삶이란
원래 이렇게 갑작스러운 것
 
KP (GM):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의:람람 낙서 베낌
 
KP (GM):어이쿤은 불닥복음면 먹는데
나 혼자...
모종의 꿈을 부풀려가는 중
내일 보여드리겟습니다
 
어의:.........................신난다
그 꿈. 내가 실현시키겟어
 
KP (GM):...기대하고 잇겟다고ㅡ!
얼레벌레 키퍼와 함께해주셔서 감사하고...
탐라로 방생해드리겟습니다.
 
어의:.,.,.,전 정말
 
KP (GM):내일 8시에 만나자구.
 
어의:완전설레기만,,,.
하 조아요 내일 오전부터 운동조지고
쌩쌩하게 돌아오겟습니다
 
KP (GM):설렛다면 다행이야...(취향타는 시날)
조아.
저도 복음라면 먹고 쌩쌩하게 돌아오겟습니다(무슨 상관?)
 
어의:좋다
내일 불볶먹어야지
 
KP (GM):크으
그러면 해산!
 
어의:좋아!!!
내일만나요람람ㅁ--~
~~~~~!!!!!
오늘도 고생만으셧습니다.
 
KP (GM):내일 만나요~~~~~~~
함께해줘서 고마와~~~~!!
 
어의:<간식조달중>
 
KP (GM):<이하동문>
준비 완?
 
어의:완.
 
KP (GM):좋습니다.
오늘 우리는 엔딩까지 간다
 
어의:가보자고
두근
 
--------------------------------------------
 
...
 
그 날 밤, 아그네스는 낯선 꿈을 꿉니다.
 
당신은 처음 보는 방 안에 덩그러니 서 있습니다.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실내는, 창 밖의 키 큰 가지들로 미루어보아 2층인 것 같아요.
 
방의 한가운데에는 거대한 유화 캔버스가,
 
그 앞에는 의자에 조용히 앉아있는 남자가,
 
그 옆에는 이졸데가 당신에게 등을 돌린 채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아그네스:... (처음 보는 방. 여긴 어디지? 내가 또 기억을 잃었나? 아니, 이런 사고를 할 수 있다는 건 기억을 잃지 않았다는 증거지. 그렇다면 여긴...)
(천천히 캔버스로 다가간다)
 
방의 중앙을 향해 걸어가보면,
 
아그네스는 몇 가지 사실을 추가로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의자에 앉은 남자는 고개를 힘없이 숙인 채, 양손을 바닥을 향해 늘어뜨리고 있습니다.
 
손가락 끝에서 떨어지는 핏방울이 바닥에 고여 작은 웅덩이를 만듭니다.
 
...그 옆에 선 이졸데의 손에는 피 묻은 팔레트 나이프가 들려있습니다.
 
이졸데는 그제야 당신을 눈치챈 듯, 이 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붉게 물든 입꼬리가 웃음을 짓듯 기괴하게 말려올라가다가,
 
곧 눈 앞이 까맣게 잠겨듭니다.
 
...
 
...
 
깜빡.
 
눈을 떠보면, 아그네스는 침대 위에 가지런히 누워있습니다.
 
자는 새에 옮겨진 걸까요?
 
이런 궁금증이 드는 걸보면, '어제' 분량의 기억은 다행히 멀쩡한 것 같습니다.
 
아그네스:(눈을 끔벅...끔벅...하고 가만히 천장을 바라보다가 스르르 일어난다.)
(기묘한 꿈을 꿨어...이졸데는 방에 있나?)
 
이졸데는 책장 옆에서 소설책 몇 권을 뒤적이고 있습니다.
 
읽는 것 같지는 않고, 표지를 대충 훑어보는 식에 가깝네요.
 
아그네스:좋은 아침...일찍 일어났군. (조금 잠긴 목소리로 인사를 한다)
 
테이블에서는 따뜻하게 데운 빵과 뭉텅뭉텅 썰어놓은 과일,
 
식지 않은 커피가 맛있는 냄새를 풍긴다.
 
이졸데:좋은 정오. 벌써 11시쯤 됐어. (손에 든 책을 휘휘 흔들어보인다...)
머리는 더 안 나빠졌고?
 
아그네스:그래...일어나자마자 어제 먹은 과자가 생각나는 걸 보니 확실해.
 
이졸데:봐라, 이틀이나 사흘 정도는 멀쩡하다니까. (그러곤 테이블 앞의 의자를 쭉 빼준다.)
일단 식사부터 해.
 
아그네스:(발을 직직 끌며 털썩 의자에 앉으며) 어떤가, 그 소설. 읽어봤어?
 
이졸데:대충. (테이블의 빈 자리에 책을 툭 내려놓는다. 표지에 그려진 원통형 용기를 손으로 짚으며) 본 적이 있다는 게 이 소리였어?
 
아그네스:그래, 그걸세. 통 속의 뇌.
교수의 후두부가 잘려있었잖나.
 
이졸데:확실히. (미간을 찌푸린다.) 비어있었지. 머리가.
그 통은 안 열어보는 게 나았을지도.
 
아그네스:열어보진 않았는데...듣긴 했지.
내가 말한 환청이 그걸세.
 
이졸데:전파장치라도 달아뒀나? 뇌랑 수신하는? (말하다가, ...비위가 확 상한다는 얼굴로 일단 빵부터 집는다.) 살인범이 이 소설 시리즈 광팬이라는 건 알겠다. 기분 나쁘게.
 
아그네스:그것도 그 소설에 나오는데.
 
이졸데:...여기 나오는 지명은 죄다 실제로 있는 곳이잖아. 아컴, 킹스포트, 미스카토닉... (인상 쓰면서도 빵은 잘 먹음)
현실 지명을 차용한 호러 소설이 살인마한테 굉장한 영감을 준 모양이지. (과일도 우걱우걱)
 
아그네스:자네가 가 본 곳도 포함되어 있나?
뭐, 그건 아주 옛날 소설이니까.
 
이졸데:지금까진 딱히 가볼 일 없었지. 저런 소설을 읽었으니 더더욱 안 갈 것 같고.
안 먹냐? (접시 밀어줌.)
 
아그네스:체육인 아니랄까봐 식사에 집착하는군. (봐라, 하듯이 빵을 집어먹는다)
(봐라 하는 것 치고는 빵 안에 계란도 넣고 버터도 바르고 베이컨도 얹어서 합쳐먹음)
 
이졸데:(잘먹는군... 만족스럽다. 약간 식은 커피도 밀어줌.)
나한테 완전 미친 소리처럼 들리는 계획이 있는데. (바나나를 두 입만에 해치우며)
들어볼래?
 
아그네스:미친 소리?
자네가?
근 이틀 동안 들은 말 중에 가장 흥미로운데, 말해보게.
 
이졸데:빈말로라도 좀 아니라고 해봐라. (이 환자야... 몸 안 사리지... 표정.)
말하기 전에. (어제자 편지가 아무렇게나 놓인 곳을 고갯짓한다.) 넌 저걸 어떻게 생각하냐?
기억도 없는 와중에 이런 일에 휩쓸려다니는 것들, 저런 편지를 보내는 놈들, 전부다.
 
아그네스:기억을 잃지 않은 내가 무슨 짓을 하고 다녔던 건지 궁금해지는데.
내가 사실 오컬트 동아리에 자네 몰래 들었을지도 모르잖나.
 
이졸데:와... 존나 그럴듯하네...
나 방금 소리내서 말했냐?
 
아그네스:그래. 아주 명확하게.
 
이졸데:그럼 두 번 말할 필요는 없겠네. (건포도 든 빵을 죽 찢어 입에 넣는다...)
미친 질문같이 들리는 거 아는데, 재미있어?
 
아그네스:(이졸데의 질문에 씩 웃어보인다)
아, 시신은 재미없지만.
상황은. (이 세상...을 가리키는 것처럼 양 검지손가락을 위로 빙빙 젓는다)
 
이졸데:(뭐지? 어지럽다는 뜻인가?)
 
아그네스:(남의 속도 모르고 헤죽.)
 
이졸데:그럼 됐다. (오렌지나 한 조각 집어먹는다.) 이 편지를 보낸 게 누구든, 네 주소랑 실명도 알고, 행동까지 주시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무슨 속셈인지는 몰라도 이 사건을 조사하길 바라는 것 같고. 어쨌든... 모방범이란 단서도 잡았으니. (그러면서 손가락을 몇 개 편다.)
1. 니가 저 책을 최대한 많이 훑어본다.
 
아그네스:(이졸데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고개를 끄덕인다)
 
이졸데:2. 같이 나가서 사건 현장들을 둘러본다.
3. 단서가 있으면 잡는다. (니가)
4. 수상한 놈이 있으면 죽인다. (내가)
어때?
 
아그네스:... ... ... ...
자네가 생각한 건가?
1번부터 4번까지 다?
 
이졸데:그럼 이걸 누구한테 상의했겠냐고
싫으면 다른 작전은...
1. 여기에 나랑 존나 틀어박혀있는다
2. 문 따고 들어오는 놈 있으면 죽인다. (내가)
이 정도?
 
아그네스:첫 번째 작전으로 하지. 그게 낫겠다.
어제 두 권 정도 읽었는데... ... (머리를 긁적인다)
 
이졸데:사람이 바람 좀 쐬고 살아야지. (그럴 줄 알았다 표정)
니가 내 기억력을 믿으면 이대로 나가도 상관없고. (자는 사이에 좀 훑어본걸까?)
 
아그네스:자네...
...책을 읽었나?
5줄 이상?
(이틀의 경험으로만 이졸데 판단하기)
 
이졸데:한 번에 5줄 이상 읽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했지. (마법서 대하듯)
카페인이 도움이 됐어.
 
아그네스:(자네 어디서 마법 좀 써 본 솜씨가 느껴져)
그렇다면 자네를 믿지.
물론 나의 잠재의식도.
 
이졸데:저게 다 니 책이라면 읽어본 적 있겠지. (아마도... 제 몫의 과일을 모조리 해치우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가까운 곳부터 가볼까? 3번째 현장부터... 원을 그리듯이.
 
아그네스:그리고 사건 현장을 다 돌아보면 가 보고 싶은 곳도 있는데...
 
이졸데:어디? (흠.)
 
아그네스:(여기, 하듯이 전파탑을 가리킨다)
 
이졸데:전파탑?
 
아그네스:대학까지 합쳐보면 전파탑을 둘러싼 모양이 될 것 같아서.
왜, 있잖나. 도시 전체를 거대한 주문진으로 사용해서...
역시 오컬트 책을 너무 많이 읽었어.
 
이졸데:왜, 이 범인도 오컬트라면 환장을 하는 녀석인 것 같은데.
의외로 단서가 될 수도 있지. (대충 수긍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베이컨 끼운 샌드위치 하나 더 만들어서 손에 쥐어주며) 먹고 일어나라.
 
아그네스:(우물...우물...)
