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가오는 마지막 계절에, 세계가 멸망한다."
초봄의 건조한 바람을 타고 흉흉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출처 모를 소문이었지만
그것은 입에서 입으로 역병처럼 퍼져 이제는 모르는 이가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그것이 소문이 아니라 예언이라고 떠들어대곤 했죠.
지구 멸망까지 이제 1년이 채 남지 않았다고,
도밍게즈도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스러질 일만 남았다고...
도밍게즈의 구원자, 타이머가 버젓이 살아 숨쉬건만.
세계 멸망 같은 허황한 말들에 넘어가지 마세요.
왜냐면 당신이 귀 기울여야 할 '진짜' 이야기는
지금 바로, 이 자리에서 시작되고 있으니까요.
누군가의 휴대폰이 울리자, 연달아 그것들이 울어대기 시작했습니다.
화면에는 간결한 메시지가 선명하게 존재를 드러내고 있었고,
도밍게즈의 스타...아니, 구원자들은 화면을 바라봅니다.
불길한 예언 대신 바람을 타고 온 것은 타이머의 소집령이었습니다.
------------------------------------
시원은 DOT의 14회의실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살면서 무수히 많이 들어 보았을 이름의 주인, 도밍게즈의 구원자.
모든 사람이 사랑하고, 시간이 선택한...타이머.
그래요, 오늘부터 당신의 파트너가 될 샤오샤오입니다.
그는 14명의 타이머 중에서도 유난히 미디어 노출이 잦았는데,
아마도 그의 쾌활한 성격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니 시원도 그의 얼굴과 이름을 익숙히 알고 있습니다.
사실, 샤오샤오가 아니더라도 타이머들은 도밍게즈의 모든 사람들이 우상시하는 존재니까요.
한시원:(샤오샤오의 카운터로 배정되었다는 이야기를 주워들은 주변인들의 반응을 생각하니... 저절로 피곤해진다.)
하지만 지금은, 그 이름은 곱씹는 것만으로 미묘하게 기분이 오르내립니다.
이상하기 짝이 없는 일이지만, 이제는 새삼스럽습니다.
지난 일주일은 시원에게 아주 이상한 한 주였거든요.
한시원:
지능
기준치: |
80/40/16 |
굴림: |
6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봄처럼 소리소문없이 드러난 시간의 각인을 발견했을 때부터요.
아무 일 없이 지나갔던 12살의 생일과 달리,
뒷목에 느껴지던 희미한 열감은 당신을 붙잡았습니다.
그곳에는 선명한 숫자 각인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꿈이라 치부하고 자신의 볼을 때려봐도 사라지지 않았죠.
한시원:(세상에 나에게 몰래카메라를 시도하는건 아닐까.)
(손톱으로 각인된 부분을 갉작거린다)
시원은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종종 뒷목이 거슬리곤 했습니다.
오늘도 여전히, 약간 굴곡이 있는 듯한 각인은 손에 매끄럽게 만져집니다.
어쨌든, 시원이 이 일을 조용히 숨기려던 것과는 다르게
(부모님 한테도 얘기 안했는데..)
DOT는 당신에게 '이 일을 발설하였느냐' 물었고,
시원이 고개를 젓자 고개를 끄덕이며 즉시 당신을 DOT 본부로 이송했습니다.
한시원:....경찰에 체포되는 듯한..? (딱히 잘못한것도 없는데 누명을 쓰고 끌려간 기분이었다. 실제로도 좀 자세히 알아봐요! 이거 오해일거라니까?! 라고 외쳤었지만..)
이건 정말 갑자기 왜 생긴거야? 돌연변이?
이것도 멸망 징조 같은건가?
시원은 DOT의 요원들에게 애타게 외쳤지만...
DOT에 도착한 시원을 반기는 것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자들의 표정이었습니다.
이 세상의 것이 아닌 자를 보는 양 황망하고, 황당함을 가득 담아 깜박이던 눈꺼풀과 다물지 못하던 입술 사이로 새던 신음성...
흰 가운을 입은 연구원과 흐릿한 남색 제복을 입은 사무원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하인리히 장교가 감탄을 흘렸습니다.
그 이후, 장교를 비롯한 그 누구도 시원의 자격을 부인하지 않았습니다.
뒷목에 새겨진 두 자리의 숫자는 도밍게즈에서 그 정도로 절대적이거든요.
한시원:(난.... 좀비사태가 터지면 제일 먼저 자살한다고 답했던 사람인데.....)
구원자라니.. 무겁네.
시원이 사람들의 반응에 뭐라고 반박할 새도 없이, 세계를 구원할 새로운 구원자라는 명분 하에 DOT에서 생활하게 되었습니다.
사시사철 비가 오던 시원의 고향과는 다르게 DOT 본부는 매우 쾌적했지만...
대체 어떻게 입막음을 했길래 지인들에게서 연락 한 통 오지 않는건지.
심지어 시원의 존재는 샤오샤오에게도 비밀에 부쳐졌습니다.
정확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타이머를 혼란케 하지 않으려는 조치라더군요.
한시원:뭐, 이례적인 일이니. (나 휴대폰은 가지고 있나?)
하루, 이틀, 사흘... 시원은 연구원들이 머무는 동관에서 사무원의 질문에 대답하거나 연구원의 신체검사 따위에 응하는 것을 제외하면 쭉 홀로였습니다.
DOT에서는 시원에게 새로운 휴대폰을 지급했습니다만,
기능이 매우 한정적인데다가 등록된 몇 가지의 연락처에만 연락을 할 수 있어 거의 무용지물이나 다름 없습니다.
한시원:(앉아있는 의자에 거의 흘러내릴듯한 자세로 늘어진다) ....흐아암...지루해..
길고 지루한 회상을 깨고, 하인리히 장교가 타이머들의 도착을 예고합니다.
타닥, 타닥, 바닥을 밟는 소리가 경쾌하게 복도를 가르고
안내데스크에 앉은 직원이 상냥하게 건네는 안내가 문턱 너머로 들립니다.
한시원:(아마도.. 지금까지 갖고있던 약간의 불만들을 샤오샤오의 탓으로 돌리는.. 생각들을 했던것 같다.)
한시원:(하지만 그렇게 유명한 사람이라니 실제로는 어떨지 조금 궁금하기도 해서 문쪽에 시선을 둔다.)
형식적인 노크와 함께 14회의실의 문이 열리고,
그러나 시원이 그를 알아본 적은 눈에 익은 얼굴이라는, 그저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시원이 눈을 깜빡이자 상대 또한 같은 속도로 눈을 깜빡입니다.
TV에서, 신문에서, 휴대폰 속의 모수히 많은 게시글까지...
그러니 그의 얼굴을 보는 것 쯤은 하나도 특별할 것 없는 대면이건만.
정반대에 서 있는 사람에게서 도저히 시선을 뗄 수 없습니다.
밑바닥에서부터 가장 높은 곳에 이르기까지 모든 감각과 기분, 생각과 언어, 감정과 본능이 그곳으로 향했습니다.
한시원:
SAN Roll
기준치: |
65/32/13 |
굴림: |
4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뭔가.. 울렁거려. 제 가슴 언저리를 손으로 누른다.)
저 쪽으로 가까이 가고 싶다는, 어울리지 않는 욕구가 고개를 쳐듭니다.
시원은 운명이 안배한 일련의 사건을 따라 새로운 구원자가 되었고,
DOT에 도착해, 기어코...이 사람을 만나고 만 것입니다.
그를 마주하자 새삼스럽게 사람들이 어째서 '운명'이니 '파트너'라느니 거창한 칭호를 붙여댄 건지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되려 샤오샤오가 성큼성큼 다가와 시원의 어깨를 붙잡습니다.
(눈이 휘둥그레져선 쳐다본다.) ...뭐..
그랬다가 문득 그는 정신을 차린듯 아, 하고 손을 과장스레 떼어냅니다.
기묘한 이끌림. 그리고 그 사이를 가르는 웃음소리가 다른 곳에서 새어나옵니다.
분명...시원을 처음 만났을 때도 장교는 저런 식으로 웃었었죠.
한시원:(왜 웃냐는듯한 표정으로 장교를 쳐다본다)
관찰력
기준치: |
75/37/15 |
굴림: |
80 |
판정결과: |
실패 |
(으음.. 부릅! 눈 뜨고 다시 봄)
관찰력
기준치: |
75/37/15 |
굴림: |
16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시원은 샤오샤오가 뒤를 돌고 몇 걸음 걸어가 거리를 유지한 채 서는 동안 그에게서 눈을 떼지 않습니다.
한시원:(괜스레 뒷목에 손이 가서 제 목에 있는 각인을 만지작거린다) ㅡ진짜 똑같네.
하인리히 장교:인사하게. 자네의 짝이 될 사람일세.
장교는 익숙하게 타이머에게 카운터들을, 카운터에게 타이머들을 소개합니다.
타이머들은 처음 듣는다는 것처럼 눈을 크게 뜨고 놀란 기미를 숨기지 못합니다.
군인이란 되묻지 않는 법이지만, 원체 말이 많은 성격인지 샤오샤오는 결국 한 마디를 내뱉습니다.
한시원:(작게 헛기침을 하고 몸을 반듯하게 편다)
장교는 뻐꾸기처럼 '자네의 짝'이라는 말만 반복할 뿐이었습니다.
한시원:(짝이라는 말 좀 그만하세요)(장교 힐끔 봄)
그는 잠시간 타이머들의 당황한 웅성거림을 한껏 즐기고 나서야 제대로 설명을 시작합니다.
시원은 DOT에서 교육을 받는 동안 익히 들었던 설명입니다.
하인리히 장교:세계 멸망에 관한 이야기는 이미 들었으리라고 생각하네.
물론, 그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을, 일어나서도 안 될 일이지.
하지만 예언의 탑에서부터 시작된 이야기야. 이미 세간에서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어.
이건...아주 좋지 못한 조짐일세.
멸망이 실재한다고 해도 문제지만, 실재하지 않는다고 하면 그것도 문제거든.
멸망이 예정된 세계의 법과 도덕, 규칙 따위를 누가 지키겠나? 세계는 무너질테고, 점차 아수라장이 되겠지.
하인리히 장교:처리하기 곤란한 쓰레기가 넘쳐날거야.
그래서 우리는 이전부터 세계 멸망이라는 난관을 어떻게 해쳐나갈 수 있을까 알아보기 시작했다네.
그는 잠시 입을 다물곤 턱수염을 찬찬히 쓸기 시작합니다.
세계는 멸망하지 않아. 도밍게즈는 새 계절을 맞을거야.
그리고...눈 앞의 이가 그 증거일세.
그렇게 말하며 장교는 근처에 있던 시원의 어깨를 붙잡아 끌어당깁니다.
하인리히 장교:지난 예언의 타이머는 매우 훌륭한 이였어. 눈과 귀가 밝고 입이 무거운데다...
미래를 바꾸는 방법을 함께 점지받곤 했거든.
많은 이들이 세계 멸망의 예언이 예언의 탑에서 시작한 줄 알지만, 천만의 말씀.
DOT와 타이머는 이미 그 미래를 알고 있었네. 그 예언이 퍼질 것도, 세계가 혼란스러워질 것도...
그리고, 새로운 구원자가 나타날 것마저도!
반년 전쯤부터, 예언을 따라 새로운 능력자가 나타나기 시작했네.
하인리히 장교:바로 이 열 네명. 자네들과 같은 각인이 새겨져 있어.
그리고 우리는 이들을...카운터라고 부르기로 했네.
하인리히 장교:세계 멸망의 초읽기를 앞둔 작금의 상황에 잘 어울리는 이름이 아닌가?
한시원:
심리학
기준치: |
40/20/8 |
굴림: |
74 |
판정결과: |
실패 |
(뚫어져라..)
(아냐 한 번 더 갈겨보겠어)
심리학
기준치: |
40/20/8 |
굴림: |
11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세계를 구원하는 역할에 도취한 것인지, 예언의 탑을 한 방 먹일 즐거움에 심취한 것인지...
그에게서는 기쁨과 더불어 어떤 기묘한 흥분까지 느껴집니다.
한시원:(내가 생각하던 군인이랑은 인상이 조금 다르네)
미디어에 나오는 하인리히 장교는 좀 더 엄숙한 이미지를 유지했던 것 같은데...
그는 그러거나 말거나 하나씩, 카운터의 시간과 이름을 소개했습니다.
한시원:(그런 생각을 하고나면 시선이 자연스레 샤오샤오에게 향한다. 저 사람도 미디어랑 다를까?)
샤오샤오는 맞은편에서 시원의 이름이 불릴 때 한 번 씩 웃어보였습니다.
하인리히 장교:연구 결과, 카운터가 타이머와 똑같은 능력, 자질이 있으며 시간의 선택을 받았다는 것이 입증됐다.
그 뿐만 아니라 타이머의 능력에 개입하거나 간섭할 수 있을 거란 가설이 등장했지.
물론, 긍정적인 방향으로 말이야.
하인리히 장교:오늘부터 카운터들은 서관에서 함께 지내게 될 거야. 수업부터 시작해서 모든 타이머의 활동과 역할을 부여받아, 자네들과 동행할 걸세.
그러니 인사들 나누고, 사이좋게 지낼 수 있도록 노력해보라고.
이렇게 무거운 짐을 얹혀놓으면 아이들을 이용하기 편리하죠.
대의의자 명령. 개인의 의견은 깔끔하게 묵살될 것이라는 예고이기도 했습니다.
하인리히 장교:전달 사항은 이것으로 끝. 타이머들은 파트너를 서관으로 데려가서 건물 소개도 좀 해주고, 이야기도 나누면서 친해지도록 해.
한시원:(하긴 내 의사도 싹 무시하고 여기에 끌고온걸 생각해보면...)
하인리히 장교:다음 달에 있는 건국 축제에서 정식으로 카운터의 존재를 발표할 예정이니 외부에 유출하지 말고.
즉, 외출은 안된다는 말이다.
그는 말을 마치고 절도있고 가벼운 걸음으로 회의실을 나섭니다.
한시원:저기, 그럼 저는 여기 계속...(어라 나가버렸다) 갇혀있어야 하는건지....
(오도카니)
아니, 이거... 납치잖아.
그렇다 해도, DOT의 내부는 다른 도시의 복합센터에 걸맞는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지만요.
세계를 구원할 타이머들이지만, 시간이 데려온 운명의 상대에게 표정 관리를 하는 법은 훈련받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하나 둘, 자신의 파트너에게 다가가 인사를 하며 흩어지네요.
한시원:...자격증 시험 얼마 안남았는데 공쳤네. (닫힌 문을 멍하니 보다 샤오샤오에게로 고개를 돌린다)
리 샤오샤오:(긴 테이블을 돌아 시원에게 곧게 걸어오더니 웃는 낯으로 손을 내민다.)
한시원:(내밀어온 손을 잡고 두어번 흔든 뒤 놓는다. 뭐라고 말을 걸어야하나..) 한시원이야.
리 샤오샤오:아까 들었어. (손을 한 번 꾹 쥐었다가 놓더니) 내 이름도 이미 알고 있지?
한시원:그야 유명인사니까. (제 뒷목을 매만지고는) 여기 평소에도 외출금지 같은걸 시키진 않지?
인권을 너무 무시하는것 같은데.. 나 거의 납치되어 왔다고.
리 샤오샤오:평소에 나가도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아. 사람들이 다 알아보거든. (태연하게 대답하더니 이어진 말에 고개를 기울인다) 그래? 어디서 왔는데?
한시원:(아.. 여기저기서 알아보면 피곤하긴 하겠지. 어쩐지 측은하다고 생각한다) 1구역. 거긴 맨날 비가 와서 눅눅했는데 여기는 공기가 습하지 않아서 좋긴하네.
리 샤오샤오:그래서 이렇게 하얗구나. 반질반질하다고 생각했어. 외출 금지는 조금 의외이긴 한데, 그래봐야 한 달이니까.
이 안에서 할 수 있는 것도 꽤 많아.
리 샤오샤오:음, 영화도 볼 수 있고. 아무때나 간식 먹으러 가도 돼.
심심하면 훈련하러 다녀와도 괜찮고, 필요한 게 있으면 숙소로 배달도 해주고.
그냥 직접 가서 볼래? 나 설명은 잘 못하거든. (씩 웃으며 회의실 문을 가리킨다)
한시원:(내 커리어나 미래개척은 끝났다는 소리네..) 좋아. 꼼짝없이 갇힌 신세인 모양이니까 지리 정도는 알아두는게 좋겠지.
어디로 갈거야?
리 샤오샤오:(시원이 수긍하면, 팔을 붙잡고 앞서서 회의실을 나선다) 아무데나 가자. 이렇게 외부에서 온 사람한테 DOT 건물을 소개해 줄 일이 없어서 그런가 좀 신나네.
그 동안은 어디에서 지냈어? 여기에 온 지는 얼마나 됐고? 여기 오기 전에는 뭐 했던거야?
한시원:(덥썩덥썩 잡는걸 조금 신기해한다) 그.. 온지는 일주일 정도 된 것 같고, 연구동에서 신체검사 같은걸 했어.
능력에 대한 체크랑 내가 네.............짝이 맞는지 확인하려고 했던것 같아.
오기 전엔 그냥 평범하게 고등학교 다녔어. 요리사 자격증을 따려고 공부중이었고... 못가게 됐지만.
리 샤오샤오:아하. 신체검사? (헤, 하고 신기하게 시원을 돌아본다.) 그럼 너도 능력을 쓸 줄 아는거야? 진짜 파트너네. (시원의 미래가 어떻게 무너졌건, 일단 파트너를 만났다는 기쁨을 먼저 표현하고 만다.)
흰 대리석이 깔린 바닥과 열두 개의 별자리가 그려진 남색 천장, 섬세하게 회칠을 한 벽...
본관은 흠 없고, 점 없이 완벽하기만 하네요.
한시원:아직 미숙해. 무거운걸 드는건 버겁고.....
SAN Roll
기준치: |
65/32/13 |
굴림: |
5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이곳의 공기마저 시원에게는 익숙한 기분입니다.
이건 기시감일까요? 아니면...파트너를 찾았기 때문에 감각이 변화한 걸까요...
한시원:(얼빠진 표정으로 복도를 둘러본다) 이상하게 낯이 익네..
리 샤오샤오:그렇구나. 그래도 금방 익숙해지겠다. 나랑 완전히 같은 능력인거면. 익숙해질수록 쓸모가 많거든. (응? 하고 복도를 보곤) 뭐, 평범하지.
한시원:넌 12살에 능력이 발현한거지? (다시 샤오를 돌아본다) 지금은 나랑 동갑인건가?
리 샤오샤오:그렇지, 여기에 온 지 5년 됐으니까 17살... (그러다 시원을 마주보곤 눈을 둥그렇게 뜬다) 나랑 동갑이야? 몇 살인데?
한시원:17살. (얼추 그정도 됐겠거니 했는데 정말 동갑이구나. 나이까지 똑같다니 조금 신기해진다.) 어린 시절을 보내기에 좋은 곳은 아닌것 같은데 잘지내는것 같네. (성격도 모난데가 없는것 같고)
리 샤오샤오:좋다. 교복이 잘 어울리길래 학생이겠구나 싶긴 했거든. 여기에 있는 타이머들도 다 동갑이지만, 아무래도 우리끼리만 지내니까... (감상을 솔직하고도 쾌활하게 늘어놓더니 문득 본관을 나서려다가)
아, 본관도 볼래? 여기 돌아다녀 본 적 있어?
동관은 어차피 연구동이라 별로 재미 없고...
본관에는 그냥 본관에 있을 법한 거 있어.
서관에서는 우리가 살고 있고. (이제 너도 살거지만, 하고 덧붙이며 두루뭉술한 설명을 마친다.)
한시원:연구동도 신기한거 많던데. (기계에 관심이 없어보이는게 인상과 매치가 잘 되어서 웃는다) 난 거의 연구동에 있어서 본관은 잘몰라.
서관에 숙소가 있는거야?
그러고보니까 따로 방 배정을 받은 기억이 없는데.. 네 옆방인건가?
리 샤오샤오:응. 놀 만한 건 거의 서관에 있어. 아...혹시 책 읽는 것도 좋아해? 그럼 도서관도 있고.
(방은...하고 말 끝을 늘이며 눈을 끔벅인다. 그러고보니 그걸 안 물어봤네, 하는 얼굴.)
한시원:책 읽는것도 좋아해. 빌려와서 방에서 읽는걸 더 좋아하지만.....방은 따로 물어봐야겠지?
그럼 일단.. 돌아다니면서 보이는 사람한테 물어보자.
리 샤오샤오:아니면 그냥 본관에다가 물어봐도 돼. 뭐든지 대답해주는 누나가 있어서. (본관 문 안쪽의 안내데스크를 가리킨다.)
한시원:그럼 잠깐 물어볼까.. (안내 데스크로 다가간다)
실례합니다. 여쭤볼게 있는데요.
데스크 직원:아직 숙소로 안 가셨네요? 네, 어떤 건가요? (고개를 들며 미소로 두 사람을 맞이한다)
한시원이라고 하는데, 방 위치가 어디일까요?
데스크 직원:전달을 못 받으셨군요. 두 분은 숙소를 같이 쓰시게 될 거에요. (가볍게 미소짓는다)
시원 님의 짐도 그 쪽으로 옮겨두었고, 방 배치도 기존 배치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침대를 두 개 둘 수 있게 바꿔 두었답니다.
리 샤오샤오:(어어, 하고 듣고 있다가 어라? 하며 묻는다) 내 방에요?
데스크 직원:네, 샤오샤오 님 방을 같이 쓰실 거에요.
한시원:(당황했지만 애써 미소를 잃지 않는다. 혹시나 그럴수도 있겠다 생각했지만.....) 아... 그럼 방 안에 침대는 바로 들여올 수 있는건가요?
(다른 사람이랑 같이 지내본 적이 없는데 괜찮으려나.)
데스크 직원:네. 이미 전부 옮겨졌어요. 숙소는 꽤 크니까, 두 분이서 지내시는데에도 문제 없을거랍니다.
한시원:(하긴, 대우가 나쁘진 않을테니까.)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한 뒤 물러난다)
...근데 방 주인인 너도 통보 받는거야?
리 샤오샤오:(시원을 따라 나서며) 응. 나도 방금 들었어!
리 샤오샤오:애초에 난 네가 오는 것도 방금 처음 알았는데. (활짝)
한시원:그것도 그렇네. 역시 여기 좀 이상한것 같아.
리 샤오샤오:그래? 난 익숙해져서 그런가 괜찮은데...
이것저것 결정을 맘대로 하긴 하는데, 딱히 피해 올 건 없거든.
혼자 지내기엔 방도 넓으니까 됐어. 이제 방에서 쉴 때도 재밌겠다.
한시원:결정을 맘대로 한다는것에서부터 이미 피해긴 하지만... (아니, 역시 얘가 너무 긍정적인거야.)
방에 짐정리부터 하는게 좋을것 같은데. 어때? (동의를 구하듯 바라본다) 보여주고 싶은곳이 있는거면 들렀다 가도 좋지만.
리 샤오샤오:보여주고 싶은 곳이야 많은데... (자신이 시간을 보내는 몇몇 공간을 떠올리는 듯이 눈을 굴렸다가)
짐이 널브러져 있을까봐 신경쓰는거지? 그래, 그럼 방부터 정리하러 가자. (금세 가볍게 동의하며 시원의 등을 두드린다) 서쪽은 이쪽이야. 본관에서 봤을 때가 아니라 입구에서 봤을 때 서쪽...아, 너 동관에서 머물렀다고 했지? 이미 동쪽 서쪽은 구분하겠구나.
내가 처음 여기에 왔을 때 제일 먼저 들은 설명이 동관 서관 구분하는 법이라서...거의 똑같이 생겼거든. (쉴 새 없이 혼잣말인지 건네는 말인지 모를 것을 내뱉는다)
한시원:너 근데.. 미디어에서 봤던것보다...(친화력에 무너질것 같은 기분을 느끼는중)
그.. 성격이 좋네. 모든 사람들한테 그러는거야?
리 샤오샤오:미디어에서 봤던 거? (뭐지? 하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가) 인터뷰 같은 거 말하는거야?
사회성이 좋다는 얘긴 나도 들었었거든. 굳이 찾아보지 않아도 들려.
리 샤오샤오:내가 말이 많은 편인가봐. 바깥에 나갈 땐 말 좀 줄이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꽤 조용히 있는 편인데...
혹시 내가 너무 부산스러워서 싫어질 것 같아?
한시원:(어? 당황한 얼굴로 고개를 내젓는다) 아냐. 내가 오히려 말수가 적은것 같아서 심심할까봐.
그리고 널 싫어하는 사람은 아마.. 도밍게즈 안에 없을걸.
(물론 난 조금.. 아주 조금 나의 불만을 너에게 돌렸던 시절이 있었으나...)
리 샤오샤오:그래? 그럼 다행이다. 별로 안 심심해. 왠지는 모르겠는데 가까이 있으면 안정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두 발이 땅에 붙어있는 기분...뭔지 알겠어? 하여튼 그렇거든. (나름대로 설명하려고 노력은 했으나, 역시나 두루뭉술해진 상태)
몇 명 있어. 네시는 나 되게 싫어해.
한시원:두 발이 땅에 붙어있는 기분...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것도 비슷한가에 대해 잠시간 고민한다. 결론은 정해져있는듯 했지만.) 짝이니 뭐니 웃기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운명 같은게 있긴 있나봐.
네시면..... 이름으로 안부르고 그렇게 부르는거야?
(아까 소개시켜줄때 얼핏 봤던 얼굴을 약 0.5초간 떠올렸다가 잊는다)
리 샤오샤오:그치. 인사도 하기 전에 잡아버리는 바람에 네가 싫어할 줄 알았어. 다행이다. (처음 봤을 때보다는 제법 누그러진 것 같은 표정을 찬찬히 눈으로 훑는다.)
놀리려고 그렇게 부르는거야. 아까 들은 이름 기억 나? 본명은 헤더인데...
4시에 가서 벌써 네 시인데 아무것도 안했어...라고 해봐.
한시원:솔직히 좀 놀라긴했어. 혹시 불만 있는건가 해서...(표정이나 직후의 반응을 보고 아니구나 생각하긴 했지만.)
...네가 먼저 싫어할짓을 하니까 싫어하는거네. (타박하듯 네 어깨를 가볍게 친다)
이름이 헤더구나.. 기억해둘게.
리 샤오샤오:맨날 전기 통구이로 만들어 주겠다고 하는데 아직 멀쩡한 거 보니까, 사실 싫어하는 건 아닌 것 같아. (어깨를 치는 손에 웃으며 서관으로 들어선다)
숙소는 4층이야. 입이 궁금해지면 여기, 1층 로비에 있는 자판기를 쓰거나 지하에 있는 식당에 가도 돼. (로비에 자리한 자판기를 가리킨다)
한시원:그래도 너무 놀리지마. (서관으로 들어서 안쪽을 쭉 둘러본다)
식사는 잘 나와?
리 샤오샤오:DOT에서 제일 좋은 게 음식일 걸? 일단 나는 여기서 나오는 것보다 맛있는 건 못 먹어봤어.
한시원:그래? (약간의 흥미를 가진채 4층으로 올라간다) 밥이 알아서 나온다는건 좋은것 같아. 매번 차려먹는게 은근히 번거롭거든.
리 샤오샤오:혼자 살았어? 매번 차려먹어? (조금 의외라는 듯이 눈을 깜박인다)
한시원:부모님이랑 가까이 살기는 했어. 종종 저녁을 같이 먹으러 가긴 했는데, 나머지는 알아서 차려먹는 편이야.
(손으로 저를 가리킨다) 요리 못하게 생겼어?
리 샤오샤오:그렇구나...일찍 나와서 살았네. 아니, 요리사 자격증을 준비한대서 잘 할 거라고는 생각했는데...
보통 그 나이 땐 같이 살지 않나 했어.
가족들이 지금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하겠다.
한시원:그러는 너도 여기 따로 떨어져서 살잖아. 그것도 나보다 더 어린 나이에. (반응이 의외여서 조금 웃는다)
부모님은 아마... 좋아하시지 않을까? 요리사보다는 좋은 직업을 가졌으면 하셨거든.
뜻한건 아니지만 이정도면 만족하실것 같아.
리 샤오샤오:나는 타이머니까. 나와 산다는 느낌보단, 여기가 집에 더 가까운 것 같기도 해. 누구나 12살이 되면 타이머가 될까, 생각하기도 하잖아.
(자신의 일은 태연하게 말해놓고, 시원이 이어지는 대답을 하면 눈썹을 내리트리며 미소를 짓는다.) 부모님이 좋아하셨으면 좋겠다.
안 그러면 내가 볼 면목이 없잖아.
한시원:그래도, 네가 자처한 일이 아닌데 타이머라는 이유만으로 이런데 갇혀 사는건 조금.....부조리한 것 같아. (은은하게 갖고있던 불만이 툭툭 튀어나온다)
으음....사실......내가 여기 온 것에 대해.... 네 탓도 있다고 내내 생각하긴 했지만...........
지금에 와서는 별로 그런 생각도 안들어. (정말 별 일 아니라 생각한다는걸 어필하듯 네 볼을 쿡 찌른다. 장난스러워보이게.) 세계평화 같은거엔 관심 없지만 너랑 잘맞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리 샤오샤오:진짜? 나 때문? (놀란 눈이 되었다가 네가 볼을 찌르면 금세 에, 하고 웃어버린다.) 아쉬울 것 같긴 해. 카운터가 되지 않았으면 여기에 요리사로 취직 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잖아.
타이머는 축복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강제적 봉사라고 하기도 하고, 또 누구는 어쨌든 유명하니까 좋다고도 하지만...
나는 별 생각 안해. 그냥 열심히 일을 하는 기분이야. (4층에 엘리베이터가 멈추면, 내려서 이름이 적힌 숙소를 향해 복도를 걷는다.) 그러니까 시원도 너무 오래 고민하거나...잃었다는 생각을 안했으면 좋겠어.
여기서도 요리를 할 수 있는 방법은 한 번 찾아볼게.
한시원:너랑 똑같은 각인이 생겼기 때문에 여기 있는거라고........(작게 헛기침한다) 어린애 투정 같은 생각을 잠깐 한거야. 나름 갖고 있던 미래 계획은 다 틀어졌지, 근데 이게 누구 잘못인지도 모르겠다보니까.
뭐, 괜찮아. 요리사는 박봉이니까. 아무래도 이 일이 미래에 더 도움이 되긴 하겠지. (그 와중에 이 일이나 생활 방식에 불만이 전혀 없다는데에 되려 신기함을 느낀다. 4층에 내려 네 뒤를 따라가며) 너랑 지내다보면 나도 금방.. 적응할 수 있을것 같아. 기관에 가진 불만은 계속될 것 같지만.
좋아, 대신 요리는 네가 먹어야돼.
입이 짧은데 비해 손이 큰 편이거든.
리 샤오샤오:그렇게 치면 내가 아니라 시간이 문제인 거 아냐? (문에 달린 도어록에 숫자를 입력해 들어간다.) 비밀번호 이거야. 외워둬야 해. 까먹으면 DOT에서 준 핸드폰 대도 열려.
나도 돈 받은 적 없는데. 그럼 타이머랑 카운터도 박봉인 건가? 명예직? (안으로 들어서며) 아, 좋아. 나 먹는 거 하나는 잘하거든. 누가 나한테 중력으로 음식 압축시키는 거냐고 물어본 적도 있어.
맞다, 시원. (현관 바로 앞에서 너를 돌아보더니) 기관에 불만이 쌓이거나 해도, 너무 대들지는 마.
어쨌든 DOT는 군대니까, 군법에 의해서...
한시원:....뭐, 돈을 안 준다고? (표정이 싹 굳었다가... 이어지는 기관에 대한 말에 고개를 기울인다) 왜, 대들면 총맞아?
한시원:....그래, 타이머 귀중한줄은 안다 이거지...
하여튼 마음에 안들어. (숙소 안으로 들어간다. 내부 풍경은 어떨까!)
원래는 어땠는지 몰라도, 침대를 새로 가져다두면서 치운 건 지 어쩐건지...
양쪽 벽에 침대가 각자 하나씩 있고, 한 쪽이 시원의 침대인 듯 짐이 올려져 있네요.
한시원:생각보다 깔끔하네..? 성격이 털털해서 혹시나하고 걱정했는데.
욕실에는 샤워부스가 갖추어져 있고, 작게나마 거실은 분리되어 있지만 주방은 없습니다.
시원이 알고 있는 것과 가장 비슷하게 생각한다면...넓은 호텔방. 스위트룸. 그런 느낌이네요.
한시원:방 좋다. 넓고... (제 침대로 다가가 짐을 풀면서 주변을 두리번두리번 구경한다)
리 샤오샤오:딱히 어지를 게 없어서...나 깔끔해. 좋은 파트너고, 좋은 동거인일거야. (어쩐지 기세등등하게 내뱉는다)
아마도. (약간 철회한다.)
