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41분 중 20분
2022
시즌 4개, 그리고 영화
시즌 1: 1화 “연상녀에게 혼쭐나는 어이없는 삶”
출연: 어의, 최일, 이조판서
장르: 실험극
프로그램 특징: 어이없음
장르: 실험극
프로그램 특징: 어이없음
0322 스승의 은혜
KP : 어의(나한 야다브)
PL : 우주(야누아리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음량 조절용 대기 브금이에욧ㅅ 헤헷
두근
이영아 정말 사랑스럽다
CoC 7판 시나리오
<스승의 은혜>
w. 서라
PL : 우주 | KP : 어의
PM 3:00
똑똑,
야누아리아는 아침을 울리는 정갈한 노크소리와 함께 잠에서 깨어납니다.
..몸을 일으키자, 지끈한 허리의 통증과 함께 볼에 붙어있던 종이가 테이블 아래로 떨어지네요.
아무래도 수업 자료를 만들다가, 그대로 책상 위에서 잠이 들어버린 모양입니다.
끄으응...
온 몸에서 우둑거리는 소리가 나는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노크 소리에 깼던 것 같은데.
누군가 온 걸까요?
집배원:집배원입니다. 야누아리아 씨 앞으로 온 편지요.
문 너머에서 힘찬 소리가 들려옵니다.
집배원:(모자를 살짝 들어 인사를 해 보이더니, 낡은 가죽가방을 뒤진다) 보낼 게 많아서요.
집배원은 편지 두 통을 건넵니다.
집배원:아, 그리고 이것도요. 문 앞에 떨어져 있던데요. (오늘 날짜의 신문을 건네준다)
아, 고마워요. (신문은 받아 옆구리에 낀다.)
하나는...몇 달 전부터 가정교사로 일하고 있는 크라우스 자작가에서, 하나는...수신인이 쓰여있지 않네요.
집배원:어... (돌아나가려다가, 미간을 찌푸리고 편지봉투를 보더니) 가끔 이런 편지들이 있습니다. 뭐...본인을 밝히고 싶지 않은 사람들도 있나보죠. 우편은 제대로 붙어있고, 주소도 여기가 맞아요.
문제 있으면 나중에 우체국에 들러보십쇼. 전 그냥 배달하는 사람이니까요. (어깨를 가볍게 으쓱이더니, 가죽가방을 고쳐메곤 돌아나선다)
야누아리아는 편지를 뜯으며 다시 방 안으로 들어섭니다.
무엇부터 확인해볼까요?
수신인이 쓰여있지 않은 편지를 열어보면, 간단한 서신이 한 장 들어있습니다.
이건...가졍교사 스카웃 제의서네요. 야누아리아가 익히 읽어온 형식적인 내용 끝에...두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보수는 현재 다니는 저택에서 받던 수입의 다섯 배를 보장한다.'
대체 어떤 미친 애를 데리고 있기에...
야누아리아는 크라우스 자작가에서 온 편지를 확인합니다.
마찬가지로 형식적인 내용이지만... ...매우 완곡하게, '당신을 해고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네요.
잠시 눈을 의심하며 여러 번 다시 읽어보지만...내용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방금까지만 해도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야누아리아가 붙잡을 지푸라기는 이 편지 뿐이군요!
야누아리아가 봉투를 이리저리 살펴보면...
관찰력을 판정합니다
| 기준치: | 65/32/13 |
| 굴림: | 36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편지 뒷면에 작게 주소가 쓰여 있었군요. 하긴, 고용을 한다는데 위치를 알려주지 않는다는 건 어불성설이니까요.
지능을 판정합니다.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74 |
| 판정결과: | 실패 |
이 주소는... ...
이 일대에서 규모가 가장 거대한 저택이네요.
이 사실을 떠올리자마자...야누아리아는 오래된 기억을 끄집어 냅니다.
그 저택은 야누아리아가 10년 전 쯤 가르쳤던 아이가 있는 백작가의 소유라는 사실을요.
(재취업? 아니, 재고용? 10년만에? 진심인가?)
당신이 가르쳤던 첫 제자이자 야다브 백작가의 어린 도련님, 나한 야다브는 당신에게 온갖 패악을 부리다 못해 집에서 쫓아내기까지 했었죠.
물론 지금은 성인이 됐겠지만, 그렇다고 야누아리아가 가르칠만한 아이가 있을까요?
게다가...불명예를 안았던 가정교사를 다시 채용한다고요?
그렇습니다. 자존심이 있지...
신문을 펼치자, 항상 1면을 장식하곤 하는 귀족가의 스캔들이나 찌라시 따위의 기사가 즐비합니다.
그리고...구석에 쓰인 한 조각 기사가 야누아리아의 시선을 끄네요.
바로 '유령저택'에 관한 내용입니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명성이 자자했던 백작가의 내외가 사망함과 동시에, 가문이 한 순간에 몰락하여 유령저택이라는 멸칭을 얻게 되었다는 이야기.
...바로 야다브 백작 저택을 이야기하는 새삼스러운 기사입니다. 이제 이 도시에 백작가의 몰락을 모르는 사람은 없는데 말이에요.
자료조사를 판정합니다.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66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평소라면 눈길조차 주지 않았을 기사를 찬찬히 읽어내려가면...
유령저택 대목의 맨 아래, 흐릿하게 인쇄된 글자가 한 줄 눈에 들어옵니다.
"-...야다브 백작의 사망 원인은 병세의 악화가 아닌 살인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어떤 사람이었는지 떠올려볼 수 있을까요?)
야다브 백작은...훌륭한 사람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택 내의 사용인들에게는 좋은 주인으로써 명성이 높았던 것 같습니다.
시민들은 그가 가지고 있는 거대한 저택과 갖가지 금은보화를 두고 이기적인 자라 주장했으나, 백작가 쯤 되면 자선사업을 벌이기엔 지나치게 콧대가 높긴 하죠.
이제와서 날 왜 찾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러게 말이에요.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어린 도련님의 패악을 생각하면 그가 가문을 말아먹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만 같습니다.
편지에는 최대한 빨리 와 달라고 적혀 있었으니...오늘 출발해도 괜찮겠죠. 해고도 당한 김에요.
그렇습니다. 이렇게나 간절히 자신을 필요로 한다면...
기꺼이 찾아가 준 뒤에 뻥 차버리는 것도 괜찮겠죠.
10년 전의 복수로요.
야누아리아는 첫 수업 때나 입는 가장 좋은 외출복을 마련해 입고, 나갈 채비를 하며 짐을 쌉니다.
시내에서 마차를 잡아 가면 되겠네요.
야누아리아는 신나는 마음으로 집을 나섭니다.
시내로 향하는 골목길.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 같네요.
역시나...얼핏 들어보니 '유령저택'에 관한 내용입니다.
듣기를 판정합니다.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15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쯧쯧...신께서 노하신 게지. 그렇게 오만방자해서는 싹싹 긁어 벌어들일 줄만 알고. 베풀 줄은 몰랐으니 말야. 천벌을 받은 거야."
"듣기로는 그 집 내외가 그간 악마와 내통을 해왔다던데."
"...그러고 보니, 그 집에 딱 하나 남은 아들도 병에 걸려 오늘 내일 한다지?"
"그 어린 나이에 말인가? 뭐, 대대로 책임을 지는 겐가 보지."
그러다가 골목으로 마차가 지나가자, 사람들은 손을 휘휘 내저으며 약속이라도 한 듯이 입을 다뭅니다.
(비웃어주러 가는 기분이었는데... 잠시 측은한 기분이 된다...... 그래도 가긴 가야지, 손을 들어 마차를 불러세운다. 표정은 꼭 조문이라도 가는 것 같아졌고..)
그렇습니다. 백작 가 도련님의 뺀질뺀질한 얼굴에 흙이라도 뿌려주고 올 심산이었는데...
오늘내일 한다니, 야누아리아의 마음에 남은 약간의 인정이 동하는 것 같네요.
마부는 야누아리아의 목적지를 듣자 고개를 갸웃하지만, 이내 별 말 없이 출발합니다.
마차는 시내를 빠져나와 교외를 달립니다.
이미 멀리서부터 거대한 저택의 모습이 보이네요.
옛날의 위용에 비하면...규모는 그대로지만, 어쩐지 매우 초라한 모습입니다.
곧 마차가 세워지고, 저택 앞에 내리면...
주물 대문에는 희끗하게 그을린 흔적이 낭자하고, 대문 안쪽의 정원은 다 시들어서...정말 '유령저택'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네요.
초인종은...보이지 않습니다. 평소라면 톨맨이 열어주어야 하는데.
대문이 삐걱이는 걸 보니, 아무래도 열려있는 모양입니다.
으, 손 대기 싫어...
야누아리아는 간신히 대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섭니다.
부지에서 저택까지는 또 한참을 걸어야 합니다.
정원의 식물은 말라죽은 지 오래고, 돌길도 깔끔하진 않네요. 물레방아가 멈춘 호수는 바닥을 드러내 마치 거대한 무덤 같습니다.
이 저택은 꼭...홀로 죽음을 맞이하는 것 같아요.
그렇습니다. 난 너무 잘 살고, 이 저택에 볼 일 없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온 건데...
점점 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에 압도당하는 것만 같아요.
그렇게 얼마나 더 걸었을까요, 저택의 입구가 보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이곳의 풍경과는 어울리지 않는 싱그러운 꽃향기가 훅, 끼쳐옵니다.
저택 근처에 심어진 거대한 나무입니다.
모든 것이 빛을 잃었는데, 저 나무만은 싱그럽게 흰 꽃을 피웠네요.
...아.
야누아리아가 가정교사일 때 쓰던 방 창문에서 보이던 나무입니다.
관찰력을 판정합니다.
| 기준치: | 65/32/13 |
| 굴림: | 49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아마도...
아카시아 나무였던 것 같아요.
한참 그 나무를 쳐다보고 있자니, 누군가가 현관을 열고 나옵니다.
길고 정갈한 메이드복을 입은 중년 직전의 여성.
하녀장:아아.
도련님...아니, 주인나리께서 말씀하셨던 '선생님'이시죠?
