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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을 둘러봐도 오직 컴컴한 어둠만이 존재합니다.
허옇고 습습한 안개가 발치에 고인 채 일렁이는 모습만이 위아래를 구분케 합니다.
나한:... ... (발 아래를 내려다봤다가, 위를 올려다본다. 고요하고 어둡다...)
출렁이는 소리는 깊은 호수 바닥처럼 들리기도, 심해 속인듯 들리기도 합니다.
나한:(물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그러더니 발바닥 아래에서 희미한 땅울림이 느껴집니다.
지진?
소리내어 뱉은 말이 어디에도 부딪히지 않고 퍼져 사그라듭니다.
나한:(아니야, 더 아래에서... ...오는건가? 물 속을 들여다보듯 허리를 수그린다.)
깨달은 순간, 도망치거나 놀랄 틈조차 주지않고 차가운 물이 밀려듭니다.
숙인 몸이 무색하게, 순식간에 머리끝까지 잠깁니다.
나한:(흐억, 하고 숨을 삼키는 소리가 물속에 묻힌다.)
땅울림은 마치 지진처럼 거대해져 물과 함께 온몸을 감쌉니다.
나한:
지능
기준치: |
60/30/12 |
굴림: |
83 |
판정결과: |
실패 |
어째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는 이해할 수도, 알 수도 없건만,
이 진동이 마치 아주 거대한 무언가의 울음소리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생물인지, 무엇을 전하려는 것인지, 심지어 이것이...
'살아 있는 것이 내는 소리인지'조차 알 수 없지만요.
그 소리에 귀 기울일 기회는 주어지지 않습니다.
나한은 소리조차 지르지 못한 채 그 아래로 빨려 들어갑니다.
강에서 솟구쳐 산마루를 지나 어룽지는 구름을 뚫고 굽이 굽이 굽이 돌다 마침내 저 하늘 위로 올라간다.
꼬리 끝자락 수염 한 올 볼 수 없게 되기 전에 시위에 화살을 이름을 불러라.
감은 눈꺼풀 사이로 문득 서늘한 빛이 스며듭니다.
그 감각에 눈을 뜨면, 초라한 천장이 어슴푸레하게 시야에 잡힙니다.
나한:(눈가로 스며드는 빛에 천천히 눈을 뜨고, 작은 침음을 내며 몸을 일으킨다. 어쩐지 축축한 기분이라 어깨를 한 번씩 턴다.)
아침 햇살이 비스듬히 흘러드는 좁고 긴 창문 사이로 물이 출렁이는 소리와 웅성대는 사람들의 목소리, 자전거의 종소리 따위가 제멋대로 굴러들어옵니다.
탁자 위에는 읽다 만 신문 쪼가리와 일회용 스티로폼 식기가 먼지와 함께 나뒹굴고 있습니다.
순간적으로 왜 이런 공간에 자신이 있는지 이해하지 못합니다.
나한:
지능
기준치: |
60/30/12 |
굴림: |
5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황룡회에서 입단 전의 예비 조직원들에게 내어준 숙소라는 것이 떠오릅니다.
나한의 방이 버젓이 황룡회 내부에 있기는 하지만, 입단을 함께할 동료들과 같은 대우를 할 것이라고 했던가요.
나한:(아, 맞다. 방이 달라졌었지...그 생각이 들고 난 후에야 몸에 힘을 풀고 뒷머리를 벅벅 긁는다.)
(잠깐 있을 곳이라고 짐을 안 챙겨온 게 실수였나? 생각하며 신문쪼가리를 들여다본다.)
바깥에서 쿵쿵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고, "곧 입단식이 있으니 채비하라" 라는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나한:(뭔 시간을 안주네. 단원들은 다 이런가? 결국 쪼가리...내려놓고 옷부터 꿰어입는다)
싸구려 나무 탁자에 놓인 신문을 들여다보면, 깨알같은 글씨로 장 대인의 부고가, 그리고 더 작게 '최근 도시에 개구리가 늘었다'는 정도의 기사가 적혀있습니다.
황룡회는 사람을 받아들이고 내보내는데에 까다로운 조직이지만, 이번만은 이례적으로 위험을 감수하고 많은 인원을 받아들일 예정입니다.
등떠밀려 입단하는 것 같은 모양새가 된 것도, 이런 대우도 그런 이유에서겠죠.
나한:(쩝, 하고 입맛을 한 번 다신다. 한 마디로 이런 시기가 아니었으면 택도 없었다, 이거지.)
이유는 당연하게도, 학라의 용으로 군림하던 장 대인의 부고 날 많은 사람이 죽었기 때문입니다.
나한은 죽은 이들의 자리를 채우기 위해 받아들여졌습니다.
제대로 인정받았다면 조금 달랐을까? 싶긴 하지만... 이번이 절호의 기회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나한:(이걸 고맙다고 해야할지...생각하며 문 바깥을 내다본다.)
이런 닭장같은 복도식 아파트에 가득 채워진 어중이떠중이 예비 조직원들과 동일시 되는 것은 불쾌하더라도, 감내해야겠죠.
(대충 나갈 채비가 되면 입단식이 이뤄질 곳으로 향한다.)
생각해보니... 옷장에 준비된 옷을 입으라고 했던 것 같은데.
문짝 하나가 떨어져 덜걱대는 옷장을 들여다보면 문을 열지 않아도 안에 든 것이 대강 보입니다.
옷가지 같은 게 걸려있고 먼지가 고인 귀퉁이에 거미줄이 흐리게 반짝입니다.
(걸린 옷을 들여다본다)
그럭저럭 멀끔해보이는 싸구려 정장이 하나 들어 있습니다.
(주섬주섬 꿰어입는다)
말단 조직원들이 매일같이 입고다니는, 눈에 익은 것인데... 지급품인 모양이에요.
꿰어 입고보면, 안주머니에 무언가 들어있습니다.
돛대가 남은 담배 한 갑과 싸구려 라이터가 들어있습니다.
담배갑에는 누군가 사인펜으로 적은 글씨가 보입니다.
나한:(누가 남기고 간 건가? 담뱃갑을 둘러보다가...)
"하나 남은 것에 행운이 있다. 이것이 당신에게 행운을 가져다주기를."
나한:... (물끄러미 그 문구를 보다가, 담배를 한 번 보고...도로 안주머니에 넣어둔다. 나쁘지 않지, 평소라면 버리겠지만.)
이 옷을 벗고 더 나은 옷을 입을 수 있는 자리로 갔을까?
어떤 마음으로 이 담배를 남겼을까, 알 수 없는 일입니다.
나한:(하지만 아마도 죽었겠지. 옷장 냄새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아 옷을 괜히 탁탁 털고 방을 한 번 더 둘러본다.)
둘러볼 필요도 없이 한눈에 구성이 들어오는 손바닥만한 방.
문 밖으로 나서려는데, "신입들은 나와서 준비해라!" 하는 우렁찬 고함이 들려옵니다.
내려가보면, 엇비슷한 차림새의 험악한 낯들이 서 있습니다.
나한:(면상 봐라...) (하는 생각부터 함)
덩치가 크고 온 얼굴이 흉터 투성이인 남자, 만독이 몸에 꽉끼는 옷을 입은 채 끄트머리에 서 있습니다.
나한:(한숨부터 나온다. 일단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을 것 같아 그러마 하기는 했는데, 보나마나 이 기수는 위로 아래로 찬밥 취급일 거란 말이지. 어떻게든 이 어중이떠중이들 사이에서 벗어나야...)
그는 인원을 확인하는 듯 하더니, 맨 끝에 선 나한의 어깨를 가볍게 밀어 여기 서라는 듯 줄을 정렬합니다.
낮고 둔탁한 구두 굽 소리가 땅을 울리며 길게 이어집니다.
(서 있는 어중이떠중이들을 한 번 쭉 훑어본다.) 황룡회의 행동대장이고, 본래 이영님을 보필하는 것이 주된 임무이나 입단식이 끝나기 전까지는 너희들을 맡기로 했다.
새로 들어오는 형제들에게 거는 기대가 크시다는 뜻이니 그 마음을 배반하지 말도록 해라.
만독:질문은 받지 않는다. 쓸데 없는 일로 내 시간을 허비하게 하지 말도록.
(말이 끝나자마자 앞장서 걷는다.)
나한:(도끼병인가, 생각하며 발걸음을 옮긴다.)
만독의 뒤를 따라 학라의 복잡한 뒷골목을 걷다보면 어느새 지저분한 폐건물에 닿습니다.
나는 새도 떨어트린다는 황룡회였는데... 별 볼일 없지 않습니까.
(아니면 여기서 몇 명 걸러내나...)
만독:# 모여든 예비 조직원들 또한 마찬가지의 생각인지 수군대는 소리가 뭉쳐 짧은 물결을 만들어냅니다.
모여든 예비 조직원들 또한 마찬가지의 생각인지 수군대는 소리가 뭉쳐 짧은 물결을 만들어냅니다.
예비 조직원:"... 이런 데서 입단식을 하는거야?"
"생각보다 너무.."
예비 조직원:"황룡회에 들어가면 학라에서 크게 한 몫 잡을 수 있다더니 별 거 없구만 그래."
"황룡회는 다 형제라더니 형제들 취급이 개만도 못한 거 아닌감?"
"장 대인이 죽어서 그래, 윤이영은 아직 산주가 아니잖나."
수군대는 소리는 제재가 없자 불만스레 길어집니다.
황룡회에 막 들어가겠다는 녀석들이 이런 말을 내뱉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불경스럽습니다.
나한:(그래, 그래. 실컷 떠들어라. 이빨이 있을 때...)
나한:(줄어들면 나야 좋지, 하는 생각으로 입 싹 닫고 서 있는다)
(그야 이런 곳에서 지내보지 않은 놈들은 모를 수 밖에.)
황룡회 밖에서도 장대인의 입지는 여전히 공고하고 거대하지만, 이영의 이름은 아직 위력이 없는 듯 합니다.
그만큼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굳이 날을 당겨 왕좌에 오르려는 이유도 빤합니다.
나한:(그러니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다. 윤이영은 애초에 앞으로 나서서 이름을 알리는 성격이 아니라서...)
자리가 신뢰를 만드니, 왕좌를 차지한 뒤에는 학라의 그 누구도 그에 대해 이런 식으로 말 할 수 없게 될 겁니다.
그때, 만독이 녹이 슬어 벌건 쇠문의 귀퉁이를 독특한 리듬으로 탕, 탕, 탕 두드립니다.
그러자 곧 끼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나한:
듣기
기준치: |
60/30/12 |
굴림: |
5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나한:(그 말이 들리자마자, 반사적으로 발을 뺀다.)
철컥, 금속이 맞물리는 차가운 소리가 들립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같은 신입이라고 소개받았던 사람들 몇이 남은 인원을 둥글게 둘러싼 채...
털썩, 털썩. 차례로 무겁게 울리는 소리는 마치 물이 찬 포대 자루가 무너지는 소리 같습니다.
둘러싸였던 인원 중, 나한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가슴에 붉은 꽃을 단 채 바닥에 쓰러지고...
나한:-... (눈을 둥그렇게 뜨고 쓰러지는 자와 총을 쏘는 자들을 재빠르게 훑다보면... ...)
곧 발치에 붉은 비단이 깔리듯 핏물이 넓게 밀려듭니다.
나한:(자리에서 물러서거나 공격의 전조가 있는 자세도 취하지 않은 채 총구를 든 사람들을 바라본다.)
주변을 둘러보면 다른 이들은 들었던 총을 익숙하게 품에 넣고 시체를 끌어내고 있습니다.
나한:
SAN Roll
기준치: |
70/35/14 |
굴림: |
4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신입을 가장해서 황룡회에 잠입한 자객이다."
뒤를 돌아보면 또각, 또각. 구두 굽이 바닥을 딛는 소리가 잠시 울리고.
창파오를 말쑥하게 차려입은 사람 셋이 서 있습니다.
:장 대인이 죽었다고 나를 우습게 봤나 본데.
그는 당신에게 다가와, 당신 주머니에서 비죽 튀어나와 있는 담배갑에서 돛대를 꺼내 입에 뭅니다.
나한:(반사적으로 라이터를 든 손이 올라가 불을 붙인다.)
...전부 다요?
만독:(나한의 머리를 잡아누르며 낮게 나무란다.) 고개를 숙여라.
나한:(에이씨, 하는 소리가 나오려다가 말며 푹 고개를 수그린다)
이영:(웃는 소리가 새더니 담배 연기를 깊이 머금었다가 내뿜는다. 허공으로 흩어지는 연기 사이로, 죽은 것들을 끌어내 시야에서 물리는 소리가 번진다.)
(나한을 돌아본다.) 하나 남은 것에 행운이 따르리라는 점괘가 있었지.
나한:
지능
기준치: |
60/30/12 |
굴림: |
66 |
판정결과: |
실패 |
문득 떠오르는 것은 담뱃갑에 휘갈겨 적혀 있던 문장입니다.
이영:(연기를 느리게 내뿜곤 남은 담배를 핏물 위로 떨군다. 그러더니 고개 숙인 나한의 허리춤에 무언가를 직접 달아준다.) 그래, 어쩌면 네 얘기였을지도 모르겠군.
이영:(어깨를 두어번 두드리더니 나한을 지나쳐 문으로 들어간다.)
나한:(옥패다. 그것을 생경한 눈으로 끔벅이며 바라본다. 남들이 단 건 많이 봤어도...)
나한:(고개를 슬그머니 비껴 들어서 만독을 쳐다본다)
이영과, 이영을 따라 걷는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되지 않는 키 큰 노인 한 명, 머리를 길게 땋아 내린 남자 한 명에게 허리를 숙이고 있는 만독이 보입니다.
만독:(나한을 보고 츳, 입소리를 내더니 턱을 까딱인다.)
나한:...축하한다는 말도 없어요? (그제서야 고개를 든다)
만독:축하받고싶나? 아직 입단식은 시작 되지도 않았는데.
다른 건 몰라도 자신을 행운이라 칭하는 것만큼은 우스웠을지도요.
자신을 죽이러 온 진짜 자객은 알아보지 못하고...
피 묻은 발자국이 문 너머의 어둠으로 사라집니다.
허망하게 목숨을 빼앗긴 이름 모를 남자들처럼, 이영의 목도 곧 나한의 손에 들어오겠지요.
나한:(그 날을 생각하면 웃음이 비식비식 나오려다가 꾹 참는다)
만독:... 진짜 입단식을 치르러 가야지. (한참 조용히 기다리는 듯 하다 말을 돌려준다. 이영이 사라지고 한참 후에야 앞장서 문턱을 넘어 들어간다.)
이영님과 아까 그 두 사람, 세 분께는 깍듯이 예를 갖춰라. 아무리... (잠시 말을 고르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가.) 막역했던 사이라 할 지라도 이제 너는 황룡회의 말단 조직원이다.
나한:(막역이라기엔 좀 그런데. 그 뒤에 있던 두 사람은 누구더라...머리를 긁적이며 만독의 뒤를 따라간다) 그럼 저는 동기가 없네요.
만독:방금 그게 전부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문턱을 넘어갈 때 넘실대던 비린내는 녹슨 문의 귀퉁이에서 올라온 것이 아니었습니다.
처음에는 줄을 세워야 할 정도로 많았던 일행은 이제 나한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남지 않았습니다.
만독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으나.. 미로같은 길을 한참 걸어가는 동안에도 친절한 설명은 덧붙지 않았습니다.
그러고보니, 이영의 뒤에 있던 두 사람은 분명..
황룡회의 풍수지리사, 융로파와 고랍하였습니다.
나한:(어울리지 않게 그런 걸 믿는단 말이지.)
황룡회의 중요한 일과 모든 행보에 앞서 점을 치고 액운을 피하게 돕는 이들을 장 대인은 신뢰했습니다.
그 신뢰를 나한에게 강요하는 성정은 아니었지만, 그 자신만큼은 확언하기도 했습니다. 죽음까지 예견할 수 있노라고..
나한:(그럼 본인이 죽을 것도 알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 풍수지리사들과는 말을 섞어 본 적이 없으니...)
만독과 함께 서 있자니 여러 문을 통해 도착한 무리들이 삼삼오오 모여 웅성대고 있습니다.
나한:(저런 방이 몇 개는 더 있었겠군...)
이들이 일순 말을 멈춘 것은 누군가 단상에 올라섰기 때문이지만, 그 뿐만이 아닙니다.
차려입은 옷이나 그 아래 축축하게 젖어 붉게 웅덩이 진 발자국뿐 아니라, 시선을 사로잡는 무엇이 이영에게는 있었습니다.
그래봐야 나한에게는 죽여야 할 상대일 뿐이지만요.
(누구에게도 굽히지 않는 당당함이라던가 기묘한 자신감 같은 것이 있기는 하지.)
모두의 시선이 제게 모인 것을 확인한 이영이 입을 엽니다.
오면서 불미스러운 일을 겪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는 말도록. 꼭 필요한 일이었으니.
'불미스러운 일'이라는 말에 일부가 웅성대며 주위를 둘러보았으나, 곧 조용해집니다.
사위를 둘러본 이영이 다시 말을 잇습니다. 절제된 손동작이 그 뒤를 따릅니다.
어제까지 가장 먼 곳에 자리했으나 오늘부터는 가장 가까이 선다.
우리는 가족이다. 이 이름은 신뢰와 결속의 언어로 쓰인다.
어떤 형제도 너의 위기를 외면하지 않을 것이며, 너희 또한 응당 그래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말을 멈추고 손을 든다.)
정식 조직원들이 무언가를 쥔 채 일사분란하게 신입들의 앞에 서 무언가를 허리춤에 매달아 줍니다.
나한의 허리춤에는 이미 달려 있는 물건이지요.
나한:(이미 허리춤에 달린 옥패를 본다. 기묘하게 으슥대는 기분이 드는 건...착각인가...?)
(착각이지.)
자세히 보면 이영의 허리에도 같은 모양을 한 것이 달려 있습니다.
모든 이들의 허리춤에 같은 증표가 매달리자 이영의 목소리가 이어집니다.
나는 인내심이 깊지 않아.
하지만 너희가 내게 충성을 바친다면 나도 그에 걸맞는 예우를 해 줄 것이다.
(단단하게 딛고 선 몸에서 넓은 연회장을 가득 채우는 목소리가 울려퍼져나온다.)
누군가 너희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나는 용의 핏줄이라고 답해라. 너희를 해하는 자에게는 용의 분노가 뒤따를 것이고, 은혜를 베푼 자에게는 기쁨과 보답이 함께할 것이라는 사실을 뱃속 깊이 새겨줘라.
나한:(물론 황룡회의 정신이기는 하나, 윤이영의 입에서 저런 소리가 나오다니.)
(입꼬리를 올린다.) 환영한다. 형제들.
자비는 얼어죽을, 죽기 싫으면 잘하라는 소리 아닙니까.
이해 할 수 없지만 주변에서는 감격해서 줄줄 우는 사람까지 보입니다.
나한:(이러니까 뭣도 모르는 놈들이 여기에 목숨을 까버리는거야.)
이영의 말이 끝나자 뒤에 서 있던 융로파, 고랍하, 만독까지 셋이 가볍게 어딘가를 향해 손짓합니다.
그러자 우리에게는 곧 술이 한 병씩 돌아왔습니다.
이것을 마시고, 휴대폰 하나와 나이프 한 자루씩을 배급받는 것으로 입단식이 끝났습니다.
나한:(사흘만 지나면, 저 자리에 서 있는 건...)
입단식이 마무리되자 이영은 자리를 떠나고, 선임 조직원들이 찍어두어던 신입들을 데리고 갑니다.
자리에 서서 상황 파악을 하고 있다면, 곧 만독이 다가옵니다.
나한:(사람들이 흩어지는 것을 보고 있다가...다가온 만독을 보고 눈을 끔벅인다.) 저 혼자만요?
만독:그래. 아까 거기서 너 하나 남았으니까. (앞장서 걷는다. 연회장 바깥, 본관의 로비를 지나 문 밖으로 걸어가며 말을 잇는다.)
황룡회에는 규칙이 있다.
첫째, 조직원 사이의 분쟁은 금지되어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알음알음 가벼운 다툼 정도야 있지만... 크게 다치거나 죽는 자가 나오는 건 안돼. 그런 일이 생긴다면 상급자의 입회 하에 결투를 하는 게 일반적이지.
나한:(결투라는 말을 듣자 아아, 하고 수긍한다. 왜들 그렇게 싸우나 했네.)
만독:봐 온 것이 있으니 제일 잘 알겠다만은... (잠시 혀를 찬다.)
둘째, 황룡회의 일원이라는 증표가 있다면 이유를 막론하고 돕는다.
가족이니까 말이지.
셋째, 황룡회는 서로를 배신하지 않는다. 만약 자신의 힘으로 선택할 수 없는 순간이 온다면 그때는 황룡회의 이름을 더럽히기 전에 자결한다.
그러기 위해 지급받은 거라고 봐도 무방하지. (나이프를 찬 허리춤에 눈짓한다.)
나한:싸우지 말고, 서로 돕고, 가오 챙기라 이거죠.
대인 말씀이랑 똑같네.
만독:그래. 이해가 빠르군. (무뚝뚝한 낯으로 웃는듯 인상을 쓰더니 말이 멎는다.)
대인의 뜻이 그러하셨지.
나한:(자결 같은 걸 진짜로 하는 놈이 있단 말이야? 생각하면서 고개를 흔든다)
말단들이 하는 일이 제가 하던 일하고 좀 달라요?
똑같나?
하지만 조금 다르지.
(입꼬리를 끌어올린다.) 네가 어제까지 한 일은 네 실적도 뭣도 못 되지만, 이제부터 하는 일은 네 실력으로 인정받는다.
황룡회의 일원으로 하는 첫번째 일이다. 네게야 어렵지도 않겠지.
나한:아니... ... (여태 그렇게 뭐 빠지게 일했는데? 하는 눈으로 만독을 쳐다보다가) 예, 뭐...
만독:실력 좀 보자. 이영님이 잘 가르치셨겠지만. (쪽지를 두 장 건넨다.)
만독:긴장해서 일 키우지 말고. 간단한 거다. (어깨를 두어번 두드려준다.)
나한:예에, 이 정도야 뭐. (고개를 끄덕이며 안주머니에 쪽지를 넣는다.)
... ...
설마 숨 쉴 짬도 안주고 바로?
나한:전이랑 다를 바 없다고는 못 들었죠. 다녀올게요.
나한:(불가피하고 성실하게 일하러...우선 쪽지 1에 적힌 곳으로 간다. 마약쟁이?)
:수금처로 가기 위해서는 관찰과 항법의 복합 판정이 필요합니다만...
나한:(당근당근. 나는 아가시절부터 이곳에서 컸다.)
:그렇다면 관찰 혹은 항법 판정 중 선택으로 판정하겠습니다~
나한: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100 |
판정결과: |
대실패 |
?
(너무 익숙하게 밥 먹으러 감)
"뭐야? 만독 형님이 너한테 준 일은 이쪽이 아닐텐데?"
길을 잃어서요.
남로는 어느 쪽으로 가죠? (입 싹 닫음)
"보아하니 너 또 계집질 하러 나왔구나? 여기 그 년 사는 맨션이잖아?"
나한:아니... ... (소문 존나 빠르네...)
...무의식적으로.
조직원들은 혀를 차더니 버릇이 나쁘네 새파랗게 젊은게 싹수가 노랗느니.. 나 때는 안 그랬는데... 등등
나한:(싹수가 노랗기는...17년 전부터 여기 살았으니 노랗긴 황룡회가 더 노랗지...)
(터벅터벅 돌아간다)
(이번엔 진짜 제대로 길 찾아서...)
나한: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73 |
판정결과: |
실패 |
(여긴 또 어디야..)
(그냥 표지판 보고 더듬더듬 찾아감)
(반대로 간다)
머리에 힘을 주고 생각해봅시다... 나한은 주소를 읽고 길을 찾아다니지는 않았으니까
나한: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92 |
판정결과: |
실패 |
(집에가자)
아까 만났던 조직원들이 나한을 보더니 혀를 차며 옵니다.
"으이구. 평소에 길 안 외우고 뭘 했어? 자, 돈 줄테니 인력거나 타라."
나한:그러니까 전에는 사저가 가라는대로만 가서 뭔... (어쨌든 용돈 받고 간다)
어쨌든 받은 용돈을 들고.. 인력거에 올라 주소를 읊으면..
허망하게도 금세 남로 32-458번지에 도착합니다.
천신만고 끝에 도착한 왕력비의 집은 낡은 집합 주택입니다.
나한:집 한 번 구석진 데 지어놨네... (중얼거리며 301호로 올라간다)
학라의 뒷골목에 자리한 집들이 대부분 그렇긴 하지만, 이 집합 주택도 좁은 땅에 높게 올라 있어 마치 닭장 같습니다.
때가 타는 것을 가리기 위해 어설프게 덧바른 누런 페인트는 반쯤 일어나 있고 창문에 덧댄 창살과 문짝에는 녹이 벌겋게 슬어 있군요.
보안이 형편없어 당신이 들어가는 것을 막는 사람은 달리 없습니다.
엘리베이터도 없으니 꼼짝없이 걸어 올라가야겠지만요.
3층까지 걸어올라가다보면, 좁고 가파른 나무 계단이 끼익대며 기분 나쁜 소리를 내고, 계단참에는 공기놀이 하는 아이들과 지팡이를 세워둔 채 신문 읽는 노인이 있고. 산더미같은 빨래를 바구니에 넣은 여자가 바삐 지나갑니다.
나한:(301호에 도달하자마자 쿵쿵, 하고 문을 거세게 두드린다)
문패에는 301이라고 적혀있지만 낡아서 숫자가 거의 지워져 있고 온갖 가게들의 촌스러운 스티커가 덕지덕지.
우편함에는 광고지며 과태료 고지서등이 엉망진창으로 꽂혀 있습니다.
문을 두드리면 안에서 우당탕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나한:(집 주인이 문을 열 때까지 주머니에 손을 꽂고 기다린다.)
(설마 이 새끼 튀려고 하나? 싶어서 문을 열어보기)
... 안에서는 연쇄적으로 무언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고, 당신이 문을 덜컥대자 뛰어나오는 것 같던 발소리가 일순 멈춥니다.
(아니지...이제는 이 멘트가 아닌가?) 황룡회다.
안에서는 중얼대는 소리가 들리지만, 문을 열지는 않습니다.
:"또 약 하고 늘어져있는 모양인게지, 떼잉.."
나한:겁 먹은 거 보니까 제정신이긴 한 것 같던데, 열쇠 없나?
:노인 하나가 천천히 걸어오더니 301호의 우편함을 열어줍니다. "왕씨는 늘 열쇠를 여기 넣어 놔."
나한:(열쇠를 집어들어 문을 딴다. 안 열어주면 직접 들어가야지.)
:# 노인은 앉아있던 계단으로 돌아가고, 문은 힘 없이 열립니다.
노인은 앉아있던 계단으로 돌아가고, 문은 힘 없이 열립니다.
좁은 쪽방. 부엌과 욕실이 딸려 있긴 하지만 어떻게 여기서 사람이 살 수 있는 건지 기가 막힐 정도로 좁습니다.
변기에 앉아서 버너 위의 프라이팬을 흔들 수 있을 정도네요
나한:(비좁은 방에 있는 왕력비를 바라본다. 어떤 꼴이지?)
식탁 겸용으로 쓰이는 듯한 탁자는 온갖 잡지며 약봉지, 주사기 따위로 어지럽고 몸만 누이면 꽉 찰 듯 작은 침대에서 퀴퀴한 냄새가 납니다.
40대 초반의 추레한 남성. 검고 덥수룩한 머리와 수염. 이불더미위에 쪼그려 누운 채로 중얼대고 있습니다.
나한:(몇 걸음 되지 않는 보폭으로 이불더미로 다가간다.) 돈. 오늘까지야.
고작 1500위안인데 없다곤 안 할거지? 그것만 해도 한 1000위안 될 것 같은데...
집에서는 부엌, 탁자. 침대 정도를 살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약을..
약이필요..
도..돈은..
돈..금방
금방..
왕력비는 이미 약을 한바탕 한 것처럼 제대로 된 의사소통이 불가능합니다.
:정신분석 판정으로 정신을 차리게 할 수 있을지도?
나한:(쩝, 하고 한 번 입맛을 다시더니 별 수 없이...)
(정신분석(물리) (유-근접격투)을 쓰는 수 밖에...)
근접전(격투)
기준치: |
75/37/15 |
굴림: |
7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나한:일어나. (남자의 머리를 붙잡고 손바닥으로 한 번 쩌억, 친다.)
왕력비:(고개가 쫘악 돌아가니 눈에 총기...보다는 공포가 어린다.)
사, 살려...살려주세요
도.. 돈은 금방 갚을 수..
지금은무리지만..
갚, 갚을 수 있어요 정말로..
왕력비:약, 약을.. 사야해서.. 안돼요...
안돼요 제발..
오, 오백위안.. 그거밖에.. 다음에 꼭..
나한:(눈으로 방을 한 번 싹 훑는다. 탁자 위.)
낡은 잡지와 신문, 투약시 팔을 묶을 때 쓰는 듯한 노끈과 입구에 흰 가루가 묻은 작고 납작한 약봉투, 주사기 따위가 어지럽게 널려 있습니다.
옆에는 술병과 담뱃갑, 먹다 남은 식사가 말라붙은 그릇 따위가 쌓여 있네요. 지저분합니다.
나한:(약봉투와 주사기를 한 데 쓸어놓고 손에 든다. 부엌에는...)
낡은 잡지와 신문
, 투약시 팔을 묶을 때 쓰는 듯한 노끈과 입구에 흰 가루가 묻은 작고 납작한 약봉투, 주사기 따위가 어지럽게 널려 있습니다.
부엌에는 한동안 식사를 하지 않았는지 일회용 스티로폼 용기와 싸구려 식당의 영수증 다발, 구겨진 빈 플라스틱 물병만 가득 쌓여있습니다.
나한:꼴에 신문도 봐? (잡지를 까닥 열어본다)
오래된
성인 잡지
와
오컬트 잡지
따위가 뒤섞여 있습니다.
평범한 성인 잡지입니다. 특정 부분을 유난히 많이 펼쳐 봤는지 펼치자마자 쑥 넘어가는 페이지가 있지만...
