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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우리는 그 날을 쉬이 입에 올리지 못했습니다.
그것은 악몽도, 고약한 상상도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파란 장미 아치. 파란 용액. 파란 현실... ...
그런 것들을 다시 상기하고 나면 또 다시 모든 것이 멈추어 버릴 것만 같았습니다.
이런 불안을 가지지 않은 타이머와 카운터조차도 어른들 앞에서는 입을 다물었습니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뿌연 회색 구름이 잔뜩 껴 있습니다.
가슴에 얹힌 멍울만큼 두 사람의 무게도 조금 무거워졌고, 이 장소는 우리 둘만의 피난처가 되었습니다.
리 샤오샤오:눈이 내릴 것 같은데...아직 그렇지는 않네.
한시원:(겉옷을 어깨에 두른채 옥상 바닥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본다) 그렇다고 해가 나는것도 아니고말야.
리 샤오샤오:(흐으으음, 하고 의미없는 소리를 냈다가 옆으로 기우뚱 몸을 기대서 시원의 무릎에 머리를 안착한다.)
한시원:(편히 기댈 수 있도록 다리를 쭉 뻗어주는게 어느덧 익숙해졌다. 네 머리카락 끄트머리를 가볍게 집었다 놓으며 손장난을 친다.) 내려갈 생각 없구나? (지금은 몇 시쯤 됐을까?)
지금 시각은 오후 7시. 저녁식사를 막 마친 뒤입니다.
그러고 나면 얼마나 바빠질 지 모르겠어서.
한시원:정식 임관까지 받고나면 더이상 수업은 없는거네. 우리도 재해를 막으러 다니는건가?
(곰곰) 일 년 내내 수업이랑 훈련을 빼곡하게 했는데 이보다 더 바빠진다니 잘 상상이 안 가.
리 샤오샤오:그 시간에 임무를 다니려나? 멀리 나가면 야영 같은 것도 하겠다. 그건 기대돼. (씩 웃으며 아래에서 시원을 바로 올려다본다)
한시원:야영을 하게 되면.... 재해가 아니라 벌레와 끊임없이 싸우게 될지도 몰라. (처음 겪을 일에 일단 염세적인 시선부터 보내는 버릇은 아직 못버렸다)
소년들이 알을 깨고 나올 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한시원:임무를 다니게 되면 위험한 일도 맡게 되겠지.
다치거나.. (중얼거리며 샤오를 내려다본다)
열 네 갈래로 갈라져 세상에 우뚝 솟은 살아있는 신의 의지, 시간의 수호자들.
한시원:(우리의 길은 일직선으로 평행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언제까지 그럴 수 있을까?)
성인식이 다가오면 두 사람은 서로 꽃을 선물하고, 축하의 말을 건네고, 가까운 이가 애정을 담아 입 맞추는 전통적인 의례를 치르게 됩니다.
야주 얇은 실로 이어진듯한 우리는 평행을 이루는 듯 했으나...
시원은 알고 있습니다. 한 선이 까닥, 하고 휘어지기만 해도...
리 샤오샤오:지금 내가 다치는 거 걱정 중이야?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끔벅인다. 그러다 이내 씩 웃더니) 에이.
능력도 자기 몸에 막 써버리고. 여기저기 날아다니지 묘기 부리지..
한계점을 알 수 없는 능력인 만큼 조심해야한다고 내가 언제나 얘기하는데 (잔소리잔소리)
리 샤오샤오:(잔소리 끝날 때까지 딴청 부리는 중... ...)
한시원:임무에 나가면 분명 위험해보이는 일에도 겁없이 나설게 뻔하니까... (딴청 부리는걸 발견하곤 냅다 볼을 꼬집는다) 듣고있어?
리 샤오샤오:근데 메테오 날려볼 수도 있겠다. 그치.
아얏.
리 샤오샤오:아냐. 조심하라는 말이잖아. (양 손을 올려서 시원의 볼을 콕, 찌르더니 뿝. 하는 소리를 낸다.)
한시원:애초에 메테오 같은건 날려봤자 주변에 피해만 가는...(난데없는 뿝에 입꼬리가 비식 올라간다. 장난으로 넘기려는걸 알아도 이미 웃어버린 이상 더 뭐라 할수도 없어 고개를 돌려버린다)
비켜, 내려갈거야.
리 샤오샤오:아아. 왜. (장난스럽게 몸을 반쯤 일으켜서 시원을 한 번 끌어안았다가 놔준다)
아...맞다. 가는 길에 도서관도 들렀다 가자.
언제 빌린건지 모르는 책을 찾았어.
한시원:무슨 책인데? (샤오가 들고있나? 손을 확인해본다)
샤오샤오의 손에는 핸드북같은 작은 책이 들려 있습니다.
아마도 부록으로 딸려있던 것을 잊어버렸나. 어쨌든 찾아서 다행이군요.
한시원:길들이는 책이네. (떠오르는 감상을 생각없이 내뱉는다)
읽어봤어?
리 샤오샤오:길들이는 책. (직관적인 감상에 웃어버리고) 응. 대애..충?
리 샤오샤오:아냐, 재밌었어. 그냥 조금 난해해서 그렇지.
내가 책을 너무 안 읽나?
한시원:아니, 나도 이 책에 대해 제대로 이해한 적은 없는것 같아. 프랑스 저서들은 다 이런느
낌인가?
초반에 나왔던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이랑 길들인다는게 뭔지 설명해주는 장면 말곤 잘 기억도 안 나. 초등학교때 읽었어서.
아, 진짜로 읽은건 아니네. 아무튼.
리 샤오샤오:(시원의 말에 잠깐 입을 벌렸다가 다문다. 따지자면 자신은 시원의 평생을 봐 온 것이나 다름이 없는데, 시원에게서는 때때로 도밍게즈나 DOT와는 다른 것으로 이루어진 듯한 이질감이 든다.) 그것도 읽은 거라면 읽은 거지.
나보다는 잘 알잖아. (곧 몸을 완전히 일으킨다.) 더 늦기 전에 다녀올까?
한시원:(말을 뱉어놓고 순간 실수했다는 생각이 들어 슬쩍 샤오의 눈치를 봤다가 곧바로 일어난다) 응, 도서관 닫히기 전에 가야지.
(옥상 난간으로 다가가 아래를 흘긋 내려다본다. 그리곤 자연스레 샤오에게 손을 내민다)
리 샤오샤오:(이제는 오르내리는 것도 그새 익숙해졌다. 시원의 손을 가볍게 잡고 한쪽 발을 난간 바깥으로 내놓고 부드럽게 추락한다.)
한시원:(떨어지는 순간에는 잡은 손에 힘을 준다. 저를 배려해 내려가는 속도는 강하지 않다. 얼굴에 닿는 바람이 차가우나 매섭지 않아 이제는 허공에서도 눈을 뜨고 어두워진 주변을 바라본다)
아래로 하강하며 바라보는 DOT는 매우 익숙한 풍경이지만, 때로는 기묘할 정도로 낯설게 다가옵니다.
하늘과 수평을 이루는 건물의 직선이, 저 멀리 보이는 도시의 불빛이, 드문드문 빛나는 별빛들이... ...
(문득 주변에 시선을 빼앗겼다가 곧 발끝에 닿는 창턱을 타고 안으로 들어간다(
때때로 그런 감각이 시원을 부유하게 만들 때가 있습니다.
타이머들이 딛고 서 있는 땅이 한 없이 좁다고 느낄 때가.
발 붙인 자리가 영 가시 같을 때가... ...
그럴 때마다 당신을 내려앉혀 온전한 중력을 받게 해 주는 것이 바로 파트너인 리 샤오샤오입니다.
한시원:(내 존재 이유가 단 하나밖에 없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할 때마다 다른 이유들을 가져다주는 사람이 있어서인지 심란한 기분이 들진 않는다.)
(그저 조금 불편할 뿐.)
그리고 그 또한, 땅 아래로 꺼질 것 같은 짓눌림을 느낄 때마다 당신의 부유를 빌려 중심을 잡는 때가 있겠죠.
한시원:('좀 더 동등한 위치에서 만났다면' 같은 생각도 샤오가 제게 의지해줄 때마다 위안으로 변한다. 어쨌든, 아마도 나는ㅡ 혼자 남은 순간부터 삶의 이유를 잃어버릴테지.)
두 사람이 부드럽게 방으로 내려왔다가, 1층에 있는 도서관으로 향하면 주변의 공기는 약간 어수선합니다.
한시원:(잡고 있는 손을 가만히 내려봤다가 기묘한 느낌에 주변을 둘러본다) ....?
서관에서 동관으로, 본관에서 서관으로 뛰어다니는 연구원들도 있는가 하면 휴게공간에서도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한시원:
듣기
기준치: |
75/37/15 |
굴림: |
4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괜찮을지 모르겠어. 다들 무서워할텐데..."
연구원들은 곧 시원과 샤오샤오를 눈치채고 씩 웃으며 손인사를 해 보입니다.
리 샤오샤오:(마주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가) 오늘은 왠지 다들 웅성거리네. 졸업식 준비가 좀 안 되고 있나?
한시원:(웃으며 손을 흔들곤 작게 속닥거린다) 다들 무서워한다고 말하는걸 보면 뭔가...
무슨 일 있나?
분위길 보아하니 안알려줄것 같긴한데.
(도서관으로 못가고 서성거린다) .....살짝 물어볼까?
리 샤오샤오:왜, 어른들이 비밀 이야기 할 때 나는 소리 있잖아...
웅얼웅얼웅얼웅얼... (낮은 소리로 따라한다)
헤이싱이라면 뭔가 알까?
리 샤오샤오:아, 헤이싱은 뭐든지 물어보고 다니니까. (그렇네, 하는 표정으로 허공을 바라본다. 아마 그의 행동을 예상하는 중인 듯...)
어른들이 말 안해줬으면 헤이싱은 캐냈을거야.
한시원:그럼 헤이싱이나......(곰곰) 모모한테 물어보자. 헤이싱은 대가로 뭔가 달라고 할수도 있으니까.
(헤이싱의 기숙사로 가려다가, 우뚝 멈춘다) 아 도서관.
먼저 반납할까? 헤이싱 방은 밤에 가도 되고.. 아니면 내일 만나서 물어봐도 되니까.
리 샤오샤오:헤이싱이 좋아하는 거 사서 들고가면 대답해 줄 지도 몰라. 최근에 씹는 담배 같은 걸 엄청 찾더라. (제자리에 가만히 선 채로 시원이 기숙사 쪽으로 가면 몸이 쭉 당겨졌다가, 다시 도서관으로 가면 걸음을 옮긴다.)
리 샤오샤오:응. 무슨 잎처럼 생긴 걸 껌 같은데에 섞거나 어금니에 넣어놓고... (고개를 끄덕인다.)
뭐, 불법은 아니니까. 씹는 담배는 청소년한테도 판대.
리 샤오샤오:... ...일단 헤이싱 말로는...
한시원:쓰는 방법이 영 좋아보이진 않는데.. 넌 그런거 안하지? (코를 가까이 대고 킁킁 냄새를 맡아본다)
관찰력
기준치: |
75/37/15 |
굴림: |
5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흐음. 깨끗하군. 찬 밤바람 냄새 정도만 납니다.
헤이싱:어이. 범생이. 그리고 범생이-아님. (뒤에서 불쑥 얼굴을 내민다.)
한시원:(고개를 물린다) 난 또 헤이싱한테 물들어서...
으아악!
갑자기 불쑥 튀어나오지 말라니까..!
너.. (헤이싱을 보자마자 하고싶은 말 많은 얼굴로 변했다)
헤이싱:그러게 누가 예언자 뒷담을 하랬나? 나도 웬만하면 모른 척 하려고 했는데,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선명하게 들리는 바람에.
리 샤오샤오:이제 네가 들었으니까 뒷담은 아니네. (별로 안 놀란 채로 보는 중)
한시원:참나.. 그러게 누가 담뱃잎 같은걸 씹냐고. 게다가 샤오한테는 왜 알려주는 (잔소리를 마구 늘여놓으려다가 문득 물어볼게 있다는게 생각나 멈춘다)
너 잘만났어.
(헤이싱을 붙잡아 구석진곳으로 끌고간다)
헤이싱:(질질 끌려가며 나불댄다) 당근 무슨 용건으로 찾아왔는지도 알고 있지롱.
한시원:설명 안해도 되니까 편하다. 그래서? (구석자리에 옹기종기 모인다) 뭐 아는거 있는거지?
헤이싱:근데 설명해봐. 사실 모르거든. (구석의 스툴에 턱하니 자리를 잡고 앉는다. 그랬다가 금방 바깥쪽을 턱짓하더니) 어른들?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변이 하도 어수선해서.. 무슨 일 있나 싶어서.
다들 무서워할거라느니 그런 얘기도 들리고.
너라면 뭔가 듣지 않았을까 싶어서 찾아가려던 참이었거든.
헤이싱:왜 저러는지는 몰라. 나야 예언자지 과거를 뒤지는 뭐... ...그런 직업 뭐가 있냐?
헤이싱:으음...존나 아니지만...어쨌든 그런 건 아니니까.
헤이싱:아, 왜 때려? (어깨를 싹싹 문지르며)
헤이싱:야, 얘도 곧 성인이야. 얘도 욕 할 줄 알아.
리 샤오샤오:그야 아니까 할 수는 있지. (눈을 끔벅이며 마주본다)
한시원:그래도 옆에 욕쟁이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말투는 달라질 수 밖에 없는거야. (잔소리 시작) 너 설마 모모 앞에서도 그렇게 욕하는건 아니겠지?
헤이싱:(질린 표정으로 귀를 틀어막는다) 으으으으. 난 얘가 세상에서 두 번째 아니면 세 번째로 말 많은 것 같아.
한시원:(뒤로 밀려나서는 어깨를 으쓱인다) 그래서 뭐 들은건?
헤이싱:그냥 이것저것. 내일 점심메뉴랑 도밍게즈 멸망이 같이 들리는 입장이 아니라서 모르나본데, 이거 구분하는 거 무진장 힘들거든.
한시원:(근데 진짜 피곤하겠다 싶어져서 좀 측은한 눈으로 쳐다본다) 그럼... 일단 들리는거 다 말해볼래?
헤이싱:내일 점심은 DOT 깡통 덮밥 같은 소리 듣고 싶지 않으면 쫌만 조용히 해 봐. (그러더니 눈을 가늘게 뜬 채로 빠르고, 불규칙적으로 깜박인다.)
한시원:(이렇게 가까이서 구경하는건 처음인것 같네.. 일단 가만히 기다려본다)
헤이싱:술을 진탕 처먹고 가다가 제 발에 제가 걸려 넘어졌네. 꼴 좋다.
헤이싱:앞으로 엎드려서 30분 정도 흐느끼겠지만 냅둬. 음, 아니... ...흠.
헤이싱:죽어? 누가 죽었나? (누군가에게 속삭이듯 중얼거리기 시작한다.)
기일. 다들 걱정이 많아...
초능력 Roll
기준치: |
50/25/10 |
굴림: |
58 |
판정결과: |
실패 |
헤이싱:음-, 아아. (순식간에 눈살을 팍 찌푸리며 고개를 파드득 떤다) 아오! 한 번에 들으려면 이런다니까!
11시들은 심리상담도 병행하는게 좋을것 같아. 다른 카운터나 타이머들한테도 필요한거니까 이참에 건의해보는게 좋을지도..
헤이싱:하, 그래. 오늘의 예언.
프롬에서 출 춤이나 연습해.
춤...?
내가 생각하는 그 프롬파티..?
헤이싱:그래. 졸업식 전에 하는 어이없는 파티.
헤이싱:하기 싫어도 하게 될 걸. 100%로.
한시원:....사람 많고 시끄러운데 춤까지 춰야한다고.
(뭐..적당히 바깥으로 도망치면 되지 않을까.)
아니 그보다 이런걸 들으려고 물어본게 아닌데?
이래서 예언가들은 다 홀쭉 마르고 신경질적인 거군요.
한시원:웬 난데없이 프롬파티야? 그거랑 어른들이 중얼거리는거랑 관계 있는거 맞아?
(내가 설마 신경 긁어서 말 안해주는건가?!)
너... ...예언이 만능인 줄 아나본데. 영화를 너무 많이 본 거 아니냐?
한시원:예언도 예언이지만 네가 좀 이것저것 잘 캐오잖아.
헤이싱:예언이라는 건 시뻘건 실뭉텅이 사이에서 한 번도 안 꼬이고 실 한 줄을 제대로 뽑아내는 거랑 똑같은 작업이라고.
한시원:(예전에 샤오가 예언은 듣기만 하면 된다고해서 그런줄 알았는데... 말을 한 백명쯤 하나보다.)
그럼 너도 명확히는 모른다는거지... 그럼.....
......너도 프롬파티 참석할거야? 모모랑?
헤이싱:뭐, 뻔하겠지. 졸업식, 파티, 첫 임무, 신입 군인들의 얼레벌레 투입기...
필참이라니까. 몰라?
졸업식 1부는 파티, 2부는 개노잼 수여식.
맛있는 거나 많이 준비했으면 좋겠네.
한시원:그렇구나...(말끝을 흐리며 뭔가 궁금한게 있는듯 헤이싱을 힐끔거린다)
혹시..
모모랑 사이는 좀 어때?
헤이싱:(그 말에 잠깐 입을 다물고 눈을 꿈벅인다) 왜?
한시원:그냥 궁금해서. 다른 페어들에 비해 혼자서 많이 돌아다니는데...
진도는 제일 빨랐던것 같기도하고.. 그 직후에 뺨 맞았었지만.
너랑 달리 모모는 좀 섬세하잖아. 잘지내나 싶어서.
헤이싱:... ... (미간을 찌푸리며 눈을 길게 째더니, 곧 두 사람을 스쳐지나간다.) 남의 페어에 신경 꺼.
한시원:......(헤이싱이 좀 멀어질때까지 기다렸다가 샤오한테 속닥거린다) 싸웠나봐.
리 샤오샤오:그게... ... (조금 애매한 표정으로 헤이싱이 지나간 자리를 눈으로 좇더니)
모모가 요즘 틈만 나면 잠든대.
잠든다고?
리 샤오샤오:잘 때 예언이 제일 선명하게 잘 보인다나봐. 그런데 그게 좀... ...
그 일이 있고나서.
샤오샤오가 운을 띄우면 시원도 막연하게 이해가 됩니다.
타이머들은 대부분 일관된 반응을 보였지만, 카운터들은 천차만별이었습니다.
어떤 이는 한동안 훈련을 거부했고, 어떤 이는 불안에 떨었고...
시원처럼 안정적인 관계를 형성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았던 탓입니다.
그리고 개중 섬세했던 11시의 카운터, 모모는...시원과 샤오샤오가 제대로 만나지도 못할 정도로 훈련과 공부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한시원:아.......(맞다 나는....다른 카운터들만큼...심하지 않아서.....)
이것이 아마 그가 생각한 '존재의 확인법' 이겠죠.
리 샤오샤오:(시원의 안색이 사색이 되는 것을 보고, 가볍게 어깨를 감싼다.) 금방 괜찮아질거야.
한시원:....괜히 물어봤나봐. (괜히 장난친다고 가볍게 이야기를 꺼낸게 마음에 걸려 표정이 어두워진다)
모모가 그런줄은 몰랐어. 주변을 너무 안살폈나..
리 샤오샤오:합동 훈련은 많지 않았으니까... ... (그러다가 금방 씩 미소를 짓는다.) 오히려 헤이싱한테는 잘 된 걸 수도 있어.
리 샤오샤오:계속 모모가 헤이싱을 따라가는 모양새였잖아. 근데 이젠 헤이싱이 기다리는 입장이 돼서... ...
나아지고 나면 더 좋아질지도 몰라.
금방 좋아지겠지. 곧 프롬이니까 모모도 그 땐 일어날테고..
(나중에 헤이싱한테 사과해야겠다 생각하며 다시 도서관으로 향한다) 너도 프롬때 뭐하는지 모르지?
리 샤오샤오:뭐... ...그냥 파티 아닐까?
서서 돌아다니고 얘기하고, 테이블에 있는 음식이랑 샴페인 먹고. (막연한 이미지)
한시원:적당히 놀다가 지루해지면 옥상으로 피난가자.
리 샤오샤오:(그 말에 작게 웃는다) 그렇게 파티가 싫어, 시원?
한시원:(뜨끔한 표정) 파티가 싫다기보단...
북적거리는곳에 오래 있으면 피곤하니까. 게다가 춤 같은건 춰본적도 없어.
리 샤오샤오:춤은... ...연습해보면 되지. 어렵지 않을 것 같은데. (나란히 걸어가다 말고 왈츠를 추는 시늉을 하며 시원의 허리에 손을 얹는다) 뭔가 이렇게 하고... ...빙글빙글 돌지 않아?
한시원:(순간 한바퀴 도는 줄 알고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가 잠시 후 어깨가 약간 쳐진다) .....애초에 프롬에서 말곤 출 일도 없는데 왜 연습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단말야.
설마 수업 대신 춤을 가르친다거나.. 그러진 않겠지.
리 샤오샤오:재밌잖아. 한 번이라도. 앞으로 춤 출 일이 많지도 않으니까. (오히려 이쪽이 큰 걸음으로 시원 주변을 한 바퀴 돌고 반대편 옆에 서서 걷는다) 추억이지.
한시원:(샤오의 말을 듣고나면 남들은 자기 파트너랑 춤췄던 기억을 가지고 있는데 나는 없다는게 서운할 날이 올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 또 금방 심각한 얼굴이 된다) ..........그런가...
근데, 역시... 방에서 춤추는 연습을 한다고 생각하면 너무 민망해.
리 샤오샤오:TV에 왈츠 음악만 나오는 채널도 있었던 것 같아. 방에 가서 시늉이라도 해 보지, 뭐. 어차피 우리 둘이 같이 할 거잖아. (엘리베이터에 타며 시원의 옆구리를 툭 친다)
한시원:윽, (옆구리를 팔로 문지른다) ...너랑 포즈 잡은채로 가까이 마주보고 있는것만 상상해도 벌써 부끄럽단 말이야.
프롬파티를 생각하면 혼자 하는것보단 훨씬 낫겠지만.
아니, 혼자였으면 절대 안 해.
리 샤오샤오:그래? 난 생각만 해도 좋은데... ...그럼 둘이니까 시도 정도는 해 볼 수 있는거지?
난 시원이랑 춤추고싶어.
그래도 민망한건 별개야. 좋은거랑은 별개.
근데 (어느덧 엘리베이터를 타고.. 우린 어디로 가고있을까?) 책 반납 안 해?
리 샤오샤오:아까 반납함에 넣고왔어. 거기 넣어두면 항상 아침에 확인하는 것 같아서.
