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41분 중 20분
2022
시즌 4개, 그리고 영화
시즌 1: 1화 “연상녀에게 혼쭐나는 어이없는 삶”
출연: 어의, 최일, 이조판서
장르: 실험극
프로그램 특징: 어이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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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태그필드 스쿨 기숙사 학칙 제 9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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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니스는 마침내 마차를 타고 '스태그필드 스쿨'에 도착합니다.
 
감옥과 흡사한 구조의 이 기숙사 학교는, 학생들을 보호한다기 보다는 되레 가두기 위한 목적으로 설계된 것 같습니다.
 
레미니스 크립키:(이튼이랑 분위기가 많이 다르네...)
 
학교의 테두리를 감싸고 있는 철창 울타리는 조금안쪽으로 굽어 있는데다가 그 끄트머리가 살벌할 정도로 뾰족합니다.
 
스태그필드 스쿨의 기숙사는 이튼의 길쭉하고 고급스러운 창과는 달리 매우 좁은 창이 달려 있는데.
 
듣기로는 자살을 막는다는 명목이라는 것 같군요.
 
이 학교 건물 전체에는 햇빛이 잘 들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런 곳에 학교가 있나, 싶을 정도로 깊숙한 곳.
 
레미니스 크립키:(이런 데에서 가르치니까 자살하려는 학생들이 생기는 거 아냐?)(벌써 이런 생각)
 
남쪽 바다와 마주하고 있는 절벽 위에 자리해 있습니다.
 
밤이면 솜누스가 다가와 지붕을 어루만질 것만 같은 스산함.
 
대륙에서 시작된 온갖 바람들이 소금기 묻은 살점을 떨어트리고 마침내 죽는 곳.
 
이런 곳에 학교를 세울 생각을 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몰라도,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만은 분명하군요.
 
마차에서 내린 레미니스를 맞이하는 것은 날카로운 인상을 가진 중년 여성입니다.
 
레미니스 크립키:안녕하십니까.
 
사감:만나서 반갑습니다, 레미니스 크립키.
저는 스태그필드 스쿨의 학생관리를 맡고 있는 총 사감, 에밀리 휴어에요. (양 손을 모은 채 레미니스를 바라보고 있다가, 당신이 걸음을 떼면 정갈한 자세로 돌아 학교본관 방향으로 걷기 시작한다.)
 
레미니스 크립키:만나서 반갑습니다. 휴어. 이런 곳까지 마중을 나와주시는 군요. (작게 웃는다.)
 
사감:마가릿에게서 이야기 들었습니다. 당신이 사서 역으로는 제격이라고요.
 
레미니스 크립키:케임브리지 대학에서 3년, 이튼에서 5년 근무했습니다. 스태그필드에 올 만한 수준은 되죠.
 
사감:선생님께서 이튼, 케임브리지 출신이 아니었다면 뽑지 않았을 겁니다.
스태그필드 스쿨의 학생들이 가지 않는 곳에서 선생을 초빙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두 사람이 본관에 가까워지자, 거대한 문이 두 사람을 맞이하듯 천천히 열립니다.
 
레미니스 크립키:알다마다요. (옅은 웃음을 흘린다.)
 
레미니스는 관찰력을 판정합니다.
 
레미니스 크립키: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3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레미니스가 눈짓으로 한 번 본관 내부를 둘러보면, 거대한 홀에서 이어진 중앙계단에 시선이 닿습니다.
 
레미니스 크립키:(중앙계단...? 유심히 봐요.)
 
막대한 후원금을 자랑하듯 반짝거리는 대리석으로 닦인 계단은 중간에서 양갈래로 갈라지고, 필히 황금비율일 것이 분명한 곡선을 그리며 위층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 한 쪽 계단에, 아슬아슬하게 기대 두 사람을 내려다보는 사람이 한 명 있군요.
 
레미니스 크립키:(누구지?)
 
층이 져서 고르지 않게 잘린 붉은 머리는 반쯤 희게 물들어 있고, 누구의 시선도 피하지 않을 듯한 노란 눈을 가진...학생입니다.
 
교복을 입은 매무새가 모범적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그 비슷한 것을 입고 있으니 학생이겠죠.
 
그는 레미니스와 눈이 마주치자 빙그레 웃어보입니다.
 
레미니스 크립키:...(학생과 사감을 번갈아본다. 지금 저 학생이 저기에 있어도 되나?라는 물음을 담고.)
 
사감은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앞장서서 본관을 걸어가며, 학교의 구조에 대해 간략히 설명합니다.
 
사감:이 학교는 운동장과 본관, 그리고 그 뒤편에 있는 기숙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건물 전체가 본관이고, 왼쪽으로는 동아리실 건물이, 오른쪽으로는 앞으로 선생님이 일할 도서관 건물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레미니스 크립키:(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학생인가, 싶어 그냥 고개를 돌려버린다.) ...기억해두었습니다.
 
사감:원래대로라면 교직원용 기숙사를 내어드려야 하지만, 남는 방이 없어 부득이하게 학생 기숙사 중 빈 방을 내어 드리는 것을 결정했습니다.
시설은 크게 다르지 않으니 불편함은 없을 겁니다. 마침 오늘이 방 배정을 새로 하는 날이니, 바로 그곳에 짐을 풀도록 하세요.
 
레미니스 크립키:...(살짝 불편한 미소를 지었다가,) 여학생들만 올라오지 못하게 해주신다면 상관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사감: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스태그필드 스쿨의 학칙은 철저하니까. (본관 끝, 기숙사로 이어지는 문에 다다르고 나서야 뒤를 돌며 레미니스에게 열쇠를 내민다.) 선생님께서 쓸 방은 301호입니다.
 
레미니스 크립키:(열쇠를 받는다. 고개를 숙여 목례한다.) 안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감은 짧게 목례하고는 본관에 있는 사감실로 사라집니다.
 
밤이라서 그런지, 조용한 본관에서는 으슥한 기운마저 느껴지는군요.
 
레미니스 크립키:... (키를 던졌다 받는다.) 301호라 했지. (계단을 타고 올라가면 되려나.)
(301호로 이동할게요!)
 
레미니스는 기숙사 건물로 향해, 301호를 찾아갑니다.
 
그리고 열쇠로 방 문을 열면...
 
레미니스 크립키:(찰칵찰칵)
 
누군가가 침대 위에 트렁크를 올려두고 탕 소리가 나게 닫고 있는 모습을 목격합니다.
 
아까 전의 그 학생이군요.
 
레미니스 크립키:...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한 지 10분도 안 지났는데.)
 
아그네스:아, 미안하군. 아직 짐을 덜 싸서. (레미니스를 향해 씩 웃어보인다)
 
레미니스 크립키:... ...(방 안에 들어가지 않고 문틀에 걸쳐 서 있다. 여상한 미소를 머금은 채,) 기다려줄게.
혹시 나 때문에 기숙사 방 옮기는 거니?
 
아그네스:아무래도 그렇게 됐지. 줄곧 이 방을 써 왔는데 말일세.
뭐, 신임 선생이 머물 곳이 없다고 하니. (레미니스에게 다가와 불쑥 손을 내민다) 임시 사서라고 불러야 정확한가?
 
레미니스 크립키:...내가 너한테 신세를 지는구나.
선생님이라고 부르렴, 그 편이 편하지. (손을 잡는다.) 레미니스 크립키라고 해. 네 이름은?
 
아그네스:학교 시설은 공용이니까. (맞잡은 손을 두어번 가볍게 흔든 뒤 놓는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재차 묻는군. 아그네스 로페즈.
 
레미니스 크립키:... ...(알고 있는 사실? 표현이 걸렸지만 굳이 짚고 넘어가지는 않는다.) 만나서 반갑다. 아그네스.
 
레미니스는 문득, 스태그필드 스쿨에 관해 설명해주던 친구와의 대화를 떠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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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릿:-어쨌든, 뭐. 일 자체는 어려울 거 없어. 사서가 하는 일은 다 똑같으니까.
 
레미니스 크립키:(얌전히 듣고 있다.)
 
마가릿:도서관이 건물 한 채를 전부 써. 장서를 전부 외우진 못할 거야. 네가 거기서 1달 동안 장서 목록만 훑을 수 있다면 가능하겠지만...
그리고 학생들도 다 착해. 이튼보다도 조용할 걸.
 
레미니스 크립키:내가 한달 동안이나 읽어야 하는 양이라니... 책이 많긴 많네. (좀 두근거렸다.)
역시 여자애들은 남자애들에 비해 좀 얌전한가? (80년대 낡은 생각.)
 
마가릿:완전 달라. 반항만 안 할 뿐이지, 전부 자기가 윈스턴 처칠이라고 생각하는 애들 뿐이야.
(마찬가지로 낡은 사람.)
 
레미니스 크립키:(소리내 웃는다.)
 
마가릿:그래도 학칙 때문에 엄청나게 사치를 부리진 못하지. 동아리 활동에서나 좀 티가 나. 백금 편자 같은 거.
내가 보여줬던 학칙 목록은 다 외웠지?
 
레미니스 크립키:물론이지.
 
마가릿:그럼 코팅까지 해서 줄 필욘 없겠다.
 
레미니스 크립키:코팅까지 해주려고 했어?
 
마가릿:난 멍청한 애들 만날 땐 그렇게 해주거든. 오늘은 준비 안 했어.
 
레미니스 크립키:...평생 못 보고 산 이유가 있었군. (난 똑똑하니까.)
 
마가릿:학생 목록도 다 외웠겠지만, 그 중에 네가 가장 이야기를 많이 할 만한 애들은 정해져 있어.
13학년 반장 퀸스, 모범생이야. 아버지가 반도체 기술에 투자를 하고 있지. 성실하고, 예의바르고, 우아해.
그리고 앤 버니스, 오컬트광이야. 매번 도서관에서도 관련한 책만 찾아 읽는데, 가끔은 본인이 알아낸 걸 나한테도 말해주려고 해. 그래도 기본적으로 순하고 착한 애니까 잘 받아줘.
 
레미니스 크립키:(고개를 끄덕인다. 평범한 도서관 단골손님 목록이구만.)
 
마가릿:마지막으론... ... (눈썹을 약간 비튼다)
아그네스 로페즈.
전에 말했던 (양 손으로 강조한다) 유일한 불량학생이야.
나한테 말은 거의 안 거는데, 그냥 신경쓰여.
 
레미니스 크립키:... ... .
 
마가릿:한 두시간 내내 도서관에 꽂힌 책만 구경하다가 가거든.
과제용 책 말곤 대출해가는 걸 본 적도 없고...걔는 조심해. 엮여서 좋을 일 없다.
 
레미니스 크립키:"구경"을 하고 간다고? 읽지도 않고?
 
마가릿:그래, 구경만. 대체 뭐하러 도서관에 오는 지 모르겠어. 그래도 쫓아내는 건 안 될 일이니까...
혹시 걔가 너한테 말 걸면, 그냥 빨리... ... (손날을 휘젓는다) 게이라고 해.
그럼 안 건드릴거야.
 
레미니스 크립키:... ... 아, 그 엮여서 좋을 일 없다는 게 설마... (목소리를 낮춘다.) 교직원들이랑?
 
마가릿:목격한 적은 없는데, 소문이 그러니까...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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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네스:마침 문학 수업에서 과제가 쏟아질 때라 정신없을텐데, (고개를 갸웃한다) 자네도 참 특이한 사람이군.
이 학교가 뭐가 마음에 든다고 왔는지.
 
레미니스 크립키:친한 친구 부탁이었거든. 그리고 나도, 도서관에 있는 걸 좋아하고. (어깨를 으쓱인다.) 학생들하고 대화하는 것도 꽤 좋아한단다.
 
아그네스:그게 그렇게 큰 이점인가 싶기는 한데... (씩 웃으며) 미쳐버리지 않게 조심해야 할 걸세. 이 학교 설립자는 완전히 미친놈이었다고 하니까.
 
레미니스는 관찰력을 판정합니다.
 
레미니스 크립키: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85
판정결과: 실패
 
친구의 말대로, 종종 대여 같은 것을 하기는 하는 모양입니다. 짐을 거의 다 싼 와중에도 책 한 권을 손에 들고 있군요.
 
제목은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지만요.
 
레미니스 크립키:...그게 너희들 사이에서 도는 소문이니? (아무래도 학생한테 미치지 않게 조심하라는 소리를 들으면 침착할 수가 없다...)
 
아그네스:나의 가설이기도 하지, 자. (주머니에서 불쑥 종이조각 한 장을 내민다.
 
레미니스 크립키:(이미 알고 있는 규칙들을 눈으로 빠르게 훑는다.) 이건 왜 주는 걸까?
 
아그네스:뒷면.
 
레미니스 크립키:? (뒷면을 살펴봅니다.)
 