한시원:(오오.. 하면서 듣다가) 왜 갑자기 자신감이 없어졌어?
리 샤오샤오:혹시라도 내가 밤에 코 골면 어쩌나 하고...
리 샤오샤오:나 그래도 아침에 이불 깨끗하게 개.
음, 아니. 누구랑 같이 방을 쓴 적이 없어서 모르겠어.
한시원:(칭찬해줘야 하나? 머리를 슥슥 쓰다듬어준다) 그래? 대단하네.
리 샤오샤오:내가 잘 때 내 소릴 들을 순 없으니까. (어쩐지 스다듬받는다)
한시원:정 시끄러우면 방 바꿔달라고 하지 뭐.
구원자니 뭐시기 하면서 설마 방 하나 더 안주겠어?
리 샤오샤오:근데 장교님은 우리가 되게 친해지길 원하는 것 같던데. 왜 그렇지? (신발을 벗어두고 방에 들어가자마자 짐이 놓여있는 침대로 다가간다) 아, 신발장은 오른쪽. 약간 홈 패여있는 거 보여? 그거 누르면 열려.
한시원:아, 신발장은 오른쪽.. (홈을 눌러 열고 안에 신발을 가지런히 넣어둔다) 글쎄, 내가 생각하기엔... 카운터가 타이머의 능력에 긍정적으로 개입하거나 간섭할 수 있다고 했던 그것 때문인것 같은데?
친해지는거랑 무슨 상관인진 모르겠지만... 하여튼 비협조적인것보단 나을테니까.
리 샤오샤오:하긴, 파트너니까...우리가 친해질 수록 합을 더 잘 맞추나봐.
이게 네 짐이야? 별로 없네.
하여튼 마음에 안들어(이제 거의 말버릇)
리 샤오샤오:필요한 거 있으면 좀 주문해달라고 해야겠다...
한시원:그래도 있을건 다 있어. 여벌옷이랑, 슬리퍼랑, 휴대폰 충전기랑....(착착 꺼내 정리한다)
주문하는 물건들에 대한 비용은 여기서 다 대주는거야?
리 샤오샤오:응. 타이머...랑 카운터니까. (슬리퍼도 있네. 신기해하며 나오는 짐들을 본다)
숙식제공 무임노동이라고 하나?
그럼 이렇게 된 거 비싼걸 잔뜩 시켜야겠어. 주문할땐 휴대폰으로 해?
리 샤오샤오:아니, 휴대폰으로는 안돼. 연구원들이나 데스크에 필요한 걸 말하면 금방 도착할거야.
한시원:한 달 급여가 기본 200단위니까.. 게임기 30만원, 식대 40만원.. 그리고 임대로 40만원 정도로 잡으면...
응, 해본 적 없어?
(이것저것 계산하는 시원을 신기하게 쳐다본다. 어디 가서 절대 손해보지는 않겠다, 하는 기분으로...)
한시원:그럼 게임기를 사서.. 중고로 판매하는것도 괜찮겠다.
한시원:애초에 숙식제공 무임노동에 이런식으로 모든 복지를 지원하는것부터가.. 여기 뼈를 묻어라 하는 것 같아서 불쾌해.
당연하지. 적금 들어서 노후에 차곡차곡 써먹어야하는데.. 여기 4대보험은 들어주는거야?
리 샤오샤오:(점점 더 동그래진 눈으로 시원을 본다) 돈은 어디에 넣어두려고? 개인계좌? 안 될 것도 없겠지만...
(이내 상쾌하게 웃는다) 그냥 본부에 돈 달라고 하면 안돼?
한시원:(머리속으로 한참 이것저것 계산하다가 뒷말에 모든 생각이 뚝 멈춘다) ....................돈 달라고 하면 줘?
리 샤오샤오:안 해봐서 모르겠어. 하지만 주지 않을까?
우리가 정식 임관을 받고 나면...
지금은 아직 학생이니까.
한시원:그렇구나.. (머리속을 가득 채우고 있던 돈과 미래설계 등등에 대한 것들을 정리한다) 그럼 이건 좀 더 자리 잡은 다음에 정하는게 낫겠네.
이제 막 들어와놓고 이것저것 요구할수는 없으니까...
(짐을 대강 정리하고 침대에 걸터앉는다) 숙소에서는 보통 뭐하면서 보내?
리 샤오샤오:보통은 밤에 잠 자거나, ... ... ...
그러고 보니 난 숙소에 오래 안 있네.
보통 훈련을 하거나 옥상에서 놀아.
한시원:바깥으로 많이 도는구나..(신기해하는 집돌이) 근데 옥상은 출입금지 아냐?
리 샤오샤오:아, (쉿, 하듯이 검지손가락을 입에 올린 채 웃는다)
한시원:(눈을 동그랗게 뜬다) ...마냥 말 잘듣는건 아니었네.
거긴 뭐 재밌는게 있어?
리 샤오샤오:그냥 텅 빈 공터처럼 생겼어. 별로 특별할 건 없는데...
날이 좋을 때 누워있으면 편하거든.
한시원:출입금지니까 아마 잠겨있지 않을까 싶은데...(어쩐지 작은 소리로 이야기하게 된다) 능력으로 들어가는거야?
리 샤오샤오:(그건 생각 못했다는 듯이 눈을 깜박인다) 능력은 너무 요란하니까.
그냥 힘으로.
한시원:..... .... .... ....힘?
리 샤오샤오:아, 올라갈 땐 가끔 능력으로 쓰기도 해.
리 샤오샤오:으응, 뭐... ... (말을 돌리듯 웃음으로 무마하려다가)
문이 좀 헐거워. 잘 비틀면 경첩이 떨어지면서 열리거든.
그런데 나올 때 원상복구 해 놓는 게 일이라서...더 쉽게 가는 방법도 있기는 해.
(샤오를 쳐다본다) ..?
날.....아가나..?
리 샤오샤오:날아가기보단...타고 올라가는게 더 맞는 표현이지만.
다음에 한 번 보여줄게. 한 번에 두 명은 안 올라가 봐서...
어느 정도 능력을 쓸 수 있게 되면 시원 혼자 힘으로도 올라갈 수 있을 걸.
넌 담도 크다. 떨어졌다간 바로 머리 깨져 죽을텐데...
그래도 다음에 한 번 데려가줘.
출입금지 라고 적힌곳에 들어가보는건 처음이야.
모범생이었구나.
떨어져서 죽는 건 걱정 안해도 돼. 내가 도와줄게.
한시원:...(큼.) 바른 시민이라면 들어가지 말란 곳엔 안들어가.
기어이 날 데리고 벽을 탈 생각이구나.
한시원:...좋아, 그래도 네가 봐주면 죽진 않겠지.
(주섬주섬 잠옷을 챙긴다) 잠은 몇 시에 자?
리 샤오샤오:보통 12시에서 1시쯤? 밤에 놀 때도 있지만, 보통은 그래.
한시원:생각보다는 늦게 자네. 별달리 할 게 없어서 다들 일찍 자려나 했는데. (지금 시간은 몇 시 일까?)
현재 시각은 11시 정도네요. 꽤 인적이 드문 시간입니다.
한시원:시간이 조금 애매하네. (잠옷을 끌어안은채로 고민한다) 잘까? 아니면 나갔다올까?
리 샤오샤오:지금 시간이면... (잠시 생각하다가) 도서관 구경할래? 난 자주 안 가긴 해도, 지금 시간에 잘 어울리는 것 같아.
한시원:그럼 책 몇 권 빌려올까. 조금 읽다가 자면 좋을것 같아. (겉옷을 간단히 챙기고 신발을 꺼내 신는다.)
리 샤오샤오:(신발장에서 편한 슬리퍼를 꺼내 신고는) 보통 어떤 책을 좋아해? 난 이것저것 뒤적이다가 끝까지 읽어본 건 별로 없는데...오늘은 시원이 추천하는 거 읽을래.
한시원:시집이나 소설을 좋아해. 가끔 추리나 공포물도 읽긴 하지만. (어 뭐야 나도 슬리퍼 신음)
진달래꽃이라는 시집 알아? (문을 열고 복도로 나간다) 거기 들어있는 초혼이라는 시를 좋아해.
도서관이 어느쪽이지?
리 샤오샤오:진달래꽃...초혼...둘 다 처음 들어. (진짜 책 많이 읽는구나, 하고 덧붙이며 엘리베이터로 향한다) 1층 안쪽에 있어. 로비 옆에 있던 복도로 들어가면 돼. (1층을 누르곤 벽에 편히 기댄다)
한시원:(엘리베이터에 올라타서는 낯가린게 언젠가 싶을 정도로 조잘조잘 말을 꺼내기 시작한다.) 이미 죽어버린, 사랑하는 사람의 혼을 부르는 내용의 시인데 좋은 구절이 많아.
심중에 남아있는 말을 끝내 못했다는 부분도 좋았고..
선채로 이 자리에 돌이되어도 계속해서 이름을 부르겠다는 부분도 좋았어.
리 샤오샤오:(시원이 이야기를 잇는 동안 미소 띤 얼굴로 지켜본다. 말 수가 적은 건 아니구나. 낯을 가리나? 어쨌든 금방 편안해진 것 같아서 다행이다. 여기에서 다른 사람하고 이 정도로 긴밀하게 지낼 일은 별로 없으니까. 수업을 듣거나 훈련할 때도 즐거워하면 좋겠는데. 이런 저런 생각을 길지 않게 하며) 시원은 감성적이네.
한시원:그정도로 절절하게 사랑해본 적이 없어서 화자의 심정을 완전히 이해할수는 없었다는게 흠이기는 해도.. (말을 하며 문득 네가 웃는 얼굴로 이쪽을 보고 있는게 느껴져 어쩐지 멋적어진다. 이야기의 말끝을 흐리며 시에대한 이야기를 몇마디 더 얹고 마무리한다.) ...아니라고는 못하겠지만...
시나 책을 읽고 느끼는 바가 아예 없다면 그건 그거대로 불행했을지도 모르니까. ...좋은거겠지?
넌 안그런 편이야?
리 샤오샤오:응, 좋아. (가볍게 웃어보인다. 호불호가 확실하고, 예민한 성격인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조숙한 구석이 있다. 사람은 예민한만큼 섬세하다더니 그 말이 딱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아마도 카운터라는 게 있다는 게 공개되면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럴 땐 어떻게든 해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조금 마음을 놓고) 시는 한 번도 안 읽어봤어. 어렸을 때 동시라면 조금 읽었겠지만...
나도 좋아하는 시 찾아서 감상문 써야지.
한시원:시를 한 번도 안 읽어봤다는건 좀 신기하다. 여기서 문학 같은건 잘 안가르치나보네. (한참 스펀지처럼 이것저것 흡수할 나이에 경험을 많이 줘야하는데.. 또다시 기관의 문제점에 대한 생각을 추가한다) 감상문 쓰면 나도 보여줘.
그리고 초혼도 읽어줘.
네가 그거 읽고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해. 지금까지는 나 혼자 읽고 혼자 생각했었거든.
리 샤오샤오:(알겠어, 하고 대답하는 말에 웃음이 섞인다.) 진달래꽃 가장 먼저 읽을게. 왠지 나 시원 덕분에 똑똑해질 것 같아. (엘리베이터가 1층에 다다르면 내려서 도서관으로 향하는 복도를 쭉 걷는다)
한시원:자기 전에 한두편씩 읽으면 잠도 잘 와. (발걸음을 조금 빨리하며 이전과 달리 샤오보다 반걸음 정도 앞서 도서관에 도착한다)
너 그럼 도서관에는 얼마나 와봤어?
그래도 오늘이 처음은 아닐거 아냐.
리 샤오샤오:(이번에는 이쪽이 보폭을 맞춰 걷는다.) 그래도 이것저것, 보고 숙제하는 것들도 있어서 일주일에 한 번은 와.
숙제하면서 본 책은 책으로 안 치나? 너무 아무생각없이 본 것 같기도 하고...
한시원:학생이라고 숙제도 있구나.. (네 말에 고개를 젓는다) 숙제로 본 것도 본거지. 생각없이 본 것 같아도 머리속에 남아있다니까.
난 공부도 제대로 안시키고 훈련만 집중하는줄 알았더니 그건 또 아닌가보네. (도서관을 쭉 둘러보며 볼만한 책이 있는지 살펴본다.)
리 샤오샤오:응. 그래도 나름 수업도 있어. 대부분은 교과서 같은 거 없이 하지만...대부분 시간은 훈련에 쓰고. 내 문학 선생님은 시원이 되겠네.
시원은 원하는 책을...찾을 수 있었을까요!?
한시원:
자료조사
기준치: |
60/30/12 |
굴림: |
3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내가 찾은 책은...)
시원은 어렵지 않게 분류를 훑어 근현대문학 코너에 도착합니다.
(나는 샤오한테 찾아줄 진달래꽃을 구하러 왔다)
시 문학 책장에서 시집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역시, 학교 도서관에 앉아있던 시간은 헛되지 않았네요.
한시원:(시집을 들고 샤오에게 간다) 자, 이거.
리 샤오샤오:벌써 찾았어? 금방이네. (시원이 내민 시집을 받아든다) 생각보다 얇구나. 하긴, 시니까... (내용을 훑듯이 팔락인다)
한시원:나는 이거 가져왔어.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라는 시집을 보여준다) 오늘 자기 전에 읽을거야.
욕심내지 말고 하루에 두 편 정도만 읽어봐. 금방 재미 붙일걸.
리 샤오샤오:하루에 두 편이면... (금방 읽겠네, 하고 생각했다가...금세 거둔다. 제대로 읽으려면 한 편을 여러 번 읽어야 하는 걸지도. 생각을 하고 읽으면...) 이거, 어쩐지 훈련할 때보다 더 자신 없어진다...
나, 이거 잘 읽으면 내가 먹고 싶은 요리 해주라.
한시원:너무 무겁게 생각 안해도 돼. (자신없어 할 때도 있구나. 당연한걸 가지고 신기해한다.)
어떤 요리가 먹고싶은데?
많이. (강조함)
적당히 기름향이 날 정도로 고슬고슬하게 볶은 게 좋아.
고추기름을 쓰면... 되는거겠지. 난 매운거 잘 못먹어서 맵게 만들어본적이 없거든.
좋아, 그럼 넌 잘 읽을 수 있게 노력하고, 난 그동안 매운 볶음밥 만드는법 공부하는걸로.
리 샤오샤오:(눈을 동그랗게 뜬다.) 매운 거 못먹어? 그럼 내 건 매운 볶음면으로. 그리고 시원이 제일 자신있는 음식도 하나 해줘.
잘 하는 걸 만들면 자신감도 붙잖아.
한시원:그럼 매운 볶음밥이랑 오므라이스 해줄게.
두개 다 먹을수 있는거지?
리 샤오샤오:응. 둘 다 많이 만들어도 상관 없어.
한시원:나 요리 할 때 손이 커서 양이 좀 많아. (당부하듯)
얼마나 잘먹길래.. 궁금하다.
어차피 내일 같이 밥 먹겠지만. 아침 먹어?
리 샤오샤오:응, 아침도 먹어. 삼시세끼 전부.
리 샤오샤오:시원은 안먹어? 방으로 가져다줄까?
한시원:원래는 잘 안먹어. 간단하게 먹거나..
방에서 먹어도 되는거면 방에서 먹고싶긴한데. 너도 방에서 같이 먹을래?
리 샤오샤오:그래, 그럼 내가 내일 아침에 가지고 와야겠다. 나 좀 일찍 일어나거든. (책을 옆구리에 끼고 도서관을 나선다)
한시원:의외로... 부지런하구나. (말이 끝나자마자 손을 내저으며) 아니, 게으를거라고 생각한건 아니지만.
그냥 내가 아침에 잘 못일어나니까 너도 그럴거라고 생각했나봐.
리 샤오샤오:(어떤 말인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웃더니,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며 자기를 척 가리킨다.) 군인습관.
그래서 종종 낮잠도 자.
한시원:17살한테 군인습관을 들이다니 역시 이 기관은...
낮잠 자는건 건강하고 좋네.
원래 사람은 낮잠도 같이 자줘야하는게 맞대. 그냥 다들 바쁘니까 못자는거지.
(엘리베이터에 올라타선 버튼을 눌러 문을 닫는다)
나도 여기 계속 있다보면.. 아침에 강해지겠지?
리 샤오샤오:보통은 하루 스케줄이 짜여 있으니까, 금방 익숙해 질거야. 잘 못 일어나면 내가 깨워줄게. 어차피 바로 옆이고.
한시원:아무리 좋은곳에 와도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하는건 변함 없구나.. (작게 하품을 하며 엘리베이터의 숫자가 올라가는것을 가만히 쳐다본다.)
슬슬 졸려. 책 펴자마자 잠드는거 아냐? (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면 먼저 내려 샤오를 기다린다)
리 샤오샤오:오늘은 피곤할 만 하지. 일이 엄청 많았잖아. (얼굴에 졸음기가 묻어나오는 것이, 또 평소의 인상과는 다르다는 느낌이 들어 속으로만 웃는다. 표정이 많네.) 오늘은 졸리면 바로 자버려, 시원.
한시원:그럴까.. (이젠 별달리 낯을 가리지도 않는지 입을 가리지도 않은 채 흐아암. 늘어지게 하품을 한다.) 넌 아직 괜찮아?
네가 평소 자는 시간보다 늦게 자는데, 원래는..
리 샤오샤오:(도어락을 열고 문을 열어주며) 아니, 나도 슬슬 졸리려고 해. 너 자면 나도 자야지. 오늘 하루 있었는데 되게 오랫동안 같이 지낸 것 같다.
한시원:그러고보니.. 언제부턴가 너무 편하게 대한것 같네. (언제부터였지? 작게 중얼이며 안으로 들어간다.)
나 먼저 씻어도 돼? (주섬주섬 세면도구를 챙긴다)
리 샤오샤오:파트너니까. (대강 이유를 귀결시킬 수 있는 편한 핑계인 것 같다. 당장은 그것 외의 이유가 떠오르지 않기도 하고.) 응, 괜찮아.
한시원:(욕실에서 간단히 씻고 잠옷을 갈아입는다. 들어갈때는 그나마 나른해보였던 얼굴이었으나 끝내고 나올 즈음엔 눈을 반밖에 못 뜬 상태가 된다) ....
(침대에 풀썩)
리 샤오샤오:(어느새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다리만 빼둔 채 침대에 반쯤 누워있다가...부스럭거리며 나오는 소리가 들리면 슬쩍 몸을 일으키며 웃는다.) 이불 덮고 자, 시원.
한시원:침대가 너무 푹신해... (덮는 이불 위에 푹 누워있다가 힘겹게 일어나 한겹 아래로 내려간다)
내일 깨워줘. 아침에..
리 샤오샤오:응, 깨워줄게. (다리를 침대 위로 올리고 모로 누워 네가 이불 안으로 꾸물꾸물 들어가는 것을 본다.) 잘 자, 시원.
한시원:...잘 자, 샤오. (눈을 감은채로 웅얼거리듯이 대답하고는 몇 초 지나지 않아 숨소리가 곤해진다)
정리나 걱정은 내일로 미뤄둬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이 곳에 온 후로 간만에, 이렇게 편안한 밤인걸요.
-----------------------------
동 세대의 타이머와 카운터는 아직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정식 임관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그 때문인지, 시원이 연구원에게 간략하게 전해들었던 스케줄 또한 수업과 훈련으로 차 있었죠.
리 샤오샤오:(아직 이불에 파묻혀 있는 덩어리를 가볍게 흔든다.) 시원, 일어나.
한시원:(이불 안쪽에서 작게 꿈틀거리던 것이 꾸물꾸물 반쯤 일어났다가 푹 꺾인다. 뒤통수만 이불 밖으로 튀어나온 채로 한숨을 길게 내뱉는다) 으으...
몇시야..
리 샤오샤오:9시. 깨워도 통 안 일어나길래, 아침 가져왔어.
한시원:(그 자리에서 몇 번 더 뒤척이다 반도 못 뜬 눈으로 몸을 일으키면 흐린 시야에 아침을 들고 있는 샤오가 들어온다. 잠시간 '얜 누구고.. 여긴 어디고...' 라고 말하는듯한 표정으로 우뚝 멈춰있다가) 아, (어제 숙소를 옮겼다는걸 기억해냈는지 얼굴을 벅벅 문지른다) 고마워.. 생각보다 오래 잤네.
으으 (기지개를 쭉쭉 켠다) 넌 아침 먹었어?
리 샤오샤오:응, (찬찬히 현실을 파악하는 듯한 표정에 잠시 웃는다. 보기보다 조금 맹한 구석이 있다.) 아직. 같이 먹으려고 오자마자 깨운거야. 혹시 못 먹는 거 있어? 이것저것 가져오긴 했는데...
한시원:안익힌 해산물이나... 가지조림 같은 식감만 아니면 보통 먹어. (방 안에 식탁이 없었던것 같은데.. 어디서 먹을지 가늠하며 주변을 둘러본다)
리 샤오샤오:가지조림 같은 식감? 그게 어떤거지?
물컹하고...그런 거?
한시원:음.... 응. 질퍽질퍽 물컹물컹. (묘사를 하면서 잠시 인상을 찌푸린다)
리 샤오샤오:(한 번 손을 우측으로 저으면, 저 멀리 배치되어 있던 테이블이 죽 끌어져 얌전하게 침대 앞에 우뚝 선다. 동시에 언제부터 허공에 떠 있었는지 모를 음식들이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내며 식탁에 얹히기 시작한다)
너 실생활에도 아주 유용하게 쓰는구나. (가만히 앉아있으면 알아서 밥이 생기고 상이 차려지는 기묘한 상황에 어쩐지 몸둘바를 모르고 움찔거린다. 뭐 도울거 없나..)
리 샤오샤오:음... ...보니까 그런 건 없는 것 같은데. 아침은 보통 간단하게 나오거든. (무언가를 깔아두는 제스처, 접시를 놓는 듯한 손동작, 접시를 돌려 재정렬하는 듯한 몸짓...연습인지 습관인지 모를 유려한 동작들이 이어지면 어느새 식탁은 호화롭게 가득 찬다.) 응?
시원도 할 수 있을거야. 나랑 같은 능력이라고 했으니까...중력은 조절하기 어렵지 않거든.
헤이싱 같이 예언 같은 거라면 더 쉽긴 하겠다. (굽기별로 가지런히 놓인 식빵, 수란이 얹힌 게살스프, 클램차우더, 베이글을 잘라 그 사이에 신선한 재료를 가득 넣은 샌드위치, 올리브유가 뿌려진 흰색 치아바타, 샐러드와 가벼운 죽...어디서 조식을 전부 끌어온 것 같은 식탁이 되었다.) 걔네는 듣기만 하면 된다던데. (의자를 끌어다가 맞은편에 앉는다)
한시원:손으로 직접 나르고 움직이는데에 너무 익숙해져 있어서 이렇게 쓸거라고 생각도 못했었어. (이제서야 눈치채는 것이지만 손이 크고 길쭉길쭉 해서 꽤나 미형이다. 가벼운 쇼를 보여주는 것처럼 허공을 부드럽게 헤치며 움직이는 것을 저도 모르게 빤히 들여다본다.)
...아침은 보통 '간단'하게 나온다고 하지 않았어? (상다리가 부러질것 같은 식탁을 뒤늦게 인지한다)
리 샤오샤오:응. 그런데 네가 뭘 좋아할 지 몰라서. 어제 음식 취향을 물어보는 걸 깜박했어.
먹고 싶은것만 먹어도 돼. 나 잘 먹거든.
한시원:...다 맛있게 생겼어. (연구동에 있는 동안 식사를 자주 거르고 간식만 종종 먹었는데 아침이 제법 소화하기 좋게 잘나온다 생각한다) 아무리 잘먹어도.. 둘이서 먹기엔 좀 버겁겠다.
원래 같으면 요거트나 두유처럼 오며가며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때우거든. (겉을 가볍게 익힌 식빵을 집어와 4등분으로 찢는다)
리 샤오샤오:남기면 남기는대로 괜찮아. (그걸로 아침이 되나, 하듯이 눈을 깜박인다.) 적게 먹는구나.
오늘은 좀 배가 차게 먹어둬. 둘이 같이 하는 첫 훈련이니까, 능력을 제법 쓰고나면 체력이 딸릴 수도 있거든.
한시원:아침에 많이 먹으면 부대끼고... 먹을 시간에 좀 더 자고싶어서 어쩔 수 없었어.
아, 오늘 훈련에 들어가는구나.
....너에 비해 난 햇병아리 수준이라 훈련을 같이 하긴 어렵지 않을까? (허공을 너무 자연스럽게 날아다니던 음식들을 떠올린다)
리 샤오샤오:따로 하면 그게 더 이상한 걸. 파트너인데. (시원이 식빵을 입에 대는 것을 보면, 한 손에 그득 담길 것 같은 샌드위치를 집어와 우물거린다.)
한시원:수준이 안맞을까봐 그렇지. (식빵을 스프에 찍어 우물우물 먹는다)
(샤오가 먹는 큼직한 샌드위치를 빤히 보더니) 샌드위치 뒤쪽으로 안흘러내리게 능력으로 조절할수도 있어?
리 샤오샤오:그래도 너랑 같이 하면 재밌을 것 같아. 나도 시원이 능력 쓰는 거 보고싶기도 하고. (응? 하며 시원을 보더니)
그건...안 써봤어. 발상이 좋구나, 시원.
딱히 흘린 적이 없어서.
한시원:내가 하는거 보고 웃지마.. (여러종류의 음식을 맛보듯 한두입씩 골고루 집어먹는다. 대신 먹어줄 사람이 있어서 마음이 좀 편함)
아, 지금 능력 쓰고 있는거라고 생각해서 말한건데.
난 맨날 흘려서 샌드위치 잘 안먹어.
신경써도 마지막엔 뒤로 다 빠져나가더라고.
리 샤오샤오:알겠어. 옆에서 열과 성을 다해서 응원해줄게. (샌드위치를 깔끔하게 한 입 더 베어문다. 시원의 말에 그런가, 하고 샌드위치 밑을 보더니) 샌드위치는 안 흘리고 먹는 방법이 있어.
밑을 모아 잡고 먹으면 안 흘러. (결국 더 벌어진 앞면을 싹 먹어치워야 한다는 얘기)
한시원:아니, 조용히 있어. 한마디도 하지마. (신신당부 해놓고 샌드위치를 안흘리는 비법에 집중했다가...)
...그건 너만 가능한걸지도 몰라.
리 샤오샤오:아무 말도 하지 마? 힘내라는 말도?
(클램차우더를 몇스푼 더 떠먹다가 식기를 내려놓는다.)(든든)
훈련은 어떤식으로 해?
리 샤오샤오:(아직 한참 남은 음식들을 차근차근 먹는 중이다. 방금 막 죽을 끝냈다.) 그때그때 달라. 조절 연습을 할 때도 있고, 최대 강도를 측정할 때도 있고, 운용 방식을 다양하게 만들어 볼 때도 있고...
그래서 오늘은 무슨 훈련일 지 궁금하네. 우리 둘이 합을 맞추는 거라던가.
한시원:(내가 한입씩 찍어먹었던 것들을 설거지하듯이 비워가는 샤오를 신기하게 구경한다) 합을 맞춘다라..
둘이 어떤식으로 능력에 영향을 끼치게 되는건지도 공금해.
내가 네 능력을 제어한다거나.. 더 끌어올려준다거나..
그런것도 가능한걸까?
(결국은 내가 샤오만큼 능숙해져야겠지만...)
리 샤오샤오:그러고보니 그 설명을 제대로 안해줬네. (문득 장교의 말을 떠올린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하는 개입과 간섭이라니. 둘의 능력이 증폭되기라도 하는 건가? 하는 상상을 하면서...그런 난 메테오도 만들 수 있겠다. 하는 생각에 혼자 핫 소리를 내며 웃는다.) 기대된다. 그게 뭐든지.
한시원:힘을 중첩시키는것도.. 잘만 운용하면 가능할것 같아. (나는 샤오가 능력을 어떤식으로 사용하는지 알고 있을까? 뭔가 영상매체를 통해서 알게됐다던지.)
샤오샤오의 특기는 자신의 중력을 제어하는 것인데, 스스로의 몸에 작용하는 중력을 아주 정밀하게 조정하여 마치 공중을 나는 듯한 모습을 선보이기도 했었죠.
중력이란 어느 사물에나 깃들어 있는 것이라 그 활용 방법은 무궁무진할 것 같습니다.
그에 반해 연구원이 연구한 바로, 시원의 특기는 자신 외의 것에 작용하는 중력을 제어하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샤오샤오가 보여준 것처럼 사물들을 마치 신체의 일부처럼 조종한다던가, 빠른 속도로 낙하하는 물체를 멈추거나 날려보낸다던가...
한시원:(새삼 중력이라는 걸 자기 몸에 적용해서 쓰다니 과감하네. 겁도 없고... 아마 나는 내 몸에 작용할 수 있었어도 그러진 않을것 같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조절이 서툴었던 탓인지 멈추려던 의자는 하늘 위로 날아가버리고 말았었지만요.
이능력을 '잘' 운용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다고들 합니다.
'자신의 중력'을 제어하는 것에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기 때문인지, 잘 이미지화가 되지 않아서인지는 몰라도...아직 시원은 샤오샤오의 방식으로 능력을 다루어 보지는 못했네요.
한시원:너처럼 실생활에서도 자주 쓰다보면 나도 금방 적응하게 될까?
(난.. 나한테는 절대 안 써!)
(실수로 내 몸을 찌부러뜨리면 어떡하나.. 걱정부터 한다)
물론 그럴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몸에 작용하는 중력은 아주 세밀하게 다루지 않으면...
무중력 상태에 빠져 멀리 떠버리거나, 지나치게 힘을 주는 바람에 뼈가 견디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요.
리 샤오샤오:으음, (잠시 고민하듯이 고개를 갸우뚱, 한다.) 요령만 익히면 나머지는 전혀 안 어려워.
아마 너도 그럴거야, 시원. 능력이라는 건 뭐든지 할 수 있거든. 그걸 잘 쓰는 방법만 알면 돼.
한시원:아직은 감이 잘 안 와. 평범하게 17년이나 살았는걸. (빈 식기 중 하나를 빤히 보다가.. 능력을 써서 살짝 들어올려본다)
시원은 능력을 써서 접시를 살짝 들어올립니다.
살짝 공중에 뜬 채 좌우로 흔들거리고 있습니다.
리 샤오샤오:(몇 접시 남지 않은 데에서 딤섬을 집어먹다가 시원을 향해 손을 가로로 펼쳐보인다.) 이렇게 해봐, 시원. 손을 반듯하게.
한시원:(시선이 조금만 다른곳으로 팔려도 잘못 떨어뜨릴것 같아서....) 이정도도 뭔가 불안정해.
....반듯하게?
(힐끔 샤오의 손을 확인하곤 천천히 손을 편다. 반듯하게..)
시원이 손의 모양을 바꾸며 약간 집중력이 흐트러진 탓인지, 접시는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처럼 수직으로 대롱, 매달렸다가...
아직도 조금씩 흔들리기는 하는 것 같지만, 아까보다는 낫네요.
안정감..? 인가. (그러고보니 아까 음식 옮길때도 이런식으로 펴고 있었지. 살짝살짝 따라해보며 요령을 익히려한다)
리 샤오샤오:익숙하면 그냥 아무 동작 없이도 능력을 쓸 수 있지만, 아무래도 익숙하지 않은 걸 할 땐 머릿속으로 상상을 하면 더 도움이 되거든. (제 방법이 통한 것이 못내 기쁘다. 방식이 달라도 같은 시간을 지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물건을 옮기는 건 아무래도 집중력을 많이 써서, 항상 이렇게, (한 손으로는 주전자를 따르고, 한 손으로는 찻잔을 드는 듯한 모양새를 취한다. 그러자 식탁에 놓여있던 물병이 부드럽게 올라와 시원 앞의 빈 컵에 물을 따른다.) 하거든.
이러면 집중을 훨씬 덜 해도 돼.
한시원:잡생각이 너무 많아서 불안정한 것 같기도해. 자꾸 실패했을때를 떠올리게 되거든. (조금 전보다 흔들림이 줄어들은것을 천천히 내려놓고는 잔에 물이 담기는것을 본다.) 넌 정말 네 몸처럼 쓰네.
처음 할 땐 너도 나처럼 잘 못했어?
리 샤오샤오:실패했을 때 보다는, 네가 하고 싶은 걸 떠올려봐. (부드럽게 미소지으며 손을 내려놓는다. 어느새 식탁의 음식은 전부 비었다.)
응. 이것저것 부숴먹어서 자주 잔소리를 들었어.