나한의 취향대로 눈과 손이 멈추기 마련입니다...
(던져둠...)
(오컬트 잡지도 팔락거린다.)
디자인에 쏟을 여력 까위는 없어보이는 싸구려 삼류 오컬트 잡지입니다. 영양가 없이 두꺼워서 읽어볼만한 내용을 찾으려면... 집중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나한:
자료조사
기준치: |
50/25/10 |
굴림: |
2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잡지에는 ‘신의 강림’, ‘예언’, ‘멸망의 날’ 따위의 고전 토픽 이 한가득 적혀 있는데, 몇 군데에 체크가 되어 있고 옆에 어지러운 낙서를 해 놨습니다.
파란 사인펜으로 그려진 그림은 깊은 바다, 거대 한 괴물 앞에 서 있는 인간, 폭발하는 모습, 엄청난 숫자의 개구리, 그리고 기묘한 문양 같은 것들입니다.
나한:(신문 사이사이도 펼쳐본다. 지폐 한 장 숨겨놨을지도...)
신문 사이를 펄럭이자, 바닥으로 무언가 떨어집니다.
(황급히 주우려 뛰어든다.)
나한:어이고. (종이 뭉치를 발로 밟고 주워든다)
(발치에 쪼그렸다가 올려다본다.)
영수증과 500위안, 그리고 반으로 접은 종잇조각 하나를 다 같이 둘둘 말아 노란 고무줄로 묶어 뒀습니다.
품목, 금액과 藥房(약방)이라는 글자, 그리고 날짜가 적혀 있네요. 약을 1,000위안어치 주문하겠다는 내용의 영수증입니다.
나한:약을 1000위안 살 건데 500위안만 준비를 했어? (종잇조각을 펼친다)
나한:
지능
기준치: |
60/30/12 |
굴림: |
3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왕력비:그, 그게.. 도, 돌려.. 내, .. 내 영수,
보아하니 돈을 선불로 맡겨 놓고 나중에 물건을 찾으러 가기 로 한 것 같습니다.
영수증의 서명란이 비어 있는 걸 보니 아직 물건을 받기 전이군요. 약방으로 가면 남은 돈을 찾을 수 있겠네요.
종잇조각을 펼쳐 보면 파란 사인펜으로 기묘한 문양을 꾹꾹 눌러 그려 두었습니다.
나한:(문양을 들여다보다가 눈썹을 비튼다) 이건 뭐냐? 수표도 아니고.
부적.. 막아주는..
괴물..
나한:(우선 500위안을 챙겨 넣고, 종잇조각과 영수증도 안주머니에 넣는다.)
(어느새 몸을 잔뜩 웅크린 채다.)
나한:무슨 말도 안되는 괴물 타령이야? (왕력비 옆에 쭈그려앉는다.)
약방은 어디야?
약. 약방. (나한의 손목을 턱 잡는다. 약쟁이 치고 힘이 세다.)
약.
내.. 약.
약...! 줘, 내 약 줘.
죽,.. 죽을거야. 죽을거야, 내 약, 약. 약...
그럼 약은 돌려주지. (봉지를 흔든다.)
왕력비:(훼까닥 뒤집혔던 눈이 돌아오더니 중얼대며 빈다.) 한번만봐주세요금방갚을게요영수증주세요저는약이없으면안돼요
무서워요계속보여요약이없으면자꾸보여요무서워미칠것같아죽을거야날죽이러와
왕력비:..갚을게요,갚을수있할수있죽이러죽기싫,살려
무슨 환각을 보는지 몰라도, 약쟁이가 약쟁이죠.
나한:죽기 싫으면 약을 하지 말았어야지. 하여간 미쳐가지고. (버석한 머리를 약봉투로 탁탁 치더니 일어선다)
왕력비:(웅크린 채로 거듭 중얼대며 기어 따라간다.)
약방은 다른 사람에게 묻는게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나한:그래, 배웅은 안 나와도 된다. (왕력비를 둔 채 문을 닫고 나온다)
문을 닫고 나오면, 복도는 들어가기 전과 다를 바 없이 생활감 넘치는 모습입니다.
나한:(납작한 약 봉투와 영수증을 보고, 계단에 앉은 노인에게 다가간다.) 말씀 좀 여쭙시다.
"뭔가아?"
나한:이 약 파는 약방. 어딘지 알아요? (영수증과 약 봉투를 보여준다)
노인은 침침한 눈을 멀리 떼어 약봉투를 뒤집어보더니 답합니다.
:"요 바로 앞이지. 대로 건너 골목에 있어."
노인은 몇몇 가게나 누군지 모를 이름의 집을 들먹이며 위치를 설명합니다.
(근처라서 다행이다.)
(또 길 잃을 뻔…)
이 서방이 누군지는 모르겠고, 하여튼 고맙습니다. 장수하세요.
(일어나서 노인이 알려준 곳으로 향한다)
황룡회 옥패를 허리춤에 단 조직원 하나가 앞에서 기다리며 시시껄렁한 잡담을 하고 있습니다.
나한:(저쪽도 여기에 볼 일이 있나? 하다가 뭔가 던진 것을 얼결에 받는다)
작게 접은 종이를 펼쳐보니, 학라의 지도입니다.
나한:(발끈) 아니, 이런 게 있었으면 미리미리…
…감사합니다. (핸드폰으로 지도 찍어둠)
:"처음부터 지도를 주면 길을 익힐 노력을 하지 않을 것 아니냐!"
조직원은 낄낄대더니 수고하라는 말을 남기고 떠납니다.
나한:길을 헤맨다고 해서 찾는 것도 아니었다고요.
사람이 그냥 길치일 수도 있는 건데 말이에요.
노인이 설명해준 것과 비슷하게... 길을 찾아가다보면, 모퉁이에 ‘藥’이라고 쓰인 간판이 보입니다.
가까이 다가가면 어디선가 들큼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며 떫고 짐짐하기도 한 냄새가 풍깁니다.
쑥색 차양 아래로 뻗은 대들보에는 노끈으로 묶어 둔 약재가 주렁주렁 매 달려 있고, 그 아래로도 바구니에 든 나무뿌리며 말린 열매 같은 것들이 가득 늘어서 있습니다.
나한:(여기다. 약봉투를 한 번 더 봤다가 약방 안으로 들어선다.)
실례 좀 합시다.
그 옆으로는 손때가 타 어두운 색으로 반질거리는 미닫이문 이 굳게 닫혀 있습니다.
사람이 없을 때는 자물쇠로 잠가 두는 듯 놋쇠로 된 고리가 달려 있지만, 지금은 풀려 있네요.
안에서 들은 모양인지, "들어오시오." 하는 낮고 느린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나한:(머리에 닿는 약재를 옆으로 밀어내며 들어선다)
약재에서 나는 특유의 향기에 섞여 눅눅한 곰팡내와 희미한 비린내가 스칩니다.
산처럼 높게 솟은 약장(藥欌)에는 무수히 많은 서랍들이 달려 있고, 광주리에는 바짝 마른 약재들이 성둥성둥 잘려 한가득 담겨 있습니다.
천장에는 굵은 서까래가 가로지르고 있는데, 그 둘레를 단단히 감아 낸 밧줄에는 손질되지 않은 나무뿌리 같은 것들이 다발로 엮여 매달려 있네요.
어디선가 부글대는 소리가 들리고 습한 김이 흘러들고 있습니다.
나한:(옛날 약방 그대로네. 주변을 휘 둘러보며 신기한 눈을 한다)
휘 둘러보다간, 어둠속에 웅크리고 있는 기묘한 남자의 기척을 발견합니다.
나한:(있는 줄도 몰랐던 남자가 있는 쪽으로 향한다) 주문 좀 물리려고요.
번들거리는 누런 안광 한 쌍이 나한의 시야 끝을 훅 스치고 지나갑니다.
남자의 옆에서는 아주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약재가 부글대며 끓고 있는데....
남자의 두 눈에는 생기가 없고, 몸에서는 어쩐지 악취가 나는 것 같습니다.
나한:예. 자기 돈이 아닌 걸로 약을 샀더라고요. (주인에게 영수증을 내민다)
나한:이상한 소릴 하더라고요. 괴물이니 개구리니.
약방 주인:이미 약은... 완성해 뒀는데.. (고개를 갸웃거리다 멈춘다.)
보아하니.. 황룡회인 것 같고... (허리춤에 시선이 잠시 멈춘다.)
선금은 다시 내주마. 대신 편지를 한 장 써 줄테니...
랍하에게 가서 보여 줘라.
나한:(이거 완전 잔심부름꾼이군.) 편지를 전하는 거면 됩니까?
우리도... 장사하는 입장이니...
다시 팔 곳이 필요해...
나한:알겠습니다. 그럼. 선금이랑 편지를 주시죠.
남자는 잠시간 부스럭대더니 고무줄에 묶은 돈과 편지를 건넵니다.
물건을 건네는 손가락 사이로 얇게 늘어진 피부가 보입니다.
나한:
지능
기준치: |
60/30/12 |
굴림: |
4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이는 언뜻 노인의 피부처럼 보일 수도 있겠으나..
빛이 조금 더 드는 곳에서 보니, 좁은 미간에 창백한 회색 뺨, 누런 눈을 가져 마치 물고기처럼 보입니다.
나한:(눈을 가늘게 뜨고 있다가 문득 묻는다) 저기 저 쪽문은 창고입니까?
나한:…흠. (고개를 성의없이 까닥인다. 주인 몰래 저길 들어가보기엔 좀…눈치보이겠지?)
모자를 푹 눌러쓰고 들어온 손님에게서도 음울한 비린내가 납니다.
그는 당신 이 주인 앞에 서 있는 모습을 보곤 자리에 멈춰 선 채 우두커니 이쪽을 보고 있습니다.
그만 가 주게..
나한:... (별 수상한 가게에 수상한 손님이라.)
예, 뭐. 그러죠.
(약방을 나선다)
두 건의 수금 중 한 건은 잘 마무리가 된 듯합니다.
나한:이제 서로인가... (찍어둔 지도를 보고 서로로 향한다)
주소에 적힌 대로 지도를 보고 찾아 가 보면, 고즈넉한 이층집이 나옵니다.
층고가 낮게 설계된 전통식 주택이네요. 야트막한 지붕에는 남색 기와가 얹혀 있고, 하얀 벽과 창 위로는 색이 연한 나무살을 교차해 짠 장식이 정교하게 올라 있습니다.
나한: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5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그런데 자세히 살펴볼 것도 없이 쉽게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습니다.
본래 흰색이었을 벽에는 먼지가 뽀얗게 쌓여 연한 회색빛으로 보이고, 주변에는 쓰레기가 나뒹굴고 있네요.
미닫이문의 양옆으로는 화초가 누렇게 말라 죽어 화분 위로 양팔을 늘어뜨리고 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느라 기척을 내면, 봉투에 머리를 처박고 코끝을 쫑긋대며 안을 뒤지던 생쥐 두어 마리가 놀라 멀찍이 도망갑니다.
주변에는 사람이 보이지 않고, 문은 잠겨 있습니다.
나한:(5000위안 정도는...하고 생각했다가 관리가 전혀 되지 않은 모습을 보고 한숨을 푹 쉰다. 그래. 그렇게 간단할리가 없지.)
안에 사람의 기척이 나는 것을 보니 누군가 있기는 한 것 같네요.
:"지금 집에 어른이 안 계세요. 엄마두 아빠두 나가셨는데..."
학라에서 차를 마신다고 하면, 차찬텡, 그러니까 찻집에 마작을 치러 갔다는 소립니다.
아이는 슬그머니 문을 열고 고개를 빼꼼 내다봅니다.
허리춤에 도 채 닿지 않을 정도로 작고 마른 여자아이입니다.
오래 먹지 못한 듯 바싹 말라 있고, 겁에 질려 주눅이 들어 있습니다.
판린화:그거는 잘... (머뭇거리며 문에 매달려있다.)
(우물쭈물대다 덜컥 나한의 옷자락을 잡는다.) 아빠 또 돈 들고 갔어. 엄마가 화 많이 냈어요.
(너...)
판린화:(고개를 끄덕인다.) 엄마는 늦게 와요. 아빠는... (고개를 젓는다.) 몰라.
아이의 옷은 낡고 더러우며, 옷깃 틈으로 누렇게 색이 빠져가는 멍도 보입니다.
(도박에 약은 답도 없다는데. 눈을 가늘게 뜨고 아이를 보다가...) 밥은.
판린화:(눈을 동그랗게 뜨고 보다가, 이내 고개를 떨군다.)
가만히 있으면 배 안고프니까, 린화는..
참을 줄 알아.
나한:...뭐...아버지 없으면 됐다. 들어가. (까딱 턱짓을 한다)
판린화:(아쉬운 눈치로 보다가.. 고개를 끄덕이고 문을 닫는다.)
나한:(판홍락의 집에서 나서서...근처 골목의 만두집으로 간다) 에라이, 썅.
갈 거면 애새끼도 데리고가서 동전이라도 멕이던가... (중얼중얼 궁시렁궁시렁)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만두 가게가 보입니다.
(다섯 개는 사겠다) 고기만두 줘요. 막 찐 걸로. (남은 돈 슥 내민다)
주인은 15위안을 받고 왕만두 세 개를 줍니다.
찜기에서 갓 꺼낸 거라 따끈따끈할 때가 제일 맛있다는 당부도 함께입니다.
나한:하나만 더 얹어주지. (봉투 받고 주인 봄)
" 다음에 또 오면 얹어 주지!" 하고 주인은 실없이 웃습니다.
나한:아니, 내가 이쪽까지 올 일이 어딨어. (또 궁시렁대면서 간다)
궁시렁대지만... 냄새 하나는 기가 막히네요.
나한:(만두봉지 들고 털레털레 다시 판홍락의 집으로 간다)
나한:(어휴, 하고 한숨을 한 번 쉬고 다시 문을 두드린다)
문을 두드리자 안쪽에서 다시금, '누구세요?' 묻는 어린목소리가 들립니다.
판린화:(그새 익은 목소리에 문을 연다. 동그래진 눈이 어쩐 일이냐는듯 묻는다.)
판린화:(엉겁결에 받아든다.) 이, 이게 뭐예요...?
앗. 맛있는 냄새.
오, 오빠... (후다닥 다가가 옷깃을 잡는다.)
판린화:(나한이 돌아보자 황급히 옷길을 놓고 고개를 꾸벅 숙인다.) 가, 감사합니다아..
엄마가... 고마운 사람한테는 꼭 인사를 해야하는 거라고..
나한:그런 건 잘 가르쳤네. 들어가서 먹어. 누구 주지 말고.
판린화:(망설이다 무언가 생각난듯 앗! 하더니 잠시만요! 하더니 봉투를 내려놓고 주머니를 뒤적여 종이조각을 하나 꺼낸다.)
이거... 개구리를 쫓는 그림이라고 했어. 린화의 보물이야, 줄게.
나한:...개구리 쫓는 그림? (종이조각을 받아들고 들여다본다)
왕력비의 집에서 주워온 것과 닮은 그림입니다.
판린화:(나한의 얼굴을.. 초롱초롱한 눈으로 올려다본다.)
나한:... (이 문양...나만 모르던 유행인가? 종이조각을 안주머니에 넣는다) 그래...뭐...
가지고는 있을게.
이건 누가 알려준거냐?
판린화:엄마가... (가지고 있겠다는 말에 연신 끄덕이다가 문득 허리춤에 달린 옥패를 보더니) 이거, 린화가 본 것보다 색이 예뻐.
판린화:황룡아저씨들. 맨날맨날. (다리에 폭닥 매달려 안더니 올려다본다.) 오빠, 조심해, 다치지 마. 알았지?
나한:별게 다 내 안부를 걱정하네. 들어가, 임마. (머리를 버석버석 쓸어준다)
판린화:(못내 아쉬운 얼굴로 섰다가, 손을 흔들어보이곤 집 안으로 들어간다.)
나한:(고개를 끄덕이곤 서로 건너편의 차찬텡으로 향한다)
바깥에 걸려 있는 얇은 동판에는 ‘茶’라는 글자가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어쩐지, ‘정말’ 찻집 같지는 않네요.
싸구려 시트지가 붙어 안이 불투명하게 보이는 미닫이문과 그 가장자리를 마감한 은색 새시 틈으로 자욱한 담배 연기가 빠져나오고 있습니다.
문을 열어 보면 위에 달려 있던 청동 종이 쨍한 소리를 내며 울립니다.
훅 밀려 나오는 담배 연기를 가르고 안으로 들어가 보면 내부에는 녹색으로 된 사각 테이블들이 즐비하고,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 차나 술을 마시며 마작을 치고 있습니다.
왁자한 말소리 틈으로 마작 패가 자그락대는 소리가 다글다글 굴러다니네요.
나한:(손을 휘휘 저으며 들어갔다가, 환전소에 다가가 팔을 얹는다) 판홍락을 찾는데.
환전소 직원은 나한의 얼굴을 한 번, 그리고 허리춤에 매달린 옥패를 보더니 한켠을 바라보고 무어라 말해주려 입을 뗍니다.
“이건 무효야!! 이 새끼, 너 공사 친 거지? 어디서 패를 빼려고 들어?”
시선을 그쪽으로 하면 인파 사이로 언뜻 붉은 저지를 입은 남자가 주먹으로 판을 내리치는 모습이 보입니다.
나한:
듣기
기준치: |
60/30/12 |
굴림: |
95 |
판정결과: |
실패 |
환전소 직원이 우습지도 않다는 듯 코웃음을 짓더니 다시 환전하러 온 손님을 맞습니다.
나한:(붉은 저지를 입은 남자에게 다가간다.)
한참 씩씩거리던 홍락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척, 당신을 지목합니다.
판홍락:"그래! 이리 와, 딱 보니까 어리바리한 게 초짜 같은데 한 판 어울려 달라구.”
5000위안 정도 있나?
판홍락:나랑 한 판만 치자! 마작을 모르면 내가 알려줄테니까, 형씨. 어때?
뭐어? 벌면 생기는 게 돈이지!
가까이 와보니 술을 마셨는지 술냄새까지 납니다.
나한:그래? (판홍락에게 다가간다) 난 마작 안 치고도 너한테 받을 돈이 있는데.
판홍락:아이 뭐어 그런 사람 한 둘이 아니거든~
판홍락:아니 근데 그게 중요한 게 아냐! 따악, 이거 봐. 한 판만 나랑 쳐 줘!
이거 봐, 형씨 지금 따악 신이 내 편에 섰다구!
네가 나한테 한 판만 이기면 뭐든 해 달라는 대로 해 줄게. 대신에 네 가 지면...
응? 형씨? 재미있어보이지 않아? 마작은 좀 치나?
뭘 할건데?
어째 불길하게 조건을 반만 걸치고 자꾸 고집을 피웁니다.
어때, 어때? 마작 치지 않을래?
알겠어, 알겠어. 돈 줄테니까 나랑 마작 한 판만 치자! 응?
보아하니 진상이라 다른 손님들이 같이 쳐주지 않는 것 같아요.
(손을 내민다)
마작 쳐준다구!?
나한:이 새끼가... (홍락의 머리채를 붙잡고 마작 테이블에 내려친다)
흥이 끝까지 올라 눈에 뵈는 게 없는 모양입니다.
콱! 소리가 나고 마작판 한가운데 홍락의 얼굴이 처박힙니다.
주위가 조용해졌다가, 어수선해지기 시작합니다.
나한:(고개를 처박은 홍락에게 대고 중얼거린다.) 난 지금 되게 바쁘거든. 돈이 없으면 도로 가서 네 딸년이라도 팔아 치우려고.
"에그그, 황룡회에까지 돈을 빌리고 말이여."
판홍락:아, 아니, 아닙니다 형님 저 돈 있, 있습니다요.
이 이거 놓으시구 네, 네, 응? 네 형님 너무 흥분하지 마시구..
드, 드릴게요- 5000위안-! 있어요, 네, 있어요
판홍락:그 딸년 팔아치워두 5000위안 안 나옵니다 헤헤.. (마작판 위에 쌓아둔 돈뭉치를 끌어모으더니 세어 내놓는다.)
나한:(5000위안. 딱 맞군. 지폐 뭉치를 챙겨넣고...) 네 아내는 어디에서 일하지?
판홍락:저 저희 집엔 또 언제 다녀가셨대요.. (꼬물대며 마작판 위에 남은 돈을 저지 주머니에 쓸어넣다 손을 멈춘다.) 예? 제 아내요? 그 그여편네는 왜 찾으실까 바쁘신 형님이..?
나한:네가 처자식 입에 넣을 만두 살 돈도 안 남기고 대가리에 마작패를 처넣었으니 그렇지.
...
판홍락:도, 돈은 다 갚았으니 됐지 않습니까?
판홍락:ㄱ, 거 오늘 기분 나쁜 일 있으셨나보네! 여 여기 급사! 차 좀 갖다드려!
나한:차는 됐어. (홍락이 저지 주머니에 챙겼던 돈 뭉텅이를 하나 둘 꺼낸다. 얼마지?)
판홍락:(눈 뜨고 주머니 속 쌈짓돈을 털린다. 총...
1279위안.)
천...이백 칠십 구 위안.
판홍락:(피눈물나는얼굴로본다) 그 그 돈은 왜 어쩌시려구..
판홍락:아 아이 마작이 그런 식으로 되면 제가 여기 있을까요 멀리 나갔겠지요 하하..
형님이 잘 모르셔서 그러는데 마작이라는 거는 하늘이 내려주는 패라서 꼭 이긴다거나 할 수가 없어요~?
나한:그래, 그 즐거운 마작 계속 치셔야지. 아내가 어디서 일한다고?
아 제 아내요 아 네
네네
저희집 여편네는 관광거리에서밥집합니다요
나한:이 새끼가 귓구멍까지... (팍 씨, 했다가 턴 돈도 쓸어남고...9위안만 남겨줌)
9..
9위안
제... 천이백ㄱ칠십위안은요...?
나한:마작은 바닥부터 기어올라가는 맛이지. 그러니
후러라고 하는 거 아냐.
내가 좋은 곳에 쓸 거다.
나한:(두둑해진 주머니 챙겨서 찻집을 나선다) 판돈에 니것 내 것이 어딨나. 테이블에서 한 바퀴 돌면 이제 내 거지.
(완벽하게 수금을 마치고, 관광거리로 향한다)
곧 해가 떨어질 것 같습니다. 다녀오려면 서둘러야할 것 같네요.
나한:(관광거리에서 판 부인이 하는 밥집을 찾아간다)
(털레털레)
관광거리는 복잡하고 부산스럽습니다. 밤이되니 더 그렇죠.
돌아다니는 황룡회 조직원들을 찾아 물으니 판 부인이 하는 밥집은 금방 찾을 수 있었습니다.
나한:(밥집 천막을 걷고 들어서 부인으로 보이는 사람을 찾는다)
손님들 사이를 지나다니며 그릇을 옮기고 다니던 여자가 고개를 들어 마주보더니 미간을 찌푸립니다.
나한:그건 걷었습니다. (판홍락에게서 압수한 돈주머니를 내민다)
:"...? 그럼 이건 뭐요?" (받아들더니 열어보고, 돈을 세어보고, 의아한 얼굴로 본다.)
(뭘 어디부터 설명해...하고 눈만 끔벅이다가) 어쨌든 돈 간수 잘해요.
:"... 압수했다고요?" (의아한 얼굴로 보다 꾸벅 인사한다.) "... 그 양반 정신머리는 못 고치겠지만... 고맙습니다."
나한:(인사치레처럼 할 것도 없어서, 그저 고개만 끄덕이며 손을 내젓는다.)
(이제 진짜로 복귀하자!)
밥집에서 나오자 해가 뉘엿하게 지려들고있습니다.
나한:(그러고보니 그 편지...슬그머니 꺼내본다)
(봉해져있나?)
나한:... (잠시 생각하다가 편지를 열어본다. 나한테 전하라고 할 정도면 중요한 건 아니겠지.)
선금 주문제작한 신경안정제의 대금을 황룡회에서 수금. 처분처가 필요하다는 간략한 내용과 약방이라고 적혀있는 사인이 전부입니다.
나한:(이런 걸 관리하는 것도 황룡회의 일인가...)
(편지를 전할 인물인 랍하에 대해서 떠올려본다)
별 일을 다 하는 곳이 맞지만, 풍수지리사가 이런 일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고랍하는 나한이 기억하는 어느 순간부터 풍수지리사의 자리에 들어차있었습니다.
분명 처음에는 융로파와... 나이 지긋한 고씨 풍수지리사가 하나 더 있었던 듯 한데, 지금은 젊은 고랍하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나한:(아들이나...손주인가? 나이를 짐작을 못하겠네.)
장 대인은 그 자리에 앉은 이를 신뢰하는 지도..
이영의 처소에서 나오는 것을 목격한 적 있다는 것 정도입니다.
(고개를 갸우뚱한다)
관광거리에서 황룡회 별관까지 돌아가려니 막막합니다.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타면 조금 수월하게 갈 수 있을지도?
(성년이 되자마자 있는 돈 없는 돈 다 털어서 장만한 뒤 몇 달 내내 긴축재정으로 살았던 나의 오토바이가...지금 나와 함께 있을까?)
나한이 오토바이를.. 어디에 세워뒀을까요?
나한:(관광단지에 올 때도 타고 왔다는데에 나의 운을 걸어본다)
운
기준치: |
50/25/10 |
굴림: |
2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나한:(없었으면 이 동네 돌아다니기 힘들었겠지. 수월하게 황룡회로 간다)
황룡회의 본관 근처에 도착하면 금색과 적색, 먹색으로 화려하게 치장된 본관 옆에 작은 쪽문이 달린 길쭉한 일자 구조의 건물이 눈에 들어옵니다.
일 견 경박해 보일 정도로 호화찬란한 본관에 비해 다소 수수하지만, 단아한 맛이 있는 건물입니다.
그런데 문이 하나 달려 있을 뿐 이렇다 할 표식이라고는 전혀 없네요. 명패라거나 현판 같은 것 말이에요.
나한:(그것이 멋이라고 했던가...장 대인은 그렇게 설명했던 것 같기도.)
(영 무슨 용도의 건물인지 모르겠다. 건물을 올려다보다가...쪽문을 당겨보자.)
(언제부터 있었던 건물이지?)
글쎄요, 모르긴 몰라도 나한보다 나이가 많은 건물임은 확신할 수 있습니다.
처음 황룡회에 왔을 때부터 있던 건물이니까요.
나한:(한 번도 들어가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애초에, 황룡회에서 자랐다 한들 들어갈 수 있는 곳은 한정되어 있었고...)
(아차, 시간이 더 늦기 전에 만독에게 보고하러 가자.)
(편지도...)
나한은 황룡회 소속이 아니기에 본관 안에서도 극히 일부의 구역에만 출입이 허가되었죠.
하물며 별관은, 황룡회 소속이라도 쉽게 출입할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나한:(사실상 넓은 광장이나 뒷길 정도가 내 영역이었지.)
..나한이 흔든 문 소리가 노크처럼 들렸는지 누군가 나와 문을 엽니다.
생선이 썩는 듯한 역한 비린내가 훅 끼칩니다.
나한:
SAN Roll
기준치: |
69/34/13 |
굴림: |
5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미간을 찌푸린다. 이게 무슨 냄새야?)
너머의 어둠 속에서 고개를 내민 여자는 둥글고 납작한 두상 위로 돋은 머리카락을 바짝 깎고, 초점이 맞지 않아 다소 흐리멍덩한 눈동자로 나한을 바라봅니다.
목 끝까지 잠근 셔츠 깃과 넥타이가 굵고 짧은 목을 꽉 죄고 있어 무척 답답해 보이지만 본인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 나한을 바라보고만 있습니다.
"만독은 본관에 있겠지."
나한:... (별관에는 이런 사람들이 있는 건가?) 아, 예.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문에서 물러난다.)
나한:... (문득) 그럼 랍하도 본관에 있습니까?
나한:
듣기
기준치: |
60/30/12 |
굴림: |
15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기분 탓인지 젖은 땅을 밟는 듯 철퍽대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는 잠시 뒤 돌아와 “따라와.”라고 말하며 당신을 안으로 들입니다.
뒤를 따라가 복도 안쪽을 들여다보면 아직 해가 지지 않았는데도 내부는 묘하게 어둡습니다.
나한:(별관 안으로 들어선다. 해가 들지 않는 구조...)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20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여자의 뒤를 따라 은은한 조명이 켜진 긴 복도를 걷다 보면 주변에 장식된 도자기라거나 장식품 따위가 눈에 띕니다.
나한:(처음 들어서는 별관의 모습에 주변을 둘러본다.)
벽면에는 용이 길게 그려져 있네요. 황룡회의 별채니 당연한 일일까요.
자세히 살펴보면 용치고는 모습이 조금 독특하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뭐라고 형용하기는 어렵지만 약간 꺼림칙한 기분이 듭니다.
나한:
SAN Roll
기준치: |
69/34/13 |
굴림: |
4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어떻게 생긴 용이지...?)
조금 특이한... 구불구불하고... 비늘무늬가 없는가 싶은 용입니다.
긴 복도를 지나, 이윽고 어떤 문 앞에 도착하자 여자가 문을 열어 줍니다.
그리고 안에서 낯익은 얼굴의 젊은 남자가 몸을 일으킵니다.
전신을 감싼 고풍스러운 창파오에 땋아 내린 검은 머리카락. 호기심으로 반짝이는 기름한 눈매.
고랍하:안녕하세요, 나한? 제가 황룡회의 풍수지리사인 고랍하입니다. 랍하라고 부르세요.
우리 어제도 만났었죠? 이전에는 얼굴 볼 일이 영 없었지만요.
나한:(매번 만날 때마다 생각하지만...기묘하게 생긴 사람이야.) 약방에서 편지를 전해달라 했습니다. (품에서 편지를 꺼내 내민다)
고랍하:방금까지 융로파도 있었는데! 아쉽네요. 아아, 융로파는 , 저번에도 보셨을 거예요, 나이 있는 풍수지리사. (꺼내든 편지에 시선이 닿는다.) 으음? 약방에서?
나한:(뭐, 둘 다 만날 필요는 없긴 한데...) 제가 별관에는 올 일이 별로 없어서요. (고개를 끄덕인다.)
새로운 고객을 확보한다고 했었나...
