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탈한 마음에 책을 꺼낸 자리를 쳐다보면, 빼곡한 책장 중 이 일기가 꽂혀 있던 곳에만 빈틈이 조금 있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다른 책도 같이 놓여있던 걸까요.
이영:흠...
(늑대인간이 틀림없었다.라는 걸 보면 아는 내용인 것 같은데. 관련한 책이 전혀 없는 건 넌센스아닐까. 분명 어딘가...)
그 때, 서고를 관리하는 사용인이 말을 건네옵니다.
이영:(있을 것 같은데. 생각하며 비워진 칸을 두드린다.)
사용인:혹시 찾는 거라도 있으신가요, 주인님?
이영:여기 꼭, 한 권 자리가 비는 것 같아서.
사용인:아아...낡은 서고네요.
서재의 책들은 주인님들께서 폐기처분 하라고 직접 지시한 게 아니면 건드리지 않는데...
찾는 책이 없으신 거죠? 제가 정리하면서 찾아보겠습니다.
혹시 어떤 책인지...?
이영:그래. (빈 자리를 내려다본다. 비워진지 오래됐나?) ... 늑대인간에 관한 책일 것 같거든.
사용인:늑대인간... ... (눈썹을 비틀더니) 알겠습니다.
꽤 오래 된 것 같습니다. 빈 공간에도 먼지가 쌓인 걸 보니 말이에요.
이영:(정말 폐기된걸지도 모르겠군.)
(그 자리에 노트를 다시 끼워둔다.)
이영은 다시 노트를 끼워둡니다.
서고에서 대체 시간을 얼마나 보낸건지...중천에 떠 있던 해가 조금씩 기우는 것 같네요.
이영:(그나저나 채혈은 어떻게 하지. 피를 내본적만 있지 뽑아본 적은 없는데.)
(이런 건 전문인력을 보내라고, 영감..)
짐승을 전문적으로 조련하는 조련사가 훨씬 쓸모있을텐데 말이에요. 게다가 지하실은 위생적이지도 않은데...
무작정 해 보는 수 밖엔 없겠네요.
이영:(한참 생각해보지만 떠오르는 건 칼뿐이라, 허리춤에 매인 단도만 믿고 수건과 대야,붕대만 챙겨 지하실로 내려간다.)
수건과 대야, 붕대, 단도. 이 정도면 충분하겠죠. 단순히 피가 필요한 거라면 말이에요.
지하실로 내려가면, 벽에 기댄 채 여유롭게 앉아있는 나한이 보입니다.
귀가 쫑긋 서는 게 어쩐지 개 같기도 하고.
나한:열쇠 대신 칼?
이영:(밖에 매여있는 사냥개들이 떠올라 잠깐 위를 보다, 어깨를 으쓱인다.)
채혈을 하라던데, 난 그런 건 할 줄 몰라서.
나한:채혈...피가 필요한 거군요. (잠시 눈을 끔벅이더니, 곧 팔을 내민다.) 그러세요.
이영:(잠시 고민하다 앞에 앉아 팔을 잡는다. 단도를 든 채로 여전히 의아한 얼굴이라.) 아무거나 상관 없는 것 같아보이네, 뭘 하든. (잠시 멈춰 있다가, 대야를 아래에 받쳐놓고 구속구 아래 손목을 긋는다.)
나한:이영이 필요하다고 한 거니까요. 원하는 만큼 뽑아가도 돼요.
대야를 받쳐놓은 것이 무색하게, 손목을 벤 자리에서는 피가 한 방울 툭 떨어지고 맙니다.
이영:... 보통 이런 식이야?
...손목을 벤 자리는...이미 새 살이 돋아나고 있네요.
이영:...
나한:너무 얕게 베서 그래요. (상체를 기울여 대야를 보더니)
이영:(당황한 얼굴로 손목을 내려다보다가, 나한의 얼굴을 올려다본다.)
나한:좀 더 힘을 줘야 돼요. (중얼거리듯이 대답하곤,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손을 자른다고 생각하고.
이영:.... 말도 안되는...
...
나한:괜찮아요. 한 번 해 봐요.
이영:(잠시 이마를 짚었다 떼었다.) 살살하면 다시 붙어버린다는 거지.
나한:금방 붙어요. (고개를 까닥이더니, 다시 한 번 팔을 내민다)
이것도 그 사람들이 시킨 거죠? 그럼 제대로 하셔야 겠네요.
이영:....그래. 시켜서 하는 일이지. (젠장, 젠장. 다시 손목을 잡고 단검을 들었다.) 아예 잘라버릴 셈으로 할거면 단검을 들고 오지 않았을거야... (구시렁거리며 힘을 줘 그었다. 꼭 단단한 무언가를 끊어내듯이.)
이영이 손에 힘을 주면, 살을 찢는 감각이 손까지 전해져 그리 기분이 좋지는 않습니다.
그제서야 붉은 혈액이 대야로 쏟아집니다.
나한:(살짝 미간을 꿈틀거리더니, 작게 한숨을 내쉰다)
이영:.... 아프지 않은 건 아닌 모양이네.
나한:그야 살아있으니까요. 잘 하시네요. 피로 뭘 할 생각인지는 몰라도.
이영:그건 나도 모르겠지만. ... (대야로 떨어지는 피를 보다, 고개를 돌렸다.) 네가 이상한 놈이라는 건 알겠어. 아플 걸 알면서 왜 굳이 방법까지 일러줘? 멍청해서 그래?
나한:그야 피가 필요하다고 하셨잖아요. 피를 안가져가면 이영이 곤란해질테고...
이영:그러니까, 곤란해지는 건 나인데 네가 왜?
나한:이영이 곤란해지는 게 싫으니까요.
이영:... 그러니까 이상한 놈이라는거야.
나한:그런 부분만 이상한 게 아닐텐데... ... (말 끝을 흐리다가 문득 내뱉는다) 어릴 때 생각 나네요. 그 때 이후로 이렇게 피를 많이 흘린 건 처음이에요.
이영:... 물론, 다른 것도 하나같이 이상하지만. (머리 위로 삐죽 솟은 귀에 잠시 시선을 둔다.) 크게 다치기라도 했었나보지.
나한:마을 사람들한테 이상한 존재라는 걸 들켰던 날이에요.
악마로 몰려서 몰매를 맞고 죽기 직전에 도망쳤죠.
이영:... 사람으로 살았었구나.
나한:저도 몰랐으니까요. 날 때부터 늑대인 것처럼 보였어요? (슥 입꼬리를 올려 웃어보인다)
이영:내가 어떻게 알겠어? 날 때는 완전히 늑대였다가 사람이 됐는지, 반대인지. (어깨를 으쓱인다. 웃는 걸 보니 어쩐지, 어색해지는 기분이라 손목으로 고개를 떨궜다.)
나한:계속 얘기를 하다보면 잘 알게 될 거에요.
물론 당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저도 사람하고 얘길 하는 건 오랜만이라.
이영:... 대단한 이해심을 바라지는 마. 없으니까...
나한:하지만 제가 두렵다고 죽이려 들지는 않으시잖아요.
이렇게 손 뻗으면 닿을 거리... (네게 손을 내밀려다가, 사슬이 팽팽해짐과 동시에 멈춘다.) 제대로 닿지는 않네요. 믿는 구석이 있어서 가만히 있는건가.