역대 10시들도 전부 이랬다고 하더라고, 개인차는 있지만...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금방 익숙해졌어.
한시원:내가 하고싶은거... (생각해보면 버릇처럼 실패했을 때만 상상했구나 싶어져 머쓱하게 뒷목을 매만진다)
넌 왠지 처음 능력을 쓸 때도 나처럼 괜한 걱정은 안했을것 같아.
물건 부수고도 너스레나 떨었겠지. (본지 하루 밖에 안되었음에도 답지않게 확신한다.)
(손을 이리저리 저으면 빈 접시들이 차곡차곡 쌓인다.) 너는 안그랬어, 시원?
대부분 12살 생일이 되면, 어쩌면 내가 타이머는 아닐까 생각하곤 하잖아.
한시원:난.. 타이머가 될거라는 생각은 안해봤어. 어릴때도 세계평화 같은거엔 관심 없었거든. (제 몫의 식기를 정리하다가 근처의 빈그릇들이 허공에 들어올려지면 얌전히 손을 거둔다)
그리고... ...솔직히 원하지도 않았던것 같아.
능력 자체는 매력적이지만 국가를 위해 일한다는것부터가 상상이 잘 안가잖아?
고작 12살인데.
리 샤오샤오:어렸을 때 생각하는 타이머는 스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니까. (작게 웃는다.) 여기에 와서 지내면서도 이상했어.
(그랬다가 시간을 보고는 아, 하고 짧게 탄식한다.) 이제 진짜 가야겠다. 10시 반 부터는 수업이야.
한시원:시간 약속은 잘지키는구나. 출입금지 구역에는 막 올라가면서.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난다) 군인습관인가?
리 샤오샤오:수업은 다들 기다리니까. (교복 자켓을 입으며 대답한다. 삐져나온 셔츠도 정리하고 나면 제법 말끔해진다.)
한시원:각자 훈련하는줄 알았는데.. (교복으로 주섬주섬 갈아입은 뒤 겉옷과 물통을 챙긴다)
(신발도 챙겨신고..)
(복도로 나가서 기다리기)
두 사람은 말끔하게 준비를 하고 서관 2층의 교실로 향합니다.
교실에는 28개의 책상과 의자가 자리해 있네요.
'이제 진짜 가야한다'는 말이 정말이었는지...
샤오샤오와 시원을 제외하면 모두가 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한시원:...(머쓱하게 얼굴을 가린다).....교실에 마지막으로 들어가는거 처음이야....
각 시간의 타이머와 카운터들은 짝을 지어 앉아 있습니다.
창틀 너머로는 아침 햇살이 쏟아지고, 따스한 기운이 완연한 초봄은 수업을 듣기엔 아까울 정도로 완벽한 날씨를 뽐냅니다.
한시원:
관찰력
기준치: |
75/37/15 |
굴림: |
99 |
판정결과: |
실패 |
(나.. 잠이 덜 깼나? 눈을 슥슥 비비고 다시)
관찰력
기준치: |
75/37/15 |
굴림: |
6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그러고 보니, 이곳에 온 뒤로도 딱히 교과서를 받거나 시간표를 본 적이 없네요.
교실에도 교과서는 커녕, 공책이나 필기도구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한시원:(샤오 자리를 힐끔 본다. 샤오도 없나?)
교사:오늘은 새로운 학생들이 왔으니, 간만에 초심으로 돌아가 봅시다.
'시간'은 DOT 입학 후 가장 처음으로 듣는 과목입니다.
이 과목에서는 능력의 정의, 효율적인 능력의 활용법, 능력을 사용해도 되는 상황과 그렇지 않은 상황 등을 배웁니다.
여러분은 어느 정도 이해가 있으니, 오늘은 서로 대화를 나눠보는 게 좋겠네요.
리 샤오샤오:(시원의 시선이 이쪽을 향하는 것을 느끼며 옆을 돌아본다) 여기 수업은 거의 이런 식이야.
애초에 교과서로 만들 수 없는 내용이니까, 그 때 그때 수업자료가 준비되고...
한시원:학생들끼리 자율수업을 하는거야? (교과서 없는 수업이라니.. 머리가 텅 비었다)
하긴 능력도 각자 다 다르니...
리 샤오샤오:외울 것도, 시험도, 성적도 없어. 이상해? (작게 웃는다)
한시원:조금. (덩달아 웃지만 어색하다) 외울게 없다는게 제일 어색해.
두 사람이 담소를 나누고 있으면, 교사가 칠판에 몇 가지 문장을 적었습니다.
1. 타이머와 카운터로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자질은 무엇인가?
2. 타이머가 사라진다면 세계는 멸망할 것인가?
3. 도밍게즈의 건국 신화를 읽고, 시간과 능력 사이의 상관관계를 생각해보자.
한시원:...저게 대화 주제인가? (속닥속닥)
리 샤오샤오:그런가봐. 이것도 여러 번 얘기한 거긴 한데, 나도 오랜만에 보네.
교사:(칠판에서 돌아서서 말을 잇는다.)
타이머와 카운터로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자질은 무엇인가?
한시원: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자질은....(샤오를 본다) ....긍정적 마인드....?
교사:별 것 아닌 문제 같지만, 도밍게즈에서 타이머랑 상당한 영향력을 가집니다.
한시원:그리고... 법에 저촉되지 않을....반항심이 적은....
국가에 충성하는... 세뇌를 당한...
교사:타이머는 하나의 상징이자 세계의 기둥으로써 존재하죠. 따라서 자신의 본분과 역할을 정확히 이해해야 하죠.
그것은 카운터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나라에 몸 바쳐서 사람들을 구해라 이거잖아)
교사:건국 축제를 기점으로 동일한 권리와 의무를 갖게 될 테니 말이에요.
(중얼거리는 시원을 바라보더니, 빙그레 미소짓는다) 어떻게 생각하나요, 시원 학생?
한시원:(애초에 17살한테 세계의 기둥이니 상징이니 무게를 지운다는게 말이 되는) ㄴ, 네?
음...(침착) 그러니까...
리 샤오샤오:편하게 대답해, 시원. (옆에서 소곤거린다.)
타이머가 12살에 능력이 발현되는것을 생각해보면... 조금....
부당한 일이지 않나 생각이 들어요. 어린 나이라 가르치는대로 그렇구나 받아들일텐데...
(말해놓고 눈치를 본다.)
교사:(잠시 시원을 바라보다가, 미소를 띤 얼굴로 말을 잇는다) 구원자라 불리는 삶이 얼마나 무거운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여러분을 봐오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타이머와 카운터는 운명을 짊어져야 하죠. 허무맹랑한 것처럼 들릴 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에요. (말을 마치곤 샤오샤오를 바라본다.)
한시원:...(어쩐지 덩달아 샤오를 바라보게 된다.)
리 샤오샤오:(나? 하듯이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더니 곧 입을 연다.) 으음.
강한 능력이나 자비로운 마음씨, 결단력...이런 것도 있을 것 같기는 한데.
저는 타이머와 자신을 분리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제 파트너 말처럼 누군가는 부당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고, 누군가는 이걸 축복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제가 타이머가 되었다고 해서 온전히 거기에 맞춰 변해야 하는 건 아니니까요.
한시원:(의외의 진지한 대답에 눈을 깜빡인다. 보기보다 생각이 깊구나 싶어져서...)
리 샤오샤오:저는 여전히 취향도 비슷하고, 성격도 그대로고, 취미도 여전하거든요. 조금 신기한 일을 하게 된 나, 정도로 생각하고 부담을 더는 게 가장 중요하지 않나요? (대답을 마치면 가볍게 웃어보인다.)
교사:타이머도, 카운터도 결국 모두 도밍게즈에서 태어난 인간에 불과합니다.
교사:언제나 구원자, 타이머, 카운터라는 이름에 휘둘리다간 오래 버틸 수 없겠죠. 그것은 이 세계의 그 누구라도 감당하기 힘든 짐이니까요.
그렇기에 카운터와 타이머에게 가장 우선적으로 요구되는 자질은 정신입니다.
파랑에 올라타되 휩쓸리지 않을 정신, 거센 바람에 넘어지지 않을 정신...
타이머와 카운터의 교육을 맡은 저는 그런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여러분은 분명히 타이머이기 때문에, 카운터이기 때문에 희생을 강요받는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실제로 사람들이 여러분에게 그것을 요구하기도 하겠죠.
교사:저는 여러분이 그럴 때, 타이머와 카운터는 단순히 '일'이라고 생각했으면 합니다.
사람들을 구원하는 것을 사명으로 삼지 않는, 그저 사람들을 도와주는 일을 하는 사람이 된 거라고 말이에요.
한시원:(선생님에 대한.. 호감도 UP... 좋은 사람인것 같아....)
(다들 조금씩 강압적일거라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니네.)
교사:완전한 선은 없다는 말이 있듯이, 사람은 결코 완전하게 정의로울 수 없습니다. (빙긋 웃는다.) 저만 해도, 오늘 동료의 베이글을 뺏어먹고 왔죠.
교사의 농담에 다들 뺏긴 사람은 아마 멀더일거야. 하며 웃습니다.
교사:훌륭한 사람이 되려고 발버둥 치기보다는 다음 날에도 뜨는 해를 생각해봅시다.
리 샤오샤오:재밌는 선생님이지. (시원의 옆에서 작게 소리내 웃으며 살짝 기대 어깨를 툭 친다)
한시원:내가 어제부터 너무 곤두서 있었나봐. (선생님도 인지하고 있었을 부분을 굳이 끄집어낸게 조금 부끄러워서 고개를 좀 숙인다. 민망하게 웃으면서..)
개선되지 않을것 같은 느낌에 좀 화가 나서..
리 샤오샤오:선생님은 별로 신경 안 쓸테니까. 편하게 대답한 게 잘 한 거야.
싫어한들, 도밍게즈가 이렇게 돌아가는 걸.
마침, 샤오샤오의 말과 비슷한 맥락 속에서 교사는 두 번째 문장을 읽습니다.
사람들이 구원자라고 부르는 타이머, 그리고 나아가서 새로운 구원자라 불릴 카운터가 사라진다면 세상은 정말 멸망할까요?
이번엔...이쪽부터 얘기해보죠. (0시 페어가 앉은 자리를 가리킨다.)
멸망할 거다, 아니다, 신인류가 태어날 거다, 넌 소설을 너무 많이 봤다, 멸망해도 인류만 멸망하고 도밍게즈는 푸른 식물 행성이 될 것이다...
한시원:음...(이번에도.. 왜인지 정신적 의존 대상인 샤오를 한 번 봤다가 대답한다) ...아주 작은 소수라도 살아남아서 삶을 지속할 것 같아요. 열린결말 영화처럼...
그렇게 된다면 멸망은 아니지 않을까요?
리 샤오샤오:저도 같은 걸로요. (시원을 한 번 마주봤다가 가리킨다.)
한시원:(같은 생각을 했다는것에 잠시간 들떴다가, 곧 잔잔해진다. 나도 모르게 존경이라도 하는건지..)
교사:(눈썹을 살짝 비틀더니) 동의는 의견이 아니지만, 시원 학생의 가설이 구체적이었으니 이해합니다.
도밍게즈가 생겨난 이래, 타이머가 존재하지 않았던 적이 없으므로 이 문제에 명확히 기다, 아니다를 나눌 수는 없습니다.
교사:타이머의 끝은 세계의 끝, 이라는 것이 충분히 가능성 있는 가설로 여겨지고 있기는 하지요.
세계멸망은 흔히 세계에 부여된 시간이 다 되었기에 때에 맞추어 임하는 것이라 알려져 있습니다.
시간은 끊임없이 흐르고 떠나가므로, 시간이 모두 떠난 세계는 멸망을 겪기 마련이죠.
그렇기에 시간이 끝나지 않고 순환하며 제자리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이정표가 필요합니다.
쉽게 설명하면, 공간에 꽂아둘 책갈피 같은 것이죠.
그래서 시간은 타이머를 낳았습니다.
교사:시간을 세계에 머물고, 존재하게 하는 존재.
타이머는 시간에서 태어나 공간을 누비며 살 그 자체로 세계라 불리는 공간을 구원하고, 역사라 불리는 시간을 구원한다-...
는 것이, 바로 타이머 가설입니다.
한시원:(뭔가 장황하다.. 그리고 추상적이야.)
교사:사람들은 시간이 있기에 타이머가 태어난다고 믿지만, 실상은 반대입니다. 타이머가 있기에 시간이 존재하는 거죠.
인류는 눈에 보이는 것이 있을 때, 비로소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잊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이 모든 것은 하나의 가설에 불과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섭리를 사람들이 역사를 통해 막연히 추측한 것이죠.
하지만 타이머는 여태까지 상당히 위태로운 방식으로 태어나고, 땅으로 돌아가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카운터와 타이머들을 찬찬히 둘러본다.) 타이머가 둘이라면 시간은 더 안정적으로 존재하여 흘러가겠죠.
교사:최소한 끝은 멀어질 겁니다. 영원히 미룰 수 있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최소한 초읽기에서는 벗어날 수 있을 거에요.
저는 제가, 여러분이, 나아가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살아있는 이 세계가 보다 안전하게 지속되었으면 합니다.
그러기 위해 여러 사람이 힘을 모아 방법을 찾아내려 하고 있죠. 여러분도 부디, 우리의 노력이 결실을 보기를 바라며 사이좋게 지내주세요.
한시원:(이야기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 눈에 힘을 주고 있다가... 한박자 늦게 대답한다)아,
넵..
한시원:(나도 그 생각 했다고 말할까말까.. 고민하다가 귀 쫑긋)
듣기
기준치: |
75/37/15 |
굴림: |
34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아주 멀리서, 무언가가 떨어지는 듯한 소리가 들립니다.
무슨 소리지?
시원만 들은 것이 아닌 듯이, 다른 카운터와 타이머들도 제각각의 방향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리 샤오샤오:뭐가 떨어지는 소리 같았는데...
두리번 거리는 타이머와 카운터들에게 유인물을 나눠주고 있습니다.
한시원:
심리학
기준치: |
40/20/8 |
굴림: |
49 |
판정결과: |
실패 |
(우앙 아깝다)
(무슨 소리였을까.. 궁금해서 두구두구..)
(혹시 은밀하게 보고와도 될까? 힐끔힐끔 선생님 눈치보기)
한시원:(교실을 나가면 들키겠지.. 미련 가득한 얼굴로 유인물을 쳐다본다)
애초에 그것이 정확히 어느 방향이었는지조차 헷갈리는걸요.
머릿속 같기도 하고, 아주 먼 들판 같기도 했고...
유인물에는 도밍게즈의 신화에 대한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한시원:(타이머들한테만 들린거면.... 너무 판타지 소설 같나. 잡생각을 하다 곧 잊어버리곤 신화를 읽는다)
교사:마지막 질문은 숙제입니다. 생각한 바는 유인물의 뒷장에 적어서 다음 시간에 내도록 하세요.
한시원:...아직 질문은 말씀 안하셨지? (샤오에게 속닥거린다)
리 샤오샤오:(칠판을 가리킨다.) 아마 저거 일걸. 3번, 도밍게즈의 건국 신화를 읽고, 시간과 능력 사이의 상관관계를 생각해보자.
시간과 능력 사이의 상관관계...
리 샤오샤오:숙제 있네... (유인물을 팔랑거린다.)
교사:오늘은...시간이 꽤 남았지만, 첫 수업이니 일찍 끝내도록 할까요?
아직은 카운터와 타이머가 함께 보낼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거든요. 그런 의미로 주는 휴식이니까, 되도록 파트너끼리는 함께 다니세요.
한시원:
관찰력
기준치: |
75/37/15 |
굴림: |
6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시원은 여러 번 유인물을 읽다보니, 한 장이 아니라 두 장이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한시원:(와악... 신화에 집중하느라 몰랐어)
(뒤늦게 펼쳐본다)
심지어 종이의 아래에는 필수 제출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한시원:처음 만났을때 느낀 감상.......(이런 낯부끄러운 사항을 적어서 내라고...?)
연구라니, 어떤 연구? 그리고 이건 언제까지 내는 숙제인 걸까요...?
한시원:이건 뭐라고 적힌거야.. (눈을 가늘게 뜨고 번진부분을 보다가, 엇 제출기한이 없잖아. 당황한다.)
리 샤오샤오:두 장이네. (팔랑이며 종이를 바라본다. 아무래도 당장 해치울 생각은 없는 듯이...)
한시원:일정 면적의.......뭐를 이후로....(종이 안에 거의 빨려들어갈듯이 집중해 있다가 휴대폰이 울리는 소리에 깜짝 놀란다)
...아아, 아마도 연구라는 건 지금부터 시작되는 모양입니다.
한시원:연구보고라면..(두번째 장을 본다) 이것에 대한건가보네.
리 샤오샤오:바로 갈까? 아니면... (시원이 쥔 유인물을 보고) 숙제하고 갈래?
한시원:숙제는 저녁에 해야겠다. (주섬주섬 유인물과 짐을 챙긴다) 어, 바로 안가도 돼?
리 샤오샤오:응. 사용 가능하다고만 했으니까...
애쉬가 퇴근하기 전에만 가면 되지 않을까? (능청스레 웃는다)
시원이 하고 싶은 것부터 할래.
한시원:그럼... 도서관만 들렀다 갈까? 도움될만한 서적이 있는지 알고싶어.
리 샤오샤오:시원, 진짜 도서관 좋아하는구나.
나 이틀 연속으로 도서관 가는 거 처음이야. (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한시원:하지만, 지금은.. 답이 잘 안떠오르는걸.
참고자료가 필요해. 그리고 네 의견도 궁금해. (짐을 싸서 곧장 도서관으로 향한다!)
너도 처음 수업 들을때 이 숙제 받았어?
리 샤오샤오:그리고 진짜 성실하구나. (새삼스럽지만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네. 아마도 공부도 엄청 잘했겠지...생각하며 시원을 뒤따라간다) 아니, 처음이야.
내 거 참고하려고?
한시원:아, 아니아니! (도둑질 하다 들킨 사람처럼 화들짝 놀란다)
그냥 궁금해서.. 답을 알고싶어서 그런건 아냐.
리 샤오샤오:(잠깐 시원을 보다가, 결국 소리내어 웃어버린다. 항상 정답으로 가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다른 길로 이끌면 쉽게 따라오는 것도 재미있고.) 나도 답 모르는 걸.
애초에 답이 없는 질문일 테니까, 편하게 써. (도서관 문에 다다랐을 때, 문득 멈춰선다.)
있잖아, 시원.
한시원:정말? (불쑥 치고 올라오는 호기심에 고개를 끄덕인다) 난 좋아.
휴대용 스탠드 같은거 사둘걸. 켜놓고 하면 어두워져도 잘보일텐데.
리 샤오샤오:(거 봐, 금방 이런다니까.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복도를 돌아 엘리베이터로 향한다.) 내 책상에 있는 등 가져다 써.
한시원:네 방에 있나? 하지만 왠지 넌 스탠드 켜고 공부 할 타입은 아닌... 아, 있어?
리 샤오샤오:지금은 아직 낮이니까, 옥상은 아직 밝을거야.
한시원:(엘리베이터로 따라간다) 지금 올라갈거야?
(창 밖으로 날씨를 확인한다)
(조금 들뜬채로 엘리베이터 벽면에 기댄다) 재밌을것 같아.
리 샤오샤오:(4층에서 내리더니, 곧장 방으로 간다.) 여기로 가는 게 가장 빨라.
창문..?
리 샤오샤오:응. 우리 방은 누가 들어올 일도 없고, 어쨌든 가 보면 알아.
(신발을 손에 든 채 방을 가로질러 가더니, 겁도 없이 창문을 열어 걸터앉는다.) 아귀 힘 좋아, 시원?
한시원:(따라서 신발을 손에 들고 따라가 도착한 곳이 결국 창문이면 올게 왔구나 싶어진다..) 아귀 힘...은 괜찮을걸?
진짜 벽 타고 가는거야...? 날아가는게 아니고 기어 올라가는거야....? 스파이더맨 처럼...?
리 샤오샤오:그래? 그럼 다행이다. 기어올라가는 게 오히려 더 힘들 걸. 그냥 편하게 가면 돼. (상체를 창문 밖으로 쭉 빼서 바깥을 바라보다가, 두 다리마저 창 밖으로 빼더니 금세 창가에서 사라진다.)
한시원:으어.. (창 밖으로 고개를 빼서 위를 확인한다)
리 샤오샤오:여기, 여기. (창문 옆 벽에 발을 댄 채 쪼그려앉아...그러니까 시원이 보기에는 가로로 붙어 있는 듯한 모습으로 손을 흔든다)
나, 나는.. 그거 못 해. (그래도 창가에 걸터앉긴 한다)
리 샤오샤오:괜찮아, 내가 도와줄게. 자. (네가 창가에 걸터앉으면 손을 내민다)
한시원:(힐끔... 저 아래로 곤두박질치는 상상을 했다가 곧 고개를 설레설레 내젓는다. 실패 했을때 말고 하고싶은 일.) ....(창틀을 다른 손으로 붙잡은채 네가 내민 손을 붙잡는다.)
리 샤오샤오:(네 손을 잡으면, 망설임없이 쭉 당긴다. 시원의 몸이 가볍게 공중으로 떠오르는 듯 했다가...이내 가볍게 벽에 발을 딛고 착지하는 것까지.) 봐봐, 됐지? 지금 너만 중력을 따로 받고 있는 거 느껴져?
지금 내가 누르고 있으니까, 편하게 힘 풀고 서봐. (다른 한 손도 끌어다가 쥔다)
한시원:우, 으아... (아무런 반항 없이 자연스럽게 허공 벽에 발을 딛고 선다. 당장에라도 떨어질듯 불안정하지 않을까 걱정했으나 평지에 서있는것처럼 자연스러울 뿐이라, 조금 신기하고... 양 손을 네게 내맡긴 뒤에는 한발짝 걸어볼 용기도 생긴다.) ....생각보다, 안무서워.
(오른발을 앞으로 내딛어 한발짝 걸어본다)
리 샤오샤오:그치? 우리한테는 숨쉬듯이 자연스러운 일이야. (가볍게 웃으며 네가 한 발짝 걸으면 함께 발을 옮긴다) 네 몸에 직접 거는 게 무서우면, 주변의 공기만 벽 방향으로 눌러봐.
벽에 기대서 걷는 느낌이 나긴 하겠지만...해 볼래?
한시원:벽 방향으로... (네가 하는 말을 입으로 반복해 중얼거리며 주변의 공기들이 서서히 벽쪽으로 눌리는 상상을 한다. 그러다 '해볼래?' 라는 말이 들리자마자 급하게 네 손을 꽉 쥔다) 아..! 손은 놓지마!
리 샤오샤오:(네가 손을 세게 잡는 것에 으하학, 하고 웃어버린다.) 알겠어, 절대 안 놓을게. 그냥 힘만 풀거야.
어때? 다 됐어?
한시원:두발 자전거 가르쳐주는것처럼 하면 안 돼. (팔이 발발 떨릴 정도로 세게 네 손을 잡은채로 다시 벽으로 공기를... 벽으로 공기를.... 무언가 몸을 가볍게 눌러주는것 같다는 기분을 느끼면 고개를 끄덕인다)
리 샤오샤오:(네가 고개를 끄덕이자, 서서히 네 몸에 가했던 힘을 푼다. 조금 몸이 흔들리는 것 같다가도 여전히 바로 서 있는 것에 미소지으며 힘주어 손을 잡는다.) 잘 하고 있어, 시원.
정말, 이전보다 능력을 사용하는 것이 훨씬 원활한 것 같습니다.
너무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은 적절한 압력의 중력이 시원의 전신을 감싸고 있는 기분이에요.
한시원:(몸을 단단히 붙잡아 주고 있던 힘이 빠지면 불쑥 불안감이 치밀었다가도, 샤오가 가르쳐준대로 벽을 자연스레 걷는 상상을 한다. 처음 한 번 휘청였던것 뒤로는 그래도 제법 안정적인 걸음걸이로 한발씩 벽을 딛는다.) ....걸음마 하던 때로 돌아간것 같아.
리 샤오샤오:능력 걸음마...그렇게 말하니까 귀엽다. (시원의 속도에 맞춰 천천히 걷는다. 양 손을 붙잡은 덕에 시원보다 조금 위에서 뒤로 걷는 형태지만.) 4층에서 출발한 거니까, 조금만 더 걸으면 돼.
한시원:(재밌다. 제 발을 내려다보며 조금씩 일반적인 걸음걸이의 속도로 변하기 시작하면 시선을 정면으로 올릴 정도로 여유로워진다.) 내려올때도 이렇게 내려와야 하는거지?
리 샤오샤오:응. 내려올 때는 바닥을 보고 걸어야 하니까...내가 밑에서 걸어줄게. 그럼 날 보고 있으면 되잖아. (이윽고, 옥상 난간에 발이 닿으면 중력의 방향을 전환하며 난간을 넘어간다.) 여기야.
한시원:(별 생각 없이 난간을 넘어가려다, 방향을 바꾸느라 헛발질을 몇 번 한다. 팔힘 반 능력힘 반으로 겨우 넘어가서는 작게 숨을 몰아쉰다) ...응용은 어려워. (옥상을 쭉 둘러본다)
리 샤오샤오:그래도 금방 잘 했는데? 네가 떨어지려고 하면 띄워서 올려주려고 했어.
관리가 덜 된 듯한 시멘트 바닥과, 빛을 반사하며 돌아가는 환풍구 날개들... ...
한시원:역시 몸으로 배우는게 제일 빠르긴 한가봐. (햇볕 따뜻하다.)
(적당히 그늘이 진 곳으로 가서 바로 숙제를 편다)
리 샤오샤오:낮잠 자기 좋지? (씩 웃어보인다)
한시원:낮잠 자러 온 거 아니지? (눈치주듯 웃으며 옆자리를 두드린다)
리 샤오샤오:아. 숙제하러 온 거였지. (그새 본분을 잊은 듯 시원의 옆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한시원:(도밍게즈의 신화를 펼쳐놓고 다시 한참을 읽는다) ...14개의 손가락...
녹아버린 손가락이 빛능력이고 별이 된 손가락이 어둠이면..
사실 상관관계라고 짚어낼만한 부분은 신의 손가락이라는것 말곤 없는것 같은데.
리 샤오샤오:(옆에 반쯤 누워서 턱을 괸 채 네 말을 듣는다) 그렇게 써도 괜찮을 것 같은걸.
한시원:뭔가 다른 의미가 있을까봐 생각이 많아지네.
(그러다 유인물의 한 부분을 손으로 짚는다) 나 근데 이 부분이 좀 궁금했어. 깊은 호수속에서 공간이 되었다는거 말야.
비밀의 장소 같은게 있는걸까?
리 샤오샤오:(네 말에 유인물을 하늘로 높이 쳐들고 읽는다.) 깊은 호수...그렇네. 왜 하필 깊은 호수지.
한시원:신의 몸을 감쌀만큼 드넓은 곳이 거기 밖에 없었던걸지도... 호수가 아니라 바다일수도 있겠다.
아니면 호수에서 바다까지 전부... (턱을 매만지며 고민에 빠진다)
리 샤오샤오:(가만히 고민에 빠진 얼굴을 바라본다. 이런데서는 진지하구나. 터무니 없는 일을 받아도 결국 열심히 하네. 이런 점이 시원다워. 숙제와는 전혀 상관 없는 생각들에 얼굴에 미소가 오른다.)
한시원:그리고, 0시부터.... 7시까지는 자연물로 명명내릴 수 있는 것들로 구성된것에 비해 8시부터는 추상적인 능력으로 구성되어 있는것도 신경쓰여.
햇볕의 보호를 받는 것들... 이라는 생각도 드네.
(종이에 생각나는 것들을 일단 두서없이 적어둔다)
리 샤오샤오:그런 식으로는 한 번도 생각 못해봤어. 나는 그냥... (시원이 종이에 내용을 적어내리면, 신화를 찬찬히 읽으며 내뱉는다.) 능력이 생김으로써 시간이 유한해진 것 같기도 해. 전지전능한 신이 떼어낸 파편들이니까, 결국 14개가 다 모이더라도 완전하지는 않은 거잖아.
한시원:(네 말을 들으며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손으로는 메모를 해두면서.)
리 샤오샤오:신에게서 나온 능력이 전지전능하지 않고 불완전한 것도, 세계의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는 거랑 연관이 있어 보이고... (유인물을 얼굴에 올려두고 눈을 감는다.)
리 샤오샤오:타이머의 능력도, 시간도 소모된다는 공통점이 있네... (아예 누워서 본격적으로 잘 준비를 하는 모습)
땡땡이 치러 온거야?
쉬는 거야.
리 샤오샤오:으으음... (그건 괜찮은데. 하고 뒤척이며 일어나 종이에 끄적인다. 완전한 신이 창조한 불완전한 세계...불완전성의 미학...인간과 시간, 그리고 그것을 유지하는 능력의 유한함...소모되는 세계의 시간...이런 것 따위를 적어놓고 펜을 툭 떨어트린다.)
글씨를 너무 많이 적었다.
한시원:게으름 피우는것 치고는 그럴듯하게 적어놨네. (정리된건 아니지만.. 샤오의 특성처럼 느껴져서 별달리 태클 걸고 싶지 않아졌다)
리 샤오샤오:선생님은 선생님이니까 잘 알아들어 주실 거라고 믿을래.
한시원:(유인물을 손에 쥔 채 네쪽을 보고 약간 웅크려 누워본다. 바닥은 찬 데 비해 하늘을 향한쪽은 따뜻하게 햇볕이 내린다.) 타이머의 능력도 시간처럼 소모된다는건 무슨 말이야?
몸에 무리가 간다거나.. 그런건 아니지?
리 샤오샤오:타이머는 다음 세대의 타이머가 정해지면 수명을 다 하잖아. 그게 생각나서. (햇살을 피하지도 않고 즐겨도 되는 날은 그리 길지 않다. 이 순간을 만끽하려는 듯 정면으로 누워 있는다.)
한시원:(가만히 옆으로 누워 네 옆모습을 보고 있는다. 그리고 종이에 내용을 적는다.) [무한한 능력에 비해 유한한 시간. 14개의 축복을 초능력이라는 형태로 현재까지 유지 시킨것에 비해 신은 결국 호수 속에 몸을 뉘인 것처럼 타이머도 각자 맡은 시간 안에서 최선을 다한 뒤 스스로가 만족할 수 있는 곳에서 휴식을 취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이건 그냥 바램인가.. 종이 위에 펜을 얹어두고 눈을 감는다.)
시간과 능력, 우리가 평생 고민하고 살아야 할 문제일텐데, 오늘은 이쯤 하고 평화를 누려봅시다.
시원이 눈을 감으면, 이따금 부는 산들바람이 볼을 간질이기도 하고
수업에 늦게 들어간 것도, 잠시 농땡이를 치는 것도 처음이지만
중력보다 가벼운 기척들이 두 사람을 지나가는 소리를 자장가 삼아, 가볍게 눈을 감아봅니다.
(좋아..)
----------------------------
시원이 눈을 뜨면, 어느새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습니다.
아직 노을이 질 정도로 어두워진 건 아니지만, 아까보다는 확연히 오후의 기운이 강합니다.
한시원:(부스스 일어나 시간을 확인해본다.) ....샤오, 일어나. (샤오는 일어나있나?)
한시원:(시간부터 확인한다. 늦은건 아니겠지?)
리 샤오샤오:(하늘을 향해 손을 쭉 뻗었다가 시계를 본다) 4시 반... (그러더니 반동도 없이 자리에서 스르륵 일어나며) 슬슬 갈까?
한시원:(자연스럽게 능력을 쓰네. 나도 해볼까 싶어져서 발에 힘을 주며 등쪽에 벽이 생기는 상상을 한다. 그리고 쭉 일어나보기)
허공에 뜬 벽이 시원을 받쳐올리듯이 세워집니다.
왠지 밀리는 느낌으로 일어나긴 했지만, 나쁘지 않은걸요.
한시원:(쭈우욱... 뭔가 어색한 기분이 들긴 했지만 일어서긴했다)
난 오히려 그렇게 하는 게 어렵던데.
한시원:서툴러야 더 잘하는 동작도 있는 법이잖아. (숙제했던 종이를 주섬주섬 챙긴다.)
그만 훈련하러 가자. 그 애쉬라는 분의 퇴근 시간은 몇시야?
리 샤오샤오:애쉬는 거의 항상 연구실, 아니면 훈련실에 있어. 로비에서 간식을 먹을 때도 있고...너도 몇 번 본 적 있을걸?
한시원:퇴근시간이 정해져있지 않다니 억울하겠는데.. (난간을 짚고 아래를 내려다본다)
하아...
리 샤오샤오:애쉬는 내가 12살 때부터 있었거든. 아마 이번 세대 타이머는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아닐지... (가볍게 하품을 하더니 옥상 난간 너머를 내려다본다)
갈 땐 좀 빠르게 갈까?
