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41분 중 20분
2022
시즌 4개, 그리고 영화
시즌 1: 1화 “연상녀에게 혼쭐나는 어이없는 삶”
출연: 어의, 최일, 이조판서
장르: 실험극
프로그램 특징: 어이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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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C 7th fan scenario
214호의 파랑새
 
KPC 조안나 럼펫
 
PC 아그네스 로페즈
 
*
 
플랑드르에 처음 오던 날, 아그네스는 손에 쥐어진 관광책자에서 읽었을 겁니다.
 
플랑드르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버디그리스의 북서부.
 
울창한 수풀과 청량한 계곡, 푸른 녹음에 둘러싸인 버디그리스의 북서부는 왕성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파랑새의 주 서식지입니다.
 
그런 곳에... 아그네스가 입학하게 될 학교, 블루버드 칼리지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별칭으로 '파랑새의 둥지'라는 이름이 붙을 정도로 파랑새가 많다고 하죠.
 
입학 시험날에도, 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따라 고개를 들 때마다 파랑새 몇 마리가 날아가는 모습을 보았을 겁니다.
 
아그네스 로페즈:(유학이라고 해야하나? 시험이니, 축사니, 교복이니 하며 수 번 오가기는 했지만 눈이 닿는 곳마다 별세계다.)
 
아주 가까이에서 파랑새의 날개짓 소리가 들립니다.
 
곧게 선 상록수 가지 사이사이 날아다니는 파랑새가 시선을 끕니다.
 
아그네스 로페즈:(시선이 천천히 파랑새를 따라 이동한다. 사시사철 이런 날씨려나.)
 
그렇게 시선을 이끌린 이가 아그네스 뿐은 아닌듯, 여기저기서 저들끼리 부딪혀 앓는 소리를 내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아그네스 로페즈:조심하게. (자신에게도 부딪히려던 학생을 슬쩍 피해서 지나간다)
 
블루버드 칼리지에서는 이런 충돌 사고가 예삿일인지, 더러는 당황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을 한 신입생 티가 나는 이들에게는 별 핀잔을 주지 않네요.
 
그런 광경 너머로, 짙고 옅은 취록색 가득한 숲 속에 새하얀 건물 몇 채가 자리잡은 것이 보입니다.
 
아그네스 로페즈:촌뜨기 모임이라, 좋군. (어깨 너머로 내려온 머리카락을 도로 넘기고 나의 목적지를 향해 걷는다. 아마도...기숙사?)
 
맞아... 안내받았던 기억을 더듬어보면, 저 건물들이 학생 생활관이었던 것 같아요.
 
신입생들은 관리동의 사감실에 들러 배정받은 호실의 열쇠를 받아가야한다고 했지요.
 
졸업하지 못한 4학년 선배들의 방을 재배정 해야하기에 입학 시즌까지 미리 방을 알 수는 없다고 했던 것 같아요.
 
아그네스 로페즈:(또박또박또박...짐이라고는 작은 트렁크와 비올라 가방이 전부인지라 발걸음이 가볍다. 파랑새들의 지저귐을 멜로디로, 당황한 학생들의 소리를 반주 삼아 관리동으로 향한다.)
 
7채의 건물 중 가장 가까운 건물에 관리동이라는 글씨가 벽면에 음각되어 있습니다.
 
근처에는 [표지판]이 있습니다.
 
아그네스 로페즈:(표지판을 들여다본다. 학생이 많으니 건물이 이렇게 많은가...)
 
:커다란 표지판에는 생활관의 약도가 그려져있습니다. 관리동을 기준으로 왼쪽으로 걸으면 남자기숙사로, 오른쪽으로 걸으면 여자기숙사로 갈 수 있습니다. 관리동 뒤편에는 분수대가 딸린 광장이 있고, 남녀기숙사 사이로 뻗은 곧은 길을 따라 걸으면 도서관과 강의동으로 이어지는 모양이에요.
 
아그네스 로페즈:(여기에서 오른쪽. 광장도 있고. 글라우쿠스에서 가장 큰 호텔도 이것보다는 작았을텐데. 그런 생각을 하며 표지판을 손 끝으로 훑다가 관리동 안으로 들어간다.)
 
관리동 안으로 들어서면, 안에서 길을 잃은 아이들이 헤매고 있고...
 
열쇠를 받아서 나오는 아이들도 더러 보입니다.
 
아그네스 로페즈:(열쇠를 받은 아이들이 나온 곳을 확인한다...거기가 사감실이겠지.)
(모로 가도 사감실만 나오면 잘 찾은 거.)
 
열쇠를 받은 아이들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복도 한 구석에 사감실이 있습니다.
 
아그네스 로페즈:왜 이런 구석에 사감실이. (가감없이 감상을 뱉어버리며 문을 연다. 노크는...잊었지만 기억하고 있었더라도 하지 않았을 것.)
 
문을 벌컥 열면, 안에는 푸른 태그가 걸린 열쇠들이 빽빽하게 꽂혀있는 열쇠함과 안경을 닦고 있는 사감 선생님이 보입니다.
 
눈 앞에서 한 아이가 열쇠를 받고 돌아나가네요.
 
덕분에, 노크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무마될 수 있을지도...
 
아그네스 로페즈:안녕하십니까. 여기서 열쇠를 받아가라던데... (열쇠함을 슬쩍 가리킨다)
 
:"학생 이름이 뭐지? 출신지는?"
 
사감 선생님이 대뜸 묻습니다.
 
아그네스 로페즈:"아그네스 로페즈...글라우쿠스에서 왔습니다. 비블로스에서 조금 더 동쪽으로 가야 있는 작은 섬나라죠."
 
전공도 아닌 출신지를 묻는 것이 의아한 일이기는 하지만....
 
사감 선생님은 자기 앞에 놓인 종이뭉치를 뒤적이더니 열쇠함으로 손을 뻗습니다.
 
그리고 금새 태그가 달린 열쇠 하나를 내밉니다.
 
아그네스 로페즈:(지리학에 조예가 있으신 분인가? 아마 다른 이유 때문이겠지만, 생각하며 열쇠를 받는다. 내 방은...?)
 
태그에, 그리고 사용감이 제법인 열쇠 표면에 호실이 적혀있습니다. 214.
 
아그네스 로페즈:214호. 이건 몇 번째 건물이죠?
 
:사감 선생님은 안경 너머로 아그네스를 한 번 넘겨다보더니 종이뭉치에 뭔가를 적으며 답해줍니다. "2동. 뒤쪽으로 나가서 오른쪽 두번째 건물이란다."
 
아그네스 로페즈:2동. 알겠습니다. (아그네스치고는 제법 공손한 자세로 인사를 하고 사감실을 나선다.)
휴. (하고 땀 닦아내는 시늉. 왜 사감 선생님들은 모두 소설 속에 나올 것 같은 모습이신지.)
 
아그네스가 읽었던 소설 속 사감선생님과 정말 다를 바 없이 똑같은 모습으로... 깐깐해보이네요.
 
앞으로 조심하는게 좋을지도요!
 
아그네스 로페즈:(다른 건 몰라도 기숙사 규칙은 제대로 지켜야겠군. 열쇠 고리를 손가락에 걸고 빙빙 돌리며 기숙사로 향한다.)
오른쪽, 두 번째 건물.
 
사감실을 나오면 복도는 여전히 분주한 이들이 드문드문 지나다니고, 돌아나오며 마주친 벽면에는 지도가 붙어있습니다.
 
아그네스 로페즈:(열쇠를 돌리는 것을 멈추고...지도를 본다. 이건 학교 전체 지도?)
 
이것은..... 학교 전체 지도!
 
아그네스 로페즈:(넓군... ...)
 
생각보다도 부지가 무지 넓은것 같아요...
 
아그네스 로페즈:(시험을 보러 왔을 때 저기는 학교가 아니겠지, 라고 생각했던 부분까지 학교인 것을 이렇게 눈으로 확인하게 되다니.)
 
생각해보면, 입학 시험날 학교에서 길을 잃어 자기 차례에 도착하지 못했다고 우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대체 학교가 얼마나 넓은걸까요?
 
아그네스 로페즈:낭패보지 않으려면 예상보다 30분은 더 일찍 출발해야겠어. (안 그래보이지만, 부지런함은 뱃사람의 덕목이다.)
(지도를 꼼꼼히 눈에 기억해두고 다시 걸음을 옮긴다.)
 
:너 부지런하네
 
214호가 있는 2동은 세 동의 여자 기숙사중에서도 유독 숲과 가까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아그네스 로페즈:(당근. 아그네스는 아침형 인간이다. 일어났다가 다시 자는 것을 쾌락으로 여길 뿐.)
 
척 보기에도 화려한 건물이네요. 유난히 옷을 잘 차려입은 아이들 몇이 짐가방을 들고 걸어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근면한 쾌락주의자
 
아그네스 로페즈:(2동에 들어가기 전, 숲을 잠시 바라본다. 글라우쿠스에도 숲이 있었지만 그건 전부 바다로 통했다. 여긴 좀 다르려나.)
(어쩐지 시골쥐 같은 모습으로 입장.)
 
숲은 익숙하게 무성하지만 바람이 싱겁다는 점이 낯선 점이겠습니다.
 
아그네스 로페즈:(익숙해져야지. 이곳 생활도. 어쩐지 타향 살이에 대한 불안은 그다지 느끼지 않는다.)
(기숙사동에 들어서고 나면...214호를 찾아다니기 시작.)
 
입구로 들어가면 널찍하고 쾌적한 건물 안이 보입니다. 로비 양쪽으로 갈라진 길이 보이고, 입구와 마주보는 벽면에는 다른 건물로 이어지는 통로와, 신입생을 위해 세워둔 듯한 간이 파티션에 붙인 건물 구조도가 보입니다.
 
낯설지만 불안보다는 흥미가 앞서나요?
 
아그네스 로페즈:(상당히. 어릴 때부터 글라우쿠스는 어딘가로 통하는 길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건물 구조도에서 214호를 찾는다. 돌아다니는 것보다 그게 빠르겠어.)
 
:1층에서 4층까지의 구조가 간략하게 그려져 있는 구조도입니다. 양 옆으로 갈라진 길을 따라 왼쪽으로는 1, 2호가 오른쪽으로는 3, 4호가 있는 모양입니다.
다른 건물로 이어진 통로로는 학생 식당이 연결된어있다고 하네요.
지능 판정.
 
아그네스 로페즈: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우 우오
 
아그네스 로페즈:(영특~)
 
:너천재구나아
그러니까... 214호라고 하면, 2동의, 1층. 4호인 것 같습니다.
 
아그네스 로페즈:1층이라, 좋은데. (이리저리 넘어다니기 쉽겠어. 생각하며 망설임없이 오른쪽 길 끝으로 간다.)
 
:아까 사감실에서도, 2동에 들어와서도 보이는 모든 열쇠의 태그는 푸른 색이고, 그런 식으로 동의 구분이 되어 있지 않은것 같았으니까요.
111호부터 644호까지 있지만 101호같은 건 없겠네, 같은 생각을 합니다.
아차
한 층에 방을 너무 줄였다
 
아그네스 로페즈:(얼라리요~)
 
:1층은 8개 호실, 2층부터는 9개 호실이 있고 각 층마다 휴게공간을 겸한 로비가 있습니다.
214호는 오른쪽 구역 가장 안쪽에 있고, 끝방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다른 방보다 조금 커 보여요.
 
아그네스 로페즈:(끄덕끄덕끄덕끄덕)
 
오른쪽 복도로 들어가면, 213호 앞에서 머리를 맞대고 끙끙대는 아이 둘이 보입니다.
 
아그네스 로페즈:넓은 방이면 좋겠는데. 이것저것 괜찮은 것을 사게 되면... (혼잣말을 하다가 두 사람을 보고 슬쩍 말을 건다. 오지랖 본능.)
뭔가 문제라도.
 
두 아이는 잘 다린 옷을 빼입었고 키가 아그네스보다 작은걸 보니 신입생들 같아요. 척 보기에도 비싼 옷을 보아하니 돈이 많아보이네요!
 
:두 아이 중 검은 머리의 아이가 먼저 돌아보고 "어!" 하고 반가워합니다.
"그게, 문이 안 열려서 말이야. 분명 내 열쇠가 맞는데!"
"열쇠 잘못 받아온 거 아니야?" 하고 금발 아이가 대꾸합니다.
 
아그네스 로페즈:어디, 나도 한 번 보여주게. (어깨 너머로 아이들이 들고있는 열쇠를 확인한다.)
 
:"하지만 태그 뒷면에 B.S.라고 적혀있잖아, 내 열쇠가 맞는데!" 철컥철컥철컥철컥
 
아그네스 로페즈:그러다 문 망가지겠군.
 
:아그네스가 살펴보려하면, 대뜸 금발 아이가 통성명을 먼저 합니다. "난 실비야. 이쪽은 브로닌."
 
브로닌 스카일러:(철컥거리던 열쇠를 겨우 뽑아 아그네스에게 내민다.) "이상하단 말이지? 이게 왜 안 열리냔 말이야."
 
아그네스 로페즈:반갑군, 브로닌. 그리고 실비.
(열쇠를 받아들어 태그를 살핀다.) 난 아그네스 로페즈일세. 마침 자네들 옆 방이야.
 
실비 듀퐁:아, 네가 옆방이구나. 만나서 반가워.
 
브로닌 스카일러:오, 나 아까 네 룸메를 본 것 같아! 잘 지내자.
 
:건네받은 열쇠의 표면에도, 태그에도 213이라고 적혀있지만...
 
아그네스 로페즈:그래? 먼저 들어가던가? 어떤...음. 아냐. 내가 나중에 가서 직접 보지.
 
:관찰력 판정해볼까요?
 
아그네스 로페즈: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6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우 우오옷)
 
브로닌 스카일러:직접 마주치고싶어하는구나! (호탕하게 웃는다.)
 
:우우오오옷
저스트다
살펴보다보니... 열쇠 끝이 조금 휘어있어요. 각도가 틀어져서 열리지 않는 것 아닐까 싶네요.
 
실비 듀퐁:...나도 처음 보는 애였으니까, 나중에 인사시켜줘.
 
아그네스 로페즈:아가씨들. 열쇠를 함부로 다뤘군. (열쇠 끝을 잡고 조금씩 힘을 주어 일자로 만든다.) 그러지. 짐 정리가 끝나거든 우리 방으로 놀러오게.
자, 이제 잘 될 걸세.
 
실비 듀퐁:(눈을 동그랗게 뜨고 본다) .....그, 그게 돼?
 
브로닌 스카일러:우와!!!!! 해볼게, 고마워!
 
그리고 브로닌이 다시 열쇠구멍에 열쇠를 꽂으면...
 
:
판정해봅시다.
어떤걸 고르든 이건 어려움 판정 (ㅋㅋ)으로 쳐야할것같아여
 
아그네스 로페즈:(흠 그럼 근력판정으로)
근력
기준치: 60/30/12
굴림: 94
판정결과: 실패
(에이)
 
:
아분명 깍 눌렀던거같은데?
 
브로닌 스카일러:"어, 안들어간다."
 
아그네스 로페즈:내가 너무 세게 비틀었나. 다시 줘 보게. (이런 건 판판한 돌 두 개만 있으면 해결되는데, 맨 손으로 하려니 어렵군.)
 
브로닌 스카일러:아그네스, 이거 안돼! (다시 열쇠를 내민다. 순진하게도 뭔가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 덥썩 미덩버린듯.)
 
아그네스 로페즈:(다시 꾸국꾸국. 열쇠를 누른다)
근력
기준치: 60/30/12
굴림: 94
판정결과: 실패
 
실비 듀퐁:... ...
 
아그네스 로페즈:아니...이것도 아니야.
 
실비 듀퐁:저기, 그냥 사감실에 다녀오는게 어떄? 이러다 열쇠 부러질 것 같아.
 
아그네스 로페즈: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해보지. 안 되면 그 때는...
조금 불쌍해진 열쇠를 들고 가게 될 걸세.
 
브로닌 스카일러:그 때는...?
 
아그네스 로페즈:
근력
기준치: 60/30/12
굴림: 57
판정결과: 보통 성공
 
:
 
아그네스 로페즈:(약간 펴지긴 했지만...)
 
:아깝다
 
아그네스 로페즈:이러다 내가 열쇠를 부러트리겠군. (브로닌에게 돌려준다.)
 
:여러번 힘을 줬던 것 때문일까... 가운데가 기묘하게 휜 열쇠를 브로닌에게 돌려줍니다...
 
브로닌 스카일러:... ...(꿈뻑) ...뭐, 어쩔 수 없지!
실비, 나랑 사감실 같이 가자.
 
실비 듀퐁:(고개를 끄덕인다.) 아그네스, 너도 같이 갈래?
 
아그네스 로페즈:나도? (휘어진 열쇠에 대한 책임을 물으려는건가.)
난 룸메이트를 보러 가려고 했는데.
 
실비 듀퐁:아... 그래, 그럼. 근데.... ... (214호의 방문을 기웃거리곤) 괜찮겠어? 안에서 조금,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리던데.
 
브로닌 스카일러:쿵쿵거리는 소리? 난 못들었는데...
 
실비 듀퐁:내가 귀가 밝은 편이라서... 착각일 수도 있긴 한데...
 
아그네스 로페즈:쿵쿵?
내 룸메이트가 방을 부수고 있다는 얘긴가?
 
실비 듀퐁:(조금 걱정되는 눈으로 보고 있어요.) ...... 그런 이상한 룸메이트라면 정말 안 된 일이지만...
 
브로닌 스카일러:에이, 설마~!
 
아그네스 로페즈:...내가 한 번 가보지.
어쩌면 자네들과 반대로...
갇힌 걸 수도 있잖나.
 
브로닌 스카일러:...!
그럼 당장 구해주러 가도록!!!
 
실비 듀퐁:우린 사감실로 가자. 어차피 우리 문이 말썽이라 사감 선생님이 문을 열 수 있는 물건을 챙겨오실테니까...
 
아그네스 로페즈:그래, 자네는...열쇠를 구해주게. 맡기지.
 
:어쩌다 이렇게 비장한 크루가 되었는지
 
아그네스 로페즈:(두 사람에게 손을 흔들어준다.)
 
:두 사람은 복도 반대편으로 떠나며 손을 흔들기도 합니다.
214호의 푸른 문은 새로 칠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낡은 구석이나 흠결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아그네스 로페즈:(한 건 해결했으니 나도 내 방으로 가볼까. 214호의 문을 연다.)
 
:흰 명패는 모서리를 따라 백목련이 음각되어있고. 문만큼이나 새것처럼 보입니다.
문은 잠겨있지 않고, 쉽게도 열려서...
인기척이 점차 부산스러운 소리로, 쏟아지듯 문틈을 비집고 나옵니다.
새가 날개짓하는 소리, 누군가의 당황한듯한 목소리.
 
아그네스 로페즈:새?
 
:문 안쪽에는 널찍한 거실과 거실을 마주본 두 개의 개인실... 문이 보입니다.
그리고 그 넓은 방의 창가에 엉거주춤하게 서 있는 것은, 아무래도 아그네스의 룸메이트겠죠,
그 아이의 곁에는 기묘하게도, 파랑새들이 맴돌고 있습니다.
그 중 한 마리가 아그네스쪽으로 날아가자, 룸메이트의 시선이 그를 쫓아옵니다.
 
조안나:무, 문을 열면 어떡해-!!!
빨리 닫아! 복도로 나가면 큰일나..!
 
:방의 상태는 이미 큰 일이 난 것 같지만.....
 
아그네스 로페즈:그야 내 방이니까 열었지. (복도로라도 내보내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생각하며 문을 닫는다.)
자네가 내 룸메이트인가보군. 통성명 하기 전에 좀 도와줄까?
 
:그 사이 파랑새는 다시 조안나에게로 돌아갔습니다.
지금 214호 안은 조안나 곁을 맴돌며 노래를 부르는 파랑새로 그득합니다. 어림잡아 세어봐도 아홉, 열 마리?
 
아그네스 로페즈:자네는... ...
파랑새 조련사인가? (조안나 근처로 다가가 손을 휘휘 휘두른다) 워이.
 
조안나:(잡아보려는듯이 손을 뻗다가, 그 말에 다급하게 돌아본다.) 응!!!!
도와줘!! 그, 그럴리 없잖아. 파랑새 조련사 같은 거. 생각해본적도 없다고.
 
아그네스 로페즈:그래, 하지만 수가 너무 많잖아.
 
:손을 휘두르면 파랑새는 잠시 멀어졌다가 다시 조안나 근처로 날아옵니다. 역시, 잡아서 창 밖으로 날려보내야하려나...
 
아그네스 로페즈:주머니에 새 먹이라도 가지고 온 것 아닌가?
 
:잡아보려면 민첩 판정입니다!
 
아그네스 로페즈:
민첩
기준치: 80/40/16
굴림: 5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조안나:그, 그럴리가... 내 주머니엔 먹을 게 없는데...
민첩
기준치: 40/20/8
굴림: 23
판정결과: 보통 성공
 
:한 마리씩 겨우 잡으면, 창문을 살짝 열어 바깥으로 날려보낼 수 있습니다.
 
조안나:우, 우와, 너 잘 잡는다.
 
아그네스 로페즈:바다에도 새가 많이 돌아다니거든.
 
조안나:바다...?
바다에서 새를 잡아봤어?
 
아그네스 로페즈:그나저나 음악학교에 입학해서 하는 첫 과제가 새 잡기일 줄은 몰랐군. (마지막 한마리까지 날려보내고 창을 닫는다.)
 
조안나:(문득 의아해져서 멈춰서 빤히 봄...)
 
아그네스 로페즈:그래, 손님들 음식을 뺏어먹으면 곤란하니까. 그에 비하면 파랑새는 신사지.
(창문에 걸쇠까지 걸어두고, 씩 웃으며 손을 내민다.) 아그네스 로페즈.
 
조안나:무, 물론 착한 새들이기는 했지만.... (모두 날아가고 닫은 창 밖을 내다보다가, 방 안을 돌아본다. 새들이 떨어트린 깃털에, 물건도 이리저리 흩날려있다. 한숨보다 먼저 다가온 손에, 그리고 상대에게로 시선이 이어진다.) 아, 난.. 조안나 럼펫. ... 당황스러웠을텐데 고마워. (냉큼 손을 잡아 몇 번 흔들고 놓는다.)
 
아그네스 로페즈:당황스럽기는 자네가 제일이었겠는데. 원래도 그렇게 동물들에게 사랑받나? (이거 엉망이군, 하고 중얼거리며 자기 트렁크는 대충 던져두고 바닥에 떨어진 깃털부터 줍기 시작한다.)
 
:그 때 문을 두드리는 투박한 노크소리가 들립니다.
 
조안나:이 정도는 아니... (대답하다말고 문을 바라본다. 누가 왔지?)
 
아그네스 로페즈:(노크? 한 손 가득 깃털을 쥔 채 문을 열어본다. 브로닌인가.)
 
:문을 열어보면.... 사감선생님이 서 있습니다.
사감선생님은 난장판이 된 214호 내부를 보고 급격히 미간을 찌푸립니다.
"... 이게 무슨 소란이지?"
 
아그네스 로페즈:(자기 손을 한 번, 방 안을 한 번...)
파랑새가 방 안을 침범해서요.
 
:"... 입사 첫 날부터 벌점받을 일이군. 파랑새를 잡아오기라도 한 건가? 둘 다 당장 사감실로 따라와!"
사감 선생님 뒤에는 214 안쪽을 흘끔대는 실비와 브로닌이 보입니다.
 
아그네스 로페즈:파랑새가 알아서 들어온 것도... (변경은 가서 해야하나? 어깨를 으쓱이며 조안나를 돌아본다.)
 
:사감선생님은 변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줄 생각이 없어보이고... 어쩔 수 없으려나요.
 
조안나:(억울하지만 뭐라고 해도 안 믿을 일인걸 아는지 체념한 얼굴로 나온다.) 네에...
 
아그네스 로페즈:(무슨 다짐을 한 지 1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 체념한 얼굴의 조안나를 툭 치며 소곤거린다.) 내가 실수로 갈매기 모이를 들고 왔다고 할까?
 
조안나:(앞장서 걷는 사감선생님 뒤를 따라 걸으며 소근거린다.) 이럴땐 그냥 얌전히 죄송하다고 하는게 좋아...
이상한 애라고 생각하면 예의주시당하는 거라구.
 
아그네스 로페즈:하지만 자네가 원해서 파랑새를 불러 온 게 아니잖아?
 
조안나:... ... 그건, 그렇지만...
아무튼, 내가 잘못한 일이라고 할테니 가만히 있어, 아그,... ...아그네스?
 
아그네스 로페즈:그래. 아그네스.
자넨 눈에 띄기 싫은 거 아냐? 난 괜찮은데.
 
조안나:... 눈에 띄어놔서 좋을 건 없지만 이미 벌어진 일은 어쩔 수 없지. 나 때문에 네가 괜히 뒤집어쓰는 건 용납 안돼.
 
아그네스 로페즈:(계산이 확실한 친구로군. 아니면 그냥 착한 건가?)
그럼 난 옆에서 같이 혼나주지.
아마 한 명만 혼내시진 않을 것 같으니.
 
조안나:(끙,하고 앓는 소릴 내더니 한숨을 폭 내쉰다.) ... 그건, 고마워... 아까도 선뜻 도와주고. 룸메이트 운이 좋네. (살짝 웃는다.)
 
아그네스 로페즈:파랑새에 휘감긴 룸메이트를 두고 방을 나가는 사람이 더 드물텐데. (그러다가 사감선생님이 뒤를 돌아보면 착한 아이 표정으로 웃어보인다)
 
::)
사감실에 도착하면... 그 사이 사감선생님의 마음이 누그러지기라도 한건지, 조금 평정을 되찾은 얼굴로 두 사람을 돌아봅니다.
"규정대로라면 벌점 3점씩이지만, 이번 한 번만 벌점 대체로 봉사활동을 시키마." 하고는 수북한 신문 뭉치를 가리킵니다.
신문지 제일 위에 블루버드 칼리지 문장이 그려져있는 걸 보니 학보인 모양이에요.
 
아그네스 로페즈:(이거 운이 좋다고 해야하나? 벌점보다는 이게 나은가? 하고 눈을 끔벅이기만 한다.)
 
:"학보사 근로 학생이 아직 배정되지 않았으니 너희가 이걸 대신 학보함에 넣고 오렴. 건물마다 조금씩, 아이들이 많이 다니는 건물에는 조금 더 넣도록. 배부가 끝나면 방을 깨끗하게 청소하는 것까지 나중에 확인할테니 소홀히 하지 말고."
 
조안나:하, 학교 건물을 전부요........
 
아그네스 로페즈:전부? (눈을 휘둥그레 뜬다.)
 
:싫은가? 라고 묻듯이 눈썹 한 쪽이 올라갑니다.
 
조안나:네에...........
 
아그네스 로페즈:(조안나가 그렇다고 하니...이쪽도 별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조안나:(어두운 얼굴로 학보 뭉치를 안아든다. 사감선생님에게 꾸벅, 인사하고는 사감실을 나가자는듯이 고갯짓한다.)
 
아그네스 로페즈:(조안나가 든 학보 뭉치 절반을 나눠든다. 마찬가지로 가볍게 인사하고 나서면서...)
이 넓은 학교를 종일 돌아다니는 게 벌점보다 나은 건가?
 
조안나:... ... 벌점이 쌓이면 퇴학이던가, 그랬던 것 같아... (한숨을 폭 내쉰다.) 나 때문에, 미안해. 학교를 전부 돌아야한다고 생각하니까 아득하네..
 
아그네스 로페즈:괜찮아. 돌아다니는 건 익숙하고. 그거 무거울 것 같으면 나한테 좀 더 줘도 괜찮다네.
(조안나가 든 학보 뭉치를 까닥 고갯짓하고는) 자넨 이 학교에 아주 들어오고 싶었나보지?
 
조안나:음.... (자기가 든 학보뭉치를 바짝 당겨 안아보더니,) 아직은 괜찮은 것 같아....
 
:두 사람이 있는 곳은 학생 생활관입니다.
관리동과 6동의 학생 기숙사로 나뉘어 있는 생활관입니다. 관리동은 3층 건물이지만 2층부터는 학생들의 출입이 제한되어 있습니다. 사감실과 사감실 앞의 [안내 게시판]이 눈에 띕니다. 학보함은 관리동 입구에 하나 놓여 있습니다.
 
조안나:... 이전에는 홈 스쿨링을 했으니까, 도시에 나와볼 일도 별로 없었거든. 기숙사 생활 같은 것도 신기하고 말이야.
너는? 어쩐지 별 미련이 없어보여. (조금 웃으며 본다.)
 
아그네스 로페즈:부모님이 교수이신가? 아니면 가문 대대로 음악가 집안이라거나... (관리동 입구 학보함에 학보를 넉넉히 넣어둔다. 여긴 기숙사니까.)
 
:아무래도, 입사하는 학생들이 무조건 거쳐갈테고, 기숙사에 사는 모든 학생들이 접근하기 좋은 위치입니다. 학보를 넉넉히 채웠습니다.
 
아그네스 로페즈:나도 제대로 된 학교를 다녀보는 건 처음이라 잘 모르겠군. 나한테는 소문으로만 들리던 학교라, 여기 있다는 게 실감이 안 날 때가 있어.
 
조안나:(고개를 젓고는..) 사실 음악과는 거리가 먼 분들이지만... 아무래도 플랑드르에서는 음악을 제일로 치고, 블루버드 칼리지가 제일가는 학교니까.
(눈을 꿈뻑이며 아그네스를 빤히 보고,) 그러고보니, 네 억양이 조금 특이하네. 버디그리스 출신은 아닌거니?
 
아그네스 로페즈:부모님이 자넬 자랑스러워 하시겠어. (조안나의 말에 눈을 깜박인다.) 귀가 좋군. 버디그리스어는 꽤 잘 한다고 생각했는데.
 
조안나:(짧게 웃어만 보인다.) ... 귀는 조금 밝은 편이라... 네 말을 들으니까 그래서구나 싶었어. 어디서 왔어? 이런거 물어봐도 되나?
 
아그네스 로페즈:글라우쿠스. 작은 섬나라지. 주로 휴양을 즐기러 사람들이 모이기도 하고...좋은 곳이야.
 
조안나:그렇구나... 난 버디그리스 밖으로는 나가본 적이 없거든. 어떤 곳일까 궁금하네. 사람들이 휴양을 즐기러 가는 곳이라면... 분명 멋진 곳이겠지?
 
아그네스 로페즈:바다와 작은 숲, 휴양 호텔과 무역항이 있지.
섬 전체의 본을 따면 움푹 들어간 산 모양이라 아주 느리게 돌아가는 곳일세. 항구만 빠르지. 난 항구 근처에 살았다네. (그러면서 안내 게시판을 바라본다. 혹시 벌점 받아서 퇴학 당한 사람이 있나, 궁금한 것처럼.)
내가 퇴학당하지 않거든 자네도 방학에 한 번 놀러와.
 
조안나:움푹 들어간 산 모양... ... 항구라면 책에서 읽어본 적은 있는데.. (흥미로운 모양인지 곱씹어보며 따라간다. 그리곤 눈을 꿈뻑이다 조금 곤란한듯이 답한다.) ... 갈 수 있다면 좋을텐데, 허락해주실지 잘... 모르겠어.
 
:각종 종이가 붙어 있는 게시판입니다. 사감 선생님이 일일이 손으로 작성해 붙이는 모양입니다. [학보 발행 안내], 상벌 규정과 점호 안내, [졸업 요건 안내], [입학식 지침] 등의 정보가 붙어 있습니다.
 
아그네스 로페즈:바다에도 가 본 적 없나? 자네 인생 조금 손해보고 살았군. (농담처럼 던지고는 웃었다.) 부모님도 같이 모셔와. 몇 주 지내기 딱 좋거든.
(학보 발행 안내, 라는 부분을 먼저 읽는다. 내가 손에 들고 있는 이거 말이지?)
 
:깔끔한 글씨로 적혀 있는 안내문입니다.
 
조안나:(애매하게 고개만 모로 기울이고 맙니다.) 가고싶다.
 
아그네스 로페즈:(기자에 관심이 있는, 부분을 가리키며) 자넨 기자도 잘 어울릴 것 같아.
 
조안나:기, 기자?
 
아그네스 로페즈:마침 여기에 학보함 위치도 적혀있군.
 
조안나:(안 읽다가 빤..히 들여다보고) 그렇네... ... 학보함, 심지어 강의동에는 세 군데나 있구나..
 
아그네스 로페즈:돌아다니지 않아야 하는 곳은 전혀 없군. 어쩔 수 없지. 성실해져볼까.
 
조안나:하나, 둘, 셋... 일곱 군데인가? 교직원 생활관 관리동에도 전달해야하는 것 같네...
(끙~~~)
뭐... 겸사겸사 지리를 익힌다 치면 괜찮을지도.... ... 넌 길눈이 밝은 편이니?
 
아그네스 로페즈:운동하는 셈 치지. (길눈이라는 말에 씩 웃어보인다.) 물론.
위치는 외웠으니 따라오기만 하게. (이어서 훑듯이 졸업 요건 안내를 읽는다.)
 
조안나:오, ... .. (진짜 조금 놀란듯이 눈 동그랗게 뜨고 본다.) 난 평생 산 곳도 자꾸 헤메곤 했어.
 
:각 전공별 졸업 요건이 적혀 있습니다. 공통 졸업 요건에는 연말 예배 참석,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출석 등이 적혀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신입생 안내서에 따르면 입학식 다음 날에 오리엔테이션이 있었죠. 오리엔테이션 참석이 졸업 요건이라니, 어지간히 중요한 이야기를 하려나 봅니다.
 
아그네스 로페즈:졸업 요건이 까다로운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행사 참석이 필수라는군. (자네 길치야? 하고 슬쩍 조안나를 돌아본다.)
익숙한 길을 헷갈리기는 쉽지 않은데.
 
:... ...길치라기보다는,(조금 발끈!) 헷갈리게 생겼으니까. 그런, 그런거지.
뭐야?
 
조안나:나야
... ...길치라기보다는,(조금 발끈!) 헷갈리게 생겼으니까. 그런, 그런거지.
복잡하면 조금 막막해. 그.. 그 정도일걸(자기도 잘 모르는듯)
 
아그네스 로페즈:(전형적인 길치의 변명이로군. 그러나 화낼 것 같아서 첨언하지 않았다.)
(입학식 지침도 읽어볼까.)
아무래도 이 게시판은 수시로 확인해야겠군. 중요한 걸 죄 여기다 붙여놓는 모양이야.
 
:다른 종이들에 비해 빳빳하고 상태가 좋아 보이는 종이입니다. 글자를 읽어 보면 상세 정보를 볼 수 있습니다.
 
아그네스 로페즈:여기도 벌점 얘기가 있어.
 
조안나:응, 자주 내용도 바뀌는것 같더라. 우리가 기숙사 학보함에 많이 채워 넣은 것처럼, 여기가 제일 가까운 곳이라...
... ... 정말, 모든게 다 벌점이네. (오늘의 노이로제-!)
(옆에서 같이 읽고 나서는, 품에 안고있던 학보를 내려다본다. 학보보다 이 게시판이 더 유용하려나...)
 
아그네스 로페즈:퇴학 당하는 건 순식간이겠어. 이런 작은 글씨까지 읽어야 하다간.
 
조안나:생각보다 깐깐한 학교인것같네... ...
 
아그네스 로페즈:(이 학교도 곧 안녕인가? 하고 직감적으로 느낀다. 어쩌면 룸메이트가 종종 날 살려줄지도.)
다음은 도서관으로 가지. 여기서 제일 가까워.
 
조안나:기자가 되면 이런 기사를 써야하는 거야? 난 기자 안 할래. (하고 먼저 게시판 앞을 벗어난다.) 좋아, 도서관... 가 보고싶었어.
 
아그네스 로페즈:자넨 부모님을 닮았나보군. 책을 다 좋아하고.
(세상에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을 거라고는 추호도 생각 않는 눈치)
 
조안나:... ... 넌 책을 안 좋아하니? (세상에 책을 이하생략 의아한 얼굴.)
 
아그네스 로페즈:... ... ... ...
(조안나의 어깨를 툭, 툭, 두드린다.) 살아온 궤적이 다를 수 있지.
 
:기숙사 사잇길로 걸어나가 왼편으로 꺾어지면... 학생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게끔 생활관 근처에 지어진 도서관이 보입니다. 학생 생활관에 있는 건물 일곱 동을 모두 합친 크기의 두 배는 되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건물입니다. 장서량도 그만큼 상당하겠죠. 단점이라면 도서관 건물이 언덕 위에 있다는 것인데… 어마어마한 수의 계단을 보니 오를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조안나:(갸웃,) 내가... 재미있는 책을 좀 추천해줄게. 좋은 책을 접해보지 않은 걸 수도 있고.... (말끝이 계단을 마주하자 허망하게 늘어진다.)
 
아그네스 로페즈:...엄청나군. 아무래도 이 학교 사람들은 대부분 자네와 같나봐.
 
조안나:... ... 이런 계단 말이야?
(논지x)
 
아그네스 로페즈:도서관 말일세. 건물.
갈까? 배움의 상아탑으로 가는 길은 험난하군. (씩 웃으면서 앞장서 계단을 오른다.)
 
조안나:(그러거나말거나 허망한 얼굴로... 아그네스가 출발하자 급히 뒤따른다.) 크, 크기 말하는 거라면 당연히... 최상위 학교니까 이정도 크기는 되어야, 하지만 이런 계단은..,.,.
(점점 말이 없어진다.)
 
:... ...간신히 계단을 올라 도서관 입구를 살펴보면 국왕 전하의 동상과 학보함, 그리고 안내문이 있습니다. 안내문에는 신입생들의 도서관 이용에 관한 내용이 적혀 있는데, 입학식 이후부터 정식 사용 허가가 난다고 하는군요. 안타깝지만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겠습니다.
 
아그네스 로페즈:(뒤에서 사람이 점점 죽어가는 소리를 듣는다.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뒤를 돌아본다.)
자네 괜찮나?
(학보함에 학보를 적당량 넣는다. 아무래도 이런 언덕은 아무나 오르지 않을 것 같군.)
 
조안나:으허거흐어억흐,으억,우,욱....
(결국 바닥에 널부러짐)
 
아그네스 로페즈:힘들게 상아탑을 올라왔지만 안타깝군, 자네가 도서관 구경을 할 수 있는 건 입학식 이후부터야.
(조안나의 품에 축 처져서 안긴 학보 뭉치를 가져간다)
 
조안나:(거친숨소리가 우뚝 멈춘다.) 무ㅓ..............?
말 도 안 돼.................
 
아그네스 로페즈:너무 상심 말게. 운동 했다고 생각해.
 
조안나:하지만 너무 힘든데........
 