오느라 고생하셨어요. 응접실로 모시죠.
하녀장:네에. 전 그냥 도르테아라고 부르세요.
하녀장은 저택 입구 바로 왼쪽에 위치한 응접실로 향합니다.
을씨년스러운 바깥과는 다르게...그래도 저택 내부는 상당히 깔끔하네요.
오랜만이지만, 그립지는 않은 저택입니다.
정원사가 없나보죠?
하녀장:저택의 사용인들은 다 나간 지 오래에요. 이제 저 하나만 남았죠.
혼자 저택을 관리하려니 힘든 게 이만저만이 아니지만...보수가 좋거든요.
두 사람이 들어선 곳은 햇빛이 들지 않는 탓에 쓸쓸한 느낌이 들지만, 특유의 화려함많은 잃지 않은 응접실입니다.
하녀장:네. 그치만 사는 것도 주인님 혼자라서, 그리 어렵지는 않답니다.
응접실에는 벽난로와 티테이블, 그리고 고급스러운 소파...
해가 들지 않는 창문이 있네요.
하녀장:아, 그렇지 참. 내 정신 좀 봐.
금방 주인님을 불러올게요. 잠시 쉬고 계세요.
차는 티테이블에 있으니 내킨다면 드셔도 되고요.
하녀장은 말을 마치고는 바깥으로 나섭니다.
(멍해지는 기분에 창 문을 내다본다.)
정말...이상하다고밖엔 표현할 수 없는 저택이네요.
지금은 분명 정오를 막 넘긴 시간일텐데...해가 창문을 투과하지 못하는 것 마냥 응접실은 햇빛 한 점 들지 않습니다.
바깥에서 희미하게 새 소리가 들려오네요.
죽은 쥐 따위가 어울릴 것 같은데...
티테이블 위에는 유리로 세공된 티포트와, 찻잔 두 객 놓여있습니다.
티포트에서 김이 오르는 걸 보니, 차를 끓인 지 얼마 안됐나봐요.
혹시 모르잖아. 혹시...
티포트에서는 향긋한 꽃 향기가 납니다. 아무래도 꽃차인가봐요.
(심란...)
야누아리아의 집을 팔면...이런 소파를 살 수 있을까요?
가세가 기울었다는데, 소파의 질을 보면 전혀 그런 것 같지 않습니다.
하긴, 부자는 망해도 3대가 먹고산다잖아요.
(이번 대에 안 망하려나 안 망할 것 같네..)
이래서 귀족 놈들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뚜벅, 뚜벅, 뚜벅
바깥에서 무거운 구두굽 소리가 들려옵니다.
곧이어 응접실 안으로 발소리의 주인공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과거 당신의 제자이자, 야다브 백작가의 도련님이었으며, 이제는 야다브 백작의 이름을 물려받은.
어린 시절의 모습에 비하면, 확실히 성장했군요. 아직 나이는 어리지만 얼굴에서는 앳된 티가 가셨고,
퀭한 눈가 아래로는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습니다.
그럼 편지를 보내지 마시지 그러셨어요? (가벼이 웃는다.)
(잠시 숨을 들이마셨다가,) ...보고싶었어요.
네, 하고 낮은 음성이 한숨처럼 이어집니다.
그렇지만, 그 말을 듣는 순간...묘하게 속에서 분노가 끓어오르는 것만 같습니다. 저 뻔뻔한 낯이라니.
생각 못했는데요?
게다가 오늘내일 한다더니, 사지 멀쩡히 잘 걸어다니는 걸 보아 아프다는 것도 헛소문일지 모르겠습니다.
보수가 부족하다고 느껴지신다면...그 이상, 선생님이 원하시는 만큼 보장드릴 수도 있습니다.
(참나, 백작의 선생이라,)
매일 아침마다 신문을 읽어주시고, 하루에 한 번씩 제가 부탁하는 일만 들어주시면 됩니다. ...다른 가정교사 일보다 쉬울 거에요.
(그러더니, 한참동안 찻잔 가장자리를 매만진다.)
(고개를 돌린 채 얕은 기침을 하더니) 선생님께서 쓸 방을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응접실 밖으로 나선다)
아픈 것 같기도 하고요. 물론 '소문만큼' 아파 보이진 않지만.
저택 내부는 매우 고풍스럽습니다. 저택 안에만 있었자면, 가문이 기울었는지도 모를 정도로요.
여기에서 지내시는 동안 어딜 돌아다녀도 상관 없지만, 제 방과 2층 서쪽 끝 방은 들어가지 마세요.
2층에 올라와, 야누아리아의 오래된 기억을 건드리는 방 앞까지 다다랐습니다.
전에 쓰던 가구들도, 배치도 그대로지만...관리가 잘 된 건지, 먼지 하나 없이 깔끔합니다.
방을 한 번 둘러보면, 이 방만은 볕이 굉장히 잘 든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가정교사 치고는 상당히 대접이 좋았었죠. 보수도 다른 저택에 비할 바 안되게 많았을 뿐더러, 가구들은 모두 고급품이고, 매일 같이 올라오는 식사도 진수성찬이었으니까요.
하지만, 밖이 이렇게나 밝은데도 방 안은 서늘하기 그지 없습니다.
어쩐지 기억과는 다르게 음침한 것 같기도 하네요.
저택의 지도가 공개됩니다.
나한은 그 말을 마지막으로 퇴장합니다.
인기척조차 사라지자, 죽음처럼 고요하기만 하네요.
그렇습니다. 혹시라도 따뜻한 것이 필요하다면 하녀장에게 벽난로에 불을 붙여달라고 할 수도 있고요.
그나저나, 보고 싶었다니. 이유를 곱씹을수록 기가 찹니다.
그를 이루는 모든 것이 가증스럽다고 생각할 무렵... ...왜 이렇게까지 날카로워졌지? 하는 기묘한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방 안에는 큰 침대, 반쯤 열린 창문, 커피테이블과 수업자료를 만들던 책상이 놓여 있습니다.
그럼요. 가정교사지만, 마치 이 관계에서 우위를 점한 느낌까지 드는걸요.
침대는 한 사람이 눕기에는 턱 없이 큽니다. 시트도, 베개도, 이불도...귀족가의 자제나 쓸 법한 품질의 물건이에요.
관찰력을 판정합니다.
| 기준치: | 65/32/13 |
| 굴림: | 38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바스락, 하고 무언가 손에 잡히는 느낌에
침대와 벽 사이로 손을 넣어보면...
아주 오래 된 쪽지 하나가 나옵니다.
반으로 두 번 접힌 쪽지는...족히 10년은 되어 보이네요.
쪽지를 펼치자, 그곳에는...
"당장 이 집에서 꺼져!"
라고 적혀있네요.
아, 오래 전에 도련님에게서 받았던 '바로 그' 편지입니다.
이런 쪽지가 책에 끼워져 있는 건 기본이었는데 말이에요.
그 외에도 교과서 찢기, 찻물 붓기 등...
야누아리아가 주먹을 쥐면, 쪽지는 손 안에서 힘없이 바스라집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다가간다.)
강산도 변한다고들 하니까요.
열린 창문 틈 사이로, 습하고 비릿한 미풍이 들어옵니다.
어쩐지, 아까부터 오한이 들더라니.
바깥에는 거대한 아카시아 나무가 보입니다. 계속해서 달큰한 향이 안으로 들어오는 것도 이것 때문이었군요.
책상도, 야누아리아의 사비로는 꿈도 꾸지 못할 고급품입니다.
아주 오래 전, 야누아리아가 사용하던 만년필이나 수업자료, 바싹 낡은 교과서가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습니다.
관찰력을 판정합니다.
| 기준치: | 65/32/13 |
| 굴림: | 2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야누아리아는...매우 기민하게 책상을 살핍니다.
나의 워너비 책상이지!
책상 한 구석에, 리본 타이가 놓여있네요.
아무래도 10대 초의 어린 도련님이 차고 다닐 법한...아, 아마도 나한의 것이겠군요.
그 이후로 아무도 나한을 가르치러 오지 않은 걸까요?
아니면, 다른 가정교사에게 이 방을 주지 않았을지도 모르죠.
야누아리아는 타이를 챙겨두기로 합니다. 언젠간 돌려줄 기회가 생기겠지.
커피테이블 위는 깨끗하게 치워져 있네요. 아마도 아침을 커피테이블 위에 준비해주는 모양입니다.
앉아서 추억을 더 떠올린다고 해도...더 좋아질 건 없을 것 같네요.
서재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잠자리에 들어도 괜찮겠죠.
기억대로, 맞은 편은 서재입니다.
서재보다는 도서관에 가까워보이는 규모.
도련님의 수업이 없는 날이면,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곤 했었습니다.
인류학, 천문학, 사학, 윤리학 등...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꽂혀 있습니다.
다른 저택에서는 이런 여유를 가지기가 쉽지 않으니까요.
무슨 분야의 책을 읽어볼까?
야누아리아는 흥미를 끄는 인류학 책을 하나 집어듭니다.
<문화인류학 민족지 모음>
최근에 개정된 것은 아니지만, 읽어보기에는 나쁘지 않겠어요.
야누아리아는...약 4시간 동안 책을 읽었습니다.
본의 아니게 책을 정독하고 고개를 드니, 이미 해가 떨어진 지 오래네요.
오늘은 첫 날이니까요. 아무래도 괜찮지 않을까?
하지만...배가 고프긴 하네요.
야누아리아는 1층으로 내려갑니다. 식당 쪽에서 인기척이 나는 걸 보니...하녀장이 있는 모양이에요.
하녀장:어머, 선생님. 어디에 계셨어요?
방에 식사를 준비해드리러 갔는데도 안보이시고.
하녀장:선생님도 책을 좋아하시는군요? 그럼 아무것도 안드셨겠네. 뭐 좀 간단히 준비해드릴까요?
하녀장:그럼 방에 먼저 올라가 계셔요. 가지고 올라갈테니!
이 저택에서 혼자 일하면 저 정도로 대단한 사람이 되는 걸까요?
