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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식물질이 무성하게 내려와있는 한 정글에서 눈을 뜹니다.
거대한 나무들의 미로처럼 얽힌 잎사귀들 사이로 초록색 햇빛이 들어와 아이든을 영묘하게 비추며, 시원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지능 기준치: 70 /35 /14 굴림: 42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건 꿈입니다. 당신이 눈을 감고 잠에 빠져 들 때마다 꾸는 꿈이죠.
그러나 이 곳에는 그 어떠한 생물체도 없습니다.
아이든: (아, 그래. 이런 꿈이었지. 아무 것도 없는... ... 정말 아무 것도 없나?)
정말 아무것도. 식물과 당신, 햇빛과 바람... ...
긴 풀들이 다리를 간질이고, 저벅이는 흙은 소리는 자연을 닮아 퍽 듣기 좋습니다.
아이든: (들어갈 수 있는 곳인가... ...)
(난... 이런 곳만 보면 들어가고싶던데)
물을 보면...들어가고 싶어지는 게 사람의 당연한 심리.
마치 물이 불어나듯이 호수의 수면이 점점 올라오더니
아이든: 뭐야... (찰박, 밟아 걷어차본다.)
(고작 뺨 좀 쳤다고?)
그리고 그와 동시에, 주변을 빽빽하게 메우고 있던 나무들이 점점 시들기 시작합니다.
눈 깜짝할 새에 불어난 물은 무릎을, 가슴을, 어깨를...곧 머리 위까지 채워버립니다.
(허우적...)
아이든이 허우적거리는 것과는 다르게, 호수는 자꾸만 당신을 아래로 끌어내립니다.
숨조차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 고통이 온 몸을 엄습합니다.
의식을 잃어가는, 또는 점점 깨어나는 아이든의 몸 위를 옅은 푸른 빛이 훑고 지나갑니다.
당신은 다시 눈을 뜹니다. 아니, 이제 제대로 깨어난 것이겠죠.
아이든: (눈 번쩍... 일어나자마자 손이랑 몸 살핀다... 난 살아있나... 살아있으니까 뜬 거겠지...)
게다가 한 쪽 발목에 침대와 연결된 사슬이 매여있긴 하지만 말이죠.
(발목 당겨본다. 이거 뭐야?)
이곳은 침대 하나와 TV 하나, 그 외의 가전제품이 조촐히 놓여있는 병동의 1인실입니다.
1년이 가까이 흘렀으니 조금은 익숙해질 법도 한데 말이죠.
아이든: (불만으로 표정이 일그러진다. 역시 나 혼자인가... ... ... 하고 주변 둘러본다...)
(그, 그래 1년...)
아이든 악셀은 약 1년 전부터 병동에 입원해 있습니다.
병이라고 하기엔 이상하지만, 아이든은 남들과는 다른 것을 보고 있습니다.
지구상에서 식물종이 사라진 지가 오래인데, 아이든에게는 종종 식물이 피어나는 모습이 보이곤 합니다.
가령 지금 발목에 매인 쇠사슬의 틈새에서 자라나는 이끼라던가.
식물의 환각 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습니다. 건물을 타고 올라가는 담쟁이일 때도 있고, 모래밭에 핀 꽃일 때도 있습니다.
: 아이든이 손을 뻗어 식물을 만지려고 하면 재처럼 사라진다는 것만이 환각들의 공통점이죠.
: 아마 정글 속을 거니는 꿈을 꾼 것도 이 증상이 나타날 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아이든의 설명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당신을 미친놈으로 취급했습니다.
: 이곳은 아마도 정신병동. 그러니 구차한 링겔보다는 단단한 구속구가 좀 더 도움이 되겠죠!
아이든 악셀, 당신은 이 병동의 29번 환자입니다. 근1년간은 이름보다 번호로 불린 적이 더 많은 것 같네요.
언제나 그렇듯 병실의 창문은 얌전히 닫혀 있습니다.
창가에 놓인 미니 TV에서 이런 방송이 나오고 있네요.
"...모든 식물종의 멸종 이후, 인간 종에게 남은 산소는 천 년을, 정확히는 1014년을 겨우 넘길 양으로 이는 동물종의 개체 수를 생각했을 때 더욱 줄어들며... ..."
아이든: (신경실적으로 발목을 잡아당긴다.) 사람을 미친놈 취급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 (방송이 흘러나오든 말든 인상 곱게 쓴 얼굴로 정면이나 바라본다.)
(난리치면 누가 오겠지? 해볼까?)
사슬은 고작 방을 돌아다닐 정도, 창문 앞과 병실 문 앞...
(뭐 하나 잡히는 거 잡아서 문 쪽으로 던져본다.)
아이든은 철제 라디오를 집어 문 쪽으로 던집니다.
아이든: (누가 들어와 내 지랄을 받아줄 지 궁금한 표정으로 문 본다...)
아이든을 담당하는 간호사의 목소리가 들리는데...
듣기 기준치: 40 /20 /8 굴림: 1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간호사가 무언가를 설명하는 듯 하다가, 처음 듣는 목소리도 흘러들어옵니다.
워낙 웅얼거리는 소리라 잘 들리지 않지만...
곧 아이든의 궁금증을 해소해주겠다는 듯 한 사람이 병실 문을 엽니다.
???: (아이든의 얼굴을 보고는 눈썹을 들어올렸다 내린다.) 뭔 소린지 알겠네. 알아서 할게.
간호사는 병실로 들어온 여자에게 종이들이 들어있는 파일을 하나 넘기고는 방을 떠납니다.
아이든: (...? 껄렁하게 팔짱이나 끼고 건성으로 대답한다.) 뭡니까?
???: 오스카. (짧게 이름을 말하더니, 코트 주머니를 뒤적이다가...포기한 듯 한숨을 내쉰다.)
(뭐라냐....세계정부...)
아이든: 딱히 이름을 물어본 게 아닌데. (그러다 뒤에 덧붙은 말을 듣곤 고개를 기울인다. 세계정부?) 거기서 왜?
오스카: 난 식물학자고, 지구에서 절멸한 식물종을 되살려내는 재생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지. (감이 잡혀? 하고 묻는 듯한 표정이지만, 그 이상의 설명은 않겠다는 듯 아이든의 질문을 무시하고 다가온다.)
(차트를 열고 삐딱한 자세로 종이를 하나하나 넘겨보더니) 난 20살이란 말만 들었지 이렇게 성질 드러운 놈이란 건 몰랐는데... ...
아이든: (뭐야. 제 쪽으로 다가오는 이를 보곤 본능적으로 몸을 물렸다.) 그거랑 내가 뭔 상관입니까? 세계정부 과학자나 되는 사람이 왜 여기까지 와있냐고 물은 거잖아. (참 나. 사람 앞에서 바로 사람을 까고 있네.)
성질 드러워서 감복 좀 하셨습니까.
오스카가 뭐라고 답하려는 순간, 병실 문이 살짝 열리더니 간호사가 그를 부릅니다.
오스카: (고개를 돌렸다가, 침대 위에 파일을 내려놓곤 몸을 돌린다) 금방 올 거니까 이번엔 뭐 던지지 마라.
아이든: 그렇게 말하면... (더 던지고 싶은데... ...?)
자신을 과학자라고 소개한 사람은 금세 병실을 다시 나가버립니다.
아이든: (이 파일 뭐지? 한 번 집어들어 읽어본다.)
겉면에 '29번 환자, 아이든 악셀'이라고 쓰인 파일...
파일을 열어보면, 왼쪽 면에는 아이든의 신상정보가 적혀 있습니다.
오른쪽 면에는 병원의 서류처럼 보이는 종이가 끼워져 있습니다. 상단에 '경과노트'라고 쓰여 있군요.
'환자는 여전히 계속 똑같은 진술을 반복한다.'
'식물이 보인다고 하지만, 이 또한 거짓으로 판단된다.'
아이든: 이자식들이 나를 구라치는 놈으로 만드네...
아이든이 세상에 분노하고 있을 무렵, 다시 병실 안으로 오스카가 들어옵니다.
오스카: 그거 읽으라고 둔 거 아닌데. (아이든이 차트를 집어던지기 전에 슥 빼간다)
아이든: 그럼 가져갔어야지. 누가 환자가 손댈 수 있는 곳에 차트를 올려둡니까? (쏙 빠지는 차트 허망하게 본다.)
그래서. 내 차트는 왜 가지고 있는 건데요?
오스카: 병원에 좀 틀어박혀 있었다고 못 걷는 건 아니지? 일어나서 걸어봐.
아이든: (누굴 바보로 알... ... 일단 일어나보자.)
오스카: 내 연구실. 거기서 지낼건데, 살벌한 곳이니까 얌전히 굴어.
거기선 독방으로 안 끝날테니까.
아이든: 여기보다 더 살벌하냐고 물어보려고 했는데. 살벌하면 좋죠. (일단 나간다는 생각에 급격히 기분이 좋아졌다. 일단 나간다는 거지!)
드디어 이 지긋지긋한 병동 생활이 끝나는건가요!?
아이든을 거짓말쟁이로 치부하는 사람들에게서 벗어나서!!
아이든: (벗어나서! 일단 나가서 튀든 말든 알아서 해주지...)