고랍하:아~? 호오... (손을 내밀어 편지를 받아들더니 빙긋 웃는다.) 잘 처리해드릴게요. 흐음, 직접 사람을 보낼 정도라면 어떤 일인가 했더니, 큰 일은 아니었네요! 휘유~
그보다 어떤가요? 당신은 황룡회에 몸을 담고싶어한 지 오래 됐잖아요. 차라도 마시면서 이야기 할까요?
소감이 어때요?
랍하는 당신과 대화에 더 큰 흥미를 보이는 듯 합니다.
나한:(항상 불필요할 정도로 질문이 많고...) ...그냥저냥. 정신이 없긴 했습니다.
옥패를 단 건 처음이라 기껍긴 하네요.
고랍하:호오. 옥패 말이죠. (부드럽게 휘는 눈이 허리춤을 향한다.)
아무래도, 증표니까요. 의미가 확실하죠.
나한:(증표라는 말이 조금 기묘하게 들린다. 눈썹을 살짝 비틀었다가.) 다른 쪽 별관에는 융로파가 머무는 모양이죠.
고랍하:흠, 맞아요. 방금까지 즉위식에 대한 논의를 하다가, 해도 떨어지니 돌아가겠다며 가버렸어요! 아아~ 아쉬워라.
어떤 논의를?
고랍하:식순이라던지~ 시간이라던지~ 초대할 손님~... 행사를 하나 진행 할 때에 얼마나 많은 준비가 필요한지 당신은 모르겠죠! (보란듯이 크게 한숨을 내쉰다.)
풍수지리사가 별 일을 다 한다 싶을지도 모르겠지만~
나한:저야 뭐... ... (그런 걸 하는 사람이 아니니까, 하고 생각했다가)
풍수지리사보다는 보좌관 같긴 하네요.
(방으로 들어서면서 슬쩍 내부를 둘러본다.)
고랍하:그렇죠? 머리 쓰는 일을 하는 삶이 많지 많다는 건 당신도 알 거예요. 당신이 가장 잘 알지도요? 가장 곁에 있는 가장 바깥의 사람이었으니까~
(사람이!)
나한:안으로 들어왔더니 조금 멀어지긴 했지만...그랬었죠.
전에 있던 풍수지리사는, 아버지십니까?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5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은밀행동
기준치: |
60/30/12 |
굴림: |
94 |
판정결과: |
실패 |
방의 왼쪽과 오른쪽 벽에는
책장
이 서로 마주 보고 있고, 랍하가 등지고 있는 북쪽 벽에는 나무로 된 창틀이 달린 창이 두 개 나 있습니다. 초록색 우단에 금색 술이 달린 커튼으로 반쯤 가려져 있네요. 그 아래에는 위가 불룩하고 아래가 좁고 맵시 있게 빠진 도자기로 장식된 2층
수납장이
하나 보입니다. 다시 그 앞, 랍하가 앉은 의자의 앞에는 기성 제품보다 높이가 조금 낮지만 다 리가 아름다운
책상
이 놓여 있습니다. 그리고 바닥에는 기하학적인 무늬가 조밀하게 새겨진 두툼한 깔개가 하나.
나한:(도자기로 장식된...눈에 띄는 수납장을 바라본다.)
:아아, 기억하나요? 당신이 정말 어렸을 때 일인데!
고랍하:아버지는 이쪽으로는
재능이 없으셔서. (살짝 웃는다.) 조부님이셨습니다.
장식장은 단단히 잠겨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손잡이와 열쇠를 꽂는 부분에는 용처럼 보이는 것이 조각되어 있지만, 역시 평범한 용이라기에는 퍽 기묘해 보이는 형상입니다.
고랍하:여러가지죠. 사람 속 들여다 보는 것도 재능입니다. (장식장을 보는 시선을 가만 따라가다가) 지금 나한이 그 안에 뭐가 들었는지 궁금해한다는 걸 파악하지 못하는 분이셨죠.
(싱긋 웃어보이더니) 별 것 없어요.
나한:(따라붙는 시선에 뜨끔한 듯 눈을 돌린다.) 제 방에는 저런 게 없어서요.
뭘 수집하나 하고.
고랍하:궁금하신가요? (열쇠를 꺼내들고 다가온다.)
...예, 뭐 저야.
고랍하:궁금하신 것 같아서요. (긍정의 의미로 끄덕인다.)
당신이 가지고 있는 것과 같은 모양의 옥패입니다.
고랍하: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된 것들이거든요.
무슨 뜻인지 이해하죠?
나한:황룡회에 소속되어 계셨습니까? (생경하게 옥패를 바라본다.)
고랍하:저요? 저야 여전히 소속이지요. 형태가 달라 그렇지. (몇 개를 꺼내 들어보였다가, 도로 집어넣는다.) 주인 잃은 옥패들이니 말이에요.
나한:(많다. 본인 것이 아니군.) 이걸 왜 다 보관하고 계시는 겁니까?
돌려쓰는 건 줄 알았는데.
고랍하:누군가는 관리해야하지 않겠어요? (미소짓더니 다시 갈무리해 넣고 열쇠를 잠근다.)
나한:(그런가. 외부로 유출되기에 딱 좋은 것 같은데.) ...고생하십니다. (그렇게 말하며 랍하가 돌아가는 책상으로 눈길을 돌린다)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81 |
판정결과: |
실패 |
은밀행동
기준치: |
60/30/12 |
굴림: |
64 |
판정결과: |
실패 |
흘긋 시선을 던져보지만, 랍하가 책상에 걸터앉는 바람에 무엇이 놓였는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고랍하:제 일이 그런걸요. (어깨를 으쓱인다.)
나한:(결국 별 수 없이 책상 건너편에 앉으며...다시 한 번 본다)
(독대하고 싶지 않았는데...)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20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은밀행동
기준치: |
60/30/12 |
굴림: |
81 |
판정결과: |
실패 |
(눈 굴리는 소리 들리는 정도)
학라를 작게 축소시켜 놓은 듯한 모형과 그 위에 올려놓을 수 있는 작은 말들, 여러 가지 잉크병과 부드럽고 따뜻한 빛이 도는 진줏빛 종이, 펜대가 나무로 된 붓펜이 하나 놓여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는 중이었 던 것 같네요.
그런데 신경 쓰이는 점이 하나 있습니다. 쓰다만 편지의 끄트머리에 당신의 이름이 적혀 있다는 점이에요.
(애써 모형에만 시선을 두며 묻는다) 이건 직접 만드신 겁니까?
다른 내용은 고어로 적혀있어 읽기 쉽지 않은데다가..
고랍하:그럴리가요. 저는 손재주가 좋지 못하거든요.
글씨는 잘 씁니다만! 만들거나 깎는.. 예술적인 재주는 없습니다.
나한:(이런 거 하나 있으면 재미있게 놀 텐데...)
관심이 있는 정도입니다.
나한:아니... ... (이제는 어린애도 아니고요, 하려다가 만다)
...아무래도 차는 됐습니다. 보고도 아직이고.
돌아가보겠습니다.
고랍하:아쉽네요~ 다음에는 꼭 시간 내서 차도 마시고 가 주세요~ (배웅하려는 듯 몸을 바로 세운다.)
나한: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5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은밀행동
기준치: |
60/30/12 |
굴림: |
5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와)
심하게 흘려 써 읽을 수 없는 필체로 제목을 적은 서적이 빽빽 하게 꽂혀 있습니다.
읽을 수 있는 글자가 아닙니다. 고어로 적은 것 같아요.
랍하의 책장이니 풍수지리서겠거니... 예상정도는 해 볼 수 있겠지만...
풍수지리서가 가득한 것치고는 불길하고, 어쩐지 비린내가 올라오는 것 같은 책장입니다.
나한:(어쩐지... ...그냥 책장이 아닌 듯한 모양새.)
(하지만 떠나겠다고 말한 찰나라 문간에 서서 가볍게 인사한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고랍하:당신이 제법 맘에 들어서 해주는 이야기니까 잘 들어요.
듣든, 듣지 않든 당신 마음이지만. 로파나 나는 조언가일뿐, 직접 운명을 바꿔 줄 수는 없거든요.
나한:(그 말에 눈썹을 살짝 비튼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고랍하:(드물게 진중함이 얼굴에 덧발라진 투다.) 신중해져요. 서두르면 모든 일을 망칠테니까. 그리고...
이영님을 너무 믿지 말아요.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 내일 당신에게 길한 방향은 북쪽이겠군요.
높은 곳에서 기회를 잡으면 놓치지 말아요.
(웃으며 검지를 입가에 댄다.)
나한:(이건 마치... ...나의 의중을 알고있기라도 한 것처럼.)
...쉬십시오.
나가는 길, 해는 이미 다 떨어진 상태입니다.
반대쪽에서 걸어오는 융로파를 마주치지만, 그녀는 당신을 조금 훑어볼 뿐 별 말 없이 랍하의 방 안으로 들어갑니다.
묘한 시기였다는 생각과 함께 별관에서 나가 본관으로 가는 도중, 어디선가 처덕, 처덕, 젖은 소리가 들려옵니다.
아래서 들리는 소리에 밑을 보면, 하얀 개구리같은 것들이 일렬로 죽 늘어서서 펄쩍대며 어디론가 뛰어가고 있습니다.
(개구리들이 향하는 곳을 본다)
뛰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선두의 개구리가 갑자기 훅 사라지는 것처럼 보여요.
나한: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14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개구리 한 마리가 건물 아래 나 있는 창살 밑으로 뛰어드는 모습이 보입니다. 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밑으로는 물이 흐르고 있는데, 창살 너머 지하 공간의 천장과 수면 사이의 틈이 얼핏 시야에 들어옵니다.
이상하네요. 이 건물만이 아니라 건물 몇 개의 지하를 터 죽 이어 놓은 것 같아요.
왜 이런 공간을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요? 쫓아갈 틈도 없이 개구리들은 일제히 검은 물 아래로 사라지고, 물인 줄 알았던 것이 묘한 점성을 일으키며 굼틀대는 모습이 보입니다.
나한:... ... (그 광경에 잠시 몸을 움찔, 했다가 벌떡 일어나 다시 바깥으로 향한다. 저게 뭐지?)
(마치 돌아다닐 수 있는 지하수로 같아.)
방금 목격한 게 뭐였든, 지금 여기에 계속 있어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한:(휴대폰을 꺼내 만독의 번호로 전화를 건다.)
신호가 몇 번 가더니, 만독이 전화를 받습니다.
보고드리려고.
나한:...오늘 안에 끝내는 거 아니었습니까?
만독:(전화 너머로 누군가와 웅성대며 짧게 대화하더니) [...그래, 뭐. 수고했고, 오늘 저녁은 이만 쉬어라. 숙소 옆에 죽집이 있으니까 뭣 좀 먹고. 돈은 황룡회로 달아놔도 돼.]
나한:아, 예에... (전에는 매일 오늘 안에 하라고 독촉하는 일만 받아서 어쩐지...) 수금한 건 어느 쪽으로 보낼까요.
만독:[거긴 춘영이가 담당이었던 것 같은데... 가지고 있다 만나면 넘겨라.]
나한:예에, 그럼 그렇게...들어가보겠습니다.
(그럼 내일은 쉬는 날?)
(시간이 좀 나면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다. 즉위식에 대한 것도 그렇고...생각하며 죽집에서 끼니를 때우러 간다)
물론 이전에는 꼬박꼬박 돈을 내고 사 먹어야했던 곳이지만..
아침부터 점심까지는 죽을 팔고 점심부터 밤까지는 면, 빵, 간식과 담배, 신문을 판매합니다.
나한:(자리에 앉아 볶음면과 꽃빵을 주문한다.)
순식간에 볶음면이 먼저 나오고, 갓 튀긴 꽃빵이 늦게 나옵니다.
(아까는 돌아다니느라 몰랐지만...막상 자리에 앉고나니 허기가 져서 나온 음식을 양껏 먹는다)
자리에 앉아 밥을 먹다보면, 뒤에서 누군가 식사하며 떠드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나마 연고가 있어 다행이지 영... 불편해."
"에그. 전염성이 없다고 하지만 께름칙하긴 하구만."
:"생긴 것보다 별 것 아닌게 맞으니까 말이지. 건조증일 뿐이잖아."
:"약재상이 일을 잘 해 다행이지 뭐야. 말하자면 풍토병인데, 마땅히 약도 있고."
"그러게나 말이야.. 에휴, 간지러워."
두 사람의 이야기는 금세 다른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친화력 Roll
기준치: |
50/25/10 |
굴림: |
84 |
판정결과: |
실패 |
(아싸 인생..)
(뭐, 아는 사람한테 물어보면 되겠지.)
(그리고 깔끔하게 비운 그릇을 내려놓고...옥패 단 기념으로 음식값은 황룡회로 달아놓는다)
나한:(그리고 걸음이 황룡회로 향하려다가...아차, 하고 조직 숙소로 향한다.)
(이거...조직에 들어온 게 더 손해다.)
(내일은 진짜로 방 짐을 이쪽으로 옮겨놔야겠다. 청소는...청소는...내일.)
오늘은 사람 죽는 것도 잔뜩 본데다가 많이 돌아다녀 힘들기도 하니 일찍 잠에 들어야겠습니다.
나한:(구두와 옷을 아무렇게나 벗어두고 자리에 털썩 눕는다.)
침대에 몸을 누이면 문득 발밑이 떨리는 듯한 감각이 듭니다.
지진이 이는 듯한 진동과 옅은 물비린내, 개구리가 뛰는 소리.
창밖을 확인하면 주먹만 한 실루엣이 첨벙대며 물 위를 가르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다시 침대에 올라 눈을 감아도 소리는 잦아들지 않고, 결국 뒤숭숭한 잠자리 위에 몸을 누이게 됩니다.
나한:(기묘할 정도로 분위기가 다른데... ...생각하며 눈을 감는다.)
바닥에 흐르는 안개로 간신히 분간할 수 있는 위아래, 걸리는 곳 하나 없이 멀리 퍼지는 목소리.
어딘가 희미하게 울려오는 땅울림과 습하게 고인 물 냄새. 이 장소는....
나한:
지능
기준치: |
60/30/12 |
굴림: |
80 |
판정결과: |
실패 |
그러나 익숙함보다는 낯선 불쾌감이 더 강하게 느껴집니다.
움직이려고 하는 순간 목 뒤로 뜨끈한 입김이 느껴집니다.
그 ‘무언가’의 숨이 뒷덜미에 닿았다 식는 순간, 기묘하게도 감각이 무뎌지는 느낌이 듭니다.
나한:(뭔가 있다. 예민하게 반응하고 기척을 붙잡아야 할 신경이 순식간에 녹아내린다. 마치 무른 늪 속에 잠긴 것처럼 감각이 둔하다.)
그리고 ‘무언가’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움직인 순간, 쩍 하고 아가리를 벌린 어둠이 당신을 삼킵니다.
벨 소리가 울리고, 나한은 번쩍 눈을 뜹니다.
나한:
건강
기준치: |
80/40/16 |
굴림: |
86 |
판정결과: |
실패 |
잠을 설쳐서 그런지 몸 상태가 썩 좋지 않습니다.
머리가 죄는 듯 아파 오는 감각이 그리 달갑지 않네요.
:금일 전투, 민첩 등 몸을 사용하는 판정에 페널티 다이스 1개 부여합니다.
나한:(잘못 잤나? 몸이 찌뿌둥하고...머리가...꼭 숙취라도 온 것처럼...)
(앓는 소리를 내며 끄응, 하고 일어난다)
나한:(일어나자마자 쌍욕을 몇 마디 중얼거리며 발신자를 확인한다.)
만독:[ 어제 늦게 잤냐? 해가 중천이다. ]
나한:아니...잠을 설쳐서요. (잠긴 목소리를 몇 번 가다듬는다) 일입니까?
만독:[... 이영님이 너를 마음에 들어 하시는 것 같다. 어제 일도 깔끔하게 처리했고. ]
나한:(의외의 전언에 눈을 몇 번 깜박인다.) 그러면?
만독:[ 오늘 노고를 치하한다고 하시니 준비하고 밖으로 나와라. ]
나한:(노고를 치하? 원래라면 좋아해야 하는데...어째 윤이영 입에서 나오니까 그리 좋게만은 들리지 않는데.)
예에...알겠습니다. 본관으로 갈게요.
만독:[ 아니... 숙소 앞에 있으니 나와. ]
(얼떨떨) 바로 나가겠습니다...
용건을 대충 마쳤다는 듯 만독은 통화를 끊습니다.
나한:...뭘 여기까지? (중얼거리며 어제 막 벗어두었던 옷을 꿰어입는다)
용의 자리에 오를 자가 된 후로, 어쩌면 그보다 더 오래 전부터 이영의 근처에 가까이 가는 것이 어려웠던 것이 사실입니다.
나한:(옷을 한 번 탁탁 털고, 숙소 바깥으로 나간다.)
나한:(북쪽이 길하고, 때를 놓치지 말라...)
'길한 방향은 북쪽', '높은 곳에서 기회를 잡으면 놓치지 말아요.'
나한:(윤이영을 믿지 말라니. 다른 누구도 아니고 유독 그를 콕 집어서 이야기 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
의미가 모호하기도, 분명하기도 한 조언을 곱씹으며 숙소 앞으로 내려가 보면 뻣뻣하게 긴장한 신입 조직원 몇이 서 있고 만독이 담배를 피우며 기다리고 있습니다.
만독:(반쯤 태운 담배를 끝까지 빨아들이더니 바닥에 비벼 끈다.) 가자.
나한:(나도 저 대열에 서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다가 군말없이 만독을 따른다)_
만독이 앞장서 걷더니 회색 돌담 너머에 묶인 붉은 2층 배 앞에 섭니다.
나한:(2층짜리 배를 바라본다. 호화로운데..)
타라는 듯 신입 조직원들에게 고갯짓한 만독이 삯을 지불하는 듯 사공과 이야기를 나눕니다.
옆에선 신입 몇이 잔뜩 들뜬 목소리로 "이렇게 빨리 기회가 올 줄 몰랐어" 라거나, "이영님은 마음씨가 너그러우신 분인가 봐!" 라며 물정 모르는 소리들을 해댑니다.
나한:(뻣뻣한 조직원들의 뒤를 따라 배에 올라탄다. 기막힌 식사라도 대접해주려나.)
무슨 포상인지는 알 길이 없지만, 그다지 기쁜 마음이 들지는 않습니다.
배는 금세 수로를 따라 길게 나아가고, 길가에 드리운 버드나무 가지 너머로 이따금 걸어가는 관광객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가로 는 배가 출렁대며 물을 가르는 소리와 구룩대는 개구리 소리가 어렴풋이 들리네요.
귓가로는 배가 출렁대며 물을 가르는 소리와 구룩대는 개구리 소리가 어렴풋이 들리네요.
나한:(개구리 소리에 조금 시선이 쏠린다.) 요즘 개구리가 유독 많네요.
나한:...뭐...그 탓이 없는 것도 아닌 것 같고요.
본관에선 몰랐는데, 숙소에선 소리가 잘 들리더라고요.
만독:숙소는 사방이 수로니까. (슬쩍 웃더니) 귓구멍 틀어막고 자다 죽는 놈들도 있으니 적응해라.
붉은 기둥에는 황금색 용이 감긴 모습이 조각되어 있고, 검게 옻칠이 된 고급스러운 정문에는 금빛이 나는 둥근 손잡이가 달려 있습니다.
높이가 한참 되는 문 위로는 검은 유약을 발라 구운 기와가 고풍스러운 낯을 하고 얹혀 있네요.
나한:(쩝, 하고 입맛을 다신다. 귓구멍을 막으려고 했는데, 이틀만에 뒈지고 싶지 않으면 그만둬야지.)
(또 얼마나 폼을 재고 있으려나, 싶어서 문이 열리기를 기다린다.)
만독이 앞서 문을 열어 주고 안으로 들어가면 지나가던 조직원들이 "만독 형님 오셨슴까!" "누구야? 신입이냐?" "나한도 있는 거 보니까 맞네, 맞아." 등 말을 걸며 지나갑니다.
몇은 다가와 나한의 뒤통수를 문질러주고 가기도 합니다.
나한:(아잇, 하고 몇 번 추임새를 넣으며 지나가는 선임들에게 인삿말 없는 인사를 한다.)
이제는 정말로 그들과 하나가 되었다는 느낌이네요.
나한:(그래도 나쁘지 않은 소속감이다. 적어도 이전의 붕 떠 있던 기분보다는...)
그 합일을 그토록 바랐건만, 지금 나한의 머릿속에는 다른 것이 들어있습니다.
나한:(객식구에서 객을 겨우 떼어내기는 했지만, 그보다는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본관은 디귿 자 모양으로 되어 가로로 넓은 3층 건물이며, 이영의 집무실은 최상층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나한의 방은 1층의 문간방. 2층 이상으로의 출입은 금해져있었습니다.
고풍스러운 것은 외관만이 아닌지라 엘리베이터가 따로 존재하지 않아 걸어 올라가야 합니다.
계단에 첫 발을 내딛어봅니다. 이제 누구도 나한을 제지하지 않습니다.
1층에는 연회장이나 접견실 등 대외적 활동을 하는 시설이 있기에 나한의 발을 멈추는 이가 없었지만 2층부터는 다릅니다.
나한:(천천히 계단을 오른다. 당장 며칠 전까지만 해도 출입이 금해지던 곳.)
간부들의 집무실 또는 자료실 등 실무에 관련된 시설이 자리잡고 있었기에, 몰래 기어올라가려 해도 끼익대는 소리만 들리면 누군가는 나한의 목덜미를 잡아채곤 했죠.
3층은 전부 이영의 방입니다. 이전에는 장 대인이 사용하던 곳으로...
만독이 노크하자 안에서 "들어와라." 하는 말이 들립니다.
나한:(거의 평생을 살았지만 걸음하지 못했던 곳, 주변을 둘러보는 눈이 예리하면서도 생경하다.)
만독이 문을 열어 안으로 들어서보면, 어지간한 연회장보다 큰 집무실이 나타납니다.
전체적으로 적색 우단을 아낌없이 사용하고 황금과 값비싼 목재로 마감한 듯한 실내는 지나치게 천박하지 않으면서 고급스럽게 꾸며져 있습니다.
천장에는 매끈한 꽃줄기의 모양을 딴 전등이 달려 있고, 벽면에는 비싸 보이는 그림이며 가구가 가득하네요.
지금은 무거워 보이는 커튼으로 가려져 있지만요.
이영은 그 앞에 놓인 커다란 집무용 책상에 팔을 기댄 채 의자에 앉아 있습니다.
나한:(장 대인조차 출입을 허하지 않았던 곳. 하지만 이 풍경에 앉은 이영은 더더욱 상상조차 해 본 적 없다.)
양옆으로는 고랍하와 융로파가 서 있네요. 융로파는 처음 만났을 때처럼 딱딱한 얼굴로 나한을 보고 있고, 고랍하는 밝은 얼굴로 손을 흔들며 이쪽을 향해 인사합니다.
장대인 아닌 자가 앉은 모습이 상상되지 않았던 곳.
나한:(그냥 다른 신입들처럼 서 있는다. 괜히 만독 사형 앞에서 인사했다가 통수 처박힐라.)
부족한 상상력과 편견이라 불리게 될 생각을 부수고 저 자리에 앉은 이영이 보입니다.
튀지 않으려 가만히 서있었는데, 노력이 무색하게 이영이 나한을 부릅니다.
(아니, 오히려 땡큐다. 앞으로 한 발자국 나선다.) 예.
이영:(입꼬리를 끌어올려 웃는다.) 네가 괜히 구르던 게 아니지?
일을 잘 하더라고 들었다. (담뱃대를 들자 만독이 불을 붙여준다. 자연스레 한 모금 빨아들였다 뱉고는) 사저로서 자랑스럽다 말해도 좋겠고.
(진심보다는 놀리는 투지만, 칭찬은 칭찬이다.)
나한:(꼭 덕담을 해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뭐...
(살짝 눈깔 치떴음)
이영:흐응. (마주친 눈이 곧다. 꿰뚫어볼 듯 마주본다.) 네가 오래 본 아이라 좋게 말하는 게 아냐. 전부터 뛰어다녔대도 정식으로 하는 일은 처음이지.
형제로서 너를 칭찬하는 거다. 반응 좀 보여. 재미없게. (흥, 콧방귀를 뀌더니 담배를 다시 입에 문다.)
나한: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5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감사합니다. (겨우 덧붙인 말도 그것으로 끝. 용의 핏줄의 명맥에 해 입히지 않겠다거나 이 목숨 다할 때까지 충성을 바치겠다는 둥의…심심하고 뻔한 겉치레조차 붙이지 못했다.)
불퉁한 기분으로 눈을 감았다 뜨는데, 옆에 서 있던 신입 한 명이 손 아래로 몰래 총을 빼드는 모습이 보입니다.
총구의 끝이 향하는 곳이 이영이 있는 곳이기 때문일 겁니다.
나한:
지능
기준치: |
60/30/12 |
굴림: |
25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성공한다면 나한의 손을 덜어주는 모양이 되겠으나...
이걸 막아내면 나한에 대한 신뢰가 오를겁니다.
이영:하여튼. (결국 코웃음을 치더니 재떨이에 담뱃재를 턴다.) 그럼...
총을 빼 든 신입이 이영을 향해 쉰 목소리를 내지르며 달려나갑니다.
나한:(총신을 발견하자마자 신입을 제압하기 위해 몸을 던진다)
나한:
민첩
기준치: |
60/30/12 |
굴림: |
75 |
판정결과: |
실패 |
근력
기준치: |
75/37/15 |
굴림: |
77 |
판정결과: |
실패 |
민첩
기준치: |
60/30/12 |
굴림: |
3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근력
기준치: |
75/37/15 |
굴림: |
5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신입이 목소리를
(신입이 목소리를 내지르며 발을 뻗는 것이 첫 번째, 이쪽이 희번득하게 눈을 뜨고 손을 뻗은 것이 두 번째였다. 한 손으로는 상대방의 어깨를 틀어쥐어 몸의 방향을 돌리는 동시에, 바깥쪽 손으로는 품 안의 단도를 빼들어 총을 든 손목에 내리꽂는다. 신경이 잘린 손이 꿈틀대며 오발된 총알이 천장을 뚫고, 주변이 삽시간에 고요해진다.)
움찔했던 사람들이 전부 얼어붙은 채 나한과 잘려나간 손목에 시선을 집중합니다.
나한:(바닥에 떨어진 총을 주워들어 무게를 확인하고, 장전한 뒤 신입의 이마에 가져다 댄다. 이어서 시선이 윤이영을 향한다.)
시선을 쫓아가보면, 천장의 파편이 튀기라도 한 모양인지 이영의 얼굴에 실금이 추가되어있습니다.
랍하가 호들갑을 떨며 손수건을 꺼내 대고 있습니다.
이영이 고갯짓하자 만독과 아랫사람들이 움직입니다.
밖에서 의료진이 들어와 나한에게 다가오고 조직원들이 암살자를 대신 제압합니다.
순식간에 끓어오른 아드레날린이 고통을 감췄나봅니다.
나한:(자신에게 다가오는 의료진들을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찢어진 정장 재킷 사이로 피가 타고 흘러 옥패를 붉게 물들이고 있습니다.
나한:(의료진이 물은 뒤에야 팔을 들어보인다. 위치 선정이 조금 잘못됐나?)
이영:순발력 하나는 알아줘야한다니까? (랍하의 손을 물리고 빙긋 웃어보인다.)
나한:(그야 당연하지, 당신에게 총을 쏘는 건 내 몫이니까...)
이영:장 대인은 너를 너무 아끼셨다. 이미 훌륭한 인재인데도 말이지.
그렇게 되게 하기 위해 사저에게 저를 맡기셨겠죠.
이영:내가 잘 가르친 덕이라... 그럼 네가 어디까지 잘 하는지 한 번 볼까. (입꼬리를 내리누른다. 시선이 제압되어있는 암살자에게 향한다.)
나한이 반응하기도 전에, 덜덜 떨던 남자가 절규합니다.
뭐, 암살에 실패한 암살자의 말로는 뻔한 것 아니겠어요?
대체 어디서 이런 덜떨어진 암살자를 보냈는지는 모르겠지만 보아하니 완전히 버림패로군요.
그는 뭐든 말할 테니 제발 고문만큼은 하지 말아 달라며 눈물 콧물을 빼네요.
양팔이 뒤로 묶인 채 나한의 발치까지 기어가 구두를 핥습니다.
나한:(목숨이 아깝다면 남의 목숨을 노리는 짓을 하진 말아야지. 난 오직 저 놈의 목을 따기 위해서 스스로 내 목을 따는 법을 익혔다.)
올려다보는 눈동자가 데굴데굴 굴러가는데, 그 너머에 노골적으로 비치는 기색은 처량하고 비굴합니다.
아픈 건 싫다고. 죽는 건 싫다고. 제발 살려만 달라고 당신에게 애원합니다.
나한:
심리학
기준치: |
10/5/2 |
굴림: |
67 |
판정결과: |
실패 |
(암살자를 무감한 눈으로 바라보다가, 이영에게 시선을 둔다) 알아오겠습니다.
나한은 이영이 자신을 가만히 훑어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정작 죽여야 할 사람은 저기 앉아 있는데 다른 사람을 쏘아야 한다니 어처구니가 없지만,
기회를 엿보는 것 또한 나한이 할 일 중 하나입니다
나한:(정보는 필요 없나. 생각하며 암살자에게 총구를 가져다 댄다.)
배를 가만히 바닥에 대고 숨을 죽이는 거죠. 지금은 그래야 할 때입니다.
나한:(이 자리에서 윤이영을 쏜다면... ...하지만 아직은 기회가 아니다. 그보다 좀 더...)
(확실한 때에.) (잠시 생각하다가 총구를 거두고 셔츠 벨트에 총을 찬다. 다시 이영을 바라보며) 다녀오겠습니다. (이럴 때 조직원들이 일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알고 있다.)
이영이 미소지으며 끄덕이자 만독이 앞장섭니다. 뒤따라 조직원들이 남자를 끌고 가며, 남자는 다시 한번 절규합니다.
이영:무리하지는 말아라~ (안락 의자를 빙글 돌린다.)
나한:안 해요. (가볍게 대답하며 조직원들과 만독을 따라간다)
나선으로 된 계단을 한참 내려가면 공기는 점점 축축하고 습해집니다.