아그네스 로페즈:이 학교의 일정을 견디려면 앞으로 도서관 계단 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올라야 할 걸세.
(조안나의 등을 두드려준다)
 
조안나:(여길어떻게다시올라오지, 하는 막막 눈앞이 캄캄)
 
아그네스 로페즈:책을 사랑하는 마음만 있다면 언제든 올라올 수 있을걸세.
 
조안나:... 그 마음만으로는 많은 것이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아그네스 로페즈:(도서관이 이런 언덕 위에 있다니. 어쩐지 기분이 좋아진다. 책을 읽고 싶은 사람들은 모두 이곳을 올라야만 하겠군...)
 
조안나:(말도 안돼 책을 읽기위해 이렇게 높은 계단을 올라야한다니 들어가도 건물 안에 계단이 또 있을텐데 책 읽기도 전에 기절해서 실려가겠어...)
하... ... (한참만에 털고 일어난다. 바닥에 팽개쳤던 학보뭉치도 다시 안아든다.)
 
아그네스 로페즈:그건 내가 들지. 자네 이제 걸을 힘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은데.
(학보뭉치 또 가져감)
 
조안나:그래 그럼. (냉큼 반을 건넨다.)
 
아그네스 로페즈:전부 다 줘. 자네 품에 있다간 학보가 다 구겨지겠군. (나머지 반도 가지고 온다)
 
조안나:(구겨진 학보뭉치를 뺏기고 허망하게 빈 손으로 서 있음)
(오갈 데 없는 손이 멈춰있다가 어색하게 맞잡힌다.) ...
어쩐지, 면목이 없는 기분이네...
 
아그네스 로페즈:다음은 교회로군. 언덕이 없기를 신에게 빌어보지. (운동해서 상쾌한 표정으로 걸음을 옮긴다.)
왜? 신세진거라 생각 말게. 호의에는 빚 같은 게 남지 않는 법이야.
 
조안나:(눈을 몇 번 꿈뻑이고는) ... 그렇지, 참. 순수한 호의구나. (살짝 웃어보인다. 홀가분하기라도 한 기분인지, 계단을 가볍게 걸어내려간다.)
 
길을 따라 발을 옮기면 금방 교회가 눈에 들어옵니다.
 
다행스럽게도 계단은 많지 않아요.
 
:건물 기둥과 벽면의 섬세한 조각이 인상적인 교회입니다. 기둥에는 파도를 묘사하는 곡선형 조각이, 벽면에는 님프를 상상해서 조각한 상이, 인어 조각의 한가운데에는 [광원]이 있습니다. 도서관만큼이나 큰 규모의 교회를 보고 있으면 압도되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이 교회 역시 학교에 소속된 건물이기 때문에 학보함이 있습니다.
 
아그네스 로페즈:자네는 좀 독실한 편인가? 이 나라 종교는 조금 생소하던데.
 
조안나:음... (떨떠름한 얼굴로 학보함을 찾는듯 두리번거린다.) 뭐어, 넌 외국인이니까 낯설겠지만, 국교인만큼 내국인들 대부분은 태어날 때부터 신앙심을 가르침받거든.
먹고 자는 방법, 걷고, 달리고 씻는 방법이나 식사 예절을 배우는 사이사이에 언제나 배우니까, 너무나 당연스러운 일이지.
 
아그네스 로페즈:그렇군. (그 대답에서 제법 조안나가 독실한 신자라는 것을 짐작한다.) 글라우쿠스와는 조금 다르지만, 파도 무늬는 마음에 들어.
조각들이 다 바다 같잖나.
 
조안나:(말하는 눈초리는 어째 모호하지만... 답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넌 정말로 바다를 좋아하는구나?
 
아그네스 로페즈:난 바다에서 나고, 바다를 보고, 바다를 누비며 자라왔으니까.
자네도 바다를 보면 좋아하게 될 걸세.
 
조안나:(그 대답에 조그맣게 웃는다.) 그래, 네게는 당연한 일이겠네. 나한테는... (잠시 생각하더니) 생소하고... 낯설겠지만... 그렇게 좋아한다니 궁금해지네.
(그리곤 교회 입구 근처를 서성인다.) 토요일에만 들어갈 수 있으니까 학보함이 안에 있지는 않을텐데...
 
아그네스 로페즈:입구에 있다더군. 돌다보면 나올 거야. (그러면서 인어조각 주변을 돌다가, 가운데에 있는 광원을 가리킨다.) 이건 뭐지? 마법구인가?
이렇게 커다란 마도구를 보는 건 처음이군.
 
조안나:(시선이 따라 올라간다.) 아, 이건... 뭐라고 해야할까? 신을 대신하는.. 음, 그러니까... (적당한 말을 찾느라 고심하더니) 상징.
 
아그네스 로페즈:상징?
 
조안나:신의 모습을 그대로 모사하는 건 신성에, ...모독?이 될 수 있다나봐. 그래서 대체하는 상징으로 저런 모양을...
(그리고는 어깨를 으쓱인다.) 나도 잘 이해는 못하겠어.
 
아그네스 로페즈:(어쩐지 아주 독실하지만은 않은 것 같기도. 하긴, 요즘은 진지하게 교리에 임하는 사람이 없다고는 들었던 것 같다.)
확실히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모양이기는 해. (광원을 빤히 바라본다. 따뜻한가, 이거...?)
 
:커다란 광원은 빛나는 모습이기는 하지만, 따뜻한 느낌은 없습니다. 신성한 모습이라고는 해도 교리에 대한 지식이 없는 이에게는... 잘 만 들었다. 이상의 감상이 나오기는 어려울지도요.
 
아그네스 로페즈:(처음에야 신기했는데, 금세 흥미가 떨어진 듯 교회 입구로 향한다.) 토요일이 정기 예배일인가? 필수는 아니겠지.
 
조안나:흠? (뭔가 잘못 들었나? 하는 얼굴. 한 쪽 눈썹이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올라간다.) 당연히... 필수지.
 
아그네스 로페즈:뭐? (휘둥그레)
난 외국인인데?
 
조안나:(눈을 한참 꿈뻑거리더니..) 아, 그, 그래? 그런건가? ... 어... 거기까지는 잘 모르겠어. 당연한 거라고 생각해서.. (어쩐지 볼이 조금 붉어진다.) 응... 그렇네,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도 올 수 있는 학교니까...
... ... ... 그래도 졸업 예배랑, 입학 예배는 참석해야했던 것 같아...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 눈치.)
 
아그네스 로페즈:(조안나의 반응에 소리내어 웃는다.) 농담일세. 이 나라 법이 그렇다면 그래야지.
글라우쿠스의 유명한 관광 호텔들은 각국의 관광객들을 위해 기도실과 신상을 마련해둔다네. 익숙한 광경이야.
그래도 이렇게 큰 교회는 처음이니까 궁금하긴 해.
 
조안나:아... (눈도, 입도 꿈뻑, 뻐끔댄다.) 아그네스는 정말 많은 걸 접하고 지냈구나. 난... 종교,라고 하면 다른 종교는 접해본 적이 없어서... ... 플랑드르 사람도 많이 만나본 거야?
 
아그네스 로페즈:접하기만 했지, 깊게 아는 건 없다네. 자네랑 대화를 꾸릴 수 있을 정도라. (흠, 하고 눈을 굴리며 수를 세는 듯 한다.)
 
조안나:(그리고는 교회 입구로 시선이 올라간다.) 아무래도 많은 사람을 수용하니까. 규모가 있는 편이야.
 
아그네스 로페즈:제법 있었군. 귀족들도 본 적 있고, 플랑드르의 예술가들이 영감을 얻기 위해 자주 오기도 하니까.
악기도 그 사람들에게 배웠다네.
 
조안나:(고개를 끄덕거리다 눈을 동그랗게 뜬다.) 어, 그런 거였어? (눈을 꿈뻑인다.) 그럴 거라고는 전혀 생각 못 했네... 그럼, 유학을 온 건 더 배워보고싶어서?
 
아그네스 로페즈:내가 할 줄 아는 악기는 뿔피리나 엉성한 리라 뿐이었어서. (조안나의 질문에 눈썹을 조금 비튼다.) 비올라를 잘 켠다는 말을 듣기도 했고...
마을 사람들도 어느샌가 찬동해서. 그럼 한 번 해볼까 싶었거든.
지금까지는 배를 몰기만 했었으니까, 다른 것을 해봐도 재밌을 것 같았거든.
 
조안나:뿔피리... ... 리라...?(갸웃. 하고는 뒤로 이어진 말들을 곱씹듯 잠시 시선이 낮아졌다가, 얼굴에 띈 감정이 점점 경악으로 바뀐다.) .....그, 그런 마음으로 시험을 쳐서 붙었다고.....?
너........... 그러니까..... 약간... 천재? 그런, 거야.....?
 
아그네스 로페즈:천재? 아닐걸? (이쪽도 생소한 표정이 된다. 다른 사람들이 연주하거나 시험보는 것을 본 적이 없으니.)
여긴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인 줄 알았는데.
다들 '블루버드에서 공부를 한 번 해보면 음악을 더 좋아하게 될 거다'라고 해서.
 
조안나:... ... ... 일단은, 학비가 어마어마하니 쉽게 지원할 수 없기도 하고.... 물론, 장학금을 받고 오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정말로 시력이 좋은 친구들 뿐이야. 그리고 기악이든, 성악이든 정말 기본적인 실력이 안 된다면 들어올 수도 없고...
무엇보다... 넌 비올라 전공이잖아...?
일단 클라브생(=피아노)이랑 현악기쪽은 전부 경쟁률이 어마어마해서...
 
아그네스 로페즈:(열정을 가진 학생이라는 게 그런 의미가 아니었군. 하고 슬그머니 깨닫는다. 뒷머리를 북적거리며 긁다가) 그럼 나를 가르친 선생들의 실력이 출중했던 모양이야.
 
조안나:(머리가 멈춘듯 말하면서 움직이던 손을 든 채로 눈만 데굴데굴 굴린다 .입도 점점 벌어진다.)
 
아그네스 로페즈:나도 나름 열심히 연습했다네. 공연을 하려면 실력이 좀 있어야 하잖나.
 
조안나:(천천히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건 그렇지...
(그리고 무언가 납득한 듯굳었던 얼굴이 ㅍㄹ어지고, 살짝 웃는다.) 겸손하게 말하는 습관이 있구나?
 
아그네스 로페즈:(어떻게든 넘어갔나...) 자네 말대로 음악의 수재들이 모인 곳이라면 자만하면 안 되지.
나중에 자네 연주도 들어보고 싶군.
 
조안나:(끄덕거리다 조금 곤란한 얼굴이 된다. 눈이 저 먼 곳 어딘가로 멀어지고..) 으음~...
기회가 되면...
... 그나저나 이제 슬슬 학보함에 학보를 두고 갈까...?
 
아그네스 로페즈:같은 방인데 기회야 얼마든지 있겠지. 안 그런가? (말을 돌리네, 생각하며 학보함에 학보를 적당히 넣어둔다. 토요일만 연다고 하니 그렇게 많이 두진 않아도 되겠지.)
 
조안나:(아그네스가 학보를 내려놓는 것도 멀찍이서 보더니 먼저 발길을 돌린다. 교회에서 어느정도 멀어지면 바짝 올라와있던 어깨가 푸, 하. 하는 소리와 함께 내려앉는다.)
(그리곤 조금 편안해진 얼굴로 돌아본다.) 네 연주 먼저 들려주면? 생각해 볼게.
 
아그네스 로페즈:자네 긴장했나? (발걸음을 본관으로 옮긴다) 내 연주야 얼마든지 들려주지.
케이스를 열어둘테니 동전 몇 닢이면 돼.
 
조안나:(눈썹을 비틀어 올리며 웃는다.) 룸메이트에게도 공연비를 받는거야?
 
:두 사람이 교회 부지를 벗어나면, 숲에서 파랑새 한 마리가 날아와 조안나의 곁을 맴돕니다.
 
아그네스 로페즈:아, 또 새가 오는군.
 
:조안나가 손을 뻗으니 자연스레 자리를 잡아 앉고, 가까이 단겨도 떠나지 않더니, 조안나의 손에 고개를 부비기도 합니다.
 
조안나:밖에서 만나면 이렇게 착한데 말이야.
 
아그네스 로페즈:꼭 동화 속 공주님같은데. 집에서 새를 키우는 건가?
 
조안나:음? (풀어진 얼굴로 새를 예뻐해주다 고개를 든다.) 그런 건 아니고... ... 공주님이라니, 어울리지도 않는 소릴.
그냥, 동물들이 잘 다가오는 편이라고 해야하나.
 
아그네스 로페즈:새가 아닌 다른 동물들도?
 
조안나:뭐어... 말이나, 고양이나... 개...
 
아그네스 로페즈:대단한데. 동물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나봐, 자네에게.
 
조안나:... ... (눈을 데굴 굴린다.) 그런가봐. 위협이 안되는 거 아니냐는 얘긴 들어봤는데.
 
:관심이 멀어진 걸 느꼈는지, 새는 포르르 날아갑니다.
 
아그네스 로페즈:어쩌면 미스테리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걸지도. 동물들 사이에서 연주를 하면 제법 그림이겠어.
 
:가장 가운데 있는 본관을 중심으로 A동부터 E동까지 나뉘어 있는 강의동이 보입니다. 본관 주변에는 잘 정돈된 정원이 있습니다. B동 쪽으로 나 있는 하얀 길은 학생 생활관으로, D동 쪽으로 난 길은 교직원 생활관으로 이어집니다.
 
아그네스 로페즈:저기가 본관이군. 저쪽에도 학보함이 하나 있어.
생활관도 크다고 생각했는데...
 
조안나:흐으음.... 사육제를 연주할까? (그렇게 중얼거리며 따라가다가,) 본관이랑... B동, D동이었던가?
 
아그네스 로페즈:그랬던 것 같아. 교직원 생활관에도 가져다줘야 하던가?
(먼저 본관으로 다가가 학보함을 찾는다.)
 
조안나:어.. (잠시 기억을 더듬더니 끄덕인다.) 응, 거기도 전해줘야하는 것 같았어.... 근데 누구한테..? 어디에..? 전해야하는걸까? 관리인이려나...
 
:본관 입구 문을 열자마자 학보함을 발견합니다.
본관이어서인지, 정문 바로 앞에 놓여있네요.
 
아그네스 로페즈:찾을 수고를 덜었군. 교직원 생활관은...가서 생각해보지. (나중 일은 나중에 고민하는 것이 신조. 본관 학보함에 학보를 뭉텅이로 둔다.)
이 다음은 B동, 그 다음 D동. 교직원 생활관.
생각보다 금방 배달하는군.
 
조안나:벌써 이만큼이나.... (양이 줄어든 학보 뭉텅이를 빤히 본다.)넓긴하지만 못 돌아다닐 정도는 아닌가봐... ... 길은 확실히 익히고있는 것 같지?
 
:두 사람은 금세 B동과 D동의 학보함도 채웁니다.
 
아그네스 로페즈:벌 한 번 받고 길 잃는 것도 방지한 셈 치지. 강의에 늦을 일은 없겠는걸.
 
조안나:그러고 보니, 전공 수업은 전공마다 사용하는 실기동이 다르다고 하더라. 공통 교과목은 본관에서... 그리고 연습실만 있는 동도 있고...
그렇게 생각하면.... 좋은 대비책인 것 같기도 해.
 
아그네스 로페즈:자네가 파랑새들에게 공격당해준 덕분에 말이지.
(교직원 생활관으로 향한다. 얼마 남지 않은 학보를 한 손에 떨레떨레 들고...)
 
조안나:으으으으음.... (되새길 때마다 끄으응... 앓는 소리를 낸다.) 여러가지로 미안한 일이긴 해...
 
아그네스 로페즈:사과하지 말게. 자네랑 말 튼 셈 치지.
 
조안나:(그 말에 조금 표정이 풀어진다.) 룸메이트라서 관대한거니?
 
아그네스 로페즈:조금은.
 
:학생 생활관과는 은근히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교직원 생활관에 도착합니다. 학생 출입은 기본적으로 제한되어 있지만 교수를 꼭 만나야 하는 학생에 한해서는 관리동 출입을 허용해 줍니다.
 
아그네스 로페즈:그리고 자네가 내 첫 친구잖아.
(교직원 생활관 앞을 기웃기웃...)
 
조안나:(....히죽)
 
:입구인듯 보이는 건물 앞에서 기웃대고 있자면, 갈색 예복을 입은 사람과 회색 예복을 입은 사람의 모습이 보입니다. 두 사람 모두 어림잡아 사십 대쯤 되어 보입니다.
관찰력 판정.
 
아그네스 로페즈: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1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우오
 
아그네스 로페즈:(빤히!
 
:그 중 갈색 예복을 입은 사람의 금색 머리카락이 꼭 어디에서 본 것처럼 익숙합니다. 얼굴도 뭔가, 낯이 익다고나 할까...
사람 얼굴을 잘 익히고 구분하는 아그네스라면 금방 누군가를 떠올릴지도?
지능 판정.
 
아그네스 로페즈:(어디서 봤더라... ...)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2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아, 이 사람....
오늘 본 어떤 아이와 닮았습니다.
 
아그네스 로페즈:아, 실비.
 
:213호의 금발 신입생. 이름이.. 실비, 였던가?
 
아그네스 로페즈:실비는 옆 방 동급생일세. 그 애랑 닮았군, 저 사람.
 
:갈색 예복을 입은 사람이 아그네스쪽으로 고개를 돌립니다.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보다가 이내 손뼉을 작게 치고는,
"자네, 혹시 아그네스 로페즈 아닌가?"
 
아그네스 로페즈:예, 맞습니다. (뭔가 인사하는 타이밍인가? 싶어서 조안나를 슬쩍 보더니 턱짓을 하고 예복을 입은 사람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한다.)
 
:조안나는 머뭇대며 따라오고, 갈색 예복을 입은 사람은 흔쾌히 악수를 받습니다.
"모레 즈음에야 얼굴을 볼 줄 알았더니, 이곳에서 만나게 되어 반갑군. 여긴 어쩐 일로 왔지?"
 
조안나:(옆에서 어중띠게 눈치를 보다 꾸벅... 인사한다.)
 
아그네스 로페즈:학보를 돌리는 중이라. (손에 든 학보를 내보이더니) 혹시 실비 듀퐁의 친인척 되십니까? (조안나 쪽으로 한 걸음 물러난다.)
 
:"아하... 벌써 솔선수범해서 궂은 일을 돕고 있나보군. 바쁠텐데..." 하고 말을 잇다 눈을 꿈뻑입니다. 곁에 선 회색 예복을 입은 사람이 소리내어 웃더니 대신 답합니다. "벌써 실비를 만났나보군. 보통 연이 아닙니다. 이쪽은 듀퐁교수님일세."
 
아그네스 로페즈:(뭔가 오해받았다. 눈을 꿈벅거리다가 묵례한다.) 교수님이셨군요.
실비의 옆 방으로 배정받았습니다. 만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좋은 친구였어요.
 
:"아하... ... 그래, 앞으로도 잘 지내주게." 멋쩍은지 듀퐁 교수는 적당히 웃어넘기네요. 바쁠테니 방해하지 않겠다며 두 사람은 멀어집니다.
 
조안나:... ... ... 뭐, 뭐였어...?(바짝 등 뒤로 붙어있다가 불쑥 튀어나온다.)
너, 교수님이랑 아는 사이야...?
혹시, 너한테 악기를 가르쳐줬다는 사람이...?
 
아그네스 로페즈:자네 왜 그렇게 납작해져 있어?
 
조안나:......놀라서........
 
아그네스 로페즈:아니, 처음 보는 사람인데...
방에 가다가 옆 방 애들을 만났거든. 그 애랑 비슷하게 생겨서.
 
조안나:(꿈뻑이며 두 사람이 사라진 방향을 한참 보다 엉거주춤 몸을 편다.) ... 그럼 교수님이 네 이름을 어떻게...?
 
아그네스 로페즈:교수님들이 살가우신 편이군. (어깨를 으쓱인다.)
 
조안나:(어째 머리에서 납득 가능한 추리를 만들어내는게 불가능한지, 고장난 마도구처럼 먹통인 얼굴로 서 있다.)
(지끈지끈..)
 
아그네스 로페즈:뭐 하나? 학보 마저 가져다 두러 가야지. (조안나의 등을 툭툭 친다.)
(그러면서 적당히 학보에 관련해서 물어볼 사람이 있을지...관리동을 두리번거린다.)
 
조안나:으,응... (얼떨떨한 얼굴로 따라가다가) 너랑 있으면 이해 못할 일을 많이 겪는 것 같아...
 
:건물 로비에 서서 두리번거리고 있으면, 교수보다는 어려보이는 사람 하나가 다가옵니다. "길을 잃었니? 여긴 학생들은 들어오면 안 되는 곳인데."
 
아그네스 로페즈:(물어볼 사람이다. 대뜸 학보를 들어올린다.) 사감 선생님 부탁으로 학보를 돌리고 있습니다.
 
:"아, 학보. 그거 나한테 주면 돼, 가져와줘서 고맙다." 그는 자신이 교직원 생활관 조교라고 밝힙니다. 그리고... 학보사에서 일해서 또 가져다 줄 일이 생기면, 안쪽 조교실에 가져다주면 된다고도요...
 
아그네스 로페즈:네, 그럼. (남은 학보를 전부 조교에게 넘기고, 뿌듯하게 조안나를 돌아본다.)
숙제 끝이로군.
 
조안나:(끄덕끄덕. 빈 손을 내 보인다.) 고생했어...
... 돌아가기 전에 상점가에 들렀다 갈래? 나때문에 고생했으니까, 뭔가 먹을 거... 간식이라도 살게.
 
아그네스 로페즈:오, 자네가 쏘는 건가? 나야 환영이야. 플랑드르 사람들의 예의는 어떨지 모르지만 나는 이런 걸 거절하는 사람이 아니거든. (간식이라는 말에 조안나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경쾌하게 상점가 쪽으로 향한다.)
플랑드르 음식은 뭐가 맛있나. 잘 모르겠군.
 
조안나:(왕신난 아그네스의 팔에 매달린 것 같은 꼴이 되어서 상점가로 향한다. 어쩔 줄 몰라서 팔 아래 낑겨있으니 쫄따구 같은 모습이다.)
음~... 요거트는 어때?
 
아그네스 로페즈:(어쩐지 괴롭히는 모양새처럼 비춰질지도...)
 
조안나:(쪼글)
 
아그네스 로페즈:요거트? 좋군. 유제품 디저트는 굉장히 비싸서 아무 때나 못 사먹었어. (점점 조안나가 내려가는 것 같아서 팔을 풀어준다)
 
조안나:(쭈그러들다가 풀려나지만 적당히 같은 거리를 유지하며 걷는다.) 어라, 그래? 우리는 아주 자주 먹는데. 글라우쿠스에서는 흔하지 않은 음식인가보네...
 
:학교 구성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상가가 늘어서 있습니다. 학생들이 주 고객이다 보니 문구와 먹는 것을 파는 가게들이 가장 많습니다. 학기가 시작되지 않아 아직은 적극적으로 활성화되어 있지 않지만, 입학생들을 위해 열어둔 문구 가게와 간식거리 가게들 몇이 보입니다.
 
아그네스 로페즈:대부분의 유제품을 수입하거든. 글라우쿠스 산 유제품도 있지. 그건 굉장히 맛있는데 그만큼 비싸.
요거트 집. (상점가를 관심있게 두리번거린다.)
 
조안나:그렇구나... ... 섬이라고 했지, 그래서인가... (곰곰 생각하는듯하더니 한 가게를 가리킨다.) 저기서 파는 것 같아.
 
아그네스 로페즈:이 학교에 오길 잘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
 
:조안나가 가리킨 가게에서는 여러가지 맛의 요거트를 팔고 있습니다. 원하는 토핑을 올려주기도 하는 모양이에요.
 
조안나:마음에 들면 좋겠다. (익숙하게 다가가 주문을 한다. 바닐라 맛에 쿠키.)
 
아그네스 로페즈:견과류을 올려 먹는 것도 맛있겠군...기본 요거트에 견과류랑 꿀.
 
:두 사람이 주문을 하고, 조안나는 주머니에서 돈 대신 카드 하나를 꺼내 내밉니다.
그걸 보면, 가게 주인은 눈이 휘둥그레해져서는...
 
아그네스 로페즈:(카드? 조안나와 카드를 번갈아본다)
 
:황급히 요거트를 만들어 내어주네요.
 
조안나:(스윽 주머니에 넣음)
 
아그네스 로페즈:돈은 안 내도 되는건가?
그건 어디서 샀어?
 
조안나:음, ... 지불 됐어.
 
아그네스 로페즈:자네가 돈을 안 냈잖아.
 
조안나:(잠시 고민하는듯하더니,) 내가... ... 후견인이 있는데...
그 분이 주셨거든, 이... ... 증명서?
하여튼, 이게 있으면 돈이 따로 필요하진 않아.
(요거트나머금)
 
아그네스 로페즈:입학도 전에 후견인이라. 자네 사실 굉장히 대단한 거 아닌가? (눈이 휘둥그레져서 작게 박수를 친다.)
앞으로 간식을 먹고 싶을 땐 자네를 찾아야겠어.
 
조안나:그, 그게 아니라........
... ... 그래, 그런 거라면 얼마든지. (결국 웃어보인다.)
 
아그네스 로페즈:아니긴, 자네도 겸손하군.
 
조안나:(영 어색하고 곤란한지 이마를 긁적인다.) 나는 딱히 실력때문에 후견인이 생긴 건 아냐...
오히려 후견인께서 원하셔서 악기도 배우고, 학교도 오게 된 거거든...
(스푼으로 쿠키를 잘게 부숴 요거트에 섞는다.)
 
아그네스 로페즈:후견인이 원해서? 그럼 자넬 아주 어릴 적부터 봤나본데. 친척인가?
 
조안나:(뒷목을 긁적인다.) 그런 건 또 아니고...
 
아그네스 로페즈:그래, 그래. 지금은 말해주기 곤란하다는거지. 나중을 기다리지. (요거트를 떠 먹던 스푼을 가볍게 휘적이며 웃는다)
 
조안나:... ... ... 상황이 덜 복잡하게 되면 말 해 줄게....
 
아그네스 로페즈:귀찮은 일에 휘말렸나본데. 타고난 이야기꾼이로군. 뒷이야기가 궁금해졌어.
 
조안나:(괜한 짓을 했나~.... 생각하는지 또 미간이 찌푸러졌다가, 어차피 알게 될 일 아니었을까 싶은지 금방 얼굴이 풀린다.) 아그네스.
너무 많은 걸 알면 곤란해지기도 해. 특히 플랑드르같은 나라에서는 더더욱.
 
아그네스 로페즈:어른 같은 조언을 하는군. (조안나의 말에 씩 웃어보이기만 한다.)
난 곤란해지는 건 언제든 환영일세.
 
조안나:(눈썹만 들어올리더니 제 요거트 그릇을 슥 내민다.) 이것도 먹어봐. 넌 플랑드르에 대해 모르는 게 많으니까.
 
아그네스 로페즈:모르고 마음 편히 산다는 건 불가능하거든. (군말없이 조안나의 요거트를 푹 파먹는다)
 
조안나:... 그렇다고 곤란해지고 싶어하는 사람이 어디있어? 너도 참. (턱을 괴고 상점가를 내다본다.)
 
아그네스 로페즈:곤란해지고 싶은 게 아냐, 앎의 대가로 곤란해지는 거라면 언제든 환영이라는 뜻이지.
자네도 너무 생각을 많이 하지 말게. 생각이 많아지는 고민이라는 건, 결국 자네가 해결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시간을 기다리는 게 낫지.
 
조안나:(시선만 다시 룸메이트에게로 돌아온다. 대책없이 긍정적인 좋은 사람인가 싶었는데...) 내가 들어본 적 없는 유형의 말을 하는구나.
(낯설다는 말과 달리, 썩 편안한 말투와 얼굴이다. 또 생각에 잠기듯 시선이 하강합니다.) 응, 생각해볼... ...게.
(슬쩍 눈을 들어 눈치본다.)
 
아그네스 로페즈:자네도 참 말을 안 듣는군. (뭐, 맘대로 하게. 하듯이 씩 웃어보이더니) 다 먹었어. 그만 돌아가지.
하루종일 돌아다녀서 피곤하겠어.
 
조안나:... 어쨌든 생각을 해야 그 방식을 내재화할 수 있으니까.... 어떻게 그렇게 바로 받아들일 수 있겠어? (웅얼웅얼 변명한다.) 응, 돌아가자. 사감 선생님께 보고도 해야하고... ... ... 너무 오래 걸렸다고 혼내시려나?
 
아그네스 로페즈:상상하지 말고 실행만 하게. 그럼 생각할 필요가 없어.
자넬 얼마 보지 않았지만...옆에서 좀 가르쳐 줄 필요가 있겠군. (글쎄? 하고 어깨를 으쓱인다.)
가령 이런거지.
아직 혼나지 않은 일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조안나:........
 
아그네스 로페즈:(조안나를 데리고 학생생활관 관리동으로 향한다.)
 
조안나:어떻게 생각을 안 해?
그러니까 그걸 어떻게 실행하는데?(졸졸졸)
 
:두 사람이 사감실로 향하면, 꼬질하게 돌아온 두 사람을 보고 사감선생님이 고생했다고 말해줍니다...
 
아그네스 로페즈:내 생각엔, 자네에게는 좀 어려울 것 같아.
 
:그리고 벌점도 제해줍니다!
 
아그네스 로페즈:(봐, 잘 됐지? 하듯이 조안나를 본다.)
 
조안나:(꿈뻑꿈뻑... 진짜다...)
(극적극적 멍게얼굴로 나옴) ... ... 괜찮았네....
다행이다...
 
아그네스 로페즈:아무렴. 열심히 일 하고 온 사람을 혼내시겠어. (그리고 드디어 기숙사로 돌아간다. 아까는 파랑새 때문에 제대로 보지 못한 나의 방.)
 
:조안나와 아그네스는 함께 방으로 돌아왔습니다. 한바탕 소동이 일었던 방 안은 파랑새의 깃털이 굴러다니는 것은 물론 조안나의 분홍색 머리카락도 흩어져 있습니다.
 
아그네스 로페즈:아주 로맨틱한 광경이군. 우선 이것부터 좀 치워야겠어.
 
:뱃놀이도 식후경이라고 했던가요... 일단 이 어수선함을 어떻게 하지 않으면 마음 편히 쉬기는 어렵겠습니다.
 
조안나:... ... ... 내가... 치울테니까, 너는 짐 풀고...
 
아그네스 로페즈:아, 내 짐은 저 가방이 전부일세. 좀 도와주지.
 
조안나:어........ 어? 정말?
(짐이 저것뿐?도와줄거야? 의 중의적인 말) ... ... 그럼 나중에 짐 푸는 것도 도와줄게...
 
아그네스 로페즈:생각보다 가지고 올 게 별로 없더라고. 악기랑 옷가지 몇 벌 정도.
(그러더니 팔을 걷어붙이고 바닥에 떨어진 것들부터 정리하기 시작한다.)
 
조안나:정말 간단하게 왔구나... 하긴, 긴 여행이 된다면 짐이 많은 건 거추장스러운 일이라고는 하더라. (끄덕거리다 뒤늦게 청소에 합류한다.)
 
아그네스 로페즈:여기 와 보니 옷도 가지고 올 필요 없었겠어. 항상 교복만 입고 다닐 것 같은데.
(조안나의 물건은 조안나의 침대 위에 올려두고, 깃털과 머리카락은 한군데에 모아서 치우는 중.)
아, 한 가지 말하자면...
나는 청소는 잘 하는 편이지만 깔끔하게 사는 편은 아니라네.
 
:놀랍게도 우리의 기숙사는 투룸 쉐어랍니다!
파랑새의 습격은 거실에서 일어났다네요
 
아그네스 로페즈:(우와! 넓다!!)
 
조안나:아, 물론 교복이면 충분하겠지만.... 파자마라던가...?
 
아그네스 로페즈:잠옷...아, 잠옷은 있지.
 
조안나:(이어진 말에는 눈만 꿈뻑거린다.) 그러니까... ... 할 수는 있지만 안 한다...?
 
아그네스 로페즈:응.
 
조안나:......
 
아그네스 로페즈:하지만 여긴 공동생활공간이니까 깔끔하게 관리할 걸세.
내 방은 좀 너저분하겠지만.
 
조안나:그렇다면 다행이지만....
... ...
(오늘 처음만나서 온갖 난리를 함꼐 헤쳐나가준 친구에게 예의가 아니겠지싶어 말을 참는다.)
 
아그네스 로페즈:왜?
 
조안나:...하지만 역시 깨끗하게 사는게 편하지 않은가... 하고...
 
아그네스 로페즈:음.
그런 삶도 있는 법이지.
(자긴 아니라는 뜻)
 
조안나:... ... ...
아직은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으니까 뭐라 얘길 잘 못 하겠네... (미래에는잔소리할거라는뜻)
 
아그네스 로페즈:너무 심해지면 한 번씩 깨끗하게 만들어.
 
조안나:너무 심해지면?
너무의 기준이 뭐야?
 
아그네스 로페즈:그때그때 달라.
나의 기분에 따라.
하지만 여기선 짐도 별로 없으니 그리 어질러질 것 같지도 않군.
 
조안나:(그렇다는뜻은 그 기준이 나쁘지않을수도있고...)
...뭐어... ... 일단은? ... 알아둘게...
 
아그네스 로페즈:그래, 그래.
내가 자네에 대해 알아두어야 할 점은?
 
조안나:... ... ...
뭐어, 딱히.... 별 건 없고... (스스로에 대한 기준이 관대한 편)
 
아그네스 로페즈:없어?
 
조안나:...왜꼭있을거라고생각해?
 
아그네스 로페즈:왠지 있을 것 같아서.
나중에라도 괜찮으니 생각나면 말하게.
 
조안나:... ... 알았어, 생각나면. 지금은 딱히 없어서...
(뭔가 있나? 뭐가 있더라? 생각이 길어진다... 깃털 모으는 속도는 느려진다.)
(한참만에 입을 뗀다.) ... 고집이 강하다고 했어.
 
아그네스 로페즈:그건 그냥 자네의 성격 얘기 아닌가?
누가 그러던가?
 
조안나:... 플루트 선생님이...
 
아그네스 로페즈:그건 자네의 음악적 부분에 대한 이야기 같은걸.
플루트는 몇 살 때부터 배웠나?
 
조안나:뭐랄까, 이렇게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건 절대 못고치는게 거의 집착같다고... ... ... 3년 전에?
 
아그네스 로페즈:3년 전? 자네야말로 천재같은데. 3년 배운 걸로 입학한 거 아닌가?
 
조안나:... ... ...
뭐랄까,
.... 입학해야했으니까....
3년동안 엄청나게..
(말문이 멎는다.)
 
아그네스 로페즈:후견인 때문에? (씩 웃는다.) 힘들었겠군.
 
조안나:(시선이 낮아진다. 어쩐지 갑자기 지친것같은 얼굴이다.)
아그네스는 연주하는게 즐거워?
 
아그네스 로페즈:응. 연주를 들은 사람들이 좋아하니까. 자네는? 즐겁지 않은가?
 
조안나:으으으으으음....
.....
난 사실, 누구 앞에서 연주를 해 본 경험이 별로 없어서...
 
아그네스 로페즈:항상 연습만? 그럼 내가 자네의 첫 관객이 되면 되겠군.
 
조안나:매번 엄청 떨리던데, 넌 안 그래? (어느새 깃털을 다 줍고 의자에 털썩 앉았다.)
... ... 아주 가끔씩 보여줘야할 사람 앞에서만. 그래봤자 두어명이지.
... ... 관객씩이나 되는 거창한 말 붙이니까 갑자기 손바닥에 땀나기 시작했거든...
 
아그네스 로페즈:난 선생님한테 보여준 게 아니라 그냥 동네 애들이나 손님들한테 보여준 게 전부라.
알겠어. 알겠어. 그럼 소파에 누워 있을테니 혼자 연습하게.
 
조안나:..............
여, 연습실 놔두고 기숙사에서 연습하라고.....?
 
아그네스 로페즈:아직 연습실은 안 열렸잖아. (당장 듣겠다는듯이 소파에 드러눕는다.)
 
조안나:지, 지, 지, 지금!?
(펄 쩍)
 
아그네스 로페즈:그럼?
 
조안나:그보다너오늘하루종일돌아다니고왔으면서씻고누워(소파에서 끌어내리려는듯 팔을 잡아당긴다)
... ... ... 나중에!
 
아그네스 로페즈:나중에? 나중은 늦는데. (별 수 없이 죽 끌어내려진다.)
그래, 오늘은 자네도 피곤할테니까. 준비가 되면 말하게.
 
조안나:(질질...) 짐 간단하게 풀고 씻고 나와. 피, 피곤할텐데 일찍 식사하고 자는게... (최대한 둘러댄다고 둘러대는데, 언행이 너무도 허둥지둥이다..)
...나, 나중에 연습하고 들려줄테니까...
 
아그네스 로페즈:아, 식사. 식사는 어디서 해?
 
조안나:어... 식당에서. (질질 끌어 아그네스 방 문 앞까지 왔다)
1층 통로로 이어져있어. 건물마다 식당 건물이 하나씩 붙어있을걸.
 
아그네스 로페즈:(조촐한 짐을 들고 방에 입장하게 된다) 그건 좋군. 여기 메뉴도 궁금하고.
 
조안나:... 그건 나도 궁금하네. 어떤 메뉴려나.
 
:아그네스의 이름이 달린 문을 보아하니 아그네스의 몫으로 주어진 개인실입니다. 어딘가 휑한 느낌입니다. 책상과 의자, 책장, 침대, 옷장의 단출한 구성입니다.
 
아그네스 로페즈:(짐가방을 열면 말 그대로 다 차지도 않은 가방에서 옷가지 몇 벌을 꺼낸다. 잠옷처럼 보이는 옷 두어벌과 격식 없는 편한 옷들...을 대충 옷장에 걸어둔다. 얼마 뒤에는 아무렇게나 늘어져 있겠지만.)
(어른 주먹 한 개 반만한 소라고둥을 책상에 올려두고, 악기는 침대에 올려두고...제대로 들여다 본 적은 손에 꼽는 악보집도 하나 꺼내 책장에 대충 두고 나면...)
정리 끝.
 
:창 밖으로는 곧게 뻗은 상록수가 보입니다. 푸른 실크 커튼이 풍경을 가려 무대 위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바닥에 깔린 카펫은... ... 어지간한 호텔에서 쓰는 것보다 좋은 질이네요.
 
아그네스 로페즈:(이런 방은 심부름 따위로 들어와보기나 했지...이런데서 묵을 줄이야. 침대에 풀석 누워본다.)
 