한시원:(입을 조금 벌린다) 나 헤이싱이랑 떠드는 동안 다녀온거야?
리 샤오샤오:응. 재밌어보여서. (속도 모르고 쌕 웃는다.)
개인실로 들어와 문을 닫으면 은은한 조명이 켜집니다.
익숙한 방의 정경과 달가운 공기가 코 끝에 감돌자...
건강
기준치: |
50/25/10 |
굴림: |
4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건강한 기지개ㅡ!)
리 샤오샤오:아마 헤이싱도 모를거야. 예언은 항상...
샤오샤오가 말하는 소리가 멀리서 들리는 듯이 웅얼대더니,
방 안에서 역한 냄새가 나는 것 같고, 숨을 쉬기가 버거워지빈다.
'그 날' 이후, 카운터들에게는 하나의 변화가 더 생겼습니다.
한시원:(명치께가 불편한 느낌에 몸을 숙이자 기다렸다는듯이 머리로 피가 몰려 어지러워진다.)
공기가, 어쩌면 행성이 존재를 밀어내는 듯한 아찔함.
심할 때는 과호흡이 오기도 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매번 고통스럽지만 익숙하기 짝이 없는 상황입니다.
곪은 흉터가 아물지 않고 툭툭 터지는 것처럼요.
이 고통이 세계에 흔적을 남기리라, 그렇게 땅에 한 줄의 흉터를 새겨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이라 믿는 카운터들도 있었습니다.
리 샤오샤오:(시원의 상체가 반쯤 앞으로 고꾸라지면,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지며 네 몸을 감싸고 천천히 침대로 데려간다. 큰 손이 증상을 달래듯 느리게 등을 쓸어내린다.)
한시원:(이런 상황에서는 숨을 가쁘게 토해내며 바닥에 웅크려 앉을수밖에 없다. 샤오에게 부축을 받아 겨우 기대 침대에 앉은채로, 무력하게도 증상이 가라앉기만을 기다린다.) ...으, ...후....(손으로 입을 막은채 거칠어지는 숨을 다스리려 애쓴다.)
분명 카운터와 타이머의 주변에는 두 사람을 받쳐주는 많은 인물이 있습니다.
시민들의 호의, 어른들의 보호와 다정... ...
그들은 분명 우리에게 죄책감을 가지고 있을겁니다. 열 몇 살 먹은 아이들에게 일말의 미안함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생활에 그들의 사활을 거는 것이겠죠.
그것이 사실이건 아니건 시원은 좀 더 가깝고 단순한 이유들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덕인지, 증상은 조금씩 사그라들기 시작합니다.
리 샤오샤오:(네 호흡이 천천히 돌아오는 것을 느끼자, 얼굴을 아래로 내린 채 묻는다.) 괜찮아지고 있어?
한시원:(누군가 머리속을 마구 헤집어대다가 손을 빼낸것 같다. 소용돌이치던 물살이 조금씩 가라앉듯이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에 찡그려 감았던 눈을 천천히 뜬다.)....응. (길게 대답할 여유가 되지 않아 겨우 목소리만 내고는 샤오에게 기대 길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기를 반복하며 서서히 안정을 찾아간다)
(땀에 젖은 이마를 손으로 쓸어낸다) ....더워.
리 샤오샤오:다행이다. (손으로 쓸어낸 자리에 남은 머리칼을 뒤로 살금살금 걷어낸다. 잔뜩 힘이 들어간 어깨가 긴장을 풀도록 다독이고, 개어놓은 잠옷을 꺼내주는 것이 나의 몫이다. 파트너에게 일상을 만들어주는 것. 그곳에 깊게 관여해 우리가 얽히고 함께 땅에 붙어있는 것.) 씻고 올래? 차 좀 내려줄게.
한시원:고마워. (네게 붙어있는 동안은 안전할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차를 내려준다는 말에야 미적미적 몸을 일으키곤 잠옷을 받아 욕실로 향한다.)
(안에 들어와 물이 따뜻해지길 기다리는 동안 잠시 벽에 머리를 기댄다. 요즘 확실히... 어리광에 너무 익숙해진 기분...)
한시원:(그저 안주하고 싶은 마음 반 어느정도는 독립심을 가져야하지 않나 하는 마음 반인 상태로 한참 물을 맞다가 따끈따끈한 상태로 욕실을 나선다.)
한바탕 기를 써서인지 몸도 노곤해지고, 욕실 바깥으로 나서면 협탁에는 모락모락 김이 오르는 차가 놓여있고
한시원:(샤오가 챙겨준 잠옷을 갈아입는 동안에도 생활 전반 이곳저곳에 손길이 닿아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나의 기억 속 한시원은 제법 독립적이고 혼자 사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샤오샤오는 침대에 걸터앉아 TV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한시원:(그러다 풍겨오는 차향에 또 마음이 스물스물 녹아내린다. 기억 속 한시원은 차 같은걸 타 마시진 않았기 때문에 이건 온전히 리 샤오샤오와 만들어낸 일상 중 하나다.)
그렇습니다. 위안이 되는 것이 있다면... ...
시원이 만지고 닿을 수 있는 것. 시원이 가진 것은 모두 온전한 우리만의 것이라는 사실.
'전에 없던 일'은 모두 '고유한 특성'이 되어 당신의 빈 속을 물들여갑니다.
한시원:(누구의 기억을 짜집어서 날 만들었을까? 곰곰히 생각하며 차를 집어들고 샤오의 옆으로 간다. 존재를 확인하듯 네 뺨에 손등을 툭 가져다 붙이고는) 뭐 재밌는거라도 해?
리 샤오샤오:(뺨에 손등이 닿자 문득 고개를 들며 시원을 바라본다. 잠시 상태를 살피는 듯한 기색이 스치고 나면 잘 데워진 찻잔에 차를 따라 내밀며) 그냥, 무슨 토론회 같은 걸 하길래.
이상한 소리야.
한시원:토론 같은것도 봐? (이건 날 만나고 나서 생긴 취미인가? 틈만나면 이런 생각이나 하며 잔을 받아든다)
(TV에서 나오는 대화를 들어본다)
타이머와 카운터에 대한 뉴스를 전담하는 아나운서와...어디에선가 본 듯한 얼굴의 게스트가 앉아 있습니다.
한시원:
관찰력
기준치: |
75/37/15 |
굴림: |
7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타이머 전문가라고 하는 남자입니다. 이름이 뭐였더라... ...블랙 어쩌고...였는데.
TV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는 '카운터의 존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카운터가 등장한 이후, 어떤 언론에서도 세계 멸망에 대한 이야기는 다시 대두되지 않았습니다.
그 정도로 카운터와 타이머를 향한 믿음은 절대적이었죠.
"나는 신을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이 완벽한 타이밍이야말로 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이라고."
한시원:(보고있자니 기분이 묘해진다. 그럼 우릴 만들어낸 연구원들은 신으로 추앙받아야 할지도..)
그는 타이머 전문가(어이없는 명칭입니다!)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신앙인입니다.
DOT에 부정적인 견해를 가진 것으로도 유명하죠.
신의 사자를 한낱 인간이 관리하는 것은 천부당만부당하다나...
그가 매번 주장하는 것은 타이머들의 자유입니다.
"세계를 구성하기 위하여 신은 타이머를 보내셨소. 그리고 세계를 구원하기 위해 또 카운터를 보내신 게지."
"사실상 카운터라고 이름 붙인 것도 인간의 이기일 뿐이오! 그들은 그저 또 다른 타이머일 뿐. 같은 구원자임에는 한 치도 차이가 없소!"
한시원:(아니 그치만.. 뭐 완성된 타이밍을 생각했을때 신의 어쩌구가 되는걸수도 있으니까.. 또다시 생각이 실타래처럼 엉켜들어가기 시작한다. 타이머의 자유도 분명 필요한것이지만 국가의 입장에서는 이런 힘을 가진 어린 아이들을 가만히 방치할수도 없는 노릇이고.. 신은 교육까지 도맡아주지 않는걸... 궁얼궁얼...)
"신을 믿고 따르면 우리는 영원한 평화를 약속받을 겁니다."
한시원:우린 그냥 애들인데. (차를 한 번 홀짝이곤 작게 웃는다) 좀 웃기다.
그 말에 옆에 앉은 젊은 여자 게스트가 한 마디를 덧붙입니다.
"신이 정말 존재한다면, 그리고 세계 멸망의 원인이 타이머가 홀로이기 때문이라면...왜 진즉에 둘을 만들지 않은 거죠? 기왕 안전할 거 처음부터 안전하면 좀 좋나요?"
리 샤오샤오:저렇게 토론하는 게 재미있나봐. 다른 사람들 얘기하는 것 같아서 재밌어.
젊은 여자는 제9구역 출신의 시간학 박사입니다.
시간과 초능력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논문으로 유명하죠.
한시원:당사자들은 TV 앞에서 보고 있는게 제일 코미디네.
"타이머의 능력이란 유전하지 않아요. 그렇다고 무작위도 아니고, 수 백년간 한 세대에 하나라는 규칙을 고수했죠. 여기에서 '한 세대'란..."
"...-이 시기에, 갑작스러운 '새 타이머'의 등장이라니 이상하지 않나요? 지나치게 교묘한 타이밍입니다."
"게다가 DOT의 주장에 따르면 카운터는 반 년 전부터 등장했으나, 반 년 간 카운터는 커녕 새로운 타이머에 관한 그 어떤 소문도 확인된 바가 없습니다. 그들의 친지라고 나서는 이조차 없죠!"
"마치 하늘에서, 갑자기 뚝 떨어진 것 같지 않나요?"
리 샤오샤오:저런 것도 조사하는구나. (같이 감탄하며 작게 박수를 친다)
한시원:통찰력은 제법이지만.. 저런걸 밝혀내서 얻는게 뭐지?
리 샤오샤오:진실을 알고 싶어하는 사람일지도 몰라.
모르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지만...
한시원:하늘에서 뚝 떨어졌다는걸 밝혀낸다고해서 달라지는건 아무것도 없을텐데.
어른들은 거짓말에 도가 텄습니다. 리슬러 부관은 이런 여론이 주가 될 것을 우려해 이렇게 말했었죠.
"카운터는 도밍게즈에서 나고 자랐으나, 그들의 사생활에 대해서는 침묵할 것이며 자각 이전의 삶을 파헤치지 않을 것이다"
"외부와 연락은 자제하도록 해라. 여론이 들끓는 동안에 당신을 알던 이들이 노출되면 평생 시달리게 될 테니까."
한시원:타이머를 만들어냈다고 하면 종교자들한테 바벨탑을 쌓는 짓이나 다름 없다는 비판을 받을까봐 숨기는걸까? 어른들의 사정은 잘모르겠어.
우리들의 '증상'에 대한 대책은 뒷전인것 같아서 좀 서운하기도해.
애초에 우린 사람처럼 대해주려고 만든 존재가 아니겠지만.
리 샤오샤오:익숙해 질 때까지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런 거 말이지. (실소인지 무엇인지 모를 웃음을 흘리곤) 그런 것 치고는 꽤 잘 대해주잖아.
...그리고 설령 그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한다고 해도 나는 그렇게 생각 안해.
한시원:가축처럼 대해도 괜찮을 만큼의 금전을 지급해주긴 하지.
그렇게 말하는 샤오샤오의 옆얼굴을 비추는 TV에서는 타이머와 카운터에 대한 환호와 애정이 이어집니다.
"최애는 10시 페어에요! 그 중에서도 시원이 제일 좋아요! 원래 샤샤팬이라 섭섭할 뻔 했는데, 둘 다 왕자님 같아서 너무 좋아요!"
한시원:(네 말에 TV를 쳐다볼때와는 사뭇 다른 표정으로 웃는다) 너까지 그랬으면 난 여기 없었을걸.
와, 우리 팬이야.
"타이머 전시회 한정판 굿즈 줄 서는 중이에요. 꼭 당첨되면 좋겠어요!"
리포터는 경쾌하게 타이머와 카운터 관련 사업의 투자 유치 증액에 대해 떠들어 댑니다.
한시원:(헤.. 한정판 굿즈가 TV화면에 스쳐지나가는걸 구경한다)
아아...어쩐지. 이번 달 통장의 액수가...
한시원:(가방에서 통장을 주섬주섬 꺼내 팔락팔락팔락.. 한참을 넘겨 거의 끄트머리에 헤에엑)
(통장 봄)
(과호흡)
대.. 대박...
날 가축처럼 대해도 괜찮을 금액이다.
(통장을 품에 안고 사축표정하는중)
아...앗...돈으로 맞는 기분...너무 좋아...
(통장 한번 열여봐다가)
(심호흡했다가)
(통장 한번 열어봤다가)
(심호흡)
리 샤오샤오:... ... ...시원, 괜찮아?
한시원:(와! 세상사람들이 뭐라든 상관없어!)
(누가 하늘에서 뚝떨어진놈한테 이정도의 봉급을 주냐고!)
(이정도면 하늘에서 골백번은 떨어질수있다)
이정도 금액이면... 진짜 왕자처럼 살 수 있을지도.
아, 그보다 나 아까 화면에 나온거.
한정판 굿즈 갖고싶어. 거기 너도 있을거 아냐?
리 샤오샤오:(에...하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1:1 비율 실물이 눈 앞에 있는데.
샤샤인형이랑 리 샤오샤오는 생긴것부터 달라.
리 샤오샤오:내가 점박이 눈 누이 인형처럼 생긴 게 더 좋아?
한시원:등신대 같은건 실물이 훨씬 낫겠지만.. 인형은 한품에 안을 수 있잖아.
음.. 그치만.. 한품에 안을 수 있는...(이미 갖고있는 샤오 굿즈 하나를 데리고와서 품에 끼운다)
이 샤오는 이렇게 생긴게 좋고 이 샤샤는 이렇게 생긴게 좋고..
다양하게 볼 수 있다는게 장점이잖아.
(우비에 땡땡이 장화까지 신었다 너무 귀여워)
이번 한정판 굿즈는 두 사람을 동물로 모에화한 축제 의상 쿠션이죠...
이번 한정판 굿즈는 절대 놓칠수없어.
왕자님도 협조해.
리 샤오샤오:왕자님은 시원 쿠션만 있으면 되는데. (그새 핸드폰으로 굿즈 사진 검색해보는 중)
본부에다가 달라고 하면 안돼?
(난 여태.. 가챠해서 뽑았는데..?)
한시원:얘기나 해볼까.. 한정판인데 놓치면 식음을 전폐하게 될지도 몰라.
비록 시원이 가챠에 돈을 탕진했더라도 일론 머스크(일론 머스크가 누구죠?) 만큼 부자지만...
(세상에 부자는 여기 남은 26명뿐이다)
리 샤오샤오:내일 물어보러 같이 가 줄게. 그리고 된다고 하면 나도 시원 쿠션 받을래. (막상 받을 생각 하니까 기분이 좋은지 씩 웃는다)
한시원:등에 이번에 나오는 쿠션 놓고.. 품에는 누이인형을 안고 옆에 리 샤오샤오를 끼고 자면 행복할것 같아.
오늘은 쿠션이 없으니까 실물이나 안고 자볼까.
두 사람은 훈련도, 수업도 열심히 듣지만...
그만큼 광고나 방송에도 수 없이 출연했습니다.
한시원:(아마 샤오가 없었다면 난 스튜디오에서 도망치고 말았겠지)
올해만 몇 개 브랜드를 찍었더라... ...사진만 찍은 것도 합하면 정말 셀 수도 없네요.
마침 TV에서도 두 사람이 출연한 광고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한시원:(와 부끄럽다..... 뭐지? 흘끔 본다)
(부끄러워서 내가 나오는 부분에서는 얼굴 가림)
(손 떼어줌)
시원이 하이라이트 대사를 치려는 순간... ...
광고가 급작스럽게 중단되고, 뉴스 속보가 이어집니다.
고 고마워..!
고마워....!!!
"금일 저녁 8시 48분, 제 4구역 주택가에서 A모 씨가 참혹한 변사체로 발견되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시체의 상태가 상당히 부패했고, A씨가 거주하던 집에는 오랫동안 인적이 없었던 정황으로 보아 경찰은 이를 타살로 추정하고 수사를 시작했습니다."
수도는 DOT, 그리고 타이머와 카운터가 머무는 곳입니다.
도밍게즈의 어느 곳보다도 완벽한 치안을 갖춘 이 곳에서, 게다가 설령 사건이 일어나더라도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수를 쓴다는 소문이 자자한 곳에서...
한시원:(근 1년간 저런 뉴스를 볼 일이 없었어서 순간 몸이 굳는다)
지능
기준치: |
80/40/16 |
굴림: |
22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DOT가, 혹은 정부가... ...이런 속보를 모를리가 없는걸요.
마치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처럼... ...
현장 영상이 나열된 화면이 어지럽게 흘러갑니다.
한시원:예시....(아까 전 복도에서 들었던 말이 떠오른다)
"시신은 토막난 채 방치되어, 경찰은 또한 이것이 연쇄 살인의 조짐은 아닐지 초점을 두고 수사본부를 꾸리겠다고 밝혔습니다."
"한 편 긴급수사팀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시신의 일부, 특히나 피해자의 뇌가 분실된 상태로 발견되었다는 것이 밝혀져... ..."
리 샤오샤오:(화면을 바라보다가, 신음처럼 내뱉는다. 기억 속에 박아두었던 그것.) ... ...
뇌 보관통...
한시원:(아르고 라는 이름이 순간 떠올랐다가 훅 사라진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의 조각들이 천천히 맞춰지는 것만 같습니다.
애쉬는 대체 누구의 기일을 기리고 있던 거죠?
불가능하다고 소리치던 아르고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려 퍼지는 기분이 듭니다.
샤오샤오가 말을 끝맺자 근처에 있던 물건들이 살짝 떠올랐다가 다시 쿵, 하고 내려앉습니다.
한시원:(몸이 움찔한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거지..
한시원:(순간 소리를 지를뻔한것을 겨우 참는다. 손을 휘둘러 TV를 꺼버린다)
뚝, TV가 끊어지고 샤오샤오가 늦지 않게 반응해 문을 엽니다.
한시원:(입을 약간 벌린채 서있다가 조금 늦게 목소리를 낸다) ....무슨일이세요?
리슬러 부관:쉬고 있는데 미안합니다. 아무래도 연말이고 하다보니 광고 섭외가 추가로 들어와서요. 군들도 살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서류를 들고 왔습니다.
(문으로 다가가 손을 내민다)
리슬러 부관:급한 건 아니니까 천천히들 봐요. (그러더니, 샤오샤오의 손에 서류봉투를 들려준다.)
리슬러 부관:이건 군의 몫. (시원의 손에도 올려준다)
리슬러 부관:(두 사람의 어깨 너머를 보더니) ...티타임?
한시원:...아, 네. 자기 전에 한 번씩 마셔요.
그럼. (두 사람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린다) 푹 쉬길.
리슬러는 안부인사를 짧게 남기고 자리를 뜹니다.
한시원:(어색하게나마 웃어보인다) 부관님도 안녕히주무세요.
(슬쩍... 문을 닫는다)
...소리지를 뻔했어.
(서류 봉투를 열어서 종이를 꺼내보더니) ... ...진짜 광고 콘티네.
한시원:이 시간에 갑자기.. 그보다 광고가 끊이질 않는구나... (내 서류도 열어본다)
...리슬러 부관은 이 일에 대해 모르는 걸까요?
한시원:이 시간에 갖다줄게 아닌데... (일단 의심하고 보는 염세인간)
등줄기에 솟은 불안은 두 사람이 잠자리에 들 때까지도 쉬이 가시질 않습니다.
한시원:(어쩐지 한기가 느껴져 샤오의 침대로 기어들어왔다)
(푹..)
리 샤오샤오:(시원이 침대로 들어오면 이불과 같이 꾹 감싸 안는다. 두 사람의 온기가 비슷해지기 시작하면, 허공을 응시하다가 중얼거린다.) 때가 오면 난 무조건 네 편에 설 거야.
한시원:(이유모를 추위에 진정되지 않는 몸을 웅크린다. 몸이 조금씩 데워지기 시작하는것을 느끼면서도 싱숭생숭한 마음에 눈을 감지 못하다가, 네가 하는 말을 듣고는 작게 웃는다.)...그래. (네가 무슨 말이든 해주길 기다리고 있었는지 이제야 몸에서 긴장이 좀 풀린다)
난 이미 길들여진거나 다름 없으니까 네가 책임 질 수 밖에 업어.
밤이 내려 깜깜한 창문으로 들어오는 희미한 빛이 두 사람의 얼굴을 비춥니다.
한시원:...(나도 네 등 정도는 지켜줄 수 있을 만큼 열심히 하고있으니까.)
꿈 속에 파묻힌 듯 희미하게 달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시곗바늘이 움직이듯 둔탁하고 무거운 반향이었습니다.
잠이 든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의 새벽.
메시지 알림인데, 이런 시간에 메시지가...?
한시원:...(작은 진동에 부스스 일어난다. 이불 틈에 끼인채로 더듬더듬 휴대폰을 집어 메시지를 확인한다)
「 2053-12-21, 14:32 카운터 9회의실 소집 요망 」
「 2053-12-21, 01:32 카운터 9회의실 소집 요망 」
한시원:(샤오의 휴대폰쪽을 슬쩍 봤다가 아무런 알림 없이 잔잔한 것을 보곤 고개를 갸웃거린다)
한시원:(자는 중인데 깨우기도 좀 그렇고..)
본관은 당장 옆 건물이기는 합니다만... ...
사실 샤오샤오를 동행하지 않은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특히나 DOT의 일이라면 말이죠.
(침대에서 조심조심 몸을 빼내고 겉옷을 하나 챙겨입은 뒤 메모를 작성해둔다) [2053-12-21, 01:32 카운터 9회의실 소집. 다녀올게. -시원-]
(메모를 샤오의 손 안쪽에 살짝 넣어둔다)
(나 괜히 갔다가 죽는거 아니겠지?)
시원은 곤히 자는 샤오샤오의 손 안에 메모를 넣어둡니다.
한시원:(잘자네. 볼을 쿡쿡 건드리며 장난이나 치다가 느적느적 9회의실로 향한다.)
무슨 소집명령을 새벽 1시에 내리냐고..
리 샤오샤오:
(To GM)rolling 1d100<50
=
1 Success
리 샤오샤오:(막 깨서 푹 잠긴 목소리가 중얼거리면서 흘러나온다) 어디 가...?
한시원:아, 미안. 하도 곤히자길래 안깰줄 알았는데.. (침대로 돌아온다)
소집명령 내렸어. 카운터만.
나 혹시 연락두절되면 꼭 항의해줘. (손 안의 메모지를 가리킨다) 이거 증거물이니까 잃어버리지말고.