방에서 잠시 기다리고 있으면, 하녀장이 쟁반 위에 빵 몇 종류와 곁들일 버터, 과일, 채소 따위를 가지고 옵니다.
하녀장:자기 전에 너무 배부르게 먹으면 아침이 힘들어지니까, 내일 아침을 기대하세요. 자, 이것도. (마지막으로 스프 그릇을 내려놓고는 방에서 나선다)
따뜻한 빵과 신선한 야채들...
이렇게 좋은 대접도 오랜만이에요. 사용인 식당에서 먹지 않아도 된다니!
식사를 마치면, 잠이 솔솔 몰려옵니다.
오늘 너무 멀리를 많이 쓴 탓인가봐요.
멀리...? 머리.
(잠들 채비를 마치고 침대로 기어들어간다...)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침대로 들어가면...
이 곳이 야다브 저택만 아니었다면 행복했을텐데.
이렇게 딱, 4번만 더 자면 끝이 납니다.
다시 평범한 생활로 돌아가는 데다가, 말도 안되는 액수도 벌 수 있으니까요.
그런 생각을 하며, 야누아리아는 천천히 잠에 듭니다.
-------------
똑똑, 누군가가 간결하게 방 문을 두드립니다.
곧, 이제는 익숙해진 목소리의 하녀장이 들어서네요.
하녀장:좋은 아침이에요, 선생님.
좋은... 아침이네요.
하녀장:천천히 준비하세요. 자, 아침은 여기에. (네 앞에 정갈한 아침을 준비해 주고는, 창문 커튼을 열어 가지런히 정리한다.)
그리고 이건 오늘 자 신문이에요. (커피테이블에 신문을 올려놓는다)
오늘 신문도 역시, 찌라시와 스캔들이 대부분입니다. 몇몇 흥미로운 칼럼도 보이지만...나한의 취향일지는 모르겠네요.
자료조사를 판정합니다/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45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몇 해 전 실종되었던 사람들의 시신이 도시 변두리에서 무더기로 발견되었다는 소식입니다.
시신들은 대부분 백골화 되거나 썩어있었고, 부패의 진행 속도가 비교적 느린 시신의 표정은...
마치 보아서는 안 될 것을 본 사람처럼 기괴하게 일그러져 있었다고 합니다.
...조금 오싹하긴 하지만, 그래도 큰 이슈니까요. 이걸 읽어줘도 나쁘진 않겠죠.
(차려진 아침식사를 적당히 먹고 준비를 한다.)
하녀장:아, 맞다. 도련..주인님은 이미 서재에 가 계세요.
원체 잠이 없으시거든요.
하녀장:주인님이 유난인걸요. 이건 제가 알아서 치워드릴게요. (빙긋이 웃어보인다)
뭐, 찻물을 붓는 것에 비하면 기다리는 것 정도는 양반 아니겠어요?
야누아리아가 서재 문을 열자, 소파에 비스듬히 앉아 이마를 짚고 있던 백작이 천천히 고개를 듭니다.
어쩐지 어제보다 묘하게 피곤하고...수척해 보이는 모습입니다. 아픈가?
야누아리아는 오늘 신문에 난 시신들에 관한 기사를 읽습니다.
기사 내용이 모두 끝난 뒤에도, 나한은 한참동안 말 없이 시선을 내리고만 있습니다.
관찰력을 판정합니다.
| 기준치: | 65/32/13 |
| 굴림: | 36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나한의 턱 아래, 셔츠를 죄고 있는 타이가 상당히 흐트러져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저런 거 하나 제대로 못 매나...?
한 번 눈에 걸리고 나니, 계속해서 신경이 쓰이는 것만 같습니다.
잠시만요. (다가가 앞에 선다.)
타이를 고쳐 매어주자, 놀란 듯 눈을 크게 뜬 나한이 가만히 야누아리아를 쳐다봅니다.
가보세요.
야누아리아는 쫓겨나듯 서재를 나섭니다.
...저게 보고 싶었던 사람의 태도인가요?
고압적인 것 같기도 하고....뭔가 좀...
설마...마지막으로 엿먹이려고 부른 건가?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는 거대한...엿을...
이영은 방으로 돌아갑니다. 나름 일찍부터 준비해서 방문한 건데 말이에요.
안 변하지, 역시... 사람이 쉽게 안 변한다고...
그렇습니다. 머리 좀 컸다고 해서 사람이 저절로 나아지진 않죠.
이영은 침대에 풀썩 누워버립니다.
이대로 점심시간까지 자버릴까?
(분개한 마음에 잠이 오지 않아 벌떡 일어난다.)
아 생각하다보니 빡치네!?!?!
태도가 왜 저따위지!?!? 나보다 9살이나 어리면서???
야누아리아는 심하게 분개한 나머지...편히 눈 감기에는 그른 것 같습니다.
(벌떡 일어나 방을 나선다. 서재에 아직 있겠지, 별로 돌아가고싶지도 않고 하니, .... 1층으로 내려간다.)
(씩씩대는 발걸음이 쿵쿵 울린다.)
쾅쾅쾅!
야누아리아는 1층으로 내려갑니다.
창고와 식당, 응접실, 그리고 식재료 창고가 있네요.
창고의 문을 열자, 퀴퀴한 먼지 냄새와 곰팡이 냄새가 물씬 풍깁니다.
여긴...관리를 안하나?
구석에는 언제 벤 것인지도 짐작이 가지 않는 장작더미와, 온갖 잡동사니...그리고 비교적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선반과 공구상자가 눈에 띕니다.
사람을 좀 쓰지... 이게 뭐냔 말이야. (엄한데서 트집잡으니 기분이 좀 나아지는 것 같기도 하고..)
꼴이 이게 뭐람? 이러니까 별 소문이 다 퍼지는 거지.
(구시렁... 구시렁...)
그렇습니다. 가구 하나만 팔아도 사람을 열 명은 들이겠는걸?
찾아오는 손님도 없는데, 응접실을 뭉개버리고 차라리 사람을...
그러고 보니, 유령저택이라는 소문이 돌 당시에...
백작 작위를 계승받은 나한 야다브가 경을 치며 사용인들을 모두 내쫓아버렸다는 이야기가 있었네요.
마을로 돌아온 많은 사용인들이 불만을 토로했었죠.
선반에는 새까만 먼지가 쌓여 있습니다. 관찰을 판정합니다.
| 기준치: | 65/32/13 |
| 굴림: | 89 |
| 판정결과: | 실패 |
떼잉...
이래서...사람 안쓰는 백작가는...!
야누아리아는 더러운 것을 못참습니다.
저택도 주인 따라간다더니...돈만 아니었어도 이런 저택은...
야누아리아는 착실하게 나한을 욕했습니다.
3대가 뭐야...5대도 먹고 살겠는걸요.
공구상자는 최근에도 사용한 듯, 다른 물건들에 비해 먼지의 양이 적습니다.
공구상자는 자물쇠로 묶여있지만...
야누아리아가 빡쳤다면, 무력을 사용해 부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누가 공구상자를 잠궈?
(함 뜯어본다)
(ㅋㅋ) 근력을 판정합니다.
| 기준치: | 65/32/13 |
| 굴림: | 11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ㅋㅋ
야누아리아는...그냥 완전 공구상자를 개박살냈습니다.
...
그러게 누가 이렇게 헐겁게 만들래!
공구 상자 안에는 원예용 마체테와 망치,날이 무딘 톱 따위가 놓여있습니다.
수틀리면 확...이걸로...!
(잠궈둔이유가있네)
주인이 성격이 저 따위니까...혹시라도 누가 앙심을 품으면...
야누아리아는 막타를 양보할 수 없기에, 장작더미에 살인도구...를 숨겼습니다.
(아직은.)
아직은 원예 공구인 것들을 숨겼습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하녀장:선생님?
하녀장:이런 데에 계셨군요? 저는 주인님하고 서재에 계시는 줄 알고...
점심 준비가 다 됐답니다.
(손을 탁탁 털고 식당으로 향한다. 화풀이 잘 했다.)
헤헷 재밌었다.
야누아리아가 식당에 들어서자, 나한이 이미 상석에 앉아있네요.
테이블은 귀족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긴 테이블입니다.
야누아리아는 어디에 앉을까요?
저러니까...어...?
테이블 위에 놓인 음식들은 가짓수가 많지는 않지만, 하나같이 값비싼 재료로 만들어진 것들 뿐입니다.
마치...만찬 때나 나오는 것 같은 해산물 요리부터, 거위를 통으로 구워 쌀로 채운 리조또 등...
야누아리아가 자리에 앉자, 하녀장이 붉은색의 식전 스튜를 내옵니다.
향긋한 향신료 냄새에 따뜻한 온기...
나한이 먼저 스푼을 들고 스튜를 먹기 시작합니다ㅏ.
그렇습니다. 여기에 온 뒤로, 야누아리아는 소문과는 상당히 다른 저택의 실체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가면 갈 수록, 나한이 '좋은 사람인 체'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네요.
아까 전 다 쏟아낸 줄 알았던 증오가 속에서 부글부글 끓기 시작합니다.
자꾸만 손에 쥔 나이프에 눈길이 가고, 그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는 것이 힘든 것만 같습니다.
정말로 야누아리아를 조롱하려고 여기에 부른 걸까요?
아직 10년 전의 일이 채 잊히지도 않았는데, 우리가 이렇게 단란하게 앉아 식사를 할 사이였던가요?
보고 싶었다는 것도 당연히 새빨간 거짓말 아닌가?
나한은 어느새 스푼과 포크를 내려놓고 가만히 야누아리아가 음식을 먹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하루에 한 번씩 제 요구를 들어줘야 한다는 조건, 기억하고 계십니까?
(부러 웃으며 말한다.)
그냥...꽃을 한 송이만 구해다 주세요.
(아카시아?)
갑자기 꽃이라니, 이상하네요.
먼저 일어날게요. (의자를 밀어 일어선다.) 정원에 다녀올테니...
그러게요. 아무것도 안 먹고 사는 건 아니었군요.
야누아리아가 식당을 나서면, 하녀장이 들어오다가 놀란 눈치로 묻습니다.