돌계단을 내려갈 때마다 구두 굽이 계단 끝에 닿는 소리가 뚜벅, 뚜벅, 울리고 붙들린 암살자가 흐느끼며 애원하는 소리가 적막 위로 기분 나쁘게 달라붙습니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짙어지는 쇠 비린내가 코끝을 자극합니다.
마침내 계단을 완전히 내려가면 육중한 쇠문이 드러납니다.
만독은 문 앞에 서서 둥근 원 모양의 손잡이를 쥐고 쿵쿵 문을 두드립니다.
그러면 문이 끼익, 소리를 내며 열립니다. 안은 어두컴컴하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나한:예. (고개를 끄덕이며 문 안쪽으로 들어선다.)
문 안쪽에는 짜리몽땅하지만 체구 좋은 남자가 당신을 바라보다 옆으로 비켜서 손을 모으고 고개를 내립니다.
천장에는 낡은 갓을 쓰고 있는 누런 알전구가 하나 달려 있는데, 이따금 깜빡이며 희미한 빛을 내 방 안의 윤곽을 밝히고 있습니다.
언뜻 드러난 벽과 바닥은 모두 나무로 마감되어 있습니다.
정중앙에 벨트가 잔뜩 달린 의자가 하나 놓여 있고, 옆에는 어두운 색의 나무로 된 카트가 하나 서 있습니다.
카트 위에는 여러 가지 도구가 늘어서 있네요.
주변을 둘러보면 그 외에도 여러 가지 도구들이 잔뜩 걸려 있습니다.
원래부터 그런 색이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하나같이 색이 어둡네요.
나한:(전통적이네...하고 생각하며 키가 작은 남자를 바라본다. 고문인인가.)
(고개를 차분하게 끄덕이며 도구들을 바라보다가) 당신이 일을 돕나?
농담처럼 주고받는 말 사이에 묶인 채 바닥에 누운 남자가 덜덜 떨고 있습니다.
나한:(전문직이기는 하지. 그 말에 작게 웃는 소리를 낸다.) 오래 안 걸릴거야. 효과 좋고 금방 끝나는 걸로 해줘.
일정한 간격을 두고 찰칵, 찰칵, 소리가 들립니다.
곧 암살자의 양팔은 의자의 팔걸이에, 양다리는 의자 다리에 묶이고 목은 높은 의자의 등받이에 단단히 고정됩니다.
나한:(자살도 못하겠군. 견고한 만듦새에 새삼 감탄한다.)
카트에 놓인 물건 중 손가락과 같은 말단부를 조이고 부러트리는 용도의 기구들, 이를 뽑아내라며 펜치를, 용도 모를 액체가 담긴 병과 주사기를 내려놓더니 죽지는 않는 것이라며 짚어줍니다.
준비가 끝나면 남자는 “필요한 것이 있으면 문을 두 번 두드려 주십시오.”라고 말한 뒤 방에서 나갑니다.
다 말할테니 하지마시오, 제발..
나는 그냥 말단이고 신입이야! 차라리 깔끔하게 죽여, 싫어, 싫다고.
하, 하지만 살려준다면..
살려주시오.. 배 배신하지 않겠소, 제발..
나한:아니, 아니지. 배신을 때린 놈이 배신하지 않겠다고 하면 그게 믿겨?
암살자:제발.. 내 내가 없으면 동생은 금방 굶어죽을거요.
(입술을 꾹 깨물었다가)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않소, 별 볼일 없는 인생, 기회는 잡아야.. 위험하더라도, 그래야만..
당신도 그렇잖아!
나한:굶어죽는 게 어딨어. 이 학라에서는 애새끼라도 다 벌어먹고 살 길이 있는데... (중얼거리면서 도구를 고른다. 발음이 어눌해지는 건 싫으니까 이는 제외. 손가락으로 할까. 펜치 비슷하게 생긴 것을 들고 끼릭끼릭 돌려보다가, 곧 암살자의 검지손가락에 끼운다.)
일단 말을 좀 줄여. (기구 옆의 레버를 돌린다.)
암살자:(발작적으로 손을 이리저리 빼내보지만 묶여있는 탓에 어쩔 수 없이 잡힌다.)
아아아악!
아파!! 잘린다, 잘린다고!!!
소, 손이 아, 아악! 아아악!!!!
허억, 흐억, 끄악....
효과가 있던 모양인지 주절대던 입에서는 숨소리만이 비어져 나옵니다.
소속은?
암살자:(고개를 연식 끄덕이더니 헐떡이는 소릴 내다, 황급히 대답한다.) 칠, 칠주파.
학라에 머무는 다른 조직입니다. 황룡회에 비할 수는 없지만 작은 세력도 아닙니다.
너희들이 아무리 날고 기어봐야 황룡회에는 발끝도 못 따라갈텐데.
제 임무는 이영의 암살이고..
거기서도 나는 신입이라 아는 바는 적지만, 유능한 윤씨년, 아니, 이영님을 죽이고 칠주파에서 새 산주를 세우려고..
요, 요즘 소문이 하도 안 좋으니까!
나한:(상대방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에 잠시 이마에 핏줄이 섰다가, 서서히 사그라든다. 기구의 레버를 완전히 조인다.)
남자의 목 안 깊은 곳에서 길고 괴로운 비명이 쏟아집니다.
이러나 저러나 묶어둔 것은 좋은 생각이었습니다.
(기구를 중지손가락으로 옮긴다.) 무슨 소문?
암살자:(잠시 기구가 풀어지자 침인지, 땀인지, 눈물인지 모를 것으로 범벅이 된 얼굴이 아래로 떨구어졌다가, 숨 몇 번 고르지 않고 대답을 잇습니다. 혹여 답이 늦어지면 고문이 이어질까 두려운 듯이, 황급히도 붙어 사레가 들릴 정도입니다.) 그, 그게, 쿨럭, 컥..
요, 켁... 큼, 험, 요새..
요,... 요새 이영..이영님이..
지나치게 미신을 신봉한다는 소문이, 이 이건 제 사견이 없습니다.
칠주파의 점술가가 이르기를, 윤, ..이영..님이 학라에 큰 해를 끼칠 것이라고..
그런 이유로... 사람을 쓴 겁니다, 진짭니다.
암살자:(무언가 말을 이으려다, 묻지 않은 말을 하면 이어질 고통이 떠올라 다시 입을 닫는다.)
나한:미신을 신봉한다는 소문이 도는데, 점술가의 해법을 들었어?
알만하네, 계속 해.
암살자:그, ... (무언가 덧붙이려던 말을 물린다.) 저같은 졸개를 쓴 이유야 자명하지요, 뒤탈이 없도록.. 아는 게 이게 다니까요.
버리는 패라는 건 알았지만 자원했습니다. 정말로, 아는 건 이게 전붑니다.
나한:(말 사이가 길어지자, 심기가 불편하다는 듯 눈썹을 비틀더니 천천히 레버를 조인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빨리 해.
더없!!!습니아악
없......
말해. 풀어줄게.
너도 쓸모없어지면 버려질 거야!
나처럼!
이용당할 뿐이라고!
그 년이 너를 다루는 방식을 보아하니 알겠어!
멍청한 놈들을 병풍처럼 둘러봤자다!
나한:(레버를 완전히 돌린다. 지체하지 않고 옆 손가락으로 옮겨간다.) 틀렸어.
(다시 레버를 돌린다. 우드득, 소리가 나면 새끼손가락으로 옮겨간다.) 왠지 알아?
길고 긴 비명이 이어집니다. 숨이 어찌나 긴지, 물 속에 처박아도 이틀은 살아 있을 것 같네요.
나한:너는 눈 앞에서 총을 꺼내는 머저리 새끼지만, (우드득, 소리와 함께 중얼거린다) 나는 등 뒤에서 비수를 박는 개새끼가 될 거거든.
(엄지손가락으로 옮겨간다. 우드득.) 하지만 네 덕에 일이 잘 풀리니까 고맙다곤 해주지.
(반대쪽 손도 반복한다. 꼭 과자를 하나씩 씹어먹는 듯 규칙적이고 어색함이나 머무름이 없다.)
어느 순간 비명이 가라앉습니다. 끊어질 듯 얇은 숨만이 이어지는 게, 기절한 모양입니다.
나한:윤이영은 너처럼 길에 굴러다니는 똘추들에게는 죽지 않아. 그러면 내가 너무 억울하잖아. 나는 그 여자한테 개발렸는데...
(열 손가락이 모두 분질러지고 나서야 도구를 내려놓고 하, 하고 긴 숨을 내뱉는다.)
(일렬로 놓여있는 전기충격기의 전압을 확인한다. 이건 너무 높아, 이것도...이것도...신경 전체에 각성을 줄 정도로만 약한 것을 골라내 암살자의 목에 대고 켠다.) 일어나.
지지직, 스파크가 이는 소리와 함께 늘어졌던 몸에 힘이 들어옵니다. 눈이 뒤집혔다가 돌아오자, 벌써 익숙해진 비명이 다시금 이어집니다.
나한:(비명을 지르는 암살자를 두고, 팔짱을 낀 채 잠시 생각에 빠진다. 나는 왜 인간 비명이 좋을까...)
윤이영이 키워서 그런가... ...저승 문턱에서 깔딱깔딱 거리는 게... (중얼거리며 안주머니에 넣어놨던 총을 꺼내 잠금장치를 푼다.)
남자는 풀린 혀로 간신히 살려달라는 말만을 반복합니다.
더 놀다가 늦으면 혼나거든.
(이마 중앙에 총을 발포한다.)
나한:(총을 집어넣고, 철문을 두번 두드린다.)
문이 열리고, 기다리고 있던 남자가 샤워실로 안내합니다.
나한:(샤워실로 들어오고서야 여기저기 튄 피나 기묘하게 일그러진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이래서 씻고 오라고 하는군...)
(차박차박 씻는다)
이리저리 튄 피를 씻어내고, 옷을 갈아입으면 다시 멀끔해진 상태입니다.
(다시 3층 집무실로 향한다)
3층으로 돌아가면, 나한이 내려가 흐른 시간이 없었던 것마냥 모두가 멈춰있습니다.
의자에 앉은 이영이 돌아온 나한에게 손짓할 뿐입니다.
나한:(늦었으면 진짜 혼날 뻔 했나. 생각하며 책상으로 다가간다)
이영:(책상 앞에 놓인 의자를 대충 가리킨다.) 잘 하네.
이영:이상하진 않던? 내가 고문하라고도 안 했잖아. 네가 알아서 하러 가기야 했다만은. (미소지은 얼굴은 답이 있는 문제를 내어주고, 시험하는 투입니다.)
나한:알아서 하라고 했으니까 알아서 하러 간 건데요. (마치 밥을 먹기 위해 젓가락을 드는 것 정도의 순서로 취급하듯이 답변한다.)
이영:(코웃음을 친다.) 여전히 돌대가리라니까.
나한:뭘 배웠어야... (궁시렁거리는 소리를 감추지도 않고 내뱉다가) 칠주파에서 사저 목을 노려요.
이영:생각이라는 것도 좀 하고 살라고 누누히 말하지 않았어? 학교는 왜 보냈다고 생각하는 거야? (대수롭지 않은 투로 뱉는다.)
대인. (저를 칭하는 호칭을 정정해주곤) 알아. 그 놈들 말고도 많다. 왕좌에 오르기 전까지만 내 목을 노릴 수 있으니까.
(신경질적인 표정으로 관자놀이를 짚는다.) 사람이 부족해. 네가 입단해 다행이지. 믿고 곁을 맡길 사람이 필요하거든.
이영:만독은 새로 들어온 놈들 관리도 해야하는데 어떻게 내 옆에 딱 붙어있어?
생각을 하고 대답해, 생각을.
이영:이 빡대가리를 어쩌면 좋지.. (이마를 짚는다.)
이영:(고개를 설설 젓는다.) 그래, 됐어, 호위는 똑똑할 필요까진 없으니까.
내가 사람 보는 눈은 있잖니. (씩 웃어보인다.)
이런 눈으로 이 자리까지 올라왔다는 게 신기할 지경입니다.
나한:(전혀. 그렇게 생각하지만 별 내색은 않는다.) 신참이 바로 호위같은 거 해도 돼요?
나한: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27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뒤에 앉아 있던 랍하가 로파에게 무언가를 속삭이는 모습이 보입니다.
로파는 그런 랍하를 한심하게 보더니 입을 뗍니다.
(얼결에 윙크받고 표정 안좋아짐)
융로파:좋은 점괘가 나왔습니다, 이영님. 궤도를 탄 신성의 곁에 작은 빛이 더해지니, 용이 지나는 길에 광채가 더해지고 앞날에 영광이 가득하군요. 나한은 이영님에게 도움이 될 겁니다.
다만.
나한을 바라보는 로파의 푸른 시선에 온기라고는 한 조각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애당초 저 사람이 호의를 가지는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지만요.
융로파:황룡회에 들어온 지 고작 이틀 된 애송이입니다. 지나치게 마음을 두시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늙은이의 지나친 간섭이라고 여기실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나한:(점괘니 뭐니 하는 것을 듣는 동안 눈이 좀 죽는다. 뭔 개소리야?)
(그리고 이어진 말에는 눈깔을 조금 희게 뜬다.)
이영:호오. (미소를 머금더니 손을 내젓는다.) 걱정이 너무 많다니까, 로파는.
내가 키운 놈입니다. 내가 잘 알아요.
(조언은 물릴 셈인지 자리에서 일어난다. 나한을 보고,) 식사나 하지.
(아침부터 여기 와 있었으니...)
멍청한 얼굴을 수락으로 이해한 모양인지 이영이 손가락을 튕기면, 모두가 자리를 비킵니다.
나한:(비키는 사람들을 두리번거리며 쳐다본다)
융로파는 말한 것치고는 별 감흥 없는 얼굴로 나한을 바라보고 지나갑니다.
랍하는 지나갈 때 입을 살짝 벌립니다. 무언가 말하는 듯 한데..
(독순술해봄)
듣기 혹은 독순술판정!
나한:
듣기
기준치: |
60/30/12 |
굴림: |
83 |
판정결과: |
실패 |
나한:(열받게 아까부터 찡긋거리고 뻐끔거리고 지랄이야...)
(랍하 노려봤음)
두 사람만 남고 나면 곧 문밖에서 똑똑, 노크 소리가 들립니다.
체구가 작은 급사 하나가 앞서 들어오고, 그 뒤로 서너 명의 급사가 카트에 음식을 가득 실은 채 따라 들어옵니다.
앞선 급사가 테이블을 세팅하고, 뒤에 서 있던 급사들이 테이블 위에 음식을 차립니다.
소고기를 듬뿍 넣은 삼색 창펀, 가늘게 채 썬 무를 가득 넣고 위아래를 노르스름하게 지진 무떡. 그을린 자국 하나 없이 매끈한 밀전병과 점도 높은 소스, 분명 오랜 시간을 들여 익히고 광택을 냈을 것이 분명한 북경오리.
새까맣게 태운 뒤 껍질을 긁어내 오돌토돌한 표면이 드러난 새끼돼지구이. 얇게 짜 올린 비단처럼 하늘하늘한 피가 일품인 새우완탕과 계란을 듬뿍 쓴 듯한 면, 그 위를 뜨끈하게 적시는 뽀얀 국물.
나한:(줄지어 나오는 음식들에 눈이 조금 커진다.)
그 외에도 폭신폭신해 보이는 피 안에 돼지고기를 채운 만두와 쫄깃하고 투명한 피 안에 새우를 채운 만두 등, 지금 막 준비한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양이 줄줄이 얹힙니다만.
나한:(애초에 처음 보는 음식들도 있고, 잔칫날에나 겨우 얻어먹던 음식들...)
...이걸 다 먹어요?
순간 정신이 아찔해질 만큼 지독한 비린내가 음식에서 올라오고 있는 것을 깨닫습니다.
오래된 생선에서나 날 법한 역한 냄새에 관자놀이부터 정수리까지 머리가 꽉 죄는 느낌입니다.
나한:
SAN Roll
기준치: |
69/34/13 |
굴림: |
99 |
판정결과: |
실패 |
2
이영:아주 배가 불렀구나. 내주면 감사합니다~ 할 것이지 말이 많아. (상석으로 가 앉는다.)
나한:(비린내가 아까 전의 피 냄새와 겹쳐져 기묘한 조화를 만들어낸다. 미간을 팍 찌푸리더니...)
...음식에서 이상한 냄새 나지 않아요?
그러나 정작 음식을 내온 급사들이나 이영은 이 비린내를 전혀 느끼지 못하는 듯 평온한 얼굴입니다.
이영:(가만 나한을 보더니) 차린 게 별로냐? 다른 먹고싶은 게 있으면 말 해라, 내오라 할테니.
나한:... ... (다들 이 냄새를 왜 못 느끼지? 기묘한 표정으로 돼지고기 만두를 집어 먹어본다.)
만두를 입 안에 넣으면, 구역질 날 정도의 비린내가 퍼집니다.
맛 자체는 훌륭한데, 어디서 이런 비린내가 퍼지는 걸까요?
SAN Roll
기준치: |
67/33/13 |
굴림: |
3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이영:음식 아까운 줄 모르게 키우지 않았는데, 어디서 글러먹은 년들한테 얻어먹고 다니더니 버릇만 나빠져선.
...진짜 아무 냄새도 안 나요?
이영:(노려보더니) 변명 마라. 어제도 계집질 하러 가다가 걸려놓고 길 잃었다 둘러댔다는 것도 들었으니까.
무슨 냄새? 뒷구린 네 놈 냄새를 말하는 거냐?
생선 비린내 같은 게 나는데.
이영:먹기 싫으면 말아라, 오늘 계집질 하러 갈 시간은 없는데 어쩔테냐? 굶고 갈게야?
(의아함 반, 의심 반의 떫은 얼굴로 보더니 고개를 젓고 오리고기를 밀전병으로 감싸 입안에 넣는다.)
나한:(하지만 배는 고픈데... ...눈 딱 감고, 거의 코로 쉬는 숨을 참고 한 입 문 만두를 먹어치워본다)
이영:# 기분 나쁘도록 맛있고, 비립니다. 씹을 때마다 올라오는 비린내는 숨을 참아도 진동합니다.
기분 나쁘도록 맛있고, 비립니다. 씹을 때마다 올라오는 비린내는 숨을 참아도 진동합니다.
이영:아까 얘기 말인데. (이상한 꼴로 먹는 걸 무시하고 말을 꺼낸다.)
네 사저는 이 자리를 다른 어떤 놈에게도 내어줄 생각이 없거든. 넘볼 수 있는 자리라는 생각조차 들지 못하게 해야지.
여태껏 모든 산주가 그랬던 것처럼.
나한:(아오...진짜...만두를 겨우겨우 삼키고 입으로 숨을 내쉰다.)
네, 그런데요?
이영:그래서 즉위식 전까지 한동안 자리를 비우고...
쥐새끼 잡으러 나갈 셈이다.
(이건 또 내 예상하곤 다른데...하고 살짝 눈썹 각이 비틀어진다.)
이영:조사할 곳은 로파와 랍하가 골라뒀어. 마귀할멈이 꾸리고 있는 북로의 전당포, 너구리 같은 영감이 들어앉은 서로의 고서점, 동로에 처박혀 있는 구질구질한 식당. 마지막이 남로의 닭장이다.
네가 내 성정을 모르지 않을텐데. (한쪽 눈썹을 들썩인다.)
나한:곧 대인 되신다는 분이 싸돌아댕긴다니 이거 학라 사로에 소문 다 나겠네, 싶어서요.
그 랍하라는 사람은, (문득 생각이 나서 말을 꺼낸다)
이영:흥. 조용히 다녀야지 물론. 그러니까 만독을 데리고 갈 수는 없어. 호위라고 말한 것은 이 일에 한한 거야. 동행해.
나한:퍽이나 안 띄겠다... ... (중얼거린다)
예에.
(흔히... 뒤지게 혼내기 직전의 눈으로 노려본다.)
예.
이영:(성미 나쁜 얼굴이 만족을 모르는 채로 식사로 돌아간다.) 한 시간 뒤에 출발할 테니 채비해라.
나한:(아무리봐도 이 식사를 더 먹을 마음은 들지 않아서, 이영이 식사를 마칠 때까지 기다린다.)
더 가지고 갈 건 없죠?
이영:그래. (입가를 닦고 일어나더니 옷장으로 다가선다. 안에서 싸구려 정장을 꺼내더니 한 번 돌아본다.)
(옷장 옆으로 늘어선 낮은 파티션 뒤에 서더니 갈아입을 옷을 걸어두고 입은 비단 창파오의 단추를 풀기 시작한다.) 사저 환복하시는데 예의 좀 지키거라.
나한:(대인 될 사람은 남 앞에서 환복을 막 하나, 생각하다가...뒷말이 들리고서야 뒤를 돈다.) 미리 말씀을 안하셔가지고. 보라는 줄.
이영:눈치가 없는건지, 돌대가린지, 변태새낀지.. (혀를 차더니 옷을 갈아입는다. 벗은 옷은 파티션 위로 던지듯 걸쳐두고 셔츠를 꿰어입는다. 단추를 채운 셔츠를 바지에 넣지도 않고 입더니 재킷은 나한에게 던진다.) 들어.
(나한을 지나쳐가며 싸구려 고무줄로 머리를 모아 묶는다.)
나한:(딱히 대답하라고 한 중얼거림은 아니겠지만 속으로 셋 다? 하고 혼자 답변한 뒤에...반사적으로 재킷을 받고 이영의 뒤를 따라간다) 옛날같네요, 사저.
이영:(슬쩍 돌아보더니) 언제 이렇게 컸어? (하고 농처럼 받는다.)
이영:(이어진 말은 무시한 채 걸음을 옮긴다.)
나한:(이영의 뒤를 따른다. 이럴 줄 알았지...)
나한: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6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문득, 그가 허리춤에 매달고 있던 옥패가 처음보다 조금 붉어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나한:... (이영의 옥패를 한참 바라본다.) 사저가 단 옥패는 제 거랑 색이 다른가요.
이영:(시덥잖은 소리라고 생각한 모양인지 돌아보지도 않고 답한다.) 입단식때 받는 옥패는 다 같은 거다. 대인이 된다고 달라지는 것도 없지.
내려다 본 나한의 옥패에는 피가 말라붙어있습니다.
나한:(제 옥패에 묻은 피를 슥 닦아내고, 이영의 옥패와 색을 비교해본다.)
마른 피를 닦고 뜯어내 보면 핏물이 들기라도 했는지 조금 붉어진 상태입니다. 비교해보자면 비슷한 듯 싶은데..
황룡회에 든 자는 당연스레 옥패에도 피를 묻히게 되기 때문일까요. 이영은 신경도 쓰지 않습니다.
나한: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8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
시작되는 곳을 더듬어 찾아보니, 제게 시선이 닿기 전에 벽 뒤로 사라지는 그림자가 눈에 띕니다.
아무리 이영이 나한을 마음에 들어한다 한들, 다른 사람들에게 나한은 아직 신용받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나한:(애송이라 이거지. 그래. 잠자코 때를 기다려주마.)
이영을 죽일 기회거나, 아니면 그에게 더 가까워질 수 있는.
멍청한 이영의 비위를 맞춰 주러 가 볼까요. 그리고 그를 돕는 척하면서 이 도시에 대해 조금 알아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학라에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긴 하니까요.
나한:(다시 이영을 따라간다. 그래, 여러가지로...이상한 그림도 그렇고. 어쩌면 이 때를 틈타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모르지.)
가까운 데부터 휘 돌죠. 괜히 왔다갔다 하지 말고.
북로 전당포?
이영:그래. (이를 바득 간다.) 귀찮은 곳부터 가야지.
내가 아까 뭐랬어? 마귀할멈 소굴이라니까.
나한:마귀할멈... (왤까, 생각하면서 이영을 따라 북로 전당포로 향한다.)
이영:돈 필요하면 형제들한테 꾸던지 해라. 전당포에는 신세 안 지는게 제일이니까.
나한:아... (그러고보니 이제부터는 용돈 따위도 없군.)
걸음을 바삐해 다리를 건너고 골목을 걷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간판 하나 없이 미닫이 문 하나 뿐인 밋밋한 가게 앞에 섭니다.
쪼글하게 마른 대추 같은 노인이 싸리비로 앞마당을 쓸고 있습니다.
인기척에 고개를 들면, 알이 4개로 이루어져 있는 특이한 디자인의 돋보기 너머로 두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이 예리합니다.
퀴처럼 마른 손가락이 거미의 다리처럼 톡, 톡 안경테를 감듯이 두드리고 나면, 곧 안으로 오므라든 입술이 호물거리더니 못마땅하다는 듯 귀퉁이가 삐죽 올라갑니다.
노인:이무기가 여기까지는 무슨 일이신가? 혹까지 달고. (말을 던지더니 미닫이 문을 열고 먼저 안으로 들어간다.)
변장한 보람도 없이 바로 이영을 알아본 모양입니다.
나한:(그야 이런 인상이면 눈에 띄지. 설마 정말 정체를 숨기려고 한 건가?)
따라 들어가면 문 위에 달린 청동종이 짜랑짜랑한 소리를 내며 울립니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매캐한 곰팡내가 훅 올라옵니다.
나한:
건강
기준치: |
80/40/16 |
굴림: |
2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저도 모르게 코끝이 간질간질해지더니, 나올 듯 말 듯 하던 재채기가 애매하게 찡한 감각을 남기고 쑥 들어가 버립니다.
목 안쪽이 매캐해집니다. 기침이 나올 정도는 아니지만요.
미닫이문 바로 건너편에는 관공서나 버스 터미널 따위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접수처가 두 칸 놓여 있고, 그 옆에는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작은 쪽문이 나 있습니다.
노인은 옆에 싸리비를 걸쳐 놓곤 안으로 들어가는 대신 앞치마를 벗어 나한의 가슴팍에 던지듯 밀어줍니다.
노인은 이영이 '그' 이영이라는 것은 아랑곳 않는듯 다른 앞치마 하나를 똑같이 밀어줍니다.
나한:(코를 싹 닦으며 안으로 들어선다. 전당포에 이렇게 곰팡내가 가득한가...)
아니, (앞치마를 턱 받는다)
...이거 써요?
그리곤 마른 손가락으로 안경을 추켜올리곤 이렇게 말합니다.
노인:어차피 또 변변찮은 놈들이 세우는 변변찮은 계획 때문에 왔겠지. 가게는 반나절 내 줄 테니 알아보고 싶은 게 있거든 알아서들 하라구. 손님은 오는 대로 받으면 되고, 안에 있는 것도 맘대로 봐도 돼. 쓸데없는 소동에 말려드는 건 딱 질색이니까... 대신, 가게는 부수지 마. 알았어?
뭐라고 말할 틈도 없이 다다다다 쏘아붙이네요.
나한:(쩔렁, 하고 열쇠도 받아버린다.) ... ...
(싸가지 없는 투로 의아해함)
이영이 주머니에서 꺼낸 지폐를 들어보이자 노인은 곧 허리를 두드리며 두 사람을 흘겨보다 가게에서 나갑니다.
이영:(제 머리를 훑어넘기더니) 도통 눈에 띄니 말이지.
나한:(그야 머리가 아주 눈에 띄기는 하는데..)
변장은 할 줄 알아요?
이영:안 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냐? (앞치마부터 맨다.) 어차피 중요한 건 다 미리 숨겨 놨을 거다. 오늘 우리가 올 거라는 것도 미리 알고 있었겠지. 늙은 여우가 따로 없다니까.
쪽문은 닫혀 있지만 열쇠로 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들어가 볼까요?
아니면 사저한테 스토커가 붙었나.
(별 수 없이 앞치마를 매며 쪽문을 연다)
이영:마귀할멈에게 귀가 많은 거지. (쪽문이 열리자 안으로 들어선다.)
쪽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 생각보다 내부가 넓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접수처 카운터 옆에는 열쇠나 잡동사니를 넣어 두는 조그마한
3단 서랍장
이 놓여 있고,
낡은 탁상시계
와 학라의 풍경이 그려진
달력
따위가 놓여 있네요. 아래로는
장부
와
소설책
같은 것이 꽂힌
2단 서랍장
이 있습니다.
뒤로는 푼돈 대신 사람들이 맡긴 물건들이 플라스틱 바구니에 담겨 태그를 달고 주르륵 늘어서 있네요. 그런
선반
이 열다섯 개입니다. 생각보다 질서정연하게 정리되어 있어 살펴보는 데는 무리가 없겠습니다.
이영:(선반 몇 개를 들춰보더니 검은 머리 가발을 꺼내들고 온다.)
(찰랑찰랑한 검은 머리 가발을 본다...)
이영:
변장
기준치: |
35/17/7 |
굴림: |
9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이영:(익숙한듯 묶은 머리를 풀어 가발망을 쓰고 정리하더니... 검은 단발머리 가발을 뒤집어쓴다.)
(순식간에 다른 인상이 된다.) 쓰는게 낫지?
...다른 사람 같은데요.
말만 안하면...
학라의 여인들은 나이도 변장으로 감춘다던데.
(중얼거리면서 3단 서랍장을 슥슥 열어본다.)
이영:나는 그 정도는 아니야. (거울도 어디선가 꺼내와서는 가발 매무새를 정돈한다.)
잡화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재질의 싸구려 플라스틱 서랍장. 미감이 없는 건지, 구두쇠인 건지 이 오래된 전당포와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옆면에는 식당 스티커 따위가 붙어 있네요.
이영이 중요한 건 이미 다 치워놨을 거라더니 정말 그런가봅니다. 전부 열려있어요.
이영:(눈을 가늘게 뜨고 보더니) 이 정도면 훌륭하다고 본다.
나한:여기에선 뭘 찾으려고 하는 거에요? (첫 번째 칸을 열어본다.)
일단 흔적이란 흔적은 다 찾는 거네요, 결국.
영수증 다발이 들어 있지만 중요한 거래는 따로 정리해 둔 듯, 대부분 소액을 짧은 기간 내에 여러 번 빌려 간 사람들입니다. 홍락의 이름도 있네요. 아, 이 쓰레기 같으니.
이영:(관심없는 듯 거울 속 머리나 계속 매만진다.)
(앞머리를 몇 번 쓸어내보더니 얇은 빗을 꺼내와 결을 자연스럽게 만드는데 치중한다.)
나한:요즘 돈 빌려가는 놈들마다 이상한 소릴 하더라고요.
