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KIND OF COP ARE YOU?
THANKS TO : DISCO ELYSIUM
중앙집권적 통치기구가 없는 레바숄에서, 모럴린테른의 위임을 받은 유일한 치안 유지 기관으로,
마르티네즈 같은 예외를 제외하면 널리 그 수사권한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쓸데없는 반발 따위로 드러난다는 것은 애석한 일이지만…
무슨 일이든 잼록 41번서의 업무량만큼 애석하겠습니까.
인간의 일일-고민-할당량을 저녁으로 소고기를 먹을지 닭고기를 먹을지 정하면서 다 채울 수 있거든요.
손에 든 스패너로 지나가는 놈 뒤통수를 후릴지, 고물상에 갖다팔고 몇 푼이라도 받을지 고민하다가 범죄를 저지르는 거고요.
덕분에, 사람이 살 수 없지만 어쨌든 살고 있는 곳.
레바숄의 잼록 지구는 각종 사건사고 목록으로 메뉴판을 대신하곤 합니다.
그건 곧 두 사람의 사건 기록 장부기도 하고요.
크고 작은 상해와 살인 사건에서부터 각종 치정, 공연 음란, 음주 운전, 재물 손괴…
심지어 지금 눈 앞에 있는 불법 벽화 따위도 메인 디시… 아니, 우리의 업무 범위에 속합니다.
공업용 페인트로 그린 벽화 위에는 새빨간 색의 전위적인 문구가 적혀있습니다.
잼록 41번서 소속 경위 아그네스 로페즈와 이졸데 데미우스.
‘슈퍼스타’와 ‘깡패’ 파트너로 통하는 두 사람은, 날이 밝자마자 41번서로 날아든 각종 항의 문서…
...그 “흉물” 좀 지우라는 원성에 떠밀려 현장으로 달려온 참입니다.
음, 이렇게 말하면 날이 밝자마자 온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고요.
공연음란 한 건과 특수폭행 한 건을 해결하고 오느라 지금은 늦은 오후입니다.
현행범과 달리 벽화는 가만 둔다고 도망가거나 하지 않으니까요.
출입 통제 테이프 따위는 당연히 없으니, 비교적 한가한 [시민]들은 [벽화] 근처를 어슬렁대며 뭐라 떠들고 있습니다.
[이졸데]는 좁은 골목에 동력마차를 주차하는 중이고...
예의 [사건 기록 장부]는 아그네스의 손에 들려있습니다.
아그네스:(자칫 주차를 어긋나게 했다간 볼품없이 구겨져 나와야 한다는 이유로 먼저 동력마차에서 내려서...벽화를
감상한다.)
흉물이라더니, 난 이 정도면 예술이라고 생각하는데.
예술일지 흉물일지, 어쨌든 직접 보고 판단해야겠죠.
문제의 벽화는 반쯤 무너진 구식 연립주택 벽에 큼직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아그네스:적어도 아침에 본 엉덩이 구멍보다는 훨씬 낫군. (동력마차의 시동이 꺼지는 소리가 들리자 뒤를 돌아본다.)
내면의 목소리:소문에 따르면 이 건물의 소유권을 누가 사갔다던데, 재건축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바람에 아직까지 폐허에 가까운 형태로 남아있습니다.
이졸데:(동력마차 문을
쾅 소리가 나게 닫고 내린다. 손에는 현장기록용 사진기를 들고 있다.)
이졸데:남의 구멍을 하루만에
두 번이나 찍을 일은 없어서 다행이지.
예술적 센스 따위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대답이네요.
RCM으로써 살다보면 (거의 그렇게 살지 않는다.) 예술적 소양을 쌓을 일이 드물지. 감상이나 하세.
큐레이터가 우릴 위해 해설집도 적어줬거든. (손에 든 사건 파일을 귀한 서적마냥 양 손 사이에 끼워 들어올린다)
좋아요, 벽화는 도망가지 않으니 감상해보자고요.
그림 속에서는 이목구비와 체형이 불명확한, 파르스름한 형체의 두 인물이 서로를 끌어안고 있습니다.
몸의 경계가 불분명하게 표현되어 서로에게 '융화'되고 있는 것 같기도 해요.
아그네스:
관찰력
기준치: |
60/30/12 |
굴림: |
70 |
판정결과: |
실패 |
(솔직히 내가 좋아하는 느낌의 작품은 아니긴 하지.)
내면의 목소리:이 그림은
완전히 에로틱하지도 않고,
완전히 전복적이지도 않아요.
디자인으로만 보자면 절충주의적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군요.
아그네스:(인상...결합...자유...음, 아니야. 조금 더 맞는 단어가 있을텐데. 전체...표현...)
되다 말았군.
아그네스:자네 옆에 있으면 내가 대단한 예술가가 된 것 같다니까.
또다른 목소리:자기 그림을 설익은 반죽 같이 표현하는 걸 보면, 작가는 무슨 표정을 지을까요?
아그네스:(이졸데의 평에 불만을 품더라도 무슨 짓을 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에겐 좀 더 정제된 단어가 필요할 것 같군. (한 손을 휘 내저으며 사건 파일을 열어본다. 혹시 알아, 누가 감상을 써 놓았을지...)
분명히 그럴 겁니다, 제 뜻을 위해 목숨을 버리긴 좀 늦은 시대죠.
사건 파일은 아침에 신고 전화를 받은 이졸데가 간략한 정보를 적어두었습니다.
그림에 적힌 새빨간 문구가 그대로 적혀있고, 그림의 위치, '흉물'스럽다는 형용사...
일반적인 그래피티 스프레이 대신 공업용 페인트를 사용했다는 점도 적어두었네요.
작가의 의도를 강조하기 위함인지, 그냥 가까이 있는 재료를 쓴 건지는 몰라도요.
아그네스:(가장 중요한 부분을 적지 않았군. 내 머리가 번뜩이면 이 영광을 누려야겠어.)
내면의 목소리:조금만 기다려봐요,
번뜩하는 순간이 올테니까.
아그네스:페인트라 지우는데도 애먹겠군.
의식의 구멍은 잘 찍어뒀나?
이졸데:(대답 대신
찰칵, 한 장 찍는다. 피사체가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한 장이면 충분하겠지.)
조금 기다리면, 즉석사진기가 인화된 사진을 뱉어냅니다.
아그네스:기본적으로 경찰이란 남의 구멍을 틀어막아주는 직업이니까... (중얼거리며 인화된 사진을 파일에 같이 끼워둔다. 주변에서 수군거리던 사람들의 시선이 조금씩 이쪽으로 모이자, 몸을 돌리며)
누군가 이 벽화를 그리는 모습을 목격한 분 계십니까?
경찰의 정신머리에 난 구멍은 막아줄 사람이 없다는 게 크나큰 문제죠.
아그네스:(내 구멍은 괜찮아. 그건 환풍구니까.)
내면의 목소리:바람이라도 불면 얼마나 산뜻한데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볍게 수군대면서 가던 길을 마저 가고,
'대답할 준비가 되었다'는 듯이 이 쪽을 보는 인물은 두셋 정도입니다. 바쁜 거리니까요.
둥근 인상의 아주머니, 치기어린 표정을 한 젊은이, 터줏대감 같은 할아버지...
아그네스:(천천히 이쪽을 바라보는 시민들에게 시선을 던진다. 좋아, 민주주의에 입각하여 투표하지. 난 1번.)
이졸데:(저쪽에 젊은 놈 표정이 마음에 안 들어. 난 2번.)
아그네스:(눈썹을 살짝 들어올리며 이졸데를 바라본다.)
손 봐줄 놈을 찾는 게 아닐세.
내면의 목소리:저 쪽, 동그란 부인은 안심시켜줄 사람을 원하고 있어요.
아그네스:2대 1이로군. (비리투표 결과를 공개하며 아주머니에게 향한다.)
안녕하십니까, 부인. 좋은 오후입니다.
(모자라도 썼으면 한 번 벗어보였을 법한 동작으로 가볍게 인사를 던진다.)
이졸데:그 반반머리도 사실 아그네스 안의 로페즈 몫으로 난 거라고 하지? (익-숙.)
(이미 정했으면 어쩔 수 없지. 어깨만 으쓱대고서 뒤에 따라붙는다.)
동그란 부인:안녕하세요, 좋은 오후예요. (마주 인사한다.) RCM에서 나온 분들이시죠?
이졸데:oO(탐문 중만 아니었으면 뒤통수를 치는 건데...)
아그네스:그렇습니다. 이 벽화로 주민들이 아주 골치를 썩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죠. (입꼬리를 올려 미소를 지어보인다.) 이 근처에 거주하십니까?
동그란 부인:네, 여기... (바로 옆에 붙어있는 구식 아파트 단지를 가리킨다.) 이쪽, B동 2층에 살아요. 아휴, 참.
어제까지만 해도 (빈말로도 깨끗했다고는 못하고) 아무것도 없는 벽이었는데, 찬거리사러 나와보니 이 지경이 되어있지 뭐예요.
아그네스:그럼 밤 중에 일어난 일이겠군요. 집에서 무슨 소리를 들은 적은 없으십니까?
동그란 부인:으음... (미간이 좁아진다.) 젊은 애들이 떠드는 소리랑... 취객 싸우는 소리... 클락션...
내면의 목소리:잼록에서는
매일같이 들리는 소리입니다.
아그네스:생활소음 뿐이었다. (뭔가 적는 척 한다. 아무것도 안 적고 있다.)
동그란 부인:죄송해요, 미처 나와볼 생각을 못했네요.
이졸데:(에휴... 조서의 빈 페이지를 채운다. 협조적인 사람 앞에서는 할 일이 별로 없는 편.)
아그네스:(그러다가 고개를 천천히 들어 부인을 보고) 미안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런 시간엔 집에 있는 게 더 안전하죠.
동그란 부인:그럼요, 경위님이라면 야간 통행의 위험같은 건 누구보다도 잘 아시겠죠. (안도의 한숨.)
아그네스:이런 식으로 사람의 눈을 피해 일을 벌이는 녀석들은 대개 해가 떠 있는 동안은 얼굴 한 번 제대로 비추지 못하는 경우가 많죠. 부인은 안전하실 겁니다.
(부인에게 정중히 악수를 청하고, 다시 한 번 웃어준다. 민심도 마음이니까.)
부인은 즐겁게 악수를 나누고, 여차할 때 추가 조사가 필요하면 찾아와달라며 정확한 주소까지 알려주고 갑니다.
매일같이 사고가 터지는 동네에서는 주민의 마음을 얻어둬서 나쁠 게 없죠.
내면의 목소리:그나저나, 뭔가 마음에 걸리는 지점은 없나요?
아그네스:(아무것도 적지 않은 백지를 내려다보며 고개를 갸우뚱, 한다. 의견 있는 사람?)
정신
기준치: |
70/35/14 |
굴림: |
5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가장 높은 지점은 당신의 키보다도 2m쯤 높은 곳에 있고요. 이런 걸 그리기 위해선 분명 사다리가 필요했겠죠.
이렇게 작업량이 많은 그림을 하룻밤 새에 해치웠다면, 문제의 예술가는 한 명이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졸데:붓질을 보면 미술 좀 배운 놈 같고. (어깨를 으쓱인다.) 술 마시면서 몰려다니는 환쟁이들을 찾아보면 되겠네.
또다른 목소리:절충주의적인 그림이지만, 유난히
당신의 마음을 잡아끄는 구석이 있다는 것도 주목할만한 점입니다.
어떤 면일까요? 나중에 천천히 생각해볼만한 문제예요.
아그네스:(어쩌면 내 구멍과 모양이 같을지도. 캐비닛에 차곡차곡 정리해둔다.)
알겠어. 어련히 자네 취향이었나보군. (이졸데의 취향?인 젊은이에게 다가간다. 어디 먼저 말을 꺼내는 지 볼까...)
'탐문 중에는 못 때릴 걸 알아서 계속 다른 사람을 찾나본데?'
이 젊은이가 대화를 오래 끌어주길 기도합시다. 아그네스의 목숨을 위해서...
아그네스:(나 대신 매 맞을 동지가 나와준다면 더 좋고.)
좋은 오후일세. 이 벽화에 관심이 있나본데.
치기어린 젊은이:예, 물론이죠. (드디어 내 존재를 눈치챘군, 하는 표정이 잠시 스쳐간다.) 이런
걸작을 지우려고들 하시는 것 같길래.
금발의 청년은 점퍼 소매에 물감을 얼룩덜룩 묻히고 있습니다.
아그네스:(예술학도인가? 눈썹을 잠시 비틀었다가.) 그래, 자네가 보기엔 걸작이라는거군.
나도 '흉물' 보다는 '작품'에 가깝다고는 생각했지만...
걸작인 이유는?
치기어린 젊은이:그야, 이 시대의
진실이 담겨있으니까요.
젊은이는 그림에 적힌 문구를 손으로 가리킵니다.
내면의 목소리:오, 예술가이자
운동가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겠어요...
이 시대의 젊은이가 가질 만한 사상이긴 하지. 그래, 어느 문구가 제일 마음에 드는데?
치기어린 젊은이:허, 더하고 뺄게 없으니까
진실아닌가요? 더 말하거나 덜 말하는 놈은 사기꾼이죠.
굳이, 굳이 하나만 꼽으라면, 뭐. 중산층을 무너뜨리자겠네요.
아그네스:좋아, 그렇다니 자네는
사기꾼은 아닌 것 같은데.
이런 벽화를 그릴만한 친구를 알고 있나?
치기어린 젊은이:제 친구라면
누구나 좋아할 그림이지만, 그게 이걸
그렸다는 뜻은 아니죠.
: 나랑 가까운 사람이지. 나일 수도 있고. 하지만 네가 어쩔 건데?
아그네스:(젊은이들이란. 양 손을 과장되게 들어올린다.) 너무 경계하지 말게. 자넬 체포하겠다는 게 아냐.
자네가 이 작품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일 것 같아서 온 거지.
아그네스:(그래, 생각만 다르게 하게. 일단은.)
이졸데:(
알아서 해보라는 뜻으로 뒤에서 팔짱 끼고 서 있음.)
또다른 목소리:어렵게 갈 필요도 없습니다. 불법 벽화 건의 형량은 구속은 커녕 원상복구나 벌금형이 가장 무거운 거거든요.
적당히 과시욕이 있는 사람이니, 당근으로 밀고 당기면 어렵잖게 잡힐 겁니다...
치기어린 젊은이:뭐, RCM에 그림 지우라고 투서나 넣는 인간들보단 잘 알겠죠. (귀를 후비는 시늉을 한다. 상찬이 싫지는 않은 듯.)
그래서 지금 미학 강의 같은 걸 원하세요?
아그네스:미학, 사회경제학, 심리학...뭐든 나쁘지 않겠군.
난 영 문외한이라서 말이지. 이 작품에 붙일 적당한 화풍의 이름도 떠올리지 못했다네.
치기어린 젊은이:당연하죠, 이 그림은
다음 시대를 제시하는 거니까. 이미 나와있는 말로 표현이 되겠어요?
다음 세계, 내세에서만 가능한 사랑을 표현한 벽화라고요. 나와 너의 경계가 흐릿해지고 모두가 상대와 다르지 않죠...
아그네스:
정신
기준치: |
70/35/14 |
굴림: |
27, 82, 58 |
+2: |
어려운 성공 |
+1: |
어려운 성공 |
0: |
어려운 성공 |
-1: |
실패 |
-2: |
실패 |
이런 말투, 어디에서 들어본 적이 있단 말이죠.
본인의 업적에 이 정도의 수식어를 붙일 수 있는 인물은 많지 않아요.
내면의 목소리:네, 하지만 이 사람은 슈퍼스타가 아니에요.
백번양보해서 눈 앞의 청년이 그림을 그렸을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핵심적인 아이디어는 다른 사람에게서 왔을 겁니다.
벽화의 주인을 기꺼이 존경할 정도로는 가까운 사이인 모양이고요.
아그네스:(동의해. 미상의 작가를 무턱대고 찬송할 수는 없지.)
그러니까 자네 말에 따르면...이 벽화는 종말주의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나 전근대 예술의 요소까지 포용해 미래 의지를 선포하는 초현실적 아방가르드 예술이라는 거군.
굉장히 흥미로워. 내가 이 벽화에 마땅한 이름을 붙이지 못한 이유를 알겠군.
일이 끝나면 한 잔 대접하면서 좀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내가 어디로 가면 되겠나?
(성과가 있잖나, 보게. 하듯이 이졸데를 바라본다.)
이졸데:(속으로 한탄한다. 저 물감 묻힌 놈이 6분 동안 경위 손을 한 번만 봤어도 낚이지 않았을텐데...)
(이 자식은 네 긴 설명 중 단 한 줄도 안 적었다고. 눈이 없냐?)
오히려 이졸데가 조서에 몇 줄을 적어넣는 기척이 느껴졌었죠.
'작품 의도'니 '진술'이니 하는 단서를 달아서 간단히 메모해둔 모양입니다.
아그네스:(이 자를 잡아넣을 때 쓸 말로써 말이지.)
이졸데:(동력마차를 확인하는 척 청년의 뒤로 돌아가서 입모양으로 으름장 놓는다.
성과가 있어서 산 줄 알아...)
아그네스:(경찰봉을 염색해 줄 뻔 했군...)
거의 낚은 것 같긴 하지만, 낚시도 건져올리기 직전이 중요한 법이니까요.
아그네스:
매혹
기준치: |
65/32/13 |
굴림: |
46, 76, 44 |
+2: |
보통 성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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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성공 |
0: |
보통 성공 |
-1: |
실패 |
-2: |
실패 |
(자네와 친구가 되고 싶어. 얼굴.)
내면의 목소리:자네와 친구가 되고 싶어. 나만한 친구는 없을걸, 생각해보라고.
난 자네보다 좀 모자란 놈이니까, 내 앞에선 얼마든지 잘난 척 할 수 있단 말이지.
-이런 어필이 먹히는 놈은 어디에나 있습니다.
오늘 밤은 선약이 있지만, 뭐. 배우려는 사람을 쳐내기도 그렇고. (주머니에서 종잇조각을 꺼내 전화번호와 이름을 적어둔다.)
(헨리 깁슨, XXX-XXXX-XXXX.)
내일 이후로 연락주세요. 형사님이 근무 중이 아닐 때면 받아드리죠.
아그네스:(메모를 한 번 확인하고 수첩에 끼워둔다.) 시간 내 줘서 고맙군,
헨리. (이어진 말에 장난스러운 경례를 해 보인다.
젊은이식.) 반드시 아그네스로써 찾아가지.
또다른 목소리:때로 흰 죽과 더러운 물을 나눠마시는 것도 제왕의 미덕이옵니다. 저자는 이제 전하의 신민이니 마음대로 하시옵소서.
헨리는 썩 싫지 않은 기색으로 손을 휘적이면서 멀어져갑니다.
'연줄'을 만들어놨으니 이 일은 절반쯤 끝난 거나 다름없군요.
마침 해도 지고 있고, 터줏대감 할아버지는 헨리의 미학 강의가 이어지는 동안 집에 가버렸네요.
아그네스:자, (여봐라는 듯이 이졸데에게 다가간다.)
이졸데:저런
비리비리한 취향인 건 네 쪽이었나보지? (허이고, 잘 놀더라. 라고 표정으로 말하고 있다.)
그거 여기 끼울 거야, 말 거야. (연락처 메모와 사건 파일을 번갈아 가리킨다.)
아그네스:이건 뺄 걸세. 괜히 누가 연락을 취하면 내 입장이 곤란해지거든. (자기 수첩-거의 새 것-에 넣고 안주머니에 잘 보관한다.)
이졸데:'아그네스'는 그 놈이랑 수다 떤다 치고, 그럼 경위들은 무슨 수로 이 일을 조사하는데?
아그네스:작품을 지울 공업사라도 알아보면 좋겠군. 최대한 느리게 말이야.
아...아니, 좋은 멘트가 생각났어. 거기다 적어도 좋고, 말로만 전달해도 충분할지도.
은밀한 움직임을 보이는 단체의 행동으로 추측됨. 이후 사건이 확장되거나 연결될 수 있으니...
괜히 나서지 말고 기다림 요망.
마지막 멘트는 좀 바꿀까?
추가 조사 예정. 아그네스 경위와 이졸데 경위가 전적으로 담당하겠음.
이졸데:
꿀밤 참기 Roll
기준치: |
50/25/10 |
굴림: |
2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이졸데의 주먹은 무언가를 때릴 때 아래가 아니라 뒤를 향하지.)
또다른 목소리:맞아요, 경위는 생각하고 있어요. '여기서 사람을 죽일 순 없지...'
이졸데:벌금보다 저거 지우는 비용이 더 나온다는 데에 내 라디오를 건다.
니가 그 놈이랑 저녁 먹으면서 쓸 비용이 더 나올 거고. (작은 건에 너무 공들이지 말자는 뜻이다. 손이나 탈탈 털고 동력마차를 고갯짓한다.) 볼 거 다 봤으면 슬슬 퇴근하지?
아그네스:난 저녁 식사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편이라네.
엉덩이에도 구멍이 있고, 의식에도 구멍이 있고, 내 주머니에도 구멍이 있거든.
내면의 목소리:심지어는 이
세계에도 구멍이 있죠. 당신은 그곳에서 헤엄치면서 새로 태어났고요.
아그네스:(모든 인간은 구멍에서 나오는 걸.)
이졸데:그 마조프주의자를 뜯어먹겠다? (그새 구멍학개론으로 흘러간 생각 따위 전혀 모른다.)
아그네스:행운의 주인공은 그 자리에서 추첨으로 골라보지. (<구멍학개론> 1권 완성. 나중에 사건파일이랑 엮어서 출판할까?)
내일 아침에도 이 벽화가 건재했으면 좋겠군. 개인적인 흥미가 생겼거든.
이졸데:잼록에 자원봉사자 집단이 RCM 말고 또 있나? 착한 청소부 같은 건 없을테니 잘 됐네. (코웃음을 친다.) 공업사 부르는 비용도 째깍째깍 안 줄게 뻔한데.
저 낡아빠진 주택이 무너지는 날까지 멀쩡할 수도 있다고.
내면의 목소리:그러면, 이 절충주의적인 그림도 무너진 이상향 같은 모습이 되겠죠.
그 때야말로 이 그림에 감명을 받는 사람이 늘어날지도 몰라요.
아그네스:(그게 진짜
아방가르드지. 살아서는 불행하게도 이해받지 못하는 것.)
좋아, 그럼 자네도 질릴 때까지 저 그림을 보는 것에 동의한 것으로 알겠네.
(뻔뻔하게 이졸데의 어깨를 두드리며 동력마차 앞으로 가서 선다.)
(이러다 언젠간 맞을 걸 알면서도 왜 그만두지 못하는 걸까?)
이졸데:(그러게, 그 날이 오늘이 될 수도 있는데...)
또다른 목소리:물론, 인간에게는 파멸 선망이 있기 때문이죠.
유력 용의자는 내일 느긋하게 탐문해보면 될테고, 지금은 저녁을 먹고 집에 돌아갈 시간이에요.
혼자 고즈넉한 식사를 즐겨도 되고, 이졸데와 밥.약을 잡아도 됩니다.
(이졸데는 의외로 맛.잘.알이다.)
이졸데는 뭐든 잘 먹지만, 그게 아무거나 먹고 싶어한다는 뜻은 아니거든요.
주머니가 넉넉치 않기는 마찬가지라 가성비 좋은 식당을 많이 알기도 하죠.
이졸데:(동력마차에 타서 시동을 건다.) 집에 내려줘?
아그네스:우리 집에 있는 거라곤 반 쯤 남은 대체 시리얼 뿐인데.