오스카: (아이든의 말을 듣곤 차트를 열어 뭐라고 적는다)
아이든: (일어나서 발목의... 이 뭣같은 거나 팽팽하게 당긴다.) 그럼 이것부터 풀어보십쇼.
오스카: (슥슥) 아, 그래. 풀어줘야지. 있어봐라.
(주머니에서 작은 열쇠를 빼들더니, 아이든의 발목에 묶인 족쇄를 풀어낸다.)
(손 탁탁 털고 일어나며) 도망가려고 하면 죽여버릴 거니까 얌전히 따라와.
아이든: 죽여요? (총을 쏴 갈기나? 어디 총을 숨겨놓은 것 같은 곳은 없는지 이리저리 몸을 움직여 너를 살펴본다.)
웬만해서 알 수가 없겠군요...총을 잘 쏠 것처럼 보이진 않지만요.
오스카: (또 차트에 뭐라뭐라 적음) 가자. 이미 수속은 끝났어.
아이든: (음... ... ... 나가자마자 뒤지고 싶진 않은데... 좀 어울리다 튀자 그럼... ...) ... (갑작스레 조용해져서 조용히 손 내민다.) 이 옷 그대로 갑니까?
오스카: (옷 왜? 하듯이 돌아봤다가) 아아. ... ... (곰곰)
있어봐.
(네게 차트를 던지듯이 맡기더니 곧 병실을 나간다)
행운 기준치: 50 /25 /10 굴림: 62 판정결과: 실패
입어.
그냥 이거 입고 갈게요.
저... 저런... 가오 뒤지는 옷 못...
병원복 입고 연행당할 일 있나?
오스카: 나 네 취미에 어울려주고 싶지 않다. 빨리 갈아입어.
아이든: (하............. 진심이냐)
(그... 어케든 간지나게 찢어서 입어본다...)
.
(천잰데)
체크무늬 반집업을 찢어 급진적 힙스터로 거듭납니다.
오스카: .............,.,.....,.,.,.,..,
있어봐
괜찮지 않습니까.
오스카: 행운 기준치: 50 /25 /10 굴림: 4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오스카: 나가자마자 다시 병동으로 끌려들어오고 싶냐?
아이든: (무난한 가운 다시 주섬주섬 걸친다...) 왜지... 내가 나가지 않은 사이에 트렌드가 바뀌기라도 했습니까...
오스카: 찢어진 반집업 트렌드는 지구 탄생 이래로 한 번도 온 적이 없었다.
아이든: (한숨 한 번 쉬곤 걸친 의사 가운 탁탁,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갑시다. 평범해졌으니까요.
아이든: 그 전에는 아니었다는 건가... (중얼중얼)
병원 밖으로 나오자, 깔끔한 흰 건물과 홀로그램으로 만들어진 간호사들이 곳곳에 보입니다.
병실 안에만 있었을 땐 구렸는데, 꽤 최신시설이었나 보네요.
아이든: (이런데 나를 그딴 곳에 처박아뒀다고? 갑자기 또 짜증이 솟구치기 시작...) ...예? 왜 갑자기 그런 안부...
오스카와 아이든은 병원 엘리베이터에 올라탑니다.
반투명한 유리로 만들어진 엘리베이터에는 숫자 버튼이라곤 보이지 않지만...오스카가 벽면 어딘가에 손을 가져다대자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하네요.
엘리베이터 밖으로는 삭막한 도시의 풍경이 펼쳐집니다.
아이든: 으음... 글쎄요? 뒤지기 일보 직전인 꿈을 꿔서 딱히. (오, 뭐야. 일련의 행동들을 가만 바라본다.)
오스카: 번화가에 한 번도 안 와본 모양인데, 반응이. (1층에 도착하자, 엘리베이터에서 앞장 서 내린다.)
뒤지기 일보 직전인 꿈?
아이든: 대충 나가 있을 때도 음지에 있어서말이죠. (오기야 와봤지. 거래할 때 가끔. 뒤를 따라 걸어나간다.) 예. 뒤지기 일보 직전인 꿈.
호수가 여기. (제 머리 위를 가리킨다.) 여기까지 차오르는 꿈이요.
오스카: ..하기야. 병원에 오기 전엔 너도 어디서 살고 있었겠네. (호수라, 하며 병원을 빠져나가는 길 중간에 멈춰서서 너를 돌아본다.) 식물은?
아이든: 당연한 거 아닙니까? 멀쩡하게 살던 사람 여기 처박아뒀다고요. (영 불만스러운 듯 한쪽 눈썹이 일그러진다.) 있었다가 없어졌죠.
오스카: 무슨 식물? 나무인가, 아니면 풀? 몇 년이나 된 것들인데? 침엽수랑 활엽수로 나누자면 어느 쪽이 더 많지? 꿈 속 기후는 어떤데? (질문 와르르 쏟아낸다)
어쩐지 들뜬 듯이...질문을 쏟아내는 오스카의 뒤로는 늘어선 고층빌딩들이 보입니다.
빌딩의 벽에서는 세계정부의 방송이 흘러나오고 있네요.
아이든: ... ...아니, 하나씩 물어보십쇼. (이전의 기억을 되짚는 듯 시선을 위로 굴리다가, 결국 다시 정면을 바라본다.)
그...
몰라요. 많았습니다.
오스카: ... ...식물 공부 같은 거 안 해봤냐? (김이 빠지는 듯 한숨을 내쉬더니) 또 꾸면 확인 좀 해 봐라. 식물이 다 같은 식물이 아니라고. 하물며 실제 식물을 보기도 힘든 지금은...
아이든: 안 해봤습니다. 나는 할 거면 약이나... 뭐... 그런 곳으로 해봤지... (그리고 의학 조금.) 애초에 뭐가 뭔지 잘 알아야 말이죠.
관찰력 기준치: 60 /30 /12 굴림: 10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오우)
고층 빌딩의 벽면에서 나오는 뉴스가 눈에 들어옵니다.
"-...이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세계정부 측에서는 각국의 유망한 과학자들을 세계정부 과학부로 초대해 소수정예의 팀을 만들었으며... ... ...현재 인공 식물들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
자료화면에는 과학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주욱 서 있습니다.
아이든: (응? 이거 얘 아냐? 뉴스 봤다가, 앞에 있는 사람 봤다가... 다시 뉴스 본다.)
당신... 유명한가봐요?
오스카: 아는 사람이나 아는 정도지. 누가 과학자 얼굴을 일일히 기억해? (고개를 들어 뉴스를 보곤 질색이라는 듯 손을 내젓는다)
아이든: 관심 있는 사람이면 있을 수도 있지. 물론 저는 없지만요. (당당)
어느새, 오스카의 목을 휘감고 얇은 담쟁이 덩굴이 자라납니다.
오스카: 과학자 이름이나 얼굴까지 기억해두는 건 머저리들이나 하는 짓이야. 세상의 희망은 무슨... (다시 발걸음을 재촉한다)
아이든: (손을 뻗어 목을 쥐어본다. 정확히는 담쟁이 덩굴...)
아이든의 손이 닿자, 담쟁이 덩굴은 금세 재가 되어 사르르 사라집니다.
오스카: ...뭐야? (갑자기 생명의 위협을 받은 얼굴로 쳐다본다)
아이든: 아니. 목에 당신이 좋아하는 식물이 자라서.
오스카: 식물? (눈썹을 비틀며 목을 매만지다가...) 아, 그래. 식물이 보인다고 했었지.
진짜는 아닌가보네. 사람 몸에 식물이라니... ... (꽤 미심쩍은 얼굴로 바라본다)
아이든: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담담한 얼굴로 손을 거둔다.) 나도 모릅니다. 진짜 내가 환각이라도 보는 건지, 뭔지. 일단 대다수가 내가 미친놈이라 떠들고 있으니 진실이 그쪽일수도 있겠죠.
오스카: 안 미쳤을 수도 있지. 앞으론 무슨 식물인지 말 해. 적어도 네가 보는 식물 이름 정도는 알아둬라. (다시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빠른 걸음으로 걷는다)
아이든: 이 정돈 알죠. 담쟁이 덩굴입니다. 당신 목을 휘감고 나타났으니 영 개연성 없는 걸 본 건 아니거든요. (이걸 말해서 무슨 의미가 있나... 싶으면서도 또 순순히 따른다. 일단 과학자라는 인간이 궁금하기도 하고.)
오스카: 담쟁이 덩굴은 감고 오르는 게 아니라 타고 오르는 거야. 비슷한 말 같아 보이지만 달라. 얇아서 풀처럼 보이지만 분류는 나무고... ...
오스카의 식물학 개론이 줄줄 이어지는 동안, 어느새 두 사람은 세계정부 건물 앞에 다다릅니다.
아이든: 그래, 그래요. 타고 오르는 거... (과학자는 이렇게 까다롭나? 하는 는으로 흘긴다.) 여깁니까?
오스카: 세계정부 소속 건물. 지금 과학자들은 전부 여기 모여있어.
오스카: (건물 앞 사물함에서 가방을 하나 꺼내더니, 그 안에서 방독면을 꺼내 네게 손짓한다) 이리 와.
아주 전부는 아니겠지. 적어도 중요한 프로젝트에 소속된 놈들은 다 있어.
아이든: 왜요. (한 번씩 사족은 달아야 만족하는 성격.)
(그 사족에 답해주는 타입)
오스카: 아, 오라면 와. 널 동료 과학자라고 속이고 들어갈 거니까 그렇지.