한시원:그래? 친하겠네. (내려갈땐 아래를 보고 가야하는데 어떡한다 고민하던차에 네 말을 듣는다) ....어?
(고개를 설레설레 내젓는다)
리 샤오샤오:빠르게 가자. (씩 웃으며 네게 손을 내민다)
한시원:왜 물어본거야? (이미 결정한 이상 꺾을 수 있을것 같지 않아 순순히 손을 잡는다.)
리 샤오샤오:혹시나 용기를 냈을까 싶어서. (작게 웃는 소리를 내더니, 네 어깨를 감싸듯 달라붙더니, 난간에 가볍게 한 칸 올라선다.) 몸에 너무 힘 주지 말고, 가볍게 풀고 있어. 너무 빠르지 않게 내려가게 할게.
한시원:(난관 아래를 내려다본 순간 속에서 으악, 하고 비명이 절로 나왔지만 겉으로는 제법 침착하다) ...알겠어. (잡은 손에 힘을 좀 더 준채로 한 발을 먼저 내딛는다.)
한 순간 아래로 뚝...떨어지는 느낌이 들다가 아주 천천히, 몸이 아래로 가라앉습니다.
한시원:(아래로 쑥 하강하는 느낌에 명치가 허전해진듯한 기분을 느낀다. 등까지 오소소 돋은 소름에 어깨를 부르르 떨면 곧 안정적인 무언가가 몸을 감싸는듯한 기분이 들어 질끈 감았던 눈을 슬쩍 떠 어디까지 내려왔는지 확인한다)
리 샤오샤오:(마찬가지로 허공에 발을 댄 채 시원을 바라본다. 적응을 도와주는 것인지는 몰라도, 아직 두어개 층 정도 내려왔을 뿐.) 어때? 괜찮아졌어?
한시원:소름돋아.. (몸 앞으로 빈 손을 약간 뻗는다. 손바닥이 닿는곳부터 나오는 무언가가 제 몸을 받쳐준다고 상상하면 방금 전보다 조금 더 안정적으로 설 수 있게 된다.) ...좋아, 계속 이러고 있으면 떨어지는 상상을 하게 될 것 같으니까 빨리 가자.
리 샤오샤오:빨리? (어쩌면 네 귀에는 좀 섬뜩하게 들릴지도 모르는 어투로 말 끝을 올리더니, 순간 두 사람의 몸에 가속이 붙으며 여러 개 층을 한 번에 낙하하다가...바닥에 닿기 직전 둥실, 뜨더니 천천히 발이 땅에 닿는다. 네가 손을 놓아버릴 것을 예상했는지 손이나 어깨를 쥔 손에 조금 힘을 준 채다.) 빨리 내려왔어.
한시원:(당연히 먼저 나왔던 숙소 방으로 돌아갈것이라 생각했던 차라 내뱉었던 말이었는데, 네 대답을 듣고 난 뒤 뭔가 잘못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불쑥 든다.)...저, 윽..!? (아까 전과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력에 눈 앞에 훅, 바람이 불었으나 채 눈도 감지 못해 코 앞까지 질주하는 땅덩이를 보고만다. 반사적으로 눈을 질끈 감고 이어질 일을 상상해버린건 덤.) ....허, (놀라 손을 놓은것은 물론이고 그 잠깐 사이에 거세게 버둥댔는지 정신을 차리면 거의 네 몸을 밀어내는듯한 상태가 되어있다. 땅이 발에 닿았으나 제 기능을 못해 스르륵 내려앉는다.)
(주, 죽는...줄.... 심장이 쿵쾅거려서 한 손으로 제 가슴 언저리를 꾹 누른다.)
리 샤오샤오:미안. 너무 빨랐나? (바닥에 주저앉은 너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 했다가 옆에 쭈그려앉아 등을 두드린다.) 일반 낙하 속도로 내려오기는 했어. (미안하다고는 했는데, 네가 곧 적응할 것이라 생각하는 것인지 어쩐건지 잔잔한 미소만 짓고 있다.)
한시원:....하아.............(조금 진정되고 나면 바닥을 짚고 일어난다) ....줄 없이 번지점프라니 두번은 못하겠어.
그만 가자, 이러다 훈련 끝나면 밤 되겠네.
(작게 심호흡을 하며 일단 아무데로나 걷는다)
리 샤오샤오:번지점프라기엔 조금 얕은데. (시원이 이상한 방향으로 향하면, 팔을 죽 끌어당겨 데려온다) 본관은 이쪽이야.
다른 타이머와 카운터는 보이지 않는 걸 보니, 페어 별로 다른 훈련실을 배정받은 모양입니다.
흰 가운을 입은 연구원들이 시원과 샤오샤오를 반깁니다.
그 중 가장 친숙하게 인사를 건네며 두 사람과 악수까지 하는 인물은 바로 샤오샤오가 말했던 '애쉬'입니다.
애쉬:충분히 쉬다 왔어? (일지에 제목을 적고는 두 사람을 바라본다.) 오늘 연구에 대해 따로 들은 건 유인물이 다지?
별로 어려운 건 아냐. 첫 만남의 소감은 되도록 진솔하게 적어주면 되고, 지금부터는 그 밑에 적을 내용.
한시원:(너무 쉬다왔나..?)(눈치주는줄 알음) 네, 별도로 안내받은건 없었어요.
애쉬:타이머와 카운터 간의 상관관계나 영향력을 검사해보려고 해.
한시원:(연구 보고서를 보여드린다) 여기 있는 일정면적의.. 다음 부분은 뭔가요?
애쉬:(거의 샤오샤오를 보고 얘기하다가, 시원의 대답과 이어진 질문에 그 쪽으로 눈을 돌리고는) 아, 미안. 우리는 오늘 얘기 나누는 거 처음이지? 갑자기 반말해서 미안해. 샤샤랑은 항상 이렇게 말했거든. 편하게 말해도 될까?
애쉬:그래, 그 다음 부분은 들어가면 금방 알게 될거야. 우선 이것부터.
애쉬가 다른 연구원들에게 손짓을 하자, 연구원들은 시원의 피부에 작은 패드를 부착하기 시작합니다.
이곳에 처음 왔을 때에도 이런 걸 붙이고 능력 검사를 했었죠.
애쉬는 같은 피드를 샤오샤오에게 부착하기 시작합니다.
한시원:
SAN Roll
기준치: |
65/32/13 |
굴림: |
16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리 샤오샤오:너무 대충 붙인 거 아냐? 이거 봐, 여기 떨어질 것 같은데.
애쉬:내가 패드만 몇 개 째인데 무슨 소리. 봐봐. (샤오샤오의 목을 밀어 패드가 붙은 위치를 확인하곤) 아냐, 잘 붙어있어.
샤오샤오가 12살 때부터 알고 지낸 연구원이라더니...
하지만 그런것을 감안하더라도 상당히 다정해보이네요.
원체 거리감이 가까운 사람들이지만, 그렇다고 해도요.
한시원:(눈을 끔뻑이며 두사람을 바라본다. 하긴 아까 얘기할때도 친해보이긴 했었지.)
(파트너는 난데).....(어, 미쳤나? 고개를 털털 턴다)
파트너끼리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도 영향을 주지만, 물리적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좋은 영향을 준다는 거.
실제로 다른 페어들도 결과가 좋았어.
진행 가이드는 안쪽 스크린에 띄워놨어. 훈련실로 들어가서, 진행 가이드를 보고 따라해주면 돼.
실험 결과는 원격으로 전송될테니까, 우리는 자리를 비켜줄게.
(그리곤 두 사람에게 훈련실 문을 가리킨다)
한시원:물리적 거리도 이미 가까운것 같긴한데.. (혼자 중얼거리며 훈련실 문으로 들어간다)
연구 보고를 돕는 일이라면 사실 어렵지 않죠.
시원도 여태 여러 번 수행해 온 일이고요. 이번에는 가이드가 있다니 평소와는 조금 다르겠지만.
심장박동과 능력의 효율을 확인하는 패드가 두 사람의 결과를 기록해 줄 것입니다.
문득 소독약 냄새 같은 것이 나네요. 짭조름하면서도 화한...약물 특유의 그 냄새.
어쩐지 바람도 불지 않는데 머리카락이 조금 흔들리고, 심장이 쿵쾅거리는 소리가 귀를 막는 기분이 듭니다.
훈련실 내부는 굉장히 깨끗합니다. 천장도 바닥도, 반지르르하게 윤이 나네요.
한시원:여기 좀 부산스럽네. (텅 빈 훈련실 가운데에 서면서 뺨에 붙은 패드를 매만진다.)
오늘은 물체를 들어올리는 것이 아닌지, 어떤 가구도 준비되어 있지 않습니다.
리 샤오샤오:연구원들이? (훈련실을 한 번 휘 둘러보더니) 근데 텅 비었다. 평소에는 큰 물체 같은 걸 많이 가져다두는데.
그리고, 대기화면이 반복되던 스크린에 진행 가이드가 떠오릅니다.
(얼빠진 얼굴로 스크린을 가리킨다) ....물리적 거리?
리 샤오샤오:(마찬가지로 눈을 끔벅이다가 시원을 바라본다) 이런 의미였구나.
한시원:무슨 만난지 하루만에 입맞춤까지 시키려 하는거야? (입을 벌린채로 스크린만 쳐다본다) ....역시 여긴 인권이 너무 쇠퇴 됐어.
(그래도 비쥬까진 어렵지 않으니.. 샤오쪽으로 걸어가 손을 내민다) 일단 할 수 있는데까지만 해보자.
리 샤오샤오:아, 할 거야? 시원은 거절할 줄 알았는데. (흔쾌히 네게 손을 내민다.)
한시원:그래도 가능한 선까지는 해야지. (네 손을 잡고 손가락 사이사이로 깍지를 끼고는 그 상태로 조금 기다린다.)
(됐냐는듯이 스크린쪽을 확인한다)
스크린을 이미지를 띄워둔 것인지, 다른 문구를 송출하지는 않습니다.
한시원:
관찰력
기준치: |
75/37/15 |
굴림: |
32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문득, 시원의 시선이 스크린의 반대편 모서리에 닿습니다.
천장에 달린 검은 반구체가 반질반질 빛나며 이쪽을 향하고 있네요.
(와 진짜.... 싫다.)
(뭐, 보고있을거라고 얘기하긴 했으니까 상관없겠지. 생각하며 손깍지를 빼내곤 이어 팔을 조금 벌리며 샤오를 돌아본다.) 자, 다음.
그야 훈련실이니까 당연히 비치되어 있겠지만...
리 샤오샤오:아, 잠깐만. 능력을 측정하는 거니까, 변화가 있는지도 확인해야지. (시원이 손깍지를 빼내면, 금세 따라잡아 다시 손을 붙잡는다.)
리 샤오샤오:뭐든 괜찮아. 띄울 물체가 없긴 하지만, 가볍게 능력을 쓴다고 생각만 해도 패드에는 다 기록되니까. (제 목에 붙은 패드를 톡톡 두드린다)
한 스킨쉽을 취할 때마다, 이성과 초능력을 판정합니다.
한시원:(음.. 그럼... 손 안에 둥글둥글한 구체가 생긴하는 상상을 하며 능력을 써본다.)
한시원:
SAN Roll
기준치: |
65/32/13 |
굴림: |
5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두 사람의 손가락이 가볍게 얽혔다가, 안정적으로 깍지를 낍니다.
어쩐지 심장이 간질간질한 기분이 드는 것도 같고...하여튼 나쁘지 않네요.
한시원:
초능력 Roll
기준치: |
35/17/7 |
굴림: |
45 |
판정결과: |
실패 |
리 샤오샤오:
초능력 Roll
기준치: |
80/40/16 |
굴림: |
7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18
시원은 별개의 중력으로 만들어진 구체를 손에 쥡니다. 뭐...평소와 그리 다르지 않네요.
한시원:(그래도 성공은 했네.) 넌 어떤것 같아?
리 샤오샤오:(다른 쪽 손을 이리저리 뒤집어보더니, 시원을 바라본다.) 신기하다. 훨씬 정교해졌어.
아까 전에, 네가 벽을 타고 올라올 수 있었던 것도 손을 잡고 있어서 그랬나?
한시원:그래? 난 아직 모자라서 그런가.. (그래도 무난하게 성공한걸 보면.. 하고 생각하다가 네 말에 그런가? 하고 생각한다.)
(그러고보니 스크린쪽에 CCTV가 있다면 반대쪽 CCTV는 뭐지? 평범한건가?)
(관찰해본다)
스크린이 달린 반대편 벽에 있는 CCTV를 본 것입니다!
리 샤오샤오:진짜 이상하다. (장난스레 웃는다) 다른 페어들도 이거 다 했을까? 안 친해보이는 페어들도 있던데... (이번에는 이쪽이 먼저 손을 놓더니, 네게 팔을 벌려보인다) 포옹?
한시원:다른건 몰라도 입맞춤은 실패한 애들 많을걸? (샤오의 쪽으로 한 발 다가가 등에 팔을 두르고 포옹한다.)
(그리고... 이번엔 손 안의 구체를 더 크게 만들어본다.)
한시원:
SAN Roll
기준치: |
65/32/13 |
굴림: |
6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초능력을 판정합니다. (보너스 주사위 1개!)
한시원:
초능력 Roll
기준치: |
35/17/7 |
굴림: |
78 |
판정결과: |
실패 |
(아 이거 아니야)
초능력 Roll
기준치: |
35/17/7 |
굴림: |
67, 15, 95 |
+2: |
어려운 성공 |
+1: |
어려운 성공 |
0: |
실패 |
-1: |
실패 |
-2: |
실패 |
시원의 초능력 기능치가 일시적으로 11 상승합니다.
시원이 이전처럼 구체적으로 상상을 한 것도 아닌데, 손 끝에 잡히는 구체는 훨씬 더 얌전하고 정교합니다.
상상 속에서나 존재하는 최고급 쿠션에 눕는다면 이런 기분일까요?
한시원:어, 이번엔 좀 더 잘되는것 같아. (남이랑 닿는것부터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도 별달리 거부감을 느끼지 못한채로 어깨에 머리를 기댄다)
리 샤오샤오:(네가 어깨에 머리를 기대는 것이 느껴지면, 고개를 살풋 돌려 아래로 흔들거리는 머리카락을 본다. 작게 웃음소리를 내자 몸으로 진동이 전해진다.
그치? 이게 파트너인가봐.
그런데 매번 능력을 쓸 때마다 이러고 있을 수는 없는데. (등을 감싸안았던 팔을 천천히 푼다.)
한시원:그러게. 이건 개선이 좀 필요할 것 같아. (묘한 아쉬움이 묻은 몸짓이지만 한 발 물러선다.)
그런걸 연구하려고 실험 시키는거겠지, 뭐.
리 샤오샤오:시원, 되게... (잘게 웃는다.) 기관 책임자같다.
한시원:내가 기관 책임자였으면 만난지 하루 된 애들한테 이런 실험은 안할걸. 나랑은 입장이 다르니 이해할 수 없는건 아니지만. (그리곤 반발짝 다가가며 제 이마를 한 번 가리킨다.) 이마.
리 샤오샤오:그러니까. 시원은 가정을 하잖아. 이런 건 개선했어야지, 이런 건 하지 말았어야지, 하고. (눈을 접어 웃더니) 여길 싫어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해. (그러더니 두 발짝 더 다가가 제 머리카락을 걷어올리고 이마를 맞댄다.)
한시원:자체를 싫어하는건 아니지만 방식은... (네가 다가오는것을 보고 말을 멈춘다. 이마가 맞닿으면 눈을 반쯤 내려뜬채로 제 오른손에 시선을 둔다.)
한시원:
SAN Roll
기준치: |
65/32/13 |
굴림: |
93 |
판정결과: |
실패 |
한시원:
초능력 Roll
기준치: |
35/17/7 |
굴림: |
7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피의 흐름이 온 몸에서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알 수 없는, 미지근한 기운이 머리 끝에서 내려와 발 끝을 돌았다가, 오른손에 모이는 것이 눈으로도 보일 것만 같은 기분입니다.
눈을 조금만 굴려도 샤오샤오의 얼굴이 시야에 가득 찹니다.
시야에 닿는 모든 곳이 애특하고, 완벽하고, 더할 나위 없어서...
이대로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 놓지 않아도, 떨어지지 않아도...
기묘한 욕심이 흐름 가운데에서 몸집을 부풀려갑니다.
...이 충동은, 마치...■■과 닮아있어요.
한시원:(내리깔고 있던 눈을 들어 눈 앞의 샤오를 가만히 쳐다본다)
(입맞추는 정도는 괜찮을지도.. 고개를 약간 틀며 조금 더 가까이 한다.)
리 샤오샤오:(눈을 감고 있다가, 어쩐지 시선이 길어지는 듯 하면 눈을 뜨며 고개를 든다. 그 타이밍이 하필 네가 고개를 트는 것과 비슷해서, 한 장면만 잘라놓고 보자면 얼결에 시원을 피한 듯한 모양새가 된다. 물음표를 띄우듯 잠시 의아한 얼굴이었다가) 아, 비쥬?
한시원:(순간 제 행동에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뜬다.) 아,
(잠시 스크린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이거 서로 한 번씩 해줘야 하는건가?
리 샤오샤오:...그렇네. 비쥬는 혼자 하는 거잖아? 그럼 실제로 인사하듯이 해보자. (히죽 웃으며 시원을 바라본다. 시원이 느끼는 기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것인지 속 없는 미소다.)
한시원:(상대는 별 생각이 없는데 자꾸 왜 이럴까 싶어진다. 작게 한숨을 내뱉은 뒤에 다시 두발 다가가 뺨을 맞댄다. 비쥬라곤 하지만 굳이 쪽 소리까지 내고싶진 않아서 볼만 맞댄채로 다시 능력을 써본다. 어쩐지 용기도 조금 생겨서 내 몸을 반정도 가볍게 만드는 상상을 한다.)
한시원:
SAN Roll
기준치: |
65/32/13 |
굴림: |
6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한시원:
초능력 Roll
기준치: |
62/31/12 |
굴림: |
1 |
판정결과: |
대성공 |
시원의 초능력 기능치가 일시적으로 20 상승합니다.
리 샤오샤오:(네가 볼을 맞대고 나면, 고개를 다시 한 번 반대로 돌려 양 볼에 쪽, 쪽 소리가 나도록 가볍게 입술을 대었다 뗀다. 그리고 동시에 네 몸이 가볍게 공중으로 떠오르는 것을 보면, 눈을 동그랗게 뜨며 시원의 어깨를 잡았던 손을 등으로 옮겨 다시 땅으로 가만 가라앉히듯 한다.) 이거 시원이 한 거야?
몸이 가볍고 부드럽게, 딱 시원이 예상한 대로 떠올랐다가 다시 천천히 가라앉습니다.
어쩐지 귓가에 울리는 쪽, 소리가 굉장히 낯간지러웠어요.
한시원:(입술이 닿아 잠시 놀란 찰나에 몸이 허공에 떠올랐다가, 샤오에 의해 내려앉는다. 내 생각보다 더 가볍게 됐나본데.) 아, 한 번 해보고싶었거든. 몸을 가볍게 만드는거.
좋은데?
리 샤오샤오:몸에 직접 거는 건 못한다고 했잖아. 이것도 스킨쉽 때문인가? (의아한 말투지만, 표정은 밝다. 네가 초능력을 익숙하게 쓰게 된 것이 못내 반가운 표정이다.)
한시원:왠지 할 수 있을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작게 웃고는 곧 제 몸의 무게를 원래대로 되돌린다. 평소 느끼지 못했던 묵직함이 느껴진다.) 이만 할까?
리 샤오샤오:그런 것 치고는 엄청 능숙하게 했어. (익숙하게 원래 무게로 돌아오는 모습을 보다가, 이어진 말에 응? 하고 눈썹을 한 번 들어올린다) 아직 하나 남았어, 시원. 마지막 거.
아, 혹시... (아차,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싫은거면 안 해도 괜찮아. 네 말마따나 어제 막 만난 사이고.
한시원:남이 시켜서 하는건 좀... (CCTV를 힐끔 본다.) 하나 정도 안했다고 뭐라하진 않겠지?
리 샤오샤오:(궁금하긴 한데, 그렇다고 해서 네가 싫어하는 일을 하고 싶지는 않고. 기왕이면 파트너니까 원만하게 잘 지내고 싶어. 네 말에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여기까지 하자.
한시원:(CCTV 밑으로 다가가 여기까지 한다는 의미로 손을 살짝 들어보인다.) 이런 훈련은 이번이 처음이지?
리 샤오샤오:응. 보통 훈련은 혼자서 하니까. 근데 이거 재밌다. 이런 식으로 영향을 미치는 건 줄 몰랐어.
두 사람이 연구를 어느 정도 마치고 나면, 문을 열고 애쉬가 들어옵니다.
한시원:그러게.. 하지만 역시 위험한 상황에서 붙어있을수는 없을테니까 실전사용은 어렵겠어.
애쉬:두 사람 다 고생했어. 자, 패드는 떼어서 나한테 주면 돼.
한시원:(얼굴과 목, 손에 붙은 패드를 떼어 애쉬에게 건네준다) 저희처럼 한두가지 안 한 애들도 있나요?
리 샤오샤오:붙어 있는 시간이 길어도 영향을 끼친다고 했으니까, 나랑 시원이 오래 같이 있을 수록 시원이 더 익숙해지겠네. (마찬가지로 패드를 떼어 애쉬에게 준다)
한시원:어느정도 붙어있어야 오래 지속되려나..
애쉬:응, 샤샤 말대로야. 그래서 각별히 친하게 지내달라는 부탁을 한 거고. 어쩌면 일정 기간을 넘으면 영구적으로 능력을 잘 쓰게 될 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내가 전해듣기로는 그렇다더라. 끝까지 다 하고 온 친구들도 있는가 하면, 손 한 번 잡아보더니 못하겠다고 질색한 친구들도 있고 말야.
그래도 두 사람은 선방했어.
한시원:(그러고보니 샤샤라고 부르네. 저렇게 부르는 사람이 또 있었던가..)
하긴, 사이 나쁜 애들도 있었으니까.
다음 훈련도 이런식인가요?
애쉬:다음 훈련은 아직 안 잡혀있어. 훈련 형태도 그렇고.
아마 이번에는 가설을 입증했으니까, 이런 훈련은 더 없을거야. (가볍게 웃어보인다)
한시원:(나도 샤샤라고 불러야하나 고민하다가 그냥 혼자만의 애칭이라고 생각해두기로 한다.)
애쉬:우리도 데이터를 가지고 분석을 해봐야 하거든.
한시원:알겠어요. 그럼 오늘 훈련은 여기까지인가요?
애쉬:응. 여기까지야. 고생했어. 벌써 저녁식사 시간이 다 됐으니까, 샤샤랑 시원도 밑에서 식사라도 하는 게 좋겠다. 여기 지하에서 밥 먹는 건 처음이지?
한시원:아, 네. 그동안은 계속 방에서 먹었어요. (샤오를 돌아보곤) 밥 먹고 올라가자.
리 샤오샤오:저녁이 가장 잘 나오는데, 잘 됐다. (애쉬에게 손을 한 번 흔들곤 훈련실을 나선다.)
수업 땡땡이 치는 애들도 밥은 꼭 먹으러 와.
한시원:선생님들 만나면 한소리 듣는거 아냐? (작게 웃는다)
입맞춤까지 성공한 애들도 있으려나.. 궁금하네.
리 샤오샤오:아무리 그래도 밥 먹을 땐 다들 가만히 둬. (큭큭거리며 웃는다.) 아마...있을지도? 둘도 없는 파트너잖아.
한시원:(식당으로 걸으며 아까 전 몸을 타고 손으로 옮겨갔던 이상한 감각을 떠올린다.) 평생 이렇게 붙어있다보면 입맞춤 같은건 별 거 아니게 될지도 모르겠어. 우리가 쓸모 있는 동안은 계속 같이 있게 할테니까.
오늘 좀 붙어자볼래? 그리고나서 내일 몸상태를 확인해봐 달라고 하면 뭔가 변화가 보일지도 몰라.
리 샤오샤오:나는 적응을 잘 한 편이라고 하는데, 외로워하던 타이머도 있어. 자기가 생각했던 생활이랑 많이 달랐나봐. (시원의 말에 잠깐 입꼬리를 올린다.) 쓸모라니,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는 마. 시원. (자연스레 시원의 목에 팔을 두르며 어깨동무를 하더니) 아, 그럴까?
괜찮은 방법이네... (말 끝을 늘이며 생각한다. 부정적인 것 같다가도, 굉장히 협조적이고. 열심히 하는 사람인 건 알았지만...그러다가 엘리베이터가 지하에 도착하면 식당으로 향한다)
한시원:아, 그래? 파트너랑 잘 안맞았나.. (샤오는 제게 살갑게 굴어주긴 하지만 예외는 언제나 있는 법이고, 파트너가 되었다고 무조건 사이가 좋을리도 없으니.. 조금 안쓰럽게 생각한다.) 뭐, 악담 하려고 꺼낸 말은 아냐.
오늘 식사는 뭐지? (메뉴판을 확인해본다)
리 샤오샤오:아니, 우리끼리 있을 때. 어제부터는 계속 너랑 같이 있었으니까.
남색 천장, 깨끗한 벽에 걸린 고풍스러운 액자들, 푹신푹신한 흰색 양탄자...
길고 커다란 테이블. 음식은 이미 테이블 한 상 가득 차려져 있습니다. 개인의 앞접시가 놓여있어 원하는 만큼 덜어 먹을 수 있는 구조네요.
28명을 위한 공간 치고는 굉장히 화려합니다.
한시원:우리끼리 있을때? (말을 이해못한듯 샤오쪽을 본다) 외로워하던 타이머.. 그거 얘기하는거야?
리 샤오샤오:응. 그 얘기였어. 14명이 있다고는 해도 결국 자기 능력에 대한 상담이나 결정 같은 건 스스로 해야 하니까. (자연스럽게 식당에 들어서 자리를 잡더니, 옆자리를 툭툭 두드린다.)
테이블 위에는 여러 종류의 고기들, 그것들을 올려 먹을 수 있는 갖가지 빵과 가니쉬들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타르타르 소스를 곁들인 연어 스테이크, 과일 스프링롤, 참치를 깍뚝썰어 채소와 버무린 샐러드, 스테이크에 얹어먹는 치즈...
한시원:적응 하는 방식도 각자 다르니까. 난 네덕에 빨리 한 것 같지만 원래 같았으면 더 오래 걸렸을거야. (샤오의 옆자리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다가 샐러드를 덜어 접시에 담는다. 먹고싶은건 많지만 숙소에 가면 저절로 누워버릴테니 소화가 잘되는 음식을 위주로...)
시원이 앉은 자리에는 시원의 이름이 적힌 네임카드와 은식기가 놓여 있습니다.
음식이 담긴 접시 사이사이에는 푸른 장미가 꽂힌 화병이 놓여 있네요. 이런 데코레이션이라니.
리 샤오샤오:(시원과는 영 반대의 메뉴 선택을 한다. 우선 참치 샐러드를 한 가득, 그리고 그 옆을 갖가지 고기 음식으로 채운다.)
어때? 입맛에 맞을 것 같아?
한시원:응. (샤오를 보니 저도 고기가 조금 먹고싶어져서 두입 정도의 양을 덜어와 샐러드 한켠에 둔다.) 아침도 꽤 화려하다고 생각했는데, 저녁은 더 든든하네.
한입씩만 먹어도 배가 차겠어.
리 샤오샤오:(벌써 한 세 번째는 들은 것 같은데도 매번 시원의 양에 놀란다. 정말로? 하듯이 잠시 눈을 깜박이며 시원을 바라보다가) 내가 많이 먹는 편인가?
저녁에 이렇게 잔뜩 먹어도 돼? 사실 저녁이 문제가 아니라 이게 몸 안에 다 들어가느냐 마느냐부터 궁금해지긴 하는데....
리 샤오샤오:(그렇구나, 하고 중얼거리며 얇게 썰려 있는 스테이크를 세 겹씩 집어서 우물거린다. 신기하게 한 입에 들어가는 양이 많은데도 흘리는 일이 없다. 우물거리다가 금세 씹어 삼키더니) 먹는 동시에 소화가 되는 건가?
사람 위장은 원래 크기보다 엄청나게 늘어날 수 있대.
한시원:넌 위장이 두개는 있는것처럼 먹잖아. 아침을 그렇게 먹었으니 저녁은 적게 먹을거라 생각했는데... (입이 큰건지 입 안이 큰건지 깨끗하게도 먹는 모습에 또 신기해한다) 몸 안에 다 들어가는게 신기해.
리 샤오샤오:점심을 안 먹었잖아. 사실 아까 일어났을 때부터 엄청 배고프긴 했어. (젓가락을 몇 번 움직였을 뿐인데, 한 번 뜬 접시가 반이나 비어가고 있다. 시원의 말에 제 몸을 한 번 내려다보더니...크기를 가늠하듯 이리저리 손짓하며 음식을 본다)
내가 잘 구겨넣나봐.
시원도 잘 구겨넣어보면? (천연덕스럽게 웃는다)
한시원:밤에 너무 많이 먹으면 잘 때 불편해. (어깨를 툭 때리곤 샐러드를 고기와 함께 입에 넣어 한참이나 씹는다)
너도 너무 과식하지 않는게 좋아. (샤오의 신체구조를 잘 몰라서 하는소리)
리 샤오샤오:으응. (동시에 과식이 뭐지? 라고 생각한다. 과식의 기준은? 배가 부를 때? 시원이 보기에 많이 먹었을 때? 그럼 나는 항상 과식 중인걸까? 그리고 동시에 음식을 한 번 더 퍼담으며 과식한다.)
(그러고 보면 배가 불러서 식사를 그만 둔 적은 별로 없네. 아마도 내 식사가 끝나는 건 접시가 비어서...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입에 들어간 고기가 반 근이다.)
한시원:(제가 고작 접시 반을 비워가는 동안 샤오의 접시가 계속해서 비워지는것을 힐끔힐끔 구경한다. 진짜 배고팠나본데.) 우리가 낮잠을 자버려서 점심을 못먹은거지? 다음부터는 간식이라도 좀 챙겨둬야겠어.
간식거리 한박스 사서 기숙사에 놔둬야하나..
리 샤오샤오:나...어쩐지 파트너가 아니라 보호자가 생긴 기분이야.
간식은 잘 안 먹긴 하는데...아, 난 마실 건 자주 마셔.
한시원:보호자 같은 파트너도 나쁘지 않아. 넌 척 보기에도 건강체질이라 아마 필요하진 않겠지만. (마실거라는 말에 그럼 음료를 얼마나 챙겨야하는걸까 고민한다) 난 간식을 더 먹는 편인데. 이온음료 같은거 마시는거야?
리 샤오샤오:이온음료나, 물, 주스도 좋아하고... ... ...어라, 나 싫어하는 게 없어.
한시원:....너 진짜 신기하다. 어떻게 이렇게 잘먹지?
(먹은게 상당하니 조금 궁금해져서 네 배가 얼마나 나왔는지 만져본다)
리 샤오샤오:(배를 만지작 당한다...뭘 쉼 없이 먹은 것과는 달리 적절하게 근육이 짜인 배는 그리 나오지 않은 느낌...) 확인하는거야?
한시원:난 다 먹으면 배 나오는데. (왜 아무것도 없지? 의문이 가득한 얼굴로 손을 몇 번 더 움직인다)
훨씬 적게 먹는데도... 왜지? (운동을 안해서?)
리 샤오샤오:(우물우물우물...) 집요하게 만지네, 시원.
운동 할래? 여기 운동할 수 있는 공간도 있어. (쌕 웃는다)
아니면 아침마다 좀 뛸래?
한시원:난 그냥 이렇게 살래. (은은)(손을 뗀다)
어느새 두 사람이 디저트를 먹기 시작했을 때...
한시원:아침마다 운동이라니 벌써 졸려. (디저트 냠냠)
한시원:
듣기
기준치: |
75/37/15 |
굴림: |
5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카운터라는 거 진짜야? 세계가 멸망한다는 예언은 또 떨어졌다고."
"무슨 소리야. 아까 분명이 모모가 그럴 일은 절대 없을 거랬어."
11시, 예언 능력을 가진 타이머와 카운터네요.
리 샤오샤오:흠? (쪼로록, 하고 음료를 다 마신 뒤에 뒤르 ㄹ돌아본다.)
(다시 한 번 시원을 보더니 어깨를 으쓱인다) 뭐야, 왜 싸워?
테이블에 모인 사람들은 저마다 주장을 펼칩니다.
한시원:근데 예언의 탑에서 나온게 아니라, 11시인 헤이싱이라는 애가 말했다고 하는것 같아. (힐끔 뒤를 본다)
예언에 시간차가 있을 것이다. 아니다, 둘 중 한 명이 틀렸다. 서로 다른 경우의 수를 예언한 것 뿐이다, 둘 다 결국 같은 이야기다...