리 샤오샤오:(증거물이라는 말에 나른하게 웃었다가 손 안의 메모를 무심코 쥐었다 편다.) 혼자 다녀와도 괜찮겠어?
근데 너까지 같이 끌려가면 누가 항의해주지.
리 샤오샤오:너무 무서운 상상을 하는 거 아냐, 시원? (으으, 하고 팔다리를 뻗어 쭉 기지개를 켜더니 자리에서 스르르 일어난다) 으응. 같이 가자.
난 들어오지 말라고 하면 뭐... ...앞에서 기다릴게.
한시원:그치만 이 새벽에 카운터만 모이라고 하는게 뭔가 찝찝해서...
그래, 그럼 같이가자. (한결 편해진 얼굴이 된다)
시원은 결국 샤오샤오와 함께 9회의실로 향합니다.
이맘때의 아이들에겐 뭔가 대단한 일은 하지 못하더라도, 함께 있어주고 싶다는 비효율적인 욕구가 존재하는 법입니다.
한시원:(날도 추운데 혼자 걸어갔다가 혼자 돌아오는게 생각보다 싫은일이라고)
어슴푸레하게 새벽 빛이 내려앉은 중앙정원을 지나 본관으로 향합니다.
본관으로 들어서면, 대기하고 있던 안내 데스크 직원이 조금 놀란 눈으로 두 사람을 바라봅니다.
안내데스크 직원:안녕하세요. 시원 군, 그리고 샤오샤오 군. 소집 호출을 보낸 건 카운터 뿐이었을텐데... (조금 곤란한 미소를 짓는다.)
한시원:나오려던차에 일어났길래.. 같이 와달라고 했어요. 출입은 안되겠죠? (눈치)
안내데스크 직원:우선 저는 카운터가 오면 안내하라는 지시를 받아서요. 카운터와 타이머가 각별하다는 건 알지만... ...
한시원:그럼 저희가 능력으로 몰래 들어왔다고 할테니까.. 여기서만 모른척 해주시면 안될까요? 새벽에 갑자기 소집을 내리니까 조금 불안해서ㅡ (말재주를 시도해봅니다)
한시원:
말재주
기준치: |
45/22/9 |
굴림: |
96 |
판정결과: |
대실패 |
에?
아-! 이런! 동글한 인상과는 다르게 감정적인 호소가 안 먹히는 사람인가...?
한시원:(젠장.. 이 사람이라면 될 줄 알았는데...!)
이후 1회의 판정에 -20의 패널티가 생깁니다.
근데, 저기.. 누나. (직원에게 다시 말을 건다)
새벽까지 일하시는 거예요?
안내데스크 직원:곤란하네요. 샤오샤오 군은 여기에서 대기해도 괜찮지 않을까요? 혹시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안되니까요. (그 말에 미소를 지어보인다.) 오늘은 제가 당직이랍니다.
한시원:어쩔 수 없지.. (미련많은 얼굴로 샤오를 봤다가 당직이라는 말에 입을 조금 벌린다. 아니 새벽인원을 따로 구할것이지 돈도 많은 기관이)
한시원:(그래도 돈 많이 주겠지 하며 넘긴다)
운
기준치: |
65/32/13 |
굴림: |
16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행운을 성공한 나에게 뭘 주려고~)
안내데스크 직원:(딸깍, 버튼을 누르고 인터폰을 받는다.) 네, 본관입니다. -아. 지금 막 도착했어요. 타이머가 같이 와서 금방 설명드리고 안내하겠습니다.
우리 말고 다른 애들은 페어로 안왔나봐.
안내데스크 직원:... ...아-...네. 괜찮나요? 그렇게 처리하겠습니다. 네, 네. 고생 많으십니다. (곧 인터폰을 내려놓고 두 사람에게 다시 미소를 지어보인다.) 들어가도 괜찮다고 하네요. 두 사람 모두 9 회의실로 가보세요.
다음번에 선물 사올게요. (꾸벅 인사한 뒤 말 바뀔세라 샤오의 손을 잡고 9회의실로 간다)
리 샤오샤오:우와. 다행이다. 가지고 놀 거 하나도 안가지고 왔는데. (안녕~ 하고 손인사를 하며 9회의실로 향한다)
한시원:뭐, 넌 데스크 직원분이랑도 잘 놀았을것 같긴한데. (9회의실 문을 살짝 열어본다. 설마 우리가 또 마지막?)
회의실로 들어서보면, 다른 카운터들이 도착해 있습니다.
한시원:(기억이지만. 을 뒤에 붙이려다 삼킨다)
(얘네는 어떻게 들어온거지?)
한시원:..얘네 분명 몰래 들어왔다. (샤오한테 작게 속닥거리고는 빈 자리에 앉는다)
이래도 되는 거였으면 그냥 둘 다 부르면 될텐데.
회의실 안에는 장교도, 부관도, 애쉬나 교사도...
오늘 이 곳에 있는 것은 낯선 연구원들입니다.
적어도 시원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들입니다.
(샤오의 반응을 살펴본다)
그 중 가장 나이가 많은 남자가 은색 상자의 뚜껑을 여는데...
리 샤오샤오:(시원과 마찬가지로 눈을 끔벅이며 연구진들을 보는 중)
상자 안에는 주사기와 앰플처럼 보이는 것이 나란히 꽂혀 있습니다.
투명한 앰플 병에는 희미한 푸른색 액체가 흔들리고 있네요.
한시원:
관찰력
기준치: |
75/37/15 |
굴림: |
83 |
판정결과: |
실패 |
관찰력
기준치: |
75/37/15 |
굴림: |
6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똬앗)
투명한 파란색으로 물든, 푸른 장미의 색을 훔친 것처럼 흐릿한 액체... ... ...
지하에서 본 것과 완전히 같은 색을 하고 있는걸요.
한시원:(손을 든다) 그게 뭔지 물어봐도 될까요?
(설마 우리가 그 통 안에서 나온탓에 불안정해진걸까?)
나이 든 연구원:(앰플을 차례차례 주사기에 담도록 지시하다가, 시원을 바라보더니 피곤한 얼굴을 한 번 문지른다.)
이건 능력 안정제입니다. 신체 상태를 가장 안정적으로 만들어주는 약이죠.
인체에는 무해하니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한시원:
심리학
기준치: |
40/20/8 |
굴림: |
43 |
판정결과: |
실패 |
(으으음..!! 다시본다..!!!)
심리학
기준치: |
40/20/8 |
굴림: |
42 |
판정결과: |
실패 |
(뎅ㅡ)
앰플이 담긴 주사기를 든 연구원들이 카운터들 앞에 서네요.
연구원들은 시원이 뚫어져라 쳐다보는 눈빛을 피곤하게 느끼는 건지, 좀 불친절한 태도로 응수합니다.
나이 든 연구원:카운터들은 팔을 걷고 앰플을 투여한 뒤 개인실로 돌아가세요.
한시원:(그치만 제대로 확인도 안 된 약물인것 같은데.. 또랑또랑꼬치꼬치 한 눈으로 쳐다보는중)
(그래도 얌전히 팔을 걷는다)
(그리고 고개를 휙휙 움직여 모모가 있는지 확인해본다. 건강해보이는지 궁금하다.)
꽤 피곤해보이네요. 힘없이 팔을 걷어 내미는 중입니다.
시원이 팔을 내밀면, 곧 주사기의 바늘이 피부를 파고 듭니다.
한시원:(주사기가 피부를 뚫고 들어가는걸 가만히 응시한다)
리 샤오샤오:(시원이 앰플을 투여받는 동안 손을 잡은 채다.)
한시원:
SAN Roll
기준치: |
65/32/13 |
굴림: |
1 |
판정결과: |
대성공 |
?
(심리학이나 성공하란말이야 이성은 상향 못한다고)
목 뒤에 새겨진 시간의 각인을 확인하던 절차...
...이 앰플을 주사받은 것은 오늘이 처음입니다만, 이건 대체 누구의 기억인지 모르겠습니다.
나이 든 연구원:(모두가 앰플을 맞고 나면 다시 상자를 닫는다) 하루 정도는 적응 기간을 갖느라 열이 나거나 무기력한 증상이 있을 수 있습니다.
과한 신체 활동은 금하고, 푹 쉬도록 하세요. 물을 수시로 마셔야 하고...
나이 든 연구원:이상현상이 생기면 바로 안내 데스크에 이야기 하면 됩니다.
리 샤오샤오:(작은 소리로 속삭인다.) 괜찮아?
한시원:조금 울렁거리긴 하는데.. (다른 기억에 대해 이야기하려다 주변의 연구원들을 보곤 입을 닫는다)
리 샤오샤오:(뭔가 말할 게 있구나. 금세 눈치를 채더니 이따가 얘기해, 하고 빠르게 속삭인 후 다시 앞을 본다.)
사용한 주사기를 폐기봉투에 넣은 연구원들이 자리를 정리하고 썰물처럼 회의실을 빠져나갑니다.
회의실에는 아주 옅은 장미 향기와 소독약 냄새가 떠다닐 뿐입니다.
한시원:(빨리 숙소로 돌아가고 싶어 눈치를 보던 차에 연구원들이 먼저 나가면 곧장 자리에서 일어난다)
(일어난김에 다른 카운터들도 관찰한다. 다들 상태는 괜찮아보이는지..)
다른 카운터들은 의연한 모습이기도 하고, 머리를 가볍게 짚기도 합니다.
한시원:(주변에 있는 카운터 중 하나에게 살짝 다가가본다) 혹시, 모르는 기억 같은게 떠오르지 않았어?
그 말에 2시의 카운터, 에스타가 대답합니다.
에스타:너희도 봤어? 누가 주사 놓는 거...
반응을 봐서는 시원과 유사한 기억을 본 사람들도 있지만, 아닌 사람들도 있는 모양입니다.
한시원:....기억을 넘겨받은 사람인가? 아니면 유리관 안에 있을때 능력을 이어받으면서 뭔가 문제가 생겼나..
혹시 이후에 무슨 문제가 생기면 서로 공유하자.
물론 안내 데스크에도 말하고.
한시원:(기관에게 많은걸 기대할수는 없어. 고개를 마주 끄덕인다.) 시간이 늦었으니까 돌아가자.
우리 먼저 갈게. 잘 자. (다른 아이들에게 손을 흔든 뒤 샤오를 끌고 회의실을 나간다.)
한시원:분명 겪어본 적 없는데, 오늘처럼 주사를 맞았던 기억이 있어.
"분명해요. 뭐...누구의... 뭐뭐 입니다." 라는 말을 하는걸 들었어. 중간중간 소리가 눌려서 잘 못들었지만.
리 샤오샤오:누구의... ...뭐뭐? (눈을 가늘게 뜨고 기억을 되살려보려 하지만 금방 포기한 것처럼 원래대로 돌아온다.)
아까 온 그 연구원들 말이야.
지하에서 봤던 얼굴들도 있었어.
그 유리관이 있던곳에서?
리 샤오샤오:응. 아마... ...그 연구들을 하던 사람들인가봐. 전부.
한시원:생각해보면 앰플 안에 있던것도 관련 있어보였지.
리 샤오샤오:어쩐지 밖에서는 본 적이 없는 얼굴이라 한참 생각했어.
한시원:안정화가 제대로 안 된 걸까? (제 손을 내려다본다)
시험해볼래?
창문까지 가는 걸로.
한시원:실험에 미완성인 부분이 있었는데.. 여태까진 버텼던게 아닐까싶.......에?
창문까지?
나 혼자!?
왜, 왜.. 왜 그런.. 위험한...
위험한 짓을...
리 샤오샤오:떨어질 것 같으면 그 때는 도와줄게. (씩 웃어보인다.) 한 번 쯤은 해보는 것도 괜찮잖아.
이제는 잘하는 것 같던데.
한시원:....이거 성공하고 실패하고에 따라서 뭔가 결론을 낼 수 있는거야?
물론... 못 할 것도 없지만.. 1년간 열심히 해왔고..........
리 샤오샤오:능력 안정화에 도움이 된 건지 보려고. 손 잡고 있을게. (저 위에 개인실 창문이 있는 벽 근처에 우뚝 선다)
....좋아.
그래, 네가 옆에 있는데 무슨 일이라고 있겠어.
(샤오의 손을 가볍게 쥔 채로 벽에 한 발을 딛는다. 벽을 평지처럼 걷는 상상을 하며 천천히 나머지 발을 벽에 붙인다. 벽에 댄 발, 그리고 등과 목을 부드럽게 받쳐주는 감각에 집중한다.)
한시원:
초능력 Roll
기준치: |
45/22/9 |
굴림: |
99, 28, 78 |
+2: |
보통 성공 |
+1: |
보통 성공 |
0: |
대실패 |
-1: |
대실패 |
-2: |
대실패 |
#
아차, 평소에는 내려오는 걸 더 많이 해서 갑자기 몸이 푹 무거워지는 느낌이 들었다가...
어느 순간 모든 것이 안정되더니, 두 사람의 몸이 가볍게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리 샤오샤오:시원! 할 수 있잖아! (네가 장해서 못 견디겠다는 듯이 허공에 대고 발을 동동 구른다)
한시원:(몸이 내려앉는듯한 감각에 순간적으로 눈을 꽉 감았다가...한쪽 눈을 살짝 뜬다) .....
떨어지는줄 알았어...
왠지 할 수 있을것 같은데..
(잡은 손에 살짝 힘을 준 채 한 발 두 발 움직인다. 옥상까지 올라갈때는 떨어지는 도중에 샤오가 잡아주겠지 막연하게 생각했었는데, 삐끗하면 바로 바닥에 머리를 박는 높이에 있으니 더 긴장을 하게된다)
속도를 늦추고, 창문에 발을 걸치는 것까지 성공적으로 해 냈네요!
한시원:(몸을 웅크려 창틀을 붙잡고 안으로 기어들어간다)
.....무슨 시험보는 기분이었어.
리 샤오샤오:재밌었다. 나 남이 끌어올려주는 건 처음이야. (개운한 얼굴로 들어온다)
잘 하면서 뭘. (시원의 팔을 툭 친다)
한시원:(네 말에 웃어버린다) 그러게, 누가 10시 타이머를 끌어올려주려 하겠어.
내가 처음인거네. (어쩐지 뿌듯하게 말하고는 신발을 벗어 현관에 던져버린다) 그럼 안정화는... 잘 된건가?
리 샤오샤오:단순히 앰플 때문이라기엔... ...시원은 연습도 열심히 했으니까. (곧장 침대에 털썩 앉아서 옆자리를 두드린다)
한시원:(겉옷을 벗어두고 옆자리에 앉는다. 긴장해서 몰랐는데 찬바람을 맞아 몸이 제법 굳었다.)
그러고보면 벌써 1년이나 됐구나. (제법 자연스럽게 네 손을 잡고 언 뺨에 갖다붙인다.)
리 샤오샤오:(따뜻한 손이 언 볼을 주물거리며 녹인다. 그 말에 슬쩍 미소를 짓는다.) 키도 조금 컸고, 친해졌고, 며칠 뒤면 같이 졸업도 할 거고...
네가 여전히 옆에 있어줘서 다행이야.
한시원:안떠났으니까. (네가 먼저 약속을 지켰으니까. 그러니 앞으로도 함께 있는 한은 나도 포기하지 않을거야. 짧은 말에 많은 의미를 담아낸다)
파티에서 춤도 춰야하고, 성인식도 해야하고.. 임무도 하고 나중에 은퇴하면 노후도 재밌게 보내야지.
노후에도 너랑 같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여기도 정년이 65세인가?
리 샤오샤오:(네 말에 잠시 입을 벌렸다 다문다. 타이머들은 다음 세대의 타이머가 결정되면 수명을 다 한다. 하지만 카운터들은? 만들어진 카운터들은 어떻게 되는거지? 우리 이후의 타이머들도 카운터를 가지게 될까? 그런 미래까지 생각하면 쉽사리 답이 나오지 않는다.)
...모르겠어. 연금 같은 거라도 들어두려고?
옛날에는 순장이라는게 있어서 죽은 사람 무덤에 살아있는 사람을 같이 묻기도 했었거든?
(사뭇 진지하게 말하곤 샤오를 돌아본다) 어떻게 생각해?
리 샤오샤오:(기묘하게도 그 질문에는 명쾌하게 대답한다.) 정말 별로라고 생각해.
한시원:나도. (침대 아래로 늘어뜨린 발을 까딱까딱 움직인다) 그치만 나는 언제 죽을지도 모르고.. 근데 너 없으면 심심할것 같아.ㅣ
리 샤오샤오:(침대 위로 풀썩 몸을 뉘이고 네 등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나 책이라도 쓸까?
한시원:무슨 책 쓸건데? (네게 등을 보인채로 제 발끝이나 쳐다본다)
리 샤오샤오:나 글은 잘 못쓰니까...그냥 일기 같은 거.
여러 장 써두고, 책으로 엮어서 너한테만 주는거야.
한 번에 다 읽으면 안되고 하루에 한 장만 읽어야 돼.
한시원:(고개를 돌려 네 얼굴을 보더니 누워있는 네 몸 위로 풀썩 엎드려버린다) 내가 너무 불쌍해. 하루에 한 장 밖에 못 읽는데 생각은 계속 날 거 아냐.
새로 태어난 타이머 소식이나 들으면서 우울해 할 내가 안타까워.
리 샤오샤오:(그 말에 웃음을 터트리더니 네 등 위로 손을 올렸다가, 부드럽게 흩어진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살짝씩 얽는다.) ...나도. 네가 보고싶을 것 같아.
네가 은퇴하는 것도 보고싶고, 나이 들어서 안경 맞추는 것도 보고싶고, 새 타이머들한테 요령 알려주는 것도 보고싶을 것 같아.
한시원:이상한 말 하지마. 참고있으니까. (괜히 주먹으로 몸을 툭 때린다) 아 하지마!
리 샤오샤오:아, 왜? 나도 솔직하게 말한거야! (아얏, 하고 몸을 살짝 비튼다)
한시원:(쌕...쌕... 입을 꾹 다문채로 숨소리만 한참 내다가, 한번씩 입을 달싹 거렸다가. 한참 제 손이나 내려다보며 딴청을 피운다. 작게 한숨을 내뱉은 뒤에야 겨우 진정이 됐는지 다시 입을 연다.) 새 타이머한테 잘해줄 자신도 없어.
그런거 시키면 그간 모아둔 재산 들고 잠적해버릴래.
알아서하라지.
리 샤오샤오:어린앤데. 잘 해줘. (남은 한 손도 뻗어서 아예 네 등을 끌어안듯이 당긴다.
내 얘기 해 줄 사람은 너 밖에 없잖아. (응? 하고 고개만 살짝 기울여서 들여다본다)
한시원:....(얌전히 안겨있으면서도 네 시선을 피해 다른곳을 본다) ...........................
그럼.. 책 써줘.
힘이라도 내게.
그럼 생각해볼게.
리 샤오샤오:알겠어. 꼭 책 쓸게. (머리 위에 쪽 소리가 나게 입을 맞춘다) 약속이야.
아무리 평행하게 이어지는 선이라도 어딘가에서는 끝난다는 것을.
한시원:(네 목에 팔을 둘러 꾹 끌어안는다.) .....(젖은 눈을 네 어깨에 문질러 닦고는 작게 코를 훌쩍인다) ...왜 이런 얘길 하게 된 거야. 내가 먼저 시작했던것 같기도하고..
잠깐 잊어버려서..
리 샤오샤오:아무 이야기도 못하고 맞이하는 것 보다는 훨씬 낫잖아. (이불을 끌어당겨 덮는다. 그러니까 나는 하루하루를 아주 소중하게 보내야 한다. 단 한 순간도 충실해지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서로에게 진 의무가 있기 때문에. 네 머리를 부드럽게 쓸어내리며 중얼거린다.) 내일은 푹 쉬라고 했으니까, 시내라도 돌아다니자.
한시원:응. (네 볼을 만지작거리며 대답한다.) 이런 얘기는 충분히 나눠야 나중을 대비할 수 있다고 듣긴 했었어. 근데 내가 아직 어리긴 한가봐.
성인이 되고 나면 좀 더 차분하게 얘기 할 수 있을지도 몰라.
(팔을 두른 네 목을 끌어당겨 이마에 입술을 꾹 눌렀다 뗀다.) 잘 자.
우리가 어른스럽게 이별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한시원:(혼자라서 안되는건 둘이서 채우면 돼. 그리고 혼자 남았을때를 천천히 대비해보자.)
(웃으면서 기억할 수 있도록.)
그 누구도 어른이 될 준비가 되지 않았는걸요.
창틀을 타고 쏟아진 햇살이 침대를 환하게 비춥니다.
한시원:
건강
기준치: |
50/25/10 |
굴림: |
62 |
판정결과: |
실패 |
(눈이 대차게 부었다)
한시원:(못참고 새벽에 훌쩍거렸던게 이렇게..)
바짝 마른 목은 침을 삼키는 것도 힘겨워합니다.
으슬으슬하니 온 몸에 소름이 돋는 것이... ...
(때가 왔나...)
한시원:(기억속의 나는... 몸살을 제법 격하게 앓았는데...)
(실제로도 그런지 궁금했던 차였지.. 실제로도 그렇구나..)
유전자 제공자야, 대체 어떤 몸을 가지고 있던 거냐?
한시원:(하나 더 껴입을걸.. 기모로 챙겨입을걸... 샤오랑 더 붙어다닐걸...)
어디갔어...(진짠가 싶어서 침대를 마구 더듬거린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오늘도 몸 주변에 식기를 잔뜩 띄운 채입니다.
오늘 쉬는 날인데.
한시원:(눈이 부어서 보였다 안보였다....) 쉬는 날이야?
(다행이다..........아니, 다행이지 않아.)
(오늘 시내에 나가기로 했는데..) 으으...으....(애써 몸을 일으켰다가 몸을 웅크린채 다시 엎드린다)
졸려...
눈이 안떠져...
온 몸이 두들겨맞은것처럼 아파...
리 샤오샤오:어?! 감기 걸렸어?! (손을 한 번 휙, 휘두르자 금방 기세가 죽은 아침접시들이 테이블에 차르륵 쌓인다)
많이 아파? (냅다 침대 옆에 앉아서 시원의 이마를 짚어본다.)
나랑 비슷한 것 같은데... ...
...아, 나랑 비슷하면 열 많이 나는 거구나.
한시원:(체온 높은애와 체온 낮은애의 환장만남)
그러고 보면 샤오샤오는 건물 밖으로 나가지 않으면 거의 항상 반팔을 입고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여름엔 종종 벗어던졌지.)
(자고 일어났는데 웃옷이 없어서 소리질렀던게 엊그제 같은데...)