자네가 날 굶게 하지 않을 거라 믿어보는 중일세.
이졸데:코모도어 레드는 한 병 있을 거 아냐, 말아먹든지. (귀를 후비면서 엑셀을 밟는다.)
...아니, 야, 상식적으로 4년차 경위 연봉이 2년차보다 적진 않을텐데?
길고 짧은 건 대 봐야 아는 법이지.
(모르는 척 한다.)
내면의 목소리:경위는 생각합니다. '니 정신머리는 너무 짧아서 안 대봐도 알겠다.'
이졸데:메뉴 갖고 이러니저러니 하면 죽는다. (협박 아닌 통지만의 담백함...)
아그네스:(이 말은 죽음에 대해 완전한 선택의 자유를 보장하는 말이다.)
또다른 목소리:종말의 천사가 아니면, 누가 가장 먼저 종말의 늪에 발을 넣는단 말인가?
식사하는 동안 아그네스 안의 파멸 선망을 잘 다스려야할 것 같습니다.
동력마차는 싸구려 식당가를 향해 전조등을 꺾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복수의 여신들과 타협은 없다'는 간판이 삐딱하게 빛나고 있어요.
안은 저렴한 식당의 미덕같은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테이블과 테이블 사이, 직원이 간신히 지나갈 만큼 좁디좁은 통로,
지글지글 끓는 튀김 냄새, 맥주기포 터지는 소리..
그 맛을 아는 손님들이 많은 거야 당연지사, 운좋게 딱 한 자리 남아있네요.
이졸데:생강 맥주는 또 누구 주머니를 털어서 얻어먹었대. (자리를 잡고 앉는다. 메뉴판은 보지도 않고 점원을 부른다.)
아그네스:생강을 대단히 선호하는 건 아니지만, 난 주로 돈을 내는 사람 의견에 따르는 편이거든.
정책 빼고는.
이졸데:내가 이걸 밥상머리 운영 방침이라고 하겠다면 어쩔래? (어쩌기는? 먹어야할 것이다. 점원에게 주문목록을 읊어준다.)
이졸데:생강맥주 두 병, 오징어튀김, 그리고
타협은 없다 두 그릇.
아그네스:그렇게 메뉴를
밀어붙여도 되는 건가?
그러거나 말거나, 이미 점원은 계산서에 메뉴를 적고 있습니다.
아그네스:(타협은 없다는 게 계산서 쓸 권리는 아닐테고.)
불관용 정책의 실효를 기다려야 하는 신세로군.
이졸데:오늘 21시까지는 유효할테니까 포기하시지. (먼저 나온 생강맥주부터 한 잔씩 밀어둔다.)
이 식당은 테이블 간격이 좁고, 손님들로 북적거립니다.
사생활 보호라는 게 전혀 안 된다는 뜻입니다.
저 쪽 테이블에는 공업단지에서 막 퇴근한 일용직이,
저어쪽 테이블에는 센티멘탈함을 만끽 중인 가출 주부,
아그네스:(그리고 이곳엔 막 퇴근한 RCM 두 사람이.)
(생강맥주를 들어 입 근처로 가져가지만, 아직 마시지는 않는다. 이게 원래 생강 향이 코를 마비시킨 뒤에나 맛있어지거든. 그 대신 시간을 때우게 해 줄 주변 목소리들에 귀를 기울인다.)
아그네스:
듣기
기준치: |
50/25/10 |
굴림: |
19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내면의 목소리:그 중에는 물론 '걸작'이나 '흉물'에 관한 대화도 섞여있습니다.
"사람 살지도 않는 건물인데, 놔둬도 상관 없지 않나?"
"아, 참, 틀린 말 적은 것도 아닌데 뭘."
"말 잘했다, 내가 어디 맞는 말만 24시간 내내 들려줘봐?"
"아무데서나 보이니까 문제라는 거 아냐! 그건 완전 시각적 소음 공해라고."
"열내는 거 보니까 지도 열심히 봤구만 왜 그래."
의견이 분분하지만, 서에 날아들었다는 '투서'만큼 강한 불만은 별로 없네요.
아그네스:(생강맥주를 마침내 한 모금 마신다. 그래, 이 맛이지. 온 세상의 근심 걱정 따위는 달콤하다 여기게 해 주는 감사한 냄새.)
(목소리를 낮춘다. 이졸데를 향해) 생각보다 불만이 많지는 않아서 의외일세.
난 우리 동력 마차가 지금쯤 완전히 부서져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거든. 그 누군가의 의견이 전체를 대변한다는 전제 하에 말일세.
이졸데:(목소리를 낮춘다. RCM 자켓의 흰 직사각형까지는 어쩔 수 없지만.) 슈퍼스타는 이해못하는 게 당연하지.
관계가 있나?
이졸데:'보통'이나 '보통보다 좀 못한' 사람들한테는 꽤 괜찮거든, 이게... (본인도 그 어디쯤 속한다는 것처럼 대수롭잖은 투다.)
주목받고 있다는 느낌 말이지.
진짜 쩌리들은 문제삼아주지도 않으니까.
아그네스:그게 설령 자기 작품이 아니더라도 말인가.
탕, 말을 끊으면서 식탁에 묵직한 그릇이 놓입니다.
...재료를 알 수 없는 시뻘건 스튜 두 그릇이네요.
아직도 펄펄 끓는 것처럼 기포가 방울방울 올라오고 있습니다...
아그네스:(이거? 불관용? 하듯이 스푼으로 스튜를 까닥, 가리키며 또 이졸데를 바라본다.)
이졸데:(그렇다, 불관용. 아그네스가 혼란에 빠진 사이 오징어 튀김부터 하나 집어먹는다.)
내 작품이 아니든, 끔찍한 졸작이든 뭐든. 넌 아무 돌멩이에나 대고 그림 그리고 연설하냐?
내면의 목소리:경위가 잠깐 표정을 굳힙니다. '잠깐, 이 자식은
진짜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그네스:내가 원한다면. (기대한 그대로의 답을 내놓는다.)
이졸데:슈퍼스타는 그러시겠지. (말해뭐하냐 표정.) 근데 보통 인간은 안 그런다고.
작품활동의 장소로 고를만큼 의미를 뒀다는 게 썩... 감회가 새롭나보지, (스튜를 떠먹는다. 불관용의 맛이로다.) 잼록이 전부 낙서판이 되면 생각이 달라지겠지만.
아그네스:작품, 작품 활동이라. 결국 흉물이니 걸작이니 하는 것은 사건이 아니라 작품에 대한 평가로군. (스튜를 휘적인다. 안에 든 것의 정체를 파악이라도 해 보려는 듯이 스푼 끝에 걸리는 것들을 들었다 놓았다...0
내면의 목소리:양배추, 분쇄육, 통후추, 당근...
또다른 목소리:분쇄육이라,
불관용의 결과란 이런 것이라고 보여주는 것 같아요.
이졸데:(이게 지금 먹을 걸로 장난을 치나...?)
아그네스:(나의 기호 쯤은 철저하게 짓밟는 메뉴로군. 그러나 이런 곳에서 세올 풍 날생선 같은 것을 바라면 안되겠지. 음식을 애도하는 표정으로 한 술 뜬다.)
(나의 미래를 씹는 기분인걸.)
매운 기름을 띄운 국물이 목으로 넘어갑니다...
후추, 생강, 이렇게 먹다간 문디풍 훈제양념으로 생을 마감하고 말거예요.
이졸데:(캡사이신으로 업무 스트레스를 한껏 풀다가) 아, 참. 쟤 정신 좀 봐라.
아그네스:(
쟤의 근원을 찾기 위해 고개를 휘 돌렸다가 돌아오기까지 한다.)
지금 붙여야 하나?
아직 멋진 게 안 떠올랐는데.
이졸데:(눈썹을 까딱인다.) 평소같으면 슬슬 공모전 하나 열고 있을 줄 알았는데.
그... (머리 옆에서 검지를 휘휘 젓는다. 머릿속에서 말이지.)
아그네스:참가자들의 의욕이 전 같지 않다고나 할까.
(그러더니 씩 웃어보인다. 그게 여럿이 아니라 하나라는 것은 설명해봤자겠지. 작품 설명이라는 게 다 그런 거니까.)
그래도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면 개 중 괜찮은 것으로 골라보지.
내면의 목소리:아직 마조프주의자 중 가장 모호한 녀석을 위한 칭호는 떠올리기 어렵군요.
아그네스:하지만 기한은 내일 밤까지, 어떤가.
이졸데:(으쓱인다. 주먹을 쥐지 않으면 대체로
괜찮다는 뜻.)
아그네스:작가를 파악할 시간이 부족해. 그... (이름이 뭐더라.) 아, 해리...아니, 헨리였던가. 그 친구들과 조금 더 어울린 후에 말일세.
이졸데:아방가르드랑 초현실주의랑 용의자 이름 중 하나만 외우라고 하면 보통 마지막을 고를텐데. (물론 기대도 안 했다는 표정)
헨리 깁슨. 니 수첩에 있다는 것까지 까먹진 말라고.
내면의 목소리:경위가 생각합니다. '아니면 그 망할 쪽지의 존재까지 까먹어서 전화번호를 당장 수사기록에 올릴 수 있으면 좋겠지.'
아그네스:이름이 중요하진 않을걸세. 그가 마조프주의자라면 말이야.
그를 동지라고 부르고 나면 쉬워. 그 중에 자기 이름에 집착하는 녀석이 주동자겠군.
(스튜에서 손을 떼고 생강맥주로 입 안을 헹군다. 맙소사, 생강맥주로 헹군다니.)
내면의 목소리:비강 내부에서 생강 냄새가 후추향을
압도합니다.
또다른 목소리:맙소사, 당분간 코모도어 레드는 물이나 다름없겠어.
이졸데:향신료에 푹 절이면 유통기한이 좀 나아지겠지.
(네 인생? 너의 정신머리? 보존되는 대상은 명확히 하지 않는다...)
아그네스:(적절한 가공처리를 거쳐야지, 그러려다가 만다. 그래, 잘 다물었다. 맥주 탄산이 감사할 지경이군.)
내면의 목소리:밀봉과정은 보통 뚜껑을 내리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는 걸 잊지 마세요.
이졸데:(어느새 스튜를 밑바닥까지 비우고, 잔으로 입가심한다. 자리에서 일어날 준비를 한다.) 그 속도면 내일 아침밥까지 이걸로 되겠네.
아그네스:속도 뿐인가. 양으로도 충분하지. (맥주까지 아예 내려놓고 일어선다.) 내일 아침에 다시 한 번 이쪽으로 와서 작품을 봐야겠어. 하루면 너무 짧지만, 이틀이면 자기 작품이 그리워 질 법도 하거든.
(당연히 자네도 올 거지? 하듯이 미소짓는다.)
이졸데:오냐, 현행범 쫓을 일 안 생기면. 그림 보고 평론가 흉내만 내면 된다는데. (얼마나 편하고 좋냐는 듯이 손을 휘휘 젓는다.)
출근했을 때 별 일 없으면 그 쪽으로 가보자고.
41번서에 별 일 없는 때가 얼마나 되는지가 문제지만요.
1년 11개월차 드라이버 이졸데가 동력마차의 시동을 겁니다.
아그네스:(집과 이 현장까지의 거리를 떠올려본다...)
아그네스:
운
기준치: |
50/25/10 |
굴림: |
96 |
판정결과: |
실패 |
벽화로부터 아그네스의 셋방까지는 동력마차로 15분 정도 거리입니다.
41번서까지도 각각 비슷한 시간이 걸리고요, 삼각형 배치라고 할까요.
아그네스:(뒷목을 긁적인다. 성실한 경찰이라면 소속 서에 들러서 파일을 보충하겠지만, 내 파일은 아직 연료가 떨어지지 않았지.)
그래, 집으로.
이졸데:(사실... 대답이 나오기 전부터 집 방향으로 몰고 있었다.)
불관용정책의 실효를 기다리는 동안, 아그네스는 속절없이 집 앞에 도착하고 맙니다...
이졸데는 서에 동력마차를 가져다놓고 귀가하겠지요.
동동동동, 멀어져가는 동력마차의 엔진음을 BGM으로 삼아...
어디, 아그네스의 보금자리는 어떤 모습인지 소개해주세요.
아그네스:(탁한 회색에 녹 흐른 자국이 있는 철 대문이 달린 붉은 벽돌집. 원래는 하얀색으로 칠했다지만 이제 대문에 새 칠이 될 일은 없을 것이 분명하다. 돌 계단을 타고 올라가다보면 중간에 큰 창이 있지만 지금은 건물에 가려 해가 들지 않는다. 한 층마다 네 개의 집이 있고, 공용 베란다가 하나 있다.)
(아그네스의 방은 3층. 이 층은 그나마 빛이 잘 드는 편이고, 4층 전체가 주인집이다. 전체라곤 해도 면적의 4분의 3 정도를 창고로 쓰고 있기 때문에 집주인의 사정도 아그네스의 집과 별반 다르지는 않다. 302라고 쓰인 문 안쪽이 아그네스가 주거하는 공간이다.)
만 하루만이로군. 암만 남의 집 침대가 좋아도 내 집만 못하지. (가진 물건이 거의 다 밖에 나와 있지만, 애초에 가진 것이 별로 없어서 더럽다는 인상은 아니다. 너저분하다는 정도. 서랍과 옷장에는 빈 자리가 많고 냉장고에는 특별한 조리 없이 섭취할 수 있는 음식이 약간 채워져 있다. 단, 지금도 먹을 수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옷걸이 대용으로 쓰는 안테나 -언젠가부터 방 안에 있었다.-에 겉옷을 걸어두고, 넥타이는 문고리에 걸고, 셔츠는 침대 맡에 아무렇게나 걸쳐놓은 뒤 곧장 침대에 쓰러지듯이 엎드린다.)
안테나에는 오늘도 외계 신호 대신, 바깥 세계의 먼지가 묻은 겉옷이 수신됩니다.
넥타이 덕에 문고리는 아주 포멀한 모습이 되었고요.
내면의 목소리:저대로 사무직 면접을 보내도 되겠는데.
누구는 가진 것을 다 늘어놓은 방이 '솔직하다'느니, '꾸밈없다'느니 할지도 모르겠지만...
세상에 온지 4년차인데, 네살배기에게 숨길 정체성 같은 게 있겠어요?
아그네스:아주 멋져. 내일 결혼식이라도 하나보지. (문고리를 향해 손가락을 까닥거리곤 천장을 보며 돌아눕는다.)
(존재론적 의문을 가지기엔 너무 빽빽한 세상이다. 아무렴 내가 누군줄 모른다는 게 무슨 문제인가. 알고도 모르는 것보다는 확실하게 모르는 게 낫지.)
끔찍한 넥타이:멍청이, 격식있는 행사 중 제일은
장례식이지.
존재론적 의문이나 넥타이의 낭만론 따위를 생각하기에는, 너무 피곤합니다.
엉덩이의 구멍, 정신머리의 구멍, 세상의 구멍, 지갑의 구멍, 아무튼 빌어먹게 많은 구멍들이...
아그네스:
정신
기준치: |
70/35/14 |
굴림: |
5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넥타이의 쫑알거림 탓인지, 오늘은 이상한 꿈을 꿉니다.
돌로레스 데이가 폐를 빨갛게 물들인 채 소리없는 비명을 지르고 있어요...
누군가 현관을 연달아 두드려대는 소리에 잠이 깹니다.
아그네스:(번쩍. 눈꺼풀이 자동으로 들어올려진다.)
창밖은 아직 어둡고, 이제 겨우 새벽 네댓시나 되었을 것 같아요.
문 두드리는 소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아그네스:(아직 해가 뜨지도 않은 것 같은데. 이게 문 두드리기에 적절한 시간인가? 머리를 헤집으며 침대에서 겨우겨우 몸을 일으킨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깬 몸이 시트를 무겁게 짓누른다.)
(아무런 의미 없는 소리를 중얼거리며 문까지 향하고, 헛손질을 몇 번 하고서야 벌컥 문을 연다. 반쯤 뜬 눈이 문 밖의 누군가를 바라본다.)
어둑한 새벽이지만, 이 거리에서 못 알아볼 수는 없죠.
내면의 목소리:경위의 근육이 팽팽하게 당겨진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아드레날린, 긴장감.
벽화 건 맡은 게 우리라 일단 이 쪽 관할로 넘어왔고. (옷부터 입으라는 듯 어깨를 한 차례 툭 민다.) 현장 보러 가야 돼.
아그네스:살인. (단어를 검색하듯이 내뱉어보고, 정신이 지식을 따라잡을 때까지 문간에 기대 서 있는다.)
그거 큰일이로군. (척, 손가락으로 이졸데를 가리키더니 침대가 대신 입었던 셔츠를 꿰어입는다. 도로 문간으로 다가오며 재킷을 걸치고, 문고리에 걸린 넥타이를 매고. 완벽한 동선.)
잠이 부족해서 추리는 글렀어.
끔찍한 넥타이:장례식이 가장이라고 누가 그랬지?
바로 내가!
이졸데:가보기 전에 어떻게 아냐, 마조프주의의 장례식인지 나발인지.
(곧바로 계단을 날듯이 내려가 동력마차의 시동을 건다.)
마차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딱 4시 58분을 가리키고 있네요.
아마 이졸데에게 연락을 취했을, 젊은 형사 하나가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본인 몫의 동력마차로 현장이 곧장 보이지 않게 가로막아두었네요.
저 마차가 빠지면, 두 사람이 방안을 강구해야겠죠.
젊은 형사:수고 많으십니다. (잠이 부족한 얼굴로 꾸벅 목례한다.)
아그네스:(대답 없이 손만 살짝 들었다 내린다.) 몇 명이 죽었나?
젊은 형사:한 명입니다. (그리고 한 명 뿐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아직 경력이 짧아보인다.)
(속이 울렁울렁... 영 안색이 좋지 않은 얼굴로) 천만 덮어뒀고 그 외에는 손 안 댔습니다. 신고자는 41번서로 오시면 만나보실 수 있고요.
그, 괜찮으시면... (울렁...울렁...울렁...)
내면의 목소리:1년 전이면 꺼지라고 했을텐데, 참았어요.
아그네스:(자네 참을성이 좋아졌군, 이라는 말을 엄지를 들어올리는 것으로 대신하고 현장 안쪽으로 향한다.)
가엾은 형사가 빠르게 현장을 떠나고, 이졸데는 그 자리를 두 사람의 마차로 채웁니다.
현장은 신참이 말했던 것처럼 딱 천만 덮어둔 상태입니다.
그 벽에 누군가의 시신이 등을 기댄 채 앉아있습니다.
벽에 등을 댄 상태에서 찔려 살해되고, 그대로 몸이 미끄러진 것 같습니다.
혈흔 탓에 시신의 머리 위로 붉은 세로선이 그려져있거든요.
푸르스름한 연인은 피로 양분되었고, 그 빛은 벽화의 슬로건보다 붉고 거무죽죽합니다.
내면의 목소리:천을 걷으면 눈이 마주칠 거야.
아그네스:(천천히 시선이 혈흔을 타고 내려온다. 위치 선정 한 번 끝내주는군. 그리고 손이 천으로 향한다.)
(셋 좀 세어 줄 사람?)
또다른 목소리:물론이에요, 이건 언제나 힘든 부분이니까요...
셋, 둘, 하나.
천 아래서 드러난 얼굴은 썩 낯설지 않습니다.
벽화 앞에서 마조프주의와 아방가르드를 논하던 젊은 청년이 창백한 얼굴로 앉아있습니다.
아그네스:
SAN Roll
기준치: |
70/35/14 |
굴림: |
80 |
판정결과: |
실패 |
이런.
(잠이 제대로 깼군. 천천히 이마를 쓸어올린다.)
이졸데:(동력마차를 세워놓고 현장으로 다가온다. 천을 발끝으로 툭툭 밀면서 시신을 살펴보다가...)
SAN Roll
기준치: |
75/37/15 |
굴림: |
84, 68, 100 |
+2: |
보통 성공 |
+1: |
보통 성공 |
0: |
실패 |
-1: |
실패 |
-2: |
대실패 |
와, 이거.
아그네스:(어딜 찔린거지? 시신 방향으로 몸을 구부린다.)
이졸데:금발 예술쟁이들은 다 비슷비슷해보여서 말인데, 어제 그 놈 맞냐?
현장에 도착했으니, 이제 조사에 착수할 때예요.
일반적으로는 [머리], [상체], [하체] 순으로 살펴보지만, 스타일이란 게 있잖아요?
원하는 곳부터 조사해봅시다. 혈흔은 상체에서 가장 두드러집니다.
아그네스:(상체를 확인한다. 이 정도 혈흔이면...)
차림새는 아그네스가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모습과 차이가 없습니다.
지저분한 폴로 셔츠, 그 위로 물감 묻은 재킷을 걸치고 있어요.
지금은 출혈 때문에 거의 본래의 색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얼핏 보아도 흉곽과 복부 여러 곳에 자상이 남아있습니다.
*원하는 조사 방식에 맞는 판정으로 추가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아그네스:(검붉은 색이로군, 이제.) 좋아, 친구. 우리가 만난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시체 앞에 쭈그려 앉는다. 시선의 높이가 같아질 정도로. 표정은 그리 좋지 않지만 말해보라고. 편히 들어줄테니.)
이졸데:저게 형사인지 샤먼인지. (불평하면서 동력마차에 실린 사건장부를 꺼내온다. 시체 검시 조서를 꺼내 메모할 준비를 마쳤다.)
아그네스:
정신
기준치: |
70/35/14 |
굴림: |
27, 21, 56 |
+2: |
어려운 성공 |
+1: |
어려운 성공 |
0: |
어려운 성공 |
-1: |
어려운 성공 |
-2: |
보통 성공 |
헨리, 붉은 시신:폐, 간, 여기는... 젠장, 위장인가?
뭘 기대하는 거야? 난 화가지 의사가 아니라고.
내면의 목소리:자상은 상체 곳곳에 총 다섯 군데로, 깊이가 전부 다릅니다.
이 상처를 남긴 사람은 전문가가 아닙니다. 또, 무척 흥분한 상태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가장 깊은 것은 왼쪽 폐 부근의 자상으로, 사인은 과다출혈과 폐 내부에 고인 피로 추정됩니다.
이졸데:이름, 헨리 깁슨. 나이... 이십대 초반? (다른 의견 있냐는 듯이 까딱인다.)
아그네스:(말하는 소리를 들으니 알겠군. 꾸륵거리는 소리가 나잖아. 폐에 피가 찼다는 증거지. 아마 공기구멍 뚫어 줄 사람이 있었어도 과다출혈로 죽었을 걸.)
아, 그래. 그쯤 됐겠지.
헨리, 붉은 시신:그 정도로 애새끼는 아냐, 곧 스물 여덟이라고.
스물 일곱으로 적지.
아그네스:사인은 과다출혈과...질식. 자상은 다섯 군데.
이졸데:(초반쯤 됐겠다며? 일단은 그대로 적는다.) 스물일곱, 과다출혈과 질식...
아그네스:충동적이고 난잡하군. 아마 갈비뼈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놈 같아.
비유적으로.
이졸데:그 정도면 약을 했을 수도 있겠는데. (눈썹을 까딱인다. 위치는 직접 시신 곁으로 와서 확인한다.)
(왼쪽 폐 부근의 자상에 밑줄.) 외에는?
아그네스:약인가, 술인가. 사상일 수도 있지. (쭈그려앉았던 자리에서 일어난다. 헨리 깁슨이 미끄러지기 전 서 있었을 높이. 그리고 그 맞은편.)
