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의 잔해 같은 쇳덩이들이 발에 채입니다.
(천천히 눈을 뜬다. 바다빛 눈동자가 발밑을 확인한다.)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이곳에는 회색 뿐입니다.
그러다 조금씩 비가 그치더니, 천천히 내려오는 빗방울들이 눈에 보일 정도로 느려집니다.
라티나:(발치도, 그 어떤 풍경도 모두 회색 뿐. 홀로 선 이방인같은 자신 앞으로 보이는 느릿한 빗방울을 마주한다.)
라티나:
지능
기준치: |
70/35/14 |
굴림: |
4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느리게 낙하하는 물방울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던 라티나는 문득 깨닫습니다.
물방울들은 순식간에 허술하게 뭉쳐진 재가 되어 천천히 몸 위에 얹히기 시작합니다.
(손을 들어올려 손바닥 위에 재를 담아본다.)
그것들은 닿는 곳에 싹을 틔워 잿빛 식물로 자라납니다.
저 멀리에서 반복적으로 번개가 치고 있습니다.
라티나:... ...(잿빛 식물을 가만히 바라본다.)
(번개가 내리치는 곳을 향해 천천히 고개를 든다.)
산발적으로 치는 번개의 중앙에 작은 아이가 한 명 서 있습니다.
(그 인영에 시선을 집중한다.)
번개가 한 번 더 치면 아이와의 거리가 반절로 좁혀집니다.
라티나:(내리치는 번개. 귀를 막을 생각도 없이 시선을 빼앗긴다. 좁혀진 거리에선 무엇이 보였을까.)
바닷물과 같은 파란 빛과, 깊은 숲을 떠다 놓은 듯한 초록빛 눈.
라티나:...허억. (그 빨려들어갈듯한 눈에 짧게 멎었던 숨을 뱉으며 눈을 반짝 뜬다.)
라티나:...요즘 피곤했던 건가. (앞머리를 쓸어올리며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더위가 연일 계속되는 가운데, 올해 들어 모든 지역에 폭우주의보가 발령되었습니다. 오늘의 날짜는 10년 전 천문학 역사상 기록적인 조화파수렴이 관측된 지 정확히 2일 전의 날짜로...]\
카운터 너머에서 울려퍼지는 텔레비전 소리에 라티나는 눈을 뜹니다.
지능
기준치: |
70/35/14 |
굴림: |
5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아직도 식물의 꿈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걸까요.
그리고, 빵집 유리창에 익숙한 모습이 보입니다.
라티나:(무언가를 잊은 것처럼 몽롱하다. 반복되는 꿈이라면 익숙하지만...뭔가 달랐어.)
(대충 머리를 쓸어넘기다가 시야에 비추는 인영에 고개를 내민다.)
아, 하긴. 수요일 이 시간이면 노아 양이 지친 표정으로 들어오곤 했죠.
노아:(보랏빛 꽃다발을 한 아름 안고 상쾌한 얼굴로 들어선다) 안녕하세요, 라티나. 오늘은 가게 혼자 보시네요.
라티나:(카운터를 톡톡 두드리며 비스듬히 고개를 기울인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이 즈음 오실 거라고 생각해 기다리고 있었죠.
웬 꽃입니까?
노아:선물이에요. 요즘은 꽃을 연구하고 있어서요.
노아 양이 내민 꽃다발에서 좋은 향이 풍겨옵니다.
라티나:... (얼결에 꽃다발을 받아든다. 요령없이 얼굴을 푹. 파묻어 향을 맡아본다.)
꽃다발은 처음 받아봅니다. (꽃잎 사이에서 웅얼웅얼 말한다.)
상대방이 눈썹을 들어올리며 빵집을 둘러봅니다. 깊게 침잠한 눈이 늪의 빛을 띕니다.
노아?:내 계획을 망치고 이런 꼴로 지내고 있었군.
(한 바퀴 돌아서 다시 시선이 라티나에게 가 닿는다.)
그래, 물론 놀랐겠지. 이해해.
(제 귀에 손을 다물었다 폈다 하며 고개를 기울이다가)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돼. 녹색은 지긋지긋하니까.
아니...아니지...너희가 지긋지긋한거야.
하지만 문제 해결. (코트 안주머니에서 작은 스프레이를 꺼내 라티나의 눈 앞에 가져다댄다.) 없던 일이 될 테니까.
노아 양이 씩 웃자, 그의 피부가 녹아내리기 시작합니다.
인간이 아닌 무엇입니다. 저런 건... ...
라티나:...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굳어버린 온 신경 사이로 부릅뜬 눈이 그 광경을 똑똑히 지켜본다.)
(분명 인간이 아닌, 노아가 아닌 어떤 것...)
노아?:Tempus solvendi pretium venit. Homines.
라티나:
SAN Roll
기준치: |
75/37/15 |
굴림: |
4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주변을 더듬어보면 사방이 벽인 아주 좁은 공간입니다.
라티나:...! (눈을 떠 몸에 감각이 돌아온 것을 확인하자마자 당황하지 않고 주변을 더듬는다. 몸을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아주 좁다는 것을 깨닫자마자 심호흡을 한다.)
...막혀 있지만, 누군가 날 여기 넣을 수 있었다면 나갈 수도 있을 거야...
라티나:(자신을 안심시키듯 중얼거리다가, 눈 앞에 떠오른 글자에 시선을 뺏긴다. 곧 빠르게 스쳐지나가는 풍경까지!)
이게, 무슨...
저 멀리서부터 누군가가 뒤로 걸어와 라티나의 몸통을 통과하듯 스쳐지나갑니다.
라티나:(놀라 제 몸을 내려다본다. 아랑곳않고 자신을 뚫고 지나가는 사람들. 지는 해? 뜨는 해? 줄어드는 숫자...!)
경쾌한 소리와 함께 투명한 입방체의 문이 열립니다.
라티나:하아, 하...?... (자신도 모르게 몰아쉬던 숨을 길게 뱉는다.)
(입방체의 문 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멍하니 바라본다.)
뭐야. 꼭...
타임머신이라도 탄 것 같잖아. (자신이 말하고도 퍽 영화같았는지 뒷목을 주무른다.)
하지만 꿈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나도 생생합니다. 풀벌레 소리, 새가 낮게 지저귀는 소리, 매미 소리...
라티나:그리고 일반인이었다면 이쯤에서 영화도 아니고, 라며 덧붙였겠지만... (적어도 자신과 자신이 아는 한 사람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 ...
(천천히 입방체 밖으로 걸음을 옮긴다.)
그러다보면, 멀지 않은 곳에서 왁자지껄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라티나:(생생한 숲의 소리 사이로, 왁자지껄한 목소리가 들린 방향을 향해 고개를 든다.)
...누구일까?
(그 방향으로 걸음을 옮긴다.)
그 쪽으로 향해보면, 숲이 점점 걷히는 것이 느껴집니다.
학교가 있군요. 그리고 그 앞에 넓은 운동장이 자리해 있습니다.
중학생이나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몇 명의 아이들이 뭉쳐서 누군가를 향해 손가락질 하고 있습니다.
라티나:(얕은 길을 따라 나타난 풍경이 천천히 시야를 채운다. 누군가를 두고 손가락질하는 아이들... 소리죽여 그들의 뒤로 다가간다.)
그들의 앞에는 등을 돌린 채 책을 읽고 있는,
그럼에도 아이는 신경도 쓰지 않고 책을 읽을 뿐이네요.
(낮게 목을 가다듬는 소리를 낸다.)
하늘을 날아가던 새마저 허공에 멈춰 있습니다.
그리고, 발 밑에 커다란 구멍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라티나:(하늘까지 바라본 고개가 천천히 내려오기도 전에, 발밑의 구멍을 인지한다.)
구멍 아래로 별빛을 닮은 반짝이는 글자들이 떠오릅니다.
The end of the world, is nigh.
라티나:
지능
기준치: |
70/35/14 |
굴림: |
4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Down this hole, Frightened
얇게 떨리는 노인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리며...
그리고 마침내 발바닥이 땅에 닿았을 때 있는 곳은...
(...주방?)
(두리번거린다.)
작은 식사용 탁상, 귀엽게 싱크대 위에 걸려 있는 두 짝의 오븐 장갑.
오븐 속에서 부푸는 쿠키가 타닥이며 구워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라티나:...아, 저 소리가 나면 온도를 좀 낮춰야...(아니, 이게 아니지.)
(게걸음으로 슬쩍....오븐 옆으로 다가간다.)
어디어디...오븐 안으로 보이는 쿠키가 어떤 상태인지 볼까요.
라티나:(슬쩍 허리를 숙여 오븐 안을 확인한다. 제과제빵을...굴려보겠습니다.)
라티나:
제과제빵 Roll
기준치: |
60/30/12 |
굴림: |
67 |
판정결과: |
실패 |
무엇보다 이거, 오븐이 아니라 화덕 느낌이라서 제대로 구별을 못하겠어요!
탈 걱정은 없어보이네.
노인:탈 것 같은데. (라티나의 뒤에서 불쑥 고개를 내민다.)
...누구십니까? 저도 딱히 집주인은 아닌데요.
노인:그런가? 나도 사람 얼굴 구분을 잘 못해서.
불 끄지. (라티나의 옆으로 쑥 손을 디밀더니, 괴상한 쇠 막대기로 화덕 아래의 장작을 팍팍 부셔서 끈다.
라티나:...오... (화덕이 퍽 마음에 드는지 구경하고 있다.)
...늦은 질문 하나 해도 됩니까?
라티나:저를 여기로 데려온 것은... 당신이십니까?
이 집의 주인이 나니까 그런 셈이지.
쿠키 먹겠나?
(오븐 장갑을 끼고 잘 구워진 쿠키를 하나 내민다)
(킁킁.)
다 익은 것 맞습니까?
(미세하게 편안해진 눈썹 각도와 함께 쿠키를 받아든다.)
잘 먹겠습니다.
라티나:(10시 10분 눈썹이 된 채 쿠키 들여다보는 중)
노인:(마찬가지로 라티나를 유심히 본다.) 겉모양은 합격인가?
저도 합격입니까? (자신을 보는 시선을 덤덤히 마주한다.)
겉모양이든, 무엇이든지요.
노인:물론이지. 특히나 삶의 방식이. (쿠키를 접시에 담더니, 테이블 너머의 의자를 꺼내 앉는다.)
먼 길을 왔어. 박스가 고장난 건 내 짓이 아니니까, 그렇게 관찰할 필요 없다네.
나는 좋은 마음에서 선물한 거거든.
라티나:... (자연스럽게 맞은 편의 의자에 앉는다.)
저를 다 아시는 것처럼 말씀하시는군요.
(더 보지 않고 쿠키를 와삭 깨문다.)
(우물우물.)
노인:전부 다는 아니고, 보고 들은 것만 알지.
어떻게, 수리를 해야 할 텐데...기계는 좀 다루나?
라티나:(박스의 고장에 대해 생각하듯 눈을 깜빡이다가) 조금요.