:침대는 아주 폭신합니다. 몸을 포근하게 감싸주는 것이 구름에 눕는 것 같아요. 이불도 새로 빤 것인지 좋은 냄새가 나네요.
누운 채 보는 방은 아직 휑하지만... 앞으로 더 많은 물건을 채워나가게 되겠죠?
 
아그네스 로페즈:이 방 최고로군.
여기서 나갈 때는 짐이 많아질지도 모르겠어...
 
:4년이라는 시간을 살다보면, 추억만큼 짐이 생길겁니다. 떠날 때는 몸을 가벼이 하는게 좋은 거라고도 하지만...
아직 그런 고민을 하기는 이르군요.
 
아그네스 로페즈:(4년이라. 지금 생각하면 까마득하지만 나중에는 짧다 느낄지도.)
(이러다 잠들겠다 싶어서 벌떡 일어나 나간다.) 밥 먹으러 가지.
 
:거실로 나와보면, 테이블에 오늘 종일 들고다녔던 아주 익숙한 학보 하나가 놓여있습니다. 조안나... 이걸 가져왔나?
읽어볼만한 기사라도 있었던걸까요?
 
아그네스 로페즈:자네, 이걸 빼돌린 건가? (학보를 읽는 건 학생의 당연한 권리지만, 이렇게 말하면 조안나가 펄쩍 뛸 것 같아서 일부러 이런다.)
(까닥, 고개를 기울여서 학보를 쳐다본다.)
 
조안나:으, 응...? 무 무 무슨소리야 어 어 어차피 우리도 읽어도 되는, 가져와도 되는 거.... 그런 거란 말이야...! (씻었는지 축축하고 차분해진 머리로 뽀송하게 나타나선, 보란듯 당황한다.)
계속들고다니긴했지만안쪽까지자세히볼시간은없었으니까좀더자세히읽을수있으면좋을것같아서(중얼중얼중얼중얼)
 
아그네스 로페즈:아직 입학식도 지나지 않았잖나. (반응이 좋아서 재밌다. 팔락팔락...)
 
:조안나가 읽던 페이지인지, 벌려져 있는 기사는 교내 생활 안내 항목이었지만, 한 장 앞으로 넘겨보니 이런 기사가 있습니다.
《'귀족파' 주의보!》
 
아그네스 로페즈:귀족파 주의보... (제목을 소리내어 읽는다.)
 
조안나:어쨌든학생들에게알리기위한목적으로 작성된 내용을 일독하는건 득이되더라도실이되지는않으니까*(변명하는 활자중독)
귀족파?
 
아그네스 로페즈:(플랑드르어는 읽는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다. 몇몇 단어는 발음한 뒤에야 뜻을 알기도 하면서...) 이 학교는 귀족파를 대단히 배척하는 것 같군.
흠, 어째서? 내 증조할머니 대만 해도 귀족들은 아주 환영받는 고객이었는데. (지극히 글라우쿠스 중심적인 생각.)
 
조안나:흐음...? (내용이 궁금해졌는지 곁으로 다가와 고개를 비틀어붙이고 읽는다.) 아, 이 기사... 아까 살짝 봤는데...
 
아그네스 로페즈:플랑드르의 정치 상황은 그리 좋지 않은가보지?
 
조안나:(어깨를 으쓱인다) 아마도... 역사 수업이나 사회과목에서 배우게 되겠지만 엄청나게 집약적인 왕정국가거든. 우리는 해외 여행도 자유롭지 않아서 유학오는 아이들을 보면 신기해. (당연스럽다는듯 눈만 동그랗게 뜬다.)
네가 만난 귀족들도 다 행정관련으로 업무차 출장을 갔거나, 유명한 음악가라서 순방 공연을 갔거나.. 그도 아니면 무역을 하는 사람들이었을 가능성이 있지.
 
아그네스 로페즈:해외여행도? (눈을 둥그렇게 뜬다. 그래서 그렇게 오는 사람들마다 한 가닥씩 잡고 있었던건가. 어쩐지, 너무 유명인이 많다 했다.)
여행을 가는 것도 국왕의 허락을 받아야 하나?
 
조안나:(고개를 짧게 끄덕인다.) 다른 지역에 가는데 허가 없이 갈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한걸.
 
아그네스 로페즈:(놀랍군, 하고 중얼거린다.) 글라우쿠스도 왕정제 국가이긴 하지만, 이렇게 왕권이 강력하진 않아. 들으면 들을 수록 신기하군.
게다가 예술과 화려한 공예품까지 널린 곳 아닌가. 밖에서 보는 플랑드르와는 많이 다른걸.
 
조안나:아무래도 방패회군 이후부터는.... (그러다 자기 배를 슥 내려다본다. 흘긋 아그네스의 눈치를 살피더니) ... 식당 가면서 이야기할래?
(꼬르륵한모양)
정제되고 단정한 예술이 유명하다는건... (눈을 도르륵 굴린다.) 아무래도 그게 그 국가의 색이라는 거겠지?
 
아그네스 로페즈:방패 회군? (이건 아예 처음 듣는 단어. 아니, 어쩌면 지나가다 주워들었을지도 모르지만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럴까. 하루 종일 돌아다니기만 하고, 먹은 거라곤 달랑 요거트 한 그릇 뿐이군.
호화로운 에피타이저였어. (금방 학보를 내려두고 식당으로 향한다.)
 
조안나:...! 뭐어, 그거밖에 안 먹었어? 안돼, 성장기인데....(하면서 슥 올려다보고는 마음을 고쳐먹는다. 덜 먹어도 될 것 같기도 해..)
역사같은건 얼마든지 알려줄테니까, 일단 가자.
 
아그네스 로페즈:플랑드르에는 연고가 없거든. 맨 몸으로 왔더니.
 
:1층으로 내려가보면 식당 별관으로 통하는 통로가 있습니다. 통로를 따라 식당 안으로 들어가면 아직 한산한 식당 내부가 보입니다.
식당은 먹고 싶은 음식 접시들을 직접 가져가서 먹고, 트레이에 음식 접시와 컵을 담아 회수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조안나:너도 정말... 대책이 없구나. 후원자나, 후견인같은 건?
 
아그네스 로페즈:없어. 플랑드르에 오면 연락하라던 사람은 많았지만, 그런 사람들을 다 일일히 찾아갈 수도 없는 것 아닌가.
그리고 그런 인사치레는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게 아니거든. (펼쳐진 호화로운 풍경에 와, 하고 입을 벌렸다가 냉큼 접시를 두 장 집어든다.)
이거 전부 그냥 먹어도 되는 건가?
 
조안나:연락해봐서 나쁠 건 없을텐데... ... 내일은 엽서를 사러 다녀오자. 기억나는 사람들에게 전부 편지를 보내. 널 반갑게 맞아주는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야지. 어린 애가 홀홀단신으로와서말이야.(쫑알쫑알쫑알)
 
:두 사람이 음식이 놓인 곳으로 다가가자, 뒤에서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얘야, 잠깐만 이리로 와 보렴!"
 
아그네스 로페즈:이름만 아는 사람들이 어디 사는 줄 어떻게 알고... (대꾸하다가, 뒤에서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본다.)
(혹시 우리?)
 
:소리가 나는 쪽을 돌아보니 아그네스를 똑바로 보며 손짓하는 사람의 모습이 보입니다. 머리카락을 깔끔히 뒤로 넘겨 묶은 것으로 보아 이 학생 식당의 조리사 같습니다. 아그네스가 가까이 다가가면 조리사는 거울을 꺼내 아그네스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비추어줍니다.
"식당에 깃털을 묻히고 오면 안 된다. 알았니?"
거울 속 아그네스가 입은 옷에는 파랑새 깃털이 붙어 있습니다. 언제 날아와서 붙었는지 모르겠네요.
 
아그네스 로페즈:어잉.
오늘 새랑 좀 놀았더니... (톡, 파랑새 깃털을 떼어낸다.)
 
:바보소리낸다
 
아그네스 로페즈:자네한테서 옮았나봐.
 
:조리사는 아그네스를 식당 구석으로 데려가 깃털 제거기를 건네줍니다.
 
조안나:뭐어? (어이없다는듯한 소리를 내며 쫓아오더니 깃털 몇 개를 떼어준다.) ... ... 사실, 붙어있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상관 없다고 생각해서...
 
아그네스 로페즈:(깃털 제거기로 옷을 슥...슥...문지르며)
 
:조리사는 조안나의 옷에 붙은 깃털도 떼어주고...
 
아그네스 로페즈:내가 거지꼴이 잘 어울리긴 하지.
 
:"이 주변에 새가 원체 많긴 하지만, 가끔씩 새가 식당 안으로 들어오기도 해서 아이들이 싫어하거든. 오죽하면 사감선생님한테 항의까지 하겠니."
 
아그네스 로페즈:방 안에도 들어오던데요.
 
조안나:거지꼴이라니... 그냥 교복이랑 제법 색이 어울리기도하고 좀 많아서... (눈쌀을 찌푸리고...)
원래 그렇게나 들어오나요?
... 하지만 길조였던것같은데..
 
:"그래도 방에는 잘 안 들어갈텐데. 너희 방에 들어왔니?"
 
아그네스 로페즈:엄청나게요.
 
:"이런, 방 안에서 과일이라도 먹은거니?"
 
아그네스 로페즈:(킁...조안나한테 과일냄새 나나 맡아봄)
 
:"아무리 길조여도 너무 많고, 생활에 지장을 준다고 여기게되면 그런가보더라. 한 번 들어오면 출구를 못 찾고 날아다니니까..."
 
조안나:(몸 슥슥 문지름)
(나는 과일냄새가.... 2)
(안 난다!)
... 혼자 몰래 먹었다거나 그런 거 아니야...
 
아그네스 로페즈:그래, 그래. 자넬 의심하는 건 아니야.
다음부턴 빨리 도움을 요청해야겠군. 창문을 덜 열고 살거나.
 
조안나:응... 창문을 열 때는 활짝 열면 안되겠어.
 
:조리사는 이제 가보아도 좋다며, 맛있게 먹으라고 인사해 줍니다.
식당에는 깊은 풍미를 중시하는 버디그리스식 음식이 잔뜩 놓여 있습니다. 맛이 강렬하지는 않지만 그만큼 담백하고 느긋하게 즐기기 좋은 음식들이 즐비합니다.
 
아그네스 로페즈:맛있어보이는데. (어쩐지 해산물이 적다, 는 생각도 잠시...처음 보는 음식들을 한 켠에, 알거나 맛본 적 있는 것들을 또 한 켠에 쌓기 시작한다.)
(그리고 접시가 심심하다는 생각을 한다.)
 
조안나:(옆에서 천천히... ... 익숙한듯 음식 몇 가지를 덜어 담다가, 멈춰있는 아그네스를 기웃댄다.) ... 왜그래? 뭔가 찾는 거 있어?
 
아그네스 로페즈:말린 육포 같은 게 있으면 방에 좀 싸갈까 했는데...
 
조안나:....?
살라미같은 거?
 
아그네스 로페즈:수분을 뺐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방식이 완전히 달라.
 
조안나:음?( 갑자기 아무것도 모르겠는 얼굴이 됨.)
 
아그네스 로페즈:(쩝, 하고 입맛을 다신다.) 버디그리스에서는 기대하지 말아야겠군.
(치즈를 산처럼 쌓아올린다. 귀한 음식.)
 
조안나:..뭐, 뭔데? 말린 육포라는게? (졸졸)
 
아그네스 로페즈:말로는 설명 못해. 자네 말대로 엽서를 사서 좀 보내야겠어. 글라우쿠스에.
음식을 좀 보내달라고 해야겠군.
 
조안나:음, 음식을? 글라우쿠스까지 얼마나 걸리는데?
 
아그네스 로페즈:다행히 나한테 휴대용 향신료가 있지. (교복 주머니에서 작은 원통을 꺼낸다. 나무를 깎아 만든 것인데, 꼭지를 돌릴 수 있다.)
 
조안나:(너진짜엄청난걸들고다니는구나)
 
아그네스 로페즈:글쎄, 특송우편이 아니라면 2주 정도 걸리겠군.
 
조안나:2, 2주.......? 절인 올리브도 2주면 다 익어버리는데... 상하는 거 아냐?
 
아그네스 로페즈:내가 부탁할 건 그런 게 아니니까 걱정 말게. 바닷바람에 바싹 마른 글라우쿠스 특산물들이 올 거니까.
(접시 두 개에 음식을 가득 쌓아놓고 자리에 앉는다.)
 
조안나:(아무래도햄을 만드는 방법같은 데에는 무지한 모양으로... 여전히 잘 모르겠다는 얼굴로 따라와 맞은편에 앉는다.) 넌 대체 어떤걸...
... 나무? 그런 거니?
 
아그네스 로페즈:...정말 음악가다운 상상이군.
 
조안나:전혀 상상이 안 돼서 그래...
 
아그네스 로페즈:두께감과 결이 살아있는 육포에, 향신료로 간을 한 어포...아, 아주 단단하게 만들어서 마체테로 썰어먹는 햄도 있지.
호밀빵에 얹어먹으면 그만이야. 운이 좋을 때는 치즈를 곁들여 먹는데, 여기선 양껏 만들 수 있겠어.
 
조안나:(입이 점점 벌어지며 눈에는 호기심이 들어찹니다.) ... ... 짠 맛이 나니?
 
아그네스 로페즈:제법. 집마다 만드는 방법이 다 다르니까 조금씩 맛도 다르다네.
매운 향신료를 쓰는 사람도 있고, 바다소금으로만 간을 하는 사람도 있고...
 
조안나:신기하다... ... (조금 늦게 스푼을 집어 요거트를 먹기 시작한다.) 매운 향신료?
... 매운... ... 고기? 전혀 상상이 안되네...
 
아그네스 로페즈:버디그리스 사람들은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던데. 자네도 그런가?
 
조안나:(념... 념... 념... 먹다가 스푼을 치든다.) 후추맛이겠구나. (그리고 거둔다. 조금은 멋쩍은 얼굴이 된다.) 매운 음식은 사실 접할 일이 거의 없으니까.... 몇 번 입을 대봤는데 아주 고통스러웠다구.
그런 음식은 왜 먹는거야? 고통을 즐기는 습성이라도 있는거니?
 
아그네스 로페즈:후추와는 또 다른 매운맛이야. (흠, 하고 고민하다가...)
자네들이 이렇게 심심한 음식만 먹는 것과 같은 이치지.
문화의 차이일세.
 
조안나:... ... ... (몸이 뒤로 기운다. 의자에 등을 탈팍 기대고는) 그런 거 말야, 신기한것같아. 어떻게 그렇게 다들 다를 수가 있지?
(몸을 벌떡 세운다.) 학교에 다른 유학생도 있을까? 글라우쿠스사람도? 아니면 다른 나라 사람도?
 
아그네스 로페즈:그렇지 않겠나? 120명이라고 하니까 얼마나 많을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나라 문화에 제법 관심이 있나보군. (활짝 웃어보이지만, 여전히 부지런하게 밥을 먹고 있다.)
 
조안나:역시 궁금하네... 난 어려서부터... (잠깐 말을 멈춘다. 그리고는 끄덕거린다.) 별로 돌아다녀보질 못해서. 접할 기회도 없잖아.
(잘먹고 있는 아그네스와 달리 혼이 살짝 빠져서 반도 못 먹었다.)
 
아그네스 로페즈:자네는 수도 태생인가? 근처 도시라도 돌아다녔을 것 아니야. (거기도 마음대로 못 다니나? 하고서는 즉석 샌드위치를 만들어 입 안 가득 문다.)
 
조안나:으으으음.... ... (눈을 데굴 굴리더니 애꿎은 샐러드를 푹푹 찍어 입에 밀어넣는다.) 난 어렸을때부터 몸이 별로 안 좋아서...
수도 태생이지만 수도도 별로 돌아다녀보지 못했어. 시내에 대해서는 너만큼이나 모를걸.
 
아그네스 로페즈:(샌드위치를 삼키고서야) 그렇군...지금도 아주 건강해 보이지는 않아. (도서관 오르막을 오르던 것만 봐도, 하고 덧붙인다. 아그네스의 건강 기준은 대단히 높다.)
 
조안나:끙........ (곤란~~한 얼굴로 미간을 살짝 긁적이고는) 그래도 많이 좋아진 거야...
 
아그네스 로페즈:나도 버디그리스를 돌아다녀 본 건 닷새 정도가 전부일세. 공원에서 동전이나 벌었지만, 제법 벌이가 쏠쏠했지.
 
조안나:... ... ...?응?
공원에서 뭘 했다구?
 
아그네스 로페즈:연주.
 
조안나:... ....
동전을 벌었다면서.
그럼...
길에서 연주를하고 돈을 받은거야?
 
아그네스 로페즈:정확히는 분수대 앞이지.
 
조안나:... ...
(꿈뻑... 꿈뻑.. 조금은 충격을 받은 얼굴이다.)
그런 것도 하는구나... 나도 볼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아그네스 로페즈:(뭔가 문제라도? 하는 표정을 짓는다.)
아, 보고 싶단 뜻이었나? 난 또 교칙에 위배되기라도 하는 줄 알았지. 자네한테는 얼마든지 공연해줄테니 걱정 말게.
 
조안나:교칙에 위배되나? 그건 잘 모르겠어... (갸웃,하고는) 다음에도 분수대 앞에서 할거야?
 
아그네스 로페즈:학교 분수대? 글쎄, 여기는 음악을 잘 하는 사람들만 모인 곳이니까...
공개 공연은 나중에 시내에 나가면 하지. 여기서 했다간 미꾸라지 앞에서 기름칠 하는 격일세.
 
조안나:흐으음..... 그런가?(아직 아그네스가 수석인걸 몰라서 적당히 호응한다..) 그럼 공개 공연 전에 한 번 들려줘.
 
아그네스 로페즈:그래, 내가 외운 곡 중에서만 할 수 있지만. 나중에 리스트를 적어줄테니 자네가 골라보게.
새로운 곡은 며칠 시간을 줘야 해.
 
조안나:...오, 그렇게나? 그럼 입학식이 지나면 도사관에 가서 악보를 찾아볼게...
 
아그네스 로페즈:(포도, 모짜렐라 치즈, 토마토, 얇은 호밀빵을 순서대로 꽂아 카나페 비슷한 것을 만들어 먹는 중)
 
조안나:... 아니, 신청곡까지는 괜찮아! (퍼뜩 정신을 차린다. 어째 아그네스에게는 금방 휩쓸려버리는것 같네..) 그냥 들어보고싶을 뿐이니까 네가 자신있는 곡이면 돼.
(잠시 잊었던 식사를 이어간다. 포도와 치즈를 한 번에 집어 입으로 넣는다.)
 
아그네스 로페즈:그럼 공개 공연에 딱 좋은 곡들이 있지. (어느새 깨끗하게 접시를 비웠다.)
버디그리스 음식은 이 정도 먹어야 배가 차는군.
귀족 식사 같아. (어라, 하고 눈을 꿈벅였다가) 귀족이라는 말 하면 안되나?
 
조안나:귀족 식, 사...? (갸웃.. 하고 비어버린 아그네스의 접시를 본다.) 많이 담아와서 남길줄 알았는데 다 먹었구나...
 
아그네스 로페즈:양에 비해 포만감이 적어.
 
조안나:... ... 당연할지도 몰라, 배가 차는 건 별로 안 가져왔잖아. 밀전병같은 것들 말이야.
 
아그네스 로페즈:밀전병은... (그런걸로 배가 차겠나? 하고 뭐라 하려다 만다.)
다음 식사 때는 밀전병으로 접시를 채워보지.
(다 먹은 사람 포즈로 조안나를 기다린다.)
 
조안나:그래, 다음엔 찐 계란도 좀 더 가져오고.. (천천히 느긋하게 먹는다. 말하느라 못 먹은 것처럼 말없이 식사를 이어가다가... ... 흘긋.)
먹는 속도도 원래 빠른 편이니?
 
아그네스 로페즈:그런가? 보통이라고 생각하는데.
자네가 느린 것 같아.
 
조안나:... ...
빨리 먹어볼게... 근데 그렇게 빨리먹으면 체할거야.
 
아그네스 로페즈:아니, 느긋하게 먹게. 기다리는 건 지루하지 않으니까.
 
조안나:(그 때부터 조용히 우적우적우적.... 어쩐지 풀 위주로만 먹는 데도 한참이 걸리고서야 식기를 내려놓는다.)
 
아그네스 로페즈:계속 앉아서 식사를 하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그래. (주변을 둘러보다가)
아, 여기 있는 음식 방으로 가져가도 되는건가? 호밀빵 한 덩이만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조안나:아, 괜찮을것 같아. 가져가기 어려운 음식만 아니면?
 
아그네스 로페즈:(조안나의 말에 냉큼 호밀빵과 브리치즈 한 덩이를 챙긴다. 오늘 간식.)
성장기거든.
 
조안나:더 크려고!? (자리에서 일어나 식당을 나온다.)
 
아그네스 로페즈:우리 가족은 다 키가 크다네.
큰 편이긴 하지만, 커서 나쁠 것도 없지.
문짝보다만 작으면야.
 
조안나:... ... 너무 커지면.... (올려다보며 눈을 꿈뻑인다.) 난 조금 불편할것같기는해...
 
아그네스 로페즈:그 때가 되면...자네도 크지 않겠나.
그대로는 아닐테니까.
 
조안나:... ... 물론! 나도 키가 크고 있고, 앞으로도 더 크겠지. 응.
 
아그네스 로페즈:자네도 잘 먹어야 해. 풀만 조금씩 먹어서는 붙을 것도 안 붙는다고. (자네도 하나 챙겨, 하면서 치아바타 한 덩이를 얹어준다.)
침대 맡에 두고 심심할 때마다 뜯어먹게.
 
조안나:앗.
.... .....
 
아그네스 로페즈:(전리품까지 당당하게 챙겨서...방으로 복귀한다.)
 
조안나:(이거 정말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을 하며... 받아들고 따라간다.)
 
:두 사람이 방으로 돌아가기 위해 로비를 지날 때, 계단으로 올라가는 학생들의 말소리가 홀을 울리며 번져듭니다.
 
아그네스 로페즈:(쫑긋.)
 
:"오늘도 있더라?"
"그러니까... 얼마나 성공하고싶은거지?"
"비올라 전공이면서 노래하고있는 건 조금 웃기긴해."
"그래도 쟤만한 국왕파는 또 없겠더라 귀족파에 V.V가 있다면 국왕파에는 V... ... 뭐더라? 뤼겐? R인가?"
"어, 그치. 일년내내 참 대단해. 비견할 만 해."
목소리는 층계를 올라가며 올려 번지더니 이내 이해하기 힘들정도로 멀어집니다.
 
아그네스 로페즈:(잠시 멈춰서서 계단 위를 올려다보다가, 조안나를 본다.) 뤼겐?
 
조안나:뤼겐? (고개를 갸웃, 합니다.)
 
아그네스 로페즈:대단히 시샘을 받는 모양인데. (일년 내내라면...선배인가? 생각한다.)
비올라 전공이라는데, 만날 일이 꼭 있었으면 좋겠군.
 
조안나:(눈을 꿈뻑이다...) 만나면 무슨 얘길 하려고? (고개가 계단 위로 올라갔다가 돌아온다.) 어쩌다 시샘을 받게 된건지가 궁금해서? (앞장서 방으로 향한다.)
 
아그네스 로페즈:이야기가 저렇게 돌 정도의 사람이면, 비범하다는 뜻이잖나.
그게 좋은 쪽인지, 나쁜 쪽인지는 내가 판단할 문제야.
 
조안나:그렇게 생각하면... (눈썹을 비틀고 잠시 생각하더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 넌 정말... 대책도 없고, 용감하면서, 상냥하네. 말도 안되는 것들끼리 모아둔 것같아.
 
아그네스 로페즈:한 마디로 자네 인생에 없던 인재라, 그거로군. 듣기 좋은데. (능청스럽게 웃으며 가던 걸음을 옮긴다.)
 
조안나:특이하다는 말인데, 긍정적이네... (나란히 걷다보면 금방 214호 문 앞에 도착한다.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문을 열고,) 하지만 맞아. 너같은 사람은 내 인생에 없었지.
그리고 지금 판단으로는... (씩 웃어보이며 들어간다.) 좋은 쪽이야.
 
아그네스 로페즈:잘됐군. 내가 학교생활의 첫 걸음은 조금 성공적으로 뗀 모양이야. (씨익, 마주 웃는다.)
(방으로 돌아오면...가지고 온 간식을 종이봉지에 싸서 침대 옆 협탁에 올려둔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숙제는...입학식 뿐?)
 
:입사 첫 날이 저물어갑니다... 입학도 전에 이렇게 재미있는(?) 일이 일어날 줄은 몰랐지만, 나름 즐거운 첫단추를 꿴 것 같습니다.
오늘은 자유롭게 쉬고, 점호에만 참석하면 되겠습니다.
내일 입학식을 위해 일찍 잠드는 것도 좋겠지만 점호에는 빠지면 안되겠죠...
점호 시간 전까지 무얼 할까요?
 
아그네스 로페즈:(방 안을 뒤적이다가...마땅히 건드릴 물건도, 정리할 것도 없어서 거실 소파에서 낮잠을 잤다.)
 
:낮잠을 쿨쿨 자고 있다보면...
문 밖에서 노크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아그네스 로페즈:(꿈벅...꿈벅...)
들어오게. (눈을 비비며 크게 하품을 한다.)
 
:"212호 점호."
문 밖에서 나는 소리가 들린 걸까요?
옆옆호실의 점호소리가 들립니다...
 
아그네스 로페즈:(우리 방이 아니군...벌써 점호시간인가, 싶어서 꾸무적대며 일어난다.)
 
:점호시간까지 이렇게 쿨쿨 자게 두다니, 조안나도 참!
 
아그네스 로페즈:조안나, 벌써 점호 시간인가본데. (조안나의 방문도 똑똑.)
 
:똑똑....
...
문을 두드려보지만 안쪽에서는 아무 반응이 없습니다.
 
아그네스 로페즈:... (이쪽도 자나? 뽈칵, 문을 연다.)
 
:뽈칵, 문을 열어보면... 아그네스의 방처럼 책상, 의자, 책장, 침대 옷장 등이 보입니다.
관찰력 혹은 지능 판정.
 
아그네스 로페즈: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5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어쩐지...........
조안나의 방이 아주 조금 더 넓은것같기도 합니다.
 
아그네스 로페즈:(이쪽이 좀 더 좋은 방인가...?)
(조안나는 어디있지?)
 
:주위를 둘러봐도 조안나는 보이지 않네요.
 
아그네스 로페즈:...? 나갔나. (머리를 긁적이며 거실로 돌아온다.)
 
:[책상]과 [책장], [침대]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아그네스 로페즈:점호 시간에 자리를 비운 것까지 변명해줘야 할 줄이야. (중얼거리면서 돌아오더니 조안나의 책장을 구경한다. 어쩐지 책도 많이 가지고 왔을 것 같은 느낌.)
 
:책이 몇 권 꽂혀 있습니다. 조안나의 전공 서적이 맨 아랫칸에 꽂혀 있고, 중간 칸에는 [두툼한 책들]이 있습니다. 여러 사람들의 흔적이 남아 있고 낡은 것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어딘가에서 빌려온 책 같습니다. 하나같이 역사에 관련된 책이네요. 조안나는 역사에 관심이 있는 걸까요? 그리고 가장 윗칸에는 [한 권의 책]만이 꽂혀 있습니다.
 
아그네스 로페즈:(전공 서적까지 이미 전부 독파했다니. 두툼한 책들을 건성건성 넘겨본다. 음악보다는 역사에 관심이 있어보이는 사람 같은데.)
 
:책들은 하나같이 비교적 가까운 시대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 책입 니다. 국가별로 상당한 페이지를 할애하고 있으며, 사용감이 상당히 남은 책이어서 그런지 특별히 많이 읽은 부분이나 조안나가 따로 표시해둔 부분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역사책들에서 특별한 정보는 얻을 수 없습니다.
 
아그네스 로페즈:(안 그래도 아직 읽는 속도가 느린데, 이렇게 어려운 책까지 들춰볼 수는 없겠다. 나중에 조안나에게 이야기로 듣던가 해야지. 책들을 도로 꽂아두고...)
(혼자 덜렁 꽂힌 책은 뭐지?)
 
:가장 위쪽에 있는 책을 뽑아 살펴봅니다. 책 제목이 '므네메'인데, 기억을 더듬어보자면... 플랑드르 유일신의 이름입니다. 예전에 만났던 플랑드르 귀족이 보여준 경전의 제목은 다른 것이지만, 책장에 꽂아둔 만큼 자주 읽는 책이겠죠? 아무래도 조안나의 신앙심은 독실한 듯합니다.
 
아그네스 로페즈:(신학서...성경인가? 교회를 거북해하는 것 치고는 독실한 것 같은데...)
(책을 도로 돌려놓는다. 원래는 악보 같은 게 있나 구경하러 왔던 건데...전공서적도 넘겨보는 중.)
 
:전공 서적은 여러가지입니다. 플루트 연주 교본, 악보집, 화성학...
열심히 공부한 모양인지 필기가 빼곡하게 되어있습니다.
 
아그네스 로페즈:(이것저것 있군...나중에 합주할만한 걸 골라달라고 해야지. 전공서적도 원래대로 정리해놓는다.)
 
:누가 손 댄 적 없는 것처럼.. 까지는 아니지만 가지런히 정리되었습니다.
 
아그네스 로페즈:(조안나가 간식도 잘 챙겨두었는지 책상을 쳐다본다.)
 
:책상 중앙에는 조안나의 것으로 보이는 종이뭉치가, 모서리에는 공예품들이 올려져 있습니다. 종이는 하나같이 새것 같습니다. 그리고 공예품 옆에는.. 호밀빵 부스러기가 보입니다. 개중 맨 위에 놓인 [종이]와 [공예품] 들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아그네스 로페즈:(자네도 칠칠맞은 구석이 있군...)
(뭔가 어질러져있는 듯한 종이를 본다.)
 
:필기용 종이 뭉치입니다. 맨 윗장에 쓰여 있는 한 문장이 보입니다. 언제까지 숨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그네스 로페즈:(일기인가? 괜히 봤다, 싶다.)
(종이는 시야에서 밀어버리고...공예품 쪽에 눈길이 간다.)
 
:잘 살펴보니 이 공예품들에는 하나같이 플랑드르 왕가의 문장이 새겨져 있습니다. 국가 문양에서 좀 더 화려하게 생긴건 왕가 문장이라고 들어본 적 있는 것 같습니다... 하사품을 으스대던 귀족이 보여줬던 것 같네요. 아무래도 이 공예품들은 왕의 하사품 같습니다.
국왕 전하께서 조안나에게 이 공예품들을 하사한 걸까요?
 
아그네스 로페즈:(어쩌면 조안나는 왕가의 후원을 받는 걸지도. 대단한 룸메이트를 두었는걸, 하고 생각한다.)
 
:작은 파랑새 공예품은 호밀빵 가루를 먹고있기라도 한 듯 보입니다.
 
아그네스 로페즈:(룸메이트 방 구경 잘 했다. 괜한 걸 뒤진 것 같기도 하지만...별 것 아니겠지, 넘기며...)
(거실로 나와서 거만한 자세로 앉아있음.)
 
:거실로 나와서 앉아있으면, 옆 방 문 닫히는 소리가 들리는듯합니다.
이 시간까지 조안나는 어딜 간 건지...
어김없이 노크소리가 들리고... "214호, 점호." 라고 말하는 사감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아그네스 로페즈:나중에 알면 놀라 자빠지겠군. (방문을 연다.)
 
:문을 열면 사감 선생님이 안쪽을 살핍니다.
"아그네스 로페즈, ... 조안나 럼펫?"
 
아그네스 로페즈:조안나 럼펫은...
뭔가 급한 일이 있는 모양입니다. (어깨를 살짝 으쓱인다.)
 
:"... ..."
"아프다거나, 그런 건가?"
 
아그네스 로페즈:...예에, 아무래도 긴장을 한 모양인지. (대강 둘러댄다. 이럴 땐 표정에 티가 안나는 게 다행이다 싶다.)
 
:사감선생님은 어쩐지 애매한 얼굴로 방 안을 한 번 둘러보고는... 별 말 없이 방을 떠납니다. ... 위기를 잘 넘긴걸까요?
벌점이 생기려나...
 
아그네스 로페즈:방에 파랑새가 들어온 정도로 그렇게 화를 내셨는데... (별 일이군. 학생의 건강은 염려하시는 건가.)
(잘 넘겼으니 됐다! 돌아오면 빚진 셈 치고 뭐라도 사라고 해야겠군. 하며 문을 닫는다)
 
:일단락되어 다행이긴 하지만... 조안나는 어디로 간 걸까요?
 
아그네스 로페즈:학교 안에서 길을 잃었나. (그럴듯하다.)
 
:조안나를 기다려봐도 좋고, 일찍 잠에 들어도 좋습니다.
하지만... 거실 소파에서 잠든 아그네스를 두고 문을 열고 나갔다면 알아차렸을텐데.
 
아그네스 로페즈:(룸메이트를 모른 체 할 수는 없지...라는 생각에 다시 거실 소파에 파묻힌다.)
 
:점호 시간까지 지나버리면 교내를 돌아다니는 건 정말로 교칙 위반일텐데, 어딜 가서 돌아오지 않는건지...
하릴없이 기다리다보면....65분 쯤 지났을까...
한시간이나넘게
조안나의 개인실에서 인기척이 느껴집니다.
...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린것같기도 합니다.
 
아그네스 로페즈:(인기척에 게슴츠레 눈을 떴다가...기지개를 켜며 일어난다.) 조안나?
 
조안나:(방 안이 조용해졌다가 문이 끼이이이... 열리고, 고개를 빼꼼 내미는 조안나가 있다...) ...... 아, 아그네스.
... 시간이 무지 늦었지, 혹시 점, 점호는...
 
아그네스 로페즈:이미 끝났다네. 어딜 다녀온건가?
 
조안나:... ...그, 음.
어딜 다녀온게 아니라... ...
... 잠들었어. 피곤했나봐...
 
아그네스 로페즈:내가 자네 방도 들어갔다 나왔는데?
그렇게 납작해질 수 있다니 몰랐군.
 
조안나:... ... ...언제!?
내, 내 방에 들어왔었너!?
 
아그네스 로페즈:점호가 있기 전에 한참동안.
 
조안나:... .... ....
으, 응. 그랬나봐. 죽은듯이 잠들어서... (뒤통수를 북북 긁는다.)
(조금 우물쭈물한는듯하더니) ... 기다린거야? 걱정했으면 미안해.
 
아그네스 로페즈:자네가 학교 안에서 길이라도 잃은 줄 알았지. 방에 있었으면 됐네. (쭉, 다시 한 번 제대로 기지개를 켜곤 이번엔 방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조안나:오늘 그렇게 돌아다녔는데 벌써 길을 잃어버릴리가 없잖아~...
 
아그네스 로페즈:낮에 자 뒀어도 밤에도 푹 자두게나. 내일은 더 피곤할테니까.
 
조안나:... 응, 내일은 일찍 일어나야지. 입학식이니까.
(손을 흔들어 인사한다.) 잘 자. 아그네스.
 
아그네스 로페즈:자네도. (조안나에게 가볍게 손을 흔들어주곤 방으로 돌아가서...제대로 잘 준비를 한다)
 
:블루버드 칼리지에서의 긴, 첫번째 하루가 정말로 진짜로 끝이 났습니다. 처음부터 유쾌하다면 유쾌하고, 다사다난하다면 다사다단한 하루였네요.
푹신한 이불이 몸을 휘감으면 노곤한 기분이 몰려옵니다.
내일을 위해 푹 잠들어볼 시간입니다. 떠오르는 이상한 것들은 제쳐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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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란한 기상 음악이 들립니다. 입학식 날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신입생들은 오전 아홉 시 반까지 교복과 신입생용 가운을 배부받고 열 시까지 본관 1층의 대강당으로 가야 합니다.
아그네스는 제 시간에 일어났나요?
 
아그네스 로페즈:(아그네스는...아주 일찍 일어났다.)
(뱃사람은 5시 기상.)
 
:진짜빠르다
기상음악은 7시 반에 울렸어요
해가 뜨기도 전에 일어나서 심심하진 않았나요? 아그네스의 룸메이트는 7시 반에 기상음악이 울리고 나서야 방 안에서 부스럭대는 소리를 냈습니다.
 
아그네스 로페즈:(일어나서 스트레칭을 쭉쭉 하고...기숙사 근방을 산책하기도 했다. 그리고 기상음악과 함께 돌아옴.)
일어났나? (어제 남은 빵쪼가리를 간식 겸 입에 밀어넣으며 방문을 똑똑 두드린다)
 
조안나:(노크 소리에 작게 들리던 부산스러움이 잠시 멈추고, 발자국소리가 가까워진다. 문이 달칵 열리면 어제 처음 만난 얼굴이... ... 제법 부은 채로 등장한다.) ... 안녕.
 
아그네스 로페즈:(꿈벅꿈벅)
새벽에 간식이라도 먹었나?
(볼 쿡.)
 
조안나:이, 일찍 일어났어? 난 지금... 세수하고 옷만 갈아입었는데... (눈을 비비다 아그네스를 빤히 보고) ... ...
(볼. 찔렸다.)
 
아그네스 로페즈:아니면 혹시 고향을 떠나왔다는 불안함에 남몰래 눈물로 밤을 지새웠거나.
 
조안나:(미간이 살짝 찌그러지더니) 그런 거 아닌데... (볼을 찌른 손을 피해 고개를 물리고) ... 원래 아침에 조금 붓는 편이긴 해... 물론 어제 가져온 빵도 먹긴 했지만...
... ... 아무튼!
졸업 가운 받아왔니? 아직이면 같이 가.
 
아그네스 로페즈:동글동글해서 물고기 같아. (씨익 웃어보이더니) 아직, 자네가 언제 일어나나 기다리고 있었지.
드디어 교복을 입어보는군.
 
조안나:물고기라니..............(눈썹을 비튼다. 물고기.... 라고 해도 그림으로밖에 못 봤지만 그거, 사람한테 빗대도 괜찮은거야?)
(잘못된 역사를 뒤바꿈) 가자, 교복 받으러 늦게 가면 아침도 못 먹을 것 같아...
 
아그네스 로페즈:(뒤바뀌는 역사를 본다)
아침식사는 중요하지. 어제만큼 호화로우려나?
옷 다 갈아입었으면 가지. 난 이미 2시간 전부터 입학식을 치를 자세였거든.
 
조안나:비슷하지 않을까? 아침식사라고 하면 조금 더 가벼운 느낌은 있지만... (그 말에 후다닥 방을 나선다.) 그, 그렇게나 일찍부터!? 배고팠어? 빨리 얘기하지... 미리 깨웠어도 됐는데... (늦잠.. 잔 건가? 싶어 귀가 화끈대는 기분이 든다. 귓바퀴를 만지작거리며 보폭을 넓힌다.)
 