하녀장:어머, 벌써 다 드셨어요?
그렇습니다. 여간 거북한 식사자리가 아니었나요.
남은 음식이야 버려지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죠.
야누아리아는 다시 창고로 들어갑니다.
아까 전과 같이 온통 먼지로 뒤덮힌 창고.
이거면... 가지.. 그래, 되겠지.
그렇습니다. 그렇지만...저 거대한 나무를 어떻게 올라가지?
이걸로 지금 할 수 있는 건 사람을 해치는 것 뿐인데...
이렇게까지 열심히 하려던 건 아닌데.
그치만...관찰을 판정합니다.
| 기준치: | 65/32/13 |
| 굴림: | 6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
어...야누아리아는 본성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열심히 창고를 살펴보는 바람에...아까의 먼지쌓인 선반에 사다리가 있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야누아리아는 졸지에 한 쪽엔 사다리를, 한 쪽엔 마체테를 든...
강한 모습이 되었습니다.
꽃 가지를 빨리 꺾고 일을 끝내버리는 게 좋겠어요.
빨리 이 먼지도 털고 싶고...
거지같은 업무도 끝내고 싶네요.
이럴거면 차라리 사용인을 구한다고 하지?
(5일 뒤에 오는 사용인 대신 날...... 부른건가? 엿을 먹이러 왔다가 엿을 먹고있나?)
아무래도 그런 것 같네요.
정강이를 차버리고...집에 갈 걸!
정원으로 나서면, 짙은 아카시아 향을 풍기며 서 있는 거대한 아카시아 나무가 보입니다.
적당한 곳에 사다리를 기대고 올라가면 될 것 같네요.
야누아리아는 나무에 사다리를 흔들림 없이 걸칩니다.
적당히 낮은 곳에 마침 따기 좋은 가지가 보이네요!
근력, 또는 손재주를 판정합니다.
| 기준치: | 65/32/13 |
| 굴림: | 79 |
| 판정결과: | 실패 |
야누아리아가 마체테를 내리치는데...
아야! 옆으로 난 곁가지에 손끝을 베였습니다.
HP -1
아야...
쯧, (상처를 내려다본다.)
상처까지 나다니...
지능을 판정합니다.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7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쓸데없는 생각이 떠오릅니다. 따 오는 김에, 아카시아에 대한 정보를 같이 알려주면 좋을 것 같다는 말을 했었죠.
효능이나, 아카시아의 성질이라도 몇 줄 외워 가면 될 것 같습니다.
서재에 가면 적당한 책이 있을지도 모르죠.
야누아리아는 그냥 사다리를 그대로 두고 들어옵니다.
마체테는 챙겨왔을까?
맞아. 무슨 일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야누아리아는 당당하게 현관으로 걸어 들어갑니다.
하녀장은 식사를 하는 지, 정리를 하는 지, 보이지 않고...나한도 마찬가지네요.
누가 보면 강도인 줄 알겠어... (중얼...)
그렇네요...톨맨이 없어서 다행일지도 모르겠습니다.
2층으로 올라가도 인기척은 나지 않네요.
(그대로 서재에 들어간다.)
여전히 웅장한 서재입니다. 식물학에 관련된 책을 찾아봐야 겠네요.
자료조사를 판정합니다.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83 |
| 판정결과: | 실패 |
야누아리아는 <아카시아 나무에 관한 진실>이라는 책을 발견합니다.
진실 치고는 좀 싱겁네요.
그나저나, 차로도 쓰는구나.
어쩌면 첫 날 마셨던 차도 아카시아 차였을까요?
아마도...그랬던 것 같습니다.
창 밖을 보면, 어느덧 해는 뉘엿뉘엿 지고 있습니다.
햇빛이 전혀 들지 않아서 몰랐네요.
곧 저녁 식사 시간이 될 것 같아요.
그러는 게 좋겠어요. 익숙치 않은 나무 타기까지 한 데다가, 손 끝에도 뭔갈 감아놔야 하니까요.
(행운 굴려도될가요?)
행운을 판정합니다.
| 기준치: | 45/22/9 |
| 굴림: | 37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앗, 마침 트렁크 안쪽에...언제 넣어뒀는지 모를 상비약이 들어있네요.
연고와 거즈가 들어있으니, 이걸로 상처를 감아두면 좋겠습니다.
상처도 치료했고, 정보도 찾아봤고.
완벽합니다.
그리고 그 때, 똑똑. 하고 누군가 방을 두드리네요.
하녀장:저에요, 도르테아!
맞습니다.
하녀장:저녁 준비가 다 됐거든요. 1층 식당으로 내려오세요, 선생님.
야누아리아가 식당에 들어서면,
테이블은 가득 차 있으나 의자는 텅 비어있습니다.
아무래도 아직 나한은 오지 않은 것 같네요.
테이블에 놓인 음식은 종류가 어찌나 많은지...그 넓은 테이블이 가득할 정도입니다.
둘이 어떻게 이걸 다...
점심과 비교도 할 수 없을 뿐더러, 스무 명이 와도 다 못 먹겠는걸요. 왜 항상 먹지도 못할 음식을 이렇게 많이 내 오는 걸까요?
(눈쌀을 찌푸리며 둘러본다.)
눈살을 찌푸리며 둘러보는 순간, 식당으로 나한이 들어섭니다.
제가 마음에 들어야하나요?
(작게 헛기침을 하더니 말을 돌린다) 제가 말한 꽃은.
나한은 꽃가지를 받더니, 무어라 중얼거리곤 다시 도로테아에게 가지를 넘겨줍니다.
꽃과 잎은 말려 차로 내고, 뿌리와 열매는 약효가 무궁무진하며 목재는 무늬가 아름답다고요.
충분한 답인가요?
손은 나무 때문에 다친 건가요?
굳이 자세히 보지 않아도, 나한은 눈에 띄게 동요하는 것 같네요.
그러게 말이에요. 큰 상처도 아닌데.
자라는 건 빠른데, 지탱하는 능력이 시원찮아서. (양 손으로 빵을 갈라내며) 50년 정도만 지나면 비바람에 뿌리째 뽑혀 쓰러지죠.
...추하게... (잠시 빛이 들지 않는 창문 쪽을 봤다가) 저는 그 빌어먹을 나무가 하루 빨리 뽑혀 버렸으면 좋겠어요.
(잘게 자른 빵을 건조하게 입 안으로 밀어넣는다)
(이상하지, 속이 썩어가고 있는 것 같아보이니, 왜 웃음이 나는지. 엷게 띈 미소를 내려 제 접시를 내려보았다. 작게 뜯어낸 빵을 입에 담는다.)
나한은 잠시 야누아리아가 음식을 먹는 것을 바라보다가, 식사를 먹는 둥 마는 둥, 식기를 움직입니다.
몰락해가는 나한을 두 눈으로 확인하니, 조금 마음이 편해졌나요?
가벼운 마음으로 식사를 하고 있자면...
묘하게 가슴 한 구석에서 무언가가 피어오르는 기분입니다.
자신에게 악몽을 안겨주었던 사람이 혼자가 되고, 몰락해 가는 것을 보면...아주 통쾌해서 뭐든지 할 수 있는 기분이 될 줄 알았는데.
혈색이 없는 안색, 거친 피부, 건조한 입술. 생기가 느껴지지 않는 저택. 이 모든 것이 그와 지독하게도 잘 어울려서...
...불쌍하다?
그런 생각이 잠시 피어올랐다가, 가라앉습니다.
(그를 가여이 여길 마음은 얕고 짧네.)
...언제든지 말씀하세요. 저나, ...하녀장 한테나.
어느 새, 하녀장은 작은 도자기 물병에 아카시아 가지를 꽂아 나한에게 건넵니다.
먼저 일어나 보겠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감사했어요.
듣기를 판정합니다.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95 |
| 판정결과: | 실패 |
나한은 식당을 나서 점점 멀어집니다.
...어디선가, 자그맣게 목 안쪽을 긁는 듯한 소리가 들린 것도 같습니다.
잘못 들은 걸까요?
저택은 조용하기만 합니다.
거대한 융단같은 식탁과, 야누아리아만이 남았네요.
(혼자 거두기에는 너무 광활하지. 몇 입 더 삼키다 입맛이 떨어져 식기를 내려놓았다.)
결국 야누아리아도 얼마 지나지 않아 식사를 마칩니다.
왜 그렇게 아카시아 나무에 신경을 쓰는 걸까요? 모종의 동질감이라도 느끼는 것처럼.
역시, 머리를 너무 많이 쓴 게 분명합니다.
그렇습니다. 역시, 머리를 너무 많이 쓰고...너무 많이 신경을 써서.
한 숨 자고 일어나면 나아질거에요.
(쓰러지듯 침대에 눕는다.)
가볍게 왔다가 가볍게 사라지는 것. 그게 제일이죠.
쓰러지듯 침대에 누운 야누아리아는, 금세 잠에 듭니다.
---
간 밤 새에는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람에, 간헐적으로 잠을 설쳤습니다.
덕분에 이르고 어두운 아침을 맞이하게 되었네요.
날씨가 왜이래...
일어나면...어? 왜 이렇게 바람이...
옆을 보면, 바람 때문에 창문이 열렸었는지, 창문 아래의 바닥이 흥건합니다.
분명 닫아뒀었는데...이래서 낡은 저택은.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창문을 살펴보며 밖을 내다보면...
아카시아 나무가 거센 비바람에 뽑힐 것처럼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빼곡하던 꽃과 잎사귀가 형편없이 시들어서 날아가고 있네요.
.... 바라는대로 되시겠네요. (중얼거리곤 창가에서 물러난다.)
그리고 곧
똑똑, 하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
문 밖은...조용합니다.
(문을 열고) 도르테아?
문을 열면...그 곳에 서 있는 것은 나한입니다.
묘하게 흐트러진 차림을 하고서, 상당히 초췌한 낯에...머리도 전혀 정리가 되어 있지 않네요.
... ...그...방금 일어나셨군요. 제가 실례를...
..........
야누아리아는 가만히 문을 닫았습니다.