쿠키의 값어치가 될 지는 모르겠습니다.
생각보다 더 맛이 좋아서요.
쿠키의 맛이 머리까지 차분하게 식혀주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자네지. 돌아갈 길이 막막하잖아.
쿠키 구울 알바생 하나 필요하지 않으십니까? (덤덤한 농담조다.)
그럼 방법은 하나군요.
장비는 좀 있습니까?
노인:그래, 그렇게 나와야지. (한시름 덜었다는 듯이 작은 서랍에서 작은 목걸이를 꺼내 내민다)
목걸이 끝에는 투명하게 빛나는 녹빛 수정이 걸려있습니다.
라티나:심상치 않아 보이는 장비군요. (평범한 도구를 쓸 것 같지는 않았지만.)
(목걸이를 받아들어 가볍게 들어올려보인다.)
사용법은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씩 웃는다)
쿠키 하나 더 먹을텐가? 아니면 이제 배는 안 고파?
(비스듬히 고개를 기울이고 눈을 가늘게 뜬다.)
...
하나만 더 먹어도 되겠습니까? (맛있었다.)
노인:물론이지. 싸 가는 건 안되지만 양껏 먹어도 돼.
손님이 오는 일이 드무니까, 내 실력이 발전하고 있는 지 영 알 수가 있어야지?
라티나:(고개를 까딱이고 하나를 더 집어 와삭와삭 먹는다.)
후기를 남기려면 만든 사람의 성함을 알아야 할 텐데요.
당신을 어떻게 부르면 되겠습니까?
(또박또박 발음해본다.)
옳지!
(박수를 탁, 치고는) 다음 번에 왔을 때도 그렇게 부르도록 해. 다음이 없는 게 제일 좋지만.
라티나:(덤덤히 따라 박수를 치고는) 의미심장한 이야기 투성이군요.
노인:할머니는 좀 미스테리 해야 돼. 그래야 인기가 있거든.
이야기 나눠서 즐거웠다, 라티나 그레이.
집요한 과학자를 만나거든 안부 전해주게. (가볍게 웃은 후, 손을 뻗어 라티나의 어깨를 살짝 민다.)
라티나:... ...이름, (분명 말씀드린 적 없는데. 가벼운 웃음을 멍하니 바라본다.)
한 소년이 작은 나무 의자에 앉은 채, 놀란 눈으로 라티나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소년의 두 눈은 깊은 숲처럼 녹빛으로 빛나며, 부스스한 흑발이 누군가를 연상시킵니다.
???:우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라티나를 바라보다가) ...괜찮으세요...?
라티나:(...데자뷰가. 어리둥절하게 눈을 깜빡인다. 눈 앞에 있는 소년은 꼭...)
...
노...아?
라티나:...정말 노아입니까? (지금 모습은 꼭...)
노아:네... ... (의외라는 듯이 눈을 깜박이다가) 혹시 선생님이세요?
학교 운동장에 있는 숲에서 튀어나오더니 갑자기 쓰러지셔서...
급한대로 저희 집으로 모셔왔어요.
라티나:... (열심히 머리를 돌린다. 그러니까 지금 상황은 아마도. 티셔츠 속 노아보다도 작은 노아를 마주하게 된 건 아마도...)
... ...(어쩐다. 뭔지 몰라도 일단 맞다고 해 볼까.)
...네. 아무래도 배가 고파서 쓰러진 모양입니다.
(천천히 상체를 일으켜 빤히 소년을 바라본다.)
노아:(어색한 미소를 미소를 지었다가 배가 고프다는 말에, 아, 하고 벌떡 일어난다.)
뭐라도 가져다 드릴게요.
혹시 호밀빵 드세요? 아니면 옥수수는? 치아바타도 있고 밥도 있는데 반찬이 하나도 없어서...고기 스튜랑...
라티나:(배가 고프다는 말에 보이는 반응은 어릴 때도 똑같았군.)
...(줄줄이 나열되는 재료에 고개를 기울이다가) 노아는 식사 하셨습니까? 아직이면 같이 먹죠.
노아:그럼...제 것도 같이 가지고 올게요! 선생님은 조금 더 누워서 쉬세요. 배고플 때 움직이면 혈당치가 떨어져서 위험하니까요.
식물학과 천문학 서적을이 쌓인 선반이 많습니다.
그리고 바깥과 바로 연결된 채 방 한 면을 전부 채운, 한 뼘 정도 열린 여닫이 문을 통해 정갈한 저택의 뒤뜰이 보입니다.
라티나:...(침대 위에서 무릎을 끌어모아 앉아 그 위에 비스듬히 뺨을 얹은 채로 선반과 뒤뜰을 바라본다.)
이야기만 들었지, 이렇게 초대받을 줄은 몰랐는데.
라티나:정말 성 같습니다. (작게 혼잣말을 한다.)
노아:(약간 위태롭게 쟁반을 들고 오다가, 겨우겨우 침대 옆 협탁에 놓인 책을 싹 팔로 쓸어버리고 쟁반을 내려놓습니다.)
휴.
양이 얼마나 되실 지 몰라서... (냄비 째로 가져옴)
숲에서 만난 곰에게 하는 식사 대접 같습니다. (냄비를 바라본다.)
... (잠시 라티나를 바라본다)
...곰보다는...늑대 같아요...
크앙. (무뚝뚝하게 중얼거린다.)
선생님들한테는 종종 들어요.
(씩 웃으며 먹기 좋은 크기로 썬 치아바타와, 스튜를 나눠담은 그릇을 내민다)
토마토랑 페페론치노를 넣었어요. 그러면 매콤새콤해서...
라티나:(그릇 위에 담긴 먹음직한 음식을 보며 조용히 중얼거린다.)
...여기에 와서도 든든히 챙김받고 있군요...
라티나:(느릿하게 눈을 깜빡인다. 일단은...)
네. 종종 숲 속에 쓰러져있을 때 다람쥐 몇 마리에게 도토리를 얻어먹곤 했거든요.
숲도 좋아하시고요!?
라티나:......................................................
...............그럴 걸요?
노아:(와아...하고 입을 벌린다.) 저도 식물을 좋아해요. 그래서 대학은 꼭 그 쪽으로 가려고요.
라티나:(치아바타 하나를 집어들다가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인다.) ...
아마 잘 될 것 같네요.
노아:그래 보여요? (안심한 표정으로 웃더니 치아바타에 스튜를 올려서 먹기 시작한다.)
그렇게 빵을 몇 조각 즈음 먹었을까요? 노아는 라티나의 목에 걸린 수정 목걸이를 유심히 바라봅니다.
라티나:(우물우물. 음식을 삼키던 중 시선이 닿은 곳을 눈치챈다.)
색이 예쁘네요.
라티나:그렇게 말하는 노아에게도 잘 어울립니다.
눈동자 색 같아서요. 숲을 닮은.
노아:(칭찬이 어색한 듯 고개를 숙이고 볼을 갉작이다가 아야, 하는 소리를 내며 다시 손을 내린다.) 그런 말은 오랜만에 들어요.
그...숲으로 돌아가셨을 때 쓰러지지 않게...많이 드세여ㅛ.
...(빵을 집던 손을 내려두고 손을 뻗어 앳된 턱끝을 잡는다.)
상처가 많지 않습니까?
어디서 온 건가요.
노아:(질문에 머쓱하게 볼을 문지르더니) 그냥...넘어졌어요.
이 맘 때 애들은 많이 넘어지니까...
라티나:...꼭 이 맘 때 애들이 아닌 것처럼 말씀하시네요?
흠...
(요리조리 돌려본다.)
(이쪽저쪽.)
얼굴이나 몸 여기저기에 상처가 있는 것이 눈에 띕니다.
적절한 판정을 선언하면 더 자세히 볼 수도 있겠어요.
자세히 들여다보면 알 수 있을 것 같지만, 노아의 입으로 듣고 싶습니다.
정말 넘어져 생긴 것이 맞습니까?
선생님은 생각보다 많은 걸 알고 있습니다만. (덤덤히 덧붙인다.)
노아:... ... (눈을 이리저리 굴리다가...) 그냥...학교에서 친구들하고 다퉈서요.
심하진 않아요.
더 많이 때려줬습니까? (거리의 습관이 배어나온 말투.)
(상상도 못해봤다는 얼굴)
(빤히 본다.)
때리지는 않았...는데...
아프잖아요.
라티나:................................
(그럴 줄 알았다는 얼굴로 작게 숨을 내쉰다.)
손해보고 살 타입이라니까, 정말.
흠...
노아.
라티나:(마지막 치아바타를 하나 물고 허공에 주먹을 들어보인다.)
자. (앞으로 정권찌르기하듯 콱 내민다.)
해보십시오.
노아:(콱, 내밀어지는 손을 보고 잠시 움찔 했다가)
(어설프게 주먹을 살짝 앞으로 내민다)
라티나:그런 주먹으로는 스튜 맛있게 만들기밖에 할 수 없습니다.
다시.
노아:저는 스튜 맛있게 만드는 게 더 좋은데요?!
(힘차게...내질러본다)
근력
기준치: |
45/22/9 |
굴림: |
61 |
판정결과: |
실패 |
(휘적)
라티나:........................................(솜사탕 주먹 보다가) ..............첫술에 배부를 순 없겠죠.
주먹이 모자라다면 말로 기선을 제압하는 것도 좋습니다.
(빵 우물우물 삼키고)
이를 테면...
노아:이를 테면...? (어느새 정좌하고 집중한 자세로 듣는다)
라티나:▒▒▒▒▒▒를 ▒▒▒▒해서 ▒▒▒▒해버리기 전에 꺼져.
...같은 거요.
노아:.................................. (입을 떡 벌린다)
처...
처음 듣는 말이에요...
▒▒▒▒▒▒를... ...▒▒▒▒해서...?
라티나:네. 보다 세게 발음하면 효과가 극대화됩니다.
노아:하지만 인체공학적으로 그런 게 가능할 리가...
하지만...
마음 속에 호신용 칼 정도는 품고 있으면 좋잖아요?
뭐...아주아주 오래 노아를 지켜봤다고는 못 하겠지만.
좋은 사람인 만큼 이것저것 걱정되거든요.
그 때, 노아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누군가가 방 안으로 들어옵니다.
긴 흑발을 늘어트린...노아와 닮았지만, 묘하게 더 신비한 분위기를 내는 사람입니다.
노아:아, 박사님. (환하게 웃음을 지으며 돌아본다)
그러고보니까 선생님 성함도... ...
라티나:...(가만히 노아를 닮은 그 사람을 바라본 채로) 라티나. 라티나 그레이입니다.
신세를 졌군요.
방으로 들어온 사람은 노아에게 잠시 무언가를 부탁하고는, 노아가 앉았던 의자에 앉습니다.
그도 라티나의 목에 걸린 수정을 흘금 바라보더니, 미소를 짓습니다.
(길게 늘어트린 흑발을 가만히 바라본다.)
양 박사:그게 낙이라고 하니까. (조용히 웃더니 라티나의 이마에 손을 가져다댄다)
열은 없군, 다행이야.
