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무엇을 씹고 삼키는지는 중요하지 않은 일상. 그것이 멀쩡하건, 썩었건, 물렀든지, 딱딱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삼백 하고도 몇 십일이 더 지난 뒤에...퇴화된 것 같던 귀를 울리는 소음에 번쩍 고개를 들어 문을 쳐다본다.)
누... (몇 갈래로 갈라져 나오는 음성을 한참 콜록거리며 다듬은 뒤에야 문 앞으로 다가가 그 너머의 것을 경계하듯 노려본다) 누구야?
마리 T.드와이트:안에, 아무도 없어요? (몇 번이고 굳게 닫힌 문을 두드려대다가, 들려오는 목소리에 한층 밝아진 목소리로 대답한다.) 안에 사람 있어요...?! 제발, 저 좀 도와줘요...! 바깥은 어둡고 춥단 말이야...!!
1년 만에 들어보는 사람의 목소리는,
마리의 것과 똑 닮아있었습니다. <이성> 판정(0/1d5).
오스카: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97
판정결과:
실패
?
(아진ㄴ심안도와주네)
1
(good~)
다행이다.......
지능판정
오스카: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5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건 불가능합니다.
그야 머리가 녹아 사라진 채 길가에 버려진 마리의 시체를,
내 눈으로 똑똑히 본 기억이 있는걸요.
마리는 작년의 그 재난 속에 분명히 죽었습니다.
그럼 지금 문밖에서 말을 걸어오는 건 누구인가요...? 다시 <이성> 판정(0/1d2).
오스카:(어딘가에서 들어본 듯한, 그리고 곧 기억에서 떠오른 것은 희미한 이목구비다. 마지막으로 본 모습은 썩어 문드러진 시신이었기 때문에, 기억 또한 그 모습으로 대체되었을 수도 있겠다.)
SAN Roll
기준치:
59/29/11
굴림:
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불가능해. (반사적으로 내뱉지만, 한 켠으로는 생각한다. 어쩌면 살아있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 나처럼.)
...내가 누구지?
마리 T.드와이트:...아이 참...~! 이 상황에 새삼스럽게 그런 걸 물어보나요? (안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고난 후로는 문을 두드리는 손길을 거두었다. 자신이 누구냐며 묻는 질문에 어쩐지 당황한 듯, 말 끝이 떨렸던 것도 같다.)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요... 정신을 차려보니 밖에는 나 혼자 있지, 날은 춥지... 근방에 불 켜진 곳이라곤 이곳밖에 없는 걸..~!
오스카:네가 내가 아는 사람이 맞다면, 그건 불가능해. 내가 마지막으로 널 봤을 때 넌 이미 문을 두드릴 손도, 목소리를 낼 성대조차 삭아버린 채였다. (이렇게 길게 말해본 게 얼마 만이지? 혼자서 중얼거리는 것을 그만둔 지도 꽤 되었다. 천천히 숨을 몰아쉬다가, 다시 입을 연다.)
...만약 정말 너라면, 왜 이제서야 살아난거지?
마리 T.드와이트:매정하네요...~ 다 망해버린 세상에서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쳐서 이곳까지 왔는데 이제야 살아났다고 책망한다니... (그렇게 말하는 말소리에는 힘빠진 듯한 웃음소리가 섞여있다.) 내가 반가운 마음은 하나도 없나요? 도와줄 생각도 없구?
오스카:(잠시 고민한다. 마음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문을 열고 싶다. 유기물로 이루어진 인간의 얼굴을 맞잡고, 살아있다는 것에 처음으로 안도감을 느끼며, 뒤지지 않고 꾸역꾸역 살아온 몇 백일이 가치 있는 것이었다고 여기고 싶다. 하지만 이것이 종말이라면, 나를 찾아온 것이 나락이라면... ...그런 생각에 문 손잡이를 쥔 채 미간을 천천히 찌푸린다.)
나는 원체 의심이 많아. 죽었다 깨어났다는 신의 상처에도 손을 넣어보는 제자가 있다고들 하는데, 나라고 모든 인간을 다 믿을 수는 없지.
만약 그게, 나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인간이라고 하더라도.
내게서 무슨 도움을 받고 싶지, 마리 드와이트.
마리 T.드와이트:그래요, 이런 세상에서 무턱대고... 아는 목소리라고 해도 벌컥 문을 여는 바보는 없겠죠. 나라도 그랬을거야. (다 이해한다는 듯, 잔잔한 말투가 이어진다. 굳게 닫힌 문을 매만지기라도 하는지 무언가 스치는 소리가 들린다.)