아이든: 허... ... ... 신분 속이고 가겠다 이겁니까? (마음에 들었음! 냉큼 간다.)
오스카: 그래. 들키면 안 되니까 입 다물고 얌전히 있어. (아이든 얼굴에 절걱절걱 방독면을 씌운다)
정말 좋은 방독면인건지...씌우는 방법이 장난아니게 복잡합니다.
아이든: (절걱절걱... ... ... 내 얼굴은 아무도 못 보겠군 이거...)
말도 하면 안 됩니까?
오스카: (만족스럽게 가려진 얼굴 본다) 어. 과묵한 컨셉으로 가라. 적어도 내 연구실에 가기 전까진.
오스카: 콘크리트에 파묻혀 새 빌딩의 건축자재로 쓰이게 된다. (농담같지 않은 목소리로 농담하며 문 앞에 선다)
아이든: 사람을 벽 속에 묻으면 콘크리트가 잘 붙지 않아서 금방 허물어지기 마련인데 굳이 그런 비효율적인 방법을 쓰고 싶다면야... (재잘거리며 뒤에 딱 붙어 선다.)
오스카: 내가 아무래도 환자를 잘못 데려온 것 같은데... (중얼거리며 문 옆의 버튼을 누른다.)
버튼을 누르자, 경비원처럼 생긴 홀로그램이 스르륵 나타납니다.
오스카: 식물학자 오스카. 뒤에 붙어있는 놈은 동료인데, 멍청하게 출입증을 두고 나왔다고 하니까 같이 통과시켜줘.
오스카의 말이 끝나자, 홀로그램은 잠시 멈추어 서 있다가 곧 치직거리며 사라집니다.
(멍청?)
(방독면 틈새로 꼬라봄)
문 하나 없어보이던 빌딩의 벽에 금이 생기더니, 지익...하고 열리며 내부로 향하는 통로가 드러납니다.
건물 안에는 사람들이 분주하게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한 눈에 보기에도 억 소리나는 기계들이 즐비합니다.
아이든: (음...~. 뭘 봐 하는 소리는 가볍게 무시해버림. 이게 다 뭐람.)
오스카와 아이든이 지나가면, 몇몇 과학자들이 오스카에게 인사를 해 보입니다.
오스카: 안녕 못하다, 별로, 악수하기 싫어. 가라. (앞만 보며 척척 응대하다가...아이든이 인사하는 것을 보고 등을 툭 민다)
악수를 건네는 어떤 사람의 손에는 클로버가 자라나고 있고, 또 누군가의 머리에는 작은 묘목이 돋아 있기도 하고...
두 사람은 엘리베이터에 타고 빌딩 위로 올라갑니다.
곧 29층에 도착했음을 알리는 목소리가 울리고... ...
일반 호텔처럼 복도를 따라 나열된 방 문이 눈에 들어옵니다.
아이든: (왜 여기마저 29.................)
예? (아무도 없나?)
복도는 조용합니다. 아마 다들 연구에 매진하고 있거나, 방에 있지 않은 거겠죠.
아이든: (없군. 기지개 한 번 켜보고 앞으로 쭉 걸어간다.) 맨 끝 방이 당신 연구실입니까?
오스카: 그래, 구석져서 꽤 좋은 자리지. (맨 끝 방에 도달하면, 출입증을 방 문 옆에 태그한다)
오스카: 들어가. (아이든의 등을 툭 밀어 방 안으로 집어넣는다)
아이든: (내가 앞에 있었지 참. 툭 밀려 안으로 쏙 들어간다. 주변 좀 둘러볼까.)
방 안은 온통 흰 벽입니다. 넓고 깔끔하네요.
한 면은 책으로 가득 차 있는 책장이고, 한 면에는 거대한 컴퓨터가 얹어진 책상이 자리합니다.
실험에 쓰는 듯한 기계들도 정리가 되어있군요.
간소한 사이즈의 침대나 테이블도 딸려 있는 것으로 보아, 연구실 겸 방으로 쓰는 모양입니다.
오스카: (방 문을 닫곤 숨을 내쉰다.) 이제 방독면 벗어도 돼.
아이든: (팍 잡아당겼다가... 그대로 네 쪽으로 돌아선다.) 벗겨주십쇼. (말이 이상하지만.)
오스카: 말 똑바로 해라 너; (결국 또 절걱거리며 방독면을 벗겨준다) 혼자 쓰는 연습도 해. 빌딩을 드나들 때마다 내가 해 줄 순 없으니까.
아이든: 아니. 뭘요. 그럼 방독면을 벗겨달라고 하지... 뭐라고 합니까? (어이 없다는 눈으로 가만 휑한 얼굴로 바라본다.) 해주면 어디가 덧나나요.
오스카: 귀찮잖아. (미간을 찌푸리더니 손을 내젓고) 편한데 앉아. 할 얘기가 많으니까.
아이든: 나를 데리고 온 김에 좀 귀찮게 지내보십쇼. (히죽 웃고는 보이는 간이 침대에 걸터 앉는다. 네 거든 뭐든 신경은 안 쓴다.)
해보세요. (다리까지 꼬아 앉음)
오스카: 태도가 거만한데. (책상 앞의 의자에 앉더니, 내용물이 하나도 없는 빈 파일을 하나 건넨다.)
널 왜 데려왔냐고 물었지.
아이든: 아까 성격이 뭐라뭐라 하셨잖습니까. 원래 이래요. (네 말을 듣곤 고개를 가벼이 끄덕인다.) 예.
오스카: 그 파일은 지금까지 팀이 낸 연구성과야.
보다시피 아무것도 없지.
아이든: (파일을 슬쩍 훑어보곤 종리를 팔락거린다.) 네. 아무 것도 없네요.
...그래서요? 이거 얼마동안 했던 연구길래.
오스카: 몇 년 전, 지구상의 모든 식물이 없어진 뒤로 계속.
오스카: 이미 동물종의 38%가 멸망했고, 머지않아 인간도 멸망할거야. 말이 좋아 1014년이지, 그 전에 식량난으로 너나 할 것 없이 굶어죽겠지. 지금은 깨끗한 공기를 마시는 것조차 돈 있는 놈들이나 할 수 있는 짓이야. (그 말을 딱히 부정하지 않은 채 어깨를 으쓱인다.)
인공식물을 개발한다느니 하지만...불가능해.
아이든: 일수가 모자란가. 개발되고 날 때 쯤이면 대부분 이미 뒤진 상태라거나?
오스카: 그럴지도 모르지. 경우의 수야 수 없이 많지만, 결정적으로 무의 상태에서 식물을 인공적으로 만든다는 건 말이 안돼. (책상 밑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서류를 꺼내더니 하나씩 내려두며 읊는다)
시뮬레이션 실패, DNA 변조 실패, 인공 광합 물질 개발 실패,
전 세계의 토양에서 양분도 추출해 왔지, 그것도 실패. 완전히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도 실패. 나머지는 지금 진행하고 있는 연구지만 이것도 전부 실패야.
아이든: (종자가 하나도 없으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이야기를 쭉 듣다 내려둔 서류들의 위를 눈으로만 훑는다. 어차피 읽어봤자 모를 것들...) 이러나 저러나 인류 멸종의 위기 아닙니까. 전부 실패라는 건데.
보통 그렇게 되면 아예 손 놓지 않습니까? 돌파구가 있으니까 잡고 있긴 하겠죠.
오스카: (다시 발로 서류들을 밀어 책상 밑으로 넣어둔다) 그래, 다행히도 내가 마지막 돌파구를 찾아냈지.
아이든: 그게 뭔데요. 물론 대화의 시작이 왜 나를 여기로 데려왔냐, 였으니까 그런 부분일 것 같기는 하지만...
오스카: 다 쏴죽이고 관둘까, 하던 시점에 널 찾았지. 네가 내 마지막 실험이야. (까닥 턱짓으로 널 가리킨다) 네가 꾸는 꿈. 거긴 식물이 가득하다며.
아이든: 그야 그렇죠. (다 쏴죽인다는 말에 슬금 웃는다. 이쪽도 보통 성격은 아닌가보네.) 그냥 꿈일 뿐인데. 그게 무슨 돌파구가 되겠습니까? (느릿하게 턱을 괴곤 담담히 말한다.)
진짜 미친놈일지도 모르잖아요?
오스카: 네가 진짜 미친놈인지 뭔지는 상관 없어. 내가 거기에 마지막을 걸었다는 게 중요한거지. 만약 네가 사기꾼이라면 너랑 난 둘 다 죽은 목숨이고, 네가 증언했던 것들이 진짜라면... ...
지금부터 난 세계정부의 지시를 깨고 단독행동을 하는 또라이가 되는 거고, 넌 거기에 동참한 미친놈이 되는거야.
아이든: 되게... 희망 찾기에 급급하긴 했나봅니다. 정말 누구라면 개소리라며 지나갈 법할 이야기에 관심도 기울이고. (올라간 한쪽 다리를 가볍게 흔든다.)
제가 보는 건 진짭니다. 이게 사실인지, 아니면 내 뇌가 이상해서 헛것을 보는 건지는 혼자 판별하기가 힘들고... ... 동참이야 뭐. 내가 잃을 게 있습니까? 세계의 안위를 바라는 것도 아닌데.