그래...그럼. (등받이에 등을 기대고 라티나를 관찰하듯 바라본다) 어디에서 왔지?
라티나:...(스치고 간 앞머리를 천천히 정리하곤) 안부를 전해달라고 말하는 것 같더군요.
...
밖으로 나간 아이가 소망해왔던 꿈을 이룬 시간선에서 왔죠.
당신은 노아의 가족이십니까?
양 박사:나는 아주 잘 지내지, 보다시피. 전할 길은 없지만 그쪽이 잘 있다는 걸 아니까 됐어.
(으음, 하고 잠시 침음을 낸다.) 보호자라고 하면 더 잘 어울리겠군.
노아에게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내가 저 애를 맡기로 했지. 인사가 좀 늦었나? (일어나서 라티나에게 손을 내민다) 노아 양의 숙모, 로이 양이야. 다른 사람들은 나를 양 박사라고 부르지.
라티나:(그의 보호자. 그 단어에 일어나 내밀어진 손을 긴 고민 없이 맞잡는다.) 제가 아는 양 박사는 둘이 된 셈이네요.
최적의 환경이라면 어떤 것입니까?
양 박사:식물학자가 되나? 그럼 내가 잘 하고 있는거네.
마음껏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지. 평범한 생활은 너무 느리게 느껴질 테니까.
본인이 그걸 원하기도 했고. (슬쩍 미소를 지어보이더니) 어때, 당신이 본 소감은? 잘 자랐나?
라티나:반반일까요? 주먹은 좀 모자랐던 것 같지만, 달리기 하나는 일품이었죠.
이상한 사람이기도 하고, 좋은 사람이기도 했고요.
...그런데, 새삼스럽지만 제 말을 다 믿으시는 겁니까?
미래에서 왔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을 보는 것 치고는 차분하셔서요.
양 박사:(첫 문장에 크게 웃는다.) 나도 주먹질은 젬병이야. 눈에 흙 뿌리는 건 자신 있지만, 그런 건 타고나야 할 수 있는 법이니까.
당신이 마카다미아 쿠키를 먹었다면 뭐든 믿어.
할 일이 있어서 왔겠지. 그 동안은 여기서 뭘 해도 좋아. 노아에게는 잘 얼버무려줄테니까.
마침, 타이밍 좋게 노아가 고개를 쑥 내밉니다.
양 박사:시기가 딱 좋네. (라티나를 향해 고개를 까닥인다) 집 구경 좀 해. 볼 게 꽤 많거든.
라티나:... (사실 보고 싶었다.) 사양 않겠습니다.
(방안을 다시금 천천히 둘러본다.)
이 방은 손님용으로 쓰는 건지, 개인물품보다는 책이 훨씬 더 많습니다.
노아:(라티나가 주변을 둘러보는 것을 보고 부리나케 다가온다) 혹시...책 좋아하세요?
라티나:(빠른 강아지처럼 다가온 노아 깜빡깜빡 본다.)
네. 추천하고 싶은 책이라도 있으십니까?
노아:서재를 보여드리려고요. 제가 좋아하는 책은 거기 다 있어서...진짜 책 밖에 없지만...멋지거든요. (말은 소극적으로 해도 기대는 되는지 라티나의 팔을 끌어당긴다)
라티나:(말보다도 적극적으로 끌어당기는 손짓에 비스듬히 고개를 기울인다. 구할 수 없었던 오래된 동화 속에 들어온 기분이 이러할까.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다.) 초대를 받았으니 감사히 가 볼까요?
영화에 나오는 곳처럼 거대하거나 웅장하지는 않지만, 공기 중에 적당히 떠다니는 먼지와 햇빛이 방 안을 따스하게 밝혀줍니다.
그 중 한 켠에는 식물학에 대한 책이 가득 꽂혀 있군요.
라티나:(영화 속에서 나올 것처럼 웅장한 모습은 아니지만, 누군가의 꿈을 보듬고 키우는 둥지처럼 따뜻한 공간이었다. 이 안에서 소년은 어떤 소망을 읽어내려갔을까?)
노아:(라티나의 근처에서 돌아다니다가, 슬쩍 옆에서 고개를 내민다) 저는 주말엔 여기서 책을 자주 읽어요.
낮잠을 자기도 좋고... ...책 먼지를 터는 것도 좋아해서...
마치 그 말을 증명하듯이, 식물학에 관련된 책이 꽂힌 서가는 딱 노아의 눈높이에 있습니다.
다른 책들보다 손때가 많이 탄 것이 드러나네요.
라티나:(누군가의 눈높이에 딱 맞게 꽃혀있는 식물학 서적들은 부드럽게 바래져 있다. 그 흔적을 손으로 훑으며 조곤히 대답한다.)
네. 손은 탄 것 같지만 누군가가 열심히 관리한 것처럼 보이네요.
(비스듬히 돌아보고) 높은 곳에 있는 책은 어떻게 보곤 하셨습니까?
노아:아, 높이 있는 것들은. (책장 옆에 달린 레버를 살짝 당기자, 멀리 자리해 있던 사다리가 드르륵, 하고 당겨진다.) 이걸 올라가서 꺼내요.
높은 곳에는 주로 저도 못 읽는 책들이 많아서... ...
다른 나라 언어로 쓰인 논문 같은 거요. 숙모가 젊었을 때 읽던 책들이래요.
라티나:(드르륵 당겨진 사다리를 올려다보다가) 노아도 읽지 못하는 책이라...
여기, 한 번 올라가 보시겠습니까?
노아:지금요? 무슨 책을 골라야할지... ... (이리저리 사다리를 움직이다가, 제법 익숙하게 사다리를 오르기 시작한다)
라티나:네, 딱 거기까지요. (익숙하게 사다리를 오르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멈춰보라는듯 사다리를 손끝으로 톡톡 친다.)
(제 머리 위로 손을 올려 키를 가늠하듯 가볍게 흔든다. 훌쩍 자란 그가 만약, 아주 만약에 이 곳으로 돌아올 수 있었더라면 꼭 이만한 높이였겠지.)
아이들은 금방 큽니다. 선생님이 하는 말이니 믿어도 좋을 거예요.
노아는 머지 않아 사다리를 오르지 않아도 될 정도로 훌쩍 자랄 거고,
그 때 즈음이면 저기에 꽂혀있는 책 정돈 어렵지 않게 읽게 되겠죠.
지금 말고 그 때 즈음에, 저 위에 있는 책도 한 권 추천해주십시오.
노아:꼭 미래를 보고 온 것처럼 말씀하시네요. (작게 웃는다) ...그랬으면 좋겠어요. 누군가의 도움에 기대지 않아도 되는 어른... ...
...-이 되고 싶었거든요.
(몸을 돌려서 사다리에 걸터앉는다.) 꼭 그럴게요. 라티나 선생님은 어떤 책을 좋아하세요?
라티나:(고개를 짧게 끄덕였을까. 사다리에 가볍게 고개를 기댄 채로 비스듬하게 서 있다.) 음, 보통 동화였습니다.
오즈의 마법사. 아십니까?
도로시가 폭풍을 타고 떨어져서...맞죠?
라티나:네. 제일 처음 읽었던 책이었거든요. (토네이도라도 따라하듯 작게 손가락을 돌려보인다.)
노아:양철나무꾼하고, 겁쟁이 사자하고, 허수아비를 만나서 서쪽마녀를 찾아가고요.
... (고개를 갸우뚱한다) 서쪽마녀가 어떻게 됐더라. 마지막엔 다들 행복했다는 것만 기억나요.
라티나:흠. 서쪽마녀가 어떻게 됐는지 알기 위해 다시 읽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이 상황에 비유한다면...
에메랄드 시티는 멀리 있는 것 같지 않지만요. (나지막하게 말하며 빛나는 눈동자를 바라본다.)
노아:(에메랄드 시티, 나직하게 속삭이면 눈이 반짝인다.) 선생님도 선생님만의 에메랄드 시티를 찾으셨어요?
라티나:글쎄요? 마지막 장을 미리 읽으면 재미 없죠.
노아는요?
노아:그 마지막 장을 제가 볼 수 있을까요? (눈썹을 축 내린다)
라티나:(그 얼굴을 들여다보다가, 발을 뻗어 사다리의 아랫칸에 걸터앉는다.)
누군가의 도움에 기대지 않아도 되는 어른이 되지 못 해서요?
노아:(앉은 상태로 납작하게 상체를 숙이면, 무릎 사이에 고개를 파묻은 꼴이 된다.) 그 때까지 제가 선생님을 볼 수 있을 지 모르니까요.
물론 멋진 어른이 된다면 더 좋겠지만... ...
사실은 멋진 어른까지는 안 돼도 괜찮아요. 그냥 제가 좋아하는 것만 할 수 있으면.
라티나:(무릎 사이로 사라진 녹빛을 찾아 노크하듯 무릎 언저리를 톡톡 두드린다.)
멋진 어른들은 다들 도시로 나가서 사람들하고 섞여 살잖아요.
저는 도시에 익숙하지 않아서...좀 무섭기도 하고요.
선생님한테만 말씀드리는 거에요.
선생님들한테 하는 상담은 다들 비밀을 지켜 주신대서.
라티나:말할 것도 없죠. (입모양으로만 벙긋댄다.)
...
도시로 나가 사람들과 섞여 사는 것이 자신이 없다라...
(정말로 선생님이라도 된 것처럼 턱끝을 매만지며 제법 진지하게 눈을 깜빡인다.)
노아:... (침을 꿀꺽 삼킨다. 마치 판결을 기다리는 것처럼...)
라티나:(눈까지 감고 중대한 표정으로 생각 중이다.)
...양 박사님?
라티나:...(언어 기선제압은 역시 그쪽에게 맡기는게...)
...뭐.
(손끝으로 판결을 내리듯 사다리의 바닥을 통통 두드린다.)
판결을 내려드리죠.
도시로 나가 사람들과 섞여 사는 것을 두려워 하는 노아 양.
동그란 서재 안에서 책을 읽고, 낮잠을 자기도 하고. 책 먼지를 터는 것도 좋아하는 노아 양.
누군가의 도움에 기대지 않아도 되는 어른이 되고 싶다고 하는 노아 양.
(판결을 내리던 손끝이 다가간다.)
판결.
(그대로 고민을 차곡차곡 쌓아둔 머리를 쓰다듬는다.)
선생님은...만난 지 얼마 안 됐는데 저를 꿰뚫어 보시는 것 같아요.
좋은 선생님을 만나서 기뻐요.
라티나:(말없이 머리를 더 북슬북슬 쓰다듬는다.)
얼굴에 써 있는 편이시거든요. 노아는.
노아:아아, 머리... ... (그렇지만 딱히 손을 피하지는 않고) 그런 말은 많이 들어요. 표정에 잘 드러난다고... ...
(어색하게 먼지가 떠다니는 허공과 책장을 돌아봤다가) 밖으로도 나가 보실래요? 이 집은 뒤뜰도 있거든요.