이영:(가만히 지켜보다, 손이 허공에 멈춘 자리를 내려다본다.) 글쎄. 네 좋을대로 생각하게 두는 걸지도 모르지.
나한:그런 거라면 더더욱 무슨 의도인지 모르겠네요. (물끄러미 사슬을 보다가 손을 거둔다)
이영:난 그냥, ... 시키는대로 하는 것 뿐인데도.
나한:혹시 모르죠.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곤) 이야기하는 것도 나쁘지 않네요. 또 와주세요.
당신이 와야 의미가 있으니까요.
이영:... (의미모를 말에 찌푸린 채 일어섰다. 수건과 붕대는 닿을 거리에 두고,, 대야를 든 채로.) 나한테 무슨 기대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고래를 살짝 저었다. ) 하지마.
나한:알아서 할게요. (고민도 않고 대답하더니) 고맙습니다.
어느새 나한의 손목은 점점 붙어가고 있습니다. 피도 이미 멎었고요.
중앙에서 탐낼만한 인재임에는 틀림이 없군요.
이영:(꺼림칙한 건 저 재생능력뿐이 아니라...)
(시선을 옮겨 눈을 맞춘다.)
어두운 지하실 내부에서는, 목격자의 말대로 보랏빛 눈이 희미하게 빛나는 것 같습니다.
나한:...얌전히 있을게요.
이영:... 그래.
(지하실을 돌아 나온다. ....의뭉스러운 놈.)
이 저택에 늑대인간을 들인 지 몇 시간 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를 쉽게 믿어서는 안 될 것 같다는 확신은 드는군요.
이영이 홀로 나오자, 사용인들이 주방 한 구석에 모여 있는 것이 시야에 스칩니다.
이영:(... 수근거리기 바쁘겠군. 소문은 빠르고..)
(... 슬쩍 들어본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입단속을 시켜야할지, 어디 들어보자..)
슬쩍...
목을 자를 (중의적) 놈이 있는지...
" ...이걸 어떻게 해요?"
"...전 뱀 밥도 겨우 주는데... ..."
... ...
나한에 관련된 이야기인 것 같기는 한데, 어쩐지 수군거리는 것이 아니라 곤란해 하는 것 같네요.
이영:...
그러다, 사용인 하나와 눈이 딱 마주칩니다.
이영:(하긴 개 밥주는 것도 아니고... .... ...)
...
무슨 일이지?
사용인:주인님... ...!
혹시... ... (심각하게 어두운 안색으로) ...그 괴물...물지는 않나요?
이영:... (고개를 젓는다.)
사용인:저희도 백작님께 전달받은 내용이 있는데...
그 괴물의 상태는 항상 최상으로 유지해놓고, 절대 굶기면 안된다고 하셔서...
고깃...덩이 같은 걸 보내주셨는데...아무도 지하실에 가겠다는 사람이 없어요.
이영:.... 아무도?
사용인:네, 아무도... ...그래서 어떻게 할 지 모여서 의논 중이었어요.
이영:이상하군, 난 그렇게 가르치도록 둔 기억이 없는데...
자기 몫 할 놈이 하나도 없다는게 놀라워.
사용인:... ... (그 말에 면목이 없다는 듯 눈을 내리깔고 입을 다물었다가)
주인님께서는 그 괴물을 겁내지 않으시는 것 같아서...
이영:.... 놓고 가.
거치적거리지 말고. (귀찮다는 듯 손을 휘휘 털어 쫓듯 흔든다.)
사용인:...네! (반성은 하지만, 하여튼 한 시름 덜었다는 표정으로 꾸벅 인사를 하곤 물러난다)
사용인이 다른 이들에게 말을 전하고, 순식간에 흩어진 자리에는 자루가 하나 놓여 있습니다.
아무래도 저게 '식사'인가보네요.
이영:(자루를 집어든다. 인사하자마자 돌아가는군.)
그러게 말이에요. 담이 좋은 사용인들이라고 하는데, 아무래도 착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자루는 꽤나 묵직합니다.
이영:(뭘 믿고 여기서 일하는건지... 사람 잘못 뽑았군. 생각하며 지하실로 내려간다.)
이영은 다시 지하실로 내려갑니다.
나한은 말했던 그대로 '얌전히' 있기는 하지만...
관찰력을 판정합니다.
이영: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어쩐지 안색이 나빠보이네요.
조금 지쳐보이는 듯한 표정입니다.
이영:... 꼴이 영...
피 흘려서 그런가. (자루를 툭 내려놓는다.) 밥 먹어.
네가 무서워서 아무도 못오겠다더라.
나한:(눈을 감고 있다가, 천천히 뜨며 고개를 든다)
그렇군요...그렇겠죠.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거는 건 이영 뿐일겁니다.
(자루를 쳐다보고, 다시 이영에게로 눈을 돌린다) 입마개를 풀어주셔야겠네요.
이영:그래, 그래야지. (매 끼니 때마다 이래야하는건가? 잠시 내려다보다가, 가까이 다가가 허리를 숙인다. 손을 뻗어 머리 뒤로 걸린 잠금장치를 푼다.)
나한:(입마개가 풀리자, 턱을 확인이라도 하듯 입을 벌렸다 다문다.)
부탁을 하나만 더 해도 될까요?
이영:...뭔데?
나한:몸이 좀 불편해서...자루에 든 걸 좀 먹여줄 수 있을까요.
보다시피, 사지가 묶여서 제대로 뭘 들지도 못하니까요.
이영:.... 손이 많이 가는구나, 너. (한숨을 푹 내쉬더니 앞에 앉았다. 피 뽑아놓고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라니... 자기가 안 한다고 아주, 멋대로 매뉴얼을 만드는군.)
(자루를 끌어와 입구를 벌렸다.)
자루 안에는 고깃덩이들이 몇 조각 들어있습니다.
핏물이 뚝뚝 떨어지는 신선한 생고기네요.
이영:(안에 든 걸 보고 잠시 멈췄다가, 이내 납득한듯 끄덕이며 자루 속으로 손을 뻗었다. 못 만질 건 없지만, 기분 나쁜 감촉인 건 어쩔 수 없어서 슬쩍 집어 꺼낸다.)
차갑고 말캉합니다. 생고기니까 당연하겠지만...
역시 생리적으로 거부감이 들긴 하네요.
이영:자. (집어든 생고기를 얼굴 근처로 가져간다.)
이영이 고기를 내밀자, 나한은 고개를 숙여 단숨에 그것을 입에 넣습니다.
질겅질겅, 씹히는 소리가 소름끼치게 울리네요.
나한:(입가에 피가 잔뜩 묻은 채, 금세 고기를 씹어삼킨다. 네 손에 남은 핏물을 가만히 쳐다보다가, 별안간 네 손을 붙잡더니 손바닥을 핥아내기 시작한다.)
이영:아, (가만히 지켜보다, 손을 잡히자 반사적으로 빼려한다.) ...
손을 붙잡은 힘이 억지나 거센지, 팔을 당겨도 손은 꿈쩍도 않습니다.
피부를 타고서 호흡이, 혀의 감촉이 느껴지다가...별안간 이를 세워 손바닥을 긁어내립니다. 약한 통증이 느껴집니다.
이영:으,
관찰력을 판정합니다.
이영: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5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손을 물린 그 순간, 눈이 마주칩니다. 또 다시 눈이 옅게 빛난 것도 같습니다.