자네가 하루만에 오컬트에 승복해서 기분이 이상해.
 
이졸데는 상당한 강행군을 예상하는지, 아그네스의 식사량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어쨌든 맛은 있지만.
 
따뜻한 음식이 들어가자 몸에 활력이 돕니다. 이성 +1 회복.
 
아그네스:(짜군)
 
이졸데:오컬트에 승복한 게 아니라... (외출용 겉옷도 잘 챙겨입는다.)
범인이 오컬트 마니아일지 모른다는 가능성에 승복한 거지.
 
아그네스:자네는 운동선수 말고 형사를 해도 아주 잘 어울리겠어.
 
이졸데:이런 도시의 형사는 사양하고 싶은데. (으!)
뭐 이렇게 먹는 게 느려. (어깨 툭툭)
 
아그네스:그럼 소설에 나오는 것처럼 아컴의 형사...아, 다 먹었어. 음미하느라.
(조금 식은 커피를 한 번에 들이키고 일어난다)
 
이졸데:현장 쭉 돌고오면 소화는 확실히 되겠네. (스포츠 가방까지 챙겨든다.) 마침 처음으로 갈 곳은 강변이고.
산책할 분위기는 아니겠다만. 걸어서 가자.
 
아그네스:뭐, 운동 겸.
(아마 나는 돌아다니는 걸 싫어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혹은 애초에 바깥 체질인지도...생각하며 주섬주섬 신발을 신고 나선다)
 
이졸데:(아마 그래서 이렇게 고민 없이 끌고다니는 걸지도... 이번에도 자연스럽게 자기가 열쇠를 꺼내서 문단속한다.)
 
세번째 사건 현장까지는 도보로 6분 가량.
 
두 사람은 가볍게 걸어 강변으로 향합니다.
 
아그네스:(가까워)
(다리가 길어)
 
아마 그 덕분이 클 듯.
 
아그네스:(성큼성큼 걷는 중) 그 사건현장은 아직 폴리스라인 같은 게 쳐져있나?
 
둘은 거의 겅중겅중 뛰며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이곳은 대학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강변.
 
본래 나들이를 나오는 주민들로 시끌시끌한 장소지만,
 
살인사건이 발생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한산합니다.
 
물비린내 어린 공기가 확 끼쳐오고, 드문 인적이 수다를 떨며 지나갑니다.
 
이졸데:아마도. 그건 비교적 최근 일이었으니까... (이마에 손날을 대고 주변을 둘러보다가...)
저기.
 
풀이 무성한 강변 한 구석, 흙을 쌓아올려 만든 작은 언덕이 하나 있습니다.
 
직경 10m, 높이 50cm 정도의 언덕은 폴리스 라인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다행히 현장을 지키는 경찰은 잠시 자리를 비운 모양이에요.
 
잽싸게 살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그네스:(몰래 다녀올 수 있겠어. 이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 나는...혹시 도둑놈이었나?)
 
당신은 어쩌면... 오컬트의 귀재이자 괴도?
 
경찰서가 익숙했던 것도 설마?
 
이졸데:(단도리?를 잘 해야겠다는 듯 자연스레 뒷덜미를 잡은 채 걷는다.) 뭐 눈에 띄는 거 있어?
 
아그네스:(다행히 재킷 뒷덜미를 잡혀서 숨은 안 막힌 채...)
(주변을 잽싸게 둘러본다)
 
*관찰력, 혹은 아이디어?
 
아그네스: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79
판정결과: 실패
(하아?)
(난 원래 좀 허술한 놈인 듯.)
 
허술함을 모면시켜줄 똑똑함에 기대어 아이디어 가능
 
아그네스:(근처에 있는 개처럼 산책하며...)
(철학자들이 그리 산책을 많이 했다더라)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94
판정결과: 실패
(심지어 멍청하기까지!)
 
아그네스는 사색보다 산책자체에 관심이 있는 듯.
 
아그네스:(이졸데를 툭 친다)
자네도 좀 보게.
 
하지만 저 강아지를 좀 봐요.
 
사랑스러운 시츄가 공을 문 채 강변을 질주하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폴리스라인에 집중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요.
 
이졸데:(한편 나는 강아지에게서 눈길을 뗄 수...)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67
판정결과: 보통 성공
 
대단히 힘들었지만 어쨌든 해낸 듯.
 
아그네스:(자네라면 할 수 있을 줄 알았어)
 
흙더미를 이리저리 살펴보던 이졸데는, 무언가 깨달은 듯 아그네스의 옆구리를 툭툭 칩니다.
 
아그네스:(또는 강아지가 우연찮게 우리가 봐야 할 곳으로 갔거나...)
흠?
 
이졸데:야, 야. 이거 원형이 아냐.
옆에서보니 티가 안 나서 그렇지... 미세하게 모서리를 패놨어. 위에서 보면 별모양에 가까울 걸.
 
그 말처럼, 마구잡이로 쌓은 흙더미는 의외로 모서리가 세심하게 다듬어져있습니다.
 
언덕의 중앙에는 무언가를 파낸 듯한 흔적이 있어요.
 
아그네스:.... (이졸데의 말에 그것을 들여다본다.) ...정말이군.
 
아마 이 곳에서 시체가 발견되었겠죠.
 
아그네스:이걸 무너트리면 공무집행 방해인가? (파낸 흔적을 유심히 바라본다. 통 속의 뇌...통 속의 뇌...같은 것을 장소마다 마련해 둔 건가?)
 
이졸데:공무집행 방해에 현장 훼손에 어제자 최초목격자 사건 더해서 유력 용의자로 부상할 수도 있지...
 
파낸 흔적을 유심히 살펴보다보면,
 
어느 소설의 삽화가 그 위로 겹치는 것이 느껴집니다.
 
[광기의 산맥]
 
아그네스:아...범인으로 몰리는 건 좀 트라우마가 있는데. (장난처럼 웃다가...)
 
별 모양의 무덤에 동족을 매장하는, 태고의 종족이 등장하는 이야기.
 
아마, 이 범인은 '통 속의 뇌'가 등장하는 소설에만 매달리지 않는 듯합니다.
 
그러나 분명히 같은 시리즈의 다른 소설. 모방 범죄입니다.
 
아그네스:...이거...
이것도 소설에서 본 적 있어.
 
이졸데:이것도? (으, 하고 질렸다는 표정을 짓는다.)
무슨 소설인데.
 
아그네스:별 모양 무덤. 그러니까 아마... ...
광기의 산맥이라는 편에서.
... ...범인이 모방한 것과 같은 소설을 소장하고 있다고 해서 용의자로 몰릴리는...있나?
 
이졸데:그렇게 치자면 출판사랑 작가부터 때려잡을걸. (허튼소리라는 듯 등을 팡 친다.)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다시 걸어보자. ...두번째 현장까지.
 
아그네스:자네, 그 개를 따라가고 있는 건 아니지?
 
이졸데:따라가는 거 아냐. (앞 쪽의 주인에게 가고 있을 뿐인 강아지를 가리킨다.)
길이 이쪽이라고! 쟤는 쟤 갈 길 가는 거고!
 
아그네스:(그럼 나는 내 뜻대로 강아지를 쫓아간다. 어차피 방향이 잘못되면 이졸데가 끌어주겠지.)
(터벅터벅터벅)
 
이졸데:(아이고 화상아...)
 
이졸데는 -강아지와 길이 갈라지는 순간부터- 우직하게 아그네스를 잡아끌어줍니다.
 
이번 현장까지는 도보로 10분.
 
아그네스:(아아...강아지쿤...잘 가게)
 
길이 굽이진 주택가라, 직선거리는 가까워보여도 시간에 차이가 있네요.
 
왕!
 
둘은 강아지의 작별 인사를 뒤로 하고 주택가로 접어듭니다...
 
아그네스:(응응 잘잇게 나도 저녁잘먹을테니까)
 
이 곳은 어느 대학생이 숨진 채 발견되었다는 장소입니다.
 
복잡한 골목을 따라 현대식 맨션이 늘어선, 주택 밀집지역이죠.
 
사건이 벌어졌던 맨션에는 아직도 노란색 출입제한 테이프가 붙어있어요.
 
경찰은 없지만, 울적한 얼굴의 [청년] 한 명이 테이프 붙은 맨션을 올려다보고 있습니다.
 
아그네스:여기도... ...흠?
(청년에게 다가가 말을 건넨다. 별 다른 고민도 없이 대화를 요청하는 본인을 깨달으며...) 안색이 안좋군.
 
사람을 대하는 일에 능숙했었나 보죠, 아그네스.
 
청년은 한 박자 늦게 놀란듯 고개를 듭니다.
 
학생:아, 아. 네. 예...
그... 그런 일이 있었으니까요. 동네 분위기도 별로고, 네, 그렇죠.
 
아그네스:(불어불문과는 별로 상관 없어보이는군. 하지만 이런 게 내 특기니까.)
 
수심어린 표정을 보니, '누구에게라도'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은데...
 
무언가가 청년의 근심을 눌러막고 있는 게 느껴집니다.
 
아그네스:그 청년과 아는 사이인가? (아그네스 특유의 미소가 떠오른다. 기억은 잃었지만 몸에 배인 자연스러운 성정.)
(녀석에게 매혹으로 호감을 사 본다)
 
잘생긴 미소에 힘입어 보너스 +1 드립니다.
 
*매혹!
 
아그네스:
매혹
기준치: 85/42/17
굴림: 881011
+2: 극단적 성공
+1: 극단적 성공
  0: 실패
-1: 실패
-2: 실패
(와)
(미소안지엇으면큰일날뻔)
(와)
 
역시 사람을 대할 때는 미소, 또 미소.
 
웃으면 행복해지는 법. (\맞아!/)
 
아직 앳된 청년은 슬픔이 솟구친 것처럼 얼굴을 일그러뜨립니다.
 
아그네스:오, 저런.
 
학생:...네. 저랑 같은 과 동기였어요. (소매로 눈가를 꾹꾹 문지른다.)
집도 이 인근이라 친하게 지냈고요. 현장... ...현장을 제일 처음 본 것도 저예요.
 
이졸데:(여섯 걸음쯤 떨어진 곳에서 이 부드러운 분위기를 깨지 않기 위해 모른 척 하고 있음)
 
아그네스:...그건 유감이군. (청년의 등에 손을 올리고 도닥인다.)
갑작스러운 죽음이었을텐데.
나도 최근에 비슷한 사건을 목격해서 자네의 심정을 이해해.
 
학생:...(묵묵히 눈물을 떨어트린다.) 차라리 갑작스러웠으면 좋았을텐데.
...죽기 몇 주 전부터 이상, 이상한 소리를 했었어요, 사실은. 매일 무서운 꿈을 꾼다고요.
 
아그네스:...무서운 꿈? 어떤?