정말 앞에서 기다리려는 듯이, 나한이 근처의 벽에 기대는 모습을 본 것도 같습니다.
아침 댓바람부터...
(멀끔한 꼴이 되어 문을 벌컥 열고 나간다.)
... ... ...
심리학을 판정합니다.
| 기준치: | 10/5/2 |
| 굴림: | 13 |
| 판정결과: | 실패 |
....
그래요. (문 안쪽으로 비켜선다.)
나한은 야누아리아가 뭐라고 답을 하기도 전에, 이미 방 안으로 들어와 있긴 하지만...
이 사람은 예의를 차리는 건지, 예의가 없는 건지.
게다가 문제가 하나 더 있다면...
아직 신문을 가지고 오지도 않았는걸요.
근데, 신문...
...(멍하니 팔짱을 끼고 생각한다. 저 정도 날씨면 신문이 곤죽이 되거나 날아갔을 것 같긴 한데.)
그랬겠죠. 애초에...신문 배달부가 오지도 못했을 거에요.
소설이나...학문서적...뭐든지. (피곤한 듯이 얼굴을 문지른다. 그러나 아까보다는 조금 더 안정된 것처럼, 침대에 걸터앉는다.)
소문으로는 악마를 숭배한다느니 했지만...성경을 읽는다고 해서 다른 반응을 보이지는 않네요.
이영은 그렇게...몇 페이지를 더 경건하게 읽어내려갔습니다.
어쩌면 신문을 읽을 때보다 더 오래 걸리는 것도 같네요.
(논지가 바뀌어가자 책장을 덮고 나한을 본다.)
나한은 가만히 야누아리아를 바라보고 있다가...
성경을 읽어주셨었는데. (작은 목소리로, 얼핏 들으면 혼잣말인 것 마냥 내뱉는다)
(.... 뭐지?)
...뭘까요?
그렇게나 패악을 부렸었는데.
(잠시 입을 닫고 있다가,) 왜...... ?
가보겠습니다.
아침부터...실례가 많았습니다.
(짧게 끄덕여 배웅했다.)
(왜...................................)
나한은 고개를 까닥이곤, 방을 나섭니다.
정말...이상한 아침이네요.
꼭 오래 전부터 야누아리아를 잘 따랐던 것처럼 굴잖아요.
오늘도, 그냥 쫓아냈으면 됐을텐데요.
하여간 아침을 일찍 시작한 탓에, 아직도 점심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았습니다.
어떻게든 시간을 때워야겠어요.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선다. 뭐라도 상관 없으니 씹어야겠어. 아랫층의 식재료 창고로 간다.)
야누아리아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식재료창고로 내려갑니다.
식재료 창고는 제법 넓습니다. 저택의 크기를 생각하면, 이 정도 규모는 당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신선한 것들 투성이인 식재료들도 보이고...
주기적으로 채워놓는 모양이네요. 특히 저 쪽에 있는 선반은 온통 새 것들로 채워져 있는 것 같습니다.
(선반을 둘러보며 간단히 먹을 것들 찾는다. ... 이거면 몇 달도 먹겠네.)
관찰력을 판정합니다.
| 기준치: | 65/32/13 |
| 굴림: | 67 |
| 판정결과: | 실패 |
선반에 놓인 조미료 병들 중...눈에 띄게 세공된 유리병이 하나 있습니다.
조미료가 아니라 찻잎인 것 같은데...
향이 굉장히 좋네요.
향을 맡자...
음...어쩐지 긴장이 풀리고 노곤노곤한 걸.
SAN +1
(향긋...)
좋은 차네. 뭔진 몰라도.... (병을 내려놓는다.)
.... 아카시안가?
(갸웃.)
흠, 아카시아 향은 아닌 것 같은데 말이에요...
다음엔 이 차를 우려달라고 해야 할까요.
(뭔가 건드리기 좀, 다 그렇네.... 슬그머니 창고에서 나간다.)
(멍하니 중앙 로비를 보고 서 있다가, 2층으로 올라간다.)
(테라스... 못나가겠지)
테라스로 향할 수 있습니다!
테라스로 나가면, 탁 트인 저택 부지의 전경이 보입니다.
숨통이 조금 트이는 기분이네요.
안쪽에는 작은 꽃나무와 화분이 놓여있습니다. 상태가 좋아보이진 않지만요.
관찰을 판정합니다.
| 기준치: | 65/32/13 |
| 굴림: | 46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역시 예상대로. 꽃들은 이미 폭삭 시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관리를 아예 안한 것 치고는 시든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착각일까요?
그리고 어쩐지 바닥에 묘한 얼룩이 있습니다.
부자연스럽게 닦인 듯한 검은 자국이네요.
지능을 판정합니다.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25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이건 아무래도 피 같습니다.
말라붙은 피...?
(그러니까... 얼룩의 크기?)
그리 크진 않습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아챌 수 없을 정도에요.
지금 예상해보자면...그럴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하녀장:선생님? (테라스 창문을 똑똑 두드린다)
바람 쐬는 것도 좋지만, 식사부터 하세요.
하녀장:저택이 재밌으세요? 저한텐 항상 같은 풍경 뿐인데.
하녀장:아무래도 그렇죠? 다른 저택처럼 활기가 넘치거나 아이가 많은 것도 아니고...
야누아리아가 식당에 들어서면, 나한은 조금 뒤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아침의 모습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평소처럼 단정한 모습이네요.
어제와 마찬가지로, 진귀한 식재료들로 만들어진 음식이 차려져 있습니다.
(정말, 뭐지. ... 조금 찡그렸다가 표정을 푼다.)
불편하기 그지없지만...여태까지 처럼 경직된 분위기는 아니네요.
(잠시 할 말을 찾다 입을 뗀다.) ... 오늘은 딱히, 부탁이 없으시네요.
선생님께서 식사를 마치실 때까지 기다리고 싶어서요.
(말을 마치곤 다시 스튜를 떠 먹는다)
어쩐지 분위기가 부드러워 진 거 같기도 하고...
하지만 이제 이틀만 지나면 이 저택을 나가게 되는 걸요. 분위기가 다 무슨 소용이야.
아침의 일 때문인걸까요?
야누아리아는 오히려 그 일로 마음이 불편해졌는데요.
이 저택에 온 이후, 처음으로 배부른 식사를 한 것 같습니다.
오늘 드릴 부탁도 꽃에 관련된 겁니다.
궁금해서요.
꽃을...키워 본 적이 없어서.
(꽃나무 주인은 아닌건가.)
(... 음?)
보통 귀족들의 저택을 장식한 꽃들은 모두 사용인의 몫이니까요.
(말은 쉽게 하는군. .... 어딜 가서 구하냔 말이야.)
항상 시키는 사람들은 뒷일을 생각하지 않기 마련이니까요.
정원도 다 말라죽은 마당에...
살가워졌나 했더니, 다 착각이었나 봅니다.
(... 나갔다와야하려나.)
이것도, 알아보고요?
...오늘 용건은 여기까지 입니다. (짧게 인사를 하더니, 먼저 자리에서 일어선다.)
배도 부르고, 화가 나는 일도...많지 않았네요.
신기한 일입니다.
나한은 헬리클라썸을 구해달라고 했습니다. 야누아리아는 우선 알겠다고 대답은 했으나...헬리클라썸이 뭐더라?
교육을 판정합니다.
| 기준치: | 55/27/11 |
| 굴림: | 52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아, 분명 일전에 아카시아 나무에 관한 걸 찾을 때 스쳐지나갔던 꽃인데.
헬리클라썸은, 생화일 때와 말렸을 때를 구분하지 않고 같은 모습을 유지하는 꽃입니다.
그래서 '종이꽃'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하죠.
하지만...이런 날씨에 어떻게 꽃을 구한담?
(그리고 두리번거린다. 하녀장이 보일까?)
흠...하녀장은 보이지 않네요. 아무래도 이 큰 저택을 혼자 관리하다보니...항상 바쁜가봐요.
지능을 판정합니다.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14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귀족들이란 말장난을 좋아하는 족속이 아니던가요?
'종이꽃' 헬리클라썸이라면...그냥 종이로 꽃을 만들어다 주면 되잖아.
이런 날씨에 나갔다간, 모 소설에 나오는 부인처럼 하늘 위로 솟구쳐 날아갈지도 모르니까요.
점심 저녁을 함께 먹으라고 했는데, 지금 나가면 저녁은 커녕...
장례식 스튜를 먹게 될 거에요.
(교구를 만들 때 쓰는 색지가 남아있으려나.... 방으로 올라간다.)
야누아리아는 금세 결정을 내리고 방으로 향합니다.
방을 뒤져보면...흠, 아주 옛날에 쓰던 교과서 따위가 있네요.
색이 칠해져 있는 부분도 꽤 있습니다.
야누아리아는 색이 있는 낱장을 몇 개 찢어냅니다.
'종이' 꽃을 만드는 야누아리아...
민첩, 또는 손재주를 판정합니다.
| 기준치: | 50/25/10 |
| 굴림: | 95 |
| 판정결과: | 실패 |
와...이건...마치...
그...뭐랄까...
예술?
'종이'꽃이 아니라 '추상'꽃이 되었습니다.
...다시 만들어야하나?
...
좀...
떳떳하게 내밀기엔 민망하네.
(교과서를 더 찢어올까...)
아직...남은 페이지는 많으니까.
그런대로 만들어봅시다.
다시...민첩이나 손재주를 판정합니다.
| 기준치: | 50/25/10 |
| 굴림: | 36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어? 괜찮은데?
아까 전의 작품이 지나치게 '예술'이라서 그런 건지...
상당히 잘 만든 것 같습니다.
뭐, 한 송이라고 했으니...
이걸로 적당히 때우면 되겠어요.
맞아. 구해오라고 하면...빗물을 받아다가 얼굴에 부어버려야지.
야누아리아는 만족스럽게 서재로 향합니다.
그러게 말이에요. 자료조사, 또는 관찰을 판정합니다.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68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식물학 서적을 쭉 손으로 훑다보니...
식물학 서적 사이사이에 묘한 서적들도 여럿 꽂혀있습니다.