박사님이 직접 설계한 집인데, 숲에 둘러싸인 느낌이 나게 지으셨어요.
라티나:(가볍게 고개를 끄덕인다. 손길이 어색한 듯한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몇 번 더 쓰다듬다가 손을 거둔다.)
성을 떠올릴 만한 큰 문이 있던가요.
노아:(눈을 동그랗게 뜬다) 어, 맞아요. 오면서 보셨나요...?
(사다리를 겅중겅중 내려와서 서재 바깥으로 향한다) 눈썰미가 좋으시네요.
여기는 1층하고 2층 그리고 옥상이 있는데, 1층에는 주방이랑 거실이랑 손님 방...그리고 박사님 방이랑 연구실이 넓게 붙어있고요. 2층에는 제 방하고 서재, 베란다가 있어요.
옥상에는 작은 천문대가 있어서 밤에 별도 볼 수 있고요.
박사님은 유명한 천문학자시거든요.
라티나:(재잘대며 이어지는 말을 가만히 경청한다. 서재 바깥으로 나란히 걷는 걸음 사이로 섞이는 목소리에 간간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노아도 자연히 옥상에서 자주 별을 보셨겠군요.
탐험할 곳이 꽤 많네요. (성을 탐색하는 용사의 무리라도 된 것처럼 눈가 위로 손그늘을 만들어 주변을 둘러본다.)
노아:멀리서 보면 덩굴에 뒤덮힌 것 같이 생겼어요. 산이 아니고 숲인데..산이랑 숲은 완전히 다른 건데... (중얼중얼)
뒤뜰은 라티나가 본 여닫이 문 너머에 있습니다.
문이 꽤 무거웠지만, 힘을 주면 무리 없이 열리네요.
라티나:흠. 누가 계속해서 산이라고 하면 아까 가르쳐드린 말이라도 해보십시오.
(열린 문 너머로 보이는 뒤뜰을 바라본다.)
뒤뜰의 너머에는 놀랍게도 인공호수가 자리해 있습니다.
부서진 보석의 파편처럼 노을의 빛을 잔잔하게 반사하고 있군요.
작은 원통형 물레방아가 일정한 리듬에 맞춰 또각이는 소리를 냅니다.
라티나도 본 적이 많지 않은 희귀한 식물들도 자리해 있군요.
어두운 나뭇빛의 집과 짙은 초록색이 굉장히 잘 어울립니다.
노아:수영을 할 정도의 깊이는 아니지만, 발을 담그고 구경하기에는 좋아요.
그리고 역시 남의 오장육부를 제 마음대로 뽑아버리는 건 조금...
라티나:뭐 어떻습니까? 제 것도 노아 것도 아닌데요. (그림같은 풍경 앞에서 덤덤히 말한다.)
누가 그려놓은 것 같은 모습이네요.
시인 같아요. 문학 선생님이세요?
라티나:...(뒷목을 주무른다.) 그런 말은 처음 들어 봅니다.
음...그건 아니지만...(고른다면 주먹 선생님이 아닌가? 이 말은 하지 않기로 한다.)
라티나:(어감이 폭력적이라는 자각은 있는지 뒷짐지고 호수를 바라본다...)
... (몸을 숙여 호수 안을 들여다본다.)
외모
기준치: |
65/32/13 |
굴림: |
78 |
판정결과: |
실패 |
노아:(옆에서 같이 수면을 들여다본다) 여기 물고기는 안 살아요.
인공 호수기도 하고, 저도 박사님도 물고기 키우는 법은 잘 몰라서...
라티나:그렇군요. 물고기가 없어 반짝이는 수면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발 한 번 본다.)
(호수 한 번 본다.)
...
...
양말 벗고 들어가셔도 돼요.
깊지 않거든요.
노아는 같이 안 하십니까?
노아:(잠깐 망설이다가) 선생님이 들어가시면 같이 들어갈게요.
라티나:좋습니다. (스니커즈를 벗어두고 발목에 검은 강아지 자수가 그려진 양말을 벗는다.)
(조금..기대중)
노아:(주섬주섬 단화와 양말을 잘 접어서 호숫가에 두고, 바지를 돌돌 말아 걷는다)
더운 열대야를 나게 해 줄 하나의 방책이 될 것만 같네요.
라티나:(살짝 담궜던 발을 슥 밀어넣고 호숫가에 적당히 걸터앉는다.)
시원한데요.
노아:(퐁당. 마찬가지로 발을 담궜다가 호숫가에 얌전히 앉는다. 발을 휘적이며) 그쵸. 겨울에는 얼어버리는데, 봄이랑 여름에는 놀기 좋아요.
가끔 박사님이 장난감 오리를 띄워두기도 하시거든요.
라티나:꽤 아기자기한 풍경이겠습니다. (상상하듯 반짝이는 수면 위에 투명한 오리를 띄워본다.)
겨울은 아니니...
노아:진짜 오리가 물어가기 전까지는 아름다웠죠.
.................행복하길 바라야겠군요..........
흠. (손을 등 뒤로 짚고 느슨하게 앉아 발을 휘적이다가 노아 쪽을 슥 본다.)
노아:(발로 퐁당거리는 소리를 내다가 시선에 라티나를 돌아본다.)
흠,은 뭔가 할 말이 있을 때 쓰는 말이죠?
이를테면...
(허리를 당겨 반듯하게 앉더니, 호수로 퐁당 손을 넣어 물 반 줌을 노아에게 튀긴다.)
발만 넣기에는 덥지 않냐거나?
노아:으악, (갑자기 튀겨진 물에 펄쩍 뛰었다가 그대로 벌떡 일어난다) 카운트 안 하고 시작하는 건 반칙이에요!
(그러더니 질세라 팔을 걷고 손을 휘저어 물을 튀긴다)
노아:
민첩
기준치: |
50/25/10 |
굴림: |
67 |
판정결과: |
실패 |
라티나:
민첩
기준치: |
60/30/12 |
굴림: |
76 |
판정결과: |
실패 |
노아:
민첩
기준치: |
50/25/10 |
굴림: |
21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라티나:
민첩
기준치: |
60/30/12 |
굴림: |
96 |
판정결과: |
실패 |
노아가 튀긴 물이 라티나의 얼굴에 명중합니다.
라티나:.............................(흠뻑 젖은 앞머리부터 비장하게 쓸어넘긴다.)
주먹은 약하지만 물싸움은 꽤 하시는군요? (팔을 걷는다.)
노아:저 손으로 물총 쏘는 것도 할 수 있어요. (양 주먹을 꽉 쥔다)
라티나:.........................호?
오랜만에 적수를 만난 것 같군요. (양 주먹도 꽉 쥔다.)
(바다에라도 온 사람처럼 호수 속으로 손을 넣어 물총알을 장전한다.)
라티나:
민첩
기준치: |
60/30/12 |
굴림: |
4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한 때 코스모스 시티의 쌍물총이라고 불렸던 자...
난데없이 물을 뒤집어 쓴 노아가 눈을 땡그랗게 뜬 채 푹 젖었습니다...
야...양동이로 부은 것 같아요...
에잇. (손으로 물을 떠서 주르륵 붓는다)
민첩
기준치: |
50/25/10 |
굴림: |
14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라티나:
민첩
기준치: |
60/30/12 |
굴림: |
5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스승에게 도달한 제자라니.
(머리를 탈탈 턴다.) 뭐.
더위라곤 잊어버렸네요, 덕분에.
축축하게 젖은 두 사람이 집으로 돌아오면...
거실에서 책을 읽던 양 박사가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듭니다.
생쥐가 두 마리나 들어왔잖아.
양 박사:갉아먹을 게 없는데 이상하다. (큭큭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커다란 수건 두 개를 가져다가 두 사람의 머리 위에 얹어준다.)
생쥐들, 털 정리 하고 와.
꿀 탄 우유? 아니면 홍차?
라티나:(커다란 수건 머리 위에 얹은 채로 노아쥐 머리 탈탈 털어주는 중.)
노아는 무엇이 좋으십니까?
노아:저는 둘 다 좋은데... ...밀크티요!
라티나:저도 같은 것으로 부탁드립니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 채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제야 제 머리를 탈탈 턴다.) 이젠 머리가 길지 않으니 금방 마르겠습니다.
노아:전에는 머리가 길었어요? 그것도 잘 어울렸을 것 같아요.
라티나:(짧게 고개를 끄덕인다.) 네, 존경하는 사람을 따라 잘라봤습니다. 뭐...
(장난스레 없는 머리카락을 넘기는 시늉을 한다.) 완벽했죠.
나중에 머리 다시 기르면 그것도 보여주세요.
곧 노아가 먼저 욕실로 들어가자, 양 박사가 라티나에게 손짓합니다.
라티나:네. (장난스레 호두까기 인형처럼 걷는다.)
그러더니, 양 박사는 읽던 책의 한 페이지를 펼쳐 보여줍니다.
글씨는 라티나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이라 읽을 수 없었지만...
라티나가 걸고 있는 목걸이와 똑같이 생겼거든요.
양 박사:처음에 당신이 왔을 땐 걱정을 많이 했어.
그런데... ...이게 모두 순환하는 운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지. 우주에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것처럼.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해 주고 싶었어.
일렬로 서는 별이 당신에게 힘을 줄 테니까... ...혹시 괴짜 할머니가 그 말도 해 줬나?
하늘이 답을 알려줄 거라고.
라티나:(일렬로 서는 별. 천문학자다운 근사한 비유가 아닌가. 이것이 순환하는 운명이라면 그 곳에서 길을 찾아 돌아가야 하는 패스파인더가 된 셈일까? 단단하고 다정한 목소리를 경청한다.)
...네. 그렇게 말하더군요.
물놀이를 했으니 피곤할 것 같은데. 오늘은 씻고, 차 마시고 눈 좀 붙여놔. 내일은 별 보기 좋은 날이거든.
제게 힘을 줄 '일렬로 서는 별' 중에는 당신도 있을 것만 같습니다.
(꾸벅 고개를 숙인다.)
그럼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답을 알려줄 내일의 하늘을요.
내일은 또 어떤 풍경이 라티나를 기다리고 있을까요.
뽀송하게 씻어 사람 꼴을 갖추고, 손님 방에 누우면...
노아가 쟁반을 올려놓으며 바닥에 마구 밀어놓았던 책들이 흐트러져 있는 것이 보입니다.
라티나:(뽀송해진채로 노곤하게 침대에 누웠다가, 협탁 아래로 흐트러진 책에 시선이 닿는다.)
정리해둬야겠는데. (훌쩍 몸을 일으켜 흐트러진 책들에게로 고개를 기울인다.)
낡은 수첩 한 권과, '마야 문명 속의 천체들' 이라는 책, 그리고 에드거 앨런 포의 '리지아'라는 소설이 보이는군요.
라티나:(가만히 제목을 훑다가 낡은 수첩 한 권을 집어든다.)
수첩은 아무래도 로이 양의 것 같습니다. 정갈하게 관리된 것 같네요.