실패하면 잃는 게 생기는 건 당신 뿐이죠.
오스카: 미련이 없어서 좋네. 여기선 들키지 말고 지내, 병원에서 했던 것처럼 라디오 따윌 집어던지면 금방 들킬테니까.
아이든: 답답하긴 여기나 거기나 비슷하네... 좀 자유롭게 풀어주나 했더니 말이야... (불만)
오스카: 안그래도 날 마음에 안 들어하거든. (의자에서 일어나더니, 책장으로 다가가 녹색 책을 잡아당긴다.)
오스카가 녹색 책을 잡아당기자, 순간 책장 전체가 일렁이더니 홀로그램처럼 지직거리며 사라집니다.
책장 뒤에는 작은 침대 하나와 전등, 그리고 책 몇 권이 놓여 있습니다.
오스카: 잘 땐 여기서 자. 나올 땐 벽이 없는 것처럼 걸어나오면 되고, 들어갈 땐 녹색 책을 잡아당겨야 돼.
아이든: 좀 반항적으로 굴었나? 애초에 지시 깨고 단독행동 할 만한 사람이라면 좋은 인상일 거라고 생각되지도 않지만... ... (드러난 침대와 전등, 그리고 책을 훑어본다.)
왜 방에... 두 사람 분이 준비돼 있습니까? 혼자 쓰는 연구실은 아니었나.
오스카: 아니, 내가 혼자 써. 네가 올 때를 대비해서 마련해 놨지.
그런데 침대가 맞을진 모르겠다. 난 좀 더 어린애일 줄 알았거든. (어깨를 으쓱이며 대강 크기를 가늠해본다)
발 뻗으면 블럭처럼 딱 맞겠군.
아이든: 만나길... 되게 고대했나보군요? (번뜩 웃는다. 아니겠지만!) 그냥 소문만 듣고 온 건가...
오스카: 내가 널 찾아낸거야. 우연이 아니라. (눈썹을 비틀며 들어가, 하듯이 방 안을 한 번 더 가리킨다.)
아이든: 완전 가두는 거나 다름 없잖아... (불만스레 중얼거리다 들어가본다.) 뭘로 수소문 했길래. ...저기, 이거 들어가면 방음도 됩니까?
오스카: 그래도 병원보단 낫지. 족쇄도 없고. (방음? 하고 눈썹을 들어보인다) 글쎄 안 해봐서 모르겠지만...적어도 벽이 있으니 어느 정도는 되겠지.
시끄러우면 직접 가서 기절시킬 거니까 걱정 마라.
아이든: 음~. 그래요? 알겠습니다. (꼭 무언가 해볼 생각 만만인 표정으로 슬금슬금 들어간다.) 병원보다야 낫지만... ... ... ...
딱 조금 낫다 정도...
오스카: ... ...허튼 생각 하지 마라. (뭔가 기운 감지함)
아이든이 방 안으로 들어가면, 책장이 사라져 뚫린 것 같던 벽은 어느새 막혀 있습니다.
방은 단촐합니다. 놓여져 있는 가구 같은 거라곤...침대와 협탁 위의 전등, 그리고 협탁에 놓인 책 몇 권 뿐입니다.
아이든: (책을 한 번 집어본다. 무슨 책이지, 이거...)
스크랩북과 두꺼운 하드커버의 책, 그리고 수첩처럼 보이는 책이네요.
신문 기사들이 오려 붙여진 스크랩북이군요. 신문 기사의 제목만이 붙여져 있습니다.
[동물 개체 38% 멸종...제 2의 방주가 필요한 때]
[세계정부, 인간 종의 산소는 1014년도 남지 않았다.]
[개천에서 용이 나다 -스페인 출신 천재 과학자, 오스카 세계정부 입성]
[세계 정부의 개척...과연 인공 식물질은 인류의 희망인가?]
그다지 오래 되지 않은 신문 기사들인 것 같습니다.
아이든: (탁 덮고 수첩처럼 보이는 책 펼쳐본다.)
아이든은...몰려오는 졸음에 대항하여 정신력 판정을 해 보비다.
정신 기준치: 70 /35 /14 굴림: 64 판정결과: 보통 성공
(부릅)
오스카의 이름이 쓰여져 있는 걸로 봐선 그의 것이겠죠.
뭘 열심히 쓰는 타입은 아닌지, 첫 장에만 몇 줄이 적혀있습니다.
아이든: (이걸 여기 두네. 읽으라고 둔 거나 마찬가지지... 아주 꼼.꼼히 읽어본다.)
[정부의 실험을 불가능하다. 머저리 새끼들.]
[명확한 형태의 식물 > 기억으로는 불가능함]
오스카: [ 식물과 관련된 병 찾기 (제발 좀) ]
[ 그들에게 도움을 받았다. 선물 치곤 조촐하지만 충분하다. ]
식물과 관련된 병? (곰곰... 이게 다 뭐지, 를 생각하다 다시 탁! 소리나게 수첩을 닫는다.)
(나는... 하드커버를 펼칠 수 있을까?)
이번에도 역시...밀려오는 잠과 정신력 대항 판정을 해 봅시다!
(눈 다시 부릅)
정신 기준치: 70 /35 /14 굴림: 99 판정결과: 실패
(아 자야겠다)
거대한 나무들의 미로처럼 얽힌 잎사귀들 사이로 초록색 해빛이 들어와 아이든을 영묘하게 비추며...
아이든의 발 밑에, 검은색 큐브가 하나 떨어져 있습니다.
재질을 알 수 없는 오묘한 검은색을 띄고 있군요.
아이든: ...? (발치에 떨어진 것을 보다가 주워든다.) 뭐야 이건.
그리고 그 연기를 스크린으로 사용하듯, 위로 영상이 떠오릅니다.
"---...-...현재 인공 식물질에 대한 연구-...소수 정예의 팀-..."
나레이션이 끝나기도 전에, 화면에 등장하는 세계정부 수장의 모습이 갑자기 일그러지더니 녹아내리기 시작합니다.
털이 하나도 없는... ...뭐랄까, 인간 형태의 젤리같은...
아이든: ...? (끊임없이 물음표만 나오는 얼굴로 가까이 들여다본다.)
그 사실은 아이든의 발목까지 차오른 잔잔한 호숫물이 증명...
아이든: 또... 이놈의 물은 지겹지도 않은지...
맨날 나를 집어삼키니까 좋습니까.
(물한테 말 검)
호수는 아이든의 의사 따위는 관계없다는 듯이 일정한 속도로 차오릅니다.
또 다시 무릎, 허리, 어깨, 머리 위까지 완전히 잠기고 맙니다.
아이든: 도망갈 수 있는 곳이 없잖아. (나 참... 멍하니 차오르는 물이나 본다...)
완전히 호수에 잠기고 난 뒤, 익숙하지만 영 달갑지 않은 고통이 몰려옵니다.
아마도 다음 날이겠죠? 창문이 없으니 확인할 도리는 없지만요.
아이든: (더듬더듬 위로 손을 뻗어서 책 아무거나 집어 던져본다...)
방음이 잘 되나, 책은 벽에 명중했지만 별 다른 소리가 이어지진 않는군요.
아이든: (슬쩍 눈 떠서 본다. 얘 안 달려오나?)
책상 앞에 앉아 글씨나 도표 따위가 빽빽하게 얹어진 종이를 어두운 표정으로 들여다보고 있던 오스카가 고개를 듭니다.
오스카: 언제 뭘 할 지 모르는 널 두고 나가라고?
아이든: 책 던졌는데 아무 반응도 없길래... 나간 줄 알았죠.
물론 내가 좀 어디로 튈 지 모르는 놈 같기로서니...
오스카: 난 또, 아침마다 벽 부수는 게 일과인 줄 알았지.
(단단히 미친놈이라고 생각 중)
아이든: 제가 오는 관심은 좋은데 또 받기는 싫어해서요. (개소리 읊는 중) 와서 꼬박꼬박 얼굴 비춰주지 않으면 더 난리가 날 겁니다.
오스카: ... ... ... ... (뭐 이런 놈이 다 있지? 하는 얼굴로 쳐다본다)
오스카: 잘못 데려온 거 맞는 것 같은데...일. (연구 가운을 챙겨입더니, 방독면을 들고 본다) 일어났으면 나가자. 밥 먹게.
아이든: ...아니. 잠깐. 설마 그거 차고 먹으란 건 아니죠?
내가 미친놈이라지만 그렇게 밥은 못 먹어요.
아이든: 그럼 갑시다. (나간다니 마냥 좋음. 또 지가 찰 생각은 없어 가만 보고만 서 있는다.)
오스카: 원래 이렇게...손이 많이 가는 편이냐? 나 어렸을 땐 안 그랬던 것 같은데... (결국 아이든에게 다시 절걱절걱 방독면을 씌워준다)
아이든: 예. 손 안 가는 사람이 어딨습니까. (뻔뻔) 좀 챙겨왔으면 그정도 감당할 줄은 알아야죠. (절걱절걱 씌워짐) 당연한 거 아닌가요.
오스카: 난 동물이 아니라 사람을 데려왔는데 말이야. 이렇게 성가실 줄 알았으면 보모를 붙일 걸 그랬어. (결국 의사 가운까지 입혀주고 방을 나선다)
아이든: (음. 혼자 만족스러움.) 딱히 보모 도움까진 필요하지 않습니다만. 누가 보모 돌봄 받고 싶댑니까.