리 샤오샤오:추위는 잘 안 타. 추운 건 알아도... ...오늘은 나가면 안 되겠다. 안에서 푹 쉬어.
시내 나가기로 했잖아 밥먹고 약먹으면 괜찮아져.
(침대 맡에 놔둔 가디건을 걸치고 손수건으로 목을 감싸묶는다)
리 샤오샤오:눈도 못 뜨면서. (그래도 계란죽을 한 그릇 퍼다가 위에 간장 세 방울을 똑똑똑, 얹는다.)
일단 물이랑 죽부터 먹어.
응. (자리에 앉아 물부터 마신다)
리 샤오샤오:어떻게 감기가 반의 반나절만에 나아?
죽 먹고 있으면 내가 약 받아다가 올게.
한시원:넌 애초에 감기에 걸리지도 않으면서.. 나도 금방 나을 수 있어.
리 샤오샤오:해열시트랑, 쿨링팩이랑... ...어쨌든 이것저것 가져오면 되지?
한시원:약만 있으면 돼. 괜히 이것저것 가져왔다가 외출에 지장 생길수도 있고.
(샤오가 떠준 죽을 열심히 떠먹는다)
리 샤오샤오:오늘 못 나가면 내일 나가면 되지. 괜히 우기다가 더 앓아누우면 어떡해.
리 샤오샤오:(그새 신발장 옆의 구급함에서 체온계를 꺼내오더니 손을 휘적인다.) 고개 까닥.
한시원:그치만 방에 혼자 있기 싫어. (까닥)
한시원:
건강
기준치: |
50/25/10 |
굴림: |
3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체온계 힐끔)
리 샤오샤오:(삐, 소리가 울리면 체온계를 들여다본다)
37.6도네... ...
엄청나게 높지는 않아서 다행이다. 얼음도 얻어와야지.
(죽이나 야물야물 먹는다) 부지런히 일어나서 시내 나가려 했는데.
리 샤오샤오:오늘은 안돼. 같이 안 나가줄거야. (물도 다시 따라주고, 샐러드 볼도 앞으로 쭉 밀어주더니 금방 올게! 하며 방을 나선다.)
한시원:너무해 (입을 벌린채 문이 닫히는걸 쳐다본다)
너무해...!
따뜻하게 입고 목도리도 하면 되잖아..
병자는 절대 내보내지 않겠다는 의지가 느껴집니다.
한시원:..................과보호야. ...부당해.
원랜 내가 더 몸관리 열심히 하는데.
자기는 태생이 건강한거면서.
자기는 겨울에 막 입고 다녀도 감기 안걸리는거면서!
한시원:...................................부당해.
시원이 중얼중얼거리고 있으면...요란한 구급상자를 들고 온 샤오샤오가 방으로 들어섭니다.
그리고 5시 페어에게서 뜯어온 것이 틀림없는 통 얼음도... ...
한시원:(한숟갈 남은 죽을 먹지도 남기지도 못하고 숟가락을 휘적거리다가 통얼음을 보곤 입을 벌린다)
...나 단순 감기야.
리 샤오샤오:응, 감기에 필요한 거 들고 온 건데.
(눈을 끔벅인다)
여기, 해열제랑 해열 시트... ...열 많이 나는 곳 있어? 거기다 붙여줄게.
그렇게 말하는 샤오샤오의 뒤에서 통얼음은 허공에서 빙빙 돌며 수건을 몇 겹이나 둘둘 두르고 있습니다.
한시원:....(이정도로 지극정성이면 진짜 점심 전에 나을지도.)
열은 얼굴쪽에 오르고.. 몸은 으슬으슬해.
리 샤오샤오:신기하다. 이거 파스처럼 돼 있어. (해열시트 직직 뜯는 중)
이마에 붙여줄게.
한시원:(근데 처음치곤... 정말 제대로 준비해왔네. 요란한 구급상자를 보며 생각하다가 침대에 앉아 이마를 걷는다)
너희 가족들도 다 건강 체질이야?
우리 구역에서는 다들 잔병치레를 잘 안 했어.
(시원의 이마에 각 맞춰 해열시트를 붙인다)
리 샤오샤오:6구역. 우리는 집끼리도 거리가 좀 많이 떨어져 있어서 하루 종일 돌아다녀야 하긴 했어.
한시원:애초부터 건강한 체질인데 거기서 다져졌구나..
(딱 맞게 붙은 해열시트를 만지작거리다 침대 등받이에 기대 앉는다) 우린 워낙 우중충한 날이 많았어서..
몇달에 한 번 씩은 몸살감기로 고생했던 기억이 있어.
여기에 와서는 몸살을 앓을 일이 많이 없었어서 실제로도 감기에 걸리면 고생할지 궁금했었는데 이런식으로 확인하게 될 줄이야.
리 샤오샤오:(침대 헤드에 가볍게 팔을 괴더니) 그렇구나. 그럼 사실상 시원은 처음 아픈거네. 이 정도면 건강 체질 아냐?
앰플 부작용인가... ...
한시원:아, 앰플. (깨달은것처럼 고개를 끄덕인다) 백신 맞으면 열 오르는거랑 같은건가?
....일찍 맞추고 쉬게하지 새벽에 불러서.. (나가지도 못하고. 궁시렁거린다.)
리 샤오샤오:다들 바빠서 깜박했나봐. (궁시렁대는 소리에 작게 웃더니) 좀 더 자, 시원. 아플 땐 깨어있으면 더 아프다더라.
나도 방금 들은거긴 한데... ...자는 게 제일이래.
한시원:자기 싫은데.. (하면서 시계를 한 번 확인한다.)
한시원:....(지체했다간 시내는 꿈도 못꾼다)
(나가는거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데 내가 왜 고작 시내 나가냐마냐로 아등바등 애써야 하는거야?) (라고 생각하면서 얌전히 침대에 눕는다)
(가고싶다. 맛있는것도 먹고..)
여기 있을거야?
리 샤오샤오:응. 시원이 안 나가는데 뭐...나도 딱히 갈 곳도 없고.
한시원:(샤오쪽으로 몸을 돌려 눕더니 손을 내민다)
손 잡아줘. 아니면 같이 잘래?
리 샤오샤오:난 시원이 잠들면 몸 닦아주려고.
리 샤오샤오:자기 전엔 차갑다고 싫어할 것 같아서. 아침도 먹고...
리 샤오샤오:몸을 건조하게 유지해주는 게 좋대. 식은땀 나는 채로 자면 더 열 오른다고.
몸에 수건 넣고 잘게.
한시원:씻지도 못했는데.............싫어!
건들기만해봐. (이불을 둘둘말고 눕는다)
리 샤오샤오:그래서 닦아주는건데... ... (꽁꽁 싸매인 부리또를 본다)
안 할테니까 너무 꽁꽁 싸매지 마, 시원. (이불 얇게 만든다)
(그리고 잔다... 밥먹고 난리피웠더니 졸려졌다..)
(손을 놔준다)
밥 다 식었겠다.
(침대에 모로 누워 먹는거나 구경한다) 2시였으면 데워먹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반쯤 잠든채로 헛소리하는중)(
리 샤오샤오:(샌드위치 차곡차곡 쌓아서 먹는 중) 그렇구나. (그쪽은 불이라서 그렇게 섬세한 열 조절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지만 이런 소릴 하면 시원이 깰 것 같아서 가볍게 긍정해주며 바라본다.)
눈을 감으면, 아프기는 아픈건지 정신이 가물가물해집니다.
한시원:(눈두덩이가 묵직해)...(몸에 힘을 쭉 빼고나니 차근차근 수마로 빠져든다)
누군가가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어주는 느낌이 든 것도 같습니다.
ㄸ
한시원:(누운 자리에서 기지개를 쭈욱 켠다) 으으아
(눈을 뜨자마자 시계를 쳐다본다. 몇시지?)
리 샤오샤오:몸은 좀 어때, 시원? (침대 옆에다 소파를 가져다두고 앉아있다가 물으며 이마에 손을 대 본다)
한시원:눈 떴는데 저녁일까봐 걱정했네... (이마로 다가오는 손을 당당하게 맞이한다) 잠들기 전보다 훨씬 좋아.
내가 오후까지 나을거라고 했지? (뿌듯)
물론 네가 간호해준 덕분이지만.
리 샤오샤오:진짜 금방 나았네. 부작용이 심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한시원:그럼 나가도 되는거야? (침대에서 반쯤 몸을 일으킨다)
리 샤오샤오:진짜 가려고? 나는 괜찮긴 한데.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며 창 밖을 내다보면, 오늘의 날씨는... ...
운
기준치: |
65/32/13 |
굴림: |
4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두근두근)
다행히 화창하네요! 해가 빨리지는 계절이라 걱정했는데, 새파란 겨울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습니다.
한시원:1구역은 맑은 하늘이 귀해. 이럴 때 아니면 언제 나가보겠어. (예전이었으면 신경도 안썼을 날씨를 운운하며 이불을 걷어낸다)
씻고 나올테니까 준비하고 있어. (갈아입을 옷을 챙긴다)
리 샤오샤오:시원이 가고 싶은거면. (금방 더 말리지 않고 일어난다) 어디갈래? 나가봐야 시내긴 한데, 지난 번에 축제 때는 광장 근처 말곤 못 돌아다녔잖아.
리 샤오샤오:(한 쪽 벽면에 마련된 샤오샤오 굿즈 책장을 가리킨다)
한시원:오늘은 샤찌랑 자야지. (두꺼운 눈썹을 가진 햄지인형을 보며 결심한다)
저게 왜? (다시 샤오를 보곤)
...아냐. 나도 오늘은 시원 굿즈 살래.
그럼 마켓 들러서 다음 갈 곳도 생각해보자. (후다닥 씻으러 들어간다)
(와다다닥 챡챡 씻고 머리도 쌱쌱 말리고)
(보너스)
외모
기준치: |
50/25/10 |
굴림: |
19, 39, 9 |
+2: |
극단적 성공 |
+1: |
어려운 성공 |
0: |
어려운 성공 |
-1: |
보통 성공 |
-2: |
보통 성공 |
한시원:(거울을 보며 옷을 정돈한다) 그래도 퀭해보이진 않네.
마스크나 모자라도 안 쓰면 사람들이 알아보겠어요.
한시원:(데이트라 힘줘놓고 마스크로 가려야한다니)
리 샤오샤오:(익숙하게 버킷햇을 쓰고, 마스크를 챙기는 중)
구경해.
기왕 광내놓고 얼굴 가리기 아쉬워서.
리 샤오샤오:(뭔진 몰라도 가만히 보는 중...) 오늘 머리 귀엽다. (헤쭉)
한시원:(오늘은 뭔가.. 귀엽게 잘생겼군. 웃는 얼굴을 보며 속으로 감상평을 남긴다. 따라서 쓱 웃은 뒤에야 저도 주섬주섬 모자와 마스크를 꺼내 쓴다)
다음엔 꼭 모자랑 마스크 없이 데이트해야지.
한시원:하늘에 떠서 돌아다니는건 어때? 사람들 못보게.
새벽... 똑똑하다.
수도는 안돼. 항공법 위반이거든.
한시원:그래? 맨몸인데 항공법까지 챙겨야하다니 타이머도 힘들겠네.
안걸리면 되는거 아냐?
리 샤오샤오:일단 그 정도로 높으면 춥기도 하고.
하늘에 떠 다니면 눈에 띄잖아.
새벽 산책으로 봐줄게.
(마지막으로 가방을 점검한 뒤 현관으로 나간다) 가자.
두 사람은 숙소를 나서고, 정문에서 외출 신고를 한 뒤 시내로 나섭니다.
축제가 아닌 주말의 시내는 놀러나온 사람들로 제법 시끌벅적합니다.
특히 타이머,카운터 팝업스토어가 있는 쇼핑몰로 가는 길은 더더욱 그렇죠.
한시원:(복작복작한것도 오랜만에 보니 그리 꺼려지지 않는다. 조심스레 사람들 사이에 섞여 스토어로 향한다)
이렇게 나온지도 좀 됐지?
증상이 나타난 후로 그다지 밖에 나가고 싶지 않았었거든.
리 샤오샤오:그렇지, 축제 이후로 거의 나오질 못했으니까... ...밖에 나온 것도 대부분 촬영 때문이었잖아.
차에만 타 있어서 심심했어.
한시원:연예인 같은거 할 생각 전혀 없었는데.
심지어 연예인 아닌데 비슷한 삶을 살고있어.
억울해.
학생들을 너무 착취하는거 아냐? (물론 착취 당해도 좋을만큼의 돈을 주지만)
한시원:아니, 생각해보면 그거 다 광고비.. 아니, 그래도 많이 주네.
광고 찍느라 훈련할 시간도 모자란것 같아.
뭔가 잘못되고 있지 않나?
리 샤오샤오:(아무래도 10살 적부터 타이머로 살다보니 연예인이 아닌 삶에 대한 자각이 희미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시원은 아무 일도 없으면
몇 시간씩 훈련만 하잖아.
한시원:훈련기관이고 훈련 하러 왔으면 훈련해야지.
게다가 난 이제야 겨우 혼자 벽 한 번 탈 수 있을 정도고..
1년 동안 이정도 밖에 발전을 못했는데 너보다 열심히 할 수 밖에 없는건 당연한거야.
리 샤오샤오:이 정도 밖에? (기준이 높구나, 혼자 생각하다가) 그럼 목표같은 거 있어?
몇 개월 뒤에는 이거 해야지, 이런 거.
한시원:목표....? 음....그런건 딱히..
그냥 뭐든 완벽하게 할 수 있으면 좋겠어.
너처럼 내 몸에도 능력을 적용 시키려면 어느정도 확신이 있어야 하는데. (곰곰) 아직 너무 멀게 느껴져서.
게다가 훈련 안하면 뭐해야겠는지도 잘 모르겠는걸.
가만히 있긴 심심하고.. 누워있자니 죄책감이 들고...
리 샤오샤오:... ... ... (시원과 자신의 하루를 곰곰히 비교해보다가) 아!
체력단련실에 거의 안 왔었지?
운동하면 시간이 빨리 가.
한시원:(체력단련실이라는 말에 급격히 표정이 썩어들어간다)
...훈련이나 체력단련이나 비슷한거 아냐?
훈련도 시간 빨리 가.
리 샤오샤오:훈련은 능력을 쓰는 거지만 체력단련은 능력 없이 몸을 쓰는 거니까.
운동을 하다보면... ...그냥 왠지 이해가 잘 되는 느낌이 들어. 능력도. (뭔가 효과가 좋다는 것을 설명하고 싶은 모양인데 말재주가 없는 표정을 한다)
한시원:(능력에 대한 말에 잠시 솔깃하는듯 했다가 금방 심란한 얼굴이 된다)
...........................하지만,
네 옆에서 운동하면 비교될 것 같아서 싫어.
운동을 하면 능력을 이해할 수 있다는것도 사실 별다른 근거는 없고....
힘든거 싫어.
리 샤오샤오:시원은 키도 큰 편이니까 잘할텐데. (이것도 물론 근거없음)
시원하고 운동하면 더 재밌을텐데... ...
(스토어는 멀었나? 열심히 걸어본다)
리 샤오샤오:온 몸 어디에 능력을 적용해야 할 지 알 수 있게 되니까... (바짝)
한시원:이자식이 어디서 수작을... (한다한다!!)
운
기준치: |
65/32/13 |
굴림: |
5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한시원:아아!! 다왔다!!! (샤오를 끌고 스토어로 달려간다)
아마 이 쇼핑몰보다 높은 건 시내 광장의 시계탑 뿐일 거에요.
쇼핑하기에도, 데이트하기에도 적당한 시간입니다.
두 사람이 쇼핑몰 안으로 들어가면, 부드러운 음악과 함께 반짝거리는 풍경이 펼쳐집니다.
크리스마스와 신년, 각종 학교의 졸업식이 몰려있는 때 아니던가요.
팝업스토어 외에도 선물을 사기 좋은 매장들이 쭉 입점해있습니다.
한시원:크리스마스 장식 해놨구나.. (좋아하는 풍경들이 줄줄이 눈에 들어오자 걸음이 느려진다)
왠지 굿즈도 크리스마스 한정이 있을것 같은데.
(일단 팝업스토어로 들어간다!)
리 샤오샤오:시원, 크리스마스 좋아한다고 했었지?
팝업스토어로 들어가면...역시나! 겨울 시즈널 굿즈들이 나와 있습니다.
(겨울 굿즈들이 진열된 곳으로 들어가 새로운 디자인이 있는지 쭉 살펴본다)
아, 지난 달에 찍었던 크리스마스 포토카드도 있습니다.
한시원:아, 이런식으로 나오는구나... (포토카드를 집어 뚫어져라 본다)
리 샤오샤오:요즘 이런 거 많이 들고 다니더라. 직접 꾸미는 것도 봤어.
한시원:요샌 케이스를 예쁘게 꾸며서 포토카드를 담은 다음에 밥 먹을때 꺼내서 사진 찍는게 유행이래.
리 샤오샤오:나도 이거 사야지. (시원 포토카드 팩을 냉큼 집어든다)
밥 먹을 때 찍을래.
한시원:꾸미는건 자신 없는데.. 책장 옆면에 붙여 놓을까?
엇, 그럼... (손에 들고있던 팩을 다시 신중히 본다) .....나도 케이스 하나 만들어?
근데 너 밥 먹을때 사진 안 찍잖아.
(애초에 뭉툭한 손으로는 만들 생각도 안 했는지 옆 코너에 있는 탑로더도 구경 중이다)
한시원:다 먹고 빈그릇이나 찍는다에 머리 건다.
(혹시 이미 꾸며져 있는것도 있나..? 기웃기웃)
이거 귀엽다. (내가 그렇게 귀엽나..? 말풍선이 있는걸 집어든다)
시간별 능력을 테마로 한 탑로더도 전시되어 있습니다.
보아하니 SNS에서 유명한 작가와 콜라보레이션 한 작품이네요.
리 샤오샤오:왜 두 개 사? (하나만 집었다가 커닝한다)
한시원:너 주려고. (하면서 두개 든 손 봄)
그럼... (하나 더 골라서 총 세개를 산다) 소장용, 들고 다니는 용, 감상용.
리 샤오샤오:... ...그렇게 필요한거야? 그렇구나...
나도 세 개 살래. (손민수한다.)
한시원:들고 다니거나 전시해두는건 기스가 생길 수 있으니까 보관용을 하나 더 사야해.
(이상한거 가르치는중)
리 샤오샤오:노란색 탑로더도 사고 싶어. 시원 사진 끼워놨을 때 잘 어울릴 것 같아. (제대로 물드는 중)
이거 다른 매장에서도 팔겠지?
한시원:그럼 나도.. 이 에메랄드색 살까.. (같이 홀리는중)
아마도?
보니까 여기저기서 들여놓은것 같더라. 인기가 있긴 한가봐.
그러고보니... (속닥속닥) 네 사진 꺼내면서 남친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엄청 많이 봤어.
리 샤오샤오:병아리다. 나 이걸로 할래. (병아리들이 돌아다니는 모양의 탑로더...얼굴 부분에 맞춰서 '난 귀여워'라고 적힌 말풍선도 있다)
아, 사람들 다 그러더라고.
리 샤오샤오:어릴 땐 아들이랑 아가라고 했는데, 이제 남친이 됐어.
내년이면 남편이 되는걸까?
시원은 남친부터 시작이야.
어째 탐탁치 않은 기분인데..
리 샤오샤오:그래도 실제로 결혼하지는 않으니까. (태평하게 활짝 웃어보인다)
한시원:결혼 하고 싶기는 해? (고양이 발바닥이 마구 그려진 탑로더에 샤오의 포토카드를 가져다대본다)
리 샤오샤오:잘 모르겠어. 한 번도 생각 안 해봤거든... ...
그러고보면 연애도 안해봤을거 아냐.
완전 아기때 소꿉놀이 한 건 안 쳐.
리 샤오샤오:응, 쭉 DOT에서 지냈으니까... ...
아, 그런데 사귈 사람들은 다 사귀기도 했어.
대단하다. ...아니, 가까이 있으니까 오히려 쉬울지도.
리 샤오샤오:일반인하고도. (고개를 끄덕인다.)
안된다는 규칙은 없거든.
:ㅁ
연예인이랑 똑같네.
비밀로 한다는 부분에서도...
리 샤오샤오:아무래도 난리나니까... ...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그냥 굳이 할 필요를 못 느껴서.
이제는 시원도 있고.
한시원:ㅡ....뭐, 이젠 타이머랑 카운터랑 결혼까진 아니어도 약혼 한 정도는 되는거니까.
그래도 할 수 있는데 아예 안해봤다는건 신기하다. 너 인기 많잖아.
(산타모자 누이도 하나 골라 품에 안는다)
리 샤오샤오:인기 많은 거랑, 사람들이 사귀고 싶어하는 거랑은 다른가봐.
한 번도 고백 받아본 적 없... ...
(곰곰히 생각한다)
리 샤오샤오:어릴 때는 빼는 거랬지? 그럼 없어.
진짜 없어?!
(여전히 안믿는 표정) ....고백 받은적 없다고?
한시원:너무 연애에 관심이 없어 보였나...? (미묘한 표정으로 네 얼굴을 차근차근 뜯어본다)
그래도 고백하면 얼레벌레 받아줄것 같은 느낌인데.
리 샤오샤오:
외모
기준치: |
60/30/12 |
굴림: |
74 |
판정결과: |
실패 |
(샤오샤오 너 나랑 사귈거야 말거야 빨리 대답해!! 하면 어어 사귈게 할 것 같은 얼굴이로군)
결혼하면 좋겠지만 연애하기에는 좀 모자란 사람이랄까요...
한시원:(샤오의 뺨에 손을 착 붙인다) 5초 안에 대답해.
나랑 사귈래?
5
4
3
2
늦었잖아
... ...뭐라고 물었는지 못들었어.
한시원:늦었으니까 사귀기로 하는거야. 이런식으로 한 번 쯤 대시 해봤을법 한데.
뭐, 순박하니 귀엽다.
(볼을 툭툭 치곤 계산대로 간다)
리 샤오샤오:우리 사귀는 거야? (뒤에서 쫄래쫄래 따라가면서 시원 누이도 몇 개 담는다)
한시원:(착착 계산하고 물건이 담긴 아기자기한 종이가방을 담는다.) 이런식으로 한 명 쯤 사귀어 봤을법 한데..
그래도 결혼하자는 사람은 많을걸? 내가 장담해.
리 샤오샤오:시원, 들었어? 나 시원이랑 사귀는 거 좋다니까?
한시원:5초만에 나온 대답은 못믿어. (샤오 물건을 계산대에 올려준다)
한시원:그래그래. (샤오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계산도 해준다)
계산대에 올린 굿즈들이 잘 포장되어서 나옵니다.