설명할 수 없는 광기가 담긴 눈길이 조금은 소름이 돋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영:...나한. (단호하게 부른다.)
나한:(네가 이름을 부르면, 그제서야 고개를 들어올리고 손을 놓는다)
이영:(제 손을 거둬 감싸쥐고) ... 그릇이 필요하겠어. 손을 먹으려들면 어떻게 해?
나한:...눈 앞에 보이니까 저도 모르게.
미안합니다. (잠시 네 손바닥에 맺힌 핏방울을 바라보다가) 많이 아픈가요?
이영:아픈 건... (고개를 저었다. 그건 잠시일뿐이니) ... 나는 너처럼 이런 상처가 바로 나아버리지는 않아. 그리고 네가 먹어버리면 다시 자라지도 않거든.
나한:네, 그렇군요. ...알고 있어요.
이영:... 아는 걸로 끝이어서는 변하는 게 없지. 그러지 마.
나한:...네. 불쾌했다면...안 할게요.
이영:열흘 사이에 붕대투성이가 되고싶지는 않거든. (불쾌한 게 아니라, 위험하다는 걸 이해 못하는걸까... 생각하며 고개만 끄덕거렸다. 남은 고깃덩이는 다른 손으로 꺼낸다.)
나한:(다른 손에 올려진 고깃덩이를 물어 씹는다. 네 손이 닿지 않으려고 조심하는 것 마냥, 방금 전보다 먹는 속도는 조금 느리지만 깔끔하게 남은 것들을 해치운다.)
이영:(덕분에 핏물이 아직 남은 손바닥을 거둔다. ... 이렇게 교정이 되는데도.... 위험한 취급을 받는 건 돌발상황 때문인가.)
어쩌면 교정이 되지 않는 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월등한 힘을 가진 자들이란, 제 멋대로 행동하기 마련이니까요.
이영:(잠깐의... 양해나 배려일뿐인걸까.)
(... 모르겠군.)
단순한 변덕이나 호의일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이 행동은 위협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겠군요.
이영:(위험하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어. 다시 변덕을 부리기 전에 돌아가길 바라는 수 밖에 없을까...)
중앙의 사람들이 하루빨리 그를 구금할 시설을 만들기를 바라는 수 밖에요.
이영:(입마개를 집어들었다.) 자. 이쪽 보고,
(잠깐만 지나면 내 손 밖의 일이 된다. 버티면 되는 일이지.)
나한:(별 저항 없이, 고개를 내민 채 입마개가 채워지기를 기다린다.)
이영:(머리 뒤로 끈을 당겨채운다.)
이영은 나한에게 다시 입마개를 채워둡니다.
이대로 기다리다보면, 모든 것은 자연스럽게 흘러 손을 빠져나가게 되겠지요.
나한:내일도 기다리고 있을게요.
이영:... 그래. (빈 자루를 집어들고, 지하실을 나선다.)
이제 보고서를 쓰고, 시간에 맞춰 도착할 사용인에게 전달하면 오늘의 일은 끝이 나겠군요.
이영:(피가 굳어가는 손바닥이 화끈거리는 감각은 분명히, 평범치 않은 위험임을 기억하라는 것처럼 울렸다.)
(자루는 지하실 앞에 대충 던져놓고, 방으로 돌아가 종이와 펜을 꺼냈다.)
(보고서라니. ...귀찮은 걸 시켜, 정말이지.)
저 자를 연구한다고 한들 뭐가 나올까 싶지만,
이영은 성실하게 펜을 들었습니다.
보고서에는 뭐라고 적는 게 좋을까요?
이영:(생각나는대로 적기 시작한다.)
(나한. 상처가 빨리 아문다. 이빨이 날카롭다. 눈이 빛나는 것 같았다. 힘이 세다. )
(펜으로 종이를 톡톡 두드려 점을 키우다 내려놓았다. 딱히 더 쓸 것도 없네.)
이영은 오늘 알아낸 정보들을 보고서에 쭉 써내려갑니다. 그래도 하루에 얻어낸 것 치고는 꽤 많군요.
이영:(어렸을 때 일은 굳이 적을 필요없겠지.)
이 정도라면 백작도 만족하겠죠. 그는 제대로 말도 않고 도망친 작자에 불과하니까요.
이영:(뭘 바래? 알아서 해, 이 쫄보 영감.)
마침 보고서를 마무리 지었을 때, 백작의 사용인이 도착했다는 소식이 들어옵니다.
사용인은 별 다른 말 없이 혈액과 보고서를 받아 금세 저택을 떠났고, 하루가 마무리 되었습니다.
하루 새에 너무 많은 일들이 있어서 그런건지, 괜히 손바닥도 더 아린 것 같네요.
이영:(가만히 상처를 내려다보았다. ... 이상한 놈.)
상처는 깊지 않지만, 하필 손바닥이라 한동안 신경이 쓰이겠어요.
.
.
.
.
어두운 밤, 이영은 아주 천천히 눈을 뜹니다.
잠시 잠이 깬 걸까요.
꿈 속에 있는 것처럼 나른하고 피곤한 탓에 몸이 움직여지지 않습니다.
다시 잠들기 위해 눈을 감으면, 서늘한 바람이 한 번 불고, 바람이 몸 위를 스치고 지나가나 싶더니...
목께가 잠시 따끔했다가 그대로 잠에 빠져듭니다.
...
.
.
.
다시 일어나면 밝은 아침입니다.
아직도 피로가 다 풀리지 않아 몸이 나른하네요.
이영:(찌뿌둥한 몸을 대충 일으켜 앉는다.)
(이상한 꿈을 꾼 것 같은데... 목을 문지르며 일어난다.)
건강을 판정합니다.
이영:
건강
기준치:
50/25/10
굴림:
4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어깨 부근이 뻐근하네요. 잠을 잘못 잤나?
이영:(어깨를 몇 번 돌리며 스트레칭한다.피곤한가...)
스트레칭을 하며 일어나면, 문득 거울에 모습이 비칩니다.
목과 어깨 사이에...멍이 든 것 마냥 붉은 자국이 생겨 있네요.
자면서 부딪히기라도 한 걸까요?
하지만 그럴만한 곳이 없을텐데...
이영:...
뭐지?
(거울로 가까이 가 살펴본다.)
이상하네...
목께에 작게 붉은 자국이 나 있습니다. 손가락 한 마디 보다도 조금 작은 크기네요.
그 때, 노크 소리가 들려옵니다.
이영:... 들어와. (한참 시선을 두다, 문이 열릴 때 쯤 잠옷 깃을 세워 가린다.)
사용인이 세숫물과 간단한 아침식사를 들고 들어옵니다.
사용인:좋은 아침입니다. 주인님. 아침 일찍부터 백작님으로부터 전보와 물건이 하나 도착해 있었어요.
(이영에게 전보와 약병을 건넨다)
이영:.... 철저한 영감.
(전보를 읽어본다.)
... 미쳤군.
사용인:이 약병은 우선 하나만 들고 왔지만...상자 째로 왔어요. 굳이 지하실에 두고 가겠다고 해서, 지하실 문 입구에 두었습니다.
이영:...
(미친놈...)
굳이 이런 일까지 이영에게 시키다니.
나중에 연구 시설이 생기고 나서 시작해도 늦지 않을텐데 말입니다.