한시원:너는 어떻게 생각해? (빈컵을 내려놓고 샤오를 본다)
리 샤오샤오:(고개를 갸우뚱한다. 원체 문장의 의미를 깊게 생각하지 않는 터라, 둘 다 결국 같은 이야기라는 쪽에 힘을 싣고 싶지만...) 본인한테 듣는 게 제일 정확할텐데.
마치 그 중얼거림을 들은 것 마냥, 누군가가 새롭게 테이블에 나타납니다.
한시원:경우의 수이길 바래야겠ㅈ, 깜짝이야. (작게 움찔하곤 나타난 사람을 확인한다)
헤이싱:어디서 누가 내 얘기를 하고 있을 거라는 소리가 들렸는데. 진짜네. (샐쭉하게 웃으며 테이블에 모인 인원과 가볍게 인사를 나눈다.)
나랑 내 파트너 예언 얘기지?
한시원:아, 네가 헤이싱이야? (실례를 저지른것 같아 조금 머쓱해진다.) 멸망에 대한 예언이 나왔다고 한 것 같아서.
11시의 타이머, 그는 잠시 머리를 긁적입니다.
아무래도 쉽게 입을 열 것 같지는 않은데...
(이렇게 된 김에 심리학 한 번 갈겨본다)
헤이싱:11시 타이머의 덕목은 입은 무겁게, 머리는...뭐 어쨌더라? 하여튼 그런 거거든.
한시원:(뭐지 별로 덕목이랑 안어울려보이는데)
헤이싱:너네가 궁금해하는 건 알겠는데... (쩝, 하고 입맛을 다신다.)
한시원:
심리학
기준치: |
40/20/8 |
굴림: |
4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헤이싱:그래, 뭐. 근데 너네가 계속 쑥덕이는 것보단 내가 말하는 게 나으니까.
한시원:(별로 곤란해보이진 않는다고 생각하다가 말해줄 것 같자 몸을 반듯하게 한다)
헤이싱:나한테는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모습이 보였걸랑. 원체 예언이라는 게 좀 두루뭉술해. 명확할 때도 있는데 그건 보통 사소한 거. 어쨌든 따뜻하게 봄이 오고, 무슨 소리도 들리더라.
세계는 멸망하지 않아. 도밍게즈는 새 계절을 맞을 거야. 그리고...
(허공에 손날을 탁 치더니) 내 건 여기까지.
그리고 내, (그제서야 팔을 들고 제 양 옆구리를 보더니) 엥, 없네. 어쨌든 내 파트너 모모가 들은 건 세계가 무너지는 소리. 요란하고 끔찍하다던가.
멸망이 신속히 임하리니, 아무도 멸망의 때인 줄 알지 못하리라... 뭐, 그런거지.
난들 알겠냐. 멸망하고 재건한다는 건지, 아니면 확률이 반반이라는 건지. 둘이 돼서 아주 성가시다니까.
한시원:아무도 멸망의 때인 줄 알지 못하리라...(제 턱을 매만진다) 애매하네.
예언이란게 원래 세세하진 않으니까. 어차피 일어날 일이면 일어날테지.
(예언에서 관심을 돌리자 사적으로 궁금했던 내용이 떠오른다) 근데 그 모모라는 파트너랑은 사이가 좀 어때?
헤이싱:내 파트너? 몰라. 도망다녀. 지금도 어디갔는지 모르겠네.
(왜지? 훈련 때문에 일방적으로 어색해졌나?) 너네는 훈련, 어디까지 했어?
헤이싱:우린 끝까지 다 했는데. 다들 그러는 거 아니었어? (별안간 테이블보를 들춰 테이블 아래를 쭉 훑더니) 여기도 없네.
멸망이 도래하기 전에 잠이나 많이들 자 둬라. 늦게 먹고 자면 얼굴 붓는다. 팅팅.
그는 또 가볍게 웃으며 유유히 식당을 떠나갑니다.
한시원:아, 그럼 쟤네.. 키스하고나서 들은 얘언이 저거인가.
(*예언)
반응을 보면 모모가 당한것 같은데.
리 샤오샤오:보기엔 저래도 그렇게 나쁜 애는 아니야. (나름 동기라도 옹호해준다)
한시원:아, 나빠보여서 한 말은 아냐. 잘 알지는 못하지만 모모랑도 잘지낼것 같네.
리 샤오샤오:(으음, 하고 미소를 띈 채 짧은 음성을 냈다가) 모모가 걱정되긴 하네.
(걱정 안되는 미소를 지은 채.)
한시원:하나도 걱정 안하는것 같은데. (작게 웃는다) 근데 모모가 왜?
리 샤오샤오:헤이싱은 모모를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아서. (미묘하게 말을 끊더니) 만약 모모가 우리 방으로 도망치면 숨겨주자.
한시원:(모모는 싫어하는건가? 아리송하게 생각하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남자 둘 있는 방에 부러 올 것 같진 않지만.
우리도 그만 올라가자. 다 먹었지?
모든 카운터가 같은 시각의 타이머에게 끌린다면, 그럴 리는 없는데 말이죠.
시원이 느꼈던 것들도, 그리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는 감정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호화로운 저녁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올라갑니다.
한시원:(적어도 나는 끌리는것 같다고.. 생각.)
--------------------------------------
사건은 고장난 폭탄처럼 순식간에 터진다고 합니다.
사건이라고 불러 마땅한 '그 일'도 그랬습니다.
두 사람이 막 잠자리에 들 준비를 마쳤을 즈음이었죠.
리 샤오샤오:(시원을 잠시 바라보다가...눈썹을 살짝 비틀며 뒷목으로 손을 가져간다.) 어째 좀...
흐릿해진 것 같지 않아? (시원의 뒷목에 새겨진 각인을 손 끝으로 쓸어본다.)
한시원:(목 언저리에 닿는 낯선 열감에 오소소 소름이 올라온다. 네쪽을 돌아보며 뭐? 반문하고는) 흐려졌다고?
(샤오의 각인도 확인해본다)
한시원:...네건 그대로인데. (기분탓일까 생각하다가도 불안정한 존재인 카운터이니... 하는 생각도 연이어 든다.)
어두워서 그럴수도 있겠다. 불 켜볼까?
리 샤오샤오:아냐, 잘못 봤나봐. 네가 없어질까봐 무서운가? (장난스럽게 웃더니 곧 뒷목에서 손을 거둔다.)
한시원:
초능력 Roll
기준치: |
35/17/7 |
굴림: |
62 |
판정결과: |
실패 |
시원이 조심스레 손 끝에 감도는 힘을 느껴보면...
능력이 제멋대로 날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손을 위로 쭉 끌어올리는 것 같았다가도 순식간에 힘이 빠져나가는 게...
마치 능력이 자신의 것이 아닌 것처럼, 멀리 도망치는 기분입니다.
한시원:없어지긴...(문득 느껴지는 불길한 파동에 제 손을 내려다본다. 이게 왜이러지?)
사람은 호흡을 신경 쓰지 않습니다. 누구도 가르치지 않았지만 때가 되면 알아서 숨을 들이켜고 내쉬기 마련입니다.
능력자가 능력을 다루는 것 또한 그렇습니다. 시간의 선택을 받으면, 능력은 존재의 증명이 됩니다.
그것은 사라지지 않고 영원히, 죽음에 이를 때까지 타이머가 함께합니다.
숨이 멎으면 인간이 스러지듯이, 능력이 멎으면 타이머도 스러집니다.
그러니까 그들은, 능력의 존재를 의심하지 않습니다. 절대로요.
싫건 좋건, 마음에 들건 들지 않건...사라진다는 일은 있을 수 없어요.
이 능력은 시원의 것이기도 하기 때문에, 얌전하던 능력이 이상하게 새고 있다는 것을 기민하게 알아챌 수 있습니다.
마치 당신에게서 도망치려는 것처럼... ...
한시원:(불완전한 나는 어떨까. 잠시간 든 생각은 얼마 지나지 않아 결론을 낸다. 몇 번 다시 생각해봐도 정답지가 있는것처럼 다른 가능성을 생각할 수 없게 된다.) ...이게 내 몸에서 빠져나가는것 같아. (여전히 제 손을 내려다보며 중얼인다)
한시원:
듣기
기준치: |
75/37/15 |
굴림: |
6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한시원:(고개를 들어 샤오를 본다. ....어째서?)
그 어느 때보다 평온하고, 다루기 쉬운, 당장이라도 넘칠 것처럼 넘실거리는... ...
그의 능력은 이례적인 정도로 완전하게 차 있었습니다.
한시원:으, 아.. (선뜩한 기분에 몸을 벌떡 일으키며 멀어지려다가 중심을 잃고 침대 밑으로 굴러 떨어진다)
리 샤오샤오:... ...너... (무어라 말하려고 입을 떼다가, 네가 성급하게 침대 밑으로 굴러떨어지는 것을 반사적으로 받아낸다. 공기가 푹신하게 몸을 감싸듯 시원을 받아낸다.)
(몸에 흐르는 기묘한 기운을 느낀다. 잘 배합된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지만 완전히 자신의 몸에 들어와 있는... ...)
(카운터와 함께 있으면 능력의 효율이 오른다, 카운터는 타이머를 위한 배터리이다. 누군가의 말들이 머리를 스쳐지나간다. 천천히 중력이 시원을 침대로 끌어올리도록 한 뒤 손을 거둔다.)
한시원:(안온한 감각이 몸을 감싸 보호해주는데도 알 수 없는 공포심이 든다. 왜, 무슨 이유로? 여전히 혼란스러워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만 드는데도 중력이라는 것은 네게 저를 붙여놓고 싶은것처럼 원래 자리에 돌아오도록 만든다. 더듬더듬, 자리에서 일어나 조금 떨어진다) ....너한테 가고있어.
한시원:
초능력 Roll
기준치: |
0/0/0 |
굴림: |
55 |
판정결과: |
실패 |
불을 끄는 것처럼, 그리고 불을 켜는 것처럼.
해가 지는 것처럼, 그리고 달이 뜨는 것처럼.
네가 ■■ ■ 것처럼, 그리고 내가 ■■■ 것처럼.
한시원:(문득 제 뒷목을 만져본다. 살짝 패여있던 그 느낌은 아직 그대로일까?)
불현듯, 헤이싱과 모모의 상반된 예언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카운터를 소개할 때, 하인리히 장교는 분명히 세계 멸망에 관한 이야기를 곁들였습니다.
그렇다면 이것도, 멸망과 엮인 사건인 걸까요?
한시원:...대체 뭐야? (천천히 샤오에게 다가가 몸을 붙이고 잠시 기다려본다)
어느 쪽의 예언이 옳고 그른지 알 수 없습니다. 두 예언이 공평하게 저울 위에 놓여 있습니다.
리 샤오샤오:(옆으로 비켜 시원에게 침대 자리를 내준다. 마치 넘치는 능력을 억지로 떠밀려는 것처럼 네 어깨를 감싼 채 끌어당긴다.) ... ...
한시원:
지능
기준치: |
80/40/16 |
굴림: |
31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조금 다행인 점은, 시간의 각인이 아직 선명하다는 것입니다.
한시원:(하지만, 아무리 일시적이라도.. 돌려놓지 못한다면...)
리 샤오샤오:(돌아가지 않는다. 오히려 가득 찬 물병에 밀려 네가 스러지는 기분이 든다. 결국 시원의 손을 가져다 꾹 잡는다.) ...내일은 훈련이 없어. 전부 이론 수업이야.
한시원:(뭐라도잡고 있으면 사라지지는 않을것 같은 기분이 든다. 네가 몸을 떨어 뜨리면 동앗줄을 붙잡듯 팔을 둘러 등과 어깨를 세게 움켜 잡는다.) .....하지만...
선생님들도 모르시겠지? 훈련관도..(네 어깨에 이마를 깊게 묻은채로 불안하게 중얼댄다) 이런 일은 여지껏 없었던거잖아.
무서워, 갑자기.. 멋대로 발현돼서...
...끌려온것 뿐인데.
리 샤오샤오:(고개를 천천히 주억인다. 숨길까? 하지만 언제까지 숨길 수 있지? 만약 숨겼다가 들킨다면? 카운터의 존재에 대해 알고 있었으니, 어쩌면 이런 일이 일어났을 때의 해결방법도 알고 있지 않을까? 여러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떠다닌다. 시원을 잡은 손에 힘을 준다.) 내가...
...계속 옆에 있을게.
...도움을 요청할까? 일시적인 현상일 거라고 주장하면...
...괜찮을지도 몰라. 우리끼리는 아직 해결방법을 모르니까...
한시원:(품 안에서 한숨처럼 길고 얕은 숨소리가 내뱉어진다) ...응. 어차피 금방 들킬테니까.
조금이라도 빨리 방법을 찾는게 좋겠지.
리 샤오샤오:괜찮아. 괜찮을거야. (천천히 미소를 지어보인다. 평소처럼 능청스럽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상대방을 안심시키는 모양새다.)
한시원:(말투는 어느덧 덤덤해졌으나 붙잡은 손은 여전히 잘게 떨린다. 자고 일어나면 원래대로 돌아와 있을지도 몰라. 그런 생각을 하면서 눈을 감는다.) ...오늘만 이렇게 자자.
뭐라도 잡지 않으면 불안해서 못 잘 것 같아.
한시원:
관찰력
기준치: |
75/37/15 |
굴림: |
5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하인리히 장교가 본관에 들어가는 것이 눈에 띕니다/
이곳은 DOT. 언제든 문이 열려있는 곳이었죠.
만약 최대한 빨리 보고를 할 거라면, 지금이 좋을 수도 있겠습니다.
한시원:...(어깨 너머로 발견한것에 시선이 쏠린다.) ...본관으로 들어갔어.
아직 안주무시는거면.. 지금 말하는게 낫겠지? (말이 끝날때까지 네게 달라붙어있다가 겨우 몸을 뗀다)
리 샤오샤오:본관으로? 누가? (시원의 말에 시선을 창 밖으로 던지고, 곧 그것이 장교를 의미한다는 것을 눈치챈다.) ...응. 밤새 해결이 되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라면...가자.
(네가 떨어지는 것을 조금 불안하게 바라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한시원:(성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신발을 챙겨신고 밖으로 나간다. 샤오와 함께 본관으로 간다.)
세계 멸망과는 어울리지 않게 수 많은 별들은 떨어질 기미라곤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하늘이 이렇게 맑으니 내일 날씨도 좋겠구나, 싶을 뿐...
만약...능력이 정말로 사라진 거라서... ...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DOT를 떠나도 된다고 한다면, 갈 거야?
한시원:(빠른 걸음으로 본관을 향해 걷다가 고개만 돌려 바라본다) 뭐?
(네 말에 발걸음이 조금 느려진다. DOT를 떠나도 된다고 한다면... 어제까진 아무 망설임 없이 그렇다고 답했겠으나 지금은?)
그건....
능력이 사라진거면.. 내가 원하지 않아도 쫒겨나겠지. (결국 애매한 대답을 남기며 어색하게 웃는다)
리 샤오샤오:(네 대답에 그래, 하는 감상만을 남긴다. 만약 시원이 떠난다면, 그건 시원에게는 좋은 일이겠지만. 그리고 짧은 기간이라도 정이 붙은 파트너로써는 그것을 응원해야 마땅하겠지만...)
나는, 그런데...네가 안 갔으면 좋겠어.
한시원:(어쩐지 조금 눈치를 보게 되어서, 무슨 말일도 덧붙이려 입을 어물거린다. 곧 이어진 말에는 입을 조금 벌린 채 아무런 말도 내뱉지 못했지만. 정말 정이 많은 애구나. 이 답답한 곳에서 새로 만난 사람에게 단시간 동안 얼마나 곁을 내어주었나 생각해보면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이곳이 싫었던 저마저도 동화되게 만들었으니, 아마도 더더욱.)
...나도 너랑 계속 만날 수 있으면 좋겠어.
하지만 기관에서 나가라고 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것도 존재한다고, 그렇게 매정하게 설명해야하는걸까. 얘가 모르는것도 아닌데. 그런 생각을 한다.)
리 샤오샤오:(시원의 대답에 안심했다는 듯이 미소짓는다.) 그렇게 될 거야. 아니라면 그렇게 만들게. 네가 그러고 싶다는 것만으로도 됐어.
두 사람이 본관으로 들어서면, 퇴근하지 않은 직원이 눈을 깜박입니다.
한시원:네 대답만 들으면 진짜 뭐든 될 것 같아서 무서울 지경이야. (그제야 조금 웃는다)
안내 직원:어라, 이렇게 늦은 시간에...어쩐 일이에요? 찾는 사람이라도 있어요?
한시원:아, 장관님이 이쪽으로 들어가는걸 봤어요. 상담하고 싶은게 있어서..
안내 직원:아, 하인리히 장교님이요. (으음, 하는 침음을 내며 입을 다물었다가 엘리베이터를 힐끔 바라본다.)
엘리베이터에는 지하 2층, 층수를 나타내는 파란 글씨가 점등했다가...곧 지하 1층으로 올라오기 시자갑니다.
안내 직원:(곧 미소를 띄우곤 고개를 끄덕인다) 마침 올라오시네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한시원:(지하 2층은 뭐하는곳일까 궁금해한다) 감사합니다.
띵, 날카로운 기계음과 함께 익숙한 남자가 내립니다.
두 사람과 마주친 하인리히 장교는 눈을 크게 뜨면서도 기꺼이 두 사람을 반깁니다.
안내 직원:이런, 며칠 전에도 자네들을 본 것 같은데. 하룻밤 새 많이들 컸군.
?
(두 사람의 얼굴을 번갈아본다) 무슨 일이지? 이런 밤중에 말이야.
한시원:성장기라...? (어색하게 대답하곤) 늦은 시간에 실례지만 의논 드리고 싶은 일이 있어서요..
그, 능력에 대한건데.. (안내 직원을 신경쓰다보니 목소리가 점점 작아진다) ...갑자기 사라져서...
근데 단순히 사라졌다기 보다는, 샤오한테로 흡수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관적인 느낌일 뿐이지만.. (시선을 굴리다가 아, 하며 덧붙인다) 물론 샤오가 의도한건 아닌것 같았고요.
리 샤오샤오:(시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시원의 능력이 갑자기 제게로 넘어온 것처럼 사라졌어요. 각인은 아직 멀쩡한데, 해결방법을 알 수 없어서 찾아왔어요.
하인리히 장교:아아. (짤막하게 감탄사를 내뱉더니, 얼핏 거만해 보이기도 한 미소를 짓는다.) 어린 사람들이 걱정도 많긴.
이미 들어둔 바가 있어. 자네들은 걱저아지 않아도 좋다.
(예상한 반응이랑 너무 달라서 도리어 당황한다)
하인리히 장교:환경이 낯설어서 그럴 가능성이 커. 마음을 편안하게 갖는 게 중요하다더군. 두 사람이 또래라 함께 있으면 좀 나을 줄 알았는데... ... (샤오샤오를 한 번 바라보았다가, 시원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타이머 군이 텃세라도 부리던가?
한시원:에? 텃세..? (갑작스러운 비약에 당황에 얼을 타다가 뒤늦게 손을 마구 내젓는다) 아뇨, 그런건 전혀.. 샤오 덕에 오히려 편하게 지내고 있었어요.
(단순히 그런게 아닌것 같은데.......왜인지 제 말을 귀담아 듣는것 같지 않아 입 밖에 내지 못한다)
하인리히 장교:그렇다면 다행이군. 걱정 말고 숙소로 돌아가도 좋다. 아무 문제도 생기지 않을 걸세.
도밍게즈는 언제나 평화로울테니까.
한시원:(이 사람.. 대체 무슨....생각을 하는걸까...)
심리학
기준치: |
40/20/8 |
굴림: |
2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이 강박에 가까운 믿음은 뭐지..? 심중이 궁금해 그 거만한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그리고 두 사람의 이야기는 전혀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군요. 시원의 짐작대로요.
카운터의 존재를 그렇게 어화둥둥 했으면서, 현 사태를 이토록 가볍게 여기다니...
정말로 이미 알고 있었던 걸까요?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한시원:(내 능력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건가? 아니면, 정말로 능력이 돌아올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건가..)
두 사람조차 방법을 몰라 발을 동동 굴렀는데 말이죠.
한시원:(일단 샤오를 돌아봤다가, 뒤늦게 아차 한 얼굴로 장교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한다) 늦은 시간에 실례했습니다.
하인리히 장교:그러니까 두 사람은 더 가까이 있도록 해. 기왕이면 한 침대를 쓰는 것도 괜찮겠군.
두 사람이 가까워질수록 완벽하게 적응할테니까.
한시원:음... 네. (아까도 한침대에 있긴 했지만 남에게 권장받으니 기분이 이상함)
한시원:(샤오의 등을 밀며 장교에게서 멀어진다) 일단, 그만 가자.
(뭔가 꺼림칙한데..)
리 샤오샤오:(시원의 말에 고개를 삐걱삐걱 끄덕이며 등을 돌려 본관을 나선다.) 종종 대화를 나누지만, 정말 특이한 분이야.
한시원:
지능
기준치: |
80/40/16 |
굴림: |
4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아까 전 떠오른 궁금증이 머리를 맴돕니다. 지하 2층이 있었던가?
근데, 본관.. 지하 2층 너는 가본적 있어? (혹시라도 들릴까 싶어 샤오에게 속닥거린다)
장교만 출입할 수 있던 비밀 공간이라던가...뭐, 그런 생각이 드네요.
리 샤오샤오:지하 2층? (이어서 엘리베이터에 점등되었던 숫자를 떠올리곤 고개를 젓는다) 애초에 지하 2층이 있다는 얘긴 들은 적 없어.
...집무실인가? 모르겠네.
한시원:이 시간에 집무실에 들르는 이유....(버릇처럼 의심부터 하게 되어서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다) ...뭐 놓고 오기라도 하셨나보지. (근데 집무실을 지하 2층에 놓을리는 없지않나.)
일단, 가까이 지내라 하셨으니 그러는 수밖에 없겠다. 내일 다른 선생님들 한테도 여쭤봐야겠어.
다른 카운터들에게도 비슷한 일이 있는지도 확인해보고..
(기숙사로 돌아간다)
어쨌든 걱정은 덜었네요.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가벼운 반응이기는 했지만요.
리 샤오샤오:(문득 숙소 침대에 앉았다가, 베개를 한 켠으로 밀며) 여기서 잘래, 시원?
한시원:(별다른 거부 없이 샤오의 침대로 다가간다) 있잖아.
리 샤오샤오:응? (눈을 끔벅이며 이불을 들춘다.)
한시원:좀 바보 같은 생각일수도 있는데 (말하면서도 제법 진지하게 고민한다) ...아까 훈련때 입맞춤을 안해서... 이러는건 아니겠지?
가까이 지내라는 말이 좀 신경쓰여서.
리 샤오샤오:(시원의 말에 응? 하고 되물었다가 웃어버린다) 하지만 우리는 다른 파트너들보다 훨씬 오래 붙어다녔을텐데. ...그런가? 하긴, 능력은 민감하니까...
한시원:....역시 아닌가. (침대로 들어가 이불을 배까지 올려 덮는다) 헤이싱네는 입맞춤 했었다니까 걔네는 어떻게 됐는지 물어봐야겠어.
리 샤오샤오:영 아쉬우면 해 볼래? 능력이 돌아오는데에 도움이 될 지도 모르잖아.
한시원:(네 물음에 고민없이 누웠던 자리에서 일어난다.) 이걸로 돌아온다면 그것만큼 허무한 일도 없겠지만....(샤오의 무릎을 짚은채로 몸을 약간 기울인다.)
리 샤오샤오:난 차라리 허무한 해결이 좋을 것 같아. (흔쾌히 제안을 수락하는 것처럼 네 뒷목에 손을 올리고 살짝 끌어당긴다. 고개를 비틈과 동시에 부드러운 듯도, 뜨거운 듯도 한 입술이 겹쳐진다.)
한시원:(머리가 조금 더 수그러들면서 가늘게 뜨고 있던 눈을 감는다. 볼에 닿는 숨결과 뒷목에 얹어진 손으로 인해 금방 열이 오른다. 드물게도 더위와 싸우는듯한 기분을 느끼며 몸상태에 변화가 없는지 조금 더 기다려본다)
리 샤오샤오:(입술을 댄 지 십 몇 초나 지났을까? 뒷목에 감싸여있던 손이 풀리며 고개를 물린다.) ... ...안 돌아오네.
한시원:(조금 따끈따끈해진 채로 몸을 물린다.) 어쩔수 없지. 그래도 입맞춤이랑 상관없다는건 알아냈네. (멋적게 다시 눕고는)
네 몸에도 별달리 느껴지는거 없었지?
리 샤오샤오:천천히 작용하는 걸지도 모르니까. 기다려보자. (이번에는 시원의 옆에 자리를 잡고 잘 눕는다.) 응. 딱히...뭔가 옮겨 보려고는 했는데...잘 안됐어.
한시원:억지로 끼워 맞추려 해봤자 별 소용 없나봐. (천장을 보며 중얼거리다가) 근데... 일단 쫓겨나진 않았네.
(네쪽으로 돌아눕고는) 만족해?
리 샤오샤오:응. 만족해. (정말로 그렇다는 듯이 큰 미소를 지어보인다.) 네가 떠나면 외롭다고 생각할 것 같았거든...
한시원:네가 외로움 같은걸 느낄 성격은 아닌것 같은데. (애지중지 기르던 새가 날아서 도망가버려도 외롭다고 말할것만 같다는 말은 곱게 넣어둔다)
리 샤오샤오:그냥 기분이 그래. 허전하고, 보고싶을 것 같고.
그걸 외롭다고 하는 거 아니야?
한시원:포괄하자면 전부 들어갈테니 틀린 말은 아니지. (어쨌든 누군가가 저의 부재로 인해 외로움을 느낀다니 뿌듯하지 않을수 없다)
나도 좀.. 아쉬웠을것 같아. 나가게 됐다면.
리 샤오샤오:(모로 돌아누워 시원을 가만히 쳐다본다.) ...너는 여기에 끌려왔다고 표현했었지만,
나는 네가 여기 와서 좋아.
한시원:아, (끌려왔다는 말을 이 사람 앞에서 내뱉었다는 생각에 어쩐지 양심이 쿡쿡 찔린다) ...방식에 불만을 가졌을 뿐이야.
너한테는 아무런 유감도 없어.
너랑 짝이 되어서 다행이라고도 생각하고..
나도 네가 좋거든. 하지만 너한테 불만이 1g도 없다해서 끌려왔단 사실이 변하는건 아니니까, 단지 그런 의미로.............말한거야. (횡설수설쇼를 겨우 끝마친다)
리 샤오샤오:알아. (긴 설명에 간단하게 대답한다.) 이곳의 방식이 친절하지는 않아. 분명히...불만스러워하는 사람도 있을거야. 그래도 네가 날 편하게 생각한다는 건 잘 알겠어. 오해 안 해.
그리고...다 잘 될거야. (이불 안으로 손을 넣어 네 손을 가볍게 쥔다.)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고 푹 자.
한시원:(편하게 생각한다는것보다는 좀 더, 음, 아주.. 약간 더. 조금 다른 감정일수도 있지 않을까. 혼자서만 생각한다. 여태껏 타인에게 정을 붙였다고 해서 거리낌 없이 키스할 수 있었던적은 없었으니까. 그러나 무슨 대답을 듣고 싶어 이런 이야기를 꺼낼까 하는 생각에 이번에도 이러한 생각은 입 안쪽만 굴러다닌다)
(지금은 그냥, 그거지. 가장 의지되는 사람. 그거면 됐어.)
너도. (결론을 내고나면 한결 가벼워진 상태로 눈을 감는다. 손을 잡았을 분인데 온기가 전염되어 기분좋은 소름이 돋는다)
잘 자.
분명 이건 큰 일일텐데, 두 사람은 나름대로 편안한 마음으로 잠이 듭니다.
------------------------------------
이 날 이후로부터, 샤오샤오와 시원은 평소보다 더 가깝게 붙어 지냈지만 능력은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때때로 컨디션이 좋을 때, 샤오샤오와 접촉한 상태라면 아주 약간...약간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었지만...
-----------------------------------
어제보다 나아진 것 같아. 하고 희망찬 말을 내뱉고 나면
그 날 저녁에 또 한 움큼 사라지길 반복합니다.
심리적인 요인 때문인지, 두 사람이 파트너라서 그런건지...그래도 가까이 붙어 있는 쪽이 더 안정적이기는 했지만요.
이런 기현상을 겪는 것은 다른 파트너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누군가는 아침에, 누군가는 두 사람보다 이른 저녁에...
개중에는 어느 순간 능력이 돌아온 카운터들도 있었습니다.
이러면 돌아온다더라, 저러면 돌아온다더라...
무슨 민간요법처럼 돌아다니는 방법은 모두 써 보았습니다만...
아직 반이 넘는 카운터들이 시원과 같은 상태라는 것은 조금 위안이 됩니다.
정중한 목소리로 말하는 남자는 하인리히 장교의 부관인 라슬러입니다.
타이머에게는 낯익고, 카운터에게는 낯선 사람.
그는 군복이 아닌 정장 차림새로 누런 서류 봉투를 들고 있었습니다.
라슬러:수업을 시작하기 전 방문한 것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다만 오늘은 중요한 전달 사항이 있습니다.
뱀처럼 얇은 눈꼬리가 새로운 얼굴들-그러니까 카운터-들의 얼굴을 훑습니다.
도밍게즈 건국 축제의 마지막 순서는 타이머가 등장하는 것이 관례입니다.
능력을 선보여 시간이 건재함을 알리고, 세계가 평안하다는 것을 보여주는...일종의 쇼맨십이죠.
실제로 이 시기면 타이머의 얼굴을 모겠다고 수도로 향하는 관광객들의 수가 대폭 늘어나곤 합니다. 몇몇 분들은 보신 적도 있겠지만...그 규모만큼 절대 간과할 수 없는 이벤트죠.
그리고 무엇보다, (숨을 한 번 들이킨다.) 이번에는 카운터...의 존재를 공식적으로 드러내는 자리이니 더욱 중요하게 다뤄질 겁니다.
예년보다 화려하고 완벽하게, 차질 없이.
한시원:(아, 맞다.. 얘네 연예인이었지...)
(이 와중에 어쩐지 강압적이고 부담을 주는듯한 태도가 마음에 안들어 눈꼬리가 아주 약간 삐죽해진다)
라슬러:준비는 잘 되어갑니까? 장교님께서도 기대가 크십니다. 능력을 선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카운터...의 존재. 즉 새로운 능력자의 등장입니다.
모쪼록 타이머와 카운터가 다정하고 친밀하게. 완벽한 파트너의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하시더군요.
기왕지사, 능력을 함께 선보인다면 더할 나위 없고요.
한시원:(쇼윈도 부부라도 된 기분... 이라고 생각하다가 마지막 말에 턱을 괴고 있던 손이 미끄러진다)
(대놓고 동요한 얼굴로 샤오를 쳐다본다)
리 샤오샤오:(시원과 비슷한 반응으로 눈을 끔벅이다가 시원을 바라본다.)
(결국 손을 들며) 지금은 몇 가지 문제가 있는데요.
한시원:(아 말해도 되는구나. 조금 편안해지며..)
라슬러:(샤오샤오의 이의에 고개를 돌려 바라보더니)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당 문제에 관련해서는 장교님께서 괜찮을 거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저는 우려하지 않습니다.
라슬러:(천천히 서류를 넘기며) 다음은 축제 일정입니다. 축제 이틀째에 능력을 선보일테니, 첫번째 날에는 자유 시간이 주어질 예정입니다.
아침을 먹고 외출이 가능하지만, 반드시 사복을 착용하고 타이머와 카운터는 동행한다는 조건입니다.
리 샤오샤오:카운터는
극비사항이니까 절대 안된다고 할 줄 알았는데. (별 일이다, 하며 시원을 본다)
한시원:그러게.. (제 뒷머리를 긁적인다) 동행하는것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네 팬들한테 돌 맞을까봐 무서운데.
리 샤오샤오:에이, 그럴 일 없어. 친한 친구인 척 하면 되지. 아니면 내가 가면을 쓰고 다닐까? (큭큭 웃는다)
한시원:(이런 이야기에도 어느덧 익숙해져 실없이 웃고만다) 돌 날아오면 막아주기나 해.
라슬러:만약 누군가 인터뷰를 요청하거나 이야기를 걸어도 되도록 답변하지 마십시오. 공식적인 발언은 언제나 DOT와 사전 협의 후에 진행되어야 합니다. 카운터에 대해서는 더더욱.
그리곤 그는 서류봉투 안에서 팜플렛을 우르르 꺼내 한 명 한 명에게 나눠줍니다.