무슨 도움을 받고 싶냐구요, 다른 건 없어요. 나도 사람이 그리웠을 뿐이야. 나 외의 생명체가 살아남아있다는 걸 확인하고... 지난 날동안 떠돌아다닌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확신할 수 있다면야...
당신이란 존재가 살아있다는 걸 그저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네요. 이렇게 어두운 바깥이 아니라, 밝은 곳에서.
오스카:(문에서 한 발자국 떨어진다. 이 집에는 창문이 있을까?)
집안을 둘러봅니다.
얼마 전 새로 옮겨온 탓에, 집 안은 낯설고도 익숙한 모습입니다. 비좁은 컨테이너 박스. 문 옆에는 살이 달린 창문이 하나 나 있습니다.
상자 몇 개, 담요가 올려진 매트리스, 그리고 집 안을 비추는 캠핑 랜턴 하나가 이 집 안의 유일한 가구입니다.
오스카:(창문을 바라본다. 바깥의 풍경이 조금이라도 보이는 지 확인하기 위해.)
창문을 보면 밖은 어둡고 안은 밝은 탓에, 얼비쳐서 외부의 풍경은 보이지 않습니다.
오스카:... (모습은 보이지 않는군. 무언가가 인간을 흉내내고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 그것은 인간을 끌어내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니까.)
(상자를 뒤적인다. 내가 소지 했을 때 도움이 될 만한 물건이 있을까.)
상자를 뒤적이면 유랑 생활 중 모아온 식량이나 생필품 따위가 들어 있습니다.
관찰판정이 가능합니다.
오스카: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2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상자 안에는... 그래요. 이 빨간 리본... 분명 마리가 자주 쓰던 머리끈이었죠.
지능 판정 가능합니다
오스카: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76
판정결과:
실패
(눈에 들어온 붉은 리본을 손에 쥔다. 다행히 이것은 마리의 일부가 아니기 때문에 녹지 않고 남아있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 지, 비극이라고 해야 할 지. 어쨌든 무언가를 추억할 수 있는 물건이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붉은 리본을 손목에 묶고, 캠핑 랜턴을 끈 후에 다시 문 앞으로 다가간다.)
마리.
랜턴을 끄나요?
오스카:(아불안하게)
(랜턴을...일단 손에 든 채로 문으로 다시 다가갔다)
마리 T.드와이트:(초조한 마음으로 하염없이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기만 하다가 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인기척과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 대답했다.) 불렀나요?
오스카:(한 손을 문 위에 올리고, 이마를 기댄다. 마치 그 너머에 있는 인간의 온기가 느껴지기라도 한다는 듯이. 눈을 지그시 감은 뒤에 내뱉는 말은 조금 더 누그러진 채다.) ...네 머리를 묶은 리본...잘 가지고 있지?
널 떠올릴 때면, 항상 그게 생각나.
마리 T.드와이트:내... 리본이요...? (갑자기 그런 걸 왜? 싶은 마음으로 되묻고) 그럼요, 갖고있죠? 지금도 묶고 있는 걸.
오스카:(그 말에 입가에 천천히 미소가 번진다. 어째서일까, 나의 불안에 확신이 든다는 것에 이토록 안도감이 드는 이유는. 오롯이 혼자, 나 혼자만 남았다는 것에 확신이 든다는 것이...내가 책임 질 것도, 더 이상 먼저 보낼 인간들도 없다는 것이. 내가 미쳐 뒤져버리기 전에, 내 손으로 너를 죽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네가 이미 죽어버렸다는 현실이 이토록 사무치게 다가온다는 게. 왜 안심이 될까?)
...여긴 어둡고, 아무도 없어. (천천히 캠핑 랜턴을 끈다.)
돌아가, 마리 드와이트.
네가 정말로 살아있다면...언젠간, 다시 보지. 작열하는 태양이 있는 아인의 하늘 아래에서.
지금은 아직 널 만날 수 없어.
언젠간, 다시 보지. 작열하는 태양이 있는 아인의 하늘 아래에서.
그 말과 함께 랜턴의 전원을 내리자, 집 안에는 완전한 어둠이 내리깔립니다.
동시에 문 너머에선 풀썩, 무언가가 쓰러진 듯한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 순간 당신은 깨닫습니다.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올 리가 없잖아요.
……열풍이 불어옵니다.
지금 어디서 바람이 들어오는 거예요?
오스카:(어둠과 동시에 두려움이 찾아온다. 안도와 겹친 두려움. 이제 정말로, 내가 죽는 일만 남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