첫 장을 제외하면 모두 알아볼 수 없는 언어로 적혀있습니다.
라티나:(천천히 종이를 넘겨보다가, 다시 맨 앞 장을 들여다본다. 무엇이 적혀 있을까?)
라티나:(잘 보이지 않는 글자 위를 가만히 더듬으며 읽을 수 있는 부분을 머릿속에 담아둔다.)
달빛에 신화의 힘이 스며든다... ...
(조용히 몇 구절을 중얼거린다.)
아무래도 정말 물놀이를 했더니 몸이 지친 걸까요.
수첩을 전부 읽고 나면 눈꺼풀이 좀 무거워지는 것이 느껴집니다.
다른 책을 더 읽으려면 정신력으로 버텨야겠어요.
라티나:(글자를 더듬던 눈이 천천히 깜빡여진다.)
하암... ...
다른 책도 궁금한데...(정신에 힘을 빡! 줘본다.)
정신
기준치: |
75/37/15 |
굴림: |
7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라티나:(잠이 쏟아지는 눈을 비비고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다.)
('리지아'라는 책을 집어든다.)
그러다가, 제대로 인쇄가 된 페이지를 딱 한 장 발견합니다.
라티나:(텅 빈 페이지들만 반복되는 책을 어리둥절하게 넘기다가, 눈에 들어온 활자에 뚝 멈춘다.)
...
결국 인간은 그 의지로 살게 될 것이다.
...좋은 구절이네.
(천천히 눈을 깜빡인다.)
의지로 절망하며 의지로 살아가는 인간. 다양한 의미로 해석되는 구절이네요.
라티나:하지만 결국 살아가게 되겠지. 지금의 누구나처럼...
(천천히 책을 덮는다.)
라티나는 천천히 책을 덮고, 침대에 바로 누워 천장을 바라봅니다.
이상한 일이 휘몰아쳐도 라티나가 흔들리지 않고 자리를 지킬 수 있는 것도,
의지가 있기 때문에, 운명이 라티나를 선택한 걸까요.
잠깐 정신이 몽롱한 듯 했다가, 눈 앞이 환해집니다.
라티나:
듣기
기준치: |
50/25/10 |
굴림: |
23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이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세계정부 측에서는 소수정예의 팀으로 이루어진 각국의 가장 유망한 과학자들을..."
"...현재 인공 식물들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라티나:
관찰력
기준치: |
60/30/12 |
굴림: |
86 |
판정결과: |
실패 |
그리고 시선 한 구석에 보인 스크린에, 여러 사람의 얼굴들이 빠르게 스쳐지나갑니다.
그리고, 반대편에서는 익숙한 사람들이 보입니다.
라티나를 향해 걸어오는 또 다른 자신, 그리고 노아 양.
하늘에서 나풀거리는 회색 재가 휘날리기 시작합니다.
바닷물과 같은 파란 빛과, 깊은 숲을 떠다 놓은 듯한 초록빛 눈.
라티나:(휘날리고 쌓이는 회색 재 속에서 아주 느리게 눈을 깜빡인다.)
눈을 뜨자, 식은땀으로 젖은 뒷목이 느껴집니다.
어쩐지 더운 기운이 든 바람이 여닫이 문 너머로 불고 있습니다.
상쾌하지만 빛이 눈부시지는 않은 것이...제법 늦게 일어난 모양이에요.
라티나:(반짝, 숨을 들이키며 눈을 뜬다.) 하아...
숲에서 들리는 매미 소리가 정적을 채우고, 여름 바람이 집 안을 감돕니다.
라티나:(제법 여문 것 같은 낮의 빛과, 매미 소리...꿈의 목소리. ) ...얼마나 잠든 거지?
(부스스하게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노아:(문을 빼꼼 열고 들어오다가 표정이 핀다) 일어나셨네요!
너무 오래 주무셔서...죽은 줄 알았어요.
라티나:(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인다.) 물총싸움의 2차전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죽으면 안 되죠.
(문 앞에 발 댄 채로 멈춘다)
라티나:(기다려.를 들은 강아지 같다는 생각을 한다.)
기다리라고 하면 계속 기다리실 겁니까?
노아:어... ... (중심을 좀 잃기 시작해서 문고리를 잡고 버틴다) 앞으로 한 2분 정도...
계속 기다리실 겁니까?
노아:... ... ... ... ... (잠자코 기다리다가)
쥐 났는데 넘어져도 되나요?
라티나:(조금 웃는 것처럼 눈을 가늘게 뜬다.) 들어오세요. 착한 노아.
이미 상처가 많으니 넘어지진 말고요?
노아:감사합니다... (후들거리면서 겨우 방 안으로 들어온다)
어제 집 구경... ...
방이 어질러져 있어서 제 방은 못 보여드렸는데, 음...오늘 아침에 치웠거든요...
그래서 시간이 되시면... (조심스럽게 문간을 가리킨다)
라티나:(어느새 침대 옆의 의자를 하나 끌어 앉힌 채로 가볍게 허벅지를 두드려주며 이어지는 말을 경청하고 있다.)
초대입니까?
...치우긴 치웠는데 아직 좀 어질러져 있을 수도 있어요.
제가 깔끔하게...정리정돈을 잘 못해서...
라티나:(허벅지를 두드려주던 손을 거두고 몸을 일으킨다.) 괜찮습니다.
(앉은 노아의 뒤를 눈짓한다. 정확히는...) 여기서 노아의 방까지...
(그가 온 경로에 줄줄이 늘어서 빵조각처럼 떨어져있는 작은 물건 몇 개를 바라보며.) 헨젤이 흘린 것 같은 물건부터 정리하기 시작하면 되겠네요.
같이요.
노아:(라티나의 시선을 따라 제 등 뒤를 스르륵...바라보다가) ...어!?
어, 엇. 어라. 분명 지퍼백에...어라. (일단 의자 근처에 떨어진 씨앗부터 주섬주섬 주워담는다.)
...제가 평소에도 이렇게 많이...흘리고 다니진 않는데요...
아무래도 방을 정리하면서 아무렇게나...아니, 일단 급한대로 주머니에...어쨌든...
라티나:네에. (따라 허리를 굽혀 동그란 씨앗 하나를 줍는다.)
노아:계절이 바뀌면 정원에 새로 옮겨 심을 식물을 고르고 있었거든요... (그렇게 쭈그려앉은 채로 이동하면서 안경닦이도 줍고, 왠지 모를 티백도 줍고, 단추도 줍는다.)
라티나:예고편을 주섬주섬 남겨 두셨네요. (마찬가지로 허리를 굽혀 단추 두어 개와 연필 하나도 줍는다.)
식물 후보 목록은 어떻습니까? (걸음을 옮기며 묻는다.)
노아:겨울을 날 수 있는 식물들이요. 동백도 있고...
정원에 심는 건 어렵지만 오렌지 레몬이나 오렌지 자스민, 거실에는 마지나타 화분을 둘 거고요...
호수 옆에는 진백나무를 심어보고 싶어요. (겨우 물건들을 다 줍고 계단을 오른다)
라티나:(아끼는 것을 말하며 보다 막힘없이 흘러가는 말을 배경 삼아 뒷짐을 지고 걷는다. 짧게 눈을 감고 그 풍경을 상상해보기도 하고.)
(계단을 오르는 것을 올려다보며 계단 위에 한 걸음을 딛는다.) 방에 누군가를 초대해본 적, 많으십니까?
노아:... (그 말에 고개를 한 번 갸우뚱 했다가) 아뇨, 박사님 말고는 없어요.
이 집에 오는 손님이 많지 않거든요. 가끔씩 박사님의 조언을 얻으러 오는 사람들이 있어서 손님방을 마련하긴 했지만,
그래도 항상 관리는 깨끗하게 해요!
라티나:(가만히 고개를 끄덕인다.) 영광스럽게도 첫 손님인 셈이군요?
그렇다면 초대해주신 선물을 하나 할까요.
라티나:(한 계단을 더 올라가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인다.) 잠시 눈을 감아보시겠습니까?
노아:(제법 기대하는 눈으로 눈을 딱 감고 선다)
...계단에서 미는 건 아니죠...?
라티나:... ...그런 상상을 하도록 만든 동급생은 어떤 녀석이죠? (조금 서늘하게 묻는다.)
(뚜둑)
진짜아무도안그랬어요!사람을죽이는건안돼요!
흠.(헛기침을 두어 번 한다.)
라티나:(조금 바스락대는 소리가 이어졌을까.) 눈 떠보십시오. (눈을 뜬 시야는 온통 초록빛일 것이다. 얼굴 바로 앞에 댄 포플러 나뭇잎을 살짝 흔든다.)
어제 뒤뜰에서 주워둔 겁니다.
누군가의 눈 색과 닮아서요.
노아:(눈을 반짝 떴다가, 온 눈 앞에 가득한 이파리를 살피듯 눈이 좌우로 이리저리 굴러간다. 포플러 잎사귀가 얼굴을 간질이고서야 파안하며 양 손으로 나뭇잎을 받아든다) 포플러 나무 이파리군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식물이에요. 포플러는 생장이 굉장히 빨라서 비전문가가 키우기에도 적절하고, 형질전환에 최적화 되어 있어서 신 교배종을 만들 때 그 뿌리가 되는 일이 많은... (중얼중얼)
고맙습니다. 멋진 식물을 고르셨네요...라티나 선생님은 센스가 있으신 것 같아요. (문득 말을 너무 많이 한 것이 민망했는지 수첩 사이에 포플러 이파리를 끼워넣고 손에 쥔다.)
라티나:선물은 받는 이가 가치를 알아주는 만큼 빛나는 법이죠. (활짝 웃으며 재잘재잘 흐르는 목소리가 듣기 좋은지 편안히 눈을 깜빡인다.)
선물이 마음에 드셨다면 더욱 기쁘게 방문할 수 있겠습니다. (수첩 사이에 들어가지 않을 눈 앞의 포플러 한 쌍을 보며 고개를 까딱인다.)
노아:식물을 좋아하시게 된 것 같아 다행이에요. 책갈피로 만들어서 쓸게요. (입꼬리를 슬쩍 올려 웃어보이더니 계단을 척척 앞장서서 걸어간다.)
노아는 방문 앞에 도착해서도 조금 망설이다가, 너저분하다는 말을 몇 번이나 반복하고서야 문을 엽니다.
손잡이를 당기는 순간 눈 앞에 펼쳐지는 거대한 녹빛.
형형색색의 꽃들과 식충식물들, 책상 위에 놓인 각종 씨앗...
노아:(방문 옆으로 살짝 비켜서서 라티나의 반응을 관찰하듯 시선을 흘끔거린다)
라티나:(이 풍경 앞에서 무감할 사람은 몇이나 될까. 이 순간만큼은 자신 또한 순수하게 감탄하고 있었으니까. 눈에 띄는 커다란 반응이 아니더라도.) ...여기군요. 노아의 또 다른 둥지. (바깥의 어느 누군가도 보지 못한 성벽 안쪽의 녹빛 보금자리. 바다빛 눈동자에 거대한 녹빛 감탄이 섞인다.) ...