이영:... 이렇게까지 확인해봐야 아나. 그냥 봐도 안 죽게 생겼던데. (궁시렁거리면서 미적거린다. 차라리 한번에 죽이라면 죽였지 계속 이렇게 실험하는 건 염치의 문제고, 그런쪽으로는 단련이 전혀 되어있지 않았다.)
(하지만 해야하는 일 인거겠지... ... ... 딱 한 병만 들고 지하실로 내려간다.)
이영은 지하실로 향합니다.
사용인의 말대로, 지하실 문 앞에는 약병이 가득 담긴 상자가 놓여 있네요.
해 본 적 없고, 하고 싶지도 않은 일이지만...
거부권은 없으니 말이에요.
이영:(징그러운인간.)
(발로 상자를 밀어내고 내려간다.)
지하실에는 나한이 기대 앉아있습니다.
관찰력의 어려움을 판정합니다.
이영: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4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여전히 서늘한 느낌이 드는 지하실입니다. 별 다른 문제가 일어난 것 같지는 않네요.
이영:안녕.
나한:(들려오는 말소리에 귀가 몇 번 움직이는가 싶더니, 천천히 눈을 떠 고개를 든다.)
냄새를 맡으니 아침인데...일찍부터 내려왔네요.
제가 어지간히 보고 싶으셨나봐요.
이영:... 너무 이르면 돌아갈까?
나한:... ... (그 말에 잠시 눈을 끔벅이다가) 그렇다는 건 아니고.
용건이 있어보이시는데요. (네 손을 바라본다)
백작이 또 다른 걸 요구했나 보네요.
이영:(병을 꾹 쥐고 서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독약이야.
너에 대해서... 궁금한게 많은 모양이지.
나한:독약. (탄식하듯 내뱉더니) 그렇군요.
(그러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인다) 상관없어요. 이쪽으로 와서 필요한 만큼 하고 가세요.
이영:(그 반응에 한숨을 쉬고, 병만 하나 건넨다.) 의미가 있어? 고통스럽기만한 거 아냐?
나한:뭐...그 사람에게는 유의미한 실험일지도 모르니까요. (병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곧 입을 약간 벌린다)
이영:(탐탁잖은 얼굴로 지켜본다.)
나한:먹여주셔야 돼요. (되려 이쪽이 입꼬리를 올려보이더니, 절그럭거리는 소리가 나게 팔을 내밀어보인다)
이영:정말 아무것도 못하게 꽁꽁 묶었네. (입마개를 다시 풀어내고 병을 가져와 뚜껑을 연다.)
나한:독약을 먹어보는 건 처음인데... (머리를 한 번 털어내곤 가만히 약병을 든 손을 바라보고 있다)
이영:사실, 무슨 의미가 있는지 묻고싶지는 않아. 이 모든 것에 대해. 난 이해 못할 게 뻔하니까. (독약은 처음이라는 말에 잠시 망설인다.) 이걸로 네가 죽으면 어떻게 해?
나한:죽진 않을 거에요. 인간보다는 훨씬 건강하니까.
(망설이지 말라는 듯, 순순히 입을 벌리고 기다린다)
이영:(흘기듯 보다, 입 안으로 병의 내용물을 흘려넣는다. 꼭, 독을 마신 사람이 자신인 것 같은 얼굴이 된다.)
나한의 입에 약을 흘려넣으면, 그는 별 거부감 없이 내용물을 전부 삼켜냅니다.
관찰력을 판정합니다.
이영: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6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겉보기엔 이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표정 변화 하나 없는 것이...상당히 편안해 보이는걸요.
이영:(뭐...오히려 어제보다 멀쩡한것도 같고.)
그러게 말이에요. 인간보다 훨씬 건강하다는 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나한:표정은 금방이라도 욕을 할 것 같은데, 떨지는 않네요.
이영:...
난 화가 난 쪽에 가까우니까.
떨 이유는 없지.
나한:비인도적인 짓을 시키는 백작에게?
이영:... 그래.
나한:전 괜찮은데요.
이영:내가 별로야.
나한:왜냐면... ...어쨌건 제가 필요하다는 거잖아요.
여태까지는 절 죽이려드는 사람 밖에 없었는데. 백작은 꽤 욕심이 많은 사람 같네요.
이영:필요,라... (그렇게 치자면 나도 그의 필요에 따라 움직이는 셈이지.하지만 그건 꼭, ... 체스말밖에 안되는 것 같은데.)
백작에게는 나이트 하나, 폰 하나일 뿐일까요.
이영:너한테는 죽는 것보단 사는게 당연히 나을테니... 그걸 위해선 필요한 자가 되는 쪽이 낫다, 이건가?
나한:... ...그런 셈 치면 될 것 같네요.
그리고 무엇보다 이영이 있잖아요.
이영:... 나는,
...
나한:저를 괴물이라고 생각하고 무감하게 일을 처리하기만 해도 될 텐데.
이영:나를 셈하는 이유를 아직도 모르겠어.
(한쪽 입꼬리만 올리곤) 그러려면 이렇게 떠들고 있으면 안됐지.
나한:네, 그래서... ...이영이 이렇게 무른 사람이라 다행이에요.
여태까지는 저 말곤 믿을 사람이 없었는데...이영이라면 제가 의지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가끔 그러고 싶을 때가 있거든요.
이영:... (가만히 지켜보다 고개를 돌렸다.) 난 모르겠어. 너를 이해하는게 가능한지, 부터. (미간을 찌푸리고 숨을 고른다.) 뭘 보고 날 믿는지도 모르겠고... (시선이 뻗어 닿았다.) 변덕인 것처럼 들리기도 하고.
나한:(눈을 천천히 꿈벅이더니, 입꼬리가 올라간다.) 네, 힘들 겁니다. 인간들끼리도 이해가 부딪히는데...괴물이라고 쉽겠어요? (변덕이라는 말에는 그저 어깨를 으쓱여, 수갑이 한 번 잘그락거리는 소리를 내고 만다.)
설마 약이 한 병만 있진 않을 것 같은데. (빈 병을 바라보곤) 일하셔야죠.
이영:(병을 꾹 쥔다.) 아니. (답이 먼저, 그리고 생각이 뒤이었다. 하긴, 했잖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거면 됐어. 아깝우니 그만두는게 낫겠다고 할 생각이야. 뭘 해봤자 네가 죽을 것 같지도 않고.
나한:(천천히 입이 웃는다. 그러나 눈은 웃지도 않고, 보랏빛 눈동자가 당신을 뚫어지게 바라본다.) ... ...제가 예상하던 것보다...
무르시네요.
이영:전혀 칭찬으로는 안들리는데.
나한:좀 더 단단하고...고독하고...절벽 끝에 선 바위처럼. 그런 사람일 거라고 생각하면서 왔는데...
이영:네 기대와 달라서 어쩌나. (턱을 들고 덤덤한 눈으로 내려본다. 문득 누가 했던 말이 생각나 한쪽 입꼬리만 치켜 올라갔다.) 날 뭐라고 생각하는거야... 냉혈한?
나한:...비슷한 것 같기도...하지만 달라요. 그냥 말해드리면 재미없을 것 같아서요. (한 번 눈을 굴리더니) 제가 어떤 생물인지 알고 싶은 건가요?
이영:그것도 조건을 붙일 셈인가? .... 거래를 참 좋아하네. (한쪽 눈썹을 들썩이곤 생각한다. 알고싶은가? 글쎄. 그렇지만 분명 도움은 될테지, 어떤 상황이 올 지 모르니...) 뭐... 그렇다고 하면 팁이라도 주려고?