정결한 제물을 바치는 법, 흑마술서, 고서적 따위... ...
그리고 그 사이에 꽃말 모음 사전이 있네요.
아무래도 서재는 크게 신경쓰지 않나 봐요.
불경하긴...
어제 성경까지 읽어줬건만...
악마 어쩌구 하던 이야기가 맞았는지도 모르겠어요.
꽃말 모음 사전을 꺼내들어 알파벳 순서대로 넘겨보면...헬리클라썸의 꽃말이 적혀있는 부분이 보입니다.
"헬리클라썹의 꽃말 두 가지"
-나를 항상 잊지 말고 기억해주세요.
-내 안에 고여있는 슬픔이 끊이지 않습니다.
묘한 꽃말이네요.
일부러 보라고 시킨 건가?
책장을 넘겨보면, 아카시아의 꽃말도 나와 있습니다.
"아카시아의 꽃말"
-비밀스러운 사랑
(읽자마자, 사전을 덮었다.)
야누아리아는 팍 소리가 나게 사전을 덮습니다.
이것도 알고 있었을까요?
(꽉 쥔 사전을 제자리에 돌려놓는다.)
야누아리아가 계속 신경을 쓰기 때문에 자꾸 이런 것이 눈에 들어오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게다가, 아카시아 나무가 빨리 뽑혀버렸으면 좋겠다고 이야기 했으니까요.
사전을 서가에 꽂아놓기가 무섭게 하녀장이 야누아리아를 부릅니다.
여기 있어요.
하녀장:후후, 오늘도 책에 푹 빠지셨네요. 식당으로 오세요. 주인님은 먼저 와 계세요.
야누아리아가 식당으로 들어서면, 먼저 자리에 앉아있는 나한이 눈에 들어옵니다.
자리에 앉을 때까지...야누아리아에게 시선도 주지 않네요.
그러나 식탁 위는 오늘도 먹음직스러운 음식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하녀장은 종이꽃을 받아 나한에게 내밉니다.
종이군요.
관찰력을 판정합니다.
| 기준치: | 65/32/13 |
| 굴림: | 59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나한의 얼굴에 짧게 미소가 스쳐지나갔던 것도 같습니다.
그러나 그 표정은 금세 지워지고...오히려 왠지 모르게 전보다 기색이 어둡네요.
결과물이 어쨌거나, 야누아리아는 최선을 다 했으니까요.
... 뭐, 꽃말 정도.
... 내 안에 고여있는 슬픔이 끊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나를 항상 잊지 말고 기억해주세요.
... 두 가지 꽃말이 있더군요.
(아카시아는 그렇다 치고, 헬리클라썸은 대체... ... )
그러게 말이에요. 궁금해서 부탁했다더니, 그렇게 좋아하는 것도 아닌 것 같고...
한참 대화 없는 식사가 이어집니다.
그렇게 기계처럼 음식을 먹고 있자니...
자꾸만 목 안에서 갈증이 올라옵니다.
아무리 물을 더 받아 마셔도, 갈증은 해소되지 않을 것만 같은...
귀가 울리고, 심장은 손 끝에서 뛰는 것 같고...
불쾌한 착각이 이어지면서, 나한과 눈이 마주칩니다.
...이 저택에 있어서 미쳐버리고 만 걸까요?
선생님도 그만...
나직하게 말을 이어가던 나한의 몸이 한 번 휘청입니다.
이어서 고통스러운 듯한 기침이 계속되고...
입가에서 손을 떼면 손에는 검붉은 피가 흥건히 묻어납니다.
야누아리아가 식당 밖으로 나가면, 나한은 잰걸음으로 2층으로 들어서고 있습니다.
이영의 발걸음을 들었는지, 나한은 한 번 뒤를 돌아보더니 재빠르게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아버립니다.
...피하고 싶은 걸까요?
...문 안쪽은 잠잠합니다.
급하게 들어간건지, 문간에 피가 쓸린 자국이 남아있네요.
의사를 불러요.
야누아리아의 말에도 문 너머는 한참동안 조용하다가,
짧은 한 마디가 새어나옵니다.
또 한참동안 침묵. 방 안에서 몇 번의 인기척이 들리더니...
방 안쪽은 다시 조용합니다.
대체 왜 저렇게 태도가 중구난방으로 변하는 걸까요?
곧, 하녀장이 급하게 2층으로 올라와 야누아리아의 팔을 붙잡습니다.
하녀장:주인님이 예민해지셔서 그래요. 방에 가서...쉬세요, 선생님.
(덜덜거리는 손을 맞잡고 제 방으로 들어간다.)
(잘게 떨리는 건 화가 나서인지, 아니면... )
두려워서? 화가 나서?
가증스럽기 짝이 없는 인간인데. 평생 증오해야 마땅한 인간인데...
왜 자꾸만 머리가 복잡해지는 걸까요?
야누아리아도 알 길이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당장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네요.
이 저택에 온 것 부터가 잘못이었을까요?
일 할 저택이야 차고 넘쳤을텐데...
그냥...우스운 꼴이 되었다고 비웃으며 지나갈 걸 그랬어요.
이런 모습을 볼 줄 알았더라면 말이죠.
눅눅해진 공기 때문인지, 일련의 사건들 때문인지...피로가 훅 몰려옵니다.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그대로 누워 눈을 감는다.)
야누아리아는 눈을 감고 잠에 빠져듭니다/
일어나면, 이런 일 따윈 깨끗하게 끝나 있기를...
야누아리아는 약간 습한 공기 속에서 깨어납니다.
창문을 두드리는 빗줄기는 어제에 비해 한결 유해졌지만 그 뿐.
밤 새 비가 그치지 않은 모양입니다.
(...하루, 남았나.)
...어쩐지 오늘은...하녀장이 문을 두드리지 않네요.
커피테이블 위도 깨끗합니다. 오늘도 신문이 없는 걸까요?
어제 그런 일이 있었으니 잠도 못이룰 줄 알았는데...
관찰력을 판정합니다.
| 기준치: | 65/32/13 |
| 굴림: | 60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잠시 창 밖을 보면, 거센 비바람을 견디다 못해 이미 반 쯤 뽑혀 기우뚱 굽어버린 아카시아 나무가 보입니다.
이대로라면 정말 곧 통째로 뽑히겠는걸요.
방 밖으로 나서면...
나한의 방에서 막 나오는 하녀장이 눈에 들어옵니다.
하녀장:안녕하세요, 선생님.
오늘 아침 수업은...취소해야 할 것 같아요. 주인님이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 점심도 어려울 것 같은데.
하녀장:네에. 대신 선생님께 부탁할 게 있다고 하셨어요.
시내로 나가야 하는 일인데...
하녀장:킹스트리트 거리 3번째 블록의 장신구 가게에 가서, 맡겨두었던 물건을 찾아다 달라고 하시네요. 자기 이름을 대면 알 거라고요.
그리고 그러는 김에, 그 가게에서 목걸이를 하나 골라서 사오라고 하셨어요. 귀한 분께 보낼 선물이라면서.
하녀장:대금은 그냥 저택 앞으로 달아놓으시면 될 거에요. 점심 때에 맞춰서 마차를 불러놓았으니, 준비하고 다녀오세요.
하녀장은 인사를 해 보이고는, 1층으로 사라집니다.
얼굴조차 비추지 않다니요.
야누아리아가 가지고 있는 가장 좋은 외출복이죠.
자꾸만 잡념이 많아지고,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기만 합니다.
이제 와서는 더더욱 나한의 의도를 파악할 수가 없네요.
이 분노의 근원은 대체 어디인지.
한참을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니, 마차가 도착했다는 종이 울립니다.
야누아리아는 마차를 타고 시내로 향합니다.
시내에 도착해 내리면, 복작이던 도시의 거리에는 온통 안개가 끼어있고 날씨 탓인지 유동객도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확실히...저택 밖으로 나오니 조금 숨통이 트이네요.
그러게요. 하지만 이렇게 밖을 혼자 돌아다니는 것도 사나흘 만입니다.
그 저택에 갇혀있으면 사람이 이상해 질 수 밖에 없어.
다행히 하녀장이 말한 가게가 이 근처인 것 같습니다.
세번째 블록...
행운을 판정합니다.
| 기준치: | 45/22/9 |
| 굴림: | 42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아, 여기네요.
조금 걷자, 화려한 장신구 가게가 보입니다.
가게 안에는 좋은 집의 사용인이나, 귀족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좀 있네요.
(화려한 보석은 여자의 친구, 그런 소릴 하던 어느 저택의 마나님을 떠올리며.)
화려한 보석은 여자의 친구, 수제 레이스는 나의 애인...
부인이 항상 입에 달고 살던 말이었죠.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노련해보이는 푸근한 인상의 주인이 야누아리아를 반겨줍니다.
가게 주인:자, 어서오세요. 찾으시는 게 있으십니까?
왜...마님은 톨맨에게만 흰 레이스 리본을...
가게 주인:아아, 그 물건이군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주인은 잠시 카운터 안으로 들어가더니, 유리관을 열어 고급스러운 상자를 하나 꺼내옵니다.
고급스러운 벨벳으로 휘감은 상자를 실크 리본이 장식하고 있네요.
가게 주인:정말 비싼 물건이라 그 댁 나리가 직접 오실 줄 알았는데 말이죠.
정말정말정말정말 비싼 물건이니까...조심히 들고 가서야 합니다.
가게 주인:또 찾으시는 게 있나요?
가게 주인:흠...취향을 크게...받는 분의 직위도 모르시고요?
가게 주인:그것도 야다브 저택에서 시킨 건가요? 그럼 귀족 여성이려나...잠시만 기다려 보십쇼.
가게 주인은 가게 사이드의 유리장을 살피더니, 목걸이 몇 가지를 벨벳을 깐 쟁반에 받쳐 가져옵니다.
(팔짱을 낀 채 서 지켜본다.)
가게 주인:셋 다 요즘 귀족 영애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겁니다. 너무 어리지도 않고, 그렇다고 부인도 아닌...
혼기가 찬 분들에게는 이것만한 선물이 없죠. 이 쪽의 사파이어가 가장 잘 나갑니다.