이런 방은 본 적이 없습니다.
...솔직히 놀랍네요. 직접 꾸미신 겁니까?
아, 네. 실내에서 키울 수 있는 식물들을 골라서...담쟁이는 방을 증축할 때 벽에 있던 것들을 옮겨 타게 했어요. 벽이랑 바닥 사이에 인공재배시설을 설치해서...
가끔씩 바닥을 뜯고 정비를 하고 있어요. (손님의 표정이 그리 나쁘지 않은 것 같아 안심한다.)
라티나:(한 걸음 다가가 벽을 타고 자란 담쟁이를 천천히 어루만진다.) 이상하다기보단, 누군가의 이상(理想)이라고 느껴지는데요. (어쩌면 그는 소년이었을 적 자신이 가진 꿈의 축소판을 미리 이뤄뒀을지도 모르겠다. 자란 그와 함께 서있었던 거대한 정글을 옮겨놓은 듯한 풍경을 보며 짧은 감상에 잠긴다.)
노아:식물들 사이에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거든요. 자고 일어나면 숲 속에 있는 것 같아서...나중엔 집 전체를 이렇게 꾸며보고 싶어요.
(잠시 잊었다는 듯 짧은 탄식을 내뱉더니 책상 옆에 있는 꽃들을 가리킨다) 마음에 드는 꽃이 있으면 하나 가지고 가셔도 돼요. 선물로 드릴게요.
라티나:...네.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네요. (창가의 화분들을 하나하나 눈으로 짚어 바라본다. 어느 것 하나도 싱그럽지 않은 것이 없다.)
...저 꽃 말입니까? 아끼는 것 아니신가요.
식물은 한 번 피고나면 계속 그 자리에 있어야 하잖아요. 하지만 누군가가 그걸 가져가주면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는 셈이니까...
그렇다면...
어떤 꽃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줄까요. (책상 옆에 놓인 형형색색의 꽃들 앞에 선다.)
좋은 꽃말을 가진 꽃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추천해주시겠습니까?
노아:으음, 꽃말 말이죠. 그럼... (제법 진지하게 고민하듯이 꽃들을 하나하나 바라본다.)
그럼 저는 이걸 드리고 싶어요. (용담꽃 화분을 들어보인다.) 숲에선 난 용담을 조금 옮겨심은 거에요.
용담꽃은 한 꽃대 위에 여러 송이의 꽃이 피거든요. 하지만 너무 무거워지면 스스로 몸을 숙여 시들고 말죠.
그리고 시든 잎사귀 사이에서 다시 새로운 꽃이 돋아나요. 그래서 용담에는 당신이 힘들 때, 나는 사랑한다는 꽃말이 붙었어요.
저는 지금 선생님께 무슨 일이 있는지 모르지만...분명 새로운 희망을 찾을 수 있으실 거에요. 용담처럼요.
푸른색이라 선생님하고 잘 어울리기도 하고...
라티나:(화분 안에 소담히 담겨있으나 푸른 색만은 별처럼 빛나는 아름다운 꽃을 받아든다.) ...시들면서도, 생도 희망도 포기하지 않는 꽃이군요.
(잠시 말을 멈추고 손가락을 들어 꽃잎을 어루만진다. 잎사귀 사이의 초록은 숲 속의 바다처럼 보였다.) 당신이 힘들 때, 나는 사랑한다...
선생님이라고 했지만 어째 제가 더 배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조금은 농조로 중얼거린다.)
...고맙습니다.
노아:...마음에 드세요? 다행이다. (제 볼을 문지르며 푸른 꽃을 바라봤다가, 푸른 눈으로 시선을 옮긴다)
아, 또 보여드릴게 있었는데. 박사님이 별을 보여주라고 하셨거든요.
오늘은 별이 잘 보이는 날이라면서... (그랬다가 덜렁 들린 화분을 보고 급히 다시 손을 내민다) 이건 포장해드릴게요. 역시 그냥 들고가는 건 힘들겠죠?
라티나:(고개를 끄덕인다.) 옥상에 작은 천문대가 있다고 하셨죠.
(고개를 기울이며 화분을 다시 쥐어준다.) 포장은 어떻게 하는 겁니까?
노아:들고 가기 편하도록요. 관리방법도 쓰고... (화분을 책상에 올려두고, 작은 메모지를 꺼내더니 그 안에 정갈한 글씨로 관리방법을 쓴다.)
노아:흙은 건조해지지 않는 정도로...실내에서 키우면 충분, 10도 이하로는 내려가지 않도록 주의... (중얼거리며 카드를 다 쓰고나면 화분 겉에 테이프로 붙이고, 종이신문지로 화분을 감싸 끝을 묶는다.
음, 봉지도 드릴게요. (책상 밑에 납작하게 들어가 작은 장을 뒤져서 손잡이가 달린 작은 종이봉투를 찾아내 화분을 담고 만족스럽게 내민다) 여기요. 이러면 좀 흔들면서 가져가도 괜찮을거에요.
라티나:(군더더기 없는 방식에 소리없는 박수를 몇 번 친다. 곧 받아든 종이봉투를 안고 눈을 깜빡이다가) 돌아가면 이 용담에 이름을 붙여줘야겠습니다.
별을 보며 이름을 고민해보는 것도 좋겠네요.
(하늘을 볼 수 없도록 막혀있는 천장을 올려다본다.)
노아:앗, 반려식물로 삼으시는 건가요? 좋은 이름이 떠오르면 알려주세요.
라티나:좋은 말과 함께 선물받았으니까요. (가볍게 봉투 위를 두드린다.)
그러더니, 노아는 라티나를 이끌고 저택 2층의 한 구석으로 향합니다.
벽과 같은 색으로 솟아나온 작은 손잡이를 잡아당기면...
정교하게 틈이 맞춰져 있던 문이 천천히 열립니다.
딱 한 사람 정도가 드나들 수 있는 좁은 분이네요. 안쪽에는 위로 향하는 계단이 희미하게 보입니다.
노아:원래는 옥상이 없는 집이었는데, 박사님이 나중에 계단을 만들었어요.
천문대가 있는 집은 두 배로 멋지지 않겠냐면서요.
라티나:박사님다우시군요. (오래 보지 못했지만, 그럴 법 했다.)
어딘가의 마법학교에 나올 것 같은 통로네요.
노아:아, 무슨 영화인지 알 것 같아요. (작게 웃으며 계단을 앞장서서 올라간다)
라티나:(따라 계단을 오르며 농담을 던진다.) 혹 소리를 지르는 식물이 나오던가요.
노아:다행히 아직 판타지 속의 맨드라고라는 발견 못했어요.
침묵을 지키는 식물들 뿐이죠.
그렇기에 그 사이에서 편안했던 거겠지만.
텅 빈 테라스를 닮은 넓은 옥상이 펼쳐집니다.
그새 해는 완전히 떨어졌고, 광활한 하늘이 라티나와 노아의 위로 펼쳐져 있습니다.
하늘은 도시에선 보기 힘든 별빛으로 수놓아져 있습니다.
관찰력
기준치: |
60/30/12 |
굴림: |
10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테라스 한 중앙에는 거대한 천체망원경이 놓여 있습니다.
노아:근사하죠? 여긴 박사님이 직접 꾸미셨어요.
(라티나의 소매를 당겨 망원경 앞까지 이끌고 온다)
라티나:(요람 위로 덮인 별빛 천을 멍하니 올려다보고 있다가, 이끄는 손길에 그제야 망원경 앞에 선다.)
박사님의 겸손이었군요. 작은 천문대가 아닌데요. (가만히 중얼거린다.)
노아:박사님은 이것보다 훨씬 큰 천문대도 많이 돌아다니셨나봐요. (망원경 앞의 의자에 앉아 작은 조정기들을 돌리고, 겹겹의 렌즈들을 넣었다 빼며 망원경을 조정하기 시작한다)
저는 망원경 세팅을 하는 게 고작이지만... ...됐다. (의자에서 일어나 라티나에게 자리를 내어준다) 보세요.
라티나:역시 제게는 커다란 무대처럼 보입니다. (언어의 마디마다 선선한 밤바람이 섞인다.)
...(곧 내어준 자리에 앉아, 망원경을 보기 전 고개를 돌려 너를 본다.)
읽은 적 없던 책을 펼치기 직전의 느낌입니다.
노아:(그 말에 작게 웃더니) 분명 좋아하실거에요.
두껍지만 멋진 책이거든요.
라티나:두꺼운 만큼 오래 그 세상에 머무를 수 있겠군요. (밤바람 사이로 편안히 속삭인다.)
그럼...
펼쳐볼까요. (느리게 눈을 깜빡이고 망원경에 얼굴을 가까이 한다. 곧 푸른 눈이 가까워진다.)
시야가 온통 검게 물드는 듯 했다가, 중앙에서 빛나는 두 별이 보입니다.
다른 하나가 조금 더 작은, 두 겹의 식쌍성.
푸른 빛과 노란 빛으로 빛나는 두 별은 천천히 껍질을 벗듯 그 빛을 변화시킵니다.
노아:(옆에 쪼그려앉아, 별이 아주 자그맣게 보이는 하늘을 바라본다.) 곧 색이 변할거에요.
노란 빛은 이글거리는 태양의 주황빛으로 변합니다.
마치 오로라가 그 위를 한 겹 덮은 것처럼...
노아:(먼 우주에서부터 울리는 거대한 교향곡 아래, 숨을 죽이고 속삭이듯 말한다.) 예쁘죠.
라티나:(빛을 덮은 빛. 검은 하늘 위의 별이 피어나고, 이내 지며 마침내는 열매를 맺는 것을 목격한 듯 싶었다. 그 교향곡 속에 감히 노랫말을 속삭이듯 대답한다.)
...마법처럼요.
노아:이 별의 색이 이렇게 변하면, 곧 행성들이 한 줄로 서는 거래요.
그렇게 생각하면 신기해요. 태양처럼 빛나는 건 태양빛을 받아서 그런 건지, 은하수가 반짝이는 빛을 반사해서 보라색처럼 보이기도 하는 건지.
...이름이 뭐랬더라. 조화... ...순서...그런 느낌이었는데. 박사님 말로는 내일쯤이라고 했어요.
태양빛과 은하수의 빛 중 하나를 닮을 수 있다면요.
노아:식물을 키우는 건 태양빛이지만... (고민을 하는 듯 잠시 말이 없다가)
저는 은하수요. 태양을 닮은 건 선생님이라고 생각해요.
라티나:(두 별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잔잔히 묻는다.) 이유가 궁금합니다. 은하수를 고른 것도...
제가 태양을 닮았다고 말한 것도요.
노아:태양은 생명의 근원이니까요. 모두가 열망하는 것이기도 하고.
지나치게 뜨거울 때도 있지만, 때로는 적절하게 따듯하고, 어떤 때는 모습을 숨길 때도 있고.
지구에서 보는 태양은 흰 빛이라서...그런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제가 보는 선생님은 따뜻한 사람이거든요.