한시원:다음은... (시내에 또 갈만한곳은 어디가 있을까?)
쇼핑몰 안에는 각종 식당들도 모여있고, DOT 도서관보다 훨씬 큰 시립 도서관도 시내에 있습니다.
게임을 좋아한다면 PC방 같은 곳도 있겠고...
오히려 갈 곳이 너무 많아서 어딜 가야할 지 모르겠어요!
한시원:지금은 시간이 애매해서 식당을 가긴 좀 그렇고..
게임 좋아해?
할 줄 아는거 있어?
아, 지뢰찾기.
나 스도쿠도 잘해.
(PC방은 가지 말아야겠다 생각중)
기억속에서말야.
PC방에서 스도쿠 했는데
옆자리에서 게임하던 친구가 욕을 했거든.
그러니까 우리는 PC방은 가면 안될것 같아.
리 샤오샤오:... ... ... (한 10초 정도 생각하다가)
옆 사람이 욕을 하니까?
PC방에서 스도쿠하는 사람을 보통 제정신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지뢰 찾기도. (라고 말하며 샤오를 예의바르게 가리킨다)
그렇구나.
리 샤오샤오:네시한테 물어볼까? 게임 좋아하거든. 추천받고 싶으면 말하라고 했어.
한시원:좋아. 네시가 좋은 답을 주지 못한다면 그냥 침대에서 스도쿠나 하자.
아니면 너 운동 좋아하니까 닌텐도로 운동게임 할래?
난 응원할테니까.
리 샤오샤오:그러고보니 시원은...그거 사서 몇 번 안했네.
다음에 그거 해 볼래.
(핸드폰을 뒤적이다가...시원에게 화면을 보여준다) 시원, 여기 가볼래? 시원이 좋아할 것 같아.
응?
(휴대폰 화면을 본다)
샤오샤오가 보여준 것은 한 블로그 게시물입니다.
한시원:.............(안마와 차와 족욕.)
시간제로 돈을 내면 안마의자를 이용하거나 아로마 족욕을 할 수 있는 모양이네요. 내부가 정원처럼 꾸며져 있어서 예쁩니다.
....인테리어 진짜 예쁘다.
리 샤오샤오:그치. 여기 깔아둔 건 진짜 바위에 자생하는 이끼래.
한시원:부자되면 이런 집에서 정원이나 가꾸며 살고싶었는데..
어디서 이런걸 찾아왔어? (화면을 슥슥 내려보다가 가장 아래쪽에 보이는 지도를 누른다) 가보자!
리 샤오샤오:시원이 좋아할 것 같은 건 북마크 해 두거든. (의기양양하게 걸음을 옮긴다)
안마카페는 여기에서 15분 정도 걸으면 있는 곳입니다.
꽤 나았다고는 하지만 역시 부작용의 여파가 조금 남아있어서, 안마의자에 누워 쉬는 상상만해도 기분이 좋네요.
한시원:(머리를 쓱쓱 쓰다듬어준다) 넌 사랑받을 남편상이야.
(카페가 있는곳으로 간다!)
리 샤오샤오:나 결혼도 좋아. (슥슥 쓰다듬 받으면서 따라간다)
한시원:너 정말 일말의 고민도 없구나. (농담 반 걱정 반) 뭐, 아무도 들이대지 않으니 내가 채가도 뭐라 할 사람 없겠지만.
너만큼 잘해줄 자신은 없지만... 나도 나쁘지 않은 반려인이야. (라고 성인도 안 된 애가 말하고있다)
리 샤오샤오:시원이니까 금방 대답할 수 있는거야.
한시원:1년 밖에 안봤으면서 그렇게 냅다 일평생을 맡기는거야? (작게 웃는다)
동거도 나름 잘하고 있으니 결혼 한다고 문제야 없겠지만.
리 샤오샤오:고작 1년이긴 해도, 난 네 평생을 함께 한
짝이잖아. (장난치듯 키득키득 웃으며 옆구리를 툭 친다)
한시원:(옆구리를 맞고 무력하게 밀려난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내 진짜 처음은 네가 다 가져간거네.
첫친구 첫동거 첫키스 첫밥상 등등등
어때, 영광이야?
리 샤오샤오:첫 밥상. (처음 듣는 표현에 웃어버리며) 응, 영광이야.
첫 결혼도 나랑 할 거야?
한시원:프로포즈 받아줬는데 무를수도 없고.. 해야지.
앗, 첫프로포즈. (추가한다)
한시원:힐링 카페 가는 길에 툭 던진걸 프로포즈라 불러도 되는건가?
....(포카봄) 첫포토카드..
리 샤오샤오:담긴 마음은 똑같으니까 괜찮아. (포토카드 소중하게 탑로더에 넣는 중)
결혼은.... 어떻게 준비해야하지?
리 샤오샤오:일단 혼인신고를 하고... ...
... ...모르겠어. 연구원들한테 물어볼까?
서로 가까워지는거니 오히려 좋아하려나?
내 생각엔 적어도 하인리히 장관님은 좋아하실것 같아.
리 샤오샤오:흠, 좋아. 아주 좋아. 짝
끼리 친해지는 건 매우 권장되는 사항이지. (장교를 따라하며)
똑같지.
... ... ... ... (말 없이 걷다가)
헤이싱하고 셋이 있을 때는?
...
.... ....
헤이싱한테 이거 해봤어?
(고민) 셋이 있을때도 하면 안 돼.
헤이싱이 부관 따라하는거 듣고싶지 않아
모모도 부를게.
한시원:당분간 헤이싱이랑 지내. 난 남편 버리고 가출할거야.
두 사람이 장기자랑의 존재 의의에 대해 토론하며 걷다보면 금세 안마카페에 도착합니다.
안으로 들어서니 향긋한 차 냄새와 풀 냄새가 나네요.
한시원:(들어오자마자 마음이 스물스물 풀린다) ....그래 넷이 있을때 정돈 괜찮을지도.
(족욕은... 설마 다른 사람이 해주는건가?)
(그냥 담구고 있는건가?)
혼자, 또는 둘이서 조용히 쉬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마련된 공간이군요.
한시원:족욕기를 사용하기 전에 발을 씻어야한대.
시원과 샤오샤오는 2시간짜리 이용권을 결제했습니다!
한시원:내가 씻겨줄까? (소매를 착착 걷는다)
리 샤오샤오:아, 알겠어... ... (얌전히 앉는다)
(샤오 봄)
닦아줘?
(왠지 혼자 닦으면 혼날 것 같았다)
한시원:(샤오 앞으로 가서 자리를 잡고는 따뜻한 물 안으로 양발을 가져와 담근다) 이런거 해보고싶었어.
리 샤오샤오:발 닦아주는 걸? (고개를 슬쩍 기울였다가) 시원은 가끔 신기한 걸 하고 싶어하는 것 같아.
한시원:(물에 아로마 오일을 조금 떨어뜨리곤 찰박찰박 발에 물을 끼얹는다) 아무한테나 해주고 싶은건 아냐. (발등부터 발목까지 주물주물 뭉쳐있을만한 곳을 주무르며 나름 마사지도 시늉을 해본다.)
과연 시원의 발 마사지 실력은...어땠을까요?
한시원:이왕 기회가 왔으니 한 번 해보자는 마음도 있고~ (조물락주물락)
한시원:
손놀림
기준치: |
60/30/12 |
굴림: |
91 |
판정결과: |
실패 |
뭔가 따라해보는데...어째 누르는 족족 뼈만 만지는 중인 것 같기도 하고...
리 샤오샤오:(이쪽도 발마사지를 받아본 기억이 전무해서 긴가민가하는 중)
딱딱해
뼈인가?
(혼란스러운 세족시간을 보내는중)
리 샤오샤오:... ...발가락 개수는 같을 걸?
한시원:그건 다행이다. (이렇게 포기할순 없어서 족욕기 쓰기 전에 강행도 해봤다)
사람들이 안마의자에 영화처럼 푹 파여 있는 모습이 제법 편해보여요.
한시원:
손놀림
기준치: |
60/30/12 |
굴림: |
63 |
판정결과: |
실패 |
결국 시원은 샤오샤오의 외마디 비명을 듣긴 했습니다.
한시원:(둘 다 긴가민가한 상태로.. 안마의자와 족욕기에 착석했다)
첫비명
리 샤오샤오:나 발이 그렇게 아픈 건 처음이었어.
내가 널 아프게 할 수 있었다니..
맨날 나만 아팠는데.
한시원:괜찮아, 근래 들어선 별로.. (까지만 얘기했다)
(나는 안마를.... 수험생 모드로 작동해놨다. 허리를 아주 조질것이다)
한시원:(그리고 족욕은 20분으로 설정한다.)
(그럼 안마를 두번 받을 수 있지.)
리 샤오샤오:(옆에서 얼레벌레하는 중) 어떻게 한 거야, 시원?
한시원:거기 방향 버튼 옆에 동그란 버튼이 확인이거든.
자동모드 들어가서 힐링모드나 수험생 모드 해봐.
허리나 목 집중도 있고.. (알려주고 족욕기 20분 켜준다)
우주인모드. (몸이 둥실 뒤로 젖혀진다) 우와.
한시원:10분 짜리니까 모드 두개 하던지 아니면 시간 늘려서 (족욕기 버리고 떠나가는 축축한 발을 구경한다)
그거 편해보인다
리 샤오샤오:이러면 족욕기는 무슨 소용이야? (멍청하게 묻는다)
나도 족욕기 끝나면 우주인모드 해야지. (내 자리에 착석)
..........................................................(녹는중)
이런 거...방에 설치해달라고 하면 해주려나요?
한시원:이런거 있으면 훈련 더 열심히 할 수 있을것 같은데..
결혼 선물로 안마의자 달라고 할까?
결혼식은 우리끼리 하고... 통보만 하자.
자기 전에 침대에서 그 날 있었던 재밌는 얘기 하고 자는거야.
기념으로 방 배치도 바꾸고...
이불도 새로 사자고 해야지.
한시원:...네가 있으니까 방 배치 바꾸는건 두렵지 않아.
중력은 정말 좋은 능력이구나.
나 그 푹 파묻히는 호텔이불 사고싶어.
베개도 엄청 커다랗고...
나는 긴 테이블.
리 샤오샤오:음식 가져온 걸 넉넉하게 올려두고 싶어.
한시원:하긴, 다 먹은건 옆에 있는 그릇이랑 바꿔 놓으면 될테니까.
나도 한입씩 얻어먹을 수 있으니까 좋고.
....그리고.... 식물도 길러보고싶어.
아니면 물고기.
리 샤오샤오:어떤 물고기? 큰 거? 작은 거?
금붕어 먹이 먹는거 귀여워서.. 예전부터 키워보고 싶었어.
리 샤오샤오:나는... ...그 옆에서 거북이 키울래.
거북이 이빨 힘이 엄청 세대.
한시원:거북이 키워보고싶어. (누워있던 안마의자에서 잠깐 상체만 일으켰다가 다시 진정하고 눕는다)
청경채 먹는거 구경하고 싶어.
한쪽 벽면을 좀 비우고 거기에 놓는것도 좋겠어.
한시원:샤오샤오 책장을 건드는 사람은 용서하지 않을거야.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만 끝내 용서할 수 없겠지.
거북이도 샤오샤오 책장을 구경하다보면 주인에 대한 애착이 더 생기지 않을까?
볼거리가 많으니까 심심하지도 않을거고.
거북이 보러갔다가 책장도 한 번 보고 오면 되니까, 책장 근처에 수조를 놓는게 좋겠어.
리 샤오샤오:(샤오샤오 책장의 입지는 굳건하구나. 한 쪽 벽면이
시원 책장(조금 약소)-수조-샤오샤오 책장(대단함) 으로 채워져 있는 것을 상상한다)
그리고 주방을 예쁘게 꾸미고 싶어. 그러려면 기관을 나가서 집을 구해야하는데...
안내보내 주겠지?
리 샤오샤오:...성인 되고 나서는 어떠려나.
아니면 방을 확장해달라고 하자. 어차피 우리만 사는 숙소인데.
(옆방 소리가 들린적이 있었나 곰곰히 생각해본다)
DOT 건물은 매우 견고하게 지어져 있습니다. 방의 모양새가 호텔같다고는 하지만, 호텔처럼 시공비를 아낄 필요는 없었으니...
어쩐지. 아침마다 조용한 적막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게 다 이유가 있던 거였군요.
한시원:(어떤집을 구해도 여기보다 싸게 먹히진 않겠다 싶어짐)
그래, 확장 요청하자.
타이머랑 카운터가 나란히 요청하는데 설마 안들어주게
겠어.
아니면 별채 지어달라고...(점점)
리 샤오샤오:... ...역시 독립 요청을 하는 게 빠르겠지?
(나.. 백억이 있다고... 갑자기 통장 생각해며 행복해졌다)
미래계획을 세우고, 안마를 받다보면...어느새 해가 지는 시간이 됩니다.
한시원:오늘 정말 알차게 논 것 같은 기분.. (뭔가 반질반질해져서 나왔다)
휴일을 제대로 즐겼습니다. 최근 일들은 아무래도 신경쓰이지 않을 정도로요!
한시원:(증상도 완전 나아진것 같고... 컨디션도 최고다!)
(가벼운 걸음으로 DOT에 돌아간다)
며칠 뒤, 계절은 완전히 한겨울의 중턱에 접어들었습니다.
새하얀 서리가 아침마다 창문을 하얗게 물들이고, 일어날 때마다 찬 공기에 코 끝이 시리곤 합니다.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나면 매해, 타이머의 성인식을 겸한 졸업식이 열리곤 합니다.
본관의 식당을 비우고, 시시한 형광등 대신 화려한 샹들리에를 걸고, 산더미 같은 음식을 테이블에 쌓으면서요.
한시원:(두툼한 솜이불 속에서 꾸물거린다)....(그럼 오늘은 졸업식날?)
익힌 자몽과 아스파라거스가 곁들여진 채끝 스테이크, 발사믹 소스에 졸인 마늘을 장식한 꽃등심, 데리야키 소스를 얹은 양고기 스테이크...
달콤했지 그 이불 속
평소에는 특식으로 나오곤 하는 음식들이 줄지어 차려져 있습니다. 여러 양념을 입힌 감자튀김, 두툼한 소시지와 버터에서 구워낸 빵, 펌킨 파이와 라즈베리, 커다란 애플파이...
홀의 끄트머리에는 황금색 샴페인을 끝 없이 뿜는 와인잔 분수가 서 있습니다.
성인식과 졸업식을 겸한다고는 하지만, 이렇게나 화려한 행사였군요.
한시원:여기가 돈이 많은줄은 알았지만 좀 과하게 호화롭긴 하네. (어느새 받아 들고있던 샴페인을 홀짝거린다)
리 샤오샤오:(어깨를 살짝 으쓱이며 가지고 온 펌킨파이를 포크로 잘라먹는다) 큰 행사니까. 초대할 귀빈들도 많고, 아마 생방송으로도 나가고 있을거야.
한시원:아, 이것도 방송중이야? (무표정이던 얼굴이 대외용 미소로 꾸며진다)
리 샤오샤오:(시원의 표정이 한 순간에 바뀌는 것을 보고 웃는다) 그렇게 웃으면 볼에 쥐 안나? 잘생기긴 했는데...
한시원:일하는 중인데 웃어야지. 괜히 사이 안좋은거 아니냐고 입방아에 오를라.. (제 볼을 한 번 쥐었다 놓는다)
졸업식 순서가 어떻게 돼?
리 샤오샤오:음... ...먹고, 마시고, 방에서 연습한 왈츠 추고...
정식으로 훈련생 수료를 축하하는 포토타임을 가져.
한시원:왈츠.. 포토타임...(미소가 잠시 사그라들었다가... 4초쯤 지나니 부활한다)
(나와 왈츠 연습하는 동안 샤오의 발은....4버 정도 밟혔다)
...나 그래도 잘추지?
리 샤오샤오:완전히 외웠더라. 실제로는 실수해도 티 많이 안나니까 긴장 풀고 춰도 돼. (씩 웃어보이더니, 고개를 쭉 빼고 입구 주변이나 사람들 사이사이에서 스냅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보며) 혹시라도 실수하면 카메라에 안 찍히게 잘 가려줄게.
한시원:외우기야 다 외웠지만 긴장하면 까먹을까봐 좀.. (네가 살피는쪽에 카메라가 있구나 예상하곤 좀 더 안쪽으로 살짝 들어온다) 좋아, 게다가 페어가 열 셋이나 있는데 설마 우릴 찍어서 내보내겠어.
이렇게 된 거 특식이나 먹을까.. (스테이크가 모여있는곳을 가리키며 샤오의 옷을 당긴다)
리 샤오샤오:페어가 열 셋
밖에 안 되는거지. (연예인 다 됐네, 하고 덧붙이며 시원이 이끄는대로 따라간다) 우와. 토마호크. 저렇게 큰 건 처음 봐.
한시원:사람으로 치면 스물 여섯이나 되는데 뭘. 모여있으면 다글다글하다니까. (접시를 들고 가서는 어느 부분을 뜯어올지 고민한다) 이거 손으로 잡고 뜯어먹는거야?
리 샤오샤오:한 명 한 명이 엄청난 셀러브리티니까, 졸업식에서 찍힌 사진 같은 건 포토스냅북으로도 나오더라. (한참 토마호크를 바라보다가) 나라면 그렇게 먹을텐데... (집게로 토마호크를 건드려보더니) 아, 모양만 이렇고 길게 잘려있어. (어쩐지 아쉽다는 표정으로 잘 구워진 토마호크 고기 몇 점을 시원의 접시에 덜어준다)
잡고 먹는 거 해보고 싶었는데.
한시원:하나부터 열까지 팔아넘기지 않는게 없구나... 내가 통장 보고 참는다. (접시에 덜어진 고기를 포크로 쿡 찍어 우물우물 씹으며 샤오를 힐끔댄다) 하나 통채로 가져올까?
리 샤오샤오:(아쉽게 다른 스테이크들을 들여다보다가 조금 눈을 빛낸다) ...그럴까? 자르지 말고 하나만 달라고 하고?
한시원:(샤오 접시를 새로 꺼내 토마호크 스테이크를 통채로 받은 뒤 아스파라거스와 구운 토마토, 가지, 양파 같은 가니쉬들을 착착 쌓아온다) 자.
먹고싶으면 먹어야지.
(주변을 휘휘 둘러보다가) 테라스에서 먹을래?
리 샤오샤오:(완벽한 토마호크 한 접시를 보고 눈을 둥그렇게 떴다가...지나가던 웨이터에게 얼결에 뭔가 받는다)
(그럼에도 줬다는게 배려심 있다고 생각)
리 샤오샤오:하지만 손으로 들고 먹는게 더 편하거든.
음식 같은 건 능력으로 들고 있다가 깜박하고 떨어트려버리는 경우가 많아서...
한시원:아, 그런 이유. (난 아직 납득 할 수 없는 이유지만.... 납득한다.)
(테라스에는 사람이 많아보일까? 힐끔힐끔 살펴봐요)
테라스에는 몇몇 페어들이나 초청받은 귀빈들이 음식이나 샴페인을 들고 담소를 나누고 있습니다.
춤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왈츠 삼매경이고요.
한시원:저쪽이 제일 조용해보인다. (샤오를 데리고 테라스로 간다!)(가는길에 내 접시에도 이것저것 담아왔음)
한시원:(스테이크를 종류별로 두조각씩 + 가니쉬도 종류별로 하나씩 담았다. 반대쪽에 샐러드를 비슷한 비율로 담고 빵도 하나, 애플파이도 하나, 푸딩도 하나... 완전 바리바리 담아왔음)
앗 구운 파인애플 (가는길에 스테이크 위에 하나 올림)
(테라스로 총총)
리 샤오샤오:(고기가 제일 많고 그 다음은 가니쉬들...떠 온 차가운 차는 테라스 난간에 올려두었다) ...한 접시에 풀 코스를 다 담은거야?
혹시 이걸로 끝낼 건 아니지?
한시원:당연히 디저트 먹어야지. 나는 바닐라 아이스크림.
(나도 샤오 따라서 샴페인을 난간에 올려둔다)
리 샤오샤오:(그게 끝? 하는 표정으로 또 본다)
....난...
리 샤오샤오:(슬쩍 난간 너머를 내려다본다) 잘못 떨어지면 지나가던 사람이 샴페인 샤워하겠다.
한시원:난 이정도면 돼. (스테이크와 가니쉬를 같이 쿡 찍어 입에 넣는다)
그래서 내렸어.
졸업식날에 남한테 고개숙여 사과하는게 생방송으로 나가는건 원치않아..
리 샤오샤오:(그것도 재밌겠다...하는 표정으로 쳐다보다가) 그럼 이거 다 먹으면 춤 출래?
소화시킬 겸, 원심력으로... (큭큭 웃으며 빙글빙글 손가락을 돌린다)
한시원:.....(댄스 플로어에 사람들이 어느정도 있을까?) 이거 다 먹을 즈음이면 사람들이 좀 모이겠지?
지금 댄스 플로어는 제법 한산합니다. 아직 파티가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기도 했고요.
분위기가 무르익기까지는 시간이 좀 남았습니다.
한시원:천천히 먹어야지 (냠....념.....녀엄...)
졸업식이라 나가서 바람 쐬기도 애매해. 사방이 카메라라..
리 샤오샤오:맞아, 원래 그럴 계획이었지. (성실하게 비닐 장갑을 끼고 먹다가) 아마 나가면 10분 안에 10시 페어가 없어졌다고 소동이 날 거야.
한시원:이런 파티장에서 도망쳐보는게 소원이었는데.
꿈을 실현 하기엔 음식이 아깝긴 하지만. (념념 열심히 먹는다) 샴페인도 맛있어.
(그러고보니까 파티장에 모모도 보일까? 고개를 쭉 빼고 살펴본다)
리 샤오샤오:그건 결혼식에서 하는 거 어때? 원래 신고만 하기로 했지만... ...
입장하기 전에 내가 쾅 들어와서 시원, 가자! 하고...
해보고 싶었어. 영화에서만 봤는데.
한시원:(입에 있던걸 씹다가 푸핫 웃어버린다) 결혼식에서 당사자 둘이 도망치면 어떡해.
그럼 가자! 하고 나서는 어디로 도망치는데?
리 샤오샤오:이렇게 카메라에 둘러싸인 삶은 싫어! 이런 멘트 있잖아.
... ... ... ...으음... ... ... ...
우리 가족 보러 갈래?
리 샤오샤오:내가 태어난 곳에 그대로 있어. 6구역.