호박석은 중국제라서 아주 비싸지만, 한 번 걸고나가면 사람들의 이목을 끌죠.
그리고 아라비아에서 들여온 이 크리스탈도, 수수해 보이지만 주변 장식이 전부 백금입니다. 눈에 띄지 않지만 아는 사람들은 아는 제품이에요.
어떻습니까?
(번쩍번쩍하네.)
전부...저택의 부인이나 영애들이 걸고 나가곤 했던 것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이런 걸 직접 고르게 되다니.
가게 주인:그럼 호박석으로 드리겠습니다. 금방 포장해드리죠. 다른 것들도 한 번 구경해 보세요.
소소하게는 스카프부터, 타이, 크라바트 따위의 직물도 팔고 있네요.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가게 주인이 아까 전의 물건과 목걸이를 포장한 상자를 들고 나옵니다.
가게 주인:자, 여깄습니다. 대금은 전처럼 저택으로 사람을 보내죠.
그러고 보니 그 리본타이도 아직 버리지 않았네요.
(가게 문을 밀어 나선다.)
야누아리아는 가게를 나섭니다.
어쩐지 양 손에 집을 한 채씩 들고 있는 기분이네요...
관찰력을 판정합니다.
| 기준치: | 65/32/13 |
| 굴림: | 33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물건을 슬쩍 보니, 벨벳 상자에 매인 리본 아래에 달린 작은 태그가 눈에 띕니다.
'To My Dear'
(어느 쪽이건 안됐어. 곧 죽게 생겼는데 성격도 저러니.)
하긴...결혼할 나이이긴 하죠.
상대가 누군진 몰라도, 아주 급했나 봅니다. '그' 야다브 백작과 약혼을...?
뭐야, 갑자기 빡쳐.
야누아리아가 잠시 화를 삭히고 있는데...
한 소년이 급하게 뛰어가다가 야누아리아와 크게 부딪히고 맙니다ㅏ!
건강을 판정합니다.
| 기준치: | 50/25/10 |
| 굴림: | 42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으악!
야누아리아는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다가, 근처에 있는 물웅덩이를 밟고 넘어지고 맙니다.
'가장 좋은 외출복' 끝자락이 다 젖어버렸어요.
낭패다...괜찮은 건 이거 하나 뿐이었는데.
야누아리아가 지나간 소년에게 소리를 지르면,
아차.
부탁받은 물건들이 바닥에 나뒹굴고 있습니다!
행운을 판정합니다.
| 기준치: | 45/22/9 |
| 굴림: | 32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젠장할...
(식은땀이 흐르는 기분..)
다행히 붉은 벨벳으로 싸인 '물건'은 근처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상자 한 쪽이 조금 구겨지긴 했지만...무사한 게 어딘가요.
그렇지만... ...함께 샀던 목걸이 상자는 온데간데 없네요.
가장 비싼 걸로 달라고 했는데.
소매치기.... 였나?
아무래도...그랬던 것 같습니다.
하긴, 이렇게 비싸보이는 상자를 들고다녔는걸요.
이것만은 안돼!
빨리 마차를 불러서 돌아가는 게 낫겠습니다.
내일이 되자마자...
그치만 목걸이를 다시 사러 갔다가 또 소매치기를 당하면?
이렇게 안개가 짙게 낀 거리에서...
(한숨을 쉬며 마차를 부른다)
마차는 금새 거리를 가로길러 야누아리아의 앞에 섭니다.
아...지금 집에 가버려?
그래...아무리 그래도...
야누아리아는 어쩔 수 없이 성실합니다.
간신히 건진 벨벳 상자를 꼭 안고, 야누아리아는 야다브 저택으로 돌아갑니다.
하늘이 점차 어둠에 물들 무렵, 야누아리아는 저택에 도착합니다.
이미 저녁 시간은 좀 지나갔겠네요.
빨리 옷을 세탁하고, 몸도 좀 씻어야겠어요.
갑작스럽게 기분이 가라앉는 것을 느끼며 저택 안으로 들어서면
중앙 로비에서 나한을 맞닥트립니다.
그런데...
어쩐지 상태가 좀 안좋아보이는데요.
항상 빳빳하던 셔츠에는 이리저리 주름이 져 있고,
소매는 한껏 구겨져서 말려 올라갔고,
머리카락은 헤집은 것 마냥 흐트러져 있습니다.
야누아리아는 직감합니다.
저 눈은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요.
잔뜩 내려온 머리칼 사이로 보랏빛 눈에 흉흉하게 번쩍입니다.
...어딜...어딜 다녀왔습니까?
시내에..
왜 가냐고, 왜 자꾸 나가냐고. 왜 가려고 하냐고. (손을 놓기는 커녕 아예 양 손으로 팔을 붙잡고 지척에서 노려본다)
내가...내가 당신을 여기에 불렀으면...,
무슨 말이에요?
똑바로 이야길 하라고, 가르쳤지 않았나요?
미...미안합니다. 죄송해요.
내가 미쳐서...아니, 몸이 좀 안좋아서...
...정말 미안해요. 미안합니다, 선생님.
...나는, 부탁 받은 일을 했을 뿐이에요. 어디서 오해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제발...가세요.
화 나게 하지 말아요.
(몇 발짝 다가가 선다.) 태도가 그리 쉽게 변하니 어느 쪽에 맞춰야할 지 모르겠다구요. (찌푸린 눈으로 본다.)
복잡하게 만들지 말아요.
한 번에, 한 가지만, 합시다.
...나 좀 내버려 둬...
...
그럴 거면 왜 불렀어요?
처음부터 이야기 했잖아요.
날 왜 불렀냐는, ...
... (화를 삭이듯 입술을 씹었다.)
아까 전의 소란을 들었는지, 식당 쪽에서 하녀장이 뛰쳐나옵니다.
하녀장:서, 선생님. 오셨군요. 고생 많으셨어요. 오다가 웅덩이라도 밟으셨나요?
드레스가...
나한은 비척이며 2층으로 올라갑니다. 아마도 다시 방으로 돌아가는 거겠죠.
하녀장:소매치기요? 세상에, 어쩌다가...
선생님이 무사하시다니까 다행이에요.
하녀장:물건은 제가 전달드릴게요. 쉬세요. (네게서 상자를 받아든다)
하녀장:전엔 안 그러셨어요. 요즘 들어 심해지신 것 같은데...너무 마음 쓰지 마세요. 저러다가도 금방 좋아지실 거에요.
... 식사는 됐어요. 입맛이 없으니 그냥 들어갈게요.
하녀장:...네, 그러세요... (걱정스럽게 2층과 야누아리아를 번갈아 보다가, 인사를 하곤 다시 식당 쪽으로 사라진다)
야누아리아는 2층으로 올라갑니다.
단 하루도 조용히 넘어가는 날이 없군요.
(분을 삭이지 못한 걸음이 바닥을 울리며 방으로 돌아가다, 서쪽 방에 잠시 시선이 머문다.)
서쪽 방은 나무 판자로 문이 얼기설기 덧대어져 있습니다.
...기분 나쁜 모양새네요.
정말로 돈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건지...
야누아리아는 방으로 돌아옵니다.
내일만 지나면, 저택을 떠날 수 있습니다.
(뽑혀버린 아카시아 나무를 확인하고싶은 것처럼. 밖을 내다본다.)
아카시아 나무는 여전히 반 쯤 뽑힌 채, 아슬아슬하게 굽어져 있습니다.
(망친 외출복을 잠옷으로 갈아입는다.)
이 외출복은...수선을 맡기던지, 새로 사야겠어요.
그렇습니다. 하루만 지나면, 두둑히 보수를 받고...
새 외출복을 사고, 오히려 이전보다 더 나은 삶이 될 지도 모르죠.
대체 왜?
주변인을 향한 묘한 집착이 있는 걸까요? 하지만 야누아리아가 기억하는 나한은 그런 아이는 아니었는데요.
다시 조금씩 빗줄기가 거세지는 것 같습니다.
내일은 정말로 아카시아 나무가 뽑히고 말까요.
오늘도 역시 이런저런 잡생각에 빠집니다.
야누아리아는 푹신한 이불을 덮고 눈을 감습니다.
딱 하루.
딱 하루만 빨리 지나가주길...
.
.
.
...
우르릉, 쾅...
야누아리아는 지천을 울리는 천둥번개 소리와 함께 잠에서 깨어납니다.
기름등조차 꺼진 방은 빛 하나 없이 어둡고 음침하기만 합니다.
유령저택...네, 그 말이 딱 어울리네요.
그리고 동시에, 심한 갈증이 느껴집니다. 공기가 이렇게나 습한데...
(목 말라... )
잠시 주방에 내려가서 물을 좀 찾아 마시는 것 정도는 괜찮겠죠.
(침대에서 내려간다. 초라던지, 기름등이라던지, 불을 켜 들고 갈 것이 있던가.)
침대 맡에 놓인 기름등을 들고가면 될 것 같습니다.
야누아리아가 복도로 나서자...
듣기를 판정합니다.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44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우릉거리는 천둥번개 소리 사이로,
희미한 신음소리가 들려옵니다ㅏ.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소리의 근원을 찾아보면, 바로 옆 방.
나한의 방 안쪽이네요.
(문 앞에 다가서 귀를 가까이 댄다.)
확실히, 나한의 목소리입니다.
아무래도 크게 앓고 있는 것 같아요.
악몽을 꾼다기엔...지나치게 고통스러워 보이는 걸요.
절대 자신의 방 안에는 들어오지 말라고 했지만...
이런 소리를 듣고서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사람은 몇 안 될 겁니다.
방 문을 열면, 침대 위에서 눈을 감은 채 앓고 있는 나한이 보입니다.
곧 숨이 넘어가기라도 할 것처럼...
(침대가로 다가가 기름등을 내려놓고, 이마에 손을 짚어본다.)
얼굴은 핏기가 완전히 가신 채, 식은땀에 흠뻑 젖어 있습니다.
손을 올려보다...
온 몸이 불덩이네요.
병을 앓고 있으니 약이라도 먹일 수 있지 않을까요?