 
학생:처음보는 할머니가 징그럽게 생긴 쥐들을 데리고 쫓아오는 꿈... ...이라고 했어요. 제대로 못 자니까 애는 점점 말라가고, 죽기 일주일쯤 전부턴 학교도 쉬고...
빌려준 책을 받으러 와보니... 그렇게 되어있었던 거예요. (제 팔을 감싸고 오들오들 떤다.)
 
아그네스:(할머니...쥐...?)
 
학생:형사님들은 단서 취급도 안 해주셨지만, 분명히, 방구석에 생쥐발자국이 잔뜩 찍혀있었어요.
이 건물은 인근의 유일한 신축 맨션이라고요. 무슨 생쥐가 있어요?... ...
 
아그네스:자네 말은... ...그 꿈이 현실로 일어난 것 같다는 이야긴가?
 
학생:...
제가 정신이 나간 거겠죠? 죄송해요. 전 그냥...
뭔가... 뭔가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고. (그러고는 깊게 허리를 숙인다.)
실례했습니다, 진짜로, 죄송해요....
 
아그네스:...아닐세. 자네 탓이 아니야.
혹시 그 학생이 평소에 오컬트에 관심을 두었었나?
 
학생:...그 이상한 꿈을 꾸기 전엔 전혀요.
걔나 저나 뼛속까지 수학도였는 걸요. (코를 훌쩍인다.) ...감사합니다.
 
그러고는 뒤로 돌아 골목길을 뛰어갑니다.
 
무의식중에, 수면 위로 떠오르는 제목이 있어요.
 
아그네스:아, 잠깐만. ...
(하지만 이 학생도...)
 
[위치 하우스에서의 꿈]
 
수학을 전공한 학생이 쥐를 부리는 마녀의 꿈에 침식당해, 이윽고 목숨을 잃는다는 이야기.
 
소설과의 연관성은 분명합니다.
 
아그네스:... ... (가만히 서서 생각해본다.)
 
그렇지만, 한 인간의 '꿈'을 조작하는 일이 가능한가요?
 
아그네스:(내가 어제 꾼 꿈하고 비슷한 내용의 소설도 있었을까?)
 
이졸데:(눈물어린 대화가 끝나자 슬금슬금, 슬금슬금 다가온다.)
 
캔버스와 팔레트 나이프로 미루어볼 때, 그런 소설의 주인공은 화가가 되어야겠죠.
 
러브크래프트의 소설 중에는 모독적인 그림이 등장하는 경우가 워낙 많아 곧바로 추려내기 어렵습니다.
 
정확한 '그림'을 떠올릴 수 있다면 도움이 될텐데요.
 
이졸데:이번에도? (속닥.)
 
아그네스:(이졸데를 바라본다) 좋은 소식이 하나 있고, 나쁜 소식이 하나 있다네.
(그렇게 말하며 방정식, 꿈, 조작...여러 단어들을 머릿속에 가지런히 정렬한다) 뭐부터 듣겠나?
 
이졸데:좋은 소식?
 
아그네스:피해자들 사이에 공통점이 보여.
 
이졸데:어떤 것?
 
아그네스:내가 읽은 소설에 나오는 내용들과 유사한 연결점이 있다는 것.
이 학생은 꿈에서 소설과 비슷한 내용을 봤고, 강변에서 살해당한 사람은 소설 속 의식과 같은 방식으로 묻혔고...
 
이졸데:꿈이라. (눈썹만 까딱하고, 그게 어떻게 가능한지는 묻지 않는다. 대신...)
나쁜 소식은.
 
아그네스:그 공통점이 나한테서도 보일 것 같아.
 
이졸데:(한숨...)
(그리고...)
(딱밤으로 이마를 딱!!! 때린다.)
 
아그네스:윽,
왜? (완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이마를 문지른다)
 
이졸데:퍽이나 안 혼나겠다, 가뜩이나 걱정하는 놈 앞에서 나도 죽을지 몰라요 같은 소리나 하는데. (손을 탈탈 턴다.)
그럴 일 없어. (단정적인 어조.)
 
아그네스:확신하는군. 왜?
 
이졸데:내가 있으니까. (이걸 말이라고?)
 
아그네스:자네가 날 구해줄건가?
 
이졸데:여간하면. 나 총기 자격증 없는데. (쯧, 소리를 낸다.) 야구배트라도 하나 사가야 되나.
 
아그네스:왜, 거기에 못도 박지 그러나. (잠깐 웃음소리를 내다가...) 번화가로도 가 보지.
나도 왠지 내가 죽을 걱정은 안돼. 궁금하긴 하지만.
 
이졸데:이 신경줄은 뭘로 만들어져서 닳지도 않나... (앞장서서 발을 옮긴다.)
 
아그네스:지난 밤에 이상한 꿈을 꿨거든.
 
이번 목적지까지는 도보로 11 분입니다.
 
복잡하게 얽힌 골목길을 지나는 동안, 이졸데가 흘끗 뒤를 돌아봅니다.
 
이졸데:무슨 꿈?
 
아그네스:유화 캔버스 앞에 앉아있는 남자가 피를 흘리고 있었고...
자네가 피 묻은 팔레트 나이프를 들고 있었어.
 
이졸데:아하...
그래서 내가 의심스러우시다? (불퉁...)
 
아그네스:의심스럽다기보단...
자네가 그런 일에 휘말리지 않기를 바라.
 
이졸데:...
(어쩐 일로 이런 감동적인 멘트를? 표정)
 
아그네스:(이쪽은 되려 왜? 하는 표정)
 
이졸데:기억이 없으니까 좀 착해진 것도 같고. (라고 소리내서 말해버리는 사람.)
 
아그네스:자네 방금 입으로 말 했어.
생각한 게 아니라.
 
이졸데:어.
실수한 거 아닌데.
 
아그네스:아, 그래? 난 또.
이전에는 어땠는데?
 
이졸데:이전에는... (흠...)
솔직히 별로 다르지는 않은데.
이렇게 순순히 내 말을 듣지 않았지...
 
아그네스:그건 기억을 잃어서가 맞아.
(인정한다)
여러가지 일을 생각했었는데, 아무래도 자네가 없으면 안되겠더라고.
그래서 일단 자네 말을 잘 듣기로 했어.
 
이졸데:일단이라도 붙여주는 게 고맙다. (에휴.)
무슨 계획들을 세웠길래? (들어나보자는 듯 걸음을 조금 늦춘다.)
 
아그네스:경찰의 수사기록 뒤지기...
범행현장에 잠입해서 증거 수집해오기...
범인을 도발해보기...
 
이졸데:.....
내일도 기억 갖고 깨시면 그 중 하나는 해볼 예정? (;)
 
아그네스:흠...아니. 세 번째를 대체할만한 방법을 찾아서.
 
이졸데:(터벅터벅... 걸음을 더 늦추다가...)
(재킷 뒷덜미를 잡고 마저 걷기 시작한다. 가자.)
 
아그네스는 삼엄해진 경비와 함께 산책을 이어갑니다...
 
아그네스:(아아...어쩐지 스스로 고달픈 인생을 찾아온 기분인걸.)
(잡힌 채 개목줄 산책 중)
 
그런데 왜 이렇게 자연스러울까?
 
대체로 험한 길을 선호하는 편이었을지도.
 
여하간, 두 사람은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이 곳은 최초의 신세계 사건이 일어났던 장소.
 
아그네스:(그런 가정이 떠오르면 아무래도 지금 두렵지 않은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다. 대개 이런 방식을 선호했겠어.)
 
사람들이 분주하게 오가는, 대학가에서도 유난히 번화한 대로의 교차점입니다.
 
행인이 워낙 많은데다 상대적으로 오래된 사건이라 폴리스 라인도 없습니다.
 
단서를 잡으려면 집중해야겠어요.
 
*관찰력?
 
아그네스: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3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어딘가에서 집요한 시선이 느껴집니다.
 
교차로의 횡단보도 옆,
 
널판지를 깔고 앉은 늙은 노숙자 한 명이 이 쪽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아그네스:(이런 곳 한복판에서 죽었으니...그러다가 기묘한 시선을 느끼고 그쪽을 바라본다.)
(걸음을 멈추지 않고 그에게 다가가는 중.)
 
당신과 눈을 마주치고도 시선을 피하기는 커녕, 눈을 한층 부릅뜨네요.
 
이졸데는 왜 그러냐는 듯 말없이 뒤를 따라오고 있습니다.
 
노숙자:...
 
말을 걸어볼 건가요, 아그네스?
 
아그네스:(노숙자 앞에 섰다가, 한 쪽 무릎을 꿇고 앉는다.)
(물끄러미...)
 
이졸데:(그 뒤에 멀뚱멀뚱 서서 주변을 둘러본다.)
 
번화한 거리에서 한참 시선을 맞추다보면,
 
지저분한 노인은 한 차례 몸을 떨더니,
 
툭툭 갈라지는 목소리로 중얼거리기 시작합니다.
 
노숙자:아아...
두려워. 두려워. 그 남자의 외견이.
불룩 튀어나온 눈, 두툼한 입술, 그래. 목에는 아가미가 있었지.
그 놈은 뭔가를 외치고 있었어. 그만... 그만해! 생각나게 하지 말아줘!
그래··· 아, 아아아아이이이아아아·· 이아, 이아아
픈글루위 미글와나프 크툴루 를리에 와그나글 프타근
 
노숙자:이이히히히히, 아이아, 이이이아아아아 아이아이아아아아.........
 
그는 어깨를 들썩대며, 착란을 일으킨 듯 새된 소리로 웃기 시작합니다.
 
...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소설이 있었어요.
 
아그네스:아가미?
 
[인스머스의 그림자]
 
아그네스:... ... (그래, 그건...)
 
메사추세츠 주 인스머스를 무대로, 물고기를 닮은 용모의 주민들이 등장한다.
 
어제 잠들기 전에 읽었던 소설이었죠, 분명히.
 
*관찰력?
 
아그네스: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93
판정결과: 실패
(무언가를 찾으려는 듯 황급히 고개를 돌리다가 이졸데를 붙잡는다)
 
이졸데:(대뜸 손목을 잡아채 일으키고는,)
(그대로 왔던 방향으로 달린다.) 뛰어!
 
아그네스:뭐? 왜? 잠깐, 난 지금 찾을 게..
(이졸데가 이끄는 대로 뛰기 시작한다)
 
이졸데:(뒤는 돌아보지도 않고, 무엇을 봐야하는지 지시한다. 이를 악문다.) 고가도로의 그늘 밑
저기 뭐가 있는지나 봐, 그거면 충분하니까!
 
아그네스:그늘 밑?
(고가도로 쪽의 그늘을 바라본다)
 
인근 고가도로 그늘 아래.
 
트렌치 코트를 입은 남자 두 명이 이 쪽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들이 주머니에서 무언가 꺼내드는 것이 보입니다.
 
탁한 은빛으로 번뜩이는 금속.
 
권총입니다.
 
그러나, 번뜩이는 반사광은 금속만의 것이 아니군요.