리 샤오샤오:응. 사촌들은 몇 명 있어. (왜
(왜? 하듯이 고개를 기울였다가) 나 닮은 형제 있으면 신기할 것 같아서?
한시원:아들이라곤 하나 있는데 언질도 없이 채가서 서운해하시는거 아냐?
물론 너 닮은 형제가 있으면... 당연히 신기하지. 세상에 이런 사람이 둘이나 있다니.. 하면서.
리 샤오샤오:(채간다는 말에 큰 소리를 내며 웃는다) 아무도 그렇게 생각 안 할걸? 사실 아무 생각 없을 것 같아. 그냥
결혼? 축하해! 할 것 같기도...
이런 사람이라는 건?
한시원:세상에 걸림돌이라곤 하나도 없을것 같은 태연자약한....
리 샤오샤오:...우리 가족은...다 나 같은데.
뭐?
너 같은 사람이 셋이나
리 샤오샤오:... ... (친척들 얘긴 하지 말까? 하고 입을 다문다)
긍정적인 사람이 그래도 세명이나 보장되어 있는거니까..
유전자도 건강하고말야. 이어지지 못할거라 생각하니 좀 아깝긴 하네.
리 샤오샤오:혹시 몰라, 내 유전자를 가져가서 제 2의 타이머를 만들지... ... (눈썹을 비대칭으로 비튼다) 이거 좀 끔찍한 소린가?
한시원:....................................................응.
....뭔가 음습한 느낌..
그럼 그 타이머도 (여기서부터 속닥거린다) 유리관에서 태어나는건가? 아기 모습으로?
리 샤오샤오:... ...클론 농담은 그만해야... (솔깃해서 그만 안한다)
한시원:아기로 태어나면.. 잘 키워줄 수 있는데.
리 샤오샤오:그것도 궁금하네. 너희는 이미 다 큰 상태로 나왔잖아. 배아하듯이 아가 때부터 자라는건가?
한시원:아니, 잘은.. 자신없고.. 열심히....
리 샤오샤오:... ...우리 자식처럼 생각하고?
리 샤오샤오:기왕이면 시원 유전자도 섞어줬으면 좋겠다...
하지만 너무 일찍 맡게 되는건 싫어. 결혼 생활도 어느정도 즐기고싶고..
졸업 이후에 자유가 얼마나 주어질진 모르겠지만 나름 누리고 싶은걸.
리 샤오샤오:시원이라면 육아 공부도 열심히 할 것 같아.
그럼 만약...아이가 아니라 다 큰 상태로 나오면?
몇 살?
어...
동년배 아냐?
리 샤오샤오:하지만 시원도 방금 태어났는데 나랑 동갑이니까.
한시원:.......잠시만, 그렇게 말하니까 뭔가 혼란스러워
그래도 태어난지 1년 됐, .....혼란스러워.
19년치 인생이 머리 속에 들어차 있는데...
리 샤오샤오:어?! 말...말하지 말 걸 그랬나? (급하게 샴페인을 집어들어서 입에 대 준다)
취해. 취하고 잊어.
한시원:(심각하게 받아먹고는) ...이거 도수 없는거 아냐?
한시원:취하려면 몇 잔을 마셔야 하는거지.. (꼴깍꼴깍..)
아무튼 스무 살 짜리는 독립시킬거야.
리 샤오샤오:(살짝 안심한다) 재혼하지 않는구나.
한시원:...................................................................아?
(꼴깍...꼴깍.....)
미쳤어?
리 샤오샤오:앗, 그냥 상상이야. 상상. (화낼세라 시원의 양 볼을 꼭 잡는다)
내가 지금은 너랑 결혼이니 뭐지 하고 있지만... 원랜 혼자서도 잘 지냈거든? 외로움 같은거 일절 안탄다고 나는.
게다가 유전자가 섞였으면......어쨌든 자식 비스무리한 거잖아. 그런애한테 흑심을 가지다니 소름끼쳐...
(볼 잡힌채로 중얼중얼)
리 샤오샤오:엄청나게 깊게 생각하고 있네... ... (중얼중얼거리는 입에 냅다 입술을 들이대고 쪽 소리를 내고 떨어진다)
한시원:(꿍얼거리는 동안 미간을 확 찌푸린채로 있던게 순식간에 펴지면서 놀란 표정으로 바뀐다) ..........?? (주변에 카메라가 있는지 확인한다)
미쳤나! (어깨때림)
리 샤오샤오:아야. (찰싹 맞는다) 뭐 어때.
다들 알게 될텐데.
한시원:알게 되더라도....(작게 씨근거리다 얌전해진다) 이런식으로 알면 시끄러워질게 뻔하잖아..(속닥속닥..)
리 샤오샤오:오히려 좋아할지도 몰라. 처음으로 페어가 생긴 거니까, 어떤 사람들은... (시원의 속은 전혀 모르는 표정으로 쌕 웃으면서) 커플로 연예 채널 같은 거 나가면 재밌겠다.
한시원:(아주 잠깐 재밌을것 같다고 생각했다가... 고개를 탈탈 턴다) 그래도 조심. (볼을 한번 꾹 꼬집었다 놔준다.)
가만 보면 다른 페어들도 꽤 가까운 사이가 된 것 같긴 하던데.
걔네들도 우리처럼 결혼 얘기 같은거 할까?
리 샤오샤오:그냥 친구처럼 지내는 애들도 있는가 하면... ...
...헤이싱이 우리보다 먼저 결혼할지도 몰라.
한시원:.....................................................................................................................어?
진짜?
걔네 벌써 그런 사이야?
리 샤오샤오:모모는 잘 모르겠어. 헤이싱이 모모 좋아하잖아?
그런데 왠지, 야, 결혼부터 하고 생각하자. (헤이싱 흉내) 할 것 같아.
한시원:....왠지 ㅁ ㅗ모라면 어물쩡 넘어갈지도.
한시원:.....................(곰곰)
그래도 생각은 해보라고.. 조언정도는 해줘야 할 것 같기도하고...
게다가 너무 이르게 결혼하면 후회하기도 한대.
헤이싱이 금이야 옥이야 하는 타입도 아닐것 같고(근데 의외로 그런다면..?)
리 샤오샤오:(의외로 헤이싱이 포스타입이라면...?)
...시원은?
한시원:...(포스타입은... 금이야 옥이야 해주던가?)
나?
네가 금이야 옥이야 해주잖아.
난 일찍 해도 돼.
리 샤오샤오:(그 말에 얼굴이 밝아진다) 정말? 그럼 난 일찍 할래.
서임식 받으면 바로 결혼하자. 어때?
아, 내친김에 저기 가서 기자한테 말해주고 올까?
한시원:넌 후회 안하겠어? ...생각 정도는,
아니, 아니, 아니!!
기자한테는.. 결혼 한 후에 말하자. 어때?
시원의 음성에 다들 놀란 듯 이쪽을 슬쩍 보는 듯 했다가...
리 샤오샤오:(잘게 웃으며 시원의 손을 잡는다.) 알겠어. 농담이야.
한시원:혹시 사람을 돌봐주는데에서 뭔가 만족감을 느끼거나 그래? (진지하게 염려하는듯 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 샤오한테 손을 내민다)
리 샤오샤오:으음, 시원한테만 그래. (시원이 손을 내밀면 가볍게 손 끝을 쥐고, 천천히 댄스 플로어로 이동한다)
댄스 플로어로 이동하면, 아까보다 사람이 제법 늘었습니다.
한시원:(얜 어쩌다 나한테 꿰였을까. 곰곰히 생각하며 댄스 플로어로 나간다) ....뭐, 이혼 안해주면 그만이니까.
헤이싱보다는 빨리 하자.
리 샤오샤오:(그럼 당장 결혼해야 할지도 모르는데...라고 생각만 하면서 시원의 반대쪽 손도 가볍게 잡고 왈츠 자세를 취한다.) 걱정 마, 이혼할 생각 없거든.
왼발부터. 하나, 둘. (작게 신호를 주더니 연습한 동작과 꼭 같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한시원:엄청 귀찮게 굴어야지. (장난스레 말을 얹다가 익숙한 신호음이 들리면 머리보다 몸이 먼저 연습했던 동작을 이어가기 시작한다.)
리 샤오샤오:어떻게 귀찮게 굴 건데? 나 요리는 잘 못해. 시원이 만든 건 다 먹을 수 있지만...
한시원:(발치에 시선을 둔 채로 하나 둘 하나 둘)
으음... 불 꺼 달라고 방으로 부르거나.
집안일 대신 해달라고 할래.
그리고 동물도 키우자고 할거고..
털 빗질해서 나온 털 공으로 말아달라고해야지.
그리고..............놀러 나갈 때 장소 고르는것도 시킬거야.
리 샤오샤오:나 동물 좋아. 양이랑 염소도 키워봤어.
기껏해야 강아지 고양이 새 햄스터 생각했는데
..양이랑 염소는 풀 줘?
리 샤오샤오:응. 우리 구역은 목초지가 많았거든. (팔을 위로 들어올려서 시원을 한 바퀴 가볍게 돌린다) 개도 키웠었어. 햄스터랑 고양이는 안 키워봤는데 궁금하고...
실내에서 키워야겠지? 고양이는 집 안에만 있나?
한시원:(한 바퀴 빙글 돈 후 다시 어깨에 손을 얹고 한 발, 두 발 스텝을 밟는다. 땅에 있던 시선이 어느새 올라와 시선을 마주댄 채지만 인식하지 못한 채로 자연히 몸을 맡긴다) 응, 밖에 데리고 나가면 무서워해.
낯선 곳을 싫어하거든.
난 강아지는 안키워봤어. 비가 많이 와서 산책하기 어려운 곳이기도 했고..
햄스터는 아주 어릴때나 키워 본 것 같아.
리 샤오샤오:...신기하다. 그 정도로 생생하게 남아있구나.
한시원:내가 뭔가 잘못해서 일찍 죽었던것 같은데......뭐, 실제 일어난 일은 아니겠구나 싶어서 오히려 안도하게 되네.
의심할 여지도 없었다니까.
리 샤오샤오:(한 손을 가볍게 시원의 등 뒤에 얹은 채 리듬에 맞춰 스텝을 옮긴다.) 10시는 은퇴가 아니라 사고였나보네. ...하긴, 임무를 맡다보면 그런 일도 있겠구나.
한시원:내가 뭔가... 케어를 잘 못해준것 같기도.. 근데 내가 아니라니 다행이지.
응, 햄스터 얘기.
리 샤오샤오:난 네가 가상의 죽음에 엄청나게 무덤덤해 진 줄...
한시원:....죽는거에 어떻게 덤덤해지냔말야.
리 샤오샤오:햄스터는 조금 무섭기도 해. 어디에 있는지 못찾을 것 같아서...
한시원:햄스터는 그래서 풀어놓을때... 동그란.. 투명한 공 안에다 넣어둬.)
그럼 그 안에 든 채로 돌아다녀.
그럼 투명한 공을 찾으면 그 안에 있는거야?
귀엽다.
나 햄스터도 좋아.
.....이번엔 잘해봐야지.
그리고 이번엔 나도 있고... ...
한시원:케이지에다.. 원통 같은걸 연결할수도 있다더라고. (숨이 조금씩 차서 말 틈새에 호흡이 섞인다. 반바퀴를 천천히 돌며 어느새 익숙해진듯 발을 맞춘다) ... 좋아, 어려운건 전문가한테 물어보면 되니까.
리 샤오샤오:(왈츠의 진행이 조금 느려지면 그에 맞춰서 발 딛는 속도를 맞춘다) 시원이 하고 싶은 게 많아서 다행이야.
한시원:하고 싶은것도 없으면 세상 사는게 얼마나 힘들었겠어.
귀찮고 시간 없어서 실행하지 못한게 많긴 하지만...
리 샤오샤오:너무 바쁘지 않았으면 좋겠다. 햄스터도 혼자 오래 두면 슬퍼할 것 같아.
한시원:맞아, 게다가 햄스터는 케이지 당 한마리만 넣을 수 있다며.
친구 만들어주기도 어려우니까..
... ...몰랐어. 시원...
SNS에서 그냥 햄스터 사진만 보던 게 아니었구나.
한시원:당연하지. 나도 이것저것 알아보고 있었다고.
이유는 정확히 모르지만... 환경이 안좋으면 서로 잡아먹기도 한다나봐.
리 샤오샤오:... ... (충격받은 표정으로 잠시 스탭이 꼬였다가 돌아온다)
... ...나 햄스터 잘 키울 수 있을까?
한시원:(꼬인 스탭을 따라갔다가 살짝 삐끗한다. 어깨에서 허리로 손을 옮기고는) 아깐 자신만만 하더니 어떻게 된 거야?
리 샤오샤오:염소나 양들은 풀어놓으면 자기들끼리 잘 컸거든.
햄스터는... 양치 하나?
칫솔이 얼굴만할 것 같은데?
씹어서 치석을 없애는.. 그런걸 사용하거나 하지 않을까.
애 키우는거랑 똑같아.
리 샤오샤오:시원이 가끔 오래 산 사람처럼 말하는 거 재밌어.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며 춤을 추다보면, 어느새 곡이 다 끝나가는 시점입니다.
연습 때보다 세 배는 더 춘 것 같은데, 실수 없이 잘 해냈군요!
애늙은이라는 소리? (어깨 툭)
리 샤오샤오:시원의 매력이지. (부정하지는 않는다)
리 샤오샤오:어때? 춤은 좀 재밌어질 것 같아?
한시원:음, 재밌긴한데 인생의 마지막이 될 것 같아.
(주변을 둘러본다)
어느새 댄스 플로어에 모든 페어가 모여서 왈츠를 추고 있어서 그런지, 이걸 메인으로 방송하고 있었나봐요.
한시원:...언제 이렇게 다글다글 모였어 (샤오를 데리고 스스슥 빠져나간다)
매 순간이 카메라에 담긴다니.. 진짜 최악이야.
두 사람이 열에서 살짝 벗어난다 해도 스포트라이트가 꺼지는 일은 없습니다.
그야 온 세계가 사랑하는 타이머와 카운터의 졸업식인걸요.
근데 별로 실감은 안 나. 아직 그냥 학생 같은데.
음악 소리가 배경음 정도로 잦아들고나면, 진행자가 타이머와 카운터들을 한 데로 불러 모읍니다.
이 졸업식이 끝나면, 타이머와 카운터들은 정식으로 DOT에 소속되어 도밍게즈를 수호하는 구원자들이 됩니다.
한시원:(타이머와 카운터들이 모이는 자리로 합류한다)
자유는 축소되고, 책임은 비약적으로 늘어나고, 의무는 족쇄가 되겠죠. 여전히 사람들은 우리를 사랑할테고요.
혹은 빨리 어른이 되길 잘했다고 안도하게 될까요?
한시원:(...정말 미지수라 더 흥미가 간다. 이후로는 어떻게 지내게 될까?)
'그 날' 이후로 새파란 장미로 뒤덮힌 벽도, 아치문도 다시는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한시원:(지금처럼 평화롭게? 아니면 위험하면서도 즐겁게? 그것도 아니면...)
마치 그것이 거짓말이었다는 것처럼 이상한 일도 일어나지 않았죠.
대체 누가 우리를 그곳으로 이끈 것일까요? 그것만이 여전한 의문으로 남아 있습니다.
문으로 들어온 하인리히 장교와 리슬러 부관은 우리들 앞에 서 꽃다발을 차례차례 내밀기 시작합니다.
한시원:(또 그런 일이 벌어지진 않을테지. 조금은 긴장을 내려놓은채로 제 앞에 내밀어진 꽃다발을 받아든다)
감사합니다.
꽃다발에는 두 사람의 탄생화가 조화롭게 섞여 있습니다.
다른 페어들도 차례차례 꽃다발을 전부 받고 나면... ...
DOT의 군인들이 일렬로 서서 우리들의 목에 무언가를 걸어줍니다.
하인리히 장교:본격적으로 성인이 되면 자네들에게도 더 많은 임무가 부여되겠지. 부디 그것에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어른, 어엿한 군인이 되길 바라네.
진부한 당부와 함께 건네진 것은 소속과 인식 번호가 적힌 군번줄입니다.
하인리히 장교:새 제복과 계급장은 개인실에 보내두었으니, 돌아가면 확인해보게. (손목시계를 한 번 확인하더니) 그리고, 몇 가지 일러둘 것이 있다.
하인리히 장교:첫째, 오늘부로 카운터의 단독 외출을 허락하지. 타이머와 되도록 동행하기를 바라는 바이나 강요하지는 않아. 대신 외출 시 타이머와 동일하게 사전에 외출증을 작성하고, 외박은 금지되어 있으니 주의하도록.
그는 이어서 군에서 지급한 휴대폰의 연락 제한 또한 풀리리라고 선언했습니다.
즉, 외부와 개인적인 소통이 가능하다는 뜻이죠.
한시원:(딱히 소통할곳도 혼자 외출할곳도 떠오르지 않아서 그냥 멀뚱멀뚱 서있는다)
...하지만 이상합니다. 카운터의 가족이나 고향 같은 것은 도밍게즈 어디에도 실재하지 않을텐데, 제한을 푼다니.
외부와의 연락이 허가되었으며, 군내 기밀을 유출할 경우에는 군법에 의거하여 합당한 처분을 받게 된다는 살벌하지만 당연한 안내 문자입니다.
시원의 머릿속에는 선명하게 기억이 존재합니다. 전화번호, 집 주소, 가족들의 얼굴과 어린 시절의 일들까지도요.
(전화 해볼까..?)
사람들의 축하와 함께 행사가 마무리 될 즈음이 되면,
하인리히 장교:자네들에게 첫 임무를 제안하려 하는데...당분간 12구역에 출장을 다녀올 예정일세. 아직 별다른 일정은 없을테니 함께 가는 건 어떤가?
리 샤오샤오:바로요? 저희가 가도 되는 거에요?
한시원:(끔뻑끔뻑) 혹시 저희만 받는건가요? 불만이 있어서 여쭤보는건 아니에요.
하인리히 장교:다른 페어들도 차례차례 임무가 제안될걸세. 이제 페어는 각자 하나의 팀이니 굳이 열 세 팀이 한 번에 움직이지는 않아.
규모에 따라 지원 인력도 달라지지.
하인리히 장교:제복과 계급장만 잘 갖춰입고 오게. 별다른 준비는 하지 않아도 괜찮아.
한시원:그럼 준비 마치고 바로 내려오겠습니다. (고개를 살짝 숙여보인다)
하인리히 장교:아니, 출발은 내일이다. 내일 오후 1시까지 정문에서 대기하도록 해.
아무래도 당장 임무를 할당받으면 그런 마음이 되는 법이죠.
한시원:그럼 말씀주신 시간 맞춰서 준비하겠습니다.
리 샤오샤오:그럼 오늘은 쉴게요. 장교님도 쉬세요. (여전히 생글생글 웃는 낯으로 고개를 끄덕여보인다.)
장교는 두 사람에게 가볍게 인사를 하더니 자리를 뜹니다.
내일의 임무를 위해 쉬어두어야 할 지도 모르겠어요.
한시원:(긴장하고 있던 몸에서 힘을 빼며 작게 한숨을 내뱉는다) ....12구역이면 바다가 있는곳이네.
제복만 입으면 춤지 않을까?
춥...지 않을까? (하면서 샤오의 손을 잡아끌어 숙소로 올라간다)
리 샤오샤오:그러고보니 난 바다를 보러 가 본 적은 없네. 그러려나? 제복 위에 외투를 입으면 안 된다는 조항은 없으니까...
한시원:아니면 안쪽에라도 잔뜩 껴입어야겠어..
어, 그러고보니까... 너도 다른 구역까지 나가 본 적은 없겠구나.
바다 처음이야?
리 샤오샤오:응. 한 번도 가 본 적 없어. 우리 구역에서 바다는 진짜 멀어서.
한시원:그럼 이왕 가는거 구경도 제대로 해야겠네.
진짜 추우니까 너도 입을 옷이나 목도리 꼭 챙겨야해.
올라가서 씻고... 바로 짐 싸야겠어.
리 샤오샤오:난 추위도 잘 안타긴 하는데. (챙겨가면 시원한테 좀 빌려줘야겠다, 생각하면서 숙소로 들어선다) 난 제복이랑...편햐게 입을 옷만 몇 개 가져갈래.
아, 시원 인형도. 작은걸로.
한시원:나도 안고잘거 가져가야지. (샤찌 꺼내온다)
리 샤오샤오:그 햄스터 인형보다 내가 더 따뜻한데...
한시원:(짐 가방을 꺼내 탁 열어두고 옷을 속옷부터 실내복, 안에 껴입을 옷, 담요 등등을 돌돌돌돌 말아 착착 밀어넣는다) 폭신폭신 하진 않잖아.
(진짜네)
그럼..... 너도 인형 가져가지마.
그럼 나도 안가져갈게.
한시원:참나....................
참나...
참나.. 씻고올게.
(터벅터벅 씻으러간다)
샤오샤오는 질문을 잡고 늘어지지는 않고 시원을 보내줍니다.
씻고, 가방도 챙기고... ...모든 준비가 끝났나요?
한시원:끈질기지 않아서 다행이라니까. (착착 씻고나와서 보송보송하게 말리고...)
(제복도 펼쳐서 한쪽에 걸어둔다)
(샤오것도 착착)
제복은 새것이라 각이 아주 잘 잡혀 있습니다.
(엄마한테 자랑하고 싶다고 잠깐 생각하다가... 문득 휴대폰이 눈에 들어온다)
DOT 하달 정식 임무를 마치고, 임무 수행 능력이 있다고 평가 받으면-당연히 이 단계에서 떨어진 타이머는 없었습니다만- 소위 계급장을 달게 됩니다.
한시원:소위까지 단 다음에 말하는게 나을지도..(같은 변명을 하며 고민하다가 일단 기억하고 있는 번호를 꾹꾹 눌러본다)
통화버튼 눌러줘.
리 샤오샤오:응? 내가? 누구 번호인데? (가볍게 통화 버튼을 누른다.)
한시원:(실은 진짜 이게 내 기억이고 원통 안에 들어있던게 조작된 기억일수도..)
네~ 여보세요?
사실...꽤 오랫동안 듣지 않았던지라 통화 속의 목소리로는 구분이 어렵습니다.
하지만 시원의 어머니 나잇대라고 한다면 그럴법하네요.
한시원이라는 사람 아세요?
어머나.
시원의 어머니:세상에, 너 정말 시원이니? 세상에, 세상에. 나는 갑자기 발신번호 제한으로 전화가 왔길래-
(뭐야?)
아, 엄마 맞아..?
시원의 어머니:아니, 어떻게 된 게 군대라는 곳은 편지 한 통이 없대? 면회도 안된다고 하고, 오늘 하는 전화는 괜찮은 거 맞니?