아그네스 로페즈:아니, 원래 일찍 일어나거든. 어렸을 적부터 습관이라, 새벽 일이 없다고 해서 늦잠을 잘 수 있는 건 아니더군.
덕분에 여유로운 아침을 보냈으니 걱정 말게. 산책도 했고. (뒷짐을 진 채 조안나의 뒤를 따라간다. 저벅저벅 보폭을 맞추며.)
 
조안나:습관이라... 항상 그렇게 일찍 일어난단 말이야? (일어났던 시간을 떠올려보고, 두 시간.. 하고 셈해보더니 놀란 얼굴로 아그네스를 돌아본다.) 그 시간에 해는 떠 있니!?
 
아그네스 로페즈:해가 길어지면 어슴푸레하지. 보통은 어둑어둑하지만, 여명을 보며 하루를 시작해보는 것도 좋지 않겠나.
기상 음악이 울린다기에 요란한 종소리인가 했더니. 학교 명성답게 멋진 합주곡이더군.
 
조안나:... ... 여명이라니, 살면서 본 적이 거의 없어서... 잘 모르겠어. 어떤 모습인건데? 노을같은 건가? (로비로 나가 건물을 나서면, 여러 건물에서 나온 학생들이 빨려들어가듯 사감실로 향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걸 보고는 눈에 띄게 숨을 크게 들이켰다 뱉는다.) 그런 합주곡으로 사람을 깨운다니, 감미로워서 아무도 못 일어날 줄 알았는데 다들 일어난 모양이네...
 
아그네스 로페즈:노을과 비슷하지만 색은 반대야. 그것도 바다에서 보면 좋겠지만...
먼 수평선 너머에서 해가 떠오르는 모습이 장관이지. 그대로 배를 타고 가면 해를 만져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말일세. (더 일찍 나올 걸 그랬나, 생각하며 학생들의 행렬에 따라 선다.)
다들 부지런하군.
 
조안나:... ... 네가 말해주는 것들은 전부 신기하다못해 꿈같네. 그런게 실제로 있다면 어떤 모습일지.. 내 상상력이 못미치는 것 같아. (끙... 하고 미간을 찌푸린다. 이미지를 만들어내다 뇌에 과부하가 온 것처럼 끙........) 정말, 다들 일찍 나왔네. 아직 8시 정도밖에 안 됐을텐데... ... 넘었나?
 
아그네스 로페즈:백문이 불여일견일세. (머리에서 김 나겠어, 하면서 조안나의 정수리를 몇 번 두드린다. 지금은 몇 시?) 조금 넘은 것 같은데.
 
조안나:(동동, 두드려지면 아랫입술이 비죽... 나온다. 머리를 슬 비켜보더니 주위를 둘러봤다가,) 시계가 없으니 불편하네...
 
브로닌 스카일러:오, 너희도 나왔구나! (건물쪽에서 저벅저벅 걸어온다.)
 
아그네스 로페즈:아, 안 맞는 열쇠 브로닌.
이쪽은 브로닌 스카일러일세. 어제 기숙사에 못 들어갈 뻔 했지. (조안나에게 소개한다.)
우리 옆 방이야.
 
조안나:흠? (두 사람을 번갈아보더니 어정쩡하게 숙여 인사하고..) ... 조안나 럼펫이라고 해...
 
브로닌 스카일러:아, 네가 아그네스의 룸메이트구나! 만나서 반가워! (조안나의 손을 덥썩 잡아 악수하고 놓아준다.)
그 열쇠 말이야, 결국은 수리를 하게 생겼어. 당분간은 임시 자물쇠를 쓰게 됐지 뭐야. 조만간 새로 달아준다고는 하셨는데, 문이 아주 못나졌어. (어깨를 으쓱인다.)
 
아그네스 로페즈:저런, 결국 벌 받는 아이같은 문을 가지게 됐군.
걱정 말게. 혹여 문이 안 잠겨있어도 자네들 방에 누가 들어가는지는 봐 줄테니까. 실비는 같이 안 나왔나?
 
브로닌 스카일러:그러게나 말이야. (어깨를 으쓱이곤 이어진 말에는 활짝 웃는다.) 그래준다면야 든든하겠네! 아, 실비는 이미 가운이랑 교복을 받아왔다고 하더라. 가지고 들어오는걸 보고 나도 뛰어나왔지... 근데 이 거 줄인건가? (뒤로 늘어선 아이들을 본다. 마치 급행열차놀이기구를 타러 모인 이들의 행렬과도 같다..)
 
아그네스 로페즈:그래, 자네도 빨리 서는 게 좋을걸세.
듣기로는 10시까지 가야 한다고 하던데. 지금 몇 신지 알고 있나?
(제 양 손을 들어보인다) 난 시계가 없거든.
 
브로닌 스카일러:이런..... (앞머리를 쓸어올리더니 손목을 내려 시간을 확인한다.) 지금이, 8시 15분쯤 됐군. 나도 줄을 서야겠으니까, 나중에 만나. 만나서 반가웠네, 아그네스, 조안나. (두 사람에게 한 번씩 눈인사를 하고 눈썹을 들어보이더니 줄 끝으로 사라진다.)
 
조안나:(사라지는 모습을 물끄러미..) 뭔가... ... 드세다고 해야할까. 사람이, 약간...
 
아그네스 로페즈:우리 예상이 맞았군. 아직 시간은 넉넉하겠어. (드세? 하고 되물으며 고개를 갸우뚱 한다.)
아주 호쾌하다고 생각하는데.
 
조안나:아름드리나무같아.
적당한 말을 못 찾겠네. (어깨를 으쓱이다) 네 말도 제법 맞는 것 같고...
 
아그네스 로페즈:아름드리나무.
(그런 비유를, 하고 브로닌을 떠올려본다. 그런가? 약간 갸우뚱하고 만다.)
 
조안나:단단하고 우거져서 그늘을 잔뜩 드리워줄 것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아그네스 로페즈:내 비유를 신기해하는 것 치고는 자네도 제법이야.
바로 옆 방이니 친해져서 나쁠 것 없지. 그 말을 브로닌에게도 해주면 좋아할 걸세.
 
조안나:아니, 완전히 네쪽이 더 독특하다고 생각하는데... (손을 흔들어보이고는) 으으으으음... ... ... 네가 전해주면 안 돼? 뭔가, 말을 걸기 어려워...
 
아그네스 로페즈:내가 전서구인가?
안돼, 조안나. 자네도 친한 친구를 여럿 만들어야지.
 
조안나:뭐그런대충비슷한..
 
아그네스 로페즈:대신 자네가 말할 때 옆에 있어주는 정도는 해주겠네.
 
조안나:...(빤...) 빨간새.
......
(끙.............)
대변인이 되어줄 생각은? 옆에서 끄덕거리는건 할 수 있을것같아..
 
아그네스 로페즈:빨간 새라니, 해적들이 데리고 다니는 앵무새 같군.
(씨이익, 웃으며 거절한다.) 안돼.
자네 감상은 자네가 들려줘야지.
 
조안나:앵무새라니... ... 시끄럽게 말을 따라하는 그 녀석들? 그 정도로 성가시진 않아... (어깨를 토닥인다.)
..... 그럼 역시, 다음 기회에... (앞사람이 몇 걸음 나가자 슥 뒤따른다.)
 
:두 사람이 실랑이처럼 이야기를 하다보면 금세 차례가 다가옵니다. 사감실 입구부터 교복과 신입생 가운이 산더미처럼 쌓여있고, 원하는 사이즈와 수량을 적을 수 있는 종이를 나눠줬다가 가져가더니 한아름 옷 더미를 얻어 나오게 됩니다.
 
아그네스 로페즈:이야.
 
:사감실 근처의 학생들은 수근대며 일상이나 감상을 떠들곤 하는데, 졸업식도 아닌데 무슨 가운이냐는 학생이 반, 들떠보이는 학생이 반입니다.
그리고...
돌아나오는 길에는 수령인 서명을 하고 푸른 잉크로 작성된 학생증을 받습니다. 이제는 정말로 블루버드 칼리지의 소속임을 증명할 수 있네요.
 
조안나:너무 많아.....
 
아그네스 로페즈:... ...저걸 하루 종일 들고다녀야 하는 건가?
반은 입겠지만.
(그러면서도 순순히 사이즈를 슥슥 적는 중.)
(그냥 전부 하나씩 하면 되나? 라는 생각으로 바지, 치마, 셔츠, 자켓, 니트 따위를 전부 하나씩 표기한다.)
 
조안나:일단 기숙사에 다시 가져다놓고.. 밥도 먹고.. 옷도 갈아입어야지... (끙차...... 고심해서 셔츠는 세 개, 바지 하나 치마 둘.. 니트도 두 개... 세 개?)
들고다니면 야반도주하는 것 같잖아.
 
아그네스 로페즈:셔츠를 여러 장 해야 하나?
(옆에서 조안나가 쓰는 것까지 추가로 베낀다.)
 
조안나:(너 내거 기웃거렷어?)
 
아그네스 로페즈:이거, 가지고 온 것보다 교복이 많아지겠군...
 
조안나:셔츠... 빨면 다른거 입어야하잖아.
계속 같은 걸 입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물끄럼..)
몇 벌 가져왔는데?
 
아그네스 로페즈:세 벌?
 
조안나:...?
 
아그네스 로페즈:(그렇군, 셔츠 세 벌...나머지는 두 개씩 필요한가? 필요 없을 것 같은데. 바지를 한 벌 더...니트...도 잘 안 입겠군.)
(작성 완료하고 고개를 들자...조안나의 시선과 눈이 마주친다)
왜?
 
조안나:너... ...
(뭔가 긴 생각과 고민)
나중에 상점가 제대로 열리면, 나랑 가자.
 
아그네스 로페즈:자네가 옷도 사주려고?
 
조안나:... 그래야할것같아...
 
아그네스 로페즈:나야 환영인데. 정말 세 벌 이상으로 옷이 필요하겠나?
 
조안나:교복만 입을거니!?
 
아그네스 로페즈:아니야?
아침부터 저녁까지.
 
조안나:(약간 말문이막혀서 뻐끔거린다)
 
아그네스 로페즈:그래도 자네가 사준다면 거절 않지. 트렁크도 하나 새로 살까? 지금 가지고 온 건 딱 내 짐만 들어가는 크기거든.
 
조안나:자, 잠옷도 있어야하고..... (갑자기 속사포처럼 쏟아진다) 양말이나 속옷 내의, 추워지면 코트나목도리장갑모자도필요해여름엔더우니까가벼운옷도필요할테고외출복도있어야하잖아..
 
아그네스 로페즈:(조안나의 속사포처럼 양 팔에 옷이 쌓여간다.)
 
조안나:하아아아아아아아아............(길고깊은한숨)
넌 정말 대책잉벗구나....
 
아그네스 로페즈:이게 다 자네같은 사람을 만나 도움 받으라고 한 것 아니겠어.
 
조안나:.........
그래,
그런 걸로 하자...
 
:기숙사로 돌아가며 조안나는, 기나긴 연설과 걱정이 조금 섞인 잔소리를 했습니다...
 
아그네스 로페즈:(익숙하게 잔소리를 흘린다.)
 
조안나:(꿍얼꿍얼종알종알왱얼왱얼)
... 그러니까 격식을 갖추는 것도 필요한 부분이고, 편의성을 위해서라도... 너, 혹시 시계같은 것도 안 가지고있니?
 
아그네스 로페즈:응.
 
조안나:하.........
 
아그네스 로페즈:원래는 회중시계가 하나 있었는데, 바다에 빠트렸었지.
건져올렸을 때는 이미 멈춰 있었다네.
 
조안나:...
호, 혹시 그 회중시계를 고치고 싶으면, 수리점에 가보자. 아니면... 새로...?
 
아그네스 로페즈:그럼 자네는 옷을 몇 벌이나 가지고 왔는데?
 
조안나:... 나? (일단 어제랑 다른 옷을 입고있는 룸메이트)
일단, 여섯 벌 정도...
 
아그네스 로페즈:고칠 수 있나? 기념으로 가지고 오기는 했는데. 마침 버릴까 했거든.
자네도 많지는 않은걸.
 
조안나:... 난 집이 멀지 않잖아...
(이마를 짚고 있다가...) 일단 교복으로 갈아입고 나오면서 회중시계도 가지고 나와. 시간이 되면 오늘 수리맡길 곳이 있는지 확인해보자. 네가 아까워하고 아끼는 물건이라면 그걸 고치는게 먼저라고 생각해.
 
아그네스 로페즈:(사실 아까워하지는 않지만...싶어서 머리를 긁적인다. 그래도 룸메이트와 고친 추억이 있는 회중시계라면 소중해지기는 하겠다.)
아, 금방 입고 오지.
(방으로 들어가서...교복으로 순식간에 환복!! 은 아니었고...)
(격식 있는 옷을 입느라 평소보다 약간 시간이 걸렸다)
단추가 너무 많군.
 
조안나:(이미 다 입고 나와서 창 밖을 보고 있다가...돌아본다.) 단추가?
 
아그네스 로페즈:하나하나 전부 채워야 하잖나.
(넥타이는 그냥 목에 걸었다.)
 
조안나:(멀뚱....) 그야 옷이란게 다 그렇잖아. 넥타이는 또 왜 그래? (일어나 다가간다. 자연스레 손을 뻗더니 넥타이를 슥 풀어서... 매주려다가 손이 이리저리 헷갈린다는 듯 버벅, 고개가 갸웃...) 자, 잠시만... (그러더니 가져가서 자기 목에 걸고 타이를 맨다.)
내, 내건 할 수 있는데 남 매주는건 모르겠네...(웅얼대며 타이를 매서 아그네스 목에 다시 걸어주고) 익숙해지도록 해. 이게 여기 교복이니까. 그리고 보통 어지간한 플랑드르 옷은 다 그래.
 
아그네스 로페즈:오, 제법 태가 나는걸. 고맙군.
시간 날 때 자네한테 배워야겠어.
예술가가 되려면 복식부터 갖추라는 뜻인가? 익숙해져야겠군. (옷매무새를 정리한다. 실제로 딱히 정리되진 않았지만, 퍼포먼스로는 좋았다.)
자, 가지. 고대하던 입학식 아닌가.
 
조안나:뭐... 그렇게 생각해도 나쁠 건 없겠지. (어깨를 으쓱이더니 벽에 걸린 시간을 확인한다. 9시 10분 전...) ... 식사는 어려우려나? 식당에서 빵이나 하나씩 챙겨서 가자. 일찍 도착하면 매는 방법 가르쳐줄게.
 
아그네스 로페즈:(아직 시간이 남았나? 하고 시계를 보더니) 충분하군. 빵에 스프, 어제 먹은 그...뭐더라? 오일이 뿌려진 야채랑 치즈.
하여튼 그것까지 먹을 수 있겠어. 가지.
 
조안나:제법 먹을 마음이잖아... (ㅍ.ㅍ....)
 
아그네스 로페즈:먹는 속도가 빠르거든.
(성큼성큼 식당으로 앞서간다)
 
:식당은 평소보다 한 시간 이른 일곱 시에 문을 열었다고 합니다. 한산했던 저녁 시간에 비해 식당에는 제법 사람이 있습니다.
조안나의 말대로 어제 저녁보다는 조금 간단한 메뉴들이 차려져 있습니다.
 
아그네스 로페즈:아침이 더 붐비는군. 앞으로는 일어나자마자 아침을 먹고 움직여야겠어.
 
:요거트, 과일. 여러종류의 빵과 버터, 치즈. 샐러드 등과 스크램블드 에그가 차려져 있네요. 한켠에는 감자스프가 있는지 냄새가 풍겨져옵니다.
 
조안나:어제는 우리가 일찍 먹어서 그랬나...
 
아그네스 로페즈:익숙한 향이 나는군. (접시에 거의 모든 메뉴를 조금씩 담는다. 모든 음식을 먹어보겠다는 야망이 엿보인다.)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어야겠어. 어제 그렇게 먹어봤더니 괜찮더라고. (스프볼에 감자스프를 담는다)
 
조안나:(흘긋..... 이 녀석 아침부터 잔뜩.... 이라고 생각하며 감자 스프와 빵 한 조각, 샐러드 조금과 스크램블드 에그 조금을 담는다.)
그러다 졸업할 때 쯤에는 샌드위치 명인이 되어버릴 지도...
 
아그네스 로페즈:(아침은 든든하게, 뱃사람의 기조.)
그랬으면 좋겠군. 샌드위치 가게나 열까. (빵 사이에 스크램블드 에그와 치즈, 야채를 올리고 버터를 바른 뒤 크게 한 입 베어문다.)
 
조안나:... ... 악기는 어쩌고? (얼빠진 얼굴로 퍼올리던 감자스프를 줄줄 흘린다.)
 
아그네스 로페즈:중간중간 비올라 공연을 하는거지. 가게에서.
꽤 괜찮지 않나? 가끔은 자선사업도 열고...
 
조안나:... ...블루버드칼리지씩이나 다녀놓고....
공연하는 샌드위치가게..?
(기상천외한 사람..............)
 
아그네스 로페즈:... ...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네?
 
조안나:......그야 그렇지만...........
기왕인데........ (아직까지수석인줄모름)
 
아그네스 로페즈:그럼 자넨 뭐가 되고 싶은데?
 
조안나:좀 더 잘 쓰면 좋을텐데...
(갑자기 입을 삭 닫더니 눈치 한 번 보고 스프를 호로록 먹는다.)
 
아그네스 로페즈:자네 꿈은 안 말해주는건가?
(빤히 쳐다보며 샌드위치를 한 입 더 먹는다)
 
조안나:... ... 그 글쎄 나는 딱히..... (뻘쭘한 기분에 켕기는 거 많은 얼굴로 말을 길~~게 늘이는데..)
 
:그 때, 식당 한 편에서 갑자기 큰 소리가 들립니다.
 
아그네스 로페즈:(깜짝)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들의 놀란듯한 모고시라 쏟아집니다.
? 목소리가.
무슨 일인가 싶어 몸을 들어 보면, 자그마한 파랑새 한 마리가 바닥에 고꾸라진 채 파드득 날개를 떨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이성 판정. (0/1)
 
아그네스 로페즈:
SAN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96
판정결과: 실패
 
:파랑새는 어딘가 다친게 분명합니다.
식당은 웅성대는 소리로 삽시간에 시끄러워집니다.
여러 목소리가 들립니다만... 귀를 기울여볼까요?
 
아그네스 로페즈:어디 부딪혔나? 새가... ...
(쫑긋)
 
:듣기 판정!
 
아그네스 로페즈: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47
판정결과: 보통 성공
 
:"나 아까 봤어. 누가 새 있는 쪽으로 돌 던지던 것 같은데?"
"아니, 미친 놈 아냐? 새한테 돌을 왜 던져?"
"돌 날아가는 거 봤어. 그거 제대로 맞았으면 바로 떨어졌을 텐데 빗맞은 것 같더라. 새가 막 놀라서 날아가다가 이쪽으로…."
"빨리 좀 치우지, 깃털 다 날리는데…."
 
아그네스 로페즈:(돌을 던져...? 누가? 식당 안에서? 눈을 끔벅이며 주변을 둘러본다.)
 
:시선이 저쪽으로 향해있는 사이에, 맞은 편에 앉아있던 이가 성큼 아그네스를 지나쳐 갑니다.
조안나가 파랑새에게 가까이 다가가자 새를 보고 수근대기만 하던 아이들이 순간 침묵합니다.
 
아그네스 로페즈:(눈으로 스쳐지나가는 사람을 좇는다. 그랬다가 조안나가 파랑새에게 다가가는 것을 보고...)
뭐 하나?
 
:조안나는 떨고 있는 새에게 가까이 다가가 양 손으로 새의 몸을 감싸쥡니다.
파랑새는 날개를 움찔 떨더니 조안나의 손에 자연스럽게 기댑니다.
 
아그네스 로페즈:자네...새도 치유할 줄 아는 건가?
 
조안나:(감싸든 손끝으로 살짝 쓰다듬더니) 아파보이잖아. 여기 있으면 불쌍하고.
 
아그네스 로페즈:내가 보기에 자네는 음악이 아니라 동물들과 함께 살아야 했던 것 같은데 말이야... (신기하다는 듯이 그 풍경을 바라본다.)
 
조안나:(손 안을 가만 들여다보더니 열려 있는 창문가로 다가간다. 그리고, 대뜸 창 밖으로 새를 던지듯 놓아버린다.)
 
:아이들 사이에서 짧은 비명이 터집니다.
그런데, 새는 아래로 맥없이 떨어지는 대신 언제 다쳤느냐는 듯 세차게 날갯짓하며 하늘로 날아갑니다.
 
아그네스 로페즈:으엥.
 
:잘못 본 게 아닌가 싶을 지경입니다. 아이들 몇은 창문에 바싹 붙어 새가 아래로 떨어지지는 않았는지 확인하기까지 합니다.
 
아그네스 로페즈:...자네 뭘 어떻게 한 건가?
마법이라도 쓰는 거야?
 
:새는 분명히 하늘로 날아갔습니다. 조안나는 태연하게 자리로 돌아와 남은 접시를 정리합니다.
 
조안나:... 무슨 소리야? (살짝 웃더니 황급히, 먹다 만 접시를 정리합니다.) 먼저 갈게, 애들이 깃털.. 싫어할테니까.
 
아그네스 로페즈:무슨 소리냐니? 자네가 방금 다 죽어가던 새를 살렸잖아. (성큼성큼 조안나의 옆을 따라간다)
거기 있던 학생 전부가 봤을 걸.
 
조안나:... 음... (접시를 퇴식구에 놓고 나오며 교복에 붙은 깃털을 뗀다.) 놀라서 그런 것 같았어. 괜찮아보이길래 밖에 놓아줬을 뿐이야.
너, 근데... 샌드위치 다 먹었니?
 
아그네스 로페즈:자넨 어떻게 그렇게 동물을 잘 알아? 꼭 파랑새랑 살던 사람같군.
대강 정리했다네. 자네가 먹던 걸 순식간에 정리하는 바람에.
 
조안나:더 먹고 와도 괜찮은데...
 
아그네스 로페즈:내가 만든 샌드위치보단 수상한 룸메이트에게 더 관심이 있거든.
 
조안나:(발을 멈추고 눈을 꿈뻑...거리면서 아그네스를 보더니) ... ... (쓱 입꼬리를 올리고 먼저 강당쪽으로 걸어가버린다.)
(발걸음이 가 벼 워)
 
아그네스 로페즈:자넨 말이야, 자네가 궁금한 걸 캐낼 때는 득달같이 달려들었다가. 뭔가 숨기고 싶으면 금세 입을 다물어.
내 룸메이트가 두 사람이라 해도 믿겠군. (하지만 조안나의 걸음이 나보다 빠를까?)
 
조안나:(아무래도느리다.)
(금방 따라잡히면 발걸음이 빠른 룸메이트를 흘긋 봤다가) 다들 숨기고싶은게 있는 법 아니겠어?
 
아그네스 로페즈:그래? 난 아무것도 숨기지 않았는데.
 
조안나:...
넌 너무 다 알려주는 것 같ㅌ긴 해.
(팟칭. 손가락을 쑥 내민다.) 조금 더 숨기도록. 알겠니?
 
아그네스 로페즈:진실만 말해도 신뢰를 얻기 힘든 세상일세. 뭔가를 숨긴다는 건 내겐 의미가 없어. (손을 살래살래 젓는다.)
숨길 만한 것도 없고.
 
조안나:흐으음... 하지만... (턱을 슥 괸다. 정말로 숨기는게 하나도 없나?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정말 아무것도 숨긴게 없어?
 
아그네스 로페즈:응, 딱히.
내가 글라우쿠스 출신인 것도 알고, 어떻게 시험을 봤는지도 알고.
딱히 유명인과 연줄이 있거나 대단한 야망을 가지지도 않았지.
(어깨를 으쓱인다.) 십 몇 년 살고 비밀을 가지기란 쉽지 않다네, 조안나.
 
조안나:(눈을 꿈뻑...) ... 보통은 그런거니?
 
아그네스 로페즈:각자의 보통에 따라 다르지.
난 플랑드르의 보통은 모르잖나.
 
조안나:(눈을 도로록 굴리더니 힘없이 입꼬리만 올립니다. 어정쩡한 미소.) ... 그렇다고 내가 플랑드르의 보통인 것도 아니긴 해.
(그리고는 잠시 뒤돌아선다. 숨을 크게 들이켰다가 내쉬고. 등 뒤에 선 -아무것도 숨기지 않는 글라우쿠스의-룸메이트에 대해 짧게 고민하다, 당장 어떤 답도 줄 수 없음만을 되새긴 채 돌아본다.) 가자, 입학식도 줄 서서 들어가게 되기 전에.
 
아그네스 로페즈:자네는 요거트 가게 주인이 껌벅 죽는 증표도 가지고 있으니까. 그건 확실히 범상치 않지.
(조안나와 함께 강당으로 들어간다.)
 
조안나:그건 확실히... 평범과는 거리가 멀지.
 
:본관의 대강당은 신입생들을 모두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넓습니다. 원체 크고 화려해 이곳에서 졸업 공연을 하기도 한다나요.
신입생들은 전공별로 정해진 자리에 앉아서 식이 시작되기를 기다려야 한다고 안내받습니다.
아그네스는 현악기 전공생들과 함께 좌측 중앙으로, 조안나는 관악기 전공생들과 함께 우측 뒷편으로 떨어져 앉게 됩니다.
대강당은 단차가 상당히 좋아 어떤 자리에 앉아도 단상 위를 훤히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고개를 돌리면 아그네스와 똑같은 짙푸른색 가운을 두른 아이 들이 앉아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저 사이 어딘가 조안나의 분홍색 머리도 보이는듯합니다...
 
아그네스 로페즈:(형형색색의 입학식...)
 
:열 시 정각이 되고 분위기가 어수선해지려는 찰나, 예복을 빼 입은 진행자가 들고 있는 원기둥 모양의 화려한 도구에서 커다란 소리가 흘러나옵니다.
「영광스러운 블루버드 칼리지의 136회 입학식을 시작합니다….」
마침내 입학식을 시작한다는 안내와 함께 관악기 소리가 들립니다. 보여주기식 예식인 만큼 앉아 있기만 하면 식은 빠르게 식순을 훑고 지나갑니다.
주변에선 소리를 낮추어 이야기를 나누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학장인 그리모아르 공작의 말이 원체 길다는 소문이 있어 졸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나요.
 
아그네스 로페즈:(안 자는 척을 하며 자야겠다.)
 
:126회 졸업생이라는 궁정 음악가가 국왕 전하의 은혜에 감사드리는 노래를 부르고, 작은 박수 소리가 뒤따릅니다. 아이들은 궁정 음악가가 머리를 올려 묶은 방향 이야기와 파랑새 모양 머리핀 이야기를 하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진행자는 소란을 잠재우려는 듯 큰 소리로 학장의 환영사가 이어짐을 알립니다. 그러자 잔뜩 부풀린 모자를 쓴 그리모아르 공작이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불혹을 한참 넘긴 나이지만 아직도 삼십 대의 젊은이처럼 보이는 공작은 모자를 벗으며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단상 위로 올라갑니다. 공작이 진행자에게서 원기둥 모양의 물건을 넘겨 받습니다.
「아, 아…. 크흠. 에…. 경외하는 국왕 전하를 대신하여 학장인 제가 환영사를 올립니다. 존경하는 재학생과 교직원 여러분, 그리고 오늘부로 블루버드의 학생이 될 여러분께 이 자리를 빛내 주어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아. 위험합니다.
잠이 오는 목소리입니다.
 
:귀족나리들 편지를 대신 읽을 때에나 보던 미사여구가 몰아칩니다.
[정신력] 판정 성공 시 아그네스는 필사적으로 다른 생각을 하려고 합니다. 실패할 경우 잠깐 졸다가 깨어나게 됩니다.
 
아그네스 로페즈: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3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글라우쿠스 잼얘 생각 중)
 
:(잼얘의맑눈광)
「다들 아시다시피 우리 학교는 전 대륙의 마법 학교들이 폐교된 이래 전 대륙에서 가장 명문이자 권위 있는 학교로서…마법 없는 세상의 번영에 우리가 가장 큰 기여를 할 수 있는….」
아, 드디어 그리모아르 공작의 말에서 다른 생각을 할 만한 거리가 나왔습니다. 지금까지 글라우쿠스의 말린 육포를 만드는 과정의 차이에 따른 식감과 향의 차이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그네스는 '마법 없는 세상'에 관해 조금 더 생각해보면서 시간을 때울 수 있겠습니다.
마법사에 관해 거의 들어본 적이 없는 아그네스에게는 전설처럼 느껴지는 이야기겠지만, 이 세계에는 마법과 마법사들이 있었다고들 하죠. 매년 돌아오는 플랑드르 국왕의 탄신일마다 높이 쌓아올리는 꽃의 탑이 무너지지 않는 것과 해가 진 다음에도 건물 안을 밝힐 수 있는 것 역시 마법의 덕이라고 합니다.
 
아그네스 로페즈:(여기저기 쓰인다는 말은 들었지만, 직접 마법구를 조작할 일이 없으니 그런가보다 하고 만다.)
(세상엔 신기하고 내가 모를 일 투성이니까...)
 
:글라우쿠스에서는 오래된 배들만이 거센 파도에게서 보호받고 따개비가 붙지 않는 선저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또한 마법의 일부라고들 했죠.
역사 판정.
 
아그네스 로페즈:
역사
기준치: 45/22/9
굴림: 1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하지만 지금은 마법사들이 모두 죽고 없습니다. 백 년 전에 전쟁이 일어나 모두 죽었으니까요.
여러가지 마법에 대한 생각을 하다보니 공작의 연설이 끝이 납니다.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이어집니다. 옆자리에서 졸고 있던 아이가 박수 소리에 깜짝 놀랐는지 소리를 지르며 깨어납니다.
 
아그네스 로페즈:(저런.)
(짝짝짝 박수를 친다)
 
:웃음소리가 뒤따르자 옆자리 아이의 얼굴이 새빨개집니다. 고개를 돌리면 그리모아르 공작이 자리로 들어가고 다시 진행자가 무대 위로 나오는 모습이 보입니다. 졸린 목소리였지만 졸지 않고 잘 버텨서 다행입니다.
다음으론 전공별 교수들을 소개하는 시간이 이어집니다. 성악 전공, 작곡 전공 할 것 없이 막연하게 자기 전공이 잘 어울리는 사람들입니다.
각 전공 교수들이 무대를 거쳐가고 마침내 현악기 전공 교수들이 단상 위로 올라오는데, 아그네스는 아주 낯익은 얼굴을 보게 됩니다.
어제 교직원 생활관에서 봤던…아그네스를 알아본 사람이 아닌가요?
「블루버드의 자랑이시죠. 안식년의 휴식도 마다하신 듀퐁 교수님이십니다.」
 
아그네스 로페즈:(아아, 듀퐁...실비가 입학해서인가? 딸인가? 생각하며 쳐다본다)
 
:듀퐁 교수가 좌중을 향해 인사를 보냅니다. 설마 아그네스의 전공 교수일 줄은 몰랐는데, 그렇다면... 그 때 교수가 아그네스를 알아보았던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모든 사람들의 소개가 끝나면 진행자가 원기둥 모양의 도구를 입 가까이 가져다 댑니다.
「다음으로는 신입생들께서 반드시 숙지해야 할 사항을 안내드리겠습니다. 블루버드 칼리지에는 세 종류의 마법 도구가 있습니다. 마법 도구를 파손하거나 분실할 시에는 해당 학생의 책임을 물어 불명예 퇴학 조치할 것임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마법 도구 이야기에 주변이 바싹 긴장하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삽시간에 조용해진 아이들이 진행자를 쳐다봅니다. 진행자는 팔을 높이 들어 천장을 가리킵니다.
「첫째는 어디에나 흔한 '플랑드르의 빛'입니다. 플랑드르의 빛이 파손되면 더는 어두운 곳을 밝힐 수 없으니 실내에서 구기 운동을 하실 때에는 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두 번째는 이 대강당 지하에 있는 '파랑새의 노래'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소리 증폭기입니다. 국왕 전하의 특별한 명령으로 플랑드르 안에 딱 하나 있는 마법 도구를 학교 안으로 들여온 것이니 취급에 각별히, 각별히! 주의하셔야 합니다.
 
:세 번째는 제가 지금 들고 있는 '지저귐'입니다. 이렇게, 이렇게요. 조금의 간격만 두고 말을 하면 누구에게나 목소리를 전할 수 있을 만큼 소리가 커집니다. 지저귐을 사용하실 때에는 반드시 사용 장부를 작성한 다음 사용해 주세요.」
진행자의 말이 끝나면 신입생 환영 소공연이 이어집니다. 입학 시험에서 연주했던 곡들이 들려오자 난색을 표하는 아이들도 있고, 입학식이 드디어 끝났다는 사실에 벅찬 기색을 숨기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작은 소란은 금세 사그라듭니다. 플랑드르 예술 특유의 섬세하고 부드러운 선율이 귓가로 흘러듭니다. 지루하면서도 끝까지 듣게 만드는 간질간질한 연주를 감상하다 보면 어느새 곡은 끝에 도달해 있고, 진행자가 입학식의 종료를 알립니다.
이제 아그네스도 어엿한 블루버드 칼리지의 일원이 되었습니다.
 
아그네스 로페즈:(흐아암, 크게 하품을 하며 길게 기지개를 켠다.)
몇 시간이 걸릴 정도는 아니라 다행이군.
 
:아그네스 앞자리 학생이 자리를 뜨려고 일어서면 맨 앞 열에 있는 빨간 모자를 쓴 사람이 손을 들더니 외칩니다.
"비올라 1학년 학생들 B관 206호실로 이동합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다른 전공들도 각자 사람들을 모으고 있습니다. 다른 신입생들도 아그네스처럼 어리둥절한 표정입니다. 식만 끝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여기서 더 무언가 있는 걸까요?
 
아그네스 로페즈:엥, 곧장? (쉬는 게 아니라? 눈썹을 비틀며 학생들이 모이는 곳으로 따라 이동한다. 아무래도 수리점에 갈 시간은 없겠는데.)
 
:이번에 입학한 비올라 전공 학생들은 남학생 넷, 여학생 여섯으로 아그네스를 포함해 총 열 명입니다. 그 열 명이 어리둥절하게 빨간 모자 앞으로 모입니다.
아무래도 입학식은 이대로 끝나지 않고, 수리점을 가는 계획은 미뤄야할 것 같습니다.
고개를 들어보면 관악기 전공생들도 몇 뭉치로 모여있는 것이 보입니다.
 
아그네스 로페즈:(공지할 것이라도 있나... 다른 전공들 쪽을 보다가 B관으로 이동한다.)
 
:아그네스를 포함해 열 사람을 정확히 센 빨간 모자는 잘 따라오라는 말을 남기고 그대로 몸을 돌려 대강당을 벗어납니다.
강의동 B관은 다른 건물들에 비해 비교적 평범해 보이는 건물입니다. 빨간 모자의 인솔에 따라 B관 안으로 들어가면 금방 206호실이 나옵니다.
둥그렇게 배치된 책걸상에 열댓 명은 족히 되어 보이는 사람들이 앉아 있습니다. 신입생 가운 없이 교복을 입은 걸 보면 이 사람들이 선배들이겠군요. 이상하게 경직된 분위기 속에서 빨간 모자가 쓰고 있던 모자를 벗습니다.
"2학년 대표 베로니카 뤼겐이야. 잘 부탁해, 얘들아."
갓 1학년이 된 아이들은 떨떠름하게, 앉아 있는 아이들은 심드렁하게 박수를 칩니다. 베로니카는 개의치 않고 말을 잇습니다.
"우리 비올라전공은 다른 전공에 비해서 선후배 사이가 좋은 편이야. 입학식 끝나면 B관 206호에 모여서 서로 돌봐 줄 선후배들을 짝지어 주는 게 전통이고. 환영회는 다음 주에 교수님들을 포함해서 정식으로 한 번 더 할 거지 만, 짝은 미리미리 지어주는 게 좋거든. 3학년들은 공부하고 4학년들은 졸업 준비해야 하니까 사실상 편입생들이랑 저학년들끼리 만나는 행사라고 생각하면 돼. 어디 보자…아그네스?"
 
:베로니카가 아그네스의 이름을 부릅니다.
 
아그네스 로페즈:(분위기가 묘하군. 신고식? 아이들을 따라서 박수를 치다가...갑자기 자기 이름이 불리자 손을 든다.)
 
:아그네스가 대답하면 베로니카는 활짝 웃습니다.
"이번에 전체 수석으로 입학했다면서? 그럼 내가 네 짝이 돼. 잘 부탁할게."
올해 듀퐁 교수 자랑은 쟤구나? 앉아 있는 선배들 쪽에서 다소 안쓰러워 하는 듯한 반응이 나오는 것 같은데…착각이겠죠?
베로니카는 다른 아이들과 1학년 아이의 이름을 연이어 호명하며 서로서로 짝을 지어 줍니다. 아그네스는 베로니카의 옆자리에, 다른 아이들도 배정받은 선배의 옆으로 가 앉게 됩니다.
책상 위엔 다과가 있는데, 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듯한 다과가 먹음직스러워 보입니다.
 
아그네스 로페즈:(국왕파의 V.R. 성이 익숙하다 했더니...베로니카의 옆에 가 앉으며 그를 가만히 살핀다.)
 
베로니카 뤼겐:(다른 짝들이 잘 지내나, 한 번 훑어보고는 시선을 아그네스에게로 돌린다. 싹싹한 미소를 지어보이더니) 얘기는 얼추 들었어. 유학생이라면서?
플랑드르 말은 잘 한다고 들었는데... (하고 빤...히 본다.)
 
아그네스 로페즈:글라우쿠스 출신일세. 이 학교에는 유학생이 많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나보군. (많아봐야 두어 살 차이니까. 편히 말을 놓으며 손을 내민다.)
 
베로니카 뤼겐:(내밀어진 손을 잡고 두어번 흔든다.) 응, 유학생은 있지만 우리 과에는 없었거든... 4학년 선배중에는 오르투스 출신이 있긴 해.
학교에 대해서도, 플랑드르에 대해서도 모르는 게 많을테니 궁금한게 있으면 언제든 물어봐도 좋아. 일단 학년 대표니까 그런 쪽으로는 각오가 되어있거든. (씩 웃는다.)
 
아그네스 로페즈:둘 다 모르는 것 뿐인데...다른 전공은 선후배 사이가 나쁘기도 한가? 소개말이 걸리는군.
 