한시원:(인터뷰 요청을 거절하거나 무시하는 샤오라.. 잘 상상 안가는걸.)(팜플렛을 받아 펼쳐본다)
라슬러:첫 날 저녁에는 전원 전시회에 참여할 겁니다.
전시회라니. 팜플렛의 표지에는 〔타이머 展〕 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아하, 요컨대...구원자에 미친 이 행성은 굿즈와 장난감, 드라마와 애니메이션, 온갖 창작물을 넘어서...이제 전시회마저 열 모양입니다.
리 샤오샤오:우와, 우리 전시회를 우리가 보는 거야? (이럴 줄 알았다는 듯 다른 타이머들과 시선을 주고받더니 거봐, 하고 웃는다)
한시원:전시회를 보기는 무슨.. 전시 당하러 가는거지. (투덜)
박제 동물도 아니고 이래라저래라..
헤이싱:아아, 지금 막 예언이 왔어. 우리가 전시회를 보다가 두 세명 쯤은 쪽팔려서 죽을 거라는데. (농담조로 말하며 팜플릿을 흔든다)
리 샤오샤오:그래도 보고 있으면 재밌어. 잘 만든 것들도 있고. 나라는 생각만 안하면서 보면 볼 만해.
한시원:두 세명 중 하나는 분명 나일걸. (묘하게 가시돋친채로 말을 하다가 샤오가 어르는듯한 말투로 이야기하면 조금 누그러든다) 긍정적이라 좋다고 해야할지...
그래, 뭐.. 네 전시회니까 적어도 난 재밌게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라슬러:...도밍게즈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타이머 전시회인 만큼 첫 번째로 관람하고, DOT로 복귀할 겁니다.
둘째 날 부터는 축제의 마지막을 장식하기 위해 대기하고, 세팅하고, 리허설에 참여하게 될 거에요. 눈코 뜰 새 없이 바쁠테니 첫째 날에 쉬어두시길 바랍니다.
이상, 전달사항 종료합니다. 질문 있습니까?
리 샤오샤오:아니, 전혀. (라슬러를 보고) 없어요.
그는 의례적으로 물었다는 듯 짤막한 인사를 남기고 교실을 떠납니다.
한시원:(라슬러가 나가면 문쪽을 힐끔 본다) 인상이 영 별로야.
리 샤오샤오:원래 저런 사람이야. 진짜 한결같아. (작게 웃는다)
라슬러가 나가고 나면, 예정되었던 수학 수업이 시작됩니다.
한시원:(풀어내고난 뒤의 성취감은.... 좋아한다)
한시원:(좋아, 난 열심히 필기하면서 꼼꼼히 듣는다. 기관에 들어왔다고 공부를 소홀히 할수는 없지.)
샤오샤오는 영 들을 생각이 없는지, 턱을 괴고 느긋하게 졸고 있네요.
두 사람은 여러가지 방면에서 반대인데, 이런 점이 특히 그렇습니다.
시원이 문제지에 나온 문제를 열심히 풀고 있으면, 어느새 조는 것도 지쳤는지 눈을 뜬 샤오샤오가 엎드려서 시원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한시원:(물과 불... 그렇게 다르니까 오히려 잘 맞는걸까. 내가 불일땐 샤오가 물같고, 내가 물일땐 샤오가 불로 변한다. 이다지도 다를수 있을까 싶으면서도 이런게 세계가 정한 운명이라는 걸까 생각하면 부끄럽게도 들뜨게 된다. 네 시선을 부러 모른척한채 문제에 집중하다 더이상 유지할 집중력이 없어지고 나면 샤오를 쳐다본다) 왜?
리 샤오샤오:열심히 풀길래, 그렇게 재밌나 하고. (여상스럽게 웃으며 문제지를 툭툭 두드린다.) 잘 풀려?
이런 저런 상념 때문이었을까요, 샤오샤오의 손이 시원의 손등을 스치고 지나가는데...
몸에 열감이 차는 듯한... ...아니, 그냥 기분이 아니라...
샤오샤오도 눈을 둥그렇게 뜨고 시원을 바라봅니다.
일시적으로 샤오샤오와 닿아있을 때 능력을 빌려 쓰던 기분이 아닙니다.
한시원:(눈을 동그랗게 뜬 채 샤오를 쳐다본다)
원래 시원의 것이었던 능력이 돌아오는... ...아주 조금이지만, 확실합니다.
한시원:(조심스레 손을 올려 샤오의 손 위에 얹는다. 그리고 잠시 기다린다.)
리 샤오샤오:(네가 손을 올려놓으면, 손을 돌려 깍지를 끼고 꽉 맞잡는다.)
넘어갔어. 확실해.
나, 나 좀 안아봐. (확신없는 얼굴로 팔을 조금 벌린다)
리 샤오샤오:어? 여기서? (그렇게 질문은 하지만 드디어 문제가 해결됐다는 사실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시원을 덥석 끌어안는다.)
몸이 찰랑이는 물로 차오르는 듯 했다가, 곧 남은 자리에 은은하게 불이 붙는 것 같습니다. 시원이 처음 느꼈던, 바로 그 편안한 감각입니다.
한시원:가, 갑자기 왜지? (내내 온 몸의 피가 쭉 빠져 있었다가 돌아온것처럼, 충만한 기분. 잃었던것을 되돌려 받아 어색하고...... 좋아.) ....왜 갑자기...
리 샤오샤오:... ...그냥, 시간이...된 건가? 정말 기다리는 게 답이었나? 그냥 우리가 오래 붙어다녀서 그런 걸지도 몰라. (포옹을 푼 뒤에도 시원의 손을 붙잡고 마구 흔든다.)
한시원:그런가..? (주변 애들은 어떻지? 둘러본다)
리 샤오샤오:...잘 됐다. (며칠간 계속되던 긴장이 천천히 빠지는 것 같다. 느슨하게 미소짓는다.)
주변 사람들은 시원과 샤오샤오를 보고 이리저리 시도를 해 보지만, 당장 돌아오는 사람은 없는 것 같습니다.
원인도, 해결도 불명확하지만, 지금은 안심할 수 있다는 것. 그것 하나만은 명확합니다.
한시원:우리가 돌아왔으니 다른 애들도 곧 돌아오겠지. (지금은 제 힘이 돌아온것에 그저 기쁘다) 축제도 잘 마칠수 있겠네.. 다행이다.
리 샤오샤오:응. 확실히... ...그럼 수업 끝나고 바로 생각해봐도 되겠다. 우리, 무대에서 할 거.
한시원:무대에서 할 거... 우리가 정해야돼? (이자식들 너무 부려먹잖아)
리 샤오샤오:너를 처음 소개하는 자리니까 기왕이면 멋지게 준비하고 싶어. (들뜬 표정으로 시계를 확인한다) 곧 끝나겠다.
능력을 쓰는 건 우리니까. 우리가 짜는 게 훨씬 나아.
한시원:네가 돋보이는게 더 좋을것 같은데. 난 초보 티가 나서...(물론 둘의 조화가 가장 중요하겠지만...)
따로 생각해둔거 있어? 난 지금으로선 전혀 생각 안 나. 뭘 해야할지도..
허공만 걸어도 신기해할 것 같은데, 아니.. 사람들은 자극을 좋아하니까 그걸론 안되려나.(곰곰)
리 샤오샤오:그러게... ... (학습지를 뒤집어 끄적끄적 낙서를 한다. 중력, 둘, 시원...이런저런 글씨를 쓴다.)
난이도가 높은 능력을 선보인다고 해서 다 대단해 보이는 건 아니거든. 오히려 단순하지만 큰 게 멋질 수도 있고...
그럼...
흠...(중력으로 사람들 눈에 띌 만한것을 만들려면...)
리 샤오샤오:시작은 하늘에서 내려올까? 아무래도 그게 신기한 등장이기는 하지.
공중에서부터 천천히, 원형 계단을 내려오듯이.
한시원:천천히 내려오는거 좋을것 같아. 왠지 신선같은데. (작게 웃으며 원기둥과 계단을 끄적끄적 그린다) 꽃을 잔뜩 뿌려줄까. 바닥에 막 늘여놨다가 사방으로 던져주면 알아서 받아가겠지.
리 샤오샤오:그거 괜찮다. 어차피 축제 날이니까 바닥에 꽃가루니 폭죽이니 즐비할거야. 바닥에 떨어져 있던 것들을 다시 올려서 공중에 띄우고, 천천히 내리고...무대에 등장해서 앉을 때까지만 유지하면 되니까 별로 어렵지 않을거야. (어때? 하고 시원을 바라본다)
한시원:좋아, 이정도면 위험하지도 않고.. 나도 할 수 있을것 같아.
뭔가 허전하다 싶으면 네가 손키스라도 날려줘.
리 샤오샤오:아~... (그 말에 눈을 위로 굴리다가) 영 상황이 안 좋으면 생각해볼게. 왠지 무대에서 하는 건 민망하거든.
카메라 앞에서 하는 건 전혀 이상하지 않은데 말이야. (아이디어를 적은 학습지를 소중히 접어 교복 앞주머니에 넣어둔다)
한시원:숙제는 바람에 날아가든 물에 빠지든 신경도 안쓰면서. (곱게 접혀 앞주머니에 자리잡는 종이를 보며 웃어버린다)
리 샤오샤오:숙제는 숙제고, 이건 너랑 하는 첫 무대니까. 사람들이 잘 봐줬으면 좋겠어.
한시원:누가 애지중지 해주니까 기분은 좋네. (그게 싫지는 않은듯 선선히 대답한다) 무대 자체를 좀 겁내는 편이라 잘 될진 모르겠지만..
긴장하면 실수하거든.
리 샤오샤오:실수할 것 같을 땐 내가 도와줄게. 아, 그런데 손동작은 연습해야해. 사람들이 그래야 능력을 쓰는 줄 아니까.
숙소에서 알려줄게.
이런저런 회의를 하다보면 시간은 금세 지나가 수업을 마치는 종이 울립니다.
그 때 즈음이면 나란히 앉은 어깨가 유난히 가까워져 있습니다.
한시원:사람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제스쳐라니 재밌네. (닿을듯 말듯한 이 거리감마저도 없애버리고 싶은 충동이 든다. 이따금 들던 욕망이었으나 무언가 채워짐으로 인해 갈증이 더 심해진것 같은 기분도 든다.)
(이정도면 거의.. 짐승아닌가. 본능에 너무 충실해져가는것 같아. 작게 헛기침을 한다.)
우리가 시간이 정한 운명의 상대이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그새 다른 마음이 새로 품어지기라도 한 건지.
그런 시원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샤오샤오는 맑은 얼굴로 웃어보이며 가자. 하고 시원을 교실 밖으로 이끌 뿐입니다.
----------------------------------------
4월 19일이면 도밍게즈의 건국 축제가 열립니다.
이틀 동안 사람들은 꽃을 달고, 등을 띄우고, 술을 마시고, 웃고 떠들며 시간을 보냅니다.
창밖을 내다보면, 건물 사이 엮인 긴 줄마다 색색의 물건들이 매달려 있습니다.
식당으로 내려가면 축제 때문인지, 아침식사는 가볍게 준비되어 있습니다.
말랑한 치아바타와 세 종류의 치즈, 구운 햄, 부드러운 스크램블드 에그.
식사가 취향이 아닌 사람들을 위한 우유와 시리얼도 상비되어 있습니다.
한시원:(식당 건물 안에서 화려한 바깥 풍경을 구경한다. 시리얼을 말아 와작와작 먹는 와중에도..)
이렇게 화려하게 하다니.. 뭔가 부담스러워.
리 샤오샤오:이번은 특별히 더 사람이 많은 것 같아. 네가 나오는 걸 아는 것도 아닌데 말이야.
뭐, 사람이야 매년 늘어나지만.
오늘 나가 볼 거지, 시원?
한시원:타이머가 매년 더 유명해지다보니 사람이 몰리는건 불가항력일테지...
우리 그냥 맨몸으로 나가는거야?
인파에 깔려서 죽을까봐 걱정되는데.
리 샤오샤오:방탄복이라도 입고 나가려고? (작게 웃는다)
한시원:적어도 얼굴을 가리고 나가지 않을까 생각했어. 연예인이나 마찬가지니까...
(시리얼 그릇을 포개둔다)
리 샤오샤오:하지만 가리면 더 티가 날 걸. 다른 사람들은 한껏 꾸미고 오는 날이잖아.
의외로 축제에 돌아다닐 땐 사람들이 알아서 모른 체 해주기도 하고...시원이 원하면 모자라도 쓸까?
한시원:아냐, 네 말대로 모자를 쓴 사람은 우리 둘 뿐이게 될테니까.. (괜히 연예인병 걸렸다는 소리는 듣고싶지 않아졌다)
지금 바로 나가는거야?
리 샤오샤오:네가 그거 다 먹으면. (아직 반 쯤 남은 시리얼을 가리킨다. 분명 이쪽은 치아바타 몇 개에 시리얼까지 받아왔는데 어느새 바닥 나 있다.)
한시원:(네 말을 듣고는 시리얼을 열심히 입 안으로 퍼나른다. 그닥 나가고싶지 않은 마음이 겹쳐 속도가 빠르다곤 할 수 없지만....)
(슥슥 숟가락으로 긁어 우유까지 깨끗하게 먹은 뒤에 그릇을 내려놓는다.) ...됐어.
리 샤오샤오:피곤할 것 같아서 걱정 중이야? (턱을 괴고 시원을 바라보고 있다가 웃음기 섞인 얼굴로 묻는다)
한시원:축제가 이렇게 열렸으니 웬만하면 적당히 평화롭게 구경하고 싶은데 내 맘대로 되진 않을것 같아서.
그렇다고 축제 목적이라 할 수 있는 두명이 숨어다니는것도 사실 말이 안되기도해. (그릇을 정리하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일단 나가보자.
리 샤오샤오:너무 임무처럼 생각하는 것 같은데, 시원. (결연함이 느껴지기까지 하는 태도에 결국 웃음을 터트린다.) 걱정하지 마. 사람이 많아서 네가 원하는 만큼 평화롭진 않겠지만, 또 그렇게 소란스럽지도 않을테니까.
한시원:(스스로도 너무 긴장하고 있는것 같아 괜히 뒷목을 문지른다) 축제라고 해봤자 밤에 불꽃놀이나 잠깐 구경하고 돌아가는게 전부였어서 이렇게 장시간 있는건 좀 일처럼 느껴진달까.
심지어 여긴 낮인데도 사람이 이렇게 많고..
리 샤오샤오:힘들면 중간중간 앉아서 쉬다 가자. 난 여러 번 돌아다녔으니까 적당히 사람 없는 곳에서 쉬는 방법도 잘 알고 있거든. 자, (그러더니 팔을 쭉 뻗어 별안간 굳은 어깨와 목 사이를 꾹 누른다) 모처럼 나가서 불량식품 사먹는다고 생각해, 시원.
너무 배부르게 먹은 거 아니지?
한시원:(목어깨를 누르는 손에 들릴듯말듯하게 비명을 지른다) 으악... (손 안에서 빠져나와 네가 누른 자리를 문지른다) 간식은 먹을만해. 아파라..
리 샤오샤오:어라, 아파? 살살 눌렀는데... ...
엄청 뭉쳐있나봐, 시원. 다음에 한 번 제대로 풀어줄게.
한시원:아냐. (생명의 위협 앞에 단호해진다)
괜찮아. 멀쩡해.
두 사람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식사를 마치고 건물을 나오면...문간에 서 있던 라슬러 부관이 두 사람에게 말을 겁니다.
한시원:스트레칭 하면 금방 풀릴.. (말 거는 소리에 고개를 돌린다) 아, 안녕하세요.
라슬러:오늘은 카운터와 타이머가 아닌 개인으로 축제를 즐기는 날로 외출을 허가한 것이니, '구원자처럼' 굴 필요는 없습니다.
첫 날에도 저 말을 했었는데, 오늘도 반복하네요.
그럼 나갔다 들어오는 것도 자유겠네요?
조금만 놀다 들어와서 쉬면 되겠다.
그리고 누군가 바깥에서 군들에게 무언갈 요구한다면 어떻게 할 거죠?
그 말에는 샤오샤오가 익숙하다는 듯이 대답합니다.
리 샤오샤오:하나, 침묵하고 무시로 일관할 것.
둘, 어떤 이야깃거리도 흘리지 말 것.
셋, 최대한 빨리 그 자리를 벗어날 것.
맞죠?
한시원:(조항을 들으며 눈을 끔뻑인다. 하긴, 공과 사는 구분해야지. 한 명의 요구를 들어줬다간 인파에 쓸리고 말테니까.) 유의할게요.
그래도 나가서 체통까지 지키고 다니라고 요구받는 것보단 낫네요.
시원이 대답하자, 그는 두 사람에게 외출증을 내밉니다.
한시원:(반대로 구원자처럼 굴라고 했으면 당연히 반발했을테니 이런 요구는 오히려 반갑다)
(외출증을 양 손으로 받는다) 감사합니다.
두 사람은 경비실에 외출증을 제출하고, 정문을 나서서 긴 내리막을 걷습니다.
DOT의 입구를 벗어나는 순간 화한 향기가 밀려드네요.
때 이른 장미 향기가 은은하게 공기에 배어 있습니다.
20분 정도를 걸어 수도 중심지 근처까지 가면, 아파트 베란다며 학교의 창문마다 수놓은 새파란 장미가 시선을 훔칩니다.
한시원:장미가 4월즈음에 피던가. (중얼거리며 고개를 돌려보니 푸른 장미가 보여서 눈을 끔뻑거린다) 조화인가?
파란 장미 다발을 안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있네요. 두 사람과 마주친 몇몇 사람이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정확히 알아보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리 샤오샤오:4월에는 축제가 있으니까. 축제에 많이 쓰이는 파란 장미는 온실에서 가져오거나 일찍 피우게 만들어진 경우도 많아.
한시원:나 어릴때는 파란 장미는 없다고만 얘길 들었었는데. 그 사이에 어떻게 만들어냈나보네. (가까이 다가가 구경한다)
(...근데 나는 몰라도 샤오는 왜 못알아보는거지?)
샤오샤오의 말마따나, 사람들의 배려일 수도 있겠습니다.
길에서 연예인을 봐도 섣불리 말을 걸지 않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죠.
한시원:(그렇다면야 고맙지.)(파란장미를 관찰해봐도 되나?)
지나가면서 들여다보아도 시원이 아는 장미와 다를 점은 없습니다.
도시 중심지에 다다르면, 거리에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쏟아지고,
각자 [광장]과 [골목], [공원]으로 흩어집니다.
저녁에는 전시회 관람이 있다고 했으니 충분히 놀고, 충분히 쉬어둬야겠네요.
한시원:언제봐도 색이 참 예쁘게 물들었단 말이지. (장머리를 내려보느라 허리를 숙이고 있다가 곧 반듯하게 펴곤 주변을 둘러본다) 어디부터 가볼까.. 역시 광장?
리 샤오샤오:촌스럽다고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말이야. (작게 웃더니 아, 그럴까. 하며 광장으로 몸을 튼다)
광장에 가면 장미 분수가 있어.
한시원:꽃을 보면서 촌스럽다고 말하는 사람은 감수성이 없는거지. (광장으로 간다!)
리 샤오샤오:평소에는 평범한 분수인데, 축제 날에는 사람들이 사 온 꽃을 한 송이씩 분수에다 던지거든. 소원 빌면서.
한시원:장미 분수.....(는 어떻게 생긴건지 상상하다가 이어 들린 말에 아. 소리를 낸다) 그럼 우리도 꽃 한 송이씩 사야겠네. 그런 이벤트가 있는 곳이니까 근처에서 팔겠지?
리 샤오샤오:응. 거의 다발로만 파는데, 부탁하면 한 송이씩도...
운
기준치: |
65/32/13 |
굴림: |
67 |
판정결과: |
실패 |
리 샤오샤오:앗, 잠깐만. (문득 고개를 번쩍 들더니, 설명도 않고 시원을 냅다 끌어당겨 허리를 안아 가볍게 발을 구른다. 두 사람의 몸이 하늘로 치솟는가 싶더니 금세 부드럽게 아파트 옆의 높은 화단에 가뿐하게 내려앉는다.)
샤오샤오와 시원이 몸을 숨기자, 담 너머에서 '여기 아니야? 이쪽에 있다고 했는데...' 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리 샤오샤오:축제에 처음 오는 사람들은 종종 저래.
한시원:엇....어,(갑자기 몸이 한쪽으로 훅 쏠린다. 눈을 감았다 뜨니 허공이었다가, 다시 한 번 감았다 뜨니 바닥이다. 찍 소리도 못낸채 조그 사이 조금 낡았다.) ...무, 뭐야?
널 찾는건가..?
리 샤오샤오:그냥, 여러 타이머들. 축제에 왔으니 타이머랑 기념 사진이라도 찍어야겠다~ 그런 마음인가봐.
하지만 역시 매년 제일 인기가 많은 건 0시나 11시 쪽이지. 남은 소란은 그쪽에 맡기자. (히죽 웃어보인다)
한시원:이런건 미리 말해달라 할수도 없고.. 아직도 네가 하늘로 날았다 땅으로 꺼졌다 하는거엔 적응을 못하겠어. (네 어깨를 짚고 바르게 선다) 11시면... 헤이싱?
리 샤오샤오:응, 빛이랑 예언은 아무래도 인기가 많은 능력이거든. 중력은 유용하지만 수수한 편이고.
한시원:하지만 사람들은 능력과 별개로 그냥 너 자체를 많이 좋아하는것 같았어. 적어도 내 주변에서는. (옆에서 지켜본 바로는 중력이 제일 정신없고 화려한것 같은데..)
네 인터뷰 클립으로 따서 들고다니는 애들 많더라. (아까 전 그 사람들이 지나갔는지 확인해본다)
어느새 사람들 한 무리는 지나갔네요. 휴, 한 숨 돌렸습니다.
리 샤오샤오:그래? 무슨 인터뷰인데? 워낙 많이 해서...
한시원:인터뷰 내용은 모르겠고 손가락 하트 하고 있던데? (작게 웃는다) 보니까 중요한 질문은 잘 안하는것 같고 몸관리 어떻게 하냐느니 인기를 실감하냐느니 그런 얘기만 하는것 같았어.
리 샤오샤오:아, 뭔지 알겠다. 작년 축제 인터뷰네. 아무래도 중요한 질문에는 대답할 수 있는 게 많지 않기도 해. 그런 질문은 장교가 대답하지. 슬슬 나갈까? (다시 가볍게 발돋움을 해 인적이 드문 광장 옆 길로 내려온다)
장미, 살 거지?
한시원:응, 한송이로. (샤오를 따라 화단을 빠져나온다. 장미분수가 있다는쪽으로 걸음을 옮기며) 만약 안되면 그냥 다발로 사서 방에 장식해두는것도 괜찮아.
리 샤오샤오:그것도 좋네, 그럼... (근처에 있는 장미 노점 중 장미가 가장 싱싱해보이는 장미를 몇 송이 골라 사온다) 이렇게 세 송이만 해도 되죠? 감사합니다.
한시원:(물 흐르듯이 송이 단위로 사오는것을 보며 입을 조금 벌린다. 친화력의 힘인가..?) 근데 왜 세 송이야?
리 샤오샤오:하나는 네가 던질 거, 하나는 내가 던질 거. 그리고 하나는 너한테 선물하려고. 파트너가 된 기념이야. (네게 꽃 두 송이를 내민다)
(어이없다)
한시원:(나는.....품이 넉넉한 남색 린넨 셔츠에 흰색 바지를 입었다. 혹시 몰라서 밀회색 가디건도 챙겼지만 지금은 안입었다!)
(샤오는 무슨 옷을 입었지? 돌아본다)
리 샤오샤오:(이쪽은 살짝 계절감에는 안 맞지만...빳빳한 재질의 흰색 반팔티에 카키색 롤업바지를 입었다. 한 시라도 더우니 시원하게 입고 나오겠다 이런 마음)
한시원:(빳빳한 반팔 셔츠.. 몸통이 커서 그런지 유난히 잘어울린다고 생각하며 꽃을 받아든다) 이건 정말 꽃병에 꽂아둬야겠다.
나도 뭔가 주고 싶은데.. (갖고 싶은게 없냐고 물어봐도 달리 원하는게 없을것 같아 고민한다)
리 샤오샤오:머리에 꽂아줄까?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작게 웃더니) 음, 나는...딱히 없는데. (시원이 예상한 대로의 대답) 아, 이따가 골목 가서 간식이나 사 먹자. 꽃 던지고, 구경도 좀 하고 나서.
한시원:....이 나이에 머리에 꽃 달면 오해 받아. (양 손에 꽃을 하나씩 쥔다) 그래, 너라면 그렇게 말할줄 알았지.. 좋아, 간식은 내가 살게. 정확히는 기관에서 사주는거지만.
꽃은 그냥 던지면 돼?
리 샤오샤오:오해라니. (어쩐지 파란장미 워리어처럼 쥔 거 보고 웃는다.) 응. 마음속으로 소원을 빌면서, 원하는 곳에 던져.
이뤄지길 바라는 소원이니까, 분수 안으로만 들어가면 돼.
한시원:소원? ....소원.... (아무 생각 없이 던지려던 차에 갑자기 소원이라는게 생기자 고민하기 시작한다)
너는 무슨 소원 빌거야?
리 샤오샤오:무슨 소원을 비는 지는 말하면 안되는 거 아냐? (큭큭거리며 웃는다)
한시원:옛날부터 그게 옹졸하다고 생각했었어. 소원 내용을 남에게 발설하면 들어주지 않는다니....
그래도 들어주는 놈 마음대로인데 룰을 어길수는 없겠지.. (궁시렁거리며 분수 근처로 다가간다)
리 샤오샤오:시원...가끔 그렇게 궁시렁거리면서도 지킬 건 다 지킨다는 게 정말 재밌어.
한시원:고작 나 하나 불만 가진다고 누가 들어주는것도 아니니까 순응해야지. (진지한 얼굴로 장미를 쳐다보다가 눈을 감고 소원을 빈다. '지난번처럼 능력이 갑자기 사라지지 않게 해주세요. 그렇다고 서서히 사라지게 하란 말은 아니니까 오해 안하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오른손에 들고있던 장미를 분수대로 던진다)
시원은 어디 새어나갈 곳 없이 꽉 막힌 해피엔딩 소원을 빌며 장미를 던집니다.
샤오샤오도 눈을 감고 속으로 무언가를 중얼거리는 것 같더니 장미를 분수 안으로 던져넣네요.
한시원:(무슨 소원 빌었을까 궁금한 얼굴..)
리 샤오샤오:둘 다 들어갔으니까 두 소원 다 이루어지겠다, 그치.
한시원:장미 던져 넣었다고 정말 소원이 이뤄지진 않겠지만... 그래도 들어주면 좋겠다. 안이뤄지면 남탓 할 수 있으니까 그건 그거대로 좋은거겠지.
흰 돌이 깔린 광장 정중앙에는 분수도 있지만, 시계탑도 웅장하게 서 있습니다.
시계탑에는 분침과 초침이 존재하지 않으며, 시침만 존재합니다.
한시원:안이뤄지면 소원 공개하는걸로 하자. (아직 미련을 못버렸다)
타이머의 존재를 기념하는 시계로, 정각이 될 때마다 긴 종소리가 울리는 것으로 유명하죠.
리 샤오샤오:아, 시한이 있는 소원이야? 알겠어. 그럼 그 땐 무슨 소원 빌었는지 말해줄게.
한시원:(분수를 구경하다 자연스레 시계탑으로 시선을 옮긴다) 여긴 화려하지 않은게 하나도 없네.
아, 시한이 있는 소원......은 아니지만. 아닌가, 있나..?
안이뤄지면 바로 알 수 있긴해.
리 샤오샤오:그럼 안이뤄졌을 때 말해줘. 이뤄지면 그냥 이뤄졌구나, 하고 생각만 할게.
평소에는 이 정도로 화려하진 않은데, 꾸며놔서 그런가. 더 화려해보여. 이쪽으로 빙 돌아서 산책하고 골목으로 들어갈래?
여긴 사람이 너무 많지.
으음 (주변을 휘 둘러본다. 점점 더 복작거리기 시작하는 광장을 보다가) 그래. 여기 더 있다간 멀미하겠어.
(이쪽은 시계탑 방향일까? 일단 따라간다)
시원과 샤오샤오는 시계탑 방향으로 천천히 걷습니다.
사람이 많다지만 계절이 계절인지라, 햇빛이 비치면 따듯하고 바람이 불면 시원합니다.
?
한시원:(햇볕이 따뜻해서 걸음이 느릿해진다) ...풀밭에 누워서 낮잠 자도 되겠다. 벌레독 오르겠지만.
여러 종류의 소스를 바른 꼬치구이, 과일을 정교하게 깎아 설탕물을 입힌 사탕, 바람에 흔들리는 솜사탕, 캐러멜을 입혀 튀긴과자들, 신 맛이 나는 젤리들...
한시원:(노점상에는... 뭐가 있을까? 지나가면서 눈으로 훑어본다)
여러가지 기념품이나 액세서리, 수공예품을 팔기도 하네요.
역시 가장 인기가 많은 것은 이번 세대의 타이머를 본떠 만든 봉제 인형이에요.
리 샤오샤오:풀밭에 누워서 낮잠? 잘 수 있어. 난 한 번도 벌레 물린 적 없는데.
한시원:와, 이거 뭐야? (봉제인형을 보자마자 여태까지와 비교할 수 없이 빠르게 달려간다)
한시원:넌 벌레가 피해가나봐. 난 다른 사람이랑 있으면 모기도 엄청 물려. (봉제인형 중에 샤오가 있나 찾아본다)
리 샤오샤오:혹시 시원 피에서 단 냄새가 나는 거 아닐ㄲ?
샤오샤오도 있습니다! 제법 모에화가 되었지만 동글동글해요.
와, 귀엽다. (동글동글 샤오를 집어서 보여준다) 잘만들었는데?
한시원:만두같은 부분이 귀여운거야. (샤오샤오 인형의 양 팔을 잡고 움직인다)
타이머로 장사한다더니. 이정도면 나쁘지 않을지도.. (2개 구매해서 하나는 샤오에게 준다)
자, 선물.
리 샤오샤오:그거...사는거야? (얼결에 시원에게 자신의 인형을 선물받는다...)
널 인형으로 만든거야. 신기하잖아.
리 샤오샤오:...어쩐지 매년 만듦새가 달라지는 듯 한... (얼떨떨한 표정으로 인형을 돌려보다가 제 얼굴 옆에 둔다) 닮았어?
한시원:응. 난 무슨 장사를 하나 했더니만... 이런 굿즈는 환영이지. (샤오 인형의 한쪽 볼과 샤오샤오의 반대쪽 볼을 콕 찌른다)
잘 때 침대맡에 두고 자. 생각해보니까 방에 네 굿즈 같은건 하나도 없네.
보통은 안 가지고 있을걸? 그건 자기애에 가까우니까...
한시원:실제 연예인들은 자기애 있는 경우 많잖아. 벽면에 자기 초상화나 화보 사진 같은거 걸어두고. 그거에 비하면 이건 귀여운 수준이지. (샤오샤오 인형을 품에 안는다)
(그리고... 딸기사탕도 두개 산다)
리 샤오샤오:(그런 사람이 있던가? 잠시 생각하더니...) 아, 한 두명 정도는 있는 것 같아. 자기 굿즈 모으는 사람. 그거 되게 마음에 들었나보다, 시원... (축제 데리고 나오길 잘 했다, 그런 생각이 들어서 결국 웃고만다)
한시원:난 등신대나 화보나 사진집 같은걸 팔지 않을까 생각했거든. 컨셉 악세사리 같은것도 예상은 했지만.... 이건 생각 못했어. (봉제 인형을 살짝 들어보인다)
리 샤오샤오:충분히 많이 상상하고 있는데, 시원. 혹시...누구 굿즈 모았었어?
한시원:나? (손으로 저를 가리키며 눈을 둥그렇게 뜬다) 굿즈 산 적 없어.
누구든 모았으면 인형이 있는것 정도는 알았겠지. 주변에서 하도 난리치니까 도리어 관심이 멀어졌다고 해야하나.. 여기 오기 전까지는 특별히 누굴 더 좋아하진 않았다고 해야하나.
리 샤오샤오:아,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아.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거든. 다들 타이머니 뭐니 하지만 자기는 관심 없다고. 오히려 그 쪽이 편할 때도 있어.
(제가 받은 인형을 시원의 머리 위에 얹어서 중력으로 잘 중심을 잡게 한다)
한시원:공부하느라 바빴으니까... (하던중에 인형이 머리에 얹어진다. 어쩐지 좀 웃고는) 나 좀 극성팬처럼 보이지 않아?