아그네스:(손가락을 휘적인다)
 
레미니스가 뒷면을 보면, 어딘가에서 찢어낸 종이조각 같은 것이 붙어 있습니다.
 
아그네스:이런 건 전달받은 적 없지?
 
레미니스 크립키:... ... .
(종이조각을 떼어낸다.) 재밌는 장난이구나.
 
아그네스:장난이라고 생각해도 괜찮아. 다만, (잠시 고민하듯 눈썹을 비틀며 바닥을 봤다가)
아직 이 학교에 오래 머물지 않았던 자네라면, 분명 이 주제에 흥미를 가질 거라고 생각했다네.
그리고 내킨다면 나를 도와줄 수도 있을 거라고.
 
레미니스 크립키:(쪽지를 대충 접어 주머니에 넣는다.) ...도와주다니, 무슨?
 
아그네스:나도 아직 방안을 구체적으로 생각하진 못했어. 이런 조각들을 하나 둘 찾아갈 뿐이지.
 
그러더니, 아그네스는 창가로 다가가 들고 있던 책을 던집니다.
 
레미니스 크립키:학교생활에 무슨 문제라도 있........
...
....지금 뭐...하는...
 
잠시 달빛에 비친 책의 제목은 <신곡> 이었습니다.
 
아그네스:창문 밖으로 책을 던지면 안 된다는 학칙은 없거든.
 
그리고 그 순간, 누군가가 뒤에서 헐레벌떡 뛰어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레미니스 크립키:... ...그게 내 앞에서 해도 될 이야기는 아닌 것 같구나. (뒤를 돌아본다.)
 
버니스:아그네스!!! 혹시 네 방에 내... ... ...채...액... (레미니스를 보고 우뚝 멈춰서더니, 황급히 머리를 정돈하고 인사한다) 어, 아-...음, 안녕하세요.
 
레미니스 크립키:...안녕. (고개를 끄덕인다.) 책이라니? (버니스와 아그네스를 번갈아본다.)
 
아그네스:임시 사서. (레미니스를 가리킨다.) 레미니스 크립키.
 
버니스:(펄쩍 뛰며) 사서 선생님이라고 해야지...!
아니, 그게 아니라. 아, 서, 선생님 앞에서 할 얘기는 아닌데... ...책을...오늘 방을 옮기면서 잃어버린 것 같아서요. 그래서 다른 방을 돌아다니면서...혹시 짐이 섞이지 않았나 보고 있었어요. (죄인처럼 고개를 숙인다)
 
레미니스 크립키:아니,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부드럽게 미소를 짓는다. 허리를 숙여 눈을 마주한다.) 제목이 뭔데? 선생님도 같이 찾아줄게.
 
버니스:(아...하고 짧은 침음을 내더니) 가죽 양장본으로 된... ...맥베스, 맥베스에요.
(아그네스를 보며) 우리 문학 레포트 써야 하잖아, 그걸로. 혹시 본 적 있어?
 
레미니스 크립키:(따라서 아그네스를 본다.)
 
아그네스:(두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향하자 눈을 끔벅이다가) 맥베스라.
자네 방 창틀에 올려져 있던 그 책 아닌가? 아까 데이지를 보러 갔을 때 본 것 같은데.
돌아가서 찾아보게. (문틀 위에 걸린 시계를 가리키더니) 곧 자정이잖나.
 
아그네스의 말대로, 시계는 11시 49분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레미니스 크립키:그래, 아니면 오늘은 자고 내일 일어나서 다시 찾아보렴. 시간이 많이 늦었으니까.
 
버니스:벌써 시간이... ...어쨌든 고마워, 아그네스. 한 번 더 찾아볼게...감사합니다, 크립키 선생님. (어수선하게 목례를 하고는 복도를 달려간다)
 
아그네스:그럼, (침대에 올려두었던 트렁크를 집어든다) 나도 이만 가 봐야겠군.
 
레미니스 크립키:조심히 들어가렴. (상냥히 배웅해주고, 아그네스를 돌아본다.) 그래, 너도.
 
아그네스:좋은 밤 되게. (레미니스에게 손을 흔들어보이곤 방을 나선다)
 
두 사람이 나간 방은 금세 조용해집니다.
 
레미니스 크립키:...(어딘가 불손했던 학생의 말투를 되새긴다.) 음... ...
(불량학생인데도 다니는 걸 보면 엄청 부잣집 자제인 것 같으니 뭐라고 할 수도 없고...)
(에고... 들어가서 짐이나 풉니다.)
 
레미니스는 드디어 방에 짐을 풉니다.
 
레미니스 크립키:(방도 좀 구석구석 살펴봐요)
(맥베스 정말 여기 없나? 두리번 두리번)
 
몇 시간이나 차에 앉아있었던데다가, 오자마자 이런저런 일에 말리고 나니 피곤하네요.
 
레미니스가 방 구석구석을 찾아보지만... ...
 
책은 한 권도 보이지 않습니다.
 
레미니스 크립키:(음...)(창문을 열어 밖도 살펴봅니다. 그러고보니 아까 떨어진 책...)
 
레미니스가 바깥을 살펴보지만,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외에는 보이질 않는군요.
 
레미니스 크립키:하, 참, 내일 다시 찾아야겠구만... (더 살펴볼 게 없다면... 침대에 덜컥 드러누워요.)
(피곤하다.)
 
정말 피곤합니다.
 
레미니스 크립키:(So tired....)
 
레미니스는 털썩 침대에 드러누워 잠을 청합니다.
 
레미니스 크립키:(새근새근...)
브금링크입니다 해해
 
레미니스 크립키:(조아요)
 
눈을 감고 잠에 빠져들었던가?
 
아니면 잠에서 깨 눈을 떴던가...
 
주변은 캄캄합니다.
 
물건의 윤곽은 조금도 보이지 않고, 자신의 손도 발도 찾을 수 없는...
 
한 없이 확장되기만 하는 어둠이 공간을 뒤덮습니다.
 
분명히 학교의 정원에는 가로등도 켜져 있고, 달빛이 밝을텐데도...
 
이 어둠은 마치 수억 년을 존재해 온 듯 하기도 하며
 
동시에 아주 갓난 것입니다.
 
아마 단 하루도 나이를 먹지 않았겠죠, 단 한 번도 태양을 본 적이 없는데 어
 
어찌 나이를 먹을 수가 있겠어요.
 
그래도 이 어둠은...눈꺼풀 안쪽의 그것이겠죠.
 
아마도 당신이 잠에 빠졌기 때문에...
 
듣기를 판정합니다.
 
레미니스 크립키:
듣기
기준치: 50/25/10
굴림: 78
판정결과: 실패
 
끝 없는 어둠, 그리고 고요와 정적이 흐릅니다.
 
레미니스는 깊은 잠에 빠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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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하나,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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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이 가빠오릅니다.
 
무거운 것이 목젖을 짓누르고 있는 듯한 고통에 헐떡이며 눈을 뜨면...
 
굿모닝! 상쾌한 아침입니다.
 
레미니스 크립키:(안 굿모닝)
 
물론 간밤에 끔찍한 악몽을 꾸기는 했지만요.
 
추운 날씨는 아닌데도, 레미니스는 어쩐지 찬 기운을 느끼며 일어났습니다.
 
레미니스 크립키:(에취...)(목 쪽을 더듬어봐요.)
 
목감기인가...?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 자서 그럴지도요.
 
스태그필드의 아침은 머리의 활력을 깨워주는 식사로 시작합니다.
 
기숙사 1층에 있는 홀에서 학생들과, 몇몇 사감들이 식사를 한다고 했었죠.
 
레미니스 크립키:(식당...)(벌떡)
 
레미니스도 그 대열에 합류하면 될 것 같습니다.
 
레미니스 크립키:(식당으로 총총 내려가요)
 
레미니스는 복장을 단정히 하고 식당으로 향합니다.
 
학생들로 가득 찬 식당에는 잠에 빠져 스프에 얼굴을 처박고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침에도 단어장을 손에 쥐고 라틴어 예습을 하는 학생들도 있네요.
 
그리고 그 가운데에 눈에 띄는 학생이 있습니다.
 
받아온 음식을 먹을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몸을 흔들거리며 앉아있는...
 
레미니스의 기억에 따르면, 데이지입니다.
 
어젯밤 찾아온 버니스의 룸메이트이기도 하죠.
 
레미니스 크립키:... ...(어쩐지 시선이 그 쪽으로 돌아간다. 학생들의 이상행동에 민감한 것이야말로 그가 사서 선생님이라는 증거다.)
(흠...)
(음식을 받아와서 자연스럽게 데이지 앞에 앉을 수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
 
레미니스는 다년간의 근무로 학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학생을 여럿 봐 왔습니다.
 
자연스럽게 스프와 빵, 그리고 레미니스의 취향에 맞는 몇몇 사이드 디쉬를 받아 데이지의 앞에 앉습니다.
 
레미니스 크립키:안녕? (상냥하게 먼저 말을 건다.)
 
데이지는 레미니스의 말을 듣기 못한 것처럼 계속해서 허공을 바라만 보고 있습니다.
 
레미니스 크립키:... ...데이지?
 
데이지와 대화를 하려면...'적절한 조치'가 필요하겠네요.
 
레미니스 크립키:(흠...............)
(적절한 조치라... 지능판정으로 때려맞춰볼 수 있을까요(ㅋ))
 
좋습니다!!
 
고고
 
레미니스 크립키: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3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드루와)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면 그를 한 대 치는 것이겠지만,
 
그의 정신상태를 분석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레미니스 크립키:...(정신분석을 시도해보겠습니다.)
 
정신분석을 판정해봅시다.
 
레미니스 크립키:
정신분석
기준치: 50/25/10
굴림: 100
판정결과: 대실패
(어)
 
데이지는 별안간 책상을 쾅, 치며 일어섭니다.
 
레미니스 크립키:(아)
 
그 바람에 학생들의 이목이 이쪽으로 쏠리는군요.
 
데이지:씨발, 어떻게 아무도 안 올 수가 있어!?
난...난, 난, 염병, 난 봤어... ...
난, 씨발, 진짜...존나 진정하려고 했는데,
그 좆같은 책 때문에... ...
버니스가, 곧 뒤져도 책을 건져야겠다고 해서, 제기랄.
나무 위에 있는 책을!
 
데이지:그, 그...
걔가 손을 뻗고, 썅...
소, 손을 뻗으려고...몸을 내밀었는데,
난 그냥. '허어어, 데이지. 존나 진정해. 이건 꿈이야.'
언제부터 기숙사가 이렇게 방음이 잘 됐어!?
저 멀리서 검은 사슴이 왔어... ... ...
 
데이지:나는 버니스를 존나 당기고, 들어오라고.
근데, 근데 내가 당겨서 버니스가 들어왔거든.
근데 씨발 다리만 들어왔어.
난... ...난 다리만 남은 버니스랑 밤을 샜다고,
내가 한 시간인가, 세, 세 시간인가, 존나 소리질렀는데...
 
데이지는 별안간 신경질적으로 웃더니, 그를 말리러 온 다른 학생들에게 식기를 마구 집어던지기 시작합니다.
 
레미니스 크립키:(충격을 받아서 말을 잇지 못한다. 주변을 돌아본다. 방황하던 시선은 이 학생과 더 익숙할 기숙사 사감 선생에게 가서야 멈춘다.)
(아니지, 나도 선생이잖아?)
(벌떡 일어나 데이지를 말린다. 학생들을 뒤로 물리고.) 그래, 진정하자. 데이지.
 
레미니스는...
 
근력을 판정합니다
 
레미니스 크립키:(벌써 한숨이)
근력
기준치: 25/12/5
굴림: 1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헐)
 
아니!?
 
레미니스 크립키:(와!!!!!!!!!!!!!)
 
레미니스는 '훌륭한 선생'의 역할을 다 하며 데이지를 붙잡습니다.
 
그리고 거의 그와 동시에, 식당 문을 열고 사감이 들어오네요.
 
레미니스 크립키:선생님!
 
데이지가 더 이상 난동을 피우지 못하도록 레미니스가 그를 붙잡고 있는 동안, 체격이 좋은 몇몇 학생들이 데이지를 건네받아 어디론가 데려갑니다.
 
사감은 이 난동에 적잖이 당황한 표정입니다. 그리고 이내 레미니스와 눈이 마주치네요.
 
레미니스 크립키:...무슨 일입니까?
 
레미니스는 관찰력을 판정합니다.
 
레미니스 크립키: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96
판정결과: 실패
(아아...)
 
사감에게 다가가던 레미니스는 무언가 질퍽이는...아니, 바스락거리는? 것을 밟았습니다.
 
레미니스 크립키:(오잉)(반사적으로 밑을 살펴봐요)
 
쏟아진 스프에 끄트머리가 적셔진 종이조각입니다.
 