베로니카 뤼겐:음... (곰곰히 생각하는 눈치더니) 아무래도, 선배와 후배 간의 위계가 확실해야한다고 생각하는 과도 있고, 데면데면한 과도 있는 편이야. 워낙 과마다 색이 다르고 분위기는 천차만별이라. 뭐... 그래도 클라브생이나 성악보다는~...?
아무래도 오케스트라에 들어가는 악기는 그런 분위기가 덜 해.
 
아그네스 로페즈:(그렇군,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조안나는 걱정 안해도 되겠는걸.) 그럼...
듀퐁 교수 자랑이라는 건?
 
베로니카 뤼겐:그야... 네가 전체 수석이잖아. 블루버드 칼리지는 뛰어난 학생을 좋아하니까... 네 룸메이트도 보통 학생은 아닐테고.
(한 텀 쉬고 아그네스의 표정을 살피더니) 듀퐁 교수님은 학생들 성적을 많이 신경쓰시거든...지도력만큼은 확실하지만.
... (조금 망설이는듯 제 볼을 쓸고) 편애하는게 눈에 보이니까 싫어하는 애들도 있지.
 
아그네스 로페즈:보통 학생... (흠, 그렇긴 하지. 하는 표정으로 제 턱을 문지른다.) 아직 연주하는 건 한 번도 못 들어봤지만 범상치 않은 친구긴 하지.
 
베로니카 뤼겐:아, 참. 신입생들은 내일 교수님 면담있으니까, 준비 잘 하고 가. 교수님 사무실 가기 전에 꼭 전공 사무실도 들러야 하니까, 잊지 말고.
 
아그네스 로페즈:(편애라, 그건 나도 불편한데. 하지만 수석을 놓쳐서 장학금을 못 받게 되는 것도 문제가 되고...) 그럼 선배는? 선배도 자랑 중 한 명인가?
 
베로니카 뤼겐:그렇니? 하긴, 전체 수석의 룸메이트니까, 집안이 엄청 좋거나 차석이거나, 천재거나... 아무튼 네 룸메이트가 된 이유가 무조건 있을걸.
 
아그네스 로페즈:전부일지도.
 
베로니카 뤼겐:(그리고 눈을 깜빡이다 웃는다.) 난 자랑이라기 보다는... (하고 어깨를 으쓱인다.) 열심히 하는 학생정도지.
(그리고 아그네스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뜬다.) 그런 아이가 있니? 나중에 한 번 보고싶네..
 
아그네스 로페즈:조안나 럼펫이라고, 플룻 전공일세. 214호에 나랑 같이 머물고 있으니까 한 번 초청하지. (룸메이트의 의사는 묻지 않는 손님 대접.)
 
베로니카 뤼겐:어머, 초대해준다면 나야 좋지.
 
아그네스 로페즈:열심히 하는 게 더 어려운 것 아닌가? 재능이 있으면 자만하기 쉬운데. (문득 조안나에게 물어봤다가 답을 얻지 못한 질문을 떠올린다) 꿈을 이루려고?
 
베로니카 뤼겐:음... ... (눈을 데굴 굴린다.) 비슷하겠다.
재능만으로 어려우니 노력이 필요한 거고,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바라는 게 있어서지.
... 그런데 너무 내 인터뷰 같은걸! (하하, 웃어버린다.) 더 궁금한 건 없어 학교 생활에 대해서 말이야.
 
아그네스 로페즈:다들 꿈에 대해서는 대답을 회피하는군. 내가 너무 어려운 질문을 했나? (눈을 둥그렇게 뜨고 끔벅이더니)
뭘 모르는 지 모르면 질문도 하기 어렵잖나. 시험은 학기 당 한 번인가?
 
베로니카 뤼겐:뭐랄까, 이런 자리에서 질문 받으니 너무... (잠시 고민하듯 갸웃.) 나를 되돌아봐야하는 큰 질문처럼 느껴진달까... (하하, 하고 웃는다.)
음, 교과 필기 시험은 두 번 있는데... 사실 시험보다는 경연이 중요해.
 
아그네스 로페즈:그 말은...필기 시험을 망쳐도 경연만 잘 하면 수석을 할 수 있다?
 
베로니카 뤼겐:... ... 넌 수석에 진심이구나!?
경연에서 우승하면 국왕 전하가 치하해 주시고 포상을 내려주시니까...
 
아그네스 로페즈:장학금을 꼭 받아야 하는 이유가 있거든. (그거 좋군. 안 그래도 공부에는 자신이 없었는데, 연주라도 열심히 하면 되겠어.)
 
베로니카 뤼겐:흠, 그런 거면 경연 준비만 해도 괜찮아.
필기 시험으로도 장학금이 나오지만, 경연쪽이 더 크거든.
 
아그네스 로페즈:좋아, 선배에게 물어보길 잘했군. 졸업할 자신이 생겼어. (마주보고 씨익 웃는다.)
당장은 더 생각나는 질문이 없는데...내가 찾아가서 물어봐도 되나?
기숙사 방 번호만 알려주면.
 
베로니카 뤼겐:... ... 기, 기숙사로 찾아오게...?
331호야...
 
아그네스 로페즈:놀러갈 겸. 사실에 손님을 들이는 게 싫다면 오며가며 마주칠 때 물어보지.
연습실이라거나.
 
베로니카 뤼겐:싫은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혼자 쓰는 방이 아니니까. (끄덕거린다.) 난 교과시간 아니면 주로 B동에 있으니까 연습실 기웃거려보면 있을거야.
 
아그네스 로페즈:연습을 열심히 하나보군. 그럼 연습실로 찾아가지. (아무래도 본인 면전에서 국왕파 V.R.에 대해 물어보는 건 조금 무례하지. 그래서 그냥 끄덕이고 만다.) 잘 부탁하네, 편히 베로니카라 불러도 되나?
 
베로니카 뤼겐:... ... 사실, 있지! 선배에게는 무조건 존댓말, 교수님 성함 부를 때는 꼭 성 다음에 교수님 붙여 부르기.
네가 외국인인걸 알면 이해해주겠지만, 미리 얘기는 해줘야할 것 같았어. (휴, 하고 안도의 한숨같은 걸 내쉰다)
 
아그네스 로페즈:뻣뻣하군. 명문 학교라 그런가? (눈썹을 비튼다. 그런 학칙까지 있었다니.) 그럼 선배에게 존경과 예의를 담아서. 잘 부탁드립니다.
 
베로니카 뤼겐:나도 참, 별로라고 생각은 해... (찡그리듯 웃어보인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네가 플랑드르 사람이 아니니까 잘 모를 수 있는 부분이니까 말인데. 친구들을 배려하는 친구가 되고 싶다면 가급적 사는 곳 이야기는 꺼내지 말기. 좋을 거 하나도 없으니까. 알았지?
 
아그네스 로페즈:사는 곳?
 
베로니카 뤼겐:응, 집이 수도에서 먼 곳에 있으면 티를 안 내는 게 좋아. 물론 이름에서 티가 나긴 하는데...
 
아그네스 로페즈:(기숙사? 고향? 눈을 끔벅이며 쳐다본다.)
 
베로니카 뤼겐:넌 외국인이니까 해당이 없지만, 플랑드르 사람들한테는 조금.. 예민한 문제니까.
다른 친구들을 곤란하게 만들까봐 그래. (눈썹을 내리며 웃어보인다.)
 
아그네스 로페즈:(플랑드르 사람들은 참 피곤하게 사는군. 정쟁이 끊이지 않는 나라라 그런가. 그런 생각에 볼만 긁적이다가 미소짓는다.) 그러죠. 플랑드르에 왔으면 그 나라 법을 따르라 한다 하니.
귀족파인가, 왕정파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이런 내용의 글을 읽었던 것 같기도 하고. (실제로는 귀족파를 척결하자! 에 가까운 내용이었지만...)
 
베로니카 뤼겐:그래, 고마워. (씩 웃어보인다.) 친구들이랑 잘 지내고. (헤헤... 웃으며 어깨를 토닥여주다.. 눈을 동그랗게 뜬다.)
... 어, ... 뭐, 그런.. 응...
(눈썹 사이가 좁아든다.) ... 영 복잡한 일이지?
 
아그네스 로페즈:선배님 말마따나, 전 외국인이니 깊은 사정을 알 길도 의견을 던질 수도 없으니까요. 모든 장미에는 가시가 있는 셈 칩니다.
아무래도 이 학교에서 제일 속이 편한 건 외국인인 것 같군요. (바로 나, 하듯이 엄지손가락으로 스스로를 가리킨다.)
 
베로니카 뤼겐:(그러자 긴장이 확 풀어지기라도 한듯, 고개를 뒤로 꺾어가며 한숨악 파하, 내쉰다.) 그러게, 나도 외국인이면 좋았을텐데. 아니, 외국인 학교였으면 좋았겠어... (눈을 꿈뻑이며 아그네스를 보다 씩 웃는다.) 가장 독보적일 수 있는 거지. 그렇지?
 
아그네스 로페즈:(그런가? 하고 눈썹을 비튼다.) 좋게 보면 독보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방관자인 셈이죠.
다음엔 연습실에 질문하러 가겠습니다. 합주도 할 겸. 뭐라도 켜다보면 생각이 사라지잖아요.
 
베로니카 뤼겐:... 그래도 네가 곤란해지는 건 별로니까, 가급적이면 방관자로 남아줘. (그리곤 고개를 끄덕인다.) 네 연주 무지 궁금하니까, 꼭 악기 가지고 놀러와 줘.
 
:종이 울립니다.
2학년들의 수업을 알리는 종이라며 선배들이 일어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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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일정은 이걸로 끝인 것 같은데... 기숙사로 돌아가 볼까요?
 
아그네스 로페즈:(선배들도 수업을 갔고...생각보다 별 문제 없이 끝났다! 터벅터벅...기숙사로 돌아가자)
 
:기숙사로 돌아가다보면 일정을 끝마친 신입생들이 교정을 돌아다니고 있네요. 입학 후 일과가 시작하기 전, 찰나의 자유시간을 즐기는 듯 합니다.
조안나는 기숙사에 돌아와있을까요?
 
아그네스 로페즈:(방 안을 슬적...) 조안나, 있나?
 
:문을 열고 들어서면, 거실 소파에 앉아있는 조안나가 보입니다.
인기척에 고개를 들고 아그네스 쪽을 보네요.
 
조안나:아, 늦게 끝났구나? (소책자를 읽다 내려놓는다.)
 
아그네스 로페즈:우리가 늦은 건가? 입학식이 끝나니까 선배들이 불러서.
자네들은 어땠어?
 
조안나:난 일찍 끝난 편이었던 것 같아. 강당에서 해산하는 전공도 있었거든... 너희는 어딘가 나가던데. 우리는 명단 확인하고, 책자만 나눠주고 끝났어. (들고 있던 책자를 들어보이고, 궁금한 듯 본다.)
 
아그네스 로페즈:(눈을 꿈벅인다) 우린 각자 짝 선배인가, 하는 게 생겼다네. 사이가 좋다는 게 그런 뜻이었나. (하며 볼을 긁적인다.)
 
조안나:짝 선배..?
 
아그네스 로페즈:우린 책자같은 건 없어. 자네 거 구경해도 되나?
 
조안나:뭔가 사이가 좋아보이네... (갸웃거리다 들고 있던 책자를 내민다. 겨우 4 페이지뿐인 작은 책자.)
전공 사무실 위치, 내일 교수님 면담 시간.. 장소.. 그리고 연습실 사용 안내 사항이랑...
...상점가 맛집리스트가... 있어.
 
아그네스 로페즈:맛집 리스트... ...
플룻 전공 사람들은 나랑 잘 맞겠군.
 
조안나:그래? 넌 먹는걸 좋아하나보네. (가볍게 풋 웃는다.) 그거 가져도 돼.
 
아그네스 로페즈:예술과 미식이라면 빠지지 않지. (먹고 노는 것을 좋아한다는 말을 아주 고상하게 꾸며낸다)
괜찮아. 내가 가지고 있어도 잃어버릴 것 같군. (다시 조안나에게 돌려주더니 반대쪽 소파에 풀석 앉는다.) 다들 아주 연습에 매진하는 모양일세. 내 담당이 된 선배는 베로니카 뤼겐이라는 사람인데...
(눈을 감고 있다가 번쩍 뜬다) 약간 자네같아.
 
조안나:멋들어진 건 다 좋아하는 거였구나. (짧게 턱을 들어보이곤 이어지는 이야기에 관심있게 귀를 기울인다.)
 
아그네스 로페즈:아니면 자네와 그 선배가 플랑드르 사람 같은 것일 수도 있겠군.
 
조안나:... 음?
...평범한 플랑드르 사람 같다는 얘기니? 만나 본 적 없는 사람이라 어떤 느낌인지 모르겠네...
 
아그네스 로페즈:원리원칙을 중시하고, 뭐든지 열심히 하고...
(찡긋, 한 쪽 눈을 감으며 조안나를 가리킨다.) 나의 행동거지를 당황스러워하지.
 
조안나:(눈을 좁혀 가늘게 뜨더니 앞으로 기울었던 몸이 뒤로 물러난다.) ... ... 그건 당연한 얘기 뿐이잖아. 원칙이 괜히 원칙이 아니고, 열심히 해서 나쁜건 없고...
 
아그네스 로페즈:그래, 그래.
 
조안나:... 뭐, 마지막 얘기는 낯선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어.
 
아그네스 로페즈:(진짜 닮았는데, 하는 생각을 하며 씩 웃는다.) 맞아, 그리고 자네가 집안이 엄청 좋거나 차석이거나 천재일거란 얘기도 했었지.
언제 한 번 우리 방에 초대하기로 했다네.
 
조안나:(이어진 말엔 한참 눈을 꿈뻑이다가.... .....) 음?
무슨... 무슨 말이야? 난 차석 아닌데... 그렇게 부자인 것도 아니고... 물론, 초대하는 건 반대하지 않겠지만...?
(의아한지 당황한 건지 연신 고개를 갸웃대는 입꼬리가 어색하다.)
 
아그네스 로페즈:그런가? 내 룸메이트가 된 이유가 무조건 있을 거다는 말을 들어서 기대했는데.
 
조안나:...? 네 룸메이트가 차석이거나 집안이 대단해야하는 이유는 뭔데?
(추론을 멈춘 의심쩍다는 얼굴)
너... 뭐, 돼?
 
아그네스 로페즈:(왜냐니? 하듯이 조안나를 바라보다가...아~ 하고 고개를 뒤로 넘긴다. 남의 이야기만 궁금해하느라 전제가 되는 자기 상황을 설명해야 할 거라고는.)
 
조안나:뭐야, 뭔데. 자세히 얘기해봐. 설명이 부족하잖아. (어느새 엉덩이를 떼고...)
(잼얘만원하는아그네스)
 
아그네스 로페즈:(그러더니 이내 입을 한 쪽으로 몰고 관자놀이를 두어번 두드린다. 동급생에게 내 입으로 말할 생각은 없었는데. 하지만 괜히 슬쩍 넘어갔다가 나중에 추궁받으면 그게 더 귀찮은 일이 되겠지.) 내가 이번 입학생 수석이거든.
 
조안나:... ...수석? ... ... 비올라, 수석? 아니.. 입학생 수석이라고 말했으니까 그럼... .... 전체... 수석?
전, 전체... 수석...?
 
아그네스 로페즈:덕분에 돈을 아꼈지. 입학금이 없었거든.
 
조안나:졸업까지전액장학금에기숙사비및학교생활에필요한비용전액지원에품위유지비까지지원된다는...
전체 수석...?
 
아그네스 로페즈:진짜? 좋은데. 품위 유지비는 언제 주지?
 
조안나:(얼이 빠진듯 입을 떡 벌린 채로... 소파에 털썩.... 앉아버린다. 시선은 아그네스에게서 떼지 못한 채다. 그러니까, 재밌어보여서 시작한 사람이 전체 수석까지...?)
나야 모르지... ... ... 전공 사무실에서 줄지도...
 
아그네스 로페즈:아마 내 사정을 좀 봐 준 거겠지. 그렇게 생각하면 이 학교 교수진은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것 같군. (품위유지비 물어봐야지. 생활비 염려는 덜겠어.)
 
조안나:넌 진짜 천재인거구나...
 
아그네스 로페즈:(천재라는 말에는 표정이 조금 미묘해진다.) 자네까지 그러지는 말게. 어른들이 이야기하는거야 농담으로 넘기지만, 진심으로 그렇게 받아들이면 부담스럽거든.
 
조안나:(어버버..... 멍하니 눈만 겨우 꿈뻑이다 겨우 턱을 닫고 침을 삼킨다. 아그네스는 모르지 몰라도, 플랑드르 사람인 나는 안다. 사정을 봐줘서 전체 수석을 시키는 입학 사정관은 없어...)
(이어진 말에 어쩐지 조금 불퉁해져서는) 나야 네 연주를 못 들어봤으니 자세한 평은 어렵겠지만, 농담으로 넘길 이야기는 아냐. 아무리 다른 나라 사람이라 연주 스타일이 다르더라도 모든걸 뛰어넘는 무언가가 있었던거야.
 
아그네스 로페즈:그리고 앞으로 내가 계속 비올라를 연주할 지 어떨지 모르는 일이고. 아까 그 선배랑 이야기를 해 보니 다들 연습량이 어마어마한 모양이더군. 금방 나를 제칠 사람이 나타날지도 모르지. (씩 웃어보였다가...)
그래? 뭣하면 자네가 들어주게. 시험 때 말곤 아무한테도 연주 평가를 못 받았거든.
 
조안나:... 전공을 바꿀 생각도 있는거야? (눈을 한참 꿈뻑인다.) 네 행동을 당황스러워하지 않을 플랑드르 사람은 없을 것 같아... (이어진 말엔 기운없는 한숨을 흘리더니 눈썹을 끌어올린다. 놀라느라 기운이 빠졌지만 어떻게든 끌어올리려는 듯이.) 그것도 맞아. 연습으로 널 따라잡는 사람도 나올 수 있지. 그러면 품위유지비는 끊어질지도...
... 들려준다면 나야 당연히 좋지!
 
아그네스 로페즈:전공? 아니, 악기를 하나 더 할 생각은 없다네. 음악을 업으로 삼을 지 어떨지는... (그러다 수락이 떨어지자 소파에서 일어나 악기 케이스를 가지고 온다.) 내가 가진 유일한 새 물건이지.
 
조안나:그럼 또 다른 걸....? (이건 또 무슨 소린가, 하고 벙 찐 얼굴로 시선만 아그네스를 쫓는다.) 악기는 그럼... 입학하면서 장만한거야?
 
아그네스 로페즈:응. 그 전에는 받은 걸 썼는데, 여기 입학 시험 친다는 말을 하니 그딴 악기로 연주할거면 뱃삯으로 와인이나 사 오라고 하더군.
 
조안나:...........
너대체뭘가지고연주를했던거야!?
 
아그네스 로페즈:그래서 시험 때는 하나 빌렸고, 이건-... (비올라를 꺼내 얹는다.) 글라우쿠스 사람들의 마음이지. (엉? 하고 눈을 끔벅인다.)
그냥 누가 놓고 간 걸 썼는데.
 
조안나:(관자놀이가 부서져라 꽈아악 짚는다. 그래, 아그네스는 플랑드르 사람이 아니고 플랑드르 사람들처럼 음악을 신봉하지 않고, 악기를 다룬 지도 오래되지 않았으니가 인식이 다른 거겠지..........)
... 그 마음이 참 좋네....
 
아그네스 로페즈:그럼 자네 악기는? 언제부터 쓴 건가?
 
조안나:(시선이 한참 악기케이스에 닿아있는다.) 참 사랑받는 아이였구나.
음? 내 건... ... (눈을 데굴... 굴린다.) 지금 쓰고 있는 건 쓴 지 3년 정도 됐어. 키가 자라면서 악기 크기도 바뀌니까... 작은걸 쓰다가.
 
아그네스 로페즈:(오오, 하고 끄덕인다.) 그렇군. 어릴 때는 더 작은 걸 쓴단 말이지.
그럼 플루트가 부러지거나 이가 빠지면? 새로 사는건가? 아니면 수리해서?
 
조안나:손도 작고, 팔도 짧으니까. (끄덕, 끄덕.)
부러..?
부러질 일은 잘 없긴한데... 어, 작은 결함이나 틀어짐 정도는 수리를 하고, 파손이면 새로 사는 편이 좋지. 소리가 바뀌어버리잖아..
 
아그네스 로페즈:(슬쩍 자기 비올라를 내려다본다. 이건 연주하지 않을 때는 항상 케이스에 넣어둬야겠군.) 다음에 자네가 아는 악기점 좀 소개시켜주게. 난 연주 외의 것에는 영 문외한이라서.
(반질반질한 활을 들어올려 현을 조율한다.)
 
조안나:그, ... 연주할 때가 아니면 케이스에 넣어두는게 보통이야. 첼로 목 부러트린 이야기 못 들어봤어..? (제 양 볼을 감싸쥐더니..) 응, 꼭 알아봐줄게...
(마음이 새카맣게 막막해진다. 이 애는 산과 들에서 자라 섬세한 것이라고는 전혀 모르는 아이같은데..)
 
아그네스 로페즈:못 들어봤군. 괴담의 일종인가?
 
조안나:실화라니까? 연습하고 잠깐 세워뒀다가 그만...
비올라는 훨씬 약하니까 조심해...
 
아그네스 로페즈:큰 악기는 비싸기도 비쌀텐데. 비극이로군. (현을 조율한 후 잠깐 고민한다. 뭘 연주할까...) 그래, 내가 처음 익혔던 곡이 좋겠군.
연주할 수 있게 되는데에 2주나 걸렸어.
(활을 들어올리고, 디딜 부분을 찾듯 시선이 현과 울림통을 한 번 훑었다가...연주를 시작한다.)
 
조안나:(처음 익힌 곡.... 어떤 곡일까, 하고 듣는데 도입부터 입을 떡 벌린다. 어떤 미친 놈이 첫 곡으로 이런 걸 익혀!?)
(그리고 금세 집중해버린다. 치열하게 쫓아오는 음들이... 힘차고 강인하고, 또.. 잘 어울려서.)
 
아그네스 로페즈:(연주를 끝마치곤 상쾌한 표정으로 활을 내려놓는다.) 파도를 닮은 곡이라 좋아한다네.
 
조안나:파도는.... 힘차고 변화무쌍한 거야? (조금은 벙찐 얼굴로 본다.)
 
아그네스 로페즈:가끔 무심코 배에 타고 있는 것처럼 몸이 흔들린단 말이지. (후, 비올라 위에 하얗게 앉은 송진가루를 불어버리고 케이스에 넣는다.)
으음, 그렇지. 아주 거세서 배를 잡아삼킬 것처럼 다가오는가 하면,
어느 순간 잔잔해져서 항해를 이끌기도 하고, 아주 위험한 것을 속에 숨겨놓기도 하고.
 
조안나:... ... 뭐랄까, ... 본 적도 겪어본적도 없는 것이 쏟아지고 몰아치는 기분이었어... 회오리바람처럼.
 
아그네스 로페즈:정확한 표현일세. (그러다 잠시 허공을 본다.) 그런데, 플랑드르 사람들은 여행을 자유로이 다니지 못한다면...
연주하면서 뭘 떠올리는건가? 초원? 도시?
 
조안나:(얼빠진 얼굴로 있다가 문득 미간을 찌푸린다.) 그런데... 이게 처음으로 익힌 곡이라니... 어떻게 그런게 가능한거야....
 
아그네스 로페즈:나도 일평생을 바다와 섬에서 보냈으니 그런 풍경을 떠올리는 게 고작이지만, 자네들은 어떨지 궁금하군. (이어진 물음아닌 물음에는 어깨를 으쓱인다.)
 
조안나:음, 글쎄... 뭘 떠올린다기보단... 악보를 잘 따라가는게 중요하지 않을까? 뭔가 떠오른다면 햇살과 바람, 정도...
 
아그네스 로페즈:제대로 들은 곡이 이것 뿐이라 그래. 음악가가 호텔에서 일주일 내내 이걸 연주했거든.
 
조안나:... 그럼, 일주일동안 들은 곡을... ... 악보는 있었던 거지? (듣는 이야기 하나하나가 머리 속에서 연결되지 않는 느낌... 스승에게 곡을 사사받은 게 아니라, 들은 곡을... 익혔다?)
 
아그네스 로페즈:(조안나의 질문에...조금 난색을 표한다.) 안그래도 자네에게 부탁하려고 한 건데.
내가 악보를 볼 줄 모르거든.
 
조안나:..........무엇을...?
.....
거, 거짓말...
 
아그네스 로페즈:그러니까 누가 연주해주지 않으면 곤란해. 아니면 하룻밤을 통째로 써서 악보에 내 나름대로 표기를 해 놓거나...
4년 내내 그럴 순 없을테니 자네가 악보 보는 법 좀 알려주게.
 
조안나:당장화성법이라거나악곡분석수업도있을텐데너어쩌려고.......! (기가막히고 코가막혀서 뒷목을잡는다)
 
아그네스 로페즈:안 그래도 물어봤는데, 다행히 필기보다는 경연이 중요하다더군.
그러니까 나머지는 천천히 배워가려고.
자네한테.
 
조안나:....
그래, 그럼. 노트랑 연필 가지고 와.
 
아그네스 로페즈:지금?
나 지금은 공부할 기분 아닌데?
 
조안나:지금.
 
아그네스 로페즈:... ... ...
 
조안나:그럼언제배우고언제외워서언제수업들어갈래.
 
아그네스 로페즈:엄격하군. (딱 한 권 뿐인 노트와 딱 한 자루 뿐인 연필을 들고온다)
 
조안나:저녁시간전까지기초화성학부터시작할거니까머리에집어넣을준비해.(그 사이 화성학 책과 메모패드와 연필을 들고나온다. 클라브생이 있으면 좋지만 없으니까 제 플루트도 들고나온다.)
 
:그렇게 아그네스는...
3시간동안 악보에 대한 기초와 화성학에 대해 열띤 강의를 들어야했습니다..
 
아그네스 로페즈:(지쳤음)
(3시간이나 제자리에 앉아있다니......)
(소파에 반쯤 누워있다.) 나 이제 악보 읽을 줄 아는 것 같은데.
밥 먹어도 되나, 이제?
 
조안나:(눈을 가늘게 뜨고 문제로 내 준 악보를 회수한다...) 슬슬 배고프긴 하네...
 
:아그네스의 학습력은!?
어떤 걸로 판정해볼까여
 
아그네스 로페즈:(흠)
(지능!!)
 
:가보자고
 
아그네스 로페즈: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4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야호!)
 
:(잘했다!!)
조안나는 펼쳐놓은 악보 여러 권과 책을 착착 정리합니다. 필기한 메모패드는 뜯어 아그네스의 노트에 끼워주고요.
 
조안나:그래, 오늘은 이 정도면 되겠지. 내일 한 번 더 복습하기로 하고 저녁 먹으러 갈까?
 
아그네스 로페즈:... ...한 번 배웠는데 왜 복습을 해야하나?
(내 노트가 엄청 두꺼워졌다.)
 
조안나:그야... ... 한 번 배운 걸 완전히 기억하고 습ㄷ득해서 활용할 수는 없으니까. (당연하다는 얼굴.)
아까 네가 그랬잖아, 베로니카 선배는 연습량이 어마어마한 것 같다고.
 
아그네스 로페즈:그건 그 사람의 특성인 채로 남겨둘 생각이었는데... ...
 
조안나:그런 사람은 이미 이런 건 다 뗀 거야, 대충... 7살 쯤에?
(입을 떼었다가, 아그네스가 급격히 지쳐보이는 것 같아 말을 물린다.) ... 그럼 내일은 같이 도서관에 갈까? 도서관에 악보도 있을테니까.
 
아그네스 로페즈:난 7살 때 세상에 악기라곤 뿔피리 뿐인 줄 알고 살았다네. 환경이 다르다니까. (도서관...을 떠올린다.)
나를 위해 그 어마어마한 계단을 올라주는거군.
그래, 운동 겸 괜찮겠어.
 
조안나:(도서관의 계단을 떠올리지 얼굴에 먹구름이 낀다. 아차...!)
.... 그래, 어차피 나도 가서 책도 보고싶으니까...
(어떤 큰 선택을 하고마는..)
 
아그네스 로페즈:(재밌겠다. 도서관에 가서 공부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오직 조안나가 힘들어하는 것을 보러 간다.)
나중엔 내가 자네에게 쉬는 법을 가르쳐야겠어. 자, 식사하러가지.
 
조안나:으응... (아그네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는 채로... 먼저 일어선다. 이제 정말 배가 고프니까.)
쉬는 법이라니, 나도 그런 건 알고 있는데.. (꿍얼꿍얼)
 
아그네스 로페즈:그래? 자넨 어떻게 쉬는데?
(드디어 해방이다! 경쾌하게 식당으로 향한다)
 
조안나:... 책을 읽고...
잠을 자고...
산책을.. 하거나?
 
아그네스 로페즈:흠...산책은 얼마나 하나?
산책의 강도는?
 
:방을 나서 학생 식당으로 향하면 식당 입구 근처에서 낯익은 아이들과 마주 칩니다. 213호의 검은 머리와 금발 머리, 브로닌과 실비입니다.
 
조안나:그, 그런거 딱히 기억하고있지않은... 산.. 산책의 강도라니 그게 뭐야..
 
브로닌 스카일러:어라, 아그네스다. 안녕!
조안나도 같이 왔구나?
 
아그네스 로페즈:안녕하신가, 좋은 저녁일세.
나의 룸메이트이자 과외선생이지.
 
실비 듀퐁:안녕. 식사하러 왔어?
 
브로닌 스카일러:과외 선생? 수업은 내일부터인데, 벌써? (하하, 웃는다.)
 
조안나:아, 안녕...
 
아그네스 로페즈:내가 좀 덜 배운 게 있거든. (어색하게 인사하는 조안나를 향해 씩 웃더니)
마침 타이밍이 잘 맞았군. 자네들은 오늘 별 일 없었나?
 
조안나:덜 배웠다니, 아예 모르는 거였잖아. (눈을 가늘게 뜨다가 눈치를 흘끔 본다.)
 
브로닌 스카일러:뭐길래 그래? 좋은 선생이라면 나도 배울 의향이 있는데.
 
실비 듀퐁:그냥, 일찍 일과가 끝나서 방에서 체스를 뒀어.
 
브로닌 스카일러:내가 이겼지. (브이!)
 
아그네스 로페즈:악보 보는 법. 내가 부진생이거든.
그리고 그 김에 뭐더라...화성악 기초였나. 하여튼 굉장한 것들을 배웠지.
오, 체스. 나 체스 둘 줄 아는데. (휙, 고개를 돌려 조안나를 본다.)
내일은 복습 말고 체스를 뒺.
두지.
 
실비 듀퐁:악보를 못 봐? 특이하네...
 
브로닌 스카일러:아아, 오늘 해야했겠네. (고생했다는 듯 조안나를 향해 눈썹을 들어보인다.)
 
조안나:... ... 테스트를 통과하면.
 
아그네스 로페즈:자네 교수 하게.
 
:네 사람은 자연스레 줄지어 개인 접시를 들고 음식을 담습니다. 이야기하며 걷다보면 같은 자리에 모여앉게됩니다.
 
조안나:교, 교수라니.... ... 일단가르친사람이나니까확실하게가르쳤다는판단이들때까진안된다고...
 
브로닌 스카일러:아이, 빡빡하네. 그럼 내일 모레 하면 되잖아? 휴일이니까 아침에 예배만 보면 되고.
 
실비 듀퐁:그 사이에 까먹으면 어떡해?
 
아그네스 로페즈:자네들 항상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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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는 중)
 
실비 듀퐁:(아오)
(밥 다 퍼서 앉으러가는데 옆에서 바벨탑 쌓이는거 보고 ㅡㅡ? 하는중)
 
조안나:너 그거... 안 쏟을 수 있어? 그보다, 학생이 공부하는건 당연한거라고.
 
아그네스 로페즈:(그걸 용케 들고 앉는다.)
 
실비 듀퐁:(끄덕끄덕)
 
아그네스 로페즈:책을 펼쳐놓고 공부하는 줄은 몰랐지.
 
브로닌 스카일러:(핸드폰있으면 찍었을텐데아쉽다)
 
아그네스 로페즈:이거 큰일이군, 난 아무래도 블루버드 1년 체험권을 끝으로 자네들과 영영 이별해야 할 운명인가봐.
 
브로닌 스카일러:아그네스는 색다른 공부를 많이 했나본데?
(하하, 웃더니) 체험권이라니, 무슨 그런 섭섭한 소릴!
 
조안나:앞으로는 책 많이 펴 놓게 해줄테니까...
 
아그네스 로페즈:... ...이래서 친구를 잘 사귀어야 한다고 하는거군. (조안나의 아군이 이렇게 많을 줄이야. 식탑을 천천히 비워나간다.)
 
실비 듀퐁:(앉아서 몇 입 먹으면서 구경만 하더니 빤..이 아이들을 본다.) 너희는 어디 출신이야? 셋 다 억양이 다르네.
 
브로닌 스카일러:(친구 잘 사궈. 훠궈.)
나정도면 좋은 친구 아냐?
(빤질한 얼굴을 들이민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우리 아버지, 백작인데.
 
아그네스 로페즈:난 글라우쿠스. 바다로 둘러싸인 멋진 섬이지.
 
브로닌 스카일러:내 성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스카일러에서 왔거든. 아버지가 스카일러 백작이시고,
뭐, 글라우쿠스!? 아그네스, 외국 유학생이었구나?
그럼 스카일러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네!
 
실비 듀퐁:... ...
 
조안나:(흥미로운 시선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본다.)
 
아그네스 로페즈:전혀. 처음 듣는다네. 이 나라에서 귀족은 거의 사라졌다고 들었는데.
성이 지역 이름이라니 멋지군.
 
브로닌 스카일러:그래도 남아있긴 하니까 말이야. 오랫동안 귀족이었으니까~ 플랑드르가 이렇게 생겼으면 말이야..( 식탁에 손끝으로 울퉁불퉁한 모양을 그리더니 오른쪽 아래를 콕 짚는다.) 스카일러는 남동쪽에 있어. 우리가 스카일러에서 가장 좋은 무기를 생산하고 있는 도시야. 국왕 전하의 신임도 무지 두텁다고. 올 초부터 아버지가 국왕 전하와 서신 교환을 하기 시작하셨어.
(신난듯 잔뜩 자랑을 이어나간다.) 내가 블루버드 칼리지에 입학한다니까 축하의 의미로 친서를,
 
실비 듀퐁:저기.
(길게 이어지는 말을 뚝 끊는다.) 미안한데, 식사 시간이니까 식사에 집중하는게 어떨까.
 
브로닌 스카일러:어어...? 아, 내가 말이 너무 길어졌지! 미안해..~ (헤헤, 웃는다.)
 
조안나:(말이 길긴 했지.. 하는 얼굴로 보다가) 괘.. 괜찮아... (하고 실비 눈치를 보더니 조용히 식사에 집중한다.)
 
아그네스 로페즈:(하얀 소시지를 빵에 끼워 우물거리며 브로닌의 이야기를 듣다가) 그렇군. 다들 왕가와 연줄이 있다니 대단한데.
실비, 자네는 어디서 왔나?
 
실비 듀퐁:(조용히 입 안으로 식사를 욱여넣다 눈을 들어 아그네스와 눈을 마주치면, 우물거려 입 안에 든 것을 비우더니 입가를 닦는다.) 난 12구. (냅다 출신 동을 말하는 서울 사람처럼 말하더니) 그러니까, 수도야. 집이 외곽 지역에 있긴 하지만. (라고 덧붙인다.)
 
아그네스 로페즈:12구? 버디그리스의 지역은 그런 식으로 나누는군.
자넨 아버지가 교수시잖나. 대대로 음악을 하고 있는건가?
 
실비 듀퐁:(눈을 한참 꿈뻑거리더니..) 아, 응.... 맞아. 그러고보니 너, 비올라 전공이지?
 
아그네스 로페즈:응. 안 그래도 지난 번에 한 번 뵈었다네. (듀퐁 교수와 실비는 닮았나...생각하며 쳐다보는 중)
 
실비 듀퐁:아버지께서... 네 얘길 하신 적 있어서 알고 있긴 했어. 별로 안 좋아할 것 같아서 말은 안 했지만... (머리색, 눈 색, 눈매나 코끝, 인중에서 닮았다는 인상을 준다.)
 
브로닌 스카일러:정말? 그건 몰랐는데!
왜 나한테는 얘기 안 해줬어, 실비? (힝, 하듯 아랫입술을 내밀고 본다.)
 
조안나:(이리저리 눈치를 보다...) ... 교직원과 학생이니까 아무래도...
 
아그네스 로페즈:내 얘길? (눈을 둥그렇게 뜬다. 교수들은 정말 소식이 빠르군.) 뭐라고 말씀하셨는지 궁금하군.
난 소문을 듣는 것도 굉장히 좋아하거든.
 
실비 듀퐁:... 별로 자세하게 얘기하진 않을게. 아무래도 안에서 한 말이 밖으로 도는 건 별로니까.
아무튼, 칭찬이었어.
(그러더니 빠르게 식사를 마친다.) 먼저 일어날게, 얘들아.
 
아그네스 로페즈:(일어나는 실비를 빤히 보다가) 그래, 잘 가게.
 
조안나:(실비가 떠나고 나면 피유... 숨을 내쉰다.)
 
브로닌 스카일러:실비는 입이 짧거든.
많이 안 먹어. 원래 그렇대.
 
아그네스 로페즈:조안나도 그렇다네. 아무대로 두 사람은 성장이 더디겠군.
(어쩐지 긴장을 푸는 듯한 조안나를 빤히 쳐다본다.)
 
브로닌 스카일러:그래도 조안나보다는 실비가 더 큰 것 같긴 한데. (빤.이.)
 
아그네스 로페즈:플랑드르 사람들은 저마다 입장이 다르군. 외지인 입장에서 무례한지도 모르지만 재미있어.
 
조안나:... ... 왜 둘 다 날 그렇게 빤히...
 
아그네스 로페즈:(혼자 열심히 먹어서 어느새 후식을 먹어치우는 중.)
 
조안나:(눈치보다가 조금씩 더 집어먹는다.) 실비랑 나... 비슷하지 않아? 내가 교복을 좀 크게 맞춰서...
 
브로닌 스카일러:(히죽.)
조안나가 더 작아..
 
아그네스 로페즈:매년 실비와 조안나의 키를 재어보지. 재미있을 것 같아.
 
브로닌 스카일러:그래. 이기는 쪽이 아이스크림 사주자.
 
조안나:그게 뭐야...
 
아그네스 로페즈:누워서 치즈먹기지.
 
브로닌 스카일러:(적당량 받아온 접시를 비우고 후식도 비우더니 일어난다.) 그럼 난 룸메이트가 먼저 떠났으니 나도 따라가 볼게. 또 보자?
 
조안나:(아직 먹는중...) 어, 엇....
너도 먹는게 빠르구나...
 