리 샤오샤오:응. 네가 이러고 있으니까 꼭 내가 샤오샤오가 아니라 그냥 샤오샤오 분장 한 사람같아.
한시원:그런 말 한다고 계속 이러고 다니겠다 할 것 같아? (머리에 얹어진 샤오를 품에 안는다)
리 샤오샤오:어. 안 다녀? 잘 어울렸는데...그런데 그것도 나름 극성팬 같아. (인형을 두 개나 안고 있는 시원 본다)
곧 있으면 네 인형도 나올텐데, 뭐.
한시원:누가 날 이렇게 귀엽게 만들어준다면 기분은 좋겠지만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진 않아. (작게 인상을 쓰며 웃다가) 과일 사탕 하나 먹을래?
리 샤오샤오:그 때가 되면 내가 두 개씩 사올게. (따라웃더니) 아, 그거 좋아해? 그래!
난 사과랑 딸기 같이 있는 걸로.
한시원:난.. 딸기. (먹어봤던것만 먹는 타입)
(노점상으로 가 사탕을 고르곤 사과와 딸기가 같이 꽂혀있는것을 샤오에게 건넨다) 사과 한 입만 먹어봐도 돼?
리 샤오샤오:응. 잠깐만... (맨 위에 꽂혀있는 딸기를 와작, 하고 빼먹더니 시원에게 내민다) 이제 사과야.
한시원:(막대 옆으로 튀어나온 사과의 일부분을 베어문다) ...(와작와작) 아삭거려서 맛있어.
리 샤오샤오:그치. 사과도 맛있어. 딸기는 가끔 안에서 터지면 액체가 흐르니까... (시원이 사과를 먹었으니 자기는 또 딸기 먹는다)
한시원:딸기는 약간 물렁한데 겉이 바삭해서 사탕으로 먹을때가 더 맛있는것 같아. (와작거리면서
골목으로 들어간다)
공원 한 편에 설치된, 파란 장미로 장식한 아치 모양의 터널을 걸으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소문도 있죠.
조건은 손을 잡고 끝까지 걸어야 한다는 것이라나요.
그리고 역시 가장 유명한 장소는 코마니 호수죠.
한시원:어딜가나 뭘 하면 사랑이 이루어진다 같은 전설은 있구나..
한시원:(코마니 호수는 왜 유명하지? 난 알고 있을까?)
한시원:(신이 누워 쉰다던 그 호수가 생각나 슬쩍 눈길을 줬다가, 그 전에 먼저 보였던 낡은 교회를 가리킨다) 저긴 뭐야? 문 닫은건가?
리 샤오샤오:이제는 안 쓰지. 드나드는 사람은 거의 없어도 관리인이 관리하고 있는 것 같아.
공원으로 자주 올 일이 없어서 그런가, 사람들이 쓰는 모습은 한 번도 못 본 것 같아.
한시원:그런데도 철거를 안한걸 보면 뭔가 쓰임새가 있나.. 한 번 가볼래?
리 샤오샤오:그래도 가끔 기도하러 오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기도하러 갈거야, 시원?
한시원:종교가 있는건 아니지만.. 따라서 기도는 안할거지만..(어쩐지 궁금해져 교회로 들어가본다)
스테인드글라스 너머로 떨어지는 색색의 빛은 꽤 장관입니다.
사람들이 거의 사용하질 않아 먼지 냄새가 묻어나지만요.
한시원:스테인드글라스 예쁘다. 교회나 성당은 이런거 보는 재미가 있는것 같아. (교회 안쪽엔 뭐가 있을까?)
교회는 평범하게 긴 의자가 몇 개가 놓여있을 뿐입니다. 한때는 이곳에서 설교도 이루어졌겠지만, 지금은 텅 비어있네요.
리 샤오샤오:이런 거 보는 거 좋아해? 난 그런 데는 거의 안 가봤거든.
시원, 노련한 관광객같아...
한시원:좋아한다기 보단 볼만한게 이런거 밖에 없는거긴 한데.. (뒷짐지고 슬렁슬렁 걸어온다)
원래 이렇게 대충 훑어보다 가는식이라.. (흠흠) 나가자.
리 샤오샤오:(시원이 뒷짐을 지고 걸어다니는 모습이...광장에서 목격한 여느 가족의 아버지들과 다를 바가 없어 결국 따라나가며 웃음을 흘리고 만다...) 네, 네, 아빠.
리 샤오샤오:지금 제대로 찔렀어. 통증이 뒤늦게 온다. (뒤늦게 따라간다)
리 샤오샤오:호수 보러 갈래? 그래도 호수는 넓어서 휘휘 돌아다니기 좋아.
한시원:그럴까? (공원쪽으로 가려다가 몸을 돌려 호수로 다가간다) 너도 종이꽃 띄워본적 있겠네?
리 샤오샤오:응, 매년 첫 날에는 여기 와서 종이꽃을 띄워.
원래는 타이머들이 다 같이 오는데, 이번 축제부터는 카...시원도 있으니까.
봄이 찾아오는 시기, 희고 노란 들꽃이 바람을 따라 고개를 흔드는군요.
호수는 온통 검고,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종이꽃이 몇 송이 떠다닙니다.
호수에 들어갈 수 없도록 세워둔 울타리에는 삭막한 경고 글귀들이 붙어 있습니다.
대부분 이 시기에 호수에 들르는 사람들의 목적은 '전 세대 타이머의 추모'이기 때문에 이미 호수에는 많은 꽃이 띄워져 있습니다.
리 샤오샤오:안오는 타이머들도 있어. 어차피 우리도 꽃을 받게 될 텐데 뭐하러 올리냐면서. 뭐, 틀린 말은 아니야. 각자 견해가 다른거니까.
한시원:그런거 왠지 어색한데. (강가로 나오니 선선하게 바람이 분다. 눅눅하지도 차갑지도 않은 기분좋은 산들거림에 어쩐지 졸려진다) ...그건 너무 비관적인 생각인걸.
죽어서 받는 꽃이 무슨 의미냐는 말엔 나도 동의하지만 행위 자체에 의미가 있는거고... 오래오래 기억되면 좋잖아.
리 샤오샤오:(네 평가에 가볍게 웃어보인다) 나는 꽃 정도는 띄우자는 쪽이야. 이런 운명을 타고 난 이상 절대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이잖아. 내가 선택되는 순간 사라지니까...
그 때, 이야기하는 두 사람의 말소리를 비집고 노점을 연 노인이 말을 겁니다.
한시원:(목소리에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본다) ...꽃... 종이꽃이요?
노인:그래, 종이꽃. 추모하러 호수에 온 거 아냐? (두 사람에게 빳빳한 종이를 내민다)
한시원:(종이를 받아들곤 샤오를 한 번 본다) ...그럼 한 번 알려주시겠어요? 얘는 아는데 저는 접는 법을 몰라서.
노인:자, 시범을 보여줄테니 잘 따라서 접어봐...
손놀림
기준치: |
60/30/12 |
굴림: |
6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노인:
손놀림
기준치: |
60/30/12 |
굴림: |
1 |
판정결과: |
대성공 |
?
(샤오의 꽃은 환상적으로 접혔는가?)
시원은 노인이 알려준대로 꼭꼭 접어 정석적인 모양의 꽃이 되었고...
웬걸, 샤오샤오는 연꽃을 만들고 있습니다...
응? (내거랑 비교해보고 물음표 잔뜩띄움)
리 샤오샤오:어, 어? 그 그냥 하다보니 됐어...
매년 접으니까 익숙해져서 그런가.
노인:매년 추모를 하러 오나? 아주 바람직해.
나는 내가 젊었을 적에 말이야. 우리 마을에 큰 홍수가 났었어.
나도 물을 잔뜩 먹고 쓸려다니고 있는데, 갑자기 몸이 붕 뜨나 싶더니 물기를 싹 빼고 땅에 내려와있지 뭐냐.
그 때 1시의 타이머가 아니었으면 꼼짝없이 죽었을테지. 그 후로 나도 매년 추모의 꽃을 띄우러 온다네.
노인의 말에서는 타이머를 향한 깊은 감사가 느껴지는 듯 합니다.
한시원:1시면... 물이구나. (어쩐지 제가 다 뿌듯한 기분이 된다. 그러다 내가 뭐라고 싶어져서 조금 멋적어함) ...다행이네요. 하마터면 큰 일 날 뻔 했는데.
노인:그래, 다들 일상처럼 타이머의 존재를 잊고 감사와 슬픔 대신 꽃을 띄우는 걸 놀이처럼 즐기고 있지만...
이런 마음은 잊지 말아야 해.
둘 다 멋진 꽃을 접었으니 가져가서 띄우게나. 내가 말이 너무 많았네.
한시원:꽃 접는 법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연꽃 모양이어도 상관 없나보다. 안도..) 축제 즐겁게 보내세요.
(꾸벅 인사하고 호수로 간다)
넌 근데 매년 연꽃 접는거야?
리 샤오샤오:아니, 이렇게 접힌 건 이번이 처음이야. 평소엔 나도 그냥 장미 접어...
(아직도 얼떨떨하게 꽃을 들고 가며) 왠지 코앞에서 저런 말을 들으니까 조금 낯부끄러워.
한시원:가만보면 되게 투박할것 같은 느낌인데 손재주가 되게 좋네..
아.
(타이머를 눈앞에 두고 타이머에 대한 칭찬을 엄청나게 하신거구나)
리 샤오샤오:아직 엄청난 사명감을 가지고 있지는 않아서...뭐랄까...태어났는데 칭찬 받는 기분이랄까...
미묘해.
한시원:태어난걸로 칭찬받으면 좋은거지. 사명감 같은거 가질 필요 없어. (손을 설레설레 내젓는다)
도울 수 있는 사람은 돕고 그렇지 못하면 어쩔수없잖아. 네가 진짜 신도 아닌데. (양 손으로 꽃을 받친채 호수로 다가가 그 앞에 쪼그려앉는다)
리 샤오샤오:저런 개인적인 감상을 들으면 '일'이 '일'이 아니게 되거든. 감정에 치우쳐서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될 수도 있고. (제법 냉정한 소리를 하며 시원의 옆에 쭈그려앉아 꽃을 띄운다.)
한시원:그게 맞는거야. (샤오의 첫인상과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라고 생각하지만 이건 말그대로 일인걸. 하고 생각한다. 아마 저런 태도도 기관에서 오랜시간 가르친걸테고.)
(샤오가 꽃을 띄우면 따라서 제 꽃도 물위로 살짝 띄운다)
두 사람이 꽃을 띄우면 꽃은 파문을 따라 천천히 호수 중앙으로 떠내려갑니다.
그러고보니, 어느새 하늘도 슬금슬금 어두워지기 시작하네요.
리 샤오샤오:(고개를 들었다가 시계를 보더니) 아, 슬슬 거기 갈 시간이야.
뭐더라? 타이머 전.
리 샤오샤오:전시회 말이야. 저녁에 필참하라고 했던.
본격적으로 팔아먹으려고.. (그런 이미지)
공원을 못가보긴 했지만 시간은 엄수해야지. 거기로 가자.
시곗바늘이 아래로 비스듬히 고개를 기울이고, 모든 타이머와 카운터가 로비에 모였습니다.
라슬러:타이머 展은 내일, 축제 마지막 날에 정식 개장합니다.
라슬러:하지만 군들은 정식 개장 후 방문하기엔 상황이 여의치 않기 때문에, 먼저 시간을 내주기로 결정했죠.
꽤 많은 사람들이 몰려오리라 예상 중인데, 이런 곳에 찾아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여러분에게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무해한 국민이라도, 타이머에게 집요한 팬심을 가진 사람들이 있죠.
게다가 내일이면 카운터의 존재가 소개된 후일테니, 훨씬 더 유난스럽게 들끓을지도요.
라슬러:오늘은 특별 개관이니 가볍게 다녀오길 바랍니다.
한시원:그럼 오늘은 저희끼리 구경(말하던 중간에 사라지는 라슬러 봄)
전시관은 DOT에서 멀지 않은 곳에 설립되어 ㅆ습니다.
차를 타고 가기에도 우스울 정도로 가까운 거리죠.
타이머와 카운터들은 하인리히 장교, 그리고 몇몇 연구원의 안내를 받아 전시관으로 이동하기 시작합니다.
아침에 걸었던 야트막한 내리막길을 다시 걷자면,
누군가의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온 말이 도화선이 되어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한시원:(기대도 안했지만...) 그래도 오늘은 우리끼리 구경하면 되니까 좋다. 사람들 틈새에서 이리저리 치이는건 생각만해도 싫어. (라고 말하는 순간 쑥덕쑥덕 들리는 소리에 주변을 둘러본다)
호감, 호의, 온갖 곱고 귀한 것들을 모아 가루를 낸 것처럼 부드러운 시선들이...
"그럴 리가. 타이머는 한 세대에 하나 뿐인데."
질문이 계속해서 꼬리를 물고 자라납니다. 아무래도 타이머의 곁에서 걷는 낯선 이의 존재감은 이질적인거겠죠.
리 샤오샤오:(시원의 긴장을 풀어주려는 듯 팔을 살짝 잡았다가 놓는다.)
그 때, 관중 사이에서 어린 목소리가 툭 튀어나와 두 사람을 막아섭니다.
한시원:(부담스러워......)(애써 모른척 안들리는척 하며 앞만 보고 걷는다)
어린아이:저, 저, 저기. 샤오샤오님이죠...?
어쩐지 낯익은 느낌이다 했더니...샤오샤오를 흉내내어 치려입은 어린아이입니다.
샤오샤오처럼 꾸며달라며 부모를 신나게 닦달했겠지, 싶을 정도로 쏙 빼닮았네요!
무려 타이머의 시선이 아이를 향하자, 두 뺨을 발갛게 붉힌 아이들이 잔뜩 긴장한 채로 장미 다발을 내밉니다.
한시원:(휴대폰을 주섬주섬 꺼냈다가..) 저, 죄송한데.. 사진 찍어도 되나요?
그리고 얼결에 시원에게도 장미다발이 내밀어지네요.
(얼결에 장미다발을 받는다. 내가 받으면 싫어하는거 아냐?)
어린 눈동자들은 오직 두 사람이 그것을 받아주기를 바라며 간절함으로 반짝입니다.
리 샤오샤오:응, 맞아. 직접 가지고 온 거야? 고마워. (으레 있는 일이라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무릎을 굽히더니 꽃다발을 받아든다.)
마치 그것이 총성이라도 되는 듯이 몰려든 사람들이 하나둘 선물과 이야기를 안겨주기 시작합니다.
한시원:(힐끔 샤오를 꼭 닮은 어린애를 본다. 사진 찍고 싶은데... 참아야겠... 에?)
애플파이가 가득 담긴 상자, 손수 엮은 사탕 목걸이, 흰 리본을 묶은 파란 장미 수십 송이, 갓 짠 우유에 치즈...
누군가는 시원의 목에 사탕 목걸이를 걸어주며 친근하게 인사를 건네고,
또 다른 누군가는 샤오샤오의 어깨를 두드리며 사진보다 실물이 더 낫구만! 하고 외칩니다.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환호성도 끊이지 않습니다.
리 샤오샤오:아차, 빨리 가자. 시원. (급히 몸을 일으키더니, 그 와중에도 선물들이 떨어지지 않게 품에 안고 시원의 팔을 잡아 이끈다)
한시원:와, 악...! (인파에 이리저리 쓸리다가 샤오가 팔을 붙잡고 끌어당기면 겨우겨우 사람들 틈바구니를 빠져나온다) 으아아.. 뭐야...!
리 샤오샤오: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몰린 줄 몰랐어. 평소라면 좀 둘러싸여있다가 가도 괜찮은데, 혹시 누가 너에 대해서 물어볼까봐.
그래도 선물은 다 받았으니까 다들 아쉬워하지는 않을거야. 타이머를 볼 기회는 얼마든지 있고... (능력을 쓴 건지, 공기가 두 사람의 등을 떠밀듯 해 별다른 힘 없이도 축지법마냥 내리막을 훌쩍훌쩍 내려간다.)
헤이싱은 세계 멸망 얘기 때문에 또 엄청 시달리겠네. 명복을 빌어주자. (장난스레 웃는다)
한시원:그냥.. 애가 귀여워서 잠깐 받아줬을 뿐인데...(눈 앞이 어질거려 정신을 못차리는 상태로 부드럽게 등을 밀어주는 힘에 이끌려 내리막을 지난다) 에휴, 하여튼 남들한테 없는걸 가지면 피곤해져..
다행히 도로까지 내려오면 사람들이 없어 제법 한적합니다.
차도 거의 다니지 않네요. 아무래도 시간이 늦기 전에 다들 숙소를 잡았겠죠.
한시원:(진짜 연예인들이나 얘네나.. 사람들은 구원자들에게 선하고 착한 이미지까지 원하기 마련인데다 타이머들은 온세상 사람들의 주목을 한눈에 받으니 상상도 못하게 피곤하겠다 싶어진다)
단순히 개인을 향해 쏟아지는 호의와 호감이라기엔 지나치게 두터운 감정들. 시원이 아주 잠깐 동안 바라본 광경은...
한시원:
SAN Roll
기준치: |
65/32/13 |
굴림: |
92 |
판정결과: |
실패 |
(너덜너덜..)
시원에게는 무척 낯선 풍경이었습니다. 처음 겪는 일인걸요. 피곤할 수 밖에요.
도로를 따라 5분 정도 더 걷다보면 전시관이 금세 모습을 드러냅니다.
전시관은 어쩐지 지나치게 익숙한 생김새인데...
그럴 법도 하죠. DOT의 본관을 본따 지은 것처럼 똑같이 생겼거든요!
한시원:....(본관으로 돌아온건가 순간 착각했다가) ....설마 이게 전시관?
내부까지 똑같이 만든건 아니겠지..?
어느새 두 사람을 마중나온 전시관 담당자가 그 말에 대답합니다.
한시원:내부까지? (입이 떡..) 그래도 돼요?
전시 담당자:이 문도, (청동으로 빚고 남색으로 덧칠한 문을 건드린다.) 본관과 똑같이 언제나 열려있도록 제작했죠.
하지만 DOT의 모든 건물과 같은 지침을 사용했습니다. 현관을 닫지 않는 전통. 시간은 멈추지 않는다는 상징이죠.
허가를 다 받고 진행했으니 걱정 않으셔도 됩니다. 이쪽으로. (빙긋이 웃어보이곤 두 사람을 안쪽으로 안내한다)
한시원:의미가 다 있는거구나.. 신기해. (안내를 따라 안쪽으로 들어간다)
열린 문 너머로 들어서면 마찬가지로 익숙한 로비가 펼쳐집니다.
흰 대리석이 깔린 바닥, 열두 개의 별자리가 그려진 남색 천장, 섬세하게 회칠을 한 벽...
DOT 본관처럼 흠 없고, 점 없이 완벽하기만 합니다.
다른 점이라면 안내 데스크에 아무도 없단 걸까요.
DOT와는 다르게 전시관은 개장 시간이라는 것이 있으니까요.
이렇게 복도를 걸으니 처음 만난 날이 떠오르네요.
그 일이 한 달이 채 될까말까 하는데 말이에요.
리 샤오샤오:진짜 똑같다. 잠들었다가 여기서 깨면 본관인 줄 알고 밥 먹으러 갈 것 같아.
한시원:(당시를 생각하면 그 때 느꼈던 이상한 기분이 다시 상기되어 조금 어색한 기분이 든다) 어, 응. (어색하게 대답하고나서는 작게 웃으며 위를 가리킨다) 올라가보면 우리 숙소도 있을것 같아.
(전시관 내부를 거닐며 안쪽을 둘러본다. 어떤것들이 전시되어 있나?)
해와 달이 뜬 하늘과 끝을 알 수 없는 넓은 바다, 희고 고운 모래사막, 얼어붙은 땅과 바람이 머무는 들판...
신의 손가락, 또는 최초의 시곗바늘일 기둥들이요.
한시원:그림 안에 타이머들을 상징하는게 다 들어있는것 같네. (돈 좀 쏟아부었겠구나 생각한다)
왼쪽 벽과 오른쪽 벽의 그림은 아주 똑같습니다. 왼쪽에는 해가, 오른쪽에는 달이 떠 있다는 차이점 뿐이었죠.
하인리히 장교:이 그림은 세계를 상징하기에 앞서 하루를 상징하지. 아침과 저녁, 하루는 둘로 나뉘어 있지 않은가? (당연한 소리를 하며 웃는다.)
어느새 따라온 하인리히 장교가 아는 체를 합니다.
열 네개의 구역을 따라 그린 벽화가 끝나자 마침내 전시관의 입구가 펼쳐집니다.
(문에 뭔가 팻말이나.. 이름이 있을까?)
:그럴까? 어쩐지 그렇게 만들어 놨을 것 같기도 하고.
?
누구세요
한시원:(그럼 첫번째 문으로 들어간다. 구원의 시간으로~)
천장과 벽을 모두 남색으로 칠한 전시관입니다.
두 명의 사람이 한 쌍을 이루는 구조로, 하나하나 섬세하게 조각한 유려한 곡선이 진짜 사람 같네요.
리 샤오샤오:우와, 이거 얼마동안 만들었을까...?
몇 년은 걸렸을 것 같아.
한시원:(조각상들은 어떤모양일까?) 역대 타이머들..? 인가?
엄청 오랜시간 공들여서 만들었던지, 엄청나게 돈을 부어서 공들여 만들었던지 둘 중 하나일것 같아.
조각상들은 모두 정교한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아마 타이머와 카운터를 상징하고는 있지만, 외관은 그저 아름다운 모양을 조각한 것이 아닐까...싶습니다.
한시원:(탑 가까이로 다가가본다) 올라갈 수 있는건가?
단면은 사각형이고, 위로 올라갈 수록 가늘어져 끝은 피라미드 꼴입니다.
오벨리스크이기 때문에 물론...올라갈 수는 없습니다.
리 샤오샤오:올라가는 게 아니라 해시계 같은데. (오벨리스크의 그림자가 드리운 바닥을 가리킨다)
한시원:(그제야 바닥에 드리운 그림자를 내려다본다) 여긴 정말 온통..... 시간이네. 결국은 타이머를 가리키는거고.
신격화 한다는 느낌도 강한것 같아.
오벨리스크의 그림자는 꼭 시침처럼 바닥에 드리워져 있습니다.
이 오벨리스크를 중심으로 서 있는 조각상들은 각자의 시간에 맞게 서 있군요.
이제보니 조각상들은 각 시를 상징하는 모습으로 조각되어 있습니다.
한시원:근데 진짜 예술이네. (인정할수밖에 없다)
시원과 샤오샤오가 해당하는 10시의 조각상은, 각각 허공과 구덩이 안에 서 있는 모습이군요.
리 샤오샤오:아, 시간 순서대로...그렇구나. (조금 미묘한 표정으로 조각상들을 바라본다.)
한시원:(구덩이 안에 있는 석고상을 본다) 왠지 너같아.
한시원:빠져서 그런게 아니라, 음... 묵직한 느낌이. (허공 안에 있는 석고상을 먼저 가리키곤) 이쪽은 좀 가볍고... 다룬다는 느낌도 있지만 갇혀있다는 느낌도 들어서 너랑 안어울리는것 같아.
리 샤오샤오:이것저것 둘러보는 거 좋아한다더니 이런 것도 되게 세심하게 잘 본다. 신기해. (그 말에 조금 바뀐 눈빛으로 조각상들을 보다가)
우릴 닮게 만들지는 않았네.
한시원:우릴 닮게 만들었으면 기분이 이상했을것 같긴해. (작게 웃는다) 그리고, 이왕이면 여러세대의 타이머들을 전부 가리키고 싶었기 때문이 아닐가?
리 샤오샤오:그런 의미면 좋겠다. 몇 십년 뒤에도 계속 이 전시 하고 있으려나. (허공에 뜬 조각상에 잠시 시선을 두다가) 다음 전시관도 보러 갈까?
(두번째 전시관으로 이동한다)
한시원:
운
기준치: |
65/32/13 |
굴림: |
25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얏따~)
시원이 다음 전시관으로 이동하려는데...무언가가 앞을 턱 막아섭니다.
문 좌우에 태양과 달을 끌어안은 조각상이 나란히 서 있는데...어찌나 반질반질하게 닦아두었는지, 지독하게 투명해서 존재를 눈치채지 못할 지경이었네요.
한시원:(코를 박을뻔 했다가 흠칫 물러난다) ...? (뭐지?)
워.....
이건 아마도 제 0시와 제 13시의 조각상...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는 수라는 뜻일까요? 연출이 제법인데요.
한시원:장난 아니다.. (샤오를 돌아본다) 이거봐. 만든 사람이 타이머한테 단단히 빠진것 같은데?
리 샤오샤오:정말... ...내로라 하는 작가들은 다 데려다가 연구한 것 같아.
타이머인 나도 이런 생각은 못해봤는데.
한시원:이정도 연출은 막대한 입금이 있었거나 막대한 사랑이 아니면 나올 수 없지. (턱을 괸 채로 조각상을 구경하다가 피해서 안으로 들어간다)
리 샤오샤오:둘 다 일지도? (키득거리며 웃는다)
두 번째 전시관의 내부는 어두컴컴하기 짝이 없습니다.
여러 개의 의자가 놓여있고, 전면에는 커다란 스크린이 흘러내려옵니다.
한시원:0시랑 13시 테마라도 되나.. (스크린에서 조금 떨어진 의자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이리와, 샤오.
아무래도 시청각실인 것 같네요. 끊임없이 영상이 흘러나오는 것으로 보아 타이머와 관련된 뉴스 영상, 애니메이션, 인터뷰 따위를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재생되는 영상은...낯익은 얼굴이 담겨 있네요.
아니, 뉴스나 애니메이션 따위라고 했는데. 저건 진짜 우리잖아요?
(어떤 장면이지...?)
그 때, 영상 속의 시원이 입을 열며 손을 내밉니다.
아, 이거...두 사람이 처음 만난 날이네요.
이게 뭐야...
한시원:그 때도 다 기록되고 있었던거야? 너무 그대로 옮겨놨잖아..
리 샤오샤오:(응? 하는 표정으로 시원을 봤다가) DOT에 있는 CCTV 영상이야. 가끔 이렇게 대중에 공개 되기도 해.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만이지만.
한시원:.... ... ... ...초상권....(어버버)
그 때, 언제 왔는지 귀신처럼 옆에 앉아있던 하인리히 장교가 입을 엽니다.
하인리히 장교:타이머와 카운터의 일거수일투족은 늘 관심을 끌지. 문제가 없는 수위로 편집해서 내보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게.
한시원:내 순간순간이 기록되고 공개된다니.. 좀 창피해지는데... (한껏 멋쩍은 기분이 된채로 샤오나 쳐다보다가 장교의 목소리에 의자채로 덜컹한다)
갑자기 튀어나오지 마세요..!
하인리히 장교:내가 앉아있는 곳에 자네들이 온 거지.
리 샤오샤오:진짜 부끄러운 건 안 내보내니까 걱정하지 마. (옆에서 걱정을 덜어주려는 것 같은데 별로 도움 안되는 편)
한시원:진짜 부끄러운? (이라고 말하자마자 훈련실에서 키스 직전까지 갔었던게 떠오른다) ...그거까지 내보내면 진짜..... (고소하겠어)
무슨 생각 하고 있는지 맞춰볼까?
리 샤오샤오:훈련실 영상도 있는지 궁금했던 거 아니야?
한시원:................................................................................................................................
한시원:있겠지 당연히....나도 그정도는...... ...
(결국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다음, 다음전시관으로 가자.
리 샤오샤오:다른 페어들도 나오는데, 더 안보고?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시원을 따라 일어난다) 그런 건 안 내보낼거야, 아마도...아마도.
한시원:막을 수 없다면 절대 발견하지 않을거야.
한시원:(스크린을 외면하고 마지막 전시관으로 후다닥 간다)
턱 없는 문을 넘어서자, 전시관의 내부가 훤히 보입니다.
복도가 없고 벽도 없는 전시관은 한 눈에 모든 곳을 돌아볼 수 있습니다.
다만, 천장이 무척 높아서 고개를 다 들어도 위를 볼 수 없네요.
그 중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이라면...전면의 액자들일까요.
한시원:(목이 떨어져라 위를 올려보다가 전면의 액자로 시선을 옮긴다) 왜?
어찌나 개수가 많은지, 한 벽면을 가득히 채우고 있습니다.
수백, 수천... ...그렇습니다. 역대 타이머의 얼굴이 걸려 있는 액자들입니다.
시선을 아래로 내려보면, 빈 액자들도 있습니다. 저곳에 우리들의 얼굴도 걸리겠죠.
추모공간이라고 하니까 기분 이상하다. 저기 우리 액자도 준비되어 있는것 같거든. (비어있는 액자를 가리킨다)
리 샤오샤오:흠, 그래도 다행이다. 그 때는 내가 이미 없을테니까. (누군가는 농담으로 넘길 수 없는 소리를 농담으로 하며 웃는다.)
한시원:내가 간다고 할 때는 그렇게 서운해하더니.. 자기 죽는 얘기는 아무렇지 않게 하네. (탐탁치 않은듯 말하고는) 나는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지만..
죽음을 너무 덤덤히 받아들이게 된 것 같아서 좀 그렇네. 다른 타이머들도 이럴거 아냐.
리 샤오샤오:우리는 아무래도 익숙하니까... (화났어? 하듯 슬쩍 손을 잡는다) 다른 사람들이 와서 볼 땐 어떤 감상이 들 지 모르겠어. 왠지 이렇게 보니까 남의 얘기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기도 해.
한시원:(제 손을 감아오는걸 피하지 않고 되려 꾹 잡고는, 그제야 조금 웃어준다) 그러게. 사람들은 개개인 보단 타이머라는 존재가 중요할테니 그리 슬퍼하지 않을수도... 그러니까 너랑 나라도 서로를 위해 슬퍼도 해주고, 축하도 해주고 그래야지.
너까지 너한테 박하게 굴면 어떡해?
리 샤오샤오:왜냐면 이제 네가 나한테 잘 대해줄거니까.
한시원:누가 잘대해준대? (어깨를 한 대 때려주고 먼저 간다)
리 샤오샤오:아야. 왜에. (능청스레 말끝을 늘리며 시원을 따라나간다)
한시원:(액자말고 더 볼건 없나? 한바퀴 쭉 돌아본다)
한시원:
관찰력
기준치: |
75/37/15 |
굴림: |
80 |
판정결과: |
실패 |
(잠깐!)
관찰력
기준치: |
75/37/15 |
굴림: |
25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두 사람이 로비로 나오면, 안내 데스크 옆에 특이하게 생긴 아치 형태의 문이 있습니다.
철제라곤 하나도 보이지 않을만큼 빼곡하게 장미가 덮여 있네요.
한시원:...이건 뭐지? (가까이 다가가 문을 밀어본다)
한시원:(동선이 마구 겹치네) 아, 여긴 뭔가요? (일단 하인리히에게 간다)
저것도 전시되어 있는 것들 중 하나인것 같은데.
시원이 하인리히에게 다가가 물어보며 다시 뒤를 돌아보면,
새파란 장미도, 은색 아치도 없는 평범한 흰 벽.
'...아까는 있었는데.' 하는 다른 타이머와 카운터들의 웅성거림이 조금씩 들려옵니다.
어른들의 눈에는 '그게' 보이지 않았던 걸까요?
한시원:어? (아치형 문이 있던 곳을 가만히 본다. 방금 뭐였지..? 환각..?)
방금 분명히 장미로 둘러싸인게.. (샤오를 쳐다본다) 너도 봤지?
리 샤오샤오:...뭐가 있었는데...사라졌네.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며 벽을 바라본다.)
... (미간을 찌푸린다.) 이것도 무슨...현상인가?
한시원:타이머랑 카운터들은 다 본 것 같았는데. (하인리히한테 심리학 써봐도 되나요?)
한시원:(하인리히를 돌아본다) 정말 아무것도 못보셨어요?
심리학
기준치: |
40/20/8 |
굴림: |
3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한시원:저쪽에 있던 아치형 문이요. 장미로 둘러싸인...
타이머랑 카운터들은 다들 본 것 같았어요.
하인리히 장교:흠, 파란 장미라니 도밍게즈의 국화가 아닌가. 어쩌면 길한 일이 있으려는 상장일 수도 있겠군.
하지만...그는 말과는 달리 상당히 초조해하는 것 같습니다.
한시원:(미묘한 표정으로 하인리히를 보다가 샤오에게 속닥거린다) 뭔가 숨기는것 같은데..
리 샤오샤오:...그래? 원체...속을 알 수 없는 분이긴 해도.
(흰 벽에 미련이 남은 듯 쳐다보다가) 갑자기 사라져서 아쉽네. 궁금했는데...
별 수 없이 타이머와 카운터들이 전시관을 벗어나 DOT로 돌아가는 하늘은 어두컴컴합니다.
내일의 날씨를 알리듯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청명하네요.