레미니스 크립키:(들어올려서 살펴봅니다!)
 
절단면이 고르지 않은 종이조각에는 '사감용 학칙 제 5항'이 적혀 있습니다.
 
레미니스 크립키:... ... .
(쪽지와 사감을 번갈아본다.) 저, 선생님.
버니스 학생은 무사한 게 맞습니까?
 
사감:(레미니스를 잠시 쳐다보더니, 곧 학생들에게로 고개를 돌린다.) 임시직 선생님께서 알려드릴 만한 내용은 없습니다. 난동으로 인한 근거 없는 소문은 학교 측에서 처리하죠.
 
사감은 앞으로 한 발자국 나섭니다.
 
듣기를 판정합니다.
 
레미니스 크립키:
듣기
기준치: 50/25/10
굴림: 55
판정결과: 실패
(...)
 
사감이 나타나자 학생들의 소란은 잦아들었지만, 몇몇 학생들이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창문 밖에 새까만 게 지나가긴 했어..."
 
"버니스가 그거에 잡아먹힌거야."
 
"그걸 믿어? 또라이들."
 
사감은 학생들에게 큰 소리로 말하기 시작합니다.
 
사감:데이지는 학교에서 안전하게 병원으로 이송할 예정입니다.
학업 스트레스에 많은 학생들이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학교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면학 분위기를 흐리는 소문은 내지 않기를 바랍니다.
데이지가 무사히 돌아와 수업에 참석할 날을 기다리는 스태그필드 학생들의 가장 올바른 자세는, 학업에 열중하는 것입니다.
스태그필드의 명예를 드높이기 위한 걸음을 잠시도 쉬지 않도록 하세요.
 
...
 
이런 허무맹랑한 연설?
 
대체 누가 이런 말에 속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겠어요?
 
레미니스 크립키:(아니 지금 학생이 정신이 나갔는데 지금 할 말이)
 
그 때, 기묘한 위화감이 레미니스를 휘감습니다.
 
주변이 조용합니다.
 
레미니스 크립키:...(주변을 돌아봅니다.)
 
사감의 어깨 너머로 보이는 학생들은 전부 이쪽을 바라본 채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 있습니다.
 
모두가 같은 표정, 그리고 같은 속도로.
 
탁한 동공에는 자아랄 만한 총기 따위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누군가가 레미니스의 어깨를 건드립니다.
 
레미니스 크립키:(그 광경을 멍하니 지켜보다, 돌아본다.)
 
아그네스:(제 입에 한 손가락을 올린 채, 레미니스를 당겨 몇 걸음 물러나게 한다.)
 
아그네스는 경멸이 서린 표정으로 눈썹을 뒤틀며 학생들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관찰력을 판정합니다.
 
레미니스 크립키: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3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아그네스는 오늘 제대로 교복을 갖춰 입었군요. 와이셔츠에 넥타이, 조끼와 자켓...
 
그러나 저 학생들과는 다른 점이 하나 있습니다.
 
아그네스만은 학생들이 넥타이에 단 백합 교표를 달지 않았다는 것.
 
아그네스:여기 있어봐야 기분만 나빠져, 따라오게. (고개를 까닥이며 식당을 빠져나간다)
 
레미니스 크립키:...(머뭇거리다 일단 따라나선다.) 학생들이 왜 저러는 거지?
 
아그네스:이 학교가 뭔가 이상한거지.
자네는 선생이라 다행이군, 저 멍청한 넥타이핀을 달고 다니지 않아도 되니까.
 
레미니스 크립키:... ...학교가? (어이 없다는 듯 되물었다.) 넥타이핀이 뭐 어쨌다고?
 
아그네스:그게 학생들을 좀 돌아버리게 만드는 것 같거든.
 
레미니스 크립키:저게 학생들을 조종이라도 한다고? (현대의 기술력으로 그런 게 가능한가? 곰곰)
 
아그네스:그런 기술이 있었나? 라고 생각했지?
 
레미니스 크립키:아니, 만약 그게 가능하다고 해도 그러는 이유가...(불안한 듯 주절거리다가, 정곡을 콕 찔리자 조용해진다.)
 
아그네스:그게 바로 내가 이 학교를 파헤쳐 보려는 이유일세.
대체 왜, 누가, 무엇을 위해서, 어떻게?
(기숙사 건물 밖을 나와서는 벽에 기대선다) 전혀 궁금하지 않나?
 
레미니스 크립키:... ...(기숙사 건물 안쪽을, 그리고 눈 앞의 학생을 번갈아본다.) ...궁금해.
 
아그네스:(그 말에 슥 미소지으며 다시 손을 내민다) 이건 동료로서의 악수인데, 승낙할 건가?
 
레미니스 크립키:... ... (손은 내밀지 않고 말한다.) 하지만 위험하지 않겠니? 나는 몰라도, 너는 아직 학생이잖아.
 
아그네스:그래서 내가 나서는거지.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레미니스 크립키:... ...그래, 네 결심을 뭐라고 하는 건 아냐. 수상쩍은 일에 아예 관심을 끄고 공부나 하라는 게 학생의 의무라고도 난 생각 안해. (일전의 데이지의 모습을 생각하며, 숨을 크게 들이킨다.) -그래도 넌 아직 위험하다.
 
아그네스:(하하 하는 소리를 내며 짤막하게 웃는다) 그럼, 자네 혼자 하겠다는건가?
 
레미니스 크립키:...물론 난 기간직 교사긴 하지만, (끙) 이상행동이 있었다는 증거를 모아서 경찰이나 위원회에 도움을 청하는 것쯤은 할 수 있겠지.
수사는 수사기관의 몫이고, 응?
 
아그네스:경찰, 위원회. (그럴듯 해, 하고 중얼거린다.) 그럼 가정해보자, 임시직 교사인 자네가 정황증거를 모아서 제출했어.
스태그필드에 경찰이 방문했다는 것이 알려져 괜한 소문을 내고 싶지 않은 학부모들의 수 많은 로비는 없다고 치고...경찰이 왔을 때.
자네 외의 모든 사람이 '아니요, 그런 적 없어요. 우리는 행복해요.' 라고 말한다면?
 
레미니스 크립키:... ... .(웃는 표정에 금이 간다.) ... ... .
...(한숨) 그래, 일단은 네 말이 맞는 것 같구나.
 
아그네스:다행이군, 그 이후의 잔인한 시나리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아도 괜찮아서.
 
레미니스 크립키:내부고발자인 내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거였겠지? (손을 턱 잡는다.)
 
아그네스:(이번에는 손을 한 번 꾹 쥐었다가 놓는다) 물론. 아마도 이튼을 나왔겠고, 하버드나 스탠포드...아니면 예일, 하여튼 그 비슷한 학교를 나왔겠지만.
이 학교엔 그런 자들을 부모로 둔 자들이 수두룩하잖아.
 
레미니스 크립키:...이튼은 맞고, 대학은 프린스턴이었어. (애매한 표정을 짓는다. 그 외엔 달리 정정할 말이 없어서.) 조사는 어떻게 할 생각이니?
 
아그네스:그래, 뭐. 어쨌든 '그런 사람들'이 다니는 대학이잖나.
별 수 없이 이것저것 뒤져봐야지. 특히나...학생들이 보지 못하게 막거나 미묘하게 숨겨져 있는 것들을.
뭐라도 발견하면 바로 자네에게 알려주지.
 
학교 전체를 울리는 종이 울립니다.
 
1교시 수업을 알리는 종이네요.
 
아그네스:(아. 하고 허공을 본다) 각자의 본분을 다하러 갈 시간이군.
 
레미니스 크립키:(고개를 끄덕인다.) 난 도서관에 있을테니, 찾는다면 그 쪽으로 오렴.
 
아그네스:물론. (짧게 웃고는 본관을 향해 간다)
 
레미니스는 도서관에서의 첫 근무를 시작했습니다.
 
----------------------------------
 
도서관에 있으면 학교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기도 더 쉽겠지, 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레미니스는 사흘 간 거의 쉬지도 못할 정도로 바빴습니다.
 
레미니스 크립키:(책 너무 많아)
 
왜냐면 스태그필드는 매우 구식의 대출 방법을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모든 장서 관리와 대여, 그리고 연체, 반납 따위가 수기로 이루어져야 했거든요.
 
레미니스 크립키:(대출 너무 번거로워)
 
게다가 돈도 많은 이 학생들은 왜 이렇게 과제용 책을 자주 빌려가는건지.
 
왜 아무도 자동 펀칭 기계라는 좋은 문물을 사용하지 않는거야!?
 
레미니스 크립키:(여긴 어디까지 구식인건데?)
(멋진 교사 어쩌고 9원칙 되새기며 일했다.)
 
레미니스는 훌륭하게...
 
단 한 번도 욕을 하지 않았습니다.
 
중얼거리는 소리로도요!
 
레미니스 크립키:(GOOD)
 
그리고 오늘은 사감이 자습 시간 전까지 외출을 할 예정이라며 기숙사 순찰을 레미니스에게 맡겼습니다.
 
레미니스 크립키:(선생이란... 하핫~)
 
혹시라도 학칙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학생들이 있는지 확인하고, 자습시간에 늦지 않게 학생들을 자습실로 보내는 역할이죠.
 
순찰이 끝나면, 사감실로 와서 열쇠를 반납하고 가면 된다고 합니다.
 
(기숙사용 열쇠 꾸러미 얘기)
 
레미니스 크립키:(YES)
(사흘 간 일하면서 착실히 생겼을... 나에 대한 학생들의 평균 호감도는... 84)
(인기 많다.)
 
레미니스는 멋진 사회성으로 학생들의 신뢰를 한 몸에 얻고 있습니다.
 
어쩌면 기존의 사서보다도요...
 
레미니스 크립키:(여학교에 떨어진 젊은 남자 교사 버프인가)
 
...그럴지도?
 
레미니스는 스마트한데다 잘생겼으니까요.
 
레미니스 크립키:(...)
외모
기준치: 75/37/15
굴림: 91
판정결과: 실패
 
맞죠?
 
거울은 감히 레미니스의 외모를 담을 수 없었습니다.
 
레미니스 크립키:(성격이 좋았던 걸로)
 
챙강!
 
레미니스 크립키:(ㅋㅌ)
(ㅋ)(젠장)
거울이 부서졌네... (열쇠랑 라이트 들고 순찰 떠나요)
 
깨진 거울을 뒤로 하고...레미니스는 석양을 배경으로 순찰을 시작합니다.
 
어디부터 가 볼까요?
 
레미니스 크립키:(아아-죽이는 석양이다...)(지하 2층부터요!)
(못 가나? 아니면 2층부터 갑니다)
 
레미니스는 지하 2층으로 향합니다.
 
지하는 열쇠로 단단히 잠겨 있어 레미니스가 가진 사감용 열쇠 꾸러미가 있어야 내려갈 수 있죠.
 
지하는 전부 비품 창고로 쓰이고 있습니다.
 
예비용 침대나 매트리스, 여분 옷장 따위가 놓여 있네요.
 
레미니스 크립키:(예비용 침대부터 구석구석 둘러보아요)(눈에 띄는 건 없나?)
 
bgm
 
별달리 눈에 띄는 것은 없습니다.
 
레미니스 크립키:(흠!)(옷장도 하나씩 다 열어보고...)
 
지하 3층으로 가는 문이 있기는 하지만, 쇠사슬로 단단히 잠겨있으며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는 표지판이 붙어 있습니다.
 
레미니스 크립키:...(저긴 가면 안되겠군)(그럼 지하 1층으로 향합니다!)
 
지하 1층도 마찬가지로, 비품창고로 쓰이고 있습니다.
 
적어도 창고에 도둑이 들지는 않았군요.
 
레미니스 크립키:(흠..........)(볼 거 없나... 그럼 곧장 2층으로 향해요!)
 
레미니스는 2층으로 향합니다.
 
레미니스 크립키:(201호의 문을 두드려봅니다.)
 
다들 저녁을 먹으러 갔거나, 동아리 활동을 하는 중이라 그런지 기숙사는 한산합니다.
 
레미니스는 201호의 문을 두드립니다.
 
...
 
안쪽에선 인기척이 없네요.
 
그럴 법도 하죠, 데이지는 그 날 이후로 아직 학교에 돌아오지 않았고
 
버니스는...사라졌습니다.
 
죽었다, 살았다, 하는 말도 없이 모두가 조용히 그의 일을 넘겼습니다.
 
레미니스 크립키:... ...(슬쩍... 201호의 문을 열고 아무도 모르게 은밀하게 쏙 들어가봅니다.)(판정 필요할까요?)
 
복도에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별도의 판정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레미니스는 201호로 들어섭니다.
 