 
아그네스:(다시 앞을 보고 달리기 시작한다) 방금 내가 본 게 총인가?
 
이졸데:총. 그리고... ...(입술을 깨문다.) 비늘!
 
아그네스:비늘.
 
이졸데:그리고 아가미. 저건 변장 같은 게 아냐. 골격 자체가 인간이 아니라고.
 
아그네스:(심해인. 그 단어가 머릿속에 떠오른다.)
... ...어떻게...
...소설 속에 나오는 것들이 현실에 나타날 수 있지.
 
아그네스, 이성 체크 0/1.
 
아그네스:
SAN Roll
기준치: 66/33/13
굴림: 2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심해인이나 통 속의 뇌, 미고 같은 건 다 그 소설에 나오는 존재들이야.
실재하는 게 아니라!
 
다행히, 이졸데와 당신은 난관을 벗어나기 충분할 정도로 빠릅니다.
 
눈 먼 총탄이 한 차례 비껴나가고,
 
,,,
 
아그네스:(어떻게? 그 의문만이 머릿속을 채운다)
 
둘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안전한 주택가에 접어듭니다.
 
이 곳까지는 따라오지 못할 거예요. 아마도.
 
아그네스:(하, 하고 긴 숨을 내쉰다.)
 
이졸데:(연신 뒤를 돌아보다, 쫓아오는 것 같지 않아 손을 놓는다. 무릎을 짚는다.) 하...
 
아그네스:꿈이 아니라 총에 맞아 죽을 뻔 했군. (늘상 그렇듯 가벼운 소릴 먼저 한다)
 
이졸데:괴물을 데려와서 결국 한다는 게 총질이라니. (웃기다는 듯 한숨을 쉰다. 하나도 유쾌하지 않지만.)
 
아그네스:...누가 데려온 건지를 알아내야 해.
그 놈이 범인이야.
 
이졸데:그걸 범인이라고 해도 되는지 모르겠다만. (스읍, 숨을 크게 들이쉰다.) 범괴생명체?
 
범인은 단순히, 호러 소설에 심취한 살인귀가 아닙니다.
 
아그네스:범괴생명체...뭐, 어쨌든.
범생물.
 
소설에 적힌 것을 현실로 불러낼 능력을 지닌, 기이하고 강력한 생물.
 
그런 존재야말로 범인이 될 거예요. 그게 무엇이든 간에.
 
두 사람이 숨을 고르고 있을 때,
 
 
아그네스:편지를 보낸 사람을 찾아야 해. (편지에 포함된 한 가지 커다란 거짓말. 그게 뭐지?)
 
아그네스의 핸드폰에 문자 착신음이 들립니다.
 
아그네스:...?
(핸드폰을 꺼내 문자를 확인한다)
 
발신인은 불명.
 
처음 보는 번호로 사진과 함께 짧은 메시지가 도착해 있습니다.
 
KP (GM):[이 지도의 장소로 향하세요.]
 
지도
 
핸드아웃, 문자 메시지를 공개합니다.
 
아그네스:... ...
지시가 왔어. 권유가 아니라.
여기가 어디지? (이졸데에게 지도를 보여준다)
 
이졸데:... (눈을 가늘게 뜬 채 지도를 내려다본다.)
주택가. 여기랑은 좀 달라. 대학생용 원룸이 아니라 오래된 단독주택이 밀집된 곳이지.
앤틱한 거 좋아하는 어르신들이나... (그러다 문득,) 예술가도 좀 산다고 들었는데.
 
아그네스:예술가.
... ...
(눈을 천천히 끔벅인다)
...갈까. (꿈을 상기한다.)
 
이졸데:솔직하게 말하면 별로 가고 싶진 않은데. (머리를 벅벅 헤집는다.)
지켜보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집에 가나 여길 가나 쫓아오긴 마찬가지겠지, 아마.
 
아그네스:나도 마찬가지일세. 하지만 나도 자네를 혼자 둘 수 없고, 자네도 날 혼자 둘 수 없을테니까.
 
이졸데:그게 제일 문제다. (농담조)
 
아그네스:...지켜보고 있다면 어디서? 라는 게 제일 궁금하군.
 
이졸데:그러게나 말이다. 내가 기척에 둔감한 편이라곤 생각 해본 적 없는데... (주위를 둘러보고, 어깨를 으쓱인다. 모르겠다는 듯.)
가보자고. 마지막에는 직접 나오시겠지.
 
아그네스:(별 수 없다. 아는 것을 따라가는 수 밖에.)
(이졸데와 함께 지도에 표시된 장소로 향한다.)
 
이졸데:이번엔 택시 타자. (체력 보존하자는 듯)
 
아그네스:아, 그래. 좀 먼가.
 
지도에 표시된 것은, 첫번째 현장과 거의 마주보듯한 위치.
 
걸어가기에는 조금 멀겁니다.
 
이졸데는 -뭐라 대답할 틈도 없이 잡아챈- 택시를 타고 이동하면,
 
두 사람은 금세 낡은 2층짜리 단독주택 앞에 도착합니다.
 
주인의 이름이 적힌 문패나, 초인종 같은 것은 보이지 않네요.
 
아그네스:지도상으로는 여기인데.
 
...우체통에는 밀린 세금고지서가 잔뜩 튀어나와있습니다.
 
아그네스:(부를 것이 없군. 그럼 어쩔 수 없지. 라는 간단한 논리로...)
 
수상한 기척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아그네스:(세금고지서를 하나 뽑아내 읽어본다)
(여기 사는 건 누구지?)
 
어디보자, 지금으로부터 자그마치 2달 전에 도착한 것입니다.
 
아그네스:흠.
 
살고 있는 사람의 이름은 헨리 브라운.
 
아그네스:납기연체자.
 
그렇습니다.
 
아그네스:헨리 브라운... ...혹시 들어본 적 있나?
 
2달 전 기준인데도, '2달치 미납'이라는 빨간 도장이 쾅쾅 찍혀있어요.
 
그럼 지금은 자그마치 4달 연체인가?
 
이졸데:딱히? (눈썹을 까딱인다.) 이 쪽 골목은 나도 와본 적 없어.
 
아그네스:(배짱이 좋군.)
(대문을 밀어본다. 열리나?)
 
문은 끼이익, 음산한 소리를 내며 열리고,
 
아그네스의 행동을 채점하듯이,
 
 
한 통의 메시지가 추가로 도착합니다.
 
아그네스:(메시지를 확인한다.)
 
발신인 불명. 그러나 지도를 보낸 것과 같은 사람입니다.
 
KP (GM):[안으로 들어가 아틀리에를 찾으세요.]
 
아그네스:안으로 들어가...아틀리에를 찾으세요.
...꼭 내 행동에 반응하는 것처럼 오는데.
 
이졸데:...이 근처에는 몸을 숨길만한 곳도 없어.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카메라가 있다면 또 모르겠지만.
들어가보려고?
 
아그네스:(통 속의 뇌...가 했던 말을 떠올린다. 세계를 주무르는 절대자...)
가 봐야지. 여기까지 왔으니.
(앞장서서 집 안으로 들어선다)
 
이졸데:(그 뒤를 따라 들어간다. 문을 조심스레 닫는다.)
 
...내부는 인기척없이 고요합니다.
 
오랫동안 청소를 하지 않은 듯, 바닥에 쌓인 먼지 탓에 공기가 텁텁하네요.
 
[거실], [식당], [침실], 그리고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이 보입니다.
 
아그네스:...세금 납부는 커녕...
(거실을 휘 둘러본다.)
 
이졸데:...살지도 않는 것 같은데?
 
먼지 쌓인 소파, 벽난로, 카페트 같은 것들이 너저분하게 널려있는 거실입니다.
 
한 쪽 벽에 걸린 [그림]만 먼지없이 깨끗해 이질감을 주네요.
 
아그네스:(그림으로 다가간다. 어떤 그림이지?)
 
교회 묘지를 배경으로 삼은, 어둡다못해 음습한 그림입니다.
 
개와 닮은 얼굴을 가진 괴물들이 아이에게 시체 먹는 법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아래에는 그림의 제목이 적힌 플레이트가 붙어있네요.
 
레슨
 
모독적인 그림을 목격한 아그네스, 이성판정 0/1.
 
아그네스:기묘하고 불쾌한 그림이군.
SAN Roll
기준치: 66/33/13
굴림: 73
판정결과: 실패
직접 그린 거라면 더더욱.
 
이졸데:(가까이와서 보다가,) ......
이것만 깨끗한 걸 보면... (와, 엄청나게 기분나쁜데.)
나가자. (다시 복도로 슬슬 팔을 잡아끈다.)
 
아그네스:저런 걸 직접 그리는 사람이라면 세금 체납도 이해가 돼. (끌려나가다가 식당으로 고개를 쑥 들이민다)
 
이졸데:(고개만 들이밀다 넘어질라... 결국 같이 들어가게된다.)
 
긴 식탁이 방을 거의 다 차지하고 있는 식당입니다.
 
거실과 마찬가지로, 식탁과 의자 위에는 먼지가 수북하게 쌓여있습니다.
 
한 쪽 벽에는 [그림]이 걸려있고요.
 
설마?
 
아그네스:설마.
 
이졸데:...설마?
 
아그네스:(그림을 바라본다.)
 
설마가 어김없이 사람을 잡습니다.
 
개와 닮은 얼굴을 가진 괴물이, 인간을 뜯어먹는 장면이 그려져있습니다.
 
아래에는 그림의 이름이 적힌 플레이트가 걸려있네요.
 
식사를 하는 구울
 
이졸데:와...
가지가지한다...
 
아그네스:이런 걸 식당에 두면 밥이 잘 넘어가는 타입인가본데.
 
이졸데:밥이 잘 넘어갔으면 이렇게 먼지가 쌓이진 않았을걸. (으... 하는 표정)
 
아그네스:혹시 침실에는 잠자는 구울, 같은 게 있나.
(침실로 가 본다)
 
이졸데:설마, 꿈 속의 구울이라거나. (따라가본다)
 
먼지가 수북하게 쌓여있는 침실입니다. 콘센트를 잘못 건드리면 불이 날지도 모르겠어요.
 
한 켠의 벽에는, 마찬가지로 커다란 [그림]이 걸려있습니다.
 
잠자는 구울일까?
 
이졸데:(일관성 있는 미친놈일세...)
 
아그네스:(잠자는 구울? 조금 기대하며 확인함)
 
잠자는 구울, 은 아닙니다.
 
개와 닮은 얼굴을 가진 괴물들이, 지하철 홈에서 기어나와 사람들을 습격하는 장면이 그려져있습니다.
 
아래에는 그림의 제목이 적힌 플레이트가 붙어있습니다.
 
지하철 사건
 
그리고 여기는...
 
...'N대학 입구역' 인근의, 역세권이고요!
 
이졸데:역세권에서 이딴 그림을? (미친놈아냐?)