(한 손을 주먹쥐고 위치를 가늠한다. 폐, 간, 위장. 몸통 중앙에 쏠렸고 목 위로는 올라가지 않았다. 거기서 몇 걸음 뒤로 물러나본다. 만약 내가 살인범이었다면...어디서 걸어와서...어떻게?)
아그네스:
매혹
기준치: |
65/32/13 |
굴림: |
24, 60, 10 |
+2: |
극단적 성공 |
+1: |
어려운 성공 |
0: |
어려운 성공 |
-1: |
보통 성공 |
-2: |
보통 성공 |
비슷한 키라고 가정했을 때, 손에 무언가를 든 채 찌르기 자연스러운 위치예요.
현장의 막을 걷고, 차근차근 무대를 재구성하다보면...
내면의 목소리:전하, 이 곳은
소품과
배경이 미흡하옵니다.
또다른 목소리:알아듣게 말해야해요, 지금은 조서를 쓰고 있잖아요.
아그네스:...범행도구.
내가 칼을 어디에 버렸지?
(주변을 성큼성큼 돌아다니기 시작하다가, 동력마차를 한 바퀴 돌아 다시 시체 앞으로 온다.) 아니, 살인범이.
(시체의 머리를 바라본다. 자네 봤나?)
(죽기 전에 발버둥치거나, 도움을 요청하거나, 그 놈에 대한 단서를 남기려는 노력 같은 거. 안 했나?)
내면의 목소리:상흔은 광인이 남긴 것 같은데, 희생양에게
득달같이 뛰어든 흔적이 없사옵니다.
칼 든 미치광이를 마주한 자라면 골목 저편에서부터 비명을 지르고 뛰어다녔을 것입니다. 그런 것이 배경 요소가 되옵지요, 전하.
또다른 목소리:하지만, 이 곳에 남아있는 건 범행
후의 도주 흔적 뿐이에요.
사건 직전까지도 범인을 보고 있지 못했거나... 범행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처럼요.
정신
기준치: |
70/35/14 |
굴림: |
31, 18, 75 |
+2: |
어려운 성공 |
+1: |
어려운 성공 |
0: |
어려운 성공 |
-1: |
어려운 성공 |
-2: |
실패 |
헨리, 붉은 시신:정신이 하나도 없었지. 칼은 가져가버렸어....
대신 더 큰 걸 남겨뒀지만.
내면의 목소리:피 묻은 발자국은 구 연립주택의 입구 쪽으로 이어지다가, 어느 순간 뚝 끊깁니다.
또다른 목소리:신발을 벗은 거예요, 어쩌면 피 묻은 겉옷도.
그리고... 들고 다닐 수는 없다고 생각했겠죠.
이졸데:(살인범에 이입하는 파트너를 가만히 봐준다는 건 참 쉽지 않은 일이다. 그간 성과가 톡톡했으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만.)
다섯 번 쑤시고, 그 다음은 어쨌지? (심문하는 투.)
아그네스:제기랄, 저질렀군. 일단 자리를 떠야겠어. 내가 잘 아는 어딘가로 가지. 이건 다 어떻게 한담. (저벅저벅 걸어 연립주택으로 향한다. 표정이 밝아지며 이졸데에게 시선을 돌린다.) 여기로군. 보게, 발자국이 이어져 있어. 아마 신발에는 번진 피만 묻었겠지. 겉옷은 피범벅이 되었을테고. 폐를 찌르면 공기가 나와서 피가 스프레이처럼 튀거든. 그래. 잘 됐군. (말을 뚝 끊더니 시체가 있는 방향으로 손가락 인사를 보낸다.) 자네 죽음 말고. 단서 말일세.
이 근방 어딘가에 처리한 흔적이 있을텐데... (발자국이 끊긴 곳 주변을 분주하게 돌아다닌다. 정신없는 상황에 무언가를 버릴만한 곳...)
이를테면...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는 폐건물이라거나.
그 중에서도 별별 쓰레기가 다 있는 곳이라면 안성맞춤이겠죠.
이졸데:(저게 정신줄 놓는 날이 오면 꼭 수갑을 채우는 기쁨을 누려야겠다. 잠시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스프레이, 좋지, 그래피티 재료로 딱이네, 어?
내가 듣기론 여기 지하에... (벌써 코를 막은 채 연립주택 입구를 고갯짓한다.) 건물주 바뀔 때 나간 놈들이 버린 쓰레기가 산더미 같다고 했거든.
아그네스:으음. (그런데 내가 폐를 찌르면 피가 스프레이처럼 나온다는 걸 어떻게 알았지? 내 추론 능력이 드디어 인지 범위를 넘어섰군.)
오래 된 쓰레기 중 신선한 녀석을 낚으러 가 보지. 반짝거리는 건 티가 나거든.
내면의 목소리:오, 그건
당장은 궁금해하지 않는 게 좋아요...
이졸데:(선심쓴다는 표정으로... 동력마차에서 꺼낸 장갑을 던져준다.)
난 공적 가로챌 생각 같은 건 안 하거든. (=네가 알아냈으니 직접 뒤지거라.)
아그네스:정말? 난 누구 손이라도 빌리고 싶은 지경인데.
(이졸데가 던져준 장갑을 끼고 걷는다. 난 신발도 외투도 벗고 맨발이나 양말 바람으로 걷고 있겠지. 굉장히 춥군.)
이졸데:그런 건 손 하나 없어지면 말하시지. (뒤따라간다. 계단에서부터 벌써 쿰쿰한 냄새가 올라온다...)
내면의 목소리:언젠가
그런 날이 올 거라는 예감이 드는걸요.
양 손이 다 움직인다는 건 좋은거지.
그럼요, 손가락총도 두 배로 쏠 수 있다고요.
구 연립주택의 지하는 거대한 쓰레기 투기장이 되어있습니다.
주민들만으로 이만한 양이 되지는 않았을 것 같고,
재건축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수거업체를 부르기 싫었던 인근 주민들까지 무단투기에 동참한 모양이에요...
음식이 말라붙은 그릇, 깨진 램프, 폐지...
저 쪽에는... 변색된 바나나껍질이 검은 꽃처럼 뭉쳐있습니다.
나무는 숲에, 쓰레기는 쓰레기장에. 잘 골랐군요.
손전등 같은 것 있나? 이만한 냄새에서는 시신 썩는 냄새도 묻히겠군.
이졸데:(기다렸다는 듯이 등 뒤에서 불이 켜진다. 고무장갑을 꺼낼 때 마차에서 함께 챙긴 모양.) 피 냄새쯤은 방향제로 칠 수도 있겠어.
찾을 게 침대 밑에 깔려있거나 할 때만 불러라. (심드렁한 응원)
아그네스:(이졸데가 비춰준 불빛 앞에서 바닥을 면밀히 살핀다. 아마 그리 철저히 숨기지는 않았을거다. 그래서 더 평범한 쓰레기처럼 보이겠지...)
아그네스:
관찰력
기준치: |
60/30/12 |
굴림: |
12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내면의 목소리:왜냐면,
전하께서는 무척 겁에 질렸고, 당황한 상태이기 때문이옵니다...
남아있진 않지만, 범인의 발자취를 그대로 따라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상판이 박살난 책상과 의자 틈새에 옷뭉치가 쑤셔박혀있습니다.
전등불 아래로 거뭇거뭇한 혈흔이 묻어있는 게 보여요.
(손가락을 딱, 튕기려다 장갑에 소리가 조금 둔탁해진다.)
(옷뭉치를 빼낸다. 자, 칼도 같이 뭉쳐놨나?)
이졸데:oO(이거 사실 무지막지한 개코인 건 아냐?)
칼은 없지만, 두툼한 점퍼와 신발을 손에 넣었습니다.
옷이 있으면 체구를 특정하기 쉽지만, 그 외에도 큰 단서가 있습니다.
피에 젖은 점퍼 소매 아래, 오래된 물감자국이 엉겨있는 게 보입니다.
아무래도 동지인가본데.
이졸데:물감? (허, 하는 소리를 내며 비춰본다.)
아그네스:(옷을 펼쳐든다. 체구는 어느 정도 되지?)
아그네스보다는 키가 작고, 이졸데보다는 부피가 작습니다.
재킷이 잘 맞는다는 가정 하에, 범인은 175cm 전후일 것입니다.
무척 낡은 스포츠화입니다. 큰맘먹고 장만한 후 오래 사용했을 것입니다.
270mm로, 키에 비해 사이즈가 큰 편입니다.
이졸데:(같은 수치를 확인하고 있다. 270mm, 체구는 크지 않음...)
여차할 때 확인하기 편하겠어. (키에 비해 발이 큰 놈.)
서에 묵직하게 보낼 게 생겨서 좋긴 한데. (겉옷과 신발을 자랑스럽게 챙겨놓고 건물을 나선다. 칼은 닦아서 챙겨간건가? 하긴, 칼은 다시 사용할 수 있지.)
이졸데:잡아놓고서 엎어트리면 되지. (허이고, 하는 표정으로 메모를 추가한다.
흉기는 발견되지 않음...)
이졸데:누구 하나 찔리는 걸 감수하면. (원하냐는 눈빛...)
아그네스:도시에 약간의 화음이 들어가는 것도 좋지. (말을 바꾼다)
이졸데:앞으로도 그렇게만 해. (깡패식 조율의 흔한 마무리 대사.)
주변이 깨끗하더라니, 면식 있는 놈인가본데... 시체는 더 안 보냐?
아직 이불도 다시 안 덮어줬고.
(경쾌한 걸음걸이로 나서서 다시 벽화 근처로 간다.)
이졸데:되도록 빨리 봐, 여긴 대로변이라고. (어슴푸레하게 밝아오는 주변을 눈짓한다.)
누구 출근하기 전에는 안치소로 보내야지.
시신은 여전히 벽화에 등을 기댄 채 앉아있습니다.
아그네스:(시신 앞에 신발과 겉옷을 내려둔다. 그리고 주변을 천천히 둘러본다. 잼록, 다양한 군상이 섞였지만 융화되지 못하고 설익은 스튜처럼 빙빙 돌기만 하는 곳. 이 도시에서
물감 냄새를 풍기는 녀석들이 대체 누구지?)
(불협화음 속에서 가느다란 멜로디를 들어보자...)
아그네스:
듣기
기준치: |
50/25/10 |
굴림: |
92 |
판정결과: |
실패 |
내면의 목소리:꿈이 있는 곳. 공업 단지의 빈 창고, 주택가에 숨은 지하실, 싸구려 숙박업소의 객실...
헨리, 붉은 시신:당장은 말이지, 내 주머니에서 뭘 좀 구출해줬으면 해요.
아그네스:지금 진짜 잘 들리려던 참이었는데. (전혀 아니다.)
자네 불평이랑 오래 놀아줄 시간은 앞으로...그래, 30분 정도 남았나. (중얼거리며 시체 앞으로 다가가 앉는다. 그래, 주머니란 말이지. 겉옷과 바지 주머니 따위에 손을 넣어본다.)
이졸데:(분명 소지품 확인 절차일텐데 이렇게 루팅처럼 보이는 것도 재주라는 생각을 하는 중)
상체는 허탕이지만, 바지 주머니에는 뭔가 있군요.
왼쪽 주머니에서 낡은 가죽지갑이 빠져나옵니다.
이졸데:물론 네 건 아니고. (한 마디 얹는다)
아그네스:물론이지. 증거품일세. 이 지갑 자체는.
바지도 출혈 탓에 푹 젖었지만, 지갑의 가죽면이 내용물을 어느 정도 지켜준 모양입니다.
아그네스:(뭐가 들었지? 이 안에 내가 반드시 받아야 할 것이라도? 지갑을 연다.)
그리고 작게 접어 끼워둔 종잇조각이 하나 들어있습니다.
(그러면서 종잇조각을 펼쳐본다.)
이졸데:코모도어 레드 30병도 수사에는 필요없어. (술값으로 다 쓰겠거니 하는 투)
벽화에 쓰인 것과 꼭 같은 페인트로, 똑같은 그림을 그려두었습니다.
내면의 목소리:아무렇게나 넣은 게 아니에요, 종이의 모서리에 맞추어 조심스레 접었어요...
지금 벽화가 그려져 있는 장소이자, 시신이 기대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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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
람람 (GM):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보겠습니다
이거 정말 긴장되는 서두네요
당신은 어두운 허공을 부유하고 있습니다.
어둡고...어두운...
"그냥 어둡기만 한 건가?"
차가운 공기가 당신을 스쳐지나가며 미지근하게 비강을 타고 들어오고, 뇌세포가 살아나는 것이 느껴집니다.
"머리가 아픈데."
아그네스:"빌어먹을 시체 냄새가 뇌수 대신 들어찼으니 당연하지!"
"아마도 생강맥주와 불관용을 섞어 먹은 것에 대한 보답일 것입니다."
"내가 대체 왜 그딴 걸 먹었더라?"
"이 세상 저 편에서만 맛볼 수 있는 사랑을 위해."
눈 앞에 흐릿한 형상들이 일그러지고 있습니다. 마치 두 사람이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는 것만 같은...
그러나 성숙하기보다는 원초적이고, 그렇게 포장하기에는 다소 외설적인...
"개같은 예술은 집어치워! 오직 페인트 신너만이 세상을 구하리라!"
점차 온 몸에 감각이 돌아오기 시작합니다. 악취가 가득 밴 옷가지, 손 끝에서 바스락.
"혹시 내가 이 걸작의 창조자인가?"
"그럴리가, 당신은 RCM의 형사라는 것을 금세 상기한다."
"제왕이시여, 이제 그만 예술가의 탈을 벗어 던질 때가 되셨사옵니다."
시궁창에서 눈을 뜬다.
(손 끝에서 바스락거리는 스케치를 몇 번 매만진다. 피곤하다는 듯이 눈을 비비려고 했지만 양 손에 모두 증거물을 든 탓에...눈을 세게 감았다 뜨는 것에 그친다.)
콧구멍에 향수라도 꽂고 싶은 기분이군.
이졸데:(손목시계를 들여다본다.) 정확히 5분 42초만이네, 신기록이야.
이번엔 꽤 빨리 정신 차렸어. (손바닥으로 뒤통수를 툭 친다.) 시체는 다 둘러본 건가?
아그네스:정신? (눈을 두어번 꿈벅이며 이졸데를 바라보더니) 그래, 어느 정도는.
이 스케치가 왜 이 청년의 지갑에 들어있었는지 모르겠군. 작가는 아닌 것 같던데.
작가가 이 청년에게 준 걸지도 모르고.
이졸데:정신. 이
슈퍼스타는 한 번씩... 아편하는 놈들처럼 지 몸 속으로 쑥 들어가버린단 말이지. (손에 든 쪽지, 그리고 지갑을 슬쩍 가져간다. 손도 하나 비워줄 겸.)
(그림과 주소를 번갈아 살펴보고는,) 본인이 작가라면 스케치겠지만.
본인이 아니라면... 이건 의뢰서인가?
아그네스:...괜찮은 추측이로군. (놀랐다는 듯이 이졸데를 바라본다.)
자네의 직관은 때때로 RCM 형사를 능가한단 말이지. 물론 자네도 형사지만. (한 손이 자유로워진 김에 졸데를 복복...하려다가)
(이졸데와 공기 사이의 창백을 복복 한다)
결과적으로, 허공을 손으로 휙휙 휘젓는 모양새가 되었습니다.
내면의 목소리:이 끔찍한 자켓의 끔찍한 냄새를 허공에 퍼트리고 있어요.
좋은 봉지같은 것 없나. 이걸 좀 넣어두고 싶은데.
(자켓 주머니에 적당한 비닐이 있을 리 없지만, 마치 있을 거라는 것처럼 뒤지기 시작한다.)
이졸데:내가 어디 출신인지를 잊어버린 것 같은데... (깡패식 협박을 하려다 말고... 빈손으로 코를 틀어쥔다.) 젠장, 썩은 바나나란 게 원래 이런가?
'헨리'의 말에 따르면, 칼이 들어있을 가능성은 낮겠지만요.
별달리 든 것은 없습니다. 작은 볼펜, 피를 닦으려 시도했던 듯한 손수건, 사탕 껍질.
자켓이 딱 싸구려 청포도사탕 크기였다면 여기 쌀 수 있었을텐데요!
아그네스:이 자켓이 하나의 봉지인 셈이군. 증거가 넘쳐.
이졸데:됐다, 딱 서 있어. 증거물 회수용 봉투 있으니까. 그 빌어먹을 재킷 흔들지 말고...
또다른 목소리:후각 폭격이 경위가 2년간 쌓아온 바른 언어생활을 무너뜨리고 있어요.
이졸데:(동력마차 조수석에서 투명한 비닐봉투를 꺼내온다. 제일 큼직한 사이즈... )
제기랄, 이 XX만한 데에 뭘넣으라는거야...
(뒷좌석에 처박아둔 20L 쓰레기 봉투를 꺼내온다. 봉투 입구를 벌린다.) 자, 여기.
아그네스:(쓰레기봉투를 잠시 본다. 아, 버리려고 가져온 건 아니겠군.)
실수로 처분하지 않게 잘 포장해주게. (쏙, 재킷을 쓰레기봉투에 집어넣는다.)
이졸데:(즉시 봉투 입구를
꽉 조여맨다. 냄새를 향한 불관용 정책, 소멸시효 없음.)
그 그림은... 일단 갖고 있는 게 낫겠지. 여기저기 보여주면서 떠볼 수도 있고.
이건 얼른 서에다 떠넘기고. (쓰레기봉투를 흔든다.)
아그네스:비슷한 화풍을 가진 사람을 찾거나, 스케치한 도구를 찾거나...그럼 어쩔 수 없이 이 지갑 채로 들고다니지.
(스케치한 쪽지와, 지갑, 그리고 아주 사소한 70레알을 챙겨둔다.)
이졸데:(탐문을 주도하는 건 아그네스의 역할이니 지갑, 70레알, 그림을 선선히 넘겨준다.
남용할 때는 어떨지 모르겠으나...)
다 봤으면 시체는 안치소로 보내자고, 슬슬 해뜰 때 됐다.
아그네스:시체보다는 시체의 흔적을 보고 수군거리는 것이 낫지. 그-... (이름이 뭐더라? 하듯이 한 쪽에 등을 돌리고 피해있는 형사를 가리킨다.)
이졸데:음? (속을 개운하게 비우고 돌아온 형사를 곁눈질한다.)
이름이...
지능
기준치: |
50/25/10 |
굴림: |
13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데릭. 왜?
아그네스:아, 그래. 자네 이름 기억 잘하는군.
데릭. 이제 헨리랑 같이 복귀하게!
이졸데:저 놈이 헨리니까 참고해. (시신을 대충 삿대질한다.)
내면의 목소리:오, 이럴 순 없어. 차라리 바디백에 들어가는 게 낫지.
신참 형사의 눈이 흔들리고 있어요. 오늘은 나쁜 꿈을 꾸게 되겠군요...
또다른 목소리:네가 상사라는 걸 일깨워줘. 한 마디면 충분해.
아그네스:(데릭을 향해 씩 웃어보인다.) 아니면 자네가 대신 수사할텐가?
이졸데:(시계만 한 번 더 들여다보고는) 안 가나?
내면의 목소리:간결함에서는 경위도 나쁘지 않았어요.
신참 형사는 비틀비틀 걸어가 시신을 바디백에 담습니다.
그의 위액이 역류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지만... 모른 척 해주자고요, 선배 앞에서 얼마나 망신입니까.
이졸데:(핏자국은 비가 올 때까진 남아있겠지. 작성한 검시 조서를 넘겨보다가, 확인차 묻는다.) 야, 사건 파일.
이걸 벽화 건이랑 같은 사건으로 볼지, 다른 문제로 볼지 정해야돼. 후자면 사건 번호가 달라지니까.
어쩔래?
아그네스:(한 손에 든 사건 파일을 내려다본다. 아직 이름도 안 붙였으니까...)
같은 것으로 하지.
작품에는 해결이 없으니까.
하지만 사상에는 해결은 없어도 끝이 있고, 살인에는 끝이 없어도 해결은 있는 법이거든.
(끼워둬, 하듯이 사건파일을 벌려준다.)
이졸데:그럼 네 슈퍼스타짓은
작품이겠군, 끝도 답도 없으니까. (검시 조서를 사건파일에 끼워넣는다. 벽화와 살인이 종이의 양면처럼 단란하게 붙는다.)
사건 이름은, 뭐 떠오른 거 있고?
듣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 (사건 파일 위쪽에 제목을 쓴다.)
내세의 벽화.
으음.
내세의 벽화.
이쪽이 좀 더 굵은 게 중요해.
내면의 목소리:하지만, 경위도 이런 명명식을
조금쯤은 좋아하는 것 같아요.
또다른 목소리:하지만, 이런 제목의 추리소설을 넘겨보려는 인물은 아마 단 한 명도 없을 것입니다...
자고로 사건 파일이란 누군가가 들춰보았을 때 업무태만을 각오하고서라도 읽을 정도의 흥미를 불러일으켜야 한다네.
이졸데:어쩌냐, 난 업무태만을 조장할 생각도, 실천할 생각도 없거든. 깡패 경찰이란 게 참 까딱하면 만만해져서 말이지.
내면의 목소리:면을 세우는 데에 가장 좋은 방법은- 그냥 유능하면 됩니다.
큰 목소리나 무력은 차선책이지요.
아그네스:자넬 만만하게 볼 사람은 아무도 없을걸세. 자네 손이 멀쩡하게 달려있는 이상은.
그리고 설령 손이 떨어져도 내가 존재하는 이상은. (마침내 데릭이 힘겹게 동력마차에 바디백을 싣자, 수고하라는 듯 한 손을 가볍게 들어보이고 뒤를 돌아 동력마차로 향한다.)
근처에 전화를 좀 쓸 곳이 있을까?
이졸데:(모호한 표정으로 쳐다보다가 동력마차로 이동한다. 이거...
내가 니 면 세워주고 있으니까 잘하라는 소린가?)
(지금 화냈어야되나? 예술파 미친놈 화법은 어렵단 말이지...)
그러나 고민과 별개로, 한 블럭 떨어져있는 공중전화 앞에 동력마차를 세웁니다.
아그네스:죽은 사람이 전화를 받을 지 궁금하군. (이졸데가 자신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였을지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곧장 공중전화로 향한다.)
지옥으로 연락해보자고. (형사 수첩을 열어 헨리 깁슨의 연락처를 입력한다.)
지옥에서는 누가 전화를 받을까요, 락과 디스코의 악마가?
번호를 입력하면, 익숙한 발신음이 세 차례 가량 울립니다.
???:네, 코모도 블루입니다. 예약 문의인가요?
(눈썹을 비튼다. 내가 아는 상호명인가?)
Q. 아그네스는 인근의 저렴한 숙박업소를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행운 판정, 많이 돌아다녀봤다면 보너스 다이스 붙습니다.
아그네스:
운
기준치: |
50/25/10 |
굴림: |
89 |
판정결과: |
실패 |
(난 주로 남이 집에 묵어서...)
(남의..)
(그러나 추측성 질문을 던지기에는 충분한 지성을 갖추었다.)
혹시 식당 영업도 합니까?
???:네, 1층은 식당, 2층에서는 숙박 영업하고 있습니다. 저는 카운터 담당 알마예요.
아그네스:(숙박, 숙박업소로군.) 예약을 연장하려 합니다.
헨리 깁슨 이름으로 빌린 방이 있을텐데요.
내면의 목소리:깁슨 씨가 아니옵니다, 전하. 이 점에 주목하소서.
알마:아... 혹시 지인이신가요? 205호실은 이달 말 분까지 선금을 치렀는데요.
혹시 다음달로 연장하시려면...
또다른 목소리:이런, 목소리에 의심이 묻어있어요.