내부는 평범한 2인용 기숙사입니다.
 
현관 바로 옆에 화장실이 있고, 침대와 옷장이 양쪽에 하나씩 놓여 있습니다.
 
침대 머리맡에는 간신히 사람 하나가 몸을 내밀 수 있을 정도로 좁은 창문이 있고요.
 
창문 위에는 다른 여느 방과 마찬가지로 백합 액자가 걸려 있습니다.
(잠시강아지를침대위로옮겨주고오겟습니다)
 
레미니스 크립키:(댕댕아)
(우리 집에도 댕댕이같은 애인이 있지........)
 
:(재웟어요)
(휴 검은댕댕들이란.)
 
레미니스 크립키:(굿이에요)
(..... 하여튼, 미쳤군, 레미니스 크립키! 궁금하다는 이유만으로 여학생 방에 남교사가 허락없이 들어가다니...)(시선은 방 안을 빠르게 훑는다. 어디가 버니스의 자리지?)
 
호기심은 그 어떤 윤리보다 앞서 인류를 발전시킬 때도 있는 법이니까요.
 
레미니스가 방을 훑어보면,
 
이불이 구겨져 있고 잠옷이 널려져 있는 왼쪽 침대에 비해 오른쪽 침대는 생활한 흔적조차 없이 깨끗합니다.
 
레미니스 크립키:... ... 하, 참... ... .
 
아마도, 깔끔하게 치워져 있는 곳이 버니스의 자리겠죠.
 
레미니스 크립키:(오른쪽 침대를 먼저 살펴봅니다. 침대 밑까지 구석구석.)
 
오른쪽 침대는 새것처럼 깔끔합니다.
 
마치 누군가가...의도적으로 버니스의 흔적을 지워버린 것처럼요.
 
머리카락 한 올, 먼지 한 톨 남기지 않은 채...
 
레미니스 크립키:...하, 참.
 
'그 일'로부터 사흘이 지났는데 벌써 모든 유품을 정리했다고요?
 
레미니스 크립키:(어이가 없네...)(옷장도 열어봅니다.)
 
게다가 그 누구도 이 학교에 방문하지 않았습니다. 버니스의 죽음을 묻기 위한 기자도, 버니스의 부모님도요.
 
어느 쪽 옷장을 열어볼까요?
 
레미니스 크립키:(한 학교가 나서서 사람을 묻으려고 하면 이런 일도 가능하군.)(버니스 쪽을 열어봅니다!)
 
오른쪽 옷장은 옷 한 벌 없이 텅 비어있습니다.
 
이것도...새 것 같네요.
 
레미니스 크립키:... ...(데이지한테는 뭐 없나. 반대쪽 옷장을 열어봅니다.)
 
반대쪽 옷장에는 빳빳하게 다려진 여벌 교복들이 걸려 있습니다.
 
레미니스 크립키:아... 윽... 아... (반사회적 성격장애인 나를 주워다가 사회인으로 만든 어머니와 선생님들... 죄송합니다... 저는 글러먹었습니다...)(옷을 헤치고 옷장 구석까지 뒤져봅니다.)
 
 
레미니스는 인생의 모든 은인에게 사과했습니다.
 
레미니스 크립키:(ㅠㅠ)
 
내부를 뒤적이다보면...
 
행운을 판정합니다!
 
레미니스 크립키:(잔시야 미안해.......)
행운
기준치: 45/22/9
굴림: 50
판정결과: 실패
 
그러나 이 모든 사회적 종말에도 불구하고
 
옷장에서는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레미니스 크립키:젠장!... (그럼 침대를 뒤져봐요)
 
이번에는 침대를 뒤적여보는데... ...
 
레미니스가 침대를 뒤지자, 흐트러져 있던 이불과 옷이 오히려 가지런히 정리됩니다.
 
데이지가 숨겨놓은 비스킷 몇 개 말고는 발견한 게 없네요.
 
레미니스 크립키:데이지 게이먼! (분통) 이런 건 왜 숨겨놓은 거야?
 
비스킷이 먹고싶으면 당당하게 꺼내먹어!
 
그래도 욕은 안했습니다.
 
굿 디쳐
 
티 티쳐
 
레미니스 크립키:(...굿티처굿티처....)
(혹시 모르니 백합액자 뒤도 살펴봐요)
 
백합액자는 제법 무겁습니다.
 
먼지가 후두둑 떨어지는 액자 뒤를 살펴보다가...
 
관찰력을 판정합니다.
 
레미니스 크립키: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1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wow
 
레미니스 크립키:(후훗)
 
그대로 시선을 내려보면, 창틀에 말라 붙은 피가 묻어 있는 것이 보입니다.
 
아마도 버니스는 정말... ...
 
레미니스 크립키:... ...하.
 
그리고 그 핏자국 끝에는, 창틀을 툭 건드리고 있는 두꺼운 나뭇가지가 있습니다.
 
그 위에...책이 얹어져 있군요.
 
레미니스 크립키:(책을 봅니다. 설마 맥베스인가?)
 
그렇습니다. 버니스가 잃어버렸던 그 책인가봐요.
 
레미니스 크립키:이건 용케 안 가져갔군. (손을 뻗어 책을... 닿을 수 있는 거리일까요?)
 
레미니스가 손을 뻗으면 충분히 닿을 거리입니다.
 
버니스도 저것을 건져내려 했겠죠.
 
레미니스 크립키:(손을 뻗어 책을 집어봅니다! 한번 살펴봐야지.)
 
레미니스는 책을 집어냅니다.
 
묘하게 누런 양장이 된 표지는 레미니스가 처음 보는 재료입니다.
 
여태까지 봤던 그 어떤 책도 이런 가죽재질은 아니었는데.
 
책에는 책갈피가 꽂혀 있습니다.
 
레미니스 크립키:(그렇다면 문제가 묘해진다.)(책갈피가 꽂힌 페이지로 넘어가 살펴봅니다.)
 
책갈피는 맥베르 4막 1장에 꽂혀 있습니다.
 
책갈피에는 짧은 글귀가 적혀 있네요.
 
레미니스 크립키:... ... .(책갈피를 조심히 집어든다. 주머니에 넣고,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 더 살펴본다. 그 외에는 이상한 내용은 없나.)
 
내부에는 평범한 맥베스의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하지만 제법 수상쩍은 책이니, 우선 가져가 보는 게 좋겠죠.
 
그리고 책갈피를 꺼낸 자리에서, 꼬깃꼬깃 접혀 있던 쪽지도 함께 떨어집니다.
 
레미니스 크립키:(오잉)(쪽지를 주워서 읽어봐요)
 
'사감용 학칙 제 3항', '사감용 학칙 제 6항' 이 쓰여 있습니다.
 
어딘가에서 베껴 적은 듯 하네요.
 
레미니스 크립키:...당최 "그것"이 뭔데?
 
대체 '그게' 뭘까요?
 
그 어떤 학칙도 '그것'에 대해 서술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레미니스 크립키:(이번 쪽지도 꾸깃꾸깃 주머니에 넣고 밖으로 나갑니다. 3층으로 가봐야겠다...)
 
bgm
 
레미니스가 201호를 나서는 순간, 세상이 옆으로 기울어지는 것 같습니다.
 
정신력을 판정합니다.
 
레미니스 크립키:
정신
기준치: 60/30/12
굴림: 31
판정결과: 보통 성공
 
내가 왜 201호에 들어와 있더라?
 
아, 혹시 301호에 가려다가 착각한건가...
 
어쩌면 엘리베이터에서 층을 잘못 내린 걸지도.
 
남의 방에 함부로 들어오다니, 교사가 할 짓기 아니죠.
 
그나저나 데이지는 방을 혼자 쓰는 모양이군요.
 
아니, 분명 2인 1실이었는데...
 
선득한 감각이 레미니스의 발 끝에서부터 천천히 올라옵니다.
 
그것은 등줄기를 타고 올라가 레미니스의 머릿속에 손을 집어넣습니다.
 
방대한 기록보관소를 뒤지던 손은 마침내 원하는 책을 찾아냅니다.
 
'앤 버니스'
 
손은 간단하게 그것에 '영구 대출'이라는 도장을 찍고... ...
 
그 순간, 레미니스는 한 발을 디뎌 기울어지는 몸을 지탱합니다.
 
'잊는다'?
 
그런 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레미니스는 재빠르게 앤 버니스의 기록을 훑습니다.
 
스태그필드 스쿨 13학년 앤 버니스, 오컬트 마니아, 사흘 전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 사망. 학교가 이 사실을 은폐하려는 것은 틀림 없는 사실.
 
레미니스가 완독하면, 기억 속에 스며들었던 손은 녹아내리듯이 사라집니다.
 
그리고 동시에 친구가 내뱉었던 한 마디가 떠오릅니다.
 
"학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냥 무시해, 레미니스. 궁금해도 참고 넘어가야 돼. 돌아올 때 즈음엔 다 괜찮아질테니까."
 
...이런 말을 대체 왜 잊고 있었지? 아니, '잊게 한' 걸까요?
 
시야가 좁아졌던 눈 앞이 한 순간에 트입니다.
 
bgm
 
레미니스 크립키:...(크게 심호흡을 한다. 있었던 기억을 묻어놓고 사는 것과 잊었던 것을 다시 기억해내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레미니스는 그걸 오늘이 되어서야 깨달았다.)
 
책장에는 더 이상 빈 공간이 없습니다.
 
모른 척 하라니, 그 학생들처럼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멍청한 얼굴로 서 있으라는 건가요?
 
레미니스 크립키:...죽어도 싫지, 그런 건.
 
아그네스가 말했던 '멍청한 넥타이핀'의 효과란 이런 거겠죠.
 
모른 척, 없는 척...잊게 만드는.
 
레미니스 크립키:(정장을 뒤적여 넥타이핀을 찾아본다. 달고 있나?)
 
레미니스는 넥타이핀을 달고 있지 않습니다.
 
학생들은 공통적으로 백합 모양의 교포가 달린 넥타이핀을 착용하고 있지만요.
 
레미니스 크립키:(... ...학교에 있는 것 만으로도 어느정도 영향은 받는다는 건가? 여기에 넥타이핀까지 달면 바보 되는 건 한 순간이겠군. 쬠 투덜거리며 3층으로 갑니다.)
 
레미니스는 3층으로 향합니다.
 
3층도 한산하네요.
 
레미니스 크립키:(내 방은 들어갈 필요 없고...)(4층을 건너뛰고 5층으로 갑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곧장 5층에 도착합니다.
 
5층에는 이제 막 동아리 활동을 가는 듯한 몇몇 학생들이 지나가며 레미니스에게 가볍게 인사를 해 보입니다.
 
레미니스 크립키:(생긋 웃으며 인사한다.)(여긴 뭐 이상한 거 없나...)
 
별달리 이상하다고 할 점은 없네요.
 
레미니스 크립키:(6층도 순찰합니다)(사-샷)
 
6층을 쭉 둘러보면, 이곳에도 학칙을 어기고 있는 학생들은 없습니다. 방에 들어가서 낮잠을 청하는 정도는 누구나 하는 일이죠.
 
레미니스 크립키:......(7층도...)(슬슬 시선이 4층과 지하 3층을 향하지만, 꾹 참는다.)
(7층으로 가봅니다!)
 
사감을 대신한 임무를 마치는 게 우선이죠. 레미니스는 꿋꿋하게 7층까지 순찰을 마칩니다.
 
레미니스 크립키:(후...)(학생들의 옥상 출입을 엄격히 금지한다는 8항을 되새겼다가... 학생 아니니까 자연스럽게 옥상도 가요.)
 
레미니스는 옥상으로 올라가려 했지만... ...
 
사감용 열쇠 꾸러미를 아무리 살펴봐도 옥상 열쇠는 보이질 않습니다.
 
레미니스 크립키:(엣)
 
이럴수가, 교직원도 출입 금지?
 
레미니스 크립키:(이럴 줄 알고 챙겨온 저의 열소1공을 시도해봐도 될까요)
 
아 좋습니다
 
가보자.
 
레미니스 크립키:(대성공만 띄우면 돼)
열쇠공
기준치: 1/0/0
굴림: 63
판정결과: 실패
 
아 아깝다
 
레미니스 크립키:(아까웠다)
 
진짜 아까웠다 거의 성공이었는데
 
레미니스 크립키:(아 아쉽다 잘만하면 행깎하는건데)
 
레미니스가 어딘가에서 읽은대로 문고리를 잡고 달그락거리지만...
 
네, 읽는 것과 해 보는 것은 조금 다르긴 하네요.
 
레미니스 크립키:(핫촴...나...)
(내가 놓아준거다... 열 수 있는데 놓아준거야...)(옥상은 포기하고 4층으로 가봐요)
 
레미니스는 4층으로...어떻게 갈까요?
 