라티나:(천천히 망원경에서 시선을 떼 너를 바라본다.)
노아:(제 나이보단 제법 침착한 미소를 올린 채 시선을 마주한다) 그쵸?
...말은.
선생님만큼?
꿈은 크게 꿔야죠.
저보다 더 많이.
노아:선생님보다 더 많이... (멀다...하며 작게 탄식한다)
잘 먹고 잘 자야겠네요. (농담처럼 웃다가, 부는 바람에 작게 어깨를 움츠린다) 여름이어도 밤은 쌀쌀하네요. 들어갈까요?
라티나:(문득 밤바람 사이의 그 웃음에서 익숙한 누군가를 본다.)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짧게 어깨를 푼다.) 그러죠.
노아:(망원경의 렌즈를 닫고, 당겼던 조정 장치들을 풀어두며 앞장서 계단으로 향한다.) 별들이 일렬로 서는 것도 관측할 수 있는지 여쭤봐야겠어요.
라티나:
관찰력
기준치: |
60/30/12 |
굴림: |
4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어라, 라티나의 양 손 끝이 짙은 남색으로 보입니다.
아니...그냥 남색이 아니라, 꼭 밤하늘에 물 든 것처럼 반투명합니다.
반투명한 손 사이로 별을 닮은 반짝임이 보이기도 합니다.
라티나:...(반투명해진 손을 가만히 내려다본다.)
(곧 그 손을 주머니에 넣어 숨긴다.)
두 사람이 옥상에서 내려오면, 거의 자정이 다 된 시간입니다.
노아:오늘은 날이 추우니까, 손님 방 뒷문도 닫아드릴게요.
라티나:네. (가볍게 인사하듯 고개를 까딱인다.)
...
노아.
라티나:(여전히 주머니 속에 손을 넣은 채로 가만히 눈을 깜빡이다가)
즐거웠습니다.
오늘도.
노아:(그 말에 새삼스럽다는 듯 웃더니) 저도요. 선생님을 만나서 다행이에요.
라티나:...저도 그렇습니다. (먼 훗날까지요.)
안녕히 주무십시오.
노아:안녕히 주무세요, 선생님. (인사를 마치며 뒷문을 닫고, 경쾌하게 손을 흔들며 방을 빠져나간다.)
(다시 주머니 속에서 손을 빼 내려다 본다.)
역시, 여전히 손 끝은 반투명하게 물들어 있습니다.
여기에서 지워지고 나면 무엇이 남는 것일지... ...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방문이 열립니다.
하긴, 늦게 일어났으니까 안 피곤하겠다.
(그의 앞으로 천천히 다가간다.)
양 박사:표정이 안 좋은 걸. 무슨 일이야? (라티나의 안색을 살피더니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침대 맡으로 이끈다.)
라티나:(그의 손길을 따라 나란히 침대 맡에 앉는다.) ...
여기로 온 뒤부터 노아와 함께 여러 풍경을 보아왔습니다. 행복했고, 따뜻했고... 그림 같았죠.
하지만... 여기서 제가 할 일이라는 것은 그것으로 충분한 걸까요.
양 박사: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놓치고 있을까봐 무서워?
라티나:...네. 이게 꼭 그 경고처럼 느껴져서요.
라티나:(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제 한 손을 내밀어 보여준다.)
양 박사:(라티나의 손을 바라보지만, 잘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한다.) 내 눈에는 멀쩡해 보이는걸.
양 박사:(손 끝으로 라티나의 손을 천천히 쓸어보더니) 만져지는 것도 문제 없고... ...
하지만 어떻게 보이는지 짐작은 할 수 있겠다.
(마치 실존을 알려주려는 듯 손 끝을 덮어 쥔다.)
라티나:...제게만 이렇게, (반투명한 손 위를 덮는 손길에 천천히 말을 삼킨다.)
... ...
이방인이죠.
양 박사:생각해보자. (주변을 둘러보다가, 벽에 걸린 구슬 모빌을 떼어 손에 든다.)
이걸 운명이라고 쳐. 이 구슬들은 인간들이고, 이 실은 관계와 시간이겠지.
(모빌을 끝을 건드리자, 천천히 구슬들이 소리를 내며 돌아가기 시작한다.) 이렇게...아주 작은 파동으로도 운명들은 함께 움직이기 시작하잖아.
그런데 이 모든 운명의 시작이 되는 구슬이 사라진다면, (모빌의 매단 첫 매듭을 푼다. 흔들리던 모빌들이 바닥을 쏟아지며 요란한 구슬소리를 낸다.)
이 운명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 되는걸까?
네가 운명을 거슬렀기 때문에, 이 세계가 모빌을 원래대로 되돌려놓기 위해...라티나 그레이라는 구슬을 떼어버리고 있는 걸까?
양 박사:(다시 라티나에게 다가와, 빼냈던 구슬 하나를 내민다.)
라티나:... (반투명해진 손으로 그 구슬 하나를 받아든다.)
양 박사:(침대맡에 앉아 구슬을 바라보다가) 나는 당신이 마음에 들어, 라티나 그레이.
솔직히 처음에는 당신 말을 믿지 않았었지만...
저 애는 당신에게 많은 도움을 받은 것 같았거든.
선물도 가지고 있고. (라티나의 목에 걸린 수정을 건드린다.)
이제는 정말 고마운 손님이라고 생각해.
라티나:...(구슬은 작고 연약하다. 매단 매듭을 푸는 것만으로 곤두박질칠 만큼이나. 그러나 구슬은 연약하나 깨지지 않았고, 이렇게 존재한다. 그리고 인간은 그러한 의지로 살게 된다고.)
... ...(느리게 눈을 깜빡인다. 이방인에게 쏟아지기에는, 둘과의 만남은 지나치게 따뜻하고...)
...생쥐 대장으로써 감사드리죠. (또 사랑스럽다.)
내일 볼 수 있는 것입니까, 조화파수렴이라는 것.
양 박사:이거 웃긴 찍찍이들이야, 정말. (기분좋게 한 쪽 입꼬리를 올렸다가)
그래, 내일이야. 그 수정이 흩뿌려진 힘을 모으는데에 도움을 줄 거고... ...
내일 일어나자마자 나를 찾아와줘. 줄 게 있는데, 아직 다 못찾았거든. 방이 적당히 지저분해야 말이지...
라티나:(경청하며 고개를 끄덕이다, 장난스레 눈을 가늘게 뜬다.) 누군가와 닮으셨습니다.
음...아니, 좋은 의미가 아닌 것 같은데. 확실해.
라티나:해석하기 나름이겠죠? (어깨를 으쓱인다.)
고마웠습니다. 이런 말은 조금 이를까요?
지금은 더 어울리는 인사가 있잖아, (침대에서 가볍게 일어난다) 잘 자.
...
안녕히 주무십시오.
양 박사는 짧은 인사를 남기고 방을 나섭니다.
라티나:(한결 편안하게 눈을 깜빡이며, 손 안의 구슬을 고쳐쥔다.)
천천히 눈을 감으면, 라티나는 편안한 잠에 빠지기 시작합니다.
라티나:(침대에 누워 구슬을 만지작거리며, 점점 느리게 눈을 깜빡인다.)
눈을 뜨자, 식물질이 무성하게 내려온 정글입니다.
잎사귀들 사이로 초록빛 햇빛이 들어와 라티나를 비춥니다.
익숙한 곳, 익숙하게 발에 닿는 흙, 익숙한 빛... ...
이 정글에는 언제나 싱그러운 소리가 가득 차 있고, 그 어떤 생명체도... ...
뒷모습 밖에 보이지 않지만, 흰 가운이 눈에 띕니다.
(저 멀리 서 있는 누군가를 향해 걸음을 옮긴다. 걷던 걸음은 곧 빨라져, 뛰기 시작한다.)
라티나는 점점 빠르게 그곳을 향해 다가갑니다.
아무리 달려도, 도저히 거리가 좁혀지는 것 같지 않습니다.
오히려 풀과 나무들이 점점 빽빽하게 자라나, 라티나의 앞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한 치 앞마저 굵은 풀과 나무들이 걸음을 막아서고 있습니다.
라티나:(점점 빽빽하게 자라는 나무들을 팔로 어떻게든 헤치려고 해 본다. 한치 앞까지 막힌 녹음 사이로 외친다.)
노아!
물은 금세 불어나 라티나의 발목을 적시고, 무릎을 덮고, 가슴께까지 불어나더니, 머리 위까지 차오릅니다.
주변의 모든 나무들이 시들어 재로 변해 물에 섞여듭니다.
라티나:(막을 새도 없이 차오르는 물은 익숙하다. 나는 이 흐름을 알고 있어!)
물은 당신을 아프게 하지도 않고, 숨을 틀어막지도 않습니다.
라티나:(머리 위까지 차오른 물속에서 본능적으로 발버둥치던 몸짓이 서서히 멈춘다.)
(아프지 않아.)
물 속에서 느긋하게 흔들리는 머리칼이 눈 앞을 가렸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합니다.
(동시에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본다.)
뒤를 돌아보면, 노아의 두 눈과 시선이 맞닿습니다.
입의 움직임에 따라 공기방울이 위로 올라갑니다.
제가, 제가 어떻게 하면 됩니까? (어떻게든 입을 열어 언어를 만든다.)
상대방이 답을 하려는 순간, 물이 휘몰아칩니다. 물 아래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감각이 전신을 감쌉니다.
라티나:...허억. (어떤 답도 듣지 못하고 물 아래로 당겨지는 듯한 감각. 동시에 번쩍 눈을 뜬다.)
...하아....하...
눈을 떠 보면, 침대 아래로 꼴사납게 굴러 떨어져 있습니다.
다만, 뺨을 짚으며 스쳐간 팔이 상당히 투명해져 있군요.
라티나:...(제 팔을 보며 짧게 한숨을 쉰다.)
게다가...또야? (침대 위에 한쪽 다리를 걸친 채로 까딱인다.)
양 박사:(문간에 기대서 그 꼴을 본다) 찍찍이도 침대에서 굴러떨어지나?
라티나:...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지는데 생쥐라고 못할 거 없죠. (바닥에 누운 채 거꾸로 로이를 본다.)
먼저 찾아와주신 겁니까?
줄 게 있다고 하셨죠.
양 박사:그래. 왜냐면... (길게 하품을 한다)
밤새 선물을 찾았는데...
당신이 20시간 가까이 잤고... (입을 다물었다가..)
(또 하품을 한다) 내가 무진장 피곤하거든. 그래서 빨리 줄 거 주고 자러 가려고 했지.
라티나:(거꾸로 눈을 깜빡이다가 그제야 휙 몸을 일으켜 자리에서 일어난다. 부스스한 채로) 제가 곰처럼 자버렸군요.
양 박사:그래, 난 지금이 겨울인가 했어. 노아가 당신이 죽었는 지 여러 번 확인도 했고.
(낮은 의자를 질질 끌고 와서 라티나의 앞에 앉는다.)