내면의 목소리:어려울 건 없어. 넌
형사니까. 말 좀 바꾼다고 아무도 뭐라하지 않는단 말이지.
아그네스:(친구인가? 연인? 최소한 서로 말을 튼 친한 지인 정도는 되겠군.)
(유쾌한 목소리를 낸다. 형사를 무서워 할 수는 있겠지. 그러나 목소리만 들은 형사에게 친절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저런, 헨리가 자기 강의를 듣고 싶으면 숙박비라도 내라기에 허덕이는 줄 알았더니...
날 보기 좋게 속였군요.\
(매혹으로 알마의 환심을 사겠다)
아그네스:
매혹
기준치: |
65/32/13 |
굴림: |
55, 65, 5 |
+2: |
극단적 성공 |
+1: |
보통 성공 |
0: |
보통 성공 |
-1: |
보통 성공 |
-2: |
보통 성공 |
내면의 목소리:정확해요, 헨리가 상당히
개성있는 성품이었죠.
또다른 목소리:그는 열정적인 사상가였으니, 친밀한 지인은 어느 정도 그에게 경도되어 있을 것입니다.
또한, 그가 새 동지를 끌어모으는 모습도 종종 보았을 것입니다.
알마:...오, 이런. (작게 한숨을 쉰다.)
내면의 목소리:저 한숨은 이런 뜻이에요.
이런, 헨리가 또.
알마:네, 대화를 위해 방세를 치러주실 필요는 없어요. 헨리가 이 쪽 전화번호를 드리던가요? 더 얘기하고 싶으면 저녁을 사라고 했다거나.
아그네스:아무래도 제가 첫 번째 피해자가 아닌 모양이군요.
(헨리의 강의를 되짚어본다.) 나와 내가, 나아가 모두가 상대와 다르지 않으니 내가 된 것처럼 기다려. 라던데.
우선 그쪽으로 방문해도 괜찮겠습니까? 저는 잠시 이곳에 들른 거라 머물 곳을 잡지 않았습니다.
알마:헨리는 늘 친구를 구하죠. 하지만
정말로 방세를 내주려고 하신 분은 처음이네요. (또다시 한숨.) 그럼요.
숙소에 매일 있는 건 아니라서... 좀 기다리셔야할 것 같지만, 일단 주소를 불러드릴게요.
카운터 직원은 코모도 블루의 주소를 찬찬히 불러줍니다.
잼록 시내에서는 조금 떨어진, 공업 지대에 가까운 위치네요.
아그네스:(숙소가 없다는 말은 거짓이 아니게 됐군. 정말로 이쪽에는 잘 곳이 없으니.)
고맙습니다. 곧 방문하죠.
아그네스:(전화를 끊고, 이졸데를 향해 돈다.) 헨리가 머물던 곳을 알아냈다네. 공업 지대 인근인 것 같은데,
그 친구들이 페인트를 쉽게 구한 이유를 알겠군.
그리고 나는 지금부터 헨리의 강의에 감명받은 떠돌이. 자네는 그런 나의 설득으로 헨리의 강의를 들으러 온 사람일세.
이졸데:(전화를 받는 동안 귀를 바짝 세운 덕에, 무슨 대화가 오갔는지는 대충 파악하고 있다.)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는 이 표정이 내용을 못 들어서는 아니란 말씀...)
우린 형사고 헨리는 죽었으니 수사에 협조하라... 고 하면 안 되는 이유는?
겁먹은 사람은 순순히 대답하지만 절반까지만 말하거든.
자네도 제법 겪었을텐데... (하고 이졸데를 바라보다가,) 으음. 진실의 깊이는 자네에게 중요하지 않았겠군.
이졸데:깊이보다
속도가 중요한 직종이라. (어깨를 으쓱합니다.)
내면의 목소리:그러고보니, 경위가 깡패가 되기
전에 무슨 일을 했는지는 들은 적이 없어요.
이졸데:좋아, 뭐, 말리진 않겠는데.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는다.)
아그네스:(전혀, 남의 뒤를 몰래 캐는 쪽의 형사도 아닌지라...물끄러미 이졸데를 바라본다. 어떤 모습도 쉽게 상상되지는 않지만...)
이졸데:사실 헨리는 죽었고 이건 잠입수사였습니다, 전 개자식이고요. 이런 소리해야될 때 떠넘기지나 마.
아그네스:물론. 아가씨들에게 미움받는 건 익숙하지.
(이졸데에게 주소가 적힌 쪽지를 내민다.) 자넨 험한 일을 했던 것 치고 형사의 도리를 잘 알아.
어릴 적에 학교라도 다녔나?
이졸데:늘 하던대로 해보시든지. 살인범보단 내가 이입하기 쉽지 않나? (나는 이졸데다, 제길, 다 쥐어패고 싶어, 같은 소리를 중얼거리는 아그네스를 상상해본다.)
(...)
이졸데:(이거 열받네... 이 자식이 나한테 이입해서 수사하면 가만두지 말아야지.)
(쪽지를 받아들고 동력마차의 문을 연다. -RCM 소속을 나타내는- 흰색 플라스틱이 붙은 자켓을 벗어 뒷좌석에 던져둔다.)
좀 멀찍이 세우고 걸어가야겠네. 동력마차 타고 다니는 떠돌이가 어딨냐.
아그네스:아아, 과연. (이쪽도 반코트를 벗어 뒷좌석에 놓는다. 이러니까 행색이 정말 떠돌이 샌님이다.)
용병, 아니면 스파이도 잘 어울리는군.
(아직도 그 생각 중)
이졸데:더 해봐라, 그래. (한 손으로 귀를 후비며 동력마차를 몬다.)
지 팔자는 하나도 모른단 놈한테 뭐 좋다고 나불대겠어.
아그네스:난 정말 모르는거고, 자네는 알지만 숨기는 거 아닌가.
사정이 다르지.
이졸데:값은 같지. 넌 몰라서 낼 게 없으니, 0.00레알.
아그네스:자네 얘길 듣기 위해서라도 내 과거를 벌어와야겠군.
하지만 사실인지는 장담할 수 없다네. 그래도 괜찮지?
이졸데:(아그네스의 머리께에서 주먹을 쥐었다가 편다. 0.00레알 지불되었습니다. 0.00레알 받아가세요.)
말 안했나? 내가 제일 싫어하는 장르가 소설이라고.
실없는 소리를 하는 새에, 동력마차는 주소로부터 두 블록 떨어진 곳에 멈춰섭니다.
문을 잘 잠그는 게 좋을 거예요. 지금 뒷좌석에는 쓰레기봉투에 든 증거품이 있으니까요...
아그네스:(하지만 내가 무엇을 떠올리거나 찾는다고 한들 사실관계는 누가 파악해 줄 것인가? 나랑 함께 있었던 사람들은 모두 이솔라 사이에서 영원히 잠들었을텐데.)
(동력마차에서 내려 창 안을 한 번 들여다보고, 차 문이 잠겼는지도 확인한다.)
바나나 쓰레기 재킷 군. 잠시 결별일세.
끔찍한 자켓:잠시 이별이야, 코모도어 레드로 머리를 감은 형씨.
이졸데:이런 떠돌이한테 혹해서 강의 들으러 온 인간이면...
습...
내면의 목소리:경위는 생각합니다. '대체 얼마나 바보같은 표정을 짓고 있어야하지?'
내가 끌고 온 거니까, 모든 사상에 상당한 불만을 가진 아나키스트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겠군.
(어쩌면 그게 이졸데에게 가장 가까운 명명 일지도.)
이졸데:아, 그런 부류. (
아나키스트조차 아주 마음에 드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쉽게 혹하는 팔랑귀보다는 연기하기 쉬운 배역이다. 끄덕임.)
아그네스:하지만 자넨 누가
아나키스트로군. 이라고 하는 것도 싫어해.
그런 설정일세.
이졸데:그냥 평소에 날 그런 놈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건 아니고?
아그네스:너희들의 그런 웃기지도 않는 사상 책상 놀음에 날 끼워넣지 마라, 이 빌어먹을 자식들아. 어디 내세가 가까운지 내 주먹이 가까운지 확인해보는 건 어떠냐?
라는 대사를 던져도 괜찮아.
이졸데:
꿀밤 참기 Roll
기준치: |
50/25/10 |
굴림: |
3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이졸데:너도 어디 수사가 가까운지 내 주먹이 가까운지 확인해보든가. (하지만 쓸만하겠다는 생각을 한다. 조금 다른 지점에서...)
그런 설정이면... 대화하다 꼬리잡힐 것 같을 때 써먹을 수 있겠어.
말하다 정체 털릴 것 같다거나, 뭐 그런 때, 내가 일종의 긴급탈출버튼이 되는 거지.
아그네스:그래, 혹여 자네가 의심을 받으면...
이전 직장을 팔아먹지. (스트릿을 말하는 것이다.)
이졸데:
꿀밤 참기 Roll
기준치: |
50/25/10 |
굴림: |
4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이졸데:난 알아서 할 거고. (중간에 벌떡 일어나서 나가도 이상하지 않은 캐릭터성.) 너도 입 털다 X됐다 싶을 때는...
이렇게 해. (오른주먹을 쥐어서 무엇에 경도된 사람처럼 쭉 뻗는다.)
대충 비상탈출 상황인 걸로 이해하고 엎을테니까.
내면의 목소리:이제보니, 경위는
그냥 무언가를 엎고 싶은 것 같기도 해요...
내가 아무래도 자네에게 최적의 무대를 찾아준 것 같기도 해.
(이졸데와 함께 코모도 블루로 향한다.)
이졸데:살면서 니가 짠 판을 한 번쯤은
꼭 엎어보고 싶었거든...
이런 대화도 참, 형사들에게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이라...
코모도 블루에 입장할 즈음이면, 두 사람이 풍기는 분위기는 완전히 '날건달'과 '양아치'입니다.
처음 와보는 곳이지만, 내부는 썩 낯설지 않습니다.
숙소를 겸하는 건물이라 내부는 꽤 널찍합니다. 바닥에는 빨갛고 하얀 타일이 깔려있고, 테이블도 여섯개쯤 놓여있어요.
구석에 위치한 카운터에서 젊은 여성이 그릇을 닦고 있습니다.
등 뒤에는 벽에 거는 형식의 전화기가 눈에 띕니다. 아까는 저것으로 연락을 받았겠지요.
카운터 맞은편에는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습니다.
전화로 들었던 것처럼 1층은 식당, 2층은 숙소로 쓰는가봐요.
이제 아침 일곱시 남짓이라 그런지 1층은 무척 한적합니다.
아그네스:(주변을 둘러보다가, 카운터로 향한다. 알마의 주의를 돌리려는듯 카운터를 중지 끝으로 똑똑, 두드리곤) 좋은 아침입니다, 알마.
내면의 목소리:손님이 없으니, 여차할 때 두 사람을
알아볼 위험도 적어지겠어요.
또다른 목소리:41번서 줄리안은 특수폭행 사건을 마무리 지으며 담배를 피우고 있습니다. "그 둘은 어디갔어? 왜 그-
반반머리랑 반반입."
내면의 목소리:기억할만한 특징, 그건 곧 슈퍼스타의 필수품입니다. 형사의 준비물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졸데:(등 뒤에서
적당히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나 까딱인다. 오늘의 배역 이해 완료.)
알마:(깨끗한 접시를 내려놓고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아까 전화주셨던 분 맞으신가요?
내면의 목소리:서글서글한 인상의 단발머리로, 20대 후반가량입니다. 억양으로 볼 때 레바숄 토박이입니다.
아그네스:맞습니다. 괜한 전화로 아침부터 바쁘게 한 것 아닌가 모르겠군요.
아무래도 헨리는 아침 일찍 움직이는 편은 아닌 모양인데...우선 식사부터 좀 할 수 있겠습니까?
이 친구 것도 포함해서, 2인분으로.
이졸데:(고개만 까딱인다. 그것이 나의 배역.)
(이거 편하긴 진짜 편하네...)
알마:하하, 네... 관심있는 일에만 열심이니까요. (난처한 듯이 웃으며 메뉴판을 보여준다.) 보르시 수프, 생선구이, 아니면 빵이나 구운 감자도 있고요...
이졸데:(
과거의 업무도 대충 이런 느낌이었기에...)
아그네스:전 빵 반쪽에 보르시 수프면 충분합니다. 자네는?
이졸데:감자, 설탕 쳐서. (혼자 팔짱을 끼고 서있다.) 그리고 보르시 수프.
알마:네, 수프 두 그릇, 구운 감자랑 빵이요, 금방 내드릴게요.
알마는 주방에 주문 내역을 전달하고, 두 사람의 앞에 물컵을 놓습니다.
출근한지 얼마되지 않은 듯 카운터 위에 몇 가지 개인 소지품이 놓여있습니다...
내면의 목소리:오, 꽤
센티멘탈해질만한 정보가 있어요.
아그네스:(알마가 뒤를 돌자, 카운터 위에 놓인 소지품 쪽으로 곧장 시선이 향한다.)
(개중 나의 시선을 가장 잡아끈 것은?)
또다른 목소리:이 일은 아주 조심스럽게 진행해야겠어.
아그네스의 품에 들어있는, 헨리의 지갑과 똑같은 디자인입니다.
---------------------------------------------------
람람 (GM):그러면~~~ 지난 시간에 있었던 일을 자유롭게 요약해주십시오 ^^)9
아그네스:골목길 어귀에 세워져 있는 동력마차. 특별한 개조가 되진 않았으나 보기 드문 오프로드 타이어에서 마차의 행보가 느껴진다.
인적이 드문 아침 거리. 어디선가 희미한 노랫소리가 들려오는데, 골목을 따라 이동해야 한다. 골목 몇 개가 합쳐지는 약간 넓은 도로 옆, 코모도 블루라는 싸구려 네온이 들어간 간판이 드러난다.
이른 아침부터 출근한 종업원과 손님으로 보이는 두 사람.
종업원이 약간의 거리를 둔 채 대화하고 있는 것으로 봐서는 친한 사이는 아니다. 한 사람은 의자에 걸터앉아 있고 한 사람은 침묵을 지키며 팔짱을 낀 채 서 있다.
조금 더 상황으로 들어가보면, 한 사람의 시선이 대화 상대를 약간 빗겨나가 있는 모습.
카운터 위에 몇몇 소지품과 함께 가죽지갑이 놓여있다.
아그네스:훔치려는 것은 아니다. 이미 그도 같은 것을 가지고 있으므로.
------------------------------------------------------
알마는 수프가 든 냄비를 젓고, 오븐에 식은 빵과 감자를 데웁니다.
이런 저렴한 식당에서 '갓 구운' 빵을 주진 않겠죠, 그럼요...
아그네스:(아무렴, 하지만 나는 웬만한 것은 다 잘 먹는다.)
아그네스:(같이 산 건가? 아니면 서로 선물을 했을지도. 아니면 어딘가의 단체...단체 지갑이라니.)
이곳은 치안이 좋은가 봅니다.
알마:어머, 그렇진 않죠. (수프를 뜨다 말고 의아하다는 듯이)
가끔은 손님들끼리 싸우기도 하는걸요, 저게 내 술을 뺏어마셨다느니, 내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느니...
내면의 목소리:하지만, 목소리에
진짜 고통이 묻어있지는 않아요...
아그네스:(이곳이 마음에 든다는 거겠지.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시간부터 낡은 숙소의 카운터를 지키고 있을 리는 없다.)
(알마가 대답하는 틈을 타서...지갑을 약간 열어볼 수 있을까?)
또다른 목소리:약간?
슬쩍하는 게 빠를 겁니다.
그렇다면... 손놀림, 또는 민첩 판정해주세요!
아그네스:
손놀림
기준치: |
60/30/12 |
굴림: |
95 |
판정결과: |
실패 |
(이럴수가!)
(이졸데를 툭 두드린다. 시선을 끌어보라는 듯이...)
(자네 할 수 있지?)
(쟤들이 나보고 짭새놈이래... 해결해주라... 할 때 많이 본 듯)
이졸데:(손바닥으로 바 테이블을
탕소리나게 치면서) 이봐, 부른 놈이 없으면 음식이라도 빨리 나와야할 거 아냐.
감자를 키워서 가져오나? (이것은 권위... 이른바 협박?)
이졸데:
위협
기준치: |
60/30/12 |
굴림: |
95, 90, 95 |
+2: |
실패 |
+1: |
실패 |
0: |
실패 |
-1: |
실패 |
-2: |
실패 |
(자네 여자라고 봐주는건가?)
알마:네, 오늘따라 싹이 좀 안 트네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내면의 목소리:즐거워보여요, 조금
향수에 젖은 표정입니다.
아그네스:미안합니다, 이 친구가 좀... (그러다 알마의 반응에 살짝 눈썹을 뒤튼다.)
또다른 목소리:공업지대 인근의 숙소라면, 분명 주요 고객은
상냥한 유형이 아닐 것입니다...
내면의 목소리:술, 담배, 고함, 드잡이. 이 여자는 그런 풍경에 익숙해요.
아그네스:아무래도 익숙해 보이시는군요. 보통은 겁을 먹는데...
알마:오, 그야
보통은 카운터까지 넘어오시진 않으니까요. 제가 없으면 누가 이 시간부터 보르시를 끓이고 흘린 술을 치우겠어요?
-그것도 있고, 코모도 블루는 저희 아버지가 하시는 가게거든요.
내면의 목소리:숙박료 인상, 내쫓기기, 어쩌면 영구 출입 금지...
어쩐지. 이 시간부터 일을 하다니 보통 애정으로는 힘들 거라곤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갑은 잘 챙겨두셔야겠어요. 카운터는 넘어가기 힘들어도 위에 있는 건 얼마든지 사라질 수 있으니까. (씩 입꼬리를 올리며 카운터를 손가락으로 툭툭 두드린다.)
알마:그래서 치안 얘기를 하신 거네요? (조금 웃는다.)
내면의 목소리:저 얼굴에 드러난 것은
과시의 기쁨이옵니다.
또다른 목소리:자신이 향유하고 있는 안전, 가게에 대한 애정, 똑같은 지갑을 사용하는 상대.
자랑스러울만 해요, 잼록에서는 드물게 가진 것이 많은 사람입니다.
알마:자, 보르시 수프 두 그릇, 빵과 감자... 설탕 쳐달라고 하셨죠? (바 테이블에 김이 올라오는 그릇을 턱턱 올려둔다.)
아그네스:(틀림없이 보통 사이는 아니겠지. 그럼 숙박비가 미리 지불됐다고 한 것도...) 예, 고맙습니다. 자네도 그만 앉아서 들게나. 그렇게 경계하지 말고.
(마치 고양이 다루듯)
이졸데:(이 자식 취조 중일 때는 유독
기어오른단 말이지...)
(자리에 앉아서 감자를 우걱우걱 씹는다.)
아그네스:헨리가 한 달치 숙박비를 전부 지불할 정도로 부유해 보이진 않았는데, 그것도 연기일까요? 아니면 장난의 연장선상인지.
(깨작깨작)
이졸데:(뭔가... 한심해하는 눈빛을 잠시 던진다)
내면의 목소리:경위는 생각한다.
이 자식 메뉴 한 번 더럽게 가리네...
아그네스:(
먹는 꼬라지 봐라...하는 표정을 익숙하게 받아낸다.)
(고급 스테이크도 깨작이며 먹는 경찰. 언젠간 거기서 한 소리를 들어야지.)
알마:음, 헨리가 보여주는 모습에 거짓은 없어요. 차림새로
주의주장을 할 뿐이죠.... 나는 노동하는 이들의 편이라는.
이런 이야기는 본인한테 듣는 게 맞을텐데, 어딜 갔는지. 혹시 약속시간이 언제였나요?
아그네스:그게, 시간을 미처 안 정했습니다. 이미 생강 맥주를 몇 잔 마신 뒤였던지라. (머쓱한 미소를 지어보인다.) 하지만 덕분에 헨리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알았군요.
항만 노동자 비슷한 차림으로 고학력자 같은 말을 해서, 그 점에 끌렸었죠.
하루이틀 숙박비 정도라면 내 줘야겠다, 싶을 정도로. (뻔뻔하게.)
알마:이런, 뜯어먹힐 뻔했다고 미워하진 마세요. (조금 웃는다.) 평소에는 자기가 저녁을 사주는 쪽이거든요.
여기 1층으로 데려오는 사람들한테는 늘 그랬고, 아마 다른 술집에서도 마찬가지였을 거예요. 몰려다니는 애들 사이에선 물주라고 불렸죠.
내면의 목소리:생략된 뒷말은 이렇습니다. : 그게 늘 칭찬은 아니었겠지만.
아그네스:(그래, 나도 70레알을 받았?고.)
아그네스:우리가 처음은 아니었군요. 지금까지 온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었습니까?
이졸데:(입 다물고 밥만 먹으면 되는 배역이라니, 얼마나 편한가.)
아그네스:(우리같은? 하듯이 자신과 이졸데를 둘러 가리킨다)
이졸데:(얘같은. 하듯이 아그네스를 가리킨 후 그 손으로 자연스럽게 빵을 뺏어간다.)
알마:공업지대로 출퇴근 하는 사람, 트럭 운전수들, 한 번은 요트를 모는 사람도 있었고...
알마:떠돌이 행상이나 그냥 술이 마시고픈 알코올 중독자도 잔뜩이죠.
가장 자주 어울린 건 본인처럼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었어요, 말썽쟁이 예술가들같으니.
아, 그래요. 그림. 그래서 소매에 물감이... ...
이졸데:(빵 뜯어먹으며 모른 척 한다. 뭔가 알고 있는 낌새를 안 내는 게 좋겠지.)
경위는 이제 완전히 밥밖에 모르는 바보처럼 보입니다...
아그네스:(잘 하고 있어, 이졸데. 빵을 하나 더 준다. 이미 슬슬 그만 먹으려던 참이었다.) 그럼 실제로 예술활동을 하는 겁니까? 최근에도 굉장한 걸작을 발견했다고 열변을 토했는데.
그건 발견이라기보단 대놓고 존재하고 있었지만.
이졸데:(어차피 뺏어먹을 생각이었으므로 자연스럽게 집어먹는다...)
알마:아, 그 벽화 말이죠. 손님들한테 들었어요.
내면의 목소리:손님. 그렇다면 헨리의 죽음을 알릴 손님은 언제 도착할까요?
또다른 목소리:상연시간이 넉넉치 않습니다, 전하. 주의하시옵소서.
아그네스:(
언제라도. 곧 죽음의 나팔이 울린다.)
예, 그 벽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미학 강의로 빠져서...
한참 그러다 자긴 일이 있으니 오늘 여기서 보자고 했는데, 아무래도 약속이 길어지나보군요.
내면의 목소리:저건
물어보고 싶은 표정이에요.
아까 말한 예술가들을 만나러 갔을까요. 하긴, 제가 예술에는 문외한이라 심도 깊은 토론을 나눌 상대는 아니긴 합니다만...
알마:아마 그럴 거예요,
새로운 손님이 없을 때는 늘 그 무리랑 어울려다니거든요.
저기, 혹시...
그 그림에 대해 헨리가 뭐라고 말하던가요?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대답한다. 오직 들은 얘기만. 이건 사실이다.)
작가가 예술가이자 운동가일 가능성도 있다고 했었고,
그 이후에 한 이야기는...
종말주의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만 전근대 예술의 요소를 사용해 미래 의지를 선포하는 초현실 아방가르드 예술이라는 열변이었습니다.
아무래도 그 벽화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나 보지요.
그럼 그렇지. (어깨를 으쓱한다.)
알마:벽화를 누가 그렸는지 알만하다는 이야기예요.
아그네스:그렇습니까? 그 작품의 작가를 궁금해하고 있었는데... ...헨리가 거기까지는 말해주지 않았거든요. (눈을 동그랗게 뜬다. 마치 예술과, 그 사상에 지대한 관심이 있는 사람처럼.)