계단과 엘리베이터가 있습니다.
 
레미니스 크립키:(..............)(5층에 엘리베이터를 세워두고 계단으로 진입해볼게요! 계단으로 못 들어간다면 엘리베이터로 재시도 하는 걸로)
 
레미니스는 계단으로 내려갑니다.
 
4층으로 들어가는 문은 굳게 잠겨 있군요.
 
레미니스 크립키:(열쇠 꾸러미에 4층 열쇠는 없겠죠?)
 
그렇습니다. 4층 뿐만 아니라, 지하 3층 열쇠도 없군요.
 
하지만 4층이 신경쓰이는 것은 사실입니다.
 
레미니스 크립키:...흠...
 
왜냐면 레미니스가 방에서 잠을 청할 때마다 계속 쿵쿵거리는 소리가 났거든요.
 
레미니스 크립키:(흠..............)
 
공사를 한다고 하지만...보통 공사를 모두가 자고 있을 시간에 하나요?
 
궁금한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지금으로선 4층에 들어갈 만한 방법이 없는 것 같습니다.
 
레미니스 크립키:...어쩔 수 없군. (한숨을 쉰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갑니다. 열쇠나 돌려놔야지.)
 
레미니스는 사감실이 있는 1층에 도착합니다.
 
모두 저녁식사를 하러 갔는지, 사감실 내부에는 아무도 없군요.
 
레미니스 크립키:(총총총 사감실로 가요!)
 
사감실의 한 쪽 벽면에는 우편물을 보관하는 선반이 있고, 그에 마주한 곳에 사감들이 쓰는 사무용 책상이 놓여 있습니다.
 
레미니스 크립키:(어디다 놓으면 되지...)(사감실 안에는 아무도 없을까요?)
 
사감실 안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사감용 열쇠였으니 사무용 책상에 적당히 올려두면 될 것 같아요.
 
레미니스 크립키:(그럼 열쇠를... 아직 몸에 지닌 채로 선반부터 뒤져봅니다)(...)
 
선반에는 학생들에게 온 우편물이 쌓여 있습니다.
 
학생들이 종종 이곳에 들러 우편을 보내거나, 자신에게 온 우편을 확인하곤 하죠.
 
레미니스 크립키:(앤 버니스와 데이지 게이먼... ...에게 온 건 없나? 아그네스 로페즈도 괜찮고...)(조심스럽게 살펴봐요)
 
레미니스가 우편물을 살펴보면...
 
알파벳 순서대로 정리가 되어 있긴 하지만, 세 사람에게 온 우편은 없네요.
 
레미니스 크립키:(또 허탕이군...)(이번엔 슬쩍 사무용 책상을 눈으로만 살펴봐요)
 
사무용 책상에는 기숙사 학생 명부와 학생 관리 지침이 놓여 있습니다.
 
레미니스 크립키:(기숙사 학생 명부를 들춰봅니다!)
 
명부를 본다면 자료조사를 판정합니다!
 
레미니스 크립키:
자료조사
기준치: 90/45/18
굴림: 93
판정결과: 실패
?
?????
????????????????
 
하?
 
레미니스 크립키:하?
(강행 할래요)
 
좋습니다
 
 
레미니스 크립키:
자료조사
기준치: 90/45/18
굴림: 15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wowowowwowowowowowowo
 
레미니스 크립키:하! 하! 하!
 
레미니스는 성취감에 크게 웃습니다.
 
레미니스 크립키:(아무도 없는 사감실에서 울려퍼지는 웃음소리)
 
레미니스는 가장 최근에 작성된 기숙사 학생 명부를 발견합니다.
 
201호에는 데이지의 이름만 적혀 있고, 그 밑에 적힌 이름은 화이트로 지워져 있습니다.
 
301호에는 아그네스의 이름이 적혀 있군요.
 
이번에 방을 옮긴 뒤 수정하지 않은 모양입니다.
 
레미니스 크립키:(흐음...)(이번엔 학생관리지침을 살펴봐요)
 
학생 관리 지침은 사용한 지 오래된 듯 일부가 찢겨 있습니다.
 
애매하게 기워진 지침 중 레미니스가 읽을 수 있는 것은 세 개 뿐이네요.
 
레미니스 크립키:(읽어볼게요!)
 
사감용 학칙 제 1항, 2항, 그리고 7항이 추가됩니다.
 
레미니스 크립키:(남은 건 3가지 조항 뿐이군...)(머릿속에 새겨두고 덮어둡니다. 열쇠를 내려놓고, 사감실을 빠져나갑니다.)
 
레미니스가 사감실을 나오면 어느새 7시가 넘은 시각입니다.
 
레미니스도 다시 도서관으로 돌아가야겠군요.
 
레미니스 크립키:(...도서관으로 돌아간다. 자리에 없는 학생은 없었겠지... 없었을거야...)
 
그러길 바라야겠죠.
 
레미니스는 도서관으로 돌아와, 201호에서 챙겨온 책을 올려놓습니다.
 
이상할 정도로 누릿한 냄새가 나는 맥베스라.
 
bgm
 
레미니스 크립키:...(맥베스 책을 뒤적거리면서... 업무에는 묘하게 집중하지 못한다. 어차피 자습시간엔 도서관 오는 학생도 적고...)
 
맥베스를 펼쳐 읽기 시작하면, 별안간 바깥이 어두워집니다.
 
자갈이 쏟아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고, 천둥이 치고, 번개가 꽂힙니다.
 
...유별난 소나기네요. 곧 지나가겠죠.
 
레미니스는 맥베스를 뒤적이다 첫 대사를 읽습니다.
 
When shall we three meet again? In thunder, lightning, or in rain?
 
bgm
 
레미니스 크립키:언제 다시 우리 셋이 만날까? 천둥, 번개, 아니면 빗속일까?
 
그 순간, 레미니스는 기묘한 위화감에 휩싸입니다.
 
이것은 맥베스가 맞나요? 어쩌면 이 모든 책들은, 기록들은, 활자들은...
 
우리가 이것을 '맥베스'라고 생각하고 읽기 때문에 그렇게 읽히는 것은 아닐까요?
 
보다 본질에 집중해봅시다.
 
그 문장을 다시 한 번 읽어보면...
 
글자가 우그러지더니 완전히 다른 내용으로 변모합니다.
 
다시 말하느니, 물리칠 수 없는 것을 불러내지 마라.
 
물리칠 수 없는 것이라니,
 
버니스를 먹었다는 그 검은 사슴?
 
아니면 미친 학교?
 
레미니스는 페이지를 한 장 더 넘깁니다,
 
그리고 한 장 더,
 
한 장 더,
 
한 장 더...
 
레미니스는 신화서 [프나코티카] 를 초독합니다.
 
(룰북 232p)
 
.
 
.
 
.
 
.
 
bgm
 
둘, 검은 사슴 괴물
 
--------------------------------
 
이것이 당신의 마지막 기억이었습니다.
 
쏟아지는 소나기 소리를 들으며 <맥베스>, 아니...
 
<프나코티카>를 읽던 것이요.
 
문득 정신을 차려보면, 레미니스의 눈 앞에 길게 긴 손톱이 보입니다.
 
완벽하게 풀을 먹여놓았던 셔츠 소매는 누릿하게 바래 있습니다.
 
헝클어진 머리카락이 눈 앞에서 아른거립니다.
 
레미니스는 약 1주간 신화서를 읽었습니다.
 
신화서 <프나코티카>를 초독해, 크툴루 신화 기능치를 영구적으로 3 올립니다.
 
(슥슥)
 
신화서를 약 9주간 읽었습니다.
 
지난 시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밤이 되면 예의 4층에서는 쿵, 쿵 하는 소리가 불길하게 울렸고.
 
미친듯이 책을 읽어내리다 정신을 잃으면 무언가가 그 옆에서 군침을 다시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그 기억 사이사이에, 아그네스의 목소리가 끼어 있습니다.
 
"웬만하면 자네에게 관여하지 않으려고는 했는데, 그래도 밥은 먹게."
 
"문학 에세이가 끝나서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학생들이 매일 자네를 찾느라 난리였을 걸. 변명하는 것도 한계일세."
 
"이봐, 내 말이 들리기는 하나?"
 
믿기 힘들지만, 아마 그 기간동안 아그네스가 레미니스의 상태를 봐왔던 것 같습니다.
 
매 끼마다 식사를 챙기고, 레미니스를 억지로 끌어다 잠을 재우고...
 
서툴고 불친절한 돌봄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호의로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그는 겉으로만 봐서는 모를 사람이니까요.
 
어쩌면 아그네스의 모든 행동이 가식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레미니스가 이런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한 번도 당신에게 병원을 권유한 적은 없었거든요.
 
오히려 레미니스의 연구를 부추기고 있는 인상이었습니다.
 
그래도 몇 주간의 연구가 무의미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누군가가 책 곳곳에 선행 연구를 해 놓았거든요.
 
레미니스는 의문과 정답이 가득한 필기를 전부 읽어내렸습니다.
 
모든 문장 하나하나를 외웠음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은 간단히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레미니스는 '이길 수 없는 것에 대항할' 방법 하나를 찾아냈습니다.
 
레미니스는 '프란의 크룩스 안사타' 주문을 습득합니다.
 
레미니스 크립키:(아, 정신이 아예 나가버리기 전에 답을 찾아내서 다행이다... 반쯤은 나간 선에서 그쳤으니.)
 
호기심에서 기인한 광기란.
 
레미니스 크립키:하지만 한계를 뛰어넘는 앎이야말로 모든 지식인의 동경 아닌가, 광기란 늘 따라붙는 법이다.) ...손톱이나 깎아야겠군.
 
창가로는 어슴푸레하게 달빛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창 위에 달린 기괴하게 뒤틀린 사슴 장식이 으스스한 분위기를 더하는군요.
 
...사슴장식?
 
레미니스 크립키:...?
 
다른 방에는 분명 백합 액자가 걸려 있었던 것 같은데.
 
레미니스 크립키:(사슴장식을 잘 살펴봅니다.)
 
사슴장식은 매우 기괴합니다.
 
제멋대로 난 뿔이 이리저리 얽혀 있는데, 그것들은 한 뿌리에서 나와 두 갈래로 갈라졌다가, 또 중간에 합쳐지거나 서로를 휘감기도 합니다.
 
아무리 보아도 모조품은 아닌 것 같은데... ...
 
그리고 그 순간, 누군가가 방문을 열고 들어옵니다.
 
레미니스 크립키:(방문 쪽을 휙 돌아본다.)
 
아그네스:아침에 나오는 비스킷 말일세. 사실 밤에 구워놓은 뒤에 아침에 데우기만 한다는 거 알고 있었나? 물론 자네는 관심 없겠지만... (양 손에 쟁반을 들고 어깨로 문을 밀다가 이쪽을 돌아본 레미니스를 보고 눈이 둥그래진다)
자네 제정신이군.
 
레미니스 크립키:... ...그래, 제정신이야.
 
아그네스:잘 됐군. 그럼 내가 자네 팔을 잡고 조종할 필요는 없겠어. (방 안으로 들어와 레미니스에게 저녁식사가 담긴 쟁반을 내민다)
그 행색으로 제정신이라는 말을 하니까 웃긴데. (소리내 웃는다)
 
레미니스 크립키:(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정리하며 푸스스 웃는다.) 이상하지. 나도 알아. (쟁반을 받아 한입 먹는다.) 내가 그동안 너한테 신세를 진 모양이던데.
 
아그네스:꽤나.
마음같아서는 자네에게 비용을 청구하고 싶을 정도야.
(제 몫의 빵을 스프에 찍어 씹어먹으며 침대에 반쯤 걸터앉는다.) 어때, 그 책은 쓸 만 했나? 꽤 빠져 지내던데.
 
레미니스 크립키:...돈으로도 사지 못할 걸 얻었지. 너도 들으면 기뻐할 거야. 값은 이걸로 치르마. (여즉 흥분이 가시지 않은 눈으로 말한다. 안그래도 넓은 동공이 훨씬 넓어져 거의 까만 눈이 되었다.) "그것"에 대항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어.
 
아그네스:(꼭 고양이같네, 그런 생각을 하며 물끄러미 레미니스를 바라본다. 그리고 직후에 광량이 좀 적나? 하고 중얼거린다.)
그거 잘 됐군. 자네가 그렇게 들뜬 걸 보니 효과는 충분해 보여. 물론 그보다는 먼저 식사를 마치고 씻게나.
(눈썹을 비틀며 적절한 단어를 고르다가 아하, 하며 손가락을 튕긴다.) 종말론자같거든.
 