오스카: 그럼 난 뭐야? 야, 이제 말 하지 마라. (질문 해놓고 물림)
두 사람은 어제보다 조금 더 한산한 빌딩을 빠져나갑니다.
빌딩을 벗어나고서도 한참 뒤에야 오스카가 방독면을 벗겨주네요.
아이든: (아직 벗겨달라고 안 했는데 친절하네) 답답해 뒤지는 줄 알았네.
뒤지면 죽인다...
아이든: 이야... 누구한테 생명 강요받기는 또 처음이네. 이렇게 산 적 없었는데 말이죠.
오스카: 그럼 한 번 이렇게도 살아봐. 나도 팔자에 없는 보호자 노릇 하고 있으니까. (자연스럽게 샌드위치 가게로 발을 옮긴다)
아이든: 누구한테 생명 강요받아본 적 있습니까? (따라 발걸음을 옮기며 이것저것 묻는다. 애초에 나는 이렇게 누구랑 진득하게 대화해보는 게 오랜만이라고.)
오스카: 글쎄, 없는 것 같은데. 누구한테 생명까지 강요받을 정도로 중요해져 본 적이 없어서. (샌드위치 매대에 서서 물끄러미 메뉴를 고른다) 어제 꿈에서도 식물 나왔냐?
아이든: 무슨 개천에서 용 난 과학자라면서... 왜지. (정면으로 서서 샌드위치를 멀뚱히 본다. 난 뭘 먹나...) 나왔죠. 거의 매일 꿉니다. 그 꿈.
식물종이 없으니 채소도 없기는 매한가지입니다. 인공합성물이 가득한 샌드위치지만...적어도 고기의 종류 정도는 선택할 수 있겠네요.
오스카: 천재들은 원래 친구가 없는 게 정석이라던데. 아직도 무성해?
아이든: (아... 기름진 건 별론데. 일단 최대한 담백한 걸 골라본다.) 난 천재도 아닌데 왜 친구가 없지. (중얼...) 네, 뭐. 무성하긴 하죠. ...그보다 아직도 무성하다는 건 뭐야. 내 꿈에 있는 것들도 서서히 사라지기라도 한답니까.
아이든은 최대한 담백한...소스나 기름기가 없는 샌드위치를 하나 고릅니다. 인공 버섯 샌드위치. 이게 좋겠어요.
아이든: (인공 버섯 샌드위치... 그래. ...인공 버섯...)
오스카: 혹시 시들면 어쩌나 해서. 적어도 네가 식물 공부를 해서 나무 이름 줄줄 읊을 때 까지는 무성해야지.
관리 잘 해라.
아이든: 와... ... 지금 이름 읊기 위해 공부라도 하라 이 말입니까.
내가 관리하고 자시고 할 게 뭐가 있어요. 맨날 나왔다가, 사라지고, 다시 물에 잠겨 뒤지고의 반복인데.
오스카: 혹시라도 식물이 사라질 조짐이 보이거나 하면... ...아니, 됐다.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살아나 있어. (포장된 샌드위치를 하나 내민다)
아이든: (샌드위치를 받아든다.) 좀 줄어들거나 하면... 뭐. 말해드리죠. 뭘 할지는 모르겠지만.
오스카: 실험도 얼마 안 걸릴거야. 이 모든 게 잘 되기만 하면 너도 전처럼... ... ... (문득 생각함) 너 이 전에도 그렇게 훌륭하게 살진 않았었지?
아이든: ...음. 휼륭하게 살았다의 기준이 뭡니까? 상 수상하고, 남들한테 공경받고... ... 뭐 그런 건가?
오스카: 뒷 동네 일 하면서 살았다던데. 듣기로는.
아이든: 굳이 세간에서 말하는 좋은 일 하면서 살 건 또 뭡니까. 심심하기만 한데.
오스카: 좋은 일 하면서 살면... (잠깐 고민하다가 간단하게 대답한다) 재미없어.
이거 끝나면 그냥 살던 대로 살아라.
아이든: 그렇지. 재미없죠. 남들한테 내 방식을 강요하지는 않겠지만... ... 딱히? 내가 그러고 살고 싶지도 않고. (슬쩍 웃더니 제 말을 잇는다.) 당신도 할래요?
일상이 쫄려요.
오스카: 그 일 해봤자 식물 같은 건 없잖아. 난 인간 싫어. (진심으로 질색하듯이 샌드위치 먹다가 오만상을 구긴다)
아이든: 인간 싫은데 왜 세상 구하기에 진심입니까. (인공 버섯 샌드위치... 한 입...) 그냥 식물 연구하는 겸 하는 건가?
(역시 사람은 똑똑하다니까.)
오스카: 난 세상 구하기가 아니라 식물 구하기에 진심인거야.
인간이야 멸종하건 말건...
아이든: 어쨌든 겸사겸사 좋은 일 해버리고 있는 거네요.
성공하면 당신... 세계를 구원한 사람이라는 둥 그런 소리 들으면서 칭송받을 걸요. (웃김... 그래서 웃는다...)
오스카: 난 지구 구하는 거 질색이야. 인류의 희망...이딴 소리도 거지같고...으...
성공하면 바오밥나무 아래에서 살면서 잠적 탈거다.
아이든: 식물 구하면 지구도 구해지잖아. ...음. 한동안 여론은 시끄러울텐데. 갑자기 잠적탄 구원자 찾으러 올 수도 있습니다.
오스카: 온실에서 사는 괴짜 취급 받는 게 더 편했는데 괜히. (샌드위치 봉지를 쓰레기통에 휙 버리곤 돌아본다) 다 먹었으면 농땡이 칠 시간 없다. 다시 일하러 들어가야 돼.
아이든: (원래 먹는 데에 별 욕심 없었으니... 고작 몇 입으로 해치우곤 따라 쓰레기를 버렸다.) 뭘 하면 괴짜 취급 받습니까? 나한테도 이것저것 들어갔으니 저도 좀 압시다. (쟁알쟁알)
오스카: 그냥 처박혀서 사람 안 만나고 인간 죽으라는 글 좀 썼어.
오스카: 그건 나중에 직접 찾아보던지 하고... ...뒷동네 일 하면 그런 거 잘 알아보는 정보통도 있지 않냐. (방독면을 네 머리 위에 얹었다가, 손을 떼어내고) 이번엔 직접 써 봐.
아이든: 나중에 따로 찾기는 또 귀찮아서. 사람 뒤 캐고 다닐 정도로 남한테 관심 없거든요. 지대하게 재밌는 놈이면 또 모를까... ... ... 왜요. 뒤 캐드릴까요?
(방독면을 올려 썼다가... 대충 절걱거려본다. 나는 제대로 썼는가?)
오스카: 캐 봤자 아무것도 안 나올 걸. 난 재미 없는 놈이라...아니, 반대잖아. 고리를 뒤집어서 끼워야지.
풀고 다시 해.
아이든: 하... 이런 처음 하는 걸 갑자기 하라니까 사람이 이러는 거 아닙니까. (풀었다가 패대기 치려고 높이 든다.) 이거 깨먹는거 보고 싶지 않으면 씌워주십쇼.
그렇게 말하니까 궁금해서... 뭐... 나가면 캐볼게요. (말 더럽게 안 들음.)
오스카: 아니 미쳤나. 이거 개 비싼거라고. (아이든 머리에 방독면 팍 뒤집어 씌우고 철컥철컥 매 준다)
아이든: 그게 제 알 바입니까? 곤란해도 당신이 곤란하지. (만족스럽게 방독면 안에서 웃음.)
오스카: 진짜 빡치게 하는 데에 재주 있네... ... (주머니에 손 찔러넣고 척척척 정부 건물로 다시 향한다)
아이든: (웃는 소리까지 내고는 착착 잘 따라간다.) 그러니까 싫은놈 소리 듣지.
아이든: (꾸물꾸물 방에서 느적거리다 바깥 소리를 듣는다. 무슨 소리람.)
아이든: 듣기 기준치: 40 /20 /8 굴림: 83 판정결과: 실패
(아 생각보다 들을 생각이 없었음)
뭔 소리래...마침 배부르고 게으르려는데...
그리고 곧, 누군가가 오스카의 방 문을 거세게 두드립니다.
오스카: (소리가 들려올 때부터 고개를 들고 있다가, 누군가 방문을 두드리자마자 아이든을 끌고간다)
오스카: 별 청승 떠는 놈 다 보겠네. 들어가 있어.
오스카는 초록색 책을 책장에서 당기더니, 퍽 급한 몸짓으로 아이든을 밀어넣습니다.
얌전히 들어가려는 아이든과 아이든을 밀려는 오스카의 힘이 시너지를 냈기 때문일까요?
어쩐지 생각보다 강한 힘으로 밀려들어간 아이든은 좁은 방 안에서 협탁에 머리를 찧고 맙니다.
아이든: 미친... (머리 문지르면서 일어...)
아이든: 건강 기준치: 80 /40 /16 굴림: 96 판정결과: 실패
?
(나 건강만이 볼 거리였는데)
이전과는 달리 찬 바람이 몸을 쓸고 지나갑니다.
발에 닿는 흙은 어딘가 불쾌한 느낌으로 젖어 있습니다.