아그네스 로페즈:자네도 잘 가게. 다음에 놀러오고.
자네는...천천히 먹게.
나도 아직 배가 덜 찼거든.
 
:브로닌이 떠나고 나면, 주위의 웅성거림이 훅 끼쳐오는듯합니다.
 
아그네스 로페즈:(흐음?)
 
:몇몇 아이들이 다가와 저기, 하고 말을 거네요.
"너희 조심해. 저 애, 스카일러 있잖아. 귀족파래."
무슨 소리를 하는 걸까요?
아이들은 제법 진지한 얼굴입니다. 진심어린 충고인 것 처럼요.
 
아그네스 로페즈:(귀족파와 국왕파. 또 나오는군.) 그래... ...
하지만 국왕과 연이 있어보이던데. 그래도 귀족파가 되는 건가?
 
:"거기까진 잘 모르겠지만... 하여튼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 않겠어? 일단 지방 귀족인데."
 
조안나:(슬쩍 아그네스의 소매를 잡아끈다.)
 
아그네스 로페즈:(그만하라고? 하듯 조안나를 돌아봤다가...) 흐음, 그래. 충고 고맙군. 명심하지.
(꼭 질문을 끝맺을 수 없단 말이지. 이 나라 정세 공부를 하는 게 더 도움이 됐겠어.)
 
:아그네스의 대답에 만족한듯 아이들이 떠나면, 조안나가 입을 뗍니다.
 
조안나:... 정말로, 브로닌의 출신이 지방이라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넌 잘 모르겠지만...
 
:조안나가 덧붙여 설명해준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블루버드 칼리지는 수도 외 지역에서 온 아이들을 경계하는 풍조가 있습니다. 아이들이 말하는 '귀족파'란 특정 지역을 다스렸던 봉건 영주의 후손들 중에서도 영지의 통치권을 되찾고 싶어하는 세력입니다. 지금은 모든 플랑드르의 땅이 국왕 전하의 소유이지만 백여 년 전까지만 해도 수도를 제외한 땅은 영주들 각자의 것이었습니다.
펠릭스 대왕이 국토 전체가 국가의 소유라 선언한 이후 불만을 가진 영주들 일부는 국왕의 강력한 경계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며 영지를 소유하고 다스렸던 시대로 돌아가고 싶어하는데, 그런 사람들을 두고 '귀족파'라고 부릅니다.
쉽게 말해 귀족파는 국왕의 권력에 불만을 품은 사람들이라는 뜻입니다. 귀족파를 지지한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반역에 준하는 불순한 생각을 하는 것과 동일하게 취급되므로 대부분의 귀족파는 정치적인 의견을 숨기고 있습니다.
 
조안나:솔직히, 나는 브로닌이 그런 사상으로 분류되는 사람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출신이 그렇다는 이유로 뭉뚱그려지고 있는 거지. 아무래도.
 
아그네스 로페즈:복잡하군. 이렇게 넓은 나라에서 지방 출신을 전부 배척하면 남는 사람이 별로 없을텐데 말일세. (냅다 12구, 라고 대답했던 실비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이런 여론이 강해지는만큼 귀족파가 아닌 지방 귀족 출신들은 더욱 국왕에게 충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어할테고, 그건 곧 왕권의 강화로 이어지겠지. 어찌보면 영리한 국왕의 수작이라 볼 수도 있겠다.) 그래서 자네도 출신을 밝히지 않은건가.
 
조안나:(어깨를 으쓱여보인다.) 그나저나 무슨 근거로 그렇게 소문을 퍼트리고 있는지 모르겠어. (입맛이 떨어졌는지 접시 위로 식기를 모은다.)....아, 나는 그냥....
.... 실비가 불편한 티를 내길래.
그리고 사실 말 할 틈도 없었고...
 
아그네스 로페즈:그럼 자네 고향 이야기는 나만 듣는 걸로 하지.
 
조안나:하하... 그럼 그건 돌아가서 얘기해 줄게. (눈썹을 들어올리니 웃음기가 얼굴에 돌아온다.) 그래봤자 재미있는 얘기는 없지만...
 
아그네스 로페즈:난 소문의 내용에 책임지지 않는 사람의 말은 귀담아 듣지 않으니 걱정 말게나. (마찬가지로 식기를 정리하고 따라 일어난다.)
 
이미지
 
:방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수근대는 소리가 뒤따라 붙었습니다.
듣기 판정.
 
아그네스 로페즈: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1
판정결과: 대성공
 
:오메
 
아그네스 로페즈:(나는 천상의 귀를 가졌다)
 
:역시 천재다
주변에서 브로닌과 룸메이트가 된 실비가 참 운이 나쁘다며 비웃는 소리가 들립니다.
브로닌의 태도가 뻔뻔하다거나, 오래 가지 못할거라는 말도 섞여 들립니다.
유쾌한 이야기는 아니군요.
 
아그네스 로페즈:귀족파에 대한 배척이 엄청나군.
 
조안나:그런 인식이 기본적으로 깔려있는 곳이야. 학교에서 그렇게 가르치니, 더하지. (작게 소근댄다.)
 
:식당을 벗어나 방으로 돌아가는 길, 불유쾌한 수근거림은 점차 멀어집니다.
214호가 복도 끝에 붙어있는게 다행일지도요.
 
아그네스 로페즈:자네는 어때? 자네도 이 나라 사람이잖나.
 
조안나:난... ... (열쇠를 꺼내 문을 열 때 까지는 소리를 길게 끌며 고민하는 소리나 낸다. 문을 열고 들어서며 돌아보고, 문 밖에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서 다시 입을 뗀다.) 귀족파를 축출하려고하는 행동은, 열 번 양보해서 반란을 진압했다는 명분이라도 있다지만. 어쨌든 브로닌은 억울할 거라고 생각해.
 
아그네스 로페즈:단순한 자랑으로 사상을 판단하는 건 좋지 않다?
 
조안나:(퓨우, 크게 한숨을 내쉰다.) 출신으로 타인을 재단하는 짓은 섣부르다.
 
아그네스 로페즈:그럼 귀족파를 축출하는 건? 이 정도로 경계하는 걸 보면 이전에 무슨 일이 있었나본데...
(어때? 하듯이 거실 소파에 풀썩 앉는다.)
 
조안나:편견이라는게 없을 수는 없다고는 하지만... 배척이잖아, 이건. (어쩐지 미간에 힘이 잔뜩 든 채 소파에 털썩 앉는다.) 학보에 실린 기사들, 읽어봤니?
 
아그네스 로페즈:읽었지. 아주 고무적인 내용이더군.
 
조안나:고무적이라... (미간이 꾹 눌리듯 찌푸러진다.)
 
아그네스 로페즈:나라 분위기가 이렇다면 귀족들이 머리를 수그리고 살 법도 한데, 브로닌을 보면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고 말일세.
 
조안나:브로닌이 한 말을 보면, 왕당파 귀족... 같은 느낌인지도 몰라. (어깨를 으쓱인다.) 입학하자마자 잔뜩 오해당하고 있으니, 힘들겠어.
 
아그네스 로페즈:언젠간 브로닌에게도 해명할 기회가 주어지겠지. 아니면 외력에 의해 해명되거나... (그러려나, 생각하며 소파에 머리를 푹 기대고 있다가) 귀족파가 반란이라도 모의하는건가?
 
조안나:(모르지, 하고 고개만 흔든다. 소파에 놓인 쿠션을 안고 소파에 푸욱, 몸이 파묻히면...) 예전에 말야, 그런 적 있었대.
 
아그네스 로페즈:그런 적?
 
조안나:이 학교가 워낙... 세도가 자제들도 많이 입학하니까. 실제로 뛰어난 음악가를 많이 배출하는 것과 별개로 말이지. 국왕전하에 반기를 드는 사상으로 학생들을 포섭했고... 또, 뭐라고 했더라.
... 왕족도 포함되어있었다고 했던 것 같아.
 
아그네스 로페즈:호오, 왕족이 귀족파에? (그럴 이유가 있나? 하듯 눈을 동그랗게 뜬다.) 높으신 분들은 또 나름의 생태계가 있다고 하지만...
그 혁명인가 하는 것은 실패한 모양이군.
 
조안나:그런 모양이지? 심지어는, (무언가 말하려다 말고 눈이 데굴 구른다. 그러더니 입이 딱, 닫혔다가...) ...음, 어떤 선처도 없었나봐.
 
아그네스 로페즈:(목이 떨어졌나보군. 무관용이라. 소파에 가로로 누워서 머리를 쭉 늘어트린다.) 그야말로 세 치 혀가 명줄을 끊어놓는 격이군.
큰 나라는 역사가 복잡하단 말이야...외국인이라 면죄부를 얻은 기분인걸.
 
조안나:(쿠션을 꾹 안으면 몸이 더 작게 말린다.) 그러니까 괜한 낙인 찍히면 억울하다못해 위험해지는 거야. 너도 조심해.
무슨 질문을 받아도 잘 모른다고 답하란 말야, 알겠니?
 
아그네스 로페즈:나야 아는 게 없으니 당연히 그래야지.
알고 자시고, 나 같은 사람을 끌어들이려는 작자들도 없을걸세. 이 나라에서 영향력이 전혀 없잖나.
 
조안나:모르지, 네가 블루버드 칼리지의 학년 수석인 이상... (어느새 쿠션 위에 뺨을 기대 모로 고개를 뉘이고, 빤히 본다.) 생길 거니까. 영향력말이야. 게다가 외국인에, 후원자도 없으니 어느 누구라도 연줄을 대고 싶어 안달이 날 걸?
 
아그네스 로페즈:(구겨진 털뭉치같은 룸메이트 본다)
위험부담이 너무 커. 나라면 안 댈 걸세.
유명해지면... ...흠, 돈을 많이 벌겠지.
돈을 많이 벌면...대부분은 고향에 보낼 거고...
비올라를 연주하는 건 즐겁지만, 유명세가 그 재미를 덜어버린다면 말짱 꽝이잖나.
 
조안나:(구겨진 털뭉치인 채로 어깨를 으쓱인다. 이어지는 아그네스의 두루뭉술한 미래 계획을 듣다보면...) 넌 딱히 욕심같은 건 없나보구나?
 
아그네스 로페즈:아직은. 자네는? 앞으로 뭘 하고 싶은데?
 
조안나:...나? 난... ...(고개가 비스듬히 들리더니 눈이 데굴데굴 구른다. 딱히 뭔가 말해줄 생각이 없는지, 말할만한 게 없는건지... 말끝이 두루뭉술하다.) 그냥, 뭐...하고싶은 것도 없진 않지만 그건 좀 어려울 것 같아서... 할 수 있는 걸 하고...
(눈썹 긁적긁적)
 
아그네스 로페즈:왜? 어려우니까 꿈인거잖나. 나한테만 살짝 귀띔해주게.
 
조안나:... ... ... 뭐랄까, 말해버리면 넌...
진짜로 해보라고 할 것 같아서 오히려 부담스러워. (빤...)
 
아그네스 로페즈:당연히 그렇게 말하겠지.
 
조안나:(눈을 가늘게 뜬다.)
 
아그네스 로페즈:그래도 말해주게. (소파 한 쪽 팔걸이를 발로 쭉 밀어서 조안나의 소파 팔걸이까지 다가온다)
 
조안나:(드르륵칵.하면 몸을 슬쩍 물린다.) ... 흥...
무리라니까? 날 부추기지 마.
 
아그네스 로페즈:왜? 나도 자네에 대해 좀 알아야지.
룸메이트인데.
 
조안나:... ... 이, 이런 거 말고 다른 건 안돼? 아무래도 뭔가, 좀. 이런 학교에까지 와서 다른 꿈을 꾼다는 것도 어불성설같거든!?
 
아그네스 로페즈:음악이랑 관련이 없는 꿈이야? 그렇게 들으니까 더 궁금한데.
 
조안나:... ... 구, 궁금해하지 말라니깐. (벌떡. 일어나서 쿠션을 놓고 자기 방으로 도망친다.)
 
아그네스 로페즈:방 안에서 도망쳐서 어딜 가려고? (통통통 뛰어서 쫓아간다)
 
조안나:에, 에잇. 문 닫을거야. 따라오지 마! (문을 황급히 닫는다.)
민첩
기준치: 40/20/8
굴림: 8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ㅋㅋ)
 
아그네스 로페즈:(진짜 알려주기 싫었나본데)
(면전에서 문이 쾅 닫히는 것 본다)
아쉽군. 난 도와주려고 했던건데.
 
조안나:(실채할줄알앗는데. 미안.)
(문 안쪽에서 웅얼거리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그러니까, 괜찮다니까!
 
:조안나가 방 안으로 숨어버리고 나면... 점호까지 한시간 반 정도 남았네요.
숨어버린 룸메이트도 점호가 되면 나와야할테니... 일단 잘 준비나 할까요?
 
아그네스 로페즈:참 부끄러울 것도 많단 말이지. 이 나라 사람들이 예민한 건 마음을 터놓고 말할 사람이 없어서 그래. (터덜터덜 자기 방으로 가서...)
(딱히 잘 준비를 할 것도 없어서 침대에 벌렁 누워 더듬더듬 악보 읽는 연습이나 한다)
 
:아무래도 이 나라의 성격이 그런듯합니다. 예민하고 완벽주의에, 깐깐함이 서로에게까지 영향을 끼치는 듯한...
 
아그네스 로페즈:(비올라와 함께...) 이게 여기고...이거랑 이거...그 다음이 이건가?
 
:악보 읽는 법을 복습한다면... 지능 혹은 예술로 판정해볼까요?
 
아그네스 로페즈:
예술(음악) Roll
기준치: 65/32/13
굴림: 45
판정결과: 보통 성공
대충은 알겠는데...모든 곡이 이래서야 너무 느리잖아. (감으로 하는 게 제일 편하긴 해. 다음 구절부터는 아예 자기 맘대로 연주한다)
 
:기이이잉.... 기이이이잉...? 하던 연주가 점차 즉흥곡처럼 빨라집니다.
결국 후반부에 가서는 주 멜로디만 남은 작곡이 되어버렸지만, 어찌되었든... 복습을 했다는 데에 의의가 있겠죠!
예술 1d3 성장합니다.
 
아그네스 로페즈:(와~)
1
(제대로 연주할 걸 그랬군)
 
:(한만큼 나왔군)
그렇게 연주를 한참 하다보면... 어느새 점호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방 바깥에서 문 여닫히는 소리가 간간이 들려오는걸 보니 점호가 이어지고 있는 모양입니다.
오늘은 조안나가 제때 점호를 하러 나왔을까요?
 
아그네스 로페즈:(비올라를 넣어두고 거실로 나온다. 과연?)
 
:... 거실은 조용합니다. 오늘도 늦은건가?
 
아그네스 로페즈:조안나, 곧 점호시간일세. (소리를 높여 불러본다)
 
:... ... 소리를 높여 불러보아도 방 안쪽에는 기척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기숙사 방을 나가는 소리는 들은 적이 없는데... 혹시 잠들기라도 한 걸까요?
 
아그네스 로페즈:자네는 다른 교칙은 다 잘 지키면서 점호는 받기 싫은건가? (조안나의 방 문을 열어본다.)
 
:방 문을 열어 들여다보면 방 안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이틀 째 점호시간 마다 사라지다니, 잠깐 사이 대체 어딜 갔단 말인가요?
 
아그네스 로페즈:흠, (침대에 풀썩 앉는다.)
모범생 행세를 하지만 사실은 불량학생이라던가.
 
:침대에 풀썩 앉으면, 침대 뒤쪽 공간에 커다란 인형이 하나 놓여있는 게 보입니다.
 
아그네스 로페즈:쿠션도 그렇고, 뭔가 끌어안고 있는 걸 좋아하나? (인형을 안는다...폭신)
 
:어쩌면, 엄청난 불량학생인지도 모르겠어요. 모범생 행세에 진심인...
노란 눈의 고양이 인형은 아그네스의 몸만큼 커다랗고.... 폭신합니다. 이 빈 공간에 꼭 맞춘듯한 크기네요.
 
아그네스 로페즈:(빈 공간? 하고 침대 뒤쪽을 들여다본다. 탈옥자들처럼 땅굴이라도 파고 있단 말인가?)
 
:멀리서 볼 때는 몰랐는데, 침대 뒤쪽 공간은 사감선생님도 들어갈 수 있을만큼 넓습니다.
조안나의 방이 아그네스의 방보다 조금 크게 느껴졌던 게 이 공간 때문인가봅니다.
 
아그네스 로페즈:이렇게 큰 공간이...있었나? (대체 언제부터? 눈을 끔벅이다가 인형을 놓고 뒤쪽 공간으로 넘어간다. 뭐라도 숨겨져 있나?)
 
:조안나의 침대 위에 인형을 내버려두고 빈 공간으로 내려서 보지만, 침대 그림자에 가려 특이한 것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때,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옵니다.
"214호, 점호."
 
아그네스 로페즈:결국 오늘도 나 혼자 점호로군. (벌떡 일어나 기숙사 문을 연다.)
 
:후다닥 거실로 나와 문을 열면, 사감선생님이 아그네스를 보고, 안쪽을 한 번 살핍니다.
"아그네스 로페즈, 그리고... 조안나 럼펫?"
 
아그네스 로페즈:조안나는... ... (매번 나한테 떠넘긴단 말이지. 머리를 긁적인다.)
아무래도 배탈이 난 것 같습니다. 저녁을 너무 급하게 먹었나봐요.
 
:사감 선생님은 별 말 없이 리스트에 체크 표시를 합니다. "흠, 알겠네. 자꾸 아픈 것 같으면 양호실에 가보라고 하게."
 
아그네스 로페즈:(깐깐한 사감선생님도 유난히 이 때는 넘어가주시고 말이야...)
 
:그리곤 별 말 없이 점호를 마치고 나가셨습니다.
이쯤되면 아무리 사정을 모른다 해도... 이상하네요.
베로니카 말대로 특별한 아이일 가능성이 높다고는 해도, 조안나가 교칙을 멋대로 어겨도 될만큼... 특별한 아이일까요?
 
아그네스 로페즈:(특별한 아이만 교칙을 어겨도 되는 건 아니지. 조안나가 평범하거나 부진한 학생이라도 누구나 교칙은 어길 수 있다.) 다만 내가 신경이 쓰이는 점은... (도로 조안나의 방으로 들어간다) 왜 이때만? 이냐는거지.
 
:아그네스가 조안나의 방으로 들어가면, 아까 두고 온 커다란 고양이 인형이 여전히 침대 위에 놓여있습니다.
뻣뻣한 범생이같은 소리에, 위험할 짓은 하지 말라는 소리만 하더니... 점호 시간만 되면 사라지다니.
의심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아그네스 로페즈:(고양이를 폭닥폭닥 쓰다듬는다) 조안나, 정말 말하고싶지 않은 진실이라면 들키지 않을 정도로 철저히 숨겨야지.
 
:폭닥폭닥
 
아그네스 로페즈:(그리곤 인형을 다시 원래 있던 자리로 돌려놓는다.) 그렇지 않고서야 자네의 신뢰만 깎아먹는 격 아닌가. 난 자네와 좋은 친구로 지내고 싶단 말이야.
(그리고...내 방으로 돌아가자)
 
:
행운 판정?
 
아그네스 로페즈:
기준치: 50/25/10
굴림: 91
판정결과: 실패
 
:히잉
방 바깥으로 나가고 나면, 방 안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집니다.
들여다보나요? 아니면... 눈감아주나요?
 
아그네스 로페즈:오늘은 일찍 들어왔군. (조안나의 방 문을 똑똑 두드린다.)
 
:안쪽에서 잠시 우당탕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조안나:(벌컥, 하고 문을 연다.) 저, 점호 끝났어!?
 
아그네스 로페즈:응. 이미 끝났다네.
 
조안나:으, 윽......... (:ㅡ ;)
또 늦었다.... (한숨을 크게 팍, 내쉰다. 어쩐지 숨을 크게 내쉬어 고른다.)
 
아그네스 로페즈:어딜 다녀왔나? (입꼬리를 올리며 조안나를 가만히 쳐다본다.)
 
조안나:어, 어? 아니, 그게... (눈을 데굴, 데굴 굴리더니..) ... 깜빡 잠들어서...
 
:아무리 봐도 자다 깬 것 같지 않은데. 심지어 침대 위로 살펴봤으니까요.
어제와 같은 변명이지만... 의심을 거둘 수 없네요...
 
아그네스 로페즈:조안나. 난 자네가 교칙을 어기거나, 학교 생활 외에 다른 행동을 하는 것을 탓할 생각은 없다네. 그건 별 일이 아니니까.
하지만 다 들킬 거짓말을 계속해서 하는 건...얘기가 다르지. 내가 자네가 방에 없다고 곧이곧대로 말하면 어쩌려고? (가만히 혼자 팔짱을 끼고 조안나의 방 안을 한 번 훑었다가.)
잘 자게나, 그럼.
 
:지능 판정.
 
아그네스 로페즈: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5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그 말을 들은 조안나는 어쩔 줄 모르는 얼굴을 하고는 있지만...
낭패라거나, 위기감보다는 미안함이 묻어나는 얼굴입니다.
그러고보면 오늘 조안나의 손에서 크게 다쳤던 파랑새가 다시 날아가고, 어제도 오늘도 사라졌다 나타났던 게...
조안나는 마법 물건이라도 가지고 있는 걸까요?
 
조안나:그, 그게....
미안....
얘, 얘기 못한 게 있긴 한데. 그... ...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해줄게! 저, 정말이야.
이,일단지금은늦었으니까 내일....
(어느샌가 양손을 꼭 모아쥐고 서 있다.)
 
아그네스 로페즈:(눈썹을 비틀고 조안나를 쳐다보다가) 아니, 지금 듣지.
오래 걸리는 일인가?
 
조안나:...지, 지금? 정말로? (그리고 오래 걸리냐는 물음에는 조금 늦게 끄덕여보인다.) 아마... 네가 궁금한게 많아질거야.
 
아그네스 로페즈:내일도 그리 한가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말이야...자네가 피곤하면 내일 듣지.
많이 돌아다닌 것 같으니까.
 
조안나:...응... (어쩐지 켕기는 게 있는 강아지처럼 눈치를 보면서도... 시간을 벌어서 다행인듯 보이기도 한다.) ... ... 자, 잘 자... 아그네스. (겨우 손을 들어 인사한다.)
 
아그네스 로페즈:그래, 자네도. (고개를 끄덕여보이곤 방으로 돌아온다.)
 
:계속 이어지는 소란과 숨기는 게 많은 룸메이트까지. 입학식만 겨우 마쳤는데 하루가 길었습니다. 내일은 학과 수업의 오리엔테이션과 전공 교수 면담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그네스 로페즈:(면담이라. 면담에서는 무슨 얘길 하려나. 장래희망같은 걸 물어보면 곤란한데. 아무것도 하고 싶은 게 없다는 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낙천적인 생각을 하며 눈을 감는다.)
 
:교수가 별로 궁금해하는게 없고 재미있는 얘기를 해주면 좋겠다거나...
내일을 앞두고 가벼이 눈을 감습니다.
 
이미지
 
9월 3일
 
:다음날 아침, 아그네스는 여느 때처럼 새벽같이 일어났나요?
 
아그네스 로페즈:(동 트기 전에 일어나...평소처럼 쭉쭉 스트레칭을 했다)
 
:기숙사의 누구보다 일찍 일어난 아그네스는 평소보다 이른 시간, 밖에서 들려온 작은 소음을 인지합니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소리와 눈이 여닫히는 소리, 몇 사람의 발자국 소리...
 
아그네스 로페즈:...? (어느 쪽에서 나는 소리지? 낯선 소음에 바깥을 내다본다.)
 
:소리는 복도쪽에서 났습니다. 연이은 소음에 문 밖을 내다보면, 멀어지고 있는 교직원의 뒷모습이 보입니다.
무언가 일을 끝내고 돌아가는 모양인데...
 
아그네스 로페즈:이렇게 이른 아침부터... (눈을 끔벅거리며 멀어지는 교직원들을 쳐다본다.)
 
:문 근처에서 난 소리니 이 근처에 무언가 볼 일이라도 있던걸까? 싶습니다.
기억을 더듬어보는 지능 판정이나, 주위를 살펴보는 관찰력 판정이 가능합니다.
 
아그네스 로페즈: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42
판정결과: 보통 성공
(혹시 브로닌한테 볼 일이 있었나...아니면 우리 방?)
 
:시선을 돌리다보면, 어딘가 바뀐 부분이 있는 것 같은데...
어느 순간, 213호의 명패에 시선이 닿습니다.
 
아그네스 로페즈:(방 밖으로 나와 213호의 명패를 쳐다본다. 뭐지?)
 
:실비와 브로닌 두 사람의 이름이 적혀있어야할 명패에는 실비의 이름만이 남아있습니다.
 
아그네스 로페즈:...흠?
이름이...바뀌었군. (브로닌은? 하는 의문에 눈썹을 비튼다. 설마 어제 발언으로 퇴학을 당했다거나, 하는 일이...입학 다음날부터 일어난단 말인가.)
 
:그런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난 걸까요?
단순히 방을 바꾼건 아닐까, 긍정적인 생각을 해볼 수도 있겠습니다.
 
아그네스 로페즈:(하지만 그럴리가 없지. 학생 수에 맞춰 기숙사 방이 있는데. 한참동안 명패를 쳐다보다가 방으로 돌아온다. 두 사람이 일어나면 자초지종을 좀 물어봐야겠군.)
 
:예상하고 싶지 않은 일이 일어난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동이 트고, 조안나가 일어나 거실로 나오기도 전에, 바깥이 시끌시끌해짐을 느낍니다.
 
아그네스 로페즈:(바깥이 와글해지자 다시 한 번 문을 나선다. 다들...213호의 명패를 보러 온 건가?)
 
:문을 열면 213호 앞을 기웃대던 학생이 아그네스를 흘긋 보더니, "아, 미안.." 하고는 도망치듯 멀어집니다. 로비쪽에서 기다리던 친구들에게 돌아가 함께 숙덕거리는 걸 보면... 맞는 모양입니다.
 
아그네스 로페즈:(213호의 문을 두드린다. 학생들이 더 몰리면 곤란하겠는걸.
 
:다른 학생들도 로비쪽에서 이쪽을 기웃댑니다. 로비 게시판에 공지가 붙은 것인지 로비가 시끌벅적해보이네요.
213호의 문을 두드려도 안쪽은 조용하기만 합니다.
 
아그네스 로페즈:...둘 다 이미 나갔나? (학생들이 웅성이는 로비로 향한다.)
 
:로비로 가까이 가 보면, 기숙사 입주자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는 표지가 일부 파손되어 있습니다. 게시판에는 큰 글씨로 무언가 쓰여있습니다. 그 앞에 교복으로 환복하지도 않은 잠옷차림의 학생들이 와글와글 모여 제멋대로 의견을 나누고 있습니다.
 
213호 클라리넷 전공 브로닌 스카일러
 
불미스러운 사유로 즉각 퇴학 조치함
 
아그네스 로페즈:...허어.
(불미스러운 사유라.)
 
:하루만에 퇴학이라뇨? 이성 판정합니다. (1/d2)
 
아그네스 로페즈:(하지만 국왕과 친하다느니, 친분을 과시하지 않았던가. 귀족이라는 말을 입에 올리는 것만으로 이렇게 된다니.
SAN Roll
기준치: 69/34/13
굴림: 81
판정결과: 실패
2
 
:어우
블루버드 칼리지에 커다란 실망과 충격을 얻은 아그네스
주변에서 수근대는 소리가 귀에 들어오나요?
 
아그네스 로페즈:(뭐라고들 수군거리고 있나...)
 
:듣기 판정!
 
아그네스 로페즈: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8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넌 정말 귀가 쫑긋이군아
아이들의 웅성거림이 귀에 꽂히듯 들어옵니다.
"야, 너무 놀라는 거 아냐? 사감이 그러는데 누가 학장한테 찔렀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바로 퇴학이라고?"
"증거 있었대. 룸메 있지, 실비 듀퐁이었나? 걔가 물건 뒤져서 학장한테 찔렀대잖아."
"근데 듀퐁 걔 교수 딸 아냐?"
 
:"가방에서 귀족파랑 연락하는 마법 물건도 나왔대...."
"귀족파가 진짜 학교에 들어오긴 오네? 진짜 대단하다 야."
... 충격이 쉬이 가시지 않습니다.
폭언과도 같은 말들이 어제까지 웃으며 함께했던 이를 더럽히는 구정물처럼 쏟아집니다.
 
아그네스 로페즈:(가혹하군. 단체로 최면이라도 걸린 것처럼...가만히 게시판을 올려다보다가 방으로 돌아간다. 실비 듀퐁. 그는 정말 마법구를 발견했던걸까?)
 
:방으로 돌아가려 몸을 돌리면, 조안나와 눈이 마주칩니다.
 
아그네스 로페즈:좋은 아침이군, 조안나. 브로닌이 즉각 퇴학 당했다네.
 
조안나:(입을 꾹 모아 닫고 있다가,) ....그래 보이네. (그러더니 손을 뻗어 아그네스를 끌고 방으로 돌아간다.) 근데 너, 오늘 오리엔테이션 있는데 아직도 교복도 입지 않고. (방으로 돌아가는 얼굴은 조금 어둡다.)
 
아그네스 로페즈:아침부터 방 앞이 소란스러웠거든. 지금 갈아입으면 되지.
안 끌고가도 돌아가려고 했는데.
 
조안나:나도 그래서 나와봤어. 소란스럽길래 나왔는데 네가 방에 없더라. (그리고 소란을 조금 벗어나자마자 소근댄다.) 네가 휘말릴까봐 걱정했다고...
 
아그네스 로페즈:내가 휘말려? 왜?
 
조안나:금방 돌아올 셈이었다니 다행이지만...
 
아그네스 로페즈:(눈을 끔벅이며 조안나를 바라본다.) 내가 저 친구들 사이에 편승해서 욕을 하지 않아서?
 
조안나:(고개를 젓더니 휴, 한숨을 내쉰다.) 네가 하루 이틀만에 브로닌이랑... 친한 것처럼 보였으니까, 너도 얽고 넘어가려는 녀석이 있으면 어렵지도 않은 일이라구.
 
아그네스 로페즈:그 정도는 친한 것도 아닐세, 인사 좀 몇 번 한 걸 가지고. 자네는 나를 너무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어.
(방으로 돌아오면 꾸물꾸물 교복을 갈아입는다)
 
조안나:남이 보기엔 그럴 수 있다, 그런 소리지...
 
아그네스 로페즈:그래, 그래. 자네의 염려 잘 알았네.
 
조안나:... 아무튼 다행이야. (거실에서 조용히 소리를 낸다.) 옷 다 갈아입으면, 밥 먹고 오리엔테이션 가자.
 
아그네스 로페즈:(그래, 이런 식으로 아침이 지나간다니까.) 오늘부터는 바쁘겠군, 오리엔테이션이니 면담이니 해서 말이야.
자네야 잘 하겠지만. (됐다, 나름 공들여서 교복을 갖춰입고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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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비어슬리 인 블루버드 칼리지~
 
어의:가보자고가보자고~
 
:입학식 다음 날, 기숙사 옆 호실을 쓰는 브로닌이 퇴학당했다는 공고가 붙었습니다. 아침부터 소란스럽더니 브로닌은 이미 학교를 떠났다고 하더군요.
조안나는 아그네스가 걱정 됐던 모양이고요. 귀족파라는 이야기에 얽히면 밑도 끝도 없이 내쳐진다는게 사실이긴 한 듯하지만...
당장은 오리엔테이션이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일반 과목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을 위해 강의동으로 향하는 동안에도 주위는 유난히 소란스럽습니다.
 
조안나:... 다들 저 얘기 뿐이네.
 
아그네스 로페즈:이 학교는 이렇게 신입생도 가차없이 쫓아내는건가?
아니면 내가 굉장한 폭풍이 이는 해에 입학을 한 건지도 모르겠군.
 
조안나:(어깨를 으쓱인다.) 나도 이정도일 줄은 몰랐어. (그리고는 곁에서 걷는 아그네스를 빤히 본다.) 너에게 폭풍은 제법 잘 어울리는 느낌이지만...
너무 혼란스러운 건 별로인데.. (하고 한숨을 푹 내쉰다.)
 
아그네스 로페즈:그래? 난 잔잔한 바다가 좋은데. 뭐, 바다는 날씨가 변덕스러우니 폭풍도 감내해야 하지만. (파도를 묘사하듯 손을 이리저리 흔들다가)
학교 바깥에서 친구를 만나는 건 아무도 저지하지 않겠지? 나중에 외출을 하거든 브로닌을 위로라도 해 주러 가야겠어.
 
조안나:(으으음,....하고 고민하는듯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기울인다.) 하지만 브로닌은 스카일러로 돌아가지 않았을까? 사실, 브로닌이 귀족파라고 낙인찍힌 이상 편지를 보내는 것도 제법 위험한 일이야.
 
아그네스 로페즈:그럼 브로닌의 가족들은? 그들도 난처한 입장에 처하게 된 건가?
가혹한데.
 
조안나:아무래도.... (고개를 반대쪽으로 기울인다.) 하지만 브로닌은 아버지가 국왕 전하와 직접 편지를 주고 받는 사이라고 자랑했는데... 그저 오해인걸까?
(걷다보면 오리엔테이션용 소강당에 도착한다. 어디에 앉을지 조금 고민하는 모양인지 문가에서 머뭇댄다.)
 
아그네스 로페즈:그럴지도. 국왕 폐하께서 직접 블루버드 칼리지를 질책하시려나 모르겠군. (소리내서 몇 번 웃더니 기웃거리던 조안나를 슬쩍 건너보고) 아직 빈 자리는 많군. 앞쪽에 앉을까?
 
조안나:(눈을 가늘게 뜨고 끙, 앓는 소리를 낸다.) 학생들에게 피해가 없으면 좋겠지만... 교장 선생님이 국왕 전하의 친척이니 큰 일은 없을지도... 그렇게되면 브로닌이 돌아올 수도 있으려나?
아, 응. 그럴까... (슬그머니 앞쪽으로 가 자리를 고른다.) 넌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에서 자리를 고른다면 앞 쪽에 앉는 걸 좋아해?
 
아그네스 로페즈:(교장 선생님이 국왕의 친척이라는 부분에서 놀랄 타이밍을 약간 놓친다. 이 대륙은 큰 건지 작은 건지 종잡을수가 없군.)
그때그때 비어있는 자리에 앉는 편인데, 자네는 앞쪽을 좋아할 것 같아서.
 
조안나:자리가 많이 비어있을 때는? (물으며 두번째 줄에 앉는다. 중앙에서 조금 왼 편이다. 살짝 웃더니 긍정한다.) 난 자세히 보는걸 좋아해서...
 
아그네스 로페즈:그럴 땐 또 어떤 자리인가에 따라 다르지. 공연이라면 앞쪽에, 쇼라면 중간에. 그리고 공식적인 자리나 예배라면 맨 뒤에.
글라우쿠스에는 국교랄 것이 없지만, 가끔 손님들을 따라다니다 운 나쁘게 예배를 들어야 하는 경우도 생기곤 했거든. (조안나의 옆에 앉는다. 주변을 둘러보며 의미 없이 들어온 사람들의 면면을 파악하더니 자리를 좀 넓게 차지하고 앉는다.)
 
조안나:제법 세분화 되어있네... (작게 쿡쿡 웃는다.) 예배를 듣는 건 운 나쁜 일이었어? 새로운 건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단정하게 앞을 보고 바로 앉아서 상체만 조금 틀어 아그네스를 향한다.)
 
아그네스 로페즈:예배는 자네도 싫어하지 않았던가?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아예 한 쪽 팔을 의자 등받이에 걸쳐두고 몸을 반쯤 돌린다.)
교리 공부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거든. 보이지 않는 신적 존재를 찬양하는 것도 말일세. 힘겨운 시간을 견디고 나면 괜찮은 성찬을 나눠받는다는 것 정도의 교훈을 얻는 시간이라고 할까.
성찬이 없는 경우에는 고행이지.
 
조안나:그건... ... (어쩐지 말을 줄인다.) 실존하지 않는 것에 대한 신앙.. 그렇지, 그렇게 느껴지는 종류의 것이지. (연신 끄덕인다. 자신의 불신도 그렇다는 듯이.) 성찬이 없는 건 우리도 마찬가지였을텐데... (말을 잇는 와중에 시선이 한 쪽으로 쏠린다. 주위의 소란이 잦아들고 교수가 강단으로 올라서는 모습을 보더니 자세를 바로한다.)
 
아그네스 로페즈:없어? (교수의 등장에 그 이상으로 절망하진 못했지만, '뭘 모르는군.' 같은 표정으로 돌아앉는 것으로 이미 충분히 표현되었다)
 
:교수가 강단 위에 준비된 의자에 앉자 학생들은 자세를 고칩니다. 의자를 끄는 소리 등이 줄어들고나면 어수선한 인사 소리가 이어집니다.
"신입생 적응을 위한 교육이 있을 거라는 말은 듣고 왔지요? 학교 소개 간략히 하고 유념할 점들 말씀드리고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그동안 집중을 부탁드립니다."
지저귐을 사용하지 않는데도 교수의 목소리는 귀에 탁탁 박히는 듯 합니다.
블루버드 칼리지가 1404년에 설립됐고 우린 136번째 입학생이다, 그동안 선배들은 훌륭한 예술가가 되었다 등의 간략한 소개가 이어집니다. 그렇게 누구나 알고 있는 지루한 이야기가 이어지다가, 갑자기 귀를 끌어당기는 말이 흘러나옵니다.
"우리 블루버드 칼리지의 학생들은 국왕 전하의 은혜로 예술을 배울 자격을 받았으니 국왕 전하께 충성해야 합니다. 불충은 곧 학생으로서 수학할 자격이 없음입니다. 마침 오늘 아침에 반면교사가 될 만한 사건도 발생하였지 않습니까."
사건을 목격하는 것과 교수에게서 이런 말을 듣는 것은 다릅니다.
 
아그네스 로페즈:(오오, 여기서도 발언하는군. 싶어서 팔꿈치로 조안나를 한 번 툭 친다)
 
:퇴학 처리를 지시하고 공고를 작성한 불투명한 주체 대신 직접적인 발화자를 실시간으로 목격하고 있으니까요.
 
조안나:(흘끔, 고개가 찰나 아그네스 쪽으로 돌아왔다가 간다. 조금 미간을 찌푸린듯 보이기도.)
 