괴물이라지 않나, 개구리를 쫓는다지 않나...
아아.
터무니 없는 소리야 많지. 미친 놈인 척 하려고 헛소리 하는 놈들도 많아. 까보면 멀쩡한데, 똥묻은 개 더러워서 피하는 것처럼 빠져나가 보려는 거 거든.
나한:비슷한 모양으로 생긴 부적도 가지고 있던데요.
이영:개구리야 원래도 많았는 걸, 뭐. 장마라도 오려나? (빗으로 빗어내고 고개를 돌려가며 확인하다 나한을 본다.) 어때, 자연스럽냐?
부적? 누가 또 사기라도 치고 다니나보군.
나한:(별 일 아닌 걸로 넘기는 걸 보면... ...) (마지막 서랍도 열어본다)
아, 예. 그럴듯하네요.
덜컥거리면서 잘 열리지 않습니다. 안에 무언가 끼어 버린것 같은데요.
조심히 열어보거나.. 힘을 주어 당겨보어야 할 것 같습니다.
나한:
근력
기준치: |
75/37/15 |
굴림: |
34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이영:월급 받기 전부터 물어내게 생겼구나. (거울이나 들여다보며 말한다.)
잘 끼워 맞추면... (엉거주춤하게 서랍을 끼워넣으며 열쇠만 빼낸다)
덜걱...하고 맞물리지 않아 주저앉는 서랍입니다.
황동으로 된 조그마한 열쇠 끄트머리에 물고기가 부조 되어 있습니다.
문 열쇠치고는 퍽 작고, 구멍에 넣는 부분이 무척 세밀합니다. 상자 따위를 열 때 쓰는 열쇠로 보입니다.
나한:(이건 쓸만하겠다. 주머니에 잘 챙겨넣는다.)
...사저도 좀 안 돌아다녀요?
(가발 만지는 거 탓하는 중)
나한:혼자 보기엔 좀 넓잖아요. 사저는 거울만 보면서.
그 때, 딸랑, 하더니 손님이 들어오고, 이영이 일어나 카운터로 향합니다.
나한:(중얼중얼거리며 괜히 애꿎은 탁상시계만 탁탁 들었다 놓는다)
탁상시계 안에 기괴해 보이는... 물고기? 사람일까요? 딱 잘라 이거다, 하고 말하기 어려운 기묘한 조각품이 들어 있고, 그 주변으로 째깍대며 초침이 돌아가고 있습니다. 별다른 것은 없네요.
험악해 보이는 남성이 들어옵니다. 붉은 저지에 금목걸이를 하고 있습니다.
남자:(목걸이를 풀어낸다.) 노름판에서 사기를 맞았지 뭐냐! 여기, 이거면 좀 나오겠지.
나한: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86 |
판정결과: |
실패 |
(카운터 아래로 얼굴을 쑥 들이민다.) 야, 너 나 알지.
카운터 아래로 얼굴이 쑥 나오며 이름을 부르자 판홍락이 당황한 얼굴로 변합니다.
판홍락:아, 아니 형님이 왜 여기 있습니까? 여 여기는 황룡회가 하는 곳이 아닌데!?
이영:(낮게 소근댄다.)
쥐새끼 잡으러 온 거라니까.
판홍락:차, 참나. 사람을 뭘로 보고? 황룡회도 다 어중이 떠중이아뇨? 내가 어떤 사람인줄 알고, 어제야 진 빚이 있으니 체면을 차렸지만!
(풀어낸 목걸이를 카운터의 구멍으로 밀어넣는다.) 이거 돈으로 바꿔주쇼.
이영:(나한을 툭 친다.) 뭐해. 안 바꿔주고.
나한:아, 예. (대충 금목걸이의 시세를 생각해본다...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주워들은 정보를 조합해보겠습니다)
(지능?)
..지능으로 해보려면 어려운 판정으로.
나한:
지능
기준치: |
60/30/12 |
굴림: |
29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이게?)
무게를 달아보고 시세표를 확인해보면...
2339위안은 나오겠습니다.
나한:(유사시에 돈으로 바꿔먹으려고 차고 다녔군...)
?
(꽤 되는데)
내가 말이야, 형씨. 형씨가 이 동네 처음이라 모르겠지만 황룡회의 이무기랑도 맞먹는 사이거든.
판홍락:(거들먹댄다.) 말하자면 친구? 그런 거지 아이 왜~ 이영이 모르나?
쯧, 뭐... 자네같은 말단은 모르겠지만은.
(홍락을 바라본다.)
어떻게 아는 사이인데?
판홍락:아잇팜, 거 말 하면 아나? 흐흠, 고것도 얼마 못 갈 거야, 이 판홍락이가 때를 노리고 있걸랑. 요것만 있으면 그 년 머리통 쯤 쉽게 까버리는데, 아직 때가 아니라 이걸세. (형형한 눈으로 안주머니에 손을 넣으려듭니다.)
그러니까 줄을 타려면 지금이거든, 아해야.
나한:아, 진짜. 어디 한 번 보여줘봐. 내가 그 줄 좀 탈 수 있으면 이거 잘 쳐주지.
나한:안주머니에 뭐 들고 온 거 아냐?
요것?
판홍락:에헴. 크흠. 이런 위험한 물건은 꼬맹이들한테 보여 줄 수 있는 게 아니걸랑. 아아주 위험한 거거든. 거 값이나 빨리 쳐 주지그래? 나는... .. 바쁜 몸이라서. 크흠.
나한:(김이 빠진 표정으로 앉는다.) 진짜긴 한데, 세척도 필요하고, 이거 통으로 팔아선 안팔려. 다 분리하고 녹이는 것도 일이야. 1800위안 정도.
이것도 내가 인정이 있어서 잘 쳐 준거다.
이 이게 1800위안밖에 안 된다고?
2000위안은 줘야지!
나한:여기 낀 기름때 닦아내는 일당만 200위안을 줘야 할 걸.
1900위안!
더는 못 깎아!
이영:(휘익, 휘파람을 분다.) 장사 잘 하네.
나한:죽일 수는 없으니까. (금목걸이를 선반에 넣어놓으며 안을 들여다본다.)
이영:불살? 말을 잘 듣는 건가? (기웃거린다.)
나한:아니, 피 닦으려면 오래 걸리잖아요. 남의 가게라 귀찮고.
이영:웬 일로 생각이라는 걸 했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본다.)
손님들이 맡긴 물건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는 선반입니다.
:감정 판정... 혹은 관찰 판정이 가능합니다.
나한: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10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또렷)
그래도 죽이라면 죽이긴 할 거에요.
두서없이 흩어진 물건들 사이에서 이거다 싶은 물건을 찾기 위해서는 무언가 힌트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중요한 물건들이라면 중요한 곳에 두었겠다는 생각은 듭니다.
나한:(그래, 이걸 보면 좀 가닥이 잡히려나, 하고 장부를 펼쳐본다.)
열어 보면 껍데기만 남아 있고 속은 죄 빠져 있습니다. 안에는 갈겨쓴 글씨로 ‘남의 장부는 왜 열어 봐? 예의 없는 놈들 같으니.’라고 적혀 있습니다. 귓가에 호통 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소설책은 또 뭐야? 열어본다.)
자주 읽었는지 안이 너덜너덜합니다. 펼치면 자연스럽게 손이 멈추는 페이지가 있습니다.
가장자리가 누렇게 삭은 책에는 누군가 색연필로 표시를 해 놨습니다.
나한:... (최고 권위자에게서 직접 배운다는 것...)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94 |
판정결과: |
실패 |
자료조사
기준치: |
50/25/10 |
굴림: |
12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밑줄을 그은 곳 아래에 작게 적힌 글씨가 있습니다. “땅 아래 콩을 심고, 그 옆에 두 개의 막대기를 꽂되 하나는 끝을 꺾어라.” 농사 지침이라도 되는 걸까요? 왜 이런 말을 여기다 적어 놨는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나한:
지능
기준치: |
60/30/12 |
굴림: |
81 |
판정결과: |
실패 |
이영:자꾸 들쑤셔봤자 쓰레기밖에 없을거다~ (이번엔 가르마를 새로 타고 있다.)
나한:(땅...아래에 콩. 두 개의 막대기. 종이에 끄적끄적 그려놓고 이영에게 보여준다) 이게 무슨 글자죠.
이영:(거울에서 눈을 떼고 종이를 한 번, 나한 얼굴을 한 번.) 학교 보낸 보람 없게. 壹
한 일, 아니냐.
나한:(일도? 눈썹을 비틀며 완성된 글자를 들여다본다.)
이영:일, 팔이지. (거울로 정수리를 콩 내리찍는 시늉을 한다.)
도나 팔이나. 기울기 차이 아니에요.
이영:그래, 기울기 차이 때문에 오늘 아침에 사저 얼굴에 금 가지 않았느냐. (거울에 제 볼을 비춰본다.)
나한:(소설책을 넣어놓고 2단 서랍장을 연다.)
파편이 튈 줄 알았나.
발포 전에 방아쇠에 손가락 거는 머저리인 줄도 몰랐고...
(흘끔 보더니) 흉터 때문에 티도 안나요.
두툼하고 색이 진한 나무로 되어 있으며, 잠겨 있지 않습니다. 오래 손을 타 반들반들하지만 이미 꺼내본 장부와 소설책 말고는 든 것도 없습니다.
이영:더 흉 질 자리도 없다 했더니 이렇게... 쯧. (혀를 차며 문질러본다.)
나한:아, 금방 아물어요. 사저는 엄살도 많소.
이영:네 얼굴 꼴을 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나한:(중얼거리며 의미없이 내용 없는 장부와 소설책을 팔락거린다. 장부에는 뭣도 없고, 소설책...페이지를 하나하나 넘기다가 18페이지를 펼쳐본다.)
이영:심심하냐? 책 읽을 시간 있으면 와서 어깨나 주물러라.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열 다섯개의 선반 중 하나...
나한:사저가 거울만 들여다보고 있어서 바빠요. (소설책을 넣어놓고, 아까 들여다봤던 선반을 뒤적이다가 첫 번째 선반을 들여다본다.)
이영은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는 나한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입니다.
이영이 모르게 뒤져보려면 은밀행동 판정을 해야 할지도?
나한:
은밀행동
기준치: |
60/30/12 |
굴림: |
7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이 선반은 특이하네요. 멋진 시계도, 고급스러운 구두도, 알이 굵은 보석 반지 같은 것도 없습니다. 위에 올려진 것들은 대부분 퀴퀴한 책이나 종이 더미 같은 것들입니다.
나한: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4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물고기 모양 부조가 되어 있는데, 이거 낯이 익습니다.
여기에도 태그가 달려 있습니다. [고서점 일몰당]이라고 적혀 있네요.
나한:(뭔 골동품 같은 것만...혹시 이거 시계에 그려진 물고기 비슷한 거랑 같은 모양인가?)
주머니에 들어있는 열쇠끝의 부조와도 닮았습니다!
나한:(비린내 나는 것들에 뭐가 있다니까...) (상자를 달각달각 흔들어보다가, 작은 열쇠로 안을 열어본다.)
안에는 작은 종이 쪽지가 하나 들어 있습니다.
나한:... ... (이게 뭐야?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쪽지를 보고 이리저리 뒤집어본다.)
(당연히 못 살지...그걸 말이라고 하나...)
뒷면에는 고풍스러운 필체로 ‘보호를 위한’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나한:
지능
기준치: |
60/30/12 |
굴림: |
23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나한:(이영에게 말할까, 하고 고개를 돌렸다가...그만둔다. 아마도 괜한 짓 하지 말라고 할 것 같아서...)
그 때, 딸랑- 하고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나한:(어차피 빙 돌테니 그 때 생각하지. 다시 상자를 잠궈두고 선반에 올려둔다.)
오동통한 여자가 들어옵니다. 갈색 머리카락에 펌을 넣어 동그랗고 온화해 보입니다.
여자:집세를 내야하는데, 급하게 돈이 필요해서요. (카운터 앞에 서더니 귀에 매달린 보석을 풀어 내놓습니다.)
나한:(손님인가? 하고 카운터 쪽으로 흘끔 쳐다본다.)
나한:제가 할게요. (놓인 보석을 가져가 확인한다.)
여자는 두 사람을 번갈아보더니 카운터의 구멍 안으로 보석을 밀어넣습니다.
이영:(여전히 거울을 보며 가발을 매만진다.)
나한:
감정
기준치: |
5/2/1 |
굴림: |
78 |
판정결과: |
실패 |
나한:(이게 대체 무슨 보석이야...당최 본 적이 있어야지.)
나한:(이영에게 보석을 보여준다) 어떤 건지 알아요?
감정
기준치: |
5/2/1 |
굴림: |
6 |
판정결과: |
실패 |
(가늘게 뜬다.)
(행운 깎을래)
꽤 좋은 크리스탈이네. 스크래치가 좀 난 것 같긴 한데...
가져와봐.
나한:크리스탈도 귀걸이로 만들어요? (이영에게 귀걸이를 올려놓는다)
이영:뭐든 못 만들까. (손 안에 들어온 귀걸이를 이리저리 기울여보고, 전등에도 비춰본다.) 불순물이 좀 있어 급이 떨어지는군. 내가 사는 거면 최대 2000위안. 여긴 전당포니까 알아서 깎아.
이영:알아서 깎아. (나한에게 귀걸이를 내민다.
나한:(판매가가 2000위안이면 매입가는...) 스크래치 깎고, 컷팅 다시 하고, 귀걸이는 잘 안사요. 목걸이로 싹싹 닦아야 어디 내놓을까 말까 해. 1500위안.
여자:(잠시 끙, 하더니 핸드백을 뒤적인다.) 저어, 제가 정말 돈이 급해서요, 이것도 같이 맡기고 싶은데... 값이 얼마나 될까요?
그렇게 말하며 핸드백에서 꺼낸 것은... 총입니다.
나한:
민첩
기준치: |
60/30/12 |
굴림: |
94 |
판정결과: |
실패 |
(이런 씨발, 곧장 손을 뻗어 이영의 머리를 눌러 카운터 아래로 내린다.)
나한이 다급하게 이영의 머리를 누르지만, 아래로 겨눠진 총알이 카운터의 유리벽을 뚫고 들어옵니다.
총알은 나한의 왼쪽 다리를 스치고 이영의 오른팔에 박힙니다.
암살 시도가 실패했다고 여긴 여자는 도망치려고 합니다.
이영:쥐새끼가... (왼손으로 총을 꺼내든다.)
사격(권총)
기준치: |
70/35/14 |
굴림: |
89, 99, 36 |
+2: |
보통 성공 |
+1: |
실패 |
0: |
실패 |
-1: |
실패 |
-2: |
실패 |
나한:(이영의 손에서 권총을 가져가, 카운터 바닥에 고정하고 발포한다.)
사격(권총)
기준치: |
75/37/15 |
굴림: |
24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이영이 발포한 총알은 여자의 뒤통수를 스쳐 벽에 박힙니다.
이어 나한이 쏘아낸 탄이 여자의 등에 박히면, 그 몸이 무너집니다.
이영, 체력 -d3
나한:(하, 하고 숨을 내쉬며 총을 내렸다가 이영 쪽으로 몸을 돌려 오른팔을 확인한다.)
이영:(피가 오른팔을 타고 흐른다. 오른손은 희게 질린 채로, 잘게 떨린다. 지혈을 위해 팔뚝을 꽉 쥔 채로 나한을 보고) 저 년부터 치워.
나한:(쪽방에 널브러져 있던 노끈으로 총알을 맞은 곳 위쪽을 빙 둘러 단단하게 묶어놓고, 쪽방 밖으로 나가 여자를 끌어낸다. 아직 살아있나?)
이영:넌 사저 머리통이 지팡이라도 되냐? 아주 꽉꽉 누르고, 짓눌려서 죽겠다~ 싶더라. (툴툴대며 응급처치 할만한 것이 있나 뒤적인다.)
여자는 죽어있습니다. 사격 솜씨가 꽤 괜찮았던 모양이죠.
이영:호위하랬더니, 사저를 아주 굴리고 말이야..
응급처치
기준치: |
30/15/6 |
굴림: |
2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이영, 체력 +1
나한:(여자의 가방과 주머니 따위를 뒤진다. 어디에서 온 놈이지?)
이영:(숨을 깊이 내쉰다. 상처가 지혈되자 조금씩 손끝의 떨림이 가라앉고 혈색이 돌아오기 시작한다.)
종잇조각을 펼쳐보면, ... 낯익은 문양이 그려져 있습니다.
나한:(마약쟁이의 집이나 판홍락의 집에서 받았던 것과 같은 그림인가?)
나한:... (이거 아무래도 뭐가 있는 것 같은데. 대체 무슨 수작질이지? 종이들을 접어 넣어놓고, 미닫이 문으로 고개를 돌린다.)
눈을 들어보면 주인이 돌아와선 미간을 찌푸리고 섭니다.
:"볼 만큼 봤으면 나가라. 가게 꼴이 이게 뭐야?"
나한:여기 치안이 형편 없던데요. (자리에서 일어나 이영의 상처부위를 다시 확인하고, 그제서야 노끈을 푼다.)
이영:예에, 갑니다요. 저건 애들 보낼테니 그냥 두쇼. (앞치마를 벗어 바닥에 흐른 핏물 위로 떨어트린다. 발로 슥 문지르면 피가 닦이기는 커녕 번진다.)
(슬쩍 나한의 다리를 내려다본다.)
나한:전 원래 이런 꼴인데요. (뭐가요? 하고 두리번거리다가 다리를 보더니 옷으로 닦아내듯 슥슥 문지른다)
거, 고서점까지만 들렀다가 가요. 총 피하다가 날 다 새겠네.
이영:못 뛰면 두고 간다.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이영의 뒤를 따라가보면, 기묘한 가게앞에 서게 됩니다. 바깥에는 책이 무더기로 쌓여 있는데, 마치 계절이 지나 더 이상 입지 않는 옷들을 마구잡이로 내놓은 듯 종류에 두서가 없습니다.
기분 탓만은 아닌지 궤짝 위에 ‘염가 판매. 3권에 35위안’이라고 적혀 있네요. 들춰 보면 오래된 만화책이나 삼류 소설 따위가 가득합니다. ‘고서점’인데 말이에요.
꼭 ‘뜨내기들은 이거나 먹고 떨어져라’라고 말하는 것 같은 퉁명스러운 배치입니다.
문에는 창문 하나 달려 있지 않아서 안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안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평범한 사람이 이 안으로 들어가려면 조금 용기가 필요해 보이지만요. 잠겨 있지는 않습니다.
(문을 열고 고서점 안으로 들어선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로 앞에 뚱뚱한 고양이가 뒤룩뒤룩한 뱃살을 책 사이에 걸쳐 두고 뭔가를 가지고 놀고 있습니다.
가만 들여다보고 있노라니 펄쩍 뛰어 깜짝 놀랄 정도로 빠르게 책장 밑의 어두운 틈으로 사라져 버립니다.
고양이는 그를 쫓고 싶은 듯 꼬리로 책 위를 탁탁 두드렸지만, 이 만족스러운 자리를 포기할 정도로 절실하지는 않은지 입을 짝 벌려 하품을 한 번 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그 옆, 고양이와 그리 체구 차가 크지 않은 노인이 높은 의자에 앉아 있습니다.
실타래를 마구 헝클어 놓은 듯 엉망으로 엉킨 회색 머리칼에 두꺼운 돋보기안경을 써 까만 눈동자가 바늘구멍처럼 작아 보이는 남성입니다. 아마 이 고서점의 주인 같네요. 그는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나한:
심리학
기준치: |
10/5/2 |
굴림: |
86 |
판정결과: |
실패 |
(이번에도 이영에게 첫마디를 양보한다)
나한:
지능
기준치: |
60/30/12 |
굴림: |
15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문답식의 암호를 나눠줄 사람은 이 주인밖에 없는 듯 보입니다.
나한:(그걸 여기에서 써야 하는 건가. 조금 더...회원제 술집처럼 은밀한 곳인 줄 알았는데...
(하긴, 여기도 창문 하나 없으니 은밀하긴 하다.)
...바닷물고기가 민물에서도 살 수 있습니까?
노인:(눈에 이채가 돈다.) 바닷 물고기는 왜?
이영:(고양이 앞에 몸을 숙이더니 앞발을 만진다.)
나한:(제대로 찾아왔군.) 갑자기 전부 죽어버려서요.
노인:(잠시 나한을 빤히 바라본다.) 잠시만 기다리게. 책이라도 구경하고 있어. 고양이랑 놀거나. 동물 좋아하나?
이영:(고양이가 귀찮은 듯 앞발을 거둬 배 아래로 넣자 뱃살을 만지작댄다.) 너 키우던 금붕어는 열 두살 때 죽지 않았냐?
나한:저는 애초에 뭘 키우거나 하는 걸 잘 못해서요. (개구리가 들어간 어둑한 틈을 바라보며 서 있는다)
이영:(고양이가 몸을 비틀어 피하자 엉덩이를 토닥거려준다.) 으응. 하긴, 밥 주는 것도 까먹겠지. (큰 관심은 없는 듯 대충 답한다.)
나한:내 밥 챙겨먹기도 바빠서... (중얼거리다가 노인이 가지고 온 책을 받아든다) 이건 돈 안 받습니까?
그는 달필로 종이에 무언가를 적은 뒤, 이영이 보지 않는 틈에 책을 건네며 나한의 주머니에 넣습니다.
노인:학라의 역사에 관한 책이네. 물고기에 대한 이야기도 찾아보면 나올 게야. 요쯤에. (책 한 구석을 가리킨다.)
돈이 없어? 그럼 달아두겠네.
나한:뭐...이름은 대충...아무렇게나 달아둬요. 파란머리, 이런 식으로.
(노인에게서 받아든 책을 툭툭 두드린다)
책값 떼어먹기 힘드네.
이영:(큭큭 웃으며 고양이 뱃살을 주물럭댄다.)
사저는 아무것도 안하면서.
여기 더 볼 일 없어요? 고양이 말고.
이영:나는 할 일은 하고 있는데? 쥐새끼를 잡아야하니 고양이랑 노는 편이 맞다고 본다. (뱃살 꾹.)
그러자 왜앵! 하고 고양이가 발톱을 내 이영의 손을 할큅니다.
나한:그 고양이는 쥐새끼는 안잡... (흠, 하고 의기양양하게 이영을 본다.)
노인:(이영을 빤히 본다.) 당신에게 필요한 건 여기 없어.
전당포 주인이 와서 투덜거리고 갔네. 여기나 거기나 평범한 곳이야. 오는 손님은 못 막지만... 꼭 무언가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 말게.
나한:(이영의 손등을 들여다보다가, 이건 금방 나아요. 하면서 소매로 방울방울 맺힌 피를 슥 쓸어낸다.)
이영:(못마땅한 얼굴로 서 있다가 나한의 손을 밀어낸다.)
... 이영의 허리춤에 매달린 옥패에 시선이 닿습니다.
아까 보았던 것보다 조금 더 붉어진 것 같습니다.
나한:(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옥패를 대어본다.) 이거. 제 것보다 훨씬 붉잖아요.
이영:흥. 꼭 그런 것도 아니지만, 꼭 그렇지 않은 것도 아니던데.
쥐새끼 숨겨주다 들키면 어찌 되나 기대해보시지요.
나한의 것도 조금 붉어졌는지 엇비슷한 색입니다.
이영:(나한의 말에 나란히 들린 옥패를 보더니 혀를 찬다.) 아까 피 흘려서 물든 것 아니냐.
나한:(꼭 피 흘릴 수록 붉어지는 것 같잖아.)
불길한 기분이 들어 옥패를 내려다보지만, 이영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걸어나갑니다.
그 바람에 이영의 옥패도 나한의 손에서 빠져나갑니다.
나한:... (미심쩍은 눈으로 이영을 보다가 따라나선다. 어째 요즘 들어서...)
(이영의 뒤를 따라가며 고서점 주인이 적어 넣어준 종이를 살핀다.)
이영:애처럼 굴기는. 별로 이상치도 않다. 피라는 건 쉽게 배고 쉬이 빠지지 않아.
일몰당에서 나와보니, 해가 뉘엿하게 지고 있습니다.
나한:(이런 것이 쓸모가, 아니...애초에 존재한단 말인가?)
(어디선가 일전의 비린내가 올라오는 기분이 들어 종이를 안주머니에 쑤셔넣는다.)
이영:(손목에 찬 시계를 잠시 내려다보더니) 오늘은 이만하고 돌아갈까. 배도 고프고.
식사하고 갈테냐?
나한:뭐, 식당도 있고...아님 죽집도 있고.
가발 쓰셨으니까 죽집 가도 아무도 못알아보긴 할텐데.
이영:(어깨를 으쓱인다.) 그래라. 가고 싶은데 가도 되겠지.
흠, 간만에 외식이구나. 뭘 먹을까.. (조금 흥이 난 얼굴로 걷는다.)
나한:(나는 맨날 가는 죽집이라 별로 안 특별한데...하는 표정으로 이영을 본다)
저는 그냥 완탕면에 만두나 몇 개.
이영:탄탄면에 유타오를 먹을까.. 요즘도 에그타르트 팔던가? 거기 에그타르트가 맛있거든.
비린내도 안 나고...
숙소 바로 옆에 위치한 작은 죽집에 도착합니다.
주인은 나한을 보자마자 “또 오셨네, 뭘 드릴까요?” 하고 붙임성 좋게 말을 건넵니다.
이영:... (눈을 가늘게 뜬다.) 3년 전에 심부름 시켜서 사온 건 먹어봤다만.
나한:완탕면이랑 만두, 탄탄면에 유타오. 에그타르트는 15분 후에 줘요.
이영:(만족스런 얼굴로 앉는다.) 누가 가르쳤는지 차암 싹싹하단 말이지. (뒤통수를 문질러준다.)
나한:내가 뭐 죽집 심부름꾼이에요. (아잇, 하고 문질거리는 손을 세 번쯤 후에 숙여서 피한다)
나한:거 참 끈질기시네! 뭐 문지른다고 안나와요! (이영의 손을 떼어서 이영의 머리에 올려줌)
면 요리들이 먼저 나오고, 금세 만두와 유타오가 나옵니다.
(입에 젓가락도 물려준다)
이영:(제 머리에 얹힌 손을 올려다보더니 낄낄 웃는다.) 이게 뭐냐? 웃기게.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웃, 하고 입에 젓가락이 물린다.)
(입에 물린 젓가락을 뺴들곤.) 이게 사저한테 버릇없이. (눈을 가늘게 뜨더니 눈앞에서 젓가락끝을 찹찹 부딪힌다.)
나한:(이쪽도 후루룹 완탕면을 먹기 시작한다.)
가발까지 써놓고 사저라 하면 돼요.
이영:맛있냐? 네가 사는거지? (어깨로 어깨를 툭 치곤 저도 먹기 시작한다.)
(후루룹~하고 무시)
나한:저는 어제부터 황룡회 앞으로 달아놓기로 했어요.
만독 사형이 그래두 된다고 해서.
이영:그래? 그럼 만독 이름으로 달아놓을까나.
사형이 손바닥으로 누르기만 해도 아파요.
이영:(큭큭 웃으며 유타오를 반 갈라 내민다.) 내가 누르는 건 안아프냐? 자, 이거 먹어라.
나한:(반쪽 난 유타오를 받아들더니, 면을 둘둘 감아 먹는다.)
이영:(냠냠..짭짭.. 먹다가 만두도 하나 뺏어먹는다.)
(중간에 있는 건 속 없는 만두인데...)
이거 왜 속이 비었어?
공갈빵이야? 공갈만두?
나한:이 죽집 만두에는 일련의 규칙성이 있어서...
양심 없는 도둑에게는 공갈 만두가 가고...
(속이 가득 든 고기만두를 베어문다.)
적합한 주인에게는 고기만두가 옵니다.
이영:떽. (젓가락 뒤꽁무니로 정수리를 콕 찍는다.)
그거 내와.
(내놔.
(젓가락 끝 찹찹댄다.)
나한:아니, 남이 먹던 걸 뺏어먹을라고 해요.
아까도 그렇게 배부르게 먹어놓고.
본관 음식은 누가 다 만들어요? (결국 먹다 남은 거 줌)
이영:뭐 어때? 난 배포가 커서 위장도 크거든. (낼름 입에 넣는다.) 본관 음식이야 숙수들이 있지.
아니, 무슨.
별관에서나 본관 음식에서나 비린내가 진동을 하는데도?
이영:네가 예민한 거겠지. 학라는 원래 물천지인데 이제서야 비린내소릴 하냐.
내 보기엔 멀쩡하기만 한데. 다른 놈들한테 물어봐라, 그런 소리하는 놈들은 다 외지에서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놈들 뿐이야. 물냄새에 헛구역질하는 외지것들.
나한:진짠데... ... (외지것들이라니, 진짜 내 코가 이상해졌나? 싶어서 완탕면에 대고 킁킁 냄새를 맡다가 먹는다_
완탕면에서는 따끈하고 맛난, 기름진 고기육수 냄새가 올라올 뿐입니다.
이영:쯧, 외지 놈들 흉내 내고 싶은거면 알겠는데, 나한테까지 그런 소리 할 거냐?
(절레절레)
나한:흉내가 아니고, (모르겠다. 하고 덧붙이면서 에그타르트를 밀어준다)
(아무래도 그 풍수지리사들이 존나 기분 나쁘단 말이야.)
이영:(잘 비운 그릇들을 밀어내고 에그타르트를 한 입 베어문다.)
(기분좋은듯 몸을 들썩대며 먹다 마지막 한 입을 들고 고민하는 듯 하더니) 입 벌려라.
나한:뭔 말을 그렇게 해요. (그냥 손 내민다)
이영:입. (남은 조각을 입에 넣어주고 일어난다.)
내 말은 절대 안듣지, 하여튼. (오늘도 황룡회 앞으로 달아둔다)
이영:(성큼성큼 걸어 죽집을 나가는 뒷모습은 익숙한듯 익숙지 않다. 여전히 뒤집어쓴 가발탓에 이영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모습이다.)
(문 앞에서 담배를 물더니 나한을 돌아본다.)
나한:(이거 군중에 섞이면 진짜 못 찾겠네...생각하며 쳐다보다가) 왜요?
(하다가 문 담배를 보고...주머니를 뒤져 불을 올린다.)