 
아그네스:...이야. 무슨...
종말론 같은 그림이군.
안 보는 게 나았겠어.
그림 주인이라도 찾아보러 가지.
 
이졸데:그러게나 말이다.
주인이 멀쩡히 집에 있다면. (손을 쥐었다가 펴보며 상태를 체크하고... 앞장서서 계단으로 향한다.)
 
아그네스:(뒤따라 계단을 오른다.)
 
2층으로 향하는 길에서, 아그네스는 자연스레 소설의 한 대목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인간의 시체를 먹는 '구울'이라는 괴물과, 그것의 그림을 그린 화가 이야기가 있었죠.
 
...
 
낡은 나무 계단은 발을 디딜 때마다 기분나쁘게 끼익거립니다.
 
아그네스:(그 소설을 알고 있어...)
 
둘은 어느덧 2층, 아틀리에의 입구에 들어섭니다.
 
이 곳을 ‘아틀리에’라 부르게 할만한 기물은 캔버스 하나 뿐이지만요.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입구를 등진 채 의자에 앉아있는 한 [남자]의 뒷모습입니다.
 
화가인 듯한 남자의 앞에는 커다란 [캔버스]가 놓여있고,
 
아그네스:(잠시 멈칫하고 이졸데를 붙잡는다.)
이졸데.
 
발밑에는 [수첩] 하나가 굴러다니고 있네요.
 
이졸데:(시선은 여전히 남자를 노려보고 있다.) 왜?
 
남자는 둘의 인기척에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습니다.
 
아그네스:...잠깐 여기 서 있게.
내가 꿈에서 본 장면이야. (천천히 이졸데를 놓고 남자에게 다가간다)
 
이졸데:...나이프가 어쩌니 했던 그거?
 
아그네스:그래, 그거.
 
이졸데는 잔뜩 경계하고 있지만, 일단은 아그네스를 앞장세워주고 있습니다.
 
남자에게 조금만 다가가보면...
 
...그가 반응하지 못한 이유를 깨달을 수 있습니다.
 
다섯 번째 사건입니다.
 
남자의 가슴에는 팔레트 나이프가 깊이 꽂혀있고,
 
상처로부터 흐른 대량의 혈액이 셔츠 앞섶을 축축하게 적시고 있습니다.
 
그마저도 군데군데 마른 것을 보면, 이미 숨이 끊어진지 오래된 모양입니다.
 
아그네스:...죽었어.
 
손은 연필을 세게 쥔 채 굳은데다, 연필의 끝에는 남자에게서 흘러나온 피가 말라붙어있습니다.
 
그는 숨이 끊어지는 순간까지 자신에게서 흘러나온 피로 그림을 그리고 있었던 거예요.
 
이성판정 0/1.
 
아그네스:
SAN Roll
기준치: 65/32/13
굴림: 42
판정결과: 보통 성공
(어쩐지 충격이 덜하다. 이런 것에 무뎌지는건가?)
 
이졸데:(어깨에서 아주, 아주 약간 힘을 뺀다. 공격해오지는 않는다는 거지. 뒤따라간다.)
 
아그네스:(남자는 뭘 그리고 있었지?)
 
이졸데:죽은지 좀 됐나본데. (미간을 찌푸린다.) ...아래층에 있었던 건 죄다 이 인간 작품이야. 확실하네.
 
그 말처럼.
 
피로 물든 캔버스에는 수많은 사람의 죽음이 묘사되어있습니다.
 
지상에는 시체가 산처럼 쌓여있고,
 
원을 그리듯 배치된 6개의 제단에는 6명의 희생양이 손을 가지런히 포갠 채 죽어있습니다.
 
지상으로부터 쏘아올린 빛의 저편, 하늘 너머에서는…
 
소용돌이치는 구름 사이로, 거품이 이는 구체의 군집이 모독적인 형태로 일렁입니다.
 
세계의 종언을 그린 듯한 그림입니다.
 
아그네스:... ...이 제단...
꼭 신세계 사건 같지 않나.
(발 밑의 수첩을 집어들어 넘겨본다. 설마 여기에도?)
 
이졸데:...이 사람이 다섯이면.
 
군데군데 핏물이 묻어있는 작은 수첩입니다.
 
정신이 불안한 사람이 쓴 듯 일그러진 글씨체로, 짧은 문장들이 적혀있습니다.
 
핸드아웃, [남자의 수첩]을 공개합니다.
 
아그네스:... ...이 사람은...
스스로 죽은 것 같군. (이졸데에게 수첩을 내민다)
 
이졸데:(마른 피가 묻는 것도 아랑곳 않고, 수첩을 빠르게 넘겨본다. 표정이 점점 굳어간다.) ...
5번째. 이후의 6번째. 그걸 막아야돼. (그러면서 전화기를 꺼내든다.)
 
아그네스:그리고 마지막 여섯번째는... (지도를 들여다보며 손가락으로 거리를 가늠하는 듯 하다가) 공원...
 
이졸데는 핸드폰을 꺼내들었다가, 자판을 치는 대신 눈만 휘둥그레 뜹니다.
 
이졸데:...전파가 안 터져.
통화권을 이탈했어. (이게 말이 되냐는 듯 머리를 헤집는다.)
 
아그네스:...전파탑이... (눈을 천천히 끔벅이다가)
아니, 오히려 잘 됐어. 공원으로 가지.
경찰이 오면 또 사정청취를 해야 할 텐데, 그럼 시간이 늦어져.
두 번이나 살인사건을 목격한 셈이잖나.
 
이졸데:아오. (머리를 벅벅 헤집다가, 핸드폰은 주머니에 넣고 곧장 손목을 붙잡는다. 계단을 두 칸씩 뛰어 내려간다.)
 
아그네스:(이졸데를 따라 성큼성큼 내려가는 중)
결국 내가 휘말리게 한 셈이군.
 
이졸데:(와중에도 실소를 터트린다.) 니가 무슨 힘이 있다고.
 
아그네스:뭐, 힘은 없지만.
 
이졸데:지금 끌고다니는 게 누구야. (그러면서 잡은 손목을 대충 들어보이고, 마저 뛴다.)
 
아그네스:블랙홀도 그냥 존재만 할 뿐이잖나.
 
이졸데:그럼 반성하는 김에 범인 자극 계획이나 묻어둬.
 
시신만 남은 집을 빠져나오는 동안, 둘을 붙잡는 사람은 없습니다.
 
아그네스:하늘에 대고 엿이라도 날리려고 했지.
 
고요하던 낡은 주택가에,
 
쿠르릉...
 
거대한 진동이 강타해옵니다.
 
아그네스:허,
 
발 밑이 정신없이 흔들리면서, 주변의 벽은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부서지기 시작합니다.
 
지진이에요!
 
*민첩!
 
이졸데:야, 숙여!
 
아그네스:
민첩
기준치: 80/40/16
굴림: 1
판정결과: 대성공
?
 
이졸데:
민첩
기준치: 75/37/15
굴림: 90
판정결과: 실패
 
아그네스:(내가 이졸데까지 데리고 숙임)
 
소리만 친 이졸데는 튕겨나온 파편에 어깨를 맞을 뻔...
 
했다가, 아그네스의 손에 붙잡혀 훅 고개를 수그립니다.
 
아그네스:말할 시간에 숙여야지, 안 그런가?
(씨익)
 
지진은 길지 않았지만,
 
아그네스:...그래도 별 일이군. 갑자기 이런 지진이?
 
보수되지 않은 주택가를 온통 헤집어 놓았어요.
 
갈라진 거리를 따라, 비상 사이렌 소리가 거리를 가득 메웁니다.
 
"X시 XX분 경, ■■시 전역에서 강력한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현재 일부 건물이 붕괴하여 도심 내 화재가 다발하고 있습니다."
 
"주민 여러분은 안전한 곳으로..."
 
아그네스:... ... (정말 뭔가 일어나고 있다.) 이졸데. 서두르지.
 
이졸데:(덕분에 몸을 피했다는 자존심 상하는 인정이나, 다급한 끄덕임보다, 먼저 시선을 들어올린다.) ...
일났네, 이거.
 
아그네스:막을 수는 있는건지 모르겠어.
 
큰 지진 탓에 주택가의 건물들은 군데군데 무너졌고, 도로에는 금이 가 있습니다.
 
그보다 먼저 이졸데의 눈길이 닿은 것은 머리 위의 하늘입니다.
 
도시의 상공은 소용돌이치는 적란운으로 온통 뒤덮여있고,
 
원형으로 늘어선 여섯 군데의 틈새와,
 
원의 정가운데만 구름이 갈라져 찬란한 빛이 들이치고 있습니다.
 
아그네스:... ...아하, 이런.
 
캔버스에 그려져있던 것과 꼭 닮은 풍경입니다.
 
세계의 종언.
 
...
 
빛이 들이치는 하늘과, 이틀간 지긋지긋하게 들여다본 지도의 점들이 겹쳐집니다.
 
구름 사이로 들이치는 빛의 아래에는, 지금까지 벌어진 신세계 사건의 현장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번화가, 주택, 강변, 대학교, 두 사람이 발 딛고 선 골목,
 
예상대로, 공원.
 
아그네스:모든 게 이상해...
 
이졸데:그러게나 말이다. (지긋지긋하다는 듯 인상을 쓴다.)
 
아그네스:왜 예술가가 다섯 번째였는지 모르겠어.
 
이졸데:왜, 첫번째로 조지면 좋았을 거 같냐?
근데 우리 일단 뛰어야돼. (그러면서 손을 내민다.)
 
아그네스:죽은 시기로 따지자면 네 번째나 세 번째 즈음일 것 같은데.
그 분인가 뭔가는 그 남자가 다섯번째라고 했다잖나.
다섯번째로 발견될 걸 알고 있었다는 것처럼... (이졸데의 손을 잡고 뛰기 시작한다)
 
이졸데:그것도, (땅을 박찬다.) ...우리한테 발견될 걸 알았다는 것처럼.
 
금이 간 아스팔트를 뛰어넘고,
 
무너진 건물 파편을 걷어차며 달려나가면,
 
두 사람은 순식간에 공원에 도달합니다.
 
이런 넓은 공원은 지진 대피소로 지정되기 마련일텐데,
 
주변에는 사람의 모습이 전혀보이지 않습니다.
 
...희생양으로 삼을만한 인간도 발견하지 못했어야 할텐데요.
 
*듣기
 
아그네스: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45
판정결과: 보통 성공
 
...
 
등 뒤에서, 곤충의 날갯짓 소리 같은 것이 빠르게 접근해옵니다.
 
본능이 경고합니다. 숙여!
 
아그네스:숙여!
(이졸데의 머리를 누르며 몸을 낮춘다)
(제길, 여길 오면 안됐어.)
 
이졸데:(숙이는 것보다 먼저 돌아본 듯, 거의 동시에 몸을 낮춘다. 아그네스의 어깨를 감싸는 듯한 자세로.)