한시원:응, 나 이제 제한이 풀려서.. 전화했는데....
나 오늘 제복도 받았어.
졸업식이랑 성인식도 했고.
월급도 많이 줘. 여태 소식도 못들었던거야?
시원의 어머니:오늘이 졸업식이구나... ... (조금 훌쩍이는 소리가 들리더니) TV로는 실컷 봤지. 거기서 밥 잘 나오나봐, 얼굴이 확 폈더라.
타이머 친구는 어때? 실제로도 잘생겼니? 잘 해줘?
한시원:(TV로만 봤었구나..) 같이 지내는 애가 잘챙겨줘서..
아, 얘도 TV로 봤겠구나.
샤오샤오라는 앤데 잘해줘. 성격도 잘맞는것 같고...
엄마는 잘 지냈어?
시원의 어머니:당연하지, 유명인이잖아. 그거, 벽에 매달아놓는 인형 샀거든? 귀엽더라.
엄마야 항상 똑같애. 오늘 피곤했는데 안 자고 있길 잘했다.
한시원:................그걸 샀다고..
다음번에 같이 한 번 들를게. 우리 외출제한도 이제 풀렸거든.
(결혼 얘기 했다고는 차마 못말하고...) 얼굴 한 번 봐야지.
시원의 어머니:어머, 그래. 데리고 와. 궁금하다. 병원은 쉬는 날이 없어서 4구역까지 가기도 힘들잖아.
오랜만에 목소리 들으니까 좋네. 걱정 많이 했거든.
한시원:응, 갈 때 연락할게. ....나도 걱정했었어.
ㅡ다음에 봐.
시원의 어머니:그래, 그래. 아빠한테도 통화했다고 말해줘야겠다. 다음에 시간 나면 아빠한테도 한 번 연락 드려. 낮에는 거의 교수실에 계신다니까.
아니다, 수업 중일지도 모르니까 문자 한 번 넣고 해봐. 아빠 수업하다가 오열하시면 어떡해.
한시원:알았어. (작게 웃는다) 내 걱정은 말고.. 잘 자.
시원의 어머니:알겠어. 시간 많이 늦었다. 시원이도 잘 자고. 타이머 친구도 같이 지내는거야? 타이머 친구도 잘 자라고 전해주고!
...........응.
.......뭐지?
리 샤오샤오:어떻게... ...아니... ...
...좋...은건가?
좋은...거지?
한시원:(얼떨떨한채로 아빠에게도 안부 문자를 넣는다) ............나 뭐, 어떻게 된거야...?
DOT에서 고용한 대역 뭐 이런거 아니겠지....아냐, 상상이 과해.
리 샤오샤오:... ...우리가 진짜 단체로 꿈이라도 꿨나?
하지만 그렇다기엔... ...
리 샤오샤오:...진짜로 가 보자, 이번 임무 끝나면 외출증 받아서.
....엄마한테 너랑 결혼할거라고 어떻게 말하지... (갑자기 엄청 심각해졌다)
리 샤오샤오:...일단 내가 가서 점수 열심히 따 볼까?
농담인 줄 알면 안되는데.
한시원:우리 부모님은... 딱 너 같은 애들 좋아하긴 하는데...
세간에서 짝이라고 칭하는거 엄마아빠도 알테니까.. 뭐... 괜찮겠지...
(여전히 어리벙벙한채로 침대에 엉금엉금 기어들어간다)
.....(진짜 뭐지?)
좋아해야 할 지 의심해야 할 지 모르겠어.
그래도 시원 어머니인데.
한시원:(침대에 누운 채로 샤오한테 찰싹 달라붙는다)
...혼란스러워
리 샤오샤오:초면에 장모님이라고 하면 이상하겠지?
장모님...?
과하지 않고 친근해보여.
리 샤오샤오:예전에 살던 동네 친구하고는 부모님들하고도 다 친해서...
어머님이라고 하는 건 처음이야.
뭐야, 왜.. 뭔데..!
뭐야.. 그럼 나 그냥 평범한 19살이야...?
슬라임 뭐 이런거 아니고?
리 샤오샤오:피 나는 거 보면 일단 슬라임은 아닌 거 아냐?
슬라임은 피 안나. 베이면 흘러내려.
한시원:만들어지기 전엔 무슨 덩어리 같은거였단 말야. ...아니, 이젠 만들어진것도 아닌거잖아.
...뭐지...?
리 샤오샤오:태어나기 전에 누구나 덩어리지... ...
안돼. 일단 만나서 생각하자. 그 전엔 잘 먹고 잘 자두는거야.
임무도 열심히 하고.
그래, 자버리자. 자고 일어나서 생각하자.
(웅크려 누운채로 베개에 머리를 박는다)
당장 나갈 수도 없는데, 고민해봐야 머리만 아프죠.
----------------------------
이른 오후, 시원과 샤오샤오가 이동할 때 쓸 버스가 DOT 입구에 도착합니다.
시원은 오늘 아침에도 부모님과 연락을 했는데, 오후가 되고 나서부터는 두 사람 모두 문자에 답장이 없습니다.
운전사과 리슬러 부관은 앞자리에서 무언가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군요.
한시원:(일이 바쁜가보다 하며 휴대폰을 만지작거린다)
(이야기가 들리나? 슬쩍 귀쫑긋 해봐요)
한시원:
듣기
기준치: |
75/37/15 |
굴림: |
4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운전사의 걱정스러운 목소리에 리슬러 부관이 짧게 대답하며 대화를 마칩니다.
"괜찮습니다. 이미 일차적인 처리는 끝났어요. 그냥 둘러보고 올 뿐입니다."
한시원:(샤오한테 슥 붙어서 속닥거린다) ......들었어?
리 샤오샤오:우리가 처음부터 맡기엔 좀 어려운 임무였나봐. (들었는지 고개는 끄덕이지만, 그리 걱정은 되지 않는 듯 마냥 태평한 답을 한다)
한시원:(그렇구나.. 어깨에 머리를 툭 기댄다.) 뭔가 위험요소가 있는걸까?
리 샤오샤오:(어깨를 살짝 편안하게 내려주며) 쓰나미라거나? 12구역에서만 발생하는 재해래. 거대한 파도가 벽처럼 이렇게...
한시원:...그럼 버스를 가져가면 안되는거 아냐? 우릴 두고가는게 아니라 우리만 가야할것 같은데.
리 샤오샤오:..그런가? 그럼 쓰나미는 아닌가봐.
잠들었다, 깼다를 반복하거나 잡담을 하는 동안 해가 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별안간 시원에게 전화가 오기 시작하는군요.
한시원:....(부스스 일어나 휴대폰을 집어든다. 발신인은 누굴까?)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한시원:네, 저 맞아요. (샤오를 힐끔 본다.)
리 샤오샤오:(누구야? 하듯이 입모양으로 묻는다)
한시원:(휴대폰에 적힌 이름을 살짝 보여준다)
담당자:확인 감사합니다. 관리청에서 직접 전화를 드린 것은 다름이 아니라... ... ...
... (잠시 뜸을 들인다) 가족이 1구역에 사시죠?
한시원:(표정이 잠시 미묘해진다. 가족 얘긴 왜 물어보는거지.) ...네, 혹시 무슨 일 있나요?
담당자:...2구역에서 가연성 연료 부자재를 옮기던 트럭이 폭발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사상자를 추리던 중 카운터인 한시원 씨의 부모님이 명단에 올라 알려드리려고 연락드렸습니다. 정말...유감입니다.
한시원:(느슨하게 누워있던 몸이 구부정해진다. 묘한 한기가 목 언저리부터 손끝까지 휘감아들어오는 불쾌한 감각을 느낀다.) ....2구역...에서 폭발이 있었는데 왜... 저희 부모님이....
얼마나 다치셨는데요
리 샤오샤오:(시원의 몸이 구부정해지는 것을 보고 표정에 염려가 번지더니, 어깨에 살짝 손을 올리고 네 표정을 바라본다.)
담당자:(몇 번 목을 가다듬더니) ... ...두 분 모두 폭발에 휘말려 사망하셨습니다. 죄송합니다.
한시원:.....(들려온 말에 눈가를 찌푸린다. 잘못 들은건가?) 지금.. 어디 계시는데요..?
확인해야 할 것 같아요. 2구역 폭발이 얼마나 컸길래 1구역까지 번져요?
거기 있을리가 없어요.
부모님이 아닐수도..
담당자:두 분 모두 시신에서 신원이 확인되었습니다. 폭발 지역은, 그러니까... ...네, 2구역이 맞다는군요. 저희도 두 분이 어떤 연유로 이곳에 방문하셨는지는 모르겠습니다.
2구역에서 합동 추모식이 열릴 예정이니 관련한 내용을 이 번호로 안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시신확인을 직접 하고싶어요. 어느 병원으로 이송됐는지 알려주세요.
시신 손상 상태가 매우 심각합니다. 폭발 사고이니만큼...
... 보기 전까진 못믿어요.
담당자:...조사 담당관에게 가능 여부를 확인하겠습니다. 잠시 기다려주세요.
담당자는 시원의 통화를 대기 상태로 돌려놓았습니다.
한시원:...(휴대폰을 잠시 무릎에 내려놓고 등을 좌석에 기댄다) .....폭발 사고에 휘말렸대. 2구역에서....
아냐, 근데 두 분 다 일하실 시간이야.
2구역에 갈리가 없어.
뭔가 잘못된 것 같아.
리 샤오샤오:거긴 공장지대잖아. 그런데 왜... ...잠깐만. 검색해볼게. 뉴스가 나왔을테니까. (핸드폰으로 포털 사이트의 메인 화면을 내리다가, 짧게 숨을 삼킨다.)
1구역까지 번진거야?
아냐, 그래도... 다칠순 있지만...
리 샤오샤오:사람이 많이 죽었대. 트럭이 폭발하면서 공장 창고가 휘말렸나봐.
한시원:우리 여기 있어도 되는거야? .....수습하러 가야하는거 아냐?
리 샤오샤오:아니, 다른 구역으로 번질 정도로 큰 건 아닌데... (시원에게 헬기로 사고 현장을 촬영한 사진을 보여준다)
한시원:(눈을 가늘게 뜬 채 사진을 살펴본다)
몰려든 사람과 구급차, 불을 끄는 중인 헬기가 비춰지는 사진입니다.
거대한 창고 두어개가 완전히 전소한 것을 보니 큰 폭발이기는 했나봐요.
리 샤오샤오:...네 부모님이 정말 여기 있었을까?
한시원:이런곳에 갈리가 없어. 역시 다른 사람인데 뭔가.. 착오가 생겨서... (통화가 아직 대기모드인지 확인한다)
한시원:두 분 다 나란히 갔다는게 뭔가 이상해. 역시.. 아.
담당자: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확인 가능하다고 하는군요.
한시원:그러고보니.. 신원은 뭘로 확인한건가요?
담당자:가족이 확인하지 않은 시신이나 무연고자 시신의 경우 2구역 구역대학병원으로 이송됐다고 합니다. 2주 내로 방문해주시면 재해처리담당자가 확인을 도와드릴 겁니다.
보통 폭발에 휘말린 시신은 소지품을 확인하거나 DNA를 추출합니다. 저도 의사가 아니라서 잘은 모르니...직접 와서 확인해보시죠.
(전화가 먼저 끊기길 기다렸다가 통화를 끊는다)
역시 뭔가 잘못 안 것 같아. 일이 끝나면 2구역 대학병원에 들러서 확인을 해봐야겠어.
리 샤오샤오:... (잠시 입을 달싹거리다가 시원의 어깨를 살짝 끌어당긴다)
한시원:부모님한테도 연락 넣어놔야지. (각자 휴대폰으로 문자를 넣어둔다. [일 끝나면 연락 주세요])
(어깨가 당겨지면 샤오를 한 번 쳐다본다) 괜찮아. 별 일 아닐거야.
리 샤오샤오:아니, 그게 아니라. (시원을 바라보며 목소리를 낮추더니) ...진짜 네 부모님이 있던 게 맞는걸까?
한시원:....응? 그야 당연히 아니겠지...만.
리 샤오샤오:물론, 정말로...네게 고향이 있고...이 모든 게 만들어진 기억이 아니라면 좋겠지만.
아
.....아, 부모님이...
하지만..
(어젯밤 통화했던 목소리를 생각하며 시선을 아래로 내린다) 기억이랑 똑같았는데.
물론 정황상 의심스럽긴 하지만....
리 샤오샤오:...폭발 사고 뉴스를 아무리 찾아봐도 네 부모님에 대한 얘기가 없어. 내 가족이 농장을 새로 세운 것까지 취재하는 사람들이...
리 샤오샤오:...그냥 가능성의 얘기였어. (미안, 하고 작게 덧붙인다.)
한시원:...그럼... 휴대폰 제한을 풀어준것도, 외출을 허락해준것도...
성인식 이후에는 제한을 걸기 어려우니까...
조치를 취한것 뿐일까.
그 때 우리가 본 걸 관리자들은 몰라서...
이런식으로 기억에 대한 부분을 메꿔놓은걸수도.. 있지. 네 말도 일리가 있어.
리 샤오샤오:여전히 믿고 있다고 생각할테니까.
리 샤오샤오:...같이 갈게. 혹시 모르니까.
한시원:그러고나면 나도 마음을 정할 수 있을것 같아. (제 손을 만지작거린다) 뭐, 사실 처음부터 의심스럽다고 생각하긴 했었으니까.
좋아, 같이가자.
네가 있으면 나도 어느쪽이든 덜 힘들것 같아.
리 샤오샤오:(시원의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그 위에 제 손을 얹어둔다.) ... ...어느 쪽이 더 나은 일인지 모르겠어.
한시원:ㅡ이렇게 죽을거면 당연히 없는게 낫지. (아직 실감이 나지 않아서일까, 가짜라는 의심이 커서일까 놀랍도록 덤덤한 기분이 든다. 그럼에도 차가워진 손에 온 몸이 떨릴 정도로 춥다.)
리 샤오샤오:(한 손으로는 어깨를, 한 손으로는 두 손을 꽉 잡고 시원의 몸을 끌어당긴다) ...만약, 병원을 확인하고도 확신이 들지 않으면...
...다시 내려갈 방법을 찾아보자. 그 지하에.
한시원:....그래. (차가운 손에 네 손이 덩달아 식어가는것에 미안함을 느낄 무렵 미지근한 체온이 그 안에서 계속해서 도는게 느껴진다. 두 손 다 점점 따뜻해질것을 알기에 손을 빼내지 않고 가만히 몸을 기댄다) 다시 한 번 보면 나도.. 확신할 수 있을것 같아.
고마워.
매번.
리 샤오샤오:(가만히 차의 덜컹거림에 섞이는 심장박동을 느끼며 입을 다물고 있다가 한참만에 침묵을 깬다.) ...나는 네가...안전하다고 느꼈으면 좋겠어.
처음에는 너도 DOT를 좋아하게 되길 바랐는데, 이제는...
그냥 내 옆에 있는 게 안전하고 편하다고 느껴주는 게 좋아.
정확히는.. 너랑 있을때만 안전하고 편안한것 같아.
그러니까 오래오래 같이 있었으면 좋겠다. (잡은 손을 내려다본다)
리 샤오샤오:그럴게. 꼭.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미래를 뾰족하게 알 도리가 없는데도 확신에 찬 말투로 대답한다.)
환기를 위해 열린 창문으로 소금기가 배인 바람이 들어옵니다.
바다에는 가 본적이 없지만, 확실하게 알 수 있습니다.
한시원:너도 나랑 있을때 안전하고 편안하다 생각 할 수 있게 열심히 할거야. (바다 냄새에 자연스레 창 밖으로 시선을 돌린다.)
바닷가에 가까이 왔나봐.
바다 화보 같은 건 진짜 많이 찍었는데 말이야.
냄새로 맡는 건 처음이야.
창 너머로, 멀리에 덩그러니 선 등대와 방파제를 쌓아 올린 테드라 포드가 눈에 들어옵니다.
한시원:그럼 바다 화보는 배경을 그래픽으로 넣나?
흰 새들이 방파제 군데군데 앉아서 풍경을 즐기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네요.
리 샤오샤오:응. 아니면 천 같은 걸로 연출해. 모래도 깔고.
한시원:(사발이로 둘러싸인 방파제를 가리킨다) 저기서 사람이 그렇게 많이 다친다더라.
먼저 차를 내리는 부관에게 인사를 한 운전사가 두 사람에게 다가와 말을 겁니다.
운전사:안녕들하십니까. 타이머와 카운터...DOT에서는 준위라고들 하겠지만. (미소를 지으며 두 사람에게 악수를 청한다.)
한시원:한시원이라고 합니다. (어른 대하듯이 해야할까 아니면 군인으로서 해야할까... 한참 고민하다가 한 손을 내밀어 악수한다)
리 샤오샤오:리 샤오샤오에요. (제 차례가 돌아오면 짧고 힘주어 악수를 한다)
운전사:리슬러 부관은 하인리히 장교님과 처리할 일이 있으시다는군요. 아마 핸드폰으로 숙소 지도가 갔을 겁니다.
운전사:이번 임무는 구역별 DOT 시설을 확인하기도 할 겸 온 거니까 두 분은 휴식을 좀 취해도 괜찮으시다는 전언이 있어요. 두 분 다 12구역은 처음이죠?
한시원:네, 처음 왔어요. 그럼 저희 먼저 숙소로 이동하면 되는 건가요?
운전사:흠, 바로 들어가시게요? 밤바다도 멋진데.
(리슬러 부관의 흉내를 낸다. 근엄하게.) 늦지 않게만 돌아오라고 전해주시면 됩니다. 라던데요.
한시원:(응? 하는 표정으로 운전사를 본다.) ....앗
그럼.. 바다 구경해도 돼요? (라고 물었다가 성인식을 치른 상황에 일일히 질문하는것도 웃기다 싶어 곧장 말을 바꾼다) 바다 구경.... 하고....
숙소로 돌아가겠습니다.
운전사:아무리 그래도 등대 주변이 아니면 어두우니까, 한 번 쭉 돌고 오세요. 돌아오실 때까지 여기서 차를 세워두고 기다릴테니까요.
그럼 돌아올때 연락드릴게요 (휴대폰 번호 알려드려요)
기사님도 편하게 쉬고 계세요.
운전사:오다가 길이라도 잃으시면 제가 범인으로 몰릴지도 모르니까. (장난스러운 말을 건네며 시원이 알려준 번호를 눌러둔다.) 너무 늦어진다 싶으면 연락드리죠.
한시원:...그럼 저희 다녀올게요. (샤오를 힐끔 본다)
리 샤오샤오:재밌겠다. 아까부터 궁금했어. 바다에 발 적시고 오자. (거절할 거 뭐 있어? 하는 것처럼 씩 웃어보인다)
한시원:밤바다라 차가울텐데 괜찮겠어? 모처럼이긴하지만.. (곧장 바다쪽으로 간다)
리 샤오샤오:많이 차갑나? 계곡만큼? 그럼 손부터 담궈볼래.
날씨 탓일까요, 해변에는 사람도 거의 없군요.
두 사람이 거닌 발자국이 서리 내린 모래에 찍힙니다.
한시원:(버스 안에서의 근심을 잠시 잊은채 해변가를 거닌다)
밤하늘과 맞닿은 수면은 경계선을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넓어, 마치 위와 아래가 뒤집힌 것만 같습니다.
짭쪼름한 바람을 타고 미묘한 장미 향기가 스며드는 기분이 듭니다.
리 샤오샤오:... ...어디서 장미 향기 나지 않아?
한시원:.....? (익숙한... 냄새일까?)
어디서 나는거지? (근원지를 따라 저도 모르게 발을 옮긴다)
DOT 본부로 이어지는 담에 핀 장미, 축제를 장식하던 향기. 도저히 모를 수가 없죠.
두 사람이 장미 향기를 따라 걷기 시작하면, 등대가 있는 절벽 아래에 누군가가 서 있는 것이 보입니다.
(멀리서 보기에.. 어떤 인상일까?)
아이는 바다로 무언가를 하나씩 던지고 있습니다.
한시원:어린애가 왜 혼자 있지? (가까이 다가가면서 아이가 던지고 있는게 뭔지 살펴본다)
아이는 수면을 바라본 채, 밀려온 파도가 신발을 적시는 것도 신경쓰지 않고 있습니다.
차게 언 코끝 만큼이나 눈가도 불그스름합니다.
한시원:....꽃을...(아이의 옆으로 다가선다) 여기서 뭐하고 있어?
아이는 당황한 기색도 없이, 짧게 고개를 까닥여 인사합니다.
한시원:
관찰력
기준치: |
75/37/15 |
굴림: |
12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아빠가 여기 계셔?
녹색 눈, 갈색 머리카락... ...TV에 나오던 그 사진.
어린아이:아, (다시 바다를 바라보더니) ...아빠가 돌아가셨거든요.
유감이라는 말은 안해도 돼요. 어른들이 많이 해주셨어요.
DOT에서 일하세요. 카운터와 타이머시죠?
한시원:...10시 카운터와 타이머야. 나는 한시원이고... 얘는 샤오샤오라고해.
혹시 왜 꽃을 뿌리는지 물어봐도 될까?
(머리속에 이름표가 붙은 원통이 어른어른거린다)
어린아이:알아요. 아빠가 여러 번 말해주셨거든요. 유명하기도 하고요. 축제도 봤었어요.
...그냥...원래는 흰 국화를 뿌리는 거라고 했는데...
아빠는 장미를 더 좋아하니까요.
타이머들도 정말 좋아했거든요.
...우리 아빠 본 적 있어요?
(그의 기억을 봤다고 뭐라 설명해야할까 고민하느라 잠시 뜸을 들인다)
리 샤오샤오:(잠시 장미가 떠내려가는 바다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젓는다.) 실제로 본 적은 없어. 하지만 누군지는 알아.
어린아이:(그렇구나, 하고 짧게 대꾸한다.) ... ...아빠가 왜 죽었을까요?
바다를 바라보는 아이의 옆모습은 약간 찌푸려진 채입니다.
아이에게 대인관계 기능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한시원:혹시 뭔가 짐작가는 거라도 있어? ....나도 전부터 궁금했거든. (말재주 시도해봅니다)
한시원:
말재주
기준치: |
45/22/9 |
굴림: |
67 |
판정결과: |
실패 |
(쒸익.. 다시 한 번...!)
말재주
기준치: |
45/22/9 |
굴림: |
75 |
판정결과: |
실패 |
(샤오를 본다....)
어린아이:(응? 하고 시원을 보다가... ...금방 의도를 깨달았는지 아, 하면서 아이를 바라본다.) 아르고와 얘기를 나눠 본 적은 없지만.