주변을 둘러보면, 그제서야 나한의 방이 눈에 들어옵니다.
주인의 방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단촐한 방.
옛날에는 화려한 가구들로 채워져 있었는데...
지금은 침대와 책상, 책장만이 자리하고 있네요.
약이..
아주 오랫동안 쓴 것 같은 책상입니다. 만년필이며, 묶인 종이, 책 따위가 정갈하게 정돈되어 있습니다.
관찰력을 판정합니다.
| 기준치: | 65/32/13 |
| 굴림: | 71 |
| 판정결과: | 실패 |
책상 위에는 각종 서적과 서류 따위가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그 중, 가장 낡고 엉망으로 구겨진 종이뭉치 더미가 눈에 띕니다.
족히 10년은 된 것 같은데...과거에는 아마도 노트가 아니었을까요?
이건 아무래도...일기장 같네요.
정갈하게 쓰려고 노력한 어린아이의 필체로 적혀 있습니다.
읽어볼까요?
(혹시, 내가 있을 때 내용이면..)
날짜는 정확히 10년 전...
야누아리아가 이 저택에 처음으로 부임한 때 입니다.
(물증이다...)
(읽어본다.)
야누아리아는 나한의 일기를 읽습니다.
.....
이게 무슨,
꾹꾹 눌러 쓴 어린아이의 일기는 당돌하기도 하고, 허무맹랑한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절박함만은 확실하게 느껴지네요.
...이게 지금에 와서 다 무슨 소용이야?
정신력을 판정합니다.
| 기준치: | 75/37/15 |
| 굴림: | 22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이성을 1 잃습니다.
(이해는 되지 않아. 하지만, ... 거짓이 아니라면... )
...아무래도 책상에 약은 없는 것 같습니다.
책장에는 오래된 듯한 낡은 서적들이 꽂혀 있습니다.
자료조사, 또는 관찰을 판정합니다.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98 |
| 판정결과: | 실패 |
전부 다 낡은 책들 뿐...여기에도 약은 없는 것 같네요.
야누아리아가 주변을 돌아보는 순간, 크게 번개가 칩니다.
그러자...침대 시트 이곳저곳에 묻은 검붉은 얼룩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아주 검게 바래버린 자국부터, 비교적 최근에 물든 듯한 새빨간 자국까지.
어둠에 익숙해진 눈이 나한을 살피면...
입가부터 목덜미, 셔츠 깃이 새빨간 선혈에 젖어 있습니다.
앓는 소리를 낼 때마다, 입술 안쪽에 고인 피가 흘러내리는 듯 하고...비릿한 피 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나한은 영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관찰력을 판정합니다.
| 기준치: | 65/32/13 |
| 굴림: | 10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나한의 한 쪽 손을 보면, 꾹 주먹을 쥐고 있습니다.
손이 바들거리며 떨리는 게 느껴질 정도로요.
손은 힘 없이 펼쳐집니다. ...손 안에 은색 열쇠가 들어있네요.
왜 이런 걸 쥐고?
아무도 가지 못하는, 잠겨있는 딱 하나의 방...
아마도 서쪽 방의 열쇠겠죠.
나한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침음을 내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그 곳에 답이 있다면, 마땅히 가봐야겠지요.
야누아리아는 선생님이니까요.
(열쇠가 맞아야할텐데.)
서쪽 방은 굳건히 자물쇠로 잠겨 있습니다.
이 열쇠가 맞다면...들어가 볼 수도 있겠죠.
찰카닥,
...열쇠가 맞물리며, 자물쇠가 풀립니다.
어두운 내부가 기름등으로 밝혀집니다.
...
방 안의 곳곳에는 거미줄이 쳐져 있고, 가구 따위가 박살난 잔해로 난장판이 되어있습니다.
창문을 가린 카펫도 군데군데 찢어져 있군요.
(등 뒤로 문을 닫는다.)
그리고 동시에...습하고 역겨운 악취가 풍깁니다.
...썩은 내?
(소매로 코밑을 막고 돌아본다. 기름등을 든 손을 뻗어 비춰보며.)
바닥에는 기이한 문양이 새겨진 붉은 카펫이 깔려 있습니다.
관찰력을 판정합니다.
| 기준치: | 65/32/13 |
| 굴림: | 76 |
| 판정결과: | 실패 |
카펫 위를 걷던 야누아리아의 발에 무언가가 채입니다ㅏ.
기름등으로 발치를 비춰보면...
뼈?
아.
....
고스란히 놓인 사람의 뼈 입니다.
정신력을 판정합니다.
| 기준치: | 75/37/15 |
| 굴림: | 30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이성을 1 잃습니다.
발을 물리고 등으로 다른 곳을 비춰보면
...교탁?
아니...교탁이라기보단 제단 같은 테이블이 놓여 있습니다.
카펫과 같은 그림이 그려진 그을린 종이들 몇 장.
악마를 숭배하는 백작이 살았다던 유령저택,
나한의 일기,
방 구석구석에서 썩어가는 시신들...
갑작스럽게 현실감이 듭니다.
(이게, 꿈이 아니라, 현실의, ... 인간이 할 수 있는 짓인가?)
사용인들에게 유난히 친절하던 백작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만약 야누아리아가 저택을 나오지 않았더라면...
아아...
그 순간
뒤에서 거친 숨소리...
인기척이 느껴집니다.
(초점이 없는 눈으로 당신을 바라보더니, 천천히 다가온다)
죽...죽였는데...
왜 아직도... ...여기에,
(바로 앞까지 다가와서도 계속해서 혼잣말을 중얼거린다._
정신 차려요.
죽어서 값아야 돼...죽음으로도 모자라...
(울 것처럼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천천히 네 목을 틀어쥔다)
왜...나한테서 모든 걸 뺏어가... ...
나, ㅎ...
(목을 틀어쥔 손에 점점 힘이 들어간다)
근력을 판정합니다.
| 기준치: | 65/32/13 |
| 굴림: | 86 |
| 판정결과: | 실패 |
나한을 밀어내려던 손이 계속해서 허공을 가릅니다.
목을 감아쥔 손을 아무리 긁어봐도...
머리에 경종이 울립니다.
점점 시야가 좁아지고, 머릿속이 암흑에 잡아먹힙니다.
정신을 잃기 직전,
울음 섞인 목소리가 귓전을 때립니다.
.
.
.
.
온 몸이 짓눌리는 것 같은 무게감이 올라옵니다.
산소가 부족한 머리가 나른해지는 구빈.
기분...
야누아리아는 급하게 숨을 들이쉬며 눈을 뜹니다.
여긴...야누아리아의 방은 아닙니다.
단촐한 주변...
아마도 나한의 방인 것 같아요.
침대 다리 맡에, 무릎을 모으고 기대 고개를 숙인 나한이 보입니다.
거기, 뭐 해요.
이불이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나한이 번쩍 고개를 듭니다.
... ... ...죄송해요.
깨어나셔서...다행입니다.
서쪽 방에서 보신 건, (한 손으로 연신 은색 열쇠를 만지작거린다) ... ...부모님의...흔적인데.
...선생님인 줄 몰랐어요.
이 저택에선 오래 전부터 저런 일이 있어왔습니다. ...제가 부모님을 죽이기 전까지는요.
전 그 뒤로 천천히 죽어가고 있어요. 그래서... ...
그 전에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보고싶었습니다.
잘 지내시는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나는, 아픈 학생을 두고가는 선생은 아니에요.
전 이 저택 밖으론 나갈 수 없으니...멀리 배웅도 못해드려요. (잠시 그 손을 쳐다보다가, 네 손을 뒤집어 상자를 올려준다. 시내에서 가지고 왔던 붉은 벨벳 상자.)
나갈 수 없다니?
제가 부모님을 찌른 이후로 더 이상 제물은 없었지만, ... ... ...공물이 끊겨 화가 났나보죠.
선생님께서 말씀하신대로, 신이 정말 있는 건지도 모르고...
그럼 저주라고 하는 편이 더 알맞겠네요.
나한은 야누아리아의 손에 들린 상자를 엽니다.
안에 들어있는 것은, 붉은 루비로 장식된 카네이션 브로치.
아직...절 용서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오해 제일 아래있던 걸 알았는데.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들어주세요.
... ...거짓말이라도 괜찮으니까, 그냥 빈 말이라도...
...사랑한다고, 한 마디만 해주세요.
(상자를 내려놓고 다시 손을 뻗었다.)
내가 이렇게까지 하는데, 아직도 손 안 잡아줄건가요?
...내키지 않으면 거절하셔도 돼요.
있잖아요, 나는 지난 5일동안, 당신이 밀물처럼 다가오면 당황했고 썰물처럼 멀어지면 화를 냈어요.
나는 그게, 싫어서라고 생각했어.
그야 당신이 나를 싫어하는데, 내가 당신을 좋아할 리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조금 더, 조금 더 가까이 잡아당겼다.)
근데 내가 틀렸어.
이건 문제가 되지 않는 거예요, 그렇죠?
(희미하게 미소짓더니) 당신 부탁, 못 들어줘요. 이건 그냥...
진심인 것 같거든.
그게, ... ... ....
(한참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천천히 잡은 손에 힘을 준다.)
야누아리아는, 거스를 수 없는 균열 속으로 함께 빠져들기로 합니다.
거센 빗줄기 너머로 여명이 터오릅니다.
어둡고 낡은 방 안으로...
붉은 햇살이 한 줄기 들어옵니다.
... ...절...버리지 말아주세요.
제 곁에 남아 주세요...
오랜 분노와 같이, 이 감정 또한 근원을 알 수 없습니다.
죄책감, 사명감, 책임감, 동정...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것만은 진실된 감정이라는 것.
방 안은 아주 느리게, 햇살로 채워집니다.
(잡은 손을 당긴다. 당신이 온통 끌려오도록. 그리고 간밤, 그랬던 것처럼, 이마에 짧게 입맞춘다.)
어디선가, 아카시아 향이 피어오르는 것만 같습니다.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되,
[END1. 상처받은 죄인을 아량으로 구원하라]
CoC 7판 시나리오
스승의 은혜
E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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