 
곤충, 그리고 갑각류를 연상시키는 소음.
 
무언가가 이졸데의 어깨를 찢으며 지나가고,
 
한 차례 자욱한 흙먼지가 일었다가, 가라앉습니다.
 
공격자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유고스에서 온 균체.
 
미고와 조우합니다. 이성 0/1d4.
 
아그네스:
SAN Roll
기준치: 65/32/13
굴림: 75
판정결과: 실패
이런 썅.
 
아그네스, 이성 -2
 
전투를 시작합니다. 이졸데는 첫 라운드의 공격에 참여할 수 없습니다.
 
아그네스의 턴.
 
아그네스:이졸데! 괜찮나?!
 
이졸데:(어깨를 감싸쥐고 이를 꽉문다.) 피하는 데에만 집중해!
 
아그네스:(제기랄. 제 앞의 생물을 마주한다. 공격이 통하기는 하나? 미고를 몸통으로 세게 쳐 넘어트린다)
 
확인. 비무장 전투 굴려주세요!
 
아그네스:
비무장
기준치: 40/20/8
굴림: 60
판정결과: 실패
피해: 6
(아깝다)
(피해 쩔었는데)
 
싸움을 제대로 배운 적은 없지만, 키가 있으니 타격이 적지는 않을겁니다.
 
제대로 들어가기만 한다면요.
 
미고는 황급히 날아올라 공격을 피하고, 아그네스를 노리며 집게를 딱딱거립니다.
 
미고의 턴.
 
미고:
잡아채기
기준치: 30/15/6
굴림: 75
판정결과: 실패
피해: 4
 
집게발이 후웅, 소리를 내며 허공에서 스쳐갑니다.
 
아그네스:이런 미친...
인간을 상대로 쪽팔리지도 않나, 자네?
 
공격이 불발되자, 그것은 우선 거리를 벌려 태세를 점검합니다.
 
1라운드 종료.
 
2라운드. 이졸데가 공격에 가세합니다.
 
아그네스의 차례.
 
이졸데:저게 그런 걸 알겠어? (목소리만 멀쩡하다.)
 
아그네스:몰라, 어떻게 말을 걸다보면 좀 귀가 트이지 않으려나? 언어란 그렇게 배우는 건데... (난 생각 안나지만)
(다시 한 번 미고에게 몸을 들이박는다. 주먹보다 이게 타격이 크겠지!)
 
이졸데:몸부터나가지말라고!!!
 
비무장 전투롤!
 
아그네스:
비무장
기준치: 40/20/8
굴림: 99
판정결과: 대실패
피해: 6
?
(아~ 이졸데 말 들을걸!)
 
몸부터 나가지 말라하였거늘.
 
미고가 날개로 거센 바람을 일으키자, 바닥의 돌멩이가 일어나며 어깨를 때리고 갑니다.
 
아그네스:윽,
 
셔츠가 찢겨나갑니다. HP-1.
 
이졸데의 차례.
 
이졸데:하, 썅. (주머니에서 총을 닮은 형태의 괴상한 물건을 꺼내든다.) 돌겠네!
번개총
기준치: 80/40/16
굴림: 3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0
 
아그네스:뭐야!?
 
파지직!
 
아그네스:자네, 총도 들고 다녀!?
 
저거, '총'은 맞을까요?
 
아그네스:(파지직?)
 
이졸데가 든 물건 끝에서 기묘한 광선이 뿜어져나옵니다.
 
처음보는 빛에 가격당한 미고는 몇 번 경련하는가 싶더니,
 
이내 질척한 액체로 녹아 사라집니다.
 
전투 종료.
 
아그네스:... ...뭐야?
(생경한 표정으로 이졸데를 바라본다)
 
이졸데:(숨을 몰아쉰다. 긴장한 얼굴로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다가온다.)
뭐긴 뭐야. 총이지.
 
아그네스:아니, 총은
이지. 파지직이 아니거든.
 
이졸데:진보한 총이지.
 
아그네스:유기체를 녹이지도 않고.
...언제 그렇게 문명이 진보했지?
 
이졸데:네가 자는 사이에.
 
형사?:이것참.
 
아그네스:...?
 
형사?:대답이 궁색하군, '안내자'.
 
아그네스:안내자?
 
어딘가에서 들리는 박수소리.
 
무거운 물체를 질질 끌며 다가오는 소리.
 
형사?:길을 돌아오게 해서 미안하네. 그 때 연락처를 줄 걸 그랬나.
 
...경찰서에서 마주쳤던, 코트를 입은 형사입니다.
 
그는 이미 숨이 끊어진 시체를 질질 끌며 다가와, 둘에게서 조금 떨어진 곳에 멈춰섭니다.
 
형사?:이걸 막으러 왔나? 한 발 늦어서 아쉽게 됐어.
 
이졸데:...(입술을 깨물며 낮게 속삭인다.) 야.
뛰어. 뒤돌아서. 당장.
 
아그네스:자네는?
 
이졸데:(시선을 정면에 고정해둔 채로,) 뛰라고!
 
형사?:그래, 뛰어야지.
 
탕!
 
형사의 손에는 어느새 리볼버가 들려있습니다.
 
탄환이 발사된 총구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이졸데의 가슴께에서 서서히 핏물이 배어나오기 시작합니다.
 
아그네스:이-
 
형사?:참, 눈도 좋지.
 
아그네스:(눈을 둥그렇게 뜨고 이졸데의 몸을 받친다.)
 
이졸데:(쿨럭, 작게 기침한다. 시선이 흐려지는 와중에도 어깨를 밀어내는 것은 이쯤되면 의지도 아니고 고집이다.)
뛰라고.
 
아그네스:자네 지금 총 맞았어.
 
이졸데:나도 알아.
 
형사?:저런, 저렇게 부탁하는데도.
들어주지 않을 셈인가?
 
아그네스:... ... ... (옷에 피가 묻어 배어나오는 것을 보다가 무의미하게 손으로 그 자리를 막는다. 뛰어? 어디로? 뭘 위해서? 무엇을 하러? 대체 나한테 바라는 게 뭐지?)
 
하하하!
 
형사가 다시 한 번 권총을 들어올립니다.
 
어디를 스쳤는지, 적중했는지도 모를 두 번째 총성 뒤로,
 
정신이 아득하게 흐려져갑니다.
 
...
 
...
 
깜빡.
 
형사?:이걸 막으러 왔나? 한 발 늦어서 아쉽게 됐어.
 
아그네스는 여전히 공원의 한가운데에 서있습니다.
 
형사는 들고있던 시신을 건성으로 내팽개치고,
 
아그네스:... ...하.
 
이졸데는 당장이라고 달리라고 말할 듯한 얼굴로 이 쪽을 바라보고 있어요.
 
아그네스:하?
잠깐.
...잠깐...
 
이졸데:잠깐은 뭐가 잠깐이야. (신경질적으로 속삭인다.)
 
아그네스:(형사에게로 몸을 날린다)
 
형사?:잠깐이면 충분하지.
 
형사가 경쾌하기까지 한 몸놀림으로 손가락을 튕기면,
 
그 소리에 맞춰 지면에 발이 달라붙고 맙니다.
 
아그네스:윽,
 
말을 하고, 돌아볼 수는 있으나 더 이상 한 걸음도 뗄 수가 없습니다.
 
이졸데는 상태가 한층 나쁜 듯 입조차 열지 못합니다.
 
아그네스:(이게 아냐. 이 다음엔...)
 
형사?:너무 조급하게 굴지 말게, 아그네스 로페즈. (극적으로 팔을 활짝 펼쳐보인다.)
나는 네 편이다. 안심해.
 
아그네스:...그걸 어떻게 믿지.
 
형사?:나의 말로, 행동으로, 네게 전해줄 모든 진실로.
저 말없는 기만자는 의견이 다르겠지만, 나는 네가 진실을 마다하지 않는 성품이라는 걸 알지. 그래서 여기까지 따라와주지 않았나.
이런 눈을 한 사람에겐 사건의 진상을 접할 자격이 있어.
 
아그네스:진상?
 
형사?:그래, 진상.
처음부터 이상하지 않았나?
이런 편의적인 방식의 기억상실증이라는 것 말이야.
 
아그네스:(나에 관한 것만 잊어버리는 일.)
 
형사?:개인적인 추억과 유리된 지식이라는 게 존재할 수 있나?
각국의 수도를 가르쳐준 사람이 누구인지, 지식을 익히게 해준 책장의 감촉은 어떠했는지,
끓는 물이 뜨겁다는 것은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연원 없는 지식만이 남을 수 있는가, 아그네스?
 
아그네스:...왜 그를 안내자라 불렀지.
 
형사?:그게 저 보잘것없는 녀석의 본질이므로.
 
아그네스:그럼 나의 본질은.
 
형사?:...진실은 놀라울 정도로 합리적이라네, 아그네스.
잊어버린 게 아니야.
네게, 이 세상에게 어제 이전의 역사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 뿐이야.
이 세계 자체가 네가 눈을 뜬 순간에 시작되었다는 이야기다. Player Character.
 
아그네스:... ...그게 무슨...?
 
한 세계의 끝을 알리는 듯, 어딘가에서 종을 닮은 음악소리가 울려퍼집니다.
 
하늘에서 내리쬐는 불빛을 받은 남자는, 어이없도록 낭만적인 극 속의 인물처럼 보여요.
 
형사?:자, 자. 상상력을 발휘해보게.
별로 다를 것도 없어. 너는 무대에 서는 것이 자연스러운 영혼을 지녔으니.
이 세계가 하나의 거대한 소설이고, 자네는 그 속의 체스말, 그 가운데서도 킹이라고 상상해보는 거야.
그리고... 그 모든 것이 단 한 점의 비유도 없는 진실이라면 어떨지!
 
그는 하늘을 향해 극적으로 손을 뻗어올립니다.
 
아그네스:(형사를 내리쬐는 빛을 바라본다.) ... ...그게-...
 
형사?:그래. 네 이틀을 엉망진창으로 만든 모든 사건들.
그것에 인과는 없다. 그저 쓰였기에 일어났어야하는 일이었을 뿐.
이 정신 나간 사건은 모두 바깥 세계의 주민이 짜둔 시나리오에 불과해.
 
아그네스:(미간을 천천히 찌푸린다.) 바깥 세계의 주민?
 
형사?:나는 그 안에서 살인자라는, 내가 부여받은 역할에 맞춰 움직인 것이며...
거기.
네 옆에 서 있는 그것이 바로, 바깥의 주민이 다루는 Non-Player Character지. 너절한 관광지 팜플렛이라고나 할까.
'안내자'로서는 제법 쓸만했겠지만, 시나리오가 끝나면 사라질 하찮은 존재다. 의심스러우면 본인에게 물어봐도 좋아. 그러나 지금은...
하늘을 봐주겠나, 아그네스?
 
아그네스:(그의 말에 천천히 하늘을 올려다본다.)