레미니스 크립키:재밌네, 세상에 이렇게 긍정적이고, 활기에 찬 종말론자도 있을까? (크게 웃는다. 아무래도 반쯤은 미쳤다.) 그래, 빨리 기운을 차리고 실행에 옮길 준비를 해야지. 하, 내 꼴 좀 봐, 침대가 아니라 진흙탕에서 9주를 굴렀다고 해도 믿겠어... (중얼거리다 다시 식사를 입에 밀어넣는다.)
 
아그네스:제정신이라고 한 것도 취소. (문장이 주는 느낌과는 다르게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활기차다. 마치 그 광기에 동화된 것처럼 웃으며) 재미있었나?
 
레미니스 크립키:그럼, 아주 재밌었지... 덕분에 오랜만에 살아있는 기분이 들어. (황홀하다는 표정으로, 낡은 표지의 책에 문득 시선을 돌린다.) 선행 연구자가 있더구나.
 
아그네스:(레미니스가 책에 시선을 돌리는 사이 레미니스 스프에 빵을 찍어먹고) 아마도...
(잠시 입을 다문다.) ...테스트 하나 할까?
 
레미니스 크립키:(고개를 끄덕인다.) 해봐.
 
아그네스:201호에 머무르는 학생은 누구지?
 
레미니스 크립키:앤 버니스와 데이지 게이먼.
 
아그네스:(환하게 웃는다) 잊지 않았군. 자넬 고른 게 정답이었어.
자, 그럼 이건 통과 선물. (교복 안주머니에서 두 번 접힌 종이 쪽지를 내민다)
 
레미니스 크립키:날 "골랐다고?" (쪽지를 받아 본다.)
 
아그네스:나 혼자서 이 모든 걸 연구하기엔 시간이 부족할 것 같았거든. 자네라면 한 걸음 물러나서 이 학교를 봐 줄 거라고 생각했지.
 
쪽지에는 '사감용 학칙 제 10항'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레미니스 크립키:날 장기말로 썼다는 것처럼 들리는데. (그러나 이런 연구를 하게 해준다면 남의 장기말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다. 10항을 가만히 훑어본다.)
 
아그네스:(하하, 하고 짧게 웃는다) 내가 '쓴' 게 아니라, 자네가 '쓰여 준' 거지.
다 먹었으면 씻고 나오게. 또 보여줄 게 있어.
몇 주 내내 책만 읽었으니 분위기를 환기할 필요도 있을 것 같아서.
 
레미니스 크립키:... ... (무슨 차이지, 가만히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다 먹은 식판을 내려놓고 뽀득뽀득 씻고 몸단장하러 가요)
(샤워실... 기숙사실 안에 딸려있겠죠)
 
물론 욕실이 딸려 있습니다.
 
레미니스 크립키:(뽀득뽀득...)(머리도 감고 손톱도 깎고 옷도 새 옷 입고... 걸린 시간 34분)
 
wow
 
레미니스는 아주 빠르게 준비를 마쳤습니다.
 
레미니스 크립키:(초스피드로 사람꼴 되어서 등장)
 
아그네스:훨씬 낫군.
(레미니스가 나오면 자리를 털고 일어서 방을 나선다.) 따라오게, 밤 공기 쐴 거니까 단추 잠그고.
 
레미니스 크립키:(안경도 닦는다.) ...밤에? 그래. 뭘 보여주려고. (옷장 뒤져서 두꺼운 코트를 하나 더 걸쳐요)
 
아그네스는 레미니스를 이끌고 옥상 문이 있는 곳으로 올라갑니다.
 
레미니스 크립키:(옥상?)
 
bgm
 
아그네스:자네가 열심히 책을 읽는 동안 나도 이것저것 알아보러 돌아다녔었지.
 
아그네스는 매우 연극적인 동작으로 주머니에서 낡은 열쇠를 꺼내, 옥상의 문을 엽니다.
 
붉게 녹이 슨 손잡이가 돌아가고 옥상의 문이 열리면
 
아그네스는 마치 커튼콜에 선 배우처럼 레미니스에게 과장된 인사를 해 보이고 옥상으로 들어섭니다.
 
레미니스 크립키:... ...(따라 옥상으로 들어간다. 찬 바람에 코트를 여몄다.)
 
옥상으로 들어서자 보이는 것은
 
절벽으로 꿈틀거리며 다가오는 검은 파도들,
 
메마른 뼈처럼 어둠 속에서 허옇게 번뜩이며 죽어가는 파도 포말들,
 
멀리서 달려와 솜누스의 손길에 살점을 털어내는 바람들,
 
군인의 경례처럼 일제히 한 손을 흔드는 잎사귀들...
 
그리고 등을 돌린 채 하늘을 향해 양 팔을 벌리고 있는 아그네스.
 
크툴루 신화를 판정합니다.
 
레미니스 크립키:
크툴루 신화
기준치: 3/1/0
굴림: 72
판정결과: 실패
 
이 곳은 마치 거대한 괴물의 아가리 속을 묘사해 놓은 듯한 풍경을 가졌습니다.
 
나무들이 우수수 흔들리는 소리가 마치 폭풍 전의 고요처럼 느껴지는군요.
 
아그네스:(천천히 레미니스를 돌아본다.) 훌륭한 경치지?
 
레미니스 크립키:... ...(주변을 둘러보다 고개를 끄덕인다.) 어쩐지 경외심이 드네.
 
아그네스:어땠나? 이 학교를 외부인의 입장에서 바라본 감상은.
 
레미니스 크립키:... ...학생들을 이름도 모를 괴물에게 바치는 쓰레기 집단.
학교에 대한 감상은 그게 끝인데... 계속 들여다보면 다른 게 궁금해져. 대체 그 이름 모를 것이 뭔지. ...그 모습이... ... .
그게 알고 싶어져.
 
아그네스:쓰레기 집단이라는 말에는 동의해. (슬핏 웃는다.)
줄곧 자네 같은 사람을 기다려왔지. 이 쓰레기 집단에 동참하지 않으면서도, 흥미를 가지고 접근해 줄 사람. 그게 어떤 의도에서건.
그 동안 데이지가 돌아왔다네. (고개를 기울인다.) 버니스를 모르더군.
 
레미니스 크립키:(멍하니 검은 절경에 시선을 두다가 나직이,) ... ...그래? 어쩌다가.
 
아그네스:수작을 부렸겠지. 이제 이 학교에서 그를 기억하는 건 자네와 나밖에 없어.
(레미니스의 시선을 따라가 먼 풍경을 본다.) 자네는 '그것'을 직접 마주하고 싶나?
 
레미니스 크립키:... ...(그러면 기억을 잃은 학생이나 죽은 학생들에 대한 생각은 날아가고, 오로지 흥미와 집착이 머릿속에 가득 찬다.) 그야 당연하지!
 
아그네스:(다시 돌아보면, 점차 어두워지는 하늘 아래에서 노란 눈이 반짝인다.) 왜?
그것을 마주하자마자 죽을지도 모르는데?
자네가 얻었다는 방법이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잖나.
 
레미니스 크립키:없어도 상관 없어! 그건, 자잘한 시행착오일 뿐이야. 그리고 그걸 직접 목도하는 것이야말로... ... 내가 9주간 한 연구의 마지막, 정점이야. 그게 내 탐구를 완성하고 나아가 나를 완성할 거야!
죽어도 상관 없어, 그러니까... ... 정말로! 죽어도 괜찮아.
 
아그네스:(의외라는 듯 눈을 끔벅인다.) ...정말 특이하군. 정말로, 내가 본 사람들 중에서 제일.
자네의 그 지식욕은 대체 어디에서 기인하나? (제 머리를 톡톡 두드린다)
 
레미니스 크립키:...(애매한 웃음을 흘린다.) 몰라, 그건 중요한 정보도 아니잖아.
 
아그네스:내가 자네에게 흥미를 느끼고 있는 부분이지. (눈썹을 비틀며, 거의 어둠에 동화된 듯한 레미니스의 눈을 응시한다.)
당부의 말은 생략해도 괜찮겠어. 자넨 중간에 포기같은 걸 하는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거든.
 
레미니스 크립키:(어깨를 들썩이며 소리내 웃는다. 웃음소리가 점차 커지고 높아진다. 그야 당연한 이야기를 하는데 웃기지 않을 수 있나.)
 
아그네스:(가만히 미소짓는다.) 자네의 연구가 제대로 끝마쳐질 수 있도록 도와주지, 레미니스.
자네는 선생보다 학자가 어울리는군.
 
레미니스 크립키:칭찬이니? 나쁘지 않네.
 
아그네스:칭찬처럼 들렸나? 그럼 그런걸로 하지. (레미니스를 지나쳐 먼저 옥상을 빠져 나가며 등을 두어번 두드린다.)
가지, 곧 자정일세. 남은 웃음이 있다면 방에서 해결하게나.
 
레미니스 크립키:(따라 옥상을 빠져 나간다. 떨리는 손을 한번 쥐었다 편다.)
 
잘게 희열이 남은 손 아래, 문 틈에 끼어있는 종이조각이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레미니스 크립키:(종이조각? 들어서 살펴봅니다.)
 
종이조각은 매우 낡아 있습니다.
 
위에는 '사감용 학칙 제 9항'이라고 쓰여 있군요.
 
레미니스 크립키:(종이조각을 가만히 보다가, 접어서 주머니에 넣는다.)
 
아그네스:(레미니스가 옥상을 나오면 다시 문을 잠궈두고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한다) 분명 내가 먼저 제안했는데, 이제는 내가 자네의 유일한 조력자가 됐군.
 
레미니스 크립키:처음엔 아니었던가. (어깨를 으쓱인다.) 그 제안, 받아들이길 잘한 것 같아.
 
아그네스:자네는 의구심을 품었지. 지금 들으면 자네가 크게 웃을 것 같은데...처음엔 자네가 경찰을 부르자고 했어.
 
레미니스 크립키:... (큭큭거린다.) 아, 과거의 순진했던 레미니스 크립키.
 
아그네스는 방으로 돌아가고, 레미니스도 301호로 돌아옵니다.
 
순진했던 레미니스 크립키.
 
하지만 이제 레미니스의 트인 눈 앞에는 미지의 세계가 놓여 있습니다.
 
이곳에서 알아내고, 경험할 것이 널려있죠.
 
이럴 땐 선생의 지위가 도움이 됩니다. 학교의 어느 곳을 돌아다녀도 의심받지 않으니까요.
 
레미니스 크립키:...(역시 4층을 가보고 싶어요)
 
이제 '그것'이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정확히 '그것'이 무엇인지 찾는 일만 남았습니다. 물론...내일부터요.
 
레미니스 크립키:(하지만... 일단은... 자야겠다...)
 
내일은 마침 토요일이라 도서관을 포함한 학교 전체가 한산할 시기입니다.
 
이미 자정이 지났으니 말이죠.
 
레미니스 크립키:(내일을 고대하면서 잠에 듭니다.)(도로롱)
 
도로롱...
 
------------------------
 
bgm
 
토요일이 밝습니다.
 
레미니스가 학교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다면, 역시 제격인 장소는 온갖 장서가 놓인 도서관이겠죠.
 
또는 선생들만 출입할 수 있는 교무실도 있겠습니다.
 
학생들을 만나보고 싶다면 동아리실이나 교실을 둘러봐도 좋습니다.
 
레미니스 크립키:(역시... 마음의 고향인 도서관 먼저 들러봅니다.)
 
레미니스는 도서관으로 향합니다.
 
레미니스 크립키:(쫑쫑쫑)
 
도서관의 들창으로 내리쪼이는 햇빛에 케케묵은 먼지들이 둥둥 떠다닙니다.
 
레미니스가 항상 앉아서 일을 하는 사서석에는 대출 명부가 놓여 있고, 그 옆에는 대출 연체자 목록 따위가 붙어 있는 흑판이 걸려 있습니다.
 
책장에는 장서들이 빼곡하게 가득 차 있죠.
 
레미니스 크립키:(흠... 책장을 먼저 살펴보아요. 검은 사슴, 아니면 스태그필드의 역사... 이런 책에 어디 한 줄이라도 안 적혀있을까...)
 
레미니스는 기억을 훑어봅니다.
 
지능을 판정해볼까요?
 
레미니스 크립키:(네!)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89
판정결과: 실패
?
 
하?
 
레미니스 크립키:하?
(강행해봐도 될까요 천재사서 여기서 무릎꿇을 수는)
 
특성치는 강행이 불가능하니...대신 자료조사로 진행해봅시다
 
천재 사서의 머릿속을 뒤져봐요!
 
레미니스 크립키:(조아요!)
자료조사
기준치: 90/45/18
굴림: 8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역시.
 
역사는 분명히 900번대...900번대 장서는 2층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2층 책장을 확인하면, 아주 구석진 곳에 케케묵은 종이뭉치들이 꽂혀 있는 것이 보입니다.
 
