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중 유일하게 돌출된 존재라고도 할 수 있는 아그네스가 당신의 룸메이트가 된 것은 고작 세 시간 전입니다.
벤자민:(말을 아끼려는것처럼 대답없이 눈을 끔뻑거리기만 한다.) ...?
새로운 룸메이트가 발표된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벤자민이 짐을 다 정리한 지금에야 방문을 벌컥 열더니...
반갑다, 잘 부탁한다는 인사치레조차 없이 대뜸 꺼내는 말이란 저런 것입니다.
이 학교 설립자가 미친놈이었다고요?
처음 듣는 이야기지만, 놀라울 것도 없습니다.
감옥과 흡사한 구조의 이 기숙사 학교는, 학생들을 보호한다기보다는 되레 가두기 위한 목적으로 설계된 것 같습니다.
학교의 테두리를 감싸고 있는 철창 울타리는 조금 안쪽으로 굽어있는데다가
그 끄트머리는 살벌할 정도로 뾰족합니다.
자살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좁게 짜인 창문으로는 햇빛이 제대로 들지 않아, 어떤 구석은 이 건물이 세워진 이래 한 번도 그림자가 벗겨진 적이 없습니다.
오래된 석조 건물에 달라붙은 이끼들은 구더기 떼처럼 우글거립니다.
...
남쪽 바다와 마주하고 있는 절벽 위. 우리의 스태그필드는 그곳에 있습니다.
이곳은 바람이 잠드는 무덤.
밤이 되면 솜누스의 손길이 왔다 간 것처럼 침묵이 감도는 장소.
대륙에서 시작된 온갖 바람들이 소금기 묻은 살점을 떨어트리고 마침내 죽는 곳.
매일 밤 살벌한 바람 소리가 창을 뒤흔듭니다.
바람에 실려온 모래들은 잊을 성 싶으면 몸에 박혀 존재감을 과시합니다.
이런 척박한 곳에 학교를 세운 설립자가 제대로 된 사람일 리 있겠습니까?
벤자민이 대답을 않고 눈을 끔벅이면, 한 눈에 아그네스의 행색이 들어옵니다.
관찰력을 판정합니다.
벤자민: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7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아그네스는 벤자민과 달리. 이불, 옷가지, 세면도구를 비롯한 그 어떤 물건도 들고 오지 않았습니다.
다만 책을 한 권 덜렁 손에 들었군요.
제목은 <프나코티카>/
처음 보는 책입니다.
약간 느슨하게 풀어진 넥타이에, 윗 단추를 한 두개 푼 와이셔츠.
정갈하지 않게 휘날리는 층 진 머리... ...
마치 학칙에 대항하는 듯한 옷차림도 따라오는군요.
벤자민:(짐도 안가져오고.. 말만 룸메이트지 여기서 지낼 생각은 없는건가?) ...잠옷이랑 이불은?
아그네스:잠옷? 이불? (아아, 하고 짧은 소리를 내더니 잠시 제 침대에 눈길을 준다.) 나는 원래부터 이 방을 썼거든.
운이 좋았다고 볼 수 있지.
벤자민:복장 걸리기 전에 빨리 들어와. (손짓한다)
(책을 다시 한 번 힐끔 보고..) 이번에 룸메이트로 배정된 벤자민이야. 아그네스 맞지?
아그네스:룸메이트를 걱정해주는건가? 친절하군. (씩 웃으며 벤자민에게 다가오더니 손을 내민다.) 이야기 많이 들었다네, 벤자민 아르만.
벤자민:...내 이야기를 들었다고? (얼떨떨한 표정으로 내밀어온 손을 잡았다가, 떼어낸다.)
무슨 얘기?
아그네스와 인사를 하며 방을 슬쩍 보면...
정말입니다. 아그네스가 쓰는 침대 주변에는 그의 짐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네요.
분명 들어올 땐 방이 상당히 휑하다고 생각했는데.
아그네스:자네가 아주 우수하다는 얘기.
벤자민:(저걸 못봤네..)
아그네스:장학금을 받는다는 말 같은 것들.
벤자민:아.. 노블레스 오블리주 좋아하는 애들이 뿌듯함을 느끼고 싶으면 가끔 말하는것 같더라고.
아그네스:자네 같은 서민도 노력 여하에 따라 상류층의 권위를 손에 쥘 수 있도록 장학금 제도를 아주 잘 마련해 놓았다는 점을?
벤자민:...그렇게 줄줄 읊어달라고 한 말은 아니었거든.