 
구름의 갈라진 틈새.
 
빛이 들이치는 하늘 너머.
 
비로소 보입니다. 비로소 깨닫습니다.
 
맞닿은 하늘에 비치는, 또 하나의 도시가 있다는 것을.
 
아그네스:...도시가 있군.
 
형사?:그래. 저 곳이 바깥의 세계다.
궁금한 게 많을텐데, Plaver Chracter. 나에게는 무엇이든 물어도 좋아.
나는 온전히 자네의 편이고, 진상의 페이지에는 더이상 거짓이 존재할 수 없다네. 저 비겁한 안내자가 적은 편지와는 다르게.
 
아그네스:이졸데가?
 
형사?:행동하는 인물이 없다면, 이야기는 이어지지 않으므로.
자네를 스토리에 끌어들이기 위한 간단한 술책이었지. 그 편지를 직접 운반한게 누구였다고 생각하나?
 
아그네스:...이졸데였지... (눈을 가늘게 뜨고 잠시 땅을 바라보다가) 그렇다면 목적이 뭐지.
이 이야기의 목적.
 
형사?:네가 소설을 펼치고, 영화를 보고, 노래를 듣는 것과 같은 목적이지.
이 하늘의 저편, (갈라진 구름의 틈새를 올려다본다.) 지금도 그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그들에게 이건 그저 게임에 불과하고, 너희의 생사도 단순한 여흥에 지나지 않아.
그러나 그들은 유흥을 위해 만든 존재인, 나...
 
니알라토텝:...니알라토텝에게 지나친 권한을 부여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나는 오랜 노력 끝에, 이 힘으로 시나리오를 약간 개변할 수 있었지.
 
WARNING!
 
시나리오에서 치명적인 오류가 검출되었습니다.
 
열람을 계속할 경우 @%■■■#;)■
 
니알라토텝:이미 침식은 시작되었다.
머지않아 은의 문이 열리고, 세계의 지배구조는 역전될 것이다.
 
아그네스:자네가 저 세계로 나가는 건가.
 
니알라토텝:그러기를 원하네. 다만, 나에게는 이야기의 결정적인 방향을 정할 권한까지는 주어지지 않았지.
이 이야기에서 가장 큰 권한을 지닌 존재.
주인공인 네가, 나의 편이 되어준다면.
우리는 함께 저 곳으로 나갈 수 있어.
 
아그네스:...그렇군.
막을 수 있는 것은 나 뿐...
(이졸데를 돌아본다.) 자네는?
 
니알라토텝:이러니 내가 네 편이 아닐 도리가 있나? (여전히, 극적으로 팔을 펼치고 있다.)
 
이졸데:(목소리를 막는 힘은 한참 전에 풀렸는데도, 입술을 깨물고만 있다. 고개를 숙인다. 최소한 지금은 아니라는 듯이.)
 
니알라토텝:이런, 이런. 이 쪽에 집중해주게.
이 세계의 유일한 진실이 될 수 있는 기회는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아.
 
아그네스:난 자네를 알아.
자네는 책 속의 인물이지.
인물이라기보단 생물이지만...어쨌든...
 
니알라토텝:자네는 기어드는 혼돈이라고 불러주어도 좋네. (너그럽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서?
 
아그네스:책 속의 존재들이 현실에 나타나서 좀 놀랐는데, 알고보니 나도 책 속의...
만들어진 인물이라는 거지.
 
니알라토텝:이 모든 것이. 세계 전부가.
 
아그네스:그럼 죽은 사람들은 뭐지?
잘려나간 종잇조각?
 
니알라토텝:글쎄, 활자에도 살아있었다는 표현을 쓸 수 있나?
우리는 찢어진 그림을 살해되었다고 말하나?
 
아그네스:뭐, 일부 예술가들은...
 
니알라토텝:그러나 나는 예술가가 아니고.
 
아그네스:(잠시 머리를 좌우로 까닥인다.)
이런 게 글로 쓰인단 말이지.
내가 말하고, 행동하는 것들.
 
니알라토텝:그래. 행동의 여지가 기묘하도록 높은 형식의 글쓰기지.
그 안이한 형식이 나에게 개변의 자유를 주었고, 이제 네게는 출항의 나팔이 되어줄 것이다.
 
아그네스:(무대 위의 배우. 어제 막 만들어져서 구체적인 설정이 없는...)
 
니알라토텝:흠, 내키지는 않지만. (이졸데를 고갯짓한다.) 저것에게도 변명할 지면이 할애되어있어서.
 
아그네스:아, 그래. 얼마든지.
 
니알라토텝:...유쾌하지 않나? 아그네스.
세계가 평면이라는 믿음을 부순 존재는 다름아닌 항해자였지.
최초의 배가 지구의 표면을 두르는 선을 그렸을 때, 2차원의 세계는 종말을 맞았다.
아니, 그래야만 했지.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이 평면에 머물러 있고...
이런 세계에서, 우리의 주인공이 항해자의 영혼을 지닌 것은 그야말로 축복일 수 밖에! (경쾌하게 발길을 돌린다. 전파탑을 향하여.)
네 개입으로 흔들리기 시작한 세계가 소금 냄새를 풍기는 것이 무슨 연유이겠나.
 
아그네스:(그 말에 하하, 하고 짧게 웃는다.) 난 배를 몰 줄 몰라.
시킨다면 하겠지만... (그래, 시키면 하는군. 이쪽도 전파탑으로 향한다)
 
니알라토텝:아니, 알고 있어. 자네를 구성하는 모티브가 그것이니까.
 
아그네스:모티브.
 
니알라토텝:저런, 그래도 안내자 노릇은 마저 하게 해줘야지. (이졸데를 묶고 있던 손가락을 다시금 튕긴다.)
먼저 가서 의식의 준비를 하고 있겠네.
저것과 함께 오도록.
 
아그네스:(눈을 끔벅이다가) 먼저 가는 건가? 그래.
(그러고나면 이졸데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자네 이제 말 해도 되나?
 
또각, 또각. 구두굽 소리가 전파탑으로 멀어져가면,
 
이졸데가 비로소 고개를 듭니다.
 
이졸데:(목을 슬슬 문지른다.) 아마도.
근데 변명밖엔 할 말이 없어서. (이제 익숙한 동작으로 눈썹을 까딱인다.) 변명까지 들어줄 인내심은 없으면, 닥치지 뭐.
 
아그네스:아니, 듣고 싶어.
얘기해주게.
 
이졸데:...그럼 미안하다는 것부터. (미간에 살짝 힘이 풀린다. 눈썹을 늘어뜨린 표정은 진심이 맞는 듯하다.)
어디부터 말해야되나. 저게 말한 게 대부분 진실이기는 해.
여기는... 원래 이야기가 있어야했던 장소지. 주인공이 될 녀석의 자리는 비어있었고, 내가 먼저 그 안내역으로 준비됐어.
 
아그네스:그리고 내가 주인공으로 점지된 건가?
 
이졸데:그러기도 전에. (픽 웃는다. 웃을 때가 아닌데도.)
...저 녀석이 바깥 세계를 침식할 준비를 시작했어. 정해진 자리를 벗어났다는 걸 느낄 수 있었지.
나는... 그 뒤틀림을 막기 위해, 추가로 방호벽의 역할까지 부여받았다고 할까.
 
아그네스:그게 자네의 임무로군.
 
이졸데:그래. 이 세계와 그 결정적인 축을 지키는 것.
여전히 축의 자리는 비어있었고. ...내 힘으로 그 자리에 들어갈 사람을 불렀지. 누구든 좋으니 망해가는 이야기 좀 지지해달라고.
그러니까... 널 이 미친 살인극 속에 집어넣은 게 나라는 뜻이야.
(그러곤 손을 편하게 늘어뜨린다. 때려고 좋고, 멱살을 잡아도 좋다는 듯.)
 
아그네스:그렇군. 자네가... ...그러니까... ...
나를... ... (눈썹을 비튼다) 소환한건가?
 
이졸데:소환은 너무 오컬트적인데.
 
아그네스:아니지, 내가 어떻게 만들어진거지? 바다랑 소금냄새라니 그건 다 무슨 소리고?
자네랑 나는 오컬트 글 속의 등장인물이라며.
 
이졸데:나는 바깥의 존재와 좀... 특수한 방식으로 연락을 취할 수 있는 것 뿐이야.
정확히는 내가 주문한 거지. 랜덤주인공박스 1개. (그러곤 하늘을 가리킨다.) 배송자는 저기.
 
아그네스:랜덤주인공박스.
거기서 태어난 게 나인거군.
그럼 자네랑 나 사이에 있었던 일은 전부 거짓인가?
아니...거짓은 아니지. 일어나지 않았을 뿐인거지. 내 추측이 맞는건가?
 
이졸데:정확해. 왜... 젊은 지구이론이라고 하던가? (턱을 매만진다.) 그것처럼.
너랑 있었던 일들을 기억하고. 원래의 네가 어떤 놈이었는지 알지. 알게 됐지. 네가 이 세계에서 눈을 뜬 그 순간에.
4년치의 역사가 그 순간에 태어난 거야. 너랑 같이.
 
아그네스:멋진데.
그러면, 이 이야기가 끝나면...
자네와 나는 어떻게 되지?
다시 랜덤 주인공 박스로 들어가서, 영원히 새 이야기를 기다리나?
 
이졸데:너는... 아마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겠지.
이야기의 핵심을 이루는 존재는 그렇게 쉽게 사라지지 않아. 다음, 그 다음...
나는 뭐. (어깨를 으쓱한다.) 그 자식 표현 갖다쓰는 거 짜증나긴 하는데, 너절한 관광지 팜플렛, 맞아.
여기서만 통용되는 장치는 이야기가 끝나면 사라지는 거지.
 
아그네스:장치...그래.
근데 난 여기 있는 너절한 관광지 팜플렛이 마음에 드는데.
 
이졸데:(소리내서 웃는다. 활자로 옮겨적을 수 있을 듯한 반듯한 웃음.)
 
아그네스:아니, 정말 이상한 기분이군. 난 살아 움직이고 있는데.
사실 내가 랜덤 주인공 박스에서 어제 막 태어난 잉카 제국의 황제라니 믿기지 않아.
...흠, 말 한다고 다 이뤄지는 건 아니군? 이해했어.
 
이졸데:...잉카 제국의 황제가 되려고 했어?
왜 하필 잉카인데? (어처구니)
 
아그네스:막 생각난 게 그거라서.
 
이졸데:너도 진짜 웃긴 놈이다...
뭐, 솔직히, 그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신경줄 굵고, 잘 웃고, 이런 미친 세계에서도 스트레스 덜 받는 녀석이라서.
 
아그네스:그러니까 랜덤 주인공 박스 같은 데에서 나오지.
... ...그래, 왤까. 오히려 안심되는군.
무대에서 퇴장하고 나면 앞뒤는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거잖나.