마치 나무들이 길을 터주듯 기괴하게 몸을 비틉니다.
아이든: (기분이 왜 이렇게 이상하담. 물에 젖은 건가... 아래를 슬쩍 본다.)
아이든: ...으... (일단 계속 걸어간다.)
의료 기준치: 80 /40 /16 굴림: 87 판정결과: 실패
(허)
(나도 붉다)
언제나 그랬듯, 몸을 배배 꼬는 나무들도 재가 되어갑니다.
붉은 호수는 끈적하게 차올라 아이든의 발목을, 무릎을 잠기게 합니다.
아이든: 으... ... 맨날 이딴 기분 더러운 꿈만.
그리고 그 순간, 호수 한가운데에 둥둥 떠 다니는 책이 눈에 들어옵니다.
아이든: ...? (손을 뻗어 그것을 집어본다. 뭐지?)
아이든이 집어든 것은 붉은 물에 푹 젖은 책입니다.
(글씨가 보이긴 하나)
단 한 장만 괴상할 정도로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아이든: (쓰인 내용을 확인하자. 기묘한 페이지네.)
...페이지에는 짤막한 주문이 쓰여져 있습니다.
(더듬더듬 글자 끼워 맞추기... 당신의 정신을 보... 보존... 보관... 뭐야. 모르겠으니 일단 챙겨본다. 어차피 꿈이라 소용도 없겠지만.)
그리고 곧 호수는 아이든을 완전히 덮쳐옵니다.
여전히 오스카가 마련해 준 작은 방에 누워 있군요.
아이든: 일어난 걸 보니 내상은 없나봐... (머리 부여잡고 일어난다.)
꿈에서 깨어났는데도 어쩐지 비린내가 가시질 않습니다.
아이든: ...뭐야? (밖은 조용한가. 귀 기울여본다.)
아이든이 벽을 나서면 책상 옆에 쓰러져 있는 오스카가 눈에 들어옵니다.
아이든: ...? 뭐야. 죽었나? (다가가서 상태를 살펴본다.)
가까이 다가가면 그 아래로 고여있는 피웅덩이가 보입니다.
굳이 오래 생각하지 않아도, 의학에 대한 지식이 충분한 아이든은 이 피가 과다출혈로 사망하기 적절한 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이든: ...음. (죽기 직전이잖아? 피냄새가 이거였나. 슬쩍 쪼그려 앉아 이리저리 살펴 상처부위를 본다. 내가 어떻게 수습할 수 있는 정도인가.)
들은 게... 총소리였나.
오스카를 이리저리 살펴보면...시간이 꽤 지난 것 같습니다.
(정말???????)
할수있어
아이든: (아 의학 지식을 총동원해서 상처 부위를 막아보고... 아니야 탄피면 일단 탄피가 쪼개졌는지부터 봐야 하는데... 하지만 과다출혈로 죽어가고 있으니 지혈이 문제일 것 같기도 하고... 뭐든 동여매본다.)
...아니, 저기요. 식물 살린다 뭐다 하더니 이렇게 쉽게 죽으면 어떡합니까. 오스카. 일어나보십쇼.
진짜 죽어? 아니죠? (쿡쿡)
최소한 총상을 입은 부위를 압박하면 억 소리라도 내는 것이 사람인데...
그리고...책상 위에서 희미하게 푸른 불빛이 흘러나옵니닫.
(혈흔으로 얼룩진 손을 대충 닦아내고 책상 위로 가본다. 또 뭐야, 이건.)
아이든: (눈을 가늘게 뜨고 마우스를 흔들어본다.)
짙은 푸른색의 화면 위에는 패스워드를 입력할 수 있는 흰색 박스가 보이고...
입력박스에 마우스를 올려보면, 작은 힌트 창이 뜹니다.
아이든: 패스워드... ... 이런걸 걸어놓긴 왜 걸어놓는지... 그럼 쉽게 죽지 말든가... ...
(뭐지... BLUE 쳐봄)
띠딕, 패스워드가 잘못되었다는 문장이 뜨는군요.
(설마 비밀번호를 지 방번호로 하는 사람이)
29를 입력하자, 푸른 화면이 다음으로 넘어갑니다.
푸른 구체가 텅 빈 화면에서 돌아가다가... 작은 폴더 아이콘이 하나 뜨네요.
아이든: ...뭐야? (오스카쪽 한 번 바라보고, 마우스를 움직여 폴더를 클릭해본다. 사람 죽은 방 안에서 이짓거리 하고 있으려니... 기분이 묘하네.)
아이든: ...음. 이렇게 두면 꼭 순서대로 열어보고 싶은데...
(Log 1 을 클릭한다.)
순간 손 두 개가 화면에 뜹니다. 화면은 정신없이 흔들리고, 손은 열심히 화면을 돌리고 있습니다.
오스카: 아니, 썅. 이게 왜 안돼... ...
그러더니, 곧 화면이 정지하고 익숙한 얼굴이 자리에 앉습니다.
오스카: 지금 녹화 되고 있는 거 맞나? 어어...그래, 29번.
아직 네 이름을 몰라. 그냥 29번이라고 부를테니까 알아들어라. 네가 이걸 재생하게 됐다는 건, 내가 세운 가설 중에... ...일단 비린내를 못 맡으면 치약을 코 밑에 바르는 게 도움이 된다.
당황스럽겠지만 기다려. 이걸 찍는 나도 웃기긴 매한가지니까.
...? 나한테 말하는 거 아냐, 이거?
비린내를 못 맡아? 치약을 발라? (다시 고개를 돌린다.) ...이걸 예측한 건가?
(Log 2 를 클릭해본다...)
화면이 지지직거립니다. 다시 오스카가 나오는군요.
드러난 눈은 카메라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오스카: 아, 됐다. 왜 녹화가 자꾸 멈추는거야?
어디까지 했지...맞다. 치약 발라.
카메라 고치는 동안 생각을 해 봤는데, 29번이라고 부르는 건 약간 사형수 같아서... ...
이브라는 이름을 지어봤는데 어때. 에덴 동산 최초의... ...
잠시 오스카는 말을 멈추더니, 고민이라도 하듯 고개를 갸웃합니다.
왜냐면 프로젝트 이름이, 그게 더 잘 어울리거든.
오스카는 프로젝트명이 적힌 종이를 들어보입니다.
인류는 모르겠고 푸른 지구는 좋은 거니까. 그리고 넌 29번이니까... ...딱 맞지.
지금쯤이면 내가 네 꿈도, 환상도 믿는다는 걸 말했겠지. 이걸 굳이 열어봤다는 건, 너도 이 프로젝트에 흥미가 있다는 거겠고...아니어도 상관 없어. 이미 늦었다.
바로 본론부터 들어가자면, 나는 시간을 멈추는 장치와 꿈에서 물건을 가지고 나올 수 있는 장치를 입수했어.
어떻게? 하는 건 묻지 마라. 천재들은 그런 거 설명하기 힘들어.
어쨌든, 둘 다 네가 사용해야 하는거야. 휘말려줘서 고맙다.
알아 들을 수 있는 말을 하십쇼. 이 자식아... (한쪽 눈썹을 일그러뜨리더니 다음 로그를 찾는다. Log 3 을 클릭한다.)
조금 초췌해 보이는 오스카가 어두운 방 안에 앉아있습니다.
컴퓨터의 아른거리는 푸른 불빛만이 얼굴을 비추고 있습니다.
아, 피곤한데...지금 찍어두고 잘래. 네가 꾼다는 꿈에 대해서 조사했다.
무성한 숲...정글 같은? 무슨 식물인지도 모르고. 평소에 식물 공부 같은 걸 좀 해두면 얼마나 좋아? 그런 건 상식이라고.
최소한 원시종인지 어떤 건지는 꿈을 꾸는 당사자인 네가 알아야...
오스카는 혼자서 열을 내다가 천천히 도로 앉습니다.
오스카: 으, 진짜. 으! 너 만나기만 해 봐라. 하여튼.
내 예상이 맞다면, 네 꿈 속은 태초의 원시림이야. 거기서 구해온 씨앗이면 지구 상의 식물을 몇 백, 몇 천 종이나 되살릴 수 있겠지. 어쩌면 지금 하고 있는 연구에도 도움이 될 거고... ...
그 꿈, 네가 꾸는 꿈에서 식물을 가져와야겠어.
그런데 그걸 너한테 다 맡기기엔 좀... ...불안하단 말이지. 뭘 알아야 가지고 올 텐데.
그래서 내가 계획을 세웠다. 지금쯤 내 시체랑 같이 있을 것 같으니까 빨리 말할게.
오스카는 자세를 고쳐 앉습니다. 피곤한 낯이지만 눈에서는 총기가 돕니다.
오스카: 세계 정부의 수장은 날 싫어해. 사실 나 뿐만이 아니라, 지구에 보탬이 되려는 과학자들은 전부 죽이려고 하지. 호기심만으로 종의 멸절을 쥐고 흔드는 놈이야.
그러니까, 난 그 수장의 뜻대로 죽을거다.
그리고 죽기 직전에 내가 개발한 약을 삼켜서...내 정신을 과거로 보낼거다. 아주 아득한 과거로.
그 말을 마치고, 오스카는 한 번 얼굴을 쓸어내립니다.
날 찾아올지, 오지 않을지는... ...네가 결정해야겠지. 이브...