나한:거래를 좋아하는 건 인간들이죠. 그들은 항상 대가를 원하니까... (빈 병을 눈짓으로 가리키며) 당신이 저걸 한 병 더 가지고 와서 먹일 때마다, 내 이야기를 하나씩 해 줄게요.
그럼 절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이영:(병에 시선이 닿았다 치켜 뜰 때에는, 미간은 있는대로 찌푸려진 채였다.) 이미 이해 못하겠는데.
(한참 지켜보다 자리에서 일어선다.) 죽고싶은 모양이니 그렇게 해줄게.
나한:(얌전히 자리에 앉아, 네가 움직이는 것을 눈으로 좇는다.)
이영:(발로 밀어냈던 상자 앞에 선다. 몇 개나 들어있는거지, 눈으로 세어본다.)
박스 안에는...족히 스무 병은 될 것 같은 독약이 들어있습니다.
지능 판정을 통해, 독약에 대해 알아볼 수 있습니다.
이영: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6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영이 이 독약을 보는 것은 처음이 아닙니다. 권력을 가진 귀족들이 시간을 다툴 때나,
사람을 죽이고 싶지는 않지만 불구로 만들고 싶을 때...
흔히 '정쟁'용으로 사용하는 살상력은 적고, 지속력은 높은 독약입니다.
이영:... (지독한 새끼.)
일반인이라면 한 병 째에 고열과 구토에 시달리며, 두 병이라면 의식을 잃게 되죠.
'죽이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알고 싶다'는 의도가 명백히 느껴집니다.
이영:(이 독약 들고 오는 놈들마다 뒤가 구리지 않은 놈 없었고, 결국 같은 독에 당하는 놈도 허다했지. 한 병쯤... 챙겨둘까.)
(한 병 주머니에 넣고 상자채 들고 돌아간다.)
어쩌면 백작에게 쓸 날이 있을지도.
이영은 독약을 상자채로 들고 지하실로 들어섭니다.
나한:그렇게나 많을 줄은 몰랐는데...
이영:뭐 대충, 기절은 하려나? (걸어가 나한의 앞에 상자를 내려놓는다.)
나한:제가 입을 다물어야 일을 끝내실 수 있을 테니까요? (눈썹을 내리트리며 웃어보인다)
이영:(딱딱한 얼굴로 병을 하나 집어 연다.) 재미없어. 입이나 벌려.
나한:...아쉽네요. 좀 더 이야기를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네 말에 얌전히 고개를 들고 입을 벌린 채로 기다린다)
이영:티타임 걷어찬 쪽이 할 말인가? (천천히 벌어진 입을 향해 병을 기울인다.)
나한은 이번에도 거부감 없이, 독약을 들이킵니다.
나한:(병에 담겨있던 독을 모두 삼킨 뒤에, 잠시 침묵하더니...얕게 콜록이는 소리를 낸다.)
독약... (목 안쪽이 갈라지는 소리가 나자, 목소리를 몇 번 가다듬는다.) 마셔본 적 있어요?
이영:(빈 병을 닫아 상자 안에 내려놓다가, 콜록이는 소리에 고개를 들고 지켜본다.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 지켜보다 고개를 저었다.) 남을 의심하는 편이라서.
나한:좋은 습관이네요. 누가 먹어보고 만든 건가 싶어서요. 맛이 없네.
이영:(그 말에 픽 웃는다.) 먹으려고 만드는 놈은 없을 걸.
엿먹일 놈 먹일 건데, 맛 없으면 덤이지.
나한:그렇군요. (눈을 천천히 깜빡이다가) 이렇게 어두운 데에 앉아있으니 그 날이 생각나네요.
당신은 모르겠지만...난 당신을 본 적이 있어요.
이영:...뭐?
나한:평소와 너무 같은 날이었고, 평소처럼 본능에 이끌려 누구라도 희생 될 사람을 찾고 있었는데... ...
그 때 당신을 봤어요.
...그래서 난, (거기까지 말하더니, 돌연 입을 다문다)
나한은 어느 새 사슬이 팽팽해지도록, 이영 쪽으로 몸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어느 때는 유순하게, 어느 때는 애처롭게도 보였던 얼굴에는...광기라고 밖엔 부를 수 없는 무언가가 덧씌워져 있군요.
이영:(이해가 되지 않는 것처럼 눈쌀을 찌푸리고) 지금, 자백이라도 하는건가? 잡아먹으려... (가까워진 눈을 똑바로 바라본다. 이거, 역시...) , 했다고.
나한:... (천천히 다시 몸을 뒤로 물린다. 웃음기가 사라진 얼굴이 땅을 봤다가) 계속 하세요. 이어질 이야기는 그 다음이에요.
절 맡으셨으니, 책임도 지셔야죠.
이영:(어이가 없다는 듯 툭 웃곤, 물론이라는 듯 눈썹을 치켜들며 새 병을 집어들었다.) 여부가 있나요. (다시 무표정한 얼굴로 병을 열었다.)
세 번째 병을 엽니다.
나한은 이제 익숙하다는 듯, 입을 벌린 채 고개를 들고 있네요.
이영:(정해진 수순처럼 그 안으로 약을 흘려넣고, 가만히 지켜본다. 무슨 생각인지, 알 수가 없어.)
독약이 천천히 목 안으로 흘러들어갑니다.
문득, 이 정도의 괴물이 거주하고 있는 이 저택은 더 이상 안전한 공간이 아니라는 직감이 머리를 치고 지나가네요.
목 부근에 잊고 있던 통증이 느껴집니다.
나한:(독약을 다 삼키고, 정면을 바라본다. 조금 안색이 창백해지나 싶더니, 이내 무언가 울컥이는지 연신 괴로운 기침을 내뱉는다.)
이영:... (내 한 몸 건사하려고 발버둥친 결과가 내 집을 괴물 우리로 만드는 일이었다면 시작도 말 것을 그랬을까. 하지만 후회하기엔 늦었고, 저 사슬에 매인 것이 간밤 다녀가 할퀴었을리도 없는데, 탓은 오롯이 전가하게되었다. ... 심리적인 문제라고 해도 불길함은 기분을 너무 잘 타고 흘러 번지는 것이라... 그저 병을 쥔 채 지켜본다. 그래, 가벼운 약은, ... 분명 아니지. 아무리 사람이 아니라고 해도... )
나한:(점점 몸이 굽어지더니, 이내 무릎을 꿇고 바닥에 엎드린 채 색색거리는 숨을 고른다. 몇 번이나 등이 들썩이다가, 규칙적으로 오르락내리락 거리기도 하고, 다 말라버린 잔기침을 몇 번이나 뱉는다.) ... ... (바닥을 긁던 손이 천천히 네게 내밀어지다가, 사슬에 막힌다. 동시에 고개를 들자 눈물이 매달린 눈이 너를 향한다.)
이영:(병을 닫아 상자에 넣는다.) 그러게 하지 말재도. (손을 뻗어 눈가에 맺힌 것을 훑어낸다. 본디, ... 간절하게 굴 때에 더 매정해지는 것이 익숙했다.)
나한:...그 눈이... ...달라요. 여태까지 본 사람들과는 다르게... (색색거리는 숨소리 사이로, 천천히 말이 이어진다.) 생동하는 분노와 고독으로 가득 찬 얼굴이...