이영:(불이 붙으면 쭉 빨아들이더니) 눈치가 느는 것 같기도 하고..
(얼굴에다가 후 내뱉는다.) 도통 안 느는것 같기도 하고.
나한:이거 원래 만독 사형이 하는, (우웩, 하고 얼굴 앞에서 마구 손을 휘적는다)
이영:(조금 웃더니) 없으면 네가 해야지. 누가 하냐?
꼬맹이는 이제 가서 자라. 키 커야지. (담배를 물고 엉덩이를 팡 쳐올린다.)
나한:키는 무슨, (하여튼 다들 나만 보면 그 소릴 하네, 하고 생각하며 엉덩이 턴다) 그거 쓰고 들어가다가 3층에서 바닥에 머리 박혀요.
이영:(대답없이 손을 허공에 흔들어보이며 걸어간다.)
나한:(이영이 저쪽으로 사라지고 나면...나도 숙소로 올라간다)
나한은 이영이 걸어가는 방향에 누군가 서 있음을 깨닫습니다.
나한을 바라보고 있는 랍하와 로파, 만독이 보입니다.
로파는 무뚝뚝한 얼굴로 나한을 보다 시선을 거두지만, 랍하는 나한에게 손을 흔듭니다.
나한: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5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알 수는 없지만 그는 당신에게 퍽 호의를 가지고 있는 모앙입니다.
나한:(멀리서 물어볼거면 예, 아니요 중 하나로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을 해야하는 거 아냐? 뭐냐?)
(어깨를 으쓱여보이고 들어간다)
만독이 이영의 어깨에 코트를 걸쳐주고, 세 사람은 곧 시야에서 사라집니다.
그와 동시에 하루종일 당신을 따라붙던 시선이 사라짐을 느낍니다.
나한:(그래...하고 숙소를 올라가는 동안 창 밖을 바라본다. 해보자는거지. 이거 좋네.)
숙소로 돌아와 침대에 몸을 누이면 또다시 물비린내가 납니다.
나한:이 방에 익사체가 있는 게 틀림없다, 씨발...
나한:(코를 찌르는 비린내에 미간을 찌푸린다.)
SAN Roll
기준치: |
67/33/13 |
굴림: |
3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개구리가 뛰는 소리가 시끄럽고, 물이 출렁이는 소리와 땅이 떨리는 소리가 더해집니다.
이렇게나 소란스러운데, 창을 열어 보면 바깥을 걸어가는 사람들은 평온한 얼굴로 종종걸음을 걸을 뿐 시끄럽다고 귀를 막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마치 나한과 사람들 사이에 어떤 투명한 막이라도 쳐져 있는 것 같아요.
나한:(꼭 황룡회를 둘러싼 막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란 말이지.)
그때 문득 뒷덜미가 선득해지만, 뒤를 돌아보면 아무도 없습니다.
나한:
지능
기준치: |
60/30/12 |
굴림: |
5, 41, 70 |
+2: |
극단적 성공 |
+1: |
극단적 성공 |
0: |
극단적 성공 |
-1: |
보통 성공 |
-2: |
실패 |
이건... 지난밤 꿈속에서 겪었던 일과 흡사한 감각입니다.
나한:(문득 벌떡 일어나서 침상을 노려본다.)
... .... (이게 뭐야?)
나한:(당장이라도 목에 칼이 꽂힐 것 같은 기분. 미간을 찌푸린 채 주변을 둘러본다.)
나한:... (아무것도 없다. 그저 기분 탓인가? 하지만 그렇다기엔 온 몸의 신경이 이렇게 경고를 보내고 있는데.)
(결국 다시 천천히 몸을 눕힌다. 내일은 숙소에서 자지 말아야지. 어디라도...)
다시 침대에 누워도 쉽게 잠이 찾아오지는 않지만, 누워 뒤척이다 보면 어느새 까무룩 수마 속에 떨어지게 됩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전날까지 꾸었던 꿈과 무언가, 조금 다릅니다.
발치가 지나치게 무겁고 따뜻하며, 불어오는 바람에 간질거립니다.
안개는 전날의 배로 불어나 있고, 썩은 냄새가 너무 심해서 코가 아플 지경입니다.
땅울림으로 발이 저려 와요. 주변을 둘러보면, 여전히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다 문득 누군가 눈에 실을 매단 것처럼 덜컥 시선이 아래로 떨어집니다.
'그 아래에는 아무것도 없다,' 고. 그렇게 생각했을 때.
그리고 그것이 아가리를 벌린 순간, 훅하고 몸이 그 아래로 빨려 들 듯 가라앉습니다.
정신을 차려 보면 몸뚱이는 어둠 속 대신 침대 밑으로 떨어져 있고, 탁자 위에서 핸드폰이 징징 울리고 있습니다.
나한:흐억, (낙하감과 함께 숨을 거세게 들이쉬며 일어나면 침대 아래다. 아직도 손과 발 끝이 저릿한 기분. 이게 대체...뭐야?)
(아무렇게나 떨어지느라 지끈거리는 것을 느끼며 일어나 핸드폰을 확인한다.)
... ...
이제 직접 호출을 하시겠다...
(오늘도 역시나, 궁시렁대며 옷을 입는다.)
싸구려 정장을 입고 내려가보면, 숙소 앞 돌담에 기대어 담배를 물고 있는 검은 단발의 여자가 보입니다.
이영:(입에 문 담배를 까딱대며 한 마디만 더 해보라는 듯 눈썹을 든다.)
이영:(주머니에 손을 꽂고 앞에 서더니 활짝 웃는다.) 어떤 것 같은데?
어때?
나한:...잘 어울린다? (긴가민가한 표정으로 대답한다)
이영:흐으음. (눈을 가늘게 뜨더니 눈썹을 들썩인다.) 65점.
(앞장서 걷는다.) 닭장이랑 식당만 들르면 돼.
나한:뭐야, 무슨 점수에요? 100점 받으면 뭐가 좋은건데?
식당부터 들르시죠, 사저.
이영:그래. 밥부터 먹어야 좀 움직이지. 보아하니 너는 집 밥보다 외식취향인 것 같으니까.
나한:사실 집이라고 해봐야 황룡회 밖에는 없으니까요.
가게 이름도 없이 둥그런 동판 하나만을 매달고 등을 단 가게가 하나 보입니다.
동판을 올려다보면 자세히 볼 것도 없이 대문짝만하게 국수 그릇이 그려져 있습니다.
안에서 구수한 육수 냄새와 들쩍지근한 고기, 향신료 냄새 따위가 뭉게뭉게 풍겨 옵니다.
이 시간부터... 얇은 미닫이문 너머로는 웅성대는 사람의 인영이 희뿌옇게 비쳐 보입니다.
안에서는 사형, 사제, 하는 대화소리들이 뒤섞여 들려옵니다.
나한:(눈을 가늘게 뜨며 식당 안으로 들어선다)
(호칭을 들어보니...)
들려오는 말소리에 따르면 이곳은 황룡회에 갓 들어온 신참내기들이 으레 선배에게 끌려오곤 하는 지저분하고 시끌벅적한 식당인 모양입니다.
두 사람이 문을 열고 들어서다 온갖 요리를 상 위에 늘어놓은 채 술을 마시고 있던 일행들이 뚝 입을 다물고 바라봅니다.
허리춤에 달린 옥패를 보자마자, "아~ 신입들이냐?" 합니다.
웃으며 손짓하더니 " 나한이었구만! 이쪽으로 앉아라." 하네요.
나한:... (그런 셈 칠까요, 하듯이 이영을 본다)
형제라더니, 확실히 다들 황룡회 소속이라는 걸 알아채고 나면 반응이 물러집니다.
나한:(못 알아보면 못 알아보는대로 큰일이고...)
(이끌린대로 앉는다.) 아아, 네.
이영:(짧게 끄덕이더니 부르는 대로 가 앉는다.)
이영이 얼굴을 못알아볼까요? 하긴, 간부가 아니라면 멀리서밖에 보지 못했을 테니 그럴 수도 있죠.
여러 가지 음식이 있지만, 앉아 있던 조직원들은 이 식당은 완탕이 특히 괜찮다며 완탕면을 권합니다.
이곳에서는 여러 가지 소문을 들을 수 있습니다. 특히 나한의 옆에 앉은 조직원은 입이 싸 보이네요.
나한:(어제도 먹었는데....하지만 딱히 가리는 음식은 아니라서 그대로 시킨다. 가게마다 육수 맛이 다르기도 하고.)
우리는 어제 밤새고 새벽부터 앉아있긴 한데, 아니면 그 뭐냐... (두 사람을 은근한 눈으로 번갈아보더니) 벌써 하나 낚아챘냐? (나한을 툭 친다.)
하여튼 계집질에는 도가 텄구만? (하더니 옆 사람과 함께 껄껄댄다.)
나한:(완전 질색하는 눈으로 조직원을 쳐다본다)
이영:(조용히 완탕면을 받아 먹기 시작한다.)
조직 안에서는 안 해요.
그치,그치.
응,응. 맛있게 먹어야 힘내서 일하지.
나한:(조직원 되면서 청산했다고 하려고 했는데, 이제 사흘차라 말하기에도 조금...)
나한:그런 힘 아니고, 진짜 일 하는 중이에요. 사형.
말을 돌리든, 저 싼 입으로 들어볼만한 얘길 끄집어내든 해 보는게 낫겠습니다.
나한:저는 이제 얼마 안돼서 재미 없는데...그쪽은 어떻습니까?
조직원:으응? 이쪽은 그냥 굴렀지 뭐냐. 수금하려는데 튀었대. (등이 한껏 굽어 술에 절은 신입을 가리킨다.)
:쓸만한 얘길 들어보려면... 대인기능 판정을 해 볼까요?
나한:(우호적인 대인기능아...우호적인 대인기능아...)
친화력 Roll
기준치: |
50/25/10 |
굴림: |
73 |
판정결과: |
실패 |
(ㅋㅋ..)
요즘 수금이 쉽지 않나보죠.
조직원:그런 씁쓸한 얘기 말고. 네 얘기나 해 봐라. 일 잘해서 포상도 받았담서?
벌써 얘기가 파다~하다?
이영님이 따로 불렀다고말이야! 만독 형님도 너 끼고 돌고.
만독 형님이랑 같이 안다니고 다른 신입이랑 다니는 거 보니까, (이영을 흘끗 본다.) 벌써 급이 다르다야~
조직원:(고개를 빼 이영을 본다.) 사매, 사매는 이름이 어떻게 되남?
유연입니다.
아직 긴장이 안 풀려서.
조직원:아아, 내 소개가 늦었나? 나는 춘영. 사형이라고 부르면 되겠네. (나한을 가로질러 악수하자는 듯 손을 내민다.)
아아, 유연 사매! 잘 부탁해~
강렬해~
나한:... ...막 들어온 신참들인데, 재미있는 이야기라도 들려주시죠. 춘영 사형.
조직원:근데 예쁘다아. (헤죽 웃더니 턱을 괴고 본다.)
(슬그머니 손을 껴서 이영과 조직원의 얼굴 사이를 막는다)
조직원:어어? 그래. 나한은 형제랑은
생각 없다고는 하는데 나는 없지 않거든. 유연 사매는 어떤가?
아니 왜 막고 그래.
나한:... ... ... ... .. ...
...아직 열 아홉이라서요.
(수습한다)
조직원:그래애? 너보다 어린 막내라 네가 사매를 맡았구나?
나한:
친화력 Roll
기준치: |
50/25/10 |
굴림: |
92 |
판정결과: |
실패 |
(처참하군...)
(외모 굴려줘)
이영:(젓가락을 내려놓고... 멍청하게 사이에 껴서 어버버대는 나한 옆으로 고개를 들이민다.) 밥 반찬으로 흥미로운 얘기나 조금 듣고싶소만.
외모
기준치: |
60/30/12 |
굴림: |
24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무슨 얘길 해줄까나. (헤죽.)
조직원:생각해보면 이렇게 들어온 신입들 얼굴도 이름도 다 모르는 건 처음이지? 나한은 알겠지만, 이렇게까지 많이 신입 조직원이 한꺼번에 들어오는 건 처음이걸랑.
장 대인이 돌아가신 날 형제들이 너무 많이 죽었지 뭐냐.
피 나눈 형제들도 상속권 가지고는 혈투를 하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아직도 장 대인님이 돌아가신 것만 생각하면 마음이 참 아파.
좋은 분이셨는데.
하지만 새로 산주가 되실 이영님도 굉장한 분인 것 같거든.
조직원:내가 말단일 때부터 학라에는 많이 안 계셔서 나는 얼굴두 잘 못 봤지만서두.
근데 그거 알어? 사실, 장 대인님이 돌아가실 때 뭔가 이상한 일이 있었대.
나는 그 날 관광거리에 수금하러 나갔어서 들은 거긴 한데, 아무튼 말야.
조직원:그때부터 뭔~가 이상한 일이 계속 생긴다니까? 개구리 엄청 늘어난 거 알지? 그것도 그 뒤로 그런 거구.
조직원:아! 너 력비 알지. (나한의 어깨를 툭 친다.) 닭장 사는 약쟁이 왕씨 말이야. 네가 수금 갔었다며. 걔가 그렇게 이상해진 것도 그때쯤 부턴데, 그런 애들이 한 둘이 아냐.
아무튼~ 장 대인님 돌아가신 뒤로 이상한 일이 잔뜩인데, 이영님은 계속 점술가랑 풍수지리사 어르신들만 끼고돌고...
뭐 진짜로 유능하신거야 안다만은, 너무 미신에만 매달리는 것도 좀 그렇지 않냐? 너는 이영님이랑 친하니 말이라도 좀 해봐라. 소문이 별로야, 요즘. (안타깝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나도 전통이 중요하다고는 생각하지만~... 요즘 시대가 어느 땐데 말이야.
나한:(소문이 돈다는 건 이런 방식이었군...)
로파님이 말이야, 즉위식에 무슨 제물이 필요하다면서. 처음엔 농담인가? 장난인가? 했는데, 아무리봐도 말이야~
로파님이 농담하시느...
이영이 춘영의 머리를 잡고 식탁에 쾅 내려찍었기 때문입니다.
(아직 가발 안 벗었나?)
와장창, 소리와 동시에 양 옆에 앉아있던 조직원 두 사람이 "이 자식!" 하며 달려듭니다.
그리곤 마치 삼류 악당 같은 기합 소리를 내면서 이쪽을 공격해 옵니다.
나한:(이영을 끌어당겨 잽싸게 식당에서 도망친다)
나한:
민첩
기준치: |
60/30/12 |
굴림: |
3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조직원:너 이자식, 신입 주제에 사형을 쳐? (이영에게 주먹이 날아든다.)
비무장
기준치: |
45/22/9 |
굴림: |
48 |
판정결과: |
실패 |
피해: |
3 |
나한:손 나가는 것 좀...! (이영에게 이를 앙다물고 소곤거리며 조직원의 주먹을 막는다)
사매가 경황이...없어서 그러니까! (벌떡)
(이때다! 다시튄다)
조직원:옆에 선 조직원이 제압하려는 듯 팔을 뻗습니다.
비무장
기준치: |
45/22/9 |
굴림: |
60 |
판정결과: |
실패 |
피해: |
2 |
이영:
근접전(격투)
기준치: |
80/40/16 |
굴림: |
35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비무장
기준치: |
80/40/16 |
굴림: |
27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피해: |
5 |
민첩
기준치: |
60/30/12 |
굴림: |
3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말릴 세도 없이 이영이 조직원 하나의 턱에 주먹을 꽂습니다.
이영:그 가벼운 입으로 황룡회의 명예를 실추시키지 말아라!!!!!
한 놈을 기절시키고 온 주제에 식식대는데...
따끔거리기에 내려다보면 나한은 손바닥이 까져있습니다.
그릇 깨진 조각이라도 손바닥으로 눌렀는지 작게 깨진 도자기 가루가 붙어있고, 약간 피가 배어나옵니다.
나한:(손을 탁탁 털며 여전히 이영을 메고 가는 중)
저거 입 다 꿰메버려야해!
버둥대는 이영의 허리춤에 매달린 옥패에 시선이 닿습니다.
또, 조금 더 붉어진 것 같은건... 기분 탓일까요?
나한:주먹질 하나를 못 참아요? 이제 이 가발도 다 쓸모 없어졌네...
(...이제 청옥색이라 부를 수도 없지 않나?)
이영:내 평판이 그 꼴이 나도 너는 얼굴 색 하나도 안 변하더라. (버둥대며 식식대던 기세가 누그러지더니 나한의 등을 한 번 세게 때린다.)
이영:내가 너를 그렇게 아끼는데도! 이래서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둬 키우는 게 아니라는 거지. 그래.
나한:아껴요? (금시초문이라는 듯이 고개를 돌려 본다.)
이영:(눈이 마주치자 뻔뻔한 얼굴로 마주한다.)
나한:아낀다는 말은 이런 때에 쓰는 게 아니거든요, 사저.
냅다 죽으라고 던져 둔 거지...
이영:그럼 언제 쓰는게 옳냐? 네가 나보다 가방끈이 기니 말 해 봐라. (눈썹을 들썩이며 툴툴댄다.)
그리고, 언제 내려 놓을거야? 내가 다친 건 다리가 아닌데.
나한:(식당에서 한참 멀리 떨어져서, 남로에 다 이르러서야 이영을 내려놓는다.)
이영:하여간 이목 끄는 것 참 좋아해. (중간부턴 그냥 몸 편히 대롱대롱 매달려 오더니 내려주자 마자 구시렁댄다.)
나한:윤이영의 방식만 배웠으니 그것 말곤 생각할 수 있는 게 없거든요.
(내려놓자마자 스친 다리가 뻐근해서 다리를 몇 번 턴다)
이영:나 원망하는 것처럼 말하지 마라. 내가 살아남는 방식을 일러준 것 뿐이니.
(그 다리를 조금 내려다보더니 앞을 보고 선다.)
나한:(이영이 다리를 보는 것 같으면 다시 바로 섰다가) 저도 그 방법대로 살아남고 있습니다, 사저.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고요. (이 방법이 사저에게 독이 될 지, 약이 될 지는 나만 아는 일이지만.)
이영:고마우면 밥 사라. (소매를 걷어올리자 손목에 짧게 난 상처가 보인다. 이제 겨우 피가 멎은 걸 보면 식당에서 싸우다 난 흉인듯 하다.) 닭장이 마지막이다. 가자.
나한:(늙고 약해져 옹졸해지기 전에 화려하게 마무리를 짓는 걸 다행으로 알아야 할지도, 생각하며 함께 발을 옮긴다.)
실금 간 걸로 뭐라고 하시더니, 매일 몇 줄 씩 추가하고 있네요.
이영의 뒤를 따라 미로같은 학라의 뒷골목을 빠져나가면 나오는 집합주택. 몇일 전에 다녀간 곳이죠.
나한:이제 티도 안나는데... (말 끝을 늘이며 이영의 얼굴을 한 번 스치듯 봤다가 돌아온다.)
때가 타는 것을 가리기 위 해 어설프게 덧바른 누런 페인트는 반쯤 일어나 있고, 벌겋게 녹이 슨 창살과 문짝, 왕력비를 찾으러 왔던 바로 그 집합 주택입니다.
나한:(왕력비가 사는 곳. 집합주택의 번잡한 풍경을 바라본다.)
이영의 얼굴을 들여다보면, 다른 흉터들에 비해 가늘게 이어진 흉은 새로 생긴 것이라 도드라질 뿐, 깊이 남을 것 같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처음 들렀을 때와 다른 점이 있습니다. 바쁘지만 평화롭게 주변을 돌아다니던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웅성대며 어딘가를 올려다보고 있다는 점입니다.
"소식이 빠르구만 그래."
나한:소식? (물음과 동시에 사람들이 올려다보는 곳을 바라본다.)
약쟁이 왕씨말이야. 얘기 듣고 온 거 아녔우?
이어지는 말에 따르면, 약이 없다고 발광하더니 죽은 것 같다는 겁니다.
약 하는 사람들이 그렇듯 언제고 일어날 일이었지만, 안에 왕씨만 있는 것 같지않아 아무도 수습하러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나한:사람들이 모여있는 것도 왕씨 때문이에요?
자, 자. 황룡회에서 사람이 왔으니 확인 해주겠지? (하더니 나한의 등을 민다.)
나한:시체 확인 하러 온 게, (어떻게 보면 맞나...하고 한숨을 쉬며 왕력비의 집으로 올라간다. 602호였지.)
(아니...301호)
(2를 곱했다)
이영:(고개를 모로 기울이고 생각하더니) 가 봐야지. (하고 나한을 본다.)
잠겨있지 않는데, 문을 열려고 하니 무언가 턱, 가로막히는 게 있습니다.
나한:
근력
기준치: |
75/37/15 |
굴림: |
5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억지로 문을 밀어 열어보면, 퉁, 억지로 밀린 것이 돌아와 당신의 상체를 때립니다.
나한:(윽, 하고 짧은 소리를 냈다가 내부를 살핀다.)
누군가의 다리가 허공에서 밀렸다 돌아와 당신의 얼굴을 쳤습니다.
나한:...다리? (고개를 천천히 위로 든다.)
나한:
SAN Roll
기준치: |
67/33/13 |
굴림: |
5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죽은 지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는지 부패 정도가 심하지는 않지만, 이상하게 비린내가 납니다.
마치 고기 창고라도 되는 것처럼 사람 여럿이 좁은 쪽방에 줄줄이 목을 매달고 있습니다.
나한:
SAN Roll
기준치: |
67/33/13 |
굴림: |
3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하... ...하고 긴 숨을 내쉬며 살풍경을 바라본다.) 장관이네.
(이게 다 누구야?)
성별도 차림새도 상이한 사람 여럿이, 력비와 비슷한 때에 죽은 건지 상태도 얼추 다 비슷합니다.
나한:천장이 무너지지 않은 게 용할 정도로... ... (방 안에 이질감이 드는 물건들은 없나? 시체들을 스쳐지나가며 안쪽으로 나아간다.)
죽겠다던 력비의 목소리가 떠오릅니다. 하지만 어쩌겠어요, 돌이킬 수 없는 일을.
(똑같지..)
시체들의 맨발 아래
정체불명의 그림
이 흩어져 있 고, 방 전체에
정체불명의 낙서
가 되어 있습니다.
이영:(따라들어오더니) 안그래도 싼 집인데 집 값 더 떨어지겠구만.
스케치북에 엄청나게 거대한 것을 그리려고 했던 듯, 종이 한 장을 검게 칠한 것도 있고 외곽이 언뜻 드러난 장도 있습니다.
한 장 한 장 맞춰 보면 물 아래에서 솟아오르는 ‘무엇’이 드러납니다. 언뜻 보면 용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평소 용이라는 생물이 주는 그 상서로운 느낌과는 전혀 다른 기괴함입니다.
조금 더 살펴보면 그 ‘무언가’를 따라 쫓아가는 괴물들이 주변에 함께 그려져 있는데, 너무 심하게 휘갈겨 그린 탓에 ‘뭔가가 있다’는 것 외에는 알아볼 수 없습니다.
보고 있노라면 어쩐지 익숙한 한기가 뒷덜미를 붙잡고 기어오릅니다.
나한:이제 그냥 돈 주고 들어와서 살라고 해야하는 거 아닌가... ... (기괴한 용과...물.)
SAN Roll
기준치: |
67/33/13 |
굴림: |
73 |
판정결과: |
실패 |
1
(또 다시 뒷골이 서늘해진다. 또 이 기분이다...)
(물 비린내, 찰박거리는 소리, 땅이 흔들리는 듯한 착각...)
(그림들에서 시선을 떼면 방 전체에 그려진 낙서가 보인다.0
벽면이며 천장, 바닥까지 빼곡하게 들어찬 낙서입니다. 읽어 보면 두서없는 문장들이 마구 적혀 있습니다.
죽기 싫어. 무서워. 두려워. 그것이 왔어. 제물. 위험해. 막아야 돼. 하지만 어떻게? 우리는 못 해. 무서워. 죽기 싫어. 하지만 ‘그것’과 사는 게 더 무서워. 잠들면 ‘그것’이 찾아와. 죽을래. 죽을래. 죽을래.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제물. 죽어. 못 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글자들이 모여드는 칸에는 마구잡이로 헝클어진 선이 그려져 있습니다. 아니, 이것을 ‘그렸다’고 해야 할지 ‘발작했다’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나한:
듣기
기준치: |
60/30/12 |
굴림: |
4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근원지를 찾으려 하면 고개가 위로 따라가는데...
대량의 시체의 하중을 견디지 못한 천장이 무너져 내립니다.
이영:
민첩
기준치: |
60/30/12 |
굴림: |
78 |
판정결과: |
실패 |
나한:(고개가 서서히 들리다가...삐그덕, 하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이영이 있는 쪽으로 달린다.)
민첩
기준치: |
60/30/12 |
굴림: |
3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좀 더 바깥쪽에 있던 이영이 달려오는 나한을 잡아챕니다.
먼지가 일고, 온통 매캐하게 내려앉은 천장 조각 사이로...
몸을 일으키자 위에 쌓인 먼지와 콘크리트 조각들이 떨어지고, 얻어맞은 듯 여기저기가 욱씬댑니다.
나한:안 무너진 게 용하다 싶었더니... ... (고개를 흔들어 얼굴 주변의 연기를 헤쳐낸다)
겨우 문만 남기고 무너진 방에서, 나한은 가장 문가에 가까운 벽에 맞닿아 있습니다.
콜록대는 소리가 들리고 연기가 조금 가라앉으면,
콘크리트 덩어리에 오른쪽 다리가 깔린 이영이 보입니다.
나한:(연기가 걷히고 이영의 상태를 확인하다가, 콘크리트 덩어리를 보고 곧장 그 아래로 손을 집어넣는다)
이영, 체력 -d3
나한:사저, 다리에 감각은 있죠. (힘을 주어 콘크리트 덩어리를 밀어낸다)
나한:
근력
기준치: |
75/37/15 |
굴림: |
3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그럼... (아예 손을 등 뒤로 받치고 온 몸으로 덩어리를 밀어내는 얼굴이 조금 일그러진다) 끊어진 건 아니니까 됐어요.
이영:(틈이 생기자 엉덩이를 끌어 몸을 물려 간신히 다리를 빼낸다. 검은 정장바지가 축축하게 젖어있다.)
나한:(이영이 다리를 빼낸 것을 확인한 뒤에 콘크리트를 놓더니) 그러게, 누가 다리 다친 거 아니라고 으름장 놓으랬어요.
이영:씨발, 진짜. 가지가지, 하네.. (입술을 짓씹는다.)
...
있어봐요.
피가 묻은 곳 사이사이로 비치는 색은 홍매색에 가깝습니다.
이영:내가 애새낀줄 알아? 이거 내려놔.
나한!
나한:... (소매로 옥패를 여러 번 닦아보다가 이영에게 비춰준다.) 사저, 이거 봐요.
뒤질뻔했는데?
나한:(어차피 내일이면 뒤질텐데 이것저것 궁금해하지 않고... ...)
(잠깐 이영을 노려보다가 둘러멘 채로 건물을 내려간다.)
이영:이거, 내려 놓.. (순간 머리가 핑 도는 듯 어지러워지는 바람에 말을 멈췄다가.) 새끼야. 내려놔..
오늘도 만독 사형이 기다리고 있죠?
내일은 즉위식이니까.
일찍 돌아갈 셈이었, 윽, ... ... 으니까.
내려가는 동안, 무너지는 소리에 몰려든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습니다.
다들 걱정어린 눈으로 대롱대롱 매달려가는-회색 싸구려 정장을 입은- 이영과 이영을 들춰멘 나한을 봅니다.
나한:그런데 아주 우연찮게 봉변을 당했고? (즉위식 전에 내가 잡혀가지나 않으면 다행인 수준인데. 이영을 든 채로 주택 밖으로 향하며 당부해둔다) 3층에 인간들이 너무 많이 죽어있어서 천장이 무너졌으니까, 시체들 싸게싸게 끌어내지 않으면 구더기 꼬여요.
(주택 바깥 쪽에는...만독이 있나?)
시끌시끌하게 모인 사람들 사이에 만독은 없습니다.
이영:... 애들 시켜. 아니, 어련히 시키겠지.
(한숨을 푹 쉰다.) 숙소로 가.
나한:예에. 남로 담당한테 말해놓...사저도요?
업고 뛰어가지 마라. 아침에 먹은 완탕면 나온다.
나한:(하지만 만독 사형도 없어서 아무데나 던지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결국 주머니를 뒤져 인력거를 하나
붙잡아 조직 숙소로 향한다.)
이럴 줄 알았으면 오토바이라도 끌고올걸.
이영:오토바이같은 소리 하네... (인력거에 실린 채로 가발을 벗는다. 여기저기 쌓인 먼지를 툭툭 털며 숨을 고른다.)
나한:불운이 따르네요. 풍수지리사들이 이런 것도 얘기해 줍니까?
이영:오늘은 별 말 없던데. (가발을 대충 밖으로 던져버리고 제 머리를 풀어 손으로 빗어넘긴다. 땀에 젖은 머리가 정리된다.)
이영:쥐새끼 잡으러 가는 거니까 그럴 만 하긴 했지.
나한:뭐 들으신 게 있으니까 주먹 꽂으셨을 거 아니에요, 사저.
이영:헛소문이다. 너를 편애하는 것처럼 보이니까 그렇겠지. 내가 이 자리에 오르기 위해 피를 많이 묻혀서 나온 말일지도 몰라. 따지자면 그들 모두가 내 즉위에 쓰인 제물이니까. (흔들리는 인력거 바깥으로 시선을 던진다.) 소문은 와전되기 마련이고.
나한:... ... (잠시 이영의 옆얼굴을 바라보다가) 그런 것 치고는,
제법 각별해보이던데요.
이영:풍수지리사로 딱히 좋은 성정은 아냐. 사람이 가벼워 보이니까.
나한:그런 놈이 측근으로 있는데 소문이 안 돌리가 없잖아요.
나한:그 주변에 있는 놈들도 수상쩍고. (그런 수상쩍은 황룡회를 밟고 일어선 게 윤이영이라 나도 여기에 있는 거지만...)
윤이영이 미신에 미쳤더다라, 하는 소문.
(말 없이 잠시간 앉아있다가) 너는 그 말을 믿어?