내면의 목소리:뜻은 다음과 같습니다:
골칫거리, 내 자랑스러운 난봉꾼 같으니.
알마:짐작이 가지 않으세요? 헨리와 친구들이겠죠.
그러지 않아도... (뭔가 말하려다 말고 입을 살짝 가린다.) 이러다 고자질쟁이라고 한소리 듣겠네요, 내 정신 좀 봐.
아그네스:이 이후는 직접 들으라는 것처럼 들리는군요. (웃는다. 그럴 수 없겠지만.)
처음에는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자기 작품을 걸작이라고 부르기는 쉽지 않은 일이지 않습니까.
그렇게 말한 걸 보면 꽤 오래 벼르던 작품활동이었겠군요.
알마:뭐, 헨리는 지난 한 달 내내 코모도어 레드를 궤짝으로 비웠다거나, 그저께 밤에 드디어 가엾은 머리털은 그만 뽑고 신나서 뛰쳐나가더란 말을 해주지는 않겠죠.
꼭 얼굴에서 빛이 나는 것 같지 않았어요? 손님들이 벽화 얘기로 떠드는 걸 보더니, 신이 나서 도로 뛰쳐나가더라니까요. (으쓱한다.)
새 친구와의 약속을 까먹은 것도 아마 그것때문이겠죠, 네...
아그네스:(나와 별반 다르지 않은 생활을 했군.)
아직 작품의 여운을 즐기고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혼자서는 완성하기 힘들 정도의 크기였으니, 아마 그 친구들도 함께.
(그럼 널 죽인 것도 친구들 중 하나인가? 아니면 그들 모두인가? 머리라도 옆에 앉혀두고 싶군.)
알마:네, 하나같이 어마어마한 술꾼이라... 축포 대신 머리가 터질 것처럼 아파서 못 오는 걸지도 몰라요.
내면의 목소리:이 정도의 묘사라면, 알마는 그 친구들의
면면까지 기억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다른 목소리:자연스럽게 해, 캐내는 느낌만 주지 않으면 된다고.
아그네스:(알마는
일부는 아니지만, 가장 지척에 있는
조각 정도는 되겠어.)
그 중에서 헨리가 가장 그림을 잘 그립니까? 합작을 하려면 기둥이 필요할텐데.
알마:글쎄요, 제가 조예가 있는 분야는 보르시 수프라.
하지만... (제 입가를 톡톡 친다.) 헨리는 재능 있는 예술가는 아니에요, 사실 평론가가 더 어울릴 거라고 생각해요.
생각하는 걸 손으로 옮기는 일에 약하죠, 하하. 그런만큼 남한테 감탄하기는 좋아하지만요.
아그네스:헨리는 한 마디로
머리와
해설 담당이군요.
여기까지 오니 손도 궁금한데, 그는 이곳에 머물지는 않습니까? 조용하군요.
알마:네 명 중 여기 묵는 건 헨리 뿐이에요.
내면의 목소리:그 원인은... 눈 앞에 있습니다.
알마:손이라고 할만한 애는... 제이크? 실비? 실력은 그 둘이 비슷할 거고...
남은 하나도 필수적인 역할을 맡고 있죠, 불평하기.
아그네스:(그래, 이곳이 파랑새의 둥지라는거지.)
불평이라.
(왠지 이졸데를 바라본다.)
이졸데:(빵은 다 먹고 다시 팔짱 끼고 있음)
뭐.
아그네스:저도 있습니다. 두 사람을 좀 만나게 해보고 싶은데. 그 친구는 이름이 어떻게 됩니까?
(그리고 정수리를 가린다.)
이졸데:난 미술하는 촉새 같은 거 만날 생각 없는데.
알마:하하, 그 쪽은 콜린이에요. 다른 세 명만 졸졸 따라다니니까 금방 볼 수 있을 걸요.
어쩌면 자네만큼 주먹을 잘 쓸지도...
이졸데:미술하는 놈이 주먹을 쓰겠냐, 지 자산인데.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좋아요, 실없는 티키타카만큼 경계를 낮춰주는 요소도 없습니다...
아그네스:(경찰로써 뇌를 막 쓰는 나는 직무 유기에 해당하는가?)
내면의 목소리:오, 절대 아니지. 넌
과로사 위험군에 속하는 최고의 경찰이라고.
자네도 노동자면서 몸을 막 쓰지 않나. 자고로 사용감이 있을 수록 숙련도가 올라가는걸세.
(다시 정수리를 가린다.)
이졸데:
꿀밤 참기 Roll
기준치: |
50/25/10 |
굴림: |
69 |
판정결과: |
실패 |
(나는 민첩했는가?)
아그네스:
민첩
기준치: |
80/40/16 |
굴림: |
5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내면의 목소리:이 사람, 재밌는 일이 생겼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졸데:(주먹을 꽉 쥐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좀 쳐달라매?
아그네스:헨리도 이렇게 박한 취급을 당합니까? 모든
불평 담당이 이러진 않을 것 같은데.
안돼, 지금 자네 주먹은 세 번 정도 참아서 내가 견디기엔 너무 강해졌다네.
이졸데:이 순간에도 계속 참고 있다는 생각은 안 하나보지? (고개를 까딱인다.)
니가 올래, 내가 갈까?
내면의 목소리:세 명이 서면, 이 카운터는 미어 터질 겁니다.
(나팔은 오라고 한 적 없는데.)
... ... ... ...
(오른손은 주먹을 쥐고, 왼손은 하나씩 펴기 시작한다.)
아그네스:(알마의 손을 가볍게 붙잡는다.) 제 이름은 아그네스입니다. 나중에 묘비에 꼭 써 주십시오.
내면의 목소리:네 안의 투쟁-도피 반응이 날뛴다. 아드레날린이 치솟는군.
이졸데:
비무장
기준치: |
80/40/16 |
굴림: |
88 |
판정결과: |
실패 |
피해: |
6 |
(눈 앞에 잠시 점멸함과 동시에 스친 기억과 잔상들은...뭐지?)
(아, 주마등?)
내면의 목소리:네 안의 변연계와 원시 파충류 뇌가 극적인 합의를 이룬다.
본래라면 절대로 만날 수 없을 뇌간과 척수가 납작한 한 몸이 되어...
또다른 목소리:정신을 차려야해요, 수사 중이잖아요.
이졸데:묘는 어디 비 오는 곳에 만들어주십쇼, 확 쓸려가게.
아그네스:... ...지금 요트를 타는 꿈을 꾼 것 같은데. (넘어지기 직전, 카운터를 붙잡고 정신을 차리낟.)
이졸데:이 자식이 이제는 서서 자네. (귀를 후비면서 자리에 앉는다. 옆에 선 아그네스 어깨도 툭툭 눌러서 앉히고.)
알마:(일련의 사태를
전혀 말리지 않은 채 즐겁게 구경하고 있다.)
괜찮으세요? 술 좀 드릴까요?
그 대신 이런 일이 있으면 다음에는 제 머리와 주먹 사이에 도마를 한 번 끼워주십시오.
알마:친구 분을 기물파손으로 잡아넣을 수는 없죠. (=안 말릴래요)
불평이나, 토론이나... 힐난 같은 거면 몰라도, 헨리의 친구들 중엔 이 정도의 활극을 보여주는 사람은 없어요. 그래도 안심 되시죠?
아그네스:그거 다행이군요. 적어도 거기선 제가 주마등을 볼 일은 없을테니.
그 친구들은 보통 어디에 있습니까? 아무래도 그쪽 그룹으로 옮겨가야겠는데요.
알마:평소에는 저 쪽 창가 테이블에 앉아요. 헨리의 방에서 떠들 때도 있고...
아니면 동네 술집을 전전하거나, 자기들 작업실로 가죠. 제대로된 곳은 아니지만요.
아그네스:작업실이라. 어쩐지 사전에서는 그곳을
창고라 부를 것 같군요. (그 중 한 명이 오려나? 자켓을 잃어버린 사람이 온다면 재미있겠는데.)
알마:또다른 정의로는
컨테이너 박스도 있고요. (어깨를 으쓱한다.) 겉에 물감을 잔뜩 칠해둬서 알아보긴 쉬울 거예요.
내면의 목소리:창 밖으로 지나가는 사람이 점점 늘어납니다. 개중에는 코모도 블루 방향으로 걸어오는 인물도 있습니다.
이만 상연을 마치거나,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에 입회하소서.
아그네스:(잠시 이졸데를 바라본다.
오고 있는데.)
이졸데:(손을 한 번 탁탁 턴다.
그래, 이 개자식아.)
계속 이렇게 시간이나 죽이려고? (=어쩔래?)
아그네스:아직 헨리가 오지 않았잖나. 약속은 약속이니... (=봐야지, 그럼.)
아그네스:(나팔소리가 도착하기 전에 떠난 자보다, 나팔의 전령이 되는 게 편하지.)
이졸데:(의자에 앉은 채로 고개나 까딱인다. 난 분명히 안 나서겠다고 했어.)
불온한 공기, 바깥의 찬 기운이 세 사람에게 닿는 것이 더 빠릅니다.
알마:...어머, 오늘은 평소보다 늦으셨네요?
아그네스:(단골이로군. 문간으로 시선을 돌린다.)
코가 붉은 항만노동자:말도 마라, 잼록 중앙부 쪽이 완전 꽉 막혀서...
...아직 못 들었냐?
아그네스:(가만히 항만노동자를 바라본다. 그래, 어떻게 이야기가 퍼졌지?)
알마:에이, 제가 교통체증까지 알 필요는 없죠.
내면의 목소리:모른 척하고 있어요. 본능적으로 두려워하는 거예요.
코가 붉은 항만노동자:알마, 그 벽화 앞에... (낭패 서린 표정으로 입을 뻐끔댄다.)
내면의 목소리:제기랄, 왜 하필 나야? 그런 표정입니다.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코가 붉은 항만노동자:그 벽화 앞에서 살인이 났수. 핏자국이 아직까지 남아있어.
왜, 거, 나랑 작업반 똑같은 노친네가 하나 있는데. 그 양반이 목격자랍시고 RCM까지 갔다가 방금 풀려났거든...
(그러고는 알마를 흘끔 곁눈질한다.)
코가 붉은 항만노동자:그게... 제기랄, 죽은 놈이 금발 화가라더라, 알마.
아그네스:(한 번 알마를, 한 번 항만노동자를 살핀다. 둘 다 직접적 관련은 없다. 하지만...)
(그에게 불길한 일이 닥칠 것을 짐작하기라도 한 것 같군.)
코가 붉은 항만노동자:설명이 딱 깁슨 그 놈이야. 그 양반도 녀석 얼굴 정도는 알잖냐...
내면의 목소리:지갑. 알마는 지갑을 쳐다보고 있어어요.
아그네스:그럼, 지금...헨리가.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발음한다. 알마의 안색을 살피는 것처럼 돌아보고, 시선을 따라간다.)
(그 안에 뭐가 있지?)
*적절한 판정에 성공하면 추가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아그네스:(지갑의 두께, 연식과 손상 정도, 또는 지갑에 어울리지 않는 물건...)
관찰력
기준치: |
60/30/12 |
굴림: |
77 |
판정결과: |
실패 |
내면의 목소리:지갑은 두꺼운 편으로, 길이 들다못해 무척 낡았습니다.
또다른 목소리:일반 노동자가 살 수 있는 지갑은 이 정도로 오래 쓰기 쉽지 않아요. 마감이 꼼꼼하지 않은 물건은 금방 터지니까요.
내면의 목소리:요컨대, 가격대가 있는 물건입니다. 알마는 헨리의
배경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있을 것입니다.
아그네스:(화려하진 않아도 좋은 물건. 아마 본인이 산 것은 아닐 것이다. 씀씀이를 나타내기 위해서라면 저 지경이 되기 전까지 하나 더 장만했겠지.)
(아마도 남이 준 것. 또는 함께 산 것. 아마도 헨리 깁슨. 그렇다면 두 사람의 관계도 이 지갑만큼이나 오래 된 것이 틀림없다.)
시체는요?
코가 붉은 항만노동자:모른다, 뜯어보고 태우든가 하겠지. (당황한 나머지 어조가 짜증스러워진다.)
알마:(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갑자기 우악스러운 손짓으로 주방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수프가 든 냄비를 통채로 싱크대에 던져넣고, 국자는 바닥을 굴러다니게 두고, 지갑.)
(지갑을 집어든다.) 경찰, 경찰이 가져갔을 거야...
아그네스:잠깐...어디 가는 겁니까? (그렇게 멀리 갈 필요도 없는데.)
설마 RCM에 가려고요? 당신도 조사받을 게 틀림없는데...
알마:(기둥이 말을 걸기라도 한 것처럼 망연한 표정이다. 아, 여기 사람이 있었지.) 오늘, 오늘 영업은 끝이에요. 아무것도 안 팔아요.
가서 그 빌어먹을 시체가 누군지 봐야겠어요. 지금 당장!
정보를 얻을 방법이 이 종업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번에 보내고 나면, 41번서로 복귀할 때까지는 알마와 대화할 수 없습니다.
아그네스:하지만, (틀림없이 헨리일텐데, 그런 의미를 내포한 것처럼 말을 끊는다.) 아직 RCM에선 범인이 누군지도 모를 겁니다.
알마:(눈이 크게 벌어진다.
분노.) 그럼 내가
알게 만들 거예요. 그 애 주변을 제일 잘 아는 건 아니까!
아그네스:(딸깍, 열쇠가 상자를 열었다. 나그네의 옷은 태양만이 벗길 수 있으리니.)
(알마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잠시 기다리다가, 알마가 코모도 블루를 빠져나가자마자 그 뒤를 따라간다. 이졸데에게도 손짓을 하며.)
알마!
이졸데:이건 사기로 안 빠지고 경찰을 해서 다행인지... 경찰을 시키면 안 되는 인물이었던 건지...
(다 들리게 중얼대면서 따라간다.)
알마:(정처없이 잼록 중앙가 쪽으로 걷다가,) ...미학이니 뭐니 하는 얘긴 더 못 들어줘요!
아그네스:시신보다 이걸 보는 게 빠를텐데. (안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높이 들어보인다. 챙겨두길 잘 했군.)
알마:(뺨을 매섭게 올려붙인다. 피하지 않았다면.)
내면의 목소리:뺨이 저릿저릿합니다. 부엌일 하는 사람은 손바닥이 두껍습니다.
아그네스:(하지만 역시 지갑을 주는 건 이졸데에게 시킬 걸 그랬나..)
이졸데:(팔짱 풀고 미적미적 앞으로 걸어나온다. 한 대쯤은 같이 맞을 의향이 있는 듯.)
아그네스:미학 얘길 피한 것 치곤 철학적인 질문이군.
RCM소속 경위, 아그네스 로페즈일세. 헨리 깁슨을 살해한 범인을 찾고 있지.
우리도 확인이 필요했어. 늦게 말해서 미안하네.
이졸데:RCM 소속 경위, 이졸데 데미우스다. 세 대까지는 집행방해로 간주하지 않을 거고.
내가 헨리랑 무슨 사이인지? 음식에 수작을 부리진 않는지?
당신들 물어보는대로 실실 나불대기나 하는 멍청이가 맞는지?
아그네스:마지막을 제외하곤 오답은 아니군. 그래.
연락도 없이 들이닥쳐서 헨리 깁슨이 죽었다고 통보하는 경찰보다는 그에 감화된 노동자가 더 걸맞을 거라 생각했거든. 하지만 그를 만나서 이야기 했고, 오늘 오후에 만나기로 한 것은 사실일세.
그리고 오늘 오전에 시신을 수습했지.
날 캐내는 데에 좋다고 생각했겠지, 순순히 짭새한테 협조할 사람인지 모르니까.
경찰이란 기본적으로 오판을 하는 사람이니까.
알마:(손에 얼굴을 묻는다.) ...증거로 입수된 물건은 계속 RCM에서 보관하나요?
그 지갑이라거나, 옷이나...
아그네스:증거는 전부 우리 동력마차에 보관되어 있다네. 헨리를 찌른 사람의 것으로 추정되는 자켓도.
하룻밤 내내 버려져 있긴 했지만.
사용감이... 있냐는 이야기에요, 자주 입은 것처럼.
아그네스:굉장히. 그리고 소매에는 물감 자국이 있고...
175cm 전후. 신발 사이즈는 270mm인데, 어쩌면 체구가 큰 녀석이 맞지 않는 옷을 오래 입었을 수도 있다고 추정 중일세.
이 중 오판이 얼마나 많지?
이 개자식, XX, 머리를 깨버렸어야 했는데...
(머리를 쥐어뜯다가, 갑자기 고개를 홱 들어올린다.) 이렇게는 못 알려줘요.
경찰이라는 증거를 대봐. 이게 두 번째 위조신분일 줄 어떻게 알고.
아그네스:합당하군. (뒷머리를 긁적인다.) 일단 동력마차까지만 동행해주게. 자네가 원하는만큼 확인해도 좋으니.
이졸데:(안 때리네. 차키를 확인시켜주고는 동력마차 쪽으로 앞장선다.)
아그네스:(머리채라도 잡고 끌고가도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얌전히 이졸데의 뒤를 따라간다.)
내면의 목소리:분노를
아끼고 있는 거예요. 과녁 아닌 곳을 쏘아봤자 0점일 뿐이죠...
이졸데:(동력마차의 뒷문을 열어, RCM 소속을 나타내는 겉옷부터 휙휙 꺼낸다. 흰색 직사각형이 잘 보이도록 둘러입는다.) 자, 일단 옷.
이건 우리 사건 장부. 종결됐고, 문제 없는 일이라면 기억하고 있는지 확인해봐도 상관없어.
아그네스:(이졸데가 내민 겉옷을 받아 입는다. 하여간 이 옷은 평균보다 무거운 느낌이라니까.)
이졸데가 RCM 소속을 증명하는 사이, 조금 여유가 생긴 아그네스의 시야에...
아그네스:
관찰력
기준치: |
60/30/12 |
굴림: |
93 |
판정결과: |
실패 |
음, 이졸데는 제때 세차를 하지 않는 게 분명합니다.
유리창만 깨끗하지, 흙먼지며 나뭇잎이 여기저기 붙어서 지저분해요.
이졸데:
관찰력
기준치: |
60/30/12 |
굴림: |
5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아그네스:이번 일이 끝나면 세차라도 좀 해야겠군, 자네.
(마치 내가 관리할 의무는 없다는 듯이.)
이졸데:이게 원래 네 차라는 건 잊은... 잠깐.
누가 뒷좌석 손잡이를 연거푸 잡아당긴 것처럼, 손잡이가 조금 뒤틀려있어요.
체중을 실어 잡아당긴 듯 희미한 발자국 같은 것이 보입니다.
아그네스:...들어오려고 했나? (발자국을 들여다본다. 아, 이건.)
아무래도 찔렸나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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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졸데:돌로레스 시대 X월 XX일 7:15 AM
잼록 중앙지구 초현실주의아방가르드 -이 대목은 피살자의 표현을 참조- 불법 벽화 앞에서 살인사건 발생.
피살자는 20대 중반의 헨리 깁슨, 아그네스 로페즈 경위와 다소간의 면식이 있는 관계. 불법벽화 건 용의자로 주목하던 중 살해되어 신원파악이 용이했음.
입수한 주소지(잼록 3번가, 코모도 레드)를 방문한 결과 피해자와 연인 관계로 추정되는 종업원과 조우.
보르시 수프 맛있었음.
불필요한 잠입 수사 결과 종업원은 일단 용의선상에서 제외함. 용의자에 대한 추가 정보를 알고 있을 가능성 높음. 신분증명을 위해 동력마차로 이동중.
이졸데:범인이 동력마차에서 증거물을 탈취하려던 정황 발견. 세차비 청구하든 병원비로 충당시키든 할 예정.
아그네스:매번 뭘 적나 했더니, 이런 내용이었나?
(이졸데가 발자국을 발견하자마자 적은 내용을 보고 눈썹을 비튼다.)
이졸데:불만 있으면 조서를 꼬박꼬박 쓰든가. (
불필요한 잠입수사 항목에 밑줄을 좍좍 긋는다.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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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mm 크기의 발자국은 천으로 급하게 닦아낸 것처럼 흐릿하게 번져있습니다.
옷자락이나 소맷단이나, 그런 걸 사용했겠지요.
아그네스:(열려는 시도한 한 건가? 열리지는 않은건가...생각하며 창문 안을 들여다본다. 이 위치에 서서 뭘 봤으려나.)
내면의 목소리:발자국이 남아있는 것은 자동차의
뒷문 쪽으로, 뒷좌석 시트 위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위치입니다.
또다른 목소리:사건 파일. 자동차에 놓아둔 RCM 형사의 외투. 그리고 증거물이 든
쓰레기봉투가 보입니다.
아그네스:안이 거의 안 보였을텐데. 아무래도 외투를 보고 알아봤나보군. 뒤집어 둘 걸 그랬어.
하지만 역시 삼중 걸이형 잠금장치를 달길 잘 했지? 열지는 못한 모양일세.
이졸데:와, 솔직히 (피해자 지인 앞인 관계로 묵음처리된 욕설) ...맞은 사치품이라고 생각했는데.
경위가 동력마차를 두 블록 떨어진 데 두고 갈 일이 생길 줄은.
아그네스:칭찬으로 듣지. (그리고 알마에게 흰 네모가 그려진 외투 등판을 보여준다.) 어떤가, 이제 믿겠나?
이졸데:그냥봐선 신분증인지 플라스틱 덩어리인지 어떻게 아냐. (동력마차 앞의 라이트를 켜서
제대로 확인시킨다.)
알마는 조명에 비친 RCM로고, 그리고 레바숄 지도를 꼼꼼히 확인합니다.
아그네스:그럼 사람들은 여태 내가
멋으로 이런 커다란 덩어리를 등에 달고 다닌다고 생각한건가?
(전매특허, 할 말 많은데 안 하겠다는 표정.)
이졸데:뭣하면 41번서까지 태워줄 수도 있고. (알마에게 말을 건넨다. 허튼소리를 향한
불관용 정책.) 설마 서에 있는 사람들까지 매수할 순 없겠지, 우리가.
솔직히 증언은 그 쪽에서 해줘도 상관없거든.
아그네스:(알마의 지위가 나보다 높아진 것 같군.) 자네 편한대로 하게. 시신을 확인하러 가고 싶나? 아니면 우리와 동행해서 짐작이 가는 곳을 돌아다녀 볼텐가.
알마:...당장은, (불쑥 손을 뻗어 뒷좌석에서 무언가를 끄집어낸다. 증거물이 든 쓰레기봉투.) 이 정도면 됐어요. 충분해요. 서까지 왔다갔다 하면서 시간낭비하고 싶지 않아요.
아그네스:열기 전에 신선한 공기를 잔뜩 마시게.
그래야 좀, (코 언저리에서 손을 휘적인다.) 중화될테니까.
알마:하,
열어볼 필요도 없어요! (봉투를 손 안에서 우그러뜨린다.) 이 개자식, 뻔하지, 자기 재킷도 못알아보는 천치일리는 없잖아요. 이걸 가져가려던 게 분명해.
어쩌면 우리 가게 유리문까지 기웃댔을지도 모르죠, 내가 그 쪽한테 협력해서, 이 옷을 보면... 누구 짓인지 알테니까.
아그네스:그렇다면 그
개자식은 뭘 하는 사람이지? 우리가 이 옷을 수거했다는 걸 알고 도망칠만한 곳이 있는지도 궁금하군.
알마:아까 말했죠, 헨리, 제이크, 실비, 콜린... 벽화를 그리고 다니는 문제아들.