아이든: (이브... 이름 하나 기가 막히게 잘 선정했네. 역시나 찌그러진 인상으로 화면을 응시하다가... ... ... 근데 이게 왜 세 번째 영상이지?)
네 번째 영상은 비교적 최근 날짜가 찍혀 있습니다.
아이든: (아, 어쨌든. 지금 정신은 먼 곳으로 가 있다 이건가...)
비교적 최근이 아니라...바로 오늘 날짜네요.
아이든: (내가 기절한 새에 찍었나봐. 일단
Log 4 를 클릭한다.)
영상을 클릭하면, 어두운 방 안에 앉아있는 오스카가 떠오릅니다.
아무래도 아이든이 자고 있을 때 같군요. 책상 앞에서 뭘 하나 했더니...
오스카는 소리를 내지 않고, 입모양으로 말을 이어갑니다.
'잘 자, 아이든. 비디오가 끝나면, 네 침대 밑에 손을 넣어봐.'
아이든: ...쓸데없이 친절하고 난리야... (빠르게 걸어가 침대 밑을 본다. 뭐가 있길래.)
침대 아래를 확인하면, 작은 흰색 상자가 있습니다.
아이든: 이게 무슨 뭐...장치 그건가. (열어본다.)
흰색 상자를 열자, 안에서는 캡슐이 든 작은 약통 하나와 거대한 알처럼 생긴 장치 하나가 있습니다.
아이든: 이걸... ... ... 아니, 사용 방법도 안 알려 주면 어떡합니까? (정신은 이미 먼 곳으로 날아가 있을 사람한테 묻듯 소리친다.) 대충 쥐고 자면 되겠지... (수면제 와득 씹어 먹는다.)
수면제를 삼키면, 아이든은 속절없이 꿈으로 빠져듭니다.
눅눅하지도, 비리지도 않은...차가운 느낌을 내는 정글입니다.
아이든이 발을 내딛는 곳곳마다, 발 아래에서 풀들이 빠르게 자라나 다리를 간질입니다.
아이든: 이전이랑 다르긴 하네... (앞으로 걸어간다.) 뭔가 내 주변에 영향을 받기라도 했나.
그럴지도요. 정글의 나무들은 아이든을 보호하는 굳건한 방어막처럼 곧게 자라 있습니다.
아이든이 조금씩 걸을 수록 햇빛이 따스해지비다.
햇빛이 아이든을 따라오는 것 같다는 느낌도 들고요.
조금 더 걷자, 저 멀리 아른거리는 인영이 보입니다.
사람도, 동물도, 곤충조차도 존재하지 않던 꿈이었는데 말이에요.
아이든: (햇빛의 관심까지는 바라지 않았는데... ... 우거진 정글이 만들어낸 숲을 따라 걷는다. 참 기묘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솔직히, 그리 오랜만이지는 않은 얼굴이 눈에 들어옵니다.
아이든: 좋습니까? (그 모습을 확인하면 인지가 뒤틀리는 느낌이다. 어딘가 탐탁지 않은 얼굴로 너를 멀뚱히 보다가.) 맞아 죽고 그런 감상이 나와요, 당신.
멈춰버린 과거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기다렸던 걸까요? 그것은 아마 영영 알 수 없겠죠.
오스카: 죽는 건 처음이라...솔직히 이제 좀 가물가물해. (어깨를 으쓱인다.)
아이든: 그럼 죽는 게 처음이지 두 번이겠습니까... ... (작게 한숨을 내쉬곤 말을 이어나갔다.) 기다린다 어쩐다 하던데. 오래 기다렸습니까?
오스카: 오, 좀 놀랐나본데. (예상같은 반응은 아니었는지 한 쪽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가) 글쎄. 안 세봤어.
해도 지지 않고, 나이도 먹지 않으니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 턱이 있냐.
아이든: 일단 옆에 있는 놈 죽은 거 보고 시시덕댈 만큼 미치게 나쁜 놈은 아니라서. (가벼이 대꾸하곤 눈을 가늘게 뜬다.) 결국 있기는 더럽게 오래 있었다 그건가.
좀 세보지 그랬습니까. 아무리 가만히 아무것도 안 하고... 뭐... 아무것도 안 하지는 않았겠지만. 어쨌든요.
오스카: 머릿속으로 가늠해보면서 애석해하려고? 됐어. (손을 내저으며 숲을 한 번 둘러보다가) 연구하기엔 최적이었지. 이건 진짜 원시림이잖아. 돌아가면 할 게 많아.
식물 하나 가지고 금의환향하자고.
아이든: 누가 애석해한대...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궁금해서 그랬습니다. 왜요. 감격의 눈물이라도 흘려드릴까요. (진짜 원시림이라는 곳을 슬쩍 돌아보더니) ...고작 하나면 됩니까?
오스카: 많이도 필요 없어. 특히 원시식물은 거기서 파생된 현대종이 많으니까, 가져가서 연구만 좀 한다면...
아이든: 천재 납셨네... 하긴. 천재니까 이런 거 만들고 별 설명도 없이 기다린다 뭐 한다... 침대 밑에 손 넣어라 뭐 해라 했겠죠.
관찰력 기준치: 60 /30 /12 굴림: 2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오스카: 네가 못 알아들었을까봐 걱정은 좀 했는데, 제대로 온 거 보면 똑똑한 모양이야.
아이든은 원시림을 돌아보다가, 아이든이 발치에서 반짝이는 새싹 하나를 발견합니다.
아이든: (시선을 내리다 반짝이는 것을 보곤 주워들... ... 새싹인데 주워들어도 되나?)
오스카: 아니면 내 알 바냐, 하고 그냥 갔던가.
아이든이 새싹을 주워들...?기 위해 손을 뻗자
아이든: 그건 별로 재미 없을 것 같아서 와봤습니다. 계속 미친새끼 취급 받는 것도 별로고.
푸른 싹의 색이 점점 변하고, 껍질이 생기고, 하늘로 솟구치며 나무의 모습이 됩니다.
아이든: (여긴 꿈 속이니까 이상할 것도 없나...?)
지능 기준치: 70 /35 /14 굴림: 52 판정결과: 보통 성공
삽시간에 자란 나무는 마치 전설 속의 이그드라실을 닮아있는 것만 같습니다.
아이든: (눈 가늘게 뜨고 나무를 본다. 그래 뭐... 신화인가, 거기서 본 나무랑 닮은 것 같긴 한데.)
오스카: (삽시간에 자란 나무를 보더니, 어깨를 으쓱인다) 내가 아무리 물 줘도 안 자랐는데.
아이든: 이 새싹에요? 지금은 새싹이 아니지만...
아이든: 여기서 계속 물 주면서 식물이나 돌보고 있었던 건가... 진짜 더럽게 좋아하나보네요.
오스카: (거대한 나무의 잎가지를 하나 꺾어내며) 괴짜라고 하려고?
아이든: 괴짜... 정도는 아니고. 그냥 몰두 잘하는 사람이죠.
대충... 하나에 올인한 편 아닙니까?
오스카: 그것밖에 몰랐던 거지. 미련한 짓이야. (고개를 까닥이더니, 제 옆에 놓여있던 큰 회색 물체에 다가간다.) 내가 흰 상자에 넣어놓은 거 가져왔지?
아이든: 미련한걸 할면서 왜 한담... 그거 쥐고 자긴 했는데... (어디 있나. 내 손에 있기라도 한가. 제 몸 살펴본다.)
분명 알 형태의 뭐였는데... ...이리저리 살펴보면, 다행히 아이든의 주머니에 들어 있습니다ㅏ.
오스카: 할 줄 아는 게 그것 뿐이잖아. (회색 입방체에 나 있는 둥근 구멍을 가리킨다) 가자, 좀 있으면 그거 아니냐. 물 차오르고, 잠기고, 죽고.
아이든: 어떻게 연구했다더니. 남의 머릿속에만 들어차는 꿈 내용은 어떻게 알았대. ...예. 아마 시간 없을 걸요. 뭐 하기도 전에 잠겨 죽고 싶지 않으면... (알 형태의 것을 쥐고 이리저리 돌려보다 발걸음을 옮긴다.)
그래서, 뭘 가져갈겁니까.
나 혼자로는 못 미덥다며.
오스카: 이거면 돼. (물푸레나무에서 꺾은 잎가지를 보여준다)
네가 와서 자란 나무니까 뭐라도 되겠지.
아이든: ...이거 하나? (해도 가지 하나인가?) 뭐... 연구하는 건 그쪽이니까 내가 말한다고 해서 될 건 없겠지만.
그걸로 된다면 됐습니다.
오스카: 네 입으로 두루뭉술하게 말한 걸 추측한거지.
물 차고, 뒈지고. 이 부분.
입방체에는 아이든이 가지고 있는 물체가 꼭 맞을 정도의 구멍이 나 있습니다.
아이든: 아. (눈동자를 도록, 굴린다.) 똑똑하네. 괜히 천재라고 칭송받는 건 아닌가봅니다.
(꽂으라고 입방체 내밀어준다.) 자요.
오스카: 칭송 안 받았어. 또 사람 볼 생각 하니까 빡치네... (물체를 받아들더니 신경질적으로 팍 꽂는다ㅏ)
물체를 구멍에 넣자, 흰 연기를 뿜으며 문이 열립니다.