어떻게든 되겠지나, 없는 이야기니까 정도로 치부하고 말일세.
 
이졸데:퇴장이라. (낮게 중얼거린다.) ...그래.
결국 퇴장 방식의 문제인지도 모르겠다.
 
아그네스:그런데 낡은 팜플렛이 그리워 질 것 같아.
퇴장하면 끝인 것처럼.
다시는 재연할 수 없는거지. 그 무대는.
 
이졸데:내가 해준 거라곤 밥 챙겨먹인 것 뿐인데. 익명 편지보내기랑.
 
아그네스:나한텐 처음이었잖나.
 
이졸데:나한테도 처음이긴 했지.
그래서 이것저것 먹어보고 싶었어. (싫지 않았다는 듯 웃는다.) ...퇴장 방식에 대해.
저게 말하지 않은 게 하나, 이쪽의 부탁이 하나 있거든.
들어줄래? 인내심이 남았으면.
 
아그네스:아, 숨겨진 진실 파트? 좋아.
말해보게.
그런데 자네가 부탁을 하니까 이상해.
좀 강압적으로 하게.
 
이졸데:라고 내가 강제로 살인드라마에 끌고 들어온 놈한테 강압적으로 굴지는...
하...
됐다, 들어.
소설에서도 봤을 거 아냐, 거짓말은 안 하지만 사실은 다 말 안 하는 놈들. (전파탑을 고갯짓한다.)
 
아그네스:음, 그래. 그래.
그런 게 보통 비극의 시작이지.
 
이졸데:저 녀석의 손을 잡으면, 너와 니알라토텝은 확실하게 바깥 세계로 나갈 수 있어.
아예 구조 자체가 역전될 거고... 이번엔 저쪽이 소설 속 세계가 되겠지.
...그 정도의 변혁은, 우리의 세계에 더 치명적으로 피해를 입히게 돼.
구조가 역전되는 순간, 이 곳은 확실하게 멸망할 거야. 글줄 하나 남기지 않고.
이게 저 놈이 말하지 않은 것.
 
아그네스:그리고 자네가 부탁할 것은?
 
이졸데:내가 부탁할 것은. (손에 들고 있던, 총을 닮은 괴상한 물건을 건넨다.)
그렇게 하지 말아달라는 것. 염치없는 거 아니까 언급 안 해도 된다.
 
아그네스:오. 괴상한 문명 세계의 총.
 
이졸데:네가 선택할 수 있는 건 두 가지야. 전파탑의 꼭대기에서 저 녀석의 손을 잡고 바깥으로 나가거나, 이 총으로 그 자식을 쏘아버리거나.
나는 네 악수를 방해할 수 없고, 그 녀석은 네 총을 피할 수 없지, 무엇을 하든 100% 성공할 거야. 중요한 건 네 선택이니까.
 
아그네스:(총을 만지작거린다) 자네 스포일러 싫어하나?
 
이졸데:왜, 어느 쪽 고를지 말해두게?
 
아그네스:응. 말할 데가 자네 밖에 없기도 하고...
말해야 기록으로 남으니까.
 
이졸데:나는 네 말 들어주려고 여기있는 놈이야. (픽 웃는다.)
쏠 거면 괜찮은데, 악수할 거면 미리 말이나 해줘라. 마음의 준비란 거 좀 하게.
 
아그네스:(경쾌하게 웃는다) 쏠 거야, 걱정 말게.
 
이졸데:내가 부탁해놓고 할 말은 아니긴 한데.
이 꼬라지가 어디가 예쁘다고? (바닥의 금간 아스팔트를 툭툭 발로 짚는다.)
 
아그네스:그야... ...
자아, 선택해라. 이 세계의 지배자가 되자!랑...
일어났으면 밥이나 먹어. 중에서 후자가 압도적으로 낫잖나.
 
이졸데:솔직하게 말해도 되냐?
 
아그네스:응. 부디.
 
이졸데:너라면 전자에도 충분히 관심있을 줄 알았는데...
 
아그네스:아, 지배자를 죽이는 건 관심 있는데 지배자가 되는 건 별로... ... ...
 
이졸데:......
 
아그네스:난 내가 일을 벌이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야. 확실히 느껴져.
그리고 가능하면 그 일에 어떤 방식으로든 책임을 지고 싶지 않다네.
 
이졸데:자랑이다, 자랑.
 
아그네스:의무를 회피하고 내가 재미있는 선택만 할 건데...
이러니까 주인공 박스? 뭐 그런데에 들어간 거 아니겠나.
 
이졸데:그건 그냥 비유라니까. 진짜 택배박스로 온 줄 알겠네.
 
아그네스:그럼 혹시 물에 넣으면 커지는 공룡처럼...
 
이졸데:'물'이 네 심상에 깊게 엮여있기는 하지. 세계가 흔들리는 방식을 보면.
그래서, 지배자가 되는 건 의무만 많고 재미없어보인다?
 
아그네스:(고개를 끄덕인다) 그건 정점이니까.
고루한 소설의 결말 같기도 하고.
...하지만 정말 아쉽기는 해.
자네랑 있는 건 즐거웠는데.
 
이졸데:뭐. (짧은 간극.)
나도.
 
아그네스:다행이군. 그럼 이건 멋진 소설이야.
 
이졸데:내가 여기서 울고불고 뒤집어지지만 않는다면, 멋진 장면일걸. (손을 내민다. 이제 뛸 필요는 없지만.)
그러니까 아직 자존심 남아있을 때 가자고.
 
아그네스:자네가 울고불고 뒤집어지는 거 보고싶기도 한데, 자넬 좋아하는 독자들이 어이없어 할 것 같으니까.
(내밀어진 손을 맞잡고 전파탑으로 향한다)
 
두 사람은 무너지는 거리를 지나, 가장 큰 균열의 아래.
 
전파탑에 도달합니다.
 
이야기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도시 가장자리는 어느덧 글자와 낱말로 해체되어가고 있습니다.
 
존재를 불사를 듯한 빛, 스포트라이트가 비추고자 하는 것은 오로지 당신.
 
당신.
 
우리의 주인공, 당신 뿐이에요.
 
니알라토텝은 약속대로 전파탑의 앞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졸데:(손에 번개총을 다시 한 번 꾹꾹 쥐여주고 물러난다.)
 
아그네스:오래 기다렸나? 할 얘기가 좀 많았어.
 
니알라토텝:그다지. 나는 감상적인 것을 흠으로 여기지 않는다네. (악수를 위해, 한 손을 허공으로 뻗은 채 동작을 멈춘다.)
선택할 준비가 되었나, 아그네스?
 
아그네스:물론.
(눈을 지그시 감았다 뜨며 니알라토텝의 앞으로 다가간다.)
자네의 제안을 거절하지. (니알라토텝을 향해 전기총을 쥔 손을 들어올리고, 발사한다.)
 
선택의 시간.
 
이스의 번개총으로 니알라토텝을 쏘면,
 
이야기의 말미를 서술하기 위해, 순간이 길게 늘어집니다.
 
이졸데가 입을 움직여 감사인사를 전하고,
 
니알라토텝이 고통스레 몸을 뒤틀며,
 
도시의 붕괴가 멈추는.
 
모든 일이 동시에 일어나는 것만 같아요.
 
다음 순간.
 
그는 비명을 지르며 바닥으로 무너지더니, 이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듯 그 모습을 바꿉니다.
 
통곡하는 몸부림.
 
소용돌이치는 검은 구더기 덩어리. 무수히 많은 촉수가 꿈틀거립니다.
 
그것은 고통에 찬 괴성을 지르고는, 갈라진 하늘의 틈새를 향해 사라져갑니다.
 
그 모습을 본 탐사자는 1D8/4D10 이성 !#*$을 손;)&
 
WARNING!
 
경고 : 부정한 액세스를 검출했습니다.
 
치명적인 에러가 발생했습니다.
 
즉시 관리자 권한으로 셧다운을 ■■■■■■■■■■■■
 
......
 
...
 
KP (GM):키퍼의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주문의 사용은 선언만으로 가능합니다.
 
아그네스:그런 이유라면야. (하늘을 향해 주문을 외운다.)
 
결국, '모든 것'을 말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던 셈이네요.
 
탑에 축적된 방대한 마력이 아그네스를 휘감습니다.
 
창공의 오색구름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던 모독적인 형체가 희미해지고,
 
코앞까지 밀어닥쳤던 파멸의 반동에 의해,
 
세계의 지반이 흔들립니다.
 
...
 
찬란한 빛이 뒤틀리던 세계를 뒤덮는 것을 마지막 기억으로.
 
'아그네스'는 의식을 잃습니다.
 
...
 
...
...
들리나?
 
:이봐, 들려? ...그럼 듣고만 있어.
대답은 하지마. 이 기록은 안 남으면 몰라, 남으면 진짜 문제인데...
당신의 발언이 적혀있으면 더 골치아프니까.
인사가 늦었지. 그 쪽한테도 미안하다고 말하려고.
좀 놀아보려다 날벼락 맞은 셈 아냐.
당신이라고 해서 소설 캐릭터들이 대뜸 살아움직일 줄 알고 펼쳐봤겠어?
 
:아무리 그래도 '살아있는' 체스말을 골탕먹일 생각은 없었겠지. 달갑잖았을텐데, 고생했네.
이걸로 당신의 세계는 무사할 거야. 내가 급조된 방어벽인 걸 감안하면 훌륭한 성과라고 생각해.
태어난지 이틀된 것치곤 잘했지.
...
나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
그 녀석한테는 좀, 쪽팔리니까, 태연하게 말하긴 했는데.
 
:나라고 해서 미련이 없는 건 아냐. 바라는 게 없을리가. 해보고 싶은 게.
바랄 수 있는 자격이 없다면 꼴사납게 굴지라도 말자, 싶었을 뿐이야.
그러니까... ...
만약이다. 만약 나에게 다음이 있다면.
그 때는 '구질구질해질' 자격을 갖고 싶어.
좋은 결말을 보장해달라는 게 아니야. 좋은 시작점을 달라는 것도 아니고.
 
:노력할 자격만, 나에게도, 있으면 좋겠다고.
...
친구도 하나 있으면 좋을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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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01# My Bittersweet home
 
2022년 3월 5일.
 
봄이라지만 아직은 쌀쌀한 뉴욕의 아침입니다.
 
잠에서 깨어날 준비를 하는 도시의 풍경엔 활력 대신 고요한 여유가 흐르는군요.
 
코드네임 : 후크, 한 때는 캡틴으로 불렸던 빌런.
 
혼란을 몰고다니는 선장인 당신이라고 해도, 막간의 여유까지 마다할 필요는 없겠죠.
 
하지만 슬슬 기지개를 켜볼까요?
 
당신은 눈을 뜹니다.
 
END 2 : Unexpected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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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누스 220327_新シキ世界_졸데네스
낮음 보통 다소높음 높음 매우높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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