자... (안경을 벗어 셔츠에 꽂아놓고, 라티나를 똑바로 바라본다.) 준비 됐나?
라티나:...(남은 잠을 깨려는 듯 손을 들어 양 뺨을 찹찹, 친다.)
(반듯하게 눈을 뜨고) ...뭔지는 모르겠지만, 각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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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티나의 머리 위에 양 박사의 손이 올라가자,
...어쩐지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장난스럽게 웃는 양 박사의 두 눈이...어쩐지 빛나는 것 같습니다.
그 순간, 라티나의 눈에 창문 밖 정원의 식물들이 어마무시한 속도로 자라나는 것이 보입니다.
그것들은 나무바닥을 뚫고 나와 두 사람을 감쌉니다.
수리하라, 수리하라, 수리하라, 수리하라... ...
시야가 한 번 아찔했다가...다시 멀쩡한 방이 보입니다.
라티나:...(머릿속으로 흘러들어온 것을 되새기듯 눈을 깜빡인다. 나무바닥을 뚫고 나왔던 풍경은 거짓말이었다는 것처럼 멀쩡한 방도 멍하니 바라보다가)
...잊지 못할 선물이네요.
양 박사:어디에 써야 할 지는 당신이 가장 잘 알고 있을거야. (그러더니, 미미하게 빛을 내기 시작한 수정을 가리킨다.)
라티나:(그의 손길을 따라 흐른 시선이 목에 걸린 수정을 바라본다.)
그리고...하늘이 알려주겠죠.
방 밖에서 무언가 굴러 떨어지는 소리가 울립니다.
노아:(뒤집어져 있다가 벌떡 일어나서 안경을 고쳐쓴다) 박사님! 진짜로 별이 모이기 시작했어요!
라티나:(못 말린다는 듯 눈을 가늘게 뜨고, 앞으로 다가가 손을 내민다.) 다칩니다.
노아:발을 헛디뎌서요... ... (머쓱하게 라티나의 손을 잡고 엉거주춤 일어난다)
그럼...노아, 네가 손님을 데리고 다녀와라.
어디에서 볼 수 있는지는 알지?
(맡긴다, 하고 한 마디를 덧붙이더니 하품을 크게 하며 방을 나선다. 그리고 완전히 나가기 전 라티나를 한 번 돌아보더니)
지금이야, 인사 타이밍.
라티나:(졸음이 묻은 다정한 얼굴을 향해 가만히 시선을 던진다.)
(미미한 빛을 내기 시작하는 수정을 한 손으로 쥔다.)
또 만날 수 있을까요?
양 박사:(눈썹을 내리며 미소를 지어보인다.) 물론. 당신이 날 기억하기만 한다면.
라티나:(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다면 인사는 조금 달라지는 셈이다.)
고마웠습니다.
또 만나죠.
양 박사:그래, 생쥐대장. 나도 재밌었어. (손을 두어번 흔들더니 방을 완전히 빠져나간다)
두 사람이 짧은 인사를 마치면, 노아가 라티나를 이끌고 뒷문과 이어진 숲으로 향합니다.
노아:빨리 가면 늦지 않게 볼 수 있을 거에요. 평생 한 번 밖에 없는 기회니까...
라티나:(바쁘게 걸어가는 동그란 뒷통수를 바라보다가 우뚝 걸음을 멈춘다.)
그럼, 뛸까요?
먼저 도착하는 사람이 소원 하나 들어주죠.
노아:네? 저 달리기 잘 못하는데요!?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라티나를 바라봤다가, 시간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듯이 입을 앙다물었다가 곧장 자세를 취한다)
이쪽으로 쭉 달리면 학교가 나와요. 그리고 학교를 지나가서 또 숲으로 가야돼요. 그러니까...선생님이 맨 처음 쓰러지셨던 거기요!
라티나:(함께 자세를 취한 채로 고개를 끄덕인다.) 알 것 같습니다. 목적지는 그 장소. 레일은 그렇게 이어지는군요?
달리기, 못 하지 않을 텐데?
노아:선생님이 어떻게 알아요?! 아니, 이럴 때가 아니에요! 하나 둘 셋 하면 뛰는거에요!
하나... ...
남색 호수를 지나, 공터가 나오고, 그 뒤로 학교가 보입니다.
노아와 라티나가 그 사이를 가로질러 뛰어갑니다.
라티나:(빠르게 지나가는 풍경 사이로 숨을 뱉으며 뛰어간다.)
숲에 난 샛길에 들어서서 달리면, 해가 빠른 속도로 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마치 때가 되었다는 듯이 수정은 점점 더 화려한 녹색으로 빛나기 시작합니다.
나무가 나지 않은, 뻥 뚫린 공간이 나타납니다.
라티나:
민첩
기준치: |
60/30/12 |
굴림: |
23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노아:
민첩
기준치: |
50/25/10 |
굴림: |
80 |
판정결과: |
실패 |
노아:(헉헉대는 숨을 간신히 고르며 뒤따라 도착한다) 어...어떻게 이렇게 빨리 달리시는 거에요...
라티나:(차오른 숨을 갈무리하며 앞머리를 쓸어넘긴다. 몇 번 더 숨을 삼킨 뒤에야 여유롭게 뒤를 돌아본다.)
어른의 힘이라고 해 둘까요?
노아:저도 어른이 되면...빠르게 뛸 수 있을까요... (겨우 숨이 진정되면 하늘을 바라본다.)
아, 잘 보인다...
라티나:(그 시선을 따라 천천히 고개를 든다.)
노아:... ...저게 전부 행성이에요. 우리가 서 있는 이 지구까지요. (와아, 하고 작은 감탄사를 낸다.)
라티나:... ...더 놀랄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라티나의 몸도 조금 더 우주에 녹아들어갑니다.
라티나:(남은 숨을 고르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가 뜬다.)
일곱 개의 빛은 천천히 한 점으로 모이기 시작합니다.
하늘에서부터 한 줄기 빛이 내려와 라티나의 수정에 때려박힙니다.
라티나:(우주로 물들어가는 제 몸에 걸린 수정 위로 박히는 빛을 가만히 내려다 본다.)
수정이 빛을 흡수하듯 떨리다가, 폭발하듯 초록빛으로 산산조각이 납니다.
노아:(그 광경을 바라보다가 눈을 둥그렇게 뜬다)
빛이...
라티나:(제 역할을 다 했다는듯 산산조각이 난 수정에, 빈 목걸이를 어루만진다.)
초록빛이군요.
라티나가 내린 입방체는 분명 이 근처에 있겠죠.
노아:... ...네. 꼭...마법 같았어요.
라티나:... 노아가 제게 보여준 것만 할까요. (이야기는 결말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시선을 맞추고 느릿하게 고개를 기울인다.)
용담의 이름, 정했습니다.
노아:(어쩐지 숨을 죽이고 묻는다) 뭐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라티나:(그 속삭임에 응답하듯 입가 옆에 우주로 물든 한 손을 댄다.)
밀키웨이.
노아:밀키웨이. (이름을 다시 한 번 되뇌이며) ...좋은 이름이에요.
라티나:누군가를 닮은 만큼이요. (천천히 손을 내린다.)
손을 내리면, 저 구석. 공터가 시작하는 곳에 모습이 드러난 입방체가 눈에 들어옵니다.
라티나:(그 입방체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다시 노아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노아:...? (라티나와 시선을 마주쳤다가, 마찬가지로 공터 한 구석을 바라본다.)
어, 음... ...
기분 탓일 수도 있는데, 왠지 선생님이 어디 가실 것 같아요.
소원은 이걸로 합시다.
(놀라지 않도록 느리게 손을 뻗어 작은 어깨를 당겨 품에 안는다.)
(그리고 천천히 토닥인다.)
노아:(품에 이마를 대고 있다가, 천천히 상황을 파악한다. 팔을 뻗어서 마주 안더니.) ...정말 가시는 거에요?
왠지 놀랍지는 않아요. 조금 아쉽고... ...슬프지만.
꼭 다른 곳에서 온 사람 같다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라티나:(품 안의 몸을 여전히 느릿하게 토닥인다.) 헤어짐을 아쉬워하고 슬퍼해주는 제자가 있으니, 선생님으로써 이보다 더한 보람이 있을까요.
고마웠고, 먼 훗날에도 고마울 겁니다.
무언가를 해낼 수 없으리라고 여겼던 당연한 순간들이 어떤 사람 덕분에 뒤바뀌게 되거든요.
달리는 것에 자신이 있고, 어디서든 손해볼 것 같은 사람이죠.
그 사람에게 양상추 샌드위치나 만들어 주러 가볼까 하고요.
언젠가 노아도 놀러 오십시오.
(이내 고개를 들며 미소를 지어보인다.) 그 때도 식물을 좋아하신다면, 선물도 들고 갈게요.
...저도 선생님을 만나서 즐거웠어요. 손님을 안내한 것도 처음이었고, 멋지다고 해 준 사람도 처음이라서... ...
다시 만날 때는 좀 더 멋진 사람이 되어 있었으면 좋겠어요.
(천천히 팔을 풀고 한 걸음 물러난다.) ...보고 있어도 돼요? 가는 거...
라티나:마지막 장을 볼 만큼 멋진 사람, 말이죠. (한 걸음 물러난 검은 머리칼을 가볍게 쓰다듬는다.)
...네.
노아가 그게 좋다면요.
노아:(고개를 얕게 끄덕인다.) 그럼 여기 있을게요. 배웅하는 사람이 있으면 좋잖아요.
라티나:(안경알 너머 포플러 한 쌍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천천히 입방체를 향해 곧은 걸음으로 걸어간다.)
(굳게 닫힌 문을 향해 머릿속의 주문을 외우기 전, 뒤를 돌아 노아 쪽을 본다.)
노아:(조금 떨어진 곳에서 뒷짐을 진 채 서 있다가, 라티나와 눈이 마주치면 눈을 접어 웃으며 손을 흔들어보인다.)
라티나:...정말이네요. 배웅하는 사람이 있으면 좋다는 것.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덤덤한 표정으로 마주 손을 흔든다.)
(곧 천천히 손을 내리고, 짧은 막을 내리듯 입방체 앞에서 눈을 감는다. 이내 머릿속으로 별의 가호를 외운다.)
주문을 사용하자, 라티나에게서 흰 빛이 나오더니
텅 빈 내부. 언제나 그렇듯 넉넉한 크기입니다.
(그 안으로 걸음을 옮긴다.)
라티나가 입방체에 들어서서 문이 닫히자, 투명하게 변한 벽을 통해 바깥이 보입니다.
노아:(입방체에 조심스럽게 다가서서 한 손을 올리고 중얼거린다.) 잘 가요, 라티나.
두 사람 사이로 붉은 색의 숫자가 떠오릅니다.
라티나:(그 위에 마주 손을 올린다.) 또 만날 겁니다, 노아.
어느 순간 풀과 나무가 자라난 현재의 모습이 나타납니다.
경쾌한 소리와 함께 입방체의 문이 열리고, 짧은 안내음이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