아그네스:학교에서 자주 강조하는 점이지.
벤자민:어쨌든, 서로 친한것도 아니고 각자 할 일 있을테니까...(무례하게 느껴질까 싶어 어물쩡 말을 꺼낸다) 예의만 잘 지키면서 지내자. 3개월간.
난 방에서 자는거 말곤 딱히 하는거 없어.
아그네스:물론, 이것도 인연인데. 앞으로도 쭉 잘 부탁하지. 어디 3개월 뿐이겠나?
아, 나랑 어울린다고 해서 자네의 성적이나 평판에 금이 가진 않을테니 걱정 말게. 자네에겐 제법 중요한 거지?
벤자민:설마 연속으로 룸메이트가 되진 않을거아냐. 3개월이면...(어깨를 으쓱하다가 돌직구로 들어오는 말에 잠시 멈춘다)
뭐... 같이 벌점 먹게 되는 일만큼은 면하고 싶은게 사실이긴해.
꼭 그것만이 이유가 아니더라도..
아그네스:그래도 학교에선 계속 마주칠 거잖나. (벤자민의 침대 에 털썩 앉으며 바라본다.) 가던 길을 돌아가는 본새가 매우 어색한 벤자민.
벤자민:마주치면 인사 정도만.... ('그건 또 어떻게 봤대 ' 하는 얼굴로 쳐다본다)
티를 그렇게 냈나..? 근데도 말 거는거 보면 대단하네.
아그네스:자네가 좀 노골적으로 피하는 편이긴 하지. 그래서 말을 걸 타이밍을 못잡았거든. (제 무릎에 책을 올려놓고 씩 웃어보인다.)
벤자민:알다시피 난 서민이라 상류층이고 나발이고 돈 주는 장학금 제도가 제일 중요하거든. (네가 앉은 침대로 다가간다) 협조해주면 고마울것 같네.
아까부터 신경쓰였는데.. 그 책은 뭐야?
도서관에 있었던가?
아그네스:아, 어쩌다보니 찾은 책이지. 그런데 재미있는 게 있어서, 자네에게도 보여주려고.
(책을 팔락팔락 넘기다가, 한 쪽에서 찢겨나간 듯한 종이쪽지를 꺼내 건네준다.)
여길 졸업한다고 해서 탄탄대로가 보장되는 것도 아닐텐데 말이지.
벤자민:(생각보다 살갑다고 생각중) ...책을 찢었어? (쪽지를 받아 펼쳐본다)
쪽지의 가장 위에는 '사감용 학칙 제 4항'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습니다.
사감용 학칙 제 4항. 기숙사 내 이성의 출입을 금지합니다. 또한, 동성 교제를 금지합니다. 음주 및 약물, 흡연 행위가 발각될 경우 최대 퇴학될 수 있습니다. 기숙사 사감과 교사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억하세요. 그것은 타락과 방종을 즐깁니다. 당신들도 그것의 제물로 선택될 수 있습니다.
벤자민:그럼 시궁창 같은 미래를 상상하다 죽으리? (아래로 이어진 글을 마저 읽는다)
벤자민에게 사감용 학칙 핸드아웃이 공개됩니다.
아그네스:학교의 설립자가 편집증 환자였다더군.
'기숙사 사감과 교사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이 부분부터는 학생 학칙에 없는 내용이지 않나.
벤자민:(눈 아픈 내용들에 눈살을 찌푸리다가 아그네스가 말한 부분을 다시 한 번 읽는다) 무슨 괴담같네.
타락과 방종.. 악마 숭배라도 하는것 같은 문구네.
아그네스:사감들은 이런 이상한 학칙을 받고도 일을 하고 있단 말이지. '그것'이라니.
벤자민:돈을 많이 주나?
아그네스:그럴지도.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군.
자네도 잘 할 것 같은데, 사감.
벤자민:그것도 시켜줘야 하는거지. (종이쪽지를 반듯하게 다시 접는다) 졸업 후 까지도 여기 틀어박힐 생각은 없지만.
아그네스:졸업 후엔 뭘 할건데?
벤자민:독립해야지. 세세한건 생각 안해뒀지만...
최대한 빨리 일 하고싶어.
넌 생각해뒀어? 졸업 후에 뭘 할지.
아그네스:글쎄. (벤자민의 말에 천천히 눈을 굴리다가) 굳이 고민하지 않아도 지낼 걱정은 없으니, 쓸데없는 사색에 시간을 할애하진 않는다네.