아름다워서... (가만히, 홀린 듯 네 얼굴을 쳐다보다가 제 눈가로 다가온 손을 낚아챈다.) 눈을 떼기가 힘들어요.
지금도... ...어떻게 그렇게, (어디서 나오는지도 모를 힘으로 네 팔을 죽 끌어당긴다.) 곧을 수 있는지.
이영:(뺏긴 손에 잠시 두었던 눈을 번뜩이는 보랏빛 안광에 두었을 때에는, 그리 쉽게 제 몸이 무너질 줄 몰랐기에 덤덤한 얼굴이었으나... 잡아채지는 감각은 익숙한 것이 전혀 아니었다. 끌려가듯 당겨져 당혹스러운 눈으로 다시금 올려다보게 된 것은 막을 수 없는 반사적인 반응이었다.)
... (벌어진 채 굳었던 입이 다물리고, 함께 닫혔던 눈이 다시금 트였다.) ...나를 원해?
나한:... ... ... (눈이 크게 뜨이더니, 이내 옅게 빛나는 듯 하고...만면에 광기에 찬 미소가 번진다. 어느 새 다른 손은 네 어깨를 붙잡은 채, 고개를 느리게 끄덕인다.) 당신은 몰라. 내가 당신에게 오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
다른 데에 당신을 뺏기면 어쩌나... ... (네 몸을 당겨 끌어안는다. 그러나 포옹과는 거리가 먼 서늘함이다.) ...만나고 싶었어요. 정말로...
이영:(커다란 공포 앞에 서면, 책 속의 인간은 종종 숨쉬는 것조차 잊는 것처럼 묘사되곤 한다. 그러니까, ... 완벽한 묘사였던거야. 그 품에 갇혀 멈춘 것이 심장인 것만 같았다. 머리는 사고하는 제대로 된 방법을 잊은 듯 같은 구간만을 반복했고, 그러니까, 그러니까....) 일부러...?
(인간은 얼마나 보잘 것 없는가? 움켜쥐었다고 착각하며 의기양양한 낮을 맞이하고 있을 윌리엄 백작이나, 묶인 사슬 아래 일말의 안전을 기대한 나나, 모두 이 자의 손바닥 위에 있었다면.)
(시계 초침보다 빨리 움직이는 동공은 머리가 굴러가고있음을 증명했으나 별다른 소득은, 그러니까... 없어, 없다고.아무런 답도 없이 커다란 문제 앞에 덩그러니...)
나한:(한참 네 목께에 이마를 댄 채 말이 없다. 마치 사냥감을 관찰하는 것처럼, 자신의 성과를 살피고자 눈독을 들이는 포식자처럼.) ... ...아.
식사시간이...지났어요.
그 직후였습니다.
어깨 근처에서 살이 뚫리는 듯한 고통이 느껴진 것은...
짐승과도 같은 날카로운 이빨이 피부를 파고드는 것이 생생하고도 아찔하게 느껴집니다.
3의 체력을 잃습니다ㅏ.
이영:아, ... 아악, .... 아, (고통에 채 숨이 목구멍을 통과하지 못해 소리가 핏방울처럼 툭, 툭... 떨어지는 것이 고작.)
(눈을 번쩍 뜨고서는, 발버둥친다.) 나한!!!!
이거, 놔, 이 미친, 개자식아!
근력을 판정합니다.
이영:
근력
기준치:
70/35/14
굴림:
98
판정결과:
실패
떨어지기 위해 힘을 쓰는 순간,
나한이 다시 한 번 당신의 몸을 당기고...
겨우겨우 그에게서 떨어졌을 때에는, 눈 앞이 아득해집니다.
피로 범벅이 된 입가.
저 자가 씹고 있는 것은... ...
산치체크.
이영:
SAN Roll
기준치:
75/37/15
굴림:
79
판정결과:
실패
이성치 2 상실.
나한은 황홀한 듯이 당신을 바라보다가, 제 손에 묻은 피를 핥기 시작합니다.
건강을 판정합니다.
이영:
건강
기준치:
50/25/10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급하게 손으로 어깨를 틀어쥐어보지만,
이미 피를 너무 많이 흘린 걸까요?
시야가 휘청입니다.
HP -1
나한은 자신이 한 짓을 느끼지도 못한 것처럼, 가만히 이영을 바라봅니다.
이영:... ... (숨을 몰아쉬며 노려본다. 어지럽고, 손이 차가워지는 것 같....)
시야는 점점 흐려지고,
몸이 무거워집니다.
조금 더 단호하게 굴었어야 했는데.
확실히 겨눈 줄 알았던 화살이 되돌아오고야 말았습니다.
어질거리는 고개를 힘겹게 들어보면
어려운 수준의 관찰력을 판정합니다.
이영: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91
판정결과:
실패
시야가 지나치게 어두웠다가, 지나치게 밝았다가...
이 앞에 선 괴물은 자신을 비웃고 있겠죠.
어리석은 인간을 내려다보면서...
이영:(웃,...기지도,않....)
이내, 이영은 정신을 잃고 맙니다.
.
.
.
...
몽롱한 기분이 듭니다. 불쾌한 통증이 저릿하게 느껴지고... ...
식은땀이 자꾸만 몸을 차갑게 식히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몸은 움직여지지 않고, 눈꺼풀을 들어올리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습니다.
괴로운 감각 속에서, 서늘한 손갈이 당신의 얼굴에 닿는 것이 느껴집니다.
누군가가 있는 걸까요?
그리고 곧, 낮은 목소리가 들립니다/
...더 자요, 이영.
알 것 같기도 한 목소리인데...
이영은, 사고가 더 돌아가기도 전에 깊게 잠에 빠져듭니다.
...
...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요?
눈을 뜨면, 익숙한 자신의 방 침대입니다.
분명 지하실에 있는 미친 개에게 물어뜯겼고... ...
정신을 잃은 것 같은데.
누군가가 이영을 여기까지 옮긴 걸까요?
이영:(몽롱한 눈으로 천장을 노려본다. ... 배은망덕한 개새끼..... )
건강을 판정합니다ㅏ.
이영:
건강
기준치:
50/25/10
굴림:
90
판정결과:
실패
어깨 부근이 홧홧하지만, 통증은 심하지 않습니다.
HP +!
1...
시선을 간신히 내려보면, 붕대가 감겨 있습니다.
다행히 치료를 받은 모양이군요.
이영:(누가 됐든, 날 찾으러 올 정도의 용기는 냈나봐... 칭찬을 해줘야되나 말아야되나...)
(몸을 일으켜앉아본다.)
온 몸이 찌뿌둥하고, 사지가 움직이는 것이 생소하게 느껴집니다.
곧 방 문이 열리고, 의사로 보이는 사람이 들어오네요.
의사:... ...! 깨어나셨군요!
정말 다행입니다. 컨디션은 어떠십니까? 어지럽거나, 불편하신 점은?
이영:(잠시 생각해보다) 막 팔다리를 새로 단 것 같은데.
의사:그 정도라면 다행입니다. 근육을 갑자기 써서 그럴거에요. 이틀 동안이나 잠들어 계셨거든요.
이영:(미간을 찌푸린다.) 이틀?
의사:예. 늑대에게 물렸다고 들었을 때는 정말 놀랐습니다. 산짐승에게 물리면 감염의 우려가 있어서...