이 등신같은 재킷은 제이크 거예요. ...무슨 관계인지는 가면서 얘기하는 게 낫겠어요.
아그네스:그래. 원래는 그들을 한 명씩 찾아가보려 했지만... (자연스럽게 조수석에 탄다.)
목적지까지 가는 길과 함께 듣지.
알마:좋아요. 자기네들 아지트에 있다는 보장은 없지만...
이졸데:실용적이라 좋군. (운전석에 올라탄다.)
내면의 목소리:경위는 생각합니다.
이렇게 시간을 경제적으로 사용하는 건 이 자식과 수사를 시작하고 처음인데.
아그네스:제이크가 아닌 다른 사람만 있어도 충분하다네.
정보를 뽑아내는 건 이졸데 데미우스 경위가 잘 하지.
이졸데:내 방식으로 하려면 둘은 있는 편이 좋은데 말이지.
아그네스:혹시 둘이 고문받다 한 명이 죽어도 모르는 건가?
알마:(뒷좌석에 올라탄다. 다음 안내가 있을 때까지 우선 공업지대 쪽으로 가도록 부탁한다.)
이졸데:본보기 삼을 쪽이 있어야 일이 쉬워지거든.
무작정 치는 것보단 쥐어터지지 않을 수 있단 희망이 있어야... (핸들을 꺾는다.) 입이 가벼워져.
이졸데:마침 이 차에도 딱 둘이 있지, 괜찮은 숫자야.
내면의 목소리:본보기가 어느 쪽일지는 확인하지 않는 편이 좋겠습니다.
아그네스:(내가 이졸데였다고 해도 본보기로는 나를 선택했을 것이다. 본보기를 보고 겁을 먹는 쪽의 인간이 아니니까...)
(하지만 언젠가 고문 당할 일이 있다면 혀만은 자르지 말았으면 좋겠군...상상의 나래에 빠진다.)
또다른 목소리:고통. 수난. 그 속의
위트. 극적 요소를 두루 갖춘 걸작이 될 것이옵니다, 전하.
알마:제 입을 열려고
본보기까지 보여주실 필요는 없어요.
아그네스:언젠가 나를 고문하게 될 사람은 불행해지겠군. (알마의 말과 이어지니 마치
각오했다는 것처럼 들려서 기분이 묘해졌다.)
이졸데:(별 이상한 놈 다보겠다는 표정으로 곁눈질한다. 깡패 타령하는 것치곤 폭력을
전혀 안 무서워한단 말이지.)
알마:이 쓰레기봉투를 안고 있는 저만큼 불행하겠어요? (시니컬하게 웃는다.) ...어디서부터 설명해야할지.
아그네스:자네가 그런 농담을 하면 도저히 웃을 수가 없는데. 아무데서나 시작해도 괜찮네. 천천히 해주게.
알마:......헨리가 무리의 사상가 역할을 맡았다는 이야기는 이미 했었죠.
사실, 그보다 자주 불리는 별명은 따로 있었어요.
알마:별명. 저한테는 솔직히 비꼬는 것처럼 들렸지만, 형사님들 의견이 궁금하네요.
물주. 헨리는 물주라고 불렸어요.
아그네스:아아. (물주, 그 두 마디에 이해했다는 것처럼 잠시 백미러에서 시선을 거두고 창 밖을 바라본다.)
아그네스:그렇군, 그래. 헨리가 그렇게 장황한 강의를 늘어놓은 것도 이해가 되는군.
내면의 목소리:유머의 탈을 쓴 경멸. 술자리 농담은 즉시 지적하기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알마:스스로 그 사실을 좋아하진 않았지만, 어쨌든. 헨리는 한 번도 돈에 쪼들려본 적이 없어요.
식사할 때는 본인이 돈을 내고, 숙박비는 월 단위로 지불하는 대신 할인받는 걸 선호했죠. 코모도 블루의 단골 중에 그런 목돈을 가진 사람은 하나 뿐이었어요...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비슷한 꿈을 따라간다고 해도, 헨리가 그 무리에서 반감을 안 사는 것도 어려운 일이죠.
난 그 친구들 예전부터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아그네스:왜지? 그들이 헨리를 싫어하기 때문인가?
알마:오, 물론,
좋아하는 만큼 싫어하니까요. 사람 사이의 개같은 일은 다 그런 것 때문에 생기죠.
이졸데:그래서,
무너뜨릴 중산층이 정작 본인이었다? (동료간의 멜랑콜리한 감정선에는 별 관심이 없는 듯.)
아그네스:아니면 헨리가 그룹을 대하는 태도에 변화라도 생겼나?
(동료간의 멜랑콜리한 감정선에 집중하는 중.)
알마:가끔
우리 물주니
비빌 곳 있는 놈은 다르다느니 하는 말이 들리긴 했지만, ...이런 일을 예상할 정도로 싸운 적은 없었어요. 제가 기억하는 선에서는 그래요.
... ... 아, 최근들어 같이 다니는 빈도가 줄어들긴 했어요.
아그네스:(자연스럽게 거리를 두기 시작한건가? 알마가 알지 못하는 곳에서 큰 다툼이 있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 스케치와 벽화는...)
알마:헨리가 한창 술을 퍼마시면서 공업지대 쪽을 왔다갔다 하던 무렵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내면의 목소리:새로운 벽화. 헨리의 것이 아닌 아이디어. 의뢰서. 지금까지의 설명을 따르면, 벽화의 스케치는 이들 무리안에서 나온 게 아닐 겁니다.
또다른 목소리:어떤 무리이든,
외부인의 합류는 늘 기존 멤버의 반발을 부르는 법입니다.
아그네스:(하지만 헨리는 그 벽화가 화제가 된 뒤, 어째서 제이크를 만난거지? 새로운 외부인의 영입을 알리기 위해? 더 이상
물주 노릇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나?)
새 친구들을 사귀었겠군.
하지만 그들 입장에서는 물주를 죽여서야 아무런 이득이 없었을텐데.
그 정도로 사이가 나빠보였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어울리지 못하게 했을 거예요.
아그네스:다른 사람이 제이크의 자켓만 입었을 가능성은 없나? 신체 사이즈가 비슷한.
알마:가능성은 있겠죠, 그럴 머리들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그네스:정확한 판단 고맙군. 제이크라는 사람의 성격은 어떤가?
술버릇이 나쁘다거나.
알마:오, 네 사람 중에선 가장 손재주가 나은 편이었죠...
내면의 목소리:알마는 진작 그 손을 못 쓰게 만들어야 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알마:건수를 하나 끝내면, 그러니까, 벽화를 하나 그리고 나면. 헨리는 늘 제이크를 가장 크게 격려했어요.
제일 작업량이 많았나보죠, 아마도.
알마:그러니 헨리가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걸 X같아 했대도 이상하진 않아요.
아그네스:두 사람, 꽤 잘 맞겠군. 언어 선별 면에서.
아그네스:그렇다면 제이크가 술을 진탕 퍼마시고
흥분한 상태라면 충동적으로 헨리를 찌르는 것도 있을 수 있는 일이었겠군.
우리가 확인한 시신에는 자상이 여러 개, 몸통에 산개되어 있었고 칼을 잘 다루는 사람은 아닌 것 같았네. 힘을 균일하게 주거나 같은 방향으로 내지른 것도 아니고.
아그네스:처음부터 죽일 생각으로 칼을 들었다면 머리나 목을 노렸을걸세.
내면의 목소리:고통. 상상이 알마의 입을 막고 있어요.
아그네스:(생각나는 것을 말하면서 정리하다가, 문득 알마가 조용해졌다는 것을 알고 시선을 백미러로 들어올린다.)
괜한 말을 한 것 같군.
또다른 목소리:협조를 얻고 싶다면, 종업원의 슬픔보다
분노를 자극하는 편이 나아.
내면의 목소리:슬픈 일이지만, 당신과 경위는 누군가를
위로하기 좋은 인력이 아니에요... 그 때는 알마의 가족이 필요할 거예요.
이졸데:...뭐, 정황을 봐서는 우발적이라는 거지. (설명을 짧게 줄인다.)
아그네스:(그래, 그러니까 우리가 현장직에 맞는다는거지. 보통 이런 인물들은 서로 보내니까.)
하지만 사건 이후는 그렇지 않다네.
그는 우발적 살인을 수습하거나, 응급처치를 하거나, 신고하지 않고 자신의 살인 흔적을 지우는 데에 시간을 쏟았지.
이 동력마차에서 증거물을 가지고 가려고 한 것도 은폐 시도의 일부라고 할 수 있고. 이건 철저히 계획적인 행동일세.
이졸데:계획적인 거랑 별개로 대가리 돌아가는 놈은 아닌 것 같지만.
아그네스:물론. 계획이 언제나 뜻대로 돌아가지 않듯이.
형사 된 입장으로써, 우발적 살인을 저지르고도 도주를 시도하는 자들은 재범 확률이 높다 판단할 수 밖에 없거든.
이졸데:튈 거면 아주 제대로, 최소한 마르티네즈까지는 튀든지. 증거물을 뺏으려면 창문을 깨고 가져가든지. (핸들을 한 손으로 돌린다.)
되는대로 손은 다 대보는데 안 되면 꼬리마는 놈 같거든. 이런 놈이 초조해질대로 초조해진 상태에서 누굴 마주치거나 하면...
아그네스:(오프로드 바퀴는 거친 코너링에 맞지 않는데...생각하며 몸이 한쪽으로 기울어진다.)
이졸데:(타이밍 맞춰 빈 손으로 아그네스의 정수리를 친다.)
목격자다, 죽여버려야겠어. 그렇게 살인사건이 두 건이 되는 거야.
아그네스:자네 지금 마음에 담았던 말을 꺼낸 건 아니지?
내면의 목소리:경위가 방금
웃는 것을 분명히 보았습니다.
아그네스:(이졸데의 웃음은 좋은 신호가 아니다. 대부분은.)
알마:...우발적 살인으로 보이고, 반성하는 정황은 없었다는 거네요.
응급처치를 했으면...
...살 수 있는 수준의 상처였나요? 경위님은 많이 보셨을 거 아니에요.
병원에서 사망선고를 받는 데에 그쳤을걸세.
그럼 감형의 여지가 없는 게 나아요.
병원으로 이송해 전문가의 처치를 받을 수 있는 여지가 있었음에도 도주한 점이라고.
알마:재판이
무척 불리해질 것 같아서 좋네요. 증인석에서 할 말이 생겼어요.
내면의 목소리:좋아, 분노에 적당히 연료를 공급하자고...
아그네스:(여러가지 생각을 한다. RCM 형사에게
즉결심판 자격이 있다는 것은 가장 나중에 말하기로 하자.)
(거기에 필요한 게 증인 한 명이라는 사실도.)
이졸데:(놀랍게도
이 점에서는 의견이 일치했으므로, 백미러를 툭툭 쳐서 시선을 끈다.) 처음 말한 곳까지 온 거 같은데. 여기서 어느 쪽이지?
알마:오른쪽이요. 그 다음에는... 길이 좁아서 걸어가는 게 나을텐데.
그 삼단걸이라는 게 아직 망가지진 않았죠?
아그네스:물론. 문짝이 완전히 부서지기 전까지는 쓸 수 있다네.
오히려 안에서 부서져버리면 더 열 방도가 없게 되지.
문짝 네 개를 전부 망가트려 놓으면 우리도 들어갈 방법이 없다는 게 약간의 흠일세.
이졸데:들어갈 방법만 없냐, 다음달 월급도 없겠지.
알마:제가 차에서 이
증거물을 지키고 있는 건 어떻게 생각해요?
이졸데:(쟤 내가 한 말 까먹었나본데? 표정으로 본다.)
아그네스:자네가 안내를 해주는 편이 나을텐데.
이졸데:삼단걸이도 그 놈이 빠루라도 들고오면 얘기가 다르거든. (아그네스의 머리 위로 주먹을... 휘두르는 시늉.)
목격자다. 죽여버려야겠어.
내면의 목소리:알마는
사명감 때문이 아니라, 혼자 있는 시간을 가지고 싶었던 거예요.
아그네스:자네의 안전을 위해서라네. 일을 빨리 끝내고 쉬게 해 주지.
(그런데 왜 희생된 목격자 역할은 나만 맡는거지?)
이졸데:(내가 그러면 피해자 유족을 죽이는 시늉을 하리?)
내면의 목소리:경위에게 결여된 것은
자비와
관용으로,
상식이 아닙니다.
아그네스:(아주 아다리가 잘 맞는 파트너라고 할 수 있겠다.)
(어쩐지 선득해진 머리 위를 문지르며 알마를 따라간다.)
알마:(좁은 골목을 따라 걷는다. 왼쪽, 오른쪽, 다시 오른쪽. 공업지대 구석에 위치한 낡은 컨테이너들 사이를 지나다보면...)
눈 앞에 나타난 것은 겉에 물감이 얼룩덜룩한 컨테이너 박스입니다.
빨강, 파랑, 초록, 노랑. 채도 높은 원색이 소유자들의 사상과 개성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내면의 목소리:벽화에 주로 사용된 색상은
파르스름하고
희뿌연 색조였습니다.
또다른 목소리:스케치를 제공한
외부인의 회하 스타일은 이들에게 낯설게 받아들여졌을 것입니다.
아그네스:이 컨테이너 박스는
그 친구들이 추구하는 예술의 방향성에 따라 꾸민건가?
알마:맞아요. 헨리가 이 컨테이너를 사온 다음, 디자인은 친구들에게
전적으로 일임했죠.
아그네스:그래, 그렇다면...우리가 세운 가설이 조금 맞아들어가는 것 같군.
화풍이 너무 달라. 예술의 문외한인 나도 알 수 있겠어.
이졸데:평소에도 마음에 안 들던 놈이 갑자기 취향에 안 맞는 스케치를 가져와서 작업을 시켰다 이거지.
꼴받을 만... ...
...야, 안에 누가 있어.
이제는 아그네스와 알마의 귀에도 목소리가 들립니다.
컨테이너 안에서 누군가 언성을 높여 다투고 있습니다.
이졸데:살인사건이 두 건이 되기 직전인가본데.
아그네스:(잠시 내용을 들어보려는 듯 귀를 기울인다. 잠깐만, 하듯이 이졸데에게 손을 들어보이고.)
"보나마자 약이라도 했겠지, 이 새끼 잡아!"
내면의 목소리:안에서 남성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아니야, 헨리는 아무 말도 안 했다고.
이졸데:거기 가만히 서 있어, 눈에 띄지 말고! (알마에게 윽박지르듯 소리친 뒤 문을 차고 들어간다.)
눈 앞의 상황은 예상과 그리 다르지 않습니다.
아그네스:여기선 이졸데가 시키는대로 하는 게 좋다네.
(이졸데를 뒤따라 들어간다.)
갈색머리, 170cm 초반, 손에 칼을 들고 있는 남성.
빨간머리, 160cm 후반, 구석에서 비명을 지르고 있는 여성.
민머리, 170cm 중반, ...복부를 찔렸습니다. 바닥에 주저앉아 채 손으로 상처부위를 감싸고 있습니다.
내부는 예술집단의 아지트답게 지저분하고, 바닥에 빈 술병과 파이롤리돈의 흔적이 굴러다닙니다.
아그네스:저런, 사람은 조각하는 게 아닐세. 이졸데, 제압 좀 부탁하지.
아그네스:내가 쏘는 총보다는 낫잖나. (바닥에 주저앉은 민머리 남자에게 다가가 한 쪽 무릎을 꿇고 앉는다.) 자, 환부 좀 보여보게. 술이랑 마약은 이미 실컷 했겠지?
이졸데:
경찰봉
기준치: |
80/40/16 |
고장: |
- |
굴림: |
78, 48, 29 |
+2: |
어려운 성공 |
+1: |
보통 성공 |
0: |
보통 성공 |
-1: |
보통 성공 |
-2: |
보통 성공 |
피해: |
6 |
(우선 잭나이프를 쥔 손목부터, 그 다음에는 뒷목을 잡아눌러 바닥에 깔아뭉갠다. 여기까지는 경위에게 허락되는 선의 제압이다.)
내면의 목소리:저 손목은 부러졌을 게 분명합니다.
아그네스:(자네가 조금만 더 현명했으면, 이졸데의 눈빛을 보자마자 칼을 내려놓고 투항했을텐데.)
또다른 목소리:범인들이 종말의 징조를 알아볼 수 있었다면, 당신이 종말의 천사가 될 필요도 없었을 것입니다...
아그네스:이봐, 정신은 놓지 말고. 자네 이름이 뭐지? (민머리의 뺨을 찰싹찰싹 때리면서 근처에 있던 캔버스 천을 주워 상처를 꾹 누르기 시작한다.)
"불평꾼" 콜린:헉, 허억... (숨을 몰아쉰다. 패닉의 기미가 보인다.)
코, 콜린... 제기랄, 경찰 불러! 저거 완전 미친 새끼 아냐!
아그네스:자네들이 경찰에 세 번 전화하면 우리가 세 번 문 밖으로 나갔다가 들어오는 수 밖에 없네. 그냥 얌전히 있게. 숨이나 잘 쉬고.
자네가 잡고 있는 녀석이 제이크인 것 같군.
이졸데:그래야지, 미친놈이 둘이나 되면 나도 짜증난다고. (무릎으로 상체를 확실히 눌러둔 채, 압수한 칼을 찬찬히 살핀다. 날의 폭, 길이.)
내면의 목소리:경위는 헨리의 환부와 칼날의 형태를 대조하고 있어요.
아그네스:거기, 떨고 있는 자네. 긴 줄이나 긴 천. 아무거나 좋으니 하나 주워서 던져주게. (구석에서 떨고 있는 여자에게 손짓한다.)
"빠른 손" 실비:...어, 어! (벼락 맞은 것처럼 뒤늦게 정신을 차린다.) 다, 당신들 짭새야? 흰색 플라스틱...
제기랄, 짭새든 뭐든 의사 좀 불러줘!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방안을 마구 뒤진다. 페인트를 옮길 때 사용했던 듯한 밧줄을 끄집어내 던진다.)
아그네스:좋아, 좋아. 고맙군. (콜린의 배에 지혈을 위해 캔버스 천을 쑤셔넣고, 그 위를 남은 캔버스 천으로 한 번 더 덮고, 밧줄로 단단히 묶는다.)
아그네스:술을 미리 마셔둔 건 좋은 선택일세. 응급 지혈은 환자의 고통 같은 건 전혀 고려하지 않는 법이니까.
지혈 과정에서 콜린이 지른 비명과 욕설은 생략하겠습니다.
이졸데:이건 손모가지랑 정신머리가 같이 나갔나. 밧줄 남았으면 좀 줘봐.
아그네스:(이졸데에게 남은 캔버스 천을 던져준다. 부서진 이젤 조각도.)
밧줄...흠. (남은 쪽의 긴 밧줄을 보다가 작은 나이프로 석석 썰어 그것도 내민다.)
이졸데:부목 대주라고? (별 귀찮은 일 다 시킨다 표정)
병원에서 취조를 해야 하고, 재판 중에 아픈 소리도 들어줘야 하고.
(어쨌든 납득은 했다. 이젤과 캔버스 천으로 부목을 댄 다음, 두 팔을 등 뒤로 돌려 묶는다.) 증언이 늦으면 처치도 늦는다. 그림그리는 놈이 손을 못 쓰게 되긴 싫겠지.
아그네스:좀 더 독특한 느낌으로 말일세. 자, 자네도 이제 살 만 하지? 피가 좀 나서 몽롱할 순 있겠지만, 파이롤리돈도 실컷 한 것 같으니 충분히 깨어 있을 수 있을걸세.
(콜린을 일으켜 엉망진창인 소파에 눕히듯이 앉혀둔다.)
자네도 이제 겁먹지 말고 이쪽으로 와서 앉게. 자네 이름은?
내면의 목소리:처치는 정확했습니다. 병원으로 옮긴다면 생명에 지장은 없을 것입니다.
이졸데:무전 치고 온다, 그동안 증언 취합해놔.
또다른 목소리:병원으로 옮길 때까지. 시간은 충분해요.
"빠른 손" 실비:(욕지거리를 하면서 울다가 쭈뼛쭈뼛 자리에 앉는다. 콜린에게서 풍기는 피냄새에 흠칫한다.) ...실비. 얘는 콜린. 저 쪽 미친놈은 제이크야.
의, 의사 부른 거 맞아? 이대로 놔두려는 거 아니지? 이 천 솔직히 깨끗하진 않은데, 주, 죽으면...
아그네스:내 동료가 지원과 함께 의사를 부를걸세. 우리도 증인을 죽일 생각은 없거든.
(깨끗한 천이라곤 생각하지 않았지만...저런 말을 들으니 더더욱 상태가 의심되는군.) 그래도 과다출혈보단 낫지. 상처가 아물 때 조금 우글거리긴 할 걸세.
그럼 우선...자네들은 대체 무엇 때문에 말다툼을 하고 있었지?
밖에서 들은 바로는 굉장한 싸움이 있었던 것 같은데.
"빠른 손" 실비:...제기랄, 당신이 제대로 말해줘야해! (다시 울음을 터트린다.) 나랑 콜린은
아무짓도 안 했다고!
내면의 목소리:패닉에 빠진 증인, 과다출혈만 막은 부상자, 착란이 의심되는 현행범. 이 작업은
무척이나 쉬울 겁니다.
적절한 판정으로 조금 더 유의미한 증언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아그네스:그래, 그렇겠지. 현장 정황으로 보았을 때 자네가 콜린을 찌른 것 같지는 않아. 콜린이 제이크의 손목을 부러트린 것 같지도 않고.
하지만 그 아무짓도의 시점은 언제부터지?
(허겁지겁 뱉는 말에는 언제나 허점이 있는 법. 말재주로 판정해보자~!)
아그네스:
말재주
기준치: |
65/32/13 |
굴림: |
56, 60, 55 |
+2: |
보통 성공 |
+1: |
보통 성공 |
0: |
보통 성공 |
-1: |
보통 성공 |
-2: |
보통 성공 |
내면의 목소리:증인, 부상자, 현행범. 이 중
가장 쉬운 상대는 실비입니다. 정확히 골랐어요.
또다른 목소리:하던대로 해. 한 번 윽박지른 다음, 적당히 풀어주면서 희망을 보여주는 거지. 사실대로 말하면 걱정할 게 없다고 말이야.
아그네스:우린
살인자를 잡으러 온 걸세. 그런 것에 비하면 말다툼이나 남자들 사이에 발생한 폭력 같은 건 별로 큰 일도 아니야.
이 셋 중에 그 살인자를 숨겨줄 생각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최소한 자네는 이 둘보다 약에 절은 것 같진 않군.
아그네스:날 좀 도와주겠나? (실비에게 미소를 지어보인다.)
알마:아냐, 아냐! 그럴리가 없잖아! (황급히 얼굴을 닦아낸다.) 살인자 따위를 누가 숨겨준다고!
저 미친놈이 그걸 요구하긴 했지만... (얼굴을 벅벅 문지른다.)
아그네스:그래, 간만에 지성인과 대화하니 정말 좋군. (사실 딱히 간만도 아니고, 지성인인지 확신도 서지 않지만...어쩌면 나조차도!)
"빠른 손" 실비:(훌쩍인다.) 그래, 그, 그 망할 벽화를 그린 건 우리가 맞아. 나랑, 헨리랑, 콜린이랑, 제이크... 하, 하지만 벽화 따위는 살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잖아?
진짜 아무짓도 안했다고! 어제, 어제까지만 해도 아무 일 없었어. 작업 끝내고, 한 건 해치운 기념으로 술이나... 좀 마셨어, 여기 술병들 보일 거 아냐.