아, 물론 나에게. 자네에게는 아주 발전적인 고민이겠지.
벤자민:부자새끼들 짜증나..
알겠으니까 네 침대로 가. (아그네스의 침대쪽을 손으로 가리킨다)
아그네스:난 먼 미래보다는 코 앞에 다가온 바람이 더 흥미롭다고 생각하는데. 자네라던가, 이 쪽지라던가. (앉은 자리에서 꼼짝도 안 할 기세로 바라본다.)
벤자민:...학교에서 이상한거 캐낼 생각하지마. 괜히 나까지 엮여서 퇴학 당하면 곤란해.
아그네스:자네에게 해 될 짓은 안할텐데. 뭐, 노력은 해보지.
벤자민:적어도 3개월 뒤에 해줘. 같은 방이라는 것 만으로 의심받는다고.
아그네스:하지만 내가 관여하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 것과, 학교가 이상한 건 별개의 문제야. (그제서야 자리를 털고 일어나며 제 침대 쪽으로 향하다가 다시 벤자민을 돌아본다.) 의심받긴? 내 생각엔... ... (그러다가 무언가 떠오른 듯 말을 잠시 끊는다.)
내가 자네 성미에 맞춰 약속을 했으니 나도 자네에게 부탁을 하나 하지.
벤자민:(한쪽 눈썹을 비틀며 아그네스를 쳐다본다) ...뭔데?
아그네스:난 잠은 확실히 자야 하는 편이라서, 아무리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해도 새벽 2시 전까지는 꼭 잠자리에 들어주게.
벤자민:음... 알겠어. 더 일찍 자야하는 날에도 말만 해줘.
(되게 안자게 생겼는데 의외라고 생각중)
아그네스:협조적이라서 좋군. 난 자네가 생각하는 것과는 꽤 다른 사람이니, 열린 마음으로 지켜보도록 해. (가볍게 대꾸하더니 창을 열어 바깥으로 들고 있던 책을 훅 던지고 닫는다.)
벤자민:(말대로 생각보다는 괜찮은것 같다고, 속으로 생각하다가 창 밖으로 휭 날아 사라져버린 책을 보며 눈을 크게 뜬다) ...? ...?? ? ...? 저거.. 도서관 책 아냐?
아그네스가 창 밖으로 던진 책에는 '신곡'이라는 제목이 쓰여 있습니다.
...아까도 저 제목이었던가?
아그네스:괜찮아. 저런 재미없는 책을 누가 읽겠나?
벤자민:좀 더 긴 제목이었던것 같은데..
아니, 그럼 굳이 왜 가져온거야..? 쪽지만 가져오지.
아그네스:책 속에 숨겨져 있었다는 걸 보여주려고.
자네라면 '훔친 게 아닐까' 의심할 거라고 생각했거든.
벤자민:그 정도로 사람을 곡해해서 보지는 않아.. (시간을 확인한다. 주워오고 싶은데.. 자정 지났나?)
지금은 11시 49분입니다.
아무래도 나갔다 오기엔 아슬아슬하거나, 자정을 넘길 것 같은데... ...
라고 생각하는 순간, 누군가가 기숙사 방 문을 두드립니다.
벤자민:...내일 주워올...? (문 앞으로 다가간다) 누구세요?
버나스: 나야, 벤자민. 앤 버니스!
앤 버니스.
벤자민의 전 룸메이트입니다.
오컬트에 다소 과하게 전념하는 것을 제외하면, 벤자민과도 제법 사이가 좋았던 룸메이트였습니다.
벤자민:이 시간에 웬 일이야? (문을 열어준다)
곧 자정이라 함부로 돌아다녔다간 책잡힐걸.
버니스: 알아, 그런데 너무너무 중요한 일이 있어서...
내가 책을 잃어버렸거든. (제법 초조한 얼굴로 발을 구른다) 분명 아침에 방에서 짐을 쌀 때는 있었는데...
혹시 네 짐에 처음 보는 책 같은 거 없었어?
벤자민:어...
책 이름이 뭔데?
버니스: 아-... ...책 이름이... ... ...
음, ...아, 멕베스! 멕베스야.
우리 다음 문학 숙제도 멕베스잖아. 좀 급해서...
벤자민:멕베스? 그런 이름의 책은 못봤는데.. 일단 확인해볼테니까 잠깐 있어봐. (내 짐을 확인해본다)
버니스: 벤자민은 이미 다 정리한 짐가방을 다시 꺼내 뒤적여보지만, 책은 한 권도 없습니다.