:교수는 태연하게 다음 말을 잇습니다.
"블루버드 칼리지는 유구하게 귀족파들의 표적이 되어 왔습니다. 이십여년 전에 수학했던 귀족파 학생 한 명에 의해서 어떤 사건이 일어났는지 학생들은 쉽게 찾아볼 수 있을 겁니다. 학보에도 기사가 났더군요...."
"유독 우리가 목표가 되는 이유는 여러분이 여러분 스스로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유능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어린 나이에 깊이 쌓은 우정을 이용하면 국왕 전하를 향한 충심을 흔들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겠지요. 귀족파들은 귀족파 학생들을 침투시키는 것으로 이미 한 번의 큰 성과를 얻었으니 더욱 기고만장해 있을 겁니다. 국왕 전하의 가장 큰 기대를 받고 있는 학생들이 그러한 수작에 넘어가서는 아니됩니다. 아시겠습니까?"
학생들이 대답하는 소리가 이어집니다.
곁에서는 들리지 않았지만요.
 
아그네스 로페즈:(역사공부를 미뤄서는 안되겠군. 아무나 잡아앉혀두고 재미있게 설명해보라고 해야겠어.)\
(그리고 곧 그 희생양이 될 조안나를 곁눈으로 쳐다본다.)
 
:교수가 브로닌의 퇴학은 너무도 당연한 조치이니 의문을 표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은 참 특이한 일입니다.
오늘의 오리엔테이션은 이것으로 끝납니다. 정식 수업은 다음주부터 시작된다고 하네요. 내일은 주말이니 편히 쉬고 다음주에 만나자는 말과 함께 교수가 강단을 떠납니다.
제일 앞 줄 구석에 앉아있던 조교가 학과별 수업 시간표를 받아가라는 소리에 조안나가 일어섭니다.
 
조안나:...가자.( 조금 굳은 얼굴로 먼저 일어섭니다.)
 
아그네스 로페즈:또 기분이 좋지 않아졌군, 조안나. 자네나 나나 무사히 졸업하긴 그른 것 같은데. (조안나의 어깨에 팔을 턱 올리며 시간표를 배부하는 쪽으로 향한다.)
 
조안나:내 꿈은 무사 졸업인데, 학교가 도와주질 않네.... (한숨을 푹 내쉬면서 같이 걸어간다.)
 
아그네스 로페즈:그래? 자네라면 좀 더 대단한 꿈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예술가가 된다거나.
 
:조교 앞으로 가 보면 책상 몇 개를 붙여두었습니다. 현악, 금관악 / 성악, 작곡, 타악 / 목관, 건반으로 나누어 종이 팻말을 세워두었고 그 뒤로 종이뭉치가 있습니다.
 
조안나:아, 우리 시간표가 같나봐. (현악 금관악 뭉치에서 종이 두 장을 집어들어 챙긴다.)
 
아그네스 로페즈:잘 됐군. 자네 시험지를 좀 참고할 수 있겠는데. (능청스레 씩 웃으며 시간표를 들여다본다)
룸메이트끼리 돕고 살면 좋겠군.
 
조안나:뭐어!? (말도 안된다는 듯이 눈썹이 팍 찌그러진다.)
 
아그네스 로페즈:왜?
그 정도 정은 있잖나. 전부 다 참고하지 않겠네. 낙제를 면할 정도만.
 
:시간표에는 일반 교과목과 함께 전공 교과목들도 섞여있습니다. 역사, 문학, 수학, 외국어, 사회, 종교... 일반 교과목은 이것 뿐이고 전공 교과목은 전공 실기, 전공 이론, 전공 윤리로 나뉘어있습니다. 일반 교과목에 비해 적은 분류지만 시간 할당은 전공쪽이 더 많은듯도 보입니다.
 
조안나:........ 내가 참고시켜줄 수 있는 건 필기와 예상 문제까지야. 그 이상은 안돼.
 
아그네스 로페즈:그건...내가 공부를 해야 한다는 뜻인가?
 
조안나:여긴 학교잖아, 아그네스. 학생은 공부를 하는 사람이라는 뜻이야.
 
아그네스 로페즈:난 그런 명명적 의미에는... (이렇게 과목이 많다는 말은 못 들었단 말일세, 하고 변명 아닌 변명을 하더니 어깨를 으쓱인다.)
자네가 내 과외선생이 되어준다면야, 얼마든지.
자네 덕에 난 이제 악보도 읽을 수 있게 됐잖나, 아주 느리지만.
 
조안나:... ... 그래도 네가 습득이 느리진 않으니까... 열의만 있다면 얼마든지 도와줄게. 실제로누군가를가르치기위해서는그저배우기만할때보다훨씬많은이해를필요로하기때문에내게도도움이될거야(연신 끄덕인다. 신난모양이다.)
 
아그네스 로페즈:... ... ...
 
조안나:그럼일단돌아가서기보법부터복습할까?기본화성법은봤으니까이제응용으로
 
:아그네스.. 지능 판정해볼까요?
 
아그네스 로페즈:그래. 말은 바다로 흐르는 강과 같아서 결코 민물로 되돌릴 수는 없는 법이지...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97
판정결과: 실패
(멍청하기까지)
 
:무언가 일정이 있지 않았나요? 지금 이 상황에서 탈출할 수 있을만한..
아 뭔가 있었을것같은데 지금 당장 빠져나가서 어딘가로 떠나야할 것 같은데
 
조안나:날씨도좋으니까상점가에가서네몫의화성학책을사서공부하자간식도먹고
 
아그네스 로페즈:그러고보니 자네 내 회중시계도 고쳐주겠다고...
 
:빨간 모자가 어른거리는데...
 
조안나:맞다. 회중시계도 챙겨서 수리점에 맡겨놓고 고쳐지는 동안 공부하자.
 
아그네스 로페즈:... ...아니! 미안하지만 오늘 공부는 좀 어려울 것 같군.
내가 아주...중요한 선배를 초대했거든.
 
조안나:열심히공부하기로마음먹은 기념이니까만년필을 선물하고싶은데어때?
어...?
선배...?
 
아그네스 로페즈:내가 일전에 말하지 않았었나. 자네랑 닮은 사람이 있다고.
베로니카 뤼겐이라는.
 
조안나:나랑 닮았다고... 아, 네, 그, 뭐였지. 페어..? 아니... 짝선배.. 라고 하나,
 
아그네스 로페즈:그래, 정답일세. 내가 연주를 들려주기로 했거든.
우리 방에 초대하려고 하는데, 자네 의견은 어떤가?
자네도 아는 선배를 확보해두면 좋을 것 같은데.
 
조안나:우리 방에...? 나야 상관 없지만...
 
:어제 빨간모자 선배가 했던 말을 되새겨 봅니다..
오늘 꼭 잊지 말고...
그러니까.. 뭐.. 뭐라고했었는데...
전공 조교실에 들러야한다고 했던가...?
 
아그네스 로페즈:(뭐더라...하고 눈을 데굴데굴 굴리다가)
아, 아니. 취소일세.
자네도 방을 혼자 쓸 뻔 했군.
 
조안나:응? (고개를 기울인다..) 그거 무슨 얘기야...
불안하게그런말,
(소매 꽉 잡음)
 
아그네스 로페즈:오늘은 교수님 면담이 있는 날일세.
 
조안나:... ... ... 뭐!???????
 
아그네스 로페즈:시계가 없으니 이런 것도 자꾸 까먹는군. (아니? 날짜는 시계와 관련없다.)
 
조안나:그걸 까먹은거니????
 
아그네스 로페즈:난 이렇게 연달아 일정이 잡혀 본 적이 없어서 말일세. 특히나 이렇게 시간을 딱딱 지켜야 하는 것은...
 
조안나:안 되지, 안 돼!!! 당장 가. 어디로 가야하는건데? 교수실? (쫓아내듯 등을 밀어 소강당 밖으로 나간다.)
 
아그네스 로페즈:아니, 전공 사무실. 자네 우리 학교 지도 외웠나? 아마도 저쪽.
(다른 방향으로 간다)
 
조안나:현악전공사무실은B동이잖니!!! (반대쪽으로 끌고간다.)
 
아그네스 로페즈:자네가 룸메이트라 참 다행이야. (태평한 얼굴로 질질 끌려간다.)
 
:조안나가 끌고 가 준 덕분에 37분은 빠르게 사무실에 도착했습니다.
엄청나게 헤멜뻔.. 아니, 모험할 뻔 했네요~
 
아그네스 로페즈:(빠르다!) 자네는 뛰는 속도보다 걷는 속도가 더 빠른 것 같아. 대단한데.
 
조안나:(전공 사무실 앞에 도착하자, 엄청난 사명이라도 띈 것처럼 결연했던 얼굴에서 힘이 풀린다. 피유우... 숨을 크게 고르고) ... 난.... 상점가에 가서 네가 쓸 스케줄용 수첩이랑 이론 책을을 사 올테니까 면담 끝나면 바로 기숙사로 돌아와. 알겠지?
(다리가 아픈지 허벅지를 통통 두드린다.) ... 빨리 와야할 것 같았으니까 말이야... 하지만 학교에서는 뛰면 안되는거고...
 
아그네스 로페즈:(학교에서 뛰면 안된다는 말은 흘려듣는다.) 결국 책을 사러 가긴 하는군...
아, 가는 김에 내 시계도 좀 맡기겠네. 주머니에서 빼는 걸 깜박해서 들고 다니고 있었거든. (조안나에게 망가진 회중시계를 내민다.)
 
조안나:(내민 회중시계를 받아 주머니에 넣는다.) 더 필요한 건 없니? 필기구나, 노트, 활에 바를 송진이라던가...
 
아그네스 로페즈:(어쩐지 보호자가 생긴 기분인걸...) 간소하지만 필기구는 있고, 노트도 새 것이 두 권 있다네. 송진은 비올라를 사면서 하나 받았지만...혹시 모르니 자네가 추천하는 제품도 써 봤으면 하는군.
이 정도면 충분한가? (씩 웃어보인다)
 
조안나:(끄덕이다 눈을 가늘게 뜬다.) 적당한 것 같긴 한데... 교과목마다 한 권씩 노트가 있는 편이 좋지 않겠니? 그리고... 오선 노트도 있어? 매번 그려서 사용하려면 힘들어.
 
아그네스 로페즈:... ... ... (미소를 올린 채 조안나의 말을 듣고 있다가...)
모든 것을...
전적으로 자네 의견에 따르지.
 
조안나:(빤이... ... ...) 그래, 좋은 생각이야. 면담 잘 하고, 기숙사에서 보자. (학부모처럼 끝까지 말을 덧붙이다 떠난다.)
 
아그네스 로페즈:그래, 자네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만큼... (어쩐지 조안나는 조금 학부모 속성이 있군, 생각한다)
공부에 필요한 것만 사지 말고, 자네 간식거리도 들게나.
끝나고 기숙사에서 보지.
 
:알겠다며 조안나가 먼저 전공 사무실에 들어가라고 보챕니다.
학부모의 소질이 보이는 룸메이트...
 
아그네스 로페즈:(나는 입양 보내진걸지도...)
하지만 가끔은 나도 한 마디 하곤 하니까 동등한 것 아닌가? (혼잣말을 하며 전공 사무실로 들어간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그냥 마누라, 의 기질이 있는지도요...
 
아그네스 로페즈:(결혼했나...)
 
:전공 사무실에 들어가 조교에게 학년과 이름을 밝히면, 듀퐁 교수님의 연구실 위치를 알려줍니다.
(결혼했나...)
연구실은 두 층 위에 있는 모양입니다.
 
아그네스 로페즈:(불미스러운 사건이 있던 후 그 부친을 보러간다라.)
(터벅터벅 연구실로 올라간다)
 
:연구실의 문을 두드리면 기척이 없습니다. 세로로 길게 난 창 안으로 불도 켜져있고 재실 표시에 마크가 제대로 붙어있는데..
면담 시간은 벌써 지났는데 교수가 안에 없나?
 
아그네스 로페즈:...? (멀뚱멀뚱. 잠시 사무실 앞에 서 있다가...)
들어가겠습니다. (입장한다.)
 
:안으로 들어서면 방금까지 사람이 있었던 모양인지 온기와 생활감이 느껴집니다.
교수의 것으로 보이는 외투가 옷걸이에 걸려 있고, 교수가 사용하는 듯한 책상 위에는 김이 오르는 차와 문서가 보입니다. 책상 아래엔 쓰레기통이 놓여 있습니다.
 
아그네스 로페즈:급히 외출하셨나...곤란한데. (어디 앉아있을 곳은 없나? 하고 사무실을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심지어 차에도 김이 안 식었다. 한 잔 할까? 했다가 듀퐁 교수가 눈치 챌 것 같아 시선을 돌리자...떡하니 올려져 있는 문서에 시선이 닿는다.)
 
:책상 곁에 작은 간이 의자가 놓여있습니다. 면담하는 학생들을 앉히기 위한 것 같습니다. 작아서인지 책상 근처쯤까지 오니 보이네요.
문서는 신입생들의 학적 기록부입니다. 아그네스의 이름이 적힌 것이 펼쳐져있네요.
 
아그네스 로페즈:(내 순서인 것은 틀림없군...뭐라고 적혀있으려나? 구경한다.)
(외국인이라 별 다른 정보가 없을 것 같기는 해도...)
 
:이름과 나이를 비롯한 간략한 개인정보들과 출신지, 가족 사항, 입학 시험 점수, 담당 교수, 유의사항 란이 있습니다.
유의사항에는 외국인. 플랑드르어 능력 우수. 라고 적혀있네요.
 
아그네스 로페즈:(음, 말만은 잘 하지.)
 
:학년 전체 수석이라고도 적혀있고요.
짝- 베로니카
룸메이트 - 조안나 럼펫
 
아그네스 로페즈:친구 명단 같군.
 
:입학하자 마자인 것 치고는 제법 자세한 내용이 적혀있습니다.
(ㅠㅠ)
 
아그네스 로페즈:(하지만 본인 것을 읽어봐야 흥미가 없다...비스듬하게 기대 서서 다른 학생들의 정보를 뒤적여본다.)
 
:간소한 유의사항 란이 꽉 차게 될까요?
한 장을 넘기면 조안나의 학적부입니다.
 
아그네스 로페즈:오, 현악부가 아닌데도 있군.
 
:아그네스의 입학 시험 성적은 평균 9.8이었는데, 조안나의 입학 시험 성적은... 6.3이네요.
거주지는 수도... 가족 관계는 양친과 손윗형제.
유의사항에 아그네스와 룸메이트라고 적힌 것 외에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이유 불문' 이라는 의미 불명의 문장입니다.
 
아그네스 로페즈:(조안나가 스스로 말해주지 않았던 정보를 이렇게 보고 있자니 기분이 묘하군, 싶은 생각에 눈을 굴리다가...마지막 문장에 시선에 꽂힌다.)
불문?
 
:무슨 의미일까요?
 
아그네스 로페즈:이유...불문. 불문이라. (사감 선생님이 조안나의 점호 미출석에도 별 추궁을 않고 지나갔던 것을 떠올린다. 다시 종이를 자기 페이지로 되돌려놓고)
흠, 그렇단 말이지.
 
:한 장 앞으로 돌려놓으면 이상한 점이 보입니다. 아그네스의 윗장이 찢겨나간듯 위 쪽 조각만 남아있네요.
 
아그네스 로페즈:...? (이건 또 무슨 흔적이지? 눈을 끔벅이며 쳐다본다) 브로닌의 학적부인가... (종이를 이래저래 들춰보지만...)
 
:한 장 더 앞으로 넘어가면 실비의 학적부가 보입니다.
유의 사항에 듀퐁 교수의 딸이라고 적혀있네요.
관찰력 판정?
 
아그네스 로페즈: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8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시선이 자연스레 쓰레기통으로 향합니다.
반쯤 구겨진 종이가 제일 위에 놓여있는데, 학적부와 같은 종이인듯 보입니다.
 
아그네스 로페즈:(브로닌의 학적부로군. 그런 직감에 펼쳐진 학적부를 돌려놓고, 쓰레기통에 덩그러니 남은 종이를 펼쳐본다.)
 
:구겨진 종이를 꺼내 펼쳐보면, 예상대로 브로닌의 이름이 적혀있습니다.
유의 사항에 스카일러 출신이라고 적혀있고, 붉은 잉크로 V.V라는 표시가 되어있습니다.
d100 한 번 굴려주세요~
 
아그네스 로페즈:79
 
:등 뒤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납니다.
 
아그네스 로페즈:(발레리 뷰콘느, 이제 그 이름으로 귀족파를 통칭하는건가? 그런 생각을 하다가 문이 열리는 소리에...
(종이를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찻잔을 입에 가져다댄다.)
 
:민첩 판정 해볼까요?
 
아그네스 로페즈:
민첩
기준치: 80/40/16
굴림: 99
판정결과: 실패
(어ㅈ떻게 이럴수가~)
 
:아 ㅋ
와장창 우당탕...
재빠른 행동에... 어떻게 실패했나요?
 
아그네스 로페즈:(찻잔은 잡지도 못하고 쓰레기통에 발이 걸려 엎어졌다)
 
:우당탕탕탕
갑자기 와르르 넘어지는 아그네스에 놀란 듀퐁 교수가 다가와 아그네스를 일으켜줍니다.
"자네 괜찮나!?"
그럼 행운 판정?
잘 넘어가봅시다
 
아그네스 로페즈:
기준치: 50/25/10
굴림: 2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운은 좋았던 듯)
의자에서 리듬을 타고 있었는데...아무래도 의자와 합이 맞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뻔뻔하게 앉지도 않은 의자 탓을 한다)
 
:"뭘 하고 있었길래 그렇게 놀라서 넘어진건가? 다친 곳은 없고?" 교수는 유독 조심스레 아그네스의 손을 살펴봅니다.
 
아그네스 로페즈:교수님이 늦으시는 것 같아 곧 노래를 함께 부를 생각이었습니다. (내 손...말짱한 것 같다.)
 
:"아... 의자가 삐걱였나? 다른 의자를 내어줌세." 그리고는 쏟아진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모아 담아 세워둡니다. 벽에 세워둔 다른 의자도 가져와 새로 놓아주고요.
자네는 참... 흥이 많군.
이라고 말했습니다
 
아그네스 로페즈:(감사.)
(새로운 의자에 착석한다.)
연구실을 잘못 찾아왔나 했는데, 그건 아니라 다행이로군요.
 
:교수는 아그네스에게 의자를 권하고 자기 자리에 앉았습니다. “자네가 늦길래 사무실에 다녀오는 길이었는데 엇갈린 모양이야."
책상 뒤쪽에 놓인 작은 난로에 얹힌 주전자를 들어 새 잔에 차를 내어주네요.
"음, 뤼겐 군에게 미리 들었겠지만 내가 자네의 담당 교수가 되었으니 학교 생활 중에는 나를 찾아오면 되네. 보아하니 잘 넘어지기도 하는 모양인데... 몸 상태가 좋지 않은 날에는 수업을 제해 줄 수도 있네. 수업 시간에 늦지만 말게나.”
 
아그네스 로페즈:(상당히 관대한 교수님이로군. 그건 내가 수석이라서? 듀퐁 교수의 말에 미소를 지어보인다.)
 
:(자네는 수석이니깐.)
 
아그네스 로페즈:알겠습니다. 연습을 게을리 하지는 않겠지만...
부족한 부분이 많아 룸메이트인 조안나 럼펫 군에게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아, 다행이군. 자네 룸메이트가 학업 성적이 좋은 편인가? 여러가지로 도움 받을 수 있으면 좋겠지." 흐뭇하게 웃더니...
"자네가 외국인 학생이라 조금 걱정했는데 얘기 들은 대로 말도 잘 하고 아주 기대가 크네." 말을 멈추지 않고 이어갑니다.
“그보다 말일세, 신입생만을 대상으로 한 경연이 한 달 뒤로 예정되어 있네. 졸업생들의 졸업 공연과 학기말에 있는 정기 공연을 제외하면 가장 큰 공연 이고 경연이야. 자네라면 당연히 경연에서 우승하겠지?”
 
아그네스 로페즈:아아, 그렇습니까. (신입생 대상이라면...그러려나? 눈을 몇 번 끔벅이다가) 그랬으면 좋겠지만, 저도 아직 다른 신입생들의 연주를 들어본 바 없어서.
자신 있는 곡으로 연주하겠습니다.
 
:"아하하하하! 겸손하기까지 하군. 그래, 자네를 믿고 있겠네. 연습실 대여라던가, 여러가지로 편의적인 부분에서 불편이 있으면 언제든 찾아오게."
 
아그네스 로페즈:(진담인데. 교수의 웃음에 맞춰 함께 웃어준다) 아, 연습실 말입니다만. 어디를 사용하면 좋겠습니까? 아직 배정 받은 곳이 없는데...
 
:음, 각 동마다 연습실이 있네만... B동 4,5층에도 학생 연습실이 있지. 원한다면 자네 전용으로 하나 배정해 줄 수도 있고.
 
아그네스 로페즈:(전용 연습실.)
(여기에는 약간 혹한다.)
혹시 빈 연습실이 있다면 염치불구하고 부탁드리겠습니다. 시간을 많이 보내게 될 것 같아서.
 
:"알겠네, 다음주 초에 전공 사무실에 한 번 들러보게나. 조교가 안내해줄걸세. 물론 자네가 신입생 경연에서 우승한다면야 올 한 해 계~~속 쓰게 해 줄 수도 있고..."
"성적이 좋으면 내 못 해 줄 게 없지." 하고 하하 웃습니다.
 
아그네스 로페즈:(우승해야겠다.)
 
:(우승하자)
 
아그네스 로페즈:(전용 연습실을 받아서 조안나에게도 내주면 좋아하겠지~ 같은 생각을 하며 첫 다짐을 한다.)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착해..)
"그래, 더 궁금한 건 없나?"
 
아그네스 로페즈:아직은 정규 수업을 시작하지 않아 없지만...질문드릴 것이 있으면 종종 찾아뵙겠습니다.
교수님의 수업도 무척 기대하고 있어서요.
 
:듀퐁 교수는 기분이 좋은 모양인지 밝은 얼굴로 아그네스를 배웅합니다. 욕심이 많지만 그만큼 투명한 사람이네요.
앞으로 자주 찾아 오라는 걸 보면 아그네스를 몹시 아낄 모양입니다.
 
아그네스 로페즈:(교수로써 성적이 좋은 학생을 편애하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 내 성적이 나빴다면 아마 지금쯤 퇴학당했겠지만...)
(앞으로는 살아남기 위해 비올라를 연주해야 하나, 하는 생각에 잠시 난색이 되었다가 사무실 밖으로 나간다)
 
이미지
 
:상담을 마치고 나오면... 이제는 자유입니다! 남은 일정은 토요일 예배 뿐이고. 그러면 한 주가 끝납니다.
다음 주부터는 정말로 새로운 학교에서의 학기가 시작해버리니 남은 주말을 잘 즐기는 것이 좋을지도요
 
아그네스 로페즈: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실컷 놀아두면 좋겠는데. 아무래도 내 룸메이트의 기초학습이 만만치 않을 것 같군. (조안나는 상점가에 잘 다녀왔으려나? 터벅터벅 햇살을 즐기며 기숙사로 향한다)
 
:아무래도 상담이 이루어지는 사이 룸메이트가 만반의 준비를 마쳤을지도 모르겠어요...
기숙사로 돌아가 보면 조안나는.... 모든 일을 마치고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로 기다리고 있다1 아직 돌아오지 못했다2 1
 
아그네스 로페즈:(완벽했군...)
 
조안나:(호록.... 찻잔에 담긴 차를 홀짝이다 문가를 돌아본다.) 아, 다녀왔어?
상담은 어땠어? 교수님이 무슨 얘기를 해? 유학생이라고 차별하지는 않았고?
(극성학부모mode)
 
아그네스 로페즈:내 특별 과외 선생님이 기다리시는 것 같아서 서둘렀지. (이유불문. 뭘까? 조안나의 학적부에 적혀 있던 단어를 떠올리다가...)
전혀, 자네 말이 맞았어. 수석이라면 사람들이 여러가지를 용서해주더군.
 
조안나:흠, 그런 차별이라면 다행이고. (어느새 떨어져있던 등이 다시 의자에 붙는다. 그리고는 테이블 위에 올려뒀던 시계를 집어 내민다.) 자. 약만 갈면 돼서 금방 끝났어.
 
아그네스 로페즈:오, 수명이 다 된 줄 알았는데 아니었군. 고맙네. (조안나가 내민 시계를 안주머니 속 단추에 고정해서 꺼냈다 집어넣기를 반복해본다.)
이제 시간 약속에 늦지 않을 수 있겠어.
 
조안나:그리고 이것도. (작은 수첩을 건넨다.) 시계만 있으면 안 돼. 머리속에 있는 건 못미더우니까 꼭 기록하는 습관을(종알종알 이어지는 잔소리)
 
아그네스 로페즈:수첩? 자넨 매번 수첩을 들고 다니는 건가, 혹시?
 
조안나:뭐? 당연한거 아냐?
 
아그네스 로페즈:이런 건 매상을 기록할 때나 쓰는건데. (얼결에 수첩도 받는다. 자켓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크기...)
나중에 수첩을 깜박하면 말하게. 마치 새 것 같은 수첩을 빌려주지.
 
조안나:... ... 쓰라고 사 준 거잖니!!
시간표라던가, 스케줄 같은것들 적기에 딱이니까 잘 써봐. 흠 잡혀 좋을 거 없잖아. (걱정을 사서 하고 되로 얹어주는 스타일.)
 
아그네스 로페즈:글라우쿠스어로 적어도 괜찮겠지?
 
조안나:그야..... (생각 못 해본 일인지 눈만 꿈뻑인다) 네가 알아보기만 하면 되니까. 당연히 괜찮겠지...?
 
아그네스 로페즈:좋군, 그럼 잘 쓰겠네. (농담 낙서장으로 써야지.)
 
조안나:(그것도 모르도 방긋)
자, 그리고 과외, 말인데...
오늘은 미루고 내일 하는 거 어때? 어제 내가 말해주겠다고 했던 것도 있고.. (어쩐지 조금 우물쭈물.)
 
아그네스 로페즈:과외와 여러가지 진실이 한 번에 다가오는 건가? 조금 벅차겠는데. (눈을 멀뚱히 뜨고 잠시 조안나를 바라보다가...이내 씩 웃어보인다.)
물론, 선생님이 되실 때 해야지.
이만하면 좋은 학생인가?
 
조안나:... ... 그런 기준은 아직 잘 모르겠는데..(눈을 가늘게 뜬다. 좋은 학생이란 무엇인가..?)
 
아그네스 로페즈:아무래도 진도를 제대로 따라갈 때까진 무리인가? 엄하군.
뭐, 좋은 학생은 아닐지라도 좋은 친구 정도는 되겠지. 난 항상 자넬 기다릴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 (소파에 양 발을 올려놓고 푹 기댄다)
 
조안나:(끄응....) 그런 건 수업을 하면서 차차 생각해보기로 하자. 엄한 선생님은 아닐 걸, 나...?
자, 그럼. 해주겠다던 얘기 말인데. (괜히 비장한 얼굴이 된다. 찻잔도 가지런히 내려놓고 손을 모아 쥐고.)
여러가지 오해가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앞으로 몇 년을 함께 지낼텐데 아예 숨기는 것도 어렵겠지 싶어서 얘기해주려고 해. 대신 이건 절대로 비밀이니까 누구에게도 말해서는 안 돼.
 
아그네스 로페즈:(순식간에 급변한 분위기에 몇 번 눈을 깜박인다. 나와 동년배인 소년에게 이만치 무게를 잡을 법한 비밀이 있으려나? 소파에서 발을 내리더니 무릎 위에 팔꿈치를 얹어 상체를 숙인 채 한 쪽 눈썹을 들어올린다.) 얼마든지.
난 이미 많은 비밀에 입을 다물고 있거든.
 
조안나:... ... 네가 그렇게 말하면 진짜같단 말이지... (그 나이에 무슨 비밀을 그리 많이 알까,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코웃음 치기 어려운 건 인상때문인지, 말투 때문인지...)
아무튼.
짐작하기 어려운 일, 이겠지만....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가 후, 내뱉는다.) 사실은 나, 마법사야. (말하는 내내 자기 손 끝만 응시한다.) ... ... ... 국가 기밀이니까 말하면 안돼. (흘긋. 눈을 들어 반응을 살핀다.)
 
아그네스 로페즈:(조안나가 답을 내 준 뒤에도 눈썹을 반대로 비틀며 이리저리 눈을 굴리다가, 다시 발을 소파 위에 올려놓고 등을 편히 기댄다. 한참 조용하더니...) 그게 전부인가?
 
조안나:... ...어? (하늘에서 별이 떨어져 머리에 콩, 부딪히기라도 한 듯 예상과 다른 밍밍한 반응에 당황한다.)
...마, 마법사라니까? 1세기 전에 전부 죽어버린?
지금 이 세상에 마법사는 나 하나 밖에 없는... 그런, 그런건데.
 
아그네스 로페즈:나도 몇 세기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고 했잖나. 나는 블루버드 칼리지의 인재고, 자네는 이 세계의 인재로군. 같은 방을 받을 법 해. (허공에 엉거주춤하게 머물러있는 조안나의 손을 잡고 악수하듯이 흔든다.)
 
조안나:그, 그건... 그렇긴... 허? ... 흐에?
 
아그네스 로페즈:난 자네가 어디의 스파이라거나, 아니면 귀족파나 왕정파를 처단하기 위해 이 학교에 잠입한 암살자라거나...그런 스토리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법사라니 훨씬 형편이 낫군!
괜한 정쟁이나 살인사건에 휘말릴 일은 없겠어.
 
조안나:(눈을 가늘게 뜬다...) 너... 무슨 정치물 소설이나 혁명 연극같은 걸 너무 많이 본 거 아냐?
그런것보다 마법사가 훨씬 엄청난 일이잖아 바보야
 
아그네스 로페즈:애초에 처음부터 파랑새들에게 쪼이고 있었고, 평범하지 않은 말을 하더라니. 지금 생각해보면 짐작할 부분이 많았는데 내 상상력이 아직 빈약했군. 예술가 실격일세. (여전히 손을 흔들다가...)
그래, 자네 엄청나. 하지만 난 자네 정체에 대단히 놀란 티를 내는 게 더 실례라고 생각하는데.
자네가 날 불편해 할 것 같거든. 난 자네가 평범한 음악가라도, 멸종한 마법사의 마지막 핏줄이라도 상관없어. 자네가 조안나인 게 거짓만 아니라면 말일세. (아예 조안나와 자기 소파에 걸쳐서 길게 눕는다.)
마음이 한결 편해지는군.
 
조안나:(어쩐지.... 맥이 빠지는 기분이라 오히려 웃음이 샌다.) 놀랄 줄 알고 한 말이니까 놀라도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그리고는 어깨를 으쓱인다.) 네 말도 맞네. 너무 대단히 여기고 신기해하면 불편하긴 했을것 같아...
(늘어지는 모습을 보자 몸을 기울여 들여다본다.) 피곤하니? 재워줄까?
 
아그네스 로페즈:하지만 누군가 자네의 정체를 파헤치거나, 곤란하게 하려고 하면 내가 전력으로 나설거라 약속하지. 나도 이 세계 마지막 마법사가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하거든.
아니, 그보다 마법에 대해서 더 이야기 해 주게. 마법은 어떤 식으로 쓰는거지? 작동 원리가 있는건가? 마법이란 건 무한대로 쓸 수 있나? 범위나, 강도도? 원하는 마법이라면 뭐든지?
 
조안나:(이어지는 말에 입꼬리가 부드러이 호선을 그린다. 자리를 옮겨 누운 자리 옆에 앉고 내려다본다.) 어쩐지 처음부터 네가 믿음직스러웠어. 왜일까? 그렇게 생각할 만한 구석은 별로 없는데.. (실례일거라는 생각은 별로 하지 않는듯 말을 하다가 씩 웃는다.) 마법이 궁금하다니까 말인데. 나, 그다지 할 수 있는게 많은 건 아냐.
어쩌다 배우게 된 마법 한 두 가지가 전부고... 기준이 전부 나라서 나도 잘 몰라. 하지만, 네가 내 비밀을 지켜준다고 약속했으니까 너를 위해서 마법 하나를 써줄게. (손을 덮어쥔다.)
 
아그네스 로페즈:난 자네를 결코 탐내거나 이용하지 않을 이방인이니까. (마주 웃어보였다가) 마법에도 공부와 훈련이 필요한건가? 어렵군.
 
조안나:(어깨만 짧게 으쓱이고는 눈을 내리감는다.)
 
:그러자 눈 앞에 하얀 빛이 번지고 아주 이상한, 하지만 전혀 불쾌하지 않은 느낌이 번집니다. 맞닿은 손에서부터 점차 물결처럼 퍼져나갑니다. 신기하게도 몸에 맺혀있던 응어리같은 것들이 천천히 풀어지는 느낌이 들더니 기분이 한결 좋아집니다.
 
조안나:잘 자, 믿음직한 이방인. (눈가를 손으로 덮어준다.)
 
:속절없이, 잠으로 빠져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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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잠에서 깨어납니다.
소파에서 잠들었다 깨어났지만 몸이 놀라울 정도로 가볍습니다.
 
아그네스 로페즈:(꿈벅, 꿈벅. 내가 언제 잠들었더라? 조안나가 재운건가? 기지개를 켤 필요도 없이 가뿐한 상태로 벌떡 일어난다.) 수면 마법이라니 대단한데...
 
:시간을 확인해보면 벌써 일곱 시입니다. 창 밖으로는 해가 지고 있어요.
조안나는 문을 열어둔 자기 개인실에서 책을 읽고, 무언가를 필기하고 있습니다.
 
아그네스 로페즈:자네 덕에 아주 푹 잤어. 평소에도 잠을 설치는 편은 아닌데 말일세. (열린 문을 똑똑, 두드리며 들어선다)
 
조안나:(문 두드리는 소리에 흘긋 돌아봤다가, 어어,하곤 무언가 두어 글자 더 적으며 엉덩이부터 의자에서 뗀다. 덮어버린 책은... 기초 화성학...) 잘 잤어?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어쩌나 했어.
 
아그네스 로페즈:(설마 과외 준비를...하나? 저렇게 열성적으로 준비하면...잘 해야 할 것 같은데...)
 
조안나:(열성적인 선생님)
 
아그네스 로페즈:자네 마법의 위력을 자네도 모른단 말인가? 이거 아주 위험한 마법사로군. (짧게 웃더니 어깨를 으쓱인다.) 혹시 모르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은 잠자는 공주님이 될지도.
이것 말고도 할 줄 아는 게 있나? 신기하군. 마법이라는 건 좀 더 화려하고 거창한 거라고 생각했거든.
 
조안나:흐음...? 조심해야겠어.. 원래 잘 자는 사람한테는 약하게 해야겠는걸... (눈썹을 비튼다.) ... ... 아, 아니.... 대단한 건 없긴한데....
(목덜미를 긁는듯 문지르더니 아! 하고 후다닥 침대 뒤편으로 향한다. 노란 눈을 한 고양이 인형을 번쩍 들어 침대 위로 던지고,) 이쪽! 이쪽으로 와 봐. 보여줄 게 있어.
 
아그네스 로페즈:아아, 인형이. (고양이 인형을 제대로 앉혀두더니 조안나가 이끄는 곳으로 따라간다.) 자네가 매일 밤마다 사라지던 은밀한 장소로군.
 
조안나:(바닥의 문을 벌컥 열다가 이어진 말을 듣고 눈이 동그래져서 본다. ) ...어, 어떻게....
너 혹시 스파이야!?
 
아그네스 로페즈:아니, 자네가 거짓말에 서툴어서 금세 찾아냈다네. 내가 자네 방을 제법 헤집고 다녔는데...
 
조안나:내 방을!?
언제!?!?
 
아그네스 로페즈:전혀 몰랐군. 자네는 이상한 구석에서 빈틈이 많아.
 
조안나:하아!?
(엉거주춤 바닥의 문을 열고 서서 계속... 얼굴이 사정없이 구겨진다)
(박하선얼굴이되)
 
아그네스 로페즈:그러니 자네가 내게 마법사라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더라면, 자네는 머지않아 다른 사람들에게도 들켰을지 모른다는 이야기지.
자, 앞장 서게.
아무리 나라고 해도 들어가보지는 않았거든.
 
조안나:(궁시렁궁시렁중얼중얼믿을수없다는얼굴로... 사다리를 내려간다.)
 
:사다리 아래 2층 건물보다 조금 덜 되는 깊이만큼 아래에 있는 지하실은 기숙사 호실만큼 깔끔하고 잘 정돈되어 있습니다.
거실 다섯 개를 합쳐둔 듯한 크기의 지하실 안에는 포근해 보이는 침대가 놓여 있고, 침대의 뒤쪽으로는 위로 높이 뻗은 책장과 사다리가 놓여 있으며 장식장과 다기도 있습니다. 척 보기에도 단란한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지하가 아니라 두터운 나무 속 공간으로 들어온 것 같은 느낌입니다.
책장과 침대의 맞은편에는 공연장 무대처럼 보이는 단상이 있는데, 단상 위에 악기들과 난생 처음 보는 동그란 물건이 놓여 있습니다. 나선형 계단이 이어지는 곳을 따라 시선을 옮기면 복층으로 된 공간에 모래로 된 시계와 티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는 것이 보입니다. 천장에는 플랑드르의 빛이 은은한 빛을 내뿜고 있습니다.
 
아그네스 로페즈:이건...마치 기숙사가 하나 더 있는 것 같군. 엄청난데. 게다가 무대까지?
 
조안나:(바닥에 발이 닿자 옆으로 비켜서 올려다본다. 괜히 아그네스의 반응을 살피며.. 조금 들뜬 얼굴로 빙긋 웃고 있다.) 네 말대로 대체로 여기서 시간을 보내다 깜박 잠들거나 해서 점호에 늦은 거야.
학교에 입학하면서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받은 곳인데, 나는 여기서... ... 마법 연습을 하고 있어.
제법 넓지?
 
아그네스 로페즈:자네 혼자 기숙사 두 개를 쓰고 있었단 말이지. 이건 굉장히 샘나는데. 특히 이 부분이 마음에 들어. (단상 위에 올라섰다가, 묘한 동그란 물건을 가리킨다.) 이것도 악기인가?
 
조안나:(조금 웃더니) 조건을 하나 수락하면 너도 여길 같이 쓰게 해 줄게. (아그네스가 가리킨 물건을 보더니 다가가 손을 올린다.) 이건 님프의 기억이라는 마법 물건이야. 어제는 이걸 보다 깜빡 잠들어버려서...
 
:동그란 구 근처에서 빛이 흘러나오더니 천장 위에서 맴돌던 플랑드르의 빛이 약해집니다. 삽시간에 주변이 어두워지는가 싶더니 지하실 천장 가득 우주가 펼쳐집니다. 님프의 기억이 표현하는 별빛이 너무도 생생해 지하실이 아니라 꼭 구름 없는 밤하늘 아래 들판에 서 있는 기분입니다.
 
아그네스 로페즈:님프의 기억. (저절로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온다.) 이건 밤하늘인가? 환상적이군.
 