아이든: 스크랩북 보니까 그렇던데. 그거 좋아서 모아둔 거 아니었습니까? (열리는 거 슥 본다...)
안은 텅 비었고, 두 사람이 넉넉하게 들어갈 수 있는 크기네요.
오스카: 음... ...그래. 좀 이상한 사람이긴 했지. 식물학자는 아니었지만. (앞장서서 물체 안으로 올라탄다)
아이든: 키운 사람이라니까 되게... ... 보통은 부모라고 말하지 않나. (떨떠름하게 답하며 뒤따라 물체 안으로 올라탔다.)
오스카: ...키운 사람이라고 하는 게 더 어감이 좋지 않나?
시덥잖은 대화와 함께, 물체의 문이 닫힙니다.
물체 안은 곧 자욱하고 불투명한 흰색 연기로 가득 찹니다.
아이든이 눈을 뜨자, 익숙한 천장이 보입니다.
(일단 일어나본다. 설마 내 발밑에 시체가...)
아이든이 일어나면, 오스카는 책상 앞에 앉아 현미경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여태까지 아이든이 봤던 것 중에서 가장 생기가 넘치는 표정이네요.
아이든: 뭐야. 어떻게 살아있기는 하네요. (느적느적 일어나 빤히 바라본다.)
오스카: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의자를 돌려 보더니) 원시림에서 돌아왔으니까. 여긴 아직 내가 죽기 전이야.
아이든: 죽기 전? 그럼 그 때랑 똑같은 날 되면 죽기라도 한답니까. ...참 기묘하네, 이거. 내가 완전히 돌아서 계속 미친 꿈을 꾸고 있는 건지...
...그보다 뭐 합니까?
오스카: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아는데 누가 죽어? 목숨 그렇게 쉽게 버리는 거 아니다. (책상 위, 현미경 옆에 놓여 있던 괴상한 모양의 총 비스무리한 것을 집어들며)
연구. 네 꿈에서 가져온 식물 덕에 촉진제를 만들었지.
아이든: 그거야 그렇... (저건 뭐야? 하고 좁힌 눈매로 바라본다.) 예, 뭐. ...잘 됐네요? 어찌 됐든.
그래서 제가 왜 꿈을 꾸는 지는 모르는 겁니까?
오스카: 우선 시제품이니까 나가서 직접 쏴 볼거야. 하늘에 쏘면, 자연스럽게... ... (네 꿈? 하고 되묻곤 잠시 생각한다)
글쎄, 신이 나한테 준 기회 같은 거 아니겠냐. 그게 진짜 기회라면, 이제 일이 해결됐으니 다시 꿀 일은 없을지도 모르지.
아이든: 왜 하필 그게 나였는지는 알다가도 모를 일이네... 나보다 다른 놈 머릿속에 기어들어갔으면 더 빨리 뭘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요.
이건 행운이라고 해야 할지, 불행이라고 해야 할지. ...뭐, 여튼. 다 했으면 나가봅시다.
그 순간, 복도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옵니다.
듣기 기준치: 40 /20 /8 굴림: 79 판정결과: 실패
(아 또 들을마음없네)
기시감이 느껴져서 생각해보면, 오스카가 죽던 날과 꼭 같은 소음입니다.
아이든: 이번에는 안 숨어도 되나. (흘끔 봤다가 여전히 침대 위에...)
아이든: 영 못하진 않는데. 뒷거래 하다 보면 사람 몇 명 패죽이고 하는 겁니다.
(물론 퍼맞기도 하고...)
오스카: 그럼 넌 이거. (아이든에게는 야구배트를 주고 자긴 전기충격기 든다)
아이든: (이 익숙한 무기... 받아 든다.) 뭐야. 총 아닙니까?
오스카: 과학자가 총을 왜 들고 다녀? 호신용 무기면 충분해.
이 총은 촉진제 발사용 총이라고.
아이든: 그래요? ...저거 사람한테 쏘면 안 죽나?
아니나 다를까, 누군가가 큰 소리로 문을 두드리기 시작합니다.
아이든: 일단 전부 패면 된다 이거 아닙니까. (배트를 든다.)
곧 방으로 들이닥친 몇 명의 군인들을 기습해 재빨리 방 밖으로 빠져나갑니다.
과학자라는 것 치고는 꽤 사람을 기절시키는 데에 일가견이 있어보이는 오스카와,
원체 사람을 패거나 맞는 것에 익숙한 아이든의 환상적인 합동 작전입니다.
작정한 두 사람은 금세 빌딩 밖에 도착합니다.
짙은 먹구름이 지고, 거리는 잿빛으로 가득합니다.
오스카: (네 손에 촉진제가 든 총을 쥐여준다) 하늘로 들고, 쏴.
아이든: (휘둘렀던 배트 머리를 땅 위로 짚는다.) 내가 과학자 패는 일도 있고... (쥐었던 것을 놓더니 총을 받아든다.) ...내가요?
아이든: 나 참... 재밌는 건 또 양보합니까? 식물에 진심이라 이런 건 직접 할 줄 알았더니. (짧게 웃더니 총의 입구만 돌려 탕, 위로 발사한다.)
총구에써 짧은 빛이 점멸하고, 초록 빛이 레일건마냥 먹구름을 향해 길게 올라갑니다.
먹구름 안에서 초록빛이 은은하게 반짝이는 듯 했다가, 한 줄기 두 줄기... ...
거센 천둥소리와 함께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비는 세상을 씻어내릴 것처럼, 온 거리를 적십니다.
아이든: ... (뭐 대단한 거라도 만들었나.)
관찰력 기준치: 60 /30 /12 굴림: 89 판정결과: 실패
(아 눈좀씻어 비도 내리는데)
그곳을 바라보면, 희고 깨끗한 벽을 타고 담쟁이덩굴이 자라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때를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새 싹이 움트기 시작합니다.
아이든: (그제서야 시선을 옮겨 이곳저곳을 살펴보기 시작한다.) ...그러네. ...뭡니까? 딱 하나 발사했는데. 진짜 천재가 만들어서... 그래요?
아이든: 얻어걸렸다... ... 그런 것 같긴 하네요.
자라고 있잖습니까.
오스카: (됐다, 하듯이 고개를 든 채로 비를 맞고만 있다가 문득 너를 바라본다) 이제 가도 돼. 할 일 끝났다.
아이든: 뭐야. 다 쓴 도구처럼. (담담하게 내뱉곤 제 머리카락을 털어낸다. 여기서 처량하게 비나 맞고 있으니...) 진짜 끝입니까? 병원으로 안 돌아가도 되죠?
오스카: 안 돌아가도 돼. 뒷일은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
뭐, 가서 하던대로 거래 라도 하던지... ... (씩 웃으며 손을 휘휘 내젓다가)
아이든: 그럼 갑니다? 진짜로. (아... 이제 그건 질렸고. 다른 재미있는 거나 찾아야지. 하고 중얼댄다.)
오스카: 너 지금 좀 찜찜한 일에 말려든건데...
이걸 다 잊을 수 있다면 그렇게 할 거냐?
아이든에게 들리지도 않을 정도로 작은 소리로 무어라 중얼이기 시작합니다.
...어쩐지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은 기분입니다.
아이든: 지능 기준치: 70 /35 /14 굴림: 1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왜 갑자기 여기 있게 됐더라? 그래, 오스카라는 사람이 날 병원에서 꺼냈고, 과학자가...그러니까 과학자가...
아주 약간씩 기억이 흐릿해져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든: (...? 뭐지. 진짜 멍청해지기라도 했나.)
그리고 동시에, 머릿속에 불현듯 꿈에서 보았던 주문이 떠오릅니다.
(뭔가 보존... 뭐 그런 거였나 가물하긴 한데...)
기이한 사건이 끊이지 않기 마련이니까.
서로 갈 길 가자는거지.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아이든: 난 과거 회피같은 건 안 합니다. 기억 가지고 있는다고 해서 나쁠 것도 없잖습니까.
(주문을 사용할 수 있던가.)
오스카의 입이 다물어지고, 흐려져가던 기억들은 다시 머릿속에 명확하게 자리잡았습니다.
천재 과학자라고 해도요, 오스카.
잘못 데려온 거 맞는 것 같아.
아이든: 이전에는 나름 협조했잖습니까. 잘 버틴 대가라 생각해요.
오스카: 귀찮게 굴지나 마라. 이 참에 속세랑 연 끊고 은거하려고 했더니... ...내 맘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잖아.
'원래의 생활'로 돌아온 아이든은 더 이상 정글의 꿈을 꾸지 않습니다.
은거하겠다던 오스카는 인류를 구한 공적을 인정받아 정식으로 국가 소속의 과학자가 되었습니다.
때때로, 아직도 뉴스에 오스카의 인터뷰가 나오곤 합니다.
"동료 과학자가 있었단 말씀이신가요? 그 분의 성함은 뭡니까? 왜 밝히지 않으시는 건가요?"
"각자 갈 길 가기로 해서요. 질문 없으면 저 일어납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 없으십니까?!"
애타는 기자들의 외침에, 오스카는 화면 밖으로 나서려다 멈춰서서 카메라를 바라봅니다.
누구 덕에 사람들이 오늘도 꽃을 엮어 관으로 만들 수 있는지,
누구 덕에 사람들이 꽃말을 빌어 사랑을 속삭일 수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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