?
나의 대사.
벤자민:ㅋ
책 없는데?
다시 찾아봐. 일단 오늘은 시간이 늦었으니까 방으로 가고..
내일 찾는거 도와줄게.
버니스: 아, ...음...그래, 네가 도와준다면 좀 마음이 놓인다, 벤자민. 그 전에 찾으면 더 좋겠지만...
어쨌든 거의 자정이니까 가볼게. 늦겠다... ...
벤자민:그렇게 먹먹하게 쳐다봐도 없는건 없는거야.. 어 그래...
조심히 가..
(흠.. 창 밖의 책을 다시 한 번 확인해본다 제 자리에 곱게 떨어져있는지...)
버니스: 나는 201호야, 너희 바로 밑 방! 같은 방은 아니지만 그래도 위아래 층이라서 좀 반갑다. 안녕! (연신 시간을 확인하며 재빨리 말을 마치곤 방을 나간다)
벤자민이 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지 않도록 조심해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창 아래에는 바로 나무가 있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운이 좋다면 나무에 걸릴 것이고, 운이 나쁘다면 짐승들의 야식이 되겠군요.
벤자민:(버니스에게 손을 흔들어준다) 뭐, 저게 멕베스는 아니니까. 내 책도 아니고....
벤자민:(싫어. 무력하게 중얼거리지만 소리가 되어 나올새 없이 구역질나는 것들과 목 안으로 삼켜진다)
아그네스:자네의 몸에 흐르는 인간의 피가 사라지고,
모두 내 것이 된다면.
자네의 심장을 가져가지.
인간이 그토록 두려워하는 죽음, 권위에 대한 공포... ...
그런 것에서 벗어나는 걸세.
(벤자민의 뒷목을 받치고 있던 덩굴은 부드러운 손이 되어 천천히 머리칼을 꼰다. 너를 바라보는 두 눈이 더 없이 상냥하면서도 음습하다.)
벤자민:(눈 앞의 괴물을 죽일듯이 노려보며 컥컥댄다. 바짝 힘이들어간 손 끝이 자켓을 틑어낼듯 붙잡지만 고작 몇 번 긁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처음 느끼는 역한 고통에 눈이 질끈 감기고, 다리가 맥없이 풀린다. 만나자마자 얼굴을 후려쳐줬어야 했는데, 개새끼, 개새끼.)
아그네스:자네의 금빛 눈만은 아쉬워질지도 모르겠어.
벤자민:(늪이, 가지가, 손이 스친 뒷목에서 피가 싸하게 식어내리는걸 느끼면 이어 시야가 뒤집힌다. 높은곳에서 추락하는듯한 아찔한 감각과 함께 고통도, 분노도, 원망도.. 전부 멎어든다. 눈이 감긴다.)
아그네스:(너를 휘감던 늪은 점차 굳은 덩굴이 되고, 곧 인간의 팔이 된다. 온 몸에서 힘이 쭉 빠진 것을 양 손으로 받치고 사랑스럽다는 듯 바라본다. 나직하게 속삭이는 소리는 마치 천둥과도 같다.) 앞으로 7일. 자네의 몸에 붉은 피가 흐르지 않을 날까지... ...
기대하지, 벤자민 아르만.
그의 알량한 도량에 감사할 수 밖에요,
이 한 순간의 자비가, 자만이, 유예가 제 목에 칼을 채울 줄도 모르고... ...
멍청한...
괴물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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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7일이 흘렀습니다.
건실한 나날들이었습니다.
아그네스는 아침이면 수업에 가는 벤자민을 배웅했고
이따금은 자습시간에 찾아와 바깥으로 놀러가자고도 권했지요.
마치 그게 소풍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에요.
소풍? 하!
아그네스를 따라 정원으로 나섰을 때 본 것은 이 세상의 것 같지 않은 숲의 광경들이었습니다!
그림자는 스스로의 의지를 가지고 이글거렸고, 눈을 가진 안개들은 벤자민의 뒤를 쫓았습니다.
알고 있는 어떤 것과도 닮아 있지 않은 짐승들은 서로 추삽질을 했고,
서로를 잡아먹었습니다.
아그네스를 따라간다면 앞으로 내내, 저런 것들과 함께 살아야 합니다.
아니, 벤자민도 '저런 것'이 될 것입니다.
물론 벤자민도 지난 일주일 간 놀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아그네스에게 대항하기 위한 마지막 준비를 했죠.
어떤 준비를 해 왔나요?