한시원: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기지개를 쭉 켠다) 졸려.
리 샤오샤오:오늘은 돌아가서 푹 쉬자. 미리 무대 짜두길 잘했지.
우리들은 아직,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 지는 알지 못했습니다.
내일의 '그 일'이 훗날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될지도 말이죠.
오늘의 우리는, 그 문을 반드시 열어젖혔을 테니까.
----------------------------------------
거리는 떠들썩하게 노래하고 춤추는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하늘은 구름과 흰 새, 손수건과 종이 가루 따위로 화려하게 꾸며져 있고, 타이머의 교복, 제복과 비슷한 흰 옷을 입은 사람들이 유난히 많습니다.
오렌지 마멀레이드처럼 윤기가 도는 주황색이고, 갈기갈기 찢어진 구름은 어렴풋하게 사라졌다 드러나기를 반복합니다.
수도의 광장에는 커다란 무대가 설치되었습니다.
매해 이맘때쯤이면 설치하고 철거하기를 반복하죠.
오르내리는 흰 차양이 비스듬하게 하늘을 가리고, 어느새 하늘에는 어둠이 내려앉습니다.
"언제 시작한대?" "곧 시작할 걸. 이제 10시잖아." "나 너무 기대돼. 실물은 처음이야..."
무대 뒤편에 서 있는 타이머와 카운터들의 귀에도 그들의 소리가 확연히 들립니다.
타이머의 존재를 들어내고, 카운터의 존재를 증명하는 순간입니다.
리 샤오샤오:인이어 잘 찼어? (귀를 톡톡 두드린다)
한시원:(긴장한 상태로 한 손에는 반쯤 마신 물통을 쥐고있다) ...어, 응. (귀를 만지작거리며 인이어를 체크한다)
리 샤오샤오:물 너무 많이 마시면 올라갔을 때 화장실 가고 싶어진다. (작게 웃는다)
신호하면 제 0시부터 순서대로 나와주세요. 두 사람이 함께 나와야 하고, 다들 싸우진 않으셨죠? 최대한 친하게~
한시원:겁주지마.. 긴장되니까. (물통을 내려놓고 샤오의 손을 찾아 잡는다)
스태프:무대 등장하실 때에는 2번 카메라, 무대 앉아서는 3번 카메라 봐주시면 됩니다~ 곧 시작할게요.
한시원:진짜 그냥 연예인이네.. 카메라 잡는 연습도 해야하고.
리 샤오샤오:금방 끝날거야. 정신없어서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를 걸.
시끌시끌한 목소리가 가득한 곳에서, 옆에 선 샤오샤오의 존재감만이 뚜렷하게 느껴집니다.
스태프:자, 이제 시작합니다. 제 0시 페어부터 올라오세요.
제 0시부터 순서대로 타이머와 카운터의 소개가 이어집니다.
우리의 모든 일거수일투족이 팔려나간다면, 이 순간 또한 온갖 곳에서 부티나게 팔리리라고.
리 샤오샤오:자, 준비됐지? (한 손으로는 시원의 어깨를, 한 손으로는 시원의 손을 잡고 고개를 까닥인다)
한시원:... 준비됐어. (잡은 손을 쥔채 천천히 무대위로 올라간다)
아래로 내려갔던 조명들이 위로 치솟으며 하늘에서부터 내려오는 두 사람을 비춥니다.
발 아래에 선 사람들의 수는 도저히 눈으로 헤아릴 수 없을 지경입니다.
마치 그것이 마법의 주문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의 이름을 연호합니다.
그 중에는 종종 시원을 향한 시선이 섞여 있기도 했습니다.
타이머가 부관을 들였다더라, 그런 입소문이 돈 탓인지 그다지 부정적인 시선은 아니었지만 말이에요.
맞잡은 손은 조명 탓인지, 체온 탓인지 홧홧합니다.
손을 맞잡고, 한 걸음, 두 걸음. 두 사람은 마침내 무대 위로 내려섭니다.
시간의 현신, 세계의 구원. 타이머와 카운터.
그 이름을 증명하는 능력의 존재에, 사람들은 모두 시선을 빼앗겼습니다.
정면을 보고 선 두 사람이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해 보이면, 그 후로도 잠시 침묵이 맴돕니다.
진행자:아, 도밍게즈가 가장 사랑하는 타이머가 드디어 이 자리에 섰군요.
오, 그리고 가장 사랑하게 될 카운터도요. 샤오샤오, 우리에게 직접 소개해주겠어요?
한시원:(민망함을 꿋꿋하게 버티며 시선을 앞쪽에 둔다. 애써 웃어보이고...)
리 샤오샤오:(고개를 끄덕이더니 시원을 잡은 손에 조금 더 힘을 준다.) 벌써 11번째로 듣는 말이겠지만, 여러분에게 새로운 카운터를 소개합니다. 아마도 타이머로서 제 생이 끝날 때까지 저와 함께할 파트너, 한시원입니다.
샤오샤오의 소개가 끝나면, 진행자는 이들이 카운터이며 타이머의 곁에서 세상을 함께 구원할 것이라는 진부한 대본을 연기합니다.
한시원:(눈 앞이 순식간에 밝아져 조금 인상을 쓴다. 샤오쪽으로 잠시 시선을 뒀다가, 무슨 청혼이라도 받은 기분이 들어 다시 앞을 본다.) ....여러분들께는 특별한 존재처럼만 느껴지겠지만 저희 둘 그대로를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맛있는거 먹으면 기분 좋고, 가끔 말다툼도 하고.. 굳이 화해 안해도 금방 다시 사이 좋아지고 하는 평범한 애들이거든요.
한번쯤 얘기해보고 싶었어요.
감사합니다, 카운터로서도 열심히 할거예요. (꾸벅 고개를 숙인다)
시원의 능력을 두 눈으로 보고, 카운터의 존재를 실감한 사람들은 잠시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무대 위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내 시원의 인사가 끝마쳐지면, 샤오샤오의 이름을 연호하던 외침 사이에 시원의 이름이 자연스럽게 섞여들었습니다.
태초부터 두 사람이 짝이었던 것처럼, 그렇게.
누구도 그 존재에 의문을 표하거나 반감을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진행자:DOT의 말로는 타이머와 카운터는 서로 선택받은 운명이라던데. 처음 만났을 때부터 무언가 느껴졌나요?
한시원:으음....느껴지긴 했어요. 온 신경이 그쪽으로 쏠리는듯한 그런게.. (진부하게 느껴지는 말이겠지만. 하고 민망하게 덧붙인다) 초면인데데도.. 네.
리 샤오샤오:전 처음 만났을 때 손부터 덥석 잡을 뻔 했어요. 하마터면 만나자마자 미움받는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라서 다행이지 뭐에요. (시원의 대답에 이어 말하며 가볍게 웃는다)
진행자:오우, 역시. 두 분이 만난 지 얼마 안된 걸로 알고 있는데...어때요, 시원 씨? 샤오샤오는 파트너로는 몇 점인가요?
한시원:글쎄요, 이건 샤오얘길 먼저 들어봐야 할 것 같은데.
리 샤오샤오:아, 저는 평가받는 입장이 더 편한데. 저한테 시원은 망설임 없이 만점이에요. 어느 면에서든요.
한시원:(대답에 만족한듯 웃는다) 그럼 저는 9점 줄게요.
아, 10점 만점에.
(제법 충격받은 표정)
진행자:이야, 이거. 제가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진 모양인데요? (유쾌하게 웃으며 두 사람에게 손을 펼쳐보인다) 자, 즐겁게 대답해줘서 고마워요. 두 사람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시원과 샤오샤오가 내려오면, 그 다음 페어가 올라갑니다.
한시원:수고하셨습니다. (사람들을 향해 보일듯말듯하게 손을 흔들고 내려온다)
그렇게 제 13시, 어둠의 타이머와 카운터까지.
그들이 한 걸음을 내딜 때마다 무대의 조명이 먹히고, 어둠이 가득해집니다.
완전한 어둠 속에서, 제 0시 페어가 띄운 빛이 희미하게 별처럼 반짝입니다.
밤보다 안온하고, 검정보다 진한 어둠이 완벽히 무대에 내려앉았을 때...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무대 뒤편의 조명이 꺼집니다.
정전이라도 온 것처럼, 혹은 능력에 잡아 먹힌 것처럼 사방이 어두컴컴합니다.
시원과 샤오샤오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면, 가까이 있던 다른 타이머와 카운터들도 놀랐는지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섭니다.
한시원:
듣기
기준치: |
75/37/15 |
굴림: |
96 |
판정결과: |
실패 |
(다 다시)
듣기
기준치: |
75/37/15 |
굴림: |
3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묻는 목소리도, 대답하는 목소리도 모두 우리.
스태프와 관중들의 목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습니다.
제 13시 페어가 급히 어둠을 거두자, 인공적인 태양도 조명도 없는 온전한 밤이 찾아왔습니다.
희미하게 보라색이 섞인 하늘에는 불온한 별들이 총총 떠 있습니다.
그리고 달빛 아래 드러난 광경은...더욱 믿을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한시원:....뭐야? (들릴듯말듯하게 중얼거린다)
산 사람도 움직이지 않고, 살아있지 않은 모든 것들마저...
구름은 흘러가지 않았고, 달도 지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꽁꽁 얼어버린 것처럼 멈춰 서 있습니다.
12시를 알려야 하는 광장의 시계탑도 조용하기만 합니다.
세계의 종말이라기에도, 축제의 마무리라기에도 어울리지 않는 고요함이었습니다.
이 순간이 소설이라면, 아마 마지막 문장은 다음과 같았을 겁니다.
4월 20일, 도밍게즈의 건국을 축하하는 마지막 날.
타이머와 카운터만을 남겨두고, 세계가 멸망했다.
아침이 밝았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은 밝아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늘은 여전히 어두컴컴했고, 해는 고개를 내밀지 않았습니다.
타이머와 카운터들은 어젯밤 일어난 일에 혼란을 겪다가, 결국 '기다려보자'는 답을 내놓고 DOT로 돌아왔습니다.
애써 잠을 청하고, 그러고도 몇 시간이 지났으나...
웃도 떠들던 그대로, 손을 잡고 걷던 그대로, 돌아서던 그대로, 박수갈채를 보내던 그대로...
그들은 자신들의 시간이 멈췄다는 걸 예상조차 못한 듯 보였습니다.
대체 시간이 왜 멈췄는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다시 돌이킬 수 있을지.
타이머와 카운터들은 우리들이 처음만났던 그곳, DOT의 회의실에 둘러앉아 저마다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한시원:(타이머와 카운터를 시간에 빗대는걸 생각해보면 그리 좋은 징조처럼 느껴지지 않는걸..)
(내 능력은 변함이 없는지 확인해본다)
타이머와 카운터들의 능력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마치 그 능력을 사용해 세상을 구하라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리 샤오샤오:(한 손을 비스듬하게 이마에 짚은 채로 생각에 잠겨 있다가 고개를 든다. 예언의 타이머를 향해 시선을 보내며) 그 이후로 보이는 거 없어?
한시원:....(덩달아 11시들 에게로 시선을 둔다)
헤이싱:우린 시간에서 삐죽 빠져나와 있어. 실존하지 않는 시간선의 일을 예언할 수 있을 리 없지.
리 샤오샤오:(그 말에 다시 입을 다문다.) ... ...멸망이 이걸 말하는 거였을까?
한시원:...우리들만 멀쩡한 이유는 역시 능력의 영향 때문이겠지?
리 샤오샤오:그럴 수도 있고...왜 우리만 멈추지 않았을까? 모모가 말했던 예언이 맞을지도 몰라. 세계는 구원받을거라고 했잖아.
우리만... ... (중얼거리면서 미간을 살짝 찌푸리곤 고개를 반대로 기울여 다시 짚는다.)
한시원:우리로 인해서.. 라고 한다면 좋겠지만 현재로서는 방안이 떠오르질 않아.
적어도 원인이 뭔지 알아야하는데..
리 샤오샤오:원인...사건...결과... (중얼거리면서 허공을 노려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든다)
우리만 본 거.
우리만 봤던 게 있잖아.
지능
기준치: |
80/40/16 |
굴림: |
81 |
판정결과: |
실패 |
(두야)
샤오샤오의 말에 여기저기서 탄식이 터져나옵니다.
누군가가 내뱉자, 아이들이 저마다 고개를 끄덕입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일어날 리 없다고 부정하던 세계 멸망.
시시각각 다가오던 세계 멸망으로부터 세계를 구해낸, 전 세대 타이머의 예언.
한시원:...그 아치문이 있던곳으로 가볼까? 다시 나타날지도 모르잖아.
한시원:
SAN Roll
기준치: |
65/32/13 |
굴림: |
66 |
판정결과: |
실패 |
시원은 그 아치문을 떠올리자, 문득 불길함을 느낍니다.
이것은 직감 같은 것입니다. 마치...종종 올라왔던 기시감처럼요.
한시원:
지능
기준치: |
80/40/16 |
굴림: |
94 |
판정결과: |
실패 |
(왜 왜이래 나)
전시관의 그곳? 하지만 어제 온 도시를 뒤져보았을 때는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는데...
시원의 발언에 타이머와 카운터들이 더 물어볼 것도 없다는 듯 자리에서 분주하게 일어서기 시작합니다.
한시원:시간에 따라 나타나는 것일수도 있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혹시 어제 아치형 문을 봤을때가 몇 시인지 기억해낼 수 있을까..? 나오기 직전에 오벨리스크의 그림자가 어딜 가리키고 있었는지라도.)
우리가 8시 즈음 출발했으니, 전시관을 다 돌아본 것은 10시 쯤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시간이 움직이지 않으니, 시간을 맞출 수는 없겠네요.
한시원:(아, 그렇지 참..)(일단 후딱 가본다)
DOT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큰 길가의 모조품.
활짝 열린 문을 지나 들어가 아치문이 있던 안내데스크 옆을 살펴보지만...
한시원:
지능
기준치: |
80/40/16 |
굴림: |
5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그렇다면 오히려, 아치문은 전시관이 아니라... ...
우리에게서 훨씬 더 가까이 있었을지도 모르겠군요.
본관의 바로 이 자리, 그곳에 무언가가 있을지도.
(생각난것을 주변 타이머와 카운터들에게 알린다) 그러니까, DOT 본관으로 가보자.
가자. (샤오를 잡아끌고 먼저 뛰어간다)
리 샤오샤오:아, 그럴 수도 있겠구나. 다행이다. 본관 문은 항상 열려 있으니까.
흰 대리석이 깔리 바닥과 열두 개의 별자리가 그려진 남색 천장.
안내 데스크에 앉은 직원도, 로비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직원도 모두 멈춰선 상태입니다.
그리고 안내데스크의 옆, 전시관의 흰 벽이었던 그곳에는...
멈춘 시간을 깨트리고, 요란한 소리가 울립니다.
마치 우리가 이것을 발견하기를 기다렸다는 듯, 엘리베이터는 1층에 선 채 내려갈 채비를 마치고 있습니다.
리 샤오샤오:... ...엘리베이터가, 움직이네.
한시원:(엘레베이터에 올라타 지하1층을 누른다)
(다른애들도 태워감)
엘리베이터에 올라타 지하 1층을 눌러보지만, 불이 들어오지 않습니다.
엘리베이터도 움직일 기미 없이 입을 벌린 그대로입니다.
(지하 2층을 누른다)
익히 알고 있듯이, 이 건물은 지하 1층까지만 있다고 소개받았으니까요.
리 샤오샤오:...우리를 어디로 데려가고 싶은 것 같기는 한데, 안 움직여.
(타이머들을 둘러본다) 한 번 봐봐.
한시원:무...겁게 만드는건 위험하겠지? (잠시 기다린다)
한시원:
초능력 Roll
기준치: |
35/17/7 |
굴림: |
2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아니 웬일)
그 순간, 모두의 시선이 한 곳으로 쏠립니다.
애초에 저렇게 생긴 버튼도 아니야.
한시원:그럼...지하 2층으로 향하는 버튼인것 같아. (망설일것 없이 누른다)
손을 뻗어 버튼을 누르면, 마치 버튼 주변이 픽셀처럼 부서지듯이 일렁이다가...
한시원:
운
기준치: |
65/32/13 |
굴림: |
73 |
판정결과: |
실패 |
엣
엘리베이터는 지하 1층보다도 훨씬 더 깊게 들어가는 듯 합니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이ㅡ 몸체가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머리 위에서 드르르르륵, 하고 엘리베이터의 도르래가 풀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엘리베이터가 아래로 급격하게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내장이 위로 치밀고, 공기가 역류하는 감각이 뇌를 흔듭니다.
한시원:(몸이 허공으로 뜨는 느낌에 순간 당황했다가, 더듬더듬 엘레베이터 벽면에 손을 짚는다. )
초능력 Roll
기준치: |
35/17/7 |
굴림: |
9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시원이 간신히 엘리베이터의 추락을 느릿하게 멈춥니다.
그와 동시에 공중으로 거의 떴던 아이들의 몸을 샤오샤오가 가벼운 중력으로 내려앉힙니다.
리 샤오샤오:(휴, 하고 한숨을 쉰다.) 천천히 내려, 시원. 바닥에 닿을 때까지.
한시원:(바닥에 닿아 지탱하는 힘이 느껴지지 않을때까지 아주 느린속도로 내려간다)
시원이 천천히 엘리베이터를 내려앉히면, 바닥에 닿은 엘리베이터가 마침내 완전히 멈춰섭니다.
리 샤오샤오:너무 여러 명이 탔나... (그제서야 아이들을 붙잡고 있던 힘을 풀고, 닫힌 엘리베이터 문 틈으로 손가락을 끼워넣어 옆으로 당긴다.)
제법 능력을 쓴 모양인지, 샤오샤오가 당긴 문은 볼품없이 찌그러지며 열립니다.
한시원:(문은... 열리나? 무의미하게 버튼을 눌러보려다가 샤오가 알아서 자동문으로 만들어주면 손을 거둔다)
(엘레베이터에서 내려 바깥을 살핀다)
리 샤오샤오:다행이다. 갇히진 않았네. (분위기를 풀어보려는 것인지 가볍게 웃으며 내린다)
불이 꺼진 탓인지, 옆에 선 사람의 위치를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사위가 어둡습니다.
한시원:혹시 능력 삐끗할까봐 전전긍긍했네.. (중얼거리다가) 불 좀 비춰줄래?
한시원:(어딘가에 있을 0시에게 말하고는) 무슨 냄새지?
시원의 말에 0시 페어가 주변에 빛을 띄워 조명을 밝힙니다.
14개의 [원형 유리관], 멈춘 [컴퓨터]와 [연구원],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커다란 원통]이 놓여 있습니다.
여러 대의 CCTV가 모서리에 매달려 있었지만, 모두 멈췄는지 움직이거나, 액정을 빛내진 않습니다.
대체 이런 시설이 왜 DOT에 필요하단 말인가요?
리 샤오샤오:... ...이건 꼭... ...연구실 같은데.
한시원:....왜이렇게 불길한.... 느낌이...들까. (묘한 표정으로
원형 유리관을 살펴본다. 갯수가 좀 소름돋는데.
원형 유리관은 천장에 닿을 듯 높이 서 있습니다.
투명한 파란색으로 물든 그것은 꼭 장미의 색을 훔친 것만 같습니다.
각 유리관에는 숫자와 낱말이 적힌 네임택이 붙어 있습니다.
리 샤오샤오:(생소한 표정으로 유리관의 네임택을 바라본다) ...시간이 적혀있어. 전부 다.
한시원:뭘 위해서..? (컴퓨터로 다가가 켜져있는 프로그램이 있는지 확인해본다)
한시원:
관찰력
기준치: |
75/37/15 |
굴림: |
4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하긴, 시간이 멈추었고 모든 조명이 꺼졌으니 당연하겠군요.
그리고 시원은 지나온 원형 통의 네임택 아래에 작은 글씨로 쓰인 숫자 몇 개를 발견합니다.
[2051. 10. 08], [2052. 02. 27], [2052. 01. 01], [2051. 12. 17]·····
시원의 눈이 천천히 네임택을 훑고 지나가다가 제 10시, 중력이라고 적힌 곳까지 닿습니다.
시원이 DOT에 발을 들였던, 바로 그 날입니다.
그런 생각을 하고나면...유리관은...딱 한 명의 사람이 들어가기에 충분해 보이는군요.
타이머들은 의아하게 숫자를 바라보고 있고, 카운터들은 숨을 들이킵니다. 아마도 우리의 머리를 치고 지나간 어떤 불길한 직감이 있었기 때문이겠죠.
(작게 인상을 쓰다가 연구원에게 다가가 몸을 살펴본다)
그는 커다란 책을 든 채 조각상처럼 꼿꼿하게 멈춰 있습니다.
근력
기준치: |
70/35/14 |
굴림: |
94 |
판정결과: |
실패 |
(폴랠래)
(샤오한테 간다)
리 샤오샤오:...안 당겨져? (책을 잡아본다)
리 샤오샤오:
근력
기준치: |
70/35/14 |
굴림: |
30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샤오샤오가 책을 당기자, 드득거리는 소리가 나다가 책이 쑥 빠집니다.
한시원:(그래, 힘은 내 전공이 아니었던거지)
고마워. 여기 혹시 연구에 대한 내용이 적혀있을까봐.
한 번 펼쳐봐.
샤오샤오가 빼낸 책에서는 희미하게 사향 냄새가 납니다.
아무리 봐도 논문 따위를 이런 불길한 재질의 가죽으로 엮을 리는 없어보이네요.
리 샤오샤오:표지 글씨를 전혀 못 읽겠어. (책에 코를 대고 킁킁, 냄새를 맡았다가 펼친다.)
내용은 공용어로 쓰여있긴 한데...
한시원:(나란히 서서 내용을 읽어본다) 왜 표지만 다른언어지?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어.
리 샤오샤오:흰 건 종이고 까만 건 글씨라는 말이 뭔지 확실히 알았어.
이런 느낌이구나.
한시원:평소에 공부 열심히 해도 다 소용없다..
일단 갖고나 있을까.
리 샤오샤오:...연구 내용이 적혀있을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네. 대체 왜 이런 책을 보고 있는거지? (의뭉스러운 눈길로 애쉬를 바라본다.)
한시원:우리가 모를 뿐이지 연구에 관련된게 거기 섞여있을수도 있을거야. 아니면... 어쩔수 없고. (커다란 원통으로 다가가 살펴본다)
높이는 30cm 정도, 지름은 그보다 약간 작고, 볼록한 앞부분에 신기한 소켓 세 개가 이등변 삼각형 모양으로 배열된 생김새입니다.
무슨 용도의 통인지, 유리창도 나 있지 않아서 내용물을 종잡을 수 없습니다.
통에는 라벨이 하나 붙어있을 뿐으로, 그곳에는 낯선 이름이 쓰여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을 돌아본다) 혹시 아르고가 뭔지 아는 사람 있어?
원통 뒤에는 렌즈와 진공관, 금속 원반을 연결한 작은 상자 따위가 매달린 기다란 기계가 서 있네요.
아르고? 하고 되물은 타이머와 카운터들은 고개를 젓습니다.
리 샤오샤오:나도 처음 들어. 연구원들은 다 알고 지내는데...
(천천히 통과 기계를 바라보다가, 한 순간 아. 하고 내뱉으며 책을 펼친다)
한시원:뭐가 뭔지... (샤오가 낸 소리에 그쪽을 돌아본다)
책에 있어?
리 샤오샤오:이렇게 생긴 그림이 있었지...여기에. (한참 책을 뒤지다가 원통과 유사하게 생긴 그림을 손으로 짚는다.)
미고의 뇌 보관통...
뇌 보관통?
리 샤오샤오:... ...아르고라는 사람의...뇌가 들어있나봐.
SAN Roll
기준치: |
65/32/13 |
굴림: |
81 |
판정결과: |
실패 |
(펑,,)
샤오샤오도 마찬가지로 불쾌해하는 안색이지만, 통에 달린 패널을 이리저리 조작합니다.
그러자 위에 달린 렌즈를 통해 벽면에 어떠한 장면이 투영되고, 단조로운 나레이션이 시작됩니다.
장면들은 모두 회색인데다 화질이 좋지 못해서, 이 기계가 도밍게즈의 것이 아니라고 실감합니다.
TV도, 녹화한 영상도 아니라...이건 아마도...
한시원:...('다른 방법'.....그 말을 곱씹으며 제 손을 내려다본다)
...
(....이건 인권유린이야. 너무 지독하잖아.)
리 샤오샤오:(점차 영상이 지나가면, 어느 순간 시원의 팔을 잡았던 손에 점점 힘이 들어간다.)
한시원:(바닥을 기는 무언가를 본다. 설마 저게...)
사람..은 아니겠지.
...그럼 난.
리 샤오샤오:... ... ... (낯선 기억 속의 익숙한 얼굴을 확인하면,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다.)
한시원:난, 아닌데.. (이런 기억은 없는데.)
벽에 비추어진 영상이 지직거리며 다시 처음부터 반복됩니다.
샤오샤오가 어쩔 줄 몰라하고 서 있는 사람들을 제치고 소켓에 연결된 선을 뽑아버립니다.
피슉, 소리를 내며 송출되던 영상은 꺼지는군요.
모든 진실을 목격한 시원은, 이성을 판정합니다.
한시원:(꺼진 화면을 멍하니 들여다본다) 그럼 난... 뭐지? (내 인생을 살다가 끌려와서 실험을 당한건가? 아니면 애초에 만들어진 인생인가?)
SAN Roll
기준치: |
63/31/12 |
굴림: |
3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한시원:(운명 같은건 없었고, 시작부터 끝까지 손 안에서 놀아나고 있었던거야.)
세계는 멸망하지 않아. 도밍게즈는 2053년의 새 계절을 맞을거야. 그리고...
지난 예언의 타이머는 매우 훌륭한 이였어. 눈과 귀가 밝고 입이 무거운데다...
많은 이들이 세계 멸망의 예언이 예언의 탑에서 시작한 줄 알지만, 천만의 말씀.
대체 전 세대 타이머들은 어떤 심정으로 그 명령에 순응했을까요. 자의였을까요, 타의였을까요.
진정으로 그들은 구원을 자신의 사명으로 삼았던 걸까요.
한시원:이런식으로 불행을 바꿔봤자 더 큰 업으로 돌아올게 뻔해. 지금처럼....
DOT와 타이머는 이미 그 미래를 알고 있었네. 그 예언이 퍼질 것도, 세계가 혼란스러워질 것도...
그들은 스스로 카운터의 창조주를 자처했습니다.
대체 이 운명의 뒤틀림이 어떻게 돌아오는 걸까요.
어쩌면, 어쩌면...이것은 멸망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우리 앞에 얼마나 더 큰 그림자가 드리워질 지 알 수 없습니다.
서 있는 것은 스물 여덟 명이었는데, 비치는 것은 열 네명 뿐입니다.
제대로 비치지 않는 쪽이 누구인지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겠죠.
시원은 선명하게 빛나는 대리석을 짚으며 어떤 깨달음을 얻습니다.
이곳에 온 뒤로, 한 번도 가족들의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는 것을.
당신을 보러오마, 하고 축제에 찾아올 기별도 주지 않았다는 것을...
한시원:...왜 여태 몰랐지? 말도 안되는 일인데..
리 샤오샤오:...시원. (얼핏 들으면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천천히 대리석에서 네 손을 떼어낸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당신이, 이 사람을 위해 예비된 운명이었던 거지요.
한시원:...하지만.... (이런건 그냥...)
(...제물 같지 않나?)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한채로 네 손안에 가만한 제 손을 내려다본다) ...
....모르겠다. 이런 생각할때가 아닌것 같은데..(제 얼굴을 짚으며 작게 한숨을 뱉는다)
리 샤오샤오:(입을 달싹인다. 굳이 칭하자면 자신은 모든 것을 가졌고, 눈 앞의 파트너는 허공을 할퀴고 있을 뿐이다. 다정하게도, 기만적으로도 들리는 말이 이어진다.) 무슨 일이 있어도, 널 떠나지 않을게.
...그러니까 너도 포기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한시원:.....(생각해보면 그렇다. 내게 남은건 샤오샤오와 나 스스로 밖에 없는것이다. 내가 포기하면 다 끝날게 뻔하니 동앗줄이라도 쥐고싶다. 하지만 대답은 못하겠어서, 네 손을 힘주어 잡으며 조금 웃어보인다)
너무 걱정하지마. (대답인듯 대답아닌 애매모호한 결정을 내놓는다)
일단, 지금은 해야할 일이 있으니까.. (그럼 이제부턴 뭘 해야할까. 잠시 골몰한다)
리 샤오샤오:(그래, 하고 짧은 대답을 한 뒤에는 너를 안심시키려는 듯한 미소가 이어진다.)
할 말을 찾기 어려워질 때 즈음에, 장비 향기가 흠뻑 폐를 파고듭니다.
한시원:....공간에 꽂아둘 책갈피...타이머... (중얼거리다 진해진 장미향에 고개를 든다)
(무슨 일이지?)
새파란 장미로 장식한 은색 아치문이 서 있습니다.
한시원:(홀린듯 문으로 다가가.. 문을 밀어본다
)
검게 물들어 있던 호수가 달빛을 받아 순간 반짝이고,
...잘못 본 것이 아니라, 정말로 호수에 파문이 일며 색이 밝아지고 있습니다.
종이꽃이 소금기에 녹아 천천히 물 속으로 스며듭니다.
그리고 우리들은, 호수 아래에서 어떤 광경을 목격합니다.
호수에 비치는 것은 밤하늘이 아니라, 어젯밤 무대의 장면입니다. 모든 것이 멈춘 그대로...
한시원:
관찰력
기준치: |
75/37/15 |
굴림: |
26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무대 뒤에, 원래의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거대한 시계탑이 서 있습니다.
무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시계탑입니다.
시원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한 것을 느끼기라도 한듯,
모든 것이 멈춘 광경 속에서 시침만 있는 시계탑이 천천히 돌기 시작합니다.
그 순간 다시 꽃가루가 흩날리고, 빛이 산산이 부서지며, 사람들이 움직입니다.
호수에 다시 한 번 파문이 일더니, 그 장면은 씻은 듯이 사라집니다.
리 샤오샤오:시원, 저기에. (시원의 시선을 돌리려는 듯 손을 살짝 잡아당긴다. 고개는 위를 향해 있다.)
한시원:.....? 방금.. (샤오를 돌아봤다가, 시선을 따라가본다)
고개를 들면, 광장에 선 거대한 시계탑이 저 멀리 눈에 들어옵니다.
바늘은 11시와 12시 사이에 애매하게 멈춰 있습니다.
리 샤오샤오:아마도. ...해결 방법을 찾은 것 같네. (마주한 얼굴은 웃고 있지만, 그다지 유쾌해 보이지는 않는다. 마냥 기뻐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서 더 그렇다.)
모든 것이 화려하게 멈춘 시간 속, 시계탑 앞에 다다릅니다.
능력을 사용한다면 어렵지 않게 시침을 움직일 수 있겠죠.
그러나 이 세계를 구원할 지, 구원하지 않을 지는...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한시원:(만들어진 인생이라고 포기하고 싶은건 아니다. 다른 사람들의 의견도 있는데 내 생각만으로 움직일수는 없는 일이고...)
(차라리 할 수 있는 일을 한 다음...... 그 다음에 결정하자. 그때도 다 내버리고 싶다면 하인리히에게 꿀밤이라도 한 대 먹여주는걸로...)
(결정을 내리면 시계탑을 올려다본다. 오른손을 허공으로 올려 시침에 겹친채, 우측으로 천천히 기울인다.)
리 샤오샤오:(시원이 손을 허공으로 올리면, 나란히 서서 손을 뻗어 그 손을 겹쳐잡는다. 두 손이 나란히 우측으로 기울어진다.)
두 사람의 손이 이끄는 대로, 바늘이 떠밀립니다.
시침이 12시에 닿으면...그제서야 시계가 정각을 알리며 긴 울음을 터트립니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어두웠던 밤하늘이 급격하게 색을 바꾸어 청명한 새벽이 됩니다.
어제화는 분명히 다른 크기의 달이 머리 위에 찾아옵니다.
눈을 한 번 깜박이면, 다시 무대 뒤편입니다.
타이머와 카운터를 향한 환호성이 객석에서 터져 나옵니다.
한 번에 찾아온 소음이 귀를 먹먹하게 만듭니다.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구원자들의 이름을 부르짖고, 두 팔을 벌려 우리를 환영합니다.
한시원:(귀를 뚫고 들어오는 함성에 눈을 찡그린다.) ...
현실은 이다지도 당신에게 다정합니다. 모두가 당신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가득한 탓에 광장의 시계탑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날 선 바늘의 끝은 정확히 우리를 가리키고 있을 겁니다.
언제까지고, 우리가 그것을 꺾어 부서트릴 날이 올 때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