주변의 책들은 시꺼멓게 물들어 있는데...저걸 책이라고 해도 되는 걸까요?
 
레미니스 크립키:(아주 매혹적인데...)
 
게다가 장서목록에도 없었던 책 같네요. 애초에...제목이 없으니까요.
 
레미니스 크립키:(손으로 건드려봐도 되려나? 종이뭉치들을 한번 꺼내 읽어봅니다.)
 
종이뭉치는 누군가의 기록처럼 보입니다.
 
레미니스는 종이뭉치를 읽어내립니다.
 
레미니스 크립키:(... ...흥미로운 이야기이긴 한데... 그 괴물에 대한 정보는 얼마 없군. 조금 실망하고 내려놓습니다.)
 
그닥 인상적인 정보는 아니었군요.
 
'그것'을 마주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준비가 필요하겠습니다.
 
우선 '프란의 크룩스 안사타'에 나오는 앙크를 만들기 위한 재료부터...
 
대체 어떻게 그것을 만나야 하나, 하는 것도요.
 
레미니스 크립키:(흠... 흠............)(재료야 동아리실에 가면 학생들한테 좀 얻을 수 있겠고...)
(본관으로 이동해서 '그것'에 대한 정보를 좀 더 모아보기로 해요! 교무실 가야지)
 
레미니스는 교무실로 향합니다.
 
bgm
 
교무실에는 당직을 서는 선생님들 두엇만 남아 있습니다.
 
남은 책상들은 주인을 잃은 채 텅 비어있네요.
 
3학년 담당 선생의 자리도 비어 있으며, 벽면에는 책장이 줄지어 서 있습니다.
 
레미니스 크립키:(호오라...)
(책장을 먼저 살펴봐요)
 
책장에는 연구용 교과서나 졸업 앨범 등이 꽂혀 있습니다.
 
졸업앨범은 학교가 개교한 이래부터 계속해서 모아온 것인지 양이 꽤 많네요.
 
레미니스 크립키:(흠...)(졸업 앨범을 최근것부터 하나씩 살펴봅니다.)
(한번 쯤 찍히지 않았겠거니)
 
자료조사를 판정합니다.
 
레미니스 크립키:
자료조사
기준치: 90/45/18
굴림: 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wow
 
레미니스 크립키:(번쩍)
 
레미니스는 빠르게 졸업앨범을 훑어내립니다. 사진의 한 구석에라도, '그것'이 찍혀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면서요.
 
그렇게 천천히 예전 앨범으로 돌아가다보면...
 
1971년 졸업앨범에서 이상한 것을 발견합니다.
 
검은 사슴도, 입이 찢어진 괴물도 아닌...
 
아그네스 로페즈가 그곳에 찍혀 있습니다.
 
닮은 사람이라고 하기엔 너무 똑같은 생김새입니다.
 
레미니스 크립키:...?
 
어쩌면 그의 자매일지도 모르죠.
 
그러나 앨범을 더 뒤져보면...
 
그는 종종 졸업앨범에 출현합니다.
 
10년 전, 17년 전, 그리고 33년 전, 47년 전...
 
아그네스가 가장 처음으로 찍혀 있는 졸업앨범은 1910년 졸업앨범입니다.
 
다만, 맨 처음의 사진은 그 이후의 사진들과 조금 다릅니다.
 
1910년도에 찍힌 아그네스는 전체 대열의 거의 중앙에 서서, 친구들과 요란하게 어깨동무를 하며 웃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에 등장한 아그네스의 사진들은 대열 구석, 맨 뒤에 서서 가만히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레미니스 크립키:...무슨 일이지, 이게... ... .
 
...왜 아그네스가 이렿게 많이 찍혀 있는거죠?
 
레미니스 크립키:(...분명 찍혀있는데...)
(...꺼림칙한 기분을 느끼며 앨범을 탁 덮어둔다.)(3학년 담당 선생님의 자리로 가봅니다.)
 
레미니스는 3학년 담당 선생님의 자리로 향합니다.
 
.,., (13학년입니다)
 
레미니스 크립키:(...네!)
 
그 자리에는 13학년 학생들의 전체 명부가 놓여 있습니다.
 
레미니스 크립키:(명부를 펼쳐봅니다. 성씨는 L... 그리고 이름은 A...)(아그네스의 이름을 찾아봐요)
 
아그네스 로페즈...
 
레미니스가 학적부를 쭉 읽어내리지만, 아그네스의 이름은 적혀있지 않습니다.
 
이상하군요. 기숙사 명부에는 분명 적혀 있었는데.
 
레미니스 크립키:... ...(꺼림칙함이 배가 된다.)(덮어두고 동아리실로 향해봅니다. 사슴뿔 탈피)
 
:아쉽
 
스태그필드는 학생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교양 교육을 동아리의 형태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회화, 조각, 성악, 문예창작, 사격, 승마, 펜싱, 사회공헌 등...
 
동아리에서 단독으로 쓰는 방들이 모인 건물입니다.
 
오늘은 주말이라 꽤 조용하군요.
 
레미니스 크립키:(금속을 얻으려면 금속 공예 동아리나... 과학 실험 동아리를 가야할텐데...)
(더 있을 확률이 높은 과학 관련 동아리를 찾아봐요)
 
레미니스는 '물리학 동아리', '화학 동아리', '생물학 동아리' 교실을 찾아냅니다.
 
레미니스 크립키:음...(화학 동아리로 들어갑니다!)
 
레미니스가 화학동아리로 들어가면, 실험 중이던 학생 하나가 돌아봅니다.
 
퀸스:오늘 화학 동아리는... (레미니스를 보고 안전고글을 벗는다.) 어라, 안녕하세요. 크립키 선생님.
동아리실에는 무슨 일이세요?
 
레미니스 크립키:(생긋 웃는다.) 안녕, 실험 중이었구나. 별 건 아니고 몇가지 비품을 가져와달라고 다른 선생님이 부탁하셔서... ... .
방해되면 나가 있을까? 끝나면 불러주렴.
 
퀸스:아아, 네. 그럼요. 토요일인데도 학교에 계셨네요. (고글을 내려두고 일어선다) 아니에요, 도와드릴게요.
어떤 게 필요하세요?
 
레미니스 크립키:...(여기서 잠깐 지능판정 가능할까요 구리선으로 앙크 만드는 게 가능할지)
 
물론입니다!
 
지능판정해봅시다
 
레미니스 크립키: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47
판정결과: 보통 성공
 
물론 구리라면 앙크를 만들기에 제격이겠죠.
 
하지만 레미니스가 한 번 동아리실을 훑어보면...
 
화학 동아리에는 부식 실험을 하기 위해 준비된 얇은 구리 조각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레미니스 크립키:(다른 금속은 없는지... 한번 눈으로 훑어봐요)
 
철, 구리 등...화학실험에 쓸 만한 것들은 모두 모여 있습니다만
 
모두 앙크를 만들기에는 턱 없이 작거나 얇습니다.
 
레미니스 크립키:...(좀 고민...) 1m 정도의 구리선... 이었는데, 여기엔 없으려나? (허탈한 웃음으로 무마했다.) 혹시 내가 동아리실을 잘못 찾았나?
요즘 기억이 깜빡깜빡해서 원.
 
퀸스:어머, 그런가요? 혹시라도 제가 도와드릴 게 있으면 언제든 말씀해주세요, 선생님.
선생님께 도움이 되면 저도 정말 기쁠 것 같아요.
 
레미니스 크립키:...(그 말에 슬쩍 시선을 내려 퀸스의 교복에 달려있을 교포를 본다.) 그럼, 마음만이라도 고맙다. (곧 아무렇지도 않게 웃는다.) 실험 재밌게 하렴.
(스르륵 빠져나와요)
 
퀸스의 넥타이에는 아주 완벽하게 백합 교표가 달려 있습니다.
 
동아리실은 잘못 찾아온 걸까요?
 
관찰을 판정합니다.
 
레미니스 크립키: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66
판정결과: 보통 성공
 
레미니스는 동아리실 복도 끝에 무언가 검은 자국이 찍혀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레미니스 크립키:(어)
 
누군가가 진흙을 밟고 들어오기라도 한 걸까요?
 
레미니스 크립키:...(검은 자국은 어디로 이어지고 있을까요?)
 
검은 자국은 계단 아래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저 아래로 내려가면 지하일텐데요.
 
레미니스 크립키:... ... (검은 자국을 따라 지하로 가봅니다!)
 
레미니스는 지하로 향합니다.
 
계단을 한 층 내려가면, 케케묵은 먼지가 가라앉으며 기묘한 풍경을 보여줍니다.
 
지하의 구석에, 거대한 문이 있군요.
 
동아리실은 지하 1층까지 밖에 없을텐데요.
 
레미니스 크립키:...(신기한 문이네)(검은 자국은 저 안으로 이어지고 있을까요?)
 
그렇습니다. 발자국으로 추정되는 검은 자국은 문 너머로 이어져 있네요.
 
레미니스 크립키:(그럼 한번... 문을 힘차게 열어봅니다!)
 
문을 열면, 아래에서부터 기묘한 냄새가 올라옵니다.
 
마치 늪지대에서 올라오는 듯한...
 
문 안쪽에는 아래로 이어지는 계단이 놓여 있군요.
 
안쪽은 얼마나 긴 지 가늠이 되지 않을 정도로 어둡습니다.
 
bgm
 
레미니스 크립키:(안쪽으로 쭉 내려가봅니다.)
 
레미니스는 주저하지 않고 발을 내딛습니다.
 
안쪽으로 내려갈 수록 냄새는 진해집니다.
 
늪의 냄새, 썩어가는 나뭇잎, 진흙 속에 잠기는 새의 가느다란 뼈...
 
바닥을 기며 뻗어나가는 덩굴이 닿는 자리마다 생명이 있는 것은 모두 부패하는, 그런 냄새.
 
사람의 발자국 같다고 생각했던 진흙 자국은 내려갈 수록 점차 동물의 발굽 자국처럼 변모합니다.
 
마침내 계단 맨 아래에 닿으면, 매우 캄캄한 곳이 등장합니다.
 
레미니스는 이 어둠을 알고 있습니다.
 
레미니스의 눈을 덮었던 갓나고 늙은 어둠...
 
서늘한 공기가 몸을 감싸고, 자꾸만 구두 끝에 질척이는 무언가가 닿습니다.
 
레미니스 크립키:(어둠이 깊어질 수록, 부패가 강해질 수록, 어둠에 눈이 뜨인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묘한 흥분감이 차오른다. 계속하여 앞으로 나아간다.)
 
어쩐지 피부에 오소소 소름이 돋습니다.
 
그것이 서늘한 바람 때문인지, 또는 어떤 희열 때문인지...
 
레미니스는 행운을 판정합니다.
 
레미니스 크립키:
행운
기준치: 45/22/9
굴림: 99
판정결과: 대실패
 
:?
 
레미니스 크립키:(하핫)
 
레미니스는 나아가던 중, 무언가 단단한 것에 걸려 요란하게 넘어집니다.
 
레미니스 크립키:꺄악
 
레미니스가 반사적으로 손을 뻗으면, 바닥 아래에 있던 딱딱한 것이 손에 잡힙니다.
 
레미니스 크립키:(콜록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손에 잡힌 걸 더듬어 확인해봅니다.)
 
레미니스의 손에 잡힌 것은...무언가 매끈하고 빛나는 것입니다.
 
레미니스 크립키:... ...(만지작...) 라이트라도 들고올 걸... ... .
 
어쩌면 이것이 '재료' 일지도요.
 
이곳은 울적하고, 사위스러운 곳입니다. 움직일 때마다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물건들이 자꾸만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고...마치 거대한 주술 의식에 갇힌 듯한 기분입니다.
 
'그것'에게도 집이 있다면, 이런 장소가 딱 어울리겠네요.
 
지금은 어떤 생물의 기척도 느껴지지 않지만요.
 
레미니스 크립키:(매끈한 물건을 주머니에 넣고, 눈 앞의 어둠을 한참이나 응시했다가, 발걸음을 돌린다. 마음을 다 잡는다. 만나고 싶어 안달난 건 사실이나, 그럴 수록 신중하게 준비가 되어있어야지...)
 
완벽한 준비가 완벽한 만남을 만들겠죠.
 
레미니스는 다시 한 번 마음을 먹고 걸음을 돌립니다.
 
위로 올라갈까요?
 
레미니스 크립키:(네!)
 
레미니스는 다시 계단을 걸어올라갑니다.
 
마침내 다시 동아리실 지상에 도착한 레미니스는 지능을 판정합니다.
 
레미니스 크립키: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3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레미니스는 천천히 몸에서 이상한 기운이 벗겨지는 것을 느낍니다.
 
<프나코티카>를 읽어본 레미니스는 저 방이 어떠한 주술 의식에 사용되고 있다는 확신을 얻습니다.
 