내면의 목소리:술병,
그리고 파이롤리돈을 담아두었던 용기들이 보입니다.
제이크와 헨리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건가?
"빠른 손" 실비:나, 나도 자세히는 몰라. 그 땐 좀 취해있어서... 헨리는 이번 그림을 제일 마음에 들어한 사람이고, 제이크는... 그래, 일을 제일 많이 했어. 그림에 정이 들든 일한 만큼 더 엿같았든 둘 중 하나겠지.
새벽 쯤에, 중간에 그림을 한 번 더 보고 오겠다고 둘이서 나갔는데... 아침까지 안 오는 거야!
"불평꾼" 콜린:(숨을 몰아쉰다.) 여기서는, 빌어먹을, 공장 일 하는 놈들 목소리도 다 들린다고.
지들 출근, (숨을 내쉰다.) 길에, 보니까, 벽화 앞에서 금발 놈이 죽었다잖아.
아그네스:(그래, 술에 깨고 났더니 같이 나간 두 사람 중 하나가 죽었고...) 제이크가 그 그림을 엿같다고 생각했다면,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다른 사람이 디자인한 스케치를 사용했기 때문에?
"불평꾼" 콜린:그건 저 놈한테 물어봐야지, XXX... (욕지거리를 하다 정신을 놓는다.)
"빠른 손" 실비:의사 오고 있는 거 맞아!?
이졸데:맞으니까 말이나 해, 저 놈이랑 같은 철창 쓰긴 싫을 거 아냐.
이졸데:(입모양으로 말한다.
알마는 대충 안전한 데 옮겨놨다는 내용인 듯.)
내면의 목소리:증언했다는 걸 들키면, 나중에 신변이 위험해질 수 있겠죠.
"빠른 손" 실비:난 아무것도 안 했다니까! (훌쩍인다.) 젠장, 저 자식은 원래 불만이 많았어!
틈만 나면 남의 일을 해주는 것처럼 투덜거렸지, 사실 헨리 아이디어에 업혀간 주제에.
헨리가 가져오는 스케치도 짜증나는 판에, 이제 모르는 놈 아이디어대로 작업하자니까 열이 안 받았겠어? 나한테 뭐랬는 줄 알아? 깁슨 놈이 하다하다 이제 이중 하청을 시킨다고!
이졸데:흠... (상황을 지켜보다 말고 아그네스에게 손짓한다.)
아그네스:(이쪽도 이쪽 나름의 고충이 있군...같은 생각을 하다가 이졸데에게 다가간다. 왜?)
이졸데:아니, 저 놈. (목소리를 낮춰 수군거린다. 경찰들 간의 대화는 용의자들이 안 듣는 게 낫다.) 쑤신 놈 있잖아. 갈색머리.
이졸데:내가 갑자기 돌아서 누구 찌른 인간이라면 꽤 봤는데. (경위일 적보다 깡패일 적에 훨씬 많이 보았을지도 모른다.)
이상하게 조용해.
내면의 목소리:확실히, 무언가를
토로하는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아요...
아그네스:(그렇군, 주변에서 이렇게 증언을 하는데 아니라는 말도 하지 않고. 이졸데의 말에 천천히 제이크를 바라본다.)
까먹을 뻔 했군...
(제이크 앞으로 다가간다.) 자네는 뭔가 할 말 없나
큰 발의 제이크:이상하다, 그럴리가 없는데...
큰 발의 제이크:그럴리가 없는데. 이상한데...
내면의 목소리:이 사람은 무언가에
취해 있습니다. 알코올, 파이롤리돈, 메스암페타민은 아닙니다.
"빠른 손" 실비:...하여간에, 나랑 콜린은, (훌쩍인다.) 쫄아서 일단 컨테이너에서 기다렸을 뿐이야! 댁들이라면 안 그러겠어? 내 그림 앞에서 아는 놈이 죽었다는데?
그러다 저 미친놈이 들어와서는, XX, 횡설수설하더니 자기 좀 숨겨달라잖아.
아그네스:(실비의 말을 한 쪽으로 들으면서 가만히 제이크를 살펴본다. 약에 취한건가? 아닌데. 꼭 어디에 홀린 것 같군.)
(미친놈은 미친놈이 아는 법이지...)
(제이크에게 정신분석을 시도합니다(ㅋㅋ))
내면의 목소리:미친놈은 미친놈이 아는 법이지. 그리고 이 용의자는 당신과
정확히 같은 종류의 미친놈이라는 직감이 듭니다.
아그네스:
정신분석
기준치: |
31/15/6 |
굴림: |
69 |
판정결과: |
실패 |
또다른 목소리:걱정하지 마세요, 이
구멍을 알아볼 다른 방법이 있을 겁니다.
큰 발의 제이크:......(식은땀을 비오듯 흘리며 고개를 든다. 시선이 살짝 빗나가 있다.)
아그네스:(현실이 아닌 어딘가...다중인격? 아닌데. 연기 중이라고 하기에도 묘하다. 이게 가능했다면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니라 배우로 대성했겠지.)
이보게. 정신차리게. (제이크의 앞에 손가락을 딱, 딱 튕긴다.)
뭘 보고 있는거지?
큰 발의 제이크:(소리와 색채에는 반응이 있다. 고개를 돌리자마자
붉은 머리카락을 눈알이 터지도록 들여다본다.)
...이상해, 왜 아무말도 안 했을까?
이졸데:(내가 때려서 맛이 간 건 아니겠지... 같은 생각을 하며 지켜보고 있다.)
아그네스:누가? 누가 자네에게 대답하지 않았지?
(조금만 더 들으면 들어갈 수 있다. 조금만 더...)
헨리가......
내가... ... 내가 그 녀석을 찔렀어?
당신은 봤지? 내가 헨리를 죽였어?
아그네스:그래. 자네가 찌른 것이 거의 확실해. (어째서 기억을 못하지? 대체 네 몸을 움직인 게 누구냐?)
자넨 그 때 어디에 있었지?
큰 발의 제이크:벽화 앞에. 둘이서. 헨리는 그게 다시 없을 걸작이라고 했어.
구석에, 딱 한 군데, 내 붓질이 삐쳐나간 데가 있는데, 그것만 없으면 더 완벽할 거라고...
이상해... 왜 그렇게 됐을까?
아그네스:그랬군. 자네의 붓질이 엇나간 곳이
실제로 있었는지에 대한 증명은 제쳐두고...
기분이 어땠나?
헨리를 벽에 밀쳤지, 기억이 나. 그러니까 그 녀석도 그림의 한 부분처럼 보였어.
내가 소리를 질렀어... 그럴 거면 네 손으로 그리라고, 아니,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냐!
봐, 그 때 헨리가 뭐라고 했는지 알아?
제이크는 노랗게 변한 흰자위가 다 보이도록 눈을 흡뜬 채,
아그네스:(제이크의 어깨를 덥석 잡는다.) 헨리가 자네에게 뭐라고 했지? 무슨 말을 들었어?
큰 발의 제이크:(입을 다섯 번이나 더 뻐끔대다가, 비명같은 소리를 내지른다.)
아무말도 안 했어!!!
빌어먹을 금붕어 새끼처럼 뻐끔대기나 하고, XX, 내 붓질에 대해서도, 그림에 대해서도, 세계에 대해서도, 아니, 아니... 내가 찌르는 동안에도...
정말로, 정말로, 헨리는 아무말도 안 했어.
그럼 찌르라고 한 건 누구지?
아그네스:(패닉이군. 살인에 대한 패닉인가?)
누군가 자네에게 말을 걸었나?
큰 발의 제이크:기억나, 957년 밤이었어, 키 큰 사람이 공업지대 뒤쪽에서 사람을 찔렀는데...
*듣기 판정. 이 판정에는 보너스 다이스가 붙습니다.
아그네스:
듣기
기준치: |
50/25/10 |
굴림: |
48, 78, 92 |
+2: |
보통 성공 |
+1: |
보통 성공 |
0: |
보통 성공 |
-1: |
실패 |
-2: |
실패 |
내면의 목소리:보통의 경위라면 제이크의 진술에
이렇게 집중하지 않을 것입니다.
심신미약자의 진술에 상당한 진실이 포함되어있다는 예감은...
또다른 목소리:...그
양상이 당신에게 낯설지 않기 때문이에요.
내면의 목소리:특정한 장소에서
소리가 사라지는 현상. 장시간 노출된 사람을 착란 상태로 몰아가고, 다른 시대의 기억을 심어주어
그대로 행동하게 만드는 장소.
헨리는 아무말도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헨리가 한 말이 그대로 빨려들어간 거예요.
(때마침 엔진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곧 부상자와 용의자를 이송할 사람이 올 것이다.)
아그네스:제이크를 서로 이송하면 엔트로피학자를 부르라고 전해주게. 그 쪽에서 조치를 취해 줄 걸세.
원래대로 돌아올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자리에서 일어서 잠시 제이크를 내려다본다. 제이크를 보는 것 같기도, 그 너머인 것 같기도...이내 이졸데를 돌아보며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웃고, 자신의 양 허리에 손을 얹는다.)
기승전결이 좋군. 다시 그 그림으로 돌아가게 생겼어.
내면의 목소리:경위가 생각합니다.
이거 어지간히 X같은 일인가본데.
-----------------------------
스탠드업 코미디언이여 출동하시오
이게 무슨 냄새지?
피 냄새. 화약 냄새.
네 머리통에 든 뇌관을 찌르는군.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데."
물론이지. 여기선 누구도 말하지 않아.
그래.
"혹시 내가 죽은 건가?"
드디어!
아니, 애석하지만 아니야.
"내가 누군가를 죽였군."
그것도 틀렸어. 형편없군. 형사가 되긴 글렀는데.
아니오, 되고자 하면 전하께서는 무엇이든 재현하십니다.
피를 흘리고 있는 사람은 미치광이가 휘두른 칼에 맞은 것 뿐이다.
다른 사람은 주저앉아있긴 하지만, 생명 징후에는 문제가 없다.
그리고 또 다른 사람은...
아그네스:"제이크. 헨리를 난도질한 범인이지."
아아아아아아아아아니. 그건 너야.
"뭐?"
여기엔 총을 쏜 사람이 아무도 없다.
"그럼 이 화약 냄새는 어디서 나는 거지?"
배 위에서.
차갑고 불쾌한 습기가 가득한 그곳으로...
" --- -- --- ---- --"
거기선 아무도 말할 수 없다.
내세의 바닥을 뚫고 떨어지자, 덜컹이는 동력마차의 엔진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
아그네스:(동력마차 등받이에 편히 기대 있다가 눈을 끔벅인다.) 내가 졸았나?
이졸데:정신 차렸냐?
아그네스 로페즈랑
신경쇠약이란 단어를 엮을 뻔했는데.
고작 해야 세시간 반 정도밖엔... (흐아암, 늘어지게 하품을 한다.)
이졸데:술 퍼마시느라? (동력마차를 출발시킨다.) 사상가들한테 밥 한 끼씩 얻어먹느라?
창 밖에서는 또다른 동력마차 한 대가 유력 용의자, 그리고 증인들을 실어가고 있습니다.
콜린은 병원, 정서가 불안정한 실비도 함께. 제이크는 간단한 처치만 받은 후 41번서로 이송될 것입니다.
이후 용의자 및 증인들과 대화하고 싶을 경우 해당 장소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내면의 목소리:그곳에
돌아간 후에도, 저런 사람들이 생각날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졸데:이만하면 생각할 시간은 충분히 줬고. 엔트로피 학자는 왜.
아그네스:아무래도 문제는 그 그림이 아니라 그 건물에 있었던 것 같아. 제이크의 증상이...
(이걸 뭐라고 말해야 해? 눈썹을 잠시 비틀었다가)
몇 년 전 내 모습과 비슷하거든.
창백 후유증이지.
이졸데:자수인 줄 알았는데. (농담같지 않은 농담.)
이졸데:깡패 같은 걸
무슨 정신으로 짭새로 굴려먹나 했더니. 전적이 있었어?
(흰소리는 여기까지 하고.) 사람이 잼록 한복판에서 창백에 피폭됐다?
아그네스:창백이 매번 이솔라 사이에서만 넓어지는 건 아니거든. 나도 엔트로피학자에게 들었지.
아주아주아주 드물다기는 하지만...
그리고 창백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진 몰라도, 제이크는 창백에 상당히 취약한 것 같더군.
(과장되게 어깨를 푼다.) 나는 창백에 약 1억년 간 갇혀있었지만 사람 구실은 하잖나. (과연?)
내면의 목소리:사람 구실? 그보다는 사람
행세가 적절한 표현일지 모릅니다...
이졸데:......(핸들을 짚은 손가락을 까딱인다.) 손재주 좋고 작업량 많은 놈이랬지.
그 벽 어디에 창백이 있다면, 그 놈이 제일 오랫동안 붙어있었단 소리 아냐?
아그네스:핵심 위치에서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냈을지도.
그림의 핵심. 그 벽 뒤편이겠군.
(잠시 생각한다. 그렇다는 건...)
다시 그 시궁창으로 들어가야 하는군.
아그네스:(느껴진다. 아니, 기분일 뿐인가?)
문제의 벽화는 여전히, 잼록의 흉물로 남은 연립주택 벽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혈흔은 증거물의 일종이기 때문에, 지우는 대신 흰 천으로 피가 튄 부분을 가려두었습니다.
덕분에 헨리가 피살의 순간 어느 지점에 등을 대고 있었는지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
내면의 목소리:선정적이지도,
선동적이지도 못한 멜랑콜리.
아그네스:(작품의 차원을 한 단계 높여주는 흔적이지.
창백적으로.)
또다른 목소리:창백 이후의 세계에서 도대체 무엇이
극단적일 수 있겠어요? 이 그림은 절충적인 게 아니라 정확했던 거예요...
아그네스:창백에 노출되면서 그린 그림이 이 정도라면, 굉장히 이성적인 편일세.
어쩌면 그냥 아이디어 스케치와 계획이 탄탄했던 걸 수도 있고.
이졸데:거기선 누구든 맛이 간다는 것 정도는 알지.
아그네스:자네도 조심하게. 거기 들어갔다 나오면
트리스탄 왈츠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적절한 판정으로 추가적인 정보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아그네스:(그림의 중심, 그리고 헨리가 쓰러졌던 곳. 여러 부분에 시선을 두다가 잠시 눈을 감는다. 특유의 소리가 있다. 그러니까, 소리가 아닌 소리가 있다.)
(기이할 정도로 고요한 그곳... ...어디지?)
아그네스:
듣기
기준치: |
50/25/10 |
굴림: |
9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도시의 숨결이 들린다. 소리가 아닌 소리, 물질과 비물질을 빨아들이는 들숨의 소리다...
또다른 목소리:혈흔의 조금 윗부분. 헨리의
목이 닿아있었을 곳. 여러 번 덧칠한 페인트 아래에, 0.2mm 크기의
구멍이 있다.
아그네스:(눈을 감은 채로 조금씩 발을 옮기다보면, 행인과 부딪힐 뻔 하기도 하고, 돌부리에 걸릴 뻔하기도 하다가...어느 한 지점에 다다른다.)
여기로군.
또다른 목소리:눈을 떠보면,
구멍은 벽화 속 연인들의 몸 정가운데에 해당합니다.
이 작업을 의뢰한 사람은 창백의 위치를 정확히 알고 있었던 것이 분명합니다.
아그네스:(설계와 지나치게 맞아떨어진다. 이 그림 전체가 창백의 형태를 나타내고 있는 것처럼.)
그래, 헨리. 자네 생각에 동의해. 걸작이로군.
(이졸데를 돌아본다.) 이 안에 우리의 원흉이 있다네. 창백을 범인이라고 쓰면 어떨까?
이졸데:(파트너가 눈을 감고 걷든, 말든, 팔짱을 낀 채 관망하고 있다. 이번에는 그가
전문가이기 때문에 맡긴 것이다.)
되겠냐. 기껏해야 창백 과피폭으로 인한 심신미약 쯤 되겠지.
의뢰한 놈이 이걸(벽화 중앙부를 고갯짓한다.) 알고 맡겼다고 생각하냐?
아그네스:하지만 진짜 범인은 이건데. (어떻게 창백의 위치를 알았지? 아니,
왜 창백 위에 그림을 그려달라고 했지?)
완벽하게.
어쩌면 여기에 창백이 있다는 걸 알자마자 구상을 시작했을지도 모르겠군. 헨리가 자기 화공들에게 의뢰인에 대한 이야기를 해뒀어야 할텐데.
이졸데:1억년 산 고향이라며. 이 그림이 그러니까-
창백 스타일인가?
위치만 공교로운 게 아니고, 그림에서 창백을 연상할 수 있냐고.
아그네스:(아, 흠. 애매한 소리만 내면서 몇 걸음 물러나 다시 그림을 바라본다.)
감상은 사람마다 다른 거지만...
(다들 의견 좀 줘봐. 미안하지만, 솔직하게 난 저렇게 남녀가 몸을 섞는 이미지로는 생각 안했다네.)
정신
기준치: |
70/35/14 |
굴림: |
92 |
판정결과: |
실패 |
(그 공간에 외설이라는 게 존재할 수가 있나?)
내면의 목소리:색조에서는 감각이 느껴지지만, 형태는 식상하다 못해 진부합니다.
또다른 목소리:창백을 표현하려고 한 것은 분명합니다. 단, 스케치를 맡은 사람은 창백과
1억년보다는 적은 시간을 접했을 것입니다...
내면의 목소리:1억년을 창백에 있었던 사람이
예술활동을 할 수 있을까요?
(그릴 수 있는 그림이라곤 글자 정도?)
또다른 목소리:자신을 낮추지 마십시오, 전하. 연극이야말로 지고의 예술이옵니다...
아그네스:연상할 수 없는 건 아니고, 모티프만 따서 본다면 충분히 그럴 만 하다고 생각하네.
(결국 간결하게 끝낸다.)
이졸데:회의실 꽉 찬 줄 알았네. (생각이 더 길어질 줄 알았다는 뜻.)
아그네스:하지만 나라면 이런 모양으로는 안 그렸겠어. 페인트는 같은 페인트를 써도 괜찮겠지만...
이졸데:어중간하게 아는 놈 같다 이거지. (턱을 매만진다.)
아그네스:꼭 한 번 만나보고 싶군. 작품의 해설을 제대로 듣고 싶거든. 헨리도 없는 마당에. (혈흔을 향해 말한다.) 미안하네, 헨리. 하지만 자네가 늦었어.
이졸데:헨리네 따까리들이 뭐 들은 게 있으면 금방 잡을걸. (어깨를 으쓱하고는, 동력마차 쪽을 가리킨다.) 뭐든 꼰지르고 싶어서 안달이 났을텐데.
(작게 중얼거린다.) 생각보다 시시할지도 모르지...
아그네스:자네 생각이 틀렸기를 바라기는 처음이군.
새로운 제목을 지어야 할 사건이...아니, 완전히 다른 사건이 하나 나올 것 같은 예감이 들거든. (이따보자, 하듯이 구멍 쪽으로 한 번 시선을 줬다가 다시 동력마차에 올라탄다.)
그래, 원작자를 만나면 우리가 붙인 사건명도 마음에 드는지 물어보면 좋겠군.
이졸데:너는... (운전석에 올라탄다.) RCM에 창백 발생 여부를 고지하지 않은 죄는 안 묻냐는 말을 깡패 새끼가 하게 두는 게 맞다고 생각하냐?
어처구니가 없어서. (동력마차를 출발시킨다.) 찔린 놈? 찌른 놈? 어디로 갈 거야.
아그네스:물론 찌른 놈. 가장 많은 노동을 한 자에게 가장 많은 정보가 있겠지.
헨리가 다른 사람에게 중앙부를 맡겼을 것 같지는 않군.
이졸데:그것도 입 밖으로 나와야 쓸모가 있지. (41번서 방향으로 꺾는다.)
아그네스:말하게 하는 건 또 자네가 잘하잖나.
세간에서는 '좋은 청자' 라고 부르던가...
이졸데:
꿀밤 참기 Roll
기준치: |
50/25/10 |
굴림: |
90 |
판정결과: |
실패 |
아그네스:
민첩
기준치: |
80/40/16 |
굴림: |
3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내면의 목소리:휘익, 경위의 오른손이 기어를 놓고 허공을 가른다. 단단한 주먹에 핏줄이 서 있다...
이졸데:맞을 소리 한 줄
알아야 나오는 속도인데...
아그네스:(내 정수리는 이제
전조마저 감지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게 다 자네와 함께한 훈련 덕분이라네.
이졸데:훈련 덕에 목숨 부지하는 날이 오려면, (손을 기어로 돌려놓는다.)
그런 날 올 때까지는 살아있어야지, 목숨 소중히 써라.
아그네스:자넬 두고 떠나는 일은 없도록 하지. (아, 여기도 나의 고향이지.)
조금씩 튜닝이 다른 두 대의 마차가 이미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용의자와 환자의 이송작업이 끝났다는 뜻입니다.
이졸데:이자식 그 날까지 못 살 거 같은데... (들리게 중얼거리며 안으로 들어선다...)
우리 손님들이 먼저 기다리고 있는 모양이군.
환영합니다, 잼록의 치안을 담당하는 레바숄 시민 민병대 41번서입니다.
이 곳 소속의 형사들은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다가,
규격을 뛰어넘는 베테랑이 되든지, 아니면 상상 이상의 미친놈이 되곤 합니다.
물론 베테랑이든 미친놈이든 격무에 시달려야하는 처지는 변하지 않습니다.
아그네스:(아니면 미친놈이면서 동시에 베테랑이 되거나!)
(그리고 동시에 격무에 시달리기도.)
(이거야말로 일석삼조. 과연 1+1=3이다.)
정신나간 우리 동료들이 손님을 환대해줬길 바라는 수 밖에. (41번서 안에 들어선다.)_
용의자를 임시구류하는 철창 안쪽에 [제이크]가 몸을 웅크리고 있습니다.
혼자 쓰기에는 넓은 공간이지만, 살인사건 용의자를 음주운전 및 일반폭행 용의자와 함께 둘 수는 없으니까요.
제이크의 몰골을 본 주취자와 공연음란죄 현행범은 한 칸 옆의 철창에 조용히 짜져있습니다.
현장직은 각자의 사건을 해결하러 나갔거나, 잠시 점심거리를 사러간 모양입니다.
미친듯이 서류를 작성 중인 사무직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자리가 비어있지만...
아! 아침에 헨리를 '이송'했던 젊은 형사가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필요한 것이 있다면 저 친구에게 심부름을 시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그네스:오, 데릭. 비운 속은 좀 채워뒀나? (가볍게 손을 들어 인사한다.)
데릭:제가 점심시간에 혼자 남아있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아그네스:자네가 아직 나약하기 때문이지. 정진하게.
아그네스:(들었던 손을 가볍게 튕겨 딱, 소리를 내더니 철창으로 다가간다.) 좋은 오후로군, 제이크. 자네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을테니 굳이 묻지 않겠네.
(시선을 올린다.) 우리는 늘 붉은색을 좋아했지.
그 그림에도 빨간 페인트를 넣고 싶었어, 활자와 회화는 다르잖아...
아그네스:그런데 왜 이번에는 넣지 않았지?
그가 그걸 원하지 않았나보군. (낮은 의자를 끌고와 앉는다. 주저앉기 편한 의자는 심문의 필수 도구지.)
데릭:(못 미덥다... 하지만 다들 일처리 하나는 기가 막히다던데...)
내면의 목소리:데릭은 티나지 않게 이 쪽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본인의 의도는 그랬을 것입니다.
또다른 목소리:이대로면 등에
구멍이 하나 생길 것 같아.
가까이 와서 참관해도 된다네, 데릭.