외상에 좋은 약초들이 다행히 구비되어 있더군요. 정말 위험할 뻔 했습니다.
이영:(잠시 생각하더니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냥하다보면, 다치는 일은 부지기수니까...
아무래도 의사를 부른 사용인이 대강 둘러댄 모양이군요.
지능을 판정합니다.
이영: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3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상하네요. 저택에 구비된 약은 응급약 뿐일텐데...
이영:(약초...?)
자연 약초 같은 것들은 구하기 어려울 뿐더러 시중에서는 매우 비싸게 팔려서, 이영의 저택에 '구비' 되어 있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의사:다행히 빠르게 완치되고 있지만...흉터가 남을 겁니다.
붕대는 한 시간 전에 갈아드렸으니, 매일 아침 저녁으로 소독을 하고 붕대를 갈아주세요.
이영:그건 상관 없어. (.. 아무리 생각해봐도 마땅히 떠오르는 이가 없다. 이어진 말에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의사:그럼, 남작님께서 깨어나셨으니 저는 이만 시내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가볍게 인사를 올리더니, 방을 빠져나간다)
그리곤 곧, 의사에게서 소식을 들었는지 사용인이 방으로 들어오네요.
이영:(눈이 닿자 가까이 오라는 듯 손짓한다.) ... 보고해.
사용인:...네, 그으...그 날 백작의 전령이 왔다 갔는데...
주인님께서 쓰러지셨다는 이야기를 전해듣곤 도망치듯이 가셨어요.
그리고 주인님께서 깨어나면 꼭 전해드리라고, 백작님으로부터 전보가 와 있습니다. (전보 내용을 받아적은 종이를 내민다)
이영:(그 뒤로 잠잠했다는건가. 이틀씩이나? ... 받은 종이를 펼쳐본다.)
대책없는 인간...
같으니...(종이를 구겨쥔다.)
이 곳에 직접 오기엔, 이영을 쓰러지게 만든 괴물이 무서웠던 거겠죠.
겁쟁이들.
이영:그건?
사용인:그거, 라면...?
아, 지하실의...?
이영:그래, 그거 말고 뭐가 있겠어.
사용인:주인님께서 쓰러지신 뒤로,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있어요. 식사는 계속 도착하긴 했는데, 입맛이 없다면서.
이영:... (...식사가 늦어서 물어뜯은 주제에?)
사용인:앗, 그리고 이거. (표지가 없는 책을 내민다) 전에 서고에서 찾으시던 게 이 책인 것 같아서 가지고 왔어요.
표지가 없는 책은 저택을 다 뒤져도 이거 하나 뿐이라서.
이영:아. (책을 받아 한 번 뒤집어보고,) 확인해보지. 이외에 별 다른 일은 없고?
사용인:네, 그 외엔 특별한 사항은 없습니다. 깨어나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주인님.
이영:.... 그래. 다행이군. 누가됐든 날 주워나온 녀석한테는 성과금 같은 거라도 더 줘. (끄응, 힘을 줘 자리에서 일어선다.)
사용인:네, 그렇게 전달하겠습니다. 그리고 이건 식사인데, 그 동안 계속 누워계셨으니 뭐라도 드셔야 할 것 같아서. (침대 옆 협탁에 간단하고 부담스럽지 않은 식사가 차려진 접시를 두곤 방에서 물러난다)
이영:(차려진 식사를 반쯤 비우고, 창밖을 바라본다. ... 차라리 죽었으면 다시 고민하지는 않아도 됐겠지만. 살았으니 다시 생각해야하는 것이 많았다.)
그렇습니다. 인간은 생각보다 쉽게 죽지 않는다더니...
그 말이 딱 맞네요.
이영:(죽이는 건 생각보다 쉬운데, 죽는 건 생각보다 어렵네... ... 커튼을 쥐었다가, 방 안쪽으로 돌아가 옷을 갈아입는다.)
이영은 옷을 새로 갈아입습니다. 확실히 누웠다 일어나서인지 조금 늘어지긴 하지만...
새 옷을 입으니 좀 낫군요.
이영:(어깨가 신경쓰이지만, 일은 일이고 미룬지 이틀 째라면 관리에 소홀했다고 밖에는 볼 수 없다. ... 마땅찮은 일처리는 후에 업보로 돌아와서. 식사를 챙겨 지하실 문을 연다.)
이영은 사용인에게서 받은 책을 읽지 않고 먼저 내려가볼까요?
이영:(자루를 받아들고서야 책 생각이 나서, ... 잠시 고민하다 다시 방으로 돌아간다. ... )
(책을 읽어본다!)
(... 보름달?)
이 뒤로는, 계속 도와달라는 절박한 말 밖엔 없습니다.
나사가 풀린 사람마냥...미쳐버린 걸까요?
책을 계속 넘기다 보면, '늑대와 7마리의 아기염소'에 대한 이야기가 그려져 있습니다.
늑대가 엄마인 마냥, 아기 염소를 속여 잡아먹었다는 내용인데...
왜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거지?
관찰력, 혹은 자료조사를 판정합니다.
이영: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3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찌익,
이영이 페이지를 또 넘기려는 순간
붙어있던 페이지가 널렁거리며 떨어집니다.
이영:앗.
...
숨겨진 내용을 읽고 나면, 지능을 판정합니다.
이영: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2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헛웃음이 샌다.)
어쩐지...이 이야기, 나한과도 비슷하네요.
마냥 타인의 이야기로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이 다음에는 딱히 읽을만한 내용은 없네요.
이영:개, ....
새끼...
그 날의 일이 계속 머릿속에 떠오릅니다.
결국 이러려고 '일부러' 잡혀 왔던 거군요.
이영:(... 그럼 왜, 아직도 잡혀있지? 아. ... 못먹었구나, 나를.)
이영을 죽이지 못해서? 그럴지도.
한 번 쯤 내려가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이영:... (안타깝게도 죽지 않았다고 얼굴이나 비출까.)
(자루를 들고 내려간다.)
이영은 자루를 들고 지하로 내려갑니다.
입마개는 전보다 더 튼튼한 것으로 바뀌었네요.
나한은 구속된 채, 얌전히 벽에 기대 앉아있습니다.
나한:... (이영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다시 고개를 떨군다.0
...안 올 줄 알았는데...
이영:(그 앞으로 자루를 휙 던진다.) 일은 해야지 않겠어.
나한:... ...안 먹어도 돼요.
이영:굶어죽기라도 하려고?
나한:그냥 식욕이 없어서... (전보다 조금 수척한, 또는 조금 기가 죽은 듯한 표정으로 가만히 바닥을 바라본다.)
이영:언제는 식사 때가 늦었다고 물어뜯어놓고?
나한:(그 말에는 대답을 하지 않고, 고개를 약하게 젓기만 한다)
이영:(그 반응에 눈가를 짚었다가 뗀다.) 이봐, 나한. 그냥 내가 먹고싶은 거면 그렇다고 해. 돌려 말하지 말랬잖아.
나한:지금은 별로... ...
이영:즐거운 사냥이 아니라서 그렇다면 포기해. 나 의심 많다고 했던 것 같은데.
(이러나 저러나 딱히 먹혀줄 생각은 없지만.)
나한:네, 알고 있어요... (고개를 들어 이영의 목께를 바라보더니) ...상처는 괜찮나요?