조안나:예쁘지. (시선이 자연스레 함께 위로 향한다.)
 
아그네스 로페즈:자네 혼자 이런 멋진 걸 누리고 있었단 말이지. 한 시라도 입주를 서두르기 위해서 조건에 동의해야겠는데.
 
조안나:(씩 웃더니 구에서 손을 뗀다. 별빛이 사라지고 지하실이 다시 밝아지면...) 네 연주, 듣고싶어.
 
아그네스 로페즈:내 연주를? 마법에 비하면 내 연주는 별 것 아닌데.
자네가 원한다면 언제든 들려주겠지만. 그걸로 괜찮은건가?
 
조안나:마법만큼 대단해지기도 하는 걸, 예술은.
(짧게 끄덕인다.) 그거면 충분해. 네가 괜찮으면... 연습실 대신 여기서 연습해도 되고.
 
아그네스 로페즈:내가 구해온 연습실보다 훨씬 근사해. 종종 여기서 연주회를 하지.
그러고보니 자네는...마법사인데도 음악에 뜻을 둔 건가?
음악 얘기를 할 때 자네 표정이 굉장히 좋아지거든.
 
조안나:(이마를 긁적이더니..) 사실 내가 연주하는 데에는 큰 자신이 없고.... 듣는건 좋아해.
이 학교까지 온 건 내 뜻은 아니지만... (눈을 가늘게 뜬다.) 아까 내가 국가 기밀이라고 말했던 거 있지? 내가 마법사라는 사실은 국왕 폐하가 알고 있는 일이고 그래서..(이하생략)
그리고 겸사겸사 이야기 하자면 214호 지하에 있는 이 공간도 비밀이야....
 
아그네스 로페즈:물론 이런 멋진 공간은 발설하지 않지. 자네와 나의 아지트가 될 곳인데.
 
조안나:음. 그럼 다행이고.
 
아그네스 로페즈:그렇다면 자네의 후견인이라는 건 국왕폐하였군.
 
조안나:그런 셈이지...
 
아그네스 로페즈:... ... ... (잠시 무언가 생각하다가) 좋은데? 앞으로 돈을 좀 더 써도 되겠어.
 
조안나:...응?
 
아그네스 로페즈:마법사와 그 보좌에게 쓰는 돈이라면 국왕폐하도 아까워하지 않겠지.
앞으로 하루에 간식을 세 번은 사먹도록 하지.
 
조안나:무, 무슨 말이야? 보좌라니?
하루에간식을세번이나?동그래질셈이닌거니?건강에도좋징낳아
 
아그네스 로페즈:명목이 그렇다는거지. 왠지 나랏돈이라고 생각하니 아깝지 않아졌어. 외상을 국왕 앞으로 다는 셈 아닌가? 달콤한 제안이지.
재밌겠군. (그치? 하듯이 돌아본다.)
 
조안나:(어쩐지 골치가 아파지는 것 같아 지끈지끈해지기 시작한 관자놀이를 꾹 짚는다.) .... 명세서는 다 내 앞으로 달리는 거라구. 내가 쓴 돈이 되는 거라구.
곤란하게 만들지는 말아줄래~?...
(끙.............하고 엉굴 양 옆을 감싸 덮은 채로... 침대에 벌렁 눕는다.)
 
아그네스 로페즈:하지만 난 돈이 없는데. 후견인을 만들만한 좋은 방법이라도 알고 있으면 좀 알려주게.
이래저래 알아보니 음악을 하는데에는 손만 있어서 되는 게 아니라더군. (조안나의 옆에 길게 눕는다)
 
조안나:물론 네가 필요한 것들에 대해서는 내가 도울 수 있지만... ... (눈만 꿈뻑이며 빤히 보다가...) 그 방법에 대해서도 생각해볼게. 찾으면 분명 좋은 사람을 구할 수 있을거야. 일단 넌 수석이고...
내가 가진게 능력이라면 내가 네 후견인이 될 수 있긴 하지만... (웅얼우얼..)
 
아그네스 로페즈:자넨 자네 이야기로 들어가기만 하면 자신이 없어지더라. (조안나의 머리를 쿡 찔렀다가)
듀퐁 교수님 말로는 한 달 뒤에 경연이 있다더군. 거기서 후견인을 구해봐야겠어.
자네가 보고 판단 좀 해주게. 겸사겸사 역사와 관계 공부도 할 겸...
 
조안나:그야... ... (눈을 가늘게 뜬다. 그리고 천천히 손을 뻗어 네 코를 콕. 눌렀다 떼고) 너는 네 능력 하나로 여기까지 온 경우고. 그 능력이 대단하고. 난... 내가 가진 게 뭔지도 정확히 모르겠는걸. (무언가 곰곰히... 생각하는듯하더니) 도와줄 수 있을만한 사람에게 연락해볼게... 나는 귀족은 잘 모르니까 잘 아는 사람으로... ... ... (그러다 표정이 일순 바뀐다. 눈이 동그래져선 목소리가 트인다.) 한 달 뒤에 경연? 곡은 정했어??
 
아그네스 로페즈:마법도 자네가 가진 능력이야. 자넨 시원찮다고 하지만, 시원찮은 연주로 이 학교에 들어올 수 있을리가 없지. 노력도 자네가 가진 능력이고. (모로 누워서 머리를 괴더니 흠, 하고 침음을 내다가) 아니. 새로운 곡을 하고 싶은데 아직 들어본 게 없어서 모르겠군.
청음실에 가서 뭐라도 찾아봐야겠어.
 
조안나:ㄷ(어쩐지 낯부끄러운 기분이라 눈만 데굴데굴 굴린다. 내내 숨기기만 했던 것이 내 능력이라는 걸 직시하고 말해주니 이상한 기분이 된다.)... 물론, 난 노력파지. 잘 알고 있어. 그러니까... 누구보다 노력에 대해서는 자신있는 편이긴 해... (그리고 눈을 꿈뻑이며 빤히 본다.) 흠... 그럼 내일 예배가 끝나면... 무슨 곡을 할지 보러 가자. 너한테 잘 어울리는 곡을 고르는거야. 그래서 경연에 우승하고... 최고의 후견인을 구하는 거지.
 
아그네스 로페즈:(음악을 하려면 후견인을 구하고, 관계자들의 얼굴을 익혀두고...이런 것은 정치와 다를 바가 없군. 생각했던 것만큼 환상적이진 않지만, 이것도 이것 나름대로 재미있을지도. 혼자 여러 생각을 하다가) 좋아. 마음에 드는 곡이 생기면 그걸로 연습을 시작하지.
아직 악보 보는 게 느리니까 첫 시연은 제법 시간이 걸리겠지만 말일세.
 
조안나:응. 악보를 읽고 대충 곡의 흐름정도는 옆에서... 허밍 해 줄 수 있으니까 골라보자. (그러다 어디엔가 생각이 미쳤는지 입술을 꼭 문다.) 내일 예배 말인데...
... 전에 얘기했을 때 느꼈을것 같지만, 나... 예배에 가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아그네스 로페즈:그러고보니 그걸 못 들었군. 마법과 신이 척을 지고있나?
 
조안나:(조금 몸을 웅크린다. 불편한 시선이 천으로 떨어진다.) 거기까지는, 나도 잘...
(망설이다 다시 입을 뗀다.) 사실, 예배에 참석할 때마다 무서워. 당장이라도 뭔가... 터질 것 같은 기분이 들거든. (잠깐 다시 닫혔던 입이 달싹이다 벌어진다.) 그래서 말인데... ... 손 좀 빌려줄래?
 
아그네스 로페즈:(마법사의 직감인가, 아니면 조안나 개인의 호오? 그러나 별 망설임 없이 손을 내민다.) 물론. 뭐 하고 싶은거라도 있나?
 
조안나:... ... (내민 손을 빤히보더니 웃음을 터트린다.) 아니, 내일 말이야. 예배 시간에, 손을 빌려줘.
뭐라도 붙잡고 있으면 조금 나아질까 싶어서...
 
아그네스 로페즈:(이어진 말에 번지듯이 웃음을 터트린다.) 그런 걸로 괜찮겠나? 자네가 원한다면야 언제든지 빌려주겠지만...
덕분에 핑계를 대고 예배에 빠지지는 못하겠군.
 
조안나:(아까보다 훨씬 밝은 얼굴로 마주본다. 내밀었던 손을 덮어쥔다. 왜일까, 심각한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네가 말하면 자꾸 그냥, 별 거 아닌 것, 우스운 것이 되어버리는 것 같은 건.) 그래. 그치만 예배 참석은 자율이니까. 몇 번 없을 거야.
 
아그네스 로페즈:내가 예배 중에 잠이 들면 자네가 손을 꽉 잡아서 깨워주기도 좋을 것 같거든. 괜찮은 거래야. (그러고 가만히 천장만 바라보다가...)
그럼 이제 나도 점호를 안 받아도 되는 건가?
아니, 자네를 제 때 끌고나가서 점호를 받게 하라고 시계를 고쳐 준 건가?
 
조안나:아마... 그런 거라면... 잠들지 못 할 지도... (중얼중얼 대답하다가 입꼬리만 올리고 미소짓는다.) ... ... 넌 당연히 점호를 받아야지. 벌점받지 않는 건 나 뿐이거든...
네가 내 비밀을 아는 것도 비밀이고...
 
아그네스 로페즈:비밀을 아는 것도 비밀이라. 이야기가 어려운데.
 
조안나:그냥, 나 말고 모든 사람에게 다 비밀인 거야.
 
아그네스 로페즈:하지만 나도 모르는 체 하고 자네 핑계를 대 주는 것은 한계가 있으니까, 제 때 자네를 깨워서 데려오는 것으로 해야겠어.
늦지 말아야 할 약속이 하나 생긴 셈이지.
 
조안나:그리고 혹시나 무슨 일이 일어나도 넌 몰랐던 거고.... ... 으음.
(눈만 꿈뻑..이며 누워있다가 옆으로 데구르르 굴러간다.)
 
아그네스 로페즈:아예 잘 준비를 해버리는건가?
나만 여기에 남겨두고?
 
조안나:..아니?
넌 올라가야지... (혼자 흐흐. 웃더니 침대를 짚고 몸을 번쩍 일으킨다.) 농담이야. 저녁을 못 먹었으니까 뭔가 먹고, 점호 전에 올라가자. 시간 잘 확인해줘.
 
아그네스 로페즈:자넨 씨알도 안 먹힐 짓궂은 소리를 하는 재능이 있단 말이야. 그것도 자네가 가진 능력이지. (쭉 기지개를 켜곤 침대에서 벌떡 일어난다)
 
:두 사람은 9시가 되기 직전까지 지하실에 비치된 간식을 먹고, 놀다 기숙사로 올라갑니다. 입사 이후 처음으로 두 사람이 함께 점호를 했고, 사감 선생님은 별 말은 없었지만 두 사람을 한 번 번갈아 봤고요.
금요일 밤이 평화로이 저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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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아침입니다.
 
어제 조안나가 푹 잠들게 도와줬기 때문일까요?
 
유난히 개운하게 일어났습니다.
 
아그네스 로페즈:(벌떡)
 
평소처럼 일찍 일어났다면 아마, 조안나는 아직 한참 자는 중이겠지만...
 
아그네스 로페즈:(개운하게 아침 스트레칭을 하고...창문을 열어 바깥 날씨를 한 번 확인하고...)
(조안나를 깨우러 가는 중)
 
:오늘 하늘은 맑습니다. 쾌청한 주말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네요.
조안나의 방 문을..두드려보나요? 그냥 여나요?
 
아그네스 로페즈:(벌컥)
아직도 자는건가? 동 틀 시간은 이미 지났다네.
 
조안나:(쿨)
(이불을 돌돌 말고 동그랗게 자는 중)
 
:커튼 사이로 해가 들이치는데도 잘만 자고 있네요.
 
아그네스 로페즈:여기 학생들은 그렇게 일찍 일어나는 편이 아니라고 해서 조금 시간을 때우다 왔는데. (이불에 말린 조안나를 쿡쿡 찌른다)
 
:이불 더미를 쿡쿡 찌르면 안에서 앓는 소리가 나고.. 조금 들썩이다가.... 또 멎습니다.
 
조안나:(깬다 안깬다1)
(깼지만나오지않음)
 
아그네스 로페즈:더 잘건가?
얼마나? 식당에 일찍 가야 사람이 적다네.
 
조안나:....................밥만먹고더자도되니...(작고 낮은 웅얼거림)
 
아그네스 로페즈:마법으로 잠을 깨는 건 못하는 건가? 자네가 원한다면야.
지금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더 자면...예배 시간에 아슬아슬하게 도착할 수는 있겠군. (계산 안해봤다)
 
조안나:이런건 그냥 내...체질?(좀비처럼 일어난다.) 그런 거니까....
예배 시간.... (좀비처럼 앉아서 산발인 머리를 손도 안 대고 멍하니 웅얼거린다.) .......
(조용히 다시 눈을 감았다가......)
 
아그네스 로페즈:하루를 일찍 시작하면 볼 수 있는 것도 많아진다네. (짝! 하고 얼굴 앞에 박수를 친다)
 
조안나:(번쩍 뜬다.) 꺅.
 
아그네스 로페즈:옳지.
 
조안나:(눈을 가늘게 뜨고 올려다보더니... 몸을 기우뚱대보다가 손을 뻗는다.) 이, 일어나는 것 좀 도와줘... 이불에 엉켰어..
 
아그네스 로페즈:자네는...똑똑한 것 같다가도 가끔 이렇단 말이지. (조안나 아래에 깔려 죽 당겨진 이불을 빼낸다)
(돌돌돌돌 풀어주며 씩 웃는다) 집안일 같은 건 예습하지 않았나보지?
 
조안나:(돌돌돌돌....... 어느샌가 몸이 기울어 다시 반쯤 누웠다.) 아무래도....
... 그런 건 안 했지.... (열심히 물레가 되어준 룸메이트 덕분에 이불더미에서 탈출한다.)
 
아그네스 로페즈:하긴, 자네 정도의 인재라면 집에 사용인을 두고 살겠군. 정말 아침마다 식사를 방으로 가져와주나?
자, 자네 겉옷. (사용인을 따라하는 것처럼 양 손으로 겉옷을 들고 서 있는다)
 
조안나:(제법 익숙한듯이 옷을 받아입다가, 아차! 하는듯한 얼굴로 돌아본다.) ... ... 그, 그런 건 아니고.
집..... 집에 살지 않았으니까?
집........ 인가? (뭔가 중얼거린다.)
 
아그네스 로페즈:집이 아냐? (눈썹을 살짝 비튼다)
 
조안나:아무튼 늦기전에 식당에 가자. (그리곤 자기 모습을 한 번 내려다보더니,) 주말이니까 뭐... 괜찮겠지.
(눈을 데굴데굴 굴린다.)
나, 뭔가 말 실수 한 것 같긴 한데..
 
아그네스 로페즈:그래, 자네가 잠결에 집에서 살지 않았다고 했지.
(방에서 나오자 목소리를 낮추고 속삭인다) 그럼 인가?
 
조안나:....... (필사적으로 앞을 보고 걷는다.) .......
그 일부............. 정도라고.... 생각하면.... (소근소근)
 
아그네스 로페즈:이야, 엄청난 걸. 혹시 방학이 되면 돌아가나? 언젠간 나도 (묵음처리)에 초대받고 싶은데.
기회를 노려봐야겠어.
 
조안나:아무래도... 방학에는 돌아가긴 하지만.. 방학에도, 기숙사에 머물러도 되니까... (웅얼웅얼...)
저기......... 일단 학적부에 있는 주소가 아니니까 공식적으로 초대할 수는 없거든, 아마도......
 
아그네스 로페즈:공식적인 초대가 필요한... (그러고보니 왕성이군, 싶었는지 고개를 끄덕이다가) 당장은 아니라도 좋네.
어쩌면 내가 대륙에서 아주 유명한 연주자가 되어 초대받게 될 지도 모르는 일이지. 그거라면 이유도 충분하지?
 
조안나:... ... 학적부에 기록된 주소에는 언제든 초대할 수 있는데. (그리고 이어진 말을 듣더니 잠시 흠, 하고 긍정적인 검토를 이어간다. 콤*차를 마신듯한 표정변화가 이어지고는) 글ㄴ 거라면... 가능할지도...?
 
아그네스 로페즈:좋아, 이걸로 명확한 목표가 생기니 좋군.
어쩌면 초대를 거절할 수 있을 정도의 유명인이 될 지도 모른다네. 글라우쿠스에서는 내 이름이 조금 먹혔거든. (씩 웃으며 조안나를 툭 친다)
 
조안나:그러기 위해서는..... 유력가 귀족을 후견인으로 만드는 게 좋겠지. 역시 조금 수고롭더라도 귀족가 살롱에서 개인 연주회를 여는 쪽이 입지를 다지기 좋을 것 같고(중얼중얼중얼)
... 초대를 거절하게?
 
아그네스 로페즈:농담일세. 자네 초대면 가지.
 
조안나:물론, 확실히 너를 더 원하게 되겠지만...
 
아그네스 로페즈:(소곤소곤) 국왕 초대면 거절할지도 모르겠군.
 
조안나:(슬그머니 웃는다.) 내 개인적인 초대는 214호에 머물텐데...
네게 큰 목표가 생겼다는 건 좋은 일이네. 난 네가 대단한 사람이 되어서 네 걱정을 조금 덜 할 수 있으면 좋겠거든.
(식당 입구로 접어들어 식판을 들면서부터는 또 잔소리가 이어진다. 그러려면 선물한 스케줄러로 스케줄을 확실히 관리하라던지, 화성학뿐만 아니라 다양한 작곡가와 연주자를 접해보는게 좋다던지..)
 
아그네스 로페즈:(대단한 비밀을 안고 있는 사람 치고는 남 걱정이 너무 많은 것 아닌가? 하고 생각했지만...중간에 막아봐야 나중에 덤으로 얹혀질 것 같았기에 평소보다 많이 먹느라 대답하지 않는 척 한다)
확실히 요거트에 잼을 넣어먹는 게 훨씬 맛있군.
 
조안나:(아침이라 더 새모이만큼 담아와놓고 먹는것보다 말하는 데 입의 쓰임을 더 활용하다가...) 그래? 섞이니까 색이 이상해졌는데.
그보다, 대답은??
 
아그네스 로페즈:신 맛과 단 맛이 함께 나는 게 좋아. (쩝...)
그래, 그래. 다양한 곡을 연주해보란 말이지.
연주자랑 작곡가들은 차차 알아가겠네. 직접 만나서 이야기해보는 게 더 빠르겠지만...
 
조안나:(잼을 스폰에 콕 찍어 요거트와 함께 퍼 먹어본다.) 앗, 이거.. (짭짭) 맛있네...
(짭짭..)
그래서 말인데, 다음 달 전까지 도서관에서 빌릴 수 있는 악보들 중에 괜찮은 걸 추려줄게. 그리고 근 시일 내에 시내에서 있는 연주회도..
(이야기가 멈추지 않는 아침식사)
 
아그네스 로페즈:(하지만 조안나의 잠은 확실히 깬 것 같다...)
너무 많이는 말고, 10곡 정도만 골라주게.
그 이상은 한 학기 안에 연습하기엔 촉박하거든.
시내 연주회를 보는 날에 광장에서 내 즉석 연주회도 하는 건 어떨까. (요거트 안에 과일을 몇 개 빠트려서 먹인다)
 
조안나:여, 열 곡....? 난 최대 네 곡 정도로 생각했는데... ... (벙 찐 얼굴로 본다.) ... ... 한 학기에 열 곡..?
 
아그네스 로페즈:...그게 보통인가? 그럼 보통인 정도로만.
 
조안나:할 수 있으면 할 수 있는 만큼 하면 좋지... (멍한 얼굴로 볼을 긁적거리다가) 사람들이 엄청 모여들겠다... 연주하느라 연주회 못 가면 안되니까 곡도 정해두고..
(과일 섞인 요거트를 받아먹는 얼굴이 뭔가 멍하면서, 생각에 젖어있는듯하다가, 우물우물 씹던 눈에 생기가 든다.) 아, 뭘 넣은거야? 사과?
 
아그네스 로페즈:사과랑 블루베리, 그리고 말린 산딸기 약간.
(뭔가 잠시 생각했다가...) 좋아, 광장에서 악기 케이스로 동전을 쓸어담지.
 
조안나:아... 맛있다. (념념)(냠냠.) 말린 산딸기...
 
아그네스 로페즈:자네에게 보답으로 식사도 살 겸 해서.
 
조안나:(입가에 손을 얹고 우물...우물...) ... 말린 과일이 잘 어울리는걸...
... ... 그럼 동전 담을 주머니도 하나 필요하겠는데... 악기는 들고 절그럭거리는 악기케이스를 들고 올 수는 없으니까..
 
아그네스 로페즈:(아직 졸린 것 맞군...)
그래, 그럼 자네가 동전 담을 주머니를 준비해주게나. (졸려서 조금 관대해진 조안나를 복복복...)
 
조안나:(끄덕끄덕.... 마냥 끄덕끄덕...)
가방으로 할까...
 
아그네스 로페즈:(요거트에 빠트리면 뭐든지 먹는건가? 빵도 조각내서 빠트려 본다)
 
조안나:(아무 생각 없이 먹다가 고개를 갸웃....)
...?
뭐지?
...(우물우물우물..)
(꿀꺽...)
...(멍하니 눈만 꿈뻑인다. 뭐였지)
 
아그네스 로페즈:이 요거트 그릇만 다 비우게.
(진짜 다 먹는군...)
(크루통도 여러 개 빠트려둔다)
 
조안나:(계속 아그네스를 필두로한 큰 그림_기획.idea를 짜느라 멍하니 요거트를 퍼먹는다.)
(바닥까지 박박.)
... (빈 그릇 바닥을 빤이 내려다본다) 뭔가, 적당히 가져왔는데...
 
아그네스 로페즈:(간만에 조안나를 잘 먹여서 뿌듯한 미소를 짓는다)
 
조안나:배가... 부르네...
 
아그네스 로페즈:자네는 아침에 유난히 입이 짧은 편이니까.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부른 것 아니겠나?
 
조안나:그런가...?
 
아그네스 로페즈:앞으로도 아침에는 스프나 요거트처럼 가벼운 (여러 식재료를 빠트릴 수 있는) 것으로 먹는 것도 좋겠군.
유제품은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네.
 
조안나:성장......
(빈 요거트 그릇을 빤이, 보다가 아그네스를 흘금, 보고...) 키가 큰 편은 아니긴 한데.....
... 나 작아?
 
아그네스 로페즈:(조안나의 키를 가늠해보고...)
평균치 아니겠나?
...조금 작은 편인가?
(글라우쿠스는 평균 키가 크다.)
 
조안나:.... 평균.... 이지 않나? (주위를 둘러본다. 오르투스 평균은 그보다는 작다.)
... ... 넌 큰 편... 이잖아?
 
아그네스 로페즈:(자기 정수리 위에 손바닥을 얹어본다. 식기를 가져다두면서 다른 학생들의 키도 겸사겸사 확인하다가...)
...그렇군. (조금 놀란 얼굴)
고향에서는 그런 생각을 못해서.
 
조안나:(뒤에서 따라가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대체로 아그네스시야 근처에서 정수리를 스치는 걸 보며 확신한다.) 글라우쿠스 사람들은 다들 키가 크니?
 
아그네스 로페즈:좋은데. 키가 크면 무대에서 돋보이겠어. 원래는 대단한 연주자가 되겠다는 생각은 해 본 적 없지만... (조안나의 질문에 고개를 갸우뚱 했다가)
그래, 아마도 그런 것 같군. 고향에서도 작은 편은 아니긴 했지만, 또래 중에 나보다 큰 녀석들이 서넛은 있었지.
중간에서 약간 큰 정도.
 
조안나:(빤....히 보다가 눈은 가늘어지고 입은 벌어진다. 어쩐지 상상이 되지 않는듯이...) 너보다 큰....?
(눈을 데구르...) ... ... 얼굴 보기 힘들겠다.
 
아그네스 로페즈:나중에 공식적으로 초대하지. 그 때는 내 동생이 자네만큼 컸을지도. (놀리듯이 말해놓고 큭큭거리는 소릴 낸다)
어떤가, 식사를 해두니 잠은 깼지?
 
조안나:도, 동생? 동생이 있어? 몇 살 차이나는데? (하며 쫓아가다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어라...) 어.......
..... (동글~~~한 눈으로 본다.) ... 잠, 다 깨버렸어...
 
아그네스 로페즈:그래, 동전 주머니는 확실하게 부탁하네.
(제대로 모양이 잡힌 빵 같군..)
 
조안나:자루로 준비할까? (농담하며 앞서간다.)
(빵.)
 
아그네스 로페즈:한 자루 정도면 충분할걸세. 금화도 있을 테니까.
 
조안나:금화.
 
아그네스 로페즈:동생은 둘, 손윗형제도 한 명 있지. 자네는 외동인가?
 
조안나:대가족이구나... (어느새 돌아온 기숙사 문을 연다.) 난 위로 오빠가 하나 있긴 한데...
(턱을 긁적 긁적.) 못 본지 좀 됐어.
 
아그네스 로페즈:(복도를 슬쩍 내다봤다가 문을 닫는다) 지내는 곳이 달라서인가? 형제가 전부 마법을 쓸 수 있는 건 아닌 모양이로군.
 
조안나:응. 나만. (자연스레 거실 소파에 가 앉는다. 창 밖을 한 번 내다보고...) 나만 거기서 지내고 있는거야. 가족들은 다른 곳에 살고 있고...
 
아그네스 로페즈:전혀 못 보는 건가? 자넨 귀하신 몸이잖아. (건너편 소파에 길게 눕는다)
 
조안나:가끔씩. 면회같은 거지. 애초에... (뭔가 말하려는듯 입을 떼었다가 다문다.) 내... ...뭐랄까, (한 쪽 눈을 찡그렸다 풀고) 처지가 투명할 수 없으니까. 가족들은 정확한 내용은 몰라. 그러니까 더더욱 같이 지낼 수가 없고...
(모아 올린 무릎 위로 턱을 괸다. 작은 섬을 만들듯 팔로 감싸 안는다.) 진학한 것도 모를걸.
 
아그네스 로페즈:(눈썹을 살짝 들어올린다.) 낙관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자네 상황도 제법 가혹하군.
 
조안나:(입꼬리만 끌어올린다.) 특별하다는 건 그런 건가봐. (그리고는 가만 미소짓는다.)
 
아그네스 로페즈:가족들도 자넬 보고싶어 할 거야. (소파 등받이에 다리를 올려놓고 소파에 거꾸로 매달리듯 고개를 아래로 쭉 늘어트린다) 내가 럼펫 가에 방문해 자네 소식을 전해주는 건?
 
조안나:그렇게 누우면 머리에 피 쏠리지 않니? (고개를 살짝 기울여 마주본다.) 그러면 좋기야 하지만...
... 글쎄, 우리는 이대로도 괜찮아. 이렇게 지낸 지 너무 오래됐거든.
 
아그네스 로페즈:십 몇 년 남짓이면 아직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한 기간이지. 내 삶과 맞먹는 기간이긴 하네만.
특별하다해서 특별함 이외의 모든 것을 포기하면 아쉽지 않나.
언젠간 자네의 존재도 세상에 공표될 지 모르지.
 
조안나:(눈을 몇 번 꿈뻑이다, 허공으로 한 번 휘 굴리더니 돌아온다. 어쩐지 낯부끄러운 기분이 들어 팔 사이로 반쯤 얼굴을 숨긴다.) 그 때가 되면... 정말 돌이킬 수 없어질테니까?
 
아그네스 로페즈:가족들과 재회했을 때 어색하면 표정 관리가 힘들테니까.
언젠가 편지라도 쓰게. 여행 중에 전해드리지. (새끼 손가락을 쭉 내민다)
 
조안나:... ... 그럴게. (새끼손가락을 뻗어 건다.) 시간은 조금 걸리겠지만... 방학 전까지는...
 
아그네스 로페즈:얼마든지. (걸린 새끼손가락을 몇 번 흔든다.) 몰래 열어보지 않을테니 편하게 쓰게나.
 
조안나:그렇게 말하니까 갑자기 걱정스러워지는데... (흔들린 손가락을 스르륵 푼다.)
 
아그네스 로페즈:어어? 왜? (다시 한 번 꽉 쥐고 흔든다)
편지 송달이라면 질리도록 했다고.
 
조안나:(깍 잡힘) 아, 아야.
왜이렇게까지흔드는거야잇
(덜렁덜렁)
 
아그네스 로페즈:자네가 약속을 물릴까봐. (이제 놔준다)
 
조안나:아, 알았어, 전문 배달부...
진짜로 쓸게. (자기 새끼 손가락을 한 번 들여다보다가...) 이제 진짜 예배 갈 준비 하자. 일찍 갈 생각은 없어도 늦는건 좀 그러니까...
 
아그네스 로페즈:아,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자네 잠을 깨워두길 잘 했군. (다리를 휙 내리고 벌떡 일어나서...자기 교복을 내려다본다.)
이 정도면 양호하군.
 
조안나:난.. 갈아입고 올게. (여전히 잠옷 위에 겉옷 상태였던 사람은 미적미적 일어나 방으로 향한다.)
 
:조금 시간이 지나고, 조안나는 푸른색 옷을 입고 나옵니다. 교복은 아니고, 단정한 예복이라는 인상입니다.
 
아그네스 로페즈:그건...교복인가? 그런 모양은 처음 보는데.
나만 배급을 못 받은건가?
 
조안나:보통은 이런... 예배용 정장을 챙겨입는데, 넌 그냥 교복 입어도 괜찮을것 같아. (머리도 싹싹 빗었는지 말끔하다.)
... ... 갖고 싶으면 오늘 예배 끝나고 맞춰줄게.
 
아그네스 로페즈:아니, 괜찮아. 난 그냥 교복을 입지.
옷이 늘어나면 관리가 힘들잖나. 이걸로 족해.
 
조안나:흠... ... 언제든 필요하겠다 싶으면 얘기해. (기숙사 문을 열고 나서다 또 돌아본다.) 예복 말고도. 뭐든 말이야.
 
아그네스 로페즈:그럼 공연용 정장을 부탁할까. 난 누가 해준다고 하는 건 거절하지 않거든.
자네에게 이렇게 신세를 많이 져도 되는건지는 모르겠지만 말일세. 뇌물인가?
 
조안나:배달시킬 편지가 많을 것 같아서 말이지.
입막음도 조금 필요하고..
 
아그네스 로페즈:일종의 수임료(아니다.)로군. 이해했어.
예배 때 자네 손도 잡아줄거고 말이지.
 
조안나:그것도 아주 비싸게 쳐서 받아가도록. (손을 내민다.)
 
아그네스 로페즈:(텁, 소리가 나게 손을 잡는다)
 
:학생 생활관 한가운데에 난 길을 따라 걷고, 갈림길에서 언덕이 아닌 평지로 통하는 길을 따라 걸으면 도서관만큼이나 거대하게 지어진 교회가 보입니다.
예배용 푸른 의복을 차려입은 1학년 학생들이 입구에서 기웃거리기도 하고, 교회 앞을 들여다보기도 하며 모여 있습니다.
얼마지 않아 학생들은 푸른 수도복을 입은 사람의 안내에 따라 교회 안으로 들어갑니다. 아그네스와 조안나도 교회 안으로 들어갑니다.
긴 창문에는 커튼이 내려와 있지만 교회 천장에 플랑드르의 빛이 찬란하게 반짝이고 있어 어둡다는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조안나는 교회 앞까지는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으면서, 건물 안으로 들어와서부터는 어느새 아그네스의 뒤에 서 있습니다.
예배는 입학식과 조금 다르게 모두가 지정석에 착석하면 진행된다고 합니다. 조안나와 아그네스가 배정받은 자리는 앞에서 세 번째 줄 정가운데입니다.
 
아그네스 로페즈:(어쩐지 조안나를 가리고 들어가는 모양새가 되었으나 가림막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중.)
 
조안나:(완전히 은폐 엄폐되어 들어간다. 어느새 거의, 바닥만 보며 걷고 있다.)
 
아그네스 로페즈:(교회 건물이 이 학교에서 가장 화려한 것 같군, 하고 소곤거리며 주변을 둘러보더니 조안나의 어깨를 톡톡 두드린다) 여기 앉게. 자네 자리야.
 
조안나:(밀어넣어지듯 자리에 구겨져 앉는다.) 교회가 다 그래...(하고 소근댄다.)
화려하고, 정숙하고.. 너무 화려해.
 
아그네스 로페즈:화려해서 싫어하는 건 아니지?
(어쩌면 신이 마법사를 싫어하는 걸지도,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말로는 꺼내지 않고 웃기만 한다.)
 
조안나:............. 나도 잘은..... 모르겠...
(끙....) ... 정말로, 왜일까? 압도되는 기분이... 화려해서 드는 걸까...
 
:옷자락 스치는 소리가 잦아들고 책장 넘어가는 소리, 맑은 종소리가 울리면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침묵을 지킵니다.
 
「블루버드 칼리지의 교회의 사명은 엄숙한 노래와 연주로 예배를 드려 신을 기쁘게 하는 것입니다.」
 
:단상 위의 성가대원 중에는 푸른 드레스를 입은 성악과 학생도 보입니다. 신앙심이 거의 없는 사람마저 절로 고개를 숙이게 될 만큼 엄숙한 노랫소리를 시작으로 파도치는 듯한 선율이 교회를 가득 채웁니다.
파랑새의 노래와는 전혀 다른 깊이의 푸른 노래, 국왕과 플랑드르를 지키는 신에게 바치는 찬가입니다.
조안나를 흘긋 돌아보면, 조안나는 성가대를... 정확히는 그 뒤의 신이 새겨진 상과 움트는 파도 모양의 조각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조안나의 입술이 달싹이다 닫힙니다. 무릎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던 손이 굳게 오므라듭니다.
아그네스는 그쪽을 보아도 아무런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조안나는 저걸 보면서 무엇을 느끼고 있는 걸까요. 저쪽에 마법사만이 느낄 수 있는 것이라도 있는 걸까요?
 
아그네스 로페즈:(교회 성가대란 다 이런 느낌인가? 블루버드 칼리지라서 조금 더 특별한 거겠지. 잠시 넋을 놓은 듯 노랫소리를 듣다가, 조안나의 시선을 한 번 따라갔다가...조안나의 손 위에 제 손을 포개 얹어놓는다.)
(그냥 조각일 뿐인데.)
 
조안나:(긴장으로 굳었던 등에서 한숨이 빠져나가는듯 조금 내려앉더니 모여있던 손을 뒤집어 맞잡는다. 손은 차고, 희게 질려있다. )
 
:조안나가 눈을 꼭 감습니다. 예배에 감명을 받은 것이 아니라 안정을 찾고 있는 것이겠죠.
 
아그네스 로페즈:(플랑드르 사람들은 이 예배를 평생 보고 자랐을텐데. 이상하군. 생각하며 정면에 한 번, 조안나에게 한 번 시선을 두기를 반복한다.)
 
:그 사이 찬가는 끝에 다다르고 파랑새의 울음 같은 맑은 종소리가 울립니다.
국왕의 은혜에 감사하는 의례적인 기도문이 성가대의 목소리로 세 번, 성직자의 목소리로 두 번, 신입생 아이들의 목소리로 한 번씩 되풀이될 때까지 조안나는 아그네스의 손을 놓지 않습니다.
마침내 단상 위에 있던 사람들이 아래로 내려갑니다. 음악이 끝나자 풍부한 음으로 가득 찼던 교회는 삽시간에 고요해집니다.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아이들의 기척이 사라질 즈음, 차가웠던 손의 온도가 이제 느껴지지 않을 때 즈음. 조안나가 잡고 있던 손을 놓고 일어섭니다.
 
조안나:가자, 아그네스.
 
아그네스 로페즈:이제 괜찮나? 손이 너무 차가워서 석상이 되는 것 아닌가 걱정했는데.
 
조안나:(핏, 작게 웃는다.) 이제 다시 따뜻해졌어.
네 덕분이야...
 
:예배 내내 닫혀 있던 푸른 커튼이 걷히며 빛이 들어오고, 교회의 기다란 유리창 너머로 교회 주변을 배회하는 파랑새가 보입니다.
 
조안나:(숨을 찬찬히 고르며 교회 밖으로 빠져나간다.)
 
아그네스 로페즈:자네는 매번 이런 증상이 있나? 지금까지 십 몇 년간?
 
조안나:... 아주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조금 초조한 얼굴에, 긴장이 덜 풀어진 채다.)
 
:조안나와 아그네스가 함께 교회 바깥으로 나서자마자 조안나에게로 가까이 날아오는 파랑새가 있습니다.
조안나는 반사적으로 손을 들어올렸다가 파랑새라는 걸 확인하고 천천히 숨을 내쉽니다.
 
아그네스 로페즈:이 문제는 거기서도 해결해주지 않나보군. (파랑새? 시선이 슥 옮겨간다)
 
조안나:(손을 뻗자 파랑새가 잠시 앉았다가, 쓸어주는 손길에 작게 파닥이더니 날아간다. 표정이 조금 풀어진다.) ... 해결되지 않았지. 이유도 알 수 없었고...
 
아그네스 로페즈:이제 파랑새들이 자네를 잘 따르는군. 전령이라도 되는 건가?
 
조안나:(엷게 미소짓더니) 그렇게 보이니? ... 전령씩이나 되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다룰 수 있는 건 진짜 마법사나 할 수 있지 않을까...
 
아그네스 로페즈:자넨 진짜잖나. 굳이 그게 아니더라도 공주님처럼 보이기는 하는군.
전래동화 중에 동물들과 사이가 각별한 공주님이 나오는데...
 
조안나:(어깨만 으쓱인다. 긴 토론을 하기에는 마땅찮은 곳이다.) 공주님이라니... 그 이야기는 나도 알아. 교훈은 그거잖니, 모르는 사람을 조심할것. 식도 폐쇄 대처법을 알아둘 것. (교회에서 멀어지니 조금 얼굴이 풀어진다. 헛웃음처럼 고개를 젓는다.) 아이스크림 먹으러 갈래?
 
아그네스 로페즈:...
그런 교훈이 있는 동화였나?
 
조안나:당연한 거 아냐?
 
아그네스 로페즈:자네 말을 유의하면서 한 번 더 읽어봐야겠군...
(그러나 아이스크림은 환영이다. 자연스럽게 상점가로 향한다.)
 
:동물들이 잘 따르는 공주님은 알아도, 마법사는 처음 들어보지만.
한껏 풀어진 편안한 미소를 보니 조안나에게 왜 파랑새가 잘 따르는 건지 조금은 알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조안나:아이스크림 다 먹고 나면 화성학 시험 볼거야.
 
END. 214호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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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누스 240318_214호의 파랑새_넷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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