제가 아는 사저는 아니긴 한데.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지 않아요. (잠시 씰룩이는 입가를 쭉 내린다.)
이영:(돌아보더니 메기같은 얼굴에 풋 웃는다.) 너는 이 자리가 내게 안 맞는듯 보이냐?
나한:(잠시 고민한다. 아니, 오히려...) 잘 어울려요.
사저가 아니었으면 황룡회엔 별로 관심 없었을테니까.
이영:그래? (흥미롭다는 듯 본다.) 너는 평생 황룡회에 목 매달았잖느냐. 나 때문이었다는 소리냐?
나한:장 대인이 있을 때니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죠.
나 빼고 뭐 한다는데 좋아할 어린애가 어딨어요.
이영:어린애가 맞긴 하지. (큭큭대더니 손을 뻗어 머리통을 문지른다.)
나한:이러니까 자꾸 그만하라고 하죠. (다시 이영의 손을 잡아내린다)
이영:(쩝, 아쉬운 듯 끌어내려진 손을 본다.)
그럼 뭐가 좋으냐?
이영:사저에게 할 수 있는 마지막... (잠시 고민한다.) 재롱?
네 짐 빼란 소린 만독이 안하디?
왜 다 되면서 방은 안된다고 해요.
이영:에이. 재미 없는 놈. (다시 뒤통수나 북박박 문지른다.)
나한:(이윽고 인력거가 숙소에 다다르면, 먼저 내려서 다시 이영을 들쳐멘다.)
걸을 수 있대도!
망할 사제.
(저벅저벅 방으로 향한다)
하여튼 숙소는 터가 안 좋아요.
이영:(가만 눈을 굴리더니) 여기가 네 방이냐?
나한:네. 형편없죠? (생각해보니 정리도 안했잖아. 뭐 어떠냐...싶어서 우선 침대에 이영을 내려놓는다.)
퀴퀴한 냄새가 나는 건 제가 그런 게 아니라 원래 그랬어요.
이영:(침대에 앉은 채로 둘러본다.) 썩 괜찮은 방을 받았네?
이정도면 이 건물에서는 특실이다, 녀석아.
이게 특실이면... ...
된통 부셔먹으니 멀쩡한 걸 들여놓을리가 있나.
처음에야 전부 멀쩡했을거다. 이 꼴 낸 사형들을 탓해.
나한:이런데 사람들이 왜 황룡회를 들어오고 싶어하는지 모르겠단 말이죠. (이영의 오른쪽 다리를 붙잡는다.)
계속 떠드셔요, 사저.
이영:(다리가 잡히자 미간을 찌푸린다.) 간부가 되면 본관에 방이 생기지.
본관에 살아본 너는 알지 않냐.
아득바득 애써 간부가 되려고 노력하는 이유는 삶의 근간을 바꾸기 위함이 가장 커.
나한:(슬개골 우측 아래에 팔꿈치를 대고, 반대로 팔을 감아 종아리 안쪽을 붙잡고 비틀려 부러진 곳을 가늠해 보더니...)
본관 방 좋죠. 냄새 안나고, 깨끗하고, 밥 나오고.
이영:뭣도 없는 놈들이 바닥부터 기어올라갈 수 있는 기회가.
있으니까.. (그러는 꼴을 가만 내려다본다.)
나한:간부는 무슨 공 정도를 세워야 하려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무릎으로 골절부를 밀며 몸 쪽으로 팔을 당기면 우득, 소리와 함께 다리가 바로 맞춰진다.)
(몸에 바짝 힘이 들어간다. 단말마처럼 짧은 비명이 일고, 잠시간 숨을 참은 채로 있다가, 고인 공기를 뱉는다.)
나한:(이영의 무릎을 잡고 굽혔다 편다) 됐다. 이제 안 혼나겠다.
(몸이 모로 쓰러진다.침대에 털썩 누운 상체가 숨을 고르느라 크게 들썩거린다.)
나한:그러니까 제가 감싸려고 오면 사지를 먼저 집어넣으셔야죠. (아닌가? 내가 만독 사형만큼 크지 않으니까 그게 안되나? 하고 잠깐 생각하다가...단도로 정장 바지 오른쪽을 동강 잘라 벗겨낸다.)
뒤질뻔 한 거 구해줬더니 재고 있네.
나한:(좀 찌그러진 스테인리스 대야를 보다가, 이 정도면 되겠지 싶어 물을 받고 아무 수건이나 넣어서 죽죽 물을 짠다.) 언젯적 얘기래요. 17년 전인가?
이영:(클클대며 웃는다.) 그래. 그때부터 쭉.
나한:(피범벅이 된 다리를 물이 뚝뚝 흐르는 수건으로 한 번 싹 닦아낸다.)
이영:(꼴딱꼴딱 넘어갈듯한 소리가 목 안에서 울린다. 발끝에 힘이 들어가 벌어진다. 구겨진 시트를 쥔 손이 굽었다 펴지기를 반복한다.)
나한:사저에 비하면 저는 아주 잘 배운거에요.
피에 샤워를 했건 말건 대충 흙바닥에 던져두던 때랑은 시대가 변했다고요.
(세숫대야에 수건을 한 번 빨면 물이 투명한 붉은색으로 물든다. 조금 더 물을 세게 짜낸 수건을 접어 무릎 위와 발목에 올려둔다.)
이영:(누운채 숨을 몰아내쉰다. 풀어진 손이 잔뜩 구긴 시트를 놓는다.) 위로 잘 하는 것과 아래를 굴리는 건 별개지..
(가물하게 감겼던 눈이 뜨이더니 나한을 본다.) ... 유연이 누구냐? 네 애인이냐?
나한:(이영의 첫 마디에 부목을 대려다 말고 어엉? 하는 표정이 됐다가, 이어진 말에 에엥? 한다.)
나한:사저 이름자 맞춰서 급하게 지은 거에요.
그러게 말 안하고 잠자코 있으면 되지...
이영:(생각한 답이 아닌듯 미간을 찌푸렸다가 푼다.) 네가 멍청하게 있으니 그렇지.
나한:(다리 길이에 맞춰 임시로 청소도구에서 떼어 온 막대를 부목으로 대고, 그 주변으로 수건을 단단히 감아 묶는다.) 제 주변에 관심이 많으신가봐요.
이영:(입을 다문 채 네가 하는 양을 구경하듯 바라본다.)
...알아야지. 내가 네 사저니까.
장 대인께서 내게 너를 맡기셨잖아.
나한:그 전에는 한 번도 안 물어봤었잖아요. (의아하게 이영을 바라본다.)
(사저가 계집질 하고 다니던 걸 싫어했었나. 하긴, 언짢아하긴 했던 것 같기도 하고...)
입단식 후에는 동로 안 가요.
이영:(어깨를 으쓱이더니 몸을 세워 앉는다. 내려다보는 눈길은 무거운 추같다. 내리누르는 시선이 짓누른다.) 개버릇 남 못 준다.
(손을 들어 네 뺨을 감싼다.) 창놈처럼 굴고다니는 황룡회 조직원은 없어야지. (톡, 톡 두드리는 듯 천천히 들렸다 볼에 내려앉던 손이 무게와 속도와, 폭을 늘려간다.)
나한:(홍등가 가서 돈 주고 여자끼고 노는 놈들보단 밥 얻어먹는게 더 낫지. 하고 이영을 바라보고 있다가, 뺨에 닿는 손이 철썩, 철썩, 하는 소리를 내자 고개가 홱 돌아갔다가 돌아오기를 반복한다. 이를 앙다문 채 아무 소리도 내지 않는다.)
이영:(벌개진 뺨이 돌아갔다 제 자리 찾는 것을 가만 내려다본다. 반복적으로 내리치는 손바닥이 불 붙은 듯 뜨거워지자 두어 번 더 휘두른 뒤에 허공에서 손을 멈춘다.) 재미없는 새끼. (터진 입가를 쓸어내 피를 닦아주고, 턱을 잡고 한쪽만 부어버린 얼굴을 휘휘 돌려본다.)
나한:(아, 이거 제대로 터진 것 같은데. 이영이 손을 멈추고 얼굴을 휘휘 돌릴 때에 입 안을 혀로 더듬어보면 고인 피가 느껴진다. 며칠 가겠군. 윤이영의 구타에는 보통 이유가 없다. 이유가 없다는 것은 나눈 대화 사이에 이영의 심기를 거스를 만한 것이 있었으나 나한이 그것을 구태여 신경쓰거나 고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영:입 벌려. (입 안으로 혀를 움직여보는듯 턱이 살금 움직이는 걸 느끼자 쥔 것을 치켜올린다.)
나한:아, (이영의 손 끝이 부은 볼을 짓누르는 것에 미간을 팍 찌푸리며 입을 벌린다. 벌겋게 피가 배인 잇새가 드러난다.)
이영:(입 안쪽을 들여다보려 고개를 살짝 틀더니, 손을 움직여 나한의 고개를 뒤튼다. 핏물이 밴 점막이 분간되지는 않지만 피냄새로 알 수 있다. 한참 얼굴을 가까이하고 들여다보다가 건조한 얼굴로 입을 가져다 붙인다. 혀가 입 안으로 파고든다. 새어나오는 피를 핥아낸다.)
나한:(얼마나 세게 쳤는지 확인이라도 하고 싶나? 하는 표정으로 이영이 고개를 이리저리 비트는 것을 두고 있다가, 별안간 입술이 맞붙고 쇠비린내가 나는 입속을 혀가 핥아내면 몸이 굳는다. 뭐야?) ... ... (크게 뜬 눈이 두룩두룩 구르며 이영의 얼굴을 훑다가, 혀 끝으로 피를 밀어주듯 섞는다. 이거 완전 미친 여자 아니야?)
이영:(치열에 밴 피를 삼킨다. 건조한 얼굴은 오롯이 그 피를 맛보려는 것인듯 혀를 움직인다. 섞인 혀가 피를 밀어내주면 조금이라도 놓칠세라 옭아맨다. 턱을 쥔 손이 덥썩 뒷목을 쥐어 당긴다. 조금씩 눈에 이채가 돈다.)
나한:(뒷목을 감아 쥔 손이 집착적이기까지 하다. 정말 돌아버린건가? 입 틈새로 잠깐 숨을 들이쉬었다가, 고개를 들이밀며 배어나온 피를 남김없이 훑어내는 것처럼 기울인다. 뜨겁기까지 한 살덩이가 입 안을 가득 채울 것처럼 들어섰다가 돌아오기를 몇 번이나 했을까, 별안간 데인 듯 손을 뿌리치고 고개를 확 뒤로 물린다.)
이영:(짭짤하고 비릿한 맛. 흘러들어오는 뜨거운 액체를 핥아내고 삼키고, 받아들인다. 살덩이가 입 안에서 구르고 무너지고 뭉개지도록 짓누르고 밀어내다 휑하니 비어버린 입 안에 멈춘다. 약간은 몽롱한 얼굴에 눈을 반쯤 감은 채로, 내밀어진 혀가 허공에서 말리더니 입 안으로 숨었다가, 잠시 빼꼼 나와 번들해진 입술을 핥고 귀가한다. 아쉬운듯한 표정으로 몸을 뒤로 기울이더니 입가에 미소가 걸린다.) 이제 멎었니?
나한:(눈가를 가늘게 좁힌다. 이게 뭐냐고 물어도 이영은 아마 제대로 된 답을 해주지 않을 게 뻔하다. 소매로 입가를 닦으면 입술에 번들거리던 피가 묻어나온다. 잠시 그것을 노려보다가 다시 눈을 들고) ...예.
만독 사형께 연락드리겠습니다. 모시고 가라고요.
이영:(가만 내려다보던 눈이 감긴다. 몸이 뒤로 훅 꺼지니 싸구려 매트리스가 출렁이며 삐그덕대는 소리를 낸다.) 그래.
나한:(핸드폰을 꺼내 만독에게 전화를 건다.)
응급처치는 했는데, 사형이 모셔가야 할 것 같아서요.
나한:(전화가 끊어지면, 짧게 숨을 내쉰다.)
곧 오신답니다.
(불편한지 셔츠 단추를 몇 개 푼다.)
나한:... ... (제자리에 가만히 서서 허공을 응시한 채 미간을 찌푸리다가, 한참만에 이영을 보고 묻는다) 뭡니까?
이영:건드리지 말라 써붙여둔 건 없던데. (고개를 기울여 내려다본다.)
내가 놓쳤나? 엉덩이에라도 써 뒀니? (놀리는 투로 웃는다.)
나한:전적도 없는 인간이 그러니까 그렇죠. (숙소 창문 밖을 내다본다.)
창문 밖을 내다보면, 수로 저편에서 배가 흘러들어오고 있습니다.
지붕이 있는 배라 보이지 않지만, 만독은 저기에 타고 있지 않을까 싶네요.
나한:모르죠, 저야. (사형이다, 어떻다 말도 없이 다시 침대로 다가와 이영을 들쳐멘다.)
내려놓으라니까!
내가 쌀가마라도 되는 줄 알아? 번쩍번쩍 들지 말고 내려놔! (정수리를 주먹으로 내리친다.)
옮겨줘도 지랄이에요!
지랄?
(아랑곳 않고 숙소를 내려간다)
(버둥버둥)
3층 계단을 내려가는 내내 이영은 버둥대며 쌍욕을 하고, 등이나, 머리나, 잡히는 대로 나한을 때립니다.
나한:아, 가만히 있어요. 기껏 다 해줬더니.
언제 싸가지 있게 키웠어야지... (하면서 정박한 배로 다가간다)
숙소 입구 근처, 정박지에 다다른 배 입구에 선 만독이 헛웃음을 지으며 나한과 이영을 봅니다.
...내가 이영님께 예의 갖추라고 하지 않았나?
이영:만도옥! (고개를 홱 돌려 본다.) 이 새끼 정신교육시켜.
나한:예의 갖췄는데... (그럼 환자를 어떻게 메라는거야? 생각하며 이영을 내려놓는다)
다리 뿌러졌어요.
만독:(이마를 짚더니 다가와 이영에게 제 팔을 내민다.)
말투.
나한:사저 다리가 어긋나서 맞춰놨습니다. (고친 것도 그리 곱지는 않음)
이영:아가리. (만독에게 팔짱끼듯 붙어서니 아무 문제 없는 듯 걸어 배에 오른다.)
만독:네가 이영님과 각별한 사이인 건 알지만... 무시하는 건 안된다.
...예에.
만독이 가져온 코트를 걸치고, 이영은 배를 탄 채 멀어집니다.
시선은 어느새 황룡회 본관으로 향하는 수로와 같은 방향으로, 나한에게서 멀어져 있습니다.
나한:(배를 출발시키는 만독과 이영에게 고개를 까닥, 숙여 인사한다.)
... 어느새 수로 앞에 선 나한만 남았습니다.
나한:(하아, 하고 한숨을 길게 내뺀다. 내일이면 죽거나,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빌게 될 여자.)
나한:(다시 얼얼해지는 볼을 매만지다가 동로로 향한다. 오늘만은 정말 숙소에서 못 자겠다.)
입단식 이후로는 안 간다고 말 하긴 했지만...
본관에 방을 내어달래도 안 주니 이럴 수밖에.
봐줄만한 맨션 앞에 서서, 익숙하게 이름이 적힌 초인종을 누릅니다.
나한:나야. (이름도 대지 않고 짧게 대답한다.)
나한:(벌겋게 부은 볼을 문지르다가 문이 열리면 안쪽으로 들어선다) 붓기 빼는 연고 같은 거 있어?
웬 미친여자가...
란옌:어머,어머. 황룡회 들어갔는데도 맞고 다녀? (한쪽 다리가 다 드러나도록 골반까지 갈라진 치파오를 입은 채로 다가오더니 뜨끈해진 볼을 감싼다.)
으음, 연고는 없는데 얼음찜질이라도 하자.
나한:황룡회 들어간 게 내 인생 최대 실수일 수도 있을 걸. (스스로 이죽이며 손에 머리를 기댔다가 한 팔로 허리를 감싸고 들어간다.) 그거라도 해줘. 조직 숙소는 변변찮거든.
란옌:괜히 들어간 거 아냐? 원래 쓰던 방은 괜찮았잖아. (자연스레 몸을 맡기고 걸어들어간다.) 이래선 예쁜 얼굴 다 망가지겠네.
(소파에 나한을 밀어 앉히고 입술에 짧게 입맞춰주더니 주방으로 향한다.)
나한:(좋은 냄새가 나는 집. 향수? 분첩? 몸에서 힘을 쭉 빼고 소파에 파묻힌 채 눈을 감는다.)
란옌:(주방에서 달그락대는 소리가 나더니 돌아온다. 찜질용 주머니에 얼음을 담가 가져오더니 나한 옆에 딱 붙어 앉는다. 가까워지니 짙어지는 분 냄새와 꽃향기.) 이쪽 봐. 왜 여기만 이렇게 얻어맞은 거야?
나한:오늘 좋은 냄새 나네. (얼음주머니를 상대의 어깨와 제 볼 사이에 끼워놓고 고개를 기대고서 목께에서 나는 향을 맡는다. 비린내랑은 영 딴판이야.)
란옌:(목께에 숨이 닿자 간지러운듯 웃더니 몸을 바짝 붙인다.무릎을 모아 앉자 구겨진 치맛자락이 벌어져 허벅지에서 타고 올라가는 곡선을 여실히 드러낸다. 머리를 감싸듯 안은 채로 머리칼을 쓸어넘겨준다.) 괜찮아? 새로 산 보습제인데, 물 건너온 거라 그런지 좋아. 향도 좋고, 촉감도 좋고.
나한:(가만히 골반과 허벅지가 접히는 선이 드러나는 것을 본다. 이런 옷도 좋지. 황룡회에서 이런 옷을 입고 다니는 여자는 없지만. 은근하게 다리를 타고 올라온 손가락이 갈라진 옷자락을 살짝 벌린다.) 찜질 받는 김에 자고 갈래. 여기에선 개구리 소리는 안나지?
란옌:(살짝 웃더니 고쳐앉는다. 엉덩이를 들어 아래를 붙여 앉고는 허벅지에 제 다리를 올린다. 끈으로 된 속옷 탓에 짚어보면 온통 부드러운 살이다.) 으응, 요즘 온 데 다 개구리지? 시끄러워서 겨울 커튼을 달았어. 조금 덜하더라.
나한:왜 갑자기 개구리가 많아졌는지 모르겠어. (손가락이 의미없이 살 위를 간질이듯 속옷 안으로 들어가는 듯 하다가, 다시 더듬더듬 걸어나와 아랫배를 쓸고 지나가고, 다시 허벅지 바깥으로 빠져나오기를 반복한다.)
이쪽 동네에도 부적 같은 게 돌아? 누나들 있는 곳이나
란옌:으응... (기대에 찬 숨이 흩어지고, 손길에 기대다 아쉽게 빠져나가면 허리를 뒤튼다. 허벅지 사이가 좁혀졌다가 벌어진다.) 나한.. (질책하듯 부르더니 더 바짝 붙여 앉는다.) 부적? 별모양 그거?
나한:...알아? 누가 나눠주는 거야, 그런 건? (의외의 답이 들려오자 고개를 든다. 볼을 식히던 얼음주머니가 상대의 아랫배까지 떨어지면, 아예 몸을 돌려 얽은 다리를 당긴다.)
란옌:ㅊ, 차가워... (다리가 당겨붙자 배 사이에 끼인 얼음주머니에 몸을 떤다. 어깨에 얹은 손이 목을 타고 올라가 얼굴을 당긴다. 제 가슴팍에 볼을 묻어주고 이마에 입맞춘다.) 난 우편함에 들어 있었어. 장 대인이 돌아가시고 뒤숭숭하니까, 다들 그게 뭣도 아니더라도 간직하는 모양이야.
나한:... (윤이영은 모른 척 하던데. 가슴에 닿은 입술이 얇은 비단을 몇 번 쓸고 지나가다가, 봉긋하게 솟은 가슴 위를 깨문다.) 약쟁이부터 꼬마애까지, 그걸 소중하게 가지고 다니더라고.
(왜 개구리나 부적, 풍수지리사에 대한 얘기만 나오면 모르는 체 말을 돌릴까...골똘한 생각에 잠기며 얼음 주머니를 다리 사이로 밀어넣는다.)
란옌:아아... (숨을 잔뜩 들이켜 부풀어오른 가슴이 뒤틀린다.) 괴물을.. 막는다나봐. 읏, 응... (허벅지가 조여지고 허리가 빳빳하게 선다.) 꺅...!
나한:황룡회에서 이상하게 비린내가 나. 전에는 못 느꼈는데... (꼭 거점 전체가 폭풍에 휩싸인 것 같다. 바닷물과 물고기 시체로 만들어진 폭풍. 그리고 그것들을 딛고 올라서는 윤이영...한 순간 눈에 스치는 빛이 번들거리며 다리 사이로 들어간 손이 얇은 속옷 바깥을 꾹 누른 채 손 끝으로 문댄다.) 내일 윤이영이 즉위식을 해.
란옌:비린내? (힘주어 든 아래를 얼음 주머니에 비비다가 고개를 뒤집는다.) 아으, 읏.. 으응... 응... (고개를 뒤틀며 다리를 허리에 감는다. 허리가 들썩이며 목을 꽉 감싸 안아 가슴에 가둔다.) 네 사저... 응, 알아..
그 여자... (들뜬 숨이 흩어지다 응집된다.) 소문이, 많아..
그것도 내일이면 가라앉겠지만.. (제 손으로 단추를 풀기 시작한다.)
나한:(그 말이 들리면, 가슴에 묻혀있던 고개를 들고 상대방을 바라보며 눈을 휘어 웃는다.) 그래, 내일이면... (내일이면, 그 생각을 하면 등줄기가 찌릿해진다.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날아오르다 처참하게 바다에 처박힐 윤이영을 생각하면. 성급하게 젖은 속옷을 옆으로 치워내고, 안에서 부푼 것이 느껴지는 아랫도리를 천천히 문대기 시작한다.) 그 여자가 마음에 들어?
란옌:(눈이 마주치자 눈을 접어 웃는다.) 으응..! (바지 위로 젖은 아래가 문질러지면 허리가 쭉 펴졌다가 다급하게 손을 내린다. 벨트를 풀고 버클을 쥐는 손이 익숙하다. 혀를 내 입술을 축이면서도 잇새로 새는 신음을 아끼지 않는다.) 하, 응... 네 사저니까.. (꾹꾹 누르며 부풀어오르는 것을 느낀다.) 네 입지도 좋아질 거 아냐.. 멋있기도 하고.. (무엇이 우선인지 생각하지 않은 듯 제 앞섶을 벌려 가슴을 내어놓고 들이민다.)
나한:좋지, 좋아. 애초에 그 정도 야망이 없는 사저였으면, (성급한 손이 버클을 풀고 어느새 빳빳하게 선 것을 쥐면 단 숨을 한 번 내뱉는다.) 내가 모시지도 않았을테니까... (뜨끈한 열이 오른 기둥이 느릿하고 뭉근하게 아래에서 비벼진다. 녹아가는 얼음 주머니와 잔뜩 오른 체온이 합쳐져 기이한 감각이 든다.) 그 때가 되면 누나한테도, 줄 선물을 찾아볼까봐.
란옌:아, 아아.. 응, 으응... (단단해진 것을 쥐어 제 것과 비비는 감각에 눈동자가 뒤로 넘어가려다 돌아온다. 밀려내려갈 때마다 바짝 붙여 앉으려 엉덩이를 들썩인다. 어느새 미지근해져가는 얼음주머니와 뜨거워진 살이 뭉그러지듯 해 기분이 좋다는 생각뿐이다.) 넣어줘.. 선물, 지금.. 응, 나한.. (얼굴을 바짝 당겨 입술을 가까이한다.)
나한:바라는 게 너무 작은 거 아냐. (그 말에 몸을 뒤로 물렸다가 끝을 맞추고, 느릿느릿 허리를 들인다. 누구나 누워서 다리를 벌릴 땐 좋다고 애교 섞인 소리를 내잖아. 당신도 그런가? 잠시 얼굴에 섬뜩하게 광기 섞인 미소가 올랐다가, 금세 고개를 숙여 부푼 가슴을 이를 세워 문다. 친절하지도 부드럽지도 않고, 오히려 물린 사람은 따가울 정도로 자국이 남는다.)
란옌:아아...! (밀어 들어오는 감각에 허리가 바짝 선다. 꽉 쥔 손목과 셔츠 자락이 구겨진다. 붉게 자국이 남고, 희게 질리도록 물리면 비명섞인 신음이 터진다. 그러고도 더 당기고 더 탐한다.) 나하, 아, 앙.으응, 아, 아응, 흣.. 더어, 깊이, 아..
나한:(어땠으려나, 그 비린내 나는 놈하고 자면서도. 창남 짓은 안되지만 창남을 사는 건 괜찮고...피가 날 정도로 자국이 남은 자리를 혀를 내어 핥다가, 천천히 꽃 향기가 나는 목에 얼굴을 묻고 이를 세운다. 한 손이 허리 옆에서 떨리는 오른다리를 감싸 문지르며 내려간다. 부러진 흔적이 없는 매끈하고 긴 다리. 부러지기는 커녕 상처 하나 없는 발목을 손으로 틀어쥔다.) 요즘 손님 중에서는 잘 하는 놈이, 없어?
란옌:네가, 제일.. 하아.. (목이 뒤틀리듯 꺾인다. 반응은 득달같고 자극적이다.) 으응..! 아응.. (달은 몸이 허리를 문댄다.) 없어, 없어.. 좋아, 나한.. (머리가 흔들리자 고정해둔 머리장식이 떨어지고 머리칼이 폭포처럼 흘러내린다.)
나한:(짐승같은 여자. 윤이영을 보면 때때로 그런 생각이 든다. 원초적인 감각에 의지하며, 암묵적 위계에 굴종하지 않고 오로지 피 묻은 권력만을 탐하는 여자. 내일이면 그 여자가 죽는다. 혹은 차라리 죽여달라고 빌게 된다...어두운 조명 아래에서 머리카락이 흘러내리자 앙 다문 턱 끝에 힘줄이 서며 깊게 들어서 있던 허릿짓이 거세진다. 목을 핥고, 깨물고, 머리칼에 코를 묻는다. 시야에 들어오는 것이 사라지고, 선명한 신음만 귀를 채우면 상대가 누구라도 상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듣기 좋아.) 해달라고, 비는 거...그게 좋아...
란옌:(신음을 뱉다, 자연스레 그 요구에 응한다. 신음 사이로 말들이 비집고 흘러나온다. 신음, 비는 말, 질척이는 젖은 마찰소리가 귀를 채운다.) 해줘, 넣어줘, 더, 아, 나한.. 깊이, 끝까지. 더, 응... 좋아, 더, 아, 응, 아앙, 으, 더, 더.. (바짝 붙인 몸이 흔들리면 살덩이가 짓눌린 채 문질러진다. 어깨를 안은 손이 쾌감을 주체하지 못하고 손톱을 세워 긁는다.) 아앙, 응, 나하, 아.. 세게, 더..제발..
나한:(발목을 잡은 손이 허벅지를 감아쥐고, 다른 손은 골반을 붙잡아 당긴다. 아래가 빈틈없이 맞닿아 들어가면 크게 조이는 감각과 함께 싸한 쾌감이 올라온다. 힘으로 안을 내리찍는 소리가 질척이며 공간을 메운다. 손톱이 긁어내린 어깨가 총알이 스친 듯 열감이 돈다. 이로 드득, 하고 쇄골을 긁어내는 자리마다 붉은 자국이 남는다.) 그래, 좋아...그렇게 있는 게 예뻐... (문득 고개를 들어 이리저리 흐트러진 긴 머리칼을 황홀하게 바라본다.)
란옌:(신음이 허공으로 흩어진다. 조여내는 안쪽을 꽉 채우고 비벼 찌르는 감각에 이성이 날아간 채 반응한다. 되는대로 잡느라 팔을 쥐었던 손이 어깨를 잡았다가 목을 쥔다. 고개가 비틀려 턱선만이 보이다 고개가 떨어져 시선이 마주친다. 눈이, 그 눈이 닮았다.)
나한:(점점 거세지고, 빨라지는 허릿짓이 내밀한 속을 파내듯이 움직인다. 머리칼이 잠시 흔들리며 고개가 돌아오고, 눈이 마주치면... ...일순간 숨이 헛돈다. 욕망에 절어있는 눈. 무언가를 탐하는 눈빛. 전신을 핥는 듯한 쾌감이 뇌리를 치고 지나간다. 찰나가 아주 길게 느껴진다. 뻐끔거리는 입은 소리 대신 모양만을 만든다.
윤이영. 그 이름을 부름과 동시에 허리를 내리찍으며 파정한다.)
이상한 점을 알아차리지 못한 건지 신음을 끝으로 숨만 들썩대며 여운이 몸을 떨며 안겨듭니다.
나한:(하, 하고 긴 숨을 내뱉는다. 순간적으로 시야가 흔들렸다. 윤이영 같았어. 아니, 분명 그랬던 것 같은데. 허리를 물리면서도 안이 빌 틈 없이 그 새로 손가락이 들어가 안에 남은 것을 긁어내듯 까닥이며 움직인다.)
란옌:(허리를 비틀고 손목을 틀어쥔다. 교성이 높아지는 걸 보면 좋은 것 같긴한데, 숨이 잔뜩 헐떡댄다. 붉게 익은 얼굴이 내려다보는 사이로 땀인지 침인지 모를게 흐른다.)
나한:끼는 거 깜박했어. (그런 것 치고는 내벽을 긁고 내려오는 손길이 은근하다. 손가락이 깊은 곳을 휘젓다가 나오기를 반복하면 찔걱이는 소리를 낸다. 그래, 확실히 윤이영은 아니야. 그런 생각이 들면 입꼬리를 올려 미소짓는다.)
란옌:너어... (비틀린 목소리가 끝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신음으로 뒤바뀐다. 어느새 틀어쥔 손목을 밀어내는 대신 잡아끌며 웃음을 흘린다.)
나한:덕분에 잠은 잘 올 것 같지? (아까 전의 섬뜩함이나 흥분감, 살기 같은 것은 온데간데 없고, 뻔뻔한 웃음을 흘리며 목께를 따라 입을 맞춘다. 만족감이 온 몸으로 퍼지면, 조금 더 손을 예민하게 놀리다 빼낸다.)