벤자민:(프란의 크룩스 안사타 주문을 사용했다. 머리카락을 잘라 제물로 바쳤고 정신력 25와 이성 3 을 소모해가며 7일간 늪에서 얻은 금으로 앙크를 만들었다.)
(안그래도 정신이 나가리 된 마당에 소풍이라는 이름의 개짓거리를 당해 한바탕 속을 게워냈고, 그 뒤로 얼마간 음식은 입에도 못 댔지만...)
벤자민은 주문을 준비하며 이성을 3 소모했고, 정신력을 25 차감했습니다.
이로써 벤자민은 괴물에게 대적할 시, 총 13의 마력을 소모할 수 있습니다.
괴물의 정신력의 5분의 1이 13보다 적은 수일 시, 벤자민은 정신력 대항 판정에 보너스 주사위를 하나 받습니다.
벤자민의 품에는 순금으로 만들어진 앙크가 들어있습니다.
하루 종일 벤자민에게 말을 걸어대던 아그네스는 오후 3시 쯤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적과의 동침이라고 했던가요.
벤자민:....짜증나 그새끼... 죽여버릴거야...(바득바득..)
저녁이 다가오는 순간, 벤자민도 모든 준비를 마쳤습니다.
저녁 7시를 알리는 종이 울립니다.
벤자민이 기숙사를 빠져나와 엘리베이터를 타면
비어있는 엘리베이터가 벤자민만을 태우고 천천히 올라갑니다.
띵,
고전적인 울림과 함께 엘리베이터가 멈춰 선 곳은
벤자민:(앙크를 쥔 손에 힘을 꽉 준다)
4층입니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립니다.
엘리베이터의 바깥은 완전한 어둠이 내린 채입니다.
벤자민:(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분간도 가지 않는 주변을 둘러본다. 그리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걷는다.)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이곳에 잘못 발을 디뎠을까요.
벤자민은 대체 얼마나 많은 학생들을 잊어버린 걸까요?
벤자민은 어둠 속으로 발을 내딛습니다.
아그네스:기다리고 있었다네, 벤자민.
어둠보다 더 어두운 것, 그것이 안쪽에 도사리고 있습니다.
그의 등 뒤로는 거대한 가지같은 것들이 꿈틀거리며 뻗어나오고 있습니다.
눈을 뜬 안개들이 건물 밖에서 덜컹거리며 벤자민을 불러댑니다.
벤자민:(앙크를 손에 들고 그 혐오스러운 광경을 목도한다.) ...네가 좋아할만한 짓 하고싶진 않지만...
죽더라도 발버둥은 쳐야지.
(프란스 크룩스 안사타 주문을 외운다)
벤자민은 천천히 주문을 머릿속에 떠올리기 시작합니다.
아그네스:자, 자네가 준비해 온 것을 보여주게.
(천천히 두 발로, 두 발굽으로 벤자민에게 다가온다.)
자네가 이 학교에 발을 들이는 순간부터 눈독을 들이고 있었지. 영혼이 요동친다는 건 이런 기분일 거라고 감히 장담한다네.
난 말일세, 벤자민. (천천히 한 손으로 네 턱을 모아 쥔다.)
자네에게 영원토록 증오를 받아도 좋아.
단, 자네가 그만큼 나를 생각하게만 만들 수 있다면.
괴물의 손이 벤자민의 턱을 쓸고내려가
심장께를 두드립니다.
벤자민은 3라운드간 주문을 영창한 후, 아그네스와 정신력 대항 판정을 진행해야 합니다.
벤자민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아그네스를 피하거나 방해하는 식으로 3라운드간 주문을 완성시킬 수 있습니다.
아그네스가 벤자민의 심장을 갈라 꺼내기 전까지요.
1라운드, 아그네스-벤자민 순으로 행동합니다.
아그네스:너무 겁먹지 말게, 벤자민. 익숙해 질거야. (상냥한 덩굴이 벤자민의 몸을 천천히 옭아매듯 올라온다.)
벤자민:(뒷걸음을 치니 발부터 타고 기어오르는 덩굴들을 손으로 붙잡고 우악스럽게 떼어낸다. )(도망시도 ㅠ)
벤자민은 덩굴들을 우악스럽게 떼어냅니다.
근력을 판정합니다.
벤자민:
근력
기준치:
70/35/14
굴림:
95
판정결과:
실패
벤자민이 덩굴을 떼어내기 위해 손을 휘저었으나, 손에 제대로 잡히는 것이 없습니다.