...그가 좋은 일을 하려고 했다는 건 알아. 우리 모두가 알고 있어. 나도, 시원도. 다른 타이머랑 카운터들도.
(응? 하고 시원을 보다가... ...금방 의도를 깨달았는지 아, 하면서 아이를 바라본다.) 아르고와 얘기를 나눠 본 적은 없지만.
...그가 좋은 일을 하려고 했다는 건 알아. 우리 모두가 알고 있어. 나도, 시원도. 다른 타이머랑 카운터들도.
그러니까 아르고가...죽은 이유가 뭔지는 정확히 몰라도, 무언가를 잘못해서가 아니라는 건 확실하게 알아.
어린아이:(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천천히 입을 연다.) ...알아요. 아빠가 좋은 사람이라는 거.
그런데 아빠가 뭘 하고 싶어했는지는 모르겠어요.
(미간을 살짝 찌푸린다.) 장미로 만든 아치문을 본 적 있어요?
공원에 있는 거 말구요.
한시원:(몸이 작게 들썩인다) ...아르고씨가 아치문에 대해 말한 적 있어?
어린아이:아빠가 그걸 만들어야 된다고 했어요.
타이머랑 카운터들을 위해서요. 미안하고 고마운 사람들이라고.
어린아이:...가끔은 아빠가 진짜 신기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때도 있어요.
(장미를 담은 바구니 안에서 작은 상자를 꺼내 내민다.)
한시원:(상자를 양 손으로 받아든다) 이건..?
어린아이:이걸 바다에 오는 사람들한테 전해달라고 했거든요.
제 생각엔 그게 오빠들인 것 같아요.
이제 갈게요.
엄마가 기다리거든요.
(발걸음을 옮기려다가 잠시 멈칫하고 두 사람을 다시 바라본다.) ... ...타이머랑 카운터는...
착한 사람들이죠?
한시원:(쉽사리 그렇다고 말하기엔 오묘한 기분에 휩싸인다) ...착한 사람은 어떤 사람이야?
어린아이:...잘 모르겠어요. 좋은 일을 하는 사람?
아빠는 옳은 일을 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했어요.
한시원:내가 착한 사람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긴 어렵지만....(시선을 데구르르 굴리다 다시 아이를 본다) 그래도 만약 어렵지만 옳은 일과 쉽지만 옳지 않은 일이 있다면 당연히 전자를 택할 거야.
(샤오를 가리키곤) 얘도 그럴거고.
다른 타이머와 카운터들도 비슷할거라 생각해.
어린아이:...그러면, 전 좋아요. (배시시 웃어보이더니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이고 자리를 뜬다)
(서성서성)
리 샤오샤오:...아, 그러게!? (입 주변으로 양 손을 모아서 크게 소리친다)
저기!!! 이름이 뭐야!!!
어린아이:(모래사장 너머를 올라가다 말고 돌아보더니 양 손을 크게 흔든다)
가이아! 가이아 뮐러!
한시원:(양 손을 위로 올려 흔든다) 조심히 가!!
이 사원증.. 출입도 되는것 같지? (상자 안의 사원증을 살펴본다)
리 샤오샤오:그러게. 가지고 있었구나... ...
한시원:그럼 새로 만든게 아니구나. 역시 그 원통 안에 있던 액체였어.
리 샤오샤오:이걸 왜 넣어뒀지? (상자 안에서 앰플을 꺼내들어 바라본다)
(허공에서 손을 허우적거리지만 결국 떨군다)......
바닥으로 떨어진 병이 깨지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두 사람에게 커다란 그림자가 드리워집니다.
거대한 파도. 마치 바닷속에 잠자는 괴물을 깨우기라도 한 것처럼 커다란 파도였습니다.
잠시의 틈도 없이, 파도가 두 사람을 잡아먹어 쓸어갑니다.
파도가 친 뒤의 모래사장에는 아무도 남지 않았습니다.
---------------------------
존재하지도 않는 천장과 바닥이 거꾸로 빙글빙글 돌고, 포말 터지는 소리가 귀를 쨍하게 울립니다.
망망대해에 난파된 배처럼 이리저리 휩쓸리고 휘둘리기 시작합니다.
한시원:(허공에 손을 마구 뻗으며 허우적거린다)
하지만 이상합니다. 분명 물 속에 있는데도, 숨을 쉴 수 없는데도...어지러울 뿐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던 순간
두 사람이 눈을 뜬 곳은 아주 작은 섬입니다.
당장 해변에서만 보아도 섬의 끝과 끝이 보일 정도입니다.
밤하늘에는 별 대신 먹구름이 가득하고, 바다는 썩어들어가는 것처럼 새까맣고, 모래는 질척거리고... ...
바람이 불 때마다 가느다란 곡소리 같은 것이 들립니다.
여기까지...쓸려 온 건가? (멀거니 선 채로 등대를 바라본다)
한시원:.....어떻...(퍼뜩 번개를 맞은것처럼 일어나 몸을 뒤져본다. 사원증은? 핸드폰은?)
(시원의 팔을 붙잡더니 해변가 한쪽을 가리킨다)
한시원:응...?(샤오가 가리킨 방향을 본다)
샤오샤오가 가리킨 곳에는 부서진 낡은 배가 쓰러져 있습니다.
SAN Roll
기준치: |
65/32/13 |
굴림: |
6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그리고 시원의 머리를 스쳐지나가는 것이 있습니다.
12구역의 절벽을 넘어 북쪽으로 끝없이 향하면 나온다던 그곳...
한시원:....우리....심해로 온 것 같아.
...여긴 위치 추적도 안된다고 했는데... 휴대폰은 이미 잃어버렸지만...
리 샤오샤오:...심해에도 등대가 있어? (어깨를 살짝 움찔거리더니 다시 등대를 바라보다가) 등대만 새 것처럼 깨끗해.
한시원:...나도 등대가 있단 얘긴 못들었어.
리 샤오샤오:(천천히 등대로 다가간다. 얼굴이 비칠 정도로 반질거리는 난간을 손으로 쓸어보더니) 이것 봐. 먼지 한 톨 없어.
하지만 사람이 살 수 없다고 했었는데...
리 샤오샤오:(등대 꼭대기를 올려다보며) 올라가보자. 근처에 섬이 있을지도 몰라. 등대가 작동하면 구조요청도 할 수 있을거고.
한시원:그래, 게다가... 추워. (젖은 옷의 물기를 짜내며 빠른걸음으로 등대를 향해 간다)
깨끗하게 회칠이 된 벽, 등대 안에는 나선 모양의 계단이 위로 이어져 있습니다.
올라가는 계단은 삐걱거리는 소리조차 내지 않을 정도로 튼튼합니다.
마지막 층에 도착할 때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요.
리 샤오샤오:사람이 세웠다면 이런 걸 누군가는 발견했을텐데 말이야.
한시원:관리 제외 대상이니.. 누군가 일부러 만들어 세웠을수도 있어.
뭔가 비밀스러운 일을 하기 위해서... 라던가.
맨 꼭대기 층에 다다르면, 탁 트인 바다가 보입니다.
주위는 여전히 어둑어둑하고 구경할만한 풍경도 없습니다.
게다가 여태까지와 달리 바닥에는 먼지가 자욱하게 깔려있군요.
한시원:이쪽은 잘 안쓰는 곳인가? (입구가 있나? 두리번두리번)
입구는 두 사람이 타고 올라온 계단 뿐입니다.
한시원:
관찰력
기준치: |
75/37/15 |
굴림: |
27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리 샤오샤오:...여기도 비밀 연구실...같은 걸까? 그 지하처럼.
그렇다고 신적인 존재가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한시원:그런것치고는 사람이 드나든 흔적이 없네..
정말로 조난인가, 생각하며 천장을 바라보니...
제 0구역부터 제 13구역까지, 우리가 익히 아는 세계지도입니다. 지도의 위에는 구역마다 파란 장미가 한 송이씩 피어 있습니다. 천장에 핀 장미라니, 기묘하군요.
한시원:......뭐야? (지도를 가만히 본다)
리 샤오샤오:장미가 피어있잖아. ...뭔가... (눈을 가늘게 뜬다.) ...표시하는건가?
지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만개한 파란 장미들 옆에 딱 붙어서 아주 작은 새 봉오리가 맺혀 있는 것들이 보입니다.
만개한 꽃이 14송이, 봉오리인 것이 14송이.
교육
기준치: |
65/32/13 |
굴림: |
3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장미가 피어있는곳의 위치를.. 내가 어딘지 알 수 있을까?)
어떤 꽃은 구역의 정중앙에 피어있는가 하면, 어떤 꽃은 경계 가까이에 피어 있습니다.
규칙이라도 있는걸까, 하고 머리를 굴리다보면 이것들이 놓인 자리가 제법 익숙합니다.
각 구역의 랜드마크이자 가장 높은 것이 있는 위치입니다.
한시원:(혹시 DOT 위치에도 표시되어 있나?)
모든 구역의 랜드마크를 알지는 못하지만, 시원이 기억하는 1구역의 기상 관측 탑이나 4구역의 시계탑, 12구역의 등대 같은 것을 보고 유추할 수 있었죠.
지도에는 장미 외에는 그 어떤 표식도 되어있지 않습니다.
한시원:(지도를 들여다보면서 손바닥에 대고 손가락메모를 한다) 저 위치에 뭔가 있는걸까?
리 샤오샤오:...높은 건물 같은 게 있는 곳만 표시되어있네. (시원의 질문에 으음, 하고 말 끝을 늘이다가)
리 샤오샤오:신화에 나오는 거. 막, 손가락 뿌리고 하는 거 있잖아.
리 샤오샤오:도밍게즈 건국 신화. (어깨를 살짝 으쓱인다)
리 샤오샤오:그런 걸 생각하고 사람들이 건물을 세운 건 아니겠지만...그냥 그래보여.
한시원:그럼... 세계의 지표 같은... (곰곰) 그런데 이걸 왜 , 하필 여기에 등대를 세워서 붙여놓은거지.
리 샤오샤오:(으으으으음, 하고 등대 여기저기에 서서 천장을 바라보다가, 문득 시원을 부른다.)
시원, 바닥.
한시원:여기 오면 뭔가 돌아갈 방도가 생각날줄 알았는데... 역시나 뾰족한 수는 없구나. 머리만 복잡해졌어. (으음.. 하며 앓는 소리를 낸다)
어?
(바닥을 본다)
리 샤오샤오:바닥 봐봐. (바닥에 자욱하게 낀 먼지를 발로 죽죽 밀어낸다)
밑에도 뭐가 그려져있어.
샤오샤오가 발을 이리저리 움직일 때마다, 바닥의 먼지에 가려 보이지 않던 그림 같은 것이 서서히 드러납니다.
한시원:와, 여기 대체 뭐야? (안보이는곳도 발로 슥슥 밀어가며 전부 드러낸 뒤 제대로 본다)
다만, 바닥에 그려진 지도에는 어디에도 꽃이 피어있지 않군요.
오히려 오래도록 관리되지 않은 건지, 드문드문 지워지도 번지기까지 했습니다.
한시원:여길 관리하면서 천장에 새로 새긴건가...?
관찰력
기준치: |
75/37/15 |
굴림: |
26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SAN Roll
기준치: |
65/32/13 |
굴림: |
4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도밍게즈의 지도와는 조금씩 다른 모양새입니다.
해안선의 형태나 섬의 모양이 미묘하게 다른 모양이에요.
시원에게는 바닥에 그려진 지도가 더 익숙하게 느껴집니다.
한시원:....(샤오를 보며 바닥을 가리킨다)
이 지도 어때?
당장이라도 집의 위치를 짚어낼 수 있을 것처럼 말이에요.
리 샤오샤오:똑같은 지도 아냐? 근데 이건 되게 낡았네.
이건 옛날에 그린 건가?
내 기억의 주인에게 익숙한건가?
너한테도 천장에 그려진것보다 이 지도가 더 익숙해?
리 샤오샤오:... (눈썹을 비뚜름하게 둔다) 그래? 나한테는 그냥...
둘 다 똑같아보이는데.
더 잘 그린 지도는 천장에 있는 거 같기도 하고. 이건 좀 삐뚤빼뚤해 보여.
한시원:형태가 조금... 달라. 이걸 알아채는것도 뭔가 다르다는걸 이미 알고 있으니까 가능한거겠지.
그 때, 시원의 손에 들려있던 상자에서 무언가 드르륵, 하고 미끄러지는 소리가 납니다.
한시원:왜 다른걸까? 이런건 섬의 모양이 조금 바뀐다고해서 다르게 그리진 않을텐데..
(? 상자에서 흘러나온것을 본다)
상자를 열어보면, 사원증이 놓여있던 상자의 바닥이 달그락거리며 열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바닥의 아래에 든 것은 낡은 서류 봉투입니다.
뭘 숨겨뒀네 (봉투를 열어 안을 본다)
한시원:그런것 같아. 우리만 볼 수 있게끔...
서류의 첫 면에는 푸른색 액체가 담긴 병의 사진이 붙어있습니다.
리 샤오샤오:(살짝 입을 벌린다.) ...와.
한시원:이건 거의 유출이네. 걸렸다간.... (제조 방법부터 읽어본다)
궁금했던 내용이었는데 잘됐어.
첫 장부터 펼쳐보면, 도저히 읽을 수 없는 글자가 쓰여 있습니다.
완전히 처음 보는 글자인데...하고 페이지를 넘겨보면, 다행히 번역본 같은 것이 공용어로 쓰여 있습니다.
지구의 바닷물과 도밍게즈 타이머의 피를 섞어 만든다.
한시원:아, 하마터면 못읽을뻔... (번역된 부분을 읽어본다)
아?
바닷물은 도밍게즈로부터 도망가는 성질을 가졌으므로 주의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깨지지 않는 특수한 병을 사용하고, 제8시 타이머의 초능력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단단히 막아둔다.
우리는 그들의 지식과 지혜를 통해 방법을 찾아냈다.
그들이 가져다준 바닷물은 정말로 도밍게즈의 것과 달랐다.
아주 비슷한 염도를, 성분을 가지고 있었지만 절대 섞이지 않는다.
주의사항! 비율은 반드시 10:1을 지킬 것, 바닷물을 낭비하지 말 것.
그보다 8시 타이머면 환각아냐? 환각으로 어떻게 막아둔다는거지...
리 샤오샤오:(시원과 함께 천천히 내용을 읽어내려간다.) ...
그들이 누구지?
한시원:그들? (같은 말이 적힌 부분을 다시 들여다본다)
....그들의 지식과 지혜를 통해.. 그들이 가져다준 바닷물....
리 샤오샤오:지구의 바닷물...이라는 게 다른 행성 얘길까?
한시원:잠깐, 바닷물이 도밍게즈로부터 도망가는 성질을 가졌다는건...
.....뭐야?
리 샤오샤오:...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데.
한시원:혹시 앰플로 계속해서 타이머를 만들어내는걸까?
(다음 장을 넘겨 앰플의 역할을 읽어본다)
리 샤오샤오:하지만 만들어진 건 카운터가 처음이잖아.
모든 것은 종속을 위해서. 우리가 타이머를 붙잡을 방법은 이것뿐이다.
손가락에 얽을 수 있는 것은 똑같은 손가락 뿐.
리 샤오샤오:...하지만 우린 앰플을 맞은 적이 없는데.
한시원:
지능
기준치: |
80/40/16 |
굴림: |
33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그것은 아마도 타이머와 카운터를 설명하는 것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타이머에게 주입한다. 위치는 어디라도 상관없으며, 시간을 정확하게 지켜야 한다. 혈액에 섞이기만 하면 약 6개월 정도의 효과를 볼 수 있다
타이머들은 앰플을 맞을 필요가 없다고 했잖아요.
(한 손으로 제 입가를 매만지며 뚫어져라 종이를 바라본다.)
한시원:(마지막, 앰플의 부작용 부분을 읽어본다)
리 샤오샤오:(마지막 줄을 읽고 짧은 탄식을 흘린다.)
반복해서 나오는 단어가 시원의 뇌리에 남습니다.
한시원:....잠깐... (바닥의 지도와 천장의 지도를 한번씩 번갈아본다)
지구의 바닷물, 타이머를 붙잡을 방법, 얽어야 하는 손가락, 지구의 타이머... ...
타이머들은 신체를 내어놓았지만, 그것은 극히 일부분 뿐이었습니다.
그들이 만들어 낸 것은 물컹거리는 괴물이었습니다.
아담의 갈비뼈로 하와를 빚었다 한들 DOT는 신이 아니었습니다.
"실패라니까. 도저히 무리야. 다른 방법이 필요해."
리 샤오샤오:... (잠시 입을 벌렸다 다문다.)
진짜로... ...부모님이 폭발에 휘말린 게 아닐지도 몰라, 시원.
한시원:.....그 슬라임 같은걸 어떻게든 되살려서 사람 형태로 만들었다고 생각했었는데.. 애초에 성공하지 못했었던건가.. 그럼 나는 어떻게 만들어진거야?
이전 타이머의 기억들... ...이라고 생각했던 것들.
한시원:타이머.. (샤오를 잠시 봤다가 제 손을 내려다본다)
타이머의 기억을 받았다면, 이토록 생생하게 받았다면...
어째서 그들이 타이머로써 활동했을 당시의 기억은 비어있는 걸까요?
어째서 시원이 DOT에 온 날의 기억까지만 살아있을 수 있던 걸까요?
한시원:(나는... 카운터가 되기 전의 일상밖에 몰라.)
그런 생각을 하고나면 새로운 가능성의 길이 열립니다.
시원의 눈에, 바닥에 그려진 세계지도가 담깁니다.
내가 '원래' 있어야 할 곳이 도밍게즈가 아니었다면.
(샤오를 보며 저를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엇...외.. 외계인......?
지구 밖에 도밍게즈랑 비슷한.. 곳이... 그러면....
평행 세계..? 외계행성..? 신이.. 두명...? 아니면 손가락을 반씩 나눠서...? (머리를 잡고 중얼거린다)
리 샤오샤오:(시원의 말이 길어지면 덥석 손을 잡는다.)
한시원:뭐, 뭐야 나 지금.. 너무..... 혼란스러워.
(손을 잡으면 머리가 곧 터질것 같은 얼굴로 입을 다문다)
리 샤오샤오:난 널 믿어, 시원. 네가 어디에서 왔다고 해도.
...아직 방법은 모르지만, 네가 정말로... ...
다른 곳에서 온 거라면.
한시원:그거면 되는거야...? 나, 외, 외계인...인데...?
전부 네 기억이었던거야.
(흔들리는 시선을 붙잡고 바라본다.)
한시원:.........하지만...난.... 차라리 가짜 기억일때가 더 편했어.
그럼 내 부모님은... 뭐하고 계신거야?
내가 뭘 하고 지내는지 하나도 모르는거야? 아니면.. 그 사람들도 동의한거야?
사람은 맞아?
리 샤오샤오:...그건, (이어지는 질문에 답을 하지 못하고 있다가.) ...모르겠어.
한시원:거기 돌아간다해도 내가..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할것 같아.
...더 알고 싶지 않아.
(잡혀있던 손을 뿌리친다) 그딴곳에 돌아가고싶지도 않아!
리 샤오샤오:시원, 널 보내겠다는 게 아니라... ... (당혹감이 담긴 눈으로 상대방을 바라본다. 좋아할 줄 알았는데.)
한 손에 열 네 개씩, 스물 여덟 개의 손가락이 달린 손이.
거울처럼 세계를 비추는 호수가, 쌍둥이처럼 밤하늘을 비추는 바다가 그곳에 있습니다.
한시원:어디서 왔다고해도 상관 없는게 아니라... 짐을 덜고 싶은거잖아. 혼자 남았을때를 책임질 수 없으니까. (창 밖으로 솟아오르는 손을 보며 중얼거린다)
영원한 평행선을 걸어야만 하는 규칙처럼 느껴졌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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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손이 올라오는 것을 바라보며 눈을 깜박였을 때였습니다.
운전사:두 분 다 쫄딱 젖어서는, 안 들어오세요?
버스에서 내린 운전사가 두 사람을 향해 손짓합니다.
한시원:(눈 앞의 풍경을 보며 눈을 깜빡이니 고여있던 눈물이 툭 떨어진다.) ....여긴...
(내 손을 내려다본다. 상자를 가지고있을까..?)
상자도, 서류도, 앰플도, 사원증도 자취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네게 손을 내민다)
한시원:(내밀어온 위로 제 손을 올리다 허공에 잠시 멈춘다. 잠시간의 망설임 후에 차갑게 식은 손이 그 위로 겹쳐진다. 이런식으로 모른척하면 되는걸까, 불편한 생각을 하면서.)
하늘은 공전하고 자전하며 땅은 한 치의 무너짐 없이 온전합니다.
별이 반짝이고 상냥한 파도가 규칙적으로 철썩입니다.
한시원:(단 한 번도 이런적이 없었는데.. 샤오의 옆에 있는 이 순간이 더 없이 불편해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도록 시선을 아래로 한다. 모두가 조화를 이루고 있는 도밍게즈에서 홀로 튀어나온 존재가 된 기분.)
사라졌던 능력은 그냥 제자리를 찾아 돌아간 것 뿐일까.
두 사람 사이에, 아주 부드럽지만 결코 뚫을 수 없는 막이 생긴 기분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그저, 추위에 떨며 숙소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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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에게는 진실을 알게 된 고통이 따릅니다.
앞으로 7개월 간 악몽에 시달립니다.
지켜야 할 세계, 자신이 나고 자란 별.
:지구를 버리고 떠나온 구원자에게 쏟아지는 원망입니다.
건물은 무너지고, 사람들의 피가 도로를 적십니다. 듣도 보도 못한 괴물들이 산 것들을 모두 잡아먹으며 찢어 죽입니다.
울음이 끊이지 않습니다.
당신 또한 울며 나도 그러고 싶지 않았노라 외쳤지만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습니다.
사실, 타이머의 역할이란 재난과 재해로부터 사람을 구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토록 끔찍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겠지만...
때때로 시원은 생각합니다.
그 날, 호수에서 시간을 돌리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도밍게즈의 멸망을 지구로 떠넘긴 것은 아닐까, 하는...
악몽을 꾼 마지막 날, 지구는 시원의 눈 앞에서 멸망하고 말았습니다.
등대 바닥에서 본 지도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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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제 2구역에서 일어난 공장 폭발 사건으로 시민들의 애도가 이어졌습니다. 그런 비극적인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기를 도밍게즈의 모든 사람들이 기도했으나, 안타까운 소식입니다."
"일가족을 태운 자동차가 12구역 해안도로에서 전복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3중 추돌사고가 발생하며 사망자 중에는 10살 어린아이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되었으며-..."
"모든 희생에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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