란옌:아,...아응,... (눈이 벌써 가물하게 감긴다. 기분좋은듯 미소를 흘리며 노곤하게 녹은 몸이 늘어진다.) 응...
나한:찜질 고마워. (란옌의 눈이 감기면, 대충 옷을 벗어두고 이쪽도 자리를 깔고눕는다.)
숙소보다 훨씬 쾌적하고 만족스러운 잠자리입니다.
개구리 소리도 귀기울여야 멀리서 들리는 것으로 보아선, 란옌의 말대로 겨울 커튼이 쓸모가 있는 모양입니다.
나한:(저런 걸 하나 구해서 걸어놔야지... ...)
한바탕 치르고 푹신한 곳에 누우니 금방 눈이 감깁니다.
아니, ‘익숙’한가요? 당신은 문득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위와 아래가 없고, 앞도 뒤도 없으며, 뜨거운지 차가운지 알 수 없고, 이곳이 어둠 속인지 ‘아무것도 없는 것인지’ 구분할 수 없습니다.
위에서 누군가가 숨을 내쉬자 발아래에서 한기가 올라옵니다.
당신을 바라보는 시선은 뒤에서 앞에서 옆에서 몸 안에서 아주 먼 곳에서 다가옵니다.
그것은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습니다. 문득 그것과 자신을 구분할 수 없어집니다.
느리고 빠르며 짧고 긴 시간 뒤에 당신은 자신에게 어떤 질문을 던집니다.
...누구지?
어둠과 당신의 경계가 흐려지던 바로 그 순간.
완전한 무음의 세계에서 갑작스레 들이닥친 일정한 소음이 머리를 때립니다.
핸드폰에서 울리는 소리에 번쩍 눈을 뜨면 낯선 천장이 눈에 들어옵니다.
분명 어제 여기, 동로에 있는 란옌의 집에서 잤죠.
하지만 당신은 꽤 오랫동안 그 천장에서 어색함을 느낍니다.
굳이 집중해서 떠올리려고 하지 않아도 간밤의 꿈은 너무나 생생했습니다.
마치 그것이 정말 자신인 것처럼요. 기이한 일입니다.
나한:(손바닥으로 눈을 누르며 일어나 겉옷 주머니에 있는 전화를 받는다. 별 뒤숭숭한 꿈을 다 꾼다...)
만독:[ 전화를 안 하면 일어나지 않을 것 같으니까 그렇지. ]
나한:사형이 전화를 해 줄 거라는 믿음에 의거해서...
즉위식 일손이 부족합니까?
만독:(짧게 한숨소리가 들린다.) [ ... 본관으로 와라. 너는 오늘도 이영님의 호위니까, 늦지 말고. ]
나한:(물음과 동시에 겉옷을 입으며 란옌의 흔적을 좇는다.) 예에에.
갑니다.
란옌은 이불에 돌돌 싸인 채 잠들어 있습니다. 그도 그럴게, 아직 이른 시간이니 말입니다.
나한:(이불에 싸인 란옌에게 잠시 시선을 던졌다가, 길게 하품을 하며 집을 나선다.)
바깥으로 나오면 눅눅한 바람이 품을 파고들어 재킷을 한 번 크게 부풀리고 지나갑니다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을 바라보면 귀퉁이가 검게 물든 비구름이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곧 비가 올지도 모르겠어요. 우산을 가지고 오진 않았지만, 아마 건물 밖으로 나올 때면 그런 건 아무래도 좋겠죠.
고즈넉하게 물가로 팔을 드리우고 있던 버드나무가 비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며 황룡회 본관으로 향합니다.
이미 다 소집되기라도 했는지 길가에 조직원들은 한 명도 보이지 않습니다.
나한:(나도 기다리고는 있다. 물론...그 직전에 스러지는 모습을.)
(본관으로 향한다.)
이윽고 황룡회 본관에 도착해 연회장으로 들어섭니다.
아름다운 연회장은 온갖 금과 보석, 비단으로 장식되어 반짝이고 있지만, 그 위에 놓인 것이 열을 지어 선 우락부락한 조직원들이다 보니 전체적으로 영 어색하기 그지없습니다.
이런 모습에 어지간히도 익숙해졌을 급사들 또한 겁을 먹은 듯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재빠르게 음식을 카트에 실어 와 테이블에 늘어놓은 뒤 얼른 자리를 피해 버립니다.
앞선 이들은 입장 전 몸수색이 진행되는데...
나한:(호위니까. 자연스럽게 이영이 있을 곳으로 향한다. 아마도 집무실?)
집무실로 안내되리라 생각했는데, 연회장에서 기다리면 딘다고 하네요.
나한:(그렇다면...연회장을 둘러본다. 어디...괜히 여흥을 방해할 쥐새끼들이 숨어들만한 곳은...?)
주위를 살펴보면 단상 근처에 놓인 테이블 아래가 조금 의심스럽기도 합니다.
천으로 덮인 테이블 아래를 훑어보지만 숨어든 이는 없습니다.
나한:(그리고 2층 난간. 사격지점을 우선적으로 파악해 둔 뒤에 다시 연회장을 둘러본다. 여차하면 내가 써 먹어야 하니까.)
2층은 진입을 막아둔 모양인지 사람 그림자도 없긴 합니다.
다만 간이식으로 막아둔 계단은 언제든 접근할 수 있을 듯 보입니다.
나한:(저런 곳이 오히려 숨어들기 쉽단 말이지. 진입을 통제했다는 이유로 감시가 없잖아.
식이 시작되고 모두의 이목이 단상에 집중됐을 때라면... 누구든 숨어들 수 있을 겁니다.
장엄한 침묵이 가득 채운 홀에 서 기다리다보면, 그를 위해 준비된 정적을 밟고 이영이 들어섭니다.
즉위식이라 그런지 늘 뒤에 달고 다니던 만독과 융로파, 고랍하는 보이지 않네요.
그는 단상 위로 올라가 늘어선 조직원들을 한 번 죽 훑어본 뒤, 양팔을 들고 입을 엽니다.
위압된 자도, 경외를 품은 자도, 신뢰의 눈길을 보내는 자도 있습니다.
나한:(정작 전화는 만독사형이 했는데. 어디에 있는거지?)
이영:윤이영은 용이 될 수 없다, 말하던 녀석들도 있었다.
오늘, 이 즉위식 전에 목숨을 잃을 거라고. (단상 위를 오가는 걸음이 느리지만 자연스럽다. 어제 다리가 부러진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단상 아래를 훑어보고는 말을 잇는다.) 누구도 장대인만큼 존경받는 산주는 될 수 없을거라고.
하지만!
형제들, 나는 이 자리에 서 있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왕좌는 내 것이고, 형제들은 그 광격을 목도하는 영광된 자리에 나와 함께 하고 있지.
(입꼬리를 끌어올린다. 언성을 높인 것도, 음향기기를 사용한 것도 아닌데 목소리는 넓은 홀 구석까지 쉽게 닿는다.) 황룡회의 이름은 이 학라만이 아니라 더 넓은 곳까지 퍼질것이다.
나한:
운
기준치: |
50/25/10 |
굴림: |
3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운만으로 여기까지 올 수는 없었지만, 살아남기 위해서는 적절한 순간에 다가오는 행운을 움켜잡을 줄 알아야만 합니다.
바로 그런 경험이 말해 줍니다. 알 수 있습니다. 지금, 바로 이 순간이 아니면 안 된다는 사실을.
문득 총을 넣어 둔 가슴 한편이 묵직해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반납했지만, 이영의 호위를 맡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용인받은... 총이 있는 자리입니다.
나한:(이영의 등 뒤를 바라본다. 지금이다. 고양감에 고취된 순간.)
(안주머니에 손을 넣어 시계를 보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가, 그 안에서 총을 잡는다. 옷 안의 총구가 이영을 향하고, 이내...발포한다.)
나한:
사격(권총)
기준치: |
75/37/15 |
굴림: |
16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피가 튀고, 단상 위에 선 이영의 몸이 고꾸라집니다.
어깨? 아니, 배를 맞았는지 피가 쏟아지는 부위를 쥔 이영이 몸을 숙인 채 나한을 바라봅니다.
상처를 틀어쥔 손에서 울컥 피가 배어나오고 손가락 사이로 핏물이 떨어져 바닥을 적십니다.
섬뜩할 정도로 끌어올립 입꼬리가 움직여 나한에게 무언가 말하는 듯 합니다.
“계속 이 순간을 기다려 왔다, 나한. 다른 누구도 아닌 네가, 나를 산주의 자리에 올릴 것이다.”
순간 근처에 있던 모든 시선이 나한에게 향합니다.
그리고 마치 광신도들처럼 핏발이 선 눈으로 수군대는 소리가 점점 커집니다.
나한:(잠시 멈칫한 순간, 한 번에 시선이 쏠린다. 때를 놓쳤다.)
감히, 키워주고 아껴준 은혜도 모르고 이를 보여? 가장 먼저 잡아 오는 녀석에게는 포상을 내리겠다!
나한:(독사 같은 여자. 빠드득, 하고 이를 간다.)
이영:마침 잘 됐어. 붉은색은 상서로움을 뜻하지... 나한을 이 즉위식의
제물로 삼는다!
문득 귀에 걸리는 것은 ‘제물’이라는 단어입니다.
누구보다 먼저 이영이 나한을 향해 총을 꺼내드는 모습이 보입니다.
나한:
민첩
기준치: |
60/30/12 |
굴림: |
4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나한:(오른쪽 다리는 이미 분질러졌었지, 시선이 빠르게 주변을 훑다가 왼쪽 허벅지를 겨냥하고 쏜다)
이영:(배를 맞는 바람에 힘이 쉽게 들어가지 않는다. 가슴을 겨눠 쏜다.)
나한:
사격(권총)
기준치: |
75/37/15 |
굴림: |
81 |
판정결과: |
실패 |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짚었던 발이 조금 움직이며 사격점이 빗나간다.)
탕! 한 발 더 쏘아보지만, 탄환은 단상과 나한 사이를 가로막은 조직원에게 맞습니다.
이영:
사격(권총)
기준치: |
70/35/14 |
굴림: |
6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연회장은 온통 뚫려 있습니다. 여기서 도망치기란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나한:(심장이 꿰뚫린 듯한 감각과는 달리 외상은 심하지 않다. 방탄 벨트? 좋긴 좋네.)
지능
기준치: |
60/30/12 |
굴림: |
5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이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아주 조금만 혼란스럽게 만들면, 금세 아비규환이 될 것 같지 않나요?
당신 한 사람 정도라면 사람 사이에 숨어들 수 있어요. 물론 운도 따라 줘야겠지만.
나한:(문득 고서점 주인에게서 받았던 쪽지를 생각해낸다. 뭐였더라?)
(눈먼 지배자의 숨결 주문을 사용한다.)
주문을 사용한다면 확실히 모습을 감출 수 있겠지만...
몰려드는 조직원들 사이로 시선이 헛돌다 허공으로 향합니다.
천장에 매달린 샹들리에가 위태로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나한:(일단 상황이 급한데, 이거 진짜 믿을 수 있는 건 맞아? 문득 화려한 조명...샹들리에에 시선이 닿는다.)
나한:(남은 장탄 수는 4발. 뒤로 물러나며 샹들리에를 겨누고 발포한다.)
사격(권총)
기준치: |
75/37/15 |
굴림: |
5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위로 향한 총구가 번쩍이고, 사위가 어두워집니다.
밖에서 들어오는 오전의 자연광이 어슴푸레하게 연회장을 비추고, 무언가 완전히 무너지는 소리, 비명소리...
나한:(됐다. 주변이 소란스러워진 틈을 타 탈출구를 찾는다.)
퇴로를 찾으려 두리번거리면, 저 멀리서 누군가가 나한을 향해 손짓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아니, 어쩐지 안 보인다 싶더라니 저 사람이 왜 저기에 있죠?
당신에게 손짓하며 필사적인 목소리로 속삭입니다.
웅성대던 조직원들이 어슴푸레한 빛을 따라 진정하고, 이영과 함께 당신을 찾는듯 두리번댑니다.
나한:(왜 저 새끼가 여기에? 하지만 당장 보이는 게 저쪽 말고는 없다. 고민할 새도 없이 그쪽으로 향한다.)
뛰어가보면, 랍하는 작은 쪽문으로 나한을 당겨 넣고 문을 닫습니다.
나한의 손을 잡더니 그대로 어둠 속을 헤치고 걸어가 몇 개의 문을 더 열었다, 닫고, 걷기를 반복합니다.
나한:윽, (거의 굴러서 들어갔다가) 당신 뭐야?
주변을 둘러보면 어두워서 무엇이 있는지 판가름하기 어렵습니다.
어렴풋이 ‘좁은 복도를 걷고 있다’는 정도만 알 수 있네요.
다섯 번째 문을 닫았을 때 즈음, 마침내 걸음을 멈춘 랍하는 문에 귀를 대고 바깥에서 들리는 소리에 집중합니다.
나한:이 새끼가 아까부터 화장실 가고 싶나... (주먹 들어올린다)
고랍하:(귀를 기울여 듣다가 한숨을 가볍게 내쉰다.)
이쪽으로는 안 오는 모양이에요.
어두워서 그의 낯이 제대로 보이지는 않지만, 시선이 이쪽에 닿는 것만은 알겠네요.
제물은 또 무슨 소리고?
눈치챘을지는 모르겠지만 이 도시는 좀 이상하죠.
모두가 어떤 종교에 미쳐 있어요. 괴물을 받들고, 괴물과 함께 살아가고 있죠.
황룡회는 그 종교를 후원하는 가장 큰 조직이에요. 나도 오랫동안 그곳에서 사제로 몸과 마음을 바쳤지만, 더는 못 하겠어요.
말했잖아요. 당신이 마음에 들었다고.
고랍하:당신을 제물로 바친다기에 나도 모르게 이런 짓을 저질렀네요. 이런 식으로 죽는 건 내버려 둘 수 없는걸요.
고랍하:...돌아가면 나도 무사하진 못할 거예요. (목소리가 조금 떨린다.)
나한:그 면상으로 하는 말에 진정성이 없다는 건 알고 있냐?
바스락대며 소매를 들어 올리는 소리가 들리고, 아마 얼굴 근처라고 생각되는 곳 근처까지 올라가 멈춥니다.
나한:(이제 황룡회도 아니겠다, 말을 막 한다)
(경계를 늦추지 않고) 당연하지. 뭘 믿으라는 거야?
고랍하:(서글픈 목소리로) 어쩔 수 없죠... 그야...
어두운 복도 저편에서 갑자기 두 개의 불꽃이 타오릅니다. 불꽃은 두 개, 네 개, 여섯 개씩 빠르게 늘어나며 이쪽을 향해 다가옵니다.
가만히 보니 단순한 불꽃이 아니라 복도 양쪽을 밝히는 횃불입니다.
고랍하:그것이 눈 깜짝할 사이에 랍하와 나한의 지척까지 다가오면, 갑작스레 사위에 가득 찬 불빛에 눈이 온통 시려 와 제대로 뜰 수가 없습니다.
으에
그것이 눈 깜짝할 사이에 랍하와 나한의 지척까지 다가오면, 갑작스레 사위에 가득 찬 불빛에 눈이 온통 시려 와 제대로 뜰 수가 없습니다.
잠시 뒤 눈이 불빛에 익숙해지면, 일제히 당신에게 총을 겨누고 있는 조직원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리고 그들 앞에 서서 불빛을 등지고 있는 랍하의 모습도.
아래에는 더할 나위 없이 환한 미소가 가려져 있었습니다. 환희에 가득 차 있는 표정은 기괴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랍하는 이렇게 말하며 숨이 넘어가도록 웃습니다.
그리고 그 웃음소리 사이로 구두 굽 소리가 얼핏 들려옵니다.
나한:... (구두 굽 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본다.)
그 소리를 향해 고개를 돌리면, 인파의 가장 깊은 곳. 어둠 속에서...
이영이 당신을 향해 걸어오는 모습이 보입니다.
자신의 것인지 다른 사람의 것인지 알 수 없는 피가 이영의 몸을 흠뻑 적시고 있고, 허리춤에 매달린 옥패는 이제 완전히 붉어졌습니다.
나한:(잠시 옥패에 시선이 향했다가, 윤이영을 바라본다.)
옆에서 랍하가 경박할 정도로 들떠 언성을 높이는 소리가 고스란히 들립니다.
고랍하:정말 바보네요. 끝낼 수 있는 타이밍이 몇 번이나 있었는데 말이에요!
몇 번이고 이영을 죽일 수 있는 순간이 있었는데.
탐욕스럽게도 가장 아름다울 순간을 기다린 대가가 이것일까요?
수많은 질문이 쿵쿵 뛰는 가슴 아래에서 솟아오르지만 답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 순간 모두의 총구가 약간 옆으로 비껴갑니다.
나한:...? (머릿속에서 의문과 길을 정리하는 순간, 움직인 총구를 바라본다.)
그렇다고 모두 꾸며진 일이라고 보기에, 이영은 명백하게 당황하고 있습니다.
이영:(총구를 움직여 랍하에게 겨눈다.) 이게, 무슨 짓이지.
이영은 정말로 나한이 제물이라고 믿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랍하 한 명이라면 이런 순간에도 오로지 제 즐거움만을 위해 혓바닥을 놀릴 위인이지만, 이영에게 총구를 겨눈 이들의 표정에선 장난기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당신은 그들의 얼굴에 서려 있는 감정의 정체를 알 수 있습니다,
나한:(당황스러움, 그리고 약간의 희열. 윤이영의 표정에서 당혹과 생각을 읽어내며 약간 몸을 떤다.)
(추락한다...)
두 사람의 반응을 즐기는 듯하던 고랍하의 뒤로, 마치 오래된 나무처럼 서 있던 융로파가 다가옵니다
다시 살펴보면 로파는 평소 어깨에 걸치고 있던 흰 창파오를 제대로 차려입은 상태입니다.
용이라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괴기스러운 문양이 그려진 정복을 입은 융로파는 점술가라기보다는 고아한 사제처럼 보입니다.
이영씨를 속이는 거 말이에요~ 워낙 의심이 많아서 말이지~
우리 목적은 처음부터 윤이영이었답니다? 아하하, 당연한 일이죠? 제물은 살의를 잔뜩 뒤집어 써야하거든요!
놀랐어요?? 놀랐죠? 아아, 실망하지 마요, 나한. (휙 돌아본다.) 아까 한 말 진자예요! 진짜로 저는 사제거든요. 당신이 중요한 사람인 것도 맞아요~
물론! 제 몸과 마음, 정신, 신앙 모두 여전히 그 분의 것이지만~
이영:(분노에 치를 떠는듯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고랍하, 그리고 융로파에게 살의 가득한 시선을 던진다.)
융로파:사제 고랍하의 말처럼 완전히 거짓을 말씀드리지는 않았습니다. 이 모든 것이 이영님, 그리고 황룡회를 위한 것이라는 사실 말이죠. 저희가 믿는 ‘그분’께 당신을 바치면 이영님, 황룡회. 학라, 나아가 이 세계 모두에게 구원이 찾아올 겁니다. 우리의
‘용’에게 말이죠.
고랍하:하지만 우리뿐이었으면 좀 힘들었을 거예요. 만독이 많이 도와줬죠. (빙긋 웃으며 고개를 흔든다.) 그러게, 이영. 왜 건드리면 안 될 건 건드렸어요? 이래서 오만한 사람들은 다루기 쉽다니까.
아참! 제가....
아, 실수할 뻔했네. 뭐, 어쨌거나 다 끝난 일이니까요.
너무 섭섭해하지는 말아요? 마음 놓고 그분의 일부가 되는 거예요. 영광스러운 일이잖아요! 흥분되지 않나요?
이영:너희가 어떻게... 네 녀석들어 어떻게 나를 속여!
만독! 정말로 네가 나를 배신한 거냐!
네가 그런 짓을 하지 않았어도 장 대인은 너를 높이 사고 있었는데, 비겁하고 졸렬하게...
(꽉 문 이에서 뿌드득 소리가 들린다.) 대인을 살해하고 정정당당하게 왕좌를 차지한 것처럼 굴었지. 나는 너를 용서할 수 없다.
처음부터 나는 네게 충성하지 않았다.
이영:이런 짓을 하면 모두 죽는 거라고, 알고는 있는건가!
만독:알면서도 할 수 밖에 없는 일이라는 것이 있어. 후회하지 않는다. 우리 모두 장 대인께 은혜를 입었다.
그분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이 뿐이라는 게 안타까울 뿐.
나한:(탐욕스러운 윤이영. 누구에게도 고개 숙이지 않고 왕위에 오르려는 알량하고 고고한 자존심이 그를 깎아먹는 순간을 바라본다. 그래, 이걸 원했어...)
윤이영은...죽는 건가?
아무튼 그래요. 그리고 윤이영을 죽이는 건 당신의 몫이에요. (빙긋 웃는다.)
쏘세요, 나한.
그것이 의식의 마무리다.
나한:(내 손에 달린 윤이영의 목숨. 손 안의 권총을, 그리고 윤이영을 한 번 본다.)
고랍하:그러고 싶었잖아요! 바로 그 무대를 지금, 만들어 주겠다는 거예요! 최고의 무대를!
이영:(눈을 치켜뜨고 나한을 마주한다.) 나한.
문득 떠오르는 것은 당신 앞에서 비참하게 기어 다니며 “너 또한 이용당할 뿐이야!”라고 외치던 한 이름 모를 남자의 목소리입니다.
나한:(죽음을 목전에 두고도 굽히지 않는 윤이영.)
당신은 다르다고? 당신만큼은 그럴 일이 없을 거라고?
당신은 그저 제물을 죽이기 위한 사냥꾼에 불과했던 겁니다.
나한:(그래, 이거야. 이걸 원했지. 이곳에서 윤이영을 죽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죽이고 나면 너무 아까워. 좀 더... ...)
(조금 더...)
그 불티를 지져 꺼트리고 싶어했던 당신의 마음도 이용당했습니다.
이 상황은 당신이 바라던 것과는 조금 다릅니다.
나한:아직 부족해. (탐욕어린 시선으로 윤이영을 바라본다.)
당신의 말에 사방에서 탄식과 함께 노도와도 같은 비난이 쏟아져 내려오고, 마치 엉망으로 망가진 무대 위로 난입하는 관객처럼 그들이 다가옵니다.
본능적으로 알아챕니다. ‘신’을 맞이하기 위한 천 년간의 의식을 방해받은 광신도들이 이제 어떻게 할 것인지를.
그리고 이곳에서 혼자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이영:네가 날 죽이려면 이런 무대보다는 더 멋진 곳이 좋겠지.
네가 나를 끌어올려라.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욕망으로 점철된 진득하고 지독한 눈빛.)
이건 별론데요?
나한:(그래, 당신은 조금 더 화려하게 빛나고, 훨씬 더 처절해야만 해.)
나도 총을 들고 있는데 왜 떠들지? (고랍하에게 총구를 겨눈다.)
조직원들의 총구가 움직이고 나한과 이영에게로 갈려 겨눠집니다.
(설렁설렁 걸어 뒤쪽으로 물러난다.)
어쩔까요 로파?
융로파와 고랍하가 몸을 물리자 조직원들이 두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섭니다.
고랍하:그 손에 총을 걸어서 당기면, 비슷하게는 되겠지~
나한:헛소리를 하는군. (주변을 빠르게 훑고, 빠져나갈 곳을 찾는다.)
이영:(나한에게 눈짓한다. 길게 뻗은 복도 중간, 오른쪽으로 꺾는 길이 있다.)
일촉즉발의 대치상황. 누가 보아도 열세인 상황에서...
나한:(이영을 붙잡고 복도로 달리기 시작한다. 목표는 꺾는 길!)
신호처럼 잡아채인 손에 이끌려 함께 달립니다.
뒤에서 두 사람을 향해 내지르는 소리와 , 빗발치는 총성이 들립니다.
나한:(복도를 길게 달리다가, 꺾는 길이 나오면 지체 없이 몸을 돌려 통로로 들어간다.)
다행히 다치지 않고 통로로 꺾어 들어왔습니다만, 좁은 입구에 비해 어두컴컴한 통로는 넓습니다.
왼편에 벽면이 짚이긴 하는데... 오른쪽은 뚫려있습니다. 어디로 가 볼까요?
나한:사저나 잘 뛰어요. 두 다리 멀쩡하신가? (한 손으로 벽을 죽 훑으며 달린다. 오른쪽으로!)
이영:씨발, 안 멀쩡하다. (뒤따라 겅중겅중 뛴다.)
나한: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5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5] 빈 공간입니다. 습한 탓에 발소리마저 찰박입니다.
이영:황룡회 지하에 이딴게.. (철퍽이는 걸음으로 빠르게 걷는다.)
(짜증스레 말을 뱉는다.) 지하 수로가 있다. 그것도 어제 들었다. 제물을 올리는 즉위식이 밖에 새어나가면 체면이 망가지니 숨어 하자더라.
나한:(계속해서 앞으로 향한다!) (지도상...오른쪽!)
나한:
듣기
기준치: |
60/30/12 |
굴림: |
6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6] 뒤편에서 울리는 발자국 소리만이 들립니다.
나한:(이죽인다.) 권력을 준다는 달콤함에 속아 뭣도 아닌 사이비들한테 목숨을 맡기다니.
나한:(계속해서 앞으로 향한다.) 별관에 갔을 때 본 적도 있는 것 같은데...텅 빈 공간인가?
이영:하...
씨발. (변명대신 자책처럼 들리는 욕지거리를 한다.)
아무것도 없지는 않을 것 같은데..
나한: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4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빠릿)
사람처럼 보이지 않지만 사람같은, 그러나... 진한 비린내가 일러줍니다.
사격(권총)
기준치: |
70/35/14 |
굴림: |
11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공간을 울리는 총성에 뒤편에서 웅성이는 소리가 울려퍼집니다.
앞에 선 것은 몸을 기울이더니, 이쪽을 향해 손을 뻗습니다.
나한:(쯧, 하고 혀를 찬다) 소음기라도 달고 오지 그랬어요? (손을 뻗는 것을 향해 발포한다. 아니, 피하는 게 먼저인가?)
나한:
사격(권총)
기준치: |
75/37/15 |
굴림: |
29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나한:(괴물이 비틀대는 틈을 타서 오른쪽으로 빠져나간다. 아마도 11번?)
몸이 점점 무너집니다. 이 정도면 쫓아오진 못하겠죠.
나한: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4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11] 어느새 발목에 물이 찰랑입니다. 물이 발목을 쓸고 지나가는 걸 보면, 물이 밀려들어오고 있는 듯 합니다.
사람이 아니었지.
나한:(수로에 물이 들어오고 있나? 잠시 발 밑을 내려다봤다가) 그러게 제가 뭐랬어요?
비린내 난다고 했잖아요?
이영:비린내..?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기울인다.)
나한:(한숨을 내쉬며 오른쪽으로 쭉 달린다.)
(14번!!)
(아니아니 15번)
나한: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30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무언가 밟은 것 같은데, 싶어 확인하려고 하면 찌릿, 몸을 관통하는 저릿함에 이어 기운이 빠져나가는 기분이 듭니다.
5분간 이동 불가.
2
윽, 이게... ...뭐야?
(전기? 전기는 아닌데.)
이영:(오른쪽 다리를 쥐고 몸을 숙인다. 어느새 배까지 움켜쥔 채 아무 소리 내지 않고 몸을 떤다.)
어디선가 철벅, 철벅 뛰는 소리와 이해할 수 없을정도로 울려 뭉개진 말소리, 고함소리들이 들립니다.
나한:(가만히 자리에 우뚝 선 채 이영을 내려다보고 있다가, 눈썹을 비튼다) 총상?
이영:(입을 벌렸다가 말 대신 숨만 삼키더니 고개를 끄덕거린다.)
나한:(한 쪽 입꼬리가 삐뚜름하게 올라가더니, 이영을 어깨에 메고 앞으로 향한다. 16번!)
이영:(업히고도 아무 소리 내지 않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덜덜대는 손으로 옷자락을 움켜쥔다.)
나한:
관찰력
기준치: |
65/32/13 |
굴림: |
74 |
판정결과: |
실패 |
나한:
지능
기준치: |
60/30/12 |
굴림: |
64 |
판정결과: |
실패 |
수로에 살고 있던 것들을 발견했던 기억이 번개처럼 퍼뜩 머릿속을 스쳐 지나갑니다.
그리고 그것들이, 자신을 따라오는 저 괴물들과 무척이나 비슷한 기척을,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도요.
여기서 몸을 숨기지 않으면 필경 그들에게 붙잡힐 것입니다.
들춰멘 몸이 떨리고 있습니다. 체온이 낮아졌는지 잡은 부분이 찹니다.
나한:(우선 몸을 숨겨야 해. 남은 한 손으로 안주머니를 뒤져 주문이 적힌 쪽지를 꺼내든다.)
(눈 먼 지배자의 숨결을 사용해 몸을 숨긴다.)
시야가 불분명하게 피어오른 것이 두 사람을 숨겨줍니다.
하지만 동시에, 적도 분간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나한은 자신을 보호 할 수 있는 걸 이미 가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나아가면 수로를 빠져나갈 수 있을 듯 합니다.
뒤를 돌아보면 어둠 속에서 이쪽을 바라보는 여러 쌍의 눈동자가 희미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이영을 죽이지 못한 나한과 야망을 이루지 못한 이영.
우리는 아직 무엇 하나 이룬 것이 없으므로 언젠가 돌아올 것입니다.
이 학라로, 아래에 무시무시한 것이 잠들어 있는 괴물의 도시로요.
그러나 그것은 정말 당신이 알고 있던 용이었는가?
시위는 당겨졌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진실을 알기 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
잘 있거라, 학라여.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는 언젠가 돌아온다. 언젠가,
: 학라는 심해인과 크툴루 교단에게 점령당했습니다. 공석이 채워질 때 까지 당분간 황룡회는 고랍하와 융로파가 관리하게 됩니다. KPC와 PC는 도주해 학라의 뒷골목으로 몸을 숨겼으며, 이후 후속 시나리오로 이어집 니다. 보상으로 이성 1d5과 아티팩트 [심해를 다스리는 자의 푸른 과녁]을 얻습니다. 아티팩트에 제물의 표식 이외의 효과는 없으나, 후속 시나리오 의 진행에 필요하므로 소지해 주세요.