그래도 덩굴들은 아주 느린 속도로 올라오고 있어, 벤자민은 아그네스로부터 어느 정도 떨어질 수 있었습니다.
2라운드,
아그네스:그래, 조금 더 해보고 싶다는거지. (네 발목을 묶은 덩굴을 둔 채 느린 속도로 다가온다. 인간의 손은 곧 날카로운 발톱이 달린 짐승의 것으로 변한다.)
벤자민:(덩굴이 엉겨붙은 채로 겨우 발을 옮기다 결국 바닥으로 몸이 기운다. 다시 한 번 발목에 들러붙은 덩굴을 손으로 잡아 뜯어내려한다.)
벤자민은 덩굴을 뜯어내면서도 영창을 잊지 않습니다.
근력을 판정합니다.
벤자민:
근력
기준치:
70/35/14
굴림:
1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벤자민은 우둘투둘한 늪으로 변해가는 덩굴을 제대로 뜯어냈습니다. 드디어 양 발목이 자유로워졌군요!
3라운드,
아그네스:(이마에는 사슴의 뿔이 돋아난다. 그것은 멋들어진 모양새로 고개를 내미는 듯 했다가, 곧 제 멋대로 둥글게 휘어지거나 뾰족하게 가시가 돋곤 한다.) 자네가 나를 실망시키지 않길 바라. 귀중한 인재를 죽이는 건 아주 슬픈 일이니까. (무언가를 준비하듯 제자리에 가만히 선다.)
벤자민:(바닥을 기어 도망치면서도 주문을 계속해서 떠올리느라 머리에 쥐가 날 지경이다. 끝없이 머리속에 떠오르는 문장들을 입 밖에 내며 아그네스의 반대편으로 내달린다.)
벤자민은 마침내 주문의 영창을 마칩니다.
아그네스의 정신력은 60,
벤자민은 정신력 대항 판정 시 보너스 주사위 하나를 받습니다.
금으로 만들어진 앙크에서 희미하게 빛이 납니다.
아그네스와 정신력 대항 판정을 진행합니다.
벤자민:(주문 영창이 끝남과 동시에 몸을 돌려 아그네스와 마주본다.)
벤자민은 정신력 판정. (보라색 버튼)
벤자민:(마력은 13 전부 사용합니다)
정신
기준치:
40/20/8
굴림:
47, 54, 69
+2:
실패
+1:
실패
0:
실패
-1:
실패
-2:
실패
아그네스:
정신
기준치:
60/30/12
굴림:
11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벤자민은 다시 한 번 정신력 판정! (보라색 버튼)
벤자민:
정신
기준치:
40/20/8
굴림:
45, 43, 76
+2:
실패
+1:
실패
0:
실패
-1:
실패
-2:
실패
아그네스:
정신
기준치:
60/30/12
굴림:
1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어둡고 사악한 것이 당신의 심장을 노립니다.
그것은 아주 느리지만 확실하게 당신을 향해 다가옵니다.
덩굴과도 같은 촉수가 뻗어와 벤자민의 손목을 잡아챕니다.
진흙은 당신의 발바닥에 진득하게 얽혀옵니다.
벤자민은 비명 대신 마지막 단어를 내뱉으려 하지만, 그보다 아그네스가 빨랐습니다.
벤자민:(찰나의 발버둥이 무력하게 제지된다. 붙잡힌 팔에 힘을 주지만 마지막 동앗줄이라도 되는양 쥐고있던 앙크가 바닥에 떨어져 구르고나면, 헉, 하고 숨을 삼킨다. 그렇게 아무말도 내뱉을 수 없게된다.)
천천히 덩굴이 당신을 잡아 끌어당깁니다.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노란 눈이 당신을 응시합니다.
괴물의 눈입니다.
아그네스:아쉽군, 벤자민 아르만.
(네가 제 발치까지 도달하고 나면, 천천히 허리를 숙여 너를 내려다본다. 경멸과 애정, 증오와 애욕. 그 모든 것이 얽힌 시선으로.)
벤자민:...개새끼. (분노로 가득 찬 눈에서 눈물이 한방울, 체념하는것처럼 흘러 떨어진다.)
아그네스:하지만 자네도 곧 이해하게 될 걸세. 편안해질거야.
벤자민:죽여,버릴거야..
아그네스:그래, 그 음성이야. 그래... ...
로페즐라, 아쉽게 됐어. (그렇게 내뱉는 음성은 갈라진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아그네스의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