아그네스:자네가 내 옷을 점심식사로 먹기 전에.
데릭:전 염소가 아닙니다, 로페즈 경위님...
아그네스:그럼 왜 먹음직스럽다는 듯이 내 등을 쳐다보고 있지?
데릭:아니, 그... (용의자 앞에서 할 소리는 아니라는 듯, 가까이 와서 수군거린다.)
다들 로페즈 경위님이 용의자 머리 뜯는 솜씨가 기가 막히다길래, 보고 좀 배우려고...
부담스러우셨으면 죄송합니다. 마저 하세요...
아그네스:(내가? 하듯이 이졸데를 돌아본다.)
난 누구 머리를 뜯은 적이 없는데.
이졸데:물리적으로는. (그건 이 쪽 전문이다.)
당연히 뭘 캐묻는 걸 잘한다는 뜻이지. 한 번 봐둬, 본다고 따라할 수 있단 보장은 없지만.
아그네스:(난 그낭 대화를 할 뿐인데, 하고 변명했으나 일종의 칭찬인가 싶어서 도로 제이크를 바라본다.)
그래, 어쨌다고?
큰 발의 제이크:(시선은 허공을 돌다가, 짧게
붉은빛을 응시하기를 반복한다.) 헨리는... 이번 작업이 전대미문의 걸작이 될 거라고 했어.
작품이 그려질 장소와, 스케치와, 담긴 사상이 모두 완벽하다고. 어느 때보다도 뛰어난 작품이 나올 거라고 했어...
그런 그림에 왜 우리의 색깔을 쓰지 않았지? 회화 위의 글씨를 붉은색으로 써봤자 타협 아닌가?... 우리는 화가인데...
나는 말했어. 말했는데. 화를 냈는데... 그 밤에도 화를 냈지, 그래.
헨리는... 의뢰인이 준 스케치가 붉지 않은데 어쩌겠냐고 했어.
아그네스:헨리는 그 의뢰인의 작품 설명에
굉장히 감복한 모양인데. 왜 자네가 직접 그 의뢰인을 만나보지 않았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작업했잖아. 자네가.
큰 발의 제이크:내가 그 자식을... (손톱을 물어뜯는다. 손끝에 얇게 피가 비친다...) 질투할 거라고.
무슨 이야기를 하겠냐고. 차라리 그 녀석의 작품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면... 그 때는 싸우지 않을 거라고 했어.
이번 일이 끝나면 소개해주겠다고 했지, 사실은, 그 쪽에서도 우릴 만나길 내켜하지 않는다면서...
찌를 거라면 그 녀석이 좋았을텐데. 왜 헨리가 있었을까?
이졸데:작업자를 만나길 꺼려했다고? (뒤가 구린 느낌인데, 라는 반문.)
마저 해. 이런 놈은 내가 끼어들면 될 것도 안 된다.
아그네스:아니, 마침 그걸 물어보려고 했는데. (어깨를 가볍게 으쓱이더니) 그래도 손톱을 뜯진 말게. 내가 더 좋은 걸 주지.
데릭, 아직 보고 있으면 커터 나이프 하나 주게.
데릭:혹시나 해서 여쭤보는 거지만, 용의자한테 주려는 건 아니라고 믿습니다...
난 기본적으로 냉병기를 선호하지 않는다네.
데릭:물론 경위님께서 누굴 찌르시는 것도 곤란하고요... (어쨌거나, 날을 접을 수 있는 나이프를 하나 건네준다.)
아그네스:(나이프를 받더니, 자기 머리에서 붉은 부분을 한 줌 골라 약간 잘라낸다.) 제이크, 자네는 손 내밀게. 왼손이나 오른손이나 상관 없어.
큰 발의 제이크:(왼손을 불쑥 철창 밖으로 내민다. 부목을 댄 오른팔도 앞으로 뻗어나왔다.)
(제이크의 왼손 엄지에 머리카락을 테이프로 틱 붙여준다. 마치 얇은 브러쉬를 붙인 것처럼 됐다.)
불안하면 그걸 들여다보던가 만지던가 하게. 혈액 손실은 인지능력에 영향을 주거든.
내면의 목소리:분노, 사랑, 사상, 살인. 제이크를 사로잡은 것들의 색이 손 안에 있습니다.
또다른 목소리:제이크의 어깨가 조금 이완되는 것이 보입니다. 이후의 심문이 원활해질지도 모릅니다...
큰 발의 제이크:(왼손을 쥐락펴락 하면서 다음 질문을 기다린다.)
아그네스:그
제작자라는 사람도 자네가 자길 찌를 거라 생각했을걸세. 그러니 만나기 싫었겠지. (직접 만나서 들어보지 않으면 모를 일이지만.)
그는 그 벽화를 그린 공간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었거든. 헨리나 자네들 주변에 그런 사람 없었나?
환상에 빠져 있는 것처럼 보이거나, 때로 도시 너머를 보는 표정을 짓거나, 과거가 불분명하고 지나칠 정도로 방랑벽이 있는 사람.
또는 창백에 지나친 관심을 갖는 사람.
큰 발의 제이크:(왼손을 쥐었다가 편다.) 의심. 의심한 녀석은 있어... 헨리가
동지와
화가들을 볼 때 나오는 표정.
그런 얼굴로 봐놓고, 중요한 사람은 아니라고 한 녀석이 있었지.
아그네스:그게 누구지? 이름, 인상착의, 만난 곳. 뭐든 좋다네. (아예 철창에 모로 기대듯이 다리까지 쭉 편다.)
자네도 억울하지 않나. 이 일을 꾸민 건 자네가 아닌데.
큰 발의 제이크:(붉음은 손 안에 들어왔다. 그제서야 눈 앞에 있는 사람에게
흰 부분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다...) ...
하얀 머리. 새하얀 머리... 달에 한 번씩, 벽화에 쓸 페인트를 팔러오던...
공장에서 빼돌린 페인트를, 우리 같은 녀석들한테 판다고 그랬지. 크고 파란 트럭을 몰았어...
돈을 내는 건 헨리였으니까, 우리 중에선 헨리가 가장 좋았겠지. 그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그래, 지난달에는 녀석을 화가를 보는 눈으로 보고 있었어...
아그네스:(공장에서 일하는 사람이로군. 새하얀 머리, 찾기 어렵진 않겠어.)
자네도 그 자와 이야기 해 보고 싶나?
이야기...
아니, 헨리와 이야기하고 싶어. 헨리는 어디있지?
작업을 마쳤잖아. 나는 약속을 지켰어...
큰 발의 제이크:어떤 화가가 나타나도, 어떤 사상가가 나타나도, 우리를
첫번째 동지로 여기겠다는 약속을.
이제 녀석이 약속을 이행할 때야. 어디로 갔는지 알아?
아그네스:(돈줄이라더니. 아무래도 그것보단 심오한 관계였던 것 같군, 알마.)
그래, 아주 잘 알고 있지.
하지만 자넨 아직 헨리를 만날 수 없어.
큰 발의 제이크:하지만... 벽화는 끝났는데.
어째서지?
아그네스:진정한 사랑은 오직 내세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지.
제이크는 반문하는 대신 왼손으로 시선을 옮깁니다.
그가 이지를 되찾지 못했다고 한들, 이 문구를 잊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내면의 목소리:한 명의 창백 피해자가 내면으로 침잠합니다.
그가 다시 외부와 소통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아그네스:(철창에서 몸을 뗀다. 새로운 이름을
러브라고 짓는 것 아닌가 모르겠군. 안 어울리는데.)
이졸데:저 놈 상태 나빠지면 손발 묶어놓고. 제 때 식사하는지 확인해.
우린 바로 나가봐야겠거든. (데릭에게 허드렛일을 던져주고 밖으로 나선다.)
아그네스:아마 씹는 모든 건 뱉어내려 할 걸세. 억지로 식도에 우유죽을 밀어넣어야 해. (데릭에게 나이프를 돌려주고 이졸데를 따라간다)
데릭:예...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이졸데:(동력마차에 시동을 걸면서,) 창백에 그림을 그린 것만으로 저런 상태인데.
네 과거사가 진짜라고 하면, 넌 어떻게 제가 기억은 없지만 형사입니다 하는 수준의 의사소통을 해낸 거지?
아그네스:창백에 들어갔다 나온다 해서 전부 저렇게 되는 건 아니거든. 개인차가 큰 편이지.
인간의 어떤 특성이 자아를 유지하거나 창조하는지 밝혀진 바는 없지만, 내가 알아본 바에 따르면 이 상태 (자기 머리 전체를 둥글게 아우른다.) 자체가 이상현상 일 수도 있다는군.
저쪽이 내세의 사랑이라면 나는 진실된 거짓인 셈이지.
이졸데:머릿속에- (빈손을 머리 옆에 휘휘 젓는다.) 회의실인지 공연장인지가 있는 그거 말이지.
그놈들이 일 솜씨만 나빴어도 (공업 지대 방향으로 핸들을 꺾는다.) 다들 네 상태를 좀 심각하게 생각했겠지.
아그네스:망가진 고기능 기계가 나서보실까. (마음에 드는 호칭이다.)
(공업지대의 우둘투둘한 도로를 달리느라 잠시 동력마차의 속도가 느려지자, 창문을 열고 길가에 오순도순 앉아 싸온 점심을 먹는 공장 직원들에게 손짓한다.)
안녕하신가. 좋은 점심이로군. 뭘 좀 물으려고 하는데.
코가 큰 공장노동자:(점심으로 싸온 샌드위치를 우적우적 씹으며 대꾸한다.) 경찰이
뭘 좀 물으려고 하는데 같은 소리를 하면 영...
귀가 빨간 공장노동자:길 물어보려는 건 아닐테고, 뭔 일이우?
아그네스:섭섭하군. 나를 그런 벽창호들과 동일선상에 두는 건가?
내 유치장 경력으로 따지자면 거기 앉아있는 자네들 몫을 다 합쳐도 한참 모자랄걸세. (손목에 수갑 채워진 시늉을 하며 씩 웃어보인다.)
아그네스:
매혹
기준치: |
65/32/13 |
굴림: |
5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별 건 아냐. 내 잃어버린 반쪽을 찾고 있다네.
내면의 목소리:이
유머는 통했어. 저 놈, 먹던 샌드위치를 내려놨잖아.
코가 큰 공장노동자:(햄 끼운 샌드위치를 옆에 내려놓고 킬킬 웃는다. 비웃음이 섞였을지는 몰라도, 분명히 즐거워하고 있다.) 아이고, 내가
진짜를 몰라봤군. 애인이 야반도주라도 했나?
귀가 빨간 공장노동자:컨테이너가 새 살림 차리기 좋은 곳은 아닌데.
아그네스:애인 여부는 실물을 보고 결정하는 게 좋을 것 같던데.
내 머리가 반반이라 영 보기 좋지 않거든. 흰색 부분만 빼다 옮겨주려고.
페인트 공장에서 일한다곤 들었는데. 하얀 머리 노동자 알고 있나?
귀가 빨간 공장노동자:나이들면 다 허얘지지 참. 공장일 할만큼 팔팔한 노인네는 별로 없다지만...
코가 큰 공장노동자:페인트 공장의 머리 하얀 놈?
아그네스:내 위로 15살 이상은 취향 아닐세.
이졸데:취향 씩이나 있으셨군... (놀라워한다)
아그네스:실제로는 30살까지도 괜찮아. (졸데에게 말한다0
이졸데:(세상에서 가장 몰라도 되는 정보를 들은 사람의 표정)
코가 큰 공장노동자:그... 이름을 모르겠네. 머리 허옇고 혼자 다니는 놈 하나 있지.
좀 음침해가지고 혼자 담배나 뻑뻑 피는 놈인데, 일은 잘해서 반장이 좋아한다던가.
아그네스:호오. 지금 가도 만나볼 수 있겠나?
코가 큰 공장노동자:그럼, 일하는 데는 저기. (바로 한 골목 건너 있는, 규모 작은 공장을 가리킨다.)
삑하는 소리가 휴식벨인 건 알겠지, 형사 양반.
담배 태우러 나올 때 붙잡으면 될 거요.
아그네스:내 정신 스위치가 내려가는 소리랑 비슷하군. 고맙네!
잘 되면 청첩장이라도 돌리지. (손가락을 원형으로 휘 휘두르며 다시 몸을 차 안으로 집어넣는다.)
이졸데:사람이 이렇게 자존심이 없을 수가 있나... (순수한 감탄. 공장 뒤편에 동력마차를 세운다. 기름과 화학약품의 냄새가 난다.)
짭새 밥 몇 년 더 먹은 네가 보기에, 그 의뢰인이란 놈을 체포할 명분이 있을 거 같냐?
아그네스:자기 입으로 '누군가를 살해하기 위해 해당 위치에 그림 제작을 의뢰했다'고 하지 않는 이상은 어려울 것 같군.
기껏 해봐야 재물손괴죄, 그마저도 강력하게 처벌을 주장할 기소자가 없으니 조서나 쓰고 풀려나겠지.
하지만 어떤 경험을 한 동지로써 나눠 볼 이야기는 있을 것 같아. (동력마차에서 내리며 코 밑을 한 번 문지른다. 치약이라도 발라야 익숙해질 냄새로군.)
이졸데:불법 벽화를 그린 패거리로서만 처벌 가능하겠군... (운전석에서 내려 마차 옆면에 몸을 기댄다.)
(자비나 관용은 없지만, 피폭된 놈들끼리의 담소를 막을 정도로 잔인하지도 않다...)
아그네스:(공장 뒤, 아마 어딘가 사람들이 흡연 공간으로 이용하는 좋은 구석이 있을텐데...)
아니나다를까, 공장 간의 경계를 나누는 담벼락 아래에 꽁초가 잔뜩 떨어져있습니다.
구름과 매연이 흘러가는 것을 보고 있으면, 어느새 삐-하는 소리가 먹먹하게 울립니다.
기름때 묻은 차림의 노동자 한 무리가 바깥으로 나와 몸을 풀고, 매캐한 공기를 쐽니다...
내면의 목소리:...그리고
흰 머리칼의 노동자 한 명이 이 쪽으로 오고 있습니다.
(가만히 근처 벽에 기대 선 채로 상대가 오기를 기다린다.)
또다른 목소리:작은 키, 흰색 곱슬머리, 여성. 왼쪽 다리를 가볍게 절고 있습니다.
이졸데:(담벼락에 기대서, 어디 실컷 얘기해보라는 듯 고개만 한 번 까딱인다.)
흰 머리칼의 공장노동자:(
눈에 띄는 선객을 보고 잠시 걸음을 멈춘다.)
아그네스:(상대방이 다가오면 미소를 지으며 한 손을 내민다.) 담배 한 대만 빌려도 되겠나.
흰 머리칼의 공장노동자:(흰색 플라스틱. RCM이다.) 형사님은 골초처럼 보이지는 않는데요.
(말과는 달리 선뜻 담배를 건넨다. 흔히 볼 수 있는 아스트라다.)
아그네스:남의 호의에만 기대 사는 기생충일세. (고맙군, 하고 담배 한 대를 받아 입에 물더니 라이터로 불을 붙인다. 담배는 없어도 라이터는 들고 다닌다.)
이유는 짐작하나?
흰 머리칼의 공장노동자:(자연스레 옆자리로, 담벼락에 기댈 수 있는 곳으로 몸을 옮긴다. 불 붙은 담배를 한 모금 빨아들인다.)
죽었다고 들었는데. 헨리가 진술이 가능한 상태였나요?...
내면의 목소리:허공을 떠도는 시선, 몽상가 특유의 느린 말투.
아그네스:(그리고 마치
죽은 자에게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을 안다는 듯한 태도.)
또다른 목소리:틀림없습니다. 이 사람은 당신과 같은 과피폭자입니다.
헨리가 죽을 걸 알고 있었나.
흰 머리칼의 공장노동자:만약에, 그런 날이 온다면,
근사할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건 부정하지 않아요...
하지만... 아시죠, 형사님? 미학적인 감각과 윤리적인 감각은 완전히 다른 문제니까요...
근사하겠다고는 생각했지만, 그걸 바랄 수는 없다고 생각한 것도 저의 진심이에요.
아그네스:그건 헨리가 자네와는 다른
위치에 있는 사람이기 때문인가?
자네가 그린 근사한 그림 덕분에 바라던 일이 이루어진 것 같은데.
흰 머리칼의 공장노동자:오, 헨리가 중산층이라서? 창백 근처에도 가본 적 없지만, 창백한 벽화에 매료될 수 있는 사람이라서?
그냥, 헨리는 제 그림을 가장 좋아해준 사람이니까요. 어떤 그림이나 노래의 열렬한 팬이 그 메시지를 몸소 실현하는 것. 진부한 로망이니까 이해하실 거라고 생각해요.
아그네스:(난 안 그래, 하듯이 이졸데를 잠시 바라보다가 다시 돌린다.)
흰 머리칼의 공장노동자:보통은, 로망이란 게
진짜로 이뤄지기를 기대하지 않는다는 것도, 이해하실 거라고 생각하고요...
이졸데:(하긴 너는 누가 자기한테
열광하길 바라는 인간은 아니지... 라는 표정으로 본다.)
흰 머리칼의 공장노동자:제가 기대한 건... 일종의 마케팅이죠.
흰 머리칼의 공장노동자:창백이 잼록
한가운데에 있는데, 그걸 형사님이나 저같은 인간 밖에는 몰라요.
이런 게... (표현을 찾으려다가, 실패한다. 연기만 길게 뱉어낸다.) ...가당한 일인가요? 그래요.
예고편, 광고판, 전단지, 뭐라고 하셔도 좋아요. 전 그걸... 평범한 사람도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흰 머리칼의 공장노동자:아니죠. 하지만 모든 종말론에는
낭만주의가 있어요.
아그네스:자네는 낭만이라는 이름의 종말을 무관한 사람들에게 퍼트린 것에 불과해.
그게 자네의 사랑인가?
흰 머리칼의 공장노동자:형사님, 제가 창백을 만들었나요? 저 같은 게 그럴 수나 있나요?
저는 그냥 구멍 하나를 우연히 봤고, 그 구멍이 뭔지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었을 뿐이에요...
... ...
헨리를 찌른 건 누구죠?
아그네스:창백은 개념일세. 개념에 경험이 수반되면 이해가 발생하고. 그렇게 개념의 확장이 이루어지지.
확장된 개념은 누군가가 바로잡으려 해도 결코 축소되지 않아. 잊혀지지 않는 한은. 게걸스러운 개념은 모든 것을 함의하기 시작하고, 그럼 그곳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겠지.
그건 더 이상 예술이 아닐세. 살해지.
(다 타들어 간 담배를 바닥에 떨어트리고 구둣발 끝으로 비빈다.)
제이크.
내면의 목소리:개념에 경험이 수반되면 이해가 발생한다.
또다른 목소리:창백 위에 창백을 모티브로 한 그림을 덧칠하는 과정. 그림의 작업량과 그림에 대한 이해도가 비례한다면, 제이크는
이중으로 피폭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아그네스:헨리가 제이크의 작업 중 일부를 지적했지.
그렇게 자네가 그린 작품 앞에서, 두 사람이 그 개념을 완벽하게 재현했어.
자네 스스로의 판단에 맡기고 싶군. 자네가 이 살인사건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나?
형사님, 형사님은 이미 판단을 내리셨어요...
제이크가 아니라 창백이 이성을 먹고, 칼을 쥐었다고 하셨죠.
그렇다면 저에게 책임이 있다고 할 수 밖에요. 어떻게 부정하겠어요?
아그네스:(잠시 생각한다. 어쩌면 이건 나 자신에 대한 항의다. 그 창백은 이솔라의 시초부터 있던 것이었고, 자신을 범인으로 지목하거나 몰아세울 증인조차 없었으므로.)
창백을 재판정에 세울 수는 없지. 비가 와서 집이 물에 잠겼다고 하늘을 고소하는 자가 없듯이.
그러나 자네의 마케팅이 그 현상을 부각시키고, 불필요한 피해자를 낳았다는 연쇄는 재판해야 한다네.
현세에서 할 수 있는 건 그것 뿐이야.
흰 머리칼의 공장노동자:빗물 때문에 하늘을 고소할 수는 없지만, 둘을 비오는 곳으로 데려간 건 저니까요...
한 가지만 물어도 되나요, 형사님?
아그네스:얼마든지. (입꼬리를 올리며 한 손을 펼쳐보인다.)
흰 머리칼의 공장노동자:(비슷한 모양새로 입꼬리를 올린다.)
제 그림이 마음에 드셨나요?
아그네스:글쎄, 나는 미학에 대한 건 몰라서.
하지만 색은 마음에 들더군. 자네가 적절한 페인트를 빼돌린 것 같아.
나라면 그 위에 아무것도 그리지 않았을걸세. 아무것도.
흰 머리칼의 공장노동자:(무슨 상찬이라도 들은 것마냥 온 얼굴이 환해진다.)
내면의 목소리:헨리의
동지는 수십이었지만, 이 화가에게 동지라고 부를만한 사람은
당신 뿐입니다.
흰 머리칼의 공장노동자:아, 그랬어야 하는데...
고마워요, 기뻐요, 형사님. 이 기분이라면 조서로 탑을 쌓아도 좋아요.
가실까요? 시간을 많이 빼앗을 수는 없으니까요...
아그네스:가지. 자넨 도착하면 제이크에게 피폭 이후 제정신을 차리는 법에 대해서도 알려줘야 할 걸세.
지금쯤 제이크의 식도에 우유죽이 가차없이 처넣어지고 있을테니까. (상대의 등을 툭 두드린다. 인도적으로 수갑은 채우지 않았다.)
그러고보니 가장 중요한 걸 묻지 않았군.
자네 이름이 뭐지?
형사 두 명, 용의자 한 명. 하지만 수갑을 찬 사람은 없습니다.
나탈리아가 작성한 조서는 재판장으로 보내지기 전부터 상당한 논란거리가 되었습니다.
일반적인 범죄는 선례구속의 원칙을 따르지만, RCM의 다사다난한 사건장부에도 창백에 그림을 그린 일은 없었거든요.
형량은 둘째치고, 대체 무슨 법으로 처벌해야할지 긴 논의가 있었으나...
...늘 그렇듯, 형사들의 일은 범인을 '체포하는' 데까지입니다.
제이크와 나탈리아가 재판장의 소관으로 넘어간 후에는, 그들의 소식을 듣기도 어려워졌습니다.
수사가 종결되는 것과 동시에 문제의 벽화가 그려져있던 벽은 완전히 철거됩니다.
'구멍'이 위치한 허공에는 엔트로피 학자의 자문으로 안에 납을 댄 격리상자가 설치되었습니다.
일반 시민의 동요를 막기 위해, 겉보기에는 그저 망가진 공중전화 부스처럼 보이게 꾸며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오랜 애물단지였던 구연립주택 벽이 드디어 허물어졌다는, 기분좋은 해방감을 느끼는 모양입니다.
이 모든 일 뒤에도 새로운 사건은 계속됩니다. 사실, 계속되는 사건이야말로 형사들의 일상 자체입니다.
평소와 같은 하루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우편함에 빳빳한 종이 한 장이 튀어나와 있습니다.
흰 종이를 직사각형으로 잘라, 손수 그림을 그려 엽서처럼 꾸며두었습니다.
보낸 사람의 이름은 없지만, 색조는 못 알아볼 수 없는 것입니다.
온통 파르스름하게 칠한 종이 위, 위에서 내려다 보아 신발 한 쪽 처럼 보이는 작은 배가 떠 있습니다.
배 위에 찍은 빨간 점이 누구인지, 수신자는 알 수 있겠지요.
축하합니다! 당신은 사건의 진상을 모두 파악하고, 진범을 밝혀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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