'그 책'을 뒤져본다면 적절한 답이 나올지도요.
 
음습한 지하에서 나오고 나면, 레미니스의 손에 들린 것이 석양빛을 받아 반짝입니다.
 
단단하고, 노란 빛으로 빛나는 그것은... ...황금.
 
레미니스 크립키:(황금을 이리저리 살펴본다.) 흐음-... ... .
 
아주 귀한 마법 재료죠. '그것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고요.
 
레미니스 크립키:(앙크로 만들어야 하는데... 어떻게 만들지... 곰곰)
 
앙크는 레미니스가 의식을 거행하는 동안 만들어집니다.
 
놀랍게도, 마법이니까요.
 
어쩌면 과학보다도 쓸모 있을지도요.
 
레미니스 크립키:(아하!)(그럼 기분좋게 황금을 챙기고 돌아갑니다.)
(기숙사실로요!)
 
레미니스는 석양을 등지고 기숙사실로 돌아갑니다.
 
bgm
 
동아리실 건물을 나와 기숙사실로 향할 때,
 
어디선가 종이비행기가 날아와 레미니스의 뒤통수를 찌릅니다.
 
레미니스 크립키:(엇...)(뒤를 휙 돌아봅니다. 어디서 날아온 거지?)
 
뒤를 돌아보면, 기숙사 건물 옥상에 서 있는 인영이 눈에 들어옵니다.
 
저 모습은...아그네스로군요.
 
그는 종이비행기를 가리키듯 손을 흔듭니다.
 
레미니스 크립키:(아그네스를 가만 보다가-저 애, 석양이랑 끝내주게 잘 어울리네.- 종이비행기를 주워 살펴본다.)
 
종이비행기의 비죽 튀어나온 부분에는 '사감용 학칙 제 8항'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펼쳐서 읽어보나요?
 
레미니스 크립키:(네!)
 
사감용 학칙이 모두 공개됩니다.
 
레미니스 크립키:(8항과, 옥상에 서있는 인영을 번갈아본다. 그러면 둘 중 하나는 자신이 거짓임을 밝히고 순순히 사라지기라도 할 듯이.)
 
만약 이 모든 것이 진실이라면...
 
그 순간, 황금을 든 레미니스의 손에 바스락거리는 감촉이 느껴집니다.
 
레미니스 크립키:...(손을 확인해봅니다.)
 
바 형태로 된 황금의 뒷면,
 
곧 낡아 바스라질 것만 같은 종이가 붙어 있습니다.
 
레미니스 크립키:(종이를 확인해봅니다.)
 
그곳에는 누군가가 휘갈겨 쓴 듯한 짧은 편지가 쓰여 있습니다.
 
레미니스 크립키:(편지를 읽어봅니다.)
 
놈의 말에 현혹되지 말게.
 
하지만 멈추지 않았기에 이 편지를 발견했겠지.
 
누군가가 이 편지를 읽는다면, 나는 실패했음이 틀림 없어.
 
자네는 성공하길 빌겠네.
 
1910년 5월, 아그네스 로페즐라.
 
레미니스 크립키:... ... .
 
그 어떤 것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사감용 학칙도, 영문 모를 편지도, 옥상 위의 인영도...
 
옥상에 올라선 아그네스는 레미니스를 향해 환하게 웃어보입니다.
 
레미니스 크립키:... ...(숨을 크게 들이마신다. 어쩐지 그 미소에 답해줄 수가 없어서, 머뭇거리다 발걸음을 황급히 뒤로 옮긴다. 기숙사실로 갑니다.)
 
레미니스는 옥상으로 갈까요, 301호로 갈까요?
 
레미니스 크립키:(301호로 일단 갑니다!)
 
레미니스는 301호로 향합니다.
 
301호의 문을 열면, 스산하게 생긴 사슴 장식과 신화서가 레미니스를 맞이합니다.
 
레미니스 크립키:그 책, 그 책... 어디갔지. 아, (신화서를 펼쳐봅니다.)
 
레미니스는 신화서에서 무엇을 찾아볼까요?
 
레미니스 크립키:(주술 의식에 대해 찾아봅니다!)
 
레미니스는 신화서를 뒤져 주술 의식에 관한 내용을 찾아냅니다.
 
35
 
지하에서 들었던 소리와 진흙의 감촉, 냄새로 미루어 보았을 때...
 
그 주술의식은 누군가를 자신의 노예로 만드는 주문을 아주 악질적으로 변형시킨 것입니다.
 
무엇보다 끔찍한 점은, 이 주문이 걸린 대상은 술자와 닮아간다는 점입니다.
 
레미니스 크립키:... ... .
 
'그것'은 인간을 자신의 동족, 또는 그 비슷한 것으로 만들려 합니다.
 
레미니스 크립키:(책을 읽다가 머리를 헝클어뜨린다. 다른 내용은 더 없나...)
 
다른 내용들도 하나하나 되새겨보지만, 당장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은 보이질 않습니다.
 
레미니스 크립키:...하. (그럼 책을 내려두고 옥상으로 향합니다.)
 
레미니스는 옥상으로 향합니다.
 
bgm
 
옥상으로 올라가면, 열린 옥상 문 안으로 아그네스가 보입니다.
 
아그네스:어서오게, 레미니스 크립키.
 
레미니스 크립키:...아그네스 로페즈.
 
아그네스:원하는 만큼 알아냈나? (천천히 미소지으며 양 팔을 벌린다.)
 
레미니스 크립키:...너는 지금 누구지?
 
아그네스:자네가 그토록 만나고 싶어하던 것이지.
의외로군, 자네가 좀 더 신나게 찾아올 줄 알았는데. (고개를 기울인다.)
 
레미니스 크립키:...네가? 정말로? ...네가?
 
아그네스:영광인가? 아니면 감동, 아니면 의문? (과장된 몸짓으로 인사한다.)
 
레미니스 크립키:... ...(아, 아니다, 내가 바라는 모습은 이런 탈을 쓴 모습이 아니다. 그보다 어둡고, 끔찍하며, 내가 죽는 순간까지 다 이해하지 못할 미지로 가득찬...) 증명해봐.
 
아그네스:(그 말을 듣곤 하! 하며 웃음을 터트린다.) 좋아, 증명하지.
(네게 천천히 걸어간다. 석양을 등진 그림자가 일렁이는 듯 하다가, 천천히 늘어나 입체감이 있는 덩굴로 변모해 네 발목을 휘감는다.)
자네는 정말, 정말로. 기대 이상이야.
이번에는 조금 일탈을 해보길 잘 했지.
 
레미니스 크립키:(어둠이 제 발목을 휘감는 모습에, 환희에 찬 탄성을 내뱉는다. 아이가 맑은 시냇물에 발목을 담갔을 때나 내뱉을 만한 순수한 기쁨.) "이번"?
 
아그네스:많은 시도를 했지. (덩굴이 천천히 발목을 타고 올라간다.) 밑바닥부터 올라와 포기하지 않는 것으로는 제일 가는 인간, 정의감으로 가득 찬 소설 속의 주인공...
전부 각각의 재미가 있었어. 아, 물론 이 껍데기도 재밌었어. (제 머리카락을 한 번 잡아당기곤 놓는다.)
자네가 '죽어도 좋다'고 했던 순간은 정말, (고개를 젓는다) 절대 잊지 못할거야.
 
레미니스 크립키:... ... (베시시 웃으며 고개를 기울인다.) 그럼 역시 내가 당신의 제물인가?
 
아그네스:물론. 그리고 나는 모든 인간에게 공평하게 기회를 주지. (큭큭거리며 웃는다.) 내게 대항하게. 내가 무엇인지 알기 위해, 내가 온 곳이 어딘지 알기 위해...
자네의 목숨을 걸어서라도.
난 자네가 모든 준비를 마칠 때까지 기다려 줄 생각이거든.
 
레미니스 크립키:(상냥한 처사다, 경외해 마지않는 존재가, 나를 시험하고, 그 와중에 나를 보살펴주기까지 했다니, 레미니스는 이 순간을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이 순간의 기쁨을...) 아직 내가 더 못 알아낸 게 있단 말야? (눈이 반짝인다.)
 
아그네스:기쁘게도...세상에는 자네가 모르는 것이 아주 많아, 레미니스 크립키.
자네가 알아낸 방법을 써서 나를 몰아낼 수도 있겠지만, (한 발자국 다가간다.)
상상해보게, 레미니스. 나의 의지대로, 나와 유사한 존재가 되는 걸 상상해봐.
억겁을 살면서, 아무도 모르는 우주의 비밀을 알게 되겠지. 우주에서 어떤 씨앗이 가장 먼저 발아했는지, 그것에서 태어난 것들은 대체 어디에서 사는지...과학과 이론이 설명해주지 않는 모든 것들을. (번뜩이는 눈이 너를 향한다)
 
레미니스 크립키:모든 것들을... ... .(양 뺨이 설렘에 붉어진다. 그는 양 손까지 맞잡는다. 이 먼지같은 삶으로는 닿을 수 없는 것들이 여기에, 이 밝은 눈 안에... ... .)
 
아그네스:내게 대항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어. 물론 그런 인간도 아름답지만...나는 자네가 가장 원하던 것을 선사할 수 있다네.
인간의 그릇은 자네를 담기엔 너무 비좁지, 레미니스.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나?
 
레미니스 크립키:맞아... ... 나는 언제나 도망치고 싶었어! 인간이 정해놓은 규율이나 한계 따위에서 늘 벗어나고 싶었어. 난, 난, 늘 당신과 같은 어둠 속으로 가고 싶었어... ... .
 
아그네스:그래, 무엇보다 갓난 것 속으로. 무엇보다 나이 든 것 속으로. 그 모든 것과 하나가 되어서. (어느새 덩굴은 금방이라도 목을 조를 것처럼 올라와 몸을 단단히 감싼다.) 대답해보게.
내게 의미 없는 저항을 계속 할 지, 순순히 나를 따라 자네가 바라던 세계로 갈 지.
 
레미니스 크립키:(아, 당신에게 이런 말을 직접 할 수 있어서 정말 영광이야...) 날 데려가주세요!
 
bgm
 
레미니스의 희열에 차 외칩니다.
 
누군가는 당신을 향해 손가락질 할 지도 모르죠.
 
수치도 모르는 놈, 인간이길 포기한 놈, 끔찍한 괴물을 숭배하는 사교도...
 
하지만 그들이 모두 어리석은 것입니다.
 
이토록 아름다운 어둠을, 이토록 빛나는 진실을 누가 거절할 수 있겠어요?
 
인간은 모두가 미지를 궁금해하며 사는데,
 
그 속으로 직접 걸어들어갈 수 있는 영광을 얻는 기회는 정말, 정말, 정말로...흔치 않은 것이란 말입니다.
 
덩굴이 뻗어나가 거대한 어둠을 만듭니다.
 
아아, 이제야 '세계의 안'이 보입니다.
 
그래요, 진실이란 이런 내음을 가졌습니다.
 
타오르는 유황 냄새, 기괴하게 비틀린 짐승들...
 
아그네스는 크게 탄성을 지릅니다. 그는 당신을 찬양하듯 들어올립니다.
 
레미니스의 입가로 진득하고 차가운 것이 흘러들어옵니다.
 
그것은 늪에 빠져 죽은 새들의 뼈, 썩어들어가는 낙옆, 바닥을 기는 덩굴...
 
비로소 당신은 인간 아닌 무엇으로 새로이 태어납니다.
 
당신은 이 세계에 종속되고, 이 세계가 곧 당신입니다.
 
이것이, 이것이 진정한 승리입니다.
 
레미니스는 마침내, 인간으로 태어났으되 가장 멀리 간 존재가 됩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광경인가요.
 
이 얼마나 놀라운... ...
 
아아, 당신들도 이걸 꼭 봐야 해.
 
레미니스 크립키:(이제야, 머릿 속 서재를 채우고 있기만 한 기억들에 의미가 달리고 깊이가 생기며 앎이 탄생한다. 이것이 나의 생의 가장 멋진 종착지다. 이 경지를 모르다니, 뇌에 구더기나 굴러다니는 어리석은 자들... ... 당신들도 이걸 봐야하는데.)
(하지만 뭐... 고작 인간의 삶 따위가 내 알 바는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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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D A. 神世界
 
<스태그필드 스쿨 기숙사 학칙 제 9항>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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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누스 210414_스태그필드 스쿨 기숙사 학칙 제 9항_레미니스&아그네스
낮음 보통 다소높음 높음 매우높음
낮음 보통 다소높음 높음 매우높음
낮음 보통 다소높음 높음 매우높음
낮음 보통 다소높음 높음 매우높음
낮음 보통 다소높음 높음 매우높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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