이영:(가만히 내려다보다) 그걸 왜 걱정해? 상처난 건 먹기 싫으려나.
나한:... ... ...제가 싫어졌나요?
이영:언제는 좋아한 것처럼 말하긴.
나한:그렇... ...네요.
... (자꾸, 무언가 말을 찾으려는 듯이 눈을 굴리다가) 이영은, 소중하게 키우던 식물을 꺾으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꽃다발이든, 화환이든...원래 그런 걸 만들기 위해서 키운 꽃이었는데... ...결국 꺾여진 꽃이 시들어가는 걸 봐야만 한다면...? (질문을 하면서도 미간을 좁히고, 눈을 가늘게 뜬다)
이영:....
(숨을 툭 몰아 쉬는 것이 한 짐 내려놓는 듯 하더니) 첫째로, 난 식물이 아냐. 꽃이든 풀이든 나무든간에. 둘째로, 넌 전혀 날 꺾은 게 아니거든. 그리고 셋째로, ... 아마 아깝겠지, 싶어.
나한:... ...그렇군요...아깝다.
이영:개새끼.
나한:(그 말에 잠시 놀란 것 마냥 눈을 둥그렇게 뜨고 쳐다보다가) ... ...
...네... (다시 천천히 눈을 깐다)
이영:(잠시간 내려다보다가) 사실 네가 뭐던간에, 어쩌던 간에 크게 신경 안 써. 내 안위에만 해가 안가면. 근데 넌 날 물었고, 뜯어먹었고, 이틀간 자리를 비우게 만들었지. 내가 화가 나있는 건 그것 때문이야.
그리고 내가 받은 조건인 최상의 상태를 유지할 것. 이것도 네가 식사를 안하니, 지키지 못하고 있네. ... 어떻게 생각해?
나한:... ...먹을게요. (조용히 네 말을 듣고 있다가, 체념하한 것처럼 대답하며 순순히 고개를 끄덕인다.)
이영:잘 생각했어. (입마개를 풀어주고, 고기를 꺼내준다.)
나한:(입마개가 풀리자, 천천히 허리를 숙여 입으로 놓인 고기를 집어먹는다. 종종 목에 매인 사슬이 당겨지며 절그럭거리는 소리를 내었으나, 이전 처럼 직접 먹여달라는 둥의 요구는 하지 않는다.)
나한은 얌전히 놓인 식사를 모두 먹어치웁니다.
식욕이 없다고는 했지만, 그것도 어쩌면 거짓말이었을지도.
이영:(가만히 지켜보다 빈 자루를 집어든다.) 얌전히 있어. 약속 깬 건 너니까. 뭐... 변명이 하고싶으면 들어는 줄 수 있어. 산 속은 심심하거든.
나한:(그 말에 뭐라도 말할 듯 입을 벌렸다, 다물고, 또 침묵하다가...몇 번이나 우물거리더니 곧 혼잣말처럼 작은 소리로 내뱉는다) ...미안해요.
(그러더니 곧 시선을 피하듯 옆으로 돌아 벽에 기댄다) ...잘 가요.
이영:(잠시 지켜보다, 고개를 돌렸다. 할 일은 했지. ... 자루를 들고 지하실을 나선다.)
어째 많이 조용해졌네요. 전처럼 말을 많이 하지도 않고, 오히려 이영을 피하는 듯한 모습입니다.
이영:(비맞은 개도 저렇게 처량하지 굴진 않는데.)
늑대나, 괴물보단...
개, 그게 더 잘 어울리네요.
백작과의 약속은 일주일 뒤, 그 때까지는 저택에서 회복을 하며 조용히 지낼 수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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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며칠이 흐릅니다.
어느덧 백작을 만나러 가기로 한 날.
나한은 '그 날' 이후로, 별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조용히 지내고 있습니다.
종종 식사를 거부하는 날도 있었지만요.
이영은 바로 시내로 출발할 수도, 나한을 한 번 확인하고 갈 수도 있습니다.
이영:(만나는 건 나라도 백작이 궁금해 하는 건 내가 아니라 저쪽이니까... 지하실로 내려간다.)
이영은 지하실로 향합니다.
나한:(고개를 들고 잠시 이영을 보다가 입을 연다) ...평소랑 옷이 다르네요.
...외출 하는 건가요?
이영:그래. 시내에 다녀올 일이 있어서. (평소보다 조금 더 갖춰입은 옷을 한 번 내려다보았다가) 별 일 없으면 해가 지기 전에 돌아올테니까, 얌전히 있어.
... 상태는, 별 다를 건 없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눈으로 천천히 훑어본다.)
나한:(눈을 한 번 도륵, 굴렸다가 다시 이영을 바라본다.)
나한은 얌전해진 뒤로는 언제나 벽에 등을 붙이고 앉아있을 뿐, 오늘도 특별할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나한:...다녀오세요. (손 끝으로 사슬을 몇 번 만지작거리다가) 일찍 오시면 더 좋고요.
이영:(답은 하지 않고, 계단을 오르기 전까지 시선을 떼지 않으며 나간다.)
나한은 이영에게 한 번 입꼬리를 올려 보입니다.
지하실에서 나오면, 사용인이 마차가 준비되었다며 이영을 부르네요.
이영:(밖으로 나가며 아무쪼록 저택을 비운 사이에는 조심하라 당부하곤, 마차에 올라탄다.)
이영이 탄 마차는 곧 덜컹이는 소리와 함께 출발합니다.
한참이나 숲길을 달리고, 빠져나가면
대도시의 모습이 보입니다.
저택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인파의 소란스러움이 귀에 들려오네요.
이영:(시끌시끌하군..)
인파에 가로막혀 마차의 속도도 조금 느려집니다.
관찰력을 판정합니다.
이영: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81
판정결과:
실패
덜컹!
마차가 휘청이듯이 급하게 멈춥니다.
마부:아이고, 이거...죄송합니다! 이 앞에 살인 사건이 났다는데. 좀 돌아가야겠습니다. 원...사람 죽은 게 뭐 좋다고 그리들 모여있는지...
이영:(고쳐앉다말고 고개를 살짝 내민다.) 살인사건?
이영이 고개를 내밀어보면, 거리를 통제하는 순경과 그 주변으로 모여든 사람들이 보입니다.
이영:(어쩐지 꺼림찍한 기분이 들어...) 잠깐 기다려보게. (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순경을 부른다.)
이영이 손짓을 하자, 순경이 다가옵니다.
순경:무슨 일이십니까? 살인 사건으로 인해, 이 거리를 직접 통과하실 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바쁘셔도...
이영:그건 알겠네, 치고 지나갈 생각은 없지만, 궁금해서 말이야. 상황을 좀 설명해보지 그래.
백작님과의 약속에 늦으면 할 말이라도 있어야겠거든.
순경:아아, 그... (백작 저택이 있는 쪽을 의미 없이 돌아보고, 사건 현장을 한 번 보더니 자세를 바로잡는다)
그게...일전에 살해당했다던 살인마의 수법과 똑같은 방식으로 죽은 시체입니다.
그래서 현장을 보존하고 있는 중인데...
이영:...
순경:모방 살인일지도 모르지만, 어쩌면 숲에 사는 들개의 소행일지도 몰라서요...아직 확실시 된 정보는 없습니다.
이영:(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마차 문을 열고 내린다.) 앞장서게. 백작님